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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말을 아끼자

    역대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사회 원로들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회고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실이한 가지 있다.재임기간에 비례해서 대통령의 말이 많아진다는 사실이다.집권 초기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주로 듣는 쪽이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자기 말만 하는 경향이 뚜렷해 진다는 것이다.그런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이는 독재정권의 붕괴를 예감하고 어떤 이는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안타까워한다. 또 어떤 이는 민주적 시스템의 부재를 한탄한다. 그렇다.‘말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침묵’의 상대적의미를 뜻하지 않는다.그것은 상호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않고 있다는 위험신호다.이런 ‘언로(言路)’의 문제는 우리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한다.어쩌면 개인적이고 사소한관계에서 나타나는 위험신호에 둔감하다가 결국 사회적이고치명적인 언로의 문제에 봉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30대 후반쯤을 넘긴 남자들의 ‘다언(多言)’을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편이다.특별히 남자라고 지칭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일반적으로 여자들의 수다는 말의 양은 많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이다.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말은 일방적이고 부적절한 경우가 많아진다.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남자들의 모임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발언기회를 많이 갖는사람은 그 중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거나 최연장자인 경우가 많다.공적인 자리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이 규칙은 충실하게 지켜진다.심한 경우 노트만 없을 뿐이지 대통령 말씀을 필기하는 예전 국무회의 풍경의 또 다른 모습으로 재연된다. 어느 부서 회식자리,윗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한 팀장은 ‘모두 팀원들 덕분’이라며 지속적인 신뢰를 강조한다.그러다 관운장의 신의를 언급하던 팀장의 얘기는 적벽대전의상세한 묘사로까지 이어진다.이쯤되면 몇몇은 이야기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제 흥에 도취된 팀장은 자신과 눈을 맞추고 있는 한 두 명의 시선에 의지해서라도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애쓴다.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라고 항변하고 싶은 남자들이 많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심리학자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특히 남자들일수록 이런 ‘위협자의 환상‘에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한다.여기서의 권력이란 단순히물리적이고 정치적인 권력만이 아니라 선배와 후배,상사와부하,부모와 자식,갑과 을의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권력자는 상대방이 기꺼이 내 말을 들어 주는 것은 나에게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환상을 갖는다고 한다.물론 착각이다.상대방은 그 말이 의미있고 유익해서 열심히 듣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있을 뿐인 것이다. 박학다식함을 자부하는 아버지 때문에 걸핏하면 1∼2시간씩 ‘위협자의 환상’에 시달리던 아들이 ‘아버지 얘기가 너무 지루하다.’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엄마는 느낀 그대로 아버지에게 얘기할 것을 충고했는데 고등학생인아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아버지가 안쓰럽기도했고,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너 이제부터 과외비 끝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를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단다.그래서 ‘다언’의 문제는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직도 젊은 연예계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50대 후반의 어느 대중스타는 그 비결을,후배들과 모인 자리에서 무언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말을 줄이는 것’이라고 고백한다.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입 밖에 내놓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는 일이다.성욕이라는 본능이 부적절하게 표출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하듯 후배나 부하직원들과의 자리에서 한 달에 한 두 번쯤 ‘침묵의 날’이나 ‘과언(寡言)의 날’을 갖길 권한다.하기사 이렇게 주장하고 선동하고 질타하는 말들도 너무 넘쳐나는 세상이기는 하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
  • 부시 前대통령 ‘舌禍’

    [산라파엘(미국 캘리포니아) AP 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前) 미 대통령은 27일 탈레반 전사 존 워커 린드를 ‘마린 카운티 대형욕조를 쓰는 잘못된 인간’이라고 말한 데 대해 마린 카운티 주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마린 인디펜던트 저널’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사과한다.나는 이 문제로 벌을 받았고 다시는 ‘대형욕조(hot tub)’와 ‘마린 카운티(Marin County)’를 같은 문장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신문은 독자들에게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1월26일 테러리스트 린드를 묘사하면서 마린 카운티를 언급한것에 대해 항의할 것을 요구했고,실제로 주민 40여명은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 새달 국내개봉 ‘알리’/ 링위만큼 치열한 챔피언의 삶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유행어를 남긴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 복서 무하마드 알리(1942∼).본명은카시우스 마셀러스 클레이.12세에 복싱을 시작해 18세에로마올림픽 라이트헤비급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그리고 1964년.챔피언 소니 리스톤을 7회 KO승으로 꺾고 프로복싱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알리의 전성기를 그린 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Ali)가 3월1일 국내 개봉된다.영화는 알리가 소니 리스톤과의 타이틀 매치로 세계 헤비급 타이틀을 따는 시점에서부터 베트남 징집을 거부하다 타이틀을 박탈당한 뒤 1974년 32세로 조지 포먼에게서 챔피언 벨트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에초점을 맞췄다. ‘맨 인 블랙’‘인디펜던스 데이’‘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등에 출연해온 흑인배우 윌 스미스가 알리를 맡았다. “내가 최고야.” “링 위의 나는 내가 만든다.” 등의 고집스런 대사와 함께 입담 좋고 개성 강한 알리의 내면을일궈내는 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강력히 거론될만하다. 영화는 알리의 경기 장면에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피부로느끼곤 했던 그의 어린시절 기억이 교차편집되면서 시작된다.이후로는 알리의 팬이었다면 웬만큼 꿰고 있을 사실들말고는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흑인차별에 맞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이름까지 바꾸자 정부는 그를 흑인 과격분자로 내몰아 베트남전 강제징집 처분을 내린다.“월남이 어딨는지 안다.그건 TV속에나 있다.”“나는 베트콩과는 싸우지 않는다.그들은 흑인을 비난하지 않는다.”등의명언을 쏟아내며 맞서지만,징집을 거부하던 알리는 끝내체포되어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한다. ‘떠벌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재치있는 독설로 유명했던 알리의 면모가 링을 주무대로 마치 세밀화처럼 그려졌다.거친 숨소리,떨리는 근육,튀어오르는 땀방울 등의 세부묘사들이 느린 화면을 쓰지 않고도 생생히 표현됐다. 건조한 권투영화로 편견을 갖는 건 오산이다.끝없는 여성편력은 알리를 로맨티시스트로 만들어 극의 분위기를 나른하게 녹여놓기 일쑤다.윌 스미스만큼이나 든든한,보이지않는 영화속 주인공이 또 있다.음악이다.실제로 서로 열렬팬이었던 흑인음악 가수 샘 쿡의 ‘Bring it on home to me’ 등 전편을 휘감는 리듬앤블루스와 재즈선율 덕분에 영화는 권투 소재의 고급스런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황수정기자 sjh@
  • 서양화 전공자의 동양화 사랑 ‘나의 이상향’

    화가 이광택은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달플 때 이상향을 그린다.이상향이 그의 지친 영혼의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영양제 구실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광택의 작품전이 ‘나의 이상향’이란 제목으로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고 있다.오는 3월4일까지.그가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 왜 하필 중국에서 공부했는가?”이다.그의 답변은 간단하다.“뭘 전공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내 정신의 자양이 될 금맥을 나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캐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와 유사이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 가?” 사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를 접목한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그러나 더 자세히 뜯어보면 서양의 양식 즉 원근법,인체 비례,양감 묘사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대신 동양화의 역원근법,삼원법 등 여러 원리를 화면에 적용했다.(02)736-4371유상덕기자 youni@
