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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장희빈’ 포르노 만들건가

    사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21세기식 새로운 사극의 실체가 고작 남녀혼욕(混浴),동성애,방중술(房中術)이란 말인가. KBS의 수목드라마 ‘장희빈’의 괴이한 궁중생활 묘사가 포르노를 뺨칠 정도로 점입가경이다.21일 방영분에서는 궁궐 입성에 성공한 장희빈에게 또 다른 궁녀가 겁탈을 시도하는 동성애 장면이 방영될 것이라 한다.또 27일 방영분에서는 궁녀들이 왕에게 사랑받기 위한 비법으로서 애무훈련 차원의 ‘감핥기’,‘두 무릎으로 팥알 집어올리기’장면이 전파를 탄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에로비디오인지 공영방송사 드라마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제작진은 당초 왕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그린 ‘궁중 홈드라마’를 만들겠으며 궁중 생활의 ‘일상사’를 자세히 재현하겠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그러나 실제 드라마가 되어가는 모습은 글래머 여배우를 십분 활용한 눈요기식 장면으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심산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제작진은 이런 장면들이 극의 흐름상 필요한 부분이며 야사(野史)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 말할 것이다.그러나 수많은 사료들 중에서 유독 이처럼 망측한 사실들만을 골라 재현한다면 역사 왜곡의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야한 내용은 ‘19세 이상’등급을 붙여 방송하면 그만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등급 딱지가 어린이·청소년들의 TV시청을 막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벌써부터 어린이·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우려하는 비판의 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다.우리는 아직도 문제의 내용들이 방송 전에 있다는 점에서 아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방송사는 지금이라도 이런 비판을 수용해 본래 기획의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사극 ‘장희빈’ 선정성 논란

    ‘김혜수 5억 손해배상 청구 사건’‘PD 구타 사건’등 방송전부터 잇따라 화제를 뿌린 KBS2 수목드라마 ‘장희빈’이 극중 노출 수위가 높은 목욕신과 사상 최초로 방송되는 남녀혼욕신 및 방중술 소개 등으로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20·21일 방영될 5·6회에는 장옥정(김혜수)의 목욕신이 잇따라 등장한다.궁궐에 들어온 옥정이 상궁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씻는 장면이 그 것.이 장면에서 김혜수의 가슴선이 상당 부분 드러난다는 귀띔이다. 21일 방영분에서는 동성애 장면이 묘사된다.궁에 들어와 새 거처를 지정받은 옥정을 같은 궁녀(곽진영)가 시종 묘한 눈으로 바라본다.이 궁녀는 잠자리에서 급기야 옥정을 더듬는다.옥정은 이를 거부하며 두 사람은 한데 엉켜 심한 몸싸움까지 벌인다.이어 27일 방영분에서는 아예 혼욕 장면이 나온다.옥정은 숙종(전광렬)과 함께 밤을 보낸 뒤 같이 목욕하며 숙종을 씻겨주는것.숙종의 등과 가슴을 명주천으로 닦아주는 등 공중파로 나가기엔 다분히 파격적인 장면이란 게 방송가 안팎의 시선이다. 또 같은 주에방영하는 내용에서 옥정은 상궁에게서 천장에 매달린 홍시·향주머니 등을 “손으로 잡지 말고 입으로 핥아 먹으라”는 지시를 받는다.옥정은 또 방바닥에 뿌린 팥을 무릎으로 주워 올리는 훈련도 받는다.아들을 낳기 위한 비법으로 소개되지만 모두가 궁중에서 전해오는 방중술이다. 아직 방송이 되지 않은 만큼 편집과정을 거쳐 순화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제작진의 호언처럼 이같이 자극적인 소재가 극의 흐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날지는 미지수다. 드라마 연출자인 이영국 PD는 “이야기 흐름을 거두절미하고 장면을 가지고 에로틱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격이다.”면서 “흐름상 어떤 장면인지를 숙지하고,드라마를 이상하게 호도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이어 “옥정과 숙종이 같이 탕에 들어가지만 그것은 옥정이 숙종을 씻겨주는 장면이지 절대 혼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운동연합 이송지혜 간사는 “방송이 어떻게 편집되어 나올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영방송의 드라마가 시청률을 의식,앞장서서 선정성에 의지하는 것은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주현진기자 jhj@
  • 오피니언 중계석/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심포지엄 - 역사교과서 퇴행적 애국주의 위험

    일본의 검정교과서가 한국과 관계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의 중·고생들이 사용하는 국정 및 검정교과서에도 퇴행적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표현이나 기술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서중석 외)주최로 최근 성균관대에서 열린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방향’주제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배제대 교수는 ‘대외관계의 서술에 나타난 퇴행적 애국주의’라는 주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강 교수는 “역사 서술은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열사관(優劣史觀)에 입각해 주변 민족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주제 연구의 요지다. 혹자들은 역사교육의 목적을 ‘애국·애족심 혹은 민족정체성 함양’이라고 한다.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무엇이 애국·애족인가.’하는 본질 문제에 들어가면 성립될 수가 없는 논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학교 국정교과서를 살펴 보면,적잖은 문제가 드러난다.우선 지나친 상무심(常武心)과 애국심의 고취 문제,정복사업과 대외침략의 미화 문제를 들 수 있다.우리가 일으킨 전쟁과 영토확장을 위업으로 서술하고 있다.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관도 문제다.중국 중심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인식하고 있으며 은연중 중국민족을 우등민족으로 묘사하고 있다.반면 북방민족과 왜를 열등민족으로 묘사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성적 역사의식도 눈에 띈다.무조건 ‘크고,오래 되고,많은 것’을 찬미하고 숭상하는 원초적 감각주의가 그것이다.그런가 하면 자주성을 과잉 평가해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반란)에 대해 “고려인의 자주의식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무책임한 역사인식도 드러난다.민족의 위대함만을 적시하고 있는데,개화정치나 의병투쟁·독립운동 전부를 성공한 것으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한 경우도 없지 않다.“임진왜란은 조선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일본에서는 정권이 바뀌었고,명도 전쟁으로 국력이 쇠약해져 결국 만주의여진족에게 중국의 지배권을 내주게 되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교 국정·검정교과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단일민족론과 봉건적 충효론을 지나치게 예찬해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이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시되고….”라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역사서술도 지적할 수 있다.“민족주체성을 견지하되 밖으로는 외부세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개방적 민족주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역사 서술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지나친 자주성의 강조는 식민사관의 타율성론이나 사대주의론 혹은 중국중심적 사관에 대한 강박적 과잉반응의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우열사관에 입각하여 주변민족을 재단하는 경향도 문제다.중국민족은 우등민족,왜와 북방민족은 열등민족이라는 등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 민족의 주체적 역사 영위와 그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균형잡힌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전쟁이나 정복사업은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잘못된 사업이다.그런데 그것을 위업으로 미화한다면 그것은 전쟁을 부추기고 개인의 삶을 도외시하는 역사관이다.상무심도 어디까지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편법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민족주의라는 것도 일정한 시대,특정 세력에 의해 주장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그럼에도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전체주의적인 애국주의가 작용한 결과다. 소수의 집필자나 관리자들의 역사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역사교과서가 국가의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리 심재억기자 jeshim@
  • [씨줄날줄] 남북 이산 문화재

