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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영화로 본 삶과 기업 환경

    [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영화로 본 삶과 기업 환경

    인도는 보편적이며 특수한 나라다. 인류의 여러 종교가 인도에서 탄생했을 뿐 아니라 카레나 요가와 같은 인도의 문화가 세계 각지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다. 역으로 카스트 제도, 종교적 금식, 합리적인 동시에 폐쇄적인 비즈니스 문화와 같은 인도 특유의 색채는 여전히 이방인에게 낯설다. 세계로 뻗어 나간 한국 기업들에 인도가 불모지로 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편적인 인류 정서와 특유의 현지 문화를 함께 묘사해 우리에게도 인기를 끌었던 인도 영화 3편을 통해 본 ‘인도’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물었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뒤 본격적으로 국가 브랜드가 서서히 변하고 있듯이, 영화에 드러난 인도의 기업 환경과 현지인의 삶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 얼간이’ 주입식 교육 인도의 천재들만 간다는 명문 공대에서 주변 기대에 부응하는 대신 자신의 꿈과 적성을 좇아 삶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세 얼간이’(2009년)는 인도의 성취 지향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비튼다. 소모적인 교과서 외우기, 낙제 공포에 자살하는 학생 등이 등장한다. “인프라 없어 고작 암기가 최선” 사우라브 싱(네루대 일본어과 학생) 인도의 교육열은 한국을 능가한다. 5000명을 뽑는 인도공과대학(IIT) 입학시험에 35만명이 몰리고, 1200명이 입학하는 인도경영대학(IIM)에 25만명이 응시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래도 교육이 삶을 바꿀 열쇠라고 생각하기에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어학 명문인 네루대마저 예외가 아닐 정도다. 단어를 하루에 100개 정도씩 외운다. 어학을 암기 위주로 배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자재도 부족하고 학습을 할 때 암기만큼 빠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토론도 병행… 세계서 통해” 이현경(네루대 한국어과 교수) 인도의 주입식은 한국의 그것과 다르다. 예컨대 인도의 초·중·고교 학생들은 교과서 한 단원을 통째로 외우기도 하는데, 학교 시험이 주관식이기 때문이다. 인도 학생들은 암기한 것을 토대로 주관식 답을 쓰고, 토론을 한다. 토론을 통해 인도 학생들은 암기한 지식을 체화하면서 자신만의 의견과 신념을 가다듬는다. 인도 대학생들에게 사회 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피력한다. 암기와 토론이 병행되기에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인재가 많이 길러진다. ■‘슬럼독’ 빈민층의 희망 18세 고아 자말의 비참한 삶과 자말이 100만 달러 상금을 내건 퀴즈쇼에서 승승장구하는 장면을 교차시킨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는 인도 빈민층의 희망 없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영화 초반 퀴즈를 맞히는 자말에게 사기죄를 덧씌우는 경찰의 모습에선 하층민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이 보인다. “낮은 계급이 되레 취업 유리” 산드야 케샤바라지(UVCE 전자통신학과 졸업생) 현대화될수록 인도에서 카스트(신분제)의 영향력은 줄고 있다. 오히려 낮은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에는 대입, 취업에 카스트별 쿼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카스트에 따른 역차별 현상도 나타난다. 아무래도 높은 카스트일수록 평균적으로 성적과 능력이 높지만 쿼터 때문에 낮은 카스트가 대입, 취업에서 유리한 경우가 종종 있다. IIT 등 명문대의 경우 상·중위 카스트 쿼터의 합격선은 하위 카스트 쿼터의 합격선보다 훨씬 높다. 공적 영역에서 높은 카스트임을 드러내는 성을 일부러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계급별 출발선 여전히 달라” 다라멘드라 초우한(UVCE 컴퓨터공학과 교수) 카스트가 빈부 격차로 연결되며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기도 한다. 인도에서 엔지니어는 선망의 직업이기에 부모들은 자녀가 공대를 졸업하길 원하지만 공대 등록금은 중산층 이하가 대기에 부담스럽다.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입시 경쟁 때문에 공대나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거의 다 입시 학원에 다닌다. 보통 학원비는 6개월에 평균 10만 루피(약 176만원) 정도 돼 저소득층은 꿈도 꾸기 어렵다. 카스트별로 여전히 시작 지점이 다른 셈이다. ■‘…무뚜’ 고유의 정신적 가치 상영 시간이 132분에 이르는 ‘춤추는 무뚜’(1995년)엔 노래, 춤, 만화적인 해프닝이 끝없이 이어지는 ‘마살라’(인도 향신료)라 불리는 인도 영화의 특성이 전부 담겨 있다. 영화엔 전통 결혼식과 같은 고유의 풍습 장면 속에 ‘경제적 가치와 다른 정신적 가치를 찾자’는 주제 의식이 녹아 있다. “공단 들어선 마을 텃세 심해” 박성흠(포커스텍 대표) 기업들은 인도와 글로벌 스탠더드 간 격차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인도에서의 경영 애로는 다른 해외 국가에서 겪는 애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먼저 내 일처럼 기업을 관리해 줄 인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인도인들은 서구식 합리주의 문화에 익숙한 데다 능력이 출중해 동기부여가 된다면 헌신적으로 일한다. 또 공장 직원을 채용할 때 공단에서 먼 마을 사람들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 공단이 들어선 마을에선 텃세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이미 해외 여러 곳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우리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부패·기업 환경 점점 좋아져” 아푸르바 찬드라(마하라슈트라주 산업부차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뒤 인도의 기업 환경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시 출퇴근을 하고 있고, 부패의 문제 역시 나아질 것으로 본다. 주 정부도 자신의 주에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 기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인도처럼 큰 나라가 변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변할 것이다. 뉴델리·벵갈루루·뭄바이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반딧불이의 묘’ 日작가 노사카 별세

