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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속 부품 같은 일상, 캄캄한 구멍에 빠져버린 삶

    공장 속 부품 같은 일상, 캄캄한 구멍에 빠져버린 삶

    구멍/오야마다 히로코 지음/한성례 옮김/걷는사람/336쪽/1만 4000원삶의 길 곳곳마다 움푹 팬 구멍이 가득하다. 분주한 일상에 치여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이 구멍들은 숨을 고르는 찰나 선연히 드러난다. 앞날에 대한 끝없는 불안감, 마냥 푸르다고 하기엔 너무나 고달픈 청춘, 송곳으로 뚫듯 서로를 생채기 내는 비수 같은 말들…. 우물같이 깊숙한 구멍에 드리운 삶의 그림자는 지독히 어둡고 서글프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일본의 신예 작가 오야마다 히로코(34)의 작품집 ‘구멍’은 삶의 불안을 기묘한 필치로 그려낸 수작이다. 등단작이자 제30회 오다 사쿠노스케상과 제4회 히로시마 혼 대상(소설 부문)을 동시에 수상한 ‘공장’, 제150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을 수상한 ‘구멍’, 초단편 소설 ‘이모를 찾아가다’ 등 3편이 실렸다. 일상과 가까운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작가는 독특한 환상을 가미해 알 듯 말 듯한 몽롱한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구멍’과 ‘공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을 거듭하고 비정규직으로서 살면서 여러 직장을 전전한다. ‘구멍’의 젊은 여성 ‘나’는 남편의 전근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시부모와 시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남편의 본가 옆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해방된 ‘나’는 오히려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짐승과 맞닥뜨리고 그 짐승을 뒤쫓다가 어떤 구멍에 빠진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환상인지 모호한 이 구멍은 ‘나’의 알 수 없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고요한 일상을 덮치는 두려움의 다른 얼굴이다. ‘공장’은 사원식당만 100여곳에 이르고 내부에 아파트, 슈퍼마켓, 호텔, 레스토랑까지 갖춘 거대한 공장에서 일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을 조명한다. 공장이 어떤 물건을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지 않지만 문서분쇄 작업원, 이끼 연구원, 교열 담당자인 이들은 어쨌든 공장의 주요 업무에서는 비켜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 길이 없는 이들은 노동에 대한 소외감과 회의감에 사로잡힌다. 공장에는 회색뉴트리아, 세탁기도마뱀, 공장가마우지 등 작가가 그려낸 수수께끼 같은 동물들이 서식하는데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세 주인공의 모습과 겹친다. 작품 속 작업 환경과 인간관계에 대한 정교한 묘사는 작가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오야마다는 대학을 졸업한 뒤 편집 프로덕션, 자동차 자회사의 공장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접하고 느꼈던 것들을 작품에 녹여냈다. 지난 28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오야마다는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 정규직 사원들이 비정규직 사원을 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면서 “똑같은 일을 해도 돈은 못 벌고 인간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마음마저 바보가 되는 느낌이 생생할 때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이 마냥 우울하지 않은 것은 등장인물들이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구멍은 일상 속 어디에나 있지만 구멍 속에서 삶의 마지막 구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등장인물들의 인생과 똑 닮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말은 오고 사람은 가고… 한양과 제주 이어 주던 땅끝 마을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말은 오고 사람은 가고… 한양과 제주 이어 주던 땅끝 마을

