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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 주간뉴스 톱5

    ●‘H양 비디오’ 파문 확산 여자탤런트 H양의 포르노테이프가 나돈다는 소문이 확산,일부 포털 사이트는 이를 구하려는 네티즌의 폭주로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진대제 정통부장관 병역기피 의혹 진 장관의 아들이 이중국적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를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 진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수 박지윤 신보 선정성 논란 1년 남짓만에 선보인 가수 박지윤의 6집 앨범이 성행위 묘사 표현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아 네티즌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일었다. ●검찰 집단항명 움직임 법무부의 파격적인 검찰 인사조치와 이에 따른 검찰 내부에서의 집단항명 움직임에 대해 네티즌들도 격론을 벌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진실·조성민 ‘빵집 전쟁’ 연일 스포츠신문과 방송 연예프로그램의 전면을 장식했던 파경 직전 이들 스타 부부의 빵집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네티즌 사이에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 선정성 시비 박지윤 6집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수 박지윤의 6집 앨범 ‘Woo∼ Twenty one’에 대해 ‘청소년 이용 불가판정’을 내렸다. 등급위는 6일 “6집 수록곡 ‘할줄 알어’가 성행위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청소년에게 유해성이 인정된다.”고 판정 사유를 밝혔다.이에 따라 박지윤의 음반은 ‘청소년 이용불가’라고 쓴 스티커를 부착하고,레코드점에서도 따로 진열해야 한다. 또한 음반을 청소년에게 판매할 경우 음반비디오게임에 관한 법률 제22조 및 38조 2항에 의거해 처벌을 받게 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달 27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이 앨범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고,공중파 3사에서도 방송불가 판정을 내린 상태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서양화가 서향화 작품전 /캔버스에 담은 소박한 풍경

    서양화가 서향화(44)는 자연의 순환을 두터운 마티에르의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다.그가 묘사하는 자연이란 사실은 소박한 마음의 풍경이요,울퉁불퉁한 질감은 차라리 데쿠파주(decoupage)에 가깝다. 데쿠파주가 오려낸 종이 쪽지 등을 붙이는 그림 기법을 일컫는다면,그의 작업이 어떤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작가는 오려붙인 것들의 이미지 위에 석채나 아크릴 등을 섞어 몇 겹으로 덧칠을 한다.그리고 그 칠이 마르기 전에 날카로운 칼이나 끌로 드로잉을 남긴다. 이처럼 ‘공작성(工作性)’ 강한 그의 작품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걸린다.5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작품전에서는 서향화 그림만의 독특한 선(線)맛,단색조의 은은한 색감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마티스가 말년에 장 수술로 몸이 쇠약해지자 가위로 ‘소묘’작업을 했듯이,작가도 가위를 사용해 오려 붙이고 그림을 새기는 조형적인 놀이판을 꾸민다.“작품은 우선 작업하는 작가 자신부터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뭐든 오려 붙이고 덧칠해 육덕(肉德) 좋아진 그의 화면은 넉넉한 자연의 품을 닮았다. 이번 전시엔 ‘지나간 이야기’‘가을과 봄 이야기’‘겨울노래’연작 등 30여점의 신작이 나온다.두툼한 바탕화면 위로 고개를 내민 나뭇가지와 풀꽃의 이미지가 자연과의 파릇한 교감을 나누게 한다.(02)734-0458. 김종면기자
  • 김두한·시라소니 아들 만나

    일제시대 등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주먹’이자 영원한 라이벌로 명성을 날렸던 고(故) 김두한씨와 ‘시라소니’ 이성순씨의 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김경민(49)씨와 이의현(45) 목사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서 열린 ‘백야 김좌진,의송 김두한 미공개 사진전’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씨는 “많은 영화에서 아버지를 단순한 액션스타로 묘사했다.”면서 “진정한 모습을 기리기 위해 미공개 사진 30여점을 포함,100여장의 사진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이 목사는 “당시엔 아버지가 ‘형님’이었지만 아들들 사이에선 나이 때문에 순서가 뒤바뀌었다.”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사진전에는 TV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역을 맡은 탤런트 김영철씨가 출연진 20여명과 함께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 책꽂이/경험으로서의 예술 外

    ●경험으로서의 예술(존 듀이 지음,이재언 옮김,책세상 펴냄) 예술은 모름지기 액자를 떠나 일상 속에서 체험돼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이 책에선 특정 개념이나 양식이 필요 이상으로 한 시대의 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상황을 파헤친다.전통미학이 제시하는 미학적 내용들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미학에 대한 미학’의 성격을 갖는다.4900원. ●세계 최고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조지 앤더스 지음,이중순 옮김,해냄 펴냄) 60년 전통의 보수적인 컴퓨터업체 휼렛패커드가 전격 발탁한 최초의 아웃사이더 CEO 피오리나의 도전과 승부를 기록.피오리나가 100대1의 경쟁을 뚫고 휼렛패커드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전략적 비전 결여와 ‘대기업병’인 무기력,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날카롭게 진단했기 때문이다.그는 ‘완벽’이란 그물에 걸려 적기를 놓치고 마는 잘못을 고치는 데 힘을 쏟았다.1만원.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마르트 로베르 지음,이창실 옮김,동문선 펴냄) 작가 카프카 작품의 유일한 주제는 그 자신이었다.카프카는 다민족 국가였던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유대인이란 국외자의 운명으로 살아야 했다.카프카의 텍스트는 종종 불투명하고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카프카 자신이 모든 면에서 ‘불가능한 글쓰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이 책은 카프카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해 가는가를 밝힌다.1만 8000원. ●자살의 미술사(론 브라운 지음,엄우흠 옮김,다지리 펴냄) 자살의 역사는 편견의 역사다.괴테는 영국인을 두고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기도 하는 민족이라고 비꼬았다.자살학자 찰스 무어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과 육식을 자살의 한 원인으로 봤다.미술은 자살이란 죽음의 형식을 어떤 이미지로 묘사하고 해석해 왔을까.자살의 시각이미지들을 살핀다.1만 5000원. ●내 영혼의 리필(리처드 존슨 지음,한정아 옮김,열린 펴냄) 영적 활력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12편의 묵상 모음.저자는 작가 주디트 비올스트의 책 ‘꼭 필요한 상실’을 인용,우리는 무엇인가를 잃을 때에만 성장할 수 있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한다.저자에 따르면나이듦은 ‘축소 속의 성장’‘분열 속의 조화’혼란 속의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다.7500원.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1(황위평 엮음,서은숙 옮김,학고재 펴냄) 선진시대부터 청말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여년에 걸친 중국 시와 회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시화감상서.상하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시정화의(詩情畵意)’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학생이 질문하고 스승이 대답하는 대화형식으로 꾸몄다.주나라의 ‘시경’에서부터 청말 담사동의 시까지,중국 최초의 백화에서부터 부포석과 진자장의 그림까지 한자리에 모았다.1만 5000원. ●호모 파버(막스 프리슈 지음,봉원웅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 ‘독일의 카뮈’로 불리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막스 프리슈의 소설.기계문명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절망과 사랑을 그렸다. 라틴어 ‘호머 파버’는 기계인간이란 뜻.호모 사피엔스,즉 예지의 인간과 대립되는 말이다.예지의 인간이 ‘생각하는 인간’을 뜻한다면,호모 파버는 실용적인 것,기술적인 것,계산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간을 상징한다.영화‘양철북’의 명장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소설.9500원.
  •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 이주일의 아동도서/ 모기와 황소- 시골외양간 풍경 그려낸 우화

