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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꿈·이·꿈」/「청혼」

    ◎사소한 일로 난장판된 「청혼의 자리」/감성적 일수 밖에 없는 「인간의 속성」 복잡한 대학로를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호젓한 공간에서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극단 「꿈·이·꿈」이 오는 15일부터 경기도 포천군 소홀읍에 위치한 까페마당 「꿈처럼 꿈꾸듯이」(0357­542­8394)에서 선보일 「청혼」(김철리 연출). 러시아의 대표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1899년 작품을 무대화한 가벼운 소극이다. 청혼을 하러온 남자가 여자와 별것도 아닌 일을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사건은 시작된다.두 집안 사이에 있는 쓸모 없는 목초지를 서로 자기땅이라고 우기는가 하면 키우고 있는 개를 가지고 한심한 말다툼을 계속하게 된다.이 때문에 청혼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는 난장판이 돼버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행복한 결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남자의 청혼이 마침내 받아들여지면서 해피엔딩으로 무대를 마친다. 이 작품은 표면상 러시아인의 다혈질적인 기질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모든 인간이 아무리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해도 결국은 비합리적 요소에 의해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안톤 체호프의 의도가 깔려 있다.10월6일까지.화∼금 하오8시,토·일·공휴일 하오4시·8시.하덕성·양승걸·박미연 등 출연.
  • 더위 쫓는 시원한 춤/대형 뮤지컬 「화려한 무대」

    최근 뮤지컬 붐에 힘입어 대형 뮤지컬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극단 광장이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3672­1391)에서 1일 무대에 올린 「코러스 라인」(문석봉 연출)은 제임스 키우드,니콜라스 덴트 공동 극본에 마빈 햄리시가 음악을 담당한 세계적인 작품. 미국 브로드웨이 최장공연 및 최다 관중동원 등 갖가지 기록을 보유한 「코러스 라인」은 단순히 춤과 노래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냄으로써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경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재구성,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25일까지.평·토요일 하오4시·7시30분,일·공휴일 하오3시·6시30분. 극단 환퍼포먼스의 창작 뮤지컬 「고래사냥」(최인호 원작·이윤택 연출)은 24일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745­0123)무대에 오른다. 과거 암울했던 시대,젊은이들의 뜨거운 가슴을 속시원히 훑어내려 준 「고래」를 다시 찾아보고 90년대식 「고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를 발견하려는 것이 의도. 뮤지컬 스타 남경주의 현란한 춤과 노래,장두이·송채환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흥미와 감동을 더불어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9월4일까지.월∼토 하오4시·8시,일 하오3시·6시. 9월10일부터는 극단 신시의 「님의 침묵」(김상렬 극본·연출)이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577­1987)에서 관객들을 부른다. 일제의 비윤리적·비역사적 폭력속에서도 변치않는 숭고한 신앙적 의지로 살다간 만해 한용운의 일생을 서사극 형식을 빌려 풀어간다. 만해의 시에 등장하는 「님」의 실체를 파악하고,숙명적 가치관으로서의 「님」을 위해 66년 인생을 연소시킨 인간 한용운의 이면의 생을 재조명한다.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록음악을 통해 만해의 괴퍅한 성격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변절자들을 적절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계획. 영화·연극·TV드라마에서 강렬한 연기로 인기를 높인 김갑수가 한용운 역을 맡았으며 중견연기자 최주봉·김길호·김기섭 등이 호흡을 맞춘다.9월26일까지.평일·토 하오4시·7시30분,일·공휴일 하오3시·6시30분. 한편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뮤지컬도 선보인다.극단 예일은 7일부터 11일까지 「인어공주」(이광열 연출)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924­9011)에서 공연한다.대형 세트와 조명·특수효과를 이용,바닷속 분위기를 최대한 살림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치게끔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상오11시,하오2시·5시.
  • 작가 김주영씨 역사소설 「야정」 5권 펴내

    ◎19세기말 만주 이민 풍속사 재현/텃세·이민족간의 갈등 등 애절한 정착 과정/8차례 현지답사… 민중의 삶 현장 꼼꼼히 묘사 중견작가 김주영씨의 또다른 역사소설 「야정」 전5권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됐다.「객주」「화척」 등 이전의 대하소설을 통해 각각 조선조말 보부상의 발흥과 고려 무신정권시대 민중의 삶을 고증했던 작가가 이번엔 구한말 만주로 무대를 옮겼다. 강계땅 부농 홍씨의 노비 성률은 자신의 아내를 임신시킨뒤 후환을 없애려는 주인에게 쫓겨 만주로 월강한다.세도가의 늑탈에 맞서다 발붙일 곳 없게 된 창만,우덕,맹보 등도 식솔들을 이끌고 동행한다.이들이 남의 땅 만주에서 원주민 텃세와 이민족들간 힘겨루기,비적떼의 발호 등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유장한 호흡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1872년 평안북도 한 군수의 명에 의해 작성된 월강 범죄자 동태보고서인 「강북일기」에서 작품의 발상을 얻었다.신문에 작품을 연재하던 4년여 동안 그는 정확한 현장고증을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 상·하류를 각각두번씩 답사하는 등 8차례나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상상력만으론 메울수 없는 역사소설 특유의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재해서 받는 고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자료조사와 현지답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일주일에 5일간 집필하고 나머지 이틀을 생생한 현장언어 수집을 위해 지방 장터로 떠돌았다는 서울신문 연재소설 「객주」때처럼,개성을 그리면서 현지에 가보지도 않는 것은 거짓이라며 절필을 선언했던 「화척」때처럼 이번에도 그는 구두 뒤축에 바람실린 떠돌이 기질을 한껏 발휘,작품의 무대를 파고들었다.때문에 작품은 19세기 말 만주이민 1세대의 풍속사로 손색이 없을 만큼 당시 민중살이의 세목들을 시시콜콜하고도 풍요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김씨는 무수한 인간들이 얽히고 설키는 삶의 현장에서 한 시대의 새롭고도 거대한 징후를 드러내는 보기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다.이는 개인의 운명을 집중 파고드는 실존적 관심과는 물론 다르며 군웅이 할거하는 거대서사시 같은 것도 아니다.「들판의 장정(야정)」이라는 제목 그대로 당시 아무데서고 찾아볼 수 있었을 별 볼일없는 인물들의 원한과 설움,생존 본능 등이 아무 미화도 없이 날것으로 펼쳐진다.하지만 이처럼 거칠고도 검질긴 성정의 필부필부들은 황폐한 이국땅에 살아남아 근대사의 또다른 줄기를 발원시켰다.이 작품은 걸쭉하고 해학적인 토속어로 활기넘치는 민중들의 삶을 꼼꼼하게 재현,역사의 원동력이었으되 묻혀졌던 민중들을 무대 전면으로 끄집어냈다.〈손정숙 기자〉
  • 불화 「화엄경변상도」 속 보살상(한국인의 얼굴:95)

