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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허삼관 매혈기’ 중국작가 위화 청년시절 문학의 뿌리 엿보다

    ‘ 허삼관 매혈기’ 중국작가 위화 청년시절 문학의 뿌리 엿보다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중국 작가 위화가 직접 중편소설 네 편을 골라 묶은 ‘4월3일 사건’(문학동네 펴냄)이 출간됐다. 위화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게 된 계기는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이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부터. 이후 1996년 출간한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으며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을, 2004년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과 미국 대형 서점 반스 앤드 노블의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어느 지주의 죽음’ 등 네 편 직접 골라 “하루를 편하고 싶지 않으면 손님을 초대하고, 일 년을 편하고 싶지 않으면 집을 짓고, 평생을 편하고 싶지 않으면… 아내를 얻어 아들을 낳으라 했던가.” 소설집 ‘4월3일 사건’의 ‘어느 지주의 죽음’ 편에 나오는 한 대사다. 책은 이처럼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인생을 다룬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묘사한 ‘4월3일 사건’, 자연재해에 맞서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 ‘여름 태풍’, 아이의 시선으로 본 원시적 존재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조상’이 있다. 모두 위화가 1987~92년 사이에 쓴 작품으로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청년 작가의 형식 실험과 삶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위화는 196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이를 뽑는 발치사로 일했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4월3일 사건’을 번역한 조성웅 씨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흐트러진 머리와 허옇게 일어난 얼굴, 허름한 옷차림,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내 머릿속에 있는 작가의 이데아와는 수만 광년쯤 떨어진 모습이었다.”며 몇 년 전 홍콩도서전에서 작가 위화와 실제로 대면한 경험을 묘사했다. 흔히 작가하면 연상되는 모습이기보다는 일반적인 중국 아저씨 같은 행색에 번역자는 사인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씨는 이번 작품을 번역하면서 “위화가 살아온 인생과 내가 살아온 삶을 생각하니 번역의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엄습해왔다.”고 털어놓으며 청년 시절의 위화가 낯설었다고 고백했다. ●실험정신·전통서사·풍유 등 다양한 작품 소설집의 얼굴인 ‘4월3일 사건’은 몽환적 풍경,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묘사 등으로 공포의 주체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소설 작법은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소년의 심리는 현대 중국인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젊은 시절 위화는 인간 내면의 공포와 억압, 인간 사회를 둘러싼 폭력과 죽음에 천착했다. 그 이유를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위화는 “우리가 사는 곳에 이런 것들이 없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말했다 한다. 책은 실험정신이 가득한 작품, 전통 서사를 추구한 작품, 알레고리(풍유)를 밑바닥에 깐 작품까지, 색과 맛이 다른 내용물이 골고루 담긴 ‘위화 종합세트’란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대작가 위화의 색다른 풍모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선물이 될 듯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중지 올린 ‘손가락욕’ 대형 조각상, 누구를 향해?

    이탈리아의 한 예술가가 외국에서 흔히 알려진 ‘손가락 욕’을 표현한 조각상을 대형은행 앞에서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감한 시도를 한 예술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는 최근 밀라노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중지를 올려 남을 조롱할 때 흔히 쓰는 제스처인 손가락 욕을 실감나게 표현한 조각상을 공개했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손등에 올라온 핏줄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고, 치켜세운 중지 또한 실제 손가락과 매우 유사하게 제작됐다. 카텔란에게 조각상을 이용한 모욕을 받은 대상은 밀라노의 금융전문가들. 그는 이들이 유럽에 엄청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를 비난하려고 조각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공식적인 제목은 ‘L.O.V.E‘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이 예술가는 자칭 ‘앤디워홀의 후계자’로 풍부한 상상력과 과감한 표현력을 바탕삼아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극리뷰] 연애 희곡

    [연극리뷰] 연애 희곡

    다음달 31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무대에 오르는 ‘연애희곡’(이해제 연출, EMK뮤지컬컴퍼니 제작)은 3개의 이야기가 겹쳐 돌아가는 일본 작가 고카미 쇼지의 코미디물이다. 1단계는 ‘카리스마 짱 최고 인기 드라마 작가’ 다니야마(이지하·배해선)와 이 작가에게서 무조건 대본을 받아내라는 특명을 받고 파견된 ‘찌질이 초짜 PD’ 무카이(도이성·전동석)의 만남이다. 다니야마의 작품은 방영 당시엔 흥행하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이게 다 연애경험이 없는 노처녀이기 때문이라 생각한 다니야마는 무카이에게 작품을 위해 진짜 연애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2단계는 다니야마가 ‘작가와 PD의 사랑’이라는 테마로 쓰는 극본 내용이다. 여기서 다니야마는 어쩌다 작품 하나 써본 순진무구한 현모양처로, 무카이는 순진한 다니야마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는 훈남 스타 PD로 변한다. 3단계는 다시 한번 2단계의 다니야마가 쓰는 또 다른 작품 내용이다. 순진무구한 현모양처 다니야마는 자신의 욕구를 발산하려는 듯, 섹스 따위야 화끈하게 즐기면 되는 것이라 하고 무카이는 다니야마의 기에 눌린 초짜 PD가 된다. 돌고 돌아 원점인 셈.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개입한다. 강도 커플 히토시(김재원·김대만)와 교코(송유현). 우체국 털고 도주하던 이들이 대본 작업이 한창인 다니야마의 작업실에 들이닥치게 된다. 유명 작가라는 것을 알아본 이들은 작품 속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넣어달라고 요구한다. 어차피 체포되면 끝장인 인생, 이름이나 남겨두자는 심산에서다. 한마디로 복잡한 소동극인데, 연극은 중간에 암전으로 짧게 끊어준 뒤 1, 2, 3단계를 순차적으로 반복한다. 관객들이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는 관건은 결국 배우들의 순발력. 짧은 시간 재빨리 감정을 다잡고 목소리와 동작 톤을 조절해야 하는 숙제가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이 변신이 웃음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니야마의 소심하고 나약한 매니저, 살림 밖에 모르는 부인이 훈남 PD와 바람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마초 남편을 오가는 데라다 역의 배우 김성기가 가장 눈에 띈다. 대본에 상세히 묘사되지 않았을 캐릭터를 나름의 화법과 설정으로 성공적으로 구축해냈다. 코미디인 만큼 가볍게 웃고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원작의 일부 장면을 생략해버린 데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에 편차가 있어 기대만큼 크게 웃겨주지는 못한다. 전석 4만원. (02)6391-633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엠마 왓슨 “영화 트와일라잇 성묘사 지나쳐” 선정성 비난

