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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시 형상 포착’ 中심령사진 진위 논란

    얼핏 강시로 보이는 흐릿한 형상이 포착된 사진이 진위 논란에 휘말렸다. “도시에 존재하는 강시”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란의 불을 지핀 이 사진은 한 여성이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에는 한 여성이 자동차 트렁크에 걸터앉아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 모습이 담겼는데 자세히 보면 자동차 오른쪽에 흐릿하게 형체가 비친다. 눈썰미 좋은 네티즌들이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밝게 하자 놀랍게도 강시를 연상케 하는 정체불명의 형상이 드러났고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강시는 중국 명나라 중엽부터 유행한 전설의 흡혈귀 겸 좀비로, 몸이 굳어 관절을 구부리지 못해 종소리에 맞춰 뛰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공포 영화의 주인공으로 단골 출연하는 강시는 주로 청나라 의복을 입은 남성으로 묘사된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사진을 찍는 여성을 응시하는 형체가 청나라시대 옷을 입고 있을 뿐 아니라 귀신처럼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심령사진이 확실하다.”고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사진 전문가들은 “포토샵을 이용한 조작 이미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촬영 과정에서 손이 흔들려 벌어진 우연일 수 있다.”고 ‘강시 출연설’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獨 대통령선거 불프후보 과반득표 실패 2차투표로

    獨 대통령선거 불프후보 과반득표 실패 2차투표로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보수연정의 지지를 등에 업은 크리스티안 불프(51) 니더작센 주지사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는 걸 알았을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불프 후보가 승리했다면 자신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를 극복하고 국정을 주도할 동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메르켈 총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의원 622명과 각 주의원 622명 등 모두 1244명으로 구성된 연방총회는 이날 베를린 국회의사당에서 신임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렀다. 메르켈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 자유민주당(FDP)과 논의해 불프를 후보로 지명했다. 이에 맞서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은 목사 출신 인권운동가 요하임 가우크(70)를 내세웠다. 집권 연정 소속 의원은 과반수가 넘는 644명. 하지만 선거 결과 불프 후보는 600표만 얻는 데 그쳤다. 가우크 후보는 499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선거결과를 “깜짝 놀랄 만한 일”로 묘사하면서 메르켈 총리 진영에서 반란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달 나온 여론조사에서 기민당 지지율이 30%로 최저를 기록했을 때 이미 반란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선거가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데다 일부 집권당 소속 대의원들이 이미 가우크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혼란만 늘었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다. 빌트는 “1차 투표 결과는 집권연정을 구성하는 양대 정당인 기사당과 자민당이 더이상 ‘연합’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2차 투표에서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득표한 좌파당 루크 요힘젠(74) 후보가 얻은 126표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독일 유권자의 48%가 만약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반면 임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면서 “가우크 후보가 2차 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는 메르켈 정부엔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선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외국에 독일군을 파병하는 것은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월31일 사임하면서 실시됐다. 5년 임기의 독일 대통령은 상징적·대외적 국가원수로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하지만 법안과 국제 조약 등에 대해 최종 서명권을 갖고 있는 데다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누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 결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강력한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국가 중대사에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어릴적 고향 얘기 이제 그만할래요”

    “어릴적 고향 얘기 이제 그만할래요”

    그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는 여러 이유로 독서의 집중을 방해한다. 담임 선생과 부잣집 아이가 반장인 자신을 빼고 작당 모의를 할까봐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바지에 똥 싼 이야기며, 개똥에 돼지 쓸개까지 갈아넣어 만든 것을 동네 할아버지에게 불로장생약이라고 먹인 이야기, 갈치 몇 토막으로 과부 인심 얻으려다 망신당한 동네 유부남 이야기 등은 책으로 얼굴 가리며 낄낄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한때 박치기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가 이제는 알츠하이머에 시달리고 있는 퇴역 레슬러와의 만남, 20년 전 유족도, 남도 아닌 채 연인을 떠나보내고 검은 상복을 입었던 대학 시절 여자 선배의 기억, 치매에 시달리고 있는 어머니 얘기 등은 먹먹하게 퍼지는 울림에 잠시 책을 덮고 먼산을 바라보도록 한다.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채만식문학상, 무영문학상, 민족문학연구소 올해의 작가상 등을 받은 17년차 소설가 전성태(41)가 유쾌하면서도 가슴 저릿해지는 산문집 ‘성태 망태 부리붕태’(좋은생각 펴냄)를 내놓았다. 좋은생각 웹진(www.positive.co.kr)에 올해 초까지 일곱 달 동안 연재한 글을 묶었다. ‘개똥 든 불로장생약’을 먹은 할아버지가 불렀던 어린 시절 별명을 그대로 제목 삼았다. 부제는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다. 28일 서울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성태는 “어머니, 할머니, 동네 이웃 등 함께 지낸 사람들이 만들었고, 그것을 그냥 옮겨 적었다.”면서 “잃어가던 기억을 되찾는 시간이었고 독자들과 함께 공감,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까마득한 남쪽 바닷가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성리다. 이름 바꾸기 전에는 귓등마을로 스무 집 남짓 모여 사는 곳이었다. 고갯길 지나던 트럭에서 훔쳐낸 연탄을 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으니 문명과 떨어진 거리감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전성태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슷한 세대들보다는 열댓 살 윗줄 선배들과 기억을 공유할 때가 많았다.”면서 “작가가 되고 나서야 느꼈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소설적 자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으로 충분히 풀어냈겠건만, 기자들과의 만남 내내 그의 이야기 보따리는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갯벌에서 축구하던 얘기, 자책골 넣고 동네 형한테 귀싸대기 맞은 일 등…. 해학적이면서도 민중적인 묘사와 문체는 여전하건만 그동안 그가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선 굵은 서사, 민중들에 대한 진지한 애착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김일, 유제두, 백인철 등 고흥 출신 스포츠 영웅들과 교직하는 한국 현대사, 슬픈 지역사를 장편소설로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산문집으로 고향 얘기, 어릴 적 얘기는 그만하고 좀 더 본격적으로 소설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킥 오프’ 아이들 축구를 통해 본 이라크 난민의 비극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우리의 생각 중 편견이 아닌 게 있을까? 베를린장벽이 사라진 뒤 미국은 최악의 위협으로 중동을 지목했고, 세계를 지배하는 기독교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왜곡해온 이슬람 이미지로부터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4년 전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가 한국에서 개봉됐을 때 신기하게 여겨졌던 것도 그런 탓이다. 축구에 열광하는 여자아이들이 월드컵 예선전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축구장을 찾는다. 그러나 금녀의 공간인 축구장에 진입하려는 소녀들은 약식 구치소에 감금되고 만다. 소녀들에게서 차도르를 입은 음습한 이슬람 여성만을 연상하는 타인들 앞에, 파나히는 보란 듯이 자국 여성들의 현실을 드러냈다. ‘오프사이드’에 견주어 볼 때 ‘킥 오프’는 더 낯선 영화다. 전쟁과 테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라크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이 땅에 도착한 게 우선 기념할 일인데, 더욱이 영화의 소재가 순박한 아이들의 축구경기란다. 혹시 월드컵의 열기에 슬쩍 편승하려는 영화가 아닐까 의심했다면 오산이다. ‘킥 오프’는 바야흐로 상업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축구의 황금빛 세상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작품이다. ‘오프사이드’가 축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란 여성의 진실에 도달한 것처럼, ‘킥 오프’는 축구를 빌려 일상이 되어버린 비극을 묘사한다. ‘킥 오프’의 무대는 이라크 키르쿠크의 거대한 스타디움이다. 경기장의 위용은 번창했던 과거를 증언하고 있지만, 전쟁으로 파괴돼 황폐한 그곳은 어느덧 난민들의 보금자리로 변했다. 판잣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트랙 주변, 아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한 버려진 공간, 교실로 기능하는 관람석 모퉁이 풍경은 난민들의 초라한 생활을 대변한다. 주인공 아수는 축구경기를 흥겹게 관람하는 아이들을 보고 민족 간 축구경기를 꿈꾼다. 아랍인·쿠르드인·터키인·아시리아인 축구단을 모아 가까스로 경기를 개최한 것까진 좋았으나,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난다. ‘킥 오프’는 이슬람 노파의 오열로 시작한다. 축구영화의 도입부로 어울리지 않는 짧은 삽입장면은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본래 의미를 찾는다. 그곳의 사람들은 매일매일 슬픔을 견디면서 살아야 하며, 죽음이라는 이름의 불청객은 눈물과 한탄을 익숙한 구경거리로 만든다. ‘킥 오프’는 이라크가 아시안컵 우승을 거둔 2007년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환호하는 인파 사이로 폭탄 테러가 벌어졌고, 결국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외세의 침략도 모자라, 사람들은 서로 착취하고 테러를 자행했던 것이다.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아수의 동생은 어린 나이에 자살을 시도하고, 어린아이들의 웃음을 사랑했던 아수 또한 가혹한 운명에 처한다. 그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라고 묻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마약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악당이 되지 않고서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그곳에서 그들은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가난한 얼굴은 위대해 보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킥 오프’는 그 얼굴들에 바치는 눈물겨운 위안이다. 영화평론가
  • ‘나쁜 남자들’ 웃고 ‘웃기는 남자들’ 울고