    ◎살오른 볼·오뚝한 코… 육감적 동양미인 불화는 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이다.그래서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또 대중교화 의도를 담아내기도 한 불화는 신앙을 자극했다.불화가 다른 전통미술에 앞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까닭도 알고보면 신앙이 혼재한 종교미술이라는 사실에 있다. 우리나라 불화는 불·보살화,나한조사도,신중화 등으로 크게 나눈다.이들 불화의 요소는 불교전래와 더불어 유입되었을 것이다.그러나 초기불교가 남긴 작품은 하나도 없다.다만 8세기 중반의 통일신라시대 불화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가 전해내려오고 있을 뿐이다.호암미술관이 소장한 이 변상도는 국보196호로,현존 불화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변상도는 불교경전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한 도설의 불화다.호암미술관 소장 변상도는 동양사상에서 큰 줄기를 이루었던 「대방광불화엄경」한 부분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화엄경」을 붓으로 써서 책으로 만들 때 표지화로 제작한 이 변상도의 크기는 세로 26㎝,가로 23㎝.금가루와 은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자색 닥종이에 불·보살을 그린 이른바 금은니 채색으로 되어있다. 실 금을 그어 선묘로 처리한 그림에는 크게 깨우치고 난 부처가 여러 곳을 찾아 법을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묘사했다.이를 「화엄경」에서는 7처8회,또는 7처9회라고 적었다.그러니까 부처가 일곱 곳을 돌면서 법을 말하는 모임을 여덟 차례,또는 아홉 차례를 가졌다는 이야기다.이 변상도는 그 모임의 하나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인물의 중요성에 따라 위치와 크기를 달리한 여러 불·보살이 그림속에 등장했다. 보광명전 앞에 마련한 사자좌 높은 자리에 부처가 앉아있다.그 본존은 「화엄경」대로라면 비로자나불이다.그러나 형체를 온전하게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그림 바탕종이가 곰삭아버렸다.확실하게 남은 부분은 본존불 왼쪽에 자리잡고 앉아 설법을 듣고 있는 일단의 보살들이다.그중에서 맨 위쪽의 보살은 용모가 준수한 가인으로 표현되었다. 알맞게 살이 오른 볼이며,긴 목을 한 보살은 미모의 요건을 다 갖추었다. 그 보살은 고개를 약간 숙여 옆을 향한 반측면상 자세를 했다.그래서예쁜 곡선을 그린 뺨의 윤곽을 보기좋게 드러내 보였다.단순한 선묘로 처리했을 지라도 눈매도 곱거니와 눈동자가 살아 빛났다.길게 휜 눈썹은 청수미 그것이다.눈썹과 물려 시작한 코는 오뚝하고 길었지만 빈약하지 않다.불법을 들어 금방 깨우친 것일까.그 작은 입이 곧 열릴 듯 싶다. 「화엄경변상도」의 보살은 한마디로 우아한 모습이고,동양인들이 찬탄할 매력을 가득 담았다.거기에 탄력을 지녔으니 육감적일 수도 있다.이 그림이 있는 「화엄경」두루마리에는 의본 등 4명의 화가 이름과 서기754년에 시작해서 755년에 완성했다는 기록이 보인다.〈황규호 기자〉
  • 행시 합격생이 개그맨 됐다/노정렬씨 MBC신인에 선발(조약돌)

    ◎“국민 웃기는 일이 더 뜻깊은 일”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노정렬씨(25)가 23일 MBC신인개그맨에 선발돼 화제다.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재학중인 노씨는 특기가 영어개그,광고패러디,성대묘사로 『행시 합격후 1년간의 연수를 거치면서 공무원보다 개그맨이 돼서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게 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개그맨 지원서에서 『공무원 연수 동안 여직원들로부터는 환호를,남자직원들로부터는 시기와 협박을 받아 끝내 정치적 외압을 이기지 못하고 옷을 벗어야 했다』고 밝히는가하면 호출기 녹음에도 『제일 싫어하는 것? 넥타이』라는 유머를 보이고 있다. 노씨는 다른 6명의 개그맨 합격자와 함께 29일부터 8월3일까지 MBC아카데미에서 연수한뒤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다.〈서정아 기자〉
  • 「레 미제라블」 음반판매 대호황

    ◎뮤지컬 성공 힘입어 1천5백여장 팔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높은 인기속에 공연중인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음반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 화제의 음반은 한국 BMG가 국내 공연에 맞춰 이달초 출시한 「레 미제라블」하이라이트판과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출연진이 지난 85년 녹음한 두장짜리 오리지널판.지금까지 공연현장(예술의 전당) 판매량만도 모두 1천5백여장에 이른다.국내 음반시장에서 클래식 음반의 경우 1년 판매량이 1천장을 넘으면 성공했다고 보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한 숫자이다. 캐머론 매킨토시가 제작한 「레 미제라블」은 지난 80년 프랑스 초연이후 27개국에서 4천5백만 관객을 동원하고 87년 이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년동안 장기공연되고 있는 대형 인기뮤지컬. 프랑스혁명을 묘사하는 웅장한 무대장치 등도 압권이지만 역시 묘미는 아름다운 음악이다.현대음악의 거장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손자인 클로드 미셀 쇤베르크가 작곡한 주옥같은 음악들이 2시간 50분동안 무대를 감싼다.독립곡은 30곡 안팎. 하이라이트판은 대표곡 14곡을 모은 것으로 공장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부르는 「하루를 마치며」,팬틴의 「나는 꿈을 꾸었네」,장발장의 「나는 누구인가」「그를 살려주소서」,에포닌의 「나홀로」등을 수록했다.오케스트라의 장중한 반주로 뉴욕·런던·시드니·도쿄 등 전세계 극단에서 선발된 가창력있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지난 88년 녹음했다. 더블 CD음반은 공연의 축약판으로 오리지널 런던 배우들이 녹음했다.전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래 전개에 일관성을 가진 완성도 높은 음반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무대에 올라 오는 28일 막을 내리는 「레 미제라블」은 초반부터 공연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까지 거의 전 좌석이 매진되는 성공을 거두었다.〈김수정 기자〉
  • 권씨 “진실만 말한다”… 담담히 진술/23차 공판 이모저모