    ‘반딧불이의 묘’ 日작가 노사카 별세

    태평양전쟁 말기를 배경으로 어린 남매의 시선으로 본 전쟁 참상을 묘사한 ‘반딧불이의 묘’를 쓴 일본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가 지난 9일 도쿄의 병원에서 심부전 증세로 사망했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 85세. 고인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어 고베 무역상에게 입양됐고, 14세이던 1945년 고베 공습 뒤 여동생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쓴 ‘반딧불이의 묘’로 1958년 일본 대중소설에 주는 최고상인 나오키상을 받았다. 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했고 2003년 뇌경색으로 오른쪽 반신마비가 왔음에도 전쟁 참상을 고발하고 반전을 주장하는 에세이를 이어 갔다. ‘반딧불이의 묘’는 198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지만 국내 개봉은 지난해 이뤄졌다. 국내 개봉이 지체된 이유는 작품이 그린 참상의 원인이 연합국의 공습에 국한됐을 뿐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야욕에 대한 설명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아하!우주]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아하!우주]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수많은 SF 영화나 만화에서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으로 묘사된다. 물론 완전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실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특히 은하 중심 블랙홀은 아주 복잡한 주변 구조로 되어 있다.​  은하계의 중심부는 막대한 질량이 모이는 장소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필연적으로 거대질량 블랙홀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 은하의 경우 태양 질량의 400만 배에 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막대한 가스와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빨아들이는 물질에 비해서 들어가는 입구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홀의 중력에 이끌려 온 물질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사상의 지평면(Event Horizon)​으로 들어가기 전에 토성의 고리처럼 블랙홀 주변에 거대한 나선 모양의 원반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되는 강착 원반은 관측을 통해서 그 존재가 입증되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일은 강착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강력한 물질의 흐름인 제트(Jet)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블랙홀은 실제로는 검지 않다. 사실 강력한 제트를 가진 거대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다.  왜 제트가 발생하는지 아직 확실한 이유는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블랙홀과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직접 관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블랙홀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사상의 지평면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를 만들었다. 사실 이는 새로운 망원경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여러 전파 망원경을 모아 지구만 한 거대 전파 망원경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버드-스미소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과 그 동료들은 저널 사이언스에 EHT를 이용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관측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장의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은하 중심 블랙홀은 지구에서 2만5천 광년 이상 떨어져 있으므로 이 거리에서 자기장을 직접 측정할 방법은 없다. 대신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직선 편광(linearly polarized)을 관측해 자기장의 존재를 증명했다. 엄청나게 먼 거리를 생각하면 이는 과학적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은 돌돌 말린 스파게티처럼 꼬여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트가 생성되는 장소에서는 한 방향으로 잘 정돈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위의 개념도 참조) 아마도 이 틈을 비집고 고온 고압의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제트의 생성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만 더 자세한 구조를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측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블랙홀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괴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주의 괴물인 진짜 이유는 바로 엄청난 양의 물질을 광속에 근접하는 속도로 수천 광년이나 뿜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랙홀 주변 공간은 영화에서 본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리는 이제야 블랙홀의 참모습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천재 조각가’ 권진규의 혼 춘천 미술관에 깃들다

    ‘천재 조각가’ 권진규의 혼 춘천 미술관에 깃들다

    테라코타와 건칠기법의 인물조각상으로 근현대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조각가 권진규(1922~1973)를 기리는 ‘권진규미술관’이 강원 춘천시 동면 월곡리에 문을 열었다. 춘천은 권진규가 1938년부터 1943년까지 5년간 춘천공립중학교(현 춘천고)에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춘천에서 옥을 생산하는 대일광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 건립된 미술관의 초대 관장은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인 작가의 여동생 권경숙(88)씨가 맡았다. 지난 20년간 꾸준히 권진규의 작품을 수집해 온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이사는 “유족들의 협조로 귀한 작품과 자료들을 소장하게 됐고 옥광산 부지 내의 달아실미술관 건물 1, 2층에 미술관을 개관하게 됐다. 권진규 작가의 예술혼이 깃든 작품만을 위한 독립된 미술관을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진규미술관은 개관을 기념해 ‘권진규와 여인’전을 마련했다. 일본에서 함께했던 동료이자 연인 도모의 얼굴을 담아낸 석조 작품과 테라코타, 건칠로 된 인물상과 자소상(自塑像) 3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구조미와 영원성을 함께 담아낸 테라코타 인물상은 그가 가까이 알고 교류하던 지인을 모델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희, 지원, 혜정, 상경, 선자 등의 여인상이 남아 있다. 움푹 들어간 눈매와 높은 콧대, 둥근 머리와 갸름한 얼굴형은 이상적인 형상의 인물상을 구사하고 있으며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은 영원을 희구하는 듯하다. 긴 목으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선을 급격한 사선으로 처리해 시각적 긴장감을 고조시킨 작품들은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가 일본 유학시절 유독 집중했던 석조에서는 신라 석공의 혼이 담긴 전통의 맥과 조형의 본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가구나 집기에 사용되는 한국 전통의 건칠기법을 조각에 접목한 건칠 작품은 마치 영혼의 미라를 보는 듯하다. 권진규의 삶은 드라마틱했고, 또 불행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부유한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공기 좋은 곳에서 공부하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춘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징용으로 일본 히다치철공소에 끌려갔다가 그곳에서 미술을 접한 권진규는 1944년 한국으로 밀입국해 서울에 정착했으나 광복 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1949년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했다. 부르델의 사실적이며 강건한 구축성을 중시하는 시미즈 다카시의 제자로 사실성이 강한 표현주의적 조각을 배우고 일본 미술계에서 중견으로 성장한다. 대학에서 만난 일본 여인 도모와 6년간 함께 살았지만 1959년 귀국 당시엔 혼자였다. 귀국 후 권진규는 성북구 동소문로에 아틀리에를 직접 짓고 석조, 테라코타, 테라코타 부조, 건칠, 목조 작업에 열정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추상조각이 대세였던 당시 한국 조각계에서 사실적 묘사에 치중한 그의 작품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불안한 삶에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1973년 5월 4일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작품 세계는 비로소 조명받기 시작했다. 동소문로의 아틀리에는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보전기금에서 보전·관리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5월 31일까지. (033)243-2111. 글 사진 춘천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따뜻할 땐 함박눈… 추울 땐 싸락눈·가루눈