    현동염 글 / 이억배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이를 어쩌나.넉넉한 마음씨가 그만 탈이 되고야 말았으니.이른 아침,김이 무럭무럭 나는 맛난 여물죽을 병아리와 나눠먹은 황소.그런 그를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혼쭐이 난 파리 한놈,기어이 댑싸리 나무에서 만난 모기에게 바람을 넣는다.“남산만한 황소를 이길 수 있겠냐?”고. 소파 방정환의 수제자인 아동문학가 현동염이 쓴 ‘모기와 황소’(이억배 그림,길벗어린이 펴냄)는 은유의 깊이와 행간의 여유를 두루 갖춘,사려깊은 우화다.무엇보다,1949년에 씌어진 글인 만큼 ‘다우치다’‘지척거리다’‘콧바구니’ 같은 순우리말을 되씹는 재미가 새롭다. ‘읽는 맛’만큼이나 ‘보는 맛’도 근사하다.시골 외양간의 푸근한 풍경을 배경으로 집채만한 황소가 곁을 맴돌며 깝죽대는 손톱만한 파리 모기를 상대하다니! 불균형한 듯하면서도 익살맞은 그림만 봐도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파리가 싸움을 부추긴 뒤,모기와 황소가 벌이는 한판 대결이 책의 주요내용.간략히 상황만 묘사하는 짧은 글 속에 신통하게도 커다란 메시지가 숨어있다.간교한 공격을 줄기차게 퍼붓는 모기와 거기에 꿈쩍도 않는 황소.그 상반된 캐릭터 사이에서 눈치나 살피는 파리의 기회주의적 속성 등은 인간세태를 그대로 꼬집어 비튼다.가려워서 황소가 고개를 들었다 숙이자,이를 자기에게 절을 하는 거라 우기는 모기의 견강부회도 인간의 모습과 꼭 닮았다.초등 저학년까지.8500원. 황수정기자
  • 이런책 어때요

    ***왜 사냐면...웃지요 김열규 지음 궁리 펴냄 “만산(滿山) 홍록(紅綠)이 휘두르며 웃는구나.” 우리 옛 시조는 푸른 잎,단풍 잎도 웃는다고 했다.그런가하면 꽃이 떨어지는 걸 보고도 “봄날이 며칠이랴.웃을 대로 웃어라.”라고 노래했다.지는 꽃잎도 바람과 장단 맞춰 흔들흔들 웃는다고 했던 그 살가운 감성,흐드러진 웃음은 어디로 갔을까.우리는 왜 웃음기근 속에 살게 됐을까.한국인의 마음살이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전달해온 저자가 풀어놓는 한국인의 웃음의 미학은 신선하면서도 걸쭉하다.한국 문화에서 웃음이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가를 민담,소설,판소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본다.1만 2000원. ***이덕일의 여인열전 이덕일 지음 김영사 펴냄 고구려와 백제건국의 숨은 주역 소서노,황제국가를 꿈꾼 고려의 여걸 천추태후,세계를 지배한 대제국 원을 움직인 고려출신 여인 기황후….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속 여인들의 삶을 엄정한 사료해석을 통해 밝혀냈다.인간중심의 역사서 집필에 몰두해온 저자(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는 이책에서 역사 인물들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살려내는 데 주력한다.한 예로 진덕여왕은 서라벌 출신 진골 정통들의 반발과 당나라의 위협에 맞서 김유신과 김춘추로 대변되는 소외세력을 등용,국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1만 7900원. ***농부의 마음으로 경영하라 앨런 힉스 지음 함규진 옮김 / 시대의창 펴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래의 자연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그 시스템을 유지한다.예컨대 초목은 가을 결실기가 끝나면 낙엽을 퇴비 삼아 지력 회복을 꾀하고 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생산활동을 멈춘다.때론 해걸이를 통해 양분과 소출의 균형을 맞춘다.때문에 대지의 힘을 전혀 고갈시키지 않은 채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사람과 조직의 양생원리도 이와 같다.이 책은 유기농법의 방식을 원용,개인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경영프로그램을 제시한다.그것은 일할 때 칭찬과 격려 등의 깨끗한 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으로 요약된다.1만 3000원. ***영혼의 정원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지음 이해인·이진 옮김 / 열림원 펴냄 자연의 고요함과 에너지,아름다움과 너그러움을 일깨워주는 명상록.자연의 사계와 정원의 신비를 우리의 삶과 연관지은 영혼의 일기다.저자는 ‘스탠’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의 수녀.인간은 삶이란 작은 정원에서 날마다 생각하는 나무같이,기도하는 잎사귀같이,각자 영혼을 가꿔가야 할 정원사란 메시지를 전한다.글 끝자락마다 짤막한 지혜의 어록도 실렸다.“내 영혼은 지상의 아름다움을 통하지 않고선 천국에 이르는 계단을 찾을 수 없다.”(미켈란젤로)“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매일 한 가지씩 버려라.”(노자) 등이 그것이다.1만 3500원. ***고전소설 바르바라 지히터만 등 지음 두행숙 옮김 / 해냄 펴냄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 크리스토 백작’.70명의 직원이 매년 20∼30편씩 소설을 찍어내는 ‘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작품임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가난과 간질,도박벽에 시달리던 도스토예프스키가 짧은 시간 안에 소설을 지어내지 못하면 글쓰는 노예가 될 위기에 처해 쓴 작품이 ‘죄와 벌’이란 사실은 얼마나 경이로운가.이책은 우리가 고전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 경외감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세계문학의 원형이라 할 16∼19세기 명작소설 50편의 내용과 창작배경을 다뤘다.1만 5000원 ***존재하는 무0의세계 로버트 카플란 지음 심재관 옮김 / 이끌리오 펴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0의 개념은 인도문명이 낳은 것이 아니다.그보다 훨씬 이전인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갈 뿐 아니라 마야 같은 독자적인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따라서 0의 개념은 보편적 성격을 띤다.반면 저자는 인류가 0의 도움 없이 큰 숫자를 계산하는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실감나게 보여준다.수학에 능했다는 그리스인에게도 0이 없었다.0을 주제로 인류 문명사를 거시적으로 그려낸 이 책엔 0이 갖는 인문학적 의미를 다룬 에세이들이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1만 2000원.
  • 美·유럽 이라크전 갈등 언론들도 대리전 양상

