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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S ‘성인 애니메이션’ 특집방송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다.애니메이션은 이미 문화와 산업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고 장르도 다양해졌다.성인 애니메이션은 가장 활발하게 제작·발표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EBS의 ‘애니토피아’에서는오는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성인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방송한다. 성인 애니메이션의 장르와 세계 각국 성인 애니메이션의 특징 등을다룰 예정이다. 먼저 18일 방송되는 1편에서는 성인 애니메이션의 정의와 함께 미국,일본,유럽 및 우리나라의 성인 애니메이션의 특색을 작품을 통해 알아본다.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의 효시는 텍스 에이버리의 ‘Red hot ridinghood’(1943년작)이다. 군인들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성(性)을 다뤘다.미국 최초의 X등급 성인 애니메이션 ‘고양이 플릿츠’는 월남전 파병 문제,마약과 인종차별,여성 차별 등을 다뤘고,한국 출신 피터 정 감독의 ‘이온 플럭스’는 현대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날카롭게 표현했다.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은 사회 비판보다는 잔인성과 폭력성, 기묘한성 묘사가 두드러진다. 변태적인 괴물을 등장시킨 ‘우로츠키 동자’가 대표적 작품.유럽의성인 애니메이션은 사회참여적 성향이 보다 강하다.비틀즈를 주인공으로 냉전 시대를 은유적으로 비판한 ‘노란 잠수함’,마약으로 인해인류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미개의 혹성’ 등이 유명하다. 제작진은 한국 성인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로 보고 있다. 이후 국내 최초 성인용 창작 애니메이션 ‘블루 시걸’(1994), 비디오 전용 성인 애니메이션 ‘누들누드’(1997) 등이 잇달아 상업적인성공을 거두면서 우리나라 성인 애니메이션도 부흥의 계기를 맞고 있다. 25일 방송되는 2편에서는 그동안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을 통해 성인들이 보고 싶어하는 애니메이션이 어떤 것인지 살펴본다. 사회적 신드롬까지 만들었던 미국의 ‘심슨’,일본의 ‘요수 도시’등을 분석해 이 작품들이 성인층을 흡수할 수 있었던 매력을 알아보고 한국 성인 애니메이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장택동기자 taecks@
  • 佛 메디시스 문학상에 ‘디아볼루스 인 무지카’

    [파리 연합] 올해 프랑스 권위의 문학상 메디시스상과 페미나상은 얀아페리(28)의 ‘디아볼루스 인 무지카’와 카미유 로랑의 ‘그 팔들안에서’에각각 돌아갔다. 지난주 공쿠르상 발표에 이어 6일 발표된 메디시스상과 페미나상의외국 소설 부문에는 스리랑카 출신의 마이클 온다체의 ‘아닐의 유령’과 과테말라 작가 자마이카 킨카이드의 ‘나의 형제’가 선정됐다. 아페리는 세번째 소설인 ‘디아볼루스 인 무지카’에서 알코올 중독에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소년이 음악에 대한 사랑을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여성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페미나상 수상작인 ‘그 팔들 안에서’는여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아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과 얽혀진남성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로 유명한 ‘잉글리시 페이션트(영국인 환자)’의 작가 온다체는 ‘아닐의 유령’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 섬을 배경으로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파견한 한 젊은 의사의 고뇌를 그렸다. 43년 영국 식민지였던 실론(현 스리랑카)에서 출생한 온다체는 캐나다로 귀화했다.‘아닐의 유령’은 프랑스에서 이미 2만8,000부가 팔렸다. 킨카이드의 ‘나의 형제’는 에이즈에 걸린 자신의 형제의 투병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다.
  • 張한적총재 거취 ‘진퇴양난’

    월간조선 10월호 인터뷰에서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 때문에 지난 3일 북측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장충식(張忠植·68) 제21대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총재가 사퇴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란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었다. 북측의 일방적인 요구대로 우리측 회담 대표를 경질했다간 ‘북측에끌려다닌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슬쩍 넘어가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북측이 3일발표한 성명서에 “장총재가 적십자사의 책임자로 있는 한 그와 상대하지 않을 것”이란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이산가족 교환방문의 지속추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측이 북측에 어떤 식으로든 경위를 설명하고 오해를 푸는 절차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한적 관계자는 “이번 주초에 장총재가 북측에 판문점 연락관 접촉이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발언경위를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북한의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북측과의 원만한관계를 위해 장총재가취임 3개월 만에 중도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자진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장총재가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을 비난한일이 없는데 월간조선 기자가 살을 붙였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월간조선측은 5일 “장총재의 발언 내용 그대로를 기록했을 뿐 덧붙인부분은 전혀 없다”며 “기사 작성 전에 녹음 테이프를 틀어 장총재의 발언내용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
  • 張仁煥의사 쾌거 劇化 ‘극본’ 발굴