    ◎허화평 피고,선배 권씨에 「증인」이라 호칭/전 피고인만 긴팔 수의입고 입장 “눈길”/피고인들,“핵심 역할한 사람이 증인석에 있다” 비아냥도 22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23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5·18사건을 「내란」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권정달 전 보안사 정보처장의 증언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피고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권씨는 『시국수습방안이 처음부터 집권시나리오로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고 답변하는 등 검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객관적으로 진술. 권씨는 전두환 피고인을 염두에 둔 듯 『인간적으로 괴롭다.과거 직속상관과의 관계는 지금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차라리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수사에 응했다』고 해명. 권씨는 증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면서도 『시국수습방안이 곧 「집권시나리오」라는 얘기는 언론에서 나온 말이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는데 왜 나를지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하고 『시국수습방안을 토의한 모임 자체를 저 사람들이 왜 부인하는지 모르겠다』고 부연. 이어 『나를 배신자로 묘사하지 말라.나는 하나회 회원도 아니고 실세도 아니었기 때문에 5·17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81년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이 끝난 뒤 정권의 핵심부에서 밀려났다』고 주장. ○…육사 16기인 허화평 피고인은 증인에 대한 피고인 직접신문에서 육사 2기 선배인 권씨에 대해 시종 「증인」이라고 호칭하며 설전. 반면 권씨는 지난 15대 총선때 포항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옥중 출마해 당선된 허피고인에 대해 「허의원」이라고 부르면서 깍듯이 예우. 유학성 피고인도 『현역의원시절 형님 동생하며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생생한데 피고인과 증인이라니 마음아프다』며 서운함을 표시. 권씨는 그러나 『누구를 불리하게 하거나 유리하게 할 생각이 없고 진실만을 말할 뿐』이라며 담담하게 진술. 권씨는 변호인단과 피고인들이 『증인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피고인석에 함께 앉아 있어야 할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리자 「검찰의 판단」이라며 예봉을 회피. ○…다른 피고인은 모두 반팔의 여름 수의로 바꿔입고 있는데도 전피고인은 지난 1일 18차 공판때부터 계속 긴팔 수의를 입고 입정해 눈길. 검찰관계자는 전피고인이 건강에 약간의 이상이 있어 긴팔 수의를 입었을 뿐이라고 설명. 반면 지난 16일 구속만료일을 하루 앞두고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불구속상태로 첫 재판을 받는 유학성·황영시·이학봉 등 3명의 피고인은 양복 차림의 밝은 얼굴로 재판에 임해 대조적인 모습. ○…하오 1시쯤 상오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에 이어 피고인들이 퇴정하자 5·18 유족회원인 50대 여인 6∼7명이 「○○○을 사형시켜라』며 고함. 광주에서 올라온 흰 소복 차림의 이들은 그 후 10여분동안 큰 소리로 피고인들에게 욕설을 계속.〈박상렬 기자〉
  • 미 TWA기 대서양서 공중폭발/탑승 228명 전원 사망

    ◎“폭탄테러 확실”­미 경찰/뉴욕발 파리행/「지하드」,“우리가 폭파” 전화/한국인 탑승자 없는듯 【뉴욕=이건영 특파원】 승객과 승무원 2백28명을 태우고 뉴욕의 존 F 케네디(JFK)국제공항을 출발,파리로 향하던 미 TWA항공사 소속 보잉 747 여객기가 17일 밤(현지시간) 이륙직후 롱아일랜드 부근 대서양 상공에서 공중폭발하면서 추락,탑승자전원이 사망했다.〈관련기사 6·7면〉 사고직후 미 연방수사국(FBI)과 전미교통안전위원회(NTSB),뉴욕경찰 등이 투입돼 추락원인을 조사중이나 사고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탬파의 WTSP­TV는 그러나 「지하드」 소속원이라고 자처하는 한 남자가 18일 새벽에 전화를 걸어 TWA 여객기 추락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유사한 테러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도 사고 다음날 『사고기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몇건의 주장을 접수했다』고 말했으나 『이같은 주장들에 대한 신뢰성 여부를 알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테러 전문가인 래리 존슨씨는 CNN­TV의 생방송에 출연,『추락당시를 묘사한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볼때 이 여객기는 폭탄테러 장치에 의해 폭파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은 연방관리의 말을 인용,사고 여객기가 이륙직전에 엔진 압력계에 대한 수리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당초 이륙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이륙했다고 보도하고 있어 기체결함이 원인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여객기는 승객 2백11명과 승무원 17명을 태우고 이륙한지 10여분만인 이날 밤 8시45분께 롱아일랜드 사우스햄턴 남쪽 24㎞ 상공에서 굉음을 내면서 두 조각난 뒤 화염에 휩싸여 산산조각 나면서 해상으로 추락했다. 사고 지점 해상에는 구조 헬리콥터와 해안경비정 등이 대거 동원돼 철야로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블랙박스 한개와 사체 1백여구를 인양했으나 생존자는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상태다. 해양경비대의 한 관계자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체는 단 한 구도 발견되지 않은점으로 미뤄 사고여객기가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할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주뉴욕 한국 총영사관의 김주억 부총영사는 사고 여객기의 승객 예약자 명단에 동양인은 중국계로 보이는 3명만이 확인된 점으로 미뤄 한국국적의 승객이 탑승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세인트 루이스에 본사를 둔 TWA는 사고기의 승객 대부분은 파리가 목적지이고 일부는 파리를 경유해 로마로 가려던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에 위로 조전/김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은 18일 TWA항공기 공중폭발사건과 관련,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위로전문을 보내 『한국 국민과 본인은 TWA항공기가 공중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못하였으며 각하와 유가족 및 미국국민 모두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 야만인들/조 케인 지음(해외신간 안내)

    ◎울창한 열대우림 아마존 황폐화 과정 고발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조 케인이 아마존의 울창한 열대우림이 미국의 석유회사들에 의해 어떻게 황폐해져갔는지를 고발한 논픽션. 작가는 이 책에서 남미 에콰도르의 후아오라니족이 자신들의 토지와 문화를 보존하기위해 「검은 황금」을 캐러 그곳으로 몰려드는 석유회사들과 끈질기게 투쟁하지만 결국은 그들의 노련한 상술에 무너져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케인에 따르면 현대의 석유회사들은 잉카제국의 용사들보다 지략이 더 뛰어나고 노련하다.이들은 후아오라니족에게 토지와 열대우림의 손상없이 석유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감언이설로 설득한다.또한 이들의 사주를 받은 정부관리들도 후아오라니족을 상대로 설득에 나선다. 에콰도르의 광대한 삼림에 석유 파이프라인이 지나가고 석유쓰레기가 숲과 야생생물들을 무참히 파괴한 것을 목격한 부족민들은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인다.그러나 석유개발을 위한 새로운 도로건설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다.어느새 후아오라니족 지도자들은 석유회사들쪽으로 넘어가 있다.그들의 이름이 석유회사의 임금대장에 올라가 있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이 책은 지금 미국,캐나다,영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원제는 「Savages」.〈유상덕 기자〉
  • 대형음반사 기획음반/“여름사냥 나섰다”