    미국과 유럽간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유럽 언론들까지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들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의 엉덩이를 차버리고 싶다.”는 등의 반프랑스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들을 보도하고,유럽 언론들은 미국을 ‘전쟁광’으로 묘사하는 등 반미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뉴욕 포스트는 10일 2차대전 당시 숨진 10만여 미군의 유해가 안치된 프랑스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서 “미군들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폭군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분노의 불길이 치밀어 오른다.프랑스의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고 싶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프랑스가 식민지 소요사태 진압을 위해 군대를 파견할 때나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시위용 선박을 침몰시킬 때 국제사회의 여론에 신경을 썼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어판은 10일 독일인들의 절반 이상이 미국을 ‘전쟁광들의 나라’로 믿고 있다는 여론 조사를 대서특필했다. 이 신문은여론조사기관인 포르사 연구소가 최근 독일인 18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57% 이상이 ‘미국은 전쟁광들의 나라’라는데 동의한 반면,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평화유지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6%에 그쳤다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
  • “부시 北정책 분노·무감각 혼합”美언론인 맥그로리 WP 기고문서 혹평

    |워싱턴 연합|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 정책은 분노와 무감각을 혼합한 ‘모호한’ 것이라고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평가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언론인 메리 맥그로리는 9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북한에 대해 머리가 어지러운(Fuzzy-Headed on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사람도 부시 행정부의 분노와 둔감을 혼합한 북한 정책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맥그로리는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종합적인 북한정책을 설명하려 했지만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북한정책을 ‘모호하다.’고 매우 좋게 표현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정책의)불일치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면서 “그의 정책들은 매우 개인적이고 파렴치할 정도로 정치적”이라고 말했다.그는 “부시 대통령은 원한을 갖고 핵무장을 하려는 북한의 무법 독재자 문제를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는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맥그로리는 파월장관이 “다자간 포럼에서 대화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직접 북한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까지 북한의 이웃인 중국,일본,러시아를 동원해 김정일을 윽박지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에 북한이 옆구리를 찌르는 것에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이어 북한 문제가 “부시 대통령까지 위기로 인정할 상황에 이르기 전에” 백악관의 누군가가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 오하이오 대학원 김현수씨 ‘포토올림픽’ 최고의 작품에

    “설사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라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셔터를 누를 것입니다.” 세계적인 종합 다큐멘터리 교양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1월호에 작품 사진과 함께 소개된 미국 유학생 김현수(사진·32)씨는 9일 “신문사나 통신사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미국의 오늘을 묘사하기 위해 오하이오대의 사진전공 학생 114명이 찍은 1만 2000장의 작품 사진을 대상으로 특별 기획한 ‘ZIP CODE 45701 포토 올림픽’에서 다른 동료학생 1명과 함께 최고의 작품에 선정돼 잡지에 실렸다. 오하이오대는 퓰리처상 수상자,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출신 등 유명 교수진이 대거 포진,보도사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다.김씨는 현재 이 대학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다. 연합
  • 고별혁명/中사상가 리저허우.류짜이푸 대담집

    현대 중국 사상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리저허우(李澤厚·73)와 재미 망명 지식인 류짜이푸(劉再復·62)의 대담집 ‘고별혁명’(김태성 옮김,북로드 펴냄)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혁명이 아닌 개량의 21세기 중국’을 내세운 이 책은 최근 홍콩과 타이완에서 각각 출간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지만 중국에선 아직 출판되지 못한 ‘금서’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수를 지낸 리저허우는 89년 톈안먼 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가택연금을 당했던 대표적인 ‘반체제’지식인.중국에선 부르주아 지식분자’로 경계 대상이 돼야 했지만,프랑스 국제철학아카데미에선 동양인으론 유일하게 원사(院士)로 활약해 라캉·데리다 등과 함께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고 있다.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장,중국작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한 류짜이푸는 톈안먼 사건 이후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을 떠난 망명 작가 겸 학자다. 이들은 대담 형식의 글을 통해 100년의 혁명기를 거친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한계,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진단한다.류짜이푸는 현재중국이 처해 있는 시대는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두 도시 이야기’ 첫 머리에서 묘사한 유럽사회의 전환기를 방불케 한다고 말한다.“그 시대는 가장 훌륭한 시대이자 가장 고약한 시대였다.지혜의 시대이면서 가장 우매한 시대였고,신뢰의 시대이면서 회의의 시대였다.광명의 계절이면서 암흑의 계절이었고,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우리의 앞길엔 모든 것이 있었지만 동시에 아무 것도 없었다.” 류짜이푸에 따르면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 역시 이런 ‘이중(二重) 가능성’의 시대다.때문에 이 요령부득의 복잡하고 커다란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성’의 눈이 필요하다. 이같은 전제에서 두 석학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고별혁명’이다.도대체 무엇과 작별한다는 것인가.그것은 바로 이념으로 무장된 정치적 혁명을 말한다.인민을 정치로부터 해방시키고 경제대국과 문화대국을 건설하는 새로운 변혁,즉 혁명이 아니라 개량의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혁명이란 도구를 필요로 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혁명은 가장 가치있는 역사의 유산이자 선택이 아닐 수 없다.실제로 혁명은 의미있는 전환을 가져왔다.피로 점철된 프랑스혁명은 ‘공화정’이란 유산을 남겼고,볼셰비키 혁명과 국공내전에서의 공산당의 승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라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었다.때론 역사의 전면에서 때론 뒤안길에서 이뤄진 크고 작은 혁명들은 필연과 우연을 반복하며 인류 역사에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러나 저자들은 ‘혁명의 저울’에 의존해온 역사가 반드시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나아가 21세기의 역사는 ‘개량의 저울’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혁명이 ‘부정’을 근본으로 한다면,개량의 근본은 ‘부정의 부정’이다.일체의 부정과 단절을 통해 유토피아적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게 혁명이라면,개량은 그런 단순하고 도식적인 부정을 다시 한번 부정하는 것이다.이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혁명은 역사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이성의 힘을 강조하는 이들이지만 문학에서만큼은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동서양을 넘나드는 문사철(文史哲)을 겸비한 학자라는 평을 듣는 리저허우는 “작가가 너무 똑똑해선 안된다.”고 말한다.지나치게 똑똑하면 뭣이든 명확하게 인식하고 생각이 주도면밀해져 문학 특유의 감성적이고 생기발랄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상 멍한 상태에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에 빠졌고 술도 좋아했다.심지어 사형이 예정된 전날 밤에도 여전히 멍한 상태로 고별과 참회,새로운 생명의 문제를 생각했다.이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야 자신의 온 생명을 문학에 쏟아붓고 진실한 체험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작가는 모름지기 민감하면서도 몽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짜이푸 또한 “작가가 너무 이성적이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그는 러시아 비평가 미하일 바흐친 같은 사람은 너무 이성적이어서 훌륭한 작품을 남기지 못했고,1860년대를 대표하는 러시아 사상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도 이성에 치우쳐 ‘무엇을 할 것인가’란 소설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서술방식을 택했다고 소개한다. 두 저자가 쏟아내는 청신한 담론들은 보다 보수적이거나 혹은 보다 급진적인 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는다.그러나 중국 혁명 100년사를 가로지르며 당대의 사상과 문화,21세기 전망을 펼쳐놓는 이 책은 ‘혁명으로 이룩된 중국’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고별혁명’은 경제ㆍ경영서 전문출판사인 더난출판(대표 신경렬)이 인문ㆍ사회과학분야의 책을 본격적으로 내기 위해 만든 자회사 북로드에서 선보인 첫 책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잘 가, 토끼야/“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 부러워요”