    1908년 3월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통감부 외교고문인 친일미국인 스티븐스를 권총으로 쏴 처단한 한말 애국지사 장인환(張仁煥·1876∼1930)의사의 쾌거를 극화한 극본 사본이 미국에서 입수,공개됐다. 재미 한인이민사연구가 안형주(安炯柱·63)씨가 미국 LA에서 입수,5일 본지에 보내온 ‘한말 의사 장인환 사극’은 1951년 1월 미국 LA에서 김강(金剛)이 편저한,30여쪽의 인쇄본으로 총3막이다.이 극본은당시 정황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어,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1막은 장 의사의 의거 하루전인 3월 22일 상항(桑港,샌프란시스코) 대한인공립협회관이 무대이며,등장인물은 장 의사와 동지 10여명. 이들은 스티븐스가 현지신문 ‘크로니클’지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경영히 훌륭하여 한일간에 병합운동 있다’는 등의모욕적인 발언을 한데 대해 그가 머물던 페어몬트호텔로 찾아가 항의하고 돌아온 뒤였다.이들은 스티븐스에게 기사취소를 요구하였으나스티븐스가 ‘한국에 이완용같은 충신이 있고,이등(伊藤,이토 히로부미)같은 통감이 있으니 한국의 행(幸),동양의 복(福)이다.신문기사가사실이니 정정할 것이 없다’고 반박하자 일행 가운데 정재관이 격분,의자로 스티븐스의 면상을 난타하여 유혈이 낭자했다. 제2막은 이튿날(23일) 오전 9시 샌프란시스코 페리(선창).등장인물은 장 의사와 동지인 전명운(田明雲)의사 등.이날 오전 9시 스티븐스는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이곳 선창에 도착했다.스티븐스에게 먼저 총격을 시도한 사람은 전명운 의사였다.그러나 전 의사는 탄환이 불발이었고,뒤이어 장 의사가 단총 세발을 쏘았다.그 가운데 두발이 스티븐스에게 적중했고 한발은 전 의사가 맞았다.사극은 장 의사가 ‘세 방을 쏘고는 총을 쥔 채 장승같이 서 있었고,스티븐스는장 의사를 보는 듯 하더니 얼굴을 찡그리고 자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마지막 제3막은 이 해 12월 23일 가주(加州,캘리포니아주) 최고법정에서 열린 장 의사에 대한 재판광경.무대에는 장 의사와 동지들을 비롯해 재판관계자,각국 기자 3∼4명도 등장한다.이 재판에서 장 의사는 ‘2등살인죄’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복역 10년만인 1919년 1월 가석방됐다.장 의사의 동지들은 당시 뉴욕에 체류중이던 이승만(李承晩)을 불러와 통역을 부탁하였는데 이승만은 ‘나를 살인사건에통역이나 하라고 불렀단 말이냐’며 통역을 사절하고 되돌아갔다고사극에 기록돼 있다. 한편 편저자 김강(본명 金承燁·1902∼?)은 감리교신학교 졸업후 28년 처자를 데리고 도미,LA에서 조선혁명당 미국지부를 만든 인물이다.33년 남가주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그는 41년 ‘공산당원’혐의로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으나 45년 1월부터 8개월간미국전략사무국(OSS)의 한국 첩보원모집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48년 6월 당시 LA에서 발간되던 주간 ‘독립’의 편집인을 지낸 그는 60년 미국에서 추방되자 처자가 있는 남한 대신 북한을 택했는데 북한에서의 그의 활동내용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독립기념관 이동언 연구원은 “안중근·백범 등의 일대기가 무대에올려진 적은 있지만 이는 모두 근년의 일”이라며 “해방 직후에 작성된 장 의사의 사극내용은 후에 나온 전명운 의사의 일대기 등에서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자료발굴자 안씨는 “국내 연극무대에서 이 사극이 공연돼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운현기자 jwh59@
  • 판타지 사랑의 대서사시 ‘단적비연수’ 11일 개봉

    국내 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45억원)를 들였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의 대상이던 영화 ‘단적비연수’(감독 박제현)가 오는 11일개봉한다.‘쉬리’로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보유한 강제규필름의 신작인데다,‘공동경비구역 JSA’의 신기록 도전을 따돌릴 지 여부 등 영화는 이래저래 초미의 관심사다. ‘은행나무 침대’의 후속편 형식이지만 실제 내용은 그 전편의 성격이다.시점을 ‘은행나무 침대’ 주인공들의 전생으로 돌려놓고 천추의 한을 품은 한 여인의 야욕과,그에 휘둘리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테마로 잡았다.먼저 귀띔하자면,‘단적비연수’는 다섯주인공의 극중 이름이다. 천지를 다스리는 신산(神山)아래서 천하지배를 꿈꾸며 화산족과 전쟁하던 매족은 신산의 재앙으로 멀리 쫓겨난다.수백년째 억눌려온 부족의 한을 풀기 위해 매족의 여족장 수(이미숙)는 계율대로 화산족의핏줄을 낳아 제물로 바쳐 천하지배의 야욕을 다시 불태운다.비극의사랑이야기는 여기서 씨앗이 뿌려진다.아버지의 손에 극적으로 구출된 비(최진실)는화산족 마을로 옮겨지고 부족의 최고 후계자로 우열을 겨루는 무사 단(김석훈)과 적(설경구),왕족인 연(김윤진)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한다. 비를 동시에 사랑하는 단과 적이 족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한판 결전을 벌이는 순간부터 이들의 우정은 비극적 결말을 예감한다.저주받은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비,죽음보다 슬프지만 그런 비의 선택을 지켜주려는 단,부족을 버려서라도 사랑하는 연인을 얻으려는 적,우정을 위해 사랑과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연의 사연이 거미줄처럼뒤엉킨다. 전생을 키워드로 삼은 영화답게 곳곳에 동양적 신비주의와 판타지 코드를 깔아놓았다.저주받은 비를 공격하는 신산의 정령,매족의 천검에 흐르는 기(氣),은행나무로 환생하는 비의 모습 등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묘사된다.시종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판타지액션의 화면을 입체적으로 만들지만,조악한 컴퓨터그래픽이 감정의 흐름을 뚝뚝잘라놓는 건 거슬린다. 전생과 인연이라는 이색소재는 기대만큼 성공적인 시리즈로 완성되지 못한 듯하다.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판타지물이라고는 하나,생사의갈림길에서 남발하는 우연은 톱스타들에 볼거리 풍성한 화면을 옹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앞둔 강제규필름의 야심작답게 제작과정의 기록들도 다양하다.45억원의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에다 9개월의 촬영기간동안 100회가 넘는 촬영현장에 투입된 평균 스태프수만 100명.경남산청과 전북 부안에 마련한 세트비용이 10억원이 넘는다.디자이너 박윤정이 디자인한 의상은 600여벌.산청군 황매산 자락 5000여평에 만든 오픈세트는 국내 최초의 영화테마파크로 보존된다. 황수정기자 sjh@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2)나그네살이

