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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성공작 ‘곡성’…역대 흥행 ‘오컬트 영화’는?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성공작 ‘곡성’…역대 흥행 ‘오컬트 영화’는?

    영화 ‘곡성’의 포스터만 보고 영화관에 들어섰다면 ‘농촌 스릴러’라고 오인하기 쉽다. 더군다나 ‘곡성’의 감독 나홍진은 ‘추격자’, ‘황해’와 같은 범죄 스릴러를 흥행시킨 ‘스릴러의 거장’이니 말이다. 그탓에 영화관을 벗어난 다수의 관객은 “이런 장르의 영화는 처음이다”, “스릴러가 아니라 호러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곡성’ 관계자도 “단순히 스릴러로 보기 어렵다.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스릴러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 영화는 오컬트라는 장르적인 채택을 했다” 영화 장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나홍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그런데 한국에는 ‘오컬트 영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생소한 장르다. 오컬트(occult)의 사전적 의미는 ‘숨은, 신비스러운, 불가해한, 초자연적인, 마술적인’이다. ‘오컬트 영화’란 신비주의나 초자연 현상 등을 소재로 한 영화로 공포영화의 한 부류다. 일반적으로 악마나 묵시록 등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하며, 잔인한 묘사보다는 미지의 존재와 금기에 대한 공포가 주된 테마다. 영화 ‘곡성’은 비현실적인 공포 영화와는 달리 악마의 실체와 존재를 현실 세계에서 끄집어내고 마치 실화처럼 사건을 다룬다.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곡성’에 대해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곡성’을 본 많은 관객들은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의 음산하고 묘한 매력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성공작이라 평가받은 오컬트 영화를 국내·해외별로 나눠 정리했다. ◆국내 오컬트 영화 1. 너 또한 별이 되어 : “한국판 엑소시스트” 개봉 : 1975년 8월 23일 감독 : 이장호 출연 : 강신성일, 이영옥, 윤유선 요약 : 당시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엑소시스트’를 한국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는 소개와 함께 개봉됐다. 이 영화는 신들린 소녀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파란만장했던 한 여인의 삶이 절묘하게 배합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줄평 : [인내와 노력(ffme****)] 사랑, 꿈, 그리고 애절함이 뭉쳐있는 한국판 엑소시스트 2. 검은 사제들 : “우리나라 첫 엑소시즘 영화” 개봉 : 2015년 11월 5일 감독 : 장재현 출연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요약 :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신부와 신학생이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를 구하는 내용의 영화다. ‘검은 사제들’은 우리나라에서 구마(엑소시즘)를 주요 소재로 한 첫번째 장편영화다. 사실 영화 ‘퇴마록(1998년)’이 엑소시즘 영화의 시초이지만 미스캐스팅과 어설픈 편집기술 때문에 실패작으로 평가받는다. 한줄평 : [홍대(jyki****)]이런 한국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난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해외 오컬트 영화 1. 엑소시스트(Exorcist) : “오컬트 영화의 시초” 개봉 : 1975년 5월 24일 감독 :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 엘렌 버스틴, 린다 블레어, 막스 폰 시도, 존 밀스 요약 : 12세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을 퇴치하기 위하여 사투를 벌이는 신부들을 그린 영화다. 개봉 당시 졸도하는 관객이 속출하며 전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제4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색상과 녹음상을 수상했다. 당시 1억 6500만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웠는데 현재까지 공포영화 분야에서는 최고 기록이다. 한줄평 : [RJJ(jun9****)] 공포 영화계의 영원한 넘사벽 2. 오멘(Omen) : “오컬트 영화의 붐으로 이어져” 개봉 : 1977년 6월 3일 감독 : 리처드 도너 출연 : 그레고리 펙, 리 레믹 요약 :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악마가 한 가정을 위협에 빠뜨린다는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이후 몇 년 동안 오컬트 영화의 붐이 일어난다. 한줄평 : [료종(rojo****)] 엑소시스트와 함께 헐리웃 최고의 오컬트 영화 3. 컨저링(The Conjuring) :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개봉 : 2013년 9월 17일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요약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한 가족이 꿈에 그리던 새로운 집에 이사간 뒤에 겪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그렸다. 미국에서는 잔인한 장면 없이도 정말 무서운 영화라는 입소문을 타고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한줄평 : [ink1****] 남자 셋이 손잡고 봤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사설] ‘강남역 여성 살인’ 자발적 추모 함의 읽어야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이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연일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경찰은 정신병력이 있는 남성의 ‘묻지마 살인’으로 인식했다. 그런 것이 다음날 한 네티즌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여성 혐오 살인에 경종을 울리자고 제안하면서 삽시간에 공감대를 넓혔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왔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를 여성혐오증으로 몰아가는 시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성을 공격 대상으로 특정했다는 의심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범인은 6명의 남성이 오간 뒤 처음 나타난 여성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강남역 부근의 추모 열기는 전국의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추모 카페가 만들어지고 오프라인에서는 촛불 문화제 등이 잇따라 계획되고 있다. 특정 단체나 구심체 없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운동을 주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순히 흘려 넘길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컸는지, 억압된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공포는 일상적이며, 이번 사건은 그 공포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여성들은 울분을 섞어 자조한다. 여성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걱정해야 하는 정황들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만 보더라도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는 여성이 84%를 차지한다. 된장녀, 김치녀 같은 여성 혐오 묘사가 흔한 데다 이런 표현에 공감한다는 남성은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사회 분위기를 무비판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남자 청소년들은 한술 더 떠 67%나 된다니 걱정스럽다. 여성 대상의 폭력과 범죄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절실하다. 오죽했으면 여성혐오 범죄는 법을 고쳐서라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얼음판을 걷게 하는 세상은 야만사회다. 내 딸, 내 누이일 수 있는 여성들이 왜 이 무더위에 인터넷 사발통문을 돌려 거리집회에 나서려는지 헤아려야 한다. 며칠 뒤 발표한다는 범정부 여성 안전 종합대책도 졸속 땜질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자태 고운 전당홍 600년 역사 ‘군자의 꽃’ 연꽃 향기에 취하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자태 고운 전당홍 600년 역사 ‘군자의 꽃’ 연꽃 향기에 취하다

