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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달5일 ‘반지의 제왕’ 콘서트

    새달5일 ‘반지의 제왕’ 콘서트

    ‘반지의 제왕’ 속 괴물 골룸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당한 악기는 뭘까. 애처롭게 울다가 바로 킬킬대는 골룸에게는 소프라노 색소폰이 제격이다. 네덜란드 출신 작곡가 요한 데 메이(54)는 그의 첫번째 교향곡 ‘반지의 제왕’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한다. 이 작품은 1989년 국제 관악음악작곡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반지의 제왕’의 영화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이가 1999년 이탈리아 작곡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곡은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생을 음악으로 표현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카사노바’.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 메이의 영화같은 음악세계를 맛볼 수 있는 ‘반지의 제왕 콘서트’가 9월5일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코리안 윈드 앙상블과 첼리스트 송영훈의 협연으로 ‘반지의 제왕’과 ‘카사노바’가 연주된다. 1악장 간달프,2악장 로스로리엔,3악장 골룸,4악장 어둠 속의 여행,5악장 호빗으로 이뤄진 교향곡 ‘반지의 제왕’은 영화와 소설 팬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5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은 각 장마다 소설 속 주인공이나 주요한 에피소드를 묘사하고 있다. 1악장은 주인공인 마법사 간달프의 자애롭고 고귀한 성품을 나타내기 위해 금관악기의 장중한 연주로 시작된다. 이어 알레그로 비바체로 빨라지면서 간달프가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그려낸다. 마지막 악장은 난장이족 호빗의 경쾌한 춤을 담았다. 이어 호빗의 영웅 프로도와 간달프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몽환적 분위기로 마무리된다.2만∼5만원.(02)6372-3242.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4) 직업적 화가이기를 거부한 화가 조희룡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4) 직업적 화가이기를 거부한 화가 조희룡

    신분에 대해 개방적이었던 추사 김정희의 제자는 여러 갈래였다. 흥선대원군을 비롯한 사대부들도 많았지만 중인 쪽에 특별히 많았다. 이상적 같은 역관 제자는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면서 새로운 문물을 전해 주었으며, 조희룡 같은 화가는 그의 글씨를 그대로 배워 웬만한 호사가들도 구분치 못할 정도로 글씨를 잘 썼다. 조희룡은 중인 시인들의 모임인 직하시사(稷下詩社)와 벽오사(碧梧社)의 동인이었으며, 중인 42명의 전기를 지어 중인문화를 정리 평가하였다. 조선후기의 중인문화는 그에게 와서 중간 결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매화를 그린 덕분에 병골이 장수하다 조희룡(趙熙龍·1789∼1866)은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둥근 머리와 모난 얼굴, 가로 찢어진 눈에 성긴 수염을 한 6척 장신이었다고 한다. 오세창은 ‘근역서화징’에서 마치 학이 가을 구름을 타고 훨훨 날아가듯이 길을 걸어다녔다고 묘사했는데, 신선이 아니라 병자였다. 조희룡은 수많은 호를 사용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수도인(壽道人)이다. 그는 ‘수도인’이라는 호를 짓게 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키만 훌쩍 크고 야위어, 옷을 걸치기에도 힘겨울 만큼 약했다. 그래서 내 스스로 수상(壽相)이 아닌 줄 알았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랴.14세 때에 어떤 집안과 혼담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는 내가 반드시 일찍 죽을 것이라고 하여 퇴짜를 놓고 다른 집안과 혼인하였다. 그런 지 몇 년이 안 되어 그 여인은 과부가 되었다. 내가 이제 70여세가 된 데다 아들 딸에 손자 증손자까지 많이 있으니, 지금부터는 노인이라고 큰소리를 칠 만하다. 그래서 스스로 수도인(壽道人)이라고 호를 지었다.> 일찍 죽을 것이라 여겨 혼담까지 깨졌지만, 칠십을 넘겨 장수했기에,“장수할 상이 아닌데 늙은 나이 되었고, 매화를 사랑하여 백발 되었다.”고 그림에 썼다. 매화의 맑은 향과 기운을 그리다 보니 몸까지 깨끗해져 장수했다는 뜻이다. ●문자기(文字氣)가 없다고 비판받았던 난(蘭) 그림 중인 조희룡은 사대부 학자 김정희에게서 글씨뿐만 아니라 문인적인 삶의 자세를 배웠다. 스승인 추사는 난을 좋아했는데 조희룡은 매화를 좋아해서 “좋은 종이와 먹이 있으면 가장 먼저 매화가 생각났다.”고 할 만큼 매화를 많이 그렸다.8폭 병풍 가운데 1폭인 ‘홍매도(紅梅圖)’에 “종 모양의 옛벼루에 시험하다(試古鐘硏)”라고 썼는데, 좋은 종이나 먹뿐만 아니라 기이한 벼루만 보여도 그 벼루에 시험삼아 매화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뒤틀린 가지가 비스듬하게 뻗어내리며 붉은 꽃이 만발한 고매(古梅)를 그렸다. 가지는 수묵 농담(濃淡)으로 처리하고 담홍색 꽃송이를 넉넉하게 그려,8폭을 다 펼치면 부귀익수(富貴益壽)라는 제화 그대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는 중국을 드나들며 옹방강 등 당대 최고 서화가들과 교류했던 추사를 통해 서화 문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이란 책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많이 기록했다. 직업적인 화가들은 그림 그리는 솜씨만 익혔는데, 조희룡이 박학다식한 서화관으로 체계를 이룬 것은 추사 같은 학자를 스승으로 모신 덕분이다. 그러나 추사는 그의 난 치는 법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아들 상우(商佑)에게 편지를 보내 난 치는 법을 가르치면서, 조희룡같이 하지 말라고 했다. <난을 치는 법은 예서(隸書)쓰는 법과 가까우니, 반드시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있은 다음에야 난 치는 법을 얻을 수 있다. 또 난 치는 법은 화법(畵法)대로 하는 것을 가장 꺼리니, 만약 화법대로 하려면 일필(一筆)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조희룡은 내가 난 치는 솜씨를 그대로 배워 화법 한 가지만 쓰는 폐단을 면치 못했으니, 이는 그의 가슴 속에 문자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추사 수준에서 볼 때에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그림 솜씨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지, 그림 자체가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산수나 매화는 조희룡의 그림이 추사보다 더 낫다. 이는 자기의 글씨를 너무 똑같이 배운 조희룡에게 대한 경고인 동시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중인 화단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추사의 글씨 제자 8명과 그림 제자 8명이 1839년 6월과 7월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추사에게 품평을 받았다. 추사의 품평은 글씨를 제출했던 전기(田琦)가 기록해 두었다가 ‘예림갑을록(藝林甲乙錄)´이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화루(畵壘)에 출전했던 화가 8명의 작품이 호암미술관에 병풍으로 소장되었는데, 그 화제를 모두 조희룡이 썼으니 추사 제자들 사이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조희룡의 글씨는 추사 글씨를 빼박은 듯해 구별하기 힘든데, 추사 글씨보다 부드러워 금석기가 덜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 추사가 북청으로 유배갈 때에 연루되어 임자도에서 3년간 유배생활을 했으니, 추사를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그림 제자라고 할 수 있다. ●사대부의 문인 취향 몸에 익혀 그는 중국 서화에 조예가 깊었다. 중국을 직접 가보지 못했던 그가 이 정도의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혼자서 끊임없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문형산(文衡山)과 진백양(陳伯陽)은 난초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나하고 천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같았다. 나는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난 30폭을 쳤다. 기울어지거나 바른 모습 하나하나에 저마다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두 선생에게 그 풍격을 묻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조희룡 ‘한와헌제화잡존(漢瓦軒題畵雜存)’18> 그는 송나라 시대의 서화가 문천상과 진백양을 사숙한 셈인데, 그가 먼저 배운 것은 충신으로 이름났던 그들의 마음이다. 그런 뒤에 하루 종일 30폭이나 난을 칠 정도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난초를 잘 그린다고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문인들은 간략하면서도 정돈된 구도로 묵매화를 그렸는데, 조희룡의 매화는 복잡하면서 웅장하다. 소박하던 꽃잎이 활달하고도 화려해졌다. 난초를 치면서 문천상과 진백양을 본받았는데, 매화를 그릴 때에는 그러한 경지를 넘어섰다.“나의 매화는 동이수와 나양봉의 사이에 있는데, 결국 그것은 나의 법이다.”라고 제화에 썼으니, 사람들이 그가 그린 매화를 보면 “이건 조희룡의 매화이다.”라고 말하게까지 되었다. 그는 그림공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대부 문인들의 문화적 취향과 이념을 공유하기 위해서도 많은 골동 서화들을 수집하고 감상했다.“나는 약간의 책을 소장했고, 골동과 서화를 모으는 버릇도 있었다. 평상시에 늘 좌우에 벌여놓고, 잠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았다.”고 했다. 홍선표 교수는 위항시인들에게 가장 많이 그림 청탁을 받은 화가가 바로 조희룡이라고 했다. 중인들이 사대부 화가에게 그림을 부탁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겠지만, 같은 중인 화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그림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직업적인 화가와 구별하였다. 사대부들이 수양의 여기(餘技)로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그도 문인화가로 자처했던 것이다. 그가 ‘해외난묵’이란 글에서 “(직업적인) 화가의 사생법(寫生法)은 우리 (위항시인) 무리들이 할 바가 아니다. 매·란·석·죽과 같은 그림은 오로지 그 뜻을 옮기는 데 있고, 유희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것도 자기의 그림은 있는 그대로 베껴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한 포기 난을 치는 것은 단순해서 그림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대부도 칠 수 있지만,8폭 병풍의 ‘홍매도’에 이르면 문인화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여기(餘技)가 아니라, 일삼아 그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희룡은 전문적인 화가이다. 그는 직업적인 화가가 되기를 거부했지만, 중인들은 그에게 많은 그림을 부탁했다. 중인이면서도 사대부의 문인 취향을 즐겼던 위항시인들이 직업적인 화원보다 사대부의 문인 취향을 몸에 익힌 조희룡에게 그림을 많이 부탁한 것이다.(다음 회에는 조희룡이 기록한 중인 전기에 관해 소개한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일요영화] 올드보이