    *우리 입맛에 꼭맞는 쌀요리 '밀라노 리조트' 일미. 밀라노는 유럽 북쪽과 서쪽으로 통하는 중심에 있기 때문에 들어갈때나 나갈 때에도 기차를 갈아타기가 편리한 곳이다.밀라노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접경 지역인 롬바르디아 지방의 대도시인 셈인데 그래서인지 버터 치즈 같은 낙농품과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육류요리가 다양하고 특히 우리네 입맛에도 맞는 쌀 요리인 리조토가 유명하다.밀라노의 디자인은 뉴욕이나 파리를 앞서는데 거리에는 예쁘고 세련된 아가씨들이 넘친다. 밀라노식 토르텔리와 라비올리는 말하자면 우리네 만두와 같은 음식이지만 수프처럼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먹는 파스타의 일종이다.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지거나 뭉근하게 오랜 시간 익혀서 크림처럼 만들어 갖은 양념과 파마산 치즈로 조미하여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속을 넣어 뜨거운 육수에 담아낸다.먹어보면 영락없는 우리네 만두국이다. 밀라노의 쌀 수프는 우리 입맛에 맞아서 우연히 먹어 보고는 떠날 때에도 일부러 찾아서 먹었을 정도였다.샐러리,당근,호박,데쳐서 씨를뺀 토마토,감자,파슬리,마늘,돼지고기 삼겹살 등을 잘게 썰어서 준비한다.팬에 잘게 다진 고기와 양파와 잘게 썬 삼겹살을 넣어 볶다가바실리코 잎과 샐비어 잎이며 완두콩이나 강낭콩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냄비에 물을 붓고 위의 것들을 간하여 오랜 시간 감자가 뭉개지도록 끓인다.국물이 꺼룩해졌을 때 양배추와 쌀을 넣고 좀 더 끓여서 파마산 치즈를 뿌려서 낸다. 쌀로 만드는 음식으로 이태리 전국에 걸쳐서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리조토가 있다.리조토는 이를테면 쌀죽이나 볶음밥 같은 식이 대부분이다.수제비나 밀가루 경단 비슷한 뇨키와 리조토를 별 재료없이도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가 있는데 내가 베를린 시절에 이태리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학생 친구에게서 배운 것이다.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버터와 파마산 치즈 가루만 있으면 된다.소금에 간하여 밀가루 반죽을 해 놓는다.반죽을 조금씩 동그랗게 떼어 내어 끓는 물에 떨어뜨려 삶아낸다.뜨거운 경단(뇨키)을 녹인 버터로버무리고 그 위에 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려서 낸다. 쌀과 버터 파마산 치즈와 달걀만 가지고 맛있는 리조토를 만들어 먹을 수가 있다.쌀은 소금 친 끓는 물에 삶는다.접시에 녹인 버터와 파마산 치즈와 달걀 노른자를 놓고 삶은 쌀을 건져서 뜨거운채로 살살섞어서 먹는다. 괴테는 이태리 기행에서 베네치아의 인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타고있던 배에 첫 번째 곤돌라가 다가왔을 때 나는 이십 여년쯤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 생각났다.아버지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아름다운 곤돌라 모형을 사왔는데 내가 그것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허락했을 때 나는 매우 기뻤다.맨 처음 다가온 곤돌라의 그 빛나는 철판 뱃머리와 검은 선체가 모두 오랜 친구처럼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안내자도 없이 동서남북의 방위만을 확인하면서 도시의 미로 속으로들어갔다. 도시는 크고 작은 운하들이 이리 저리 교차되고 있지만 그 위로는 크고 작은 다리들이 연결되어 있었다.이 도시 전체가 얼마나 좁고 번잡한지는 직접 보지않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골목의 폭은 대개 두 팔을벌리면 닿을 정도였다.아주 좁은 곳에서는 두 팔을 옆구리에 대고 있으면 팔꿈치가 닿는다.물론 가끔 가다가 좀 넓은 길도 있고 여기 저기 작은 광장도 있긴 하지만 비교적 모든 곳이 좁다고 할 수 있다.”20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래 전의 묘사였지만 지금도 베네치아는 그때와 거의 변함이 없다.내가 묵었던 운하 옆의 펜시오네 뒷편은 이곳의 택시인 곤돌라가 모이는 정류장이었는데 밤 늦게까지 사공들이 떠드는 소리와 높다란 테너의 노랫소리로 조용할 때가 없었다. 괴테도 그들의 경박한 소음을 불평하면서도 나중에는 나처럼 유쾌한기분으로 바뀌면서 이태리의 대중과 친밀해진다. 여러 개의 섬으로 나뉘었지만 다리와 운하로 모두 연결된 베네치아의 중심지는 산 마르코 광장이었다.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라 베네치아에서는 산 마르코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통한다.베네치아의 뒷골목에는 크고 작은 여러 식당이 있지만 특히 중심가인 광장 뒷편의 아름다운 소상점들이 있는 골목길 사이 사이에 맛있는 식당들이 있었다.도시의 버스격인 바닥이 편편한 승합 배와 택시인 곤돌라로 연결되지만 누구나 미로 같은 골목과 광장과 다리를 건너 슬슬 걸어서 섬의 맨끝까지 가볼 수 있다. 내 친구는 베네치아를 짙은 화장을 한 나이 든 창부에 비긴적이 있다.퇴페적인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소리인지.특히 노을에 비낀 바다와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조망하면서 나는 그 말을 기억해 냈다. 육지에 붙어있긴 하지만 섬이나 마찬가지인 베네치아에서 맛있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생선과 가금류의 요리다.코스 요리를 보면리조토나 수프의 재료도 조개,맛,홍합,오징어,새우,가재,멸치,정어리 등속으로 풍요하다.스파게티도 해물로 한 것이 가장 맛있고 주요리도 생선이 으뜸이다.화이트 와인과 더불어 먹기에 좋은 홍합탕과 굴은 나중에 뉴욕에 가서도 찾아서 먹곤 했다. 홍합을 마늘과 올리브 기름을 넣고 우리네 뚝배기 같은 질그릇에 끓여서 와인과 소금 후추를 넣어 양념한다.굴은 날 것 그대로 껍질을벌려 잘게 다진 파슬리와 올리브 기름과 레몬을 짜서 떨어뜨린 뒤에먹는다. 나는 지금도 집에서 토마토를 쓰지않고 싱싱한 낙지나 오징어새우홍합 조개 등을 올리브 기름으로 볶아서 마늘 월계수잎 파슬리로 양념하고 해물 육수와 화이트 와인으로 촉촉하게 한 다음에 국수를 넣어 올리브 기름과 파마산 치즈 가루로 끝을 낸 스파게티 마리나라를즐겨 만들어 먹는다.입맛에 따라서는 향신료를 넣을 때 붉은 고추를썰어서 함께 볶으면 매운 맛이 가미된다. 단테와 미켈란젤로,라파엘 같은 르네상스의 천재들을 낳은 피렌체는유럽이 아니라 동방 어느 벽지에 숨어있는 소읍내 같은 느낌이 드는곳이다.저녁 무렵에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앉아서 시내의 모든 교회와 둥근 돔이 장중한 두오모 성당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공기와 바람 자체가평화 그대로였다.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언덕에 앉아 있었다.나중에 로마에서 옛 폐허인 포로 로마노에 갔을 때에는 오히려 피냄새가 났지만. 빵 수프 리볼리타는 피렌체의 유명한 음식이다.토스카나 지방은 원래가 버섯과 육류의 꼬치 구이 요리를 알아준다.야채는 양배추나 샐러리 당근 감자도쓰고 양파 토마토 콩을 쓰기도 하는데 육수는 양고기 돼지뼈 소 내장을 쓰기도 한다.향신료와 양념은 마늘 파슬리 박하로즈마리 올리브기름 후추 등속을 쓴다.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지만 빵 스프 종류는 위의 재료를 볶거나끓여서 육수를 내 수프 그릇 바닥에 빵을 담고 위에서 국물을 부은것이 공통점이다. 마늘 소금 후추 양념하여 올리브 기름이나 로즈마리로 맛을 낸 고기를 꼬치에 꿰어 돌려가며 굽는데 역시 재료에 따라 양고기 돼지고기메추리나 티티새 참새같은 작은 새를 굽기도 한다. 황석영
  • 전남도 여행책자 발간