    경기 시흥은 연꽃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조선 전기 관료였던 강희맹은 세조 9년인 1463년 사신으로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전당홍’(錢塘紅)이란 새로운 품종의 연꽃을 들여왔다. 이 전당홍을 처음 심었던 곳이 바로 시흥 향토유적 8호인 ‘관곡지’다. 이로 인해 당시 이 지역은 ‘연꽃의 고을’ 즉 ‘연성’(蓮城)으로 불렸다. 전당홍은 중국에서도 그 자태가 곱기로 이름난 항저우의 전당강 기슭에 자생하는 연꽃이다. 시흥시가 관곡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기리기 위해 주변 20㏊의 논에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하면서 이곳이 경기 서부권의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연과 수생식물 등을 보기 위해 연간 80만명이 찾는다. 22일 시에 따르면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기존 방사형 중앙 재배포를 별모양으로 구성해 단조로웠던 관람로를 새롭게 만든다. 재배하우스 앞 기존 관람로도 보수 정비해 관광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중앙재배포 옆에는 휴식공간을 추가로 늘려 관람객들이 쉴 수 있게 편의시설을 확대, 설치했다. 그 밖에 곤충돔과 자생화식물원을 비롯해 오리농장, 맨발걷기 체험장, 넝쿨하우스, 원두막 등은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관곡지의 테마 시설이다. 새 단장이 끝나면 관곡지에 관광객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시흥시는 2013년 ‘시흥100년’ 사업을 추진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관곡지는 시에 귀중한 역사적 자산이자 문화적 보배다. 관곡지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군자의 꽃인 연꽃이 600여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시흥시와 함께했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관곡지는 개인 소유의 연못이다. 그런데도 누가 언제 어디서 연꽃씨를 가져와 연못에 심었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 세세한 관리 내용까지 기록한 고서와 고문서, 연지사적, 안산군 완문, 연지준지기 등 희귀한 자료도 있다. 당시 강희맹은 관곡지에 심은 연꽃을 “꽃은 희고 끝부분에 오직 담홍을 띠고 있다”고 묘사했다. 오늘날 관곡지의 연꽃과 같다. 같은 품종을 지키기 위한 600여년 노력의 결과다. 오늘날 관곡지는 2005년 조성한 연꽃테마파크와 연성문화축제로 자리잡았다. 7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는 연꽃은 7월 말~8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관광객들이 가장 북적이는 것도 이때다. 방문객들은 연꽃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연꽃은 오전에 활짝 펴서 오후에는 꽃잎을 닫는다. 이 때문에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연꽃을 감상하기에 황금 시간대다. 테마파크 안에는 테마별로 연꽃을 심어 가는 곳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앙 별모양 전시포에는 어리연, 빅토리아, 열대수련, 호주수련과 신품종 온대수련이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관람로를 쭉 걷다 보면 구역마다 나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연을 감상할 수 있다. 연재배 하우스 앞 열대수련 전시포에는 세계 각국의 열대수련 24개 품종이 있고 걷기체험장 뒤에는 겹꽃의 미시즈 페리, 피터 스로컴이 출사들을 기다린다. 또 오리농장 옆으로 가면 열대수련 퍼플조이, 줄라라 등 8개 품종과 호주수련, 타알리아 제니쿨라타와 그 밖의 32개 종류의 연꽃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6~10월에 연꽃농부장터가 매주 주말과 공휴일에 열린다. 31개 업체가 27개 부스를 운영하며 시흥의 농산물과 연가공품, 사회적경제 물품 등을 직거래로 살 수 있다. 연꽃테마파크 바로 옆에 자리한 시흥시생명농업기술센터는 연을 심고 관리한다. 1층에는 연가공식품 판매장이 있다. 연국수와 연화장품, 연차, 연아이스크림 등 1년 내내 연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연특산품은 연잎차, 연근차, 연비누, 연식혜, 연막걸리 등 다양하다. 특히 연근참과 연냉면은 소화가 잘되고 간편해 식사대용으로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시흥시 ‘연근참’은 연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2016년 글로벌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연은 꽃, 잎, 뿌리, 열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관곡지 토양은 점토함량이 높고 미량원소가 많아 이곳에서 재배된 연근은 맛이 부드럽고 질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특유의 질퍽한 펄에서 자라 아리지 않고 단단하며 달고 찰기가 있다. 1층 연다정에 가면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특히 한여름에 먹는 인절미 눈꽃빙수가 별미인데 가격도 6000원으로 저렴하다. 관광지에서는 체험행사가 빠질 수 없다. 시흥연꽃테마파크 연근재배지에서는 매년 10월 ‘연근 캐기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체험장에서 5000원만 내면 맘껏 손으로 캐 갈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에게 소중한 추억거리다. 식탁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연근의 생태를 연 재배지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연근 캐기는 1차 산업과 연계해 관광뿐 아니라 문화와 체험코스로 확대돼 6차산업으로 발전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직접 연근을 수확해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며 배워 갈 수 있는 학습의 장이다. 연근은 연의 땅속줄기가 비대해 변형한 것이며 토층이 깊고 유기질이 풍부한 진흙땅에서 잘 자란다. 땅속 깊이 자라난 연근을 캐기 위해서는 겉흙을 걷어내고 연근이 보이면 연근에 상처가 나지 않게 갈고리 같은 연장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캐야 한다. 연을 구경할 땐 천천히 걸으며 빛깔과 향, 바람 소리를 느끼는 게 제격이다. 그렇더라도 연꽃테마파크에 올 땐 자전거 한 대쯤 자동차에 싣고 오면 좋다. 테마파크 옆으로 난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시 생명농업기술센터 조경희 특화작목팀장은 “관곡지 연은 6월부터 녹음이 짙어져 꽃이 피기 시작하는 7~8월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 연인원 80만명이 찾는 경기 서부권 최대의 연 테마 관광지”라며 “기존 방사형 중앙 재배포를 새롭게 별 모양으로 구성해 단조로웠던 관람로를 새 단장한 만큼 볼거리가 더욱 풍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우주의 금광’…금·은 등 중원소로 가득한 은하 발견

    ‘우주의 금광’…금·은 등 중원소로 가득한 은하 발견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금광’을 찾아낸 것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안나 프레벨 교수(물리학과)가 이끈 국제 연구팀은 우리 지구에서 약 1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소은하 ‘레티큘럼 2’(Reticulum II) 안에 있는 가장 밝은 별 몇 개로부터 나온 흐릿한 빛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별들에는 ‘R과정’(빠른 중성자 포획 과정)으로 불리는 현상으로 생성되는 원소들을 엄청나게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철보다 무거운 금과 은, 백금 등 귀한 원소가 포함된다. 이 현상은 지난 1957년 핵물리학자들이 처음 이론으로 묘사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0여 년간 과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금, 은, 백금 등 원소의 다양한 기원에서 하나의 해답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에 대해 프레벨 교수는 “R과정으로 이런 중원소가 생성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핵물리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보통 금과 은, 백금의 가치가 큰 점은 지구에서 희귀하다는 것에 있지만, 이런 원소가 생성되는 과정 역시 이런 중원소를 특별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런 중원소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밀도를 가진 중성자별들이 엄청난 속도로 서로 충돌해야 생성되며 이런 원소가 다시 소행성 행태로 지구로 날아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벨 교수는 “이런 중원소가 생성되는 데는 너무 큰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이를 실험적으로 생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중원소의 생성 과정은 단지 지구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우리는 우주에 있는 별과 그 물질을 실험실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생성이 어려운 이런 중원소로 가득한 고유 은하의 발견이 앞으로 항성 역사는 물론 우주 진화 과정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 별들은 자체적으로 중원소를 만들 수 없으므로 과거 이 은하에서는 특정 이벤트가 ‘씨앗’이 돼 금·은·백금 등을 가진 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중원소가 가득한 별들이 존재하는 것은 중성자별 간의 충돌이 원인임을 시사한다. 또 이번 결과는 이런 별의 구성을 밝혀내는 방법으로 이런 별을 거느리고 있는 은하의 역사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접근 방식은 ‘항성 고고학’(stellar archaeology)으로 불리고 있는데 천체물리학자들이 초기 우주 상태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프레벨 교수는 “난 정말 이번 결과가 별과 어느 정도 원소를 개별적으로 형성하는 은하의 연구를 위한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정말 작은 규모의 별들과 정말 큰 규모의 은하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5월 21일 자)에 실렸다. 사진=다나 베리/스카이웍스 디지털, Inc.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신이 죽은 시대’ 인간이 사는 힘은

    ‘신이 죽은 시대’ 인간이 사는 힘은

    무신론자의 시대/피터 왓슨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832쪽/3만 8000원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버렸다. 우리가 신을 죽인 것이다.” 1882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이 단호한 선언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렀고 여전히 회자되는 명언이다. ‘신의 죽음’ 이후 인간이 의지할 존재로서 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방법을 찾았을까. 실제로 니체는 신 없는 세상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것인가.” 이 책은 그 대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니체의 선언이 있은 뒤 신이 사라진 세계를 개탄하며 고통스러워한 이들도 있었지만 남겨진 것들에서 살아갈 힘을 길어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 세상에서 더욱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더욱 진지하고 치열하게 성찰한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영국 출신의 언론인이자 지성사가인 저자는 바로 그들을 주목한다. 니체 직후 세대부터 현재까지 거대한 문화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숨 가쁘게 연대기적으로 조망했다. 문학에서 미술, 철학, 심리학과 정치운동, 세계대전과 극예술 대중문화까지를 832쪽의 방대한 서사로 엮어 놓았다. 놀랍다. 종교적 신앙이 사라진 곳에서 대담하게 피어난 새로운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책에 드러난 극복의 방안은 이렇게 압축된다. 모든 것에 존재하는 끈질긴 실체성, 절정의 순간, 작은 기쁨, 휴일의 삶, 자발적 긍정…. 프루스트가 말한 ‘지복의 순간들’, 입센의 ‘정신적 가치의 섬광들’, 예이츠가 강조한 ‘황홀한 긍정의 짧은 순간’이 모두 그런 화두로 꿰어진다. 전체성과 단일성에서 벗어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순간을 붙잡으려 노력한 결과물들이다. 특히 저자는 ‘전체성’이나 ‘단일성’이라는 관념의 퇴조야말로 20세기에 이뤄진 큰 성취라고 꼽는다. 그런 차원에서 1·2차 세계대전기 문화·사회상의 변화를 꼼꼼하게 정리해 흥미롭다. 1차 세계대전 무렵 니체는 “새로운 무엇이 되고 새로운 무엇을 나타내고 새로운 가치들을 표상하라”고 제안했다. 그 말은 바로 기성의 고급문화에서 소외된 아방가르드에 대한 의미의 부여다. 실제로 표현주의 시인 에른스트 블라스는 독일제국 시기 베를린의 카페 생활을 이렇게 묘사한다. “내가 한 일은 당시의 거대한 속물주의에 맞선 전쟁이었다. 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이들은 누구보다도 반 고흐와 니체, 프로이트, 베데킨트였다. 사람들이 원한 것은 합리주의 이후의 디오니소스였다.” 저자는 2차대전으로 인류는 ‘0시’에 도달했고 장기적 결과와 마주했다고 쓰고 있다. 들끓는 전쟁과 점령 상황 속에서 결실을 맺은 실존주의의 태동, 미국 사회에서 깊이 각인된 자유방임적 방향 전환, 홀로코스트가 유대인들의 생각에 남긴 영향이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이 세 가지 결과는 커다란 사건이었으며 무력 충돌이 다 끝난 뒤에도 종교적 맥락과 세속적 맥락에서 오래도록 사상과 문화를 형성했고 오늘날까지도 계속 형성하고 있는 관심사들이다.” 니체의 ‘신의 죽음’ 선언 이후 형성되고 세상에 영향을 미쳐 온 일들을 놓고 저자는 이렇게 압축해 표현한다. “자기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나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론의 끝은 이렇게 맺어진다. “사람은 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성의 빛 속에서 걷기보다는 스스로 다음 시대의 예언으로서 걸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영화 잔인하다는 편견, 다양한 영화로 없앴죠”