    “미륵보살의 깊은 명상과 자애를,여성적이면서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신체가 조용하고도 힘차게 상징하고 있다.이상화된 얼굴에는 말로 형용할 수없는 불가사의한 미소의 흔적이 (중략)영원한 적막을 깨뜨리는 것 같으면서 실은 그것을 더 강조하고 있는 벌어진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동작과 묘사는 한마디로 신묘(神妙).” 작고한 고미술사가 김원룡박사는 저서 ‘한국미의 탐구’(1978,열화당)에서 이렇게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왼 무릎위에 오른 다리를 걸치고 뺨에 오른 손가락을 살짝 대어 깊은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부터 통일신라 초기까지 약 100년간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김 박사가 예찬한 국보 83호는 7세기전반 신라작품으로 6세기 후반 백제 작품인 국보 78호와 함께 한국 고미술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힌다.이 작품들은 또한 일본의 국보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 한국미술의 일본전파 사실을 입증하는 작품으로 귀중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가상은 신라와 백제에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구려는 적어도 6세기까지는 삼국 가운데 가장 앞선 불교미술을 갖고 있었다.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18호,평양 평천리 출토 금동미륵반가상은 7세기 전반 고구려의 반가상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 반가상이 북에 남겨두고 온 자신의 반쪽과 ‘이산(離散) 상봉’을 한다고 한다.오는 12월6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북한 고구려 미술품 특별전에서 남쪽의 사유상 본체와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배(光背)부분을 나란히 전시한다는 것이다.그동안 고미술사학계에서는 북한이 국보로 보존해 온 ‘영강 7년명 금동광배’가 호암미술관의 금동반가상과 한 짝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어 왔다.직접 작품을 분석해 봐야 확인될 일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남북 이산 문화재’의 첫 상봉이 되는 셈이다.학계는 평남 원오리 절터 출토의 흙부처 등 ‘남북이산문화재’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남북 학술교류를 본격화해 문화재의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씨줄날줄] 노란우산

    가을철 노란색의 상징인 서울 도심의 은행잎들이 예년 같이 곱지 않다.황금빛 제 색깔을 내려면 일교차가 심한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되어야 하는데,올해는 급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가을다운 가을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란다.기온이 떨어지면 뿌리로부터 수분이 잎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색깔을 내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는 것이다.이래저래 올핸 책갈피에 간직할 은행잎을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은행잎보다 더 아름다운 빛깔의 ‘노란’ 소식이 미국으로부터 전해져 반갑다.마치 오천석 선생이 쓴 ‘노란 손수건’에 나오는 ‘형무소에서 출소한 남편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으로 마을 앞에 서있는 나무에 온통 노란 손수건을 매단 것 같은’ 낭보였다.그러나 이미 지난해 국제기구인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선정 ‘50년 통산 세계의 어린이 책 40권’에 뽑힌, 우리가 창작한 것에 대해 이제서야 관심을 갖는 무심함을 되돌아보는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류재수 화백이 그린 어린이를 위한 창작 그림책 ‘노란 우산’이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류 화백은 국내 몇 안 되는 13평 아파트에서 넉넉지 않게 사는 ‘전업 그림책 작가’이다.그가 그린 노란 우산은 그림을 설명하는 글자나 줄거리가 없이,그냥 우산행렬 조형으로만 이뤄져 있다.그림과 음악이 어우려져 마음의 문을 노크하고 있을 뿐이다.처음에는 노란 우산 하나가 길을 가다가,어디선가 파란 우산이 나타나 그 옆에 따라붙고,또다시 빨간 우산이 나타난다.책장을 넘기면색색의 우산 숫자가 늘어나는 게 줄거리라면 줄거리이다. 꼭 짚어 말한다면 비오는 날의 등교 표정을 정감 어리게 표현한 동요 ‘빨간 우산,파란 우산,찢어진 우산’을 시각적 이미지의 즐거움으로 묘사한 그림책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그래서인지 고단한 일상에서도 쉬지 않은작가의 10여년 담금질이 배어있다.스스로도 “노란 우산에 담고자 했던 것은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이며,색깔들의 조화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우리 생활에서 노란색은 언제나 처음이자,끝으로 다가선다.봄을 알리는 ‘개나리를입에 문 병아리’ 모두 노오란 희망의 상징이다.한 해를 마감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을걷이도 황금빛이다.은행잎 대신 가을의 대미(大尾)를 화려하게 장식한 노란 우산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 일요영화/ 프리퀀시 外

    ◆프리퀀시(SBS 오후11시40분) 60년대의 아버지와 90년대의 아들 사이에 무선통신이 이루어진다.‘프라이멀 피어’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충격적인 막판 반전을 보여준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시간여행 스릴러물.대형 화재와 폭발 신,수중격투 신 등 액션과 특수효과도 볼 만하다.부자지간으로 출연한 배우 데니스 퀘이드,짐 카비젤의 연기가 볼 만하다.2000년작. 존 설리번(짐 카비젤)은 일상의 외로움에 찌들어 90년대를 살아가는 경찰.어느날 존은 낡은 햄 라디오를 통해 69년도 소방대원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와 무선통신을 하게 된다.존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던 브룩스톤 화재사건을 미리 경고해 과거를 바꾸게 되는데…. ◆미싱(KBS1 오후11시20분) 정치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82년작.칠레에서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다.오스카상 수상자인 잭 레몬,시시 스페이섹의 연기와 반젤리스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남미군사독재정권의 실체를 밝히는 것 같은 거창한 주제보다는 아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부성애 쪽에 비중을 뒀다.애드 호만(잭 레먼)은 칠레에 살고있는 아들 찰리(존 셰아)가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애드는 찰리의 아내 베시(시시 스페이섹)와 함께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MBC 밤 12시25분) 공지영 원작의 동명 소설을 그의 전 남편인 오병철 감독이 95년 영화화했다.중산층 인텔리 여성들의 문제를 다룬 원작을 ‘박해받는 여성’ 대 ‘억압하는 남성’이라는 진부한 대립구도로 단순화시켜 버린 느낌이 있다.주연은 심혜진,강수연,이미연.대학동창인 혜완 경혜 영선은 제각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이들은 각자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채수범기자 lokavid@
  • 물고문 유형과 실태/ 얼굴에 수건얹고 물붓기 90년대 등장