    ●올드보이(MBC 일요영화특선 밤12시30분) 오대수(최민식)는 아내,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적어도 그날 그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그가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싸구려 호텔 같은 방에 감금 당하는데 어딘지를 알 수 없다.8평 남짓한 그 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군만두를 먹는 일과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일뿐이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 하루가 흘러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뉴스에서 아내가 살해됐다는 보도를 접한다. 그리고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망한 그는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용납되지 않는다. 죽음에 실패한 그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탈출하고자 쇠젓가락으로 감금방 모서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15년, 드디어 탈출에 성공하지만,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된다. 눈을 떠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일식집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의 집. 미도는 오대수를 연민하다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고, 대수는 군만두에서 나왔던 ‘청룡’이란 전표 하나로 감금방의 정체를 찾아낸다. 마침내 오대수는 자신을 가두었던 이우진(유지태)을 대면하게 되는데, 우진은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게임을 제안한다. 이 지독한 게임에서 오대수는 또다시 미쳐간다.“도대체 너는 누구며 왜 나를 15년이나 감금한 것이냐?”그의 절규는 또 다른 절규로 이어진다. 말미의 반전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역겹다.”는 의견과 “놀랍다.”는 의견으로. 그러나 ‘올드보이’가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인과응보로 한국형 오이디푸스를 묘사했다는 평도 있었다. 어찌됐건 충격적인 서사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선보인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은 주목할 한국 영화감독 반열에 올라섰고, 오대수역을 맡은 최민식도 명실상부한 스타덤에 올랐다.2003년작으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꿰찼다.12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식민지 소년(김하기 지음, 청년사 펴냄)가난한 식민지 소년 ‘나’ 김덕경은 일장기가 걸린 학교에 다니게 된다.‘나’는 소 치고 고기 잡고 황새알 훔치며 놀던 시절이 그립다. 일본 사무라이로 만들어주겠다며 약장수가 씌워준 일본 삿갓은 눈앞의 세상을 캄캄하게 한다. 분단문학 작가로 잘 알려진 지은이가 담백한 웃음과 저릿한 아픔으로 그린 성장소설.8800원.●청소년 경제수첩(크리스티아네 오퍼만·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펴냄)생산과 소비, 저축과 투자,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 등 경제 전반을 91가지의 물음으로 압축했다. 유명 연예인이 홍보하는 교복의 광고비는 누가 지불하는 걸까,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가 할인판매를 하는 이유는 뭘까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생활경제 이야기를 담았다. 주식과 투자, 부동산 투기, 유럽연합과 지역화에 대한 이야기도 현장성이 강하다.9000원.●행복, 그게 뭔데?(베르트랑 페리에 지음, 이선주 옮김, 도서출판 낮은산 펴냄)겉보기에는 멀쩡한 가정이지만 주인공 소년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속이 곪아 들어간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험한 말이 오가고 소년은 점점 자기만의 공간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어른들은 불편해할 묘사가 많지만 작가는 여러 시민단체를 통해 수집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간다.9000원.●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스티안 홀레 지음, 이유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여섯살 난 주근깨투성이 가르만. 이제 막 삶에 발을 내딛는 가르만은 자전거도 못 타고 글도 잘 쓸 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겁이 난다. 그런데 어른인 할머니, 아빠, 엄마에게도 겁이 나는 게 있다는데…. 사진과 그림을 활용한 포토몽타주 기법의 그림이 환상적이다.9000원.
  • “中황태자 7~8세때 유교경전 익혀”

