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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옛 여인에 빠지다(조혜란 지음, 마음산책 펴냄) 춘향에서 향랑까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15명을 다시 불러내 그들의 삶에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 본다. 저자는 전작 ‘옛 소설에 빠지다’로 고전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을 귀띔했던 조혜란 이화여대 국문학과 부교수. ‘구운몽’의 백능파,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삼한습유’의 마모 등 고전소설 속 여성 캐릭터 15명을 분석함으로써 욕망, 가부장제, 섹슈얼리티, 버림받은 자에 대한 통찰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탐구주제들을 돌아본다. 예컨대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은 남편을 모함하고 정부와 도망치는 악인의 전형으로 묘사됐지만 지금이라면 지극히 욕망에 충실한 여성으로 복권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고전에 매몰된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그 소설들을 정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그건 ‘덤’이다. 344쪽. 1만 6000원. 진화하는 민주주의(김상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자생적 민주주의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등 비서구 지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저자(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유럽을 정점으로 발전한 역사의 결과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유럽 지식인 중에도 중국과 조선을 철학자가 통치하는 선진정치의 모델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는 것. 즉 서구에서 기원해 비서구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인식된 민주주의는 오랜 고정관념이며 비서구 지역의 문화에서 이미 자생적 민주주의의 토양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주 예산의 40%를 주민 결정에 맡긴 주민자치예산제도를 운영하는 인도 케랄라 주, 빈곤가구 현금지원 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를 실시한 브라질 등이 그 예다. 비서구 지역에서 약진하는 민주주의는 기존 민주주의 체제가 보여주지 못한 활력과 창조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서구 중심을 벗어나 다원 균형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344쪽. 1만 5000원. 세기말 빈(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빈은 한마디로 지성의 용광로였다. 미국의 문화사 연구가인 저자는 세기 말 빈 사회의 다중적인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문화의 본질을 들춰보는 방대한 작업을 했다. 당시 빈 사회는 과학과 예술의 양립, 도덕과 탐미주의의 공존 등 이중적 대립구도가 곳곳에 혼재했다. 자아, 기성가치와 질서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던 역사적 무대에 초점을 맞춘 뒤 그 다중적인 면모를 통찰하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책갈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문학, 건축, 미술, 음악, 심리학 등 당대 유럽지성사를 풍미했던 주역들이 한 무대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문화역사를 직조해 나갔는지를 재확인한 저술이다. 사회에 억압된 본능을 회화로 표현한 클림트, 사회적 무기력감을 극복한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회화, 쇤베르크의 현대음악 등이 빈이라는 특정공간을 무대로 복기된다. 그런 작업을 통해 책은 신통하게도 ‘역사’와 ‘오늘’이 얼마나 긴밀히 상호작용하는지를 웅변한다. 576쪽. 3만 1000원. 부모의 권위(요세프 크라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푸른숲 펴냄) 자녀를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 지침서다. 저자는 독일 김나지움(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이자 30년 넘게 독일교사연합 회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 자기밖에 모르는 응석받이 아이들이 교육현장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런 아이들 뒤에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위적’인 게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부모들이 착각하는 자녀교육의 그릇된 진실이 무엇인지를 교육학의 역사, 뇌과학, 사회학 등 연구결과와 유럽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독일의 교육 문제가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데 놀라게 되는데, 책의 제언들은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들린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부족하게 키울 줄 알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등의 명쾌한 조언이 이어진다. 192쪽. 1만 2000원.
  • [열린세상] 언론,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언론,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요즘 주말마다 고향집에 내려가 가족이나 죽마고우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만나는 횟수가 늘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의 여러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고향에서 만난 대개의 지인들은 언론이 보도한 주요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주목하지만 정치 과정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여론)에도 관심이 많다. 대화를 통해 확인한 지역민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문을 구독하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텔레비전은 가장 보편적이고 지배적인 정보원이었다. 오로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여론을 인식하는 집단에 속하는 분들은 대개 연령이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세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노인분들은 부부만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거의 없으며, 보수적인 정치성향이 강하고 습관적인 투표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둘째,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여론을 적극 탐색하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는 30, 40대와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50대들이 이에 속한다. 텔레비전 중시청자이지만 PC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모바일인터넷으로도 뉴스를 소비한다.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과 토론할 기회가 많은 이들은 사회 여론에 대한 관심 수준도 높아 다양한 뉴스를 통해 정당정치를 평가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고향에서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한 친구, 기초의원 선거에 당선된 선배,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여러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선거에서 정책 공약을 보고 지지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언론의 규범적 주장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와 같다. 정당 추천 후보자가 정당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자기 지역 출신 사람에게 일방적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습관적 투표행태가 아닌 숙고적 태도를 지닌 유권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기준으로 선택한다고 말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여론 탐색에 적극적인 지역민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전략적 투표행태를 보였다. 지역선거 관계자들이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숙고적 유권자는 중앙정치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회 의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적어도 지역색을 뛰어넘는 합리적 유권자의 지방자치 평가는 미디어가 중앙의 정치현실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향주민의 미디어 정치 뉴스에 대한 평가는 언론학자들의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정치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이 부족하고, 신문 기업이 소유한 종편은 불공정한 패널의 신뢰할 수 없는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너무나 일방적이고 편향적이어서 숙고를 방해한다고 평가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적이고 젊을수록 온라인 뉴스에 의존하고, 보수적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신문과 방송 뉴스에 더 의존적이어서 뉴스 소비의 양극화에 따른 정치적 갈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서 제시한 지역민 미디어 이용행태 사례에서 보듯이 뉴스 매체 이용은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다. 단순 상관관계를 보면 전통미디어 뉴스를 많이 시청하는 이들이 인터넷포털뉴스 및 소셜미디어뉴스를 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인구사회적 특성(성, 연령, 소득수준, 교육수준, 계층의식)의 효과를 통제하면 전통매체의 뉴스를 이용하는 이들일수록 온라인 뉴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시민들은 뉴스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살피거나 혹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뉴스의 내용을 평가해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시민 간 대화에 필요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건 언론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의 하나다. 언론은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 한다.
  • 물대포 달린 ‘소방판 트랜스포머’ 中서 등장