    ‘물고문’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피의자의 양손에 수갑을 채운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박아 숨을 쉬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지난 87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군도 같은 수법으로 희생됐으며 당시 시대상을 묘사한 영화 ‘박하사탕’에도 동일한 방식의 물고문 장면이 나온다. 이런 방식의 물고문은 박군 치사사건 이후 조사실 내부의 욕조가 사라지면서 더욱 은밀하고도 간편한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한 장의 물수건과 주전자만 있으면 욕조식 물고문과 똑같은 심리적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검·경 전직 수사관들의 고백이다. 90년대 이후 등장한 물고문은 의자에 앉은 피의자의 양손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운 뒤 얼굴에 물수건을 얹어 물을 들이붓는 식으로 진행된다.수사관들이 피의자의 머리카락을 뒤에서 팽팽히 잡아당기면 피의자의 기도가 열리고 이때 입과 코로 물을 떨어뜨리는 식이다. 피의자는 불과 몇분만에 정신을 잃게 되며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자백을 하게 된다.수건을 이용한 물고문은 얼굴 부위를 빼면 옷이 거의 젖지 않으며 피의자의 상태를 봐가면서 손쉽게 자행할 수 있어 조직폭력배나 마약사범 등 강력사범에 대한 심리적 제압 효과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내부에서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천훈씨와 함께 검거된 공범 박모씨가 주장하는 물고문은 이와 비슷한 형태이다.박씨는 특조실 내부의 화장실 문에 상반신을 걸친 상태로 눕혀진 뒤 수사관 2명이 양쪽에서 얼굴을 덮은 흰수건 위로 물을 부었다는 주장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책/ 시계밖의 시간 - “당신의 시계를 없애버려라”

    동인도제도의 몇몇 지방에선 달이 꽉 차는 밤들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돼지달’,또 하나는 ‘큰 돼지 달’이라고 부른다.이를 서구식 캘린더라면 아마달이 차오르는 11번째 밤과 12번째 밤이라고 부를 것이다.이렇게 이름 붙인 까닭은 그 때가 되면 어미·새끼 돼지 할 것 없이 달빛에 홀린 듯 흥분해 우리를 뛰쳐나와 날뛰고 뒹굴기 때문이다. 또 인도 만다만 숲의 사람들에겐 꽃과 나무들의 냄새로 한 해의 시간을 묘사하는 ‘향기 캘린더’가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각각의 달은 자연으로 특징지어지므로,그 달의 이름을 듣고 그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시계밖의 시간’(제이 크리피스 지음,박은주 옮김,당대 펴냄)은 ‘시간’이란 주제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지은이는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이 고도로 정치적이며,문화제국주의의 뿌리깊은 예라는 인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꿰고 있는 두 중심줄은 ‘시계의 시간’과 ‘자연·야성의 시간’이다.인간은 하루하루를 째깍대는 시계의 노예가 되어 허겁지겁 살 뿐,야성의 시간이 주는 깊고 풍성함을 알지 못한다.저자는 시계의 시간 지배하에서 여성성을 유린하는 ‘속도의 남근성’을 가차없이 비판하고,밀레니엄 축제는 야성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던 페스티벌의 넉넉함을 잃어버렸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어린이들을 성인화하는 어린이미인대회와 중년 여성의 성형수술 바람을 빗대어 여성의 연령은 오직 ‘젊음’에 멈추어야 하는 사회적 시계에 칼을 댄다.아울러 ‘월경’이라는 여성의 시간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남성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산업사회는 뉴턴의 ‘절대적이고 수학적인 시간개념’을 무기로 해서 시간의 다양성을 말살했고,사람들은 벤저민 크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를 배워 시간에 충만해 있는 은총과 자비를 비천하고 무자비한 시간 세기로 고갈시켜버렸다고 역설한다. 반면 ‘시간은 창조이거나 무(無)그 자체이다.’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베그르송,시간은 시계의 대립물임을 간파한 루소,철철 넘칠 만큼 ‘순간의지금’(맹트낭)을 구현해낸 몽테뉴,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 등은 시간의 다양성을 꿰뚫어본 대표적인 사람들로 소개한다. 저자는 지금도 섹스·술·마약·음악 등에 야성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시계에 끌려다니며 헉헉대는 현대생활에서 알코올과 마약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중 하나는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길들지 않은 때가 바로 구미에서 가장 빛나는 음악가들이 야성의 시간의 연주로 꽃피운 시기였다고 부연한다. 결국 지은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짧은 한문장으로 압축된다.‘당신의 시계를 수장하라.’2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
  • 웃음과 찡한 감동 마당극 2편