    “中황태자 7~8세때 유교경전 익혀”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바로 ‘대입 모드’에 접어든다. 아침부터 학교교육으로 진을 뺀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시 학원으로 달려간다. 학원 복도에는 강의실 CCTV의 모니터가 달려 있어 수업 중 졸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을 감시한다. 교육은 실종되고 부모들의 극성만이 남아 있다. ‘중국의 황태자 교육’(왕징룬 지음, 이영옥 옮김, 김영사 펴냄)은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는 교육현상에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 책은 주나라에서 청나라에 이르는 3000년 동안 중국에서 이루어졌던 황실교육을 담고 있는데, 황실태교·말타기·활쏘기·악기연주·황실경연 등 구체적인 황실교육의 노하우와 성공담·실패담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중국의 황태자는 유년기 교육이 끝나면 바로 유가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7∼8세부터 ‘효경’‘시경’‘논어’‘예기’ 등을 읽었고, 이어서 ‘상서’‘춘추’‘역경’ 등 난해한 책도 독파해야 했다.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황태자들은 지식습득만이 아니라 인품과 지혜를 갖춰야 했고, 실리적인 통치술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마찬가지겠지만, 지나친 것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청나라 강희제의 완벽주의 교육은 천재 태자 윤잉을 탈선과 패륜의 길로 몰아넣었다. 또 도광제의 태자 혁위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스승의 충고에 화가 나 “내가 황제가 되면 너부터 죽이겠다.”고 말한다. 여색과 타락에 빠진 윤잉은 결국 폐위됐고, 혁위는 분노한 아버지의 발길에 음부가 차여 죽고 만다.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요즘도 패륜을 저지른 명문대생, 청소년들의 기막힌 일탈 소식들이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천하를 감동시킨 황태자도 많았다. 양나라의 소명태자는 뛰어난 학문과 덕성으로 칭송이 자자했고, 명나라 태자 주표는 스승이 역모에 휘말려 사형의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감형을 이끌어냈다. 갈수록 자기밖에 모르는 ‘황태자’가 늘어나는 오늘날,‘중국의 황태자 교육’에서 현대의 소명·주표를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지 지침을 얻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1만 4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제국 아닌 제국’ 美國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제국을 통제하는 ‘악의 축’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빼앗아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반면 사우론에 대항하는 난쟁이 호빗족은 평화롭고 작은 공화국 샤이어에 살고 있는데, 샤이어는 뜻밖에 잉글랜드를 암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소설을 쓴 영국작가 존 로널드 로웰 톨킨(1892∼1973)의 청년 시절 대중매체와 문화예술 속 제국의 이미지는 오늘날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제국을 건설하는 자가 된다는 것은 모험가, 영웅,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얼토당토않아 보이지만, 샤이어가 ‘대영제국’을 암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제국’이나 ‘제국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혐오스러운 존재가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제국’(스티븐 하우 지음, 강유원·한동희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은 이처럼 ‘제국’이라는 단어가 혼란스러운 개념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정치학과 교수. 그는 20세기 후반 ‘제국’이나 ‘제국주의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들만이 경멸적으로 쓰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제국’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국´ 옹호하는 수정주의의 범람 물론 제국주의와 관련된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미국이 제국 건설자의 역할을 떠맡는 것이 미국 자신을 위해서나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호감을 갖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점은 놀랍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식 세계 지배와 미국식 세계 지배는 대비되는 점이나 비교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실은 그리 많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배와 통치의 확장이 공격성이나 부와 세계 제패에 대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대한 방어이거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자 마지못해 수행하는 의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의 ‘좋은 의도’와 ‘피할 수 없는 반응’이 대개 오해와 원망을 사고 있다는 것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영국 제국에 대한 묘사에도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자신들의 통제나 영향력은 지역의 정치체제를 통해 수행되고, 통제수단도 경제적·외교적·문화적이어서 사실상 ‘형식적인 식민주의’가 아니라 ‘비형식적인 제국’으로 작용해 왔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 또한 영국 제국도 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형식적 지배 못지않게 상당 부분은 비형식적 지배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영국의 비형식적 자유무역 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동아시아에서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으며, 형식적 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정치인들도 비형식적 통치를 선호했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형식적 정복에 들어가는 비용지출과 위험을 감수했다. 과거의 제국과 오늘날 새로운 제국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제국, 대영제국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이 미국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과 식민주의 시대의 역사에 대한 개괄서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 국제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분명 ‘미국 제국’에 대한 이해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지은이는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강력함을 강조하는 이들은 미국의 취약함을 희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더구나 과거의 제국과 달리 형식적 지배가 없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만큼 미국이 가진 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아하! 이 그림] 베르메르 ‘진주귀고리 소녀’

    [아하! 이 그림] 베르메르 ‘진주귀고리 소녀’

    미술품 위작의 역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중앙지검은 2827점의 고 박수근·이중섭 화백의 작품이 감정단으로부터 ‘위작’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지요. 이 사건이 2000년대 한국 미술계 최대의 위작 사건이라면 9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였습니다. 두 사건에 모두 관여했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오광수(69)씨는 미술월간지 ‘아트인컬처’ 최신호에 기고한 ‘현대미술 반세기’란 칼럼에서 위작 사건을 회고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경자의 ‘미인도’를 작가가 복사한 인쇄물을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위작 사건은 시작됐다고 합니다. 오씨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천 선생의 제자 한 사람이 목욕탕 탈의실에 걸려 있는 복제품을 보고 천 선생에게 연락해서 가짜 같다고 한 데서 발단이 됐다. 탈의실에 걸려 있다는 말에 작가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미인도’는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의 압류재산 가운데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라고 제목을 적당히 붙여 소장했다고 합니다. 당시 작품 감정을 맡았던 오씨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품으로 결정났으나 작가 자신이 깜빡 실수한 것이라고 번복하기엔 격한 감정에 휩싸인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건 당시에 일반 대중이나 언론은 작가 편에 서서 ‘작가가 자식과 같은 작품을 못 알아볼 리 없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원로 작가들 가운데는 지금처럼 작품이 완성되면 일일이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겨두거나 포트폴리오를 챙기는 화랑이 없어 수백, 수천점에 이르는 자기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위작 사건은 영화와 소설로도 널리 알려진 ‘진주귀고리소녀’의 네덜란드 작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가 주인공입니다. 빛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묘사한 베르메르는 알려진 작품이 겨우 40여점 정도지요. 반 메헤렌이란 미술중개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판과정에서 나치의 2인자에게 팔아넘긴 베르메르 작품이 모두 자신의 위작이었다고 증언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 미술계는 과학적인 위작 판별법이 많이 개발됐다고 합니다. 우리 미술계도 계속되는 위작 사건을 해결할 전문 인력 양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화에서 낭만으로 ‘백조의 호수’ 탈바꿈

    17·1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백조의 호수’는 지난 5월 폴란드 우츠 국제발레페스티벌 이후 국립발레단이 국내 팬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레퍼토리. 러시아 볼쇼이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로 색다르게 탄생했다. 기존 작품들에서 지그프리트 왕자와 악한 마법사가 별개의 인물로 그려진 것과는 달리 악마를 왕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적 근성’으로 표현한 게 특징.“동화 분위기의 ‘백조의 호수’를 심리묘사에 충실한 낭만소설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이 붙었다. 한 명의 발레리나가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도발적인 흑조 ‘오딜’역을 모두 맡아 극적인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변신이 눈여겨볼 대목.1·2막에 추가된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1막 ‘광대의 42회전’과 궁정의 군무왈츠도 볼 만하다.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김주원, 한국발레협회 선정 ‘프리마 발레리나상’을 받은 윤혜진,2002년 프라하콩쿠르·2003년 룩셈부르크콩쿠르에서 연이어 입상한 김현웅이 무대에 오른다.17일 오후 7시30분,18일 오후 4·7시30분.(02)2230-6624∼6.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각 나라 해수욕장 풍경… ‘혼돈 vs 질서’

