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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60-청산하지 못한 과거] 日홋카이도 비바이탄광 매몰 한국인 64년째 방치

    [광복60-청산하지 못한 과거] 日홋카이도 비바이탄광 매몰 한국인 64년째 방치

    1941년 3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미쓰비시 비바이탄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사망한 한국인 징용자 32명의 신원이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위원회’의 현지조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됐다. 경북에서 강제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한국인들은 막장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돼 희생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패전 전 최대의 탄광사고로 기록되는 이 사고에서 일본인도 145명 숨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홋카이도 일대에서 조사를 벌여 조선인 희생자 명단이 수록된 사고수습 일지와 비바이 탄광의 갱도 지도 등 관련자료를 입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연행·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 포럼’이 진상규명위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매몰된 조선인 17명 발굴 불가능 진상규명위가 입수한 자료는 탄광회사인 미쓰비시측이 직접 작성한 ‘통동변재도’와 ‘통동변재일지’로 일본인 학자가 소장하고 있던 문서다. 생존자 구출과 시체 수습을 위해 사고 후 작성된 막장의 지도인 통동변재도는 동서로 4㎞, 깊이 2㎞의 탄광 내부에 거미줄처럼 얽힌 100여개 이상의 갱도들이 ‘1200분의1’ 축척으로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일수록 탄광 입구에서 가장 먼 막장에 집중 배치된 점이 뚜렷했다. 한국인 사망자 중 15명은 수습이 됐으나 17명은 폐광처리되면서 아직도 막장에 묻혀 있으며, 수습된 한국인 유해가 한국에 송환됐는지는 이번에 발굴된 자료에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현지 조사에 나선 한혜인 북해도 팀장은 “유골 발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당초 계획했던 유해 수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망자 32명 경북 출신,19∼38세 분포 사고 이후 그해 7월31일까지 시체 수습과정 및 사망자 명단이 기재된 일지에는 날짜별 구조 기록과 조선인 사망자의 본적지, 생년월일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10∼30대의 희생자 32명은 경북 의성군·달성군·영천군과 대구·구미·안동에서 끌려온 고향 사람들이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일지를 토대로 국내 유족의 증언 청취,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장례비 및 위로금 지급 사항, 유골 송환 및 당시 노동현장의 차별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토목 노동자 강제징용 명부도 첫 발견 진상규명위의 현지조사에서는 토목 노동에 강제동원된 ‘조선인노동자연명부’를 처음으로 발견하는 개가도 올려,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토목 징용자의 피해를 조사하는 길도 열었다. 1945년 8월29일 홋카이도 오비히로 토목현업소장 나카타 가즈이치가 작성한 이 명부는 오비히로 경찰서장에게 제출됐다. 명부에는 조선인 148명의 이름, 나이, 본적지 등이 기록돼 있다. 이로써 일본측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토목공사 관련 강제징용자 명부가 일본 각 경찰서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비바이탄광 폭발사고 1941년 3월18일 오전 2시40분 탄광 내 쓰도갱에서 발생했다. 당시 일왕에게도 보고된 이 사건 이후 모든 탄광사고의 보도통제가 이뤄졌다.44년 5월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71명이 사망했다.‘사고 당시 조선인이 갱도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며 사고 원인을 조선인에게 떠넘기려는 소문도 나돌았다. 강제동원이 시작된 1939년부터 1945년까지 홋카이도 지역에서 숨진 조선인 희생자는 2300여명에 이른다. ■ 1941년 비바이탄광 사망자 (출신군별, 연도는 출생연도, 일본식 이름은 창씨개명한 것) ●경북 달성 △천태수(옥포면·22년) △양금수(〃·18년) △신사봉(〃·16년) △전명조(화원면·18년) △新井杉根(월배면·22년) △김서학(안평면·13년) ●경북 의성 △전용수(비안면·16년) △松山德出(〃·21년) △김두봉(단촌면·15년) △박춘하(신평면·19년) △이유구(성서면·11년) △윤병철(봉양면·13년) △김두칠(〃·17년) △박규진(가음면·20년) △安本碩文(금성면·16년) ●경북 영천 △固本道□(금호면·11년) △金本令岩(자양면·11년) △永本鎭星(임호면·22년) △金子元出(〃·17년) △金山成煥(북안읍·20년) ●경북 안동 △유삼원(풍천면·04년) △松本德伊(〃·12년) △임진섭(임하면·09년 3월12일) △정학준(길안면·14년) △이수룡(〃·13년) ●경북 칠곡 △강수석(왜관면·18년) ●경북 대구부 △이팔수(내장동·12년) ●경북 구미 △井本寅用(고로면·11년) ●주소불명 △박판근(03년) △김규식(18년) △김삼진(19년) △김기수(15년)
  • 붉은 왕세자빈/마거릿 드래블