    한판 웃어제끼면서도 가슴이 찡해지는 마당극 2편이 대학로에 올랐다. ‘소리극 장날 은 개그맨 출신 박채규와 양현자 부부가 85년 초연한 이래 3200여회라는 연극 사상 최다 공연횟수를 기록한 작품.시골 장터를 떠도는 광대와 유랑극단 가수 출신 장사꾼 부부의 인생유전을 그렸다. 이번 무대는 부인 역으로 새롭게 진도 토박이 소리꾼 박인영이 가세하고,문화마을 들소리 타악팀이 합류해 더 풍성한 잔치를 벌인다. 떠들썩한 장날의 재미에 얹힌, 힘든 세파의 묘사가 찡한 감동을 준다.30일까지 금 오후7시,토 오후7시30분,일 오후5시30분.마당세실극장(02)747-5773. ‘밥 꽃수레’는 빨치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진 풍파를 겪은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작품.역사의 무게에 의해 짓밟힌 삶의 한을 훌훌 떨쳐버리는 한판의 씻김굿과 같은 무대다. 전통극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마임을 도입해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국악과 양악의 협연,인형극의 활용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연출은 놀이패 한두레 대표인 남기성.17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741-3934. 김소연기자 purple@
  • 軍소재 한국영화 줄줄이 ‘레디 고’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해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진주만’.하와이의 초호화판 항공모함에 세계 영화관계자들을 불러놓고 국제적인 시사회를 가졌다.그때 동원된 거대 함선 ‘존 C 스테니스’호는 미군이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쟁액션 ‘블랙호크 다운’도 실감나는 현대전을 묘사하는 데 펜타곤(미 국방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소말리아 내전 진압 때 실제로 쓴 미군 장비와 인력을 재동원했다. 할리우드 쪽에서나 가능하던 이같은 일들이 머잖아 국내 영화계에서도 실현될 것 같다.국방부는 최근 군 소재 영화에 장소와 장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민간영화 제작지원’지침을 내놨다.그동안 제작사와 군부대가 개별 협의해 온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창구를 열어놓은 것.‘공동경비구역 JSA’가 군 지원을 받지 못해 세트 제작에만 9억여원을 들인 2년전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口군,남북 이데올로기…한국영화의 새 소재 국방부가 이처럼 지원 결정을 하고 나선 것은,발빠르게 소재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한국영화의 제작추세에 자극받은 결과이기도 하다.군이나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기획·제작 중인 영화는 최근 줄을 잇는다. 국방부의 공식지원을 처음 받을 작품은 강제규 감독이 새달 촬영을 시작하는 ‘태극기 휘날리며’.장동건 원빈 이은주가 주연해 한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꽃피는 두 형제의 사랑을 그린다.본격 전쟁액션을 선언한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대규모 전쟁장면을 재현하고자 육군 측에 촬영장소 및 당시의 카빈총·장갑차·북한군 따발총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도 군인 이야기다.민간인을 오인사살한 뒤 집단광기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군인이 주인공. 12월 중순 개봉할 ‘휘파람 공주’는 남북 대치상황과 군을 하나의 소재로 묶었다.평양예술단 수석무용수로서 남한을 찾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막내딸이 평범한 남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의 코미디. 전방에서 근무하는 초병이 처녀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방아쇠’는 한창 촬영 중이다.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양액션 ‘블루’는 내년 1월 말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갔다.한석규가 3년만에 찍는 영화 ‘이중간첩’도 남북 대치상황을 소재로 삼았다. 口자유롭고 유연해진 캐릭터 군은 물론이고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한 작품 속 캐릭터들은 최근 놀랄만큼 유연하게 묘사된다.무엇보다 북쪽 사람들이 더이상 ‘혁명전사’나 시대착오적 인간형으로 한정되지 않는다.예컨대 ‘휘파람 공주’의 여주인공(김현수)은 프랑스에서 발레를 전공한 해외유학파로 외국어를 서너 가지 구사한다. 제작사 측은 “CIA(미 중앙정보국)를 남북 공동의 적으로,북한 로얄패밀리를 발랄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설정했다.”면서 “몇년 전만 해도 군부대 지원은 커녕 제작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口국방부 지원은 어떻게? 국방부의 지원선언이 군과 남북대립을 소재로 한 영화제작 붐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그 조짐은 벌써부터 읽힌다.한국의 첫 여성 비행사의 일대기를 그리는 ‘청연’,공군조종사들의 우정과 애환을 다룬 ‘블루 스카이’,북한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을 ‘레드’등이 조만간 국방부에 장소 지원을 정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내 영화지원 업무를 담당할 비상설기구는 ‘민간영화 제작지원 심의회’.심의회의 한 담당자는 “육·해·공군에서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것이 앞으로는 국방부 심의회로 창구를 단일화한다.”면서 “군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면 모든 군 소재의 민간영화들은 서울영상위원회를 통해 국방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 제작자들의 기대 또한 작지 않다.무엇보다 스케일이 돋보이는 스펙터클 영화를 만드는 데 다시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수십억원의 세트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포인트.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최근 군소재 영화를 만든 한 제작자는 “진한 섹스 장면,군인을 비하하고 위계질서를 흐트리는 듯한 대사가 한마디라도 나오면 제동이 걸리기 일쑤”라면서 “한국영화의 소재 확장을 위해 제작사와 군이 점진적으로 타협점을 찾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軍 영화지원' 美선 어떻게-철저한 검토후 年5~6편만 지원 대본 수정요구 거부땐 지원안해 하늘을 가르는 멋진 전투기,실감나는 총탄세례,찡한 전우애….할리우드 전쟁영화가 군인의 꿈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영화 ‘탑건’의 성공 후 미국에서는 해군장교 지원자 수가 5배나 늘었다. 그렇다면 이런 전쟁영화는 어떻게 만들까.무기·군 시설·군인을 쉽게 조달하려는 할리우드와,애국심을 자극하려는 군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할리우드와 정부의 공생관계는 2차대전부터 시작됐다.미 정부는 전쟁정보국 산하에 영화사무소를 설치,영화를 통해 참전의 정당성을 선전했다.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노골적인 선전영화는 불가능하게 됐지만,전쟁정보국의 역할은 국방부으로 이어졌다.한해 평균 200여편의 영화가 지원 요청을 하면,국방부 산하 할리우드 연락관들은 철저한 대본 검토를 거쳐 5∼6편을 선정한다.지원 승인만 떨어지면 인건비·연료비 정도만 받고 군 장비와 엑스트라를 제공한다. 관계가 이렇다 보니 군의 요청에 따라 대본을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포레스트 검프’는 당초 검프의 동료 소대원들을 모두 얼뜨기로 묘사할 계획이었으나 멀쩡한 병사로 바꾸었다.‘윈드 토커’에서는,암호가 적발되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고쳐졌다.군·전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지옥의 묵시록’‘어 퓨 굿맨’‘화성침공’등은 대본을 수정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했다.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국방부의 시나리오 수정 요청이 사전검열이라고 비판한다.군이 역사적 사실의 진실과 거짓 판단에 개입하게 되면 선전영화나 다름없다는 것.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강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영화제작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도 원하는 것을 얻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5년만에 개인전 서양화가 오치균/ “폐광촌 사북 풍경서 고향 정감 느꼈죠”