  • 獨 여기자 안네 슈네펜이 본 한국 ‘한국일기’

    국민의 정부 이후 외국 언론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어떤것일까?. 독일의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극동아시아 담당기자 안네 슈네펜이 지난 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 관련 기사를 모은 ‘안네 슈네펜의 한국일기’(열린책들刊)를 냈다. 총 58개의 기사가 연도별로 묶여 있는데,97년엔 주로 생필품 사재기,검약캠페인,국산품 애용 등 금융통화 위기로당혹감에 빠져있는 국민과 정부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98년엔 ‘금 모으기 운동’‘금강산 관광 시작’ 등 경제난 극복을 위한 국민단결과 남북화해 무드에 대해,99년엔정체상태의 햇볕정책과 영화‘쉬리’등을 다루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간의 추이를 지켜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2000년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이산가족 교환방문 등을 자세히 다루었으며,지난해엔 일본의 교과서 왜곡 및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논란,월드컵 개최를 앞두고일어난 보신탕 논쟁을 그리고 있다.유럽 언론에 투영된 한국의 이모저모를 시간순으로 볼 수 있어 한 발 떨어진 시각으로우리의 지난 5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1만원. 임창용기자
  • 신간 맛보기/ 聖 미켈란젤로

    ■聖 미켈란젤로(제임스 벡 지음,박혜수 옮김,이룸 펴냄). 화가이자 조각가,건축가,시인이었던 미켈란젤로는 과연 알려진 대로 편집광에다 우울증에 빠진 동성애자였을까.미국의 저명한 르네상스 예술 전문사가인 지은이는 미켈란젤로의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3인을 집중 조명함으로써천재 예술가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씻어준다.그의 청소년기에 물질적·정신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피렌체의 유력한 은행가 로렌초 데 메디치,친아버지 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불후의 명작인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만들게끔 이끌어준 교황 율리우스 2세 등과의 관계가 전기처럼 세세히 묘사됐다.엄격했던 생부와의 갈등을 극복하기까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미켈란젤로를 만나는 대목은 특히나 인상깊다.1만3000원. ■중국인,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리니엔꾸 지음,조경 옮김,예문 펴냄). 중국 유학 열풍 등 ‘차이나 드림’이 일고 있는 이즈음한번쯤 읽어 둠직한 ‘중국인 교섭문화 해부서’. 책에는중국인들의 교섭력과 협상기술,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대인관계 및 관행 등이 다양한 실례를 통해 밝혀져 있다. 예컨대,중국인인 저자는 중국인들이 유별나게 양보를 싫어하는 습성을 5000년 역사를 거치면서 깊이 뿌리내린 독특한교섭문화의 하나로 해석한다. 또 중국인들이 타 민족의 교섭스타일을 어떻게 보는지도 흥미롭게 기술돼 있다.중국인들은 일본의 교섭문화에 대해 “정보수집에는 뛰어나지만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인간성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는다.베이징인,상하이인,광둥인 등의 교섭스타일까지 세세히비교분석하고 있어 비즈니스 실용서로도 손색없다.1만원. ■안동의 해학(김원길 지음,현암사 펴냄).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해학과 골계의 상징인 하회탈이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책은 엄격함과 해학, 두 상반된이미지가 어떻게 한 문화권에서 사이좋게 엮일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게만든다.“정신적인 긴장이나 물질적인 빈곤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해학으로 그것을 완화하고 극복해나간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타 지방의 해학에는 저자거리의 상민이나 중인들이 지배계급을 풍자하고 고발하는것이 주류라면,안동의 해학에는 농경 제사 풍류 등을 골자로 한 시골선비의 실수담이 많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그것은 안동의 해학과 골계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대부분 유가의 후손이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풀이한다. 현암사가 기획한 ‘내 고향 명품 명물’ 시리즈의 첫 작품.9800원.
  • 한·미 정상회담/ 무엇을 남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및 대북정책 공조등을 재확인,지난달 29일 ‘악의 축’ 발언으로 불거진 한반도 정세의 난기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핵심의제인 북·미 및 남북대화 재개 문제,북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한 협의 성과 및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부시대통령의 북한인식을 집중 분석한다. ■변치않는 부시의 북한관. 부시 미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후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도라산역 방문을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철저함을 간명한 어법으로 재확인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중요성을 10여 차례나 언급하며 김정일(金正日)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거듭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 연설에서 “어떤 국가도 그 주민들에게 감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북한 정권의 성격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과거처럼 ‘신뢰할 수없는 인물이다’는 식으로 직접 묘사를 하진않았다.대신“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들고 있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로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가질 것을 주문했다.특히 회담후 전방 미군부대를 방문한자리에서는 “북한이 악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악의 축’ 발언과 관련,“주민들의 굶주림을방치하는,외부와 단절된 정권에 우려를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개념을 설명했다.특히 ‘악의 축'은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WMD를 개발하는 북한 정권을 겨냥했음을 분명히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대화를 하든,하지 않든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정권과 주민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 방침을 천명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군사적인 대북공격 가능성은 배제했으나 정권과 인민을 분리해 ‘자유’를 거듭 언급한것은 북한정권에 대해 체제고수냐,개방이냐를 선택하라는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대량살상·재래무기 문제.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20일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부시 대통령은“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대화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배제하는 것으로 ‘악의 축’ 발언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 하에 대테러전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테러 전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재래식 무기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국방연구원 서주석(徐柱錫) 연구위원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선 한·미간 의견조율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때문일 것”이라며 “차세대전투기(F-X)사업과 관련,F-15구매 문제는 프랑스 등 경쟁국들과의 관계도 있어 실무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협조 당부’정도의 언급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영우기자 anselmus@ ■남·북·미 대화 전망.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그러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해서 양국간 당장 가시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으로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아직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있다는 점에 실망했으며,이산가족 상봉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전에는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서동만(徐東晩·북한정치) 상지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협상에 나설 명분을 제공했지만,북한의체면을 살려주는 표현은 없었다.”면서 “이는 미국이 북한보다 이라크를 대테러 전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에우선 순위로 놓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다시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여부를 놓고 또다시 ‘장고(長考)’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우기자.
