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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 건물 건설 대가? 中 5년간 도청·해킹

    AU 건물 건설 대가? 中 5년간 도청·해킹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지만, 기밀 자료가 담긴 파일은 쉴 새 없이 8000㎞ 떨어진 상하이로 전송된다. 컴퓨터 서버는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이상한 활동을 한다.”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폭로한 중국의 ‘아프리카연합’(AU) 건물 해킹을 묘사한 문장이다. 르몽드는 “2012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AU 건물 안의 모든 컴퓨터 자료가 상하이로 매일 새벽 전송됐다”면서 “AU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 1년 동안 이 사실을 쉬쉬했다”고 밝혔다. 르몽드에 따르면 AU는 중국의 해킹 사실을 적발한 뒤 비밀리에 서버를 새로 설치했으며, 중국의 전자장비 지원을 거절했다. 50개 AU 회원국 사이의 전자통신도 새로 암호화하는 한편 전자통신이 건물이 위치한 에티오피아의 전산시스템을 통하지 않도록 했다. ●中, 건물 완공 후 도로·철도 건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우주선 모양의 AU 건물은 중국과 아프리카 간 우호의 상징이자, 아프리카에서 패권적 위치를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잘 나타내는 징표다. 중국은 2억 달러(약 2140억원)를 들여 2012년 1월 이 건물을 완공한 뒤 AU에 무상으로 줬다. 빌딩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의 제1언어는 중국어이고, 제2언어가 영어, 제3언어는 프랑스어다. 건물 완공 이후 중국은 파죽지세로 아프리카 곳곳에서 도로와 철도 인프라를 깔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아프리카 대륙에 600억 달러(약 64조원) 규모의 원조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건물 완공과 동시에 중국이 AU를 매개로 이뤄지는 회원국들의 통신을 도청하고 AU 서버를 해킹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국영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가 건축을 맡았고,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통신망을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중싱(中興·ZTE)이 도맡아 건설했기 때문이다. AU 조사팀은 책상과 벽에 감춰져 있는 마이크로폰까지 찾아 제거했다. ●中 외교부 “근거 없는 가짜 뉴스” AU에 파견된 아프리카 외교관들은 중국의 해킹 사실에 분노를 표하고 있지만, 정작 연맹 의장인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는 “첩보 활동이 중국의 전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AU 건물에서 첩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펄쩍 뛰고 있다. 쾅웨이린(曠偉霖) AU 주재 중국대사는 “르몽드 기사는 터무니없는 오보”라면서 “중국과 AU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서방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도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세계 각국은 중국의 해킹과 첩보 활동에 더 강한 경계심을 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와 ZTE의 자국 진출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해킹 시도를 차단하고자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국영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나랑 자자” “안아줘”… 성폭력 검찰의 민낯