    새까만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19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폐광촌,강원도 사북.까만 산,까만 나무,까만 집,온통 까만 세상.서양화가 오치균(46)이 지난 98년 우연히 만난 사북의 인상이다.그 첫인상이 5년만에 여는 개인전의 소재가 됐다. “그해 정월 대보름 무렵 정선 5일장에서 나물이나 사자고 무작정 갔다가 시꺼먼 도시를 봤는데,너무 충격적이었죠.그 뒤로 계절마다 찾아가 그렸어요.지난 5년간 그린 그림이 많은데 이번엔 ‘사북 그림’ 40여점만 묶어서 개인전을 하려고요.” 그는 폐광촌 사북에서 머리가 깨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단다.폐광이 숨겨놓은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봄이면 담 밑에서 탄가루를 뚫고 노란 민들레가 반짝거렸고,쓰레기 더미에서도 새싹이 돋아났다.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널린 빨간 옷에서,빨간 내복으로 겨울을 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어느 집인가에서는 저녁밥 뜸들이는 냄새가 흘러 골목에 넘치는 듯도 했다.그느낌 그대로 작가는 지붕이 잇닿는 ‘사북 그림’들을 고향집 찾아가듯 정감 넘치게 그려냈다. 경기광주 작업장에서 만난 그는 방 셋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지난 5년간그린 그림 수백점을 보여준다.동그스름한 얼굴에 둥근 안경,둥글게 튀어나온 광대뼈에 웃음까지도 넉넉해 보이지만,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막상 빡빡하다.예컨대 살이 쪄서 체형이 무너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헬스클럽에 다니고 식이요법을 해 팔뚝에 이두박근을 만든다.그것이 그림과 무슨 상관이있느냐고? 자신의 심미안으로 바라봐서 ‘아니다.’싶은 것과는,그것이 비록 제 몸일지라도 타협하거나 내버려 두는 짓을 못한다는 의미다.그런 태도는 그림을 그릴 때도 드러난다. 붓 대신 손을 사용하는 핑거 페인터인 그는 그림이 안 되면 흡족한 형상을 빚어낼 때까지 캔버스에 무한정 물감을 붙인다.그래서 작품의 무게나,캔버스의 물감 두께를 통해 그가 순조롭게 그린 그림인지,또는 잘 안 돼 고민하던 그림인지를 알 수 있다. 지난 91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연 귀국 개인전에서부터 열광적인 팬들을 확보하고,그래서 전시회 개막 전에 작품 전체가 매진되는 까닭은 이같은 열정 덕분인 듯하다.그래도 요즘 그림은 이전의 전시인 ‘산타페’ 때 출품작보다는 덜 두껍단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성격이 급해서”라며 그는 쑥스러워한다.그림이 막 떠오르는데 붓으로는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섬세한 묘사는 손가락 끝으로 터치하는데 체중이 54㎏에서 73㎏으로 늘면서 손가락에도 살이 쪄서 다소 답답하다고 그는 계면쩍어했다. 그의 그림에서는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사람들이 이미 살던 집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무서워서”라고 밝히며 그는 씩 웃는다.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의 한 단면이다.그에게는 이런 일화가 있다.귀국 직후 물정 모르고 대학교수가 되려고 면접을 본 적이 있다.인터뷰에서 ‘당신 그림이 너무 어둡지 않으냐.’는 지적을 받았다.고분고분한 답변 대신 그는 “그림이 어두우니까 내 마음도 어두울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맞받아쳤다.임용에서는 물론 떨어졌다. 지금의 그림은 과거에 비해 한층 밝아졌다.빛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빛의 직진하는 속성을 때론 부정한다.그는 아름다움이 빛나는 곳에 하이라이트를 준다.이를테면 건물 내부가 아궁이처럼 노랑빛과 진홍빛으로 빛나는데,그 사물에 대한 작가의 환상을 표현한 것이다.노란·빨간색의 유치한 커튼이 너펄거리는 사북의 진짜 풍경을 그려넣은 것이기도 하고.6∼18일 가나아트갤러리 제3전시장(02)720-1020. 문소영기자 symun@
  • 김윤영씨 첫 소설집 ‘루이뷔똥’, 명품 거래 둘러싼 인간군상 일상에 숨겨진 욕망 파헤쳐

    “그가 가지는 의외의 새로움이자 단단함은 삶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실험적 형상화 방법론과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독특한 자의식에 있다.”(평론가 임규찬) 지난 98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발을 내디딘 소설가 김윤영(31)이 첫 소설집 ‘루이뷔똥’을 출간했다. 소설집에 붙여 평론가 임규찬이 눈여겨본 그의 문재(文才)는 실제적 완성도보다 오히려 ‘가능성에 무게가 있다.’는 평단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명품 ‘루이뷔똥’을 불법으로 거래해 먹고 사는 인간군상의 물신적 행태를 이 정도 분량의 글로 축약하고 정리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한 신예 여류소설가의 폭넓은 현실인식과 체험세계가 빚어낸 신작소설 ‘루이비똥’은 능히 이를 감당해 낸다.작품은 ‘감당’을 넘어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현대인이 가진 일상의 모습과 그 이면의 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서울에서,지금은 그가 경멸해 마지 않는 ‘좌파 떨거지’로 학창시절을 보낸 세미.프랑스 파리로 날아와 루이뷔똥 수집상으로 먹고 사는 그는 순전히 먹고 살고자 외인부대에 용병으로 입대,남미 가이아나의 아리앙 로켓발사기지에서 근무해 온 또 다른 ‘생활의 떨거지’ 판수와 만난다. 같이 살면서도 이들은 결코 정신적으로 교감해 신뢰를 갖는 관계로 설정되지는 않았다.‘짐승 같지는 않지만,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영혼의 교감에는 다다르지 못한 사이다.그래선지 사랑을 말하는 판수를 두고 그는 “사랑이라니,지겨워 그런 말은.”이라며 선을 긋고 나선다. 여기에 조선족 출신 영변댁이 가세해 이야기를 이끈다.1인당 판매량이 제한된 명품 루이뷔똥을 사들인 뒤 이를 한국 같은 ‘거품 수요’의 나라로 넘기고 이문을 챙기는 일에 이들은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불법인 만큼 이들의 프랑스 생활이라는 게 도무지 뿌리가 없어 불안정하다.이국에서 겪는 이들의 비애는,명품을 사들여 보관해 놓은 창고가 불로 타버린 뒤 반쯤 혼이 나가버린 영변댁이 서툰 현지어로 ‘노옹!장다름므!(경찰은 안돼.)’라고 외치는 절규에 절절히 녹아 있다. 김윤영의 작품은 일견 건조하고 단선적이다.더러 체험의 한계도 드러난다.그러나 군더더기없는 묘사가 오히려 사실적이고 긴장을 부추기는 효과를 준다. 그의 작품에서 수완 좋은 작가들이 엮어 놓은 ‘기성복 기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체험세계에 견실하게 발 딛고 선 그의 신선한 저력은,독특한 문제의식의 생산능력과 함께 앞으로 그의 문학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 기대치다.니콜라이 오스트로프스키의 혁명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연상시키는 그다. 심재억기자
  • 영화 ‘밀애’는/ 어느날 남편의 숨겨둔 애인이… 여성의 시각서 찍은 격정멜로