    전 세계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가 중국에서 실제로 재탄생했다. 현지 언론의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베이성 동부 친황다오에는 실제 영화 속 로봇과 비슷한 외형의 거대한 구조물이 등장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로봇의 재료가 소방서에서 쓰던 소화기구라는 것. 소방서 측이 지금은 쓰지 않는 낡고 오래된 소방 도구들을 버리지 않고 로봇 ‘재료’로 제공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로봇에게 ‘소방판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을 붙였다. 높이 4.5m 무게 1.5t에 달하는 ‘소방판 트랜스포머’는 친황다오의 소방서 측이 ‘재료’를 제공하고, 주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든 것으로 실제 영화 속 로봇과 매우 흡사한 외형이다. 등에는 소화기를 장착했고, 왼손에는 ‘물총’을, 오른 손에는 ‘물대포’를 달아 실제 전투에 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한 ‘소방판 트랜스포머’에는 총 180여 개의 소방 기구가 들어갔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우연히 소방서 창고를 정리하던 중 오래되서 사용하지 않는 기구들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쏘는 긴 호스와 장비 등을 보니 ‘트랜스포머’의 로봇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설계도를 찾아 만들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3개월이나 걸려서야 완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이 ‘소방판 트랜스포머’가 친황다오 및 인근 지역을 돌며 전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트랜스포머4’는 중국에서만 1억 3400만 달러(지난 1일 기준), 한화로 약 135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북미 현지 수익을 앞지른 수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오직 색연필로만 그린 사진같은 그림 화제

    오직 색연필로만 그린 사진같은 그림 화제

    어떻게 이런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일까. 해외의 한 미대생이 색연필만으로 사진처럼 인물을 그려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매체 스플로이드 기즈모도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런 그림을 그려낸 이는 20세 여성 헤더 루니.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헤더의 작품은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29)의 초상화. 재생속도를 빠르게 한 영상이지만 색연필만으로 마치 사진을 찍어내듯 인물을 완성하는 과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로 등장한 영국 출신 배우 엠마 왓슨과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론 위즐리의 루퍼트 그린트는 물론 할리우드 미녀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섹시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모습도 정교하게 묘사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까스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미국 대표팀의 클린트 뎀프시와 무승부를 기록해 탈락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와 같은 스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한편 헤더 루니는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촬영해 공개한 셀피(셀카) 사진을 거의 똑같이 그려내 주목받은 바 있다. 사진=헤더 루니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인자 시진핑, 축구 만화까지 등장

    1인자 시진핑, 축구 만화까지 등장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 꿈’을 주제로 만든 만화 캐릭터가 2일 중국 유명 인터넷 포털에 일제히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진핑) 아저씨와 축구’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익명의 네티즌이 그린 것으로 소개됐으나 사실상 선전 당국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지도자를 만화로 그리는 일이 금기시돼 왔으나 당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지도체제나 시진핑의 업무 일정 등을 소개하는 시진핑 만화를 쏟아내며 친민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만화는 통통한 얼굴의 시진핑이 힘껏 공을 차는 모습 등을 담은 열일곱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시진핑) 아저씨는 축구를 사랑해’, ‘중국의 축구 적폐를 해소하다’, ‘소년 축구단을 육성한다’, ‘시진핑 아저씨의 축구 꿈’ 등 4개 테마로 구성됐다. 밤늦게까지 흥미진진한 얼굴로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도박 축구에 레드 카드를 내미는 모습 등이 친근감 있게 묘사됐다. 실제로 시 주석은 엄청난 축구광으로 유명하다. 2012년 2월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축구장에서 구두를 신고 킥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으며, 정상회담이나 외국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항상 축구를 언급한다. 오는 15~16일 개최되는 제6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브라질에서 월드컵 결승전도 직접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 주석의 ‘축구 사랑’과 상관없이 이 만화는 개인 우상화 시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총서기에 취임한 뒤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각 분야의 권력을 모두 장악하며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최근 관영 언론들은 그가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지도자라며 그의 인격과 업무 스타일을 칭송하는 글을 내놨다. 선전 당국은 지난달 말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발언’과 그 해설집인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발언 독본’을 발행한 데 이어 이 책을 각 대학과 당교(黨校)의 교제에 실어 필수 학습 대상으로 삼으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여성듀오 ‘윙스’,여성 이중심리 묘사 ‘헤어 숏’ 열창

    여성듀오 ‘윙스’,여성 이중심리 묘사 ‘헤어 숏’ 열창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엠펍에서 진행된 여성듀오 윙스(WINGS)가 두 번째 싱글 ‘꽃이 폈어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를 가졌다. 이날 무대에 오른 윙스는 지난 3월 발매된 첫 싱글 ‘헤어 숏’을 비롯해 리틀 믹스(Little Mix)의 ‘윙스(Wing)’와 두 번째 싱글 ‘꽃이 폈어요’ 무대를 차례로 선보였다. 데뷔 타이틀곡 ‘헤어 숏’은 작곡가 원더키드와 에이트 백찬의 작품이다. 일렉트로닉과 록 사운드를 조합한 곡으로, 연인과 헤어진 후 머리를 자르는 여성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묘사한 가사가 인상적이며 반복적인 후렴구 “아임 커팅 마이 헤어 숏(I´m Cutting My Hair Short)”은 이 곡의 포인트다. 윙스가 이번에 들고 나온 ‘꽃이 폈어요’는 왜곡된 기타 사운드와 플롯 연주로 사랑에 빠진 20대 초반의 설렘과 불안의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힙합듀오 배치기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윙스는 3일 ‘꽃이 폈어요’ 음원 및 뮤직비디오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장관에게 힘 실어 주자] “대통령은 숲을 봐야”… ‘현미경 지시’에 장관들 눈치만

    책임장관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부터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체로 “박 대통령이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국정의 모든 현안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샅샅이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교과서 가격이나 명태 포획 대책을 확인하는 것을 비롯해 각 부처에 민원카드를 작성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당시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국정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면서 박 대통령의 그런 세심함은 장관들의 업무에까지 닿으며 ‘월권 아닌 월권’으로 비쳐졌다. “마치 시어머니처럼 국정의 모든 현안에 대해 직접 지시하고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스타일”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평가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정확히 압축해 묘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면모는 그동안 이뤄진 장관 인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소신과 능력보다는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을 주로 시킨다”는 평가가 늘 뒤따랐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에게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요구하기 때문에 장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묵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은 내 말을 잘 들으면 보상해 주지만 안 들으면 벌을 받는다는 식의 전형적인 거래적 리더십을 보여 준다”며 “이러면 장관은 대통령이 시킨 일만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책임장관제를 구현하기 힘든 리더십 스타일을 갖춘 대통령이 이를 공약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질책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정 지지도 추이와 선거에 과도한 신경을 쏟고 있는 듯한 모습이 리더십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지지도 상승과 여권의 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고, 대국민 접촉은 외면한 채 신비화 전략을 쓰면서 내적 통제력만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대통령은 큰 틀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고 장관들에게 권한을 주고 맡긴 뒤 자신은 외교 분야를 책임지는 그런 분권형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구현하려면 국정 방향과 부처별 업무의 분장,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박 대통령의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행법상 총리와 장관은 대통령을 보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고 책임장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래도 ‘책임장관’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박 대통령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장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소용없는 일”이라며 “말로만 권한을 주겠다고 할 게 아니라 실제로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1,000년의 기다림…전설 속 ‘토르의 망치’ 발견