    제주의 유배 역사는 이제 관광자원으로도 적지 않은 몫을 한다. 추사가 위리안치됐던 서귀포 대정에는 기념관이 세워졌다. 세 개의 유배길도 만들어졌는데, 추사 유배길과 성안 유배길, 면암 유배길이 그것이다. 제주시의 성안 유배길은 제주목 관아를 나서 제주읍성터를 따라 면암 최익현과 우암 송시열, 광해군, 성호 이익을 비롯한 유배인의 흔적을 만난다. 면암 유배길은 최익현이 유배에서 풀린 뒤 한라산에 올랐던 루트라고 한다.육지와 제주를 잇는 해로(海路)도 궁금하다. 뱃길은 유배인과 관리뿐 아니라 모든 문물(文物)의 통로였다. 제주의 양대(兩大) 항구는 화북포와 조천포였다. 송시열과 김정희, 최익현은 화북포로 제주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음 김상헌은 해배(解配)되고 조천포에서 제주를 떠났다. 제주를 방문한 점필재 김종직도 조천관에서 순풍을 기다리다 한편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한양을 오가는 관리들의 숙소였던 조천관은 터만 남았다. 하지만 조천 연북정(戀北亭)은 이른바 유배 문화가 각광받으며 인기 있는 탐방지로 떠올랐다. ‘궁궐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는 연북정의 이름부터 유배자의 정서와 맞물려 감회를 자아낸다. 물론 임금의 관심을 간청하는 마음은 벼슬아치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화북리도 19세기에는 공북리(拱北里)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공북’이란 임금을 향해 손을 모은다는 뜻이니 연북정의 작명원리와 일맥상통한다. 헌종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응와 이헌조는 연북정 주변에서 조천항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 시를 남겼다. ‘바다 고을에서 제일 번화한 마을 /조천관 바깥에 깃발을 멈추었다 /이진(梨津) 사공은 바람을 타 배질하고 /선흘 사람들은 가랑비 맞으며 밭갈이하네’ 선흘은 조천의 마을이고 이진은 바다 건너 해남의 포구다. 조천으로 들어오는 육지 배가 출항하는 대표적 포구가 이진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오늘은 바로 그 해남 이진포로 간다. 전남 해남군 북평면의 이진리는 오늘날 반농반어(半農半漁)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마을 앞 포구에 서면 왼쪽으로 달도를 거쳐 완도를 잇는 사장교인 완도대교의 주탑(主塔)이 있다. 이진에서는 땅끝도 멀지 않다. 그야말로 한반도 최남단이다.동네 초입에서는 지금 이진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은 1588년(선조 21) 이진에 군진을 세운 데 이어 1627년(인조 5)에는 종4품 만호가 지휘하는 만호진으로 승격시킨다. 이 지역은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범이 잦았던 데다 을묘왜변과 임진왜란으로 이진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진성은 방어를 위한 목책과 해자까지 갖추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몰려드는 적군으로부터 성문을 방어하는 옹성도 일부 남아 있다. 이진성 안팎에서는 최근에 세운 친절한 안내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른바 관방유적(關防遺蹟)으로 중요성을 알리면서 이순신 장군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곳이 한양과 제주를 잇는 간선로를 이루는 중요한 거점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은 포구에서도 찾지 못했다. 조선시대라면 군선(軍船)이며 관공선(官公船)이 적지 않게 정박하고 있었을 이진항이지만, 지금은 1t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고깃배들만 한가롭게 떠 있다. 그런데 포구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의 나지막한 돌담에 눈이 간다. 담장을 이루는 돌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대부분이다. 마치 제주도의 담장을 연상시킨다.집주인 아저씨는 “이것들이 제주에서 싣고 온 돌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기 언덕 위 동네로 올라가면 더 많으니 한번 가 보라”고 일러 준다. 현무암들은 제주말(馬)의 하역항으로 이진의 역사를 보여 준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 바람과 파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은 평형수(平衡水)가 있기 때문인데, 과거에는 그 평형수 역할을 돌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내리면 제주에서 싣고 온 현무암은 더이상 쓸모가 없었으니 항구에 그대로 버렸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 이후 군마(軍馬) 사육장이었다. 물론 제주말을 반입하는 항구가 이진이 유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진 마량(馬梁)의 마도진(馬島鎭) 만호성 주변에서도 현무암이 발견된다고 한다. 땅이름으로 짐작해 봐도 마량은 중요한 제주말 반입항의 하나였을 것이다. 강진의 옛 이름인 탐진(耽津)도 탐라(耽羅), 곧 제주를 오가는 항구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 해도 이진의 현무암은 마량의 그것보다 많다. 현무암의 많고 적음은 배에 실어 운송한 말의 숫자와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진은 말 수송선을 포함해 조선 후기 제주를 오가는 선박의 출입통제소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제주로 가는 또 다른 항구였던 강진 남당포를 출발한 배도 큰 바다로 바로 나가지 않고 완도 북쪽의 이진포를 거쳤다. 고산자 김정호(1804~1866?)는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이진진(梨津鎭)은 한양에서 950리 떨어져 있고, 성에는 해월루(海月樓)가 있다. 제주로 들어갈 사람은 모두 여기서 배를 타고 떠난다’고 기록했다. 조선 중기의 문인 임제 백호는 1577년(선조 10) 제주목사로 있던 아버지 임진을 만나고 돌아와 ‘남명소승’(南冥小乘)이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임제는 12월 6일 강진 남당포를 출발해 저녁 늦게 이진보(梨津堡)에 이른다. 남당포는 간척이 이루어져 오늘날 옛 지형을 알 길이 없는데 강진읍 남포리로 추정하고 있다. 임제가 이진에서 배웅 나온 관리들과 작별한 것은 바야흐로 큰바다 항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임제는 9일 밤 제주 조천포에 도착한다. 돌아올 때는 화북포에서 출발해 해남 관두포로 상륙했다. 해남반도 서쪽의 관두포는 고려시대 이후 오래된 제주 뱃길의 항구였다. 김정호가 ‘이진성에는 해월루가 있다’고 적은 대목은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해남군은 최근 해남 남창리에 달량진성과 해월루를 복원했다. 북평면 소재지인 남창리는 해남과 완도를 잇는 땅끝대로를 사이에 두고 이진리와 마주 본다. 달량진성은 수군 만호 주둔지였지만, 이진에 만호진이 설치되면서 군진이 아닌 환곡을 위한 곡식창고인 남창으로 바뀌었다. 이진과 남창리는 실제로 멀지 않다. 고산자가 착각한 이유일 것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도 해월루를 이진 동쪽이 아닌 서쪽에 두었다. 지금 해월루 아래는 해변 산책 데크도 만들어 놓았으니 달량진 유적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이진포 북쪽은 해발 498.6m 달마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기기묘묘한 암봉이 인상적인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수려하다. 하지만 반대편 이진에서 바라본 달마산의 표정은 조금 온화하다. 달마산이라면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미황사는 달마산의 북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진포에서 달마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황사 창건 설화가 문득 생각났다. 신라 경덕왕 시절 황금빛 피부의 외래인이 범패 소리를 울리며 노를 저어 땅끝마을 사자포 앞바다에 나타나 경전과 불상 및 탱화를 의조화상에게 건네주었고, 싣고 왔던 바위를 부수고 나온 검은 소가 점지한 자리에 절을 세우니, 곧 미황사라는 것이다. 흔히 인도 불교가 바다로 직접 전래된 증거로 이 설화를 들기도 한다. 그 ‘사자포’는 미황사에서 최단거리 항구인 이진포로 상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글 사진 dcsuh@seoul.co.kr
  • 트럼프가 그린 낙서같은 스케치…경매가 1300만원?

    트럼프가 그린 낙서같은 스케치…경매가 1300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린 스케치가 경매에 나온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가 직접 그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스케치가 다음달 19일 경매에 부쳐진다고 보도했다. 가로 12인치, 세로 9인치의 이 스케치는 지난 1995년 트럼프가 자선 경매를 위해 쓱쓱 그린 것이다. 당시 트럼프의 사인이 들어간 이 스케치는 플로리다에서 열린 경매에 나와 채 100달러(약 11만원)도 되지 않은 헐값(?)에 낙찰됐다. 당시에도 트럼프의 인기가 반영된 가격이지만, 이번에 그림값은 현직 대통령의 ‘작품’이라는 상징성을 반영해 대폭 오를 전망이다. 경매를 주관하는 줄리앙 옥션 측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을 고려하면 경매 낙찰 예상가는 8000~1만 2000달러(약 910~1300만원)"라면서 "경매 수익금의 일부는 미국 공영 라디오(NPR)에 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에도 트럼프의 그림이 경매에 나와 2만 9184달러(약 3300만원)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트럼프 타워를 중심으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묘사한 이 그림은 어린이가 그린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AP 연합뉴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추석 특선영화, 안방 영화관 ‘라라랜드부터 부산행까지..’ [추석에 뭐하지?①]

    추석 특선영화, 안방 영화관 ‘라라랜드부터 부산행까지..’ [추석에 뭐하지?①]