    “한국 영화 잔인하다는 편견, 다양한 영화로 없앴죠”

    “한국 영화는 폭력적이라는 선입견이 일부 있어요. 저희 축제가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데 한몫했다고 자부합니다.” 18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만난 안 르 에나프 트라블링 축제 예술감독은 “고유의 스타일에 글로벌한 감성인 휴머니티가 담겨 있어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브르타뉴의 중심 도시 렌에서 열리는 트라블링은 프랑스 북서부 지역 최대 영화 축제다. 해마다 주제 도시를 정해 열리는데 올해 2월 축제의 테마는 ‘서울의 초상’이었다. 고전에서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모습을 담은 크고 작은 영화 50여편을 소개했다. 에나프 예술감독은 “이전부터 서울을 다뤄 보고 싶었는데 마침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사업을 통해 소원을 풀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제에는 3만 7000여명이 다녀갔다. 한국 영화가 낯선 중장년층 관객이 다수였는데 축제 포스터를 장식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비롯해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특히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 상영 전 한국 영화의 폭력성 이면에 숨겨진 의미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면서 “한국 영화는 잔혹하고 폭력적이라며 애써 외면하려는 관객들에게 이번 축제가 한국 영화의 코드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에나프 예술감독은 한국 영화의 힘은 여러 장르를 융합해 내는 창의성, 또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안에 사회상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고유성에서 나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나 장르 영화에서도 사회, 경제 상황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미장센 또한 유럽에선 볼 수 없는 방식이라고 치켜세웠다.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일부 캐릭터가 깊게 묘사되지 못하고 엔딩 부분이 불필요하게 늘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 중 ‘오아시스’를 최고로 꼽은 그는 이창동 감독이 작품을 많이 만들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이 감독님의 작품은 섬세하고 인간적이어서 굉장히 좋아해요. 감독님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어요. 오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특별전을 할 거예요.” 칸(프랑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해부학 시간에 고양이 창자로 줄넘기한 美 학생들

    해부학 시간에 고양이 창자로 줄넘기한 美 학생들

    해부학 수업을 듣던 미국 고등학생들이 고양이 배에서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한 영상이 퍼지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의 윈스터 처칠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달 초 해부학 시간에 고양이를 해부하고 나서 고양이의 창자로 줄넘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 영상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동물애호단체와 시민들은 동물 학대라며 학생들과 학교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교사가 동물의 장기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려고 계획한 것”이라며 동물 경멸 행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해당 교사는 대학 재학 시절 이 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들었고, 효과적인 수업 방법으로 느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교육청은 “수업의 한 방편이었기에 교사나 학생을 징계하지도, 이 같은 수업 방식을 중단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또 교육청은 “학생과 교사를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로 묘사된 것에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물 애호단체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은 “해마다 1,000만 마리의 동물이 해부학 수업 시간에 희생된다”며 해부학 수업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영상=peta2TV/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새 책]사그라들지 않는 인문학 열풍…카툰으로 만나는 인문학 입문서 출간

    [새 책]사그라들지 않는 인문학 열풍…카툰으로 만나는 인문학 입문서 출간

    인문학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문학을 만화로 풀어낸 책 ‘카툰 인문학(지은이 전왕, 출판사 북랩)’이 출간됐다. 저자인 전왕 변호사(사시 32회)는 문학, 철학,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인류학 등 인문학 분야의 필독서를 망라해 알기 쉽고 전달하는 인문학 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저자는 서두를 통해 ‘인문학적 가치를 소홀히 해 온 결과 우리는 물신주의, 인간 소외, 생명 경시, 환경 파괴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상상력, 아이디어에 의해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카툰 인문학’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현대문명 편에서는 속도, 정보화 사회, 위험사회, 웰빙, 진짜와 가짜가 전도되는 세계, 세계화, 인간 소외 등을 통해 현대문명의 다양한 속성을 묘사한다. 2장 욕망 편에서는 ‘쾌락’과 함께 욕망을 만들어 내는 기계장치로서의 자본주의를 논한다. 3장에서는 ‘사랑’의 모든 것을 고찰하며, 4장 정의 편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제레미 벤담, J.S밀, 존 롤스, 찰스 디킨스 등 인류 최고의 사상가들을 소환해 정의에 관한 그들의 사유를 들려준다. 곧 이어 출간될 제2권에서는 문화, 예술, 노년, 죽음 등을 다룰 예정이다. 북랩 관계자는 “인문학은 학문적 깊이가 요구돼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전왕 변호사의 ‘카툰 인문학’의 가장 큰 미덕은 재치 있는 카툰과 명언 등을 활용해 인문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한국 법조, 불편한 풍경화/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 법조, 불편한 풍경화/박홍환 논설위원

    #풍경 1. 태산명동(泰山鳴動) 2001년 9월 20일 밤 기라성 같은 베테랑 검사들이 하나둘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결같이 표정은 어두웠고, 모두 굳게 입을 다물었다. 현직 검찰총장까지 연루된 검찰의 치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법시험 27회의 선두주자였던 홍만표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도 검찰 사상 전무후무한 특별감찰본부에 합류했다.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의 검찰 내 비호 세력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현직 고검장, 지검장, 지청장이 줄줄이 소환됐고, 전직 검찰총장이 이씨에게서 1억원을 받고 몰래 검찰 간부들에게 ‘전화변론’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지만 지청장 한 명만 불구속 기소됐을 뿐 나머지 유착 간부들은 옷을 벗는 것으로 끝났다. #풍경 2. 사상초유(史上初有) 2006년 8월 8일 밤 12시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에게서 거액을 받고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이날 장장 7시간 가까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영장이 발부됐다. 헌정 사상 최초인 차관급 고위 법관의 현직 구속을 피하기 위해 법원은 혐의를 벗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자 서둘러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브로커 김씨와 유착된 고법 부장판사와 검사, 총경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도 사상초유의 일이다. 김씨는 자신이 관리했다는 60여명의 판검사·경찰 리스트를 호기롭게 흔들며 서초동 법조타운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풍경 3. 리바이벌(Revival) 2015년 10월 6일 밤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금 단순 도박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게이트급으로 급팽창했다. 전관예우, 법조 브로커, 전화변론, 거액 수임료, 유전무죄 등 추악한 법조 세태가 총망라된, 보기 사나운 모양새다. 정씨는 검사장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물론 브로커들까지 동원해 사생결단식 석방 로비를 펼쳤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사 단계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재판 단계를 맡았고, 브로커들은 재판장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정씨는 검·경 수사에서 세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심 재판에서는 구형량 감경 선처를 받았고, 실제 형량도 줄었다. 2심 재판장은 정씨 측 브로커와 은밀한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그는 문제가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낯익은 풍경들이다. ‘정운호 게이트’로 한국 법조의 신뢰지수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죗값을 치러야 할 범죄자를 위해 전관 변호사들은 거액 수임료에 영혼까지 팔아치운 채 뛰어다녔다. 검찰은 정씨 무혐의 처분 등에 고위급 전관인 홍 변호사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법원은 10년 만의 ‘브로커 악몽’에 떨고 있다. 문제는 되풀이되는 익숙한 풍경에 서민들의 박탈감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관 변호사들이 한 해 100억원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현관들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벌을 경감받을 수 있다는 상류층 의뢰인들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 아니겠는가. 브로커들은 또 왜 상시로 판검사들을 관리하겠는가. 필요한 순간에 유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법조 비리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시스템에 기인하는 것이다. 영국 문학의 시조 제프리 초서의 대표작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 30여명이 등장한다. 법조 직종 4인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초서는 그들을 수임료에만 혈안이 돼 있고, 뇌물만 받아 챙기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 프랑스의 풍자화가 오노레 도미에 그림 속의 법조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판사는 재판정에서 꾸벅대며 졸고(졸고 있는 판사들), 변호사는 살인 피의자와 은밀하게 결탁(형사소송)한다. 법조인의 이중성은 도미에가 즐겨 풍자한 소재다. 14세기의 영국과 19세기의 프랑스, 그리고 21세기의 한국. 그 엄청난 시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법조 현장의 풍경화는 엇비슷하다. 그걸 지켜보는 심정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tinger@seoul.co.kr
  • 폭력적 문명에 대한 끈질긴 탐구… 문학의 힘으로 현실 투시

