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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현대작가들 ‘언홈리’전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인 ‘집’을 주제로 한 호주현대작가전 ‘언홈리(Unhomely)’전이 경주 선재미술관(9월13일까지)과 서울 소격동(8월5일∼9월27일. 733­8945)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Unhomely’란 전시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집=친근한 공간’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내용의 전시다. 출품작가들은 샐리 스마트,루이즈 위버,캐시 테민,콜린 던컨,하워드 아클리,트레이시 모펫,스티븐 버치,앤 자할카,리자 영 등 9명. 이들은 집을 단순한 은신처나 양육장소가 아닌 걱정이나 폐쇄공포증,잃어버린 꿈들이 존재하는 부정적 장소로 묘사한다. 또 ‘집’을 상징매개로 빈부격차,세대간의 갈등,성차별,인종간 문화월이,도시팽창,실업률 등 오늘날 호주가 떠안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를 드러내보이고 있다. 사진과 비디오,설치,회화 등의 장르로 구성된 이들 작품들은 은유와 상징적 조형언어로 가득차 있다. 작품의 개념적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켜 언뜻 난해한 느낌도 들지만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집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출품작가중 트레이시 모펫은 지난 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작가. 집안에 걸려있는 새장,차 인테리어,초현실적인 가구를 통해 이상적 집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다.
  • 김한수씨 소설집 ‘그대,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

    ◎소외된 변두리 인생 ‘있는 그대로…’ 관조/‘못 가진자’ 무조건적 미화 자제/고집만이 아닌 체험의 힘 물씬 80년대 노동문학 주창자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 ‘무성한 이론’을 무색케 한 ‘창작의 빈곤’. 반론을 못찾고 속앓이 하던 참에 소설가 김한수의 등장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먹물’이 묻지 않은 노동자 소설가에 대한 문예운동 진영의 기대는 남달랐고 김한수의 작업은 그런 바람을 잘 채워주었다. 그러나 정작 김한수의 자리는 요즘 더 커보인다. 날티나는 시대를 리얼리즘의 뚝심으로 버티는 모습은 유달리 미덥다. 줄곧 소외된 변두리 인생에 애정을 쏟아온 작가가 새 소설집 ‘그대,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문학동네 간)를 내놓았다. 노동자 작가도 세월의 흐름 속에 시장 상가의 식당주인으로 변했고,이번 소설집의 주요 화자로 등장한다. 신분은 상승(?)했으나 눈높이는 한결같다. 상인들의 육두문자를 빌려서 시끌벅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부분 잊혀져 가지만,잊어서는 안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시장 주변 먹자골목을 배경으로 한 ‘빈 수레 끄는 언덕’과 ‘숨쉬는 화석’은 오늘의 작가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가진게 없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미화하지 않고 건강한 것은 건강한 대로,추한 것은 추한 그대로 발가벗기고 있다. 이런 오늘이 있기까지 삶의 편린들이 드러나는 작품이 ‘스테인드 글라스의 눈’이다. “옳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시간들이 송두리째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어리둥절한 백지 상태”(‘숨쉬는 화석’)에 빠진 화자의 방황을 잘 그리고 있다. 한 사진작가가 자극적인 향락문화에 자기를 맡기고 떠도는 행위등 욕망으로 부푼 세상을 세밀하게 묘사,진보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세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표제작 ‘그대,기차타는 등뒤에 남아’는 비뚤어진 사회를 고발한 단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단지 ‘공돌이’라는 이유로 좌절된 주인공. 부조리한 사회인식과 맞서는 방편으로,마지막 사랑을 나눈 애인을 죽이는 장면은 전율로 다가온다. 세상이 나아졌다지만 그것은 가진 자의 소리이고 ‘공돌이’나 ‘농투성이’에게는 꿈같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제시하고 있다. 외곬으로 리얼리즘의 거푸집을 만들어 온 김한수의 글에는 고집만이 아닌 체험의 힘이 실려있다. 세상이 균형잡혀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손길이 그의 소설을 향하는 이유다.
  • ‘모기대란’… 見蚊拔劒해야겠구나(박갑천 칼럼)

    “좀벌레는 작지만 기둥과 대들보를 쓰러뜨리고 모기와 등에는 작지만 소와양을 도망치게 한다”. (談叢편)에 쓰여있는 말이다. (人間訓편)에도 비슷한 말이 보인다. 작은것이 큰 것을 이겨낸다는 비유로 쓴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모기가 사람을 쫓아내게 된 곳이 있어 어리둥절하게 한다.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오대·오천마을 주민들 신세가 그렇다. 논밭일을 하려면 대낮에도 긴팔옷을 입고 얼굴에 방충망을 써야하며 해가 지면 나들이를 못할정도로 모기떼가 극성이라는 것 아닌가. 벌써 10년째. 그들은 정든 고향이고 뭐고 쓸데없으니 어디론가 이주시켜달라고 호소한다. 얼마전 텔레비전에도 그 모기떼 화면이 나왔는데 중국이나 아프리카쪽 메뚜기떼 공습을 연상케하는 살풍경이었다. 이나 (釋名)에는 물(늪)에 사는 문모조(蚊母鳥)가 모기를 입으로 뿜어낸다 했는데 그게 이땅에 떼거리로 몰려와서 양산해내고 있기라도 한다는 걸까. 한데 문제는 그곳이 유독 심하다는 것뿐 많아지고 독해진 현상은 전국적이라는 데 있다.모기는 해마다 여름이면 윙윙거려오는 해충이다. 그래서 농촌의 여름밤 풍경을 묘사하면서는 으레 웅신하여 괄지않게 타는 모깃불 연기가 나온다. 그 매캐함속에 텃밭에서 자란 옥수수를 쪄먹으면서 할아버지의 도깨비얘기도 듣는다. 그런 연유로 모기가 생풀타는 냄새 싫어한다는 전설도 나온다. 경기도 포천(抱川)산골에서 있었던 일이다(朴榮濬편 9권). 아들 3형제둔 집에서 딸하나 갖고자 기도한 끝에 소원을 이룬다. 그딸이 여남은 살 된 여름날 집안사람들이 조잡들어 하나둘씩 죽어간다. 누이동생을 수상하게 여긴 한 오빠가 왜놈이 쳐들어오니 숨어야 한다면서 둥덩산 풀더미속에 그를 밀어 넣고 불을 지른다. 누이동생은 산속여우였다.불에 타죽은 여우의 사윈재는 날아가 모기로 된다. 그때문에 모기는 여우를 닮아 피를 빨고 풀타는 냄새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생풀 타는 냄새 싫어한다는 것도 옛얘기. 요즘모기는 독한 약제냄새도 우습게 여긴다. 약제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적자생존’의 후예들이기에 그런것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이악스럽고 표독스러워진 사람따라 그리됐다 할수 있는일. 모기잡으려고 칼뺀다(見蚊拔劒)는 말도 이젠 과장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니,폭탄이라도 꺼내야 이‘모기대란’을 평정할수 있을 것 같지않은가.
  • 가족과 떠나는 미술·박물관 휴가