    엠마 왓슨 “영화 트와일라잇 성묘사 지나쳐” 선정성 비난

    ‘해리포터’의 배우 엠마 왓슨이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선정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리포터’시리즈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최근 영국 OK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트와일라잇’은 섹스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 촬영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도중 “지난 10년간 함께 해 온 친구 루퍼트 그린트와의 키스신이 있다”며 “‘해리포터’도 ‘트와일라잇’처럼 남녀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절대 섹스를 팔지 않는다. 선정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왓슨은 “청소년을 상대로 만든 영화가 성적 묘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트와일라잇’의 선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십대 소녀와 뱀파이어 소년과의 사랑을 담은 판타지 영화. 2008년 미국에서 첫 편 개봉 당시 십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2009년 미국 십대들의 선정하는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11개 부문을 휩쓰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한편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오는 11월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 = OK 매거진 기사 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기자 ntn@seoulntn.com ▶ 조성모-민효린, 아찔한 키스 ‘핑크빛 연인’ ▶ 후드로 꽁꽁 감춘 신지 생얼…도대체 무슨 일이?▶ 전현무, 박은영 열애설 심경고백 "커플인정-선언 안했다"▶ 최희진, 욕설댓글 후 심경글 "난 병신이냐?"▶ 주진모도 반한 김희선 인형외모…변함없어▶ 세븐, 김미정과 블랙커플…섹시+시크 발산
  • 엠마 왓슨 ‘트와일라잇’ 맹비난 “청소년 영화가 섹스를 팔아?”

    엠마 왓슨 ‘트와일라잇’ 맹비난 “청소년 영화가 섹스를 팔아?”

    배우 엠마 왓슨이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선정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리포터’시리즈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최근 영국 OK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트와일라잇’은 섹스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 촬영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도중 “지난 10년간 함께 해 온 친구 루퍼트 그린트와의 키스신이 있다”며 “‘해리포터’도 ‘트와일라잇’처럼 남녀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절대 섹스를 팔지 않는다. 선정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왓슨은 “청소년을 상대로 만든 영화가 성적 묘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트와일라잇’의 선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십대 소녀와 뱀파이어 소년과의 사랑을 담은 판타지 영화. 2008년 미국에서 첫 편 개봉 당시 십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2009년 미국 십대들의 선정하는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11개 부문을 휩쓰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한편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오는 11월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 = OK 매거진 기사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이경실 딸 17살 손수아, 춤 실력 화제 "한선화보다 낫네"▶ 에이미 동생 조셉, 누나 일상 폭로 "속옷 입고 돌아다녀"▶ ’장키’ 이시영 투입…"등장포스 좋은데 시청률은?"▶ 할머니傳 다룬 MBC스페셜 호평…"우리 엄마 모습" 안방감동▶ ’남격’ 서두원 "아버지가 배다해 여자로 본다" 폭탄발언▶ 이덕화 아내, 남편 MC 컴백에 살풀이춤 선물
  • ‘해리포터’ 엠마 왓슨, “트와일라잇, 섹스 장사” 맹비난

    ‘해리포터’ 엠마 왓슨, “트와일라잇, 섹스 장사” 맹비난

    배우 엠마 왓슨이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선정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리포터’시리즈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최근 영국 OK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트와일라잇’은 섹스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 촬영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도중 “지난 10년간 함께 해 온 친구 루퍼트 그린트와의 키스신이 있다”며 “‘해리포터’도 ‘트와일라잇’처럼 남녀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절대 섹스를 팔지 않는다. 선정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왓슨은 “청소년을 상대로 만든 영화가 성적 묘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트와일라잇’의 선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십대 소녀와 뱀파이어 소년과의 사랑을 담은 판타지 영화. 2008년 미국에서 첫 편 개봉 당시 십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2009년 미국 십대들의 선정하는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11개 부문을 휩쓰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한편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오는 11월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 = OK 매거진 기사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이경실 딸 17살 손수아, 춤 실력 화제 "한선화보다 낫네"▶ 에이미 동생 조셉, 누나 일상 폭로 "속옷 입고 돌아다녀"▶ ’장키’ 이시영 투입…"등장포스 좋은데 시청률은?"▶ 할머니傳 다룬 MBC스페셜 호평…"우리 엄마 모습" 안방감동▶ ’남격’ 서두원 "아버지가 배다해 여자로 본다" 폭탄발언▶ 이덕화 아내, 남편 MC 컴백에 살풀이춤 선물
  • 엄홍길 “산악만화 ‘신들의 봉우리’ 읽고 전율”

    엄홍길 “산악만화 ‘신들의 봉우리’ 읽고 전율”

     산악 만화의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얻은 ‘신들의 봉우리’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가 16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신들의 봉우리’는 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이 바탕이 된 만화로, 영국의 전설적 산악인 하부 조지의 일대기를 다뤘다. 특히 이 만화는 사실적인 그림체와 섬세한 묘사로 에베레스트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옮겨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니구치 지로는 경기도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및 제11회 국제만화가대회(ICC) 행사장을 찾아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대담회를 가졌다.  그의 만화에 대해 엄홍길 대장은 “실제 내가 에베레스트를 오르면서 느꼈던 풍경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며 “그 생동감에 전율을 느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의 산악인 엄 대장과 산악 만화의 한 획을 그은 다니구치 지로는 서로 산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많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니구치 지로는 “만화 작업도 등산할 때처럼 한걸음 한걸음 루트를 생각하면서 정상에 다다르는 고독한 싸움”이라며 “하지만 만화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려워도 목숨을 잃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위험한 일에 목숨을 거는 산악인들은 정말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엄 대장 역시 “산에 오를 때에는 수많은 조력자 및 팀원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만화도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편집, 밑작업 등 다같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며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만화와 등산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엄 대장은 자신의 등반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때를 고백해 좌중을 엄숙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곳은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등정이다. 엄 대장은 이곳을 오르기 위해 4번이나 등반을 시도하지만 결국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했다. 특히 1998년 4번째 도전에서 정상을 500m 앞두고 로프에 발이 걸려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부상으로 산악인 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발목을 끼워 맞추고 2박 3일에 걸쳐 베이스 캠프로 겨우 돌아왔다고 한다.  이 때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엄 대장에게 “이제 등반은 커녕 뛰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절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활 운동에 전념해 1999년, 수술 10개월만에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했다. 당시 엄 대장은 발목에 핀이 박혀 있는 상태였다.  엄 대장은 이 때를 회상하며 “산이 허락한 등반이었고 산과 자연,신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의 험난한 자연환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큰 주목을 받은 다니구치 지로는 “사실 나는 등산에 소질이 없다.”며 “에베레스트는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 산이라고는 집 근처 2000m 정도 산에 몇번 올라간 것이 전부”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샀다.  그는 2001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최우수상, 2005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가상 등을 수상했고 ‘아버지’, ‘열네살’ 등의 작품을 그렸다. 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 논산 성동 개척리 전우치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 논산 성동 개척리 전우치 은행나무

