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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색일터 엿보기]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영화 ‘바이센터니얼맨’이나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의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기계적 조작만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역할이다. 인공지능기술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연어처리·전문가 시스템·영상 인식·기계학습 등의 분야로 나뉜다. 현재 맡고 있는 분야는 이 가운데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반응하도록 만드는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파트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커뮤니티인 아우닷컴(www.aawoo.com)을 통해 자연어처리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대화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사이버 로봇을 대화 상대로 문장을 입력하면, 문장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와 감정상태까지 분석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적절한 답변을 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일이다. 즉, 더욱 인간다운 대화를 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얼마 전에는 순수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대화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어 기반의 기술은 어느 정도 정점에 달했지만, 외국어로 이루어진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것은 언어 장벽까지 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발진의 노력으로 사람들이 로봇 대화상대를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의 인공지능 대화로봇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날씨정보나 학습정보 등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분야의 남은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틈틈이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관련 분야 논문을 읽고, 기술환경의 변화나 서비스 개발업체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블로그를 섭렵하고 있다.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공학도가 있다면, 프로그래밍 기술을 기본적으로 연구하는 것 외에 우리말과 글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길 당부하고 싶다.
  • “중국지도자들도 대장금 즐겨”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전통 미덕과 유교를 재미있게 버물렸기 때문이다.”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 대사는 25일 사단법인 한중문화협회(총재 이영일) 주최로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한중문화협회 창립 6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중관계의 새로운 발전 방향’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한류의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첫번째 인기비결로 그는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점을 꼽았다. 뛰어난 영상미, 아름다운 음악, 세련된 캐릭터, 유머있는 대사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녹였다는 것. 또 드라마들이 대부분 선(善)을 지향하고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동양의 전통적 미덕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친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다 유교문화가 자연스레 어울러져 전체적인 드라마의 내용이 중국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파고들고 있다고 대사는 전했다. 특히 드라마 대장금의 경우 중국 정부관리, 지도자들도 즐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 전 한류 열풍이 시작될 때만 해도 외국문물을 추종하는 일부 청소년들의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상품들은 독특한 매력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천재-리처드 파인만의…/제임스 글릭 씀

    양자론의 개척자이자 원자폭탄 계획의 ‘악동’.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 규명자이자 생기 넘치는 봉고 주자. 1965년 양자전기역학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P 파인만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천재-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제임스 글릭 지음, 황혁기 옮김, 승산 펴냄)은 전후 시대 과학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물리학자로 꼽히는 파인만의 독특했던 생애와 과학적 성과를 흥미롭게 기술한 전기다.1992년 파인만이 사망한 후 4년 만에 미국에서 출판됐던 것이 이번에 국내에 처음 번역 출판됐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가 방대한 자료와 파인만 가족 등 주변인물들의 밀착 취재 등을 거쳐 완성했다.1920년대 파라커웨이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생활에서부터,1930년대 MIT 학부생들의 삶, 나아가 당시 미국 일류대학에서 대대적으로 표방했던 반유대주의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또 원폭실험 장소였던 로스앨러모스의 풍경, 종전후 대학간 경쟁, 노벨상 수상에 얽힌 역학관계, 챌린저호 참사를 조사한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의 배후 활동 등의 내막까지 들여다본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서, 스승으로서, 한 남자로서, 노벨상 수상자로서, 아버지로서 언제나 유쾌하고자 했던 리처드 파인만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2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동유첩 東遊帖/이충구·이성민 옮김

    조선의 선비들은 과거를 보기 전에 산수를 유람하고 견문을 넓혀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먼저 깨닫고자 했다고 한다. 권력을 향해 내달리기 전에 장대한 자연의 모습을 관조하며 세상 보는 눈을 트이게 하려는 것이었으리라. 이같은 산수유람에 금강산만한 데가 있었을까? 천하절경 금강산 기행은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에서 열병처럼 번져 있었다. 금강산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서 선비들은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풍경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여행을 떠날 때 지필묵을 준비한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가는 곳마다 감흥이 떠오르면 그것을 시로 읊었으며 화공에게는 그 실경을 화폭에 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시와 그림을 곁들인 화첩을 만들어 두고 두고 산수를 즐겼다. ‘동유첩 東遊帖’(이충구·이성민 옮김,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은 조선후기 형조판서를 지낸 이풍익(1804∼1887)이 관직에 오르기 전 금강산을 유람하고 펴낸 화첩이다. ‘나는 산수유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온 우주를 다 유람해 보고 싶었다.’이같은 마음으로 그는 1825년(순조 25) 8월4일 스물 한 살의 나이에 금강산 기행에 나섰다. 등에 진 바랑에 든 것은 당시(唐詩) 몇 권과 지필묵뿐. 서울에서 영평·회양을 거쳐 통천까지, 그리고 고성의 삼일포, 신계사, 백운대, 표훈사, 장안사를 거쳐 다시 서울까지 돌아오는 여정에서 그는 12편의 유람기와 50여편의 시,20여편의 풍경기를 남긴다. ‘∼표훈사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더니 범패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갖가지 악기 소리가 쿵쾅거렸다. 아뿔사! 깊은 산중에 구름이 바람을 몰고 오는 소리였다. 억만그루 소나무에 스치는 성난 바람소리였다.’ 표훈사에서 잠들기 전의 밤풍경을 묘사한 대목이다. 옥류동에선 다음과 같이 그 감흥을 적어 놓았다.‘∼시내엔 징검다리 자연이 만들었고/절벽에 걸린 폭포 옥구슬을 떨군다.∼나그네 마음 스님이 진작에 알아채고/징 메고 망치 들고 앞장서 걸어가네.∼비스듬 바위에 내 이름 새겼으니/성난 폭포 세찬 여울에 씻기고 깎이겠지/∼오늘부터 내꿈이 맑고 깨끗하기를.’ 북한 관광길이 열리면서 금강산에 갔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절경을 이룬 바위마다 새겨진 각종 한자 이름들. 이풍익 같은 선비들이 남긴 것이로구나.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곳에 갔을 때 이름을 남기는 ‘전통’은 매한가지였음을 짐작케 한다. 동유첩은 단발령을 넘는 것으로 끝난다. 이 고개에 오르면 금강산이 멀리 바라보이는데,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머리를 깎고 금강산에 숨어 살고 싶어진다 해서 고개 이름도 ‘단발령’(斷髮嶺)이다. 이풍익은 단발령을 넘으면서 ‘명산과의 이별이라 하마 그리웁나니/저 멀리 원기(元氣)는 더욱 짙어졌구나’란 시를 남긴다. 금강산의 절경뿐만 아니라, 금강산이 머금은 천지의 기운까지도 마음속에 들어와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동유첩은 금강산의 대표적인 경관을 묘사한 실경산수 28점을 실었다. 여기에 조선미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 등이 동유첩의 의미와 조선후기 진경산수화, 조선시대 선비들의 금강산 기행에 대한 해제를 붙였다. 동유첩의 그림들은 170여년이나 된 것들로 그 구도와 완벽함과 채색의 정교함이 돋보인다고 조선미 교수는 평가한다. 이 그림들은 지금까지 이풍익이 직접 그린 것으로 전해왔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기록이 없고, 그 솜씨나 그림의 구도, 그림 속의 인물 수와 모양 등이 단원 김홍도의 ‘금강산군첩’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당시 이풍익이 전문 화공에게 이를 베껴 그리게 했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추정했다.2만 9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스크린·안방서 검-경 알리기 혈전