    ◎마이크로 월드전 등 볼만한 전시회 5선 여름방학을 맞아 각 박물관과 미술관이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나들이 객을 위해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IMF시대 온가족이 휴가 삼아 가볼만한 전시회들을 소개한다. ◇중국문화대전­63앵콜전 29일부터 9월6일까지 여의도 63빌딩 별관 1층 특별전시장 및 옥외전시장에서 열린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5천년 중국문화를 한눈에 볼수 있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려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수준높은 전시. 진시황 동마차,병마용,갑골문,월왕구천검 등 시대별 핵심작 500점과 함께 중국의 기인과 예인이 보여주는 갖가지 이벤트가 마련된다. 초등학생 4천원,중고생 6천원,일반 8천원. ◇볼 수 없던 세계,마이크로 월드전 오는 8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진기한 마이크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사진전시회이다. 인체,생활,자연,시간,빛 등을 주제로 1천여점의 마이크로 세계 사진과 동영상이 관람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5,200배로 확대한 혀,날아가는 총알을 찍은 사진,산호초처럼 생긴 남성호르몬,이탈리아 토리노성당의 성수의(聖壽衣)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유치원생 4천원,초중고생 6천원,성인 8천원. ◇400년만의 귀향­일본속에 꽃피운 심수관가 도예전 8월10일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구동아일보)에서 열린다.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끌려가 조선도예를 전해주고 ‘사쓰마야키’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를 일구어낸 초대 심당길로 부터 14대 심수관에 이르기까지 제작된 140여점이 선보인다. 주요작품으로 조선의 흙과 유약에 불만 일본의 것을 빌렸다는 초대 심당길의 ‘불만 빌린 그릇’(원명:히바카리다완),8대 심당원의 ‘사자승 관음상’,14대 심수관의 ‘금칠보설륜문대화병’등이 있다.청소년 2천원,일반 3천원. ◇우리 호랑이 특별전 8월1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호랑이해를 맞아 조상들이 남긴 호랑이 관련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 조선시대 ‘산신도’를 비롯,단원 김홍도 임희지 합작의 ‘죽하맹호도’,호랑이무늬 방망이,호랑이가 그려진 ‘청화백자철화송호문필통’,목제 호랑이상,영천 은해사의 ‘산신탱’,승주 선암사의 ‘목조 산신상’등 200점 전시되고 있다. 초중고생 무료,대학생 300원,일반 900원. ◇우리네 여름이야기 특별전 8월3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옛 선인들의 여름나기 풍습과 생활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전시회다. 여름의 대표적인 놀이인 천렵을 묘사한 풍속화를 비롯,시원한 그늘에서 부채질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겸제 정선의 ‘유음납량도(柳陰納凉圖)’,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탁족도(濁足圖)’등 현대인들이 쉽게 볼수 없는 여름관련 옛그림과 고문헌을 모았다. 이밖에 죽부인만들기,화문석짜기,감물들이기 등 여름용품 제작과정을 보여주고 입장객에게 부채를 나눠준다. 또 31일에는 입장하는 어린이들에게 봉숭아물을 들여주며 단오 유두 음식인 유두국수 등 각종 여름음식도 제공한다. 초중고생 무료,성인 700원.
  • 영상관계법 개정은 좋지만(사설)

    국민회의가 추진중인 영화진흥법,음반 및 비디오·게임물에 관한 법,공연법등 영상관계법의 개정작업은 규제완화를 그 정신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지난주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개정시안은 사전심의제도,즉 검열의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경우 등급분류를 통해 연령에 따라 볼 수 있는 영화와 볼 수 없는 영화를 구별하고 등급외 영화는 별도의 전용관에서 따로 상영하도록 했다.18세 이상만 입장이 허용되는 등급외 영화는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포르노 영화는 물론 아니다.사회통념상 음란성과 폭력성이 지나친 영화가 그 대상이다.등급외 영화로 규정되면 광고를 할 수 없어 관객동원을 크게 제한 받게 된다. 이같은 등급외 영화전용관의 설치는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가 완전히 폐지됨을 뜻한다.물론 지난 96년 헌법재판소가 영화 사전심의에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고 그에 따라 지난해 영화진흥법이 개정됐지만 등급을 부여받지 못한 영화는 상영이 제한돼 실질적인 검열이 계속돼 왔다. 따라서 일제시대 사상검열을 목적으로 시작된 영화 사전검열이 반세기가 훨씬 지난 후에야 완전 폐지되기에 이른 것이다.우리 영화예술인들이 완벽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면 영상산업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검열 폐지가 성과 폭력 묘사에 대한 무제한적인 범람을 가져와 우리 사회윤리와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청소년 탈선을 부채질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작지 않다.이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영상물 등급 분류가 엄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등급외 영화전용관에 대한 청소년 출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영상물 등급 분류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와 문화적 환경에 적합해야 한다.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공익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려면 우리의 잣대를 확실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입영화에 대한 등급심의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따라서 등급분류위원회는 영화인들이 독점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여론이 반영될 수 있도록 청소년 자녀를 가진학부모등 여러 사회계층의 참여가 바람직하다. 아울러 등급외전용관의 운영실태가 사법당국에 의해 꼼꼼히 추적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지금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가 법을 위반하듯이 등급외전용관이 청소년 출입을 허용할 경우 법개정은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 오늘의 러시아