    ‘나쁜 남자들’ 웃고 ‘웃기는 남자들’ 울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시청률이라고 하지만 2010년 상반기 방송가는 어느 때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많이 터져나왔다.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기존의 흥행 공식만을 답습한 경우는 여지없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인식된 톱스타도, 전편의 화려한 명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전 거듭한 안방극장 신년 벽두부터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KBS 수목 미니시리즈 ‘추노’. 톱스타들이 나오거나 기존의 궁중사극도 아니었지만 노비를 주인공으로 한 ‘길거리 사극’이 오히려 신선함을 줬다. 특히 ‘추노’는 ‘다모’의 계보를 잇는 스타일리시 사극으로 명품 대접을 받았다. 영화용 카메라로 촬영한 세련된 영상미와 화끈한 액션은 모처럼만에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당겼고,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는 ‘추노꾼’들은 여심까지 사로잡았다. 거센 남자들의 질주는 ‘나쁜 남자’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이선균은 까칠하고 마초적인 셰프 최현욱 역을 맡아 극 초반의 ‘비호감’ 위기를 극복하고 일과 연애에 카리스마까지 있는 남자로 뒷심을 발휘했다. ‘선덕여왕’ 이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던 월화극에서는 KBS ‘공부의 신’이 의외의 안타를 쳤다. 꼴찌들의 명문대 입학기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와 1등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부 비법’ 전수라는 실용적(?)인 소재로 10대 학생과 40대 학부모의 인기를 동시에 누렸다. 수목극 시장에서도 반전은 계속됐다. KBS ‘신데렐라 언니’는 해당 방송사에서도 흥행을 자신하지 못했으나 문학적인 대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라는 아날로그적 가치를 되새기며, 화려한 스케일과 빠른 전개에 매몰되는 듯했던 TV 드라마에 급제동을 걸었다. 제목부터 노골적인 SBS 수목극 ‘나쁜 남자’는 극 초반 김남길, 한가인 등 스타 이름값에 의존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고정팬을 늘려가고 있다. 상반기를 마감할 즈음,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도 동성애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보수적인 안방극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내우외환’ 시달린 예능프로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적 이슈로 얼룩졌다. 천안함 사태, 방송사 파업, 정치권 외압 등으로 장기 결방되거나 폐지되는 프로그램이 많아 웃음의 본질적 의미에서부터 예능 프로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프로그램 형식 면에서는 몇 년째 이어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강세가 계속됐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예능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시청률 40%를 돌파했고, 평균 나이 40.6세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남자의 자격’ 역시 방영 1주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소리없이 사라진 프로그램도 많았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TV 예능프로의 잦은 결방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았다. SBS ‘골미다(골드 미스가 간다)’, ‘절친노트’, MBC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 등이 대표적이다. KBS ‘상상 더하기’나 ‘달콤한 밤’처럼 비슷한 형식을 반복하다 식상함을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예능과는 별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정치적 외압설도 상반기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 방송인 김제동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녹화까지 마쳤으나 끝내 전파를 타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고, 국회에서 대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을 받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도 결국 폐지됐다. 물론 해당 방송사는 외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시청자들에게 남긴 것은 ‘씁쓸한 미소’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여론을 잘 반영하는 기사 보고싶어/유명진 이화여대 불문과 4년

    [옴부즈맨 칼럼] 여론을 잘 반영하는 기사 보고싶어/유명진 이화여대 불문과 4년

    2010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화두는 단연 부부젤라가 아닐까 싶다. 일정한 박자나 리듬 없이 수많은 부부젤라가 모여서 내는 굉장한 소음은 경기를 시청하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실 이러한 ‘소음’이 우리 사회에도 있다. 질서 없이 밀려 들어오는 수많은 여론의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부부젤라의 웅웅대는 소리처럼,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면 이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신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뜨거운 여론의 이면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부젤라의 시끄러운 소음을 단순하게 축소하거나 삭제해 버리는 태도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부부젤라를 불면서 응원을 하는 남아공 사람들의 열정이나, 그들의 정서를 먼저 읽어서 전달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시간이 제한된 방송 뉴스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세세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신문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정말 기사에서 여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건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그 이면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건을 겪어 낸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는 어떠한지가 궁금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신문이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다양한 면에서 기획·보도한 한국전쟁 관련 기사는 의미가 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은 시대적·역사적으로 너무나 먼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시의성이나 현장감 묘사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낸 많은 인물들을 취재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녹여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기사였다. 한국 전쟁에 관련된 러시아·중국·일본 학자들의 글은 역사적 사실을 좀더 세계적인 눈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푸른 눈 노병 세 번 울었다’ 기사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의 이야기, ‘금순 할머니들의 특별한 6·25’의 실향민 ‘금순 할머니’들의 모습, ‘부산항 목숨 걸고 지켰지만 아무도 기억 못 해’에서 읽을 수 있는 참전군인들의 실감나는 전쟁 경험담, ‘천안함, 60년전 보는 듯…한국 지켜낸 건 트루먼’에서 다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장의 목소리까지, 전쟁을 겪어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서울신문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를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담아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직접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젊은 학생, 군인, 실향민이나 참전 군인들의 가족들이 생각하는 전쟁의 의미까지 귀 기울여 들어봐도 좋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조금 더 현 시대를 직시할 수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현 시점의 이슈를 다루는 데에도 다양한 취재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서울신문은 23일, 세종시 수정안 부결 기사를 통해 수정안이 부결된 이유를 분석하고, 기업과 학교·정치계의 목소리를 두루 실었다. 1면 ‘갈팡질팡 세종시 모두가 패자였다’라는 기사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2·3면에 기업이나 대학, 여당·야당의 의견을 담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냈지만 실상 지역 주민들이 어떤 점을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정안이 부결된 시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감정이나, 세종시 대상 지역의 분위기에 대한 것도 궁금하다. 부부젤라의 소음처럼 많은 이해관계가 연결돼 있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사건, 사고를 전달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다. 여론이라는 것은 넓게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목소리로 보이겠지만, 그 개개인의 사연과 표정을 읽어 보면 각자의 사연과 목소리가 있다. 그 깊은 정서를 끌어내는 것이 기사를 깊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서울신문이 더 많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주기를 바란다.
  • 男과 男···그들도 사랑입니다