    스크린·안방서 검-경 알리기 혈전

    대통령은 백년손님으로 검사 대신 형사를 선택했다. 지난주말 막을 내린 SBS ‘프라하의 연인’ 이야기다. 대통령의 딸을 두고 형사와 검사가 삼각관계를 이뤘다. 형사, 검사가 주인공이었던 이 드라마에 실제 경찰과 검찰은 어떤 지원을 했을까? 경찰은 강력반 형사 김주혁을 위해 헬기를 띄우기도 하고, 차량 및 촬영장소 제공에다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까지 지원했다. 반면 검찰은 김민준이 외교부로 파견나간 검사라는 설정 탓인지 물량 지원은 없었다. 다만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리 자문을 자청했다고 한다. 극중에서 검사다운 모습이 적어 다소 실망했다는 후문. 경찰은 대통령의 사위 보는 안목에 흐뭇했다는 소문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핫이슈가 등장한 시기와 때를 맞춰 대중매체를 통한 검·경 알리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영상물은 우리가 꽉 잡았어! 70∼80년대 드라마의 대명사 ‘수사반장’이 있었고,90년대에는 ‘폴리스’와 재연 프로그램 ‘경찰청 24시’가, 이후 ‘경찰특공대’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부활’에서 최근 ‘달콤한 스파이’까지 경찰 소재 드라마가 끊임없이 안방극장을 두드린다.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올해도 이미 개봉한 ‘강력3반’ ‘미스터 소크라테스’를 제외하고도 ‘6월의 일기’ ‘강적’ 등 10여 편이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창설 60주년을 맞아 긍정적인 경찰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경찰서나 치안센터, 사격장 등을 흔쾌히 개방하고, 헬기와 차량 등 장비와 인력까지 덤으로 보태고 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소재 제공 등 자문은 기본. 보통 경찰 알리기를 자처했고, 대형 헬기 2대와 차량, 대대적인 엑스트라 지원까지 받았던 ‘강력3반’은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형사의 모습을 웅변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과 다르게 묘사되는 장면도 있어 아쉽기도 하다.”면서 “하나, 정의를 실천하는 경찰이 그려짐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측면이 많다.”고 흡족해 했다. #검찰, 뒤늦은 홍보전 발동 최민식, 정진영이 나온 ‘넘버 3’나 ‘킬러들의 수다’ 등에서 검사가 긍정적으로 그려진 바 있으나, 대부분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모습에다 비중이 적은 경우가 많다. 서민밀착과는 동떨어진 이미지가 강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고, 검찰 스스로도 노출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 초 개봉한 검사를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 ‘공공의 적2’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사를 촬영장소로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했고, 내용에서도 만족스러워 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연예인을 명예 검사로 위촉해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팔을 걷었다. 경찰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검찰도 영화, 드라마, 연극, 심지어 만화 등에 이르기까지 검찰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문호를 활짝 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때문인지 ‘야수’ ‘가을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구세주’ 등 촬영 협조나 자문을 구하는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있는 그대로 모습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라면서 “검사 직무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경 관계 달라지고 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형사가 수사에 딴죽을 거는 검사를 두들겨 패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검·경이 언제나 아옹다옹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불협화음이 이는 현실보다 드라마나 영화가 더 진보적(?)으로 나가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는 검사 차승원과 윤 반장 신구가 서로 존중하며 화해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최고 백미는 조만간 개봉하는 ‘야수’가 될 것 같다. 특이하게도 검사와 형사가 투톱인 버디 무비다. 유지태가 냉철한 검사로, 권상우가 물불 가리지 않는 다혈질 형사로 나온다. 물과 기름일 것 같은 사이가 사회 거악을 청소하기 위해 뭉친다. 국민이 검찰, 경찰 양쪽에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자이툰부대 감축’ 논란

    한·미 양국이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의 병력 감축 방안에 대한 양국간 사전협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일 “자이툰부대 감축방안은 미측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미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부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일부 언론이 한국 정부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불러놓고 ‘뒤통수’를 친 것처럼 묘사하고 있어 한·미관계에 또다른 갈등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프레데릭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8일 자이툰부대원 감축 보도와 관련,“이 시점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에 관한 어떤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의 ‘사전협의’ 주장을 일축했다.미 정부는 언론 보도 후 워싱턴의 한국대사관과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진의를 거듭 확인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안광찬 국방부 정책홍보실장은 자이툰 부대 감축 방안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18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미국측과 실무적 차원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고 거듭 밝혔었다. 자이툰부대와 관련한 사안은 미국측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비록 실무적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그런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미측은 자이툰부대의 감군 방안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추후 우리 정부의 결정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책꽂이]