    ‘책 한권 들고 남도땅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전남도가 최근 남도의 멋과 맛을 소개한 ‘남도땅 멋길 맛길(287쪽)’을 펴냈다.달랑 가방 하나 메고 길을 나서 1박2일간 찾아가볼만한명승지와 먹거리 등을 담았다. 한승원·안정효·송수권·문병란·김용태·강운구·곽재구·남성숙씨 등 내노라하는 문필가 8명이 여행지를 직접 찾아 음식을 먹어본뒤 저마다의 독특한 문체로 남도여행의 멋과 맛을 감칠 맛나게 묘사했다. 8명의 작가들은 전남지역 22개 시·군을 ‘길’따라 8개 권역으로나눈 다음 각각 2∼3개씩 맡아 1박2일 코스로 꾸몄다.특히 각 시·군으로 이어지는 국도와 지방도,기차역,항구,공항,주요 지점 등을 한장의 지도에 표시했다. 책자는 22개 시·군의 명승유적지에 이어 각 시·군을 대표하는 66개의 남도요리를 담고 있다.전남도가 ‘남도음식의 명가’로 선정한9곳의 음식점도 곁들였다.영광의 1번지 식당,담양의 전통식당,구례의 지리산식당,여수의 한일관,화순의 달맞이흑두부,고흥의 평화한정식,강진의 청자골종가집,목포의 호산회관,무안의 강나무식당이 그곳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엥키 빌랄 정치풍자만화 ‘니코폴’