    男과 男···그들도 사랑입니다

    올 상반기 드라마 최고 화제의 커플, 가장 잘 어울리는 ‘남(男)·남(男) 커플’ 1위…. 이들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다양하지만, 의미는 그 이상이다. 안방극장을 강타한 SBS 주말연속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송창의(31)·이상우(30) 커플을 경기 고양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월드컵 중계로 한 달 가까이 결방됐다가 지난 주말 다시 방송을 재개한 때문인지 두 사람의 얼굴이 유난히 더 반가웠다. ●가슴아린 동성애 연기로 논란 한복판에 드라마(작가 김수현)는 변방에 머물러 있던 동성애 코드를 정면으로 끄집어냈다. 회가 거듭될수록 성적 소수자들의 아픔을 절절하게 묘사한다는 호평과 안방극장에서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충돌했다.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송창의와 이상우는 오히려 담담하고 평온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논란을 의식했다기보다 배우 스스로 도전해 볼 만한 연기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연기하는 사람이야 배역에 몰입하면 된다지만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일까 봐 솔직히 걱정도 됐어요.”(송창의) “저는 역할을 처음 제안받고 전혀 망설이지 않았어요. 상대가 여배우에서 남자배우로 성별만 바뀌었을 뿐, 멜로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연기를 하다보니 제 생각과 다른 부분도 많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싶었죠. 다행히 창의 형이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이끌어줘요. 이럴 땐 한 살 어린 게 속편해요. 하하”(이상우) ●송창의 “커밍아웃 장면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어” 극중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은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애틋하지만, 자신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커밍아웃(공개 선언)하면서 격랑에 휩싸인다. 특히 20회에서 태섭이 어머니에게 “저요, 동성애자예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게 저예요.”라며 고통스러운 눈물을 쏟아내자 안방극장도 함께 요동쳤다. “커밍아웃하는 장면은 연기자로서도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대본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도 함께 울었는데 그만큼 그 연기를 잘해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동성애자들은 그 상황이 말도 못할 정도의 고통이라고 하더군요. 방송이 나간 뒤에 그분들도 제 연기를 잘 봤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힘든 역할이지만 짐을 잘 짊어졌다는 생각도 들고요.”(송) “오히려 극 초반에 태섭과 경수가 서로를 간절하게 바라보던 때가 더 연기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요즘은 밝은 장면이 이어지는데 남자끼리 서로 웃고 바라보는 사랑 연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남들이 다 웃고 좀 간지럽더라도 우리끼리는 최대한 몰입해서 진지하게 연기하자고 늘 얘기해요.”(이) 군대를 다녀온 시기도 비슷하고 그동안 거쳐온 작품의 색깔도 비슷하다는 두 사람. 하지만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모태 청순’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극중에서 차분한 연기를 선보이는 송창의는 무척 활발하고 외향적이다. 사랑을 위해 부모자식을 포기할 정도로 과감한 인물을 연기하는 이상우는 의외로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다. ●이상우 “동성애 코드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실제 성격은 장난기도 많고 활발하지만 본의 아니게 ‘모범생 이미지’가 생겼어요. 공황 장애를 앓는 엘리트(드라마 ‘황금신부’)나 억울한 누명을 쓴 동생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검사(‘신의 저울’) 등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을 주로 맡았거든요.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드라마에 사회성이 반영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송) “극중 경수는 참 대단한 사람이죠. 분명히 자신도 속으론 괴로울 텐데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거든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버리고 태섭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기 때문이죠. 아마 저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이) 보수적인 안방극장이 성적 소수자에게 주목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여성팬들의 인기는 잠시 접어둬야 할지 모르지만, 송창의와 이상우가 연기자로서 성숙해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가족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센’ 역할이지만, 분명 현 시점에서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저도 작품을 하면서 이런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동성애 문화를 선도한다기보다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올 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해지고 의식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송) ●실제 성격 정반대… 이상우 한때 개그맨 꿈꿔 “국내 주말극에서 동성애가 정식으로 다뤄지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그럴 만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흐름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어서 좋습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주말극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배들의 연기를 배울 수 있거든요.”(이) 인터뷰를 끝낼 즈음, 이상우가 “고 이주일 선생님을 존경해 중학교 때 개그맨을 꿈꿨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송창의가 “역시 상우는 4차원”이라며 크게 웃었다. 드라마를 통해 든든한 친구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우리고장 최고]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우리고장 최고]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선사시대 유적지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반구대암각화는 수직의 거대한 바위면(높이 3m, 폭 10m)을 쪼아 각종 동물과 도구, 사람 얼굴 등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선사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유적지다. 학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대 박물관이 조사한 결과 고래와 거북, 사슴, 호랑이, 새, 멧돼지, 여인상, 배, 작살, 그물 등 모두 296점이 확인됐다. 높게 평가되는 작품은 58점의 고래그림. 새끼 밴 고래를 비롯해 향유고래, 흰수염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사냥 기술도 묘사돼 주목받고 있다. 대니얼 호비노 국립파리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저술 ‘포경의 역사’에서 “반구대암각화는 최초로 거대한 고래들을 표현한 매우 드문 그림이고, 흥미로운 고래사냥 방법을 소개해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알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그림 자체가 갖는 가치와 ‘반구대’(盤龜臺·산세가 거북 모양임)로 불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반구대암각화에서 대곡천 상류를 따라 1.5㎞를 올라가면 선사시대에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하학적 무늬의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도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울산시는 2008년 울산암각화박물관을 세웠다. 반구대암각화 입구에 있는 박물관은 전시자료 311점과 학예인력 1명, 전시시설, 수장고, 사무실, 연구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반구대암각화 및 천전리각석의 실물모형과 암각화 소개 영상시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모형, 어린이전시관, 가족체험시설도 있다. 박물관 광장에는 국내·외 유명한 암각화 모형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동북아 암각화 연구 메카 울산박물관추진단(단장 김우림)은 “울산암각화박물관은 반구대 및 천전리 암각화의 자료수집·데이터베이스화, 전시와 연구, 국내외 박물관과의 교류 등으로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암각화 전문 전시, 교육·연구의 메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400여명이 다녀갈 정도다. 한편 반구대암각화는 훌륭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대곡천에 상수원댐이 건설돼 자주 침수되는 수모를 겪었으나 최근 정부와 울산시,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에 수문을 달아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게 수위를 조절키로 하면서 영구적으로 수면 위로 나오게 됐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올 하반기 女패션 트렌드 세련된 밀리터리룩으로