    이상권 글 / 이태수 그림 창작과 비평사 펴냄 여섯,아니 일곱살쯤 됐을까.엄마랑 단둘이 사는 산골소년 시우에게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건 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하지만 어쩌나.토끼를 잡아줄 아빠도,형도 없는데.풀죽은 시우에게 토끼털 귀마개가 얼마나 간절했던지,산토끼를 잡는 꿈까지 꾼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어린이 그림책 ‘잘 가,토끼야’(이상권 글,이태수 그림)의 도입부다.고개를 떨군 채 담벼락에 붙어선 어린 주인공의 모습이 아무래도 측은해 뵌다.그런데 다음 순간,분위기는 뒤집힌다.마당 가득 흰눈이 쌓인 날 아침.산속에서 우연히 산토끼 발자국을 발견한 시우는 덫을 놓고 내려오는데…. 시우,엄마,산토끼 한마리.시골집 툇마루,눈덮인 겨울산 등을 배경으로 단촐한 캐릭터들이 엮는 담백한 이야기 구도가 집중력을 끌어올린다.손수 덫을 만들어 놓는 시우의 익살은,이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토끼와의 신경전에서 팽팽한 긴장감으로 바뀐다.숨바꼭질하듯 쫓고 쫓기는 둘의 대립은 어떤 모양으로 매듭이 지어질까.시우의 손에 토끼가 잡힐까,아니면 둘이 극적으로 화해를 할까. 현장 스케치를 거쳐 공들인 세밀화가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주변 분위기를 훌륭하게 묘사했다. 책은 모두가 행복해지는,틀에 박힌 해피엔딩을 비켜갔다.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토끼의 돌무덤 앞에 선 시우와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시우의 눈망울에도 틀림없이 눈물이 솟구치고 있을 것이다.8000원. 황수정기자
  •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사고 원인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륙 당시 왼쪽 날개에 받았던 충격이 사고 원인으로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국장인 론 디트모어는 1일 “지난 16일 발사 당시 우주선의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왼쪽 날개를 쳤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조사가 좀더 진행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충격으로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에는 파편과의 충돌이 왼쪽 날개에 있는 온도감지기를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NASA측의 설명에 따르면 1일 컬럼비아호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왼쪽 날개에 있는 온도감지기가 손상됐고 이로 인해 타이어 압력이 떨어지는 등 과열된 열이 선체 내부로 흡수돼 구조상의 과열징후가 감지됐다는 것이다.이런 내용은 실제 컬럼비아호의 최후교신에서도 포착됐다.휴스턴의 NASA팀은 최후교신에서 타이어 압력 메시지를 컬럼비아호에보냈으나 이에 대한 대답이 회신되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륙 당시 왼쪽 날개에 받은 충격으로 손상된 온도센서 등이 대기권 재진입 때 엄청난 온도를 견디지 못해 폭발사고로 연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당시 양날개 온도는 약 1649℃에 달했다.그밖에 컬럼비아호의 노후화도 사고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컬럼비아호가 지난 81년 첫 비행을 했다는 점에서 20년이 지난 우주선의 노후화에 따른 금속피로나 우주선 외피 일부분의 이탈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CNN 인터넷판도 2일 여러차례 기술적 결함을 드러냈던 컬럼비아호를 지난 2001년에 퇴역시키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예정돼 있던 연구 임무 때문에 계속 가동했다고 전했다. 컬럼비아호는 1999년 9월 이후 17개월간 90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를 받았으나 수천파운드의 연료가 새어나와 궤도에서 균형을 잃은 적도 있고 엔진작동을 통제하는 컴퓨터 이상으로 비상 백업시스템이 작동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당국은 사고 당시 컬럼비아호가지대공미사일의 사정거리 밖인 40마일 상공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폭발 사고에 테러조직이 연계됐다는 정보와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션 오키페 NASA 국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지상의 어떤 물체나 사람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는 징후는 없다.”면서 테러 가능성을 일축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약속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kdaily.com ◆이모저모 1일 오전 9시10분쯤(현지시간) 발생한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은 캘리포니아·텍사스·알칸소에서 루이지애나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평온한 아침을 일순간 깨뜨렸다.현지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폭발 순간 ‘쾅’하는 강력한 폭발음과 집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는 17년 전 챌린저호의 참사를 기억하고 있는 미국인들과 42년 역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에 다시 한번 큰 상처와 충격을 주었다.세계 각국은 일제히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이번 참사로 우주탐사의 노력이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우주선 잔해 판매 조사 이런 가운데 2일 인터넷 경매 사이트e베이에 컬럼비아호 잔해를 판매한다는 내용이 올라 텍사스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다.마이크 셸비 담당 검사는 이베이에서 컬럼비아호 잔해를 판매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고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셸비 검사는 “이런 종류의 일에는 관용을 베풀 수 없다.”며 사실로 확인된다면 정부 재산 절도죄와 수사 방해죄로 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컬럼비아호,사용 중단됐어야 컬럼비아호는 오래 전에 사용되지 않았어야 했다고 미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 우주비행사 패트릭 보드리가 말했다.보드리는 이날 한 프랑스 방송에 “컬럼비아호는 미국인이 개발한 뛰어난 기계이지만 너무도 위험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애도 물결 속 이라크 악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은 사고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띄워 깊은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탐사 분야에서 협력해온 점을 들어 이번 참사가 러시아인들에게 더욱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러시아 우주국은 컬럼비아호 폭발의 진상 규명을 위해 NASA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우주탐사가 국경없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컬럼비아호 참사로 입은 손실은 인류 전체의 손실”이라고 슬퍼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사에서 기도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슬픔으로 인해 향후 우주 탐사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이라크의 한 관리는 이번 참사가 “알라의 복수”라고 주장했다.그는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이 1981년 이라크 원자력 발전소 폭격에 참가했던 인물이었다면서 이같이 악담을 퍼부었다. 박상숙기자·외신 alex@kdaily.com ◆폭발 순간 ●목격자들이 전하는 폭발순간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차가 우리 집을 들이받았거나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패트리샤 헤르난데스는 “하늘에서 불이 피어오르는 것을 봤다.”면서 다음 순간 “하늘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우주선 잔해가 떨어지는 순간을 묘사했다. 텍사스 동부에서는 아버지와 낚시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던 더그 루비도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폭발음을 듣고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고 말했다.그는 “뭔가 밝고 빛나는 한 물체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이 비행기에 반사된 햇빛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물체는 곧이어 6개로 산산조각났다.”고 폭발 순간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컬럼비아호의 귀환을 지켜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집 밖에 나와 있던 앤서니 비슬리 칼텍 연구원은 “우주왕복선이 오웬스 밸리 서쪽에서 동쪽으로 궤적을 그릴 때 꼬리 부분이 밝아졌다.”면서 “밸리를 통과했을 때 우주선 뒤쪽에서 몇 개의 불꽃이 튀고 있었다.”고 폭발 직전을 그렸다. ●파편 수백㎢로 퍼져 떨어져 폭발 직후 컬럼비아호의 파편은 텍사스·루이지애나주 등 곳곳에서 수백㎢로 퍼져 떨어졌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공중에서 화염에 휩싸인 채 떨어진 금속 파편은 건물 지붕 위를 강타하기도 하고,저수지와 풀밭에 떨어지기도 했다.특히 파편은 댈러스의 근로자 거주 지역과 루이지애나의 소나무 숲 등 산간·도시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내렸으며,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120여㎞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파편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텍사스·루이지애나 경찰서 등에는 주민들의 신고·문의 전화가 쇄도,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박상숙기자·외신 ◆컬럼비아호 제원.