    ‘파리는 도대체 변화라는 게 일어날 조짐이 안보인다.’ 2023년 그곳은 완벽한 파쇼 정치체제하에 놓여있다.그곳에 니코폴이란 반영웅이 나타난다.독수리신 호루스가 그의 육체에 들어와 함께협력(?)해 파시스트 정권을 뒤엎는다. 도저히 장르화할 수 없는 유머와 미래세계의 폭력,정치적 음모를 바로크적 색채와 입체감으로 표현하며 웅대한 스케일과 변용된 신화들을 뒤범벅한,인류사회를 메타포한 것으로 유명한 엥키 빌랄의 고급정치풍자 만화 ‘니코폴’이 마니아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나왔다.(현실문화연구,2만3,000원)책값이 비싸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엥키 빌랄의 독특한 화풍에사로잡힌 독자들은 돈 아깝다는 생각을 잊을 것이다. 프랑스 몽펠리에에 체류하며 만화이론을 공부하고 있는 역자 이재형씨는 “빨간 색과 푸른 색이 주조를 이루는 빌랄의 바로크적 색채와입체감은 보는 사람의 피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생생하고 사실적이다.선은 굵고 강렬하고 남성적이다.색조는 치밀하고 두툼하고 묵직하고 견고해보인다”고 말한다. 작가 엥키 빌랄은 구유고연방에서 태어나 10살때 프랑스로 건너온 인물.그래서인지 동구에 대한 기억이 그림에 들어온다.‘니코폴’에서도 그는 파시스트체제 전복의 한 계기를 체코연방 하키팀 멤버의 망명에서 찾아낸다. 멀티 아티스트를 표방하는 빌랄은 영화도 연출했었다.캐롤 부케가 나온 ‘벙커 팰리스 호텔’을 84년,쥴리 델피와 장 루이 트리티냥이 출연한 ‘타이코우 문’을 96년 만든 것. ‘니코폴’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정신분열증으로 괴로워하는 인물들.작가는 “(배경은 공상적이지만)우리 세계의 강박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단편들을 묘사하려 했다”고 말한다.혹자는 뤽 베송의 ‘마지막전투’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이 작품에서 연상하기도 한다. 1부 ‘신들의 카니발’이 80년에 나왔고 2부 ‘여인의 함정’과 3부‘적도의 추위’가 각각 6년만에 나와 92년에야 마무리됐다.한글 번역본은 3부를 모두 모은 것.띄엄띄엄 나온 만큼 집필시기의 정치적은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동서를 가르는 냉전의 벽이 건재한 ‘신들의카니발’은 신나치주의자들과 혁명가그룹 사이에 낀 혼돈을 고백하고 있다. 고대비극과 현대의 영화적 문법을 인상적으로 빚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3부 ‘적도의 추위’에선 감독 스스로 “한번도 작품을 완성한 적이 없다”고 고백하듯 미완성인 필름 컷들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란히 배치한다. 니코폴은 2034년 절규한다.“질서,난 그딴 것 상관안해!난 완전한 무질서 속에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구!”[임병선기자]
  • “소설 ‘내게 거짓말‘ 음란성 인정”

    대법원 제2부(주심 李勇雨대법관)는 27일 음란문서 제조 등 혐의로기소된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蔣正一·38)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학성 내지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관념이고,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소설은 묘사 방법이 노골적이고 아주 구체적인 점 등을 감안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된 성관념에 비춰보더라도 음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검찰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거짓말’에 대해 “원작보다 표현과 내용이 완화돼 처벌할 정도의 음란성을 인정할 수 없고,사회 분위기상 형사제재보다는 국민 판단에 맡기는 편이 옳다”며 제작자 등을 무혐의 처분한 것과 다른 판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장씨는 지난 96년 10월 중년의 한 전직 조각가가 고교 3학년 여학생을 만나 정사를 벌이는 내용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출간,이듬해 1월 음란문서 제조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대구 집에 머물고 있는 장정일씨는 이날“사법적 판결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유죄 판결이 났지만 유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종락기자 jrlee@
  • 혜진스님 위안부 출신 6명 화집 출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들이 화집 ‘못다핀 꽃’으로출판됐다.화집의 출판기념회는 26일 서울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화집에는 김순덕 할머니 등 6명이 그린 작품 90여점이 실려 있다.그림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恨)과 고통이 절절이 배어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원장으로 화집발행에 앞장서온 혜진 스님은 “할머니들의 그림은 전쟁피해자로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그림을 통해 직접 드러낸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가깊다”고 말했다. 한국어,영어,일어 등 3개국어로 만들어진 이 화집은 할머니들이 지난 7년간에 걸친 작업의 ‘결실’이다.할머니들의 그림은 예술적 작품성을 따지기 이전에 ‘자유’‘생명’등 인간 가치와 존엄성이 깃들어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꽃다운 14살에 일본군에 끌려가는 모습을 묘사한 ‘빼앗긴 순정’과 ‘라바울 위안소’‘우리 앞에 사죄하라’등의 작품은 그들의 아픈 상처가 개인적 고통에 머물지 않는,역사의 증언이자 교훈임을 보여준다. 혜진 스님은 “할머니들의 그림수업은이름도 쓸줄 모르는 어느 할머니의 한글배우기가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지만 그림그리기를 통해결국 당신들과 같은 전쟁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전쟁을 고발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일로 연결됐다”고 밝혔다.그는 또 “제작비가 없어화집을 못낸다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2,000만원을 지원해준 재단법인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화집에 실린 작품들은 지난 9월부터 뉴욕,시카고,필라델피아 등 미국과 캐나다 6개도시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등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
  • 中國 고전문학사 상식의 벽 깨뜨린 ‘중국 고전이야기’