    1,000년의 기다림…전설 속 ‘토르의 망치’ 발견

    북유럽 신화의 천둥을 다스리는 신(神)이자 미국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토르의 특수무기인 망치 ‘묠니르’의 원형이 나타난 것일까?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덴마크 국립 박물관 소속 고고학 연구진이 최근 북유럽 신화 속 묠니르의 원형이자 1,000년 전 바이킹이 실제 사용했던 ‘망치’를 발견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덴마크 남동부 롤란 섬에서 발견된 이 망치는 청동으로 제조돼있으며 주석과 금으로 외부 장식이 되어있다. 흥미로운 것은 망치 겉 표면에 스칸디나비아 고대 룬 문자로 ‘망치’라는 것을 명시하는 글귀가 적혀져있고 사용자의 힘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부적표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유럽 신화에 묘사된 묠니르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이자 지하 종족인 드워프가 제조한 무기로 무게가 너무 무거워 신들 중 이를 유일하게 들 수 있었던 토르의 소유가 됐다. 묠니르는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경 할 수 있어 작게 만들어 휴대가 가능하며 적에게 던져 맞춘 뒤, 자동으로 주인 손에 돌아올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르의 모습과 망치의 기원은 바이킹 족의 실제 모습에서 많은 부분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여겨진다. 덴마크 국립 박물관 고고학 연구진에 따르면, 이 망치의 제조연대는 10세기경으로 추정되며 겉 문양과 용도 모두 전통적 바이킹 유물의 특징과 일치한다. 표면에 무기용도가 문자로 명시되어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특히 외형이 북유럽 신화에 묘사된 묠니르와 매우 흡사하다는 측면에서 이 1,000년 전 망치를 토르 무기의 원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망치가 발견된 롤란 섬이 전통적인 바이킹 유적지라는 것도 해당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덴마크 국립 박물관 고고학자 피터 펜츠는 “망치에 새겨진 금 문양을 봤을 때 인근에 보석을 가공하는 바이킹 공장 터가 있었던 것 같다”며 “금속유물 발굴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National Museum of Denmark/Marvel/wikipedia common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고대 신화 속 무기…실제 ‘토르의 망치’ 발견

    고대 신화 속 무기…실제 ‘토르의 망치’ 발견

    북유럽 신화의 천둥을 다스리는 신(神)이자 미국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토르의 특수무기인 망치 ‘묠니르’의 원형이 나타난 것일까?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덴마크 국립 박물관 소속 고고학 연구진이 최근 북유럽 신화 속 묠니르의 원형이자 1,000년 전 바이킹이 실제 사용했던 ‘망치’를 발견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덴마크 남동부 롤란 섬에서 발견된 이 망치는 청동으로 제조돼있으며 주석과 금으로 외부 장식이 되어있다. 흥미로운 것은 망치 겉 표면에 스칸디나비아 고대 룬 문자로 ‘망치’라는 것을 명시하는 글귀가 적혀져있고 사용자의 힘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부적표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유럽 신화에 묘사된 묠니르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이자 지하 종족인 드워프가 제조한 무기로 무게가 너무 무거워 신들 중 이를 유일하게 들 수 있었던 토르의 소유가 됐다. 묠니르는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경 할 수 있어 작게 만들어 휴대가 가능하며 적에게 던져 맞춘 뒤, 자동으로 주인 손에 돌아올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르의 모습과 망치의 기원은 바이킹 족의 실제 모습에서 많은 부분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여겨진다. 덴마크 국립 박물관 고고학 연구진에 따르면, 이 망치의 제조연대는 10세기경으로 추정되며 겉 문양과 용도 모두 전통적 바이킹 유물의 특징과 일치한다. 표면에 무기용도가 문자로 명시되어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특히 외형이 북유럽 신화에 묘사된 묠니르와 매우 흡사하다는 측면에서 이 1,000년 전 망치를 토르 무기의 원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망치가 발견된 롤란 섬이 전통적인 바이킹 유적지라는 것도 해당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덴마크 국립 박물관 고고학자 피터 펜츠는 “망치에 새겨진 금 문양을 봤을 때 인근에 보석을 가공하는 바이킹 공장 터가 있었던 것 같다”며 “금속유물 발굴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National Museum of Denmark/Marvel/wikipedia common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어떻게 그렸지?…사진 같은 색연필 그림 화제

    어떻게 그렸지?…사진 같은 색연필 그림 화제

    어떻게 이런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일까. 해외의 한 미대생이 색연필만으로 사진처럼 인물을 그려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매체 스플로이드 기즈모도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런 그림을 그려낸 이는 20세 여성 헤더 루니.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헤더의 작품은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29)의 초상화. 재생속도를 빠르게 한 영상이지만 색연필만으로 마치 사진을 찍어내듯 인물을 완성하는 과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로 등장한 영국 출신 배우 엠마 왓슨과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론 위즐리의 루퍼트 그린트는 물론 할리우드 미녀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섹시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모습도 정교하게 묘사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까스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미국 대표팀의 클린트 뎀프시와 무승부를 기록해 탈락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와 같은 스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한편 헤더 루니는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촬영해 공개한 셀피(셀카) 사진을 거의 똑같이 그려내 주목받은 바 있다. 사진=헤더 루니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간송문화전 2부 국보 12점·보물 8점…‘미인도’ 신윤복이 남장여자 추측 불러”

    “간송문화전 2부 국보 12점·보물 8점…‘미인도’ 신윤복이 남장여자 추측 불러”