    각 나라마다 해수욕장 풍경은 다르다? 최근 유럽에서는 백사장에 어떻게 누어있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국적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같은 유럽대륙에서도 출신 국적에 따라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특히 독일과 영국의 해수욕장 풍경은 너무나 달라 독특한 국민성을 쉽게 엿볼 수 있다는 평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독일 뤼벡(Luebeck)의 한 해수욕장과 영국 브라이튼(Brighton)해변가를 대조해 비교하며 “‘질서’와 ‘혼란’이 극명히 엇갈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독일의 해변가 풍경에 대해 “독일인들은 어느 백사장에서도 군인처럼 정리정돈을 하고 옆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며 “이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독일인들의 국민성에 기인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인들은 더위를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영국 해수욕장에는 ‘카오스 이론’ 적용이 불가능 할 것 같다.”고 국민성을 묘사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의 해수욕장 풍경은 어떨까? 피서인파로 넘실대는 한국과 중국의 해수욕장은 ‘물반 사람반’이다. 또 백사장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려 ‘시장판’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한 언론은 “해수욕장에 파라솔을 꽂을 자리조차 없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 맘속에 초대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내 맘속에 초대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글 홍승범(본지 편집장) | 사진 한영희 2005년 4월호 장영희 교수로부터 2007년 7월 가수 이은미까지, 그간 ‘초대’에는 총 스물여섯 분이 참여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눠주셨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있는 분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일은 매회 산고를 안겨주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모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릴레이 인터뷰 ‘초대’가 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이후 더 풍성하고 실팍한 내용을 담아 돌아올 것을 약속드립니다.이번 호에는 그간 ‘초대’에 등장했던 대담자의 면면과 어록을 살펴봅니다. 장영희(영문학자, 서강대 교수)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장영희-김점선(화가) 관능의 힘이 그대를 이끈다 김점선-신희섭(뇌 과학자) 단순함의 아름다움 신희섭-정말로(재즈 보컬)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 머물다 가네, 꽃그늘 아래 정말로-이외수(소설가) 고독한 산보자의 꿈 이외수-류승완(영화감독) 유쾌하고 정직한 분노의 방식 류승완-최일도(목사) 지상의 양식 최일도-인요한(의사) 1백 년 린튼 가의 ‘조선 살림, 한국 사랑’ 인요한-최불암(탤런트) 홀로 안으로 익어가면 /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최불암-한준호(한국전력 CEO) 한 가지 마음으로 한길을 걸어가다 한준호-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 청년의 꿈을 청산에 심다 문국현-김후란(시인) 재능이 아니다, 열정이다 /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김후란이병훈(유니베라 대표) 꿈은 현실보다 힘이 세다 이병훈-한젬마(화가) 그림 밖으로 걸어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한젬마-유인촌(서울문화재단 대표)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유인촌-장미희(배우) 여름, 보리울의 길목에서 장미희-홍세화(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홍세화-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다시, 인간에 대한 예의로부터 정혜신-한비야(국제 NGO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내 어여쁜 사람아, 일어나 함께 가자 한비야-박경철(시골의사) 쓸모없음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박경철-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행복한 자유주의자와의 대화 공병호-심재명(엠케이픽처스 사장)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심재명-장윤주(모델) 날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나요? 장윤주-배한성(성우) “친구, 인생은 더빙이 안 된다구” 배한성-정관용(KBS 심야토론 진행자) 대한민국의 정중앙에 서다 정관용-이은미(가수) 화려하고 쓸쓸하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장영희 행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 행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갖고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참으로 변덕꾸러기라서 손에 넣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행복은 영원이 아니라 순간적인 것이고, 그래서 진정한 가치와 행복은 위대한 성취의 이면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점선 상대적으로 둔하고 끈질긴 예술가들만 남게 돼. 너무 예민하면 죽어. 무시도 이겨내야 하고, 운명 같아. 조물주가 작가 하나를 만들 때 일부러 굳센 의지를, 뚝심을 심어 놓지. 스무 살에 빛나지 않고 육십, 칠십에 빛나게 아주 조금씩 키워갈 수 있는 씨앗만을 집어넣지,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런 조숙하고 완성된 재능을 넣지는 않아. 그렇게 되면 타락하기 쉬워. 시들어 버린다니까. 신희섭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그 일을 쉽게―다른 사람이 보기에―잘 해내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는 그 일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정확하게는 ‘뇌에 배어 있다’가 맞는 표현이다. 뇌에 배어 있는 기능이 몸을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 일상의 전문가이다. 자는 일, 먹는 일, 걷는 일 하나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오랜 연습 끝에 이룩한 기능인가? 정말로 진실과 맞닥뜨리려면 얼마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해요. 입맛에 맞는 달콤한 음악을 하기는 쉽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잖아요. 재즈가 좋은 건, 음악과 나 사이의 공간에 거짓이 존재할 틈이 없다는 거예요. 거칠지만 그만큼 진솔하니까. 이외수 험, 험. 하던 얘기 마저 합시다. (담배 하나 물고) 옛날에 내가 심산유곡에 들어가 문장공부를 했거든. 겨울에 냉방에서 자고, 밥할 때만 불 떼고. 눈이 첩첩이 쌓여있으니 나무 구하기가 힘들어 아예 달밤 같은 때는 문 열어놓고 닫으나 여나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밖을 내다보는데, 아! 그 달빛 속의 나무가 너무 거룩해 보이는 거요. 이렇게 추운데, 저자는 홀딱 벗고서 홀로 서서 겨울을 나는구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렇게 초연하게 겨울을 날까. 딱 보면 내 신세 같은데… 그러다가 문득 그와 내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얻은 겁니다. 그때부터 문장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묘사하고 설명하는 문체가 아니라 그 사물의 마음으로 말을 하게 된 거지. 류승완 자칭 걸작 시나리오를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람들을 가끔 만납니다. 그러나 만나고 보면 그들은 시나리오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제가 직접 만든 단편 영화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영화제에 출품해서 모조리 떨어져 봤습니다. 영화학과 시험에도 빠짐없이 낙방을 경험했고요. 데뷔하기 전까지 열한 편의 장편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 번도 공모에 당선되지 못했고 영화사에도 팔지 못했습니다. 재능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열정은 극복할 수 없어요. 시쳇말로 중요한 것은 펀치가 아니라 맷집이 세야 한다는 겁니다. 최일도 어느 날, ‘밥퍼’ 현장에서 진지를 드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신문을 보시다가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어이, 최 목사! 또 책을 냈구먼. 아, 네. 졸작을 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건 아는구먼. 예? 무슨 말씀…. 이 사람아, 예수는 책 한 권 낸 적 없는데, 그 제자라는 사람이 뭔 책을 그리 많이 내? 아, 예. 그래서 늘 부끄럽습니다. 내고 싶어 낸 게 아니라…. 지난번에 저쪽에서 냈으니 이번엔 이쪽에서 내달라고 하도 졸라서…. 아, 시끄러워! 어쨌든 당신이 냈잖아. 이것 봐. 우리는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목사 말고 예수님처럼 사는 목사를 기다리는 게야…. 인요한 가난과 역경에 맞닥뜨려도 웃으면서 헤쳐나가는 것이 조선 사람의 본래 얼굴입니다. 결핵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한 주민이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몹쓸 병에 걸렸지만 어쩌겠어요. 열심히 끝까지 싸워봐야죠.” 너무나 의연한 자세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맞서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떻습니까? 걸핏하면 한강에 풍덩, 목숨을 버리는 풍조가 생겨났어요. 병원에 와 보세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목숨은 선물인데, 그런 나약한 태도는 원래 우리의 모습이 아니에요. 비겁한 도피예요. 최불암 요즘 들어 내가 주례를 많이 보는데, 아버지가 울면 딸이 울고, 딸이 울면 반드시 아버지가 울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손으로 눈물을 닦지 않아요. 마치 흘린 적 없다는 것처럼 눈만 껌벅거릴 뿐. 그래서 결혼식장에서는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 없고 다만 딸이 그것을 느끼게 되는 거지요. 내 사무실에 여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아주 어렵게 자란 친구예요. 시집갈 때 내가 주례를 봤는데 그이 아버지도 역시 눈물을 떨구고 있더라구. 신부는 화장 지워가면서 같이 울고…. (아들? 그때는 어머니가 울지) 한준호 북한 현지 KEDO발전소 건설 당시 작업에 참여한 현지 인력 4백 명 가량을 강당에 모아 놓고 교육을 시켰어요. 그런데 하루는 그중 한 사람이 와서 강당 불이 밝아 글을 볼 수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전등의 삼분의 이를 끄고 나머지만 켰더니 그제야 눈이 편하다고 했답니다. 우리 눈에는 너무나 익숙한 불빛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눈이 부실 만큼 밝다는 사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어떤 문명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라 할 겁니다. 문국현 언젠가 피터 드러커 선생을 만나 뵈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비가 막 쏟아지는 날인데, 아흔다섯의 연세에 다리가 불편하셔서 워커에 의지하시면서도 식사를 굳이 나가서 하자시는 겁니다. 아! 선생님, 도대체 이 도전하는 정신의 정체는, 그 정열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여쭈었더니 답이 명쾌했습니다. “인생은 긴 달리기이고, 사람은 모름지기 젊게 살아야 해! Life is long running, people must keep young!”. 김후란 미래는 현재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요. 미래가 현재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미래로 달려가는 것이잖아요. 이병훈 일터는 우리가 하루 3분의 2 이상의 시간과 정력을 쏟는 곳입니다. 당연히 자아성취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자아라는 건 개인과 기업의 꿈이 하나 될 때 성장하니까 가능하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10조짜리 회사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함께 일하는 ‘참 좋은 회사’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한젬마 잘 어울려서 내 몫만큼 살고 가는 것. 그게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면서 모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거예요. 젊은 나이에는 잘 모르고 달려드는 패기도 좋고 날카로움도 좋지요. 하지만 나이 들어 그러는 것은 부담스러워요. 너무 공격적이거나 강한 것도 싫고요. 조용하고 침착하고 내면의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 좋아요. 유인촌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계층에 있는 사람들, 예술에 대해 별로 인식이 없어. 말로는 뭔 소리 못 해. 하지만 옷 벗고 속에 있는 얘기 다 끄집어내다 보면 예술을 하찮게 생각해. 문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떠들지만 말 뿐이야. 결국 예술가들이 그이들의 머리를 깨우쳐줘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대부분 역량이 부족해. 예술가? 딴따라? 그 역할 너머냐, 안쪽이냐로 구분하면 돼! 장미희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배우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못 그래요. 전날 밤 준비하고, 고민하고, 그러고도 막상 나가야 할 때가 닥쳐오면 “정말 싫어!” 혼자 떼를 써요. 요즘도 공적인 자리에 가면 “말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편안히 놔주었으면 좋겠어” 중얼거리면서 귀퉁이에 숨어요. 아직도 저는 왜 배짱이 요만할까, 혼자 고민하지요. 홍세화 한국으로 돌아가면 땅을 많이 밟아보리라, 파리에 있을 때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자동차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위로 가라, 밑으로 가라 아니면 건물 속으로 들어가라…. 사람의 길이 없구나, 길이 없어서 사람들이 길을 찾지 않는구나, 나는 독백을 했습니다. 정혜신 ‘인간은 자기가 아닌 만큼만 인간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던 한 유태인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남겼어요. 인간은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만큼만 인간이라는 거고, 본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자의식 속에서만 진정한 이성적 존재가 나타난다는 거죠. 한비야 생각하는 사람thinker도 있고, 행동하는 사람actor도 있어요. 저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어떻게든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니 후자이겠죠. 생각해보세요. 목욕탕 가서 생각보다 뜨거운 물에 들어갔어요. 견딜 수 없죠? 튀어나가야 하죠? 그게 절박감이에요. 난 그게 뭐가 됐든지 일단 ‘필’이 오면 100도까지 끓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성에 안 차! 박경철 죽어서 아버지를 만나서는 “그래, 잘했다” 칭찬을 받아야 하고, 아픔을 함께해준 친구에게는 언제든 힘이 되어주어야 해요.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아내에게도 실망을 줄 수 없으니 결국 이들이 저를 하루 24시간 감시하고 격려하는 거죠. 당연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할 수밖에요. 공병호 안분지족, 나는 노! 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높은 목표에 에너지를 쏟고 그것에 몰입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행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이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마찬가지로 사람도 항상 행복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행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행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심재명 재테크요? 문외한이에요. 성격이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랄까, 지레짐작해서 일을 그르친다고 남편에게 늘 주의를 받아요. 화나는 일이요? 영화 잘 만들 고민을 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까만 궁리하는 사람을 마주 보는 일. 화를 자주 내냐고요? 못내요. 좌우명이요? 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성공이요? 그런 걸 꼭 생각해야 하나요? 나이에 따라 현명하게 자신을 변화시켜가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공 아닐까요? 장윤주 리허설 백 번 하고 관객 앞에 딱 한 번 서면 그만인 게 쇼예요. 하루 만에 끝날 거 할 짓 없어서 이렇게 준비하나,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되풀이하지 않는 비장한 올인이 멋있잖아요. 예전에는 쇼가 끝나고 나면 아쉬운 기분에 맥주도 한 잔씩 했는데, 이제는 박수를 뒤로하고 무대를 내려와 본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너무 좋아요. 쿨하게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총총 발걸음을 돌리는 그런 내 몸짓들이 진짜 멋있다, 완전 카리스마다, 스스로 감탄하기도 해요. 배한성 방송 잘하는 법 궁금하시죠. 책 나와 있어요. 조금 두꺼운 게 흠이긴 한데, 읽다가 지치면 훌쩍 뛰어넘어 맨 뒤를 봐도 좋아요. 거기 아마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을 거예요. 여태껏 얘기한 건 이론이다, 방송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뭘 타고나느냐, 재능? 아니, 끈기. 정관용 토론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것은 교육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사지선다 주입식 학습의 폐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거죠. 정운찬 총장 재직 시 서울대학교에 기초교육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서 뭘 가르칠까요. 말하기와 글쓰기랍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들어온 우수한 학생들이 정작 학문을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은미 남 모르는 아픔과 고민 갖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제 주변에는 세상이 다 그런 거다, 너 혼자 고민하는 것 아니다, 코웃음 치는 사람이 없었어요. 늘 한 발짝 뒤에서 지켜주기만 하는 그런 진짜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정작 제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 정한아 장편소설 ‘달의 바다’