    ‘조금은 힘이 없어 보이는 듯한 흰색의 북극 곰.보드카 술병을 옆에 끼고 있는 옐친 대통령과 ECONONY(경제)가 씌어진 블록으로 놀이를 하고 있는 아기옷의 키리옌코 총리’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풍자 만화를 통해 묘사한 러시아의 현주소다. 탈냉전과 더불어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탄생한 러시아는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다. 거덜나다시피한 최악의 경제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러시아는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한때 미국과 함께 양극체제의 한축이었던 러시아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진 셈이다. ‘IMF 신탁통치’에 들어간 러시아 경제와 이로 인해 추락한 러시아의 국제 위상을 짚어본다. ◎경제 현주소/6년 개혁 공염불 ‘북극곰’/이젠 IMF 구제로 지탱/아시아 금융위기 여파 외국자본 ‘썰물’/루블화 폭락… 보유달러만 25% 소진 ‘겨우 급한 불은 껐다’.러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 22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 협정을 체결한직후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반응이었다. 시장경제로의 전환 이후 6년동안 쌓아온 개혁 성과가 물거품이 되기 직전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IMF와 합의 직후 러시아 RTS주가는 전날보다 7.18% 치솟아 그같은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아시아권에 경제위기가 몰아친 이후 줄곧 금융·외환불안에 시달려 왔다.아시아에서 발을 뺀 국제 금융자본이 러시아에서도 속속 이탈하기 시작한 탓이다. 금제금융계의 ‘큰손’들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러시아 경제를 들쑤셔 놓은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 수출품인 가스와 석유가격마저 급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200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최근 150억달러선까지 떨어졌다. IMF지원금 타결전까지 러시아 주가는 연초보다 60%나 곤두박질쳤다. 올해초 달러당 5.998루블이던 환율은 6.212까지 주저앉았다. 정부는 빠져나가는 외국투자자를 붙들기 위해 지난해 10월 21%선이던 단기금리를 150%로 올리는 극약처방을 썼다. 대외부채는 1,450억달러,상환해야할 국채 이자만도 2001년 총예산의 12.3%인 585억루블(97억5,000만달러)이다. 실업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전문가들이 쿠데타로 이어질 만한 위험수위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말 정부 공식 실업률은 9.3%,실업자 수는 약 650만명이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취업자이나 일거리가 없는 사실상 실업자는 2,000만명에 이른다. 러시아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을 얻어내기 위해 최근 국세청장을 경질하면서 징세 강화를 천명했다. 특히 65억달러의 정부지출 삭감방침을 발표하는 등 긴급 위기 대응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정도로 러시아 경제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실·권력에 좌우되는 낙후된 금융제도의 대수술과 단기적으로 실업난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구조조정 등을 잘 해낼수 있느냐가 경제회생의 관건이다. ◎바뀐 사회상/월수입 큰 격차… 갈등 커져/모스크바 한끼밥값 월평균 수입 맞먹는 식당 즐비/유색인종에 집단 테러 등 혼란… 공산당 지지 늘어/임금체불 공무원도 파업… 뇌물로 연 수백억불 낭비 남자 58세,여자 71세.러시아인의 최근 5년간 평균 수명이다.종전의 64세,74세에서 뚝 떨어진 이 수치야말로 암울한 러시아 사회의 오늘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미국과 겨루던 초강대국이 부도위기 직전의 나라로 가라앉으면서 러시아인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시장경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 따른 좌절감,높은 범죄율,공공보건 시스템 약화로 인한 열악한 영양상태 등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의 성과가 일부 신흥재벌과 노멘클라투라로 불리는 옛 소련시절 관료층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만만찮다.모스크바인의 한달 수입은 250달러선.한끼 200달러가 넘는 레스토랑들이 거리에 즐비한 현실이고 보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기에 충분하다. 최근 ‘신(新)나치주의자’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적대행위도 꺾인 자존심에서 나온 반발이란 분석이다.지난 4월20일 히틀러 생일땐 이들이 ‘유색인종 살인주간’을 설정,흑인·아시아인들에게 집단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최근 러시아 사회를 ‘혼돈 그 자체’로 표현한다.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체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실제로 구공산당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정부의 국영기업체 직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임금지불이 가장 큰 문제다.시베리아 횡단열차 선로를 점거한 국영 철도 노동자들의 시위도 일상화됐다.국경수비대가 나라의 파수꾼이기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시절 뿌리내린 뇌물관행도 여전하다.옐친 대통령의 수석 정책보좌관을 지낸 게오르기 사토로프씨는 각종 부패로 한해 수백억달러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위상/옛 초강국 위력 핵에만 잔영/G8회원·내년 WTO 가입… 나토의 코소보개입 반대/경제난으로 옛 영화 재현은 꿈… 21세기 미·중에 뒤질듯 국제사회의 초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소련의 그림자가 러시아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엄청난 국토와 자원,그리고 소비에트연방의 유산이었던 막강한 군사력으로 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획득한 국제적 위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7년 동안 악착같은 ‘실리외교’를 펼쳐왔다. 좀처럼 성장·안정기미를보이지 않는 경제를 위해 서방과 IMF등 국제 기구들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주의의 맹주로서 펼쳐 왔던 힘의 외교는 사라졌다. 단지 핵무기 등 아직도 사뭇 위협적인 군사력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기본협정서에 서명,나토의 동진을 용인했다. 대신 서방선진 7개국그룹(G7)에 가입을 요구,지난 5월 G8의 이름으로 영국 버밍엄에서 서방선진국들과 형식상으론 어깨를 나란히 했다.내년엔 세계무역기구(WTO)에까지도 가입을 보장받아 놨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이라크 사태에서 프랑스와 함께 미국의 강경제재안에 반대하며 중재에 나섰다.지난달에는 나토의 코소보 무력개입을 경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만회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이미 추락한 러시아가 옛 영화를 되찾기란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올초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30년경엔 미국과 중국이 세계 2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러시아는 외교력의 기준이 되는 정부의 효율성과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에서 낙제점을 얻었다. 더욱이 미국이 대주주인 IMF 관리체제안에 편입됨으로써 세계 지도국으로 다시 비상하려는 러시아는 한쪽 날개가 꺾인 형국이 됐다. ◎유력 지도자/키리옌코­35살 총리… 기업체 사장 역임한 청년 개혁파/넴초프­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탈세 근절 강력 추진/추바이스­철저한 시장경제론자… IMF지원 이끌어내/주가노프­공산당 당수… 최근 설문 차기 대통령감 1위에 러시아를 이끄는 인물들은 옐친 대통령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젊다.대부분이 30∼40대.지방에서 교수·연구원 생활을 하다 지방정부 및 체르노미르딘 내각에서 시장경제 개혁에 참여해 성과를 본 실전 경험파들이 주류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35살.지난 3월 경질된 아나톨리 추바이스 뒤를 이어 총리로 입각했다.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와 함께 확실한 청년개혁파로 분류된다.노르시석유회사 사장(96년)과 에너지장관(97)을 거쳤다.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39살.청년 개혁파의 대부.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고리키 국립대 출신.97년 러시아 제1부총리와 연료에너지 장관을 지냈다.최대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과 4개 석유업체 등의 탈세근절을 선언하면서 전면개혁에 나섰다. ▲아나톨리 추바이스=43살.낮은 인기 탓에 키리옌코에 자리를 물려준지 석달 만에 부총리급의 국제금융담당 특사로 재임용돼 이번 IMF협상을 타결시킨 ‘돌아온 장고’.해박한 시장경제 이론과 유창한 영어실력,철저한 개혁주의자로 서방에서 인기가 높다.‘시장개혁의 아버지’‘러시아를 서방에 팔아먹는 매국노’등 평가가 엇갈린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2살.러시아 최대 재벌.자금력과 언론 동원력으로 크렘린궁 막후 실력자로 불린다.안보회의 부서기 출신.옐친의 둘째 딸 타티야나의 재정후원자이다.지난 4월 독립국가연합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옐친 품안의 이들 외에 그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부상중이다.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로 2000년 대선의 강력한 후보인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안보회의서기,경제난이 악화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감 1위로 거론되는 게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유리 루츠코프 모스크바 시장 등이 그들이다.
  • 피카소가 사랑한 아프리카/양철준 지음(화제의 책)