    “(이번 전시에는)12점의 국보와 8점의 보물이 나옵니다. 그 중 어머니가 서울 재동의 한 살림집에서 우연히 접한 그림이 ‘미인도’예요. 이후 어떻게 그림을 소장하게 됐는지는 할아버지와 어머니 외에 아무도 모릅니다.” 전인건(43)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할아버지의 초상 옆에서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미소를 머금었다.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디자인박물관에서 만난 전 국장은 간송미술관 출범 이후 첫 외부 전시에 나선 ‘미인도’(혜원전신첩·국보 135호)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는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맏손자다. 정갈하게 빗어올린 머리에 좁은 어깨, 풍만하게 부푼 치마로 묘사된 ‘미인도’는 다음달 2일부터 9월 28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 2부 ‘보화각’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화제작이다. 전 국장은 “미인도에는 모나리자의 미소에 버금가는 맑은 눈을 지닌 여인의 섬세한 표정이 담겨 신윤복이 남장 여자일 것이란 추측까지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정선의 ‘압구정’ ‘풍악내산총람’, 김홍도의 ‘황묘농접’, 김정희의 ‘고사소요’ 등 114점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대부분 미술관 밖 첫 나들이다. “첫 외부 전시였던 1부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가 간송의 수집 일화 중심으로 꾸며졌다면, 2부는 작품의 70%가량이 수집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명품들이죠.” 지난해 8월 출범한 재단과 첫 외부 전시는 전 국장의 작품이다. 1938년 당시 ‘보화각’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은 그간 외부 전시를 한 적이 없었다. “간송미술관 개관 뒤 1년에 딱 두 번만 2주씩 무료 전시를 여는 것 외에는 대중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죠. DDP 전시는 반나절씩 길게 늘어서 입장을 기다리던 관람객들에겐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지난 15일까지 DDP에서 3개월간 이어진 간송문화전 1부는 간송미술관 수장품의 76년 만의 첫 나들이와 유료 입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훈민정음해례본’(국보 70호) 등 100여점이 나왔고, 하루 평균 1460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입장객만 12만여명을 기록했다. 전 국장은 “전시 수익금 대부분은 간송미술관 상설전시관 신축에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송의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고 재단을 운영하려면 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재단을 굳이 비영리법인으로 꾸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후원회를 발족시키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서울시와 맺은 3년간의 DDP 전시 계약 기간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것”이라며 “‘보화각’전이 끝나면 다양한 현대미술가들과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도 펼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생명의 窓] 언제나 짧은 말/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언제나 짧은 말/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서슬 퍼렇던 1980년대 초 서울 명동은 한마디로 숨통 문화 지대였다. 그 시절 그곳의 전진상교육관에서는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 가운데 한 분인 함석헌 선생의 ‘도덕경’ 강해가 주 1회 있었다. 당시 해군 중위로 서울의 해군본부에 근무하고 있던 나는 퇴근 후 그 전설의 강의를 꼬박 챙기며 청강했다. 선생은 노자의 ‘도덕경’을 중심으로 스스로 일생 집적한 사량(思量)을 자유롭게 풀어내셨다. 그때 배운 ‘도덕경’의 첫 문장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학자들에 따라 약간씩 달리 해석되지만, “도를 도라 할 수 있으면 늘 그러한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면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쯤으로 알아들으면 대체로 무난하겠다. 곧 언어로 실재를 온전히 묘사할 수 없다는 심오한 가르침. 한마디로,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명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장으로 말미암아 말의 무한 가능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말과 실체의 괴리를 늘 시인해야 한다는 철리다(졸저 ‘천금 말씨’참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지켜보던 중 문득 저 말이 떠올랐다. 언론인 출신인 후보자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녹다운되었다. 논리적인 합당성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더니 꼭 그 모양새가 됐다. 문 후보자는 사퇴의 변에서 팩트(fact)만을 보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내게는 실체적 진실과 보도 내용의 괴리에 대한 통절한 탄원으로 들렸다. 이 비극은 비단 대한민국 언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 언어문화 전반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병폐인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평생 글로 이름을 떨친 시인 고은은 어느 글에서 그 지난함을 단테의 ‘신곡’ 천국편 33절을 빌려 토로했다.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은 /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말임에도 아직 / 어미 젖 묻은 아기의 옹알이보다 짧으리라.” 나는 고은 시인이 이 시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변을 붙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참 많은 말을 한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잊을 수 없는 말을 남기기도 하지만, 또 쓰레기나 티끌 같은 말도 마구 내뱉는다. 하지만 아무리 성숙한 말도 팩트 자체에 비할 때 젖먹이가 하는 옹알이보다 짧거나 못 미치는 법이다.” 그러기에 일상을 언어와 뒹굴며 사는 시인에게 “어미 젖 묻은 아기의 옹알이보다 짧으리라”는 노래는 또 하나의 명시이면서 채찍이었으리라. 우리가 스스로 지혜롭네, 의롭네, 말 잘합네 하면서 시인의 말마따나 ‘잊을 수 없는’ 그런 말을 세상에 남긴다 한들 그것은 정녕 ‘짧으리라’. 절대와 맞닥뜨려 영원의 면전에서, 순수 앞에서, 어느 말이 스스로 ‘길다’고 주장할 수 있으랴. 우리에게는 우리가 하는 말이 ‘짧다!’는 한계 의식이 노상 필요하다. 말만 짧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판단 역시 진실 앞에 매양 짧다. 가만히 짚어 보면, 우리가 남을 판단할 때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심사숙고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외려 부족한 정보 또는 왜곡된 정보에 의거해 감정에 치우쳐 남을 단죄하는 일이 다반사다. 판단이 이토록 짧을진대 그 판단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진실 앞에 얼마나 더 짧겠는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에만 혈안이 돼 있을 것이 아니라 평소 쉽게 내뱉는 말에 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한 우리들이다.
  • [커버스토리] 민족주의 감정 건드리지 말자