    따뜻할 땐 함박눈… 추울 땐 싸락눈·가루눈

    “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내용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1992년 덴마크 작가 페테르 회가 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책의 주인공 스밀라는 얼음과 눈의 미세한 변화나 차이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놀라운 감각을 갖고 있다.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을 기대한다. 하얀 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푹신함은 예전 사람들에게도 똑같았던 모양이다. 먹음직스럽게 하얀 우리나라 전통 시루떡인 백설기도 흰 눈 같은 떡이라는 ‘백설고’(白雪?)가 변형된 것이다. 기상청은 올겨울 우리나라에는 엘니뇨 현상의 간접 영향으로 눈이 많이 올 것이라고 예보해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하얗게 떨어지는 눈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 눈은 구름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상층 기온이 영하권이고 지상 기온이 2도 이하일 때 눈이 내린다. 간혹 지상 기온이 4도일 때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 눈의 종류는 크게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함박눈은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달라붙어 눈송이를 형성해 내리는 것이다. 1.5㎞ 상공에서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일 때 만들어지는데, 비교적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에서 형성된다. 싸락눈은 함박눈보다 추울 때 내리는 눈으로 흰색의 불투명한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찬 공기에서 만들어진다. 가루눈은 밀가루처럼 잘 뭉쳐지지 않는 눈으로 함박눈보다 미세한 눈 조각 상태로 내린다. 습도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싸락눈이나 가루눈이 내릴 때는 함박눈이 올 때보다 춥다. 진눈깨비는 상공의 기온이 높아서 눈이 오다가 비와 섞여 내리는 현상이다. 이 밖에 땅에 쌓여 있는 눈이 바람 때문에 날려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날린 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의 종류는 4가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눈의 결정 모양은 6000여개나 된다. 흔히 눈송이 하나에 6개의 가지가 달린 육각형 모양으로 알고 있지만 바늘 모양, 기둥 모양, 장구 모양, 콩알같이 둥근 모양, 불규칙한 입체 모양 등 완전히 똑같은 눈 모양은 없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별 모양의 눈 결정은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20~영하 10도 사이일 때 만들어진다. 이보다 낮은 기온일 때는 기둥형이나 판상 결정이 만들어지고, 영하 10도보다 높을 때는 바늘이나 육각기둥 모양의 결정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법으로 알려진 연금술을 화학적 수준까지 높여 ‘닥터 우니베르살리스’(백과전서적 박사)라고 불리는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1260년쯤 처음으로 눈이 결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눈송이가 육방정계에 속하는 결정이란 사실을 밝혀낸 것은 1611년 ‘육각형 눈송이에 대해’라는 책을 쓴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케플러는 눈송이가 육각형이라는 것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대칭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1665년 현미경을 만들어 세포를 발견한 로버트 훅이 ‘별 모양의 눈 결정에서는 큰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가지가 인접한 큰 가지와 평행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1820년 영국 포경업자 W 스코레스비가 96개의 눈꽃 결정을 찾아내고, 1855년 영국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가 151개의 눈 결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눈 결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말년까지 6000종의 눈 결정을 찾아낸 미국의 농부이자 아마추어 눈 사진가인 윌슨 벤틀리다. 벤틀리는 1907년 1300종, 1923년 4000종 등 1931년 죽을 때까지 6000여 종류의 눈 결정을 찾아내 사진을 찍었다. 1931년에는 이 중 3000종의 사진을 골라 ‘눈 결정’이라는 사진집을 발간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눈 구조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눈이 내려 쌓이는 것을 ‘적설’이라고 하는데 기상관측에서 내린 눈의 깊이와 양은 ‘적설량’을 사용한다. 적설량은 적설판을 평평한 곳에 놓고 쌓인 눈의 깊이를 자로 재서 측정한다. 적설량은 쌓인 기간에 관계없이 관측하기 때문에 관측 시점에 쌓여 있는 눈의 높이를 말한다. 이렇기 때문에 오전에 적설량이 6㎝였는데 오후에 적설량이 그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적설량뿐만 아니라 ‘최심적설’과 ‘신적설’도 쓰고 있다. 최심적설은 0시부터 24시까지 가장 눈이 많이 쌓여 있을 때 깊이, 신적설은 0시부터 24시간까지 정해진 시간 간격(6시간, 12시간, 24시간)에 내려 쌓인 눈의 높이다. 신적설은 대설특보를 내릴 때 활용된다. 기상청의 대설특보 기준에 따르면 주의보는 24시간 동안 신적설이 5㎝ 이상일 때, 경보는 24시간 신적설이 20㎝ 이상일 때 내려진다. 산간 지역의 경우는 24시간 신적설이 30㎝ 이상일 때 발령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日 추리소설 여왕 ‘괴수전’ 韓 출간

    日 추리소설 여왕 ‘괴수전’ 韓 출간

    일본 SF대상, 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등을 수상한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55)가 괴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을 찾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화차’, ‘모방범’ 등으로 국내에서도 두툼한 팬층을 갖고 있으며, ‘미미 여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미야베의 신작 ‘괴수전’(북스피어)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나가쓰노 번’과 ‘고야마 번’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다. 마을 하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괴멸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이를 조사하러 간 무사들까지 연락이 끊기며 사건의 실체는 더욱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화상을 입은 채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 마을 소년에 의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정체는 식인 괴수였다. 서로 증오하는 두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 문제로 인해 갈등하는 인간의 악한 의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낸 괴수는 거대하고 민첩한 데다 영리하기까지 하다. 괴수와 인간의 사투는 치열하고 그 속에서 괴수를 이용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도 점점 잔인해진다. 미야베 작품의 미덕은 단순한 미스터리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시대의 문제를 작품의 배경으로 깔아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품 역시 괴수가 날뛰는 무대를 후쿠시마가 있는 동북지방으로 설정해 이 대재앙이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염두에 뒀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돌연변이 괴수가 인간을 습격하고 세상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상황을 빗댔다. 그는 지난해 일본에서 이 작품을 발표하며 “저는 괴수물을 무척 좋아하고 ‘울트라 시리즈’도 보고 자란 세대여서 언젠가 나만의 괴수물을 쓰자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랐다”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영감을 얻어 괴물이 날뛰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영화] 또 러브 액추얼리? 올 연말엔 서툰 사랑 이야기 어때요