    ●김현승 시전집(김인섭 엮음, 민음사 펴냄)‘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던 절대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시전집. 기존의 시전집에 실린 글외에 시인의 모교인 숭실대에서 발굴한 18편의 시와 미발표시, 김인섭 교수가 필사한 작품 등 33편을 추가했다. 작품해설, 작품연보, 화보 등도 함께 실었다.2만 5000원.●벚꽃 뜰(박청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단 한편의 연애소설’‘갱스터스 파라다이스’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네번째 소설집. 도쿄에서 파견근무하는 서른아홉살 주인공이 경험하는 성적 환상을 다룬 표제작을 비롯해 미적 존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7편의 단편을 묶었다.9000원.●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남녀간의 연애심리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저자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이어 내놓은 낭만적 연애소설.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를 중심으로 연애의 탄생과 성장, 결말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9800원.●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현대문학 펴냄)‘거미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마누엘 푸익의 1973년작. 출간 당시 반페론주의적 성향과 동성애 묘사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1997년 홍콩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9000원.●존 던의 애가(김선향 편역, 경남대출판부 펴냄)17세기 영국 형이상학파 시의 대부인 존 던의 ‘애가’(Elegies)가 번역돼 나왔다. 보통 ‘엘레지’는 죽음을 슬퍼하는 비가 또는 만가를 의미하지만 존 던의 시는 죽음이 아니라 성에 관한 해학적 표현으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영어 원문과 작가 연보를 함께 실었다.6000원.
  • [코드로 읽는책]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 등 지음

    최근 국내에서 ‘보수적 자유주의’를 표방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창립되는 등 신보수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구 기득권 세력인 기존 보수주의와 차별화하면서 ‘건강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지만, 보수세력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연 라이트(우파)는 재평가의 대상인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보수주의의 ‘천국’인 미국을 들여다보면 우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옮긴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아드리안 울드리지 지음, 물푸레 펴냄)은 ‘미국 보수주의의 파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을 움직이는 보수 우파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깊이있게 분석한다. 미국은 최근까지 10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정당인 공화당이 7번이나 승리했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네오콘’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입김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무기 소지와 사형제도, 염격한 형법제도를 지지한다. 또 미국은 낙태가 정치적 이슈로 여겨지는 몇 안되는 선진국 중 하나이며, 줄기세포 연구를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이렇게 ‘공화당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직화된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지지세력과 반(反)부시주의자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분명 우파편향적이다. 영국 출신 언론인인 저자들은 우파의 나라 미국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미국의 보수주의가 어떤 특색을 띠고 있는지 파헤친다.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현지조사와 미국 역사에 대한 폭넓은 자료분석을 통해 미국의 현주소와 미국 보수주의의 이행과정,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여러 통계수치와 관련 일화들을 인용, 미국의 현실정치와 보수주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는 것.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보수주의 운동이 훨씬 거셀 뿐 아니라 보수화 정도도 월등히 높다. 미국의 우파는 국가권력에 대해 현대의 다른 어떤 보수주의 당보다 강한 적대감을 표출한다. 또 다른 보수정당보다도 개인의 자유에 훨씬 더 집착하며, 종교적인 색채도 가장 뚜렷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미국적 특성들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점점 더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도덕적 타락을 막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에 부응하는 정치세력만이 영향력을 유지·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 이는 50년 역사의 독특한 미국식 보수주의가 정치와 일상생활에서 거둔 승리의 자신감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정치·사회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우파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통찰은 한국에서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이라면 들여다 볼 만하다.2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에로틱 문학의 역사/알렉상드리앙 지음