    ‘밀애’는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찍은 첫 상업영화다. 전경린의 인기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삼은 덕분에 별 탈없이 극적 내러티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결혼 8년째,여덟살난 딸 하나를 둔 미흔(김윤진)부부에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크리스마스 전날 밤 남편의 숨겨둔 여자가 찾아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남편의 애인이 미흔을 만신창이로 능멸하는 화면으로 격렬히 운을 뗀 영화는 6개월 뒤 한적한 시골마을로 무대를 옮긴다.도망치듯 이사온 그곳에서도 여전히 상실감에 휘청대던 미흔은,결혼제도를 냉소하며 성에 탐닉하는 유부남 의사 인규(이종원)를 만난다.인규는 사랑에 빠지지 않고 만남을 즐기자는 ‘시한부 게임’을 제안한다.멈칫거리던 미흔은 상실감을 보상 받기라도 하려는 듯 위험한 게임에 들어간다. ‘격정멜로’를 선언한 영화는 그때부터 숨가쁜 도돌이표를 찍는다.한밤중 잠옷바람에 창을 뛰어넘어 인규의 집을 찾는 미흔,대낮에 아내를 따돌린 채미흔과의 은밀한 만남을 갈급하는 인규.상처받은 미흔의 영혼에 꾸준히 연민을 보이는 드라마 얼개 때문일까.남녀의 불륜에는 신기하게도 동정표가 쌓여간다. 상실과 허무에 휩싸인 김윤진의 심리묘사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감독은 여성주도적 시각에서 작정하고 멜로영화를 찍은 듯하다.아니나 다를까.“모두를 다 버리고 홀로 선 마지막 장면의 미흔이 가장 젊고 생기 넘치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감독이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 영화는 요령부득이다.결혼제도를 환멸하고 불신하는 인규의 배경은 알 길이 없다.미흔의 무엇에 이끌려 인규가 그토록 절절한 사랑을 틔웠는지에 대해서도 영화의 설득력은 한참 떨어진다. 황수정기자
  • 가을 연극계 ‘정극’ 풍성