    폭력적 문명에 대한 끈질긴 탐구… 문학의 힘으로 현실 투시

    1994년 단편 ‘붉은 닻’(서울신문 신춘문예)으로 등단한 이래 한강의 소설은 비극적인 세계 속에서 고투하면서 살아가는 개별 인간들의 운명을 주시해왔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에서 장편 ‘소년이 온다’(2014)에 이르기까지 한강 소설의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문명세계에 대한 끈질긴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소설들에서 이러한 탐구는 주로 관계불능에 빠진 고립된 존재들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등단작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적인 비유와 묘사의 문체, 강렬한 색채 이미지는 한강 소설이 호소하는 인물들의 절망과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채식주의자’(2007)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세계문학의 영역에서 현재의 독자들에게 와 닿는 것도 삶의 비극성에 맞서는 뜨겁고 강렬한 개인의 욕망을 감각적인 상징들로 구체화한 데 힘입고 있다. 지금까지 한강의 소설은 삶과 죽음, 동물과 식물, 어둠과 빛, 문명과 자연, 고통과 구원이라는 대조적인 테마를 극화시켜 그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뚫고 나아가려는 인간의 내면적인 분투를 집중적으로 부각해왔다. 특히 여성으로 자각하는 가부장적 폭력의 현실은 한강 소설의 개인들이 부조리한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편집인 ‘내 여자의 열매’는 여성 자아가 감지하는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예민하게 묘파함으로써 ‘채식주의자’로 연결되는 한강 소설의 심화과정을 잘 보여준다. 인물들이 힘겹게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탈주의 상상력은 ‘식물 되기’의 변신 모티프를 통해서 한강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상징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삶에 뿌리 박고 있는 존재들의 고투를 보여주는 이 절실한 상징은 문명세계에 대한 치열한 비판적 사유라는 점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가져온다. 무엇보다도 광주항쟁의 역사적 기억을 증언하는 장편 ‘소년이 온다’와 단편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은 최근 한강 소설의 중요한 변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랑무늬 영원’과 ‘희랍어시간’부터 전면화하기 시작한 아포리즘과 고백의 화법은 ‘소년이 온다’에서 역사적 기억과 접합되면서 인물 개개의 내면을 생생하게 끌어올리는 절실한 목소리로 확장된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역시 공동체의 기억과 개인이 결부되는 지점에서 구원과 평화의 테마를 섬세하게 탐색함으로써 앞으로 한강 소설이 어떠한 변모와 확장을 더해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폭력과 야만의 세계를 투시하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문학의 언어로서 세계의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된 ‘채식주의자’는 이렇듯 20여년 이상 꾸준히 심화되고 확장되어온 한강 소설의 전체적인 지평 속에서 더욱 새롭고 의미 있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 [아하! 우주] 화성 가는 우주인 ‘겨울잠’ 재우는 SF 기술 현실화

    [아하! 우주] 화성 가는 우주인 ‘겨울잠’ 재우는 SF 기술 현실화

    영화 에일리언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심우주 탐사에 나선 우주인들이 캡슐 안에서 긴 잠에 들었다가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깨어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짧게 묘사됐지만 길게는 수십 년도 걸리는 우주 탐사에서 이같은 ‘휴면상태’(休眠狀態·torpor) 기술은 필수적이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웍스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5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몇 년 전 부터 NASA와 이 프로젝트를 공유해 온 스페이스웍스가 개발 중인 것이 바로 동면실(hibernation chamber)이다.    동면실은 인간을 저체온으로 유지시켜 동물이 ‘겨울잠’을 자듯 인위적으로 자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이 처음 이론화된 것은 지난 1980년대. 현재는 주로 의학적인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장기간의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을 저체온 상태로 만든 후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위장관을 거치지않고 정맥주사를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근육 위축은 전기자극으로 막는다. 스페이스 웍스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는 최대 1주일의 지속적인 휴면상태가 가능하며 이를 2주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스페이스웍스 CEO 존 브래드 포드 박사는 "우주인을 동면에 들게하는 것은 장거리 우주탐사에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라면서 "1인당 사용하는 동면실 크기를 대폭 줄여 우주선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SA 측이 이같은 기술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유인 화성탐사와 맞물려 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6개월의 장기여행 중 우주인을 ‘조용히 재우는 것’이 건강 면에서나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곧 6개월 내내 우주인이 선내에서 활동한다면 충분한 공간과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우주선 설계와 크기 등이 커져 비용이 불어난다. NASA 우주기술미션부(STMD) 스티브 주르치크 박사는 "휴면 기술은 NASA가 추진 중인 8개의 첨단혁신연구프로그램(Innovative Advanced Concepts Program·NIAC)중 하나"라면서 "이를 통해 심우주를 향한 우주 기술의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킹캉의 ‘복수극’… 악연 컵스 침몰시키다

    킹캉의 ‘복수극’… 악연 컵스 침몰시키다

    피츠버그 2연패 탈출 원맨쇼… ‘4번타자’ 박병호 2안타 활약 “강정호가 복수를 했다.”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가 16일 2타점 원맨쇼를 펼치며 ‘악연의 팀’ 시카고 컵스를 침몰시키자 지역언론인 ‘피츠버그 트리뷴’은 그의 활약을 이렇게 묘사했다. 강정호는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와의 경기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활약으로 강정호의 타율은 .250에서 .292로 올랐으며, 피츠버그는 2-1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카고는 강정호에게 악연이 깊은 팀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시카고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크리스 코글란(현 오클랜드)의 거친 태클에 왼쪽 정강이를 가격당해 시즌 아웃이 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강정호는 7개월 동안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더군다나 전날 있었던 경기에서는 시카고의 선발투수 제이크 애리에타가 4회 1사 2루 상황에서 폭투를 범하며 강정호의 목덜미 부근에 공을 맞췄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한 애리에타의 올 시즌 첫 사구가 하필 강정호를 상대로 나오면서 고의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강정호는 악연의 팀에 실력으로 분풀이했다. 그는 0-0으로 팽팽하던 7회 초 2사 2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존 레스터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려 1타점을 올렸다. 이 안타로 레스터는 강판됐다. 9회 초에는 컵스의 마무리투수 헥터 론돈의 시속 155㎞ 몸쪽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비거리 116m 좌월 솔로 아치를 쏘아 올렸다. 론돈의 피홈런은 이번 시즌 15경기 만에 처음이다. 강정호는 부상으로 한 달가량 늦게 합류했지만 여덟 경기에서 8타점을 올리며 경기당 1타점의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홈런은 4호째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팀내 공동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홈런 속도는 6타수당 1개씩이다. 지난해에는 시즌 시작부터 팀에 합류했음에도 6월 17일에야 4호 아치를 때려낸 것에 비하면 엄청난 페이스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강정호가 정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다시 한 번 그가 특별한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활약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믿을 수 있다. 강정호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뱅’ 박병호(30·미네소타)는 이날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박병호가 4번 타자로 나선 것은 지난달 25일 워싱턴과의 경기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다. 이대호(34·시애틀)는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김현수(28·볼티모어)는 벤치에 앉아 팀이 디트로이트에 5-6으로 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과 윤상원/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과 윤상원/임창용 논설위원

    노동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성가(聖歌)에 가깝다. 특히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에겐 더 각별할 듯싶다. 집회 현장에서 따라 부르다 보면 비장함과 결연함이 고조되면서 뭔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듯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민중가요 중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자주 불렸고 소리도 가장 우렁찼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통하는 윤상원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윤상원은 1980년 5월 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총을 들고 싸우다 27일 새벽 계엄군에 의해 사살됐다. 당시 국내 언론이 눈감고 있을 때 광주의 학살극 현장이 외신을 탄 데는 시민군 대변인이던 그의 역할이 컸다. 미국 일간지 ‘볼티모어 선’ 마틴 브래들리 기자는 그해 5월 28일자 기사에서 26일 밤 마지막 그의 모습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 윤상원은 계엄군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총을 달라는 고등학생들에게 “우리들이 싸울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역사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브래들리 기자는 ‘세계 어느 무장조직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진정한 투사의 진면목을 보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윤상원은 전남대 졸업 후 서울에서 은행원이 됐으나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가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광주 광천공단 야학인 ‘들불야학’에 참여했고, 그때 만난 이가 영혼결혼식 상대인 박기순이다. 전남대 휴학 중이었던 그녀는 광주 지역 노동운동의 토대를 닦겠다며 공단에 위장 취업해 들불야학을 연 당찬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연탄가스 중독으로 78년 12월 세상을 뜬다. 당시 윤상원은 일기장에 “불꽃처럼 살다 간 누이여…아무리 쳐다보아도 넌 아직 살아 있을 뿐이다…”라며 애끓는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5·18 당시 살아남은 후배들과 유족들은 2년 뒤 민주화를 향한 두 사람의 애타는 마음을 기리고자 혼례의 예식을 마련했다. 이때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굿 ‘넋풀이’가 만들어졌고, 그 마지막 소품에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옥중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노랫말을 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렇게 탄생했고, 80년대 이후 노도와 같은 민주화투쟁 현장에 항상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모레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제창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3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국론 분열이 되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부터다. 국가보훈처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1997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정부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기념식에서 제창되다가 2009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식순에서 빠졌다. 올해부터라도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푸틴·트럼프 ‘키스 벽화’… 우리 잘 어울리나요?