  • [대한광장] 다시 따져봐야할 ‘고교평준화’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의 언급으로 촉발된 고교평준화 논의가 몇몇 개인과 단체의 과격한 공격으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했다.이래서는 안 된다.공론화 절차를 거쳤다면 보다 나은 결론에 이르렀을 적지 않은 현안들이 곧바로 사장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자신의 의견이나 이익에 배치되면무조건 배척하는 삐뚤어진 배타성이야말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이다. 진 장관은 지난달 31일 “요즘보다 차라리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고,평준화는 폐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됐다.이튿날인 1일에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자율과 경쟁이 필요하며 외국대학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14일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일부 교육단체는 그의 발언중 “차라리 일제시대교육이 좋았다.”는 부분을 뽑아내 문제 삼고,친일파나 매국노 취급을 했다. 그의 발언 전문을 읽어보건대,문제의 핵심은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교육이 ‘나쁘다.'는데에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핵심은 슬쩍 비켜 나가고 세세한 수사(修辭)를 문제삼는 것은 지금의 교육상황이 ‘이대로 좋다.'는 말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교육문제에관해서는 자신들말고는 발언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진 장관뿐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로는 학교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사립고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학부모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국가적 논의의 의제로 당장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지적이다.하향 평준화에따른 학력(學力)저하,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교실 붕괴,사교육비 문제 등,고교평준화가 촉발했거나 연관되어 있는 문제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금의 중등교육은 말만 평준화이지 참 의미의 평준화가 아니다.오히려 더 심각한 ‘불평준화' 제도이다.첫째,지방과 서울의 교육여건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같은 평준화지역인 서울과 지방도시간의 명문대학 합격자수는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둘째,같은 서울에서강남과 강북의 차이로 표현되는 학교간 격차는 이미 우리중등교육이 실제로는 평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일제시대'를 포함한 평준화 이전에는 가난한 수재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공립고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사실을 상기해 보자. 그러나 30평대에 4억원이 넘는 강남의 소위 명문학군의 아파트 값을 생각할 때,오늘날 중산층 이하의 학생들이 좋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평준화 이전의 그것보다도훨씬 낮다.가난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희망과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능력의 장벽이 아니라 경제력의 장벽이라면 이 문제보다 심각한 교육문제는 없다. 영국의 사회학자 로널드 도어는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를 ‘사회적 재탄생(Social Rebirth)'으로 묘사한 바 있다.그는태어날 시점에서 이미 계급을 부여받는 영국인과 달리,계급없이 태어난 일본인이 대학입시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는다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지만, 작금의 한국교육 현실에 이 표현을 빗대면,한국학생들은 사회적으로 재탄생할 기회마저 봉쇄 당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보다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탄생지역이나 거주지역에 의해 상당부분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의 보도는 교육부의 관계자가 “교육부와 경제부처 실국장들이 모두 참여해 협력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대토론회를 추진할 것을 청와대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다.실현된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교육부와 경제부처뿐 아니라 정부 전 부처와 여야,민간이 함께 진 장관이 불쑥 꺼내어 놓은 의견을 화두로 대토론을 벌여서 고교평준화 문제를 비롯한 교육제도의 틀을 처음부터 새로 짜는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육부는 교육문제가 자신만의 전문영역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이미 교육문제는 특수하거나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다.진념 장관의 이번 발언은 교육문제를 이제 더이상 교육부나 교육관련단체,교육전문가들에게만 맡겨서는안되겠다는 강호(江湖)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임을 인식해야한다. 김무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 새 장편소설 ‘멸치’펴낸 김주영

    중진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새 장편소설 ‘멸치’(문이당)를 내놓았다. 앞뒤없고 맥락없는 편견이 앞선다.‘홍어’에서 이번엔‘멸치’라니….그의 새 소설 제목은 4년전 상재(上梓)했던 ‘홍어’쪽으로 훌쩍 시선을 건너뛰게 만든다.그러나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채 헤아려보기도 전에 소설은 들머리에서부터 궁금증을 풀어준다.옴니버스 소설집으로 둘을 한데 묶어도 좋았겠다 싶게 여러모로 닮은꼴의얼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풍정(風情)이 또 한번 구체적 배경이 됐다.어린 소년인 ‘나’가 작품의 화자이며,그리움과 원망으로집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나와 아버지(떠나버린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홍어’)의 관계설정이 또 그렇다. 작가의 얘기는 좀더 구체적이다.“‘홍어’니 ‘멸치’니 어류 등속을 작품의 중심 이미지로 끌어들인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요.그들이 가진 통념과 고정관념들을 빌리고싶었으니까.힘없고 사소하고 볼품없는,그러나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할 어떤 상징으로 멸치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오브제인 거죠.” 멸치는 소설의 기둥인물인 외삼촌의 육화된 이미지다.화자인 열네살 소년 대섭의 눈에 비친 외삼촌 달구는 기인같고 때로는 초인같다.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인 그는 외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그 집에 들어앉자 거처를 유수지의움막으로 옮겼다.작살 하나로 귀신같이 고기를 잡아오는가 하면,드러내놓고 곡기를 입에 대는 일 없이도 잘만 살아낸다.그런 외삼촌은,아버지의 불성실과 허세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가 2년전 집을 나간 뒤 달구의 유일한 위안처이자 바람막이다. ‘나’는 외삼촌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아버지와,거기에 이상하리만치 의연한 외삼촌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힘의 균형은 늘 기우뚱 아버지쪽으로 쏠려 있다. 하지만 ‘나’의 자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다.외삼촌을 일방적으로 동정하지도,아버지의 은근한 폭압에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터뜨리는 법도 없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멸치같은 존재”일 뿐인 외삼촌이세속과 동떨어진 초인처럼 묘사된 건 의도였을까.작가는“자극적이고 돌발적인 오늘 우리들의 삶이 달구의 진지함과 순수함을 기인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집나간 어머니는 소설이 끝나도록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작품 ‘거울속의 나’,‘홍어’가 그랬듯 한쪽 부모가 부재한 가정에 촉수를 들이미는 글쓰기 버릇은 분명 작가의 의도다.“전쟁과 사회적 격변에 휘둘린 우리들의 가족 울타리 안에는 다들 흉터가 하나씩은 있다.역사의 행간에 배제된 이들을 건져올려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작업은 앞으로도 내 글쓰기의 숙제다.” ‘멸치’는 지면에 연재되거나 발표된 적 없는,그에게는전작으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유난히 애착이 큰 건 그래서이다.새 소설을 쓰느라 꼬박 1년을 묻혀산 서울 장충동의작업실에서 그는 “이번처럼 원고를 많이 고친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이다. 황수정기자 sjh@