    중국 명대의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연의’의 주인공은 누굴까.우리는 흔히 중원을 정족삼분(鼎足三分)의 형세로 나눠 호령했던 유비와 조조,손권을 이야기한다.그러나 한편에선 신의의 상징인 관우와지략의 대명사인 제갈량,그리고 간교함의 화신인 조조를 삼절(三絶)로 꼽는다.제갈량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나,후덕한 인물로 통하는 유비가 자신의 갓난아기를 땅에 집어던지고 인심을 얻은 일 등은 ‘삼국연의’의 인물묘사에 있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중문학자 송철규 한국외국어대 강사가 펴낸 ‘중국 고전이야기’(도서출판 소나무)는 이런 중국 고전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상식의 벽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당대의 시문학까지를 다룬 ‘중국 고전 이야기’ 1권에 이어 송대부터 청대까지의 고전을 다룬 제2권 완결편이다.구체적인 작품과 문인들의 삶의 역정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낸저자의 입담이 고전의 흥취를 더해준다. 저자는 ‘삼국연의’‘수호전’‘서유기’‘금병매’등 4대 기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먼저 밝힌다.‘삼국연의’의 바탕이 된 ‘촉한정통론’을 나관중이 살았던 시대인 원말 명초의 분위기와 연관지어설명하며,‘수호전’을 완전한 구어체에 가깝게 쓴 언어의 보물창고로 본다.‘서유기’는 비록 신화를 다루고 있지만 봉건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금병매’는 도시생활을 소재로 한 순수소설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4대 기서에 ‘금병매’ 대신 ‘홍루몽’을 넣는 경향이 있다.저자는 이런 점을 감안,중국 고전 백화소설 중 최고로 꼽히는 ‘홍루몽’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홍루몽’은 봉건사회 청춘남녀의 사랑과 결혼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 소설에서 남자주인공 가보옥 가문의 흥망성쇠는 몰락해가는 봉건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저자는 이를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도 흩어진다”는옛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이 책에는 이밖에 문단 안팎의 감춰진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TV드라마 ‘판관 포청천’으로 잘 알려진 포공의 이야기가 원대 잡극의 법정드라마라는 점,중국판 ‘사랑과 영혼’인 ‘천녀이혼’ 이야기 등이 눈길을 끈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한국화가 오명희 개인전 24일부터

    한국화가 오명희(44·수원대 미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바람속의스카프를 화폭에 담아 주목받는 작가다.그는 무성한 갈대숲이나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언덕,야생화가 만발한 들판 등을 배경으로 스카프를 끌어들인다.극채색을 이용해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그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가공이 필요한 픽션이다.그 허구의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스카프다.배경을 무시하거나 지워버리는 사진 기법인 아웃 포커스를 활용하는 것도 스카프를 도드라지게하기 위한 방편이다.‘자연과 스카프의 예기치 않은 만남’, 그 가장된 우연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 98,99년 일본 도쿄 아카네 화랑과 삿포로 사이토 화랑에서 잇따라전시를 하며 스카프 그림을 알린 그가 3년만에 국내전을 갖는다.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그의 개인전에는 ‘봄날은 간다’‘노스탤지어’‘가을숲에 부는 바람’ 등 전형적인 오명희류 그림들이 내걸린다. 오명희의 그림 한 구석에선 늘 관능의 연기가 피어오른다.신작 ‘봄날은 간다’를 보면 지천으로 핀 진달래 위로 스카프가 한 장 너울거린다.그 스카프에는 혜원의 풍속화속 여인을 빼닮은 여자가 그네를타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그것은 말을 하는 꽃,즉 기생이다.트로트곡 ‘봄날은 간다’의 가사를 읊조리며 그렸다는 이 그림에는 봄날 물오른 여인의 감성이 잘 녹아 있다.‘노스탤지어’나 ‘가을 숲에 부는 바람’ 같은 작품도 감각적인 정조는 마찬가지다.나부끼는스카프에는 샤갈의 유화 ‘에펠탑 앞의 신랑과 신부’를 연상케 하는한 쌍의 남녀가 입을 맞춘 채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오명희의 그림에서 하늘을 나는 연인이란 주제를 즐겨 다뤘던 샤갈의 슬라브적 환상의 세계를 읽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김종면기자]
  • [굄돌] 표현의 자유 ‘수난시대’

    올해는 유독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수난을 당한 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올 초 영화 ‘거짓말’이 음란물 시비에 휘말리면서 ‘음대협’(음란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는가하면,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 소년판이 미성년자보호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최근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JSA 전우회로부터 각각 사실을 왜곡하고 부대의 명예와 사기를 저하했다는 이유로혹독한 대가를 치루었고,9월 29일에 있을 예정이었던 페미니즘 아티스트 그룹 ‘입김’의 ‘종묘점거 프로젝트 전시회’가 이씨 종친회와 유림단체들의 항의에 전시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문화계와 그것의 현실 왜곡과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반문화적 보수 집단과의 갈등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간단한 문제처럼 보인다.음대협은 청소년보호가 표현의 자유보다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며,JSA전우회는 자신의 마크와 복장을 그대로도용하여 현실에도 없는 일들을 사실처럼 묘사했다고 실력행사를 했고,이씨 종친회는 성스러운종묘를 방자한 여성들이 유린했다고 역정을 냈다.이들은 서로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문화적 표현물이 갖는 허구적 특수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는다.말하자면 그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문화적인 무지를 떠나서 그동안 별다른 제지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윤리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전근대적 지배집단의 공포심과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성적 표현물이 청소년들을 망치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한반도의 분단체제가 급속도로 해체되어 자신들의 반공이념과 기득권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가부장제에대한 여성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져 님성사회 체제를 혼란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공포심 등이 문화적 표현물들을 단순히 허구물로 보지못하게 만든다. 문화적 표현의 소재들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앞으로도 계속될 소지가 많다.유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고,고소와 고발이 잇달아야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합의이다.문화적 표현물에대한 성숙한 시민사회의 이해와 문화적 관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연 문화평론가
  • 단원·혜원 작품 한자리에