    만일 여인들이 잠자리에서 파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원전 411년 고대 그리스 레네엔느에서 공연된 한 연극을 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서 주인공 리시스트라타는 아테네 여인들을 광장에 불러모아 그 여인들이 펠레폰네소스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특별한 향수를 뿌리고, 허리띠 없는 드레스를 입고 남편들을 감언으로 유혹하는 것. 그리고 욕정을 느낀 남편들에게, 그들이 전쟁을 평화로이 종결짓지 못하는 한, 성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맹세케 한다. 여인들이 이를 맹세하는 장면을 에로틱하게 묘사한 이 작품이 고대 에로티시즘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이다. ‘에로틱 문학의 역사’(알렉상드리앙 지음, 최복현 옮김, 한숲 펴냄)는 이처럼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진행된 에로스문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까지 수천년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에로틱 문학 작품들을 집대성하여, 하나하나 소개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람과 성에 관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어떤 외설과 포르노가 당대 대중들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본다. 아테네식 희극에서 밀레토스의 콩트, 라틴 고전문학의 에로티시즘, 중세 사랑의 풍자희극, 르네상스 시대 극도로 상스러운 말을 썼던 작가들, 브랑톰의 ‘바람둥이 귀부인들’, 보들레르와 검은 비너스 예찬, 아라공의 성적 드라마 등 시대별로 에로틱 문학의 흐름을 점검하면서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가 에로틱과 음란을 구분하는 방법이 재미 있다. 에로티시즘은 육욕을 바람직한 시각으로 보고, 이를 아름다움 속에서 보여준다. 반면 음란함은 육욕을 비하하고, 불결하고 저속한 어휘로 표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책꽂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환기 지음, 환기미술관 펴냄) 지난 74년 작고한 화가 김환기의 단문과 일기 등에 다채로운 드로잉화를 곁들인 에세이집. 화가이자 문필가였던 부인 김향안의 수필집 ‘월하의 마음’도 함께 출간됐다. 각 1만 8000원.●참호에서 보낸 1460일(존 엘리스 지음, 정병선 옮김, 마티 펴냄) ‘트렌치 코트’라는 낭만적 아이콘을 낳았지만 실상은 가장 비참한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의 일상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1만 4500원.●하상주 단대공정(웨난 지음, 심규호·유소영 지음, 일빛 펴냄) 중국이 ‘중화문명사의 복원’이란 기치를 내걸고 전설상의 왕조였던 하(夏)왕조의 시작을 기원전 2070으로 확정짓는 등 중국 역사의 시공간을 넓히는 하상주 시대구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동북공정의 단초를 읽는다. 전 2권. 각권 1만 5000원.●소녀 안네 프랑크 평전(멜리사 뮐러 지음, 박정미 옮김, 바움 펴냄)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성장과정과 가족, 친구들, 일기를 쓰게 된 배경과 숨겨진 기록들을 통해 일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생애의 면모를 드러냈다.2만 5000원.●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국제포럼 지음, 이주명 옮김, 필맥 펴냄) 반 세계화 진영의 핵심 이론가와 활동가, 학자들로 구성된 저자들이 무역·금융·생산·문화·정치·환경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를 분석, 비판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1만 8000원.●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리처드 하스 지음, 장성민 옮김, 김영사 펴냄) 초강대국 미국 외교정책의 한계와 가능성을 점검하고,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청사진으로 ‘통합의 시대’를 제시한다.1만 3900원.●위대한 기사, 윌리엄 마셜(조르주 뒤비 지음, 정숙현 옮김, 한길사 펴냄) 중세사가인 저자가 ‘세계 최고의 기사’로 평가하는 윌리엄 마셜을 통해 독특한 해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중세 기사도 세계의 실상을 조망한다.1만 7000원.●카불의 책장수(사이에르스타트 지음, 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체첸과 발칸반도 등을 취재한 종군기자인 저자가 아프간 책장수 일가족의 일상을 소설식 문체로 속도감 있게 그려낸 책. 탈레반 몰락 후 제국주의 외세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아프간인의 삶을 묘사했다.1만 2000원.●가이아의 향기(좌용주 지음, 이지북 펴냄)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인 지구를 ‘가이아’로 지칭하면서 신화·역사 지식을 토대로 46억년 동안 지구의 내부와 표면에서 일어난 역동적인 모습들을 이야기한다.1만 7500원.
  • 은빛 송어/김남극 엮음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1907∼1942)이 일본어로 쓴 작품들을 발굴해 엮은 ‘은빛 송어’(김남극 엮음, 송태욱 옮김, 해토 펴냄)가 나왔다. 단편 ‘은은한 빛’,‘엉겅퀴의 장’ 등 몇 편의 작품이 이미 번역돼 ‘이효석 전집’에 실린 적은 있지만 이처럼 일본어 작품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은 처음.‘이효석 문학관’건립 실무작업을 했던 시인 김남극이 일본 와세다대 연구원 호테이 도시히로의 도움으로 입수한 소설 5편과 수필 9편을 실었다. 이효석은 이광수, 최남선 등과 더불어 친일 혐의를 받아온 작가. 그러나 지난 8월말 발표된 ‘친일인명사전’의 1차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문학평론가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제의 강압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집필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절필하느냐 였다.”면서 “일본어로 글을 썼지만 이전에 전혀 내비치지 않았던 민족의식까지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구려 시대의 칼을 수집하는 주인공이 이를 얻으려는 일본인 박물관장의 온갖 유혹에도 끝내 칼을 지킨다는 내용의 단편 ‘은은한 빛’이 대표적인 예.‘우리의 장점이란 원래 우리한테 있는 거네. 남들이 가르쳐 주어야 겨우 알게 된다면 그런 건 없어도 좋아. 치즈와 된장, 자넨 어느 게 구미에 맞던가?’(‘은은한 빛’중,66쪽). 이밖에 이역에서 고향의 가을풍경을 편지글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그리워하는 ‘가을’, 양장 드레스만을 고집하던 미호코가 한복을 입고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어렸을 때 색동옷을 입었다고 회상하는 내용의 ‘봄옷’ 등이 실렸다. 수필에는 작가로서의 가치관, 사회비판의식, 자연예찬 등 작가의 내면이 좀더 솔직하게 드러난다.89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무중력 세계로의 달콤한 동경

    [박은영의 DVD 레서피] 무중력 세계로의 달콤한 동경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가.‘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멸망한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도는 지구인과 외계인 친구의 기상천외한 여행기다. 원작은 소설인데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제작되기 전까지는 영화화되기 불가능한 소재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나이트가운과 타월을 두른 히치하이커들의 여행은 초기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SF 영상에 능청스러운 농담이 더해져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어린 시절 우주여행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주여행이 일반화되려면 멀었다는 것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도 무중력 세계와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에 대한 동경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마치 아이들이 북극 어딘가에 있다는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 제조공장에 가는 걸 꿈꾸듯이 말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산타를 믿지 않는 소년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북극행 열차를 타고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기다. 원작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인데 아이에게 이 동화를 읽어주던 톰 행크스가 로버트 저메키스에게 아이디어를 냈고, 꿈을 잃어가는 아이들과 유년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환상을 극대화한 영상과 사실적인 묘사가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폴라 익스프레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했으니 거의 1년 만의 DVD 출시다. 홀드 백 기간을 고려하면 초여름에는 출시되었어야 하지만 역시 이 계절에 봐야 제 맛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이 애니메이션은 센서를 단선적으로 몸에 부착해 배우의 연기를 잡아내던 모션 캡처보다 한층 더 입체적인 퍼포먼스 캡처를 도입해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을 잡아냈다. 더불어 화려하고 다양한 색체감, 카메라 앵글이 잡을 수 없는 환상적인 각도의 영상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속도감도 보여준다. 부가영상에서는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소화한 흥미로운 제작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우리나라에선 조용하게 단관 개봉되었지만 명색이 미국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한 블록버스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상상력을 고풍스러운 인형들과 세트로 표현해 온통 CG로만 도배한 최근 SF들과는 다른 아날로그의 미덕이 느껴진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우주선의 이동감이나 전투신을 박진감 있게 표현했으며 특히 엔딩과 오프닝에 수록된 코믹한 주제곡은 잔잔하면서도 재치 있게 들린다.2가지 버전의 코멘터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삭제장면, 제법 심도 있게 꾸며진 제작과정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달래 준다. mlue@naver.com
  • 주인공 정재영 vs 황정민