  • 11명의 갱스터의 카지노 털이 ‘오션스 일레븐’

    교도관이 묻는다.“‘빵’(교도소)에서 나가면 뭘 할거지?” 암만 뜯어봐도 5년을 감옥에서 ‘썩은’ 것 같지 않게 멀끔한 죄수는 여유만만,묵묵부답이다.까닭모를 회심의 미소만 흘릴 뿐…. 미국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들이 무더기로 얼굴을 비쳐 화제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일레븐’(Ocean'sEleven·3월1일 개봉)의 첫 장면이다.영화를 끌어가는 축이자,‘대니 오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첫 장면 속의 죄수는 조지 클루니.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배우’로 꼽히는 그를 필두로 간판배우들이 거짓말처럼 줄줄이 등장한다.브래드 피트,맷 데이먼,줄리아 로버츠,앤디 가르시아,돈 치들…. ‘에린 브로코비치’‘트래픽’ 등 최근 사회성 짙은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소더버그 감독은 전작의 스타들을 작심하고 불러모았다.‘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표적’의 조지 클루니와 돈 치들이 그와의 인연을 감안해‘염가’로 출연했다는 후문이다. 스타 감상 만으로도 본전은 뽑을 영화는 코믹 갱스터의장르를 빌었다.가석방된 지 만 하루도지나지 않아 오션은 ‘한탕’을 계획한다.표적은 전처인 테스(줄리아 로버츠)의 새 애인 테리(앤디 가르시아)가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일확천금에 테스까지 되찾는다는 야무진 거사의 D-데이는 카지노의 실내체육관에서 헤비급 권투경기가 열리는 날. 카드의 달인 러스티(브래드 피트),소매치기 라이너스(맷데이먼),폭파 전문가 배셔(돈 치들) 등 각 방면의 베테랑11명이 뭉쳤으니 못 해낼 게 없을 성 싶다.그런데 그게 아니다.절대 살인하지 않으며,표적이 아닌 금품은 손대지 않는다는 수칙 탓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일이 꼬인다. 영화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캐릭터의 전복된 묘사다.‘폼나는’ 역할을 전문으로 해온 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맷 데이먼이 허점 투성이 갱단의 인간적인 개그를 선사한다. ‘작업’이 한창일 무렵 부랴부랴 폭탄을 구하러 가는가하면,의사로 변장했다 경찰로 변했다 하는 식의 얼치기 도둑들이 유쾌함 속에서 허를 찌르는 짜릿함까지 덤으로 안긴다. 미술관 큐레이터로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의 존재는 거의느낄 수 없을 정도.두 남자 사이에 어정쩡하게 낀 채 간간이 오션의 한탕작전에나 이용되는,극의 ‘소품’ 역할이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나 ‘스내치’를 즐겼던 관객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카드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경쾌한 리듬으로 이어지는 전개방식이 그 영화들과닮았다. 황수정기자 sjh@
  • 한국미술평론 대부 이경성씨 “외로워 그리죠”

    한국 미술평론의 대부 이경성(83)씨가 전시회를 연다.오는 20일부터 3월3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갖는 ‘석남(石南)이 그린 사람들’전이 그것이다. “유희 본능으로 낙서를 하다가 그리게 된 거지요.우스개얘기같지만 진작화가가 될 걸 그랬어.평론에서 느낄 수 없는 묘미가 있거든. 시간 보내기에도 그만이고,말년에도 좋은 것같고….” 지난 1998년 이래 10여 차례 전시회를 가졌다.요즘도 작업이 활발해 하루 10여점을 그릴 때도 있다.재료는 먹과붓,검정 사인펜,아크릴,종이,캔버스 등이다.빠르고 직관적인 터치로 인물들을 표현해나간단다. 그의 작품을 보면 단순화되고 중복된 이미지들이 화면을가득 채우고 있다.초서체의 경쾌함도 있다.세부묘사가 생략된 화면 속의 군상은 상형문자를 닮았다.그래서 어떤 이는 “기묘한 글씨체야.”라고 웃는단다.출품작은 80호 짜리를 포함해 100여점.모두 최근 몇달간 그린 것들이다. “외로워서 그림니다.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워져요.”평생 미술인들과 더불어 살아온 그이지만 그들과는 어떤간격이있는 것일까. “아내와 딸 하나가 있지만 미국에 건너가 있어 서울 여의도의 아파트에서 혼자 지냅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인들이 마련해주는 자리다.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예술철학자 조요한,시인 김남조,조광호 신부,조각가 이춘만씨가 마음먹고 ‘석남전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나는 아마추어야.아마추어는 잘 그리면 안돼.그저 독서 대용으로 낙서하듯이 붓을 놀리지.” 전시를 앞두고 ‘석남이 그린 사람들’이란 제목의 350쪽분량 작품집도 펴냈다.이 화집에는 지난 10여년 동안 일기쓰듯 그려온 먹과 아크릴 작품이 실려 있다. 이씨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해방 이듬해 국내 최초의 시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을 연 것을시작으로 미술관,박물관의 설립과 운영에 독보적인 활동을펼쳐왔다. 지금은 석남미술문화재단 이사장,모란미술관 고문 등으로 일하고 있다. 유상덕기자 youni@
  • 설특집-영화·비디오 “”기다렸다 설 연휴””

    설 연휴를 후회없이 알차게 보낼 방안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넉넉잡아 대여섯시간만 짬을 내 극장으로 걸음해보자.액션 마니아라면 더 신나겠다.올 설 연휴 극장가는 볼만한 대형 액션물들로 유난히 활기차다.애써 다리품 팔아 붐비는 극장 인파를 뚫을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볼만한 비디오를 ‘찜’해놓는 것도 묘안.황금연휴를 겨냥한 새 비디오들이 많다. ◆볼만한 영화. [공공의 적] 강우석 감독이 3년 반만에 내놓아 한창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형사액션물.아시안 게임 권투 은메달리스트 자격으로 경사로 특채된 철중(설경구)은 마약을 빼돌려팔아먹을 생각까지 하는 부패형사다.그러나 노부부를 죽인살인 용의자 규환(이성재)과 맞닥뜨리면서 철중은 ‘공공의적 처단’을 삶의 목표로 정한다. 논리라고는 없는 철중의 막가파식 수사는 경쾌한 코미디를,규환의 비인간적 살인행태와 철중과의 대결은 하드보일드 액션을 연상시킨다.더러 엽기적 장면까지 선사하는 설경구의능청스런 연기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18세 이상 관람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서기 2009년의 가상역사 공간을 무대로 잡은 SF액션.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둔갑해 있는 등 조선은 일본의 속국이다.한·일 역사가 이처럼 소름돋게 뒤바뀐 건 일본인 이노우에가 ‘영고대’라는 시간의 문을 열어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막았기 때문. 영화는 시간의 문을 다시 여는 열쇠를 되찾으려는 조선해방전선 조직원들과 일본에 동화된 조선계 형사 사카모토(장동건)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세트의 위용이나 총격전에서의기술이 할리우드 액션물에 버금간다.사카모토의 오랜 친구이지만 막판에 갈등 대상으로 바뀌는 일본인 사이고 역에 나카무라 도루.12세 이상 관람가. [디 아더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고 스페인의 알레한드로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한 심리공포.남편을 전쟁으로 잃고홀몸으로 어린 남매를 키우는 여인 그레이스의 저택에 세명의 새 하인들이 들어오면서 기이한 일이 잇따른다. 햇빛을 쬐면 생명이 위독해지는 남매의 희귀병,망자(亡者)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다락방의 흑백사진 등 영화의 결말을 점치게 하는 대목대목의 복선들이 섬뜩하고도 흥미롭다. 키드먼의 강인한 모성애 연기와 공포에 질린 표정연기도 압권.