    붉은 왕세자빈/마거릿 드래블

    소녀는 유난히 빨간 비단치마를 좋아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왕세자빈으로 간택되자 처음으로 손수 치마를 만들어 선물했다. 아주 먼 훗날, 소녀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떨어진 모든 재앙의 원인이 혹시 빨간 비단치마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하고. 소녀는 혜경궁 홍씨(1735∼1815)이다. 아버지 영조의 명령으로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세자빈이자 정조의 생모.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죄책감과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치열하게 갈등하며,80평생을 버틴 그녀는 살아 생전 네번에 걸쳐 자신의 기구한 삶을 담은 회고록을 펴냈다. 영국 여성 작가 마거릿 드래블(66)의 장편소설 ‘붉은 왕세자빈’(원제 The Red Queen·문학사상)’은 18세기 조선시대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나침반삼아 21세기 지식인층 영국 여성의 위태로운 삶과 불안한 내면을 좇는 이중구조의 소설이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벽을 넘어 두 여인의 닮은 꼴 인생을 정교하게 교차시킨 이 책은 지난해 영국에서 영문으로 출간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소설은 3부로 구성됐다.‘먼 옛날, 광기의 역사’는 사후 200년이 지난 뒤 혜경궁 홍씨의 혼령이 화자로 나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한중록’을 역사적 사료로 삼았지만 작가는 혜경궁 홍씨의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태도,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동·서양의 철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설 속 ‘한중록’은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원전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것이 혜경궁 홍씨의 재능인지, 아니면 마거릿 드래블의 탁월함 때문인지 궁금해 당장 서점에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2부 ‘오늘날, 시간의 터널을 지나’와 3부 ‘먼 훗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의학윤리를 전공한 여성학자 바바라 할리웰 박사의 이야기를 3인칭 시점으로 따라간다. 편집증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 피터, 병에 걸린 아들 베네딕트의 비극적 죽음, 그리고 남편을 억압해 결국 실패자로 만든 시아버지 등 바바라의 처지는 기이할 정도로 혜경궁 홍씨와 닮았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바바라는 ‘한중록’에 나오는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자신을 사로잡은 왕세자빈의 그림자를 훑는다. 바바라의 눈에 비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단상들을 엿보는 재미도 크다. 동료와의 대화 속에 김대중, 김정일, 청와대, 비빔밥, 불교와 유교 등이 자연스럽게 섞여나온다. 왕세자빈이 집착한 ‘빨간 비단치마’의 이미지가 바바라가 공항 면세점에서 충동구매할 뻔한 ‘빨간 실크블라우스’, 서울의 노점에서 산 값싼 ‘빨간 스타킹’으로 이어지는 대목도 흥미롭다. 마거릿 드래블은 부커상 수상자인 언니 A S 바이어트와 함께 ‘현대의 브론테 자매’로 불리며 영국 문단을 대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1회 서울국제문학포럼’때 한국을 방문했다가 영문판 ‘한중록’을 접하고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지난 5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도 참가했다. 전경자 옮김,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오는 14일은 말복.더위에 지친 몸을 위한 보양식을 찾을 때다.입맛 없는 여름철에 몸을 보할 수 있는 건강식으론 흔히 삼계탕이 꼽히지만 여름 보양식의 으뜸은 단연 불도장(佛跳牆,호티아오치앙)이다.불공 드리던 스님도 그 냄새에 이끌려 담을 뛰어넘는다는 불도장.그 깊은 맛과 멋의 세계에 빠져보자.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광둥성 지방의 고급요리 불도장은 원래 중국 광둥 지방의 고급요리다. 한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특급호텔 중식당을 중심으로 확산돼 지금은 웬만한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불도장 맛을 볼 수 있다. 불도장 요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청나라때 푸젠성의 한 관원이 집에서 연회를 열었는데, 그의 부인이 20여 가지의 각종 고기를 소흥주 항아리에 채운 뒤 한참을 고아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맛본 사람들은 크게 감탄했고, 훗날 정춘발이라는 요리사가 그 부인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특히 해산물을 많이 써 맛과 향을 보탰다. 불도장 요리는 이렇게 진화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땅의 합작품 불도장의 재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고 진귀하다. 몸에 좋은 것은 거의 다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에서 23년동안 일해오고 있는 조리장 유방녕(49)씨는 이렇게 말한다.“불도장에 이것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육·해·공, 즉 들짐승과 해산물, 날짐승이 모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요.”‘도원’에서는 돼지고기 힘줄, 도가니, 관자, 전복, 해삼, 상어지느러미, 오골계 등을 주된 재료로 사용한다. 또 자연송이와 표고버섯 등이 1인분에 한 두 쪽씩 들어간다. 이밖에 은행, 인삼, 동충하초, 산약, 녹각 등 약재도 곁들인다. 불도장에 쓰이는 재료는 각 중식당의 전통이나 주방장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재료의 양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도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죽순, 양 허벅지, 돼지발굽 힘줄, 부레, 사슴 힘줄, 상어 입술, 돼지내장, 비둘기알, 오리, 조개, 새우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불도장 재료 중에는 국내에서는 유통 자체가 불법인 것들도 적지 않다. ●소흥주로 맛낸 찜 혹은 탕 불도장의 조리법은 간단한 편이지만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 유 조리장은 자신의 불도장 조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불도장은 찜과 탕의 중간 단계다. 불도장 재료를 토기에 담고 노계(老鷄)를 이틀 정도 고아 만든 육수를 채운다. 늙은 닭을 쓰는 것은 그 육수가 진하기 때문이다. 소금과 소흥주를 넣고 180도쯤 되는 펄펄 끓는 찜통에서 5∼6시간 동안 흠뻑 쪄낸다. 그렇게 하면 건더기는 흐물흐물해지고, 바닥에는 그야말로 진국만 남는다. 조리의 핵심은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일. 요리할 때 ‘숨쉬는 그릇’, 즉 토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코냑 한 방울의 여유와 미학 불도장은 다른 음식에 비해 재료가 고급이고 다듬는데 손이 특히 많이 간다. 정성으로 똘똘 뭉친 음식이다. 불도장을 먹을 때는 굴소스 원액에 홍초와 생강즙을 첨가한 불도장 소스를 찍어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코냑을 한 방울 떨여뜨려 먹기도 한다. 그러면 해산물 특유의 냄새가 줄어든다. ■ 어디서 먹을까?서울프라자호텔 ‘도원’(02-310-7345)에서는 불도장을 1인분에 6만 5000원(세금, 봉사료 별도)에 판매하고 있다. 불도장이 포함돼 있는 봉황(1인 19만원)과 도원(1인 26만원)등 두 가지 코스요리도 마련돼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하는 서울역사 4층에 위치한 캐주얼 중식당 ‘티원’(02-392-0985)에서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불도장 세트 메뉴를 5만원(1인분, 세금별도)에 판매한다. 서울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는 중식당 ‘타이판’(02-317-3237)의 불도장(1인 6만원, 세금·봉사료 별도)외에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02-317-3062) 뷔페에서도 불도장이 있다. 점심 4만 2350원, 저녁 4만 4770원(세금·봉사료 포함)이다. 불도장으로 유명한 일반 중국 레스토랑으로는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02-396-2442·1인 6만원·부가세 포함)과 강남구 역삼동 대려도(02-555-0550·1인 9만원·부가세 별도)가 있다. ■ ’서울 광화문 장뚜가리’ 퓨전 한식당 ‘장뚜가리’ 세종문화회관점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식점이다. 이 집에서 파는 ‘김치감정’과 ‘12오겹살’의 맛에 매료돼 일본 관광객은 물론 주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 아사이 TV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집이 원조 맛집들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새로운 ‘외식 코드’로 자리잡은 비결은 젊은 감각에 맞춘 깔끔한 맛과 분위기에 있다. 강원도 사투리로 ‘장독’을 의미하는 장뚜가리의 대표 메뉴는 ‘12오겹살’. 오겹살의 두께가 자그마치 ‘12㎜’에 이르는데 이 두께가 가장 맛있는 오겹살 두께라고 한다. 일반 오겹살의 두께가 5㎜안팎인 것과 비교해 두배이상 두껍다. 고기도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최고 품질의 국내산 돈육만 고집한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고기를 굽기 전에 파인애플과 양파로 비린내를 제거한 뒤 아삭한 김치와 함께 구워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겹살의 고소한 맛의 여운이 입안에 오래 감돌아 감칠맛을 낸다. 김치는 전남 순창과 광주에 주문 제작해 가져온다. 무공해 유기농으로 재배된 배추를 원료로 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아 1년 이상 숙성된 묵은 김치다. 김치감정은 조선시대 궁중 수라간에서 왕을 위해 만든 매운 김치찌개의 맛을 재현해 낸 것이다. 잘 익은 김치를 사용해 조미료를 넣지 않았으며,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멸치로 다시 한번 국물을 우려냈다. 찌개에 돌솥밥이 곁들여 나오는데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살얼음 동동주와 김치치즈계란말이를 함께 먹으면 무더위쯤은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 모든 메뉴를 이 집 사장인 유성호(38)씨가 직접 고안해 낸 것이다. 유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시절 한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2년간 전국을 돌며 김치와 돼지고기의 맛을 찾아다녔다.12오겹살은 직접 1∼20㎜까지 잘라 구워 먹으며 수십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것이다. 김치도 유씨가 직접 맛을 보고 선별한다. 장뚜가리 1호점인 광화문점을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부인 김지현(35)씨에게 맡기고 최근 이곳에 2호점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음식은 비법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철저한 맛에 대한 연구와 분석, 여기에 정성을 더하면 새로운 전통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충남 당진군 ‘게눈 감추듯’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입맛에 착착 당기는 이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내도(안섬)에 이처럼 밥을 해치우는 것을 묘사한 ‘게눈 감추듯’이라는 간판을 내건 간장게장 집이 있다. 주인 이은순(48)씨는 “집에서 20년간 간장게장을 담가 먹어왔는데 맛을 본 이웃들이 ‘맛있다. 음식점 한번 내봐라.’고 해서 1년3개월 전 게장 전문점을 차렸다.”고 말했다. 뛰어난 맛은 담글 때의 비법도 있지만 원료가 좋기 때문이다. 주인이 해마다 5월 인근 포구나 태안 안흥항 등에서 알이 꽉 찬 꽃게만을 골라 사온 뒤 냉동시켜 1년 내내 쓴다. 냉동시켜야 게장을 담글 때 살이 빠져나가지 않고 질기지가 않다. 비린내도 안 나고 맛이 좋아지는 점도 있다. 냉동게를 꺼내 8시간쯤 내놓으면 자연히 녹는다. 이를 제조한 간장에 통째로 담가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게장을 담그는 간장은 감초, 월계수잎, 참숯, 양파, 파, 마른 고추 등을 넣고 3∼4시간 졸인 뒤 식혀 만든다. 참숯과 감초는 혹시 남아 있을 비린내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넣고 있다. 숙성된 게장은 잘라서 손님상에 올린다.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 순수한 게장맛이 나지만 매운 맛을 즐기는 이에게는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주기도 한다. 꽃게도 국산이나 곁들여 나오는 녹두빈대떡, 머위무침, 늙은오이무침 등 밑반찬 원료도 모두 직접 가꾼 것이다.1인분에 꽃게 한 마리가 들어간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아직은 덜 알려져서인지 주말보다 평일에 손님들이 많다. 인근 직장인들이 평일에 찾아서다. 이 집은 50m 거리에 ‘대현수산’이라는 수산물 판매점도 운영, 산 꽃게와 주꾸미, 낚지 등을 시중보다 20%쯤 싸게 살 수 있다. 지금은 금어기로 9월 들어서야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70m 앞이 바닷가여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점은 이 집을 찾는 또 하나의 덤이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유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구시대 유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선진국형 개별자유여행(FIT)이 새로운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어디를 가보았다는 ‘점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럽의 관문인 프랑스를 FIT로 직접 다녀왔다. 쪽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초록빛 계곡과 드넓은 초원을 따라 파리에서 노르망디, 루아르,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까지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렌터카와 지하철, 버스, 프랑스 철도와 연안 여객선, 조그만 지방 철도에도 올랐다. 여행도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에펠탑이나 니스해변 등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명소들보다 프랑스의 푸른 자연속에 숨겨진 비경들이 더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기자가 다녀온 10박 11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소개한다. ■ 도움말 MK유럽, 레일유럽, 프랑스관광청 프랑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행, 이렇게만 하면 준비가 반이다 준비에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준비에 노력한 만큼 편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 한달전.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항공과 숙박, 이동수단 등의 순으로 여행의 골격을 잡았다. 항공편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특가 상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니스행 항공권으로 항공료 79만 9000원에 파리 스톱오버(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 비용 10만원, 세금 10만 9000원 등 모두 100만 8000원. 정상 가격(130만∼180만원대)보다 많이 쌌다. 일본이나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60만∼80만원대 항공편도 있었지만 편하고 빠른 직항편을 택했다. 숙박은 유럽지역 호텔 예약 전문업체인 MK유럽(02-719-0461)을 통해 일정에 맞는 주요 도시에 호텔을 정했다. 인터넷에 숙박예약 사이트가 많지만 MK유럽은 국내 여행사 등에 호텔을 공급하는 다국적 호텔 체인업체로 훨씬 저렴하다. 숙박은 특급부터 일반 호텔까지 다양하며, 숙박비는 문의해 경비에 맞추면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단거리 이동은 현지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철도나 렌터카 등은 국내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철도는 레일유럽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개인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서울항공(755-1144)과 걸리버(2170-6500),RTS(722-4033)에서 대행한다. 렌터카는 허츠나 에이비스, 알라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개별 여행인 만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분당 발신은 1000∼2000원, 수신은 400∼500원이다. 여행자 보험은 출국직전 공항에서 가입하면 된다. 비용은 보상액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사망 1억원, 상해치료 2000만원, 질병치료 1000만원, 휴대품 분실 40만원의 경우 10일에 1만 5000∼2만원선이다. 여행 준비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가 가볼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미리 찾아 준비하고, 프랑스 여행서적 2권 정도를 지참하면 좋다. 특히 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불어 안내서밖에 없는 만큼 불어 사전도 지참하면 요긴하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기타 현지 여행 정보는 기사의 <ⓘ>를 참고하면 된다. ◆ DAY1 몽마르트르, 야경에 취하다 ●설렘과 걱정, 파리에서의 첫날밤 ‘잠시후 샤를르 드골공항(CDG) 도착하겠습니다.’현지 시간 오후 6시40분(국내 시간 새벽 1시40분). 파리 도착을 알리는 대한항공 KE 901편 기장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리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다. 오후 1시55분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왔지만 파리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뭘 해야하나?’ 첫 숙박지를 찾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목적지는 파리시내 북쪽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 라 빌레트’(Forest Hill La Villette). 시내 지도를 펴고 한동한 고민한 끝에 고속전철(RER)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찾기 쉬울 듯싶어 공항 RER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RER 티켓(8.75유로)과 지하철표를 10묶음 단위로 할인 판매하는 ‘카르네’(carnet)를 구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탈 수 있는 티켓 1장은 1.30유로지만 카르네는 10유로. <ⓘ-1> 처음 타본 RER는 후텁지근했는데 무엇보다 내릴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당혹스러웠다.RER는 20분만에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고, 지하철 2,7호선으로 갈아타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 에 내렸다. 지하철 역시 안내방송이 없어 역구내의 간판을 보면서 내릴 곳을 가늠해야 했다. 지하철 문도 우리와 달리 수동식으로 내릴때 녹색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 프런트에 ‘호텔 바우처’(호텔 예약서)를 보여주고 방을 얻은 뒤 짐을 풀었다. 별 3개인 호텔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1박에 210유로. <ⓘ-2> ●젊음이 가득한 몽마르트르 언덕 밤 9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위해 과감히 방을 나섰다. 지하철 7,2호선을 타고 앙베르(Anvers)역에 내려 사크레쾨르 사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순백의 성당 잔디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붐볐고, 언덕위의 노천 식당 테라스는 활기가 넘쳤다. 배가 고파왔다. 성당 아래 ‘레테 앙 팡트 두스’(L´ete en Pente Douce)라는 작고 예쁜 식당을 찾았다. 식사는 ‘오늘의 요리’로 치즈와 토마토, 돼지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 ‘살라드 뒤 뮐레’(11유로)로 양이 무척 많다. 팁은 식탁에 놓고 나오면 된다. <ⓘ-3> 순백색 조명을 밝힌 성당을 올라가자 야경을 감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너무 자주 보여(?) 금방 익숙해 졌다. 이어 성당을 끼고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이 나타나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10여명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밤 12시 호텔로 돌아와 파리의 첫날밤을 지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아침 7시로 밤을 꼴딱 세운 셈이다. <ⓘ-4> ◆ DAY2 센강은 좌우를 나누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따라 도심을 걷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이 창밖에서 쏟아진다. 그 빛에 놀라 잠을 깬 것은 오전 5시. 시차 탓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중심인 시테(Cit)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5> 시테역에 내리자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인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는 파리 중심석이 새겨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취는 성당 내부는 장엄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어 걸어서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Seine)강을 건넜다. 강폭은 넓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3·4대학(소르본대학)을 거쳐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앙리 4세의 왕비가 세운 공원으로 넓이가 25만㎡에 이른다.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깎아놓은 나무과 넓은 잔디밭.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은자들의 세계 카타콩브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하묘지 카타콩브(Catacombes·입장료 5유로). 사전 지식이 없이 들어간 지하묘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만들어진 지하묘지로 800m에 이르는 동굴안에 인골 600만기가 안장돼 있다. 낮 12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나선형 계단을 땅속으로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안에서 서늘함이 밀려왔다. 기온은 11∼12도. 밖의 날씨와 비교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춥다. 가로 1.5m, 높이 3m의 동굴을 따라 100m쯤 걸어들어가자 유골이 동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출구까지는 45분이 걸린다.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와자’(Wadja)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식당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디저트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는 꽃양배추 샐러드, 메인요리는 생선과 쇠고기, 디저트는 과일프루츠나 치즈빵 중에 고르면 된다. 발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14유로로 비교적 저렴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등 저명인 10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처럼 편안한 곳이다.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7호선 퐁마리(Pont Marie) 역에 갔다. 역에서 나와 퐁마리 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베르티용’(Berthillon)이라는 집이다. 유사한 아이스크림 집이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간판에 ‘31번’이라고 쓰인 집이 원조다. 가격은 1컵짜리가 2유로,2컵짜리가 3.5유로다. <ⓘ-6> 휴식도 여행의 일부. 오후 8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7> ⓘnformation center ⓘ-1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RER와 버스, 택시 등 다양하다.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에어프랑스 버스의 경우 편도 11.50유로 정도이며, 택시는 도심까지 40∼50유로(야간 20% 할증)다. 환율은 1유로에 1240원 정도. ⓘ-2 이는 공시 가격으로 국내에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호텔 숙박료는 대도시와 지방,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별 1∼2개짜리 호텔이 40∼80유로다. 별 3개 이상은 100∼300유로 선이다. ⓘ-3 팁은 음식값이나 택시요금의 10% 정도지만 식당에서는 통상적으로 2∼3유로 정도면 된다. ⓘ-4 항공권은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지만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인천∼파리행은 오전 10시25분, 오후 1시55분 두차례 있는데 오전은 에어프랑스, 오후는 대한항공이 운항된다. 두 항공사가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해 두 곳 중 저렴한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1시15분,9시50분에 있다. 에어프랑스 티켓으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5 지하철은 14호선까지 있으며, 운행은 오전 5시30분부터 자정넘어(0시30분)까지 운행한다.1·3·5일권인 파리비지트 패스(www.parisvisite.co.kr) 등 다양한 할인 티켓 제도가 있지만 하루에 티켓이 2∼3장 정도면 충분한 만큼 카르네가 간편하다. ⓘ-6 프랑스 거리는 집 주소만 알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를 따라 가면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7 프랑스 전원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자기전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충전하면 된다. ◆ DAY3 전원 드라이브, 느림을 즐기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개선문 전날 너무 일찍 잠을 청한 탓에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아 오후부터 시작될 렌터카 여행을 준비했다. 책을 펴고 오를리(Orly) 공항에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원 몽생미셸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전날 5유로 주고 구입한 미슐랭(Michelin) 프랑스 전도를 펴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덧 날이 밝았다. 오전 일정은 에펠탑과 개선문. 식상하리만치 유명한 파리의 상징물이지만 빼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 8시 에펠탑을 향했다. 에펠탑은 6호선 트로카데로(Trocadero)역과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샤이요(Chaillot) 궁전도 구경하면서 내려갈 겸 트로카데로 역에서 내렸다. 멀리 샹드 마르스 공원과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898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3개 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어 샤를르 드골 에투알(Charles de Gaulle Etoile)역에서 내려 개선문을 본 뒤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명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오를리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센강을 따라 앵발리데(Invalides) 옆에 있는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센강 유람선을 타는 바토뮤슈 승선장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센강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풍경이 장관이다. 