    추석 연휴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연휴에는 최근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부터 아깝게 놓쳤던 스크린 명작, 아카데미상을 휩쓴 외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최장 10일까지 예정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2016년 12월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라라랜드’부터 2016년 여름 최고 흥행작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밀정’ 등 화제작들이 기대를 모은다. ♦따끈따끈한 韓 대표작들 올해 추석특선영화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흥행작들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KBS 2TV는 첩보 부대의 실화를 그린 영화 ‘인천상륙작전’(5일 오후 8시)을 준비했다. 실제 KBS가 투자했기 때문에 그 인연이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MBC는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였던 공유 주연의 ‘부산행’(6일 오후 8시 30분)을 편성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10위를 차지한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뤄지는 생존 투쟁을 그린 액션 스릴러. 공유와 마동석, 김의성의 연기가 빛나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SBS에서는 하정우 주연의 재난 영화 ‘터널’(6일 오후 8시 35분)이 방송된다. ‘터널’은 평범한 가장이 무너진 터널에 갇히면서 시작되는 구조 작전을 그린 영화다. 허술한 구조 과정과 시스템을 고발하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JTBC는 황옥 경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송강호와 공유 주연의 영화 ‘밀정’(5일 오후 8시 50분)을 방송한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긴장감 넘치는 독립운동 이야기로 750만 관객을 돌파했다.♦스크린 명작을 안방에서.. 아깝게 놓쳤던 스크린 명작, 아카데미상을 휩쓴 외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 대표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해외 영화도 방영된다. MBC는 2017 아카데미 시상식 6관왕에 빛나는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7일 오후 10시)를, KBS 1TV는 201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7일 오후 10시 20분)를 방송한다. 명작 ‘타이타닉’(7일 오후 10시 55분)은 EBS 1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타이타닉’은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고,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젊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풋풋하면서도 열정적인 로맨스가 관전 포인트다. EBS 1TV는 7~8일에 걸쳐 ‘반지의 제왕’ 시리즈 두 편을 방송한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J.R.R. 톨킨의 명작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방대한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묘사해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지금 봐도 놀라운 특수효과로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11개 부문 모두 수상한 작품이다. 한편 OCN은 3일엔 ‘암살’ ‘광해’ ‘베테랑’을 연속 방영하며, 4일엔 ‘관상’ ‘대결’ ‘검사외전’을 선보인다. 6일엔 ‘밀정’, 7일엔 ‘터널’, 8일엔 ‘마스터’를 방영한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킹스맨’ 개봉과 연계해 이달 30일엔 ‘스파이 특집’으로 ‘미션 임파서블5: 로그 네이션’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도 연속 방송한다. CGV는 다음달 1일 ‘겨울왕국’, 6일 ‘봉이 김선달’, 7일엔 ‘덕혜옹주’ 등을 선보인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다빈치가 ‘모나리자’ 그리기 전 작업한 누드 스케치 발견됐다?

    다빈치가 ‘모나리자’ 그리기 전 작업한 누드 스케치 발견됐다?

    155년 전 프랑스에서 공개된 목탄 누드 스케치 ‘모나배나’(Monna Vanna)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명화 ‘모나리자’(Mona Lisa)를 위한 사전 스케치였을지 모른다고 프랑스 예술 전문가들이 말했다고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모나배나는 1862년 파리 북쪽의 샨틸리 궁전의 콘데 박물관에서 르네상스 시기 작품들을 전시했을 때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다빈치 스튜디오에 속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단서를 추적해 다빈치가 두 작품 모두에 간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실험을 실시한 큐레이터들은 이 스케치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다빈치의 손길이 거쳐간 것으로 보고 있다.다빈치야 두 말이 필요없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그의 유화 모나리자, 일명 라 지오콘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높은 명작으로 여겨진다. 의류상이며 플로렌스 관리였던 프란세스코 델 지오콘도의 허락을 받고 그의 아내 리자 게라르디니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큐레이터인 마티유 델티쿠는 “그 그림은 얼굴과 손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아주 인상적인 질감을 갖고 있다”며 “그저 카피한 것이 아니다. 레오나르도의 삶 말기에 모나리자와 함께 병행하며 이 그림을 그린 것 같은 흔적을 우리는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그건 유화를 그리기 전 사전작업을 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델티쿠는 또 손들과 몸통 크기가 거의 일치하고, 초상화의 크기도 거의 같고, 조그만 구멍들이 뚫려 있는 것을 봤을 때 캔버스에 고정시켜 형태를 그대로 옮긴 것 같은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루브르의 보전 전문가인 부르노 모틴은 레오나르도의 인생은 15세기에 접어들면서 “아주 높은 질”로 승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왼손잡이로 알려져 있는데 이 그림에서는 머리 주위를 그릴 때 오른손으로 그린 듯한 흔적이 나온다는 점을 모틴은 지적했다.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이 레오나르도의 작품임을 입증하려면 더 많은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며 특별히 파손될 수 있어 그림을 갖고 작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결론내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기획 기사 많아져…공영방송 파업 보도 돋보여”

    “기획 기사 많아져…공영방송 파업 보도 돋보여”