    푸틴·트럼프 ‘키스 벽화’… 우리 잘 어울리나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있는 한 레스토랑의 외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키스하는 그림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길이 2m짜리 벽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레스토랑 주인 도미니카스 체카우스카스(왼쪽)와 화가 민다우가스 보나누가 14일(현지시간) 그림을 흉내내며 익살을 부리고 있다. 체카우스카스는 “트럼프와 푸틴 모두 자아 과잉이며 죽이 잘 맞아 보인다”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에 일어날 일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고 그림의 의도를 설명했다. 트럼프와 푸틴은 공개적으로 서로 칭찬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빌뉴스 AP 연합뉴스
  • [이슈&이슈] 반야월 셋째 딸 “가사 무단사용” vs 사천시 “제막식 참석은 사용 허락”

    [이슈&이슈] 반야월 셋째 딸 “가사 무단사용” vs 사천시 “제막식 참석은 사용 허락”

    “반야월이 지은 가사를 노래비에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로 손해 배상해야 한다.”(반야월 셋째딸) “반야월이 노래비 제막식에 참석한 것은 가사 사용을 허락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노래비는 반야월 명예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경남 사천시) 우리나라 대표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1917~2012)의 유족이 반야월이 지은 가사의 노래비를 세운 지방자치단체와 기관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제기해 주목된다. 15일 사천시와 반야월 유족 측에 따르면 반야월 셋째딸 박희라씨가 사천시와 충남 태안군, 충북 제천시, 서울 금천·성북구, 한국수자원공사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어문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29일 소장이 접수된 뒤 사천시 등 피고 기관에서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내는 등 재판을 준비하는 가운데 법원이 지난달 22일 조정회부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이달 조정이 열릴 예정이지만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씨는 사천시에 6750만원, 나머지 5개 기관에 1500만원씩을 청구했다. 박씨는 소송대리인을 통해 낸 소장에서 사천시 등 6개 기관이 반야월이 작사한 노래비를 만들어 세우면서 노랫말과 제목을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박씨는 해당 기관은 노래비 건립 공사비의 15%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박씨는 반야월이 작사한 모든 저작물의 재산권과 사용료에 관한 권리를 2010년 아버지에게서 유언 공증서를 통해 단독 승계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법원도 반야월의 자녀(2남 4녀)들이 재산상속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 측은 저작권법 제46조 저작물의 이용 허락에 따라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으며 이용 허락을 받는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문저작물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사용한 행위는 어문저작물을 침해한 것으로 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앞서 있었던 유사한 형태의 저작물 이용 및 계약에 따라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와 소송대리인 측은 경북 영덕군이 2010년 6월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삼각주공원 안에 ‘외나무다리 노래비’를 건립할 당시 노래비 공사비 1억원의 15%를 반야월에게 가사 저작권 사용료로 준 사례가 있어 이를 따랐다고 했다. 박씨 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한 시설물은 사천시에 2곳이 있다. 서금동 노산공원 앞 바닷가에 2011년 11월 건립한 ‘삼천포 아가씨상’과 대방동 삼천포 대교 기념공원에 2005년 5월 세운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만리포 해수욕장의 ‘만리포 사랑 노래비’와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박달로 박달재 공원에 1988년 11월 만든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 2001년 10월 서울 금천구 독산로 금천체육공원에 세운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 등도 소송에 포함됐다. 금천구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른 가수 박재홍이 태어난 곳을 알리기 위해 노래비를 건립했다. 또 성북구 동소문로 177 미아리 고개 정상에 있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래비’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정상에 한국수자원공사가 건립한 ‘소양강 처녀상’에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사천시 등은 답변서에서 어문저작물을 이용해 영리를 취하지도 않았고 더구나 반야월이 제막식에 참석한 것은 어문저작물 사용을 허락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아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천시는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와 삼천포 아가씨상이 노래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 인기를 얻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반야월의 명예를 크게 높였다고 주장했다. 또 비영리 자치단체가 저작물을 이용해 영리를 취하지 않았고 저작자 이익을 해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관련 문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사천시는 삼천포항과 사천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삼천포 아가씨 가요제’도 해마다 개최한다. 사천시는 반야월이 먼저 사천시에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 설치를 건의한 적이 있고 제막식 때도 참석하는 등 어문저작물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락했다고 강조했다. 박씨 측이 뒤늦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제천시는 답변서에서 박달재 노래비는 제천중앙라이온스클럽이 1988년 11월 건립해 시에 기증, 시에 책임이 없을 뿐 아니라 역시 반야월이 제막식 행사에 참석,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곳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반야월은 191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진해 농산고를 수료한 뒤 진방남이란 예명으로 1938년 태평레코드사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해방 뒤에는 반야월이란 이름으로 작사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그가 가사를 쓴 노래가 5000여곡이 넘는다. 1940년 새 노래를 취입하기 위해 태평레코드사 본사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모친이 별세했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을 치며 비통한 심정으로 ‘불효자는 웁니다’를 불러 대히트를 쳤다. ‘삼천포 아가씨’ 가사는 1960년대 부산·마산·통영·여수 등을 오가는 연안여객선을 보며 임을 기다리는 아가씨의 마음과 삼천포항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것이다. 6·25전쟁 때 서울을 빠져나오지 못해 배를 곯아 숨진 세 살 된 딸에 대한 애절함을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표현했다. ‘산장의 여인’은 1957년 가을 마산국립결핵요양소에 위문공연을 갔을 때 객석에서 소복을 입고 흐느끼며 자신의 노래를 듣는 한 여인을 보고 노랫말을 썼다. 반야월이 지은 노랫말은 이처럼 구구절절 애절한 사연을 담아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가수로 활동하면서 친일 군국가요를 부른 것을 후회한다며 2010년 사과하기도 했다. 사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르네상스 회화 걸작,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을 만나다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르네상스 회화 걸작,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을 만나다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Chiesa di Santa Maria delle Grazie) 르네상스 회화, 아니 서양 회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그림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 그림이 아닐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 1452~1519)의 ‘최후의 만찬’.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외에도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들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르네상스의 전성기는 이 작품과 함께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중요한 작품이다. 작품은 500년 전 탄생 순간부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수많은 모사의 대상이 됐다. 20세기 들어서도 앤디워홀을 비롯해 많은 팝아티스트들이 이미지를 차용해 패러디해 쓰기도 했다.  책이나 프린트물 등을 통해 숱하게 보아 와서 마치 실제를 본 듯 착각할 정도로 낯익은 이미지이지만 실상 이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다고 해도 시간이 빠듯한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보기가 간단치 않다. 수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만약에 운이 좋아서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하더라도 작품 앞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5분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도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고 찾을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500년 전 천재 거장이 심혈을 기울여 남긴 걸작이 주는 감동은 평생을 두고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니 이만하면 충분한 보상이 아니겠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 대성당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Chiesa di Santa Maria delle Grazie)의 부속 건물 벽에 그려져 있다. 도미니코회 수도회에 속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당 옆으로 ‘체나콜로(Cenacolo)’라고 쓰여진 곳이 입구다. 체나콜로는 수도원의 식당,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을 한 식당을 가리킨다. 15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주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는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수도원 식당에 걸린 ‘최후의 만찬’ 그림은 식사를 묵상의 연장으로 만든다는 기대에서 벽에 실물크기로 거대하게 그리곤 했다. 다빈치가 그의 후원자였던 밀라노 공국의 로도비코 스포르차의 요청으로 1494년부터 1498년까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친 복원 작업을 거쳐 원래의 색을 되찾아 전 세계의 예술 애호가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0년 이 작품이 소장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과 함께 이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곳을 찾았던 날은 운이 무척 좋아던지 당일 입장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성당을 찬찬히 둘러본 뒤 티켓에 적힌 시간에 맞춰 전시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에 따라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뒤의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높이 벽 위에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앉은 프레스코화가 눈에 들어왔다. 걸작의 아우라에 심장이 쿵 멎는 것 같았다.  작은 프린트 물에 익숙해서인지 회벽에 유채와 템페라로 그린 작품(세로 460cm, 가로 910㎝)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것이 인상적이었다. 숭고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 면밀하게 연구된 원근법의 표현, 해부학과 골상학에 입각한 인물의 묘사, 색조의 조화, 풍부한 상징성과 생생한 서사, 우아한 선과 동작의 표현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복원 작업 이전의 상태를 가늠할 수 없지만 고미술품 복원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는 대단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쭈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 대답하여 이르시되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 (마태복음 26장 21~23절)  다 빈치는 바로 이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1419~1457)는 다빈치보다 50년 전에 피렌체의 산타 아폴로니아 수도원 식당에 프레스코화 ‘최후의 만찬’을 남겼다. 원근법 효과나 인물들의 극적인 표적이 인상적인 이 그림은 많은 프레스코화들이 그랬듯이 회벽으로 덮였다가 1860년 수도회가 해산된 뒤 흰색 도료를 제거하면서 재발견됐다. 카스타뇨의 그림에서 예수와 제자들은 식탁 한편에 일렬로 앉아있고 유다 한 사람만이 건너편에 앉았다. 이는 예수가 말한 배신자가 유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로 당시 화가들이 채택하던 전형적인 구도였다. 피렌체에서 화가활동을 시작한 다빈치도 분명 이 프레스코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스타뇨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했다.  다 빈치는 과감하게 유다를 다른 제자들과 나란히 앉혔다. 그가 표현하고 했던 것은 제자들이 일으킨 마음의 동요였고 전체 화면의 조형성이었다. 다 빈치는 열두제자 무리에 유다를 포함시켜 3명씩 4개의 무리로 인물을 배치시킨 뒤 제자들의 동요를 놀라움, 두려움, 사랑, 고뇌, 분노로 표현했다. 유다는 멈칫하며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오른 손은 예수를 팔아넘기고 받은 돈주머니를 쥔채 오른 손으로 빵을 집으려 하고 있다. 곧 배신할 유다를 비롯해 의심이 많은 베드로가 손에 칼을 쥐고 있는 것은 예수가 체포될 때 로마 병사의 귀를 자를 것임을 암시하고 있으며 테이블 위의 물건들도 많은 일들을 상징한다. 3개의 창문, 4개의 무리를 이룬 12제자 등은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4 복음서, 예루살렘의 12문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전의 최후의 만찬은 평면성이 강조되지만 다빈치는 수도원 식당이 확장되게 보이도록 중앙 투시도법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 화면 안쪽으로 후퇴하는 천장과 측벽의 선들이 모두 중앙에 앉아있는 그리스도의 머리로 집중하면서 강조했다. 천장의 바둑판 무늬는 관람자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축소되어 화면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생생하게 부각시킨다.  다빈치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총 4년의 세월을 꼬박 바쳤다. 밀라노의 거리와 시장을 돌아다니며 모델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았고 그림 속 인물의 동작과 손의 표현을 연구했다. 그는 작품의 수정이 가능하고 색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템페라와 기름을 섞어 쓰는 실험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그림은 생동감이 넘치고 인간적인 표현이 가능해 졌지만 식당의 습기 때문에 안료가 쉽게 벗져지는 치명적인 결함을 낳았다. 완성된 당시부터 이 주제에서는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은 세월과 숱한 전쟁을 견디면서 심하게 손상됐다. 마지막 복원은 1978년부터 1999년까지 21년간 이뤄졌다. 워낙 손상이 심해서 원래 색깔을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것을 화가가 완성 직후에 베껴 그린 그림이 온전히 남아있어 이를 기준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일부 학자들은 복원화가들이 80%,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20%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근처 빈치에서 테어나 피렌체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왜 그는 밀라노에 이 걸작을 남기게 됐을까? 밀라노는 14세기 말 비스콘티 공작 하에서 막대한 번영을 누려 15세기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가 됐다. 비스콘티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였던 필리포 마리아의 후계권을 둘러싼 전투에서 용병 대장 프란체스코 스포르차(1401~1466)가 승리해 권좌에 올랐다. 그의 대를 이은 로도비코 스포르차(1451~1508)는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실력 있는 장인과 예술가들을 고용해 도시를 건설하고 궁정을 장식하도록 했다. 인체의 구성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해부학적 구조와 근육조직을 분석하고 인체 기관의 이상적인 비례에 관해 연구했으며 천체와 우주를 연구하고, 건축을 설계하고, 악기를 연주하는데도 뛰어났던 만능 천재 다빈치는 1492년 스포르차에게 편지를 보냈다.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이주해 스포르차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치고 싶다며 건물을 설계할 수 있으며 조각가이자 화가로 훈련받았고 공병학에도 재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로도비코는 레오나르도를 밀라노로 불러 아버지인 프란체스코의 청동 기마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기마상을 위해 주문했던 청동이 대포 만드는 데 쓰이게 되는 바람에 레오나르도는 결국 청동 주물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궁정 미술가로 궁정에서 열리는 가면극의 의상과 무대 장치를 설계하고 조신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로도비코의 신임을 얻었다.  로도비코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을 확장해 스포르차 가문의 영묘를 만들면서 레오나르도에게 수도원 식당에 전통적으로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는 단골 주제였던 ‘최후의 만찬’을 그리도록 주문했다. 로도비코의 통치는 ‘최후의 만찬’이 완성된 이듬 해(1499년) 프랑스의 밀라노 침공으로 막을 내리고 궁정은 해산됐다. 화려한 삶을 살았고 너무나 많은 호기심과 재능을 지녔던 레오나르도의 말년은 어땠을까. 피렌체로 돌아가 있던 그에게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중부 프랑스의 루아르지역에 아름다운 성과 많은 연금을 제공했다. 그는 프랑스로 가 3년간 클로뤼세 성에서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1519년 생을 마감했다. 왕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지니고 다니던 그림 ‘모나리자’를 왕에게 기증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벽에 그려져 있는 곳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벽에 그려져 있는 곳