    ◎괴기한 분위기 내는 「공포물」 잇단 출시/청량감 주는 멜로디 모아 시장 공략도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휴가철은 음반시장의 하한기.지난 해까지만 해도 음반사들은 이 기간에는 산과 들,계곡,바다를 묘사하거나 여름풍경을 담은 음반을 소개하는데 그쳤다.그러나 올해는 대형 음반사들이 전략을 바꾸었다.BMG·워너뮤직·소니클래식스 등이 여름을 겨냥한 기획음반을 다양하게 출시,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것이다. 납량 기획음반은 크게 두가지.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곡들을 모은 「공포 음반」들과,지친 몸을 쓰다듬어 주고 바다처럼 청량감있는 멜로디를 모아놓은 음반들이다. 소니클래식스가 최근 출시한 공포영화 「메리 라일리」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공포음반」의 하나.지킬박사(존 말코비츠 분)의 모습을 그 하녀 메리 라일리(줄리아 로버츠 분)가 지켜보는 형식의 이 영화에 흐르는 기괴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음악을 담았다.영국 작곡가 조지 팬튼이 작곡과 지휘를 맡았고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음산한 지킬박사의 집을 묘사한 오프닝곡을 비롯,지킬박사를 대하며 애정과 공포가 엇갈리는 메리의 감정을 묘사한 것 등 13곡을 실었다. 「크라임 오페라」(Crime Opera)는 BMG가 RCA레이블로 출시할 기획음반.벨리니의 「노르마」,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푸치니의 「토스카」,바그너의 「신들의 황혼」등 살인이나 자살을 묘사한 오페라 가운데 절정의 장면에서 부르는 격정의 아리아를 모았다.예를 들어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가 과자로 변한 어린이를 먹으려는 순간,겁에 질려 부르는 소름끼치는 아리아 「크노스퍼 크노스퍼 크노이젠」등이다.19세기 비극 오페라의 환상적이면서 악몽같은 분위기를 발산하는 음반이다.다음달 중순쯤 나올 예정. 이와 반대로 워너뮤직이 에라토 레이블로 다음주에 내놓을 「뮤직 세러피」(음악치료)는 「편안한 휴식에 목말라 하는」현대인들을 공략한 감미로운 음악 모음집.최근 의학계에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음악치료」를 내세웠다.워너뮤직측은 『임상적으로 공식 인정받은 음악은 아니지만 의사들이음악치료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곡들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음반은 지난 봄 발매,호응을 얻은 음반 「스트레스버스터」(스트레스를 물리치는 친구)의 쌍둥이쯤으로 보면 된다.지폴리의 「오보에를 위한 아다지오」와 비발디의 「두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등 13곡이 들어 있다. 워너측은 또 지난해 출반한 오페라 아리아선곡집 「진주조개잡이」를 올여름 휴가철 매장에 적극 전시할 계획이다.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중 「성스런 성당에서」와 베르디의 「리골레토」 가운데 「여자의 마음」 등 17곡을 담았다.내용보다는 재킷 디자인이 납량용으로 맞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김수정 기자〉
  • 불 10대들의 성애 묘사/「릴라는 말한다」 국내 출간

    프랑스 문단에 「시모 선풍」을 일으킨 연애소설 「릴라는 말한다」가 국내에서 출간된다. 10대 남녀의 대담한 성애를 그린 「릴라는 말한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모라는 이름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익명의 지은이에 대한 궁금증까지 겹쳐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본보가 책내용과 함께 이같은 화제를 제일 먼저 소개하자(5월 29일자) 이를 본 민음사가 「릴라는 말한다」를 현지출판한 풀롱사와 전격 계약,국내 발간을 성사시킨것(유나니·정영리 옮김). 소설의 기둥줄거리는 파리 빈민가의 16세 소녀 릴라와 19세 소년 시모의 조숙한 성애.릴라는 시모를 처음 보자마자 대뜸 「내 그것을 보여주겠다」고 제의하는가 하면 만남을 거듭할 수록 더욱 당돌하고 독창적인 외설로 시모를 이끌어간다. 민음사측은 설명력은 떨어지지만 번득이는 감성이 예사롭지 않은 문장으로 보아 시모가 뜻밖의 지식인이거나 기존 작가의 필명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손정숙 기자〉
  • 전자시대 범죄(외언내언)

    전쟁사에서는 무기의 발달과 인간의 잔인성,죄의식간의 묘한 반비례 현상을 읽게된다.동·서양을 가릴것없이 칼과 창을 가지고 싸운 전쟁은 선혈이 낭자한 끔찍스런 전쟁으로 묘사된다.그러나 한 손가락만 당기면 요란한 폭음과함께 저 멀리의 적군이 나뒹구는 총과 포가 발명되고 부터 전쟁은 조금은 낭만적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물리적 거리와 살상행위에 대한 죄의식의 강도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총·포가 다시 전폭기와 미사일로 발전하고 병사는 마치 컴퓨터로 게임하듯 버튼을 눌러 불특정다수를 살상하는 전자전 시대가 왔다.그러나 살상의 규모만큼 병사의 죄책감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시대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범죄의 개념이나 죄의식도 변한다.특히 요즈음 처럼 전자과학·기술의 발달속도가 빠르다 보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좇아가기가 힘들 지경인 것이 사실이다. 서울지방법원은 2일 국가전산망에 침입,고위공무원들의 인터넷 비밀번호를 빼내고 서울대 전산망등에 침입했던 컴퓨터 해커에 대해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란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남의 집 담을 넘어들어가 금고나 장롱을 열고 금품을 훔쳤다면 누구나 쉽게 도둑질이라며 규탄하고 당사자는 죄의식을 갖게 된다.엄한 처벌이 뒤따른다.그러나 컴퓨터시대라고는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로 남의 전산망에 침입,정보를 훔쳐낸 것에 대해선 그것이 엄청난 가치를 가진것이라 해도 이를 절도라는 범죄행위,처벌의 대상이라고 쉽사리 인식하지 못하는것 같다.범인도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시대에 뒤진 감각이다.버튼을 눌러 대규모 살상을 하는 행위처럼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인 것이다.앞으로 사법부가 전자시대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초기단계에서 엄격하게 단죄,분명한 죄의식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황병선 논설위원〉
  • 빨리 빨리(외언내언)

    한국인 여행객이 하와이에서 겪은 경험담 하나.중국집 앞에 「한국식 자장면」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주문을 하고 한국식으로 『빨리 달라』고 했더니 중국인 주방장이 화를 내며 음식을 팔지 않겠다고 쫓아냈다.『그 「빨리 빨리」 소리 듣기 싫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겼는데 여기까지 와서 또 그 소리 듣는다』며 진절머리를 내더라는 것이다. 「만만디」의 중국인과 성급한 한국인을 겨냥한 우스개인데 실제로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지의 행상이나 안내인들이 쓰는 외마디 한국어 가운데 「빨리 빨리」가 들어 있어 실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들이 한국인 여행객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한국말이 「빨리 빨리」였기 때문에 그 말을 익힌 것이다. 이화여대 이근후 교수가 최근 대학생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성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급한 성격과 행동」이 꼽혔다는 것은 이런 일화나 우스개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국민성이란 한 사회의 공유된 습관이나 사고방식으로 그 개념이정의된다.즉 한 사회의 구성원이 서로 나누어 갖고 있는 학습적인 경험의 결과이자 동기가 바로 국민성이다.따라서 국민성은 그 구성원이 겪은 삶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국민성은 한동안 성급함과는 정반대인 「은근과 끈기」로 얘기된 적이 있다.그런가 하면 13세기 몽골제국에 파견된 프랑스의 카톨릭 수사 기욤 드 뤼브로크는 자신이 만난 고려인들의 외모나 국민성이 중국인보다 스페인 사람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몽골제국여행기」에 썼다.18세기 「중국의 고아」를 쓴 프랑스 소설가 볼테르와 20세기초 일본주재 프랑스 대사를 역임한 시인 폴 클로델은 한국인이 산악지형의 영향으로 강인하고 활발한 성격을 지녔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다음세기 우리의 국민성은 어떤 모습을 지닐까.가능하면 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임영숙 논설위원〉
  • 캄보디아 앙코르:하(세계 문화유산 순례:2)