    단원 김홍도(1745∼1806이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또 친근하게 느끼는 옛 화가다.화가일 뿐만 아니라 글씨,시조,한시,음악 등에도 두루 능했던 교양인이었다.단원하면 으레 함께 이야기되는 화가가 그와 풍속화의 쌍벽을 이룬 혜원 신윤복(1758?∼1813이후)이다.남녀의 애정을 주제로 한 정태(情態)묘사에 뛰어났던 혜원은 이름은 잘알려져 있지만 그 활동상을 엿볼 수 있는 문헌기록은 매우 드물다.단원과 혜원.이들은 진경시대(1675∼1800) 말기에 태어나 풍속화를 절정에 올려놓으며 진경문화를 찬란히 마무리짓게 한 대표적인 화원화가다.그러나 두 사람은 상반되는 특성을 지닌다.단원은 세습화원 집안출신이 아니면서 화원화가가 돼 정조 재위기간 내내 국왕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국왕 직속 특급 화원으로 일했다.반면 혜원은 세습화원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인 일재 신한평은 초상화와 풍속화에 뛰어났다.74세까지 도화서에 출사했던 아버지의 그늘에 가린 혜원은 화원화가이면서도 부친과의 상피(相避)로 인해 도화서에 나가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그런 만큼 이들은 대조적인 화풍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단원이 진경산수화를 비롯한 일반 산수화와 도석(道釋,신선과 불보살그림),화조,영모,누각,사군자 등 제반 화과에 두루 통달한 데 비해 혜원은 풍속인물에서만 기량을 발휘했다. 간송미술관(02-762-0442)이 올 가을 ‘단원·혜원 특별전’을 마련했다.1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원과 혜원을 한 눈에 비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단원의 작품은 ‘옥순봉’‘수미탑’‘황정환아’(黃庭換鵝:황정경을 거위와 바꾸다),‘무이귀도’(武夷歸棹:무이산으로 노저어 돌아가다),‘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월하취생’(月下吹笙:달빛 아래 생황을 불다)등 70여점.혜원 작품은 ‘계명곡암’(溪鳴谷暗:시냇물 소리쳐 흐르고 골짝이 어둡다),‘연소답청’(年少踏靑:젊은이들의 봄나들이),‘납량만흥’(納凉漫興:바람들이의 질펀한 흥겨움)등 30여점 나온다. 김종면기자
  • 서울대 박물관서 고구려 패션쇼

    벽화로만 볼 수 있었던 고구려 시대의 의상과 장신구가 13일 서울대박물관에서 재현됐다. 서울대 교수 4명과 서울대 출신 의상디자이너,디자인·공예전문가 49명이 참여한 ‘역사와 의식,고구려의 숨결을 찾아서’라는 주제의패션쇼는 서울대 개교 54주년을 맞아 박물관이 마련한 특별기획전 행사의 하나다. 고구려 무덤 무용총에 묘사된 뿔나팔 부는 신선,수산리 벽화의 행렬도 등을 근거로 고구려 시대의 남녀 귀족,평민,시종,기병과 보병의복식과 장신구를 복원한 작품 8점을 비롯해 고구려의 형(形)과 색(色)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작품 50여점도 모델들을 통해 선보였다. 특히 이날 패션쇼에서 서울대 음대생들이 피리,대금,해금,아쟁 등전통악기로 궁중음악을,가야금으로 비발디의 4계 중 겨울을 연주해분위기를 돋우었다. 이종상(李鍾祥)박물관장은 “전통과 현대,과거와 미래를 잇는 창의적인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北·美관계 새章’한반도 평화 기폭제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빌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키로 약속함으로써 북한과 미국은 50년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신세기 새로운 동반자로 지구촌에 등장했다. 12일 북한에 이어 미국이 발표한 공동성명(Joint Communique)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으로 상징되는 화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측의 관계개선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어 북·미관계는 말 그대로 역사의 한 장을 바꾸는 새로운 차원에 돌입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역사적인 방미길에 올랐던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북·미간 모색해오던 관계개선 의지를 서로 확인,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정식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북·미의 새로운 시대 개막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또 하나의 주춧돌을 놓은 셈이며 국제사회 안정에도 커다란 기폭제가 될 것이다.북·미의 관계개선 합의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관계개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햇볕정책의 또 다른 결실이자,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의 일단락을 의미한다. 공동성명은 테러·핵·미사일 등 3대 의혹에 대해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해결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그동안 북·미 관계개선을 방해하던 장애물들을 완전히 거둬냈다. 조 특사의 방미로 상호신뢰를 확인한 양측은 이제 김계관-카트먼 협상팀 차원 이상으로 격상된 강석주-웬디 셔먼급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최종단계의 수교를 위한 단계이동을 계속할 전망이다. 수교의 초기단계인 상호연락사무소를 넘은 외교공관의 단계적 격상조치는 대화진행 속도와 함께 이어질 것이다. 테러지원국 명단제외 문제는 뚜렷하게 못박지 않았지만 30년 북한에 머문 적군파 요원의 신병이동여부에 대한 세계의 주목을 피해 결국조용히 진행,목표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범위내에서 볼 때 북·미 관계 개선 모습은 북한이 그동안바람직하지 않게 묘사되던 ‘벼랑끝 외교’나 ‘줄타기 외교’차원을 넘어 성숙한 외교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게 한다. 클린턴과 만날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내에서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개방정책을 선호하고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케 해준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문제에도 4자회담에 근거한 논의를 받아들일 태세를 보여 한반도 안전과 평화에 대한 보장성을 그만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북·미간 정식수교는 늦어질 수도 있다.과거 미국과 중국은 핑퐁외교로 서로의 담장을 넘어서 닉슨 대통령이 72년 방문한 이후 6년만인 78년에 대사급 외교를 수립한 바 있다. hay@
  • 성인용 ‘제한상영관’ 도입