    올 하반기 女패션 트렌드 세련된 밀리터리룩으로

    1980년대 최고의 아이돌 ‘소방차’가 유행시켰던 승마바지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손에 의해 다시 여성들의 다리를 장식할 것인가. 24일 서울 신사동 갤러리 LF에서는 올 가을·겨울 패션 유행을 내다볼 수 있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전시·설명회와 약식 패션쇼가 열렸다. 디오르가 선보이는 가을·겨울 패션은 ‘여성스러운 밀리터리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에드워드 7세 때의 속옷과 20세기 초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이 대거 등장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입었음 직한 가죽 코트나 양피 재킷이 여성스럽고 가볍게 변신했다. 특히 디오르 특유의 레이저 기술로 가죽에 레이스처럼 구멍을 내 장식한 가죽 원피스와 드레스 등은 우아하고도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존 갈리아노에게 영감을 준 것은 프랑스 화가 들라쿠르아의 프랑스 혁명을 묘사한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이탈리아 감독 루치노 비스콘티의 영화 ‘지옥에서 떨어진 용감한 자들’. 들라크루아 그림 속의 여신이 걸친,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누더기에 가까운 원피스는 비대칭 주름의 드레스로 재탄생했다. ‘지옥에서 떨어진 용감한 자들’은 나치 때문에 멸망하는 부유한 철강 실업가 가족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선보인 방탕하고 화려한 스타일은 퇴폐적 느낌이 나는 디오르의 드레스로 거듭나 세계대전 이전 유럽 상류사회의 세련미를 자랑한다. 가죽 또는 스웨이드로 만들어진 승마바지는 주름장식이 많이 달린 블라우스와 종아리에 착용하는 니트 워머, 부츠 등과 함께 입으면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존 갈리아노는 이번 가을·겨울 패션 경향에 대해 “프랑스식 로맨티시즘의 영웅적 정신과 프랑스 디자이너였지만 영국풍의 트위드를 사랑했던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의 전통을 따라 연인이 입을 법한 패션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實錄, 한국전쟁] 이승만 휴전반대·북진통일 주장… 美 친위쿠데타 검토