    ◎바이온사원 바위마다 「크메르의 미소」가…/돌탑 37기 사면에 3∼5m 「큰얼굴」 새겨/야외수영장 「스라스랑」은 둘레 3,500m/밀림속 옛 사원은 「고」나무에 뒤덮여 폐허로 앙코르 와트를 나와 북쪽으로 1.5㎞쯤 떨어진 「앙코르 톰」으로 발길을 돌렸다.앙코르 와트가 단일 사원건물인 데 비해 앙코르 톰은 크메르제국 때 1백만 백성이 살았다는 왕성터다.성곽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그 중앙에 「크메르의 미소」로 유명한 바이온사원이 버티고 서서 그 옛날의 영화를 일깨워준다.3층인 사원은 울퉁불퉁 아무렇게나 쌓은 듯한 돌탑을 머리에 이고 있다. 1층 회랑에 들어섰다.이곳에도 앙코르 와트의 벽면조각 못잖은 릴리프가 벽을 뒤덮고 있다.다른 점은 바이온의 부조는 당시 백성의 생활상을 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원숭이가 나무 열매를 따는 아래로 승려행렬이 지나가고,그 옆에는 쪼그려 앉은 사람이 새고기를 굽는다.곁에 있는 이는 꼬치구이를 사러온 손님인가 보다.그런가 하면 집안에서는 아낙네가 해산하느라 용을 쓴다.릴리프의 예술성을 우리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단원보다 5백여년 앞서 그같은 작품을 돌에 새긴 크메르인은 대체 어떤 민족이었을까. 3층에 올라서니 여기저기서 「큰바위 얼굴」이 미소로 맞는다.3∼5m 높이인 돌탑들은 결코 울퉁불퉁한 게 아니었다.그 자체가 조각품이다.돌탑 하나하나에는 동서남북 4면에 「큰바위 얼굴」이 하나씩 새겨져 있다.돌탑은 원래 54기였으나 지금은 37기만 남았다고 하니 바이온에는 아직도 1백50가량의 「큰바위 얼굴」이 남은 셈이다.눈을 지그시 감은 이 「큰바위 얼굴」들은 두툼한 입술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고 있다.세상은 그 신비한 표정을 「크메르의 미소」라고 하지 않던가. 이 얼굴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하나는 앙코르 톰을 완성한 자야바르만 7세(1181∼1215?)를 꼽는다.크메르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인 자야바르만7세는 힌두교 대신 불교를 받아들여 바이온과 「타프롬」 등 불교사원들을 지었다.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을 돌탑에 남겼다고 보는 것이다.반면 『왕의 초상이 아니라 관세음보살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자야바르만7세는 백성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바이온 1층 회랑에 서민의 생활상을 새긴 까닭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고 왕의 치세에 힘입어 찬란한 문화의 불꽃을 피운 크메르제국은 2백여년후 샴족(태국민족)에 쫓겨 사라진다.앙코르 톰 건설에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탓일까.그뒤 앙코르는 밀림 속에서 4백여년동안 길고 긴 잠을 잤다.그리고 나서 1861년에야 프랑스탐험가 앙리 무오에게 발견돼 세상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그 깊은 잠의 흔적을 타프롬사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앙코르 톰 동쪽 밀림에 있는 타프롬은 자야바르만7세가 폐위된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사원이다.한때 딸린 식솔이 1만2천명이나 됐다지만 타프롬은 위대한 자연에 밀려 영화의 흔적을 이미 잃었다.지금 사원은 지상으로 1백∼2백m 뿌리를 뻗어나간 열대수종 「고」나무에 뒤덮여 온통 무너지고 허물어졌다.거대한 뿌리에 휘감긴 사원은 마치 억센 손아귀에 잡혀 짜부러진 종이상자꼴이었다.접착제를 사용하지않고 수십m 높이의 대형석조건물을 세운 크메르인의 신기도 대자연의 심술에는 이처럼 무기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왠지 서글퍼지는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재촉했다.앙코르 톰의 동서 양쪽에는 거대한 바라이(인공호수)가 남아 있었다.당시 1백만 인구를 먹여살릴 만큼 활발했던 농업을 뒷받침한 저수지다.또 아직도 세계최대의 야외수영장으로 꼽힌다는 3천5백m 둘레의 「스라 스랑」,벽돌건물의 대표적 걸작인 「프라삿 크라반」사원,앙코르에서는 유일하게 언덕 위에 자리잡은 초창기 사원 「프놈 바켕」등 어느 유적 하나 놀랍지 않은 게 없었다. 앙코르유적지를 순례하면서 숱한 크메르인을 만났다.지금의 「캄보디안」이 아니라 9∼15세기를 산 「크메」(크메르인이 자처하는 민족이름)들이다.그들은 왕이나 장군·병졸이기도 하고,농부·주부·장사꾼·어부이기도 했다.그 쇠약해진 민족이 안타깝다는 마음에서 말을 건넸다. 『이 위대한 문명을 창조한 당신들을 존경합니다.그런데 당신들이 남긴 문명은 지금 어디로 이어졌나요.문화는 물과 같아 괴어서 넘치면 다시 새길로 흐른다는데…』 그러나 대꾸는 없었다.돌벽 속에서 그들은 1천년쯤 해온 일을 묵묵히 계속할 뿐이었다. ◎여행 가이드/국내선 하루 7회 운항/달러 선호… 1불짜리 유용/쌀국수·생선요리 별미 우리나라에서 캄보디아로 직접 가는 항공기노선은 없고 동남아 다섯 나라의 공항에서만 캄보디아로 연결된다.베트남의 호치민(옛 사이공),태국의 방콕,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홍콩,싱카포르등이다.입국비자는 프놈펜의 포첸통공항에서 미화 20달러로 구입하면 된다.체류허용기간은 30일. 프놈펜에서 앙코르유적이 있는 시엠립까지는 국내선을 이용한다.국내선은 비행기편이나 좌석을 지정하지 않는 「오픈 티켓」제이므로 도착하는 순서대로 탑승시킨다.하루 일곱편쯤 있어 바로 탈 수 있다.앙코르유적지 안에서도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대중교통수단이 없어 택시나 영업용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야 한다. 태국 방콕에서 앙코르까지 자동차로는 8시간쯤 걸린다.시간여유를 갖고 태국·캄보디아의 풍물을 즐기길 원한다면 육상여행도 고려해봄직 하다. 캄보디아의 화폐단위는 리엘로 환율은 미화 1달러가 2천5백리엘쯤이다.공항이용료·앙코르입장료 등 공식적인 요금을 달러로 받는등 현지에서 달러를 선호하기 때문에 굳이 리엘로 환전할 필요는 없다.주의할 점은 고액의 여행자수표(TC)는 환전이 어렵다는 것과 웬만한 거래는 1달러단위로 이루어지므로 1달러짜리를 많이 갖고 가는 게 좋다는 것. 음식은 비위생적인 것이 많으므로 음식·식당선택에 조심해야 한다.안남미계통의 쌀로 지은 밥은 푸석푸석한 느낌을 주지만 쌀국수로 만든 요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다.또 생선이 싱싱해 입맛을 돋운다.치안은 우리 생각과는 달리 평온한 상태이고,앙코르주변에서 북한인활동은 달리 없다고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겸 식당이 딱 한군데(바라이호텔) 있는데 새로 지어 깨끗한데다 안주인의 음식솜씨가 상당하다.매번 열가지 안팎의 우리 반찬을 가정식으로 내놓는데 그 맛이 국내 웬만한 식당보다 낫다.한끼에 미화 7달러.숙박료는 25달러다.
  • 예술로 풀어낸 동성애 어떤 모습일까