    [새 영화] 또 러브 액추얼리? 올 연말엔 서툰 사랑 이야기 어때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로맨스 영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옆구리 시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러브 액추얼리’까지 재개봉할 정도다. 올 겨울엔 일본에서 건너온 로맨스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만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최근작 ‘서툴지만, 사랑’이 뒤늦게 한국을 찾는다. 오랫동안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던 소심한 남자와 이 남자를 20년간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던 여성의 이야기다. 여기에 또 다른 커플의 사랑이 얽히고설키는 로맨스 영화 특유의 공식이 작동한다. 서점에서 일하는 만화가 지망생 히카루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조명 디자이너 소연에게 반한다. 어릴 때부터 분신처럼 그려온 만화 ‘데빌 쿠로스’(산타클로스의 어두운 면만 부각한 캐릭터)에서 자신이 묘사한 ‘운명의 여인’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히카루는 소꿉친구이자 이웃사촌인 설치 미술작가 안나에게 가슴 떨렸던 순간을 털어놓는다. 우연히도 소연은 안나의 작품이 전시될 ‘성탄 전야 빛 축제’의 책임자. 안나는 마뜩지 않아 하면서도 연애 코치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소연에게는 잊지 못하는 옛 연인 기타야마가 있다. 알고 보니 기타야마는 대학 시절 히카루와 함께 만화가를 꿈꾸던 사이다. 졸업 뒤 은행원이 됐다가 만화가로 진로를 바꿔 큰 성공을 거둔 상태. 이들 네 명이 펼치는 사랑의 시소게임이 성탄 전야에 정점으로 치닫는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아이바 마사키가 히카루를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한다. 또 라이징 스타 에이쿠라 나나가 안나 역할을 맡아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올해 10~11월 일본 극장가를 후끈하게 달군 ‘도서관 전쟁-라스트 미션’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소연 역할을 맡은 한효주는 한국어에 일본어, 영어까지 그리 어색하지 않은 3개 국어 연기를 펼친다. 실사와 합성된 데빌 쿠로스 캐릭터가 히카루와 펼치는 신경전도 매력적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만화·애니메이션 박람회인 코미케 현장도 엿볼 수 있는 것은 덤. 소설 ‘미라클: 데비 쿠로군의 사랑과 마법’이 원작이다. 일본에선 지난해 11월 말 스크린에 걸렸다. 개봉 3주 차에 박스오피스 톱 10에 진입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10일 개봉. 전체관람가. 115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서툴지만, 사랑’?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서툴지만, 사랑’?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로맨스 영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옆구리 시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러브 액추얼리’까지 재개봉할 정도다. 올 겨울엔 일본에서 건너온 로맨스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만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최근작 ‘서툴지만, 사랑’이 뒤늦게 한국을 찾는다.  오랫동안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던 소심한 남자와 이 남자를 20년간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던 여성의 이야기다. 여기에 또 다른 커플의 사랑이 얽히고설키는 로맨스 영화 특유의 공식이 작동한다.  서점에서 일하는 만화가 지망생 히카루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조명 디자이너 소연에게 반한다. 어릴 때부터 분신처럼 그려온 만화 ‘데빌 쿠로스’(산타클로스의 어두운 면만 부각한 캐릭터)에서 자신이 묘사한 ‘운명의 여인’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히카루는 소꿉친구이자 이웃사촌인 설치 미술작가 안나에게 가슴 떨렸던 순간을 털어놓는다. 우연히도 소연은 안나의 작품이 전시될 ‘성탄 전야 빛 축제’의 책임자. 안나는 마뜩지 않아 하면서도 연애 코치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소연에게는 잊지 못하는 옛 연인 기타야마가 있다. 알고 보니 기타야마는 대학 시절 히카루와 함께 만화가를 꿈꾸던 사이다. 졸업 뒤 은행원이 됐다가 만화가로 진로를 바꿔 큰 성공을 거둔 상태. 이들 네 명이 펼치는 사랑의 시소게임이 성탄 전야에 정점으로 치닫는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아이바 마사키가 히카루를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한다. 또 라이징 스타 에이쿠라 나나가 안나 역할을 맡아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올해 10~11월 일본 극장가를 후끈하게 달군 ‘도서관 전쟁-라스트 미션’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소연 역할을 맡은 한효주는 한국어에 일본어, 영어까지 그리 어색하지 않은 3개 국어 연기를 펼친다. 실사와 합성된 데빌 쿠로스 캐릭터가 히카루와 펼치는 신경전도 매력적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만화·애니메이션 박람회인 코미케 현장도 엿볼 수 있는 것은 덤. 소설 ‘미라클: 데비 쿠로군의 사랑과 마법’이 원작이다. 일본에선 지난해 11월 말 스크린에 걸렸다. 개봉 3주 차에 박스오피스 톱 10에 진입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10일 개봉. 전체관람가. 115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 多樂房] 스윗 프랑세즈

    [영화 多樂房] 스윗 프랑세즈

    ‘스윗 프랑세즈’는 생각보다 복잡한 영화다. 플롯은 어렵지 않지만 영화관을 나올 때 다시 한 번 결말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의미를 재구성하고 곱씹게 만든다.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다. 그것은 상당 부분 캐릭터의 복합성에 기인하는데, 이들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적 위계질서와 세대, 성별, 인종 그리고 국적에 따라 다른 그룹으로 헤쳐 모이기를 반복한다. 표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적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한 여인의 숙명이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불안정한 삶과 역동적인 상호작용 중 일부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위험천만한 로맨스와 더불어 주변인들의 캐릭터와 갈등 관계가 1940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뷔시의 경직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며 무게중심을 잡는다. 영화는 각각 남편과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후 함께 살고 있는 루실과 시어머니의 생활을 보여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폭격 중에도 소작농들의 임대료를 받으러 다니는 냉정한 성격의 시어머니는 소작농들과도, 루실과도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독일군이 뷔시의 가정집에 주둔하게 되자 그 갈등은 독일군과 마을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의 관계로 옮겨간다. 여기서 뷔시는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휩싸인, 또 하나의 전쟁터와도 같은 공간으로 묘사된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독일군들과 민간인들은 외양적 대비만으로도 프레임 안에서 물과 기름처럼 나뉜다. 루실 또한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된 독일장교 ‘브루노’를 극도로 경계하지만, 매일 피아노로 자작곡을 연주하는 이 점잖은 군인에게 점점 끌리게 되고, 이제 갈등은 용납될 수 없는 로맨스의 안과 밖으로 전이된다. 루실과 브루노는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 속에서 미칠 듯이 방황하며 현명한 결단을 요구받는다. 결국, 영화는 공적 이데올로기와 사적 감정 사이에 ‘정의’의 문제를 살짝 끼워 넣음으로써 두 사람의 결정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모습을 바꾸며 지속되던 갈등이 해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감동을 남긴다. ‘카사블랑카’를 잠시 떠올리게 하는, 멋진 결말이다. ‘스윗 프랑세즈’라는 동명 소설의 원작자가 실제로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을 경험했던 이렌 네미로프스키라는 점은 흥미롭다. 콘텍스트적인 요소일 뿐이지만 이것은 영화를 보면서 들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의문, 과연 적군을 사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놓는다. 현실을 결코 미화시킬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던 작가가 당당하게 사랑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리얼리티란 다양한 방식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네미로프스키의 원고가 60년 동안이나 출판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공개하기 껄끄러웠던 은밀한 사랑이 오랜 세월 후에야 조심스럽게 들춰진 것 같은, 하나의 징후처럼 보인다.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파탄의 독기 끌어올려 담아”

    “파탄의 독기 끌어올려 담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 나왔다. 소설가 장강명(40)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댓글부대’(은행나무)다. 작가는 “그동안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고 소개했다. ‘댓글부대’는 2012년 대선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됐다고 믿었던 인터넷 공간이 실은 기둥 몇 개만 부러뜨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물이라는 것, 힘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이 불순한 의도로 ‘작전’을 편다면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팀-알렙의 멤버인 삼궁, 01사(査)01, 찻탓갓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다. 출판사 측은 “‘댓글부대’가 단지 여론조작을 꾀하는 권력과 보수 세력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만은 아니다. 팀-알렙이 진보 사이트의 폐쇄성을 역이용해 사이트를 붕괴시키는 부분에 이르면 진보 진영의 모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다. 간혹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나 단체, 인터넷사이트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묘사는 모두 지어낸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어떤 견해도 찬성하지 않고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고지 800매 남짓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됐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과 분노를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작가는 “쓰는 동안 줄곧 파탄의 상태로 나를 몰았다. 나는 평상시에는 마음이 꽤 안정된 사람인데, ‘댓글부대’를 쓰면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내가 받은 충격을 그대로 글에 옮기고 싶었다. 그런 독기 없이 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댓글부대’는 지난 3월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으며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현기영·이경자는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정병석 경제산책] 로제타법과 청년 고용