임무 |워싱턴·뉴욕 연합|컬럼비아호는 미국 최초의 우주왕복선으로 미 건국 초기 탐험선으로 활약했던 범선 컬럼비아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1981년 사상 처음으로 우주궤도를 비행하고 귀환했으며 마지막이 된 지난 1월16일 비행은 28번째 우주왕복이었다. 출고시 선체 무게만 7만 1800㎏이었으며 메인 엔진이 장착된 후에는 8만 741㎏에 달했다.전체 56.1m 길이의 컬럼비아호는 승무원이 타는 오비터,외부연료탱크,그리고 고체연료 로켓부스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오비터는 전체길이 37.2m,폭 23.8m로 제트 여객기 DC-9과 거의 같은 크기이며 승무원은 7명까지 탈 수 있다.오비터의 표면에는 열에 견디는 힘이 매우 강한 내열용 타일이 붙어 있다. 챌린저,디스커버리,애틀랜티스,인데버 등의 우주왕복선이 컬럼비아호 이후 등장했지만 챌린저가 1986년 발사 직후 공중폭발하자 컬럼비아호는 1988년 우주왕복 임무에 재투입됐다. 컬럼비아호에는 릭 허즈번드(45)선장을 비롯, 조종사 윌리엄 매쿨(41)과 이스라엘 출신의 일란 라몬(48),우주실험실장 마이클 앤더슨(43),해군 군의관 데이비드 브라운(46)과 로렐 클라크(41),엔지니어 칼파나 촐라(42) 등 총 7명이 탑승했으며 이들에게는 90가지 이상의 순수 과학실험이 임무로 주어졌다. 이들 우주인 7명은 우주 비행 16일 동안 2개 팀으로 나뉘어 생물학,의학,자연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실시했다.실험 대상은 암 세포,균,설치류 동물,거미,벌,누에 등이었으며 우주인 자신들도 실험대상이 됐다.특히 우주인들은 궤도에서 심리적인 변화를 측정하는 감지기를 부착하고 있었다.과학자들은 면역기능을 억누르고 근육을 약화시켜 무중력 효과에 대처하는 방법과 암의 고통,암세포의 전이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컬럼비아호 우주비행을 통한 각종 연구 성과들은 사라지게 됐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우리고장이 원조] 홍길동/강원 강릉시,전남 장성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 같은 사람’‘동사무소·면사무소의 서류작성 견본과 이름표 샘플에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는 인물 홍길동…’ 아마도 이땅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걸음마 시절부터 평생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이름이 홍길동일 것이다.그만큼 우리네 삶 속에 홍길동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의 출신지는 그의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지방자치단체들간에 논란이 뜨겁다.강원도 강릉시측은 소설 홍길동의 작가 허균이 자기네 고장 출신이라 당연히 강릉이 홍길동의 ‘정신적 고향’이라는 입장이다.반면 전남 장성군은 실존 인물이 자기네 지역에 살았다고 강하게 주장한다.신출귀몰하는 홍길동의 원조 논쟁을 들여다본다. ◈강원 강릉시 홍길동이 등장하는 소설 ‘홍길동전’이 강릉에서 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더욱이 홍길동전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로 조선중기의 혼란했던 사회상과 계급제도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던 개혁소설이라는 것도 아는 이가 드물다. 이같이 홍길동이 소설 속에서 태어난 강릉시 초당동 울창한 소나무숲에는 작가 허균(許筠,1569∼1618)의 생가가 잘 보존돼 있다.허균이 태어난 외갓집 애일당 터도 강릉시 사천면에 남아 지금은 시비가 세워져 있다.강릉시가 홍길동의 원조를 주장하는 대목이다. 홍길동은 홍길동전에서 태어났고 작가 허균이 자신의 강릉 집에서 집필했으니 당연히 강릉시가 홍길동의 ‘정신적 고향’이라는 논리다.홍길동전은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개혁적인 성품도 소설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어 관심을 더한다. 쇠락의 징조를 보이던 선조와 광해군 시대 조선중기의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침울한 계급의 속박 속에 백성들의 불만이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이러한 어지러운 사회를 홍길동이라는 신출귀몰한 주인공을 내세워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으로 소설이 구성돼 있다. 허균의 성향도 개혁적이다.불과 아홉살에 시를 짓고 문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26세에 벼슬길에 올랐으나 역모를 꾀한 죄인으로 몰려 50세에 처형당하는 비운의 생을 마쳤다. 사회제도의 모순과 정치적부패상을 질타하고,개혁을 주창하는 등 실천적 삶을 살다 정치적인 음해로 인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개혁적인 정치사상가,국방 이론가,진보적 종교가,문학가 등 허균의 이름에 붙는 수식어는 그만큼 다양하다. 강릉시는 해마다 9월이면 허균과 누이동생 허난설헌을 기리는 ‘허균·허난설헌 문화제’를 열고 있다. 백일장과 그림그리기 대회,시 낭송회 등 다채롭고 전통적인 문학 축제로 열리고 있다. 강릉에서 태어난 허균과 홍길동을 널리 알려 시민들에게는 전통문학의 고향이라는 긍지를 심어주고,외지인에게는 전통의 도시를 알리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소설 속의 홍길동이 문화제를 통해 강릉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이유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kdaily.com 정호돈 강릉문화원장 ★정호돈 강릉문화원장 교산(蛟山) 허균 선생은 혼란한 선조∼광해군 때의 조선시대 중기에 활동했던 정치가이자 작가다. 나라 안에는 임진왜란을 치른 뒤 봉건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려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고,당쟁은 더욱 굳어져 파당을 이루던 시절을 살던 사람이다.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선생은 유교와 문장을 숭상하던 사회에 반기를 들고 당시 언문으로 천대받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인물로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선생은 또 성리학의 이론뿐 아니라 불교와 도교에 심취하며,학문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등 획일화된 당시 사회에서 여러 사상을 포용하는 넓은 안목을 지니기도 했다. 이같은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강릉시는 4년전부터 지역문화의 계승,지역인물의 선양,지역정신의 창조라는 목표 아래 ‘허균·허난설헌 문화제’를 열고 있다.해마다 9월 중순쯤 여는 문화제는 허균선생 추모제를 비롯해 홍길동 만화그리기,홍길동 창작 탈 만들기,(관노)탈춤추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강릉시를 대표하는 문학인과 작품 홍길동전을 위해 강릉시는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고 학자 중심으로 허균·허난설헌 선양회를 구성해 지역문화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소설 속의 주인공 홍길동이 지난 97년부터 뭇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성군은 그 해 강릉에서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인 허균의 고향임을 내세워 연고권을 선언하자 즉각 반격했다.마침 서울방송에서도 드라마 ‘홍길동’을 방영하면서 홍길동 캐릭터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장성주민들이 방송국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2000년에는 연극인 윤모씨가 ‘돌아온 영웅 홍길동’이라는 만화영화를 극장용으로 상영하면서 ‘홍길동’을 상표(15개)로 등록하자 취소 소송을 내는 등 지적재산권 분쟁으로 치달았다.이제는 장성군이 홍길동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자로 인정받고 있다. 내친김에 장성군은 97년 연세대 국학원에 용역조사를 맡겨 홍길동에 대한 체계적인 고증작업을 마쳤다. 이 조사에서 홍길동은 1446년(세종)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 마을에서 이곳으로 낙향한 벼슬아치 홍상직과 노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길동은 세조 때 서자의 관리등용을 금지한 경국대전 반포를 기화로 집을 뛰쳐 나온다.이후 월출산(영암)을 근거지로 해 토호와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나눠주는 의적으로 통했다. 이후 연산군 때까지 영광 다경포(법성포)와 충남 공주무성산 등지에서 활동하다 1500년(연산 6년)에 의금부에 체포되고 이듬해 일본으로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를 뒷받침하는 문헌이 적잖다.조선 중기에 요즘의 잡지책으로 보이는 ‘증보 해동이적(황윤석)’에는 ‘조선 중엽 이전에 홍길동이 홍일동의 배다른 동생이다.홍일동은 장성 아차곡 사람이다.’고 적혀 있다. 장성군은 그동안 홍길동 캐릭터 160여종을 개발,지역 특산품 등에 사용하고 있다.기업체에 캐릭터 사용권을 팔아 1억 2600만원을 벌었다.해마다 5월5일에는 홍길동 축제를 열고 있고 올해가 다섯번째다. 또 390억원을 들여 99년부터 홍길동 생가터에다 홍길동 주제공원을 만들고 있다. 군 문화관광과 문화개발팀 박상균(50)씨는 “지난해 발굴 고증을 거쳐 홍길동 생가를 복원해 조선 초기 서민들의 생활도구를 진열하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장성 남기창기자 kcnam@kdaily.com ★이병직 前장성문화원장 이병직 前장성문화원장 장성에는 예로부터 ‘홍길동이 장성 사람’이라는 전설이 서너개 있었다.내용인즉 황룡면 아치실에 가면 홍길동 생가터가 있고,그 아래쪽에 길동샘이 있다거나 장성에 사는 양반이 용꿈을 꾼 뒤 노비와 관계해 길동을 낳았다는 것 등이다. 86년 장성군 문화원이 펴낸 ‘문화원보’에 홍길동이 장성사람임을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글을 처음으로 기고해 관심을 모았다. 실존인물 홍길동이 연산군 때 화적이라는 대목이 조선왕조실록에서 다섯 차례나 나온다.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이 인물을 내세워 소설을 썼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왜냐하면 소설속의 홍길동과 실존 인물의 행적이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허균의 행적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는 연산군 때 전북 부안에서 세미 징수관을 했고,전북 함열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장성과 이웃하는 전남 담양 창평에서 살았다는 기록들이 있다. 개혁 사상가로 반골기질이던 허균이 홍길동의 전설을 소재로 해서 자신의 사상을 대변하지 않았을까.
  • 야, 발자국이다/동물 발자국 따라 주인공 찾아가기