    ◎극단 단홍 「천사의 바이러스」·남성무용가 박해준의 「금지된 사랑Ⅱ」 국내 초연/찬사의 바이러스­“에이즈·동성애”가 사회 미치는 영향 분석/금지된 사랑Ⅱ­불 시인 랭보·베를린의 비극적 사랑·우정 동성애 문제를 무대위의 예술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한귀퉁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무용과 연극이 곧 선보인다.남성 현대무용가 박해준씨가 7월1∼2일 서울 창전동 포스트극장(3672­8631)에서 공연할 「금지된 사랑 Ⅱ」와 극단 단홍이 7월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741­3391)무대에 올릴 「천사의 바이러스」.동성애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예술성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풀어낸 이들 두 작품은 일반인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동성애라는 주제를 과감히 다루는 국내 초연무대라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끈다.〈편집자주〉 ▷연극◁ 93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토니 커시너 원작의 「천사의 바이러스」는 에이즈에 걸린 동성연애자들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애정을그린 작품. 에이즈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남자 다섯명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감춘채 서로를 속이고 미워하다가 결국은 연대감을 회복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함께 찾아간다는 내용이 기둥줄거리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프랑스 등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공연된다.미국 연극의 전형적 구성요소인 도시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사적인 소재에 신랄한 풍자성을 가미했다. 연극배우이자 동시통역사인 배유정씨가 번역을 맡았고,지난해 연극「뺑끼통」으로 대학로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킨 유승희씨가 연출해 에이즈와 동성애라는 사회문제를 인간적 시각에서 파헤친다. 「뺑끼통」에서 호모역으로 열연한 채필병씨,「에쿠우스」초연 때 앙상블을 이룬 이승호·차유경씨가 호흡을 맞춘다.하오 4시30분·7시30분.〈김재순 기자〉 ▷무용◁ 무용계의 기대주 박해준씨가 안무한 「금지된 사랑 Ⅱ」는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과 랭보의 비극적인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토탈 이클립스」를 무용으로 만든 작품. 지난 92년「젊은 춤꾼 가을잔치」에서 대상,94년 「올해의 남성무용가」상 등 여러차례 상을 받은 박씨의 데뷔 10년 기념작이다.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던 박씨가 춤으로 동성애를 짚어보겠다고 나선 까닭은 영화를 보고 『동성애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 박씨는 야한 옷차림이나 적나라한 몸짓보다는 절제된 몸동작과 연극적인 동작선으로 두 시인의 정신적인 교감과 예술세계를 묘사할 계획. 랭보역은 박씨가 맡으며,유형준(베를렌 역)이현수씨(베를렌의 부인역)가 출연한다.이번 무대에는 고전을 빌려 X세대의 사랑을 풍자한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성의 상품화를 고발한 「기지촌」이 함께 오른다.1일 하오 8시,2일 하오 4시30분·8시.〈김수정 기자〉
  • 2천년만의 신탁(김호준 정치평론)

    2002년 월드컵의 한일공동개최는 두나라의 역사적 화해를 계시하는 신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지난 2천년동안 양국간에 켜켜이 쌓인 반감과 편견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공존의 신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하늘이 준 것이다.한일양국은 앞으로 6년간 월드컵 공동준비를 통해 국가간 새로운 협조모델을 지구촌에 제시하면서 진정 가까운 이웃으로 거듭 나야한다. 불행한 과거속에 껄끄러운 관계를 면치 못해온 한일양국의 「어깨동무」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때문에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국가간·민족간 갈등의 해소에도 교훈을 줄것이다.특히 한일양국과 비슷한 과거사를 앓고 있는 터키­그리스,스웨덴­핀란드등에 좋은 귀감이 될것 같다. 우리가 88서울올림픽 개최를 통해 지구촌 최초의 개도국올림픽을 보여줬다면 월드컵공동개최는 단순한 축구대회를 넘어 국가간 갈등해소의 멋진 모델을 보여줄수 있는 이벤트이다.거기에다 남북한 분산개최까지 성공한다면 대립과 갈등의 20세기를 넘어 화해와 공영의 21세기를 여는 축제의 한마당이 될것이 틀림없다. 월드컵 공동개최의 성공엔 무엇보다도 한일양국 국민의 상호신뢰와 협력정신이 관건이다.그러자면 양국 국민감정 속의 해묵은 반감과 편견부터 씻어내야 할 것이다.한일 갈등은 그 뿌리가 너무 깊다.따라서 이의 해소에는 양국의 각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자국의 이익에 집착하는 소아적자세에서 탈피하여 2천년만의 화해를 성취한다는 역사적 목적의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한국인들이 나쁜 일본관을 갖게된 연원을 흔히들 4백년전의 임진왜란과 근세의 한일합방에서 찾지만 실은 그보다도 훨씬 깊고 오래됐다.기록에 처음 나타난 일본의 한반도 침입은 신라 혁거세 8년(BC5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이후 서기 500년까지 왜는 총33회에 걸쳐 신라를 침범한 것으로 「삼국사기」는 전한다.한반도 남부에서 패권을 다투던 신라와 백제간의 싸움은 그때까지 20여회에 불과했다.왜군은 여러차례 신라의 서울 김성을 포위,위협했으며 동쪽 변경을 괴롭힌 약탈자였다.신라인에게 왜는 침변자약탈자로서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오늘날 한국인의 일본관은 신라인의 이런 부정적 인식의 유습이 그 바닥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편견도 그 뿌리가 깊다.8세기에 편찬된 「일본서기)는 이른바 「신공황후의 신라정벌」「임나일본부」등의 기술을 통해 한반도 3국을 일본의 조공국 또는 빈번한 정벌 대상국으로 묘사하고 있다.이러한 일본인의 대한우월관은 그후 멸시관으로 바뀌어 도쿠가와(덕천)중기의 대표적 주자학자인 하쿠세기(신정백석 1657∼1725)는 조선이란 『교활하고 …신의가 없으니… 오랫동안 인호를 맺을 수 없는 상태』라고 폄하한다.19세기엔 이러한 멸시관이 더욱 깊어지면서 본격적인 조선침략론이 전개되고 마침내 20세기초 일본은 조선을 병탄하기에 이른다. 한일간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때문에 문제해결의 더 큰 책임이 가해자인 일본쪽에 있다는건 자명하다.과거의 침략이나 만행을 미화,합리화하려는 일본의 망언은 이제 사라져야 마땅하다.물론 한국도 감정 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는 성숙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반일감정을 격앙시켜 모처럼 맞은 화해의 호기를 무산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양국의 과거사를 둘러싼 역사인식의 차이도 양국관계를 어렵게 만든 주요원인이다.한국과 일본은 올바른 역사관을 토대로 상호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그러자면 일본 우위와 식민사관에 의거하여 왜곡된 한일관계사도 바로 잡혀야 한다.2천년에 걸친 한일관계사를 재정리하는데는 방대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공동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국민감정을 순화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한일 두나라의 월드컵 공동유치는 지구촌에서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고 있다.하지만 우려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한일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인식 때문이다.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아시아위크는 최근 사설에서 한일 양국은 증오심이 깊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월드컵 공동개최가 앞으로 동북아에 말썽을 일으키거나 긴장을 고조시킬 것 같다고 주장했다.이 주간지는 이어 문제 발생시 월드컵 개최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해결방안을 FIFA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 양국은 각 부문에서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세계에 부단히 펴보여야 한다.그렇지 않고선 아시아위크지와 같은 기우를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하시모토 일본총리의 방한은 그런 의미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논설위원실장〉
  • 「화장하도록 하여라」(송정숙 칼럼)