    [정병석 경제산책] 로제타법과 청년 고용

    ‘로제타’라는 벨기에 영화는 해고당하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17세 소녀 로제타의 가난한 일상을 생생하게 추적하여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리얼하게 묘사한 문제작이었다. 영화는 1999년 당시 22.6%라는 높은 청년 실업률로 고통받던 벨기에의 청년과 부모들을 울렸다. 특히 사회지도층에게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로제타’는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작품성보다는 영화가 가져온 사회적 파문이 더 주목을 받았다. 영화로 인한 여론의 파문에 놀란 벨기에 정부는 서둘러 다음 해에 ‘로제타 플랜’이라는 사회입법을 성사시켰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근로자 수의 3% 이상 청년을 추가고용하게 하고 어기면 미달 인원 한명에 날마다 3000 벨기에 프랑의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법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법을 만들어 벨기에 청년실업이 해소되었을까. 처음에는 기업들이 의무 이행을 위해 저학력 청년을 추가 채용하였으나 갈수록 추가채용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3~4년 후에는 다시 청년 실업률이 급등했다. 결국 이 법은 폐지되었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근본처방 대신에 기업을 압박하여 미봉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청년고용대책을 내놓았다. 중앙 각 부처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청년 고용 사업들이 워낙 복잡하고 방대하여 청년들이 다 이해하여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염려되는데, 정부는 내년에 57개 사업으로 이를 통폐합하고 소요예산으로 2조 1200억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청년들은 이 많은 대책과 예산도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불만이다. 20여개 청년단체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고용 촉진과 노동시장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청년층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1만명의 서명도 받았다고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 청년 속사정 리포트’는 보고서를 내며,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 입법이 올해 정기국회 안에 꼭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의 중점은 대책보다도 개혁 입법에 있는 셈이다. 청년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룰이 공정하지 못하며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없고 불리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취업한 기성세대들은 연공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데다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보호가 과도한 반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매우 불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불만이다. 정규직은 한번 들어가면 성과가 나빠도 해고되지 않게 과잉 보호되는데 그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문이 매우 좁아 청년들이 도전할 기회를 갖기도 어려운 현실에 절망한다. 청년들의 시각에서 현행 노동법은 기존의 정규직을 보호하는 데 치중하여 청년들에게 진입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불공정한 룰로서 개혁 대상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사정이 격론 끝에 지난 9월 극적으로 합의했는데 입법해야 할 국회는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노동시장의 룰을 바꾸는 제도 개혁은 외면하고 기업에 청년 추가 채용을 의무화하여 문제를 풀자는 말초적인 대책에 매달리고 있다. 벨기에가 실패해서 폐기한 로제타법이 우리나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는 이미 규정되어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이 규정을 민간의 300인 이상 대기업에도 의무적으로 적용하자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왜 이미 실패한 제도에 연연하며 근본적인 개혁입법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가. 사실 청년취업난은 경직적인 노동법과 연공 위주의 임금체계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성장 기조가 오래 지속되어 고용창출 능력이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동 개혁뿐만 아니라 경제시스템을 전면 혁신하여 서비스 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근본 대책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정치권이 밤을 새워 논의하는 진지한 모습을 기대한다.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4)음악감상실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4)음악감상실