    비를 머금은 먹구름 사이로 높은 가을 하늘이 생긋 미소를 던진다. 바람 따라 먹구름이 푸른 하늘을 온통 덮었다가 열기를 되풀이하며 무시로 둔갑술을 부린다. 어두워지며 소낙비를 쏟아내다가 금세 맑은 해가 얼굴을 내민다.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높지거니 솟아오른 큰 나무도 햇살 따라 표정을 바꾼다. 무성한 은행잎이 지어낸 나무 그늘 안쪽에 음험한 검은 빛이 드리우는 듯싶더니, 이내 삽상한 초록 빛으로 바뀐다. ●바람따라 하늘따라 둔갑술을 부리는 나무 충남 논산 성동면 개척리 언덕 마루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는 500년 동안 숱하게 많은 계절을 배웅도 했고, 앞장서 마중하기도 했다. 바람 안에 든 계절의 향기를 누구보다 앞서서 감지하는 은행나무는 이제 초록 잎을 노란색으로 둔갑할 채비까지 마쳤다. 중년의 중장비 노동자들이 길을 멈추고 은행나무 그늘에 들어섰다. 누군가 마련해둔 평상이 하루의 노동에 지친 그들의 방문을 반긴다. 나무 앞의 안내판을 바라보던 사내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다. “500년이나 된 나무라네.” “여기는 490년으로 돼 있는데?” “간판 세우고 10년 지난 거지, 뭐.”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헤아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이테를 세어 정확히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래된 나무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이테를 관찰하려면 줄기에 가느다란 구멍을 뚫어 나이테가 남아 있는 조직을 뽑아내 헤아린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무의 안쪽이 썩어들어, 뽑아낸 줄기 조직의 가운데가 텅 비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사오백년 이상 살아온 노거수(巨樹)는 대부분 그렇다. 결국 나무의 나이를 알기 위해서는 나무와 관련한 기록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헌에 기록이 남아있는 노거수는 그리 많지 않다. 기록이 있다 해도, 처음 심었을 때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이미 큰 나무로 자란 뒤에 나무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록이기 십상이다. 이럴 때 가장 요긴한 것은 나무와 더불어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다. ●500년 세월의 신비를 간직해 논산 개척리의 은행나무를 ‘전우치 은행나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그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충청남도기념물 제152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이 은행나무는 올해 정확히 492살이다. 지금부터 492년 전에 기인(奇人) 전우치(田禹治)가 심었다는 이야기에 근거한 나이다. 조선 중종 때에 활동하던 전우치는 문장이 뛰어난 선비였다. 귀신을 다스리는 도술과 둔갑술에 능한 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죽은 뒤에 살아 있는 사람에게 책을 빌려갔다는가 하면, 입에 물고 있던 밥을 내뿜어 하얀 나비 떼를 만들기도 했다고 하며, 천도(天桃)를 따기 위해 새끼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두가 믿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최근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도 그런 이야기들 때문이겠다. ●키 25m·줄기둘레 8m 큰 나무로 우뚝 그가 서울을 떠나 이곳을 지나게 된 것은 기묘사화에 연루된 때문이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길을 떠난 그는 이 언덕을 지나면서 잠시 다리쉼을 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은 자신의 다급한 처지와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그는 지팡이를 꽂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지팡이가 살아서 오래도록 잘 자라면 전씨 가문이 번창할 것이고, 죽으면 전씨 가문이 모두 남의 그늘에 묻혀 참담하게 살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사화(士禍)를 피해 도망해야 했던 선비의 미래를 향한 염원이 담긴 메시지였다. 지팡이는 그 뒤로 50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이제 키 25m, 줄기둘레 8m의 큰 나무로 우뚝 섰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언덕 위에 홀로 선 나무는 한 가문의 안녕, 혹은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며 긴 세월을 살았다. 평상의 사내들에게 이 은행나무는 언제 누가 심었는지 알려져서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넉살좋은 대거리가 이어진다. “나무를 심은 게 아니라, 지팡이를 꽂은 거라잖아요.” 사람 좋아보이는 다른 사내가 곧바로 덧붙인다. “옛날 사람들이 꽂아둔 지팡이는 죄다 큰 나무로 자라는 법이야.” ●사람살이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 우스개로 던진 이야기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거수 가운데에는 옛 사람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가 셀 수 없이 많다. 이른바 삽목(揷木)설화다. 대개는 학식이 높은 학자라든가, 덕이 높은 큰 스님, 나라를 지켜낸 장군과 같은 선각자들의 지팡이다. 최치원을 비롯해, 원효·의상·자장 스님, 강감찬 장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설화일 뿐이지만, 설화 안에는 선조들이 이루고자 한 사람살이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후손들이 지팡이 나무를 정성껏 지켜온 것 역시 그 염원을 따르는 때문이다. 전우치 은행나무 역시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조선의 선비 전우치의 절박한 희망과 염원이 담긴 나무다. 그의 소망에 화답하듯 나무는 융융하게 자랐지만, 나무 안에 담긴 옛 선비의 마음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우리 사는 세상에 온전한 정의를 이루기에는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은 까닭이지 싶다.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찾아가는 길 천안논산고속국도의 서논산나들목으로 나가서 국도 4호선으로 갈아타고 1.8㎞쯤 부여 방향으로 간다. 부여시내로 들어서는 사비문을 지나 고가도로 아래에서 좌회전하여 7.4㎞ 가면 언덕 마루에 우뚝 선 큰 나무가 나타난다. 나무 바로 옆에 병촌성결교회가 있다.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자동차는 나무가 서 있는 돌 축대 옆의 빈 자리나, 나무를 조금 지나서 나오는 마을 안에 세워야 한다.
  • 오지 절경 경북 봉화