퐁데 앵발리드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앵발리드 공원을 지나자 정류장이 나타났다. 도보로 30분. 오를리행 버스는 30분마다 1대씩 있는데 1인당 8유로다. 차비는 기사에게 내면 된다. 시내 교통이 막혀 공항까지 40분쯤 걸렸다. ●렌터카를 몰고 시골 풍경속으로 오를리 웨스트 공항 허츠 렌터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바우처와 함께 국제면허증, 신용카드를 내밀자 손쉽게 수속을 끝냈다. 직원은 프랑스내 호텔 주소를 물은 뒤 “한번도 안 탄 새차를 빌려 주겠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수속을 마친 뒤 터미널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는 이제 막 출고된 소형 벤츠.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에 36㎞라고 찍힌 갓 출고된 차량이었다.<ⓘ-8> 오후 1시30분. 무작정 공항을 빠져 나왔다. 낯선 곳에서의 운전, 낯선 차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괜히 빌렸다.’는 후회도 들었다. 렌터카 직원이 “공항을 나가 5분쯤 파리 시내쪽으로 가다가 ‘베르사이유’(Bersailles)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진입하라.”고 알려줬지만 긴장한 탓에 진입로를 놓쳤다.10여분쯤 헤매다 결국 차를 세운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겨우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편도 3차로의 차선중 모든 차가 가장자리의 차선을 이용한다는 것. 추월할때만 1·2차선을 이용했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 비가 올 때는 110㎞. 차들은 운전경력 15년인 나도 별로 내본적이 없는 170∼190㎞의 속도로 말그대로 쌩쌩 달린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샤르트르 지방을 지나 고속 휴게소로 들어갔다.<ⓘ-9> 낯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지 3시간. 국내에서 좋아하는 음악 CD 등을 가져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1시간쯤 달리자 오후 5시30분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널찍한 갯벌 사이로 난 긴 도로를 달리자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수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도원 앞 주차장(주차료 4유로)에 차를 세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성 내부 관람은 6시까지로 아쉽게도 입장이 마감됐다. 그렇지만 성안 마을 등은 돌아볼 수 있었다. 성안은 17세기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고풍스러운 호텔, 식당, 매점,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과거의 마을이다. 레스토랑 호텔인 ‘메르 풀라르’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비스킷 가게에 들러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칼레트’ (9유로) 한상자를 샀다. 오후 8시쯤 성을 나와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숙소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했으나 이 지역은 렌터카 일정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성밖 마을에는 호텔들이 많았다. 그러나 차로 1시간을 달려 항구도시 생말로(St.Malo)에 도착했다. ●시골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 밤 9시. 생말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제트스키, 보트 등이 거친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의 일종인 상트로 바트릭 바탕고 ‘오베르주 쥐네스’(Auberge de jeunesse). 건물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해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은 숙소다.2인실을 빌려 짐을 풀었다.(숙박료는 조식 포함 1인당 16.5유로). 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올 초부터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며 2유로인 침대 커버를 무료로 건네줬다. 짐을 풀고 인근 ‘엘 파티오’(El Patio)란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작은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자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달아났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는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음식값은 10유로. ⓘnformation center ⓘ-8 렌터카는 국내 대행업체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주는데 인쇄해서 가져가면 된다. 비용은 24∼27일(3박 4일) 72시간 빌리는데 89.59유로이며, 세금 등을 포함해 143유로 정도가 든다. 예약시 오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은 각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인지대 5000원. ⓘ-9 휴게소는 우리나라 비슷하다. 주유소를 거쳐 들어가면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실, 레스토랑이 있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 체계와 비슷해 입구에서 표를 뽑은 뒤 나갈 때 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의 운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선진입차 우선’인 교차로. 우리나라와 같은 사거리에는 대부분 로터리가 있는데 왼쪽에 진입한 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다. ⓘ-11 고성 투어버스는 투르역 광장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는 투어 차량이 있다. 반나절(5∼6시간), 하루코스(9시간) 등이 있는데 20∼40유로다. 입장료와 점심값은 별도다. ◆ DAY4 투르, 동화나라로 가는 길 ●생말로에서 투르까지 안개 낀 ‘그랑베 섬’(Rocheur du Grand Be)과 해안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자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백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영국 등지로 떠나는 대형 여객선도 기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오전 10시. 간단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루아르(Loire) 고성지역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 국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국도를 따라 떠났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차 줄어든다.<ⓘ-10> 시골길은 무척 한적했다.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그림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고흐, 고갱,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수차례 길을 잃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냥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라발, 앙제시내를 거쳐 지나갔다. 기름이 거의 바닥이 가까워 온다. 주유도 하고 잠시 쉴 겸 다시 고속도로에 들렀다. 얼마쯤 달리자 휴게소다. 주유소는 셀프 주유다. 노랑, 파랑, 빨강 라벨의 주유기가 있어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근처에 있는 “주유원에게 어느 것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쉬페르 프르미에르’(Super Premiere)라고 쓰인 노란색 주유기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직접 해보는 주유. 차의 주유기를 열고 넣자 45ℓ나 들어간다. 기름이 가득차면 저절로 멈춰 주유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름값은 50유로로 따져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계산은 주유한 후에 중앙에 있는 계산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투르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에서나 봤음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경치에 취해 차를 대놓고 쉬어가기를 여러번. 사나흘을 머물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의 만남 오후 4시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 계곡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20㎞의 루아르 강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 귀족들의 수많은 성이 흩어져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약 5000개의 성이 있는데 이중 쉬농소·앙부아즈·랑제·앙제·블루아·쇼몽·슈베르니성 등 80여개가 이 곳에 있다.<ⓘ-11> 첫 목적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무대가 된 위세(Uss)성. 투르시내에서 28㎞떨어진 곳으로 1485년에 건축됐다. 동화속의 성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첨탑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름답다. 너무 조용해 정말 공주가 잠만 잘 수밖에 없었을 것처럼 고요하다. 사진은 성 앞에 있는 작은 강 뒤에서 찍는 것이 예쁘다.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근에 있는 아제 르 리도(Azay-le-Rideau)성으로 향했다. 성보다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점심은 인근의 ‘라망드’라는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8유로)으로 간단히 때웠다. 이어 빌랑드리(Villandry) 성으로 향했다.16세기 건축물로 르와르 고성중 가장 마지막에 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 관광’ 안내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각종 야채가 있는 정원, 장식정원, 분수정원 등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와 정원 관광은 8유로. 오후 7시. 투르 시내에 예약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들어갔다. 기차역 앞에 있어 찾기 쉬웠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 뒤 가로막을 통과할 수 있는 비밀 번호를 받아야 하며, 주차료 7유로를 내야 한다. 식사는 역 앞에 있는 ‘로데옹’(L´odeon)이란 식당.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가격은 15∼20유로. ◆ DAY5 작은 마을에 들러 고흐를 기리다 ●투르에서의 한적한 휴일 프랑스의 주말은 어떨까. 시민들의 휴일 생활을 엿보려 일요일마다 시청앞에 장이 서는 벼룩시장을 찾았다. 100여개의 노점에는 집에서 쓰던 소품이며, 책, 그림, 찻잔, 액자, 음악판과 CD 등 없는 것이 없다. 쓰던 물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예쁜 액자 하나를 사려고 물어보자 30유로. 새것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몽콩투르(Moncontour) 포도주 동굴 저장 지역이 나왔다. 파리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곳의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포도밭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보니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과 대형 저장고가 보였다. 마을 전체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뱅 드 부브라이’라는 곳에는 바위산에 동굴을 뚫고 집을 지은 이색적인 마을. 바위산 위에 지은 돌탑과 그 아래 마을, 호텔 등 모두가 돌산과 연결돼 마을이 형성돼 있다. 렌트카로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시내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리 외곽도로의 교통 체증 탓에 5시가 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1890년 7월 고흐가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곳. 비록 이곳에서 고흐가 산 시간은 두달 남짓하지만 이 곳을 무대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고흐가 자취했던 ‘라부(Ravoux)의 숙소’(입장료 5유로) 등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고흐의 자취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방향을 어림잡아 가늠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과 계단, 오베르 교회, 까마귀 들판 등을 그림의 소재를 돌아본 뒤 산중턱에 있는 고흐의 묘지를 찾았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는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묘지들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오후 8시. 오를리 공항 근처 홀리데이 인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DAY6 니스 해변, 푸른 바다에 마음을 적시다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프랑스의 니스(Nice)로 향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항터미널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오전 11시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반납은 열쇠를 건네 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12> 비행기는 오후 3시. 공항 방침상 짐을 보관해 주는 장소나 라커가 따로 없기 때문에 출발 시간까지 무작정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연착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4시간 걸리는 떼제베(TGV)를 이용하는 것는 건데 아쉬움이 든다. ●가슴을 열어주는 니스해변 오후 6시 ‘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니스에 도착했다.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함께 지중해를 바라보는 꼬뜨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4번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선 버스’(요금 4유로)에 올랐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에서 보는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에서 해변까지는 약 6㎞.20분 정도 걸린다. 리비에라(Nice Riviera)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푸르다. 그 속에서 흘러가는 여유로운 시간. 호텔에서 마세나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면 활모양으로 뻗은 해안을 따라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하다.<ⓘ-13>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3.5㎞에 걸쳐 계속되는데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데크체어로 채워져 있다. 밤 9시가 넘도록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볼거리도 많다. 마세나 광장 등지에서는 음악공연과 길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각종 캐릭터 모형은 실제 사람으로 관광객들이 돈을 넣으면 슬쩍 움직인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빠끄 드 샤또라고 불리는 ‘성터공원’이다. 해안선과 옛항구 등 니스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편도 0.7유로)가 있다. 맛집은 마세나 광장 인근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방돔(Le Vendome)에서는 원조 홍합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9유로. ◆ DAY7 칙칙폭폭,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기차를 타고 지중해의 쪽빛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있을까. 맑게 갠 하늘, 검푸른 지중해의 먼 바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 니스에서 칸, 툴롱,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을 거쳐 계속되는 철로변의 풍경은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광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게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호텔에 큰 짐을 맡긴 뒤 니스빌 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끊어온 3일짜리 프랑스철도 자유 티켓으로 첫 목적지인 아를(Arles)로 향했다. 시간표는 각 역마다 비치돼 있다. 직접 가는 편도 있지만 대부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전 9시 니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은 영화의 도시 칸 등을 지나가는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마르세유엔 11시26분, 아를에는 오후 1시51분에 도착했다. 기차는 영화에서 보는 왜건형 칸막이방. 한 방에 6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간다. ●작지만 예쁜도시 아를과 아비뇽 론강(Le Rhone)을 끼고 있는 아를은 작지만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유적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를 역에서 걸어서 라마르틴 광장을 거쳐 내려가면 카발르리몬, 원형투기장, 고대극장, 생트로핌 교회, 반고흐 카페, 반고흐 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3세기 초엽 만든 생트로핌 교회는 로마네스크 미술의 견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다. 반 고흐가 요양을 했다는 아를 요양원에서는 이젤을 펴놓고 예쁜 정원을 그림에 담는 화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고흐 다리는 시내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바리올(Barriol)행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볼 수 있다. <ⓘ-14> 오후 6시 아를 역으로 돌아와 인근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향했다. 기차로 17분.14세기 교황청이 이 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세계 교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교황청 광장 주변 카페들이 예쁜데 로셰 데 돔 공원에서 바라본 론강의 경치가 압권이다. 공원에서는 ‘생베네제’ 다리가 보이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인 ‘아비뇽 다리위에서’라는 동요의 무대가 된 곳이다.12세기 지어졌으나 17세기 홍수로 소실돼 지금은 반쪽만 남아있다. <ⓘ-15> ◆ DAY8 섬섬옥수, If I were a bird ●하늘 빛을 담은 프리울섬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어시장은 어촌 마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정어리와 도미 등 각종 생선을 판매하는 어부들과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600년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항구도시다. 마르세유에서는 한번쯤 여객선을 타고 인근섬 여행을 떠나도 좋다. 아침 일찍 항구의 ‘벨주부두’에 있는 마르세유 여객선 터미널(www.answeb.net/gacm)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가 됐던 ‘이프섬’(Ile D´If)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왕복 10유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배가 출발하는데 만선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한다. 이프섬은 배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여객선의 종착지는 이프섬에서 10분쯤 더 떨어진 ‘프리울 섬’으로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에 내려 순회 코끼리 열차(왕복 3.5유로)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30분쯤 걸리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쪽빛 물빛 그자체다. 가는길에 있는 해수욕장은 2∼3일쯤 푹 쉬다가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11시30분 배를 타고 서둘러 섬을 나왔다. 기차를 놓쳐 바로 직후 있는 테제베를 예약했다. 일반 철도는 그냥 타도 되지만 테제베는 예약이 필요하며, 따로 수수로(1.5유로)를 내야한다. 그래도 프랑스 대표 철도인 테제베를 타본다는 기대감에 표를 끊었다. 그러나 니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50분. 일반열차가 2시간10분 걸리는 것에 비해 이 구간에서만은 시속 300㎞이상으로 달린다는 테제베가 오히려 일반 고속열차보다 느리다. 자리도 일반열차에 비해 불편하다. ⓘnformation center ⓘ-12 렌터카 반납시 우리나라와 달리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묻는 일이 없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렌트 시간을 초과하면 미리 100유로 정도 임치해 놓은 돈에서 제하고 돌려준다. ⓘ-13 공항 등 프랑스의 공공장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14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분명한데 남프랑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해 지내기 쉽고, 겨울에도 온난하다. ⓘ-15 프랑스 철도 예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여행 계획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도 패스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패스를 이용하는 국가 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유럽 전지역을 돌아다니려면 유레일 패스가 유리하지만 프랑스 등 특정 국가만을 여행하려면 프랑스 패스를, 프랑스와 인근 국가 3∼5개국을 이용하려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2국가만 여행하려면 프랑스-이탈리아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프랑스 철도패스는 1등석 성인이 299달러이며,2명 이상 여행할 경우 세이버 티켓을 끊으면 15%정도 저렴하다. 나머지 패스의 경우 1개국을 추가할 때마다 7만∼10만원정도 요금이 올라간다. 특히 철도패스에는 센강 유람선, 박물관 할인 등 보너스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다. 모든 패스로는 해당국가 테제베와 일반 철도 모두를 탈 수 있는데 테제베를 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비로 1.5∼8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철도는 예약없이 기차역에 나가 오는 기차를 그냥 타면 되는데 3일권의 경우 한달동안 3일을 탑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DAY9 포도주·풍경, 프로방스의 유혹 ●프로방스 철도에 몸을 싣고 아침 일찍 ‘살레야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과일, 야채 판매상과 꽃시장,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중심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생필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프랑스 전통 치즈와 포도주,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를 맛봐도 좋다. 낮 12시 호텔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코드다쥐르 지방의 웅대한 산악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방스 철도(www.trainprovence.com)에 올라보기로 했다. 철도역은 니스역에서 북쪽으로 약 400m,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하루 4차례 정도 기차가 운행한다.<ⓘ-16> 철로가 단선이라 교행이 어려운데다 철로가 오래돼 수리를 자주해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두칸짜리 아담한 기차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기차다. 기차역에서 프랑스철도 티켓을 보여주면 50% 할인해 준다. 디뉴까지는 150㎞로 3시간10분이 걸리는데 시간이 없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앙트르보(Entrevaux)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17세기 요새마을 앙트로보 앙트로보까지는 크고 작은 13개의 기차역을 지나는데 1평 남짓한 간이역도 많다. 기차는 바르강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깎아지른 듯 세워진 바위산과 계곡, 산허리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을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차창밖으로 매력적인 마을이 즐비하다. 이날도 철로에 이상이 생겼다. 오래된 철로라서 수리중이라는 차장의 말에 따라 중간에 내려 2∼3개 역을 버스로 갈아타고 갔다. 바위산 단면들은 지층이 지리책에 나온 사진처럼 그대로 보아도 멋있다.2시간 걸려 도착한 앙트르보는 17세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위산 정상에 있는 요새도시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성을 휘감고 올라가는 길이 이채롭다. 그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성문이다. 강에는 마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고성을 들어가는 길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람이 없어 입장료 자판기에 돈을 넣고 3유로짜리 코인 티켓을 끊은 뒤 회전문에 넣으면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렇지만 건너보이는 마을 전경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정상에는 각종 방과 감시탑, 감옥 등 전형적인 성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DAY10 마지막 시간은 마티스와 함께 ●니스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이제 막 적응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전에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티스 미술관까지는 17번 버스(1.20유로)를 탔다. 가는 길에 검표원들이 버스를 가로 막고 표검사를 했다.<ⓘ-17> 마티스 미술관(입장료 4유로)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인근 시미에 지구에 있는 로마시대의 투기장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 유적들이 더 볼만하다. 이어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진 샤갈미술관(입장료 4.5 유로)에는 구약성서 이야기를 묘사한 17장의 연작 유화 등 450점이 전시돼 있다. 오후 2시 공항으로 출발, 아쉬웠던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탔는데 편도 요금은 25유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프랑스. 일상에 찌들어 쫓기듯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nformation center ⓘ-16 기차는 니스에서 알프스 온천마을인 디뉴(Digne)까지 운행한다. 니스에서 오전 06:42,09:00,12:43,17:00에 출발하고, 디뉴에서는 07:00,10:33,13:58,17:25분에 출발한다. ⓘ-17 버스 티켓을 기사에게 구입하면 꼭 버스에 비치된 개찰기(콩포스테·Composter)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 표에 시간이 찍히고 이후 표가 1시간 정도 유효한데 만일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3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18 관광지와 호텔 주변은 소매치기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구급차(19), 소방서(18), 주 프랑스대사관(01.47.53.01.01), 한국관광공사(01.45.38.71.23), 대한항공(01.42.97.30.80)으로 연락하면 된다.
  • [주말에 뭘 보러갈까]