    4년 전 2월 베를린 영화제에 초대받았다. 배우도, 영화제작자도 아닌 내가 초대받았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나는 당시 영화진흥위원(비상임)이었다. 위원회라는 것이 그렇듯이 독임제의 장관과 달리 9명의 위원들이 한 달에 몇 차례 만나 안건을 토의하고 표결로 업무를 처리한다. 현빈, 임수정과 같이 간다고 하니 모두들 부러운 표정이지만 나의 꿍꿍이는 따로 있었다. 나의 꿈은 레드 카펫 등 영화제 행사와는 거리가 멀다. 속셈은 우리 시대 최고인 베를린 필 콘서트를 보는 것이었다. 나의 이 꿈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 대부분의 386이 그러했듯이 거칠고 험악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최루탄으로 인해 눈물 속에 캠퍼스를 드나들지 않은 청춘이 있었던가. 안드로메다 군단으로 불리던 동년배 전경과 한바탕 격돌하고 돌아온 저녁, 나를 위무한 것은 하숙집 달력에 등장한 지휘자들의 흑백 사진이었다. 성음사에서 펴낸 클래식 달력 속의 마에스트로는 외로웠던 나의 이십대를 어루만졌다. 그 사진을 통해 토스카니니, 자발리슈, 마젤, 슬레트킨, 뵘 등을 익혔다. 그중에서 한 사람, 카라얀은 나에게는 로망 그 자체였다. 35년간 종신감독으로 군림한 그는 베를린 필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 두 눈을 감고 명상하듯 지휘봉을 휘젓는 신비함, 칠십 나이에 이십대 미인 아내, 빨간 포르쉐 등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그래서 언젠가 베를린 필을 가 보리라. 그리고 이 꿈을 굳히는 데는 80년대 들락거렸던 음악감상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대에겐 치유 공간·윗분들에겐 ‘아지트’ 빈곤했던 그 시절, 이 땅에는 음악감상실이라는 묘한 공간이 있었다. 개인이 오디오를 구입하기 어렵던 시절, 음악다방에서는 DJ에게 팝을 신청해 듣지만 음악감상실에서는 클래식을 신청해 듣는다. 푹신한 암체어에 몸을 숨긴 채 브람스를 듣는 기분을 지금의 신세대들이 알기나 하겠는가? 그 중심에 종로1가의 ‘르네상스’가 있다. 넉넉지 않았던 시절, 홀 전면을 꽉 채운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와 JBL 하스필드 스피커, 듀얼 턴테이블 등 당시 최고의 명기들과 엄청난 디스코그래피는 보기만 해도 흥분되었다. 그래서 르네상스는 사랑과 군대와 아르바이트로 고민 많았던 그 시절 이십대를 치유하는 최고의 공간쯤 된다. 두꺼운 자주색 벨벳 커튼을 젖히고 홀에 들어서면 바그너를 들을 수 있던 곳, 컴컴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바흐, 헨델, 슈베르트의 석고 두상은 찾는 이를 압도했다. 음악감상은 뒷전인 채 미팅한 여학생 손을 가만 움켜쥔 대학생부터 문청, 화가 등등이 구석진 자리에 처박혀 음악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인근 경기여고, 이화여고에 다니던 단발머리 여고생부터 감상에 빠지다 못해 아예 코를 골다 주인에게 쫓겨나던 룸펜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처럼 ‘르네상스’는 궁핍했던 그 시절, 고급문화 공간의 대명사로 사랑받았다. 주인 박용기 선생이 일제 강점 시대 메이지대 유학 시절부터 음반을 수집해 왔고, 1·4후퇴 때 세간살이는 팽개치고 음반만 트럭에 싣고 간 대구 행촌동에서 전쟁의 포화 속인 51년 한국 최초로 음악감상실을 개업했다고 사료는 전한다. 사실 시간을 따져 보면 ‘르네상스’는 지금의 기성세대보다는 문인 김동리, 신동엽, 음악가 나운영, 화가 김환기 등 까마득한 윗분들의 아지트였고 지금의 중년들은 그 끝물 정도를 맛봤다고 해야 맞다. 전설로만 기억되던 독문학자 전혜린은 베토벤의 운명이 들리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열정적으로 지휘했고 곡이 끝나면 ‘에트랑제들이여… 당신들의 낙원 르네상스에서…’와 같은 감정이 복받치는 쪽지와 담배를 돌리곤 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사실 요절한 전혜린은 우리 세대에게 하나의 전설이었다. 하기야 1934년에 태어나 1965년 서른한 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천재 문인을 60년대생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묘한 제목의 책으로 인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된다. 책은 사춘기에 막 접어든 내게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비쳤고 그런 그녀가 흔치 않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데 놀라게 된다. 전혜린은 우리 세대에게 하나의 판타지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의 책에 묘사된 뮌헨의 슈바빙 거리에서 따온 카페가 80년대 도심 곳곳에 등장했다. 그런 그녀가 단골로 다녔다는데 어찌 내가 ‘르네상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의까지 종종 빼먹고 찾은 ‘르네상스’는 정신적 포만감과 함께 안식과 낭만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곡을 신청하면 직원이 이젤 위에 놓여 있던 소형 문교칠판에 백묵으로 선곡을 판서했다. 그래서 지금도 문교칠판과 백묵만 보면 아득한 과거가 되어 버린 그 시절 선곡 안내판이 떠오른다. ●곡 신청하면 칠판에 백묵으로 선곡 판서 종로에 ‘르네상스’가 있다면 명동에는 ‘필하모니’가 있었다. 당시 사보이 호텔 건너편 어디엔가 있던 ‘필하모니’는 인근에 명문고가 많이 위치한 덕분에 유달리 ‘고삐리’가 많았던 종로 르네상스와는 달리 다양한 삶들이 찾던 곳이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을 신사랍시고 먼저 올라가게 하면 난처해하며 낯을 붉히던 좁고 몹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펼쳐지던 또 다른 세계가 ‘필하모니’다. 요즈음 음악감상실은 대부분 카페식으로 마주 보게 되어 있지만 그 시절은 교실처럼 앞만 바라보던 구조였다. 아, 그러고 보니 신촌 홍익문고 옆 복지다방도 생각난다. 팝도 틀어주고 또 어떤 때는 클래식도 들려줬다. 어느 날 밤 누군가가 복지다방 첫 글자의 받침을 시커먼 페인트로 지워 놓는 바람에 한동안 지나며 킬킬거린 추억이 새록새록한 정들었던 곳이다. 다시 4년 전이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공식 일정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필하모니 홀에 갔다. 시즌 티켓은 당연히 매진이었지만 취소표가 생기면 호텔로 연락해 달라고 박스 오피스에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틀 뒤 전화가 왔다. 나는 한걸음에 반환된 이틀치 표를 구입했다. 그해 베를린의 겨울은 지독히도 추웠다. 백 년 만의 추위라는 혹한을 무릅쓰고 이틀 밤 호텔에서 한 시간을 혼자 걸었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말러와 스트라빈스키의 밤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베를린 필은 음악 그 자체였다. 특히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카라얀 서커스’(Zirkus Karajani)로 불리는 전용 홀의 위엄은 나를 압도했다. 연주회가 끝난 깊은 밤, 베를린의 겨울밤을 걸으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푸르트벵글러도, 첼리비다케도, 카라얀도 가고 그리고 베를린 필을 동경하던 청년도 늙었다. ●브람스 들으며 맹세했던 약속들이 새록새록 청춘이 저물었다. 세월도, 삶도, 꿈도 모두 퇴색해 간다. 나는 오늘 종로통을 걸어가며 묘한 아쉬움과 설움, 싸한 슬픔을 느낀다. 피맛골의 열차집, 반줄, 평화만들기, 낭만 그리고 르네상스가 떠오른다. 격동의 80~90년대를 거치며 필하모니도 르네상스도 그리고 신촌 기차역 건너편 에로이카, 난다랑, 이대 인근의 바로크 등등 그 시절을 풍미하던 공간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음악감상실, 우리를 컴컴한 공간에 붙잡아 아득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하던 곳, 우리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몸부림쳤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때 ‘브람스’를 들으며 맹세했던 그 시절의 약속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고 우리들의 중년은 너무 빨리 왔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l.com
  • 해사 광장에 세워진 ‘활 잡은’ 충무공

    해사 광장에 세워진 ‘활 잡은’ 충무공

    임진왜란 당시 실전에서 썼던 형태의 칼과 활로 무장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해군사관학교에 세워졌다. 그동안 칼을 찬 형태의 이순신 동상은 많았지만 조선군의 대표적 무기인 활까지 들고 있는 동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은 27일 충무공 탄신 470주년 및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충무광장에서 ‘충무공 이순신 동상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번 이순신 동상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김영원 한국조각가협회 명예회장이 제작했다. 4.97m 높이(좌대 포함 11.11m)의 이 동상은 이순신 장군이 오른손에 등채(조선시대 무관의 말 채찍)를 들고 삼도 수군을 지휘하는 모습이다. 허리에는 실전용 조선 환도(環刀)를 찬 상태에서 왼손에는 활을 들고, 등에 화살통을 멨다. 장군의 얼굴은 표준 영정과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 묘사된 온화한 선비 얼굴에 가깝게 재현했다. 동상 제작 자문위원인 이민웅 해사 교수(국사학)는 “기존 이순신 동상이 칼을 들고 있는 것은 무인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난중일기를 보면 장군은 늘 활쏘기 연습에 매진했고 부하들에게도 활로 사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원거리 무기인 활을 든 모습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원하고 원망해 온 아버지 극복하기