    오지 절경 경북 봉화

    봉화라고 합니다. 경북의 대표적인 오지를 일컫는 이른바 ‘BYC’(봉화·영양·청송) 중 한 곳이지요. 그런데 봉화, 참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풍경을 숨겨둔 곳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고을인데도 살피면 살필수록 빼어난 풍경을 내줍니다. 요즘 봉화에서 가장 앞줄에 서는 볼거리는 메밀꽃입니다. 두음리에서 임기리에 이르기까지, ‘꽃멀미’가 날 만큼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기차 여행자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승부역이 있고,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로 알려진 산정마을도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지요. 봉화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입니다. 요즘에야 중앙고속도로가 뚫리는 등 예전처럼 궁벽하지 않다고는 하나, 물리적 거리 못지않게 심리적 거리 또한 여전히 먼 게 사실입니다. 들고 나는 게 불편한 만큼 봉화를 여행하기 위해선 느긋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둘러서는 봉화의 참맛을 알기 어렵지요. ●산 넘어 산 숨겨진 꽃축제 가을이 되면 전국 이곳저곳에서 꽃축제를 연다. 잘 가꿔진 꽃축제장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노릇. 그런데 예쁘긴 하나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사람 냄새, 날것과 부딪치고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봉화의 메밀꽃밭은 다르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날것 그대로의 메밀꽃밭과 만날 수 있다. 외형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빼어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애면글면 노고를 마다하지 않은 농부의 손길 덕일 터다. ‘억지춘양’이란 말을 낳은 춘양면 소재지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영양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임기교와 만난다. 다리 초입에서 소천면 임기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두음리다. 산자락을 한 굽이 돌면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누가 이처럼 어여쁜 마을을 세상의 끝자락에 숨겨 놓았을까. 온 산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한창이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만나는 풍경 또한 더없이 아름답다. 대추나무·감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며, 다랑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와 층층이 어깨를 맛댄 자태가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성미 급한 녀석은 어느새 농가 담장 위까지 웃자랐다. 이런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면 누군들 ‘작가’ 소리 듣지 않을까. 메밀꽃의 향연은 임기리 감전마을에서 절정에 달한다. 산골마을 언덕배기를 잇고 있는 메밀꽃밭이 15리(약 6㎞)에 걸쳐 펼쳐져 있다. 찌르르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필경 메밀꽃들의 빛나는 아우성에 ‘감전’된 것일 게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육지 속 섬마을 봉화에는 왜 이런 곳에까지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됐을까 싶을 만큼 오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석포면 일대. 특히 영동선 승부역(承富驛) 가는 길에서는 오지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표현처럼 옹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그러나 풍경만큼은 거대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낙동강 원류길’ 중 백미로 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승부역에서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관광지로 알려지고부터는 오가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번듯한 펜션도 생겼다. 승부역 가는 길은 석포역에서 시작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줄곧 철길과 나란히 달린다. 강 위로는 백로와 왜가리가 날고, 이따금 화물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험준한 산자락을 타고 달린다. 그야말로 원시의 풍경이다. 좁은 협곡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승부리에서 처음으로 마을을 만난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채 20가구도 못 되는 한적한 마을. 태백산 자락인 비룡산과 오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자태가 꼭 육지 속 섬마을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팁 하나.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란 이름의 찻집에 꼭 들러 보시길. 명호면 만리산 자락에 걸개그림처럼 매달려 있는데, 봉화의 자랑인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 한 잔 마시며 보기엔 사치스럽다고 느낄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대구에서 귀농한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펜션을 겸하고 있다. 솔순차와 잡초밥 등 메뉴도 독특하다. 청량산도립공원 못 미쳐 오마교를 건넌 뒤 산자락을 에둘러 돌아가야 만날 수 있다. (070)4193-6857. ●워낭소리 울리는 산골마을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독립영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해 무려 7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영화에 출연했던 최원균(83), 이삼순(80) 노부부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은 필연적인 수순. 어쨌거나 그 덕(?)에 노부부의 주변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집앞에 번듯한 공원이 생겼고, 최 할아버지와 암소 ‘누렁이’를 묘사한 조각상도 세워졌다. 집까지 가는 언덕길 또한 말끔하게 포장됐다. 평소 일 나가는 밭에는 그럴싸한 원두막에 냉장고까지 마련됐다. 30년간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누렁이도 생전 풀 깨나 뜯어 먹었을 야산 자락에 묻혔다. 비록 활개를 치지는 않았으나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도 조성됐고, 그 앞에 큼직한 조형물도 세워졌다. 하지만 노부부의 실제 생활은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하다. 누군가 선물했을 등산용 스틱 대신 여전히 나무지팡이를 쓰고, 누렁이가 끌던 수레도 그대로다. 밤에는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새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노부부는 수레를 타고 함께 밭일을 나간다. 수십년 전 어느날의 아침이 그랬듯 말이다. 글 사진 봉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으로 나와 봉화·울진 방면 36번 국도를 따라 내처 달리면 된다. 풍기 나들목으로 나올 경우, 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 순으로 간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679-6341. ▲맛집 봉성면 봉성리에 봉화 토속음식인 돼지숯불구이단지가 조성돼 있다.1만 4000원(2인분). 용두식당은 송이돌솥밥으로 소문난 집. 1만 5000∼2만원. 능이돌솥밥은 1만원. 동양리에 있다. 673-3144. ▲잘 곳 청옥산자연휴양림 내에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과 산막형 숲속의 집이 조성돼 있다. 4인실 기준 비수기 3만 2000원, 주말 5만 5000원. 입장료 300∼1000원. 주차료 1500∼3000원. www.huyang.go.kr, 672-1051. 낙원장여관(673-2351) 등 읍내 숙박업소는 3만원. ▲주변 볼거리 닭실마을은 500여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 온 안동 권씨 집성촌. 충재 권벌 종택과 청암정 등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다. 마을 뒤편 석천계곡도 둘러볼 것. 유곡리에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과 백천계곡, 태백산사고지와 각화사, 춘양면 서벽마을 등도 볼 만하다.
  • [씨줄날줄] 라스코 동굴 벽화/함혜리 논설위원