    “나랑 자자” “안아줘”… 성폭력 검찰의 민낯

    “안태근 성추행 충격에 유산도” 업무 실적·사무감사 소명서 포함 A4 용지 32장 분량 파일 첨부 민주 女의원 등 “미투 운동 지지”법무부 고위 간부의 여검사 성추행 의혹이 사회적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폭로한 성추행 및 부당 인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30일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여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Me Too)를 응원한다”면서 “법조계 내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검찰 조직의 각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전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며, 대검 감찰본부 등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가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첨부 파일 내용은 서 검사가 2010년 10월 30일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당한 사건 외 다른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A4 용지 32장 분량의 첨부 파일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요약한 7장, 업무실적 3장, 검찰총장 경고로 이어진 2014년 사무감사에 대한 소명서 7장, 소설 형식 글 15장으로 구성됐다. 이 중 100%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힌 소설 형식 글에는 ▲‘여성은 남성의 50%’라고 말하던 A부장 ▲‘여자는 발목이 가늘어야 해’라던 B선배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C선배 ▲웃음이 헤프다고, 안 웃으면 여자가 안 웃는다고 설교하던 D선배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라던 E선배 ▲‘안아 줘야 차에서 내릴 거예요’라던 F후배 ▲술에 취해 껴안던 G선배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던 유부남 H선배 등이 묘사됐다. 서 검사는 이 글에서 ‘딸바보’인 부장검사가 노래방에선 여자에게 블루스를 추자며 술을 권하던 이야기, 부장과 주말에 ‘좋은 곳’을 다녀온 남자 선배들이 ‘부장은 왜 여종업원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있었느냐’고 낄낄댄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안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충격으로 아이를 유산한 이야기도 털어놨다.2015년 8월 자신보다 아래 연차급인 통영지청 경력검사로 부당 인사되는 단초가 된 2014년 4월 사무감사에 대해 서 검사는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고검 발령이 나서 떠난 뒤 정기 사무감사에서 많은 사건을 지적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장 결재를 받아 처리한 기소유예 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뒤 고소해 검사가 손쓸 수 없는 사건 등을 서 검사의 잘못으로 처리했고, 대검 감찰본부 검사 조언을 따라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검찰총장 경고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서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응원을 보냈다. ‘얼마나 마음을 다치셨는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거나 ‘검사님이 겪으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뇌와 번민… 제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온다’, ‘진정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공감과 격려가 대부분의 댓글 내용이다.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좋겠다’거나 ‘댓글 하나를 다는 일조차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글을 쓰시기까지 고민과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검찰의 조직 문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기류와 다르게 검찰 일각에서는 서 검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도 나왔다. 한 검사는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성추행은 서 검사가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부당 인사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 검사가 직전 근무 청에서 관여한 사건 재판 출석차 출장을 갔다가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사라져 야단이 났고, 오후 5시에 퇴근하려 하고, 당직을 기피하는 등 근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또 “서 검사가 서울 근무를 원해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면서 “통영지청 발령 뒤 휴직 기간이 길어 검사 전보 실근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2004년 홍성지청, 2006년 인천지검, 2008년 서울북부지검, 2011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한 뒤 2014년 프랑스 파리1대학 연수를 다녀왔다. 2015년 통영지청에 배치된 뒤 육아휴직을 냈다가 복귀했다. 반면 재경 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서 검사가 인사 불이익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걔가 일을 못했네 어쨌네’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것이 성추행 폭로 뒤 따라붙는 프레임일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성차별적인)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찰내 성폭력·성차별 “‘유부남 선후배, 스킨십 요구”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찰내 성폭력·성차별 “‘유부남 선후배, 스킨십 요구”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사법연수원 33기)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2010년 10월 30일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서 검사가 쓴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 마지막에는 그동안 검사생활을 하며 겪은 성폭력 사례들도 소설 형식으로 적혀 있었다. 서 검사는 “100% 실제 사실을 내용으로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다시 한번 부장으로 만난 예전 부장이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꽤나 오랜 시간 여자의 손을 주물러댈 때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못보고 있나, 왜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손을 주무르는 것은 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성폭력 상황들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여자에게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라던 E선배(유부남)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꺼예요’라고 행패를 부리던 F후배(유부남)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에고 우리 후배 한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아대던 G선배(유부남) 노래방에서 나직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열심히 탬버린을 두드리던 여자에게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부장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테니 나랑 자자’ 따위의 미친 말을 지껄여대더니 다음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 H선배(유부남)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모텔로 떠메고 가 강간을 한 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나이트를 갈 때는 2차 성관계를 이미 동의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부장과 ‘내가 벗겨봐서 아는데’ 식으로 강간사건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부장 서 검사는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큰 청에 성폭력 사건 전담할 검사가 여자밖에 없다고 하여 만삭상태에서 변태적인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야 할 때도 그랬다. 평생 한번 받기도 어렵다는 장관상을 2번을 받고, 몇 달에 한번씩은 우수 사례에 선정되어 표창을 수시로 받아도 그런 실적이 여자의 인사에 반영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여자의 실적이 훨씬 좋은데도 여자가 아닌 남자선배가 우수검사 표창을 받는다거나, 능력 부족으로 여자가 80건이나 재배당받아 사건을 대신 처리해줘야 했던 남자후배가 꽃보직에 가야 했다”고 자신이 겪어야 했던 차별에 대해 폭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그녀들이 ‘나를 노래’한다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그녀들이 ‘나를 노래’한다