    원하고 원망해 온 아버지 극복하기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오카다 다카시 지음/박정임 옮김/이숲/248쪽/1만 5000원 문학작품 속 아버지는 부재(不在)한 존재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종종 묘사된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서정주의 시 ‘자화상’)나 ‘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김애란의 소설 ‘달려라 아비’)처럼.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던진 충격적인 대사는 “내가 너의 아버지다”였다. 부재하다 못해 맞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버지임은 더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런 질문 또한 가능하다. 이 책이 글머리에서 던지는 ‘과연 아버지는 필요한가?’라는 도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물음 말이다. 현실 속 아버지는 불쌍하기 짝이 없는 무기력한 존재다. 농경 사회 문화에서는 한 가족의 지도자이자 교육자이며 경외의 대상인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며 아버지의 위상은 한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가족공동체의 지도자였던 아버지는 공장과 기업의 노동자로 전락했고, 자식 교육의 주체에서 밀려나 돈을 벌어와 학원비를 대주는 기능적 역할로 바뀌게 됐다. 그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절대적이어서 자식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막내딸 안나는 아버지의 조수이자 정신분석학 연구의 후계자였다. 그는 위대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 나머지 다른 남자에게는 평생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절대적인 존재로서 아버지에게 집착한 탓이다. 또한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1925~2013)는 ‘나의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자신과 아버지를 동일시했다. 아버지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며 자란 것 자체가 아버지 콤플렉스의 발현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저자는 이를 치유가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제대로 치유하지 못할 경우 결국 아무와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고 진단한다. 정서적 유대감과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느냐, 아니면 규율과 지배, 힘 등 남성적 능력을 담당하는 바소프레신이 풍부하냐에 따라 두 가지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얘기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 좀 더 합리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자식들도, 아버지들도 모두 읽어 볼 만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3억 8000년 전 ‘숲’ 북극에서 발견… “나무 높이 4m 이상”

    3억 8000년 전 ‘숲’ 북극에서 발견… “나무 높이 4m 이상”

    지구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먼저 번영을 누렸다. 5억 2,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고생대의 바다 생물들은 점차 육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식물들은 바다에 살던 동물들이 진출하기에 앞서 땅 위에 숲을 이뤘다. 최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지층을 연구하던 영국 카디프 대학의 크리스 베리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완전하게 보존된 나무 화석들을 발견했다. 이 화석들은 나무 한 그루는 물론 여러 그루의 나무가 동시에 화석이 된 것으로 당시의 숲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화석 숲이 무려 3억 8,000만 년 전 데본기(4억 2,000만 년 전~3억 6,000만 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데본기는 현재의 지구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높았다. 따라서 지구의 기후는 온화했으며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었다. 특히 지상에는 아직 식물을 먹는 초식 동물이 등장하기 이전이다. 덕분에 초기 숲에는 나무만 빽빽하게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 나무들이 4m 이상 크게 자랐으며 나무 사이의 공간이 불과 20cm에 불과할 만큼 매우 조밀하게 들어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기의 나무들은 현재 우리가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식물들로 복원도(사진)에서 보듯이 독특한 줄기와 잎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시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의 숲을 본다면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참고로 데본기 당시에 스발바르 제도는 지금처럼 북극이 아니라 적도 부근에 있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당시 열대 우림의 식생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된 것이다. 대기 중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데본기 다음 시기인 석탄기까지 이어진다. 석탄기에는 더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이 형성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이 만들어졌다. 이때 양서류가 육지로 진출했고 하늘에는 거대한 곤충들이 날아다녔다. 반면 데본기는 거대한 갑주어가 바다를 헤엄쳐 다녔던 시기로 동물의 역사에서는 어류의 시대라고 불린다. 당시를 묘사한 복원도나 설명 책자들은 바다에 얼마나 풍부한 생명체가 있었는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다음 시대를 준비하듯이 먼저 육지로 진출한 선구자들이 있었다. 스발바르 제도의 화석 숲은 그 시대를 말없이 증언하는 산 증인인 셈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광주 정신 닮은 무등산… 나는 평화의 붓춤 추었다”

    “광주 정신 닮은 무등산… 나는 평화의 붓춤 추었다”

    “모든 문화의 원천은 사람이고 땅이고 생명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기획전에 출품한 임옥상 화백은 25일 문화창조원 복합 2관 출입구 벽면에 걸린 자신의 ‘무등을 그리다’란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답했다. 이 작품은 종이펄프 위에 붓 터치만으로 무등산을 형상화한 가로 22m, 세로 8m 규모의 초대형 수묵화이다. 바탕에는 ‘땅의 찬미’란 시구와 각종 고사성어, 손·발자국 등이 어지러이 섞여 있다. 크기에서 최대치를 보여 준 이 작품에 붓 터치를 내고자 그는 빗자루, 대걸레 등을 붓으로 사용했단다. 임 화백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무등산을 수없이 그리며 ‘광주정신’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늘 마음 한편에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운동장에 나가서 신명 난 듯이 붓춤을 추면서 평화와 희망의 감정이 분출했다”고 말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생명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내 상처받은 묵은 가슴 위에 빛나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다오”라고 뜨겁게 소리쳤다는 것이다. 그는 무등산 그림과 이미지가 겹쳐진 ‘절망의 산’ ‘분노의 산’ ‘침묵의 산’을 우리를 넉넉하게 감싸주는 ‘어머니’로 묘사했다. 임 화백은 “내가 가진 것은 달랑 붓 한 자루”라며 “이 붓으로 말하고 싸우고 어제를 쓰고 내일을 본다”며 “쾌도난마로 무등세상을 일필휘지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개관 기획전 출품을 요청받고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러움과 부채의식 등이 소명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과거의 분노나 한에 갇히기보다 생명과 사랑과 희망으로 바꾸는 작업이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논란이 많은 문화전당 운용과 관련, “규모나 하드웨어에 묶여 공허한 공간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며 “광주비엔날레를 수십 년 치러낸 광주 시민 스스로 전당을 가꾸고 콘텐츠를 채우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지원은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주·인권·평화 등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적 가치가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시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갖는 것도 문화전당이 아시아의 문화발전소로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YS 유언 ‘통합·화합’ 강조… 사회 아픈 문제 제대로 짚어”

    “YS 유언 ‘통합·화합’ 강조… 사회 아픈 문제 제대로 짚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신문이 일관되게 강조한 키워드는 그가 유언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전 삼성전자 전무) “파리 테러 이후 국내에서도 테러 위험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데 테러방지법 입법을 둘러싼 논란을 ‘3대 포인트’로 정리해 표와 함께 소개한 기사가 좋았다.”(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지난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회의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78회째인 이번 회의는 ‘메르스 사태 보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보도’ 등 특정한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던 지금까지의 회의 틀을 벗어나 정치·사회·경제·국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권익위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익위원들은 ‘광화문 민중총궐기 대회’,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파리 테러’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서울신문의 보도 태도와 지면에 대해 평가와 비판, 제언을 했다. 박 위원장(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공적 위주의 기사도 좋지만, 김 전 대통령 시대의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우리 세대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보도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은 문화면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문화 기사에 할애하는 지면이 한정적이고 기획기사가 적은 게 아쉽다”며 “젊은 독자층에게 접근하려면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정치·경제·사회와 맞닿아 있는 문화 이슈에 대한 심층취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제(한국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위원은 “서울신문 ‘현장행정’ 시리즈와 같이 행정 및 지방자치단체 분야 보도에 강한 서울신문의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며 “외부 정책연구소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기획기사가 실제 행정 개혁으로까지 이어지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광태 위원은 “세계보건기구(WHO) 가공육 발암물질 발표 논란 등 국민의 혼란을 야기한 주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상 묘사에만 그친 것은 아쉽다”며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독자들은 경제면을 관심 있게 읽으며 전략을 세우고 싶어 한다”며 “경제·산업 분야에서 단순한 정책 소개 기사보다는 독자에게 와 닿는 가계경제나 재테크 전략 등을 주제로 한 심층기사가 많이 보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은 “지난 14일 광화문 폭력시위와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해 단순한 현상 보도보다는 왜 시위가 벌어졌고 어떻게 과격한 형태로 발전이 됐으며, 어디까지가 합법의 영역인지 등 상황의 이면까지 객관적으로 짚어줘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와우! 과학] 북극서 3억 8000만 년 전 화석화 된 ‘숲’ 발견