전체 관람가. [콜래트럴 데미지] 테러범의 손에 가족을 잃은 폭약 전문가겸 LA 소방관이 혈혈단신으로 테러리스트 응징에 나선다는줄거리.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액션 영웅’ 아놀드 슈워제네거이다.하루아침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소방관은 미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품고 테러범을 쫓아 목숨걸고 콜롬비아 정글로 들어간다. ‘미국인 1인 영웅주의’가 거슬릴 수도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슈워제네거의 ‘맨몸 액션’이 담백해서 오히려 좋다.15세 이상 관람가. [블랙 호크 다운]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리들리 스콧감독이 연출한 전쟁액션.한창 내전 중인 소말리아의 수도로최정예 미군 유격부대가 투입된다.그들의 임무는 소말리아반군 수뇌부 납치.그러나 천하무적의 전투기 블랙호크가 줄줄이 격추되면서 에버스만 중사(조시 하트넷)가 이끄는 부대원들은 사지로 내몰린다. 피비린내나는 전장(戰場),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병사들의심리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다.이완 맥그리거가 화끈한 전투를 꿈꾸는 군사 서기관으로 등장한다.15세 이상 관람가. [반지의 제왕] 아직도 못봤다면 막내리기 전에 명성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총 3편이 동시 제작됐다.난쟁이 종족의 프로도(엘리야 우드) 일행이 악의 무리가 만든 ‘절대 반지’를 찾아 없애기 위해 모험길에 나서는 이야기.컴퓨터 그래픽으로 착각될 만큼 스펙터클한 야외세트가 판타지 영화의 묘미를 더해준다.상영시간 2시간 58분.12세 이상 관람가. [디 톡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스릴러.‘디 톡스’란 이름의 요양원에서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두뇌게임을 벌인다. 동료 형사들이 살인범의 손에 잇따라 죽자 실의에 빠져 술에 절어 살던 FBI요원 말로이는 급기야 요양원 신세를 지게된다.요양원은 눈보라와 폭설로 뒤덮여 외부로부터 완전히차단된 곳.말로이가 입원한 첫날부터 환자들이 하나둘 의문사하자 요양원 내부는 공포에 짓눌려 서로를의심하는 눈초리들로 가득하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짐 길레스피 감독.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 ◆새 비디오. [와이키키 브라더스] ‘세 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라고 조용히 역설하는 드라마.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 클럽의 불황으로 전전하다 팀의 리더인 성우(이얼)의 고향 수안보로내려간다.영화는 이들이 새 둥지를 튼 수안보에서의 고달픈생활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그러나 신기하게도 궁색하거나 초라한 느낌이 없다.전작에서처럼 바닥인생을 바라보는감독의 시선에는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극중 밴드의 노래로70년대 인기가요들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잔다라] ‘낭낙’ 등 화제작으로 최근 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주역인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신작.지난해 연말 국내 개봉 당시 흥행재미를 보진 못했다.그러나 태국영화의 현주소를 읽는 바로미터 같은 에로드라마이다.아버지의 지독한 미움을 받고 자라난 남자 잔다라가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의 섹스편력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섹시스타 중리티가 잔다라에게 성(性)을 가르쳐주는 요염한 새 엄마로 나온다. [너티 프로페서 2] 에디 머피가 ‘북치고 장구친’ 1인극 같은 코미디.에디는 96년 흥행한 1편에서 그랬듯 뚱보 과학자셔먼 클럼프 역을 다시 맡았다.노화방지용 신약을 연구하던클럼프 교수의 몸속에는 자신이 개발한 다이어트 약을 잘못먹는 바람에 또다른 자아 ‘버디’가 생기고 말았다.불쑥불쑥 몸밖으로 삐져나오는 망나니 버디 때문에 그의 생활은 하루아침에 뒤죽박죽이 된다.특수분장술이 놀랍다.클럼프의 연인 역에는 재닛 잭슨. [나비] 35㎜ 단편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문승욱 감독의디지털 장편영화.망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미래의 가상도시를 무대로 아픈 기억을 영원히 털어버리려 몸부림치는 여자(김호정)의 이야기를 담았다.검푸른 톤의 흔들리는 화면은 모든 것이 낯설고 모호하기만 한 SF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바운스] 벤 에플렉과 기네스 팰트로가 호흡맞춰 눈길을끄는 멜로. 광고회사 간부로 승승장구하던 바람둥이 버디(벤 에플렉)는 폭설로 비행시간이 뒤죽박죽되자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각본가 그레그에게 자신의 티켓을 넘긴다.비행기 추락사고로그렉이 죽자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는 그레그의 아내 애비(기네스 팰트로)를 찾아가고,애비를 향한 동정심은 서서히 사랑으로 바뀐다.모처럼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새의 기네스팰트로가 남편잃고 홀로서기하는 억척여인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 신성모독을 이유로 종교계가 통째로발끈하는 통에 지난 98년 이후부터 상영이 미뤄져온,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영화속 예수는 유대인 처형에 쓰이는 십자가를 만들어 로마인들에게 바치는 목수이다.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유다가 겁쟁이라고 비난하면 “솔직히 두렵다.”는 말까지 한다.그뿐만이 아니다.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보통사람’이다. 연기파 배우 윌리엄 데포가 보통사람을 닮은 예수로 변신했다.유다 역에는 하비 케이텔.
  • 신간 맛보기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신복룡 지음,풀빛 펴냄). 백년전의 한말 풍운을 되돌아보면서 지금을 반추해보자는 취지로 개항기에 우리 땅을 찾았던 서구인 22명의 견문기를 토대로 엮은 책. 17∼19세기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다양한 모습이담겨 있다.네덜란드인 하멜은 표류기(1668)에서 “조선에선 전쟁을 회피하고 용맹한 군인이 모멸을 당한다.”고 묘사,문민숭상정책이 잦은 외침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영국인 배질 홀은 ‘조선서해탐사기’(1818)에서 “외국인을 배척하는 조선정부와 달리 관리와 주민 개개인은매우 우호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서구인들과의 갈등이조선의 보편적 정서는 아니었다는 점을 짐작케한다.‘삼천리 금수강산’식의 나르시쿠스적인 한국사 인식에 자성의계기를 제공코자 하는 게 지은이의 바램이다.1만원. ●아버지의 얼굴(이기환 엮음,한걸음 펴냄). 불의의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귀신’이라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끊임없이 희망을 나눠주고 있는 사회운동가 채규철선생(65)의 인물평전.서울시립농대 대학시절 일찌기 농촌운동에 뛰어들었고 덴마크유학까지 다녀와 국내 최초로 청십자의료조합운동을 주도했던 그에게는 시련도 신의 뜻이었을까.45%에 달하는 전신3도 화상을 입고 27차례의 수술 끝에 한쪽눈,한쪽 귀, 한쪽 손으로 살아남은 그는 세상의 학대와 싸우며 사랑을 실천해 간다. 전국민의료보험제가 도입될 때까지 청십자의료보험을 가입자 23만명 규모로까지 키운 데서부터 간질환자들의 공동체인 장미회 결성,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한벗회 활동,어린이 대안학교 ‘두밀리 자연학교’를 운영하기까지감동적인 얘기가 전개된다.9000원. ●하드 바디(수잔 제퍼드 지음,이형식 옮김,동문선 펴냄). 미국 정치와 할리우드 영화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레이건 시대 할리우드의 영화에 나타난 남성성’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강인한 몸(Hard Body)을 주인공으로 삼은할리우드 영화들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재임하던1980년대에 유난히 각광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미국을 공격하는 국내·외 적들에게 미국의 강인함을 과시하는 ‘대중문화적 장치’였다는 게 책의 주장. 할리우드의 ‘영웅’인 람보,터미네이터,존 매클레인(‘다이하드’의 주인공),로보캅이 미국의 힘을 어떻게 감쪽같이 대변해 왔는지,워싱턴주립대 영문과 교수인 지은이의풀이가 소설만큼 재미있다.1만8000원.