    온통 눈밭이 돼버린 겨울 숲 속.장난 같은 발자국들이 꾹꾹 찍혀 있다.어떤 건 길쭉하고 어떤 건 동글동글.발가락이 네개인 것도,다섯개인 것도 있고,또 저쪽의 것은 할머니 고무신처럼 길죽하고 뾰족뾰족.저건 새끼곰 발바닥,또 저건 암만 봐도 고양이 발바닥. 쉬잇! 누굴까…누가 지나갔을까? 어린이책 전문기획집단 도토리의 ‘야,발자국이다’(문병두 그림,보리 펴냄)는 겨울 산행을 직접 떠나는 듯한 현장감을 안긴다.숲 속에는 무슨 동물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책은 단순히 사실나열식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놓지 않는다.발자국의 정체를 일일이 문답식으로 우회해 귀띔하는데,그게 큼직한 매력이다. “개울가에 난 발자국 좀 봐.발자국이 네개씩이고 발가락은 다섯개야.돌 틈을 지나서 나무 밑으로 빠져 나갔어.누굴까?” 꽁꽁 얼어붙은 개울 옆으로 이야기와 꼭 닮은 그림들이 펼쳐지고,책장을 넘기면 어김없이 ‘앙증맞은’ 똥 이야기가 또 기다린다. “샛노란 오줌이랑 배배 꼬인 까만 똥이 있네.한쪽 끝은 뭉툭하고 한쪽 끝은 뾰족해.뼈다귀랑 털이 들어있어.누가 눴을까?” 이제 다음 순간,기다렸다는 듯 발자국의 주인공이 ‘쨘∼’ 정체를 밝힌다. “나야 나,족제비야.” 등장동물은 청설모 족제비 멧토끼 너구리 고라니 수달 살쾡이 멧돼지 등 8종.모두 우리나라 산에 살며,동면을 하지 않아 요즘같은 겨울엔 산속 곳곳에 발자국이나 똥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자국 정체에 물음표를 찍고,발바닥 모양과 똥의 특징으로 주인공을 찾는 이야기 전개방식은 번번이 같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유혹할 대목은 사실적이고도 치밀한 책의 관찰력.새까만 튀밥처럼 생긴 고라니 똥,땅콩처럼 잘록하게 마디진 멧돼지 똥,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족제비 똥….산을 뒤져 모아 세밀하게 묘사한 똥 그림들이 재미있다. 소나무 밑,개울가,바위 주변 등을 샅샅이 훑은 덕분에 동물들의 생태도 생생히 녹아 있다.물가의 돌이나 바위 위에 똥을 눠 자기 영역을 알리는 수달,잣·솔방울·가래·도토리 같은 열매들을 좋아하는 청설모 등에 관한 설명이 책 끄트머리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야무진 독자라면 책을 덮기 전에 궁금해질 대목이 하나 더 있다.정겨운 입말체로 이야기를 끌어간 주인공은? 책의 초입에서 배낭을 메고 출발하는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인지,삼촌과 조카인지.자연을 생각하는 건 ‘모두’의 몫이란 걸 웅변하고 싶었을까. 숲이 깊어질수록 파랗게 고개 내미는 댓잎,알싸한 겨울 산공기가 금방이라도 코끝을 찔러올 것만 같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
  • 어린이 책꽂이/흰빛 검은 빛 외