    [커버스토리] 민족주의 감정 건드리지 말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한류 열풍이 재점화된 중국에서는 한류 스타와 한류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중국 내 한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수출 자체에 주목했던 기존의 한류 정책과 기조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이해와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한국 TV 프로그램과 음악의 수출 일변도였던 중국 내 한류는 최근 방송 포맷의 수출과 제작 노하우 전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방향은 중국에서 ‘문화 침략’이나 ‘시장 잠식’과 같은 우려 없이 한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적잖은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을 두고 “중국 예능 프로그램이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지현 CJ E&M 부장은 “중국은 지방 위성방송사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방송 포맷을 들여오고 외국의 업계 관계자들과 협력해 자국 콘텐츠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음악 수출서 포맷·노하우 전수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을 양국의 협력 강화로 이어 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이 가진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중국이 가진 막대한 자본과 결합시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한국의 제작진이 중국과 협력하면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킬러 콘텐츠(시장을 지배하는 핵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세계시장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호텔킹’ 속 중국인 부호 비하 논란 한국의 대중문화계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국인의 국가적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다. 지난 4월 12일 방영된 MBC 드라마 ‘호텔킹’이 이 같은 논란을 불렀다. 드라마의 배경인 7성급 호텔에 나타난 중국인 부호는 남자가 입기엔 부담스러운 호피 무늬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두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거만한 표정과 손짓으로 ‘진상’을 부리고, 직원이 와인을 따라 주는데 잔을 이리저리 피하며 짓궂은 장난을 쳤다. 직원이 실수로 와인을 옷에 쏟자 화를 내며 직원을 밀어 쓰러뜨렸다. 이 장면이 중국 포털사이트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을 추하게 묘사했다”는 제목과 함께 퍼져 나갔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국 부호들이 원래 저렇지 않나”라며 웃어넘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을 가난하거나 교양 없는 사람으로 그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화 콘텐츠에서 민족주의적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인들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반한 감정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문화 콘텐츠에서 우발적으로 민족적 갈등이 일어나 생기는 반한류 정서는 중국 일부 연예인이 키우는 반한류 정서보다 더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한류의 흐름 속에 쌍방의 문화 교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아직까지 탄탄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1990년대만큼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가요는 엠넷의 MAMA 시상식이나 ‘아시안 송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방송을 통해 접할 기회가 사실상 없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는 시장의 원리에 의해 문화가 전파됐지만 상호 균형을 위해선 중국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中음악 접할 기회 적어… 상호 균형 필요 학계에서는 한류에 투영되기 쉬운 문화 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동아시아 대중문화 소비의 새로운 흐름’ 학술대회에서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장원호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 공동체 형성을 저해한다”며 “한류의 경제적 효과만을 추구하면 그 흐름은 빠른 시간 안에 멈추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휴머니스트)의 저자인 박노현씨는 논문 ‘텔레비전 드라마와 한류 담론’에서 “21세기의 대중문화는 더 이상 일국(一國)적 콘텐츠가 아닌 초국(超國)적 콘텐츠”라며 “한류를 일방적 생산과 소비의 관계로 고집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국과 외국 사이 문화 횡단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혐한도 무지에서 나온 겁니다 양국 역사·문화 알아야 서로 무시 안 해”

    [커버스토리] “혐한도 무지에서 나온 겁니다 양국 역사·문화 알아야 서로 무시 안 해”

    “한·중 양국이 서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교류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해요. 혐한(嫌韓) 현상도 무지에서 비롯됐거든요. 더욱 높은 시각에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한류(韓流)도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대 민주루(民主樓)관에서 만난 한국(조선)언어문화학과 왕단(王丹·43) 교수는 한류 확산과 혐한 현상에 이렇게 진단했다. ●잃어버린 유교적 가치 韓드라마가 채워 줘 중국 내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왕단 교수는 베이징대 부총장 역시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며 즐겨 보고 있다는 여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부총장이 ‘별에서 온 그대’를 한 번에 몰아 보지 않고 재미를 좀 더 오래 느끼고자 조금씩 나누어 본다”며 말을 꺼냈다. 한류가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유되고 이미 문화이자 생활이 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잖아요. 돈 벌기에 바빴죠. 가족에 대한 가치,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등 중국의 유교적 전통 가치에 목말랐습니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가 그 빈자리를 채워 준 거죠.” 왕단 교수는 한류 열풍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거뒀지만 잃어버린 것들, 특히 예절에 대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느꼈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의 성품이나 예절, 생활 방식이 중국인들을 매료시켰고 작품 구성이나 영상의 아름다움도 더해져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끈 것 같다”면서 “꼭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의 생활 방식으로 한류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이면에 자리 잡은 혐한 현상에 대해 그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부 민족주의적인 관점을 지닌 중국 네티즌들이 퍼 나르는 글 때문에 혐한 현상이 심각해 보이지만 중국인 대부분은 혐한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왕단 교수는 “동북공정과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록 같은 문화적 충돌로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이 생긴 건 맞지만, 이는 서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몰라 발생한 일”이라며 “혐한을 조장하는 이들이 특히 한국 역사와 문화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알고 나면 혐한 감정은 생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지한파(知韓派)가 될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한류 통해 활발히 교류하면 모두 발전할 것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류가 중국에 더욱 공고히 뿌리를 내리려면 한국인들도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발전 과제로 양국 간의 교류 확대를 꼽은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서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잘 알 때 상대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잘 알지 못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이는 중국인들을 돌아서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침략이란 없습니다.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지요. 한류를 통해 중국 예술인들이 자극을 받고 교류를 활발히 한다면 양국 모두가 발전할 겁니다. 문화는 국적이 없는 만큼 양국이 협력해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세계로 두 나라의 문화를 널리 알리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책 ‘정도전’ 저자들이 본 드라마 ‘정도전’

    책 ‘정도전’ 저자들이 본 드라마 ‘정도전’