    주인공 정재영 vs 황정민

    ‘나의 결혼원정기’ VS ‘너는 내 운명’. 형식에 내용이 지배되진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23일 개봉하는 ‘나의 결혼원정기’(제작 튜브픽쳐스, 이하 원정기)는 흥행멜로 ‘너는 내 운명’(이하 내 운명)과 틀거리 면에서 어쩔 수 없이 비교선상에 놓일 작품이다. 농촌총각의 절박한 현실에서 출발해 멜로대열에 줄서는 두 이야기에는 엇비슷한 장치들이 많다.“‘책’(시나리오)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나?”란 의문들이 나올 정도다. 어느 쪽이 비교우위를 점하느냐를 따지는 건 의미없다. 전반적 분위기나 목표점이 엄연히 다른 작품들인데다 둘 모두 외풍을 타지 않을 만큼의 튼실하고도 고유한 감상포인트를 갖췄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비교충동이 일어나는 까닭은 다름아니다.18세 관람등급의 ‘내 운명’은 이미 전국 310만명을 동원한, 국내 멜로사상 최고의 흥행작.‘원정기’ 역시 그에 못잖은 흥행이 감지되는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정재영 vs 황정민…최민식 잇는 ‘뜨거운’ 배우들 언젠가 박찬욱 감독은 최민식을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연기를 할 배우”로 지목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장담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에이즈에 걸린 티켓다방의 여자를 목숨바쳐 사랑하는 ‘내 운명’의 황정민이 있었다면,‘원정기’에는 정재영이 있다.KBS 인간극장 ‘노총각, 우즈베크 가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영화에서 정재영은 여자와는 눈도 못 맞추는 38세의 쑥맥 노총각 홍만택. 할아버지, 어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죽마고우 희철(유준상)과 함께 신부감을 찾으러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들을 엮는다. 만택과 희철의 상황을 통해 답답한 농촌현실을 코믹 어조로 역설하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무대를 옮긴 영화는 현지 통역관인 라라(수애)를 끼워넣어 멜로 구도를 짜나간다. 어색한 양복차림으로 낯선 나라 여자들 앞에서 진땀을 빼거나, 그런 한편으로 생활력 있고 다부진 라라에게 조금씩 수줍은 감정을 내비치는 만택의 순정파 연기는 장면장면들이 ‘진국’ 그 자체이다. 저런 질감의 연기를 또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 오버랩되는 얼굴이 황정민.“그냥 쉬게 해주고 싶어” 여자(전도연)를 대낮에 여관방으로 불렀던 ‘내 운명’의 순정파 시골 노총각(극중 황정민도 필리핀으로 신부감을 찾아나선 것으로 설정됐다.)의 질박하고도 뜨거운 미소가 만택과 꼭 닮았다.“다 자쁘뜨러”(‘내일 또 만나요’의 우즈베키스탄어)를 외치며 라라와 이별하는 만택의 눈물,“안 변해요, 사랑”이라고 꾹꾹 눌러말하던 황정민의 감정 연기도 한줄에 포갤 만하다. 만택의 때묻지 않은 감수성이 빚어내는 돌발 해프닝 덕분에 ‘원정기’는 유머가 관통하는 훈훈한 드라마로 포장됐다. 그러나 돈벌이용으로 맞선을 주선해주는 중개소, 또 다른 꿍꿍이로 한국행을 노리는 현지 여자들의 씁쓸한 풍경 사이로 영화는 라라의 신분을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다니는 탈북자로 노출시킴으로써 드라마의 갈등을 예고한다. #현실에 발 디딘 ‘휴먼 멜로’ 추상형 묘사가 아닌 구체적 사건을 통한 캐릭터들의 감정 진행, 사실주의적 기둥 소재를 통한 현실발언 덕분에 이 투박한 영화는 진정성이 넘쳐나는 휴먼멜로로 다듬어졌다. 에이즈에 걸린 여자의 실화로부터 최루성 멜로를 사뭇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시킨 ‘내 운명’이 그랬듯 이 영화 역시 사실성 충만한 멜로(라라가 필사적으로 대사관 철문을 넘는 장면 등)로 거듭났다. 답답한 농촌현실과 탈북 문제가 교차한 드라마임에도 내내 유쾌하고 유연한 감수성으로 관객의 신경줄을 풀어 놓는다. 선명한 계몽적 메시지가 영화의 ‘태생적 촌티’를 차원높게 승화시키진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될 만하다. 하지만 정재영, 수애, 놀랍도록 흡인력 있게 캐릭터를 소화한 유준상은 엄연한 흠집들을 가려줄 만큼 균형잡힌 연기를 선보였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원작자인 소설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단편집 ‘세계 챔피언’(강)이 번역 출간됐다. 영국 사우스웨일스에서 태어나 노르웨이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란 로알드 달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기발하고 엉뚱한 인생 반전을 몸소 겪은 인물. 대학 진학 대신 석유회사 셸에 들어간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에 지원해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뒤늦게 작가적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소설쓰기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발표한 첫 단편집 ‘당신에게로’ 이후 로알드 달의 이름 앞에는 항상 ‘이야기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오 헨리, 모파상, 서머싯 몸이 함께 들어있다.’(뉴욕타임스)는 극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계 챔피언’은 ‘로알드 달 베스트’(1990)에 실린 작품 가운데 연작소설 ‘클로드의 개’를 비롯해 11편을 묶었다. 이중 ‘클로드의 개’에 나오는 주인공 클로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고, 사기꾼적인 몽상가의 면모를 지닌 점 등이 작가의 분신처럼 여겨져 흥미진진하다. 클로드는 거만한 부자인 빅터 헤이즐의 꿩을 밀렵하기 위해 파수꾼들의 경계가 삼엄한 숲속으로 잠입하고(‘세계 챔피언’), 삼류 인생들이 모여든 경견장에서 한몫 잡기 위해 쌍둥이처럼 똑같은 개를 구해서 눈속임을 시도한다(‘피지 씨’). 로알드 달의 소설 속에서 기발한 상상력은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있는 묘사’라는 두 개의 바퀴로 더욱 힘차게 내달린다.‘조지 포지’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증을 지닌 목사가 조신한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순간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들거나 ‘로열 젤리’에서 비썩 마른 아기에게 로열 젤리를 먹이자 몸무게가 급격히 불면서 벌처럼 변하는 것 같은 황당한 이야기들도 그의 능수능란한 손을 거쳐 그럴 듯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정말 감탄스럽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본능적 순간판단의 과정 상세히 기술 1983년 9월, 장 프랑코 베치나란 미술상이 미국 캘리포니아 폴게티 박물관을 찾아왔다. 이른바 ‘쿠로스상’으로 알려진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상은 1000만달러를 요구했다. 박물관은 철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자현미경과 마이크로분석기, 질량분석계 등 첨단 기계와 지질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4개월간의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진품’이라는 것. 그리고 구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석상은 얼마후 가짜임이 드러났다. 가짜 판정의 시초를 제공한 것은 박물관 운영위원이었던 해리슨이 조각상을 본 순간 그의 뇌리를 스쳐간 ‘무언가 미심쩍다.’는 직관적인 반발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장을 지낸 토마스 하빙도 큐레이터가 덮개를 벗기는 순간 ‘새것’(Fresh)이란 단어를 떠올렸다고 후일 회상했다. 조각상은 결국 1980년대 로마의 모조품 제작소에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21세기북스 펴냄)은 이처럼 무의식중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 판단의 힘을 다룬 책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일에 맞닥뜨리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생각과 느낌들. 저자는 약 2초 동안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같은 순간적 판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생각 체계를 조직화하여 의사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사실 불과 몇 초 동안 이루어지는 본능적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꼭 그럴까?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처음 느꼈던 ‘감’이 정확하게 맞았던 적이 없는가? 이유 없이 찜찜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결국 큰 낭패를 초래한 적이 없는가? 산더미 같은 일을 섬광처럼 스치는 판단으로 처리해본 적은 없는가? ●탁월한 의사결정자들 단 두가지 요인에 초점 책은 오랜 시간을 투입하면 할수록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깨준다.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순간 판단이 전문지식 못지 않게 중요함을 논리적으로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순간 판단은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Thin Slicing)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일부분만을 파악하여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낸다는 것.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출줄 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프로이트가 묘사한 혼돈에 휩싸인 무의식과는 다르다. 최근 심리학에서도 이같은 적응 무의식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매우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편견·차별로 순간판단이 치명적 오류 범할수도 책은 물론 이같은 순간 판단이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 있음도 지적한다. 특히 편견과 차별에 오염돼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워런 하딩의 오류’와 ‘펩시 챌린지’. 미국의 29대 대통령이었던 워런 하딩은 그의 출중한 외모에 압도당한 국민들이 나머지 본래 모습을 직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대통령으로 뽑았고, 결국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고 지적한다. 또 한 모금만 맛볼 때만 단맛의 펩시가 우세했던 사실을 놓친 코카콜라가 펩시와 비슷한 맛의 ‘뉴코크’를 출시했다가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맛본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정확한 순간 판단 능력, 즉 직관과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 그리고 고뇌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즉, 순간적 판단의 힘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 만일 우리가 무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하는 방식에서부터 선반 위 물건들과 입사면접 방식까지, 모두 달라질 것이라는 것. 물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 깜빡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이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1만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단원 풍속도첩/안대희 옮김