    [實錄, 한국전쟁] 이승만 휴전반대·북진통일 주장… 美 친위쿠데타 검토

    한국전쟁의 발발과 전개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떻게 평가받을까. 북진통일을 외친 이승만은 한국전쟁 발발을 논하는 장에서 반짝 등장하지만, 한국전쟁 과정에서는 언급이 미미하다. 존재감이 없다. 러시아나 중국, 심지어 미국 자료들도 한국전쟁의 주역으로 이승만을 취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을 지배하고 있던 남한 정부와 이승만은 단지 전쟁을 획책한 북한 김일성과의 비교 대상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휴전협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승만의 극렬한 휴전반대가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 시기 평양과 모스크바, 베이징 그리고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오간 각종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승만’이라는 이름 석 자의 등장 빈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특히 1953년 6월18일 반공포로 2만 7000명의 전격적인 석방이 준 충격파는 컸다. 휴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평양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아침에 면도하다 이 소식을 보고받고 얼굴을 벨 정도였다. ●‘미국의 남자’ 이승만 美와 애증 미국은 진퇴양난이었다. 미국 국내의 들끓는 휴전여론과 달리 중국과의 휴전협상은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한국정부와의 관계는 이승만의 휴전반대로 말미암아 담벼락 위를 걷는 아찔한 상태였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간행한 ‘한국전쟁’에 따르면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이승만 정부의 자세와 행동이 특별히 어려웠다. 이러한 것들은 회담에 역기능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협상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떤 점에서 이 대통령의 조치는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적 입장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승만은 어떤 종류의 휴전협정도 반대했다.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오로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원했다. 그는 ‘중국군의 완전한 철수, 북한 공산당 해체, 인민군 무장해제’ 등을 협상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승만은 1951년 7월 “유엔군이 한국의 분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 달라.”라는 서한을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루먼은 이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답신을 보냈다.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합참보고서는 1952년 초 뉴욕 출신의 저명한 천주교 인사인 스펠만이 한국을 방문, 무초 미 대사와 벤플리트 8군 사령관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승만이 “미국의 모든 천주교인이 한국에 휴전이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정보를 싣기도 했다. 미국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였다. 미국이 한국의 지도자로 선택한 ‘가장 미국적인 한국인’인 이승만은 그를 키워준 미국을 거역하고 있었다. 소련이 김일성을 북한지도자로 지목한 것처럼 이승만도 미국에 의해 선택되고 키워졌다. 이 시기 이승만을 묘사한 미국 측 자료는 온통 노회, 변덕, 아집, 독선 같은 단어로 도배돼 있었다. 전쟁발발 이전 이승만을 접촉한 한국주둔군 사령관 하지는 “솔직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야비하고, 부패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악평했다. 이승만을 바라보는 미국의 우려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승만은 ‘미국의 남자’였다. 1905년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선발돼 백악관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방문해 인연을 맺었다. 미국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중단할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랐지만, 그때 이미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맺으려고 작업 중이었다. 서로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약이었다. 이승만은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하고 나서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훗날 대통령이 된 윌슨의 제자가 됐다. 윌슨은 이승만을 ‘미래 한국의 독립을 위한 구세주’라고 부추겼다. 이승만은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파리평화회의에 참석하려 했으나 미 국무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다. 이승만과 미국은 애증의 관계였다. 미국 지도부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기독교인인 이승만이 미국식 종교와 정치 기조를 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승만의 마음속에는 미국에 대한 배신과 위선, 불신의 불씨가 자라고 있었다. ●이승만 ‘북진통일’ 정치적 구호 이승만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인 ‘북진통일’은 남한주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호응을 받았지만 득보다 실이 컸다. 김일성의 남한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구실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스탈린으로부터 원조받은 무기와 군수물자로 완전무장한 북한 인민군과 비교하면 남한의 군사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쟁발발 당시 한국군은 자신을 지키기에도 역부족인 상태였다. 전쟁 열흘 전인 1950년 6월15일 미 국방부에 보고된 군사고문단 보고서에는 ‘한국군은 가까스로 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비와 무기 대부분은 쓸모가 없었고, 방어능력도 기껏 보름 정도’라고 기술돼 있다. 실제 인민군이 보유한 소련제 T34전차의 위력 앞에 한국군은 맥없이 무너졌다. 구형 바주카포는 무용지물이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준비한 김일성의 남침에 비해 이승만의 북진통일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 한국전쟁은 이승만의 의도와는 달리 종결을 향해 달려갔다. 미국 공화당이 1952년 7월 아이젠하워를 대통령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대세는 군사적 종결이 아닌 정치적 종결, 즉 휴전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후보자 아이젠하워는 같은 해 10월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명성을 걸고 한국전쟁을 조기에 명예롭게 종결짓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일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하워가 당선됐다. 그는 12월2일 극비 한국방문길에 올랐다. 미 행정부 수뇌부는 남한의 정치적 위기는 전적으로 이승만으로 말미암아 일어났다고 여겼다. 이 같은 위기가 휴전협상뿐만 아니라 38도 상에 진행되고 있는 군사작전마저도 위협한다고 보았다. 실제 이승만은 1952년 국회 간선을 통한 재선이 어렵게 보이자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이른바 ‘발췌개헌’을 꾀했다. 임시수도인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대파를 제거했다. 한국군 전투부대를 철수시켜 계엄군으로 사용하려 했다. 이종찬 육군참모총장이 나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의 군대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이승만은 막무가내였다. 전쟁을 끝내고 싶은 미국에 이승만은 골칫거리였다. 1953년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지만, 미국과 이승만 정부와의 사이는 또 다른 고비를 향해 뒤틀려 갔다. 이승만은 4월5일 “판문점에서 무엇이 일어나든 관계없이 우리의 목표는 똑같다.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는 한국을 남으로부터 압록강까지 통일시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승만은 아이젠하워에게 “유엔군사령부가 중국군이 압록강 이남에 잔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한국군을 유엔군사령부에서 철수시킬 것이며 단독으로 싸울 것”이라는 내용의 최후 통첩장을 보냈다. ●아이젠하워 한때 李 제거 계획 워싱턴은 이승만을 휴전협상의 훼방꾼이자 위협세력으로 간주했다. 특유의 허세라고 판단하면서도 극단적인 조치로까지 몰고 갈 것으로 예측했다.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승만은 클라크 사령관과의 회담에서 “당신들은 모든 유엔군, 모든 경제원조를 철수시킬 수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의존한 것이 우리의 실수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협력하겠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면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승만은 6월6일 ‘선(先) 한미방어조약 체결, 후(後) 유엔군과 공산군의 상호철군’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반쪽 휴전이나 평화보다는 싸움을 택한다.”라는 예의 벼랑 끝 외교전을 펼쳤다. 클라크 사령관은 “이 대통령은 송환 불원 한국인 포로를 경고 없이 석방할 수 있다.”는 예언에 가까운 메시지를 워싱턴에 보냈다. 포로경비부대 대부분이 한국군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유엔군은 이를 막을 수단이 없었다. 클라크 사령관의 예언대로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석방하자 아이젠하워는 이승만 제거를 검토했다. 미국 수뇌부는 당시 한국에 임시군사정부를 수립하는 극비의 군사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공포로 석방 다음날인 6월19일 자 미국 국가안보회의 비망록에 따르면 아이젠하워는 “위험을 없애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은 쿠데타”라면서 “이는 확실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군사자문 기구인 합참은 1952년부터 쿠데타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합참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은 6월27일 벤플리트 장군에게 이 계획을 통보했다. 한국육군과 참모총장은 유엔군사령부에 충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밀해제된 미국 합참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을 어떤 구실을 붙여 서울로 초대한다. 유엔군사령부가 부산으로 이동하여 주요 지지자들을 체포하고, 주요시설을 방호하며 한국육참총장을 통하여 기존 계엄령을 장악한다. 이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종결토록 요구한다. 만일 거부하면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한 채 연금하고, 요망되는 포고령은 협조적인 것으로 예상하는 국무총리가 발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李 재선 이후 美와 화해모드 다행히 워싱턴의 친위 쿠데타계획은 불발됐다. 현실론을 내세운 참모들의 설득으로 강력한 경고수준에서 그쳤다. 한국 국회도 대통령 직선제 헌법개정을 승인했다. 계엄령은 해제됐고 이승만은 제2대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화해모드로 전환됐다. 미국은 손을 들었다. 미국은 휴전동의를 얻고, 이승만은 그 대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보호우산을 제공받는 선에서 양국의 갈등은 마무리됐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의 통일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계속 추구한다. 휴전협정 수락 직후에 상호방위조약을 협상한다. 전후 경제원조를 계속한다.”라는 세 가지 조치를 약속했다. 이승만은 극단적인 휴전반대와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허물도 컸지만,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주춧돌을 놓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전쟁의 산물인 한·미동맹은 단순한 양자동맹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지역동맹”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를 저지하고, 중국을 봉쇄하면서, 일본을 견제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동맹이라는 것이다. 노주석 논설위원·윤샘이나기자 joo@seoul.co.kr
  • 병사의 불안한 초상·편지·유품… 전쟁 흔적 그대로

    병사의 불안한 초상·편지·유품… 전쟁 흔적 그대로

    “처음에는 새까맣고 다부진 군인들을 떠올리고 초상 사진을 찍으러 갔더니 특전사에서도 해병대에서도 그런 군인은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 얼굴이 하얗고 단정한 용모의 사병들을 만났죠.”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10명이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6·25전쟁의 심리적 지도를 그린 ‘경계에서’전을 8월20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연다. 20여년간 인물 사진을 찍으며 아줌마, 소녀 등의 얼굴에서 불안을 포착했던 사진작가 오형근(47)은 24일 “병사의 초상을 통해 얼굴에 스민 불안, 외로움, 고립감을 잡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부가 하얗고 연예인을 능가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병사들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알고 보니 요즘은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지급한단다. 오형근은 결국 파란 하늘, 하얀 벚꽃 아래서 용맹스러운 군견과 함께 병사의 초상을 찍어 흰 얼굴에 담긴 ‘미열 같은 불안감’을 포착했다. 구본창(57)은 특유의 명상적 시선으로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유물인 전투화, 수통, 혁대, 안경, 단도, 포탄, 탄환 등을 찍었다. 무엇보다 눈물을 자아내는 것은 1953년 강원도 김화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김종섭 하사가 전쟁터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사진이다. 김 하사는 당시 두 아이와 아내를 두고 참전했다. 아직도 고운 모습인 101살의 어머니 박외연씨는 곱게 보관한 편지를 내밀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여전히 아들이 죽지 않았다고 믿는 어머니의 모습과 죽은 아들이 부친 편지 사진이 나란히 전시된 곳 앞에서는 울컥하는 목울음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주명덕(70), 강운구(69) 등 원로 사진가들은 3만 5000명이 산화한 경북 대구 다부동 등의 전적지와 철책선, 초소 등을 흑백필름 카메라로 찍어 직접 인화했다. 원성원(38), 난다(41) 등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의 작가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을 이용해 요즘 세대들이 바라보는 전쟁에 대한 시선을 그려냈다. 대북 심리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강원도 양구 가칠봉 수영장에서 1992년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가 열렸던 일을 소재로 한 난다의 디지털 합성 사진은 재미있으면서도 ‘낯선 풍경’이다. 어린이날 난다가 촬영을 위해 찾은 전쟁기념관은 마치 대공원 같은 분위기였으며, 시민들은 황토팩을 하고 소파에 앉아 천안함 침몰 뉴스를 시청한다. 전후 세대들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사진작가들에게 1년간의 준비 기간을 주며 자유롭게 군사 기밀 지역을 촬영할 수 있도록 후원했던 국방부는 연예 병사들을 내세워 전시 홍보에 나섰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30분, 낮 12시에는 군 복무 중인 영화배우 이준기와 이동욱이 특별 해설자로 나선다. 이메일로 받은 1차 예약은 이미 일본의 한류 팬으로 마감됐다. 6월26일, 8월14일 미술관 4층에서 열리는 6·25 60주년 특별콘서트에는 국군홍보지원단 대원인 가수 김정훈이 함께한다. 미국·영국 순회전도 예정돼 있다. 관람료 1000원. (02)333-066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전쟁 名著] 데이비드 핼버스탬 ‘콜디스트 윈터’