    르네상스 회화, 아니 서양 회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그림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 그림이 아닐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 1452~1519)의 ‘최후의 만찬’.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외에도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들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르네상스의 전성기는 이 작품과 함께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중요한 작품이다. 작품은 500년 전 탄생 순간부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수많은 모사의 대상이 됐다. 20세기 들어서도 앤디워홀을 비롯해 많은 팝아티스트들이 이미지를 차용해 패러디해 쓰기도 했다.  책이나 프린트물 등을 통해 숱하게 보아 와서 마치 실제를 본 듯 착각할 정도로 낯익은 이미지이지만 실상 이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다고 해도 시간이 빠듯한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보기가 간단치 않다. 수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만약에 운이 좋아서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하더라도 작품 앞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5분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도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고 찾을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500년 전 천재 거장이 심혈을 기울여 남긴 걸작이 주는 감동은 평생을 두고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니 이만하면 충분한 보상이 아니겠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 대성당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Chiesa di Santa Maria delle Grazie)의 부속 건물 벽에 그려져 있다. 도미니코회 수도회에 속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당 옆으로 ‘체나콜로(Cenacolo)’라고 쓰여진 곳이 입구다. 체나콜로는 수도원의 식당,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을 한 식당을 가리킨다. 15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주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는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수도원 식당에 걸린 ‘최후의 만찬’ 그림은 식사를 묵상의 연장으로 만든다는 기대에서 벽에 실물크기로 거대하게 그리곤 했다.  다빈치가 그의 후원자였던 밀라노 공국의 로도비코 스포르차의 요청으로 1494년부터 1498년까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친 복원 작업을 거쳐 원래의 색을 되찾아 전 세계의 예술 애호가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0년 이 작품이 소장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과 함께 이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곳을 찾았던 날은 운이 무척 좋아던지 당일 입장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성당을 찬찬히 둘러본 뒤 티켓에 적힌 시간에 맞춰 전시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에 따라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뒤의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높이 벽 위에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앉은 프레스코화가 눈에 들어왔다. 걸작의 아우라에 심장이 쿵 멎는 것 같았다.  작은 프린트 물에 익숙해서인지 회벽에 유채와 템페라로 그린 작품(세로 460cm, 가로 910㎝)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큰 것이 인상적이었다. 숭고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 면밀하게 연구된 원근법의 표현, 해부학과 골상학에 입각한 인물의 묘사, 색조의 조화, 풍부한 상징성과 생생한 서사, 우아한 선과 동작의 표현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복원 작업 이전의 상태를 가늠할 수 없지만 고미술품 복원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는 대단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쭈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 대답하여 이르시되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 (마태복음 26장 21~23절) 다 빈치는 바로 이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1419~1457)는 다빈치보다 50년 전에 피렌체의 산타 아폴로니아 수도원 식당에 프레스코화 ‘최후의 만찬’을 남겼다. 원근법 효과나 인물들의 극적인 표적이 인상적인 이 그림은 많은 프레스코화들이 그랬듯이 회벽으로 덮였다가 1860년 수도회가 해산된 뒤 흰색 도료를 제거하면서 재발견됐다. 카스타뇨의 그림에서 예수와 제자들은 식탁 한편에 일렬로 앉아있고 유다 한 사람만이 건너편에 앉았다. 이는 예수가 말한 배신자가 유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로 당시 화가들이 채택하던 전형적인 구도였다. 피렌체에서 화가활동을 시작한 다빈치도 분명 이 프레스코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스타뇨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했다.    다 빈치는 과감하게 유다를 다른 제자들과 나란히 앉혔다. 그가 표현하고 했던 것은 제자들이 일으킨 마음의 동요였고 전체 화면의 조형성이었다. 다 빈치는 열두제자 무리에 유다를 포함시켜 3명씩 4개의 무리로 인물을 배치시킨 뒤 제자들의 동요를 놀라움, 두려움, 사랑, 고뇌, 분노로 표현했다. 유다는 멈칫하며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오른 손은 예수를 팔아넘기고 받은 돈주머니를 쥔채 오른 손으로 빵을 집으려 하고 있다. 곧 배신할 유다를 비롯해 의심이 많은 베드로가 손에 칼을 쥐고 있는 것은 예수가 체포될 때 로마 병사의 귀를 자를 것임을 암시하고 있으며 테이블 위의 물건들도 많은 일들을 상징한다. 3개의 창문, 4개의 무리를 이룬 12제자 등은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4 복음서, 예루살렘의 12문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전의 최후의 만찬은 평면성이 강조되지만 다빈치는 수도원 식당이 확장되게 보이도록 중앙 투시도법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 화면 안쪽으로 후퇴하는 천장과 측벽의 선들이 모두 중앙에 앉아있는 그리스도의 머리로 집중하면서 강조했다. 천장의 바둑판 무늬는 관람자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축소되어 화면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생생하게 부각시킨다.  다빈치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총 4년의 세월을 꼬박 바쳤다. 밀라노의 거리와 시장을 돌아다니며 모델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았고 그림 속 인물의 동작과 손의 표현을 연구했다. 그는 작품의 수정이 가능하고 색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템페라와 기름을 섞어 쓰는 실험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그림은 생동감이 넘치고 인간적인 표현이 가능해 졌지만 식당의 습기 때문에 안료가 쉽게 벗져지는 치명적인 결함을 낳았다. 완성된 당시부터 이 주제에서는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은 세월과 숱한 전쟁을 견디면서 심하게 손상됐다. 마지막 복원은 1978년부터 1999년까지 21년간 이뤄졌다. 워낙 손상이 심해서 원래 색깔을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것을 화가가 완성 직후에 베껴 그린 그림이 온전히 남아있어 이를 기준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일부 학자들은 복원화가들이 80%,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20%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근처 빈치에서 테어나 피렌체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왜 그는 밀라노에 이 걸작을 남기게 됐을까? 밀라노는 14세기 말 비스콘티 공작 하에서 막대한 번영을 누려 15세기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가 됐다. 비스콘티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였던 필리포 마리아의 후계권을 둘러싼 전투에서 용병 대장 프란체스코 스포르차(1401~1466)가 승리해 권좌에 올랐다. 그의 대를 이은 로도비코 스포르차(1451~1508)는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실력 있는 장인과 예술가들을 고용해 도시를 건설하고 궁정을 장식하도록 했다. 인체의 구성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해부학적 구조와 근육조직을 분석하고 인체 기관의 이상적인 비례에 관해 연구했으며 천체와 우주를 연구하고, 건축을 설계하고, 악기를 연주하는데도 뛰어났던 만능 천재 다빈치는 1492년 스포르차에게 편지를 보냈다.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이주해 스포르차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치고 싶다며 건물을 설계할 수 있으며 조각가이자 화가로 훈련받았고 공병학에도 재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로도비코는 레오나르도를 밀라노로 불러 아버지인 프란체스코의 청동 기마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기마상을 위해 주문했던 청동이 대포 만드는 데 쓰이게 되는 바람에 레오나르도는 결국 청동 주물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궁정 미술가로 궁정에서 열리는 가면극의 의상과 무대 장치를 설계하고 조신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로도비코의 신임을 얻었다.  로도비코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을 확장해 스포르차 가문의 영묘를 만들면서 레오나르도에게 수도원 식당에 전통적으로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는 단골 주제였던 ‘최후의 만찬’을 그리도록 주문했다. 로도비코의 통치는 ‘최후의 만찬’이 완성된 이듬 해(1499년) 프랑스의 밀라노 침공으로 막을 내리고 궁정은 해산됐다. 화려한 삶을 살았고 너무나 많은 호기심과 재능을 지녔던 레오나르도의 말년은 어땠을까. 피렌체로 돌아가 있던 그에게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중부 프랑스의 루아르지역에 아름다운 성과 많은 연금을 제공했다. 그는 프랑스로 가 3년간 클로뤼세 성에서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1519년 생을 마감했다. 왕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지니고 다니던 그림 ‘모나리자’를 왕에게 기증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톰과 제리가 테러 유발한다고… 어른들 시각일 뿐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톰과 제리가 테러 유발한다고… 어른들 시각일 뿐