    “밤이면 밤마다 권마성이 들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귀 방울 소리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경마잡이가 말을 차며 일어나는 모습과 말을 뒤따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집안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막 잠이 들려 할 즈음에 몽롱하게 그 소리가 들려왔는데 병풍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속화(俗畵)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상히 여겨 병풍을 치워놓자 바로 고요해졌다. 그림이 신령과 통하는 것은 예로부터 그런 일이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유원(1814∼1888)은 단원의 풍속화에 대해 ‘임하필기’에서 이렇게 ‘명화는 신령과 통한다.’는 감상의 글을 남기고 있다. 단원이 ‘화성’(畵聖)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도 조선 후기 화가인 강세황의 지적대로 ‘물태(物態)를 곡진하게 그려낸’ 인물·풍속화 때문이다. 단원의 이같은 면모는 보물 527호로 지정되어 있는 화첩 ‘단원 풍속도첩’에서 두드러진다. 민음사에서 펴낸 ‘단원 풍속도첩’(안대회 옮김, 진준현 해설)은 보물 단원 풍속도첩을 원본 크기에 가깝게(90%) 전통 수제본으로 복원한 화첩이다. 서당, 논갈이, 활쏘기, 씨름, 행상, 무동, 기와이기, 대장간, 나룻배, 주막, 고기잡이, 벼타작, 장터길 등 25점의 그림이 담겨 있다. 그림에 더해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서유구, 유득공, 이덕무 등 18세기 단원이 활동하던 시기 조선조 최고 문인들이 당시 풍속을 재치있게 묘사한 글들을 옮겨 실었다. 책 말미에는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이 단원의 생애와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을 덧붙였다.4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밥 포시 명성 그대로 뮤지컬 ‘피핀’ 초연