    KBS 대하사극 ‘정도전’이 종영을 2회 앞두고 있다. 역사적 사실의 충실한 전개 위에 지금의 시대상을 관통하는 듯한 정치 논쟁, ‘민본주의’를 부르짖은 정도전의 외침은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정도전 담론’으로 번졌다. 정도전을 배우려는 움직임에 관련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곳곳에서 강좌도 열리고 있다. ‘정도전’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정도전의 삶과 사상에 대해 강의하고 그 내용을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로 엮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과 1997년 발표한 ‘정도전을 위한 변명’(휴머니스트)을 최근 복간한 조유식 알라딘커뮤니케이션 대표, 지난해 ‘정도전의 선택’(아이필드)을 발표한 김진섭 동국대 만해마을 교육·기획부장에게 드라마 ‘정도전’에 대해 물었다. →드라마 ‘정도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덕일 1차 사료에 바탕한 사극이 나올 때가 됐다는 게 처음 세미나를 했을 때 내가 한 말이다. ‘정도전’ 이후의 사극들은 1차 사료를 무시하고는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다. 김진섭 역사적 사실에 근접해 잘 만들어졌다. 또 비교적 젊은 작가(정현민)인데도 대본의 단어나 대화 등에서 드러나는 표현력이 연륜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조유식 전편을 챙겨 보지는 못했지만 재미있게 봤다. 현대인들은 조상들이 고리타분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정도전은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 드라마의 극적 전개가 그런 역동성을 잘 살렸음은 물론이다. →‘정도전’은 역사 속 인물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화제였다. 이인임, 이성계, 정몽주 등은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를 넘어 입체적으로 묘사됐다. 김 가장 놀란 건 이인임이다. 이인임은 처세 정도가 아니라 생존력이 막강해 귀양이나 탄핵 같은 위기를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다. 공적인 것마저 사적으로 이용했다. ‘이인임 어록’에 공감할수록 우리가 사는 사회에 문제가 많은 셈이다. 정몽주는 충신과 역신(逆臣)을 넘어 역사를 현실적으로 바라본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 왕조의 붕괴는 곧 질서의 붕괴였기 때문에 왕조를 지키려 했다. 이 정몽주는 철저한 친명론자였으며 고려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후대에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는 유교이념을 투영해 다소 지나치게 충신으로 해석했다. 이성계가 북방 사투리를 쓰는 건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이성계가 자란 곳이 지금의 함경북도 일대이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다. →드라마 후반에서 주원장이 이방원에게 정도전을 제거하라는 밀명(密命)을 보냈다는 내용이 전개되는데 설득력이 있나. 김 주원장은 이성계에게 정도전을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는데 명 황제가 변방의 일개 신하를 찍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주원장은 의심이 많고 원거리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정도전은 세 번에 걸쳐 명에 사신으로 갔고 특히 조선 건국 직후(1398년)에도 갔다. 이때 나라의 이념과 정책을 주원장 앞에서 설명했을 가능성, 그런 그를 주원장이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작 주인공인 정도전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 도전 캐릭터는 반항아, 몽상가 같은 전형성의 틀에 갇혔다. 정도전은 문무(文武)에 능하고 음악과 의술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타고난 술꾼이었다. 정도전을 좀 더 재미있게 해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정도전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배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또 ‘삼봉집’(정도전의 시문집)을 제외하면 그에 대한 기록도 상당 부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점이 반영된 것 같다. 김 정도전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지도, 일탈 행위를 일삼지도 않았다. 드라마의 측면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 이런 역할에 도전하고 잘 해낸 조재현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 →흥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시청자들은 왜 열광했을까. 조 도전은 자신의 사상을 폈고 그것을 위해 혁명을 도모했으며 혁명에 성공했다. 이 정도로 자신의 뜻을 달성한 인물은 세계사적으로 드물다.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영웅호걸’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있는 것 같다. 김 정도전의 사상은 한마디로 ‘백성은 밥이 하늘’이다. 백성을 배불리 먹여주는 게 정치라는 신념만을 위해 행동했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권력이나 정파, 당리당략을 위해 갑론을박하는 것 같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영화 리뷰] ‘소녀괴담’ 끔찍한 학교폭력 묘사, 소름 돋네…갑자기 나타나는 귀신, 좀 식상해

    [영화 리뷰] ‘소녀괴담’ 끔찍한 학교폭력 묘사, 소름 돋네…갑자기 나타나는 귀신, 좀 식상해

    한국 공포영화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신, 귀신이 품은 사연, 복수의 순간에 귀신이 겪는 갈등 등.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올해 첫 국내 공포영화 ‘소녀괴담’도 이 같은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러면서도 귀신과 사람의 로맨스를 입히고 사회성 있는 메시지도 전달해 신선함을 준다. 하지만 공포영화의 본령인 공포 그 자체의 신선함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년 인수(강하늘)는 고향인 시골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온다. 그가 가진 특별한 능력 때문에 같은 반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 학교를 다녔던 예쁜 소녀 귀신(김소은)을 만나 우정을 키운다. 어느 날 학교에 마스크를 쓴 귀신이 출몰하고 일진들이 한명씩 사라진다. 인수는 마스크 귀신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학교폭력의 잔상을 발견한다. ‘여고괴담’ 이후 드러난 한국 학원공포물의 전형적인 구도 안에 맴돌 것 같았던 영화는 풍성한 이야기로 그 한계를 극복한다. 영화에서 공포만큼이나 무게를 실은 부분이 인수와 소녀 귀신의 로맨스다. 자전거에 함께 올라 시골의 흙길을 달리는 장면, 손이 시려운 체하는 소녀 귀신을 인수가 감싸주는 장면 등은 하이틴 영화처럼 풋풋하다. 또 학원공포물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끌어안았다. 일진 학생들이 왕따 학생에게 가하는 악행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 더 소름끼친다.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한가롭게 거울을 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하는 반 친구들도 일진만큼이나 잔인하다. 문제는 공포영화의 본령에 얼마나 충실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영화의 공포는 상당 부분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에게 의존한다. 귀신은 지하철, 교실 창문, 학교 화장실 등 10대들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나타난다. 피 칠갑이 된 마스크 귀신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장면은 오싹하다. 하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신이 너무 잦으면 식상하다. 학교폭력의 끔찍함과 일진들의 두려움을 치밀한 심리 공포로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도전 ‘최후의 날’은 어떻게

    드라마 ‘정도전’의 남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정도전의 최후가 어떻게 묘사될 것인가다. 그는 1398년(태조 7년) 제1차 왕자의 난 당시 이방원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그가 죽기 전 목숨을 갈구하는 비굴한 모습이 기록돼 있다. 남은의 첩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이방원 일파에 의해 포위당했다. 이로 인해 이웃집들이 불에 탔고, 그는 침실에 숨어 있다가 단검을 가지고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이방원 일파의 호통에 칼을 던지고 이방원의 말 앞에 꿇어앉아 “예전에 공(公)이 이미 나를 살렸으니 지금도 또한 살려주소서”라고 빌었다. 그러나 이방원은 “네가 조선의 봉화백(奉化伯)이 됐는데도 도리어 부족하게 여기느냐? 어떻게 악한 짓을 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를 수 있느냐?”라며 그의 목을 베게 했다. 그러나 이는 ‘승자의 역사’다. 김진섭 동국대 만해마을 교육·기획부장은 “야사(野史)에는 정도전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시 한 수 쓰게 해 달라’면서 품에서 지필묵을 꺼내 시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에는 그가 쓴 절명시 ‘자조’가 나온다. “양조에 한결같이 공력을 다 기울여 서책 속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떳떳이 살아왔네. 삼십 년 긴 세월 쉬지 않고 이룬 공업, 송현방 한잔 술에 모두 허사가 되었구나.(操存省察兩加功 不負聖賢黃卷中 三十年來勤苦業 松亭一醉竟成空)”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나를 지웠다, 이 오래된 정원에서…