    1980년대 혹은 19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응답하라’ 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일요일 풍경이 있다. 비교적 이른 아침 텔레비전을 켜면 그 시간에만 볼 수 있었던 만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기고 화질도 썩 좋지 않았지만, ‘도널드 덕’부터 ‘톰과 제리’, ‘곰돌이 푸’ 까지 텔레비전 안에서 뛰놀던 각양 각색의 만화캐릭터는 여전히 생생하다. 만화와 만화 캐릭터는 대표적인 동심의 상징으로 꼽힌다. 동물과 동물의 대화, 약육강식의 법칙을 무시한 동물끼리의 혹은 사람과 동물의 우정은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만화 주인공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 감정의 표현 및 문제해결 방식 등을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마냥 착하거나 귀엽거나 긍정적인 영향만 줄 것 같은 이 캐릭터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상하거나 황당한 논리로 캐릭터를 휘두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어른이다. ●“알라딘 등 캐릭터 가난·불평등 잘못 묘사” 가장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남녀노소에게 모두 익숙한 만화인 ‘톰과 제리’다. 최근 이집트 국가공보국(SIS) 책임자는 이집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톰과 제리’가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며, 아랍 세계 전체에 테러리즘의 불꽃을 퍼뜨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애니메이션은 웃기고 재미있는 태도와 메시지로 폭력을 묘사하고 있으며, 너무나도 쉽게 ‘나는 누군가를 때릴 수 있고 폭발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비난했다. 아름다운 배경과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알라딘’ 역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알라딘’을 포함해 월트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30여편을 분석한 결과 작품 속 캐릭터와 내용이 불평등과 가난에 대해 잘못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아이들에게 잘못된 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를 포함해 만화 속 캐릭터 67개(인물과 동물 포함) 중 38개의 메인 캐릭터가 중산계급 이상에 속하며, 노동자 계급이나 매우 가난한 처지에 놓인 캐릭터는 14개에 불과했다. 또 하위 계층의 캐릭터는 대부분 게으르게 묘사됐으며 일부 부유한 캐릭터는 하위 계급의 삶이 안락하고 자유로워 보인다며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화 속 착한 캐릭터는 결국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착한 사람이 되면 당연히 부(富)가 뒤따르는 형식이 대부분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즉 만화가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못해서, 불평등이나 가난은 나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며 이 때문에 아이들은 사회적 계급이 나눠지고 불평등이 양산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거나 당연하고 영구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 자체를 의심받은 캐릭터도 있다. 2014년 곰돌이 푸는 일생일대의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다. 당시 폴란드 중부도시 튜션의 국회의원들은 “이 ‘곰’의 문제는 적절한 의복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상의만 입고 하의는 입지 않은 반나체 복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캐릭터 사용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곰돌이 푸의 ‘퇴출’을 주장한 또 다른 국회의원은 “푸가 하의를 입지 않은 것은 성별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자웅동체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왕국 상품, 10배 바가지 씌우기도 동심의 상징인 만화 캐릭터는 갖가지 상술로 이용되기도 한다. 디즈니의 대표작인 ‘겨울왕국’은 수많은 관련 캐릭터 상품을 낳았는데, 폴란드에서는 겨울왕국 캐릭터를 차용한 샴페인이 출시돼 비뚤어진 상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비록 알코올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은 무알코올 샴페인으로 어린이들이 즐겨도 무방하지만, 일각에서는 “술과 유사한 제품을 자주 접하고 구매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을 지나치게 잦은 음주에 물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은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인기 캐릭터이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는데, 같은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을 한 가게에서는 1만 5000원에, 근처 가게에서는 2만 3000원에 판매하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고, 한정판임을 내세워 원래 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싼 160만원의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동심은 웃었지만, 얄팍한 상술에 부모의 마음은 울어야 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겨울왕국 캐릭터는 세계 각지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전 세계에서 무려 13억 달러(약 1조 5000억원)라는 사상 최대 흥행 수익을 거둬들인 겨울왕국으로 가장 재미를 본 것은 역시 장난감 회사다. 너도 나도 주인공 ‘엘사’와 주제곡 ‘렛잇고’에 빠진 덕분에 속편 제작이 확정됐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겨울왕국 인형 및 장난감 최대 판매사 마텔의 주가도 4.2% 올랐다. 마텔에 이어 올해 겨울왕국 인형 판매 계약을 맺은 해스브로의 주가 역시 1.3% 상등했다. 아이들을 겨냥한 상술이 제대로 먹혔다는 방증이다. ●어른 욕심·시각보다 아이들 눈높이 중요 어쩌면 만화 캐릭터는 상술을 위해 제작된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동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무작정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 묻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은 왕왕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외모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굳이 캐릭터에 어른의 시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까. 어린아이가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를 보고 ‘별’이라고 부른다면, 어른의 관점에서는 틀린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굳이 틀렸다고 지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든다. 아이의 눈에 곰돌이 푸는 그저 귀여운 곰이고, 톰과 제리는 그저 조금 멍청하고 약삭빠른 고양이와 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결국 캐릭터의 해석은 아이들의 몫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당신의 동심 속 만화 캐릭터는 안녕한가요?