  • 설특집/ TV프로-볼만한 영화(10일)

    *** 전쟁의 참혹성 리얼하게 묘사. ◆라이언 일병 구하기(MBC 오후 9시45분) 98년 제작되어그 다음해 골든글러브 작품상,감독상,미 감독조합상 감독상,아카데미 감독상,편집상,음악상,음향효과상,시카고 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의 상을 휩쓴 전쟁물.스티븐 스필버그감독과 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가 만났다.핸드헬드 카메라기법으로 촬영,여느 전쟁영화보다 훨씬 리얼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상륙작전이 펼쳐지는 도입부 25분과,끝부분의 치열한 전투장면에서 전쟁의 참혹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 파월 美상원외교위 발언/ “”포용정책 포기 안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 출석,“북한이 미사일 개발 등 과거의 무책임한 행동을 포기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북한을 기다릴 것”이라며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고지적, 대화재개를 위한 북한의 책임과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 외교위원회. [조지프 바이든(민주)위원장]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악의 축’이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수사적 도구인가,아니면 ‘불량국가’로 지목한 북한 등에 대한 정책적 변화인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이같은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한다는 뜻인가. [파월 국무장관] 즉각적인 군사행동이나 포용정책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다.그러나 이들의 본성을 악의 체제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그들의 국민은 악이 아니지만 정부는 악이다.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에 실망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팔아 왔다.그러나 미국과 한국은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를 결정하면 어떤 의제로든 대화할준비가 돼 있다.공은 북한에 넘어갔다.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미사일 개발에만 주력했다. [제시 헬름스(공화)의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묘사한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것같다.레이건은 공산주의를 패퇴시켰고 부시 대통령은 확실히 테러주의를 물리칠 것이다.미국의 적들은 전쟁 법칙이나 어떠한 법도 지키지 않는다.독재체제인 북한과 이란,이라크가 세계평화와 함께할 것인지,탈레반에 동조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사담 후세인은 물러나야 한다. [파월 장관] 테러와의 전쟁으로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됐다.마찬가지로 동맹국 일본,한국,호주와의 관계도 활력을 얻고 있다.미·일동맹은 견고하며 한국 정부도반테러전을 지지,한·미 동맹관계가 강화됐다.북한 등을악의 축으로 규정한 우리의 판단을 확고히 다질수록 테러전에서 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변화를 추구하는 국제적인연대도 강화될 것이다. [바이든 위원장]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다면 왜 중국은 아닌가.중국도 북한처럼 미사일을 수출하고 핵무기 창고도 건설중이다.왜 이란은 포함되고 시리아는 빠졌는가.3개국만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파월 장관]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말한 것이다.50여국에 흩어진 알 카에다를 끝장내도 테러리즘을 지원하고대량살상무기를 개발 및 수출하는 정권이 있다.그들은 미국에 해가 되는 수단을 테러조직에 제공할 수 있다.북한등이 같은 부류의 국가가 아니라도 이들의 행위를 보면 하나로 묶기에 충분하다.이들만이 악의 축이 아닐 수도 있다. [바이든 위원장] 동맹국들은 부시 대통령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한 점에 우려한다.북한이나이란,이라크의 군사시설을 공격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 [파월 장관] 선제공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바이든 위원장] 북한 등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지않으면 어떠한 물리력을 행사할 것인가. [파월 장관] 대통령이 말한 바가 아니다.대통령과 국무부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바이든 위원장] 북한 등이우려되더라도 러시아가 테러리스트에게는 무기를 구할 수 있는 더 좋은 ‘보고’가 아닌가.각종 보고서는 테러리스트가 대량살상무기를 취득할 수있는 곳으로 러시아를 지적한다. [파월 장관] 9·11 이후 러시아는 대테러전의 주요한 동맹국이 됐다.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러시아는 결정적인정보를 제공했다. 대화를 하지 않고 테러전에 동참하지 않은 북한 등과는 다르다. [찰스 헤이글(공화)의원]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이 악의축이냐 아니냐는 이슈가 아니다.앞으로 무엇을 하고 동맹국과 함께 이들 국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파월 장관]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위험한 체제라고 말했다.악한 체제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행동이 필요하다.그러나 내일 전쟁을 시작한다거나 누군가를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단기적으로는 이들각각의 국가와 관련,우리가 갖고 있던 정책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헬름스 의원] 최근의 두가지 국가정보평가에 따르면 북한,이란,이라크 등이 계속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을획득하는 등 공격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대통령과 파월 장관의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냉전의 유산은 청산해야 한다. 추가 테러가 핵 공격이 아니라고 확신할 때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 군사위원회. [칼 레빈(민주)위원장]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에 포함시킨 북한에 대해 9·11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의회 결의에 따라 미군을 파병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어떤 것이 효과적인 대답일지모르겠다. 이는 대통령 연두교서에 따라 내려야 할 결정이다.우리는 북한이 10만∼2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있고,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으며,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고있는 것을 안다.우리는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 지구상의누구에게든지 무엇이라도 판다는 것을 안다. mip@