    ●흰빛 검은빛(우봉규 글,양상용 그림)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 횡포에 설 땅을 잃어가는 두마리 늑대,‘흰빛’과 ‘검은빛’의 서글픈 이야기.동양화풍의 그림.초등 고학년용.계림북스쿨 7000원. ●하얀 눈 환한 눈(엘빈 트레셀트 글,로저 뒤봐젱 그림,최리을 옮김) 첫눈이 오기 전부터 다시 봄이 올 때까지의 계절변화를 등장인물의 반응을 통해 운율 있는 언어로 묘사한 그림책.마술에 걸린 듯 서정적인 풍경이 압권.칼데콧상 수상작.6세 이상.비룡소 8500원. ●떡배 단배(마해송 글,백남형 그림) 한국 아동문학의 개척자 마해송이 민족 주체의식을 웅변한 1948년산 동화.떡배와 단배가 순진한 섬사람들을 꼬드겨 잇속을 챙기자,돌쇠가 대결에 나서는데….초등 저학년용.너른들 8000원. ●늦깎이 위인전 시리즈-앙리 파브르(박진아 글,이상권 그림) 세계적 곤충학자인 앙리 파브르의 발자취를 더듬은 이야기체 전기.어려서 파브르는 아주 엉뚱한 아이였다는데….초등 저학년용.세이북스 7500원. ●막스와 릴리 시리즈(도미니크 드 생 마르스 글,세류주 브로슈 그림,박윤수 옮김) 아이들의 다양한 고민을 풀어주는 프랑스 교양만화.막스와 릴리 남매를 주인공으로 성적 호기심,우정,외모 콤플렉스 등을 풀어나간다.‘막스가 협박을 당했어요’‘릴리는 시험이 무서워’‘릴리,TV없인 못 살아’등 5권.초등학생용.북키앙 각권 4900원.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만화 성경(신훈 글·그림) 어린이는 물론이고 온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은 성경 만화책.신·구약의 방대한 내용을 사실 훼손없이 흥미롭게 압축.총 10권 가운데 3권 출간.초등 저학년 이상.자음과모음 각권 8500원. ●천 두 번째 밤(클라우스 코르돈 글,박종대 옮김) 서사와 상상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하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속편.잔악무도한 술탄의 마음을 움직인 일은 천두번째 밤에 일어나지 않았을까.어떤 사건이 그를 딴 사람으로 만들었을까.초등 고학년용.다른우리 7500원. ●세계의 어린 영웅들(레베카 하젤 글,헬렌 칸 그림,한창희 옮김) 세계사를 풍미한 영웅들의 어린 시절과 당대의 시대상 등을 대화체로 소개.안네 프랑크,파니 멘델스존,포카혼타스 등 12편.초등 3학년 이상.아이세움 8500원.
  • 가슴 시린 복고풍 순애보’클 래 식’