    뮤지컬 ‘시카고’‘카바레’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브로드웨이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의 흥행작 `피핀(Pippin)´이 국내 초연된다. 밥 포시는 섹시하고 도발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일명 ‘포시 스타일’의 안무로 1970·80년대 뮤지컬계를 장악한 인물. 사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피핀’은 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2년 초연한 작품으로 토니상 감독상, 안무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9세기 서로마제국의 프랑크 왕국을 배경으로 찰스 대제의 아들 ‘피핀’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신분이지만 자유로운 영혼과 특별한 인생을 갈망한 피핀은 혁명, 살인, 육체의 유희, 일상의 삶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극중 눈여겨볼 것은 역시 밥 포시만의 독특한 안무. 특히 주인공 피핀이 성의 쾌락에 빠지는 장면은 대사없이 음악과 춤으로 타락과 환락의 세계를 완벽히 묘사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각광받는 작곡가인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을 듣는 재미도 크다. ‘오페라의 유령’의 설앤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피핀’은 국내에서 밥 포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은다.2001년 밥 포시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올 댓 재즈’의 연출가 한진섭, 안무가 서병구, 그리고 배우 윤복희가 재결합했다. 피핀역에는 서재경, 최성원이 더블 캐스팅됐다.18일∼내년1월15일 충무아트홀.(02)501-7888.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서양,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요즘 대중을 겨냥한 역사서들에선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지못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설 주인공처럼 등장해 사건을 주도해 나간다. 수동태로 쓰여진 문장보다 능동태로 서술된 문장이 자연스럽듯, 똑같은 역사라도 인물을 앞세워 펼쳐 나간 책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서양, 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김동수 옮김, 살림 펴냄)는 서양이라는 7000년에 걸친 방대한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그 주인공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 책이다. 서양정신의 기원이 된 역사적 유산들과 사건들, 뛰어난 인물들의 삶과 그들의 창조적 작품들이 어떻게 서양문화를 풍성하게 했는지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책은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부터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문화, 중세를 넘어 20세기의 서양 정신을 넘나드는 방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때로는 모래가 휘날리는 바빌론 사막의 한 가운데서,7000년 전 거대한 신전을 세우려 했던 고대인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에페소스에 남아 있는 성모 마리아의 마지막 집으로 알려진 곳에선 서양에 미친 그녀의 정신적 영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서양의 문학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탐구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최초의 동서양의 충돌로 기록되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어떤 인물들이 유럽의 운명을 결정했는지, 세계를 뒤흔든 로마의 뒷골목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 프로를 틀어주듯 생생히 서술하고 있다. 자자는 역사의 주인공들을 딱딱한 동상이나 제단, 무덤으로부터 과감히 탈출시켜 생명 불어넣기를 시도한다. 책에 묘사된 각 인물들의 일화와 심리가 마치 코 앞에서 보듯 생생하다. 다른 사람의 아내로부터 유혹의 눈짓을 받는 요셉, 은신처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성모 마리아, 담벼락에 영원한 사랑의 낙서를 하는 폼페이 연인들,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베아트리체의 죽음으로 사창가를 전전하는 단테,“나를 표현할 시간이 더 이상 없구나.”라며 숨을 거둔 화가 세잔 등등. 이들뿐만 아니라 역사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초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 냈다. 프랑스혁명의 급진적 지도자 장 폴 마라를 암살한 25살의 처녀 샬로트 코르데이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단두대에 섰던 일, 페르시아 병사가 전쟁의 와중에서 던진 중얼거림 등. 수천년 역사속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서양문명을 일구어 왔는지 물 흐르듯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서양 지성사 산책으로 읽어볼 만하다.3만 4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다 아우른다. 그 흔적을 다 살피기 위해서는 24시간도 부족하다. 유물 1만 1000여점의 위압감에 치여 관람을 포기하기 일쑤다.4만여평의 ‘광활한’ 박물관에서 길을 잃기도 십상이다. 6개 관과 특별전 등을 다 둘러볼 엄두가 안 나면 코스별로 관람하는 게 어떨까. 박물관이 선정한 명품이 테마별 관람 코스가 관람객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루트도 마련돼 있다. 코스만 충실히 다녀도 박물관의 절반 이상은 건지게 되는 셈이다. ●신라 금관·반가사유상과 만나다 박물관 추천 명품 50선은 주마간산(走馬看山)코스다. 이 것만 갖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관람의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층 고고관, 역사관부터 시작해서 2층 미술1관을 거쳐 3층 미술2관, 그리고 다시 2층 기증관에서 끝난다.90분 정도 걸린다. 첫 만남의 상대는 요령식동검(遼寧式銅劍).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검몸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연결하는 한국식동검의 원형이다. 신라금관도 빼놓을 수 없다. 번성했던 신라왕족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며 국보 제191호다. 국보 3호인 진흥왕 북한산비는 신라의 영토를 크게 넓힌 진흥왕에 의해 세워졌다. 조선 후기 금석학자 김정희가 비를 조사했던 행적이 새겨진 금석문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김홍도의 풍속도첩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소탈하면서도 해학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국보 83호인 반가사유상은 이번 코스의 ‘백미’다. 입가에 머금은 그윽한 미소, 살아 숨쉬는 듯한 얼굴 표정, 상체와 하체의 완벽한 조화, 손과 발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움직임 등이 이상적으로 표현된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한국 문화의 정수 100선 명품 100선도 50선에 뒤처지지 않는다.2시간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백제 무령왕비 관에 있는 관꽂이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백제 문화의 대표작이다. 얇은 금판에 무늬를 새겼다. 중앙의 꽃병을 연꽃잎과 넝쿨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청자 칠보무늬 향로와 백자 매화·대나무·새무늬 항아리는 세계적인 명품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대표한다. 각각 국보 95호와 170호다. 청자 향로는 음각, 투각, 상감 등 다양한 청자 기법이 집약돼 있다. 백자 항아리는 대나무, 매화, 새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경천사 10층석탑은 1층 복도 맨 끝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높이만 13m로 2층까지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고려 후기 석탑으로 1층 가운데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등을 새겼다. 기증관에 있는 청동제투구도 코스에 포함돼 있다. ●테마별로도 즐기세요 우리 역사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테마별 코스도 마련돼 있다. 이웃 나라의 문화여행도 가능하다. 5000년 역사탐방기 코스는 한반도에서 문명이 발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고관과 역사관에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 코스는 2시간 정도 돌아다니면 된다. 대표 유물로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현존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관리 허재의 석관 ▲구한말 대한제국의 황태자 책봉 금책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미술 바로알기는 그림, 도자기, 조각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미술관Ⅰ·Ⅱ에 몰려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은 2시간 걸린다. 여기에는 ▲18세기 작품인 작자미상 용감한 호랑이 ▲정조 임금의 서예 작품인 ‘임지로 떠나는 철옹 부사에게’ ▲고구려 6세기 작품인 원오리사지 출토 나한 입상 ▲조선 후기 이명기의 ‘강세황 초상’ 등이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 유산을 감상하는 이웃나라 문화여행은 아시아관을 60분 정도 돌면 된다.▲중앙아시아 투르판 무르툭에서 가져온 ‘불법의 수호하는 신’ ▲중국 명 중기의 화가 임량의 ‘겨울 풍경속의 두마리 매’ ▲18세기 일본의 다색판화 작가 우케요에의 ‘도슈사이 샤라쿠, 생선장수 역할 배우’ 등 다양한 이국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소년·어린이 코스 다양 박물관은 교실 밖의 훌륭한 역사·문화 학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코스가 빠질 수 없다. 어린이 관람코스는 4가지가 있다.▲한민족의 시원(始原)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속으로! 맨처음 인류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삼국시대의 장신구를 소개하는 ‘청동에서 황금까지, 다채로운 고대의 장신구’ ▲번성했던 한민족의 불교 역사를 발견하는 ‘천년의 불교문화, 깨달음과 자비를 찾아서’ ▲조선조 다양한 계층의 문화가 담긴 ‘미술로 보는 조선의 생활과 예술’ 등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관람시간도 각각 40분으로 짧게 잡았다. 수학여행을 온 청소년들을 위해 1시간30분,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신라의 금귀걸이, 감산사 미륵보살·아미타불 등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이 대상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토플·토익 어떻게 바뀌나