    지난해 12월 26일 엄정화는 정규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에 실린 9곡을 모두 공개했다. 동일 앨범의 Part. 1 ‘첫 번째 꿈’을 통해 4곡을 먼저 공개한 이후 꼭 1년 만이었다. 타이틀 곡은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가사는 사랑하는 이와 맞이한 관계의 종말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비유한 일견 흔한 내용이었지만 뮤직비디오 속 엄정화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80년대 팝스타 혹은 화려한 7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처럼 한껏 차려입은 그는 빈티지하게 편곡된 다이내믹한 신시사이저 선율에 맞춰 낡은 극장 객석 사이를 경쾌하게 누볐다. 누구보다 눈부신 주인공이었다.그로부터 3주 뒤, 이번엔 선미가 진짜 ‘주인공’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해 발표돼 큰 사랑을 받은 ‘가시나’의 프리퀄 격인 이 노래 역시 기울어진 관계 속에 곧 다가올 헤어짐을 직감한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지만 부제가 재미있었다. ‘히로인’(Heroine). 노랫말은 내내 네가 악역이라도, 슬픈 이별이라도 상관없으니 하던 대로 하라고, 넌 너여야만 한다고 상대에게 외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외침은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는 다짐과 다름없다. 그보다 열흘 앞서 발매된 걸그룹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을 이끄는 동력 역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장소’였다.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멋지고 놀라운 것이 숨겨져 있는, 언젠가 그 꿈들이 현실이 되면 소중한 누군가와 나눌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곳. 그곳에 초대될 사람은 내가 택한, 모든 걸 나에게 맡긴 채 조용히 따라와 줄 한 사람이다.근 한 달 사이 발매된 대중가요 속 펼쳐진 이러한 풍경은 꽤나 흥미롭다. 사랑을 노래할 때 버릇처럼 자신을 수동적 위치에 놓던 여성 화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서사를 꾸려 나간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앞서 언급된 이들의 대표곡들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보다 명확해진다. ‘왜 하필 나를 택했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 어디선가 쉽게 넌 말하겠지 세상의 모든 여잔 너무 쉽다고’ (엄정화 ‘배반의 장미’). ‘그대여 보름달이 뜨는 날 그대 날 보러와요 / 이 밤이 가기 전에 해 뜨기 전에 서둘러줘요 / 그대여 보름달이 뜨는 날 그대 사랑을 줘요 / 이 밤이 가기 전에 해 뜨기 전에 날 보러 와요’ (선미 ‘보름달’). ‘그댄 마치 꿈에서 본 그 사람 같았지 / 이게 말로만 듣곤 한 사랑인 걸까 / 나의 맘을 다 뺏겨 버렸어 oh my baby’ (오마이걸 ‘Cupid’).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을 가진 변화였다. 이 변화가 각각 10대, 20대, 40대 여성 음악가에게서 고르게 감지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사회·문화적으로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올라서일까.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나이에 맞는 감성을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 생경한 풍경을 조금 조급하지만 시대와 호응한 일종의 ‘각성’이라 불러도 좋을까. 우리 대중가요 속 습관처럼 등장하던 타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결국 버림받아 눈물 흘리던 여성 화자는 적어도 이제 여기 없다.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자신만의 소중한 장소를 가꾸고, 모든 것의 답이 나여야만 한다는 것을 거듭 깨닫고, 지나간 추억을 안고 새롭게 시작되는 영화의 오프닝 장면을 기다리는 여성들이다. 시대의 거울이자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라는 한국 대중음악이 명확히 가리키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엄정화는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직접 작사한 ‘She’와 뮤직비디오에서 좀더 직접적으로 자신의 ‘지금’을 묘사한다. ‘엔딩 크레딧’에서 힘차게 춤추던 바로 그 극장을 배경으로, 그는 자신의 과거 활동 영상과 뮤직비디오가 교차 편집된 영상을 바라보며 한없이 벅찬 표정을 짓는다. 스크린 안과 밖의 그를 둘러싼 것들 가운데 달라진 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레 든 나이와 연도뿐이다. 그 시선에 슬프거나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반갑다. 오히려 세월이 쌓인 그대로 성장해 부드럽게 현재를 받아들이는 품이 한없이 넉넉하다. 이 넉넉함은 선미와 오마이걸의 음악에도 각자의 크기로 고스란히 적용된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움직임이다. 이제, 그녀들이 노래한다. 대중음악평론가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서 외국인들 단체로 외설행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서 외국인들 단체로 외설행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외설행위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29일 현지 언론은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아프 주의 한 마을에 있는 빌라에서 지난 25일 외국인 87명이 외설적인 파티를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남녀가 뒤엉켜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고 그 모습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앙코르와트에서 ‘포르노 댄스’ 묘사한 관광객들 경찰은 “외설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캄보디아 전통에 어긋난다”며 파티를 주도한 영국인 5명과 캐나다인 2명 등 10명을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77명은 훈방 조치했다. 재판에서 이들의 포르노 관련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최장 1년의 징역형과 최고 500달러(53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앙코르와트에서 ‘포르노 댄스’ 묘사한 관광객들