    가슴 시린 복고풍 순애보’클 래 식’

    우연이란 겉옷을 걸친 필연.히트작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새로 만든 멜로 ‘클래식’(제작 에그필름·30일 개봉)의 설정은 정확히 여기서 출발한다.“우연에서 어떤 질서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곧 필연”이라는 감독의 지향대로,영화는 질감이 다른 ‘우연’이란 이름의 천조각들로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는 패치워크 같다.화면은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간다.대학생인 지혜(손예진)는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에게 마음이 있지만 단짝친구를 위해 감정을 숨긴다.친구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며 에둘러 마음을 표현할 밖에.어느날 다락방의 물건을 정리하던 지혜는 엄마의 낡은 상자 속에 수북이 쌓인 연애편지들을 읽게 된다. 흥행감독의 자신감일까.엄마의 편지를 읽는 지혜의 상상으로 재현되는 과거는 ‘저렇게 순진한 설정이 요즘 세대에게 먹힐까?’싶게 풋내 넘치는 화면으로 넘쳐난다.1960년대쯤의 시골.곱게 땋은 갈래머리에 정갈한 교복 차림의 여고생과 그 주위를 맴도는 짓궂은 시골 남학생들.준하(조승우)와, 지혜의 엄마인 주희(손예진)가 만나는 복고풍의 이야기 구성과 이미지에는 TV문학관에서 봤음직한 고전적인 서정미가 넘쳐난다.엄마의 편지 사연을 통해 나른한 첫사랑의 추억담을 펼쳐보이던 화면은 어느새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지혜의 짝사랑에 초점 모으길 반복한다. 이렇다 할 갈등요소 없이 과거와 현실의 사랑이야기를 교차편집해 보여주는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기까지 밋밋한 느낌마저 준다.간간이 포인트를 찍어주는 건,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1960∼70년대식 소품이나 자잘한 설정들.조회를 받다 쓰러지는 약골 남학생,채변검사 날의 배꼽잡는 해프닝,포크댄스를 배우는 쌍쌍의 남녀학생 등이 신세대 관객은 물론이고 교복세대의 감수성까지 건드린다. 드라마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건 지혜에게 상민이 조금씩 다가서는 후반부.두 사람의 사랑은,오래전 준하와 주희의 엇갈린 사랑과 어떤 인연의 고리를 걸고 있을까.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의 상상은 빛났다.그러나 그렇게 재주 좋게 반전의 묘미를 살리지는 못했다.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눈치챌 반전을 마지막대목에서 일일이 대사로 설명해 주는 건 오히려 부담스럽다.월남에 파병돼 사지를 헤매는 준하의 모습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는 것도 ‘설명 과잉’이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인연과 세월의 무게를 풀어내는 데 감독은 확실히 장기가 있는 듯하다.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장면들이 유치하고 키치적이다 싶다가도, 어느새 다시 정색하게 만든다. 과거의 이루지 못한 사랑,현재의 수줍은 사랑 사이를 오가는 손예진의 1인2역이 돋보인다.모르는 사이에 우리 곁으로는 얼마나 많은 인연이 스쳐지나고 있을까. 황수정기자
  • 美상원 ‘빅 브러더 프로그램’ 예산승인 거부“對테러전 빌미 국민사생활 침해”

    미 상원이 23일(현지시간)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테러 분자들의 음모 분쇄를 위해 필요하다며 도입하려 한 종합정보인식(Total Information Awareness)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예산 1억 3700만달러 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물론 상원이 TIA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국이 추진하는 ‘테러와의 전쟁’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이 모든 것을 제쳐놓고 추진해온 테러와의 전쟁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은 앞으로도 테러와의 전쟁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원은 이날 구두 표결을 통해 TIA가 미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원이 확신하기 전에는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빅 브러더’같은 ‘감시’ 사회가 등장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상원은 또 미 국방부에 대해 먼저 TIA의 정확한 내용과 이것이 미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원에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국토안전보장부 신설법안이 통과되면서 ‘개인생활 전반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검색할 수 있는 TIA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켰었다.상원은 그러나 외국 정보기관들이 감시해 얻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나,미군이 직접 정보감시 활동을 하더라도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이뤄지는 정보감시 활동에 대해서는 용인하기로 했다. 유세진기자 yujin@
  • 성석제 掌篇소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내 인생은 순간(瞬間)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어느 돌은 매끈하고 어느 돌은 편편하다.굴러내린 돌,금 간 돌,자갈이 되고 만 돌도 있다.아래쪽의 넓적하고 큰 돌은 오래 된 것들이고 그것들이 없었다면 위쪽의 벽돌들 모양이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소설을 일컬어 “직격(直擊)이 아니라 비유”라고 말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움’을 경계하는 그는 새 소설집의 ‘작가 후기’를 이렇게 맺고 있다.“원근에서 기다려 주시는 분들,고맙습니다,언제나.” 이처럼 그의 말은 격식의 틀에 갇히기 십상인 인사까지도 능청스러운 해학으로 맛을 들이고 있다.어찌 보면 유랑극단의 변설 같기도 하고,어찌 보면 오만 같기도 한 인사를,그러나 결코 밉지 않게 건넬 줄 아는 이.바로 소설가 성석제(43)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작가 성석제가 새 장편(掌篇)소설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문학동네)을 펴냈다.‘좀 이르다’ 싶게 아주 짧은 소설들을 묶어 낸 걸 보면 작심하고 자신의 문학세계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자신만만한 의도가 읽힌다.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절륜한 입담과 필력이 이미 문단의 공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작품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에서는 ‘또다른 황만근’인 장씨를 만날 수 있다.그가 왜 다른 이름의 황만근인가 하면 펑크난 바퀴며 물 새는 지붕,펌프와 보일러는 물론 생전 몰아본 적이 없는 자동차까지 못 고치는 게 없으면서도 결정적으로 자신의 술버릇을 못 고치기 때문이다.작가는 이런 상황을 ‘못 고치는 게 거의 없는’이라고 묘사한다. ‘경운기…’의 압권은 냉각수를 얻으러 파출소로 들어갔다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경찰의 치명적인 과실’로 의사소통에 실패한 장씨가 돼지똥 냄새를 풍기는 고장난 경운기를 하필 신임 소장이 부임한 파출소 정문에다 세워두고 그만 술에 취해버린 대목이다. 화가 난 파출소장은 다음날 장씨에게 대한민국 최초로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 딱지를 발급하고,장씨는 앙갚음이라도 하듯 고장난 경운기를 무조건 파출소 앞에 세워 결국 ‘우리 면 최고의 술꾼’이라는 영예를 얻는다. 이작품은 그의 대표작이 돼버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가 어떻게 창작됐는지를 설명해 주는 작가수첩일 뿐 아니라 콧김만으로 경운기를 고친다든가,상대가 누구든 경운기를 세워두고 쫓아가 인사를 한다는 등 ‘성석제 풍’의 내력을 알게 해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작품 ‘찬양’에서는 여성의 놀라운 태생적 적응력을 배배 꽈보인다.초등학교 시절 그가 우연찮게 써준 동시로 장원을 차지한,눈이 예쁜 한 여학생의 ‘사는 법’이 문제가 됐다.그가 어른이 된 어느날 ‘수상 경력이 화려한 여류 시인’으로부터 인사 메일을 받는다는 이 짧은 작품 속에는 비트가 강한 웃음을 버무려 넣었다. 이렇듯 성석제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웃음으로 해석한다.작품집에서 다뤄지는 불쾌하거나 때로는 가슴 아프고 더러는 낯선 사건들이,성석제라는 필터를 거치면 유쾌하거나 비장한 웃음 혹은 자글자글한 개그형 웃음으로 윤색돼 달라진 모습을 드러낸다. 오죽했으면 시인 이문재가 그의 글을 두고 ‘위험한 폭발물’이라고 했을까.이씨는 이렇게 말했다.“이폭발물은 독자의 눈길이 가닿는 순간,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간다.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석제의 농익은 입담과 재치 뒤편에서는 항상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묻어 난다는 점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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