    ■ 어린이 ■ 마법전사 미르가온 21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마법세계를 구하러 떠나는 어린 전사들의 모험담.(02)764-8760. ■ 꼬방꼬방 2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전래동화로 엮은 극단 사다리의 놀이음악극.(02)382-5477. ■ 고양이가 말했어 21일까지 인켈아트홀2관. 초등학생 지영이의 성장기를 그린 인형극.(02)741-3934. ■ 클래식 ■ 광복 60년 경축 대음악회 1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안익태, 윤이상, 진은숙의 작품세계를 만나보는 자리.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들 작곡가 3인의 작품 연주를 통해 광복 60주년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다. 소프라노 박정원, 베이스 양희준, 오보에 이윤정 등이 협연.(02)580-1135 ■ 클래식 나들이 15일,18∼ 21일 영산아트홀.(02)586-0945. ■ 박진희 이재향 두오 리사이틀 11일 영산아트홀 (02)587-5961 ■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 14일 금호아트홀.(02)302-1533. ■ 한일정상 콘서트 12일 양재횃불회관.(02)2068-8000. ■ 미술 ■ 해피니스(Happiness)전 한전플라자 갤러리 젊은 작가들을 통해 아름다운 개인의 상상을 찾는 작업. 회화, 조각, 설치, 사진등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 8명과 1팀의 작품 전시. 유승호 홍경택 홍성도의 작품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강용면과 프로젝트 그룹 옆은 즐겁게 미술과 소통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02)540-5584. ■ 김관형전 사진과 드로잉의 절묘한 만남. 머릿속 오만가지의 상념과 모습들을 스케치한뒤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작가는 말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거짓이 된다는 사실이 싫어 생각을 그림으로 묘사해낸다는 설명.3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온.(02)733-8295. ■ 김기린전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작업한 모노크롬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사각의 틀속에 파란색과 분홍색 등으로 수많은 점을 찍어낸 단색 회화는 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23일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02)734-7555. ■ 김시연전 자신을 둘러싼 환경, 생활들을 관찰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삶을 소금이라는 특수한 물질과 접목시켜 나간 설치미술. 소금을 인간 감성의 정제물로 여겨 작가의 감정에 대입하고 있다. 서초동 세오갤러리.(02)583-5612. ■ 뮤지컬 ■돈키호테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셰르반테스의 명작을 뮤지컬로 본다. 삽입곡 ‘더 임파서블 드림’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성기 류정한 강효성 출연.(02)501-7888. ■ 청년 장준하 15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 독립군이 되려 중경 임시정부로 가는 대장정을 그린 뮤지컬. 조한신 작·연출, 서영주 최성원 출연.(02)722-1467. ■ 밑바닥에서 21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물.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세미 뮤지컬로 각색. 왕용범 연출·박용전 작곡, 황태광 이창욱 출연.(02)745-2124. ■ 풋루스 10월16일까지 연강홀. 반항과 억압, 사랑과 고통 등 분출하는 젊음의 열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다. 서지영 이한 김영민 출연.(02)766-8551. ■ 연극 ■ 셜리 발렌타인 13~9월 11일 우림청담시어터 중년여성의 자아찾기 여정을 그린 연극. 배우 손숙의 농익은 연기가 빛나는 모노극으로 강북 산울림소극장에 이어 강남으로 무대를 옮긴다. 글렌 월포드 연출.(02)569-0696. ■ 바람의 아들 11∼13일 한강 둔치 럭비구장. 재일교포 김수진 연출가가 이끄는 천막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내한공연.(02)352-0766.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9월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작품. 임영웅 연출, 박정자 정세라 출연.(02)334-5915. ■ 왕비,100년 만에 외출하다 12일∼9월11일 상상아트홀. 명성왕후의 일대기를 그린 1인극. 박영 작·이승옥 연출. 박정재 출연.(02)765-4565.
  • 강숙자씨 ‘한국여성해방이론’ 책 내