    나를 지웠다, 이 오래된 정원에서…

    알아야 잘 보인다. 모르면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명승 제40호)이 그랬다. 오래전 소쇄원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고백건대 잘 지은 정자와 잘 조성된 정원을 구경했다는 것 외의 감흥은 받지 못했다. 대개의 범부들이 이와 비슷할 텐데, 건축가 승효상이 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란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소쇄원 안에 담긴 인문 정신을 헤아려야 비로소 소쇄원이 제대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간다. 제월광풍(霽月光風, 비 갠 저녁 무렵 휘영청 떠오른 달빛에 섞여 부는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으로. 소쇄원(瀟灑園). ‘맑을 소’(瀟), ‘깨끗할 쇄’(灑)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란 뜻이다. 소쇄한 곳으로 길을 이끄는 건 뜻밖에 오리다. 소쇄원 초입의 시냇가에서 늘 볼 수 있는 오리들이 내방객들을 홍진 너머의 세계로 안내하는 방자 노릇을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소쇄원을 조성한 양산보(1503~1557)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알게 된다. 양산보는 담양 북쪽의 창평 출신이다. 열다섯 살 때 한양으로 올라가 조광조를 사사한 양산보는 불과 열일곱 되던 해에 과거에 나가 제꺼덕 급제한다. 한데 그해 겨울,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에 연루돼 전남 화순으로 유배된 뒤 사약을 받는다. 유배지까지 따라나섰던 양산보는 스승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아 고향으로 내려온다. ●양산보가 30대에 짓기 시작… 3代 걸쳐 완성 낙향한 ‘정치 신인’ 양산보는 30대에 이르러 소쇄원을 짓기 시작한다. 바로 이 대목부터 후손들의 주장과 구전 등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내용은 이렇다. 양산보가 어느 날 작은 계곡에서 노닐던 오리와 마주하게 됐다. 계곡 상류로 뒤뚱뒤뚱 달아나는 오리를 쫓던 양산보는 작은 폭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양산보는 오리가 알려 준 계곡에 정자를 짓고 정원을 가꾼다. 이게 시작이었다. 이후 소쇄원은 아들과 손자 등 3대에 걸쳐 완성됐다. 현재 소쇄원의 면적은 4060㎡(약 1230평)다. 하지만 조성 당시엔 이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양인용(77) 문화관광해설사는 “예전엔 담장을 기준으로 내·외원으로 나뉘었으나 주변 여건이 변하면서 담장 안쪽의 내원 지역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대봉대·애양단 등 인문학적 의미 담겨 소쇄원의 들머리는 대나무숲이다. 어둑한 대숲을 지나면 한순간 하늘이 탁 트이고, 그 아래 작은 계곡이 나온다. 이른바 ‘올곧은 선비의 오래된 정원’은 볕 환한 계곡 위에 그림처럼 앉아 있다. 오래전 소쇄원을 찾은 객들이 ‘이리 오너라’라며 통자를 넣었던 곳도 필경 이쯤이었을 터다. 대숲을 나서면서부터는 주변 사물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인문학적 사유가 스미지 않은 게 없으니, 당연히 허투루 보아 넘길 것도 없다. 맨 처음 마주하는 건 두 개의 작은 못이다. 계곡수 일부를 상지(上池)로 끌어들인 뒤, 하지(下池)를 거쳐 다시 계곡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연못 위는 봉황을 기다린다는 뜻의 정자 대봉대(待鳳臺)다. 원두막 형태의 정자는 근래 지어진 것이지만 다진 바닥은 옛 모습 그대로다. 대봉대 맞은편엔 벽오동(碧梧桐) 한 그루가 서 있다. 비췻빛 수피를 가진 오동나무다. 봉황은 벽오동에만 깃들고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 하니, 소쇄원 초입의 조경 속엔 성군의 출현을 기다리는 양산보의 바람이 담겼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처럼 소쇄원 곳곳에 식재된 나무들은 저마다 뜻을 갖고 있다. 동백나무는 효를, 매화나무는 선비의 기상을 상징한다. 장수를 기원하는 복숭아나무도 심었다. 담장 안쪽의 모퉁이는 애양단(愛陽壇)이다. 소쇄원 안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지역이란다. 담장이 꺾어지는 한복판에 동백나무 한 그루가 단정하게 서 있다. 가장 따뜻한 지역에 효를 상징하는 동백나무를 심은 뜻, 부모에게 따스한 볕 한 줌 선물하려는 바람이란 것쯤은 누구라도 쉬 짐작할 터다. ●정적인 제월당·동적인 광풍각 결국 하나로 바로 옆은 오곡문(五谷門)이다. 암반 위로 계류가 ‘갈지’(之)자를 그리며 다섯 번 돌아간다 해서 오곡이다. 오곡문은 담장과 계곡이 만나는 곳에 세운 담장 겸 수로다. 담 아래 투박한 돌을 쌓아 주춧돌로 삼고 그 사이 구멍으로 계곡수를 흘려보내는 구조다. 얼핏 부실해 뵈지만 450년이 넘도록 온갖 물난리에도 끄떡없이 버텼다고 한다. 걸핏하면 붕괴 사고를 일으키는 부실한 후손보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오곡문을 등지고 서면 건물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위의 세 칸 집은 주인이 머무는 제월당(霽月堂), 그 아래 날아갈 듯 팔작지붕을 인 집은 주로 객이 머물던 광풍각(光風閣)이다. ‘비 갠(霽) 저녁 무렵 떠오른 달빛(月)에 부는 맑은 바람(光風)’은 바로 이 두 건물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쯤에서 전문가의 해석을 듣자. 승효상의 감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제월당과 광풍각이 들어앉은 자세가 대단히 교묘하다. 제월당의 레벨은 나무와 담장 등 정적인 요소들이 수평으로 연결돼 있다. 반면 광풍각은 활개 치듯 오르는 처마선과 변화무쌍한 바위, 계곡수가 만드는 음향 등 동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두 레벨 사이엔 통로가 삽입돼 있다. 이 통로는 때로는 바위를 건너고, 때로는 물길을 돌며, 또 때로는 단을 딛도록 설계돼 두 레벨이 서로 교류하고 부딪치게 한 뒤 결국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매개공간 노릇을 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바위를 절단하고 물길을 틀고, 지형의 레벨을 조작하기도 했다. 자, 이처럼 정원과 건물 전체가 인위적인 공간을 자연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승효상의 답은 명료하다. “그 모든 조작의 결과가 결단코 부자연스럽지 않으니, 여기에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오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을 희롱하려 드는 모자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자연과 적극적으로 공존하려는 자세이며 자연과 나를 서로 납득시키는 지식인의 창조적 태도이다.” 이게 바로 인문 정신이며 소쇄원은 그 치열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는 얘기다. ●제월당 뒤 낮은 굴뚝… 선비 정신 엿볼수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제월당 뒤편에 키 낮은 굴뚝이 있다. 효율만 따지자면 굴뚝은 높아야 옳다. 그래야 연기가 잘 빠지고 온기도 온전하게 방으로 전달된다. 한데 굳이 무릎 높이로 만든 건 다소 불편하고 부족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내핍을 강제하는 것, 그게 선비 정신일 테니 말이다. 담양읍내에도 볼거리가 많다. 이맘때라면 관방제림을 ‘강추’할 만하다. 200여년 전 관방천을 따라 조성된 느티나무, 팽나무 등의 숲이 2㎞가량 운치 있게 이어졌다. 담양 대나무 축제는 27~30일 죽녹원과 관방천 일대에서 열린다. 대나무 소망탑 쌓기, BMX(묘기 자전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글 사진 담양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소쇄원은 담양 남쪽, 관방제림 등은 북쪽에 있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소쇄원은 호남고속도로 창평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이어 광주 방면 60번 지방도를 따라 고서교차로까지 간 뒤 887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소쇄원 방면으로 곧장 가면 된다. 이 루트에 명옥헌 원림, 창평 삼지내 마을 등 명소들이 밀집돼 있다. 소쇄원 요금소 381-0115. 관방제림, 죽녹원 등을 먼저 보려면 88고속도로 담양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이어 죽향대로를 타고 무주읍내 방면으로 곧장 가면 된다. 죽녹원 380-2680. →맛집:죽녹원 건너편 영산강변에 국수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옛 담양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싼값에 국수를 말아 주던 집들이 하나둘 늘면서 이제는 20여개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잔치·비빔국수, 약계란 등을 맛볼 수 있다. 대나무에 밥을 지은 대통밥은 읍내 박물관앞집(381-1990)이 이름났다. 슬로시티 중 하나인 삼지내 마을 초입 전통시장 주변에 국밥집이 몰려 있다. 창평시장국밥(383-4424)이 그중 유명하다. →잘 곳:옛 한옥에서 묵으려면 삼지내 마을로 가야 한다. 일반 숙박업소는 담양읍내에 많다. 고가의 숙소로는 담양온천호텔이 꼽힌다. 380-5000.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불량식품 천국’ 비꼰 패러디 동영상 열풍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불량식품 천국’ 비꼰 패러디 동영상 열풍