    토플·토익 어떻게 바뀌나

    대표적인 영어능력시험인 토플(TOEFL)과 토익(TOEIC)이 내년 5월부터 크게 바뀐다. 새 유형에 대한 부담감으로 미리 시험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의 유형을 잘 분석해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크게 당황할 것이 없다. 토플과 토익,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토플과 토익 모두 전반적으로 실제 영어활용 능력의 측정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듣기와 독해의 지문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내용과 어휘도 실생활에 가까워진다. 문법 위주의 암기식 공부나 시험풀이 요령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BT토플-듣기 ‘짧은 대화´ 없어져 토플은 내년 5월부터 기존의 컴퓨터 활용 출제방식(CBT:Computer-based test) 대신 인터넷 접속을 통한 출제 방식(iBT:Internet-based test)으로 전환된다.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 국제영어교육평가원(ETS)은 지난 9월부터 세계 각국에 순차적으로 iBT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iBT 토플의 가장 큰 특징은 문법(structure) 평가 파트가 없어지고 말하기(speaking) 능력 평가가 새로 도입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응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말하기는 3개 유형으로 6개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번째 유형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15초 동안 생각하고 45초간 답변하는 것으로 가장 평이하다. 두번째는 짧은 지문을 45초간 읽고, 그와 관련된 대화를 들은 뒤,30초 동안 생각해 60초 이내로 답변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학비를 올리겠다는 대학측의 공문을 읽은 뒤 이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학비 인상 이유를 영어로 대답하는 식이다. 세번째는 강의나 토론식 수업과 같은 긴 대화를 들은 뒤 질문에 대해 20초간 생각하고 1분간 답하는 유형이다. 듣기 파트는 ‘짧은 대화’ 문제가 없어지고, 긴 대화·토론·강의로만 구성된다. 특히 강의(lecture) 문제는 5∼6분 정도의 분량으로, 현재보다 1.5배 이상 길어진다. 지문이 길어지는 만큼 문제를 듣는 동안 필기를 할 수 있다. 또한 더듬거림, 말 반복, 머뭇거림, 말 줄임,‘Uh’‘Ah’ 등의 감탄사 사용 추가로 실제 강의와 흡사한 상황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대화 상황처럼 다양한 악센트도 섞여 나오게 된다. 독해 영역은 큰 변화는 없지만 지문의 길이가 1.5∼2배 정도 길어진다. 특정 단어를 클릭하면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 보이는 기능이 추가돼 이해를 돕는다. 또 연결짓기(matching) 문제와 두개 이상의 답을 택하는 문제도 새로 도입된다. 문법 파트가 사라지는 만큼 어휘 문제가 지문당 3∼4문제 정도 출제되고, 지문의 요약 및 분석을 요하는 문제도 도입된다. 쓰기 영역은 기존의 주어진 토픽에 대해 30분간 에세이 쓰기 문제 외에,5분간 지문을 읽고 관련 강의를 들은 뒤 그 내용에 대해 20분간 요약·서술하는 문제가 추가된다. ●토익-높아진 난이도 비즈니스 영어능력 시험인 토익 역시 쉬운 문항은 줄고 어려운 문항은 늘어나며, 실제 언어능력 위주로 내년 5월부터 개편된다. 먼저 듣기 영역에서는 가장 쉬운 문제로 여겨지던 ‘사진묘사’ 파트가 20문제에서 10문제로 줄었다. 반면 응시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긴 지문 듣고 여러 문항 풀기’는 20문항에서 30문항으로 늘어난다.‘짧은 대화 듣기’ 파트도 전처럼 한 대화문에 하나의 문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3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호흡이 길어졌고 대화문의 전체 내용과 세부사항을 기억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듣기 지문에 다양한 발음과 악센트를 적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표준적인 미국식 발음으로만 지문을 읽어주던 것에 비해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식 발음을 두루 채택한다. 독해 영역의 경우 ‘틀린문장 고치기’ 문제는 아예 없어진다. 대신 긴 지문에서 빈칸을 채워 넣는 문제와 두 개의 지문을 비교해 내용 파악해 답하는 문제가 신설됐다. 또 문법·어휘 파트도 짧은 문장에 빈칸을 채워 넣는 문제로 대체된다. 문법 위주의 문제는 줄어들고 맥락을 파악해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문제가 늘어난 것. 전반적으로는 지문을 읽고 푸는 정통 독해 문제가 40문제에서 48문제로 늘어나 시간은 약간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익을 주관하는 ETS측은 “변별력은 높이되 전반적인 난이도는 예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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