    서울신문은 26일 ‘북핵 등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제98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서울신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회의에는 박재영 위원장(건국대 정치대학 초빙교수)과 김광태(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상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위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지난 한 달간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독자권익위 위원들이 제기한 의견이다.유경숙 위원 이번달엔 기획 기사가 많아져 파고들고 싶은 기사들이 많았다. 특히 9월 4일자 퍼블릭인 지면의 ‘물먹은 국토부, 물만난 환경부’ 기사는 4대강과 관련해 정권에 따라 바뀐 부처 입장 차이를 대조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 줬다. 9월 2일자 주말엔 지면의 ‘남자는 커피값 18% 더 내세요…남녀 임금격차 알리기 실험’ 기사는 호주 카페의 ‘남성세’ 도입이란 화제성 소재 선정과 정보의 전달력 측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재밌게 작성된 기사였다. 이상제 위원 좋았던 기사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기사와 퍼블릭인 지면의 육아휴직 관련 기사, 소년법, 비무장지대(DMZ), 종교인 과세 등이었다. 아쉬웠던 기사들은 ‘240번 버스기사’ 관련 보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오역과 관련한 온라인 기사였다. 8월 31일자 ‘신용평가 가점 챙기는 노하우’ 기사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채무불이행 기록 보존기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찬 위원 최근 양대 공영방송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신문은 8월 30일자 이후에 공영방송 개혁과 관련한 기사를 꾸준하게 보도하고 있다. 특히 9월 4일자 MBC 김민식 PD와 최승호 PD의 인터뷰 기사는 공영방송이 왜 문제가 됐는지 심층적으로 알게 해줬다. 8월 30일자 ‘내년 429조 ‘슈퍼예산’…일자리에 돈 확 푼다’ 관련 보도는 생애주기별 생활밀착형 주요 예산 분석을 통해 국가 예산 관련 통계수치들이 어떻게 구체화된 정책 실천으로 나타나는지 잘 보여 준 기사였다. 김광태 위원 한 달 동안 서울신문 지면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특종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는 기사들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북핵 위기 속에서 9월 6일자 최용규 부국장의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란 제목의 칼럼, 9월 14일자 이경형 주필의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칼럼, 9월 16일자 최광숙 논설위원의 ‘체코 패싱, 코리아 패싱’ 칼럼 등은 매우 공감이 가고 설득이 되는 글이었다. 9월 1일자 1면 ‘생리대 유해성 발표 ‘날림’이었다’ 특종 기사와 9월 11일자 1면 ‘용산 ‘60년사’ 미군에 통째로 내줬다’ 특종 기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감시견 역할과 현대사 기념물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의미 있는 기사였다. 소순창 위원 최근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한 주민투표 기사에서 스페인 중앙정부의 여러 가지 불법 문제에 대한 기사는 있는데 왜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하려 하는지에 관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9월 19일자 ‘소방직 국가직화…‘소방관 눈물’ 닦는다’ 기사와 관련해선 소방직을 국가직화한다고 해서 소방관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소방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본질적으로 다루는 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홍현익 위원 8월 30일자 ‘또 판 깨는 북…문 대통령, 대화 기조 속 단호 대응 양면전략’ 기사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를 담은 기사였다. 9월 7일자 ‘ADD 연구원의 눈물’ 칼럼은 한국의 지도자들이 국방 기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문제를 잘 짚었다. 9월 15일자 ‘국제기구 통한 대북지원 큰 틀에서 옳다’란 제목의 사설도 단지 타이밍이 문제였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용감하게 잘 쓴 글이었다. 박재영 위원장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과 관련한 기사들은 여론조사 등을 통한 심층적인 분석이 있었다. 9월 13일자 5면에 배치된 ‘곤혹…미소…난감’ 사진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세 사람의 상황을 잘 묘사했다. 정리 강윤혁 기자
  • [시론] 15년 만에 재등장한 ‘북한 악마화’의 위험성/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15년 만에 재등장한 ‘북한 악마화’의 위험성/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북한 완전파괴’, ‘자살 임무 로켓맨’ 등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에 대한 우려 속에서 눈길을 끈 발언은 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로운 다수가 사악한 소수에 맞서지 않는다면 악마가 승리할 것이다”라며 북한을 악마로 지목했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후 15년 만이다.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의 틀’이 ‘북한 악마화’ 발언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마음의 틀은 정보를 선택·분석·조합하고 대안을 생성하는 정보 처리 과정을 지배한다. 북한이 악마라는 틀은 북한이 악마임을 보여 주는 정보만을 선택하고 북한이 악마가 아니라는 증거는 외면하게 만든다. 김정은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김정일을 뛰어난 지도자로 언급하는 전문가들까지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의 틀은 증거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왜곡하기도 한다. 사담 후세인을 악마의 테두리에 넣은 뒤 선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가 이라크 전쟁 결심의 주요 원인이었다. 악마화는 오판의 가능성을 높인다. 트럼트의 북한 악마화가 위험한 첫 번째 이유다. 북한을 악마로 바라보는 심리적 틀은 문제를 선과 악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선악의 관점에서 보면 악마는 정복과 전쟁의 대상이며 악마를 제거하는 것이 도덕적 책무다. 악마와 공존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명예롭다는 인식이 우리의 사고 과정을 지배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도덕적 의무감은 악마를 제거하기 위한 비도덕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초가삼간을 불태워서라도 빈대를 잡겠다는 자기 파괴적 행위도 정당한 희생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오판에 따른 피해를 정당화하는 마음 갖춤새, 트럼프의 북한 악마화가 위험한 두 번째 이유다. 악마와 대화나 협상은 없다. 악마와의 대화 자체가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악마화의 심리적 틀은 상대와 마주 앉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높인다. 설사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신뢰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악마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을 수 있는지, 시간 벌기가 목적이 아닌지 등 악마의 진의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유발한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항상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악마화는 상대의 이익은 곧 나의 손실이라는 제로섬 편향을 극대화한다. 협상은 상대 이익의 존중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악마화는 윈윈의 협상안을 악마의 승리로 만들어 버린다. 북한의 이익이 한국의 손실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북한 악마화가 위험한 세 번째 이유다. 악마를 악마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은 북한 악마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서글프다. 북한 사람 머리에 뿔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는 탈북자에 대한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의 기사는 북한에 대한 악마화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 준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왜곡하고, 북한이라는 악마를 정복하기 위해 자기 파괴적인 행위들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북한 주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모습들은 한국 사회의 과거이자 현재인 것이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악마 북한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가 아니라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여야 한다. 손자가 말한 백전불태(百戰不殆)의 첫걸음은 지피(知彼)다.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을 경험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전쟁의 안개’에서 밝힌 승리의 첫 번째 원칙은 ‘적과의 공감’이다. 현재 한반도 위기에 대한 맥나마라와 손자의 조언은 같다. 북한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나의 기대, 그것이 악마이건 단일민족이건 그 기대를 내려놓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 철은 권력… 철은 예술… 철은 삶이다