    플로베르와 최윤, 폴 오스터를 좋아한다는 스물다섯의 작가 정한아씨가 장편 ‘달의 바다’(문학동네 펴냄)로 문단에 뛰어들었다. 2005년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올해 ‘달의 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탔다. 그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방바닥을 긁던 시절 써낸 ‘달의 바다’는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선 세상마저도 긍정하라고 빈 잔등을 쓸어준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작가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었다.“대전 시골에서 보름만에 한 호흡으로 썼어요. 쓰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밖에 나와 춤추고 다시 들어가곤 했어요. 경운기를 몰고 가던 아저씨들이 가만 쳐다보고 가더라구요.” ‘달의 바다’에서 고모가 보낸 편지와 주인공 은미의 서사는 당당한 꿈과 너절한 현실의 대비를 이루며 맞물린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된 고모는 달 표면을 처음 밟았을 때의 감미로운 충격을 전한다. 우주공간과 우주비행사의 현장에 대한 정교한 묘사는 전문서적을 탐독한 덕이다.‘달의 바다’를 걷고 있는 고모와 반대로 언론사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는 주인공 은미와 단짝친구 민이는 평생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없다는 걸 절감한다. 그러나 소설은 작은 반전을 통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말임을 폭로한다. 그 거짓말이 사실보다 더 위안이 된다는 확신은 작가의 믿음이기도 하다. “거짓말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거짓말은 모든 의사소통에서 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수단라고 생각하거든요.”‘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듣고 자랐다는 작가는 거짓말 덕분에 자신이 옹졸한 사람이 되지 않았단다. 소설도 거짓말인데 소설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아름답지 않으냐고 동그란 눈을 크게 뜬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中언론 “‘화려한 휴가’는 한국판 ‘진주만’”