    1940년 9월12일.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방의 몽티냐크 마을에 사는 4명의 10대 소년들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베제르 계곡 탐험에 나선다. 중세시대의 고성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소나무가 우거진 언덕에서 갑자기 사라진 개를 찾다가 덤불로 가려진 굴 입구를 발견했다. 굴 입구를 6~7m쯤 기어 들어가다가 갑자기 10m를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천장이 높고 상당히 넓은 굴이었다. 다음 날 램프와 밧줄을 가지고 다시 탐험에 나선 소년들은 동굴 벽을 비춰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만년 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서 평화스럽게 잠자고 있던 선사시대 들짐승들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빙하기 말기 인류가 추위를 피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라스코 동굴은 주 동굴과 3~4개의 좁고 긴 방으로 구성된다. 벽면은 800여점의 벽화와 암각화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 목탄이나 망간으로 선을 그린 뒤 광석을 으깨 검정, 빨강, 황토색, 갈색으로 채색한 동물 그림들은 매우 다양하다. 거대한 들소부터 말, 사슴, 돼지, 이리, 곰, 새, 그리고 뿔이 하나인 상상의 동물과 점성술사처럼 보이는 인물상도 묘사되어 있다. 1만 8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존재했던 인류가 그렸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역동적이며 사실적인 모습이다. 동물 몸체나 동물 가까이에 그려진 수많은 화살과 덫을 통해 이 동굴 벽화는 오랫동안 사냥과 주술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사용됐다고 믿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이 동굴은 1948년 본격적인 관광명소로 개발됐다. 벽화의 불행도 시작됐다. 역사학자, 인류학자, 고고학자 등 학자들뿐 아니라 대규모 일반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동굴의 유물은 훼손되고 벽화에 곰팡이까지 감염돼 급속도로 손상됐다. 급기야 프랑스 정부는 1963년 이 동굴을 폐쇄하고 이곳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실물과 같은 형태로 ´라스코 2´를 만들어 1983년부터 일반에 공개해 왔다. 문화적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비록 가짜이긴 하지만 매년 25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아쉬움을 달랜다. 라스코 동굴 발견 70년을 기념해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내외가 실제 라스코 동굴을 한 시간여에 걸쳐 관람했다. 동굴벽화 보존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이들이 누린 ‘특별한 혜택’에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공정사회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아무래도 좀 씁쓸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마오쩌둥 첫사랑役 ‘색계’ 탕웨이가 웬말”

    “마오쩌둥 첫사랑役 ‘색계’ 탕웨이가 웬말”

    중국이 마오쩌둥 전 주석의 첫사랑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내년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에 맞춰 개봉될 초대형 블록버스터 ‘건당위업(建黨偉業)’ 때문이다. 지난 1917년부터 1921년까지 중국 공산당의 창당 과정을 담게 될 영화에서는 마오와 첫 여인으로 알려진 ‘강남 제1의 재원’ 타오이(陶毅)의 애절한 사랑, 이념 탓에 갈라서는 이별 과정 등도 비중 있게 묘사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논란은 타오이 역을 맡게 된 배우 탕웨이(湯唯)로 인해 불거졌다. 탕웨이는 2008년 개봉된 중국·타이완 합작영화 ‘색·계’에 출연, 관능적인 연기를 펼친 중국 출신 여배우다. ‘색·계’는 중국에서 친일파 미화 등을 이유로 ‘매국 영화’라는 낙인이 찍혀 상영금지됐고, 탕웨이 역시 연예 활동이 전면 금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탕웨이가 타오이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해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사회는 들끓었다. “3류 애정영화 여배우가 어떻게 마오 전 주석의 연인 역을 맡을 수 있느냐.”는 등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관영매체들이 “연기자가 배역 소화를 잘 못할 수는 있지만 못 맡을 배역은 있을 수 없다.”며 탕웨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서자 다시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역사 왜곡 시비에 휩싸였다. 마오 전 주석의 유일한 손자인 중국 인민해방군 마오신위(毛新宇) 소장은 지난 9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티즌들과 대화하면서 “할아버지 주변에 그런 여인은 없었다.”며 영화 내용을 부정했다. 중국 공산당사를 연구하는 마오 소장은 “1921년 공산당 창당을 전후해 할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자 부인은 할머니 양카이후이(楊開慧) 한 사람뿐이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3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마오 전 주석은 일반인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인물”이라면서 “당사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신중하게 고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3) 홉스 ‘리바이어던’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3) 홉스 ‘리바이어던’