    철은 권력… 철은 예술… 철은 삶이다

    한·중·일 등 730여점 전시무덤 속 덩이쇠들 ‘권력’ 상징63빌딩 높이와 맞먹는 양 출토 비격진천뢰는 왜군 격퇴 필살기‘예술’된 철불… 기술 발달 시사“시대의 큰 문제들은 말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로만 해결된다.” 유럽 평화 구도와 독일 통일을 이룬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말이다. 이 한 문장에 인류사를 이끌어온 ‘철’의 막강한 힘이 압축돼 있다. 우주에서 날아온 운철로 만든 히타이트 제국의 고대 무기부터 현대의 우주선까지, 철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금속으로 역사를 움직여 왔다. 문명의 이기로 인간을 이롭게 하면서도 살상의 도구로 인간을 해치기도 했던 철. 그 다채로운 속성이 피워낸 문화사를 한국, 중국, 일본, 서아시아 등에서 출토된 유물 730여점으로 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다.철은 ‘권력’이었다. 고대 무덤의 부장품은 곧 무덤 주인이 지닌 정치·사회적 권력의 크기였다. 특히 신라 왕릉인 경주 황남대총에서 무더기로 출토된 덩이쇠들은 철이 권력의 상징이자 화폐의 가치를 지녔음을 보여 준다. 무덤에서 나온 3200여점의 철기 부장품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덩이쇠들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243m로, 서울 여의도 63빌딩 높이와 맞먹는다.1부 전시가 인류와 철의 첫 만남을 세계사적으로 조명했다면 2부 전시 ‘철, 권력을 낳다’에서는 한반도에 철기가 등장한 이후 고대부터 조선까지 철과 권력의 관계를 보여 주는 다양한 철기 유물이 등장한다. 특히 권력욕이 촉발시킨 전쟁이 낳은 갖가지 철제 무기와 갑옷들이 눈길을 끈다. 중국 지린성 지안현에서 발견된 고구려 벽화무덤 퉁거우 12호분 벽화 속 개마무사(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말 탄 병사)에서 기원한 신라와 가야의 철갑 무사의 면면을 10여점의 갑옷과 투구,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 전시는 전장의 한가운데 선 듯, 실감을 더한다. 보물 857호인 대완구와 대완구로 쏘면 사방으로 철 파편이 튀어 적을 공격하는 공 모양 포탄 비격진천뢰도 전시장에 나왔다. 비격진천뢰는 폭발하면 하늘을 뒤흔드는 우레 소리가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과 함께 왜군을 물리친 조선 최고의 무기였다.철은 ‘예술’이었다. 9세기에 만들어진 서산 보원사지의 철불 철제여래좌상은 양감이 넘치는 웅장한 체구,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과 유려한 옷주름 등으로 ‘통일신라의 걸작’ 석굴암 본존을 연상시키며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거친 금속인 철로 부드러운 표면과 자연스러운 표정, 옷 주름 등을 묘사한 세부 표현은 통일 신라 이후 일상으로 들어온 철을 예술로 빚어낼 만큼 선인들의 철을 다루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음을 보여 준다.금과 은으로 천마의 화려한 자태를 새겨 넣은 ‘철제금은상감 발걸이’에는 통일신라 시대 뛰어난 금속 공예 기술이 압축돼 있다. 3부 전시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이처럼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 일상에 스며든 철이 생활 도구를 넘어 종교적 상징물,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극적인 변화상을 선보인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동서양을 넘어 인류가 가장 널리 사용해 온 금속인 철은 역사의 전환기를 이끄는 동력이었다”며 “인류사에서 철이 지닌 가치와 역할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는 물론 미래에도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할 철의 속살을 되짚어 보시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새영화>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의 엇갈린 기억…‘블랙버드’ 9월 28일 개봉

    <새영화>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의 엇갈린 기억…‘블랙버드’ 9월 28일 개봉

    파격적인 소재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블랙버드’가 오는 28일 국내 개봉한다. ‘블랙버드’는 두 남녀의 인생을 망친 어느 날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15년 후, 20대가 된 여인 ‘우나’가 50대의 남성 ‘레이’를 찾아가 각자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또다시 서로의 삶을 뒤흔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 개막작으로 초연된 후, 2006년 영국 비평가상 베스트 희곡상 수상, 2007년 영국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상 베스트 희곡상 수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블랙버드’(Blackbird)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날카로운 시선과 혁신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을 얻은 원작 작가인 데이비드 해로우어가 직접 희곡 시나리오를 각색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심리묘사와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연출은 연극과 오페라 연출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는 베네딕트 앤드류 감독이 맡았다. 잘못된 사랑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 ‘우나’ 역은 영화 ‘캐롤’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루니 마라가 맡았다. 또 ‘우나’의 인생을 망가뜨린 남자 ‘레이’ 역은 다양한 장르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벤 멘델슨이 맡았다. 배급사 측은 “두 배우는 과거를 뒤로 한 채,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의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며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연기파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몰입도 높은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블랙버드’는 제43회 텔류라이드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후,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제64회 시드니 영화제 경쟁부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 및 노미네이트되며 주목받았다.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의 엇갈린 기억을 다룬 영화 ‘블랙버드’는 9월 28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94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메르켈의 3가지 약점, 16년 ‘최장기 총리’ 원동력 되다

    메르켈의 3가지 약점, 16년 ‘최장기 총리’ 원동력 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 인생을 관통한 것은 ‘약함’이었다. 그런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들이 즐비한 국제사회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역사적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권위보다 소통을, 감정보다 이성을, 독단보다 관계 중심의 리더십 덕분으로 평가된다. 흐르는 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듯,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메르켈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4연임이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메르켈은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독 출신의 젊은 여성 과학자는 서독 출신 남성이 지배하는 독일 정치계에서 애초에 주류가 될 수 없었다. 1994년 36살이던 메르켈을 통일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한 ‘정치적 아버지’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메르켈을 ‘나의 소녀’(mein Madchen)라고 불렀다. 진보 성향의 독일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의 부편집장인 베른트 울리히는 지난 22일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에 기고한 글에서 메르켈 총리가 콜 전 총리처럼 16년 장기집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3가지 약점’을 꼽는다.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동독 출신으로, 서독 세계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은 것 ▲독일 정당 내에서도 가장 마초적인 기독교민주당(CDU)에 몸을 담은 것 등이다. 메르켈은 이 같은 자신의 약점을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재빠르게 보완해 갔다. 1999년 당시 콜 총리와 기민당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존폐 기로에 놓였을 때 메르켈이 나서 “콜의 시대는 갔다”며 사퇴를 공개 촉구한 것이 시작이다. 콜 총리가 “내 팔에 스스로 독사를 올려놓았다”며 메르켈을 비난한 것처럼, ‘소녀’는 ‘독사’로 모습을 바꾸며 2000년 기민당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 2005년 11월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누르고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은 선거 과정에서 대립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정책인 ‘어젠다 2010’ 정책을 이어받아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포용성’을 보였다. 이 경제개혁 추진에 힘입어 1990년대 초부터 장기 침체를 겪으며 ‘유럽의 병자’로 조롱당하던 독일은 유럽연합(EU)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2005년 11.7%에 달하던 실업률은 현재 3.7%로 완전 고용에 가깝다. 메르켈의 4연임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독일 경제 호황에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분석한다. 2004년 EU 출범 직후 독일 총리가 된 메르켈은 이후 잇따라 불거진 국제 문제에도 대처해야 했다. 2011~2013년 유로존 재정위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5년 난민 문제 등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때마다 메르켈 특유의 차분한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일례로 2015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벌인 국제금융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을 폈지만 메르켈은 끈질긴 협상으로 유로존 위기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베른트 울리히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서방의 군사적·도덕적 리더로서의 역할에서 후퇴하기 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혼란이 일어나며 국제사회는 유럽의 중심에 서 있는 거인의 중요성을 부각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메르켈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함’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메르켈은 협동적이고 이성적이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총리 4연임은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도 그대로 유지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국제사회의 자국 이익 선호 움직임에 맞서 국제 협조를 호소,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존재감을 높여온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독일 안팎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국정원 직원 구속…“증거인멸 염려”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국정원 직원 구속…“증거인멸 염려”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 나체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검찰에 구속됐다.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2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국정원 직원 유모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유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유씨에 대해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다만 법원은 유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모씨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유씨는 합성사진 제작을 지시한 팀장이고, 서씨는 지시를 이행한 팀원이다. 강 판사는 “범행의 경위,피의자의 지위 및 가담 정도, 그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와 서씨는 2011년 5월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가 마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심리전단 팀장이던 유씨가 팀원인 서씨에게 이러한 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성근씨가 2010년 8월 무렵부터 야당 통합 운동을 전개하자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두고 국정원이 문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정치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합성사진을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진씨 역시 국정원에서 ‘좌편향 배우’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검찰이 국정원의 여론조작 의혹 수사에 나선 이후 팀장급 중간간부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실무급 담당자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수뇌부가 합성사진 공작에 관여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검찰은 유씨와 서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합성사진의 제작을 민 전 단장 등 윗선에 보고한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티저 포스터 공개