    中언론 “‘화려한 휴가’는 한국판 ‘진주만’”

    중국일간지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报)’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호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문은 지난 1일 화려한 휴가의 흥행원인에 대해 “최근 ‘트랜스포머’ 등의 블록버스터에 익숙해 있던 한국관객이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자국배우와 탄탄한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종상을 다섯번이나 수상한 안성기와 ‘왕의 남자’의 히어로 이준기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며 극찬했다. 역사적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한 화려한 휴가의 영상에 대해 신문은 “전투 장면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판 ‘진주만’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호평하면서도 “눈요기에 공을 들이는 상업영화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그러나 이 영화를 다른 상업영화처럼 편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한국역사의 상처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보다 훨씬 잘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스크린쿼터제 축소 이후 침체되어 있던 한국 영화시장이 화려한 휴가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며 “한국 영화시장이 오래도록 ‘화려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日네티즌 “디워, 예고편 만으로도 매력적”

    日네티즌 “디워, 예고편 만으로도 매력적”

    ‘디워’, 일본에서도 통할 것인가. 한국에서 개봉 첫날 42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D-WAR’(디워)가 ‘괴수영화’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 마니아를 자처하는 네티즌과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이미 일본판 유튜브 게시판(youtubech.com)에는 100개 이상의 디워 예고편 동영상이 올라있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여과없이 오고가고 있어 디워를 향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 마니아 블로거들은 이미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디워의 트레일러판에 대해 자신만의 평을 적으며 일본에서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블로거 ‘노호혼 카토’(blog.livedoor.jp/nohohon00332)는 디워에 대해 “괴수영화의 다양한 요소를 모은 듯한 느낌이었다.”며 “특히 극중 용이 한국의 과거시대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신선하다.” 고 평했다. 이어 “한국의 전설에도 이 영화와 같은 내용이 있는지 알고싶다.”며 궁금해 했다. 블로거 ‘모에가메’(moegame.com)도 “한국 최대의 괴수영화 ‘디워’의 예고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라며 “심형래 감독의 영화 ‘용가리’보다 한층 발전된 컴퓨터그래픽(CG) 수준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또 “괴수영화에 전설적 요소를 넣은 점은 정말로 ‘한국영화적’이며 아무래도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에 기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블로거 ‘시노노메&SSDD’(tlrms.blog80.fc2.com)는 디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피력했다. 시노노메는 “기존의 할리우드풍 괴물영화보다는 일본의 괴수영화쪽에 가까운것 같다.”며 “지브리 스튜디오(일본 애니매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실감나는 묘사력을 본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영화계도 한국영화계의 영상 발전을 본받아 힘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고]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 타계

    스웨덴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잉마르 베리만이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89번째 생일(14일)을 맞이한 지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났다. 1944년 영화 ‘고통’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1956년 ‘한여름밤의 미소’가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인 1957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제7의 봉인’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이후에도 ‘산딸기’ ‘어두운 유리를 통해’ ‘침묵’ ‘페르소나’ ‘치욕’ ‘마적’ ‘가을 소나타’ ‘화니와 알렉산더’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작들을 남겼다. 특히 1982년 ‘화니와 알렉산더’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불후의 명작이 됐다.그는 영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 개인 삶에 있어서 신의 존재 여부와 구원, 예술가의 좌절과 예술의 무기력 등을 이야기했다. 내면의 심리상태를 초현실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그는 난해한 형이상학적 물음을 영화에 끌어들인 첫번째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편혜영 두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

    인간을 벗기고 벗기고 벗기면, 세상을 까발리고 까발리고 까발리면, 결국 어떤 모습일까. 모든 삶의 편린을 긁어모아 불구덩이에 던져 녹여내면 어떤 결정체가 남을까. 사랑·온기·희망 따위가 아닌 냉담·참혹·절망이 아닐까. 작가 편혜영(36)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가 쥐의 배를 가르고, 역병 퍼진 도시에서 개구리를 낳은 임신한 누이. 동면중인 뱀을 잡아 가랑이에 집어넣거나, 올챙이가 든 줄 모르고 샘물을 마셔 구역질을 하는 상상. 전작 ‘아오이가든’을 온통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직조했던 편혜영이 두 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아오이가든’만큼 선혈이 뚝뚝 떨어지진 않으나, 익숙지 않은 이야기이긴 마찬가지다.“참신하지 않을 바에야 비유를 쓰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었다.”는 단편 ‘소풍’의 주인공 여자 말이 작가의 의중을 대변하는 듯하다.‘참신하고 섣부르지 않은’ 이번 비유에도, 역시 온기라곤 한 움큼도 없다.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 소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간다. 표제작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압류 집행인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소풍’의 ‘여자’는 수강생 수를 늘리기 위해 ‘주어와 서술어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글짓기대회 출품작을 써주며 한심해한다. ‘분실물’의 ‘박’은 생활에 쪼들려 남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를 보며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고,‘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엉덩이뼈에 금이 간 노모에게 월급 대부분을 보내며 ‘검고 푸른 곰팡이가 잔뜩 낀 집’에서 생활한다. 가까스로 버텨야 하는 일상은 그 자체로 공포다. 더 큰 공포는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이 가까스로 버텨온 일상마저 조각낸다는 깨달음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아이가 사나운 개에게 물어뜯긴 뒤 어쩔 줄 모르고, 애인과 여행을 떠난 ‘소풍’의 ‘여자’는 두 번의 교통사고 끝에 홀로 낯선 곳에 남겨진다. 승진을 위해 상사의 부정한 부탁을 대신해주던 ‘분실물’의 ‘박’은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이상한 증상에 빠지고, 늑대 사냥에 나선 ‘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한 남자를 늑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죽인다.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삶. 뚜렷한 삶의 목적도, 분노할 대상도 딱히 없이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일상.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가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는 작가의 시각은 어떤 기괴하고 엽기적인 묘사보다 훨씬 공포스럽다.‘사육장’ ‘동물원’ ‘도시’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다. 개에게 물린 아이를 살릴 병원조차 개 사육장 쪽에 있다(‘사육장 쪽으로’). 직업을 바꾼 후에도 동물원 시절 퍼레이드를 되풀이하는 이들에겐 동물원 밖도 여전히 동물원이다(‘퍼레이드’). ●‘끝장´을 웅변하는 듯 편혜영의 소설은 ‘끝장’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비유에서건 메시지에서건 ‘끝장의 끝’까지 내디딘 후에야 작가는 꽁꽁 숨겨둔 희망의 싹을 틔워 올릴지 모르겠다.‘조금 덜 참신하더라도 조금 덜 기괴한 비유’와 ‘조급한 희망’을 애써 작가에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 편혜영 소설 속 세계가 거짓 이미지로 뒤범벅된, 실상과 허상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의 세계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부대 효과도 있다. 소설의 섬뜩함에 놀란 가슴, 현실의 끔찍함엔 무뎌질 테니!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정체모를 ‘작은 괴물’ 영국서 사진에 찍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이 우연히 사진에 찍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국언론 ‘디스이즈런던’이 30일 보도한 이 사진이 찍힌 장소는 영국 다트무어의 한 언덕. 초등학생들의 소풍길을 찍은 사진에 우연히 정체불명의 검은 형상이 함께 찍혔다. 사진에 찍힌 동물의 크기는 조금 큰 애완견 정도. ‘정체불명’이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거대한 동물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진을 찍은 마틴 위틀러는 “처진 꼬리와 마른 몸이 마치 작은 당나귀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어 “인기척을 느끼자 매우 놀라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거친 바위 사이로 뛰는 모습은 꼭 고양이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작은 동물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다트무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옥의 사냥개’ 전설 때문. 한 지역 주민은 사진을 보고 “눈조차 보이지 않는 짙은 검은 털과 빠른 몸놀림이 전설 속 사냥개의 축소판”이라며 놀라워했다. 일부 주민들은 “야생 개나 고양이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으나 영국 맹수연구협회 마크 프레이저 연구원은 “생김새로는 오소리와 작은 곰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 낯설고 새로운 동물”이라며 “개나 고양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강유정의 영화in] 폭력의 역사