    강숙자씨 ‘한국여성해방이론’ 책 내

    “중세 암흑시대를 끝냈다는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인문주의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교라 하면 케케묵었다고 합니까?”페미니즘. 이거 위험하다. 조금만 삐끗하면 남자는 ‘고추나 덜렁대는 마초’이기 십상이고, 여자가 ‘싸가지 없는 년’ 소리 듣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과감하게 ‘유교의 음양론’으로 페미니즘을 재구성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강숙자 연구원.‘한국여성해방이론-유토피아에서 헤테로피아로’(지식산업사 펴냄)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집대성했다. 여성해방이론을 총정리한 책은 시종 차분한 톤이지만, 강 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격정적이었다. 이유를 미뤄 짐작할 만도 했다. 책 서문에 스스로 밝혔듯 강 연구원의 자료집을 폐기하고 한국여성학회 정기간행물 논문집에도 싣지 말라는 게 ‘전투적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여성성’ 부정은 자가당착 우선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성을 사회적으로 학습된, 사회적 구성물로 여기는 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논리적으로 자가당착입니다. 원래 여성성이 없는데 어떻게 ‘여성’해방이라고 합니까. 차라리 ‘인간’해방이라 해야죠. 여성성이 없으면 여성의 연대도 불가능합니다. 아무 공통점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뭉칩니까.” 실제 역사도 들었다.“법적·제도적 양성 평등에서 서구사회는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여성 직업의 대부분은 ‘전통적 여성역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예외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즉, 한 세대가 지났는데도 여성성은 없다는 결과가 안 나온 겁니다.” ●왜 ‘잘난’ 여성들만 해방돼야 하나 그렇기에 남·여 대립·갈등구조를 만든 뒤 여성들끼리 잘해보자는 ‘분리주의’가 못마땅하다. 이 분리주의는 곧 레즈비언에 대한 찬양, 레즈비어니즘이다. 애킨슨 같은 미국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은 이론이고, 레즈비어니즘은 실천이다.”라고 공언했다. 레즈비언이 아닐지라도 정치적으로 레즈비언을 지향하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급진 페미니즘은 이중의 폭력을 행사한다.“자신들 선택이 중요하면 전업주부와 이성애를 선택한 여성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가부장제에 기생하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안 그래도 여성으로서 벽을 느끼는 사람들을 왜 또 ‘의식 없는’ 여성으로 만듭니까.” 진짜 레즈비언들도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레즈비언도 남성, 여성 역할 구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은 이것 자체를 부정하거든요. 그러니 서로 불편한 거죠.” ●이분법에서 벗어나라 문제의 핵심은 이런 논의 자체가 서양의 문제틀이라는 데 있다.‘여성=자연’,‘남성=문명’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해 여성을 ‘결핍된 존재, 그래서 남근을 선망하는 존재’로 묘사해온 서양의 전통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미국식 교육이 판치다 보니 그런 문제틀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게 문제입니다.”여기서 유교의 음양론이 나왔다.“‘음양’ 하면 서구인들은 대뜸 strong과 weakness로 번역합니다. 그게 바로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죠.” 음양론은 음과 양의 성질에 대한 설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조선시대와 유교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태도도 버리라고 지적했다.“전근대시대 생산양식은 가내수공업입니다. 가내수공업, 그건 페미니스트들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생산노동’ 아닙니까.” 다른 예도 들었다.“18세기 박석무가 쓴 글에 보면 아내들이 남편을 업수이 여겨 때리고 욕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여성의 발언권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조선·유교 하면 떠올리는 모습은 일부 양반, 그것도 벼슬 자리에나 오른 양반의 모습이 전부라는 것. 물론 이들 문화가 지배적이었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열린 페미니즘을 위해 결국 해법은 여성성과 그로 인한 차이를 인정하되, 가치는 똑같다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여성성을 약함이 아니라 개방성과 수용성으로 규정하고 자매애를 통해 연대하는 것. 즉, 전업주부끼리, 아가씨들끼리, 직장여성들끼리의 연대와 이를 포괄할 수 있는 페미니즘. 이게 바로 강 연구원의 희망이다.“남성·여성 대립짓기는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틀입니다. 페미니즘은 그 틀 속에서 놀지 말고, 그 틀 자체를 깨야죠.”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먼로 또 타살의혹