    <새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티저 포스터 공개

    일본에서 7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10월 19일 개봉을 확정하고 위트 넘치는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열정은 번아웃, 월급은 로그아웃, 인생은 삼진아웃 직전의 회사원이 한 친구를 만나며 시작되는 인생 리셋 스토리를 그렸다. 영화는 제21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 수상작이자 70만부 판매고를 올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일과 일상이 뒤바뀌어 버린 이 시대 직장인들의 현실과 고민을 솔직하게 그렸다. 공개된 티저 포스터는 제목만큼이나 독특하다. 일주일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심경을 요일에 맞춘 4행시와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표현했다. ‘월요일은 죽고 싶다. 화요일은 화가 난다. 수요일은 숨 막힌다. 목요일은 하루만 더. 금요일은 금방 간다. 토요일은 봉인해제. 일요일은 죽기 직전’으로 요일에 따라 급변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재치 있게 묘사해 웃음을 자아낸다. 또 사직서 봉투 위에 타이틀 로고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올려 통쾌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솔로몬의 위증’, ‘8일째 매미’ 등으로 유명한 나루시마 이즈루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쿠로키 하루 등 현재 일본 영화계를 이끄는 대세 배우들이 가세했다. 지난 5월 일본 현지 개봉 당시 전체 박스오피스 2위, 관객 평점 4.14의 높은 평가와 소문으로 한 달간 10위 안에 머물며 장기흥행에 성공했다. 10월 19일 개봉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국정원 직원 22일 영장심사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국정원 직원 22일 영장심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 2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22일 열린다.2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전 10시 30분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국정원 직원 유모씨와 서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열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유씨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1년 5월 당시 심리전단 팀장이던 유씨는 팀원 서씨에게 문씨와 김씨가 마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 올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씨가 2010년 8월 무렵부터 다가올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당 통합 운동을 전개하자 국정원이 문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정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특수 공작’ 차원에서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인 문씨와 김씨는 검찰에 나와 합성사진 유포 등 국정원의 과거 불법행위를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씨 등의 구속 여부는 22일 밤늦게나 다음 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난 황소’ 제이크 라모타 타계, 그런 파이터가 그리운 이유