    ◎왜곡된 아프리카의 실상 밝혀 아프리카 하면 우리는 흔히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카렌 블릭센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아프리카에 대한 신비로움과 환상을 안겨준다.그러나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아프리카 가정부나 요리사를 동물보다 못한 우둔한 개체로 묘사하고 있다.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이러한 왜곡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살았던 케냐 나이로비에는 그녀의 기념관이 들어서고 백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스와힐리어를 전공한 지은이는 이처럼 서구 백인들의 시각에 의해 왜곡된 아프리카의 실체를 밝힌다. 고유 주술의인 음강가,밥 말리의 레게음악,짐바브웨의 석조유적,바오밥나무와 에티오피아의 커피에 얽힌 전설 등 아프리카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줄만 것들을 모아 다뤘다.황금가지 1만2,000원.
  • 행자부/기자실 폐쇄/사이버 공방

    ◎얼굴없는 익명 주장­공직사회 인식 부족 왜 넓은방 무상사용/만만찮은 반박 글­신속한 정보 제공 국민 알권리 충족 ‘관공서 기자실을 없애라’. 최근 행정자치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자실 폐쇄 공방이 뜨겁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14건의 관련 게시물이 실려 이를 조회한 사람은 모두 3,600여명이나 된다. 갑자기 기자실 폐쇄주장이 나타난 것은 최근의 구조조정 바람. 언론들이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묘사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 시발이 됐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공무원들은 언론들의 잘못된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좁은 사무실 여건에서 불필요하게 넓은 기자실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고위 공무원들이 언론인들에게 필요이상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은 감춘채,기자를 퇴출시키고 기자실도 철거하자고 외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이름의 한 게시자는 “20년이 되는 작년의 내 봉급은 한국의 굴지회사도 아닌 중급회사 4년차의 연봉과 같았다. 그러나 올해 감봉으로 그회사의 3년차보다 조금많다”면서 “이러한 많은 사람들을 모두 철밥통으로 매도한 신문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공개하고 사과받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어디 깡패 패거리마냥 행동하며 누구 뒤나 캐려고 들고 자기들 맘대로 되지 않으면 공갈에 협박에 칼만 안들었지 강도가 이보다 못하리요”라며 “퇴출시켜버리자”고 주장했다. 한 게시자는 과거 5공 시절의 언론통폐합을 국민들이 모두 찬사를 보냈다면서 金正吉 장관에게 언론을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이같은 과격한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로’라는 게시자는 “관공서 기자실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위한 신속한 정보제공의 장소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공개행정,투명한 행정을 외치는 지금 언로를 막는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폐지주장은 재고해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행정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기자실 폐지론을 주장하거나 동감을 표시한 게시자들은 다분히 감정적인 입장에서 적은 것같다”면서 “건전한 비판문화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때는 익명으로 처리하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실명으로 글을 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北 교과서 형편없는 紙質에 놀라/金石香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옥수수껍질 원료로 만든 종이에 인쇄 15일부터 전시할 북한교과서를 처음 보는 순간 감정의 흐름이 뚜렷하게 두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을 느꼈다.아! 이 노릇을 어쩔 것인가? 한참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런 종이로 만든 교과서를 써야 하는 것이 도대체 누구 탓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런 느낌들이 그 하나의 갈래였다.또 하나의 갈래는 우리 국민이 북한사회의 실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백마디 말을 듣는 것보다 이 책들을 한번 보는 편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었다.교과서를 만든 종이의 지질을 한번 본다면 굳이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렵다거나 북한주민들이 굶주린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으리라.어쨋든 이번 전시회가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북한교과서를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전시하는 북한교과서 입수의 의미는 대략 다음의 세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첫째,북한교과서라고 하면 지금까지 많아야 몇 권 정도씩 들여오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번에는 인민학교 1학년부터 고등중학교 6학년까지 10개 학년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골고루 입수했다.인민학교 교과서는 8과목 17종이나 되고 고등중학교 교과서는 22과목 79종에 달한다.말하자면 북한교과서의 현실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본자료를 이번 기회에 갖춘 셈이라 하겠다. 둘째,북한당국이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와 우리 대한민국의 실상을 왜곡하는 습성을 지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들여온 북한교과서에서도 그 점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수학이나 화학교과서를 들쳐도 머리말에는 김일성·김정일이 “수학은 중요한 과학입니다”처럼 평범한 말을 한 것을 ‘교시’라 하여 굵은 글씨로 강조해 놓았다.그러가하면 인민학교 1학년 국어 ‘내 동생’ 단원을 보면 ‘승리호’ 자동차에 고운 비단과 흰 쌀을 싣고 “미국놈들 때문에 헐벗고 굶주리는 남조선 동무들을” 찾아가는 동생의 모습을 묘사해 놓기도 했다. 셋째,이번에 들여온 교과서는 모두 북한학생들이 쓰던 책이라는 점이 특별히 재미있다.이 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이유는 교과서 구석구석에 나오는 낙서나 그림을 통해 북한학생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인민학교 1학년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 어린시절’ 표지 안쪽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혁명’이라는 글자를 써두었고 다른 책에는 ‘조국통일’이나 ‘일당백’이라는 낙서를 했는가 하면 탱크 그림을 그린 책도 있다. 고등중학교 3학년 화학교과서의 맨 뒷장을 보면 값 20전이라고 나오는데 20전이라는 글자의 앞 뒤 빈 공간에 “1000,2000딸라,20000억 수딸라”라는 낙서를 해놓아 학생들의 일상생활에서 달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짐작하게 한다.이런 낙서와 그림은 북한학생들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자료로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 한달 사이에 북한 잠수함이 동해에 나타나는가 하면 무장간첩의 시체가 발견되었다.우리들은 북한당국의 파렴치함에 놀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그러나 지금도 북한 땅에서는 펄프가 없어 옥수수껍질 오사리를 원료로 만든 종이에 잘 보이지도 않는 글자를 인쇄한 교과서로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이 산다.이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 김명식展/고데기… 고향마을의 추억

    ‘고데기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내 현대아트갤러리(3449­5507)에서 열리는 중견화가 김명식의 18번째 개인전이다(12일까지). 고데기란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의 옛이름.한가롭고 평화로운 서울 근교마을이던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가 어릴적 놀던 뒷동산과 개울가,소박한 이웃과 친구 등 기억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추억의 편린을 담아낸 작품이다. 4호에서 500호에 이르는 연작까지 근작 25점. 10여년째 ‘고데기’ 작업을 해오면서 4번째로 갖는 이번 ‘고데기전’에서 김씨는 이전과 달리 문명사회의 폐해,또는 인간성 상실 등 작가의 심성에 남아 있는 고데기의 안쪽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 金 대통령 71년 장충단 유세 통해 본 국정철학