    지난 1962년 8월5일 로스앤젤레스 자택 침실에서 시체로 발견돼 숱한 음모론의 소재로 등장한 미국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는 자살할 동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LA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LA카운티 검사로서 먼로의 부검에 참여했던 존 마이너(86)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먼로가 죽기 며칠 전 만나 상담한 정신과 의사 랄프 그린슨(사망)으로부터 그녀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받아 듣고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유 연상으로 일종의 자기 분석을 해내려간 먼로는 여러 남성과의 애정 행각, 불만족스러운 성생활, 심지어 여배우 조앤 크로퍼드와 보냈던 하룻밤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당시 36세였던 자신의 몸매가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녀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염문에 관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이 테이프에선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검찰총장과는 로맨틱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먼로는 전신거울에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비추는 모습을 묘사하며 “가슴이 처지기 시작했지만 허리는 나쁘지 않지요?그리고 내 엉덩이, 정말 멋지지 않아요?좋아 마릴린”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마이너는 먼로가 자살해야 할 만큼 인생에 절망적이지 않았다며 그녀는 ‘비열한 수법’에 희생됐을 것으로 당시 판단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권력과 언론(루돌프 아우크슈타인 지음, 안병억 옮김, 열대림 펴냄)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창간인이자 발행인인 저자가 그동안 발표해온 시사평론과 저명인사와의 대담·강연을 담았다. 성역 없는 보도와 비판으로 권력과 맞선 언론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다.2만 5000원.●5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최효찬 지음, 예담 펴냄) 역사속 위인들의 자녀교육 방식을 통해 현대의 부모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지침들을 일러준다. 서애 유성룡,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등 조선 명문가들의 종가와 고택을 찾아다니며 그 후손들의 증언과 모습을 담았다.1만 3000원.●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레이 그릭·진 스윙 그릭 지음, 김익현·안기홍 옮김, 다른세상 펴냄) 미국의 저명한 마취학자와 수의사 부부의 동물실험 비판서. 동물실험의 역사를 파헤치면서 동물실험으로 파생된 의학발달의 모순과 부작용 등을 낱낱이 논증한다.1만 5000원.●분단과 통일의 독일 현대사(손선홍 지음, 소나무 펴냄) 현직 외교관이 체험을 바탕으로 독일의 분단과 통일과정을 분석했다. 분단 이후 통일까지 독일 현대사를 정리하고, 주요 정당들의 통일정책과 실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담았다.1만 8000원.●야수인간(아이블 아이베스펠트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 & 북스 펴냄) 자연을 살벌한 생존투쟁의 현장으로만 묘사하는 기존의 동물행동 이론을 비판한 책. 오랜 탐사와 조사를 통해 동물을 비롯한 인간은 유전적으로 사랑과 증오의 행동양식을 함께 타고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1만 8000원.●신데렐라 맨(제레미 샤프 지음, 박아람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1935년 부두 막노동꾼 출신으로 세계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해 눈부신 승리를 따낸 미국의 전설적 복서 제임스 브래독 이야기. 불황의 늪에 허덕이던 서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면서 ‘신데렐라 맨’이란 별명을 얻었다.1만 2000원.●한국의 반미, 대안은 있는가(심양섭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의 논리와 그 문제점·한미동맹의 미래 등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반미를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보고, 세계의 반미주의와 한국의 반미주의를 비교 분석한다.5000원.●내 나이가 어때서?(황안나 지음, 샨티 펴냄) 교직을 은퇴한 65세 할머니의 국토 종단기.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2000리 길을 23일간 혼자 걸으면서, 고되지만 정신적으로 새털처럼 가벼운 자유를 만끽하는 과정을 잔잔히 그렸다.1만원.
  • [국제플러스] 日산케이 “이순신드라마 역사왜곡”

    |도쿄 연합|일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이 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취지의 칼럼을 써 논란을 빚고 있다. 구로다 지국장은 지난달 30일자 칼럼에서 “조선 왕실의 권력투쟁과 관련한 이순신 장군의 내면적인 고뇌 등은 상당히 진지하게 묘사하면서도 일본이나 일본인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이 묘사하여 드라마의 전체적인 인상이 가벼워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구로다 지국장은 드라마의 무대가 일본 전국시대 말기인데 일부 소품이 몇백년 뒤인 에도시대의 풍속화가 걸려 있는 점, 도요토미의 조선 출병 거점이 사가현의 나고야였음에도 아이치현의 나고야 지도가 등장하는 등 역사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편혜영의 첫소설집 ‘아오이’

    편혜영의 첫소설집 ‘아오이’

    사람의 첫 인상이 그렇듯 작가가 세상에 내놓는 첫 책의 인상은 두가지다. 평범하거나 강렬하거나. 편혜영(33)의 첫번째 소설집 ‘아오이가든’(문학과지성사)은 의심할 것 없이 후자다. 썩어가는 시체들, 배를 가른 고양이, 우글거리는 구더기떼 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엽기적인 하드고어의 이미지는 또래의 젊은 작가들은 물론 한국 소설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낯설고, 새롭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한국 소설의 특별한 ‘또다른 시작’”이라고 이 도발적인 작가의 등장을 평했다. 표제작 ‘아오이가든’은 역병이 도는 어느 도시의 끔찍한 참상을 다루고 있다. 시민들은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거리는 동물들의 시체와 배설물로 가득 찬다. 희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길 없는 폐허의 형상은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킨다. 단편 ‘저수지’는 연쇄 실종자들의 사체를 찾기 위해 저수지 일대를 수색하는 사건과 외진 방안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세명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실험용 쥐(마술 피리), 구더기 천지 속에서 삶과 죽음이 구별되지 않는 존재(문득) 등 소설집에 실린 여타의 작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독특하고, 개성적인 상상력은 어디에서 온 걸까.“등단(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후 다양한 유형의 작품을 습작했는데 의외로 이런 스타일이 재밌고, 잘 맞았어요. 쓸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책으로 묶여 나오니 독자들이 읽기 편한 작품들은 아닌 것 같아 걱정이에요.” 언젠가 친지의 시신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시체는 이승의 육신이 빠져나간 잔해일 뿐 무서운 느낌이 안들더라고 했다.‘산 사람이 사람인 것처럼 죽은 사람도 사람이야. 자기가 살아 있다거나 죽었다고 느끼는 건 어느 한 순간이야.…그 순간을 제외하면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똑같이 살고 있는 거야.’(‘문득’,110쪽) 그의 엽기적 상상력은 우리가 살고 있는 불온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는 “내 소설이 끔찍하고, 무섭다고 하는데 어쩌면 현실은 더 잔혹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주위에 엄연히 존재하는데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것뿐이라는 얘기다.‘아오이가든’은 홍콩의 사스 전염병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흰 마스크를 쓰고 유령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홍콩 시민들은 충격적이었다.‘아오이가든’은 사스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견된 아파트의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저수지’도 실제 있었던 사건의 뉴스 보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일본 괴기소설처럼 엽기적인 이미지로만 남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팬터지적인 측면이 강한데 앞으로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평범한 인상보다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렬한 인상이 더 기억에 남듯 그의 데뷔작도 독자의 뇌리에 강한 충격을 남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사막의 꽃/와리스 디리 지음

    와리스 디리. 소말리아 출신의 그녀는 현재 세계적 패션모델이자, 유엔의 여성인권대사로 활동하는 저명한 여성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녀는 아프리카 사막의 유목민으로 살았고,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할례를 경험한 연약한 흑인 소녀였다. 와리스 디리의 짧지만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담은 자서전 ‘사막의 꽃’(이다희 옮김, 섬앤섬 펴냄)이 나왔다. 어린시절 정규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지은이는 13세 때 자신을 노인에게 시집보내려는 아버지를 피해 달아났다. 런던에서 가정부로 생활하는 등 어렵게 살다가 좋은 친구를 만나고, 사진기자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면서 모델의 길을 걷게 된다. 책에는 열일곱 살 소녀를 새 엄마로 소개하는 아버지, 가정에서도, 그리고 집 밖에서도 성폭력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저자의 이야기 등 여성에게 불리한 여러 상황이 묘사돼 있다. 무엇보다 할례에 대한 경험이 생생하다.‘여인이 면도날을 닦는 동안 엄마는 스카프로 내 눈을 가렸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곧 내 살이, 내 성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이름 와리스는 소말리아 말로 ‘사막의 꽃’이라는 뜻이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홈CGV ‘노골적 性묘사’ 또 중징계

    방송위원회는 27일 CJ미디어 계열의 영화채널 홈CGV가 지난달 11일 방송한 ‘두잇’에 대해 성과와 관련된 내용을 선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중지, 편성책임자에 대한 징계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CGV는 이번이 세번째 징계로, 시청률 경쟁에 의해 선정적인 영화를 방송하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도입한 ‘삼진아웃제’ 대상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 “반대국가 어린이 기금 46만弗 취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개편안을 둘러싸고 일본과 독일·인도·브라질 등 이른바 ‘G4’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일부 회원국들에 지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G4는 상임이사국을 6개국 늘리되 거부권은 부여하지 않으며 여기에다 비상임이사국 4개국을 추가하자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마르첼로 스파타포라 유엔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G4가 가난한 나라들의 지원을 얻기 위해 개발원조를 이용하는 것은 공갈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스파타포라 대사는 “이 문제는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비리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불안한 스캔들로 비화할 것”이라며 코피 아난 사무총장과 장 핑 유엔총회 의장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그는 또 “G4 가운데 한 나라는 지난 25일 ‘안보리 개편안과 관련해 G4가 아닌 다른 편에 선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46만달러의 어린이 기금을 무효화했고, 약속한 또 다른 프로젝트도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국가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관들은 “G4 가운데 특히 독일과 일본이 경제지원을 대가로 자신들의 유엔 개편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독일과 일본은 지난해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가난한 나라들에 총 163억달러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오시마 겐조 유엔주재 일본대사는 “그런 주장은 타블로이드 신문에나 나올 만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독일 외무부도 “근거없는 주장이며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키스탄 공사 무니르 아크람 등은 “외교관들이 ‘일본과 독일의 강요’라고 묘사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면서 “아난 총장에게 건네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生生인터뷰]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돌아온 이영애