    『나를 화장하도록 하여라』 기회있을때 이말을 꼭 해두고싶다.당장 중병도 아니고 아직 그럴 것까지는 없는 나이이지만 미리 해두고싶다.이 싱싱한 6월에 사위스럽고 써늘하게시리 웬 「화장타령」이냐고 핀잔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래도 이런 기회에 말해두고 싶다. 최근에 아버지의 초상을 치렀다는 20대 젊은이를 만났다.그는 생전의 아버지에게서 『화장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들었었기때문에 돌아가신 뒤에 집안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뜻을 살려 『화장해드리자』는 의견을 냈다가 「천하의 불효」취급을 당했다.결국 공원묘지 한귀퉁이에 구차하게 묻어드렸지만 두고두고 생각해도 생전의 아버지뜻은 「화장」이었음을 지울 수가 없고,그때문에 집안에서 「불효」취급을 받은 일이 억울하다고 했다. 그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유언이 실현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그러므로 가능하면 총기가 성할때 본인이 확실히 천명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는 것이 무엇보다 상주가 될 자식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유언이 실현되게 하는 길인 것이다. 최근 어떤 정치지도자의 「가족묘소」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가족들」묘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 따랐지만 사진에 비친 그 가족묘는 둘레가 꽤 호화로워보였다.이것을 보도한 언론의 태도는 그런 일(묘소를 새로 정하여 가꾸는 행위)이 자손된 사람의 미덕처럼 느껴지게 했다. 요새는 산역을 옛날처럼 사람품으로 하지않고 포크레인으로 하기때문에 높은산에 산소마련하는 일을 기피하고 찻길에서 가까운 논밭에다 마련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그래서 경작지까지 묘지로 잠식당하는 일이 더욱 극성스러워졌다고 한다.생각있는 사람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전국토가 묘지로 씌일 것같다고 걱정이다.그런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조상의 묘를 치장하는 일은 미덕으로 묘사되는 이중적 구조를 우리는 지니고 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 사람들은 부쩍 주술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인다.예언이 적중했대서 화제를 모은 무속인이 화려하게 언론에 부상하고 급기야는 비싼 모델료로 광고에도 발탁되고,「명당자리」잘짚는 지관은 「부르는 게 값」으로 모셔지는 세상이다.그래선지 예의 「가족묘」주인에 대한 뜬소문도 나돈다. 사실은 그 묘소를 잡아준 사람이 그방면에 용한 「모씨」인데 그자리에 조상산소를 쓰면 평생소원이 성취될 것이라고 해서 가족묘를 새로 조성한 것이라는 둥,그래도 묘지를 호화롭게 꾸미지는 말랬는데 말을 안들었으므로 효험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는 둥….필시 소문꾼들의 소행이 분명한 근거없는 풍문이 나도는 것이다. 묘제에 관한 제도는 이리저리 견제를 당하여 손도 못대고 있는 형편이어서 국토의 묘지잠식은 방치상태에 있다.최근에 나온 사회지도층의 「화장 수범」공론은 이런 일련의 일에 대한 궁여지책인 셈이다.그러니 그 공론이라도 솔선해서 따라야 할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화장은 당연하게 장기기증을 전제로 한다.내가 보던 눈이 남의 안구에 들어가 계속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죽음이후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만한 설이 아무것도 없다.다만,죽는 순간영혼이 육신을 떠나 허공에 떠서 산사람들이 하는 짓을 보게 된다는 「설」이 어쩐지 마음에 든다.그것이 맞는다면 육신이 묘지에 담기는 것이나 불꽃에 산화하여 가루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차라리 한줌 가루가 되어 반짝이는 햇빛을 받으며 허공에 날리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같다.아니면 오지 항아리에 담겨 먼저 떠난 가족들과 함께 납골당에 놓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다가 기일이나 성묘철에 가족의 방문을 받는다면 그또한 반갑고 대견할 것이다.새로 맞은 며느리가 새로 태어난 손주를 안고 단란한 모습의 가족이 되어 찾아준다면 나비처럼 가벼운 내영혼은 나풀나풀 그들의 어깨위를 날아다니며 『네가 바로 너로구나!』하고 반가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평소에 이런 마음을 미리 밝혀두면 자식들은 부모를 화장하는 일에 「불효의 누명」을 쓸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래서 『쓸 수 있는 장기는 누군가 쓸 수 있게 하고 남은 몸일랑 화장하여라』하는 말을 기회있을 때 분명하게 말해두고싶다.〈고문〉
  • 미 조프리발레단 싱가포르 공연현장을 가다