    때는 1588년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으로 침입해 들어온다는 소문에 백성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런던 교외에 위치한 맘즈베리에 살던 한 목사의 아내는 그 말에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 출산일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아기를 낳아버렸다. 그가 바로 ‘새로운 철학의 빛나는 땅을 개척한 위대한 콜럼버스’라는 찬사와 ‘최고의 무신론자이며 맘즈베리의 악마’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토머스 홉스(1588~1679)였다. 홉스가 자신은 공포와 쌍둥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던 것도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 그가 살던 당시 유럽은 종교전쟁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내전이 치열하던 때였다. 그는 실제로 평생을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살았다. 홉스가 보기에 사람들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 면에서는 평등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나 살해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 ‘리바이어던’은 이렇게 공포라는 정념에서 탄생한다. ●홉스 “나는 공포와 쌍둥이” 그렇기에 이런 혼란에서 해방시켜줄 단 하나의 절대적 존재인 리바이어던이 요청된다. 원래 성경 욥기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인 리바이어던이 홉스에 의해 국가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홉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일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다!” 그건 너무 오버라고? 하지만, 아동성범죄, 묻지마 살인 등 사이코패스가 난무하는 요즘, 이러한 공포는 사람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 아닌가? 이게 전쟁상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표현은 그런 점에서 어쩌면 우리네들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는 전쟁이라는 것은 싸움 혹은 전투행위의 존재 유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상태로 대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분히 확인되는 시간적 공간 역시 전쟁, 즉 전쟁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총과 칼이 교차하는 전쟁만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 속에서 전투상태의 의지가 계속되는 상태, 즉 인간이 인간에 대해 늑대인 상태 역시 전쟁이라 말하는 것이다. 아마 그가 현 상황을 봤다면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을는지도. 따라서 인간들은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을 필요로 하고, 공통권력을 요청한다. 절대적인 힘을 갖는, 인민들의 목숨을 보장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 리바이어던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계약을 통해 절대적 권리를 갖는 리바이어던을 탄생시킨다. 그가 묘사한 장면을 보자. “이것은 마치 만인이 만인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 것과 같다. ‘나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를 이 사람 혹은 이 합의체에 완전히 양도할 것을 승인한다. 단, 그대도 그대의 권리를 양도하여 그의 활동을 승인한다는 조건 아래.’ 이것이 달성되어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인격으로 결합되어 통일되었을 때 그것을 코먼웰스(Commonwealth)-라틴어로는 키비타스(Civitas)-라고 부른다. 이리하여 바로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이 탄생한다. 아니 좀 더 경건하게 말하자면 ‘영원불멸의 하느님’의 가호 아래,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백성들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를 리바이어던에게 완전히 맡김으로써 그들은 공포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이때 리바이어던의 권력은 분리하거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절대적 권리 그 자체이다. ●리바이어던 넘어, 소극적 자유 넘어 홉스의 국가 논리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지금 우리가 매일 만나는 권력이 리바이어던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 괴물은 ‘지금, 여기’ 한국 땅에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를 견제하는 방법은? 보다 좋은 대통령을 뽑는 것? 아니면 삼권 분립을 통해 권력을 잘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하지만 절대적인 국가를 상정하는 홉스의 논리대로라면 그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 홉스를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을 어떻게 다시 사유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 속에서 일 것이다. 그것이 고전을 읽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작업이리라. 홉스의 후예들은 언제나 말한다. 당신들을 대리하는 주권을 구성한 것, 그것은 바로 백성들인 당신들이고, 당신들이 그것을 원했다고. 그러므로 공연히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고. 너희들에게 우리가 베푼 한도 내에서 너희들은 충분히 자유롭다고. 소위 ‘소극적 자유’라고 불리는 개념은 그렇게 홉스에게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단지 노예상태의 자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상태에서 자유는 주인의 재량 혹은 폭군의 재량에 달려 있다. 물론 대통령이 폭군이 아닐 수도 있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다. 또한 노예를 배려하는 주인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한 ‘꼴랑한’ 아량을 우리의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량과 시혜라는 종속적 관계는 언제든지 노예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는 간섭의 부재, 방해의 부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 그 자체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을 옥죄는 통치라는 이름의 권력, 자본이라는 이름의 권력인 리바이어던에게 말하자. 당신이 그어놓은 이 선을 뛰어넘겠다고. 그것이 우리의 자유라고! 김태진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섬웨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섬웨어’

    미국의 소피아 코폴라(39) 감독의 영화 ‘섬웨어(Somewhere)’가 11일 막을 내린 제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코폴라 감독은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 1990년 아버지가 감독한 ‘대부3’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버진 슈이사이드’(1999)로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대인의 고독을 묘사한 두 번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를 계기로 작가주의 감독 반열에 올랐다. ‘섬웨어’는 자식의 눈을 빌려 영화스타의 공허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술과 마약, 섹스에 찌들어 살던 영화배우는 어느 날 찾아온 11살 딸과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깨닫게 된다. 유럽영화계는 대체로 할리우드의 영화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때문에 ‘섬웨어’의 수상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밖에 남우 주연상과 여우 주연상은 ‘특급 살인(Essential Killing)’에 출연한 빈센트 갈로와 ‘아텐베르크(Attenberg)’의 아리안 라베드가 각각 차지했다. 최우수 감독상인 은사자상은 ‘발라다 트리스테 데 트롬페타(Balada triste de trompeta)’를 연출한 스페인 출신 알렉스 드 라 라글레시아 감독에게 돌아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부고] 누벨바그 이끈 佛 샤브롤 감독

    1950년대 누벨바그 운동을 이끈 프랑스 영화감독 클로드 샤브롤이 12일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샤브롤은 프랑수아 트뤼포, 장-뤽 고다르 등과 함께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우상으로 꼽히는 감독으로, 프랑스 지방 중산층의 삶을 어둡게 묘사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누벨바그 운동의 효시로 꼽히는 1958년작 ‘미남 세르주’(Le Beau Serge)부터 2009년 발표된 마지막 작품 ‘벨라미’(Bellamy)에 이르기까지 50여년간 80여편을 만들었다.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활동을 했던 그는 첫 작품 ‘미남 세르주’로 로카르노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면서 순식간에 명성을 얻었고, 다음 작품 ‘사촌들’(Les Cousins)은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할머니, 어디 가요? 밤 주우러 간다!(조혜란 글·그림, 보리 펴냄) 충남 서산에 사는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 조혜란씨는 한국화 전공을 살려 따뜻하고 개성 넘치는 그림책을 선보인다. 옥이네의 봄 이야기 ‘쑥 뜯으러 간다!’와 여름 이야기 ‘앵두 따러 간다!’, 겨울 이야기 ‘굴 캐러 간다!’에 이어 가을 이야기로 사계절 시리즈가 완간됐다. 할머니 손에 자라는 천방지축 더벅머리 소녀 옥이가 자연 속에서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1만 1000원. ●로라의 비밀편지(마리온 리플리 글, 콜린 백하우스 그림, 이순미 옮김, 소년한길 펴냄) 점자편지가 수록된 그림 동화. 편지를 받고 싶었던 소녀 로라는 말콤과 펜팔을 시작하고 답장이 오지 않아 섭섭해한다. 뒤늦게 말콤이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로라는 점자기를 이용해 문병카드를 쓴다. 수록된 점자표로 편지 내용을 알아내는 재미가 크다. 1만 1000원. ●분홍토끼와 친구들(오드레이 푸시에 글·그림, 이주희 옮김, 보림 펴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분홍토끼 그림책 시리즈가 판형을 바꿔 자그마한 보드북으로 출간됐다. 자아는 강해졌지만 어울림에 서툰 분홍토끼의 행동에 아이들은 심하게 공감하며 즐거워한다. ‘내 스웨터야!’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가장 잘 생겼어’ ‘깜짝 놀랐지?’ ‘다이빙은 무서워!’로 모두 5권이다. 각 권 7500원. ●호박에는 씨가 몇 개나 들어 있을까?(마거릿 맥나마라 지음, G 브라이언 카라스 그림, 이혜선 옮김, 봄나무 펴냄) 셈과 배수의 개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유용한 그림책. 호박 속의 씨를 파서 교실 바닥에 늘어놓으며 수를 배우는 체험 학습 현장이 수채화 기법으로 간결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됐다. 동양 아이 찰리가 외모에 대한 고민을 극복하는 과정도 담겼다. 1만원.
  • 디자이너·브랜드가 만나면 뭔가 달라!