    [生生인터뷰]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돌아온 이영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법이다. 배우에게도, 돌이켜 보면 어느 하나 살뜰하지 않은 작품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애(34)에게 있어 이번 만큼은 그 논리가 수정돼야 할 것 같다.29일 개봉하는 새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는 그의 배우인생에서 ‘손가락 하나’가 아닌 ‘주먹’인 까닭이다.“원없이 연기했다.”는 밑도 끝도 없이 단정적인 말로 인터뷰의 운을 떼고보는 그녀다. “제게 더 잘 맞는 작품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에서 시작했어요. 스스로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작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기자시사회를 한 지 나흘이나 지났건만 지난 22일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상기돼 있었다. ‘…금자씨’는, 웬만해선 조합이 상상되지 않는 감독과 배우의 합작품이란 점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극대화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대한민국의 감독은 이영애와 일한 감독과, 안한 감독으로 나뉜다.”고 그를 추켜세웠던가. 이젠 그가 기다렸다는 듯 “만족도가 너무 커서인지 (영화에 대한)아주 작은 비판에도 속이 상한다.”고 화답했다. 그럴 만도 했다. 말갛게 표백된 이미지에 묶여 있던 그에게 이번 영화는 ‘도발’이었다.13년을 감옥에서 억울하게 썩고 나와 치밀한 복수극을 실현하고야마는 처절한 모성(母性).“친절해 보일까봐” 시뻘겋게 눈두덩을 칠하고 1970년대 양장점에서나 봤음직한 키치풍의 원피스 차림, 조용하고 무심한 어조로 씹어내뱉듯 던지는 대담한 대사와 욕설. 결코 ‘이영애의 것’이 될 수 없었던 설정들을 천연덕스레 구현했다는 대목은 배우 자신에게도 여전히 흥분제가 되고 있었다.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문제는 솔직히 부수적인 거였다.”는 그는 “스크린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욕설연기였지만, 애초부터 어색해보이는 게 하나의 컨셉트였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만났으니 신경전 같은 건 없었을까.“박 감독의 이전 복수시리즈가 워낙 강렬해 잔뜩 긴장하고 별렀죠.(잔인함 등의 강도를 수위로 따졌을 때) 제가 애초에 맘먹었던 깊이보다는 오히려 발을 덜 담근 작품이에요.” 벼르고 별러 대든 스릴러물이었다는 얘기다. 뭔가에 홀린 듯 영화를 완성해낸 지금. 취기에서 깨어날 때의 민망함처럼 문득문득 화면 속의 자신이 어색하고 낯설기도 하다.13년을 계획한 복수가 끝나고 녹슨 깡통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지던 하이라이트 장면을 언급하자, 예의 그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표정으로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이왕에 내친 걸음. 좀 더 센 이영애를 보여주면 어땠을까, 질문의 강도를 높여봤다. 금자를 연모하는 20세 제빵사 청년 근식과의 정사신을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해 강렬한 이미지를 구현했으면 좋았겠다는 지적에도 그는 변론을 준비하고 있었다.“원래 콘티에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뺐더라.”며 “육하원칙을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라서 오히려 상황을 점프업해 뭔가 이질감을 주는 효과가 크리란 판단이었다.”고 했다.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뿌리깊은 배우가 되자는 생각만 하고 산다.”는 그는 이제 또 얼마나 길게 잠수(?)를 할까.“‘대장금’이 그랬듯 산간벽지 꼬부랑 할머니에게도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게 TV의 매력이지만, 글쎄요. 그것만으론 허기가 졌던 모양이에요.‘…금자씨’는 제가 먼저 감독에게 신호를 보낸 작품이었으니까. 근데 이번엔 그때하고는 좀 다를 것같네요.” “허기를 어지간히 채웠다.”는 간곡한 표현으로 들렸다. 미뤄 짐작컨대 또 한동안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같다. 좀 더 자주 팬들과 교감하는 배우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일부러 나서고 하는 게 어색하고 또 대중의 기호도 다 맞추기는 어렵다.”더니 “어떻든 (자신의 관객 소통 방법을)요즘와서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석연찮은 한마디를 들으면 떨치지 못하는 고지식한 성격이 몇 년새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했다.“연기자가 안됐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글쎄요…. 이 나이쯤 되니 현재에 만족하고 다스리며 사는 삶이 행복이란 걸 알 것 같거든요.(웃음)” 새 영화를 앞두고 그는 확실히 ‘친절’(?)해졌다. 이런 농담으로 몇번이나 환하게 웃었는지 모른다.“잘 써주셔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이영애도 할리우드의 메릴 스트립처럼 근사하게 나이먹어갈 수 있겠지요?”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목욕하는 두 여인. 통통하게 살쪄 볼륨감이 넘친다. 둥글둥글한 선과 여인의 몸을 비추는 밝은 빛은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화풍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 근대 서양화가 김관호의 ‘석모(夕暮,1916)다. 그는 고희동과 함께 우리나라 서양화 개척에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 김관호를 비롯, 우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잊혀졌던 작가들이 대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 미술 100년’(1부)에서다. 조선왕조의 몰락부터 개화기, 일제침략,4·19(1960)이전까지의 회화, 한국화, 조소, 공예등의 작품 800여점을 비롯, 관련 자료 200여점등 모두 1000점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평양에서 활동하던 최지원의 ‘걸인과 꽃’(1939)은 제 1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목판화로 조선미술전람회 사상 최초의 판화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각가 문신의 유화 ‘고기잡이’(1948)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해방직후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열망했던 청년들의 열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동안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회주의 계열의 작가들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인공.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월북한 사회주의자 이쾌대는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1949)에서 해방직후 사회주의 이념에 몰두했던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표현했다. 러시아 레핀대학 교수이자 화가이던 변월룡은 작품 ‘김용준 초상’‘리기영 초상’에서 근대기 화가 김용준과 소설가 이기영의 월북후 모습을 뛰어난 사실적 묘사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몰락한 황실이 1933년 덕수궁 석조전에 설립했던 ‘이왕가미술관’소장품들도 소개된다. 요코하마 다이칸의 ‘정숙’등 일제시대 선전에 당선됐던 일본 작가의 작품 33점은 식민지 시절 우리의 미감을 조성, 근대화가들이 이들의 양식을 쫓아갔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서중서 성대교수(근현대), 최원식 인하대교수(문학), 김영나 서울대교수(미술) 등이 자문에 나서 주체적으로 근대를 맞이하는 우리 미술가들의 창조정신과 역사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 소장가의 작품 공개거부로 최초의 여류서양화가 나혜석의 작품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윤수 현대미술관장은 “그동안 시기별, 주제별로 근·현대미술을 다룬 양식사 중심의 전시회였다면 이번 전시회는 사회·문화사적 맥락에서 처음으로 접근한 전시회”라고 말했다.8월 13일∼10월 23일.(02)2188-600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일요영화]

    ●피크닉(KBS1 오후 11시30분) ‘피크닉’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다면 마릴린 먼로의 ‘버스정류장’(1956)이나 전쟁 로맨스 ‘남태평양’(1958)을 떠올려 보라.‘피크닉’의 감독은 남녀 사랑물에 일가견이 있는 조슈아 로건이다. 윌리엄 인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해, 동명 연극을 연출했던 로건이 영화에서도 메가폰을 잡았다. 등장인물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사브리나’(1954),‘콰이강의 다리’(1957),‘와일드 번치’(1969)의 명배우 윌리엄 홀덴이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금발 미녀 킴 노박의 전성기를 보는 것도 즐거움. 특히 ‘피크닉’은 코카콜라와 얽힌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개봉 2년 뒤 한 홍보 연구가가 이 영화 필름의 한 프레임에 ‘팝콘과 코카콜라를 마시라.’는 문구를 삽입했다고 밝힌것. 관객들의 무의식에 대한 이 실험으로 콜라 판매율이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홍보효과를 노린 해프닝이라는 설도 있다. 대학동창 앨런(클리프 로버트슨)을 만나기 위해 캔자스로 간 백수건달 할(윌리엄 홀덴)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할은 앨런과 함께 마을 피크닉에 참가한다. 그러나 앨런의 여자친구 매지(킴 노박)와 춤을 추는 바람에 앨런과의 사이에 금이 가게 된다. 할과 매지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앨런은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엇갈린 사랑 때문에 온 마을은 술렁이게 되고….1955년작,113분. ●새(EBS 오후 1시40분) 여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들을 골라 보는 것도 더위를 가시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히치콕은 독특한 연출과 편집으로 관객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를 교묘하게 유도해 서스펜스·스릴러 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새들에게 쫓겨 새장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새를 공포의 대상으로 변신시켜 섬뜩함을 전달한다. 히치콕 감독과 영화음악 콤비를 이루는 버나드 허만의 음향효과가 스산한 분위기를 돋운다. 부유하고 천방지축인 아가씨 멜라니 다니엘스(티피 헤드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변호사 미치 브레너(로드 테일러)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미치의 어린 여동생 캐시(베로니카 카트라이트)에게 줄 생일 선물로 잉꼬 한쌍을 사서 미치를 찾아가는 멜라니. 캐시의 야외 생일파티가 열리는 도중 난데없이 갈매기들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수백마리의 참새 떼가 벽난로 굴뚝으로 쳐들어오는 일이 생기는데….1963년작.11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오랑캐의 탄생/니콜라 디코스모 지음