  • 냉전이념에 휘말린 천재일대기 ‘뷰티풀 마인드’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먼,‘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샤인’의 제프리 러쉬,그리고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의 러셀 크로.어지간한 영화 마니아라면이들 사이에 놓인 공통점을 금세 집어낼 게다.천재적 기억력을 가진 자폐증 환자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IQ 75에달리기 재주만큼은 기가 찼던 포레스트(톰 행크스),정신장애를 앓는 음악천재로 극단의 인생을 살았던 피아니스트데이빗 헬프갓(제프리 러쉬).장애를 인간승리의 발판으로딛고선 주인공들이다.그렇다면 러셀 크로는? 지난달 제5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론 하워드 감독의화제작 ‘뷰티풀 마인드’가 22일 국내 개봉된다.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검투사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러셀 크로는 자폐증과 정신분열증을 극복해내는 천재 수학자가 됐다. 영화는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수학자 존 포브스 내쉬의 일대기를 그렸다.1950년대 미국 수학계에서‘균형이론’이란 독창적 학설로 주목받은 내쉬는 이후 35년동안 심각한 정신장애로 잊혀졌던 인물. 1947년 수학계 석학들과 수재들이 모인 프린스턴 대학원. 존 내쉬는 ‘천재 중의 천재’로 대접받지만 한편으론 못말리는 괴짜 취급을 당한다.독단적 돌출행동과 지나친 승부욕 탓이다. 영화 초반,불안한 듯 굳은 표정으로 기숙사 유리창에 매달려 깨알같이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내쉬의 모양새는 누가봐도 편집증 환자다.이즈음부터 관객들은 러셀 크로의 연기 자체에 자연스럽게 감상 주파수를 맞춰놓게 된다. MIT 교수로 부임한 그에게 정부의 비밀요원 파처(에드 해리스)가 찾아오면서 그는 얼떨결에 신문과 잡지에 숨겨진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휘말린다.강의실에서 만난미모의 여학생 알리샤(제니퍼 코넬리)를 만나 결혼하면서난생 처음 마음의 빗장을 열어보지만 그도 잠시뿐.더이상의 암호 해독작업을 거부하는 그에게 파처는 위협을 가해오고 내쉬는 급기야 심각한 정신분열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분노의 역류’‘파 앤 어웨이’‘랜섬’‘그린치’ 등이 대표작인 론 하워드 감독은 주인공의 개인기에 흥행의성패를 걸었다.영화가 빛나는 이유를 “러셀 크로의 아름다운 연기 덕분”이라고 칭찬한 한 외지의 평론에 맞장구가 쳐진다. 사방에 잡지를 펴놓고 쭈그려 앉아 난수표를 풀 듯 손끝으로 더듬어대는 대목 등 감정의 미묘한 떨림까지 잡아낸 그의 연기는 오래오래 기억될만하다. 전기영화의 한계인 지나치게 느린 호흡이나 사실적인 묘사로 긴장의 강도가 떨어지는 약점도 보이지 않는다. 내쉬를 처음 만나 노벨상 시상대에 세우기까지 헌신적으로 내조하는 알리샤의 사랑 등은 로맨틱한 감성의 멜로 분위기까지 물씬 풍긴다.덕분에 영화는 적당히 감성적이고 적당히 지적이다. 귀띔.크로의 연기에 넋을 빼고 있던 관객들은 스릴러 뺨치는 후반의 반전에 그만 허가 찔린다.내쉬와 각별한 우정을 쌓는 친구 허만(폴 베타니)과 그의 어린 조카의 등장은마치 ‘식스센스’풍의 긴장을 준다. 황수정기자 sjh@
  • 신간 맛보기/ ‘강간의 역사’,’중국신화의 이해’,’히로히토-신화의 뒤편’

    ■‘강간의 역사’(조르쥬 비가렐로 지음,이상해 옮김,당대 펴냄). ‘인류 역사에서 강간의 의미는? 책은 여러 세기에 걸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강간의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강간이 인간존재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로 인식되기까지에는 남성 여성 아동 등이 상호 동등한 인간주체로서 여겨지고,이것이 제도화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근대초기 프랑스부터 시작해 18세기말의 성폭력에 대한 법적 태도,19세기 이후 강간에 대한 도덕적 폭력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적했다.저자는 “강간에 관한 한 최소한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은 죄의 세계로 몰아세우는 인식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며“범죄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려면 죄의 세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1만3000원. ■‘중국신화의 이해’(전인초 정재서 김선자 이인택 지음아카넷 펴냄). 국내 학계의 중국신화 연구수준이나 성과는 출발 단계에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책은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신화의 백미라고할 수 있는 창세신화와 영웅신화를 본격적으로 풀어 나가친절한 안내서의 성격을 띠고있다.혼돈상태를 분리하여 하늘과 땅으로 나눈 우주거인 반고(盤古),인류의 시조가 된여와와 복희에 관한 이야기,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신화적 테마인 홍수신화 등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영웅신화 쪽에선 다양한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를담아 영웅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광적인 숭배가 갑자기생겨난 것이 아니라,신화에 그 뿌리를 두고있음을 보여준다.신화소개에 그치지 않고 신들의 이야기가 후대 문학가들에 의해 채용되고,일반 민중들의 생활 속에 스며든 과정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면서 ‘견우와 직녀’ 전설 등 우리신화와의 연관성도 짚어낸다. 신화에 대한 상식수준의 논의를 넘어,새로운 문화담론의 선상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돋보인다.1만2000원. ■‘히로히토-신화의 뒤편’ (에드워드 베르지음,유경찬옮김,을유문화사 펴냄). 프랑스 총리 장 모네의 공보비서를 거쳐 파리 베이루트델리에서 더 타임스·라이프 특파원으로 일했고,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를 쓴 저자가 철저한 자료를 토대로 엮은 책.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전범이었음에도,과격한 일본 군부의 희생양으로 미화된 채 죄를 사면받았던 일왕 히로히토의 실체를 철저하게 파헤쳤다.메이지유신, 다이쇼(大正) 시대의 혼란,히로히토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100년간에 걸친 일본 침략사의 구석구석을 해부하면서‘교활한 기회주의자’로서의 히로히토에 초점을 맞추고있다.당시 인물들의 기록이나 전쟁 전후의 문서를 제시해치우치지 않은 묘사가 두드러진다.히로히토 승려만들기,한발 늦은 원폭 개발 등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종전후 전범 히로히토의 재판 요구여론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던 맥아더 계획과 소련 공산주의 대두 등으로 무산되는 과정도 흥미있는 대목이다.1만7000원.