    ◎현란한 몸짓의 육체언어 “관객압도”/록발레 효시 「빌보드」 전막 선보여/격정적 동작·화려한 의상 “쇼 보는듯”/18∼22일 한국 팬들에게 첫 인사 12일 하오8시 싱가포르 외곽의 갈랑(가용)시어터 그리 넓지 않은 무대위.인간의 신체가 발산해내는 현란하고 긴장된 위력,그 언어적 기능의 힘을 느끼게 하는 몸짓이 이 극장 1천6백여좌석을 가득 메운 관중을 2시간동안 압도했다. 미국 조프리발레단이 첫 내한공연(18∼22일·예술의 전당)에 앞서 싱가포르의 96아트페스티벌에 참가(12∼15일)해 선보인 록발레 「빌보드」 전막 첫날 공연현장이다. 이날 공연에서 조프리발레단의 젊은 남녀무용수는 약동하는 건강미와 퇴폐(?)가 어우러지는 「철저히」 미국적인 발레를 보여줬고 관중은 이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발레블랑의 우아함에서부터 독무의 격정,라스베이거스쇼를 방불케 하는 선정적 몸짓이 파격적인 의상과 함께 펼쳐졌다.비키니와 앞·뒤·옆이 터진 옷을 입은 무용수가 현대인의 오감에 호소하는 육체의 언어를 선보인 것이다. 「빌보드」는 지난93년 이 발레단이 첫선을 보인 이후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록발레의 효시작품.「4월에도 가끔 눈이 내린다」,「퍼플 레인」등 미국 록가수 프린스의 감각적인 노래를 배경으로 현대사회에서 주요위치를 점한 광고판을 묘사했다. 1막 「4월에도 가끔 눈이 내린다」는 18명 무용수의 군무로 펼쳐진 우아하면서 경쾌한 무대.프린스가 에이즈로 죽은 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를 안무한 작품이다.소리 없는 조용한 움직임으로 시작해 바로 흥겨운 샤우팅과 높은 도약으로 발전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던 관객을 한판 축제마당으로 몰고 간 무대였다. 「천둥」과 「자줏빛 비」로 이루어진 2막은 현란한 옷차림의 남녀무용수가 펼치는 코미디와 여성무용수의 처절한 몸부림이 어우러진 무대.특히 조프리발레단의 주역 킴 사가미가 펼친 맨발의 독무장면에서는 「천둥」에서 유쾌하게 웃어대던 관객을 일순 긴장과 전율의 장으로 몰고 갔다.관중은 「인체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3막 「슬라이드」에 이르러 관객은 모두 「라스베이거스 쇼장」으로 불려들어갔다.여성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비키니차림의 남녀무용수가 펼쳐내는 관능적인 몸짓이 뮤지컬 「오,캘커타」의 안무자이기도 한 마고 쇼핑턴의 완벽한 안무와 무용수의 고도의 테크닉으로 용해된 것. 제4막 「기꺼이,그리고 능히」에서는 조명이 무대가 아닌 관중석을 향해 쏟아지고 동성을 파트너로 한 블루스장면과 상징적인 몸짓이 표현됐다. 막 사이마다 「브라보」를 외치던 관객은 전막공연이 끝나자 휘파람을 불며 「앙코르」을 연호했고 무용수들은 관객의 리드미컬한 박수속에 개인의 테크닉을 최대한 발휘하는 묘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빌보드」는 현재 예술감독으로 있는 제럴드 아프피노가 기획,미국발레를 「살아 있는」 발레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는 작품.조프리발레단은 한국공연에서 이 작품과 함께 「가랑비」「우리의 왈츠」「천사의 원무」등을 공연한다.〈싱가포르=김수정 기자〉
  • 처용설화 재해석 「쓸모없는 인간」/극단 여인극장

    ◎26일까지 문예회관서 극단 여인극장이 창단 30주년 기념작 「쓸모 없는 인간」(박제홍 작·연출)을 13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744­3982)무대에 올리고 있다.26일까지,하오 4시30분·7시30분. 삼국유사의 처용설화를 재해석,오늘의 상황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작품. 이 작품에서 철저한 현실주의자·출세주의자로 묘사된 처용은 처녀를 강간하고 왕실의 부패에 맞서 민란을 일으키려는 아버지를 밀고해 벼슬을 받는다.그러나 처용은 민란주동자로 체포된 아버지를 자기손으로 처형해야 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하게 된다. 무대는 오늘로 옮겨진다.전직법관 김차용과 그의 옛애인이자 의사인 한나영의 20년만의 만남.김차용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를 밀고하고 그 애인 한나영을 강간한다.법관이 되고 재벌딸과 결혼한 뒤에도 오직 직위상승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던 김차용은 마침내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한나영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 가져오는 엄청난 죄악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김재순 기자〉
  •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 산문집·평론 총정리한 선집 곧 출간

    ◎일상서 포착한 삶의 진한 의미 가득/신작 산문집 「바람을…」 1권으로 절판된 박사학위 논문 카뮈론도 아름답고 개성적인 문장의 산문가,프랑스 현대소설의 보고를 발굴·소개한 불문학자,풍요로운 이미지 읽기로 이름높은 문학평론가 김화영씨(고려대 불문학과 교수)의 문학선집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신작산문집 「바람을 담는 집」을 내주중 선집의 첫째권으로 펴내고 지금은 구할 수 없게 된 김씨의 옛날 산문집과 논문들도 새단장,선집으로 묶어낼 계획이다.지중해적 감수성으로 빛나던 「예술의 성」「행복의 충격」등 과거의 얄팍한 예술기행집을 최근의 인도기행문 등과 한데 모은 또다른 산문집이 다음차례로 출간된다. 「문학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론」이라는 제목으로 이미지비평의 탁월한 예를 보여줬던 절판된 박사학위 논문도 재출간을 기다리고 있다.이밖에 소설론만을 따로 모은 신작 평론집도 선집의 한권으로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바람을 담는 집」은 김씨의 최근 산문들을 묶은 책.최근이라고는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95년 무렵까지 10여년의 터울을 두고 여기저기 흩어져 발표됐던 글들을 모았다. 평론가로서 김씨가 작품에 내비치는 사소한 이미지들을 겹쳐 작가의 웅숭깊은 내면의 전모를 드러내려 해온 것처럼 산문가인 그는 사소한 일상의 기미들에서 삶의 의미를 포착한다.그 기미란 그저 우연히 스치는 냄새나 빛깔 따위다.이를 테면 지표를 막 뚫고 오른 연두빛 싹을 보며 그 정일함에 견줘 꿰지않은 구슬들같은 정보화사회를 꼬집어보거나,종로 4가에서 언뜻 맡은 생선굽는 냄새에 젊은날 생선구이집에서 친분을 다진 영화감독 고 하길종을,더 나아가 밥집 생선냄새로 각인된 중학교 입학당시의 첫 서울길을 떠올리는 식이다. 이처럼 이미지들이 흐르는 대로 겅중겅중 좇아다니지만 그의 글은 하나도 억지스럽지 않다.오히려 「인생은 하나의 축제」라고 설득하는 매혹의 목소리로 가득하다.문학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유롭게 떠도는 이미지들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그 골을 메우며,그윽한 향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산문집은 삶의 단상이나 현대생활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1부,독서교육부터 사적인 책 편력,프랑스 현대작가에 대한 소론 등을 묶은 2부,영화·미술론인 3부로 나눠져 있다.프랑스 굴지의 출판사 갈리마르에 대한 대해부부터 전후 김씨를 문학의 길로 인도한 「현대문학」과의 인연을 너무나 소탈하게 털어놓는 글까지 문화의 이런저런 실핏줄들이 이 책을 통해 섬세하게 드러난다.무엇보다 그의 은은한 문장에는 알베르 카뮈에게 빚진 실존주의적 세계인식이 배어나고 있다.한 예로 95년 발표한 「냄새와 기억」같은 글에서 그는 처음 접한 귤,오렌지 냄새를 언어로 형용할 수 없었던 체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장을 끄집어내고 있다.『왜 냄새는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빌려온 은유로 밖에는 묘사할 수가 없는 것일까? 우리 각자의 몸만이 알고 있는 냄새는 우리 각자의 극복할 길 없는 고독을 손가락질하고 있다』〈손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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