    앙코르와트에서 ‘포르노 댄스’ 묘사한 관광객들

    캄보디아의 신성한 성지로 알려진 앙코르 와트(Angkor Wat) 사원.  경찰은 이곳에서 여러 관광객들이 ‘포르노 댄스’를 묘사했다며 이들을 외설적 성적 문란 죄로 구금했다. 하지만 구금된 관광객은 자신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보도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들은 현장의 목격자에게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심 립(Siem Reap)은 “이들은 19세에서 35세 연령대이며, 영국 남성 5명을 포함해 총 10명”으로 “모두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캄보디아 한 웹 사이트(cambodiaexpatsoline.com)는 경찰이 공개한 사진들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렸다. 사진들은 건물 바닥에 셔츠를 벗은 남성들과 여성들이 뒤엉켜져 누워 있고 그 주위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포된 사람들 중 한 명은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구금되지 않았다”고 했다며 “우리는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오후 4시에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있었고 그때 경찰이 들이닥쳐 군중 속에서 사람들을 빼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한 사람은 “우리는 결백하다. 우리가 왜 체포됐는지 모르겠다. 사람들마다 당시 상황을 다르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 자치 단체는 “관할 당국은 지방 법원에 이 사건을 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행위가 유죄로 판명되면 일 년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이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기도 전 6개월 동안 구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행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영상=WhatsApp Globa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 대통령 비하 합성사진 단톡방에 공유한 한국당 군의원

    문 대통령 비하 합성사진 단톡방에 공유한 한국당 군의원

    자유한국당 소속의 한 충남 태안군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사진을 의원들이 속한 단체 채팅방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25일 태안군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김진권 태안군의원(한국당)은 개의 몸에 문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군의원의 단톡방에 올렸다. 사진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얼굴이 합성된 소녀가 개 등에 올라탄 채 목줄을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단톡방에는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무소속 의원, 의회사무과 직원 등 14명이 가입해 있었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개의 얼굴은 옆모습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내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쓴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보신 분들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문 대통령이라고 추측한 것뿐이지, 누구라고 거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문제냐”며 “김정은이 아이처럼 나와서 웃자고 공유했고, 나도 지인한테 받은 사진을 올린 것뿐”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단톡방에 함께 있는 한 의원은 “본인은 재미로 했다지만 동의하기 어렵고 매우 불편했다”며 “아무리 자기 뜻과 다르다고 대통령을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강력히 항의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충남 태안군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군의원이 단체 카톡방에 문재인 대통령을 개로 합성한 사진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며 “심지어 개의 등 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어 저열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자유한국당의 ‘막가파’식 행태는 우리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정치 전반에 대한 혐오감만을 양산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당은 문제를 일으킨 태안군의회 군의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국 74곳 소녀상 수채화로 만난다

    전국 74곳 소녀상 수채화로 만난다

    전국 74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수채화로 만나는 전시회가 경기 성남에서 열린다. 성남시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시청 2층 공감 갤러리에서 ‘소녀, 평화를 외치다’는 주제로 소녀상 그림 전시회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30)씨가 104일간 전국을 다니며 화폭에 담은 소녀상 그림 74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씨는 지역마다 다른 표정과 배경의 소녀상 모습을 따뜻한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전시작 중 성남시청 광장의 소녀상을 그린 작품은 30여개의 태극기가 달린 나무가 소녀상을 지키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 속 태극기는 민중의 항일 정신을 의미한다. 전시회 기간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김씨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김씨가 전국에 소녀상이 설치된 곳을 찾아가 수채화로 남기는 작업을 한 것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던 지난해 5월부터다. 한 시민이 전국 어디에 몇 개의 소녀상이 있는지 물었는데 답을 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전국 여러 곳에서 소녀상 그림들을 전시했다. 성남시와는 지난해 7월 성남시청 광장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러 온 게 인연이 됐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날카롭도록 서린 성찰과 통찰… 217번의 ‘어느 날’ 자유를 노래하다