    ◎민주주의·대중경제 주창 30년 한결같이/부정부패 척결·금융개혁 추진 등 일관된 의지/노사정위 설치·여성지위 향상도 그대로 실천 金大中 대통령을 잘아는 사람들은 ‘오랜 야당 생활속에 굴곡의 역정을 겪었지만 일관성있는 정치 철학을 추구 해온 인물’이라고 말한다.이들은 최근 입수, 공개된 지난 71년 야당 대통령후보 당시의 장충단 공원 유세 내용도 그 구체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설명한다.그 때나 지금이나 국정 개혁의 구상은 수미일관(首尾一貫)한 확고한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시 유세 내용과 대통령 취임후 각종 어록을 비교해 보면 이같은 일관된 국정철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특히 당시 주장했던 민주주의와 대중경제 실현을 비롯,중앙정보부의 개편,노사위원회 설치,여성지위향상위원회 구성,은행 민주화,세제 개선,민주주의적 논의 절차,정치보복 반대 등은 현재 추진중인 국정운영 방향과 흡사하다. 쉽게 말을 바꾸거나 의지를 꺽는 일이 없다는 측근들의 얘기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서울신문은 金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국정운영 구상의 역정을 조망하기 위해 71년 장충단유세와 대통령 취임후 주요 발언 내용을 비교,점검해 봤다. ▷부정부패 척결◁ ­朴正熙씨는 말하기를 ‘중단하는 자는 승리가 없다’고 했습니다.이 나라의 부패는 중단없이 전진하고 있습니다.만일 중단없이 전진하는 부패를 빨리 중단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을 면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정경유착 속에서 관치금융이 횡행하고 부정부패가 판쳐왔습니다.기업들이 경쟁을 통해서 성공하기 보다는 권력과 결탁해서 부를 축적하는 현실이 계속되었습니다.정부가 은행장을 마음대로 지명하고 또 한보의 경우처럼 부당한 대출을 허용해서 금융도 망쳐 놓았습니다.그래서 은행도 약화되고 기업의 경쟁력도 사라지니까 국제경쟁에서 패배하고 지금과 같은 IMF 체제의 관리를 받게 된 것입니다. ▷정치보복 반대◁ ­정권을 잡더라도 누구에 대해서 보복이 없이 신분을 보장하겠습니다. ▲국민 여론에 따라 여당이 다수가 되려는 노력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더 이상 못하면 못했지 정치보복은 안합니다. ▷국가정보기관 개혁◁ ­잡으라는 공산당을 잡지 않는 중앙정보부에 대해 우리는 일대 결심을 하겠습니다.중앙정보부는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외국에 대한 정보업무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서 공산당을 잡는 일은 검찰이나 경찰이 하면 됩니다. ▲지금 안기부는 대폭적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개혁을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모든 역량을 국가안보,그리고 또 해외정보,예를 들어 경제·문화·외교의 정보입수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또 국내에서는 법에 정해진 한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하고 정치에 일체 개입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금융개혁 추진◁ ­은행을 민주화해서 은행이 몇 사람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전 국민의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으로 권력과 결탁해 부자가 되는 현상이 나라를 망쳤습니다.은행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요하지 않는 등 은행의 독립성과 함께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금융기관의 자율적 경영을 보장하겠습니다. ▷불로 소득 및 탈세에 대한 단속◁ ­대기업체의 탈세와 감세를 막고 부유세와 특별소비세를 신설할 것입니다. 탈세한 돈으로 잘 사는 일부 사치층과 권력층의 행위에 대해서는 고지서로 철추를 내릴 것입니다. 또 세금이라는 무거운 바윗돌에 짓눌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중소 상공업자들을 구제하기위해 세금의 일대 혁명을 단행하겠습니다. ▲불로소득자·사치생활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중과해서 사회정의에 알맞게 대처해야 합니다.고삐를 늦추지 말고 나아가야 합니다.잘못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견제를 해서 국민에게 정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면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가 재벌이라고 해서,아들이 손가락에 물도 안 묻히고 부자가 되는 데 이는 민주주의도,시장경제도 아닙니다.내가 벌면 내가 쓰는 것이지,자식까지 쓰는 것은 아닙니다.그런의미에서 우리는 대단히 잘못됐으며 국세청장에게 이같은 점을 시정토록 하라고 강력히 지시했습니다.땀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큰 몫을 차지하거나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정당하지 않은 돈을 세금으로 거둘 것입니다. ▷노·사·정위원회 설치◁ ­노·사·정 공동위원회를 만들어서 노동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동시에 분배에도 참여토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것들을 이행해야 합니다.대표적인 것이 정리해고 문제인데,거기에 보면 반드시 2개월 전에 통고하게 되어 있고 사전에 노조와 협의하게 되어 있습니다.그런데 지금 기업은 이것을 무시하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습니다.과격한 노동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이렇게 되면 정부와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이런 점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환경보호 대책 강구◁ ­정권을 잡으면 즉시로 공해문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환경문제가 경제건설과 똑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알고 소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여성문제 담당기구 설치◁ ­이 나라의 반이 넘는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여성지위향상 위원회를 두도록 하겠습니다.여성의 보건과 교육,취직,대우등 사회적 지위를 높이도록 하는 기구로 활용할 것입니다.여성으로서,아내로서,직업인으로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여성 문제가 나왔는데,사실 지난번 지자제 때도 우리가 애를 썼습니다. 지금도 국무위원 2명을 여성으로 임용했고,여성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무위원 대우를 할 뿐만 아니라 여성특별위원의 수를 7∼8명으로 해서 이 분들이 여성문제에 계속 관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무회의에도 참여합니다. ◎테이프 27년 간직 尹善弘씨/그동안 이사때 마다 가보처럼애지중지 보관/당선후 그때 음성 다시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 쏟아져 “3번이나 강산이 변한 뒤에야 ‘장충단테이프’가 빛을 보게 됐습니다” 지난 71년 金大中 신민당 대통령후보의 서울 장충단공원 선거유세 녹음테이프를 간직해 왔던 尹善弘씨(60·당시 신민당 선전국 간사·현 한국마사회 계약직 직원).그는 27년 전의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감회가 새로온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인파가 장충단공원부터 동대문까지 가득 메웠습니다.시민들의 함성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尹씨는 27년 전의 광경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당시 金후보는 연설 끝부분에 ‘여러분,함께 청와대로 갑시다’라고 말했습니다.말없는 청중 1만여명이 중앙청까지 행진을 했습니다.당시 장충단의 100백만명 인파는 ‘침묵하는 다수’였습니다.유세 다음 날 당시 중앙정보부는 간첩조작사건을 발표했습니다” 71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8대 국회의원 공천문제로 당내 파동이 일어났다.尹씨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이 테이프를 집에다 보관했다.그 뒤 7차례나 이사했지만 테이프만은 가보(家寶)처럼 소중히 간직했다. 尹씨는 지난해 金大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테이프가 머리 속을 스쳤다.그러나 너무 깊숙히 보관한 탓에 집안 식구들이 1주일을 뒤져 겨우 찾았다.또 보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4개월 동안 뒤진 끝에 구형녹음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녹음기에서 金대통령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尹씨는 金대통령이 취임식 때 말했던 안기부 개혁과 노사정위원회 구성 등 이 테이프에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사실을 알고 또 한번 놀랐다. 尹씨는 “金 대통령의 일관성있는 정치철학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면서 “무엇보다도 테이프가 원 주인에게 돌아가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 ‘사랑아 길을 묻는다’/‘분단의 작가’김원일씨 연애소설로 외도?