    ‘성난 황소’ 제이크 라모타 타계, 그런 파이터가 그리운 이유

    복싱의 진정한 가치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이즈음, 또 한 명의 위대한 복서가 스러졌다. 1980년 아카데미 수상작 ‘성난 황소(Raging Bull)’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열연했던 실제 모델인 전 세계 미들급 챔피언 제이크 라모타가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그의 미망인이 “요양시설에서 폐렴 합병증을 앓아온 라모타가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등이 전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가 위대하고 다정하고 감각있으며 위대한 유머 감각을 겸비한 남자였음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1922년 7월 10일 뉴욕 브롱크스의 이탈리아 부모 밑에서 태어난 라모타는 미군에 자원했으나 신체검사에서 낙방한 뒤 복싱을 택해 1941년부터 1954년까지 링에서 83승(30KO) 4무19패의 전적을 쌓고 세계 미들급 챔피언을 지냈다. 많은 복싱 해설자들이 정확한 펀치를 명중시키기 위해 기꺼이 상대에게 잔주먹을 맞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브롱크스의 황소’였고 AP통신의 한 기자는 그가 싸우는 모습을 “전함에서 퍼붓는 포탄알처럼 주먹들을 퍼붓는다”고 묘사할 정도였다. 라모타는 특히 슈거 레이 로빈슨과 여섯 차례 맞붙은 일로 유명하다. 1943년 로빈슨에게 커리어 첫 패배를 당한 뒤 2년 만에 미국 챔피언에 오른 뒤 1949년 프랑스의 마르셀 세르당을 KO로 눕히고 세계 타이틀을 거머쥔 라모타는 1951년 로빈슨과의 3차 방어전에서 13회 TKO로 졌다. 1947년에는 마피아 조직의 협박 때문에 일부러 경기를 져준 사실을 인정해 한동안 출전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눈두덩이 퉁퉁 부어올라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라모타의 모습과 그가 1970년에 집필한 회고록은 훗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성난 황소’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 1954년 은퇴한 뒤 라모타는 드니로와 뉴욕의 한 체육관에서 1년 가까이 스파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막상 영화를 본 뒤에는 영화화를 허락한 사실을 후회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좀 당황했다. 내가 나쁜 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뒤 그게 진실이란 걸 깨달았다. 매사가 그런 식이었다. 지금의 난 아니지만 그때의 난 그런 식이었다.” 드니로는 “챔피언이여, 편히 잠드소서”라고 애도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전했다. 고인은 은퇴 뒤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다. 1996년 시카고 선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펀치들 때문에 내가 망가진 건 아니었다. 코는 여섯 번 부러졌고, 손도 여섯 차례 다쳤으며, 몇 차레 갈비뼈가 나갔고, 눈 주위를 50바늘이나 뀄지만 내가 정말로 상처받은 곳은 링 밖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근래 북핵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단어가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전 정부에서 비롯된 블랙리스트가 이제 전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소위 ‘요주의인물’이라는 뜻의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대중문화예술계를 망라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가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블랙리스트의 면면에 영향력도 인지도도, 예술적 성과도 부족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정신 나간 이가 이런 리스트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대명천지에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이야기는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시초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1940~50년대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공산당에 가입했거나 특정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 성향을 내비쳤던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활동을 제한당했다. 유명 극작가와 배우, 감독, 영화 음악가가 모두 대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과 구소련은 동맹이었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냉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기 위해’, 소련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기 진영의 결속과 단속을 시작했다. 외부로는 냉전이, 내부에서는 경제공황 때문에 생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필요했다. 이때 홀연히 조지프 매카시가 등장해 미국 정부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1930년대 이전부터 소련과 동맹이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공산당원이었고, 공무원 중에도 사회주의자들이 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공산당을 척결해야 한다는 매카시 열풍은 곧 할리우드에도 몰아쳤다.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며 1937년 임시로 만들어졌던 미 하원비미활동위원회(HUAC)를 1945년 상임위로 격상시켰고 1947년 본격적으로 영화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극작가 아서 밀러나 배우 찰리 채플린 등 324명을 리스트에 올려 영화계에서 퇴출시켰고 이후 1만여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당대 최고 극작가였던 달톤 트럼보도 소환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청문회에 나와 동료들을 ‘고자질’했지만 트럼보를 포함한 10명은 증언을 거부해 이들을 ‘할리우드 텐’이라 부른다. 이들은 1960년대 초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는데 트럼보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B급 영화사의 ‘고스트 작가’가 되어 밥을 벌어먹어야 했다. 그가 11개의 가명으로 쓴 시나리오 중에 ‘로마의 휴일’(1953), ‘더 브레이브 원’(1956)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1960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고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그는 얼굴과 이름을 다시 알렸다. 영화 ‘트럼보’는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가 겪었던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을 그의 일대기를 통해서 보여 준다.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이념 때문에 아니 이념을 빙자한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에서 트럼보는 순진한 공산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전쟁에 종사하며 문학적 게릴라전을 벌인다”며 선전을 위해 영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투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언할 정도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는 설도 있다.정치적 입장이 어떠했던 간에 트럼보를 돕는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갱스터 배우이자 미술품 컬렉터였던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지금은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애장품인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을 팔아 소송비용을 건네준다. 몽마르트르의 클로젤가에서 물감과 캔버스를 팔던 화방주인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재료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때론 그림으로도 받았던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은인이었다. 그의 화방에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고흐, 고갱 등의 그림이 걸려 있어 컬렉터들에게 소개됐다.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알게 된 고흐를 유독 아꼈는데 고흐도 그를 좋아해 3점의 탕기 초상을 그렸다. 로빈슨이 소장했던 그림은 3번째 것으로 탕기영감 뒤로 후지산과 벚꽃나무 그리고 우타카와 카가와 구니사다의 일본기녀가 새겨진 우키요에가 가득 들어차 있다. 배경이나 탕기의 재킷을 보면 이제 자연의 색을 버리고 고흐 특유의 원색을 대담하게 구사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실 묘사가 아니라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렇듯 귀한 작품을 소장했던 로빈슨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흑인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요구하며 1930~40년대 문화, 교육 및 종교단체와 전쟁 구제 관련 850개 이상의 단체에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중 11개 단체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밝혀졌다. 사실 그는 자선가이기 전에 1953년 자신의 소장품 40점을 가지고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매우 중요한 미술품 컬렉터였다. 아끼던 그림을 팔아 거액의 소송비용을 전했던 로빈슨을 트럼보는 후에 당시 소극적으로 처신했다며 힐난했다. 동료들이 실업자가 되어 고통받는 그 척박한 시대에 그가 아무렇지 않게 활동했다는 이유로. 로빈슨은 트럼보에게 “너는 영화에 얼굴이 안 나오지만 나는 배우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도 나를 숨길 수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사실 같은 상황과 생각이라도 처지에 따라 처신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로빈슨을 비난할 수 있을까. 6·25 전쟁 때 서울수복 후 피난 못 갔던 사람들을 비도강파라 해서 부역했다고 몰아세운 일이 문득 떠오른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매카시즘의 적폐인 정적 말살과 인권탄압의 방법을 새로운 정적이나 다른 진영 사람들을 때려잡는데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문득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시감이 들어 하는 말이다.
  • ‘문성근 나체사진’ 국정원 직원 구속영장 청구…연예인 화이트리스트도

    ‘문성근 나체사진’ 국정원 직원 구속영장 청구…연예인 화이트리스트도

    검찰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합성 나체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20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이던 유모씨와 팀원 서모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가 적용됐다. 유씨 등은 2011년 5월쯤 문씨와 김씨가 마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듯 묘사하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씨가 2010년 8월 무렵부터 다가올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당 통합 운동을 전개하자 국정원이 문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정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특수 공작’ 차원에서 합성사진을 만들어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김씨는 국정원에서 ‘좌편향 배우’로 분류돼 문씨와 함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이버 여론 조작 수사에 나선 이후 팀장급 중간간부와 실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팀은 나체 합성사진 제작·유포가 사실이라면 국가 정보기관이 저지른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수뇌부 외에도 실무선까지 법적 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이 확보되면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와 수뇌부의 합성사진 공작 관여 여부를 확인해 추가로 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이 ‘좌파’로 낙인 찍은 연예인들을 퇴출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건전 성향’으로 분류한 연예인들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특정 배우와 개그맨 등이 연예인 모임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익 광고 모델로도 ‘건전 성향’ 연예인들을 우선 섭외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 관계자들을 불러 문건 작성 배경과 계획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잠금 패턴’으로 경우의수 설명… 실생활 입힌 새 교과서