    [강유정의 영화in] 폭력의 역사

    지루한 오후 두 명의 남자가 낡은 차 주변을 얼씬거린다.“어, 물이 떨어졌네. 가게 뒤편에 가면 정수기 있더라, 물 떠오지?” 다른 한 남자가 빈 물통을 들고 가게 안을 향해 간다. 남자의 뒤편에 카메라의 여백이 따라온다. 난자된 남녀의 시체가 있다. 방문이 빼꼼 열리고, 아이는 겁에 질린 채 물을 뜨는 남자를 쳐다본다. 울듯 말듯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를 달래는 남자, 하지만 다른 손에는 총이 들려 있다. 고요한 정오의 살해로 시작되는 이 영화,‘폭력의 역사’는 ‘폭력’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인간의 다중성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다중성을 이해하는 핵심으로 ‘폭력’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폭력은 인간의 변형된 한 형질이 아니라 깊숙이 잠재하는 인간적 본성인 셈이다. 너무나 평범한 한 가정을 공들여 제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주인공 톰 스톨은 특별할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리만치 평범한 보통 남자다. 아내와 두 아이가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우연처럼 사고가 발생한다. 앞서 보았던 그 살해범들이 가게를 침범해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톰 스톨은 뛰어난 반사능력으로 이들을 제압한다. 제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아예 없애 버린다. 강간당할 뻔한 여직원과 가게 안의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한 영웅으로, 탐 스톨은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런데 이 유명세는 이상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그를 ‘조이’라고 부르며 접근하는 외눈박이 남자가 일상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의 조용한 집, 톰 스톨의 가정을 떠도는 외눈박이 남자는 톰 스톨 안에 내재해 있는 폭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 본성이 자신의 안에 있음에도 외부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누군가 자신을 침범할 때에야 비로소 발현되는 보호본능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어떤 점에서 톰 스톨의 폭력성은 국수적으로 변해가는 세계 정세의 반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국가, 자신의 민족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정당성 삼아 훨씬 더 큰 폭력을 행사한다. 가정이나 국가와 같은 대의 명분으로 끔찍한 폭력은 정당화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녀석들과의 마찰을 피하는 아들의 행보가 비겁함으로 회자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아들은 상대방의 코뼈를 무너뜨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그렇게 폭력을 통해 존재가 증명된다. 다중 인격자로 묘사되는 톰 스톨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집밖에서 총을 휘두르고 사람을 죽인 후 말끔한 모습으로 식탁에 돌아와 식사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톰 스톨은 다중인격자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에 9개쯤 되는 다중 인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폭력 본능을 깨울 사건과 조우하지 못했을 뿐 그것은 뜨거운 마그마처럼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 이 불편한 제안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연출력 덕분에 설득력 있는 심리학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형편없는 본성에 관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어느 새 경지에 올라선 듯하다. 영화평론가
  • 공포 이상의 공포가 당신을 옥죈다

    공포 이상의 공포가 당신을 옥죈다

    1942년 일제치하 경성의 한 서양식 병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담은 공포물 ‘기담’과 수술 중 각성이란 생소한 소재로 눈길을 끄는 미스터리 스릴러 ‘리턴’. 불볕더위를 식혀줄 ‘섬뜩한’ 영화 두 편이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새달 한 주 상관으로 선보일 이 영화들은 사뭇 닮은 꼴이어서 눈길을 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이 배경이고, 주인공도 각각 4명으로 똑같다. 두 영화 모두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이지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공포·스릴러물의 홍수 속에 제대로 된 영화에 목마른 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줄 만하다. ●따스함 뒤에 오는 섬뜩함 ‘기담’은 고급스럽다. 온몸의 솜털이 쭈뼛 일어나고 ‘악’소리 나도록 무섭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빼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기담’은 을씨년스럽지 않다. 주요 배경이 되는 ‘안생병원’의 분위기는 너무나 아늑하다. 화면은 밝고 따스한 색채로 넘쳐나고 의상에서 소품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배어나온다. 이 의도된 따스함은 공포의 체감지수를 높이는데 단단히 한몫 한다. 아름다움이 짙어질수록, 화려함이 만발할수록 비명과 전율의 강도도 더욱 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3개의 기이한 에피소드를 차례로 풀어 놓는다. 고아인 자신을 돌봐준 안생병원의 원장 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의대생 정남(진구)은 아름다운 여고생 시체에 홀려 매일밤 시체실을 찾는다. 어릴 적에 다쳐 다리를 저는 정신과 의사 수인(이동규)은 교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은 뒤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 아사코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병원 주변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가운데 외과의사 동원(김태우)은 밤마다 사라지는 아내 인영(김보경)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지독한 사랑에서 비롯된 공포를 주제로, 인물과 이야기가 교직되기는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큰 기둥 줄기는 없다.3색 공포를 맛보게 한다는 점에서 흠이 아니라 장점이다.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나눠졌다 포개지기를 거듭하는 전개 방식은 복잡하기는 하나 아드레날린을 지속적으로 샘솟게 하는 요소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하는 ‘정가형제’(정범식, 정식)의 신선하고 세련된 연출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하다. 특히 정남의 결혼 생활을 미닫이 문을 이용해 압축적으로 풀어놓는 장면은 압권이다.3개의 이야기 중 가장 무서운 것을 꼽으라면 단연 아사코의 악몽이 펼쳐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다. 올들어 나온 공포영화를 모두 합쳐도 상대가 안될 정도로 메가톤급이다.8월 1일 개봉,15세 관람가 ●나도 어쩌면…현실적 공포 수술대 위에 당신이 누워 있다. 의사들이 메스로 당신의 배를 가르고 전기톱으로 뼈를 절단한다. 그 순간 당신이 마취에서 깨어났다. 깨어 있지만 몸은 마비돼 당신의 고통을 알릴 수 없는 상태.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리턴’은 그 말 못할 고통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가 연쇄 살인범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귀신과 원혼이 날뛰어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이 제일 무서운 법.9살 나상우는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한다. 이후 잔혹하고 이상한 행동을 일삼던 아이는 마침내 자신을 수술한 의사의 딸을 죽이게 되고 가족들은 상우를 데리고 돌연 자취를 감춘다. 그로부터 25년 뒤. 외과의사 재우(김명민)는 어릴 적 친구 욱환(유진상)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는다. 의료 사고 때문에 협박에 시달리는 재우는 동료인 마취과 의사 석호(정유석), 정신과 의사 치환(김태우)과 수술과 관련해 마찰을 빚는다. 그의 주변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아내 희진(김유미)까지 희생당하자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나상우가 있다는 걸 깨닫고 그를 찾아 나선다. 역시 신인인 이규만 감독은 4명에게 공평하게 의혹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이야기를 쫀쫀하게 짜내는 예사롭지 않은 솜씨를 보여준다. 캐릭터 묘사도 자연스럽다. ‘사이코패스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그린 ‘검은집’의 전철을 밟지 않아 관객들로 하여금 제법 ‘머리 굴리는 맛’을 느끼게 한다. 여기다 영리하게도 끝까지 진짜 범인을 잘 숨겨 놓는다. 모처럼 반전의 묘미를 주는 스릴러다. 하지만 풀어놓은 보따리를 수습하느라 후반들어 구구절절 설명이 나오고 그 탓에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은 좀 아쉽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수술 도중의 각성을 묘사한 부분이다. 가위, 메스, 석션 등 의료 도구가 빚어내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수술 장면 위로 깔리는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은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8월 9일 개봉,18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삶의 찌꺼기 씻는 변방의 파도소리