  • 동아시아에 우뚝 세운 한국사

    ■‘오국사기’ 전3권-이덕일 지음/김영사 펴냄. 우리 선조들은 좁은 반도를 서로 갈라 작은 것에 목매며 싸움이나 해댄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넓은 대륙에 말을 달려천하를 다투었고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양을 헤쳐나가 정복왕조를 열었던 역사의 승부사였다.일제 식민사관은 한국사를 한반도 안에 가두어 버렸다.그러나 일단의 민족사가들과 ‘역사평론가’라는 새로운 지식인 집단들은 왜곡과 무지의 안개를 걷고 동아시아 한복판에 한국사를 다시 세우고 있다. 역사평설 ‘오국사기’(이덕일 지음,김영사 펴냄)는 우리 역사에 초반도(超半島)의 대륙성과 해양성을 회복시킨 또하나의 현저한 성과물로 기록될 만하다. 먼저 저자는 굳이 ‘오국사기’란 제목을 써 ‘삼국사기’에서 연원한 ‘한국사=삼국사’란 고정관념 뒤집기를 시도한다.그리고 고구려,백제,신라,당,그리고 왜에 이르는 동아시아전체를 한민족의 역사무대로 끌어들여 6∼7세기 한민족의 통일국가 건설 드라마를 서술해 간다. 저자는 이미 전작 ‘우리역사의 수수께끼’에서 전남 나주지역의 백제인 ‘왜’세력이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싸우다 해양을 건너가 일본 왕가를 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전방후원분(앞은 모나고 뒤는 둥근 무덤양식) 등 유적과 유물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새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일왕가와 일본고대사를 한국고대사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작업을 편다.1500년 전 백제 모습 그대로인 나라 지역에 독자들을 데려다 놓고 법륭사와 비조사 등 백제인들이 지은 절 안을 거닐게 하고 백제인들이 만든 불상을 바라보게 한다.또한 백제계 일왕인 중대형 황자(천지천황)의 집권과 ‘일본’수립(일본서기에 668년으로 기록)과정 등을 자세하게 밝혀 중대형 황자를 우리 역사속의 위인으로 복권시킨다. 고구려왕 연개소문도 중국사 최고의 황제로 평가받는 당 태종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인물로 묘사된다.당태종은 645년 17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입하지만 연개소문은 안시성 혈전에서 60여일의 공방전 끝에 이를 격퇴시킨다.중국과당당히 맞선 우리 역사의 대륙성을 다시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또 하나 저자가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은 신라의 통일이다.흔히 신라의 통일을 외세를 끌어들여 한국사의 대륙성과 해양성을 사장시킨 역사로 비판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다르다.고구려,백제와 달리 신라는 약소국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신념과 열정이 있었다.김춘추는 군사를 빌리려 고구려에 갔다가 감금당하기도 하고 바다 건너 왜에 가서도 거부당하지만또다시 아들을 이끌고 중국 서안까지 찾아가는 집념을 보인다.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던진화랑들의 희생정신,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도 이런 신념과 열정이 만들어낸 우리 역사의 정화로서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정신이라는 것이다.때론 소설처럼,때론 논문처럼,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결합한 독특한 글쓰기도 이 책의 새로운 점이다.글 곳곳에서 한·중·일 사료를제시하고 현장답사 사진과 도면을 곁들이는 등 공들인 흔적도 역력하다. 백제의 일본정복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과감한 시도로서 앞으로 한일 학자들간 논쟁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각권 9900원. 신연숙기자yshin@
  • 이상문학상 수상 권지예의 ‘꿈꾸는 마리오네뜨’

    남자와 여자의 관계.아니,좀더 정확히는 아내와 남편의관계.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권지예(42)씨의 첫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창작과 비평사 펴냄)에는 부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핏줄처럼 촘촘히 교직돼 있다. 성급한 독자에게는 불쑥 어쭙잖은 의문부터 고개들지 않을까.부부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그닥 감칠 맛 있을까,혹여 통속소설같은 비루한 뒷맛에 찜찜해지진 않을까…. 소설은 완강히 손사래친다.부부관계의 균열에 초점을 맞췄으되 그건 결국 격정적 삶을 희구하는 간절하고 순수한인간의 욕망과 줄을 대고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사랑의 환상을 딛고 일어서려는 남녀의 힘겨운 ‘마음 다스리기’가 8편의 중·단편을 통해 간단없이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맨먼저 시선이 쏠리는 글은 아무래도 표제작이자 작가의등단작인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쪽이다.5년 열애끝에 결혼했건만 지난날의 열정이 식어버린 서울의 아내와 파리의 남편.서른 네살의 여자와 그 남편은 사라진 열정의흔적을 들키지 않으려 몸부림쳐보지만,현실은아랑곳없다. 유학중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2년만에 파리를 찾은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분노를 복수로 갚아주고 싶다. 그도 잠시뿐.남편으로 향하는 그리움과 사랑을 불륜으로달래왔던 자신의 일탈을 떠올리며 이내 갈등한다.그러나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몰래 수첩에 담아온 남편의 불륜 증거들을 버리고 담담히 자유로워지기로 한다. 줄에 매달아 놀리는 프랑스 인형극 ‘마리오네뜨’는 끊어질 듯 위태로운 부부의 앙상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은유하고 있는 셈이다. 작중 화자는 거개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여자들이다.그들은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일탈을 꿈꾼다.일상의우물에 푹 빠져 살아야 한다고 주문을 걸었던 여자들과 그 곁의 남자들.그들을 통해 일탈을 허용치 않는 ‘결혼의형식’을 에누리없이 까발리는 작가의 솜씨는 대목대목에서 민첩하고 맵짜다.파리 유학시절에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편(정육점 여자),한때 남편의 후배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던 여자(섬),남편의 배신에 지중해 여행을 나섰다비로소 순수한 사랑을만난 마흔다섯살의 여자(상자속의푸른 칼)….이들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필담을 빌려 하나둘 자기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에는 소설적 흥미와 철학적 고민이 반반씩 사이좋게 놓였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씨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유학했다.97년 문예지 ‘라쁠륨’에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등단했고 단편 ‘뱀장어 스튜’로 올해 이상문학상대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 [씨줄날줄] 음란물 사이트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스팸메일,그 가운데서도 음란물 사이트가 시도 때도 없이 이메일에 올라오는것은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오빠’ 운운으로 시작하는 낯뜨거운 제목이야 으레 음란물 광고려니 해서 지우면 그만인데,때로는 ‘월드컵 16강 진출 청신호가 밝았다’‘일본문화의 이해’ 같은 제목에 혹해 들어갔다가 음란물 광고임을 확인할 때는 더욱 불쾌할 수밖에 없다.더욱이 ‘수신 거부’를 눌러도 이리저리 화면만 변하지 결국 처리되지 않을때는 분통이 터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같은 음란물 사이트 광고를 청소년이 쉽게 접할수 있다는 데서 더욱 커진다.지금의 중장년층도 어렸을 때조악한 포르노 사진,적나라한 여체 묘사로 가득한 미국의성인잡지 등을 가슴 두근거리며 몰래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충격이야 짐작하던 바를 눈으로 확인하는 정도일 뿐 성(性)에 관한 인식 자체가 왜곡될 수준은 아니었다.그에 견줘 직접적인 성행위,범죄 자체인 성 약탈,남의사생활을 엿보게 만드는 몰래 카메라 등으로 뒤범벅된 지금의인터넷 음란 사이트가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청소년의 성매매와 성폭력이 급증하는 현실을 보면 일부 청소년은 성범죄에서 상당히 능동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정적인 원인이 인터넷 음란 사이트라고 해도 과언은아닐 것이다. 검찰과 정보통신부가 드디어 국내외 음란 사이트에 대해칼을 뽑았다.국내 인터넷 성인방송 19곳의 업주 전원을 구속했으며 악명 높은 15가지 해외 음란 사이트의 접속망을 28일 차단했다.이같은 대대적인 단속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왜 이제서야 나섰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전통적으로 음란물에 대해 상당히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장정일씨의 ‘내게거짓말을 해 봐’ 등 문학작품과 이현세씨의 만화 ‘천국의신화’를 음란물로 기소해 일부 유죄판결을 받게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알몸 사진을 올린 중학교 미술교사도 기소한 바 있다.그런 검찰이 인터넷 음란 사이트가 이토록 기승을 부리게끔 방치한 것은 국민 일상생활에 관심이 부족했기때문은 아닌가. 검찰이나섰으니 이번에야말로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뿌리뽑으리라는 국민의 기대를 검찰은 잊지 않기바란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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