    ‘잠금 패턴’으로 경우의수 설명… 실생활 입힌 새 교과서

    신설되는 고1 통합사회·과학 중학교 때 내용 70~80% 반영 내용이 크게 달라질 초중고교의 새 교과서가 공개됐다. 단순 암기형이 아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최대한 쉽고 실생활과 연관되도록 구성했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교육부는 2018학년도부터 사용할 새 검인정교과서를 20일부터 각 학교에 전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전시 대상 교과서는 413종, 1101권이다. 이 교과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새 교과서를 쓰게 된다.새 교육과정 교과서 중 고1이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중학교 때까지 배운 내용을 70∼80% 반영해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제작했다. 통합사회는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윤리와 역사, 지리, 일반사회 등 기존 교과목대로라면 따로 배우는 영역을 ‘통합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토론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A출판사는 머드축제 등 연간 24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지역 축제를 주제로 각 지역이 축제를 하게 된 기후·지형적 특성, 지방자치제도 등 축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제도, 소음 등 지역 주민이 겪는 불편함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했다. 통합과학은 스포츠·영화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써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B출판사는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화성 흙과 자신의 대변으로 감자를 키우는 영화 ‘마션’의 내용을 실었고, C출판사는 사고로 우주를 떠돌게 된 주인공이 소화기를 분사해 우주선까지 유영하는 영화 ‘그래비티’의 장면을 묘사했다. 국어는 기존 2권, 540쪽(국어Ⅰ·국어Ⅱ)이었던 교과서 분량을 1권 410쪽으로 줄이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 내용을 넣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10년간 실시하는 국어수업 프로젝트로 수업시간에 책을 읽고 학생들이 토론하는 활동이다. 학년별 교과서마다 ‘책 한 권 읽기’ 단원을 넣고 학생들이 진로·적성 등에 맞는 책을 고르고 읽은 뒤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수학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하되 학습량을 줄였다. 특히 사회·자연·예술·진로 등 실생활 속의 다양한 예시를 활용해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패턴 암호를 통해 경우의수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각 학교는 교사 검토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자문, 학교장 최종 확정 등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다음달 선정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반려동물 얼굴을 커피에… ’라테아트’ 화제

    반려동물 얼굴을 커피에… ’라테아트’ 화제

    대만에 있는 카페가 애완동물의 초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라테 아트’로 화제를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만 남서부 가오슝시에서 영업 중인 카페 ‘마이 커피’(My Cofi)의 독창적인 라테 아트를 소개했다. 이 카페 직원들은 손님들이 직접 반려동물을 데려오거나 사진을 가져오면 에스프레소와 우유 거품, 초콜릿 시럽, 색소 등을 사용해 커피 한잔에 반려동물의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우유 거품으로 표현한 볼륨감과 시럽을 넣어 만든 명암은 마치 실제 반려견 혹은 반려묘와 함께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와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공들여 그려낸다. 현지 언론은 이들의 라테 아트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그려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마치 3D작품처럼 라테아트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라거나 “대단한 솜씨다. 갖고 싶지만 정작 아까워서 못먹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페 주인 창귀팡은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지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 다양한 라테 아트를 시도해왔기에 모두 기본적인 라테 아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어려운 요구 사항들이 담긴 라테 아트는 아직까진 내 몫”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핵잼 라이프] 알프스 산턱서 책 읽는 소녀… 이거, 실화냐?

    [핵잼 라이프] 알프스 산턱서 책 읽는 소녀… 이거, 실화냐?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중에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서울광장 크기의 작품… 스위스 산중에 설치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스위스 서부 몽트뢰 인근 베이토의 로셰드녜산 비탈에 ‘미래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작품이 그려졌다고 보도했다. 올해로 설립 125주년을 맞은 ‘글리옹 로셰드녜 산악열차’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어린 소녀가 책을 읽는 모습을 묘사한 이 작품은 6000㎡ 크기다. 시청 앞 서울광장 면적과 같을 정도로 거대한 작품이다.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전혀 없다. 천연 색소로 만들어진 생분해성 페인트 600ℓ와 물, 유즙단백질로 그려졌다. 시간이 지나면 박테리아에 의해 무해물질로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 출신 28세 천재작가 세이프 특별한 작품을 산중에 아로새긴 작가는 프랑스 출신의 세이프다. 스위스 몽티에르에서 작품 활동 중인 그는 28세의 천재 아티스트로 ‘풀 그림’(grass painting)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끝내 유작으로 자신을 어루만진 ‘광마’

    끝내 유작으로 자신을 어루만진 ‘광마’

    추억마저 지우랴/마광수 지음/어문학사/388쪽/1만 8000원“아 쓰발, 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 지난 5일 세상을 등진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독설이 ‘뒤늦게’ 날아들었다. 그의 사후 일주일 뒤 나온 ‘추억마저 지우랴’라는 유고작을 통해서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집필한 단편소설 28편을 묶은 책에는 권태, 외로움, 죽음에 대한 암시가 곳곳에 배어 있다. 자신의 사망 후를 가정하고 쓴 ‘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라는 작품에서 고인이 된 마 전 교수의 영혼이 내던진 한마디다. 참 절묘하다. 섹스와 탐미적 쾌감을 글로 쓰며 자유와 평화를 추구했으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괴로워했던 그가 “변태”라고 손가락질할 땐 언제고 죽고 나니 자신의 저작이 품귀현상을 빚는 것을 보며 저렇게 뇌까렸을 법하다. 생전에는 문단과 학계에서 따돌림당하며 외롭게 지냈지만 소설 속에서 고인은 자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파격적으로 노벨문학상까지 받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문혈이라는 놈은 위로하는 척하면서 끝까지 그 지긋지긋한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다”며 ‘뒤끝’을 보이는가 하면(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 “선생님이 하신 일은 정치적 투쟁만큼이나 귀중한 것이었어요. 선생님은 인간의 ‘마음’에 관해서 주로 쓰셨으니까요”라고 자평하기도 한다(천국에 다녀오다). ‘고통의 결과’에서는 행복 혹은 쾌락에 대해 끊임없이 갈망하며 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고통이 어떻게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알 수 없는 남자와 섹스를 하는 주인공은 늘 절정의 순간에 도달하기 전 잠에서 깬다. 그는 맛보지 못한 절정에 목말라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마지막 쾌감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관념에 빠져 있는 것에 지쳐 탐미적 쾌감이나 페티시즘을 추구해 왔을 뿐, 진짜 즉물적이고 동물적인 야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2013 즐거운 사라’)고 고백한 그는 시대를 앞서 나간 반항아처럼 보였으나 외로워했고 끊임없이 이해를 갈구했다. 표지 그림은 서울문화사가 펴낸 1991년판 ‘즐거운 사라’의 그림을 색깔만 바꾼 것으로 고인이 직접 그렸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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