    ◎혼돈·질곡의 구한말 몰락양반·참봉 후실 운명적 사랑이야기/유창한 우리말 구사 토속미 가득한 묘사 중진작가 김원일이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사랑아 길을 묻는다’(문이당 간)를 내놓았다. 민족 분단의 아픔과 줄곧 씨름해온 작가가 사랑으로 잠깐 곁눈질 한 이유가 궁금하다. “작년 ‘불의 제전’을 끝내고 통일될 때까지 분단문제는 소설로 다루지 않기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작품을 찾던 중 지금까지 한번도 쓰지 않은 연애소설로 변신을 시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역사의 정도라는 큰 줄기에서 불륜이라는 지류로의 외도에 대한 변 치고는 밋밋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몇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먼저 몰락한 양반 서한중과 김참봉의 후실 사리댁이 엮어가는 금지된 사랑 혹은 (주인공에게는)거역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 또 혼돈과 질곡의 구한말(舊韓末)이라는 현실과 그 옆에 작가가 “통속소설로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로 천주교라는 초현실의 영역이 있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완성하려고현실의 굴레인 집에서 야반도주,화전생활을 한다. 꿈같은 행복은 잠시,김참봉이 풀어놓은 추적의 손길이 미치자 가시밭길 떠돌이 삶에 접어든다. 이리저리 떠돌던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의 마지막 운명은 사리댁의 실명과 서한중의 죽음이다. 그 모습은 불륜의 덧없음을 담고 있지 않고 현실의 냉소를 이겨낸 당당함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신이 내린 구원의 길을 외면한 인간의 편을 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눈에는 엄연히 용서받지 못하는 사련(邪戀)이다. 더구나 공소(公所·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카톨릭교회)라는 만남의 첫 다리를 놓아준 천주교의 눈으로 볼 때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서한중과 사리댁을 불륜의 덫에서 구해주는 작가의 시선은 영원한 사랑을 그리는데 머무르고 있다. “삶에는 세속의 부나 성공에 비중을 두는 시민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성의 영역이 있지요. 세속의 잣대를 넘어서는 곳에 있는 예술성은 운명처럼 다가오지요”. 작가는 시민성과 예술성의 비유로 의중을 에두른다. 예컨대 두 사람의 도피행위를 이해못하는 서한중의 식구들 등이 시민성을 구현하고 있다면 서한중과 사리댁은 방황과 고난 속에서도 예술성의 삶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다. 어쩌면 ‘밑바닥까지 내려가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예술의 운명을 시대를 초월한 사랑에 담아 그린 것인 지도 모른다. 유창한 우리 말(모으면 어휘책 1권 분량이라고 작가가 자랑한)구사,동양화를 떠오르게 하는 토속미가 물씬 배인 장면묘사 등에 힘입어 소설은 막힘이 없다. 발빠른 감성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일관해온 이제까지의 자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마치 국적없는 감각을 자랑하는 신세대에 대해 한 중진이 뚝심어린 도전장을 던진 품이다. 그런데 감각적인 작품들에 입맛이 익은 요즘의 독서풍토에 같은 주제를 점잖게 요리한 이번 작품이 어떻게 읽힐까. 이 호기심은 우리 소설의 앞길을 되새겨 보는 하나의 풍향계처럼 보인다. 해서 ‘사랑아 길을 묻는다’는 우리 소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묻는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단편 소설집/‘연애하는 남자’ 국내 첫선

    독일의 대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중단편 소설집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도서출판 문학수첩이 출간한 중단편 소설집 ‘연애하는 남자’(안인희 외 옮김)는 릴케가 프라하에 체류하던 문학청년 시절에 쓴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대시인의 정신적 우물에는 표제작 ‘연애하는 남자’를 비롯 ‘보후쉬 임금님’등의 중단편 13개가 들어 있다. 집시청년과 처녀의 찰라적 이별을 다룬 ‘숙명’에서 보이는 피부에 와닿는 묘사나,고교생 프리츠와 안나가 미지의 세계로 사랑을 찾아 집을 나서는 장면을 묘사한 ‘도주’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수성은 시인 릴케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수작이다. 그리고 ‘무덤파는 사람’에 이르면 릴케와 떼놓을 수없는 이미지인 죽음,고독에 대한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릴케의 청년기의 우물을 긷는 다른 두레박도 필요하다.“릴케의 초기 소설들에서 그의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선입관을 버리고 읽으면 실제 뛰어난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라는 옮긴이 안인희씨의 말처럼 그저 읽고 즐기면서 건지는 재미도 제법이다.
  • 그리운 금강산/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신라시대 문장가 崔致遠은 금강산 구룡폭포를 보고 “천길 흰 비단필이 내리 드리운 듯 하고/만섬 진주알이 쏟아지는 듯 하여라”고 읊었다. 고려 공민왕 때 정승 李齊賢은 금강산 깎아 지른 절벽앞에서 “차가운 바람은 바위서리에 풍기고/골짜기에 담긴 물은 깊고 푸르구나/지팡이에 의지하여 벼랑을 바라보니/나는 듯한 처마는 구름을 탄 듯 하구나”고 감탄했다. 조선조의 松江 鄭澈은 “행장을 다 떨치고 석경에 막대 짚어/백천동 곁에두고 만폭동 들어가니/은같은 무지개 옥같은 용의 초리/섯돌며 뿜는 소리 십리에 잦았으니/들을 제는 우뢰러니 보니난 눈이로다/금강대 맨 윗층에 선학이 새끼치니/춘풍 옥저소리에 첫잠을 깨돗던지”(관동별곡)라고 금강산 만폭동과 금강대를 노래했다. 그밖에 金時習 成俔 南孝溫 李珥 金天澤 金壽長 朴孝寬 楊士彦 朴世堂 朴齊家 朴趾源 김삿갓등 수많은 선비들이 금강산에 관한 글을 남겼다. 조선조까지 금강산을 노래한 시들을 모은 책에 오른 이름만도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묘사한 금강산은 “산위에 산이 있으니하늘에서 땅이 나왔나/물가에 물이 흐르니 물가운데 하늘이로다…”(楊士彦)고 “소나무 소나무 잣나무 잣나무/바위바위마다 둘러서 있고 /물물 산산 가는 곳마다 신구하구나…”(김삿갓)싶다. 또 “일만송이 연꽃이 피어/이슬에 씻은 얼굴을 드러낸 것 같고/일천자루 창을 꽂아/서리 어린 날끝을 세운 것 같다”(朴世堂). 조선조 이후에는 崔南善의 ‘금강예찬’,李光洙의 ‘금강산유기’,李殷相의 ‘금강행’,鄭飛石의 ‘산정무한’등이 금강산송(頌)으로 전한다. 그러나 금강산을 내 마음속에 각인시킨 것은 선인들의 이런 절창(絶唱)이 아니라 서지(書誌)학자 남애(南涯) 安春根이다. 지난 80년대 말 설악산에서 열린 출판관련 세미나를 마치고 찾아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그는 해금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해금강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절경(絶景)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멀었지만 한 실향민의 눈물은 그 가물가물한 풍경을 체험속의 공간으로 끌어 들였다. 지난 93년 타계한 安春根은 고성군 외금강면에 있는 고향 남애리의 이름을 따 호를 지을만큼 고향을 그리워해 유고(遺稿) 수필집으로 ‘언제 고향에 갈 수 있을까’을 남겼는데 드디어 올 가을부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수 있을 듯 싶다. 금강산을 찾는 유람선이 단순한 관광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뱃길이 훤히 뚫리고 육로(陸路)까지 열려서 통일의 날도 앞당겨 오기를 바란다.
  • 중국/그 문화를 읽으면 과거·현재·미래가 보인다