    “무릇 천자(天子)란 천하의 머리이니, 왜 그런가 하면 위이기 때문이다. 오랑캐(蠻夷)는 천하의 발이니, 왜 그런가 하면 아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흉노가 거만하게 굴며 지극히 불경한 것은 발이 위에 있고 머리가 아래에 있어 거꾸로 뒤집힌 것과 같다.” 한서(漢書) 48권 ‘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들은 과연 호전적이고 미개한 변방의 야만인인가?그러나 중국과 북아시아 유목민들과의 관계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니콜라 디코스모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수천년간 우리 정신을 지배해온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가차없이 깨뜨린다. 그는 저서 ‘오랑캐의 탄생’(이재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은 역사상 ‘미개한 야만인’들로 그려진 중국 북방 유목민들의 참 역사를 찾으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중국의 관계에서만 지위를 부여받아온 북방 유목민들 역사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중화사상의 오랜 전통하에 유목민들은 ‘타자’로서, 곧 문화적으로 동화시켜야 할 존재에 불과했다. 저자는 그러나 북방의 유목민들이 실제로는 독자적인 금속기 문화를 발달시킨 예를 들며 중국 북방의 역사를 문화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융적, 호, 흉노로 기록된 유목민들이 뛰어난 기마술과 금속기 문화를 토대로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지배했고, 여러 부족들이 연합해 제국을 형성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등장하는 등 아시아 고대사의 한 축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것이다. 북방 유목민들이 중국 역사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전국시대였지만, 중국사의 구성요소로서 본격적으로 서술된 것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흉노열전’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유목민들을 단순히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는데 그쳤으나, 당시 흉노족이 한나라와 치열하게 대적할 만큼 성장하면서 사마천은 그들을 통일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장애물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 ‘흉노열전’을 쓴 배경에는 이런 흉노를 중국적 세계질서에 종속된 존재로 각인시켜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중국과 북방 유목민 역사에서 2000년 이상 존속해온 ‘문명 대 야만’의 역사관은 결국 ‘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 즉 진한 전환기 흉노에 대한 정보가 모두 ‘사기’에서 유래한다는 점에서 그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데 저자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에따라 그는 중국문헌에 의존하는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고고학 발굴 성과들을 토대로 변경 유목민 역사에 대해 재해석을 시도했다. 최근 고구려사 논쟁에서 보듯 우리도 중화사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한민족도 유목민과 마찬가지로 변방에 위치한 오랑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 역사학자들은 ‘중국사의 범위는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범주로 한다.’는 원칙에따라 고대사를 저술한다. 저자가 중국 문헌에 의존하는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고고학을 동원해 ‘대등한 역사 공동체들 간의 교류’를 동아시아 고대사의 패러다임으로 삼았음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지 않을까? 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빌링 허스트 지음

    ‘여자에게 가는가? 그렇다면 회초리를 잊지 말게.’ 흔히 여성 혐오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니체의 책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니체는 아마도 여성이란 남자를 타락시키는 위험한 존재이며, 그렇게 때문에 마땅히 통제되어야 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천재적 사상가 오토 바이닝거는 그의 주저 ‘성(性)과 성격’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웅변한다. 완벽한 합리성과 창조성의 구현인 남성상과는 대조적으로 성적인 희열을 갈구하는 충족될 수 없는 음탕한 충동의 화신이 바로 여성이라는 것이다. ●성적 희열 갈구하는 ‘음탕한 충동의 화신´ 비단 이뿐인가. 유대인의 민담에서 아담의 첫번째 여자로 등장하는 릴리트에서부터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역사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묘사된 수많은 ‘요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과연 신화와 역사, 근대 이후의 대중문화 속에서 그려진 것처럼 남성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개인과 나라를 파멸로 이끈 위험천만한 존재들이었을까? 하지만 인도 출신의 여성 작가 빌링 허스트는 이에 대해 “지극히 왜곡된 시각의 산물”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같은 요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오히려 남성의 욕망과 시대·정치적 필요성이라고 주장한다. 빌링 허스트의 저서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석기용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이처럼 모순되는 시대의 가치관 속에서 등장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요부의 변천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즉 요부의 이미지가 등장한 것은 바로 남성들의 성적인 욕망과 함께 반대쪽 성을 배제하는 배타적 권력 독점의 의지에서 비롯된 정치적 역학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상 체위의 성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좀 더 자극적인 성적 유희를 즐기기 위해 에덴동산과 아담을 떠나는 릴리트. 뱀과 공모하여 금단의 열매를 맛봄으로써 인류에게 원죄와 죽음의 고통을 겪게 하는 이브. 탁월한 정치감각과 국가 관리능력이 있었지만 코의 높이만 강조돼 희대의 요부로만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 남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성적 포식자 팜므파탈, 관능적 천진함으로 뭉친 백치미로 남자들을 유혹한 섹스 키튼 등등. ●남성의 권력을 탐내는 잠재적 권력찬탈자 이같은 이미지들 속에서 저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옮기고 다닌 남성 이야기꾼들의 불순한 속내를 읽어낸다. 이들에게 여성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성적 욕망의 대상이다. 동시에 혹시 그같은 남성들의 욕망을 거꾸로 이용하여 남성의 권위를 무너뜨리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잠재적 권력 찬탈자이기도 하다. 이같이 상반된 이중적 이미지의 소유자인 여성 앞에서 남성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마련한 묘수가 바로 여성에게 소위 ‘요사스러운’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었고, 그 결과 탄생된 것이 바로 ‘요부’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요부는 시대배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먼저 사회가 남성들에 의해 안정적으로 통제된다고 여겨질 때는 마릴린 먼로, 진 할로 같은 유혹적 섹스심벌이 등장한다. 혹은 영국 넬슨 제독의 여자였던 엠마 해밀턴처럼 아름답고 재기넘치는 정부(情夫)가 강조된다. 이들은 성적 매력을 내세우고 남자를 이용해 부와 안전을 보장받기는 하지만, 남자의 권력을 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가 격변기에 있고 남성들의 주도권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면 파괴자로서의 요부 이미지가 번성한다. 무희이자 고급 창부에 첩보원이었던 마타 하리는 남성 특권의 구역에서 무모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모험가였다. 경제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기운으로 시절이 불안했던 시기 필름 누아르에 등장한 팜므파탈은 남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성적 포식자로 그려진다. 결국 위험하고 음습하게 그려진 요부라는 이미지는 바로 그같은 남성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에 다름 아님을 책은 보여주고자 한다.1만 7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논술이 술술] 오리엔탈리즘/글쓴이 : 에드워드 사이드

    어떤 책을 읽고 예전에는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것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또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얻게 된다면 분명히 그 책은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독서의 목적은 단지 지식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의 주체적 관점을 세우는데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바로 이러한 책이다. 이 책은 특히 눈부신 경제성장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변방의 ‘주변국’, 그것도 분단 상황 때문에 더욱 불안한 존재로 비쳐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식민 지배의 경험과 그보다 더 긴 지적·정신적 종속의 역사 속에서 우리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수용해 버린 많은 것들, 그리고 ‘탈동양’을 꿈꾸며 제국주의적 서구인의 행동을 답습해 왔던 우리의 모습을 이 책은 아프게 끄집어내며 환기시킨다.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제시한 문제 의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직접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는 사이드가 쓰고 있는 기호분석적 방법론이나, 수많은 인물들과 저작들이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자료와 인용들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사이드가 주장하는 핵심만을 정확히 찾아낼 수만 있어도 그의 문제의식에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원래 서양에서 동양 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나타난 동양에 대한 학문적 관심, 미적 취향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이드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18세기 이후, 곧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 이후 학문적으로 체계화되고 구체화된 오리엔탈리즘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자료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18세기 이후 오리엔탈리즘의 발생과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분석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것은 서양의 오리엔탈리스트들은 한편으로 동양을 신비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양을 비하하면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합리화하는 과정을 밟아왔다는 사실이다. 동양에 대한 서구의 두 가지 시선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동양에 대한 서양의 신비화를 보자. 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영화이다. 사무라이를 다루든지, 불교를 다루든지 동양의 세계는 은둔과 고요의 이미지로 묘사되며 비현실적인 피안(彼岸)의 세상으로 꾸며진다. 동(動)적이기보다는 정(靜)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비합리적인 세상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이러한 신비화와는 달리 현재 동양에 대한 서구의 비하는 아주 노골적이다. 가난에 찌든 미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비합리주의적인 관행과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이해하기 힘든 사회로, 따라서 서구 문화의 교화를 통해서만 합리적 재편이 가능한 열등한 인간 집단들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계는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됐다. 동양인은 비합리적이고 열등하며 유치하고 이상하지만, 서구인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성숙되고 정상적이라는 구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이드는 인간을 이렇게 본질적으로 두 개의 집단으로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서구의 필요에 따라 동양을 ‘동양화’하면서 그러한 인식을 만들어 냈는지를 파헤친다. 결국 그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인’이라는 것을 창조하고, 인간으로서 그를 말살시키는 지식과 권력의 결부이며, 따라서 서양과 동양의 관계는 권력 관계, 지배 관계, 여러 복잡한 헤게모니에 관련된 것이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생각해보기―오리엔탈리즘이란 무엇인가. ―오리엔탈리즘과 관련, 서구의 서구중심주의적 시각보다는 비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내면화돼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오리엔탈리즘의 모습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비판해보자.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 문화적 사대주의와 배타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시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세계화 시대에 바람직한 국제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국어, 사회, 윤리와 사상, 정치, 한국근현대사,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검은 피부, 흰 가면(프란츠 파농), 문화와 제국주의(에드워드 사이드), 회색인(최인훈),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기출논제:서울대 2005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 한양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 [책꽂이]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 지음, 창비 펴냄) 삶의 고통과 근원적 비애를 정밀한 이미지로 묘사해온 노향림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이후 7년 만의 신작이다.‘깨진 종소리’(해에게선…)‘환하게 눈녹는 소리’(몽유2) 등 소리에서 상처를 발견하는 시들이 담겨 있다.6000원.●이토록 뜨거운 순간(에단 호크 지음, 오득주 옮김, 미디어2.0펴냄) ‘비포선라이즈’‘위대한 유산’의 스타배우 에단 호크가 쓴 첫번째 소설.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스무살 청년 윌리엄이 겪는 젊은 날의 열망과 혼돈, 사랑의 열병을 그렸다. 데뷔작으로 평단의 격찬을 한몸에 받은 에단 호크는 뒤이어 두번째 소설 ‘웬즈데이’와 영화 ‘비포선셋’시나리오를 발표했다.8500원.●편지 쓰는 여자(올가 케년 엮음, 정지인 옮김, 이미지박스 펴냄) 작가 제인 오스틴이 언니 카산드라에게 보낸 안부 편지, 스웨덴 왕자의 청혼을 거절한 엘리자베스1세의 연애편지, 버킹엄궁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빅토리아 여왕의 편지 등 800년에 걸친 유명 여성 인사들의 편지를 모았다.1만 3000원.●파문(김명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등단 32년째인 김명인 시인이 펴낸 여덟번째 시집. 이전 시집들과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본질적인 해답을 얻으려는 형이상학적 탐구정신이 빛나는 시들을 모았다.‘개성적 비유’와 ‘정밀한 묘사’로 대표되는 시인의 독특한 표현미학이 두드러진다.6000원.●길 위에서 길을 묻다(김원 지음, 교음사 펴냄) 건교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장이자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인 저자의 수필집.‘흔적’‘종치는 여자’‘전원생활24시’ 등 일상에서 건져올린 39편의 글을 엮었다.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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