    “중국 음식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마.” 중국의 불량 식품 다큐멘터리 동영상인 ‘혀 끝으로 만나는 진정한 중국’(舌尖上的中國-眞)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동영상은 관영 중국중앙(CC)TV가 자국 음식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음식 다큐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國)을 본떠 만든 패러디물이다.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은 한국 등 9개국에 수출되면서 시즌 2까지 제작될 정도로 주목받은 프로그램이다. 이달 초 출시된 패러디 동영상의 인기도 이 못지않다. 출시 2주 만인 24일 현재 동영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불량 식품으로 가득한 중국 음식 문화를 현장감 있게 묘사해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사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동영상은 중국의 대표 불량 식품 3종 세트로 꼽히는 불량 밀가루, 시궁창 식용유 그리고 쥐고기 꼬치구이를 팔아 떼부자가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 도처에 만연한 불량 식품 문화를 고발한다. 중국인들의 한끼 아침 식사로 인기인 길거리음식 젠빙(煎餠)은 곡물 반죽을 프라이팬에 얇게 발라 굽거나 기름에 튀겨 만든다. 그런데 동영상 속 젠빙은 유통기한이 지나 상한 밀가루와 하구수 등에 버린 기름을 재처리해 제조한 일명 ‘시궁창 식용유’로 만들어진다. 폐기름을 황산염 등으로 화학 처리해 만든 식용유는 정상 식용유 제품 가격의 20분의1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까지 광범위하게 유통돼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양꼬치구이는 조류독감에 걸려 폐기 처분된 오리, 닭 등의 가금류나 쥐약을 먹고 죽은 쥐 등을 찢어 만든 것으로 묘사된다.동영상은 “중국인들은 위대한 발명가처럼 각종 영감과 지혜가 가득한 상상력으로 오늘도 각종 독특(毒特)한 음식을 만들어 인체가 견뎌낼 수 있는 극한을 시험한다”는 내레이션으로 끝맺는다.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23일 식품안전법이 출시된 지 5년 만에 식품안전 사고 관련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식품안전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먹거리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식품안전 사고를 내면 5~10배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현행 규정을 15~30배로 올리는 방안이 담겨 있다. 중국이 ‘불량 식품 천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혜경궁은 남편 잃은 피해자냐, 자식을 왕에 올린 승자냐

    ‘한중록’ 또는 ‘한중록이 다룬 영·정조 시대’는 여러 차례 극화됐다. 연극, 희곡, TV드라마, 영화로 제작됐고 학계에서도 ‘한중록’ 연구가 다채롭게 진행됐다. 역사가들의 관점에 따라 ‘한중록’은 전혀 다르게 해석됐다. ‘한중록’을 쓴 혜경궁 홍씨를 ‘ 남편을 잃고 자식을 왕에 올리기 위해 숨죽여 살아야 했던 피해자’로 보는 관점부터 ‘노론벽파인 친정 가문을 지켜내고 자식을 보위에 올린 승자’로 보는 관점까지 정반대의 평가가 내려진다. 이런 논쟁을 대중적으로 촉발시킨 이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다. 이 소장은 1998년 펴낸 ‘사도세자의 고백’에서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이는 데 앞장선 범인은 혜경궁 홍씨의 부친인 홍봉한이고, 혜경궁 홍씨는 자신의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한 뒤 친정을 변명할 정치적 목적으로 한중록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010년 한중록을 새롭게 번역한 정병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사도세자의 죽음은 당쟁 때문이 아니라 조절되지 않은 절대 권력의 왕이 미친 아들을 죽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중록’에서 묘사한 사도세자의 광증 등에 무게를 둔 해석이다. ‘한중록’ 연구를 둘러싼 논란을 차근차근 되짚어 본다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에 불과한 것인지, 사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사회구조적인 수준과 개인적인 수준 중 어느 단계에서 접근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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