    ◎中 관련서 세권 잇달아 발간/서양중심 시각 탈피 新해석 나폴레옹은 일찌기 중국을 두고 “중국이 눈을 뜨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라고 했다. 그 중국은 이제 ‘잠자는 사자’에서 깨어나 서구인들의 동양회귀(East turning) 열기의 진원이 될 만큼 거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최근 잇달아 나온 세 권의 책 ‘중국문화의 이해’(을유문화사)·‘중국이 보인다’(일빛)·‘코카콜라 병에 빠진 중국’(자작나무)은 하나같이 문화라는 창을 통한 중국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 문화의 이해’는 국내 최초로 ‘허사(虛辭)사전’을 펴낸 건양대 김원중 교수(중문과)가 지은 중국 문화론이다.김교수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의 중국 문화를 보는 관점이 유럽 중심주의 시각,즉 동양의 정체성에 시선을 고정시킨 서양우월적 태도에서 나온 것임을 지적한다.동양학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철저히 서양인의 시각에서 씌어진 식민지 학문이라는 성격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가 말하는 중국 문화의 특징은 중화(中華)사상으로 요약된다.그것은 동양은 자체 근대화 능력이 부족하므로 먼저 눈 뜬 서양이 동양을 도와줘야 한다는 제국주의적인 의미의 문화 우월주의와는 구분된다.수백년 전부터 유럽과 교류해온 광동시에서 서구 문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거나,중국인들이 186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문서에서 외국인을 ‘만이(蠻夷)’라고 썼던 것은 그 두드러진 예다. ‘중국이 보인다’는 국내의 중국학 교수 26인이 쓴 중국문화 에세이.이책의 지은이들은 중국을 만들었고 또 만들어 갈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진정으로 예(禮)가 무엇인지 알았던 공자,위대한 청백리 공청천,문학을 사랑했던 중국의 정치지도자들,비행기가 사흘이나 늦게 출발해도 무덤덤하기만 한 보통 중국인들,자신의 시 ‘물소’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고생하면서도 화 한 번 안내고 살았던’ 시인 애청(艾靑,1910∼1996)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중국의 역대 황제나 정치가들 가운데는 문학에 관해 깊은 소양을 지닌 인물들이 많다.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전통인도 모른다.예컨대 춘추전국시대의 제왕이나 정치가들 중에는 ‘시경’의 시들을 암기,외교의 장에서 시구절로 화답함으로써 외교적 성공을 거둔 경우가 적지않다.항우는 유명한 ‘해하가’를 읊었고,한 고조 유방은 ‘대풍가’를 남겼으며,조조 삼부자(三父子)는 당대 최고의 시인들이기도 했다.송나라의 진종은 직접 ‘권학시’를 지을 정도였다.이런 전통은 현대까지 그대로 계승됐다.모택동은 전통 형식의 시사(詩詞)들을 즐겨 지었다.모택동의 대표적인 사(詞) ‘심원춘·설’의한 토막. 그가 ‘서정시인’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서는 이밖에 ‘온 우주를 먹는다’는 중국인들의 요리문화,다양하기 그지없는 술문화,‘쪽빛 개미’로 표현될 정도로 쪽빛 옷을 즐겨 입는 중국인의 옷문화 등이 소개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북경 특파원을 지낸 탄도 요시노리(丹藤佳紀)씨가 쓴 ‘코카콜라 병에 빠진 중국’(김양수 옮김)은 ‘민부국강(民富國强)’의 기치 아래 개혁·개방의 길을 걷고 있는 현대 중국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샤하이(하해·下海:돈을 더 벌려고 직장을 옮기는 일),커커우커러(가구가락·可口可樂:코카콜라),따꺼따(대가대·大哥大:핸드폰)….변화의 바람에 휩싸인 개방 중국에는 이처럼 신조어들이 많다.이 책에서는 중국의 사회변화를 알려 주는 100가지의 키워드를 골라 내 중국을 읽는다. 1990년대 중국학의 과제는 박물관에 존재하는 ‘정물(靜物)로서의 중국’이 아니라,실제로 우리 곁에서 숨쉬고 움직이는 ‘등신대(等身大)로서의 중국’을 파악하는 것이다.이번에 나온 세 권이 중국관련서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주로 정신문화적 관점에서 살폈다.중국의 문화를 알면 중국의 강점과 약점,치부와 긍지를 똑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알맹이와 찌꺼기의 하나됨/재독조각가 강진모씨 전시회