    ‘언덕을 내려가면 서귀포 부두였다. 그 건너편에 폭낭(팽나무)이 우거져 있었고 거기에 당집이 있었다. 더 가면 백회가루를 만들기 위해 소라 껍데기를 태우는 곳도 있었다. 천지연 입구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새섬 앞까지 가는 길에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고래공장 건물과 작업장들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우리 어멍 또돗한 품, 서귀포 바다’(강영삼 지음, 지성사 펴냄)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지금도 서귀포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 서술한 고향에 대한 기록이다.‘육지말’로 ‘번역’하면 ‘우리 어머니 따뜻한 품, 서귀포 바다’가 되겠다. 서귀포 바닷가에 이런 저런 장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19세기의 생활상과 생활용품이 민속학의 연구 대상과 문화재로 각광받는 동안 20세기는 너무나도 흔하고,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요즘과 같은 추세라면 100년쯤 뒤에는 조선시대 것보다 오히려 20세기 후반기 생활상이나 유물이 희귀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민속학자들이 우려한다. ‘…서귀포 바다’는 전문학자가 아닌, 그저 고향바다를 사랑하는 이의 담담한 기록이지만, 언젠가는 서귀포 역사에서 공백이 될 수도 있었던 한 시기를 담은 민속지(民俗誌)로 높은 평가를 받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은이는 고래잡이라면 장생포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뭍사람들에게 서귀포 사람들이 기억하는 고래공장의 모습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고래공장은 일제 강점기에 세워졌는데, 이곳에서 1차 가공된 고래는 일본으로 보내졌다. 최근에는 일제의 포경선 침몰 추도 비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서북쪽의 한림과 동쪽의 성산포를 서귀포와 함께 수산기지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제주에서 호텔과 골프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재직하며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서귀포 바다에 뛰어드는 스킨스쿠버 애호가.‘…서귀포 바다’가 물 바깥 풍경은 때로는 풍경화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면 물 속 풍경은 훨씬 자세하고 사실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모자라는 정보를 보충하고자 옛날 기억이 또렷한 서귀포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고 한다. 특히 어부와 해녀 등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많이 반영했는데, 민속지로서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예를 들어, 지은이의 셋가시어멍(처의 숙모)은 78세로 여전히 해녀 일을 한다. 열살이 되기 전에 물질을 시작했으니 이력은 70년에 이른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팔장도까지 갔다가 광복이 되면서 돌아왔다. 팔장도(八丈島)는 도쿄에서 남쪽 태평양 방향으로 300㎞ 떨어진 곳이다. 이처럼 제주 해녀들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물론 러시아까지 진출해 물질을 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제주는 우리나라의 변방이고, 서귀포는 또 제주의 변방이라지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뛰어나고 만족스럽다.”면서 “이런 곳에 살면서도 입시공부와 PC방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서귀포 앞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은이가 생각하는 바다는 ‘어머니가 우는 자식을 품고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처럼 육지와 사람을 정화시키는 장소’이다. 하지만 “전에는 바다 굴 아래 보면 우럭이 앉아서 작살로 쏘기라도 할까봐 의뭉하게 히뜩히뜩 쳐다보았지만 이젠 안 보인다.”는 셋가시어멍의 아쉬움처럼 그 바다가 ‘인간들의 삶의 찌꺼기’로 지쳐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1만 7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28) 신윤복의 풍속화 ‘삼추가연’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28) 신윤복의 풍속화 ‘삼추가연’

    풍속화가로 유명한 혜원 신윤복은 화가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 신한평은 정조의 어용화사(御用畵師)였지요. 혜원도 뒤를 이어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관청인 도화서(圖畵署)에 들어갔지만, 언제인가 쫓겨났다고 합니다. 옛그림 연구에 업적을 남긴 동주 이용희 선생은 “혜원 풍속도는 그냥 풍속도가 아니라 여색도(女色圖)”라고 했습니다. 도화서에서 퇴출된 이유와 관계가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혜원의 풍속화에는 양반들의 허위의식에 대한 풍자적 야유가 실려 있다고 교과서에는 씌어 있지요. 하지만 혜원이 묘사한 에로티시즘은 누군가를 꼬집고 싶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뿐 자신을 포함하여 근대성에 눈떠가던 당시 도시한량들의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혜원은 태어나고 죽은 연대가 분명치 않습니다. 그저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반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요. 전통적 신분질서가 흔들리고, 경제력이 사회적 행세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시기입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은 양반의 위세보다는 중인의 돈이 더 큰 위세를 떨치고 있는 도시 뒷골목의 분위기를 30점의 풍속화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성문화의 개방추세는 풍속화 뿐 아니라 각종 문학작품에도 다투어 등장하지요. 특히 1809년(순조 9년) 씌어진 애정소설 ‘절화기담(折花奇談)’은 혜원의 풍속화와 꼭 닮은 사회상을 그려냈습니다. ‘절화기담’은 이생이라는 선비가 우물가에서 순매라는 이웃집 여종에게 반해 요즘말로 ‘작업’을 하는 것이 기둥이 되는 줄거리입니다. 두 사람 말고도 남녀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할머니인 노구(老)가 등장하지요. ‘혜원전신첩’에 실려 있는 ‘삼추가연(三秋佳緣)’에도 젊은 남자와 어린 소녀, 그리고 노구가 보입니다. 노구는 순매를 소개해 달라는 이생의 부탁을 일단 거절하고는,“순매는 마음이 고귀하니, 그 뜻을 앗을 수 없는 것이 첫번째 어려움”이라면서 “약간의 돈을 맡기시면 일을 주선해 보겠다.”고 속내를 드러내지요. 혜원은 ‘절화기담’의 삽화라도 그리듯 노구를 간교하고, 불길하게 묘사해 놓았습니다. 왼쪽에 있는 젊은 선비는 저고리를 벗은 채 대님을 만지고 있는데,‘거사’를 위해 풀고 있는 장면인지, 일을 끝내고 묶고 있는 장면인지 미술사학도 사이에서는 내기가 벌어지기도 합니다.‘절화기담’에 힌트가 있는데, 이생과 순매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장면을 ‘일진일퇴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니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분 바른 뺨은 달아올랐다.’고 묘사했습니다.‘삼추가연’의 젊은 선비를 자세히 보면, 왼쪽의 뒷머리와 오른쪽에 보이는 귀밑머리가 온통 상투 밖으로 풀어헤쳐져 있지요. 혜원은 소녀의 자세에서도 정황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습니다. 노구는 속물스러워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앉음새만큼은 그런대로 단정합니다. 반면 소녀는 긴장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탓인지 속치마를 드러내고 거의 퍼질러 앉아있다시피하고 있지요. ‘삼추가연’은 ‘깊어가는 가을에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지만, 전체적으로 화폭에는 사랑의 기쁨이 아니라 성매매의 뒤끝에 남는 우울함이 배어 있습니다.200년전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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