    디자이너·브랜드가 만나면 뭔가 달라!

    올해 패션계 최고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작가 또는 스타가 만난 공동작업은 몇 년 전부터 패션계의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었지만 최근 들어 의외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으로 가장 덕을 많이 본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스웨덴의 글로벌 브랜드 H&M이다. H&M은 지난 2월 서울 명동에 한국 1호 매장을 열면서 ‘니트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과의 협업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소니아 리키엘이 디자인한 니트 상의와 원피스 등이 30분 만에 눈 깜짝할 사이 팔려나간 것. 백화점에서는 100만원 안팎인 소니아 리키엘의 니트가 10분의1 값인 10만원대에 나왔으니 앞다퉈 집어가기 바빴다. ●가격 착해지고 감각은 오르고 오는 11월23일 세계적으로 동시 판매가 시작되는 H&M의 또 다른 협업은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이루어진다. 디자이너 잔 랑방은 코코 샤넬과 함께 프랑스 패션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인물. 지난해 방송된 패션잡지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스타일’에서 여주인공 김혜수가 자주 선보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랑방의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와 루카스 오센드라이브는 “H&M은 컬래버레이션을 요청하며 그저 더 싼 옷이 아니라 랑방이 창조한 패션에 대한 꿈을 더 넓은 소비자층이 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H&M코리아의 정해진 실장은 10일 “H&M과 랑방이 협업한 제품의 가격도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의 10분의1 정도로 저렴할 것”이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 제품도 출시되며 수량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해 소니아 리키엘 때보다는 구입 경쟁이 덜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H&M 2호점은 오는 16일 서울 명동 중앙길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문을 연다. 스포츠 브랜드 역시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푸마다. 동대문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까지 진출한 최범석(33)과의 협업 제품을 지난 3일 선보였다. 최씨는 ‘제너럴 아이디어’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그가 디자인한 푸마 운동화는 끈이 아니라 등산화처럼 단추를 돌려 신고 벗는 제품이다. 1992년 푸마가 처음 선보였던 디스크 블레이즈는 신발끈을 풀고 묶는 불편함을 없앤 혁신적 제품이었다. 여기에 최범석은 그만의 타이포그래피(서체 디자인)를 덧붙였다. 최범석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던 록 그룹 들국화의 첫 앨범, 클럽 파티 등을 묘사하는 단어로 타이포그래피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가 만든 타이포그래피는 신발 디스크 블레이즈와 모자가 달린 셔츠에 담겼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경쟁 브랜드에 밀렸던 푸마는 질 샌더, 알렉산더 매퀸 등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예술적인 운동화를 선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푸마·리복 등 스포츠브랜드·디자이너와 만남 리복도 지난달 27일부터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손잡고 스포츠 의류와 신발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르마니는 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속옷만을 입은 남성 모델이 운동화를 착용하고 무대를 걷는 것으로 패션쇼를 마무리해 리복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한국에서는 리복 이태원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아르마니와 리복의 협업 제품은 운동화 ‘펌프 빈티지 미드’가 37만 7000원으로 비교적 고가라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성판 21세기 ‘킨제이 보고서’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와 눈빛에 끌렸습니다.” “하고 나면 편두통이 싹 사라져요.” “신과 합일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남자가 춤을 잘 추면 침대에서도 끝내준다는 속설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다른 애들의 부러움을 사려고 우리 대학 최고의 인기남과 잤어요.” 이상은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정병선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의 일부분이다. 저자인 신디 메스턴과 데이비드 버스는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다. 메스턴은 여성의 성애와 관련된 심리 생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진화 심리학자인 버스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을 연구하는 1급 과학자로 두 사람은 여성의 성애에 관한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완벽한 한 쌍이다. 메스턴과 버스는 ‘여자는 왜 섹스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즐거움을 누리고자, 사랑을 표출하기 위해, 그리고 번식을 목적으로 섹스한다고, 즉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5년간 300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섹스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237가지가 넘었다. 이 동기들은 세속적인 것(“지루해서요.”)에서 영적인 것(“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에 이르렀으며 이타적인 것(“내 남자가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것(“나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응징하고 싶었다.”)까지 다양했다. 책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성적 만남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성에 관한 연구인 성 과학(sexology)이 내놓은 가장 유명한 보고서는 1940~50년대에 나온 ‘킨제이 보고서’다. 인류의 성 활동을 채집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 연구서다. ‘여자가 섹스를’은 여성판 ‘킨제이 보고서’인 셈이다. 두 과학자는 2006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킨제이 연구진처럼 면접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저자들은 “성 활동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눈 밝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두 과학자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많은 성 관련 기사처럼 ‘성 지침서’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흔히 ‘떡 친구’로 묘사되는, 데이트 따위는 필요없이 섹스만 하는 관계에서 여성들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 통계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미묘한 성 심리에 대한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배우의 연기에 내 생각 담아내려 노력”

    “배우의 연기에 내 생각 담아내려 노력”