    한동안 뮤지컬이 공연계를 주름잡는가 싶더니,최근 실력있는 연출가와 극단의 굵직한 정극이 쏟아지고 있다. 가을은 방학 전 학생들을 끌어모을 마지막 기회일 뿐 아니라,정부 지원을 받은 극단들도 ‘결과’를 보여주어야 할 때.정통 연극팬들은 모처럼의 푸짐한 상차림에 포식을 해도 좋을 듯싶다. 극단 산울림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29일부터 두달 동안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올린다.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그린 김형경의 소설을,심리 묘사에 탁월한 연출가 임영웅이 무대화했다. ‘레이디 맥베스’의 연출가 한태숙도 새달 6∼13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광해유감’으로 객석과 무대를 뒤바꾼 파격을 보여줄 예정.오현경 한명구 등의 중견배우와 타악그룹 공명이 보여줄 광해의 광기를 기대해도 좋다. ‘청춘예찬’으로 상을 휩쓴 연출가 박근형도 ‘깔리굴라 1237호’를 새달7일∼12월1일 아룽구지 소극장에 선보인다.감칠맛 나는 대사로 호평을 받은‘이발사 박봉구’의 작가 고선웅과 2년 동안 기획한 작품.올해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을 받은 박지일이 현대인의 잠재된 폭력성을 연기한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연출가 이윤택도 ‘오구’의 영화작업을 잠시 접고 고전극 두편을 올린다. 이오네스코의 ‘수업’(새달 2∼10일,학전블루)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새달 19∼24일,폴리미디어 씨어터). 오현경 송승환 윤석화 최민식 등 명배우들이 거쳐간 실험극장의 ‘검정 고무신’(새달 3일까지,알과핵 소극장),스타일리스트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연출가 김아라의 ‘햄릿 프로젝트’(30일까지,정동극장)는 이미 무대에 올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소연기자
  • 제2의 미켈란젤로? 과찬의 말씀입니다, 국내 첫 개인전 ‘조각 거장’ 줄리아노 반지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15세기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최후의 만찬’같은 천장화를 구경하려고 바티칸 박물관을 들른다.1999년 바티칸 박물관에는 작은 ‘보너스’가 생겼다.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2.5m 정도 높이의 현대적인 대리석 조각품이다.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옆에서 웃고 있고,앞에선 금빛 눈썹의 젊은 남자가 힘차게 걸어간다.새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세웠다는 ‘문턱을 넘어가다’다.현재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조각가로 인정받는,피렌체 디자인 아카데미와 로마 비르투오지의 회원인 줄리아노 반지(71)의 작품이다. 반지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 첫번째 개인전을 위해 처음 한국에 왔다.170㎝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체구였지만 손만은 수십년 동안 대리석과 브론즈를 다룬 노장답게 다부진 느낌이다.페사로에서 작업하는 그에게는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는 별명이 붙었다.그러나 반지는 “미켈란젤로와 비교하지 마라.그는 너무나 큰 사람이라,나는 근처에도 못간다.”며 고개를 외로 젓는다. 로마제국과 가톨릭의 본산으로 전 국토가 유적인 이탈리아에선 새 건물을거의 지을 수 없지만,교회와 성당을 중심으로 보수작업은 꾸준히 벌어진다.성당의 제단을 새로 꾸미거나 입구를 손질할 때 그의 조각은 중세기의 건물 및 조각들과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그는 “건축가들과 어디에 어떤 조각품을 설치할까를 함께 설계해 리모델링을 한다.”고 말한다.작업이 끝난 피사성당이나 베르실리아의 아사노성당 등을 살펴보면,그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라 건축가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의 주제는 늘 인간이다.인물의 눈동자 색깔까지 고려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간결한 묘사와 생략이 두드러진다.마치 헨리 무어나 브란쿠시의 현대적 조각과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시대 조각이 뒤섞인 느낌이다.두 가지 요소 때문인지 인간의 찰나적인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그런 작업스타일이 형성된 시기는 1959∼1962년 브라질에서 머물던 시절이다.작은 쇳덩이들을 붙여서 조각을 키워가는 비구상 작업을 하던 중,인간의 머리,몸통,손과 발을 그 안에 집어넣게 됐다.그 순간 자신이 구상작업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탈리아로 되돌아갔다.삶에서 오는 진지한 인간의 얼굴,특히 일에 지쳐있는 남성들의 얼굴을 통해 새로운 세계,넓은 세계로 제2의 탄생을 꿈꾸는 인간의 삶을 그려내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이탈리아의 거장이 한국에 오는 데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지난해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자는 제안을 받고도 그는 건성이었다고 한다.외국 화랑이 전시회를 약속했다가 파기하는 등 신뢰할 수 없었던 경험 탓이다.그러나 지난 4월 일본 미시마의 반지미술관 개관전을 보러온 박여숙 화랑 대표를 만난 뒤 생각을 고쳐먹었다.하지만 그는 “뒤늦게 전시회 준비에 들어가 안타깝다.이번을 시작으로 다음엔 한국만을 위한 작품들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본인이 시인하듯,이번 한국 전시회가 그의 명성에 걸맞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브론즈,테라코타,나무,대리석 조각 16점과 판화 8점이 걸린 전시는 소품 위주다.지난 62년부터 2002년까지 제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준비기간이 6개월 남짓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집스러운 장인적 작업태도 때문이기도 하다.그는 다른 조각가들과 달리 8개까지 진품으로 인정하는 복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또 일반화되다시피 한 조수도 쓰지 않는다. “똑같은 작품을 여러 점 만들기엔 시간이 아깝다.인기 작품을 복제하면 돈이 되지만,새로운 형태를 계속 찾아내려는 창작욕을 방해한다.청년이라고 느낀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70이다.인생은 너무 짧고,작업하고 싶은 욕심은 너무 많다.”고 그는 설명한다.조수를 두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다.시작과 끝을 다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생각을 조수와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토·일요일도 가리지 않고 영감이 떠오르면 언제나 ‘작업중’이다.그것이 그의 조각 인생이고,혼이 묻어있는 작품이 나오는 이유다.“78년부터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엉뚱한 짓 하지 마라.조각만 하고,일에 집중하라.’고 말했다.여러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업무는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표정에서 조각에 대한 열정이 퐁퐁 솟아난다.11월12일까지.(02)549-7574. 문소영기자 symun@
  • 국립중앙박물관 보관 70여점 공개, 일본 근대미술품 한눈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수장고에 보관하던 일본 근대미술품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덕수궁 석조전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던 조선왕실이 사들였거나 기증받은 일본 근대미술품은 198점.이 가운데 일본화와 공예를 중심으로 70여점이 29일부터 12월8일까지 ‘일본근대미술’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석조전에 전시됐고,광복후 덕수궁미술관이 인수한뒤 1969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갔지만 일반인은 볼 수 없었다. 공개가 미뤄진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데다 일본색이 물씬한 작품을 ‘국립’박물관이 전시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없지 않았다.체계적으로 미술품들을 연구할 인력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서적 부담’은 최근 들어 젊은층에게는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또 ‘용산시대’를 앞두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을 충원하면서 일본 근대미술 전공자도 확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장품들의 가치는 당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오늘날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일본 근대미술을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컬렉션이다.따라서 전시도 일본 근대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소장품들의 내용과 성격,미술사적 위치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한국 근대미술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특히 이번에 ‘명경지수’(明鏡止水)가 출품된 남화의 대가 고무로 스이운은 변관식과 허백련의 일본유학 시절 스승이다. 이밖에 일본화의 혁신을 시도했다는 요코야마 다이칸,서민생활 풍속과 인물의 심리묘사에 뛰어나다는 가부라키 기요카타,미인화를 주로 그린 미키 스이잔의 작품도 나왔다.서양화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일본화의 독자성을 확보하려는 1930년대 일본화단의 다양한 움직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공예품으로는 일본 근대 칠기의 1인자로 꼽히는 마쓰다 곤로쿠의 ‘대나무 백로무늬 칠함’과 도미모토 겐키치의 백자 항아리 등이 눈길을 끈다. 중앙박물관은 국내전시를 마친 뒤 내년 4∼6월에는 일본 도쿄예술대학과 교토 국립근대미술관에서도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동철기자
  • 어린이 책 세상/ 숲이 어디로 갔지? 外

    ◆숲이 어디로 갔지?(베른트 베이어 글,유혜자 옮김) 환경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독일 출신 작가가 짧은 환경 동화 9편을 묶어냈다.숲,돌멩이,떠돌이 개,도둑 고양이,고물 자동차,둥지잃은 참새 등 주변의 하찮은 사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초등 3학년 이상.두레아이들.7500원. ◆태평양 횡단하기(정준규 글·그림) 레포츠를 소재로 어린이들에게 과학상식을 넓혀주는 만화시리즈 4번째.항해사인 엄마,빵집 주인인 아빠와 함께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주인공 태평이가 생생한 바다에서의 현장학습 체험을 만화로 들려준다.레이더의 원리,배멀미 등 시시콜콜한 궁금증까지 풀어준다.초등 3∼6학년용.아이세움.7500원. ◆바위나라로 간 폰테 추장(정진채 글,유현아 그림) 멀리 남태평양의 화산섬을 무대로 한 국산 장편 창작동화.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섬에서 무능한 왕과 욕심많은 신하,지혜로운 추장의 손자 폰테가 선과 악의 대립구도 속에서 엮어내는 판타지 모험담.초등 3∼4학년용.영림카디널.7500원.◆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요한 볼프강 폰 괴테 글,볼프 에를부르흐 그림,채운정 옮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독일 화가 볼프 에를부르흐가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책.‘파우스트’1부에 등장하는 마녀가 ‘마녀의 부엌’에서 한 말이 근거가 됐다.5가 오리가 되고 6이 고양이가 되는 등 마녀의 발상이 재미있다.4세까지.산하.8500원. ◆요정의 정원(메기 베이슨·루이스 캄포트 글) 화려한 꽃과 요정들이 갈피갈피를 메우고,표지가 360도 회전해 순식간에 요정의 정원으로 변하는 입체그림책.떡갈나뭇잎 왕자와 데이지꽃 요정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친구와 이웃의 소중함을 귀띔한다.3∼6세용.문예당.2만 9000원. ◆비가 왔어요(데이비드 섀넌 글·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후두둑 비가 내리자 닭들은 홰를 치고 고양이는 야옹 울고 강아지는 멍멍 짖고 사람들은 아옹다옹 다투고….비가 그치자 공기는 상쾌해지고 하늘엔 무지개가 걸리고 사람들은 화해하고….날씨를 모티프로 자연과 사물의 변화를 정겹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림책.4∼7세용.중앙출판사.8000원.
  • [작지만 강한 기업]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