    [한국전쟁 名著] 데이비드 핼버스탬 ‘콜디스트 윈터’

    전후 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은 낡은 흑백사진이다. 호화찬란하지도, 역동적이지도, 극적 반전도 없는 재미없는 전쟁이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는 듣지 못했다. 이 모든 얘기들이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이자 쟁쟁한 역사가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가 출판되기 전의 얘기다.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이 책에 대해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정의했다. 부연한다면 미국인의 눈으로 본 걸작 한국전쟁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은 베트남전쟁보다 흥미가 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착각을 확실하게 불식시켜 준다. 방대한 문헌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을 정공법으로 조명하면서도 소설처럼 읽는 재미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책은 2007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됐다. 4만 8000원이라는 가격보다 1082쪽이라는 분량 때문에 지레 질릴 수도 있다. 잠깐의 망설임만 극복하면 일사천리로 읽힌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전투와 작전묘사는 숨이 막힐 듯 생생하고, 전쟁의 막후에서 벌어지는 정치인, 고급 군인들의 권력투쟁은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이다. 60년 전 한국전쟁 발발을 전후한 시점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된 국제정세가 60년이 지난 지금과 판박이라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실감 난다. 학자들은 별로 환영하지 않는 눈치다. 흥미 위주의 문학작품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된 이유는 막강 화력의 미군이 중국 해방군에게 처절하게 패했을 뿐 아니라, 참전자들의 인간 스토리가 별로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돌아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전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핼버스탬은 이 책의 출판을 30년 동안 구상했고, 10년 동안 집필했다. 참전용사들을 찾아 미국 구석구석을 뒤졌다. 책의 진가는 인터뷰 대상자 목록에서 나타난다. 그가 인터뷰했다고 이름을 밝힌 사람은 모두 130명이다. 이 중에는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무장관,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명예교수 등 유명인사도 있다. 대부분은 최전선에서 싸운 초급 장교이거나 사병들이었다. 저자는 후기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변두리에 사는 폴 맥기를 특별히 소개했다. 그는 지평리 전투 당시 소대장이었다. 저자는 “맥기는 55년 동안 내가 찾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 같았다.”고 했다. “일반대중이 얼마나 고귀한 이야깃거리를 가슴속에 숨겨두고 있는지 알았고, 그들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을 기획하고 연출한 스탈린과 마오쩌둥, 두 공산 지도자는 물론 옛 소련 적군 소령계급장을 달고 평양에 나타난 김일성, 이승만 대통령의 미국에서의 행적, 대륙에서 쫓겨난 장제스 등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책은 중국군과의 첫 교전으로 시작해 미국의 참전 배경으로 옮겨간다. 세계 최강의 부대 미군이 중국군에 얼마나, 어떻게 호되게 당했는지 낱낱이 알려준다. 미국인답게 워싱턴 내부 정가와 군부의 이야기가 압권이다. 한국전에서 동고동락한 맥아더, 리지웨이, 알몬드 등 세 장군의 애증 관계가 저자 특유의 저널리즘적인 서술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갈등과 알력이 한국전쟁에 미친 영향을 읽노라면 소름이 끼친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만 알려진 맥아더의 야망에 대한 분석은 새롭다. 족보까지 파헤치면서 맥아더의 허상을 밝혔다.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겨울 한반도에는 100년 만에 닥친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책제목은 하복차림으로 투입된 미군들이 중국군이나 인민군보다 ‘동장군’ 때문에 고생했다는 데서 따왔다. 50년 동안 21권의 저서를 남긴 핼버스탬은 베트남전쟁에서 실패한 미국의 이야기를 주로 썼다. ‘최고의 인재’는 베트남전쟁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한 권이다. ‘콜디스트 윈터-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는 유작이다. 저자는 2007년 봄 마지막 퇴고작업을 마무리한 닷새 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미식축구에 관한 새로운 책을 준비하려고 캘리포니아로 가던 길이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연극리뷰] ‘1동 28번지 차숙이네’

    [연극리뷰] ‘1동 28번지 차숙이네’

    어릴 적 집 짓는 일을 거들어본 적 있는지. 집 짓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대도 좋다. 어머니가 “일꾼 잘 먹이는 게 다 집으로 들어간다.”며 부지런히 새참을 가져다 나르고, 아버지는 “집 한번 지어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며 느긋하게 담배 하나 빼어물던 풍경 같은 것 말이다. 불어난 식구 때문에 슬쩍 한두 칸 늘려 지었다가, 샘을 낸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구청직원이 이를 부수기도 하지만, 뭐 대순가. 눈치 보다 슬쩍 다시 지으면 그뿐인 것을. 그런 실랑이 와중에 국회의원 선거라도 있으면 횡재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은 잔뜩 긴장한 불법건축물쯤 은근슬쩍 눈감고 넘어가 준다. 선거철이 지나면? 뭐 어쩔 텐가. 이미 눌러 살고 있는 것을. 27일까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극단 놀땅 제작)에는 이런 얘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옛 시절 집 한번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묘한 추억을, 대형 빌라나 아파트 단지가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연극은 이차숙 여사의 세 아이들이 어머니를 위해 새 집을 지어주는 과정을 담았다. 대단히 큰 사건이나 인물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집짓기에 대해 말하다 보니 아파트로 상징되는 도시문화에 대한 비판, 집을 유산으로 생각하는 자식들의 모습 같은 장면도 간간이 배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실제 극이 진행되면서 무대 위에 집을 짓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도 빛난다. 그러나 연극인 만큼 말로 짓는 과정에서 빛나는 대사들이 줄줄줄 흘러나온다. 대본을 직접 쓴 최진아 연출이 여성임에도 실제 ‘노가다 십장’이라도 해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도입부부터 집 짓는 재료인 돌과 흙과 자갈의 물성(物性)을 읊어주더니, ‘공구리’(콘크리트)를 만들어 굳히는 과정에서의 인내와 기다림도 그려내고, 조선시대 궁궐짓는 얘기를 통해서는 자연과의 조화도 들려준다. “젊은이는 집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노인들은 더 머물고 싶어도 떠난다. 남자들은 집을 짊어지고 다닌다. 여자들은 집을 안고 다닌다.” 같은 대사는 그 속에 사는 인간들에 대한 읊조림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면서도 줄창 아파트와 오피스텔만 지어대는 지금 우리 풍경과 대비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해설적이라 연극적인 맛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지난해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시범공연에서 우수공연 제작지원 작품에 선정된 뒤 무대에 올랐다. 한번 검증을 거친 작품이란 얘기다. 남산예술센터 공연을 마친 뒤에는 7월16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호주 ‘의회 쿠데타’ 첫 여성 총리 탄생