    “저는 ‘영웅본색’에서 형제애와 우정 등 사람들의 진정한 감정과 희생 정신을 다뤘는데 리메이크를 제안한 대부분의 나라에선 그저 액션 영화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 시나리오에는 인간의 사랑, 기본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새로움도 있었죠. 그래서 리메이크를 허락했습니다.” ●“무적자는 진정성 가진 작품” 홍콩 누아르의 전설 ‘영웅본색’(1986)의 우위썬(吳宇森·64) 감독은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소재를 가져왔지만 독립적인 스타일과 진정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면서 “처음 봤을 때 원작을 잊을 수 있었고, 감동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무적자의 VIP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우 감독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을 통해 홍콩 누아르 시대를 연 인물이다. 미국 할리우드에도 진출해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현재 베니스에서는 이를 기념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무적자도 회고전에 초청돼 상영됐다. 그는 “배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고,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 관객에게 전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배우의 연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자신의 영화관을 피력했다. 이어 “배우의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우에게 어울리는 대사도 쓴다.”면서 “배우의 인생관과 경험, 연륜은 물론, 나의 생각도 연기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 안에 내 모습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창작자로서 송 감독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그의 영혼이 담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고. 우 감독은 “원작에선 친구의 의리에 관심을 뒀기 때문에 형제애를 깊이 다루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송 감독이 영화 전체의 중심을 형제의 감정 속에 두고 이들의 오해, 고통, 충돌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을 보고 놀랐다. 형제가 북한 출신이라는 설정 자체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주진모·김강우·송승헌과 일하고파” 무적자를 보고 아쉬운 점이 없었다는 그는 “무적자에 나온 배우들이 감정을 잘 풀고, 각 캐릭터를 개성적으로 표현해 좋았다. 가능하면 모두와 일해보고 싶다.”면서 “굳이 꼽자면 주진모, 김강우, 송승헌과 일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원작에서는 영웅적이고 남성적이었던 저우룬파 캐릭터를 송승헌이 보다 발랄하고 현대적으로 표현해 재미있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더 현실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적자의 베니스 상영 당시 서양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했고, 박수갈채도 오랫동안 이어졌다며 마지막에 동생이 자살한 부분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단신]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이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도전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제83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맨발의 꿈’을 선정했다. 앞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준익), ‘포화 속으로’(이재한), ‘하녀’(임상수), ‘시’(이창동), ‘감자심포니’(전용택)까지 모두 6편의 작품이 출품에 공모했다. ●고(故) 이만희 감독의 1960년대 대표작이 디지털 복원을 거쳐 DVD 박스 세트로 묶여 나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전영화 컬렉션 DVD의 감독 시리즈로 2007년 신상옥, 2008년 김기영, 2009년 유현목에 이어 ‘이만희 컬렉션’을 출시했다. 한국 전쟁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한국형 누아르 ‘검은머리’(1964), 개봉되지 못했다가 2005년 영상자료원을 통해 처음 공개된 ‘휴일’(1968), 독특한 실험성이 돋보이는 ‘암살자’(1969)가 담겼다. 4만 9500원. ●필름포럼이 주최하는 2010 스페인 영화제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으로 꾸려진다. 독특한 색채 감각과 도착적 욕망, 동성애와 양성애 묘사, 부조리한 발상 등으로 1980년대 이후 스페인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초기작을 상영한다. ‘나쁜 습관’(1983),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1988), ‘라이브 플래시’(1997) 등 7편이다. 안토니오 바르뎀 감독의 대표작이자 고전인 ‘러브 메이커’(1956)도 소개된다. 영화제는 10일부터 9일 동안 서울 대신동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기수이자 소설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영화제 ‘목소리’가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13~19일 열린다. ‘파괴하라, 그녀는 말한다’(1969), ‘나탈리 그랑제’(1972), ‘인디아 송’(1975), ‘대서양의 남자’(1981), ‘아이들’(1984)이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는 뒤라스에게 영향을 받은 양혜규 작가 개인전 ‘셋을 위한 목소리’의 일환이다. 양 작가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초청작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문화마당]한국 영화의 잔혹성/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한국 영화의 잔혹성/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국내 영화상 심사를 하다 보면 꽤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약 1년간 한국영화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나 이른바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몇 년 전 조폭영화가 대세일 때는 때리고 부수는 액션 장면 외에도 욕설이 그야말로 진진하여 하루종일 귀가 멍멍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 한국영화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잔혹성’이다. ‘용서는 없다’부터 ‘파괴된 사나이’를 거쳐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에 이르러 정점에 달한다. 피투성이 살인은 물론 사체훼손 묘사까지 거침이 없다. 등급을 놓고 제작사와 영상물등급위원회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기도 한다. 한국영화는 왜 이리 독해진 것일까. 일단 잔혹성 문제는 영화적 표현과 관련이 있다. 올해 잔혹성이 두드러진 영화들은 대체로 ‘복수’를 테마로 하고 있다. 영화 서사적으로 ‘복수’는 가장 원초적이고 드라마틱한 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에겐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레스테스’나 ‘메데이아’같은 그리스 비극에서도 관객을 흡인하는 것은 복수가 내뿜는 강렬하고 비극적인 에너지이다. 관객은 복수의 주체가 혹독한 시련과 참혹한 불행을 당하면 당할수록 그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감정이입하면서 그가 복수의 ‘칼’을 빼어들 때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복수의 주체에게 가해지는 불행이나 비극적 사건의 내용과 표현의 수위가 더욱 강해지고 독해지는 것이다. ‘용서는 없다’에서 누나와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남자의 딸을 납치 살해, 급기야 남자가 자기 딸의 사체를 훼손하게 하는 것으로 복수를 완성하는 범인과, ‘악마를 보았다’에서 잔인한 연쇄살인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점점 악마가 되어 가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는 폭력과 경멸과 성적 착취로 고통받던 여자가 딸의 죽음을 계기로 관련된 사람들을 살해하는 핏빛 복수극을 목격해야 한다. 일응 복수란 핍박받고 참혹한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반격이란 점에서 대리만족의 효과를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근래 한국영화 속 복수는 그 정도를 넘어서 글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 끔찍하고 잔인해서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는 점점 스크린 속에서 복수에 잡아먹힌 미치광이나 점점 악마가 되어 가는 존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편 사회심리학적으로 한국영화의 잔혹성은 우리 사회의 징후이자 반영이며 무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범죄는 최근 급속하게 흉포해지고 있다. 강호순, 유영철 등이 저지른 끔찍한 연쇄살인,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믿을 수 없이 잔인한 성범죄, 한 동네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여성을 오랜 기간 성폭행했다는 보도 등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범죄들이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들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문제는 이 끔찍한 범죄나 사건들에 노출되면 될수록 우리 스스로 둔감해지고, 게다가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스펙터클화해 무감각해지거나 심지어 즐기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러한 대중의 속성을 간파하고 접근한다. 우리 사회의 범죄를 거론하며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인하지 않으냐는 주장을 앞세우기도 하고, 폭력과 잔혹성의 표현수위를 높여가면서 관객을 자극한다. 그것이 영화적 주제나 메시지를 위한 것이든, 영화라는 허구가 주는 안전지대 안에서 오락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든, 자극의 수위는 급속히 상승한다. 그리고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와 같은 자극과 잔혹성에 중독되어 간다.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가 날로 잔혹해지는 데 우리 사회가 원인제공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이기심과 불감증, 불관용과 불공정으로 인한 피해의식의 팽배, 그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비등점에 이르러 폭발하고 있는 현상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현재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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