    위헌소지가 있는 영화 ‘등급분류 보류’ 제도가 폐지되는 대신 ‘제한상영가(可)’ 등급이 신설된다.이들 영화는 19세 이상의 성인만입장할 수 있는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될 수 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11일 창작과 표현의 자유 신장을 통한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이같은 내용의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올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화상영등급은 현재의 전체,12세, 15세, 19세 관람가 등4등급에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추가돼 모두 5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성과 폭력을 지나치게 묘사해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유통에 일정한제한이 필요한 영화다.비디오물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상영·판매·전송·대여할 수 없으며 광고와 선전도 제한상영관에서만 가능하다. 또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상영하는 제한상영관은 시·군·구에 등록만 하면 되는 일반 영화관과는 달리 시·도지사의 허가를얻어 설치,운영할 수 있다.일반영화나 비디오물은 상영할 수 없다. 규제개혁위의 이번 안은 문화관광부 개정안중 성인규정을 18세에서19세로 조정한 것으로 시민단체 등에서는 제한상영관 설치를 반대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최여경기자 kid@
  • 軍부대 ‘워게임’ 시뮬레이션 보급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실전처럼 훈련을 할 수 있는 워게임(Wargame) 모델인 ‘전투 21’이 개발돼 대대급 부대에 보급된다. ‘전투 21’은 한반도 전지역에 대한 지형 데이터를 내장,평면지도에 대한 음영 기복 처리와 3차원 지형분석이 가능해 작전지역에 대한기동로 분석과 적 예상접근로 판단 등 다양한 전장 정보분석을 실제지형에서와 똑같은 수준으로 할 수 있다. 부대 및 화기배치의 적절성 판단과 적 활동을 탐지·감시할 수 있다.시스템의 운용부대 수는 1,000개 이상,묘사 단위는 개별화기까지이며 쌍방훈련과 연대훈련이 가능하다. 노주석기자 joo@
  • 프랑스만화가 몰려온다

    ‘잉칼’을 내놓은 교보문고는 아예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내기로 했다.이세욱씨가 번역한 프랑수아 부크의 ‘제롬 무슈로의 모험’를 이미 내놓았고 ‘마술사의 아내’,프랑수아 스퀴텐의 ‘기울어진아이’,데이브 맥킨의 ‘흑난(베트맨의 후속 시리즈)’ 등이 연이어나올 참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B&B출판사 또한 색다른 분위기의 프랑스 성인만화 2편을 내놓았다.이슬레르와 발락의 ‘쌍브르’와 원작소설에다 기발한 상상력을 덧입힌 ‘피터팬’을 현지에서 만화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이재형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제롬 무슈로의 모험] 고삐풀린 상상력이 한껏 풀어헤쳐진다.호피무늬 정장에 만년필을 코에 꽂고 다니는 보험 외판원 제롬.평범한 가장이지만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가정을 지켜내려는 그를 보고 아내는 ‘벵골 호랑이’라고 치켜세운다. 제롬에겐 ‘뜻밖의 일’이 괴물이다.그 괴물은 벽을 뚫고 출몰하는상어로,이 세상 온갖 아름다운 빛깔을 삼켜버리는 체크무늬 먹구름으로 나타난다. [쌍브르] 혁명 기운이 감도는 19세기초 지방귀족 쌍브르와 붉은 눈의 매혹적인 소녀 쥴리(아마도 만화 사상 가장 낭만적인 여주인공 캐릭터)의 사랑을 통해 사랑,저주,살인,광기,열정,그리고 혁명 등을 파노라마로 펼쳐보인다.색채미가 뛰어나고 충격적인 소재들을 담아 시선을 끈다.정사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한 점도. [피터팬] 바로크 화풍을 만화에 도입한 개성파,레지스 르와젤의 작품으로 주인공 피터팬을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속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이채롭다.런던 빈민가에서 술주정뱅이 어머니와 살고 있는 가난한 이야기꾼 피터가 팅커벨의 도움으로 모험에 뛰어든다.프랑스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렸고 세계 최고권위의 국제 앙굴렘 만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임병선기자
  • 동인문학상 이문구씨 ‘내 몸은‘

    이문구(59)씨의 소설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문학동네)가 조선일보사 주최 2000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6일 선정됐다.상금 5,000만원. 수상작은 거침없이 펼쳐내는 토속어로 농촌현실을 묘사하면서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거듭되는 탐문과 확인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이씨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지난 65년 김동리씨의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경기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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