    호주 ‘의회 쿠데타’ 첫 여성 총리 탄생

    밤새 호주 총리가 바뀌었다. 외신들은 ‘반란’ ‘무혈 의회쿠데타’라고 했다. 그만큼 전격적이고,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호주 정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호주 집권 노동당은 24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줄리아 길라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당 대표 겸 총리로 선출했다. 호주는 집권당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를 겸한다. 노동당은 부총리에 웨인 스완 재무부장관을 선출했다. ●의원들 러드전총리 재신임 거부 23일 오후까지만 해도 호주 정가는 조용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밤 길라드 부총리가 케빈 러드 총리와의 면담에서 당 대표 도전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길라드 부총리의 돌발적인 대표 도전에 러드 총리는 발끈하며 즉각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과 대표 경선을 요청했다. 이때만 해도 그는 재신임을 자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4일 아침이 됐을 때 판세는 뒤바뀌어 있었다. 당내 중진들이 속속 길라드 부총리 지지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러드 전 총리는 결국 경선투표 직전 경선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노동당의 전격적인 총리 교체는 러드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과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중진들의 반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러드 전 총리는 2007년 12월 취임 이후 2년간 유례없이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율이 야당 보수연합보다도 5~6%포인트 뒤졌다.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공포가 아니라 분노가 이번 총리 교체의 근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지지율로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는 러드 총리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 호주 전문가인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러드 전 총리는 중요한 안건을 혼자 결정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올해 초 한 기자는 그를 독재자로 묘사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을 정도로 ‘고압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10월 총선실시 가능성 천연자원이익세 부과방침을 둘러싼 광산업계와의 갈등도 러드 전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러드 전 총리가 광산업계를 대상으로 ‘천연자원이익세’를 거둬들이기로 한 데 대해 BHP빌리턴, 리오틴토 등 호주 전체 수출의 60%를 맡고 있는 광산업계가 투자와 고용을 줄이겠다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기후변화 대책과 관련해 잦은 정책 혼선을 빚으면서 보수·진보 두 진영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점도 그의 중도하차를 재촉한 요인으로 꼽힌다. 길라드 신임 총리는 취임선서를 통해 “총선 실시를 곧 호주 총독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정됐던 호주 연방의회 총선은 이르면 오는 10월중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월드컵 끝나면 아이들 방학 어린이 뮤지컬 데려가세요

    월드컵 끝나면 아이들 방학 어린이 뮤지컬 데려가세요

    공연계는 요즘 울상이다. 월드컵 열기에 푹 파묻혀 관객이 줄어서다. 그러나 영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이 끝나는 7월부터 방학시즌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붉은 물결 밑에 잠복 중인 어린이 뮤지컬은 풍성하다. ‘하얀마음 백구’는 전남 진도에서 대구로 팔려간 진돗개 백구가 7개월 만에 300㎞ 길을 거슬러와 주인에게 되돌아갔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몇차례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의 호응을 확인한 데다 중국에도 진출해 작품성도 검증받았다. 무대에 진짜 진돗개가 등장하고, 탭댄스와 타악기 연주로 흥을 더했다. 화사한 장면을 좋아하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섬마을을 묘사할 때는 복사꽃이 만발한 풍경을 연출해낸다. 겨울에 백구가 되돌아왔을 때의 노란 가로등불과 새하얀 눈보라 장면도 인상적이다. 7월21일부터 25일까지 경기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02)555-0822~3. ‘구름빵’은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에서 호평받았던 동화 ‘구름빵’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비가 오는 날 산책에 나선 고양이 형제가 하늘의 구름을 따오자 엄마 고양이는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주고, 이 빵을 먹은 고양이 형제가 두둥실 떠오르게 되면서 생기는 신기한 일들을 담았다. ‘괜찮아요’, ‘씨앗’처럼 유치원에서 흔히 배우는 노래들에다 유아음악교육 전문가인 김성균의 동요를 쓴 덕분에 아이들이 공연장이라는 이물감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했다. 노래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게 꾸몄다. 7월23일~8월2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 (02)762-0810. 어린이 뮤지컬에서 빠지지 않는 게 캐릭터 뮤지컬이다. ‘미키, 미니와 함께하는 곰돌이 푸의 생일파티’는 미국 디즈니의 오리지널팀이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4년 뉴질랜드 초연 이래 미주와 유럽 공연을 마치고 이번에 아시아 투어 차원에서 한국 무대에 오른다. 미키, 미니마우스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티거, 피글렛 등 친구들이 곰돌이 푸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았다. 등장인물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공을 굴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가 된다. 7월28일부터 8월8일까지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디즈니 전속 성우들의 우리말 더빙 버전과 영어공연버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02)563-0595. ‘피터팬’도 미국 라스베이거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피터팬의 핵심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장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이 환상의 섬 네버랜드에서 후크 선장과 맞서 싸우는 원작 내용을 그대로 재연했다. 7월23일부터 8월29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2)3141-3025. ‘내 친구 도라에몽-별빛바다의 비밀’은 일본 만화 캐릭터인 파란 로봇고양이 도라에몽의 모험담을 무대로 가져왔다. 새로운 마법도구인 적응총과 물회오리 등을 이용해 대마왕과 싸우는 내용이다. 7월29일부터 8월29일까지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1990년대 어린이들에게 선풍적 인기 캐릭터였던 파워레인저를 앞세운 ‘파워레인저 엔진포스’는 ‘액션 라이브쇼’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만큼 TV시리즈물의 장쾌한 액션 재연에 역점을 뒀다. 하이라이트인 변신 장면도 개봉박두다. 7월17일부터 8월15일까지 서울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02)2261-139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FP 세계 최악독재자 23명 선정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악의 독재자’로 뽑혔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7, 8월)에서 선정한 ‘세계 최악의 독재자’ 23명 가운데 1위로 김 위원장을 꼽았다. 잡지는 김 위원장을 고급 프랑스 코냑을 즐기는 개인숭배화된 고립주의자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16년간 집권하면서 얼마 안 되는 소중한 국가자원을 핵프로그램에 쏟아부어 국민을 가난에 찌들게 하고, 2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보냈다는 점을 선정 배경으로 밝혔다. 2위에는 무려 30년을 장기집권 중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올랐다. 독립투쟁의 영웅에서 잔인무도한 독재자로 변신해 야당 인사를 체포, 고문하고 경제를 황폐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3위는 18년째 집권하는 미얀마의 군정지도자 탄 슈웨 장군, 4위는 오마르 하산 바시르 수단 대통령, 5위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다. 이어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이 뒤를 이어 불명예를 안았다. 한편 잡지가 발표한 ‘2010 실패국가지수’ 조사에서 북한은 니제르와 함께 총점 120점 가운데 97.8점을 받아 지난해보다 두 단계 내려간 공동 19위에 올랐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마라도나, 그는 축구의 神인가 괴짜인가