    [와우! 과학] 북극서 3억 8000만 년 전 화석화 된 ‘숲’ 발견

    지구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먼저 번영을 누렸다. 5억 2,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고생대의 바다 생물들은 점차 육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식물들은 바다에 살던 동물들이 진출하기에 앞서 땅 위에 숲을 이뤘다. 최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지층을 연구하던 영국 카디프 대학의 크리스 베리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완전하게 보존된 나무 화석들을 발견했다. 이 화석들은 나무 한 그루는 물론 여러 그루의 나무가 동시에 화석이 된 것으로 당시의 숲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화석 숲이 무려 3억 8,000만 년 전 데본기(4억 2,000만 년 전~3억 6,000만 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데본기는 현재의 지구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높았다. 따라서 지구의 기후는 온화했으며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었다. 특히 지상에는 아직 식물을 먹는 초식 동물이 등장하기 이전이다. 덕분에 초기 숲에는 나무만 빽빽하게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 나무들이 4m 이상 크게 자랐으며 나무 사이의 공간이 불과 20cm에 불과할 만큼 매우 조밀하게 들어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기의 나무들은 현재 우리가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식물들로 복원도(사진)에서 보듯이 독특한 줄기와 잎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시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의 숲을 본다면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참고로 데본기 당시에 스발바르 제도는 지금처럼 북극이 아니라 적도 부근에 있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당시 열대 우림의 식생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된 것이다. 대기 중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데본기 다음 시기인 석탄기까지 이어진다. 석탄기에는 더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이 형성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이 만들어졌다. 이때 양서류가 육지로 진출했고 하늘에는 거대한 곤충들이 날아다녔다. 반면 데본기는 거대한 갑주어가 바다를 헤엄쳐 다녔던 시기로 동물의 역사에서는 어류의 시대라고 불린다. 당시를 묘사한 복원도나 설명 책자들은 바다에 얼마나 풍부한 생명체가 있었는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다음 시대를 준비하듯이 먼저 육지로 진출한 선구자들이 있었다. 스발바르 제도의 화석 숲은 그 시대를 말없이 증언하는 산 증인인 셈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테러범 오인당한 美 ‘시계소년’ 170억원 배상 요구

    테러범 오인당한 美 ‘시계소년’ 170억원 배상 요구

    자신이 만든 디지털 시계가 사제 폭발물로 오인되어 체포되는 바람에 오히려 유명해진 미국의 한 소년이 결국 정부기관을 상대로 173억원(미화 1,500만달러) 상당의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미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사건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텍사스주(州) 어빙시(市) 지역에 거주하는 아흐메드 모하메드(14)는 자신이 직접 만든 디지털 시계를 고등학교에 가져갔다가, 이를 사제 폭발물로 오인한 한 교사의 신고로 학교 내에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모하메드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학교 당국이 그에게 4일간의 정학 조치를 내리자, 비난 여론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당시 모하메드가 학교 안에서 수갑을 뒤로 찬 채 체포되는 장면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졌고, 과학적 재능을 가진 소년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비난과 함께 '시계 소년(clock kid)'라는 별명을 얻으며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대표(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체포가 아니라 박수를 보내야 한다"며 모하메드를 페이스북 본사로 초청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 멋진 시계를 백악관으로 가져와라"는 트위터를 보낸 후 모하메드를 백악관 행사에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식 손해 배상 요구서를 어빙시 측에 보낸 모하메드의 변호사는 "모하메드는 누구를 다치게 한 적도 위협한 적도 없다"며 "60일 안에 공식 사과 문서와 함께 어빙시에 1,000만 달러와 어빙시 교육청에 500만 달러의 손해 배상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측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유일하게 상처를 받은 사람은 모하메드뿐"이라며 "그가 백악관 행사 초청 등으로 고무되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오사마 빈라덴으로 묘사되는 등 경찰 등 행정기관의 부당한 대우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며 배상 요구 이유를 밝혔다. 그는 "60일 안에 행정기관이 배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식 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모하메드는 현재 미국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 있는 인재 양성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美서 잠자던 김홍도 병풍·신윤복 풍속도 찾았다

    美서 잠자던 김홍도 병풍·신윤복 풍속도 찾았다

    단원 김홍도가 1788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10쪽짜리 병풍과 혜원 신윤복의 낙관이 찍힌 풍속도가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22일 재미 민간사학자 유광언씨에 따르면 로버트 C 베르빌이란 사람이 이 대학 박물관에 기증한 21점의 예술품 가운데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원 김홍도의 병풍과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가 새롭게 확인됐다. 이번에 발견된 단원의 병풍은 높이 2m, 폭 4.5m로 실물 그대로 보존됐다. 한지에 칠한 색채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제목은 따로 기재돼 있지 않지만 그림 마지막에 ‘戊申’(무신)과 ‘檀園’(단원)이란 글자가 쓰여 있고 낙관도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림은 중국 황실이 대규모로 무사들을 대동하고 사냥에 나선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단원의 그림은 주로 정조의 직접 명령이 있거나 고객이 일대일로 의뢰했을 때 그려졌던 데다 병풍의 크기를 고려하면 위작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패밀리 라이프’(Family Life)라는 영문 제목으로 적힌 족자 그림 2점은 전형적인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를 담았다. 그림은 초가삼간 처마 아래 삼대 가족이 옹기종기 모인 장면을 묘사했다. 산 중턱에 뜬 보름달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온화한 가정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또 다른 그림도 가족들이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각자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두 그림 모두 상단 가운데 ‘蕙園’(혜원)이란 글자와 낙관이 찍혀 있다. 두 점의 족자 그림 모두 보관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족자봉이 상아로 만들어져 있다는 박물관 측 설명을 보면 최고급품으로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유씨는 “한국 정부가 작품들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박물관 소장품을 최소한 온라인으로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은 단원의 낙관이 찍힌 중국 황실 사냥도 등 1869점의 한국 예술품과 민속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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