    많은 온라인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영화보다 낮다.이런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남다른 개척정신으로 성공신화를 낳은 곳이 ‘웹젠’이다. 웹젠의 상품은 단 하나.화려한 3차원(3D)그래픽 게임 ‘뮤’다. 김남주(金南州·31)사장이 설명하는 뮤는 “오랜 시간 하기에 지루한 2D,조작이 어려운 3D 게임의 단점을 극복한 게임”이다. 화려한 3D 그래픽 게임은 많은 사용자들의 열망이었지만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보다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고 질감묘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뮤의 출시는 2D 그래픽이 국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시장을 장악하던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래픽을 담당한 김사장을 비롯한 3명의 창립멤버는 머리를 싸맨지 8개월만인 지난해 5월 무료테스트인 오픈베타테스트를 선보였다.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섬세한 그래픽,향상된 서버기술과 장중한 음향이 첨가된 뮤를 두고 사용자들은 ‘리니지(엔씨소프트) 이후 최고의 온라인 게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만에 회원수 15만명,동시접속자수 1만명을 돌파했다.이후 회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데 4개월로 충분했다.지난해 11월에는 유료서비스로 전환했다.이럴 경우 동시접속자가 10분의 1로 떨어지는 관행을 깨고 1만 6000명,매출 18억원을 기록했다.출시 이후 업계 기록을 줄줄이 경신하면서 올 상반기매출 140억원,순익 106억원,직원 12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뮤를 기점으로 온라인 게임이 3D 그래픽으로 바뀐 것은 말할 나위 없다.지난 7월에는 중국 인터넷업체 ‘더나인’과 계약금 50만달러,총매출 20%의 러닝로열티,합작법인 지분 49% 보유를 조건으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이어 타이완의 ‘IGC’와 2년간 계약금 230만달러,총매출 28%의 러닝로열티를 받고 계약했다.지난달 코스닥등록 신청도 마쳤다.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애초의 디자인이나 스토리를 바꿉니다.결국 이도저도 아닌 게임들이 양산되는 것이죠.결코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김사장이 전하는 성공 비결은 ‘초지일관’인 셈이다. 초대 이수영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사장은 개발자 출신답게 게임서비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연말에는 일종의 성 쟁탈전인 ‘공성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사장은 “웹젠이 국내 게임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튼튼한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
  • [씨줄날줄] 고백 외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와 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잇따라 전격 시인하자 ‘고백 외교’라는 용어가 국내외 언론에 선보이고 있다.미국 신문에선 아직 독립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설명적 구절 단계이긴 하다.언론에 노출되기 전이나 후나 예측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듯싶은 김정일 위원장이 또 한 건만 고백하면 이 용어는 그대로 단독의 국제 시사용어가 될 수 있겠다. 김 위원장의 추가 고백은 용어 격상이 문제가 아니라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예측성을 크게 높이는 중대 자료가 될 것이다.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도 ‘고백 외교’는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고백 외교’는 ‘벼랑 끝 외교’와 마찬가지로 외교 본류가 아니다.우리는 수천 수만의 외교 테이블에서 전무했던 자기 편 전죄와 약속 파기의 돌발적·자발적 고백을 보고 정통적 외교가 전복됨을 느낀다.그리고 이 느낌은 새 외교술에 대한 신선함도 주지만 아울러 고백 외교가 이뤄진 테이블 현장에서의 정통 외교 결핍이 감지된다.북한은 의도적으로 그랬을지 모르지만 국외자는 이를 근본적인 결핍과 부재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백 외교는 결코 정통 외교사에 등재된 외교술은 아니다. 우리는 외국 언론의 고백외교 용어에서 주변부의 별종을 바라보는 중심부의 시선을 느낀다.북한이 미국과 밀고 당기며 제네바 핵합의를 도출할 때 북한 외교를 단골로 묘사했던 ‘벼랑 끝 외교’ 용어에도 이 시선은 들어 있다.우리는 미국 외교정책이나 미국 언론도 문제지만,북한은 왜 고백 외교,벼랑끝 외교 같은 정통성이 없는,주변적인 별종의 외교술을 벌여야만 하는가 하고 묻게 된다. 미국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 고백 외교의 전술적 가치를 부정적으로 추단하기 앞서 어떤 돌파구를 열 것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다.그러면서도 신기한 기예를 구경하는 듯한 우월적인 자세가 보인다.고백은 종교적 목적일 때는 정통적이지만,외교의 한 수단으로 채택될 때는 목적도 못 이루고 숨긴 죄만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김정일 위원장의 파격적인 고백 외교에서 모든 것을 올바르게, 새롭게 시작하려는 심기일전의 분위기보다는 위험한 카드를 꺼내는 위기가 느껴진다.북한은 언제 정통적인 외교로도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예수 실존 증명 1세기 유골함 발견

    예수 그리스도의 실존에 관한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증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유골함이 최근 이스라엘에서 발견됐다고 USA투데이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고등실용대학의 고대 명문(銘文) 전문가 앙드레 르메르는 ‘성경 고고학 연구’지(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유골함의 겉에는 아람어(옛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어)로 ‘야고보,요셉의 아들,예수의 형제’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밝히고 이는 나사렛 예수를 가리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다.야고보는 신약성서에 예수의 동생으로 예수 사후 초대 예루살렘 교회를 이끌었던 인물로 묘사돼 있다.그는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유골함이 예수의 십자가 처형 30년 후인 서기 63년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예수의 실존에 관해 알려진 모든 것은 신약에 나온 내용뿐이며 그와 관련돼 발견되고 입증된 1세기의 유물은 아직까지 없었다. 임병선기자 b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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