    마라도나, 그는 축구의 神인가 괴짜인가

    이렇게까지 엇갈릴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신이지만 다른 이에겐 조롱거리일 뿐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 찬사와 저주로 뒤범벅된 인생을 살고 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비슷하다. 기행의 연속이다. 자동차로 기자를 치고 공개훈련에선 선수 대신 프리킥을 찬다. “펠레는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 “한국은 애초에 아르헨티나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등 거침없는 입담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그런 마라도나에게 열광하거나 불편해한다. 무엇이 진짜일까. 우리는 마라도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르헨 빈민가 출신… 16살 프로무대 데뷔 마라도나는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다른 빈민가 아이들처럼 축구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재능이 있었다. 16살 어린 나이에 프로선수로 데뷔했다. 마라도나가 택한 팀은 보카주니어스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부두노동자들이 만든 클럽이다. 하층민과 가난한 자들의 상징이다. 반대편에는 리버플레이트가 있었다. 중산층과 부자의 팀이다. 마라도나는 빈민가 출신인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았다.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마라도나의 전성기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당시였다. 잉글랜드와 8강전이 하이라이트였다.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 있었다. 마라도나는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골을 넣었다.”고 했다. 딱 10분 뒤 마라도나는 정말 축구의 신으로 변했다. 50여m를 단독 드리블해 수비수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열광했다. 잉글랜드에 포틀랜드를 뺏긴 울분을 축구로 풀었다. 마라도나는 약자 아르헨티나의 상징이었다. 이탈리아에 진출해서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북부의 부유한 클럽 AC 밀란-인테르 밀란-유벤투스를 거부하고 가난한 남부 클럽 나폴리를 선택했다. 반골기질은 천성이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뛰던 1987년과 1990년 이탈리아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도나의 축구인생은 약자-빈민-노동자와 함께 얽히고 설켜 있다. ●94년 美월드컵 당시 중도하차… 교황에 욕설 퍼붓기도 선수 생활이 끝난 뒤엔 내리막이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약물 복용으로 중도 하차했다. 교황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자들에게 공기총을 난사했다. 2004년 보카주니어스 경기를 보다 약물 후유증으로 실신하기도 했다. 언론은 그를 기인으로 묘사했다. 의미없고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 반미치광이로 여겼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마라도나는 2005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 선봉에 나섰다. 빈민층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조롱하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추앙했다. 왼팔에는 카스트로에 대한 찬양 문구를, 오른쪽 팔에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을 새겼다. 완연한 혁명가의 면모다. 그는 분명히 괴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이한 천재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만 마라도나를 규정할 순 없다. 마라도나는 신과 기인 사이의 어느 지점에 미묘하게 서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김정일, 세계 최악의 독재자 1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세계 최악의 독재자 1위로 선정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7ㆍ8월호에서 ‘세계 최악의 독재자’ 23명을 선정하고 그 중 ‘최악 중 최악’(The Worst of the Worst)의 독재자로 북한의 김 위원장을 꼽았다. 이 외교전문지는 김정일 위원장을 빠듯한 국가 자원을 핵 프로그램에 쏟아 붓는 고립주의자로 묘사했다. 또 국민을 가난에 찌들게 하는 동시에 프랑스 고급 코냑을 즐기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지적했다. 이어 2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철권통치를 자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6년 간 개인숭배를 받은 점을 최악의 독재자로 선정한 이유로 밝혔다. 최악의 독재자 2위에는 30년 장기집권 중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선정됐다. 무가베는 독립투쟁의 영웅에서 잔인무도한 독재자로 변신해 야당 인사를 고문하고 경제를 황폐화시켰다. 3위에는 18년째 집권하고 있는 미얀마의 군정지도자 탄 슈웨 장군, 4위에는 오마르 하산 바시르 수단 대통령, 5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서울신문NTN 이효정 인턴기자 hyoj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中 리펑 회고록 무산

    지난 1989년 6월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무력진압을 주도한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회고록 발간이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외압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홍콩 내에서 ‘리펑의 6·4일기’를 발간하기로 했던 뉴센추리출판사의 바오푸(鮑樸) 대표는 19일 “관계기관이 제공한 저작권 관련 정보와 홍콩 저작권법에 따라 출간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바오는 그러나 저작권 관련 정보를 제공한 관계기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리펑이 1989년 4월15일부터 6월24일까지 집필한 일기 가운데 발췌한 ‘6·4일기’에는 톈안먼시위 대처방식에 대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의 심각한 이견과 당시 온건파였던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와의 대립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20일 현지 출판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외압설을 전했다. 홍콩 잡지 ‘개방’의 편집장인 차이융메이(蔡詠梅)는 “리펑은 일기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21년 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무력진압을 지지했다는 점을 공개했다.”면서 “이것이 두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펑은 2004년에도 정치국에 초안을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출간을 시도했으나 공산당 지도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는 “‘6·4일기’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를 담고 있다.”면서 “저작권 문제가 출간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앞서 온건대처를 주장했다 실각한 자오쯔양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는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둔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출간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환경플러스]

    [환경플러스]

    쇠부리슴새 마라도 집단서식 국내에서 지금까지 4번 관찰·채집됐던 희귀조류 쇠부리슴새가 제주도 마라도 인근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은 최근 해양성조류의 분포와 이동경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마라도 인근 해상에 500여 개체의 쇠부리슴새가 도래해 집단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쇠부리슴새는 호주 남부지방 여러 섬에서 번식하는 새로 연안보다 주로 먼바다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쇠부리슴새가 마라도 해상에서도 발견됨에 따라 기후변화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찰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올해 말 개최되는 한·호주 철새보호협정 정례회의 때 호주의 번식지에서 인공위성 추적 발신기를 부착해 정확한 이동경로와 서식지를 탐사하는 공동연구를 제안할 계획이다. 동식물 세밀화 8월말까지 공모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자생 동식물 세밀화 공모전’을 개최한다. 세밀화는 생물 전체를 채색해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학술묘사는 점과 선만을 사용해야 한다. 대상은 일반 및 대학생, 중고생과 초등학생도 참여가 가능하다. 공모전 주제는 국내 야생 생물로 배추, 벼, 소, 돼지 등 재배·사육되는 것과 튤립, 장미, 코끼리와 같은 외국 생물은 제외된다. 응모절차는 4절지 크기의 원화를 참가 신청서와 함께 작성해 8월 말까지 전시교육과에 우편 또는 방문 접수시키면 된다. 참가 신청서는 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응모작은 심사를 거쳐 부문별 45명에게 총 2150만원의 상금 또는 부상이 주어진다. 수상자는 10월1일 생물자원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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