    ◎‘재료 파괴=창조’ 전통적 조각에 반기/‘남과 북’ 두 요소간 해체­통합 묘사/기술공학·조각 접목시도 최근작 소개 ‘전통적 조각의 조형요소와 공간으로부터의 일탈’‘해체와 조합’.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이 기획한 ‘내일의 작가전’에 네번째로 초대된 재독 조각가 강진모씨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단의 논평이다.전시기간 30일까지. 이번 작품전은 국내에서 열리는 그의 첫번째 개인전이다.그 때문에 전시에 대한 관심이 크다.그의 작업은 재료를 깎아냄으로써 물질속에 갇혀 있는 존재를 해방시키는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다.물질에서 그가 의도하는 새로운 형태를 꺼낼 때 나오는 ‘폐석’을 창조된 형태와 동등하게 배치한다. 전통적 조각에서는 작품을 만들고 남은 파편들을 모두 폐기했다.그러나 그는 재료에서 꺼낸 형태는 물론 그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들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지도를 연상시키는 작품 ‘남과 북’을 예로 들면 기존의 조각에서는 지도나 토끼 모양의,재료속에서 캐낸 형태외에는 모두가폐기됐다.그러나 그는 기존 조각에서는 폐기처리될 부분을 그가 의도한 원래의 형태와 함께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배치함으로써 재료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는 기존의 전통적 조각행위는 재료쪽의 처지에서 보면 ‘파괴행위’요,재료에 형태를 부여하기 위해 ‘재료의 완결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형태는 양(陽)이요,알맹이를 뽑아내고 남은 재료는 음(陰)으로 보는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건 잘라내고 남은 음(원석)과 잘라낸양 사이의 긴장과 화해다.그의 이같은 방식은 해체와 재통합이라는 ‘합일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돌’연작과 함께 ‘4차원 형태의 실험’ ‘자기찾기,외계인 찾기’ ‘심장’ ‘수평의 상대성’등 기술공학과 조각의접목을 시도한 신작들을 내놓았다. 강씨는 국내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더 잘 알려진 작가다.87년 홍대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 미술대학원에 유학한 뒤 지금까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파리 피악을 비롯,스위스 바젤아트페어,독일 쾰른화랑제,프랑크푸르트 아트페어,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트페어 등에 매년 초대되고 있다.개인전은 유럽에서만 13차례 가졌다.지난해 광주 비엔날레에 초대돼 ‘자기 찾기,외계인 찾기’란 제목의 설치작품을 보여준 바 있다.12년만의 귀국전이다.
  • 서구벽화­한국화 접목/한기창展

    ‘프레스코’라는 서구의 벽화 조형방식을 한국화에 접목시킨 전시.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갤러리 21(766­6511)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한기창의 개인전이다. 이번 작품전은 주로 인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그러나 특정 인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대상을 통해 작가의 조형적 발언을 시도하고 있다.‘탈 전통재료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인 조형원칙은 다분히 전통적이다. 요즘 한국화는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동양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특수성과 보편성같은 다양한 내용이 혼재돼 있다.그러나 한씨는 작품전에서 한국화가 가지는 수묵의 발묵효과를 최대한 이용,깊이 있는 독특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 ‘판소리의 아버지’ 신재효 선생 예술혼/광대가

    창(唱)·무(舞)·악(樂)이 한데 어울려 흥을 돋구는 창극 형식을 빌어 ‘현대 판소리의 아버지’ 신재효선생의 삶을 풀어놓는다. 국립창극단이 당시로선 파격이랄 수 있는 선생의 예술관을 묘사한 ‘광대가’를 제96회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18∼23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평일 하오 7시30분 토,일요일 하오 4시) 동리 선생은 구전으로만 이어져오던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물로 이번 작품은 천대받던 재인(才人)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전례가 없었던 여류명창을 탄생시킨 선생의 혜안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특히 전통극이라면 무조건 어렵게 여기는 젊은 관객을 겨냥,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했다.남사당패,오광대,각설이타령,말뚝이 등 각각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되는 전통놀이로 흥을 돋우고 영화 ‘서편제’ ‘축제’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오정해씨를 한국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으로 캐스팅했다.연예활동으로 그동안 접어두었던 소리에의 열정을 맘껏 펼친다. 신재효엔 국립국악원 민속원 악장 김일구씨와 창극단 간판스타 왕기석씨가 나서고 진채선역은 오정해씨와 함께 유수정씨가 맡았다.김일구씨 부인이자 국립창극단 지도위원인 김영자 명창이 신재효 부인역을 맡아 실제 부부가 극중부부로 등장한다.연출은 서울예전 연극과교수 김효경씨.274­3507.
  • 수하르토 초라한 77회 생일/측근들 발길 끊어 가족들만의 모임

    ◎무장군인 사저 경계… 흡사 무인고도 ‘산이 높으면 골이 깊게 마련일까’8일 77번째 생일을 맞은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하루는 쓸쓸했다. 수하르토는 지난달 21일 대통령직에서 사퇴한 이후 칩거해온 자카르타시 소재 사저(私邸)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생일모임을 가졌다. 호화주택과 대사 관저가 모여있는 믄뗑지구 젠다나거리의 사저에는 예년 같으면 북적거렸을 정부고관과 군장성 등 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하르토 일가(一家)의 부패와 축재를 단죄함으로써 과거와 단절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현정부 지도자들에게 그와의 친분은 부담이 되고 있다. 후계자인 하비비 신임 대통령은 6일 현지 언론인들과의 만남에서 수하르토의 훈수를 받고 있다는 일부 주장을 일축하면서 “취임후 수하르토를 만난 일도 없다”고 애써 ‘옛 주군’과 거리를 두었다. 수하르토는 대통령직에서 사퇴한 뒤 공식석상에 한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야자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사저 주위에선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밤 10시가 넘으면 근처 300∼500m 주변은 통행이 금지돼 인기척조차 느낄수 없다.현지언론들이 ‘무인고도에 유폐된 왕’으로 묘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수하르토는 남의 눈을 피해 자카르타의 국립회교사원 등을 찾아 기도하며 위안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하르토 정권에서 사회부장관을 지낸 큰딸 시티 하르디얀티는 “아버지는 건강하다”고 밝혔다.국민들의 수하르토 일가의 비리척결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가 얼마나 더 자카르타시 젠다나 거리의 저택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을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티시즘/이태호 지음(화제의 책)

    ◎이땅의 성풍속·성문화 변모 추적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 드러난 에로티시즘을 조망한 책.문화적 정체성에 바탕을 둔 한국식 성담론은 찾아보기 힘들다.한국의 성풍속과 성문화의 변모양상을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한층 의미가 있다. 미술사학자인 지은이는 선사시대 암각화 등에 묘사된 나신상에서부터 신라 토우와 안압지 출토 목제 남근,성행위가 묘사된 고려 동경을 거쳐 조선후기 풍속화와 춘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에 나타난 성표현을 폭넓게 살핀다.또한 남근 조형물과 자연물 성기신앙 등 ‘성신앙터의 조형물’,위도 띠뱃놀이의 짚인형과 남사당패 꼭두각시극의 홍동지 등을 예로 들어 공동체 놀이문화와 성을 고찰한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성은 생각보다 매우 개방적이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땅에서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성문화와 풍속에는 공동체적인 건강성과 역사발전에 따른 근대적 성의식의 긍정적 면모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다산과 풍요를 동일하게 여기면서 형성된성신앙적 조형물이나 민중예술은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현대사회의 바른 성윤리관을 그리스인들의 성의식에서 찾았다.이 책 역시 우리시대 성윤리의 모범을 우리의 옛 성문화전통에서 찾는다.여성신문사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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