    [송혜민의 월드why] 당신의 동심 속 만화 캐릭터는 안녕한가요?

    199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응답하라’ 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일요일 풍경이 있다. 비교적 이른 아침 텔레비전을 켜면 그 시간에만 볼 수 있었던 만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기고 화질도 썩 좋지 않았지만, ‘도널드 덕’부터 ‘톰과 제리’, ‘곰돌이 푸’ 까지 텔레비전 안에서 뛰놀던 각양 각색의 만화캐릭터는 여전히 생생하다. 만화와 만화 캐릭터는 대표적인 동심의 상징으로 꼽힌다. 동물과 동물의 대화, 약육강식의 법칙을 무시한 동물끼리의 혹은 사람과 동물의 우정은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만화 주인공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 감정의 표현 및 문제해결 방식 등을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마냥 착하거나 귀엽거나 긍정적인 영향만 줄 것 같은 이 캐릭터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상하거나 황당한 논리로 캐릭터를 휘두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어른이다.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선 유명 캐릭터들 가장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남녀노소에게 모두 익숙한 만화인 ‘톰과 제리’다. 최근 이집트 국가공보국(SIS) 책임자는 이집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톰과 제리’가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며, 아랍 세계 전체에 테러리즘의 불꽃을 퍼뜨리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애니메이션은 웃기고 재미있는 태도와 메시지로 폭력을 묘사하고 있으며, 너무나도 쉽게 ‘나는 누군가를 때릴 수 있고 폭발시켜버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비난했다. 아름다운 배경과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알라딘’ 역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진은 ‘알라딘’을 포함해 월트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30여 편을 분석한 결과, 작품 속 캐릭터와 내용이 불평등과 가난에 대해 잘못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아이들에게 잘못된 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를 포함해 만화 속 캐릭터 67개(인물과 동물 포함) 중 38개의 메인 캐릭터가 중산계급 이상에 속하며, 노동자 계급이나 매우 가난한 처지에 놓인 캐릭터는 총 14개에 불과했다. 또 하위 계층의 캐릭터는 대부분 게으르게 묘사됐으며 일부 부유한 캐릭터는 하위 계급의 삶이 안락하고 자유로워 보인다며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화 속 착한 캐릭터는 결국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착한 사람이 되면 당연히 부(富)가 뒤따르는 형식이 대부분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즉 만화가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못해서, 불평등이나 가난은 나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며 이 때문에 아이들은 사회적 계급이 나눠지고 불평등이 양산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거나 당연하고 영구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 자체를 의심받은 캐릭터도 있다. 2014년 곰돌이 푸는 일생일대의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다. 당시 폴란드 중부도시 튜션(Tuszyn)의 국회의원들은 “이 ‘곰’의 문제는 적절한 의복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상의만 입고 하의는 입지 않은 반나체 복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캐릭터 사용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곰돌이 푸의 ‘퇴출’을 주장한 또 다른 국회의원은 “푸가 하의를 입지 않은 것은 성별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자웅동체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술에서 비롯된 캐릭터의 잘못된 사용 동심의 상징인 만화 캐릭터는 갖가지 상술로 이용되기도 한다. 디즈니의 대표작인 ‘겨울왕국’은 수많은 관련 캐릭터 상품을 낳았는데, 폴란드에서는 겨울왕국 캐릭터를 차용한 샴페인이 출시돼 비뚤어진 상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비록 알코올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은 논-알콜 샴페인으로 어린이들이 즐겨도 무방하지만, 일각에서는 “술과 유사한 제품을 자주 접하고 구매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을 지나치게 잦은 음주에 물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은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인기 캐릭터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는데, 같은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을 한 가게에서는 1만 5000원에, 근처 가게에서는 2만 3000원에 판매하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고, 한정판임을 내세워 원래 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싼 160만원의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동심은 웃었지만, 얄팍한 상술에 부모의 마음은 울어야 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겨울왕국 캐릭터는 세계 각지에서 날개 돋은 듯 팔려나갔다. 전 세계에서 무려 13억 달러(약 1조 5000억원)라는 사상 최대 흥행 수익을 거둬들인 겨울왕국으로 가장 재미를 본 것은 역시 장난감 회사다. 너도나도 주인공 ‘엘사’와 주제곡 ‘렛잇고’에 빠진 덕분에 속편 제작이 확정됐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겨울왕국 인형 및 장난감 최대 판매사 마텔의 주가도 4.2% 올랐다. 마텔에 이어 올해 겨울왕국 인형 판매 계약을 맺은 해스브로의 주가 역시 1.3% 상등했다. 아이들을 겨냥한 상술이 제대로 먹혔다는 방증이다. 어쩌면 만화 캐릭터는 상술을 위해 제작된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동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무작정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 묻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은 왕왕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외모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굳이 캐릭터에 어른의 시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까. 어린 아이가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를 보고 ‘별’이라고 부른다면, 어른의 관점에서는 틀린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굳이 틀렸다고 지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든다. 아이의 눈에 곰돌이 푸는 그저 귀여운 곰이고, 톰과 제리는 그저 조금 멍청하고 약삭빠른 고양이와 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결국 캐릭터의 해석은 아이들의 몫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백마와 김씨 일가/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마와 김씨 일가/박홍환 논설위원

    프랑스의 궁정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용맹스러운 나폴레옹의 위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왼손으로 말 고삐를 당기며 오른손을 들어 멀리 알프스의 준령을 가리키도록 해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그렸다. 1800년 5월 알프스의 생베르나르 협곡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로 진격하는 상황을 그린 이 그림의 포인트는 앞발을 치켜든 백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백마는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백마의 고삐를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쥘 수는 없는 법. 당연히 영웅들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들이 백마를 탔고, 영화 ‘300’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된 페르시아 제국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백마를 신성한 동물로 간주해 궁중에서 특별 사육했다고 한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백마를 타고 악을 심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민족에게도 백마는 특별하다. 신라의 시조인 혁거세의 탄생 신화에서 백마는 하늘과 땅을 오가며 국조의 탄생을 알리는 영물(靈物) 역할을 맡는다. 경주 천마총에서 발굴된,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역시 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의 형상이다. 충남 천안에는 천 년 된 백마가 알을 낳아 그 속에서 아기가 태어났고, 7년 만에 성장한 뒤 아기 장수가 돼 마한을 건국했다는 ‘아기 장수 설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기대할 수 없이 암담했던 일제강점기에 시인 이육사가 학수고대했던 것은 백마를 타고 나타날 초인이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행적은 백두산 밀영을 근거지로 삼아 만주 벌판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지휘하며 혁명의 기틀을 쌓았다는 것이다. 북한 혁명화 중에는 당시의 김일성을 ‘백마 탄 김 장군’으로 묘사한 그림이 많다. 스스로 나폴레옹을 꿈꿨는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백마 타고 오는 초인’으로 비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당시 백마가 아닌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고, 백마와 함께 만주 벌판을 호령한 인물은 김일성이 아닌 독립운동가 김경천 장군이었다.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또한 대중조작을 위해 백마를 동원한 셈이다. 최근 평양의 혁명사적관에 백마를 탄 김정일과 김정은의 사진이 내걸렸다고 한다. 사진 속 부자는 그야말로 순백의 말 등에 올라탄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들이 ‘백두에서 백마까지’ 혁명 가계의 혈통을 잇는다는 사실을 대중조작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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