    날카롭도록 서린 성찰과 통찰… 217번의 ‘어느 날’ 자유를 노래하다

    올해 만 85세를 맞은 노시인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다. 시어에 담긴 삶에 대한 성찰과 현실에 대한 통찰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나’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궁극의 자유에 가닿고자 하는 마음은 절실하다.한국 문단의 거목 고은(큰 사진) 시인이 일상에 대한 217개의 통찰을 담은 신작 시집 ‘어느 날’(작은 사진)을 펴냈다. 시 전문 계간지 ‘발견’을 발행하는 황학주 시인의 청탁을 받고 쓴 ‘어느 날’ 연작 76편을 지난해 10월에 출간된 겨울호에 실은 뒤 추가로 더 쓴 시를 모아 책으로 묶었다. ‘어느 날’이라는 제목으로 1번부터 217번까지 번호를 붙인 시들은 삶의 진리를 날카롭게 표현한 경구처럼 짧고 간명하다. 시인은 서문에서 단시를 쓰게 된 배경과 관련해 “저 중앙아시아 알타이 고원이나 거기서 더 서쪽인 스카타, 이들에게 지향 없이 이어지는 구비서사의 긴 음영(吟詠)은 어느덧 해 뜨는 한반도의 나머지까지 그 핏줄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의 유서 깊은 서사 본능은 몇 개의 장편 시편들 낳고 또 낳을 것이다. 바로 이런 역정의 시 가녘에서 단시의 반증이 나선다. 솥뚜껑 위의 참깨인 양 튀어 오르기도 하고 두메 샘물로 넘쳐나기도 한다”고 적었다.불의로 얼룩진 세상에 대해 저항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디지털 사회의 황폐화된 풍경을 묘사하며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 비인간적인 세계를 안타까워한다. ‘현실/가상현실/그리하여/증강현실//1백 20년 이내로 슬픔이 사라진다//다시 태어난 나/무엇으로 살거나/물로 살거나/불로 살거나’(어느 날 1) ‘간판과 더불어/광고와 더불어/석가도 기독도 무엇 무엇도/카톡과 더불어//내 삶이 이럴진대 죽음도 그럴진대’(어느 날 38) 기계화된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는 갈등과 대립으로 세계를 불안에 빠트리는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네놈은 나쁘다//네놈이야말로 나쁘다//큰 놈 미합중국 트럼프와/작은 놈 북한 정은이가 서로 주고받는다//수소탄 이쪽저쪽/다른 놈들 팔짱끼고 처마 밑 섰다’(어느 날 96) ‘어항 속 금붕어들/한나절 내/들여다본 적 있지//한 번도 싸우지 않더군//나 부끄러웠어 북핵하고 트럼프하고 거품 무는 날’(어떤 날 164)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과 부면들에 대한 통찰과 관련되는 비판과 저항 정신이 번쩍인다”면서 “다만 통찰이나 비판의 대상이 반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인간적인 사회,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 배타주의적 편견 사회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시와 평생을 살아온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끝내 자신의 시와 시를 이루는 언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시에 이르는 최선이라는 고백. ‘나 자유이건데/규범문법 때려치운 지 오래/아니/기술문법 작파한 지 오래//내 말과 글/싸잡아/그때 그때/절로/저절로/비 내리거나/눈 오거나’(어느 날 68) ‘내 궁극/한 줄의 시/그 너머/한 줄도 없는 시’(어느 날 29) 조희선 기자 hscho@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조선에 망명’이 고려 때 ‘기자가 평양 왔다’로 둔갑하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조선에 망명’이 고려 때 ‘기자가 평양 왔다’로 둔갑하다

    조선 사대부들은 평양을 기자(箕子)의 도읍지란 뜻에서 기성(箕城)이라고 불렀다. 기자가 평양으로 와서 기자조선의 왕이 되었다는 이른바 ‘기자동래설’(箕子東來說)이다. 지금 사람들은 기자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고려, 조선의 유학자들에게 기자는 국조(國祖) 단군(檀君)에 버금가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세상을 중화족과 이족(夷族)으로 나누는 화이관(華夷觀)으로 바라보던 고려,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에서 온 기자를 우리 선조로 삼으면 우리 민족이 이(夷)가 아니라 화(華)가 된다고 생각했다. 은나라가 동이족 국가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둘째 치더라도 기자 존숭 사상이 한국 사대주의의 뿌리라는 점에서 ‘기자동래설’은 범상히 넘길 것이 아니다.서기전 12세기경의 인물인 기자는 은(殷)나라 왕족이었다. 그의 부친은 은(殷)나라 28대 임금 문정(文丁: 태정(太丁)이라고도 함)이었고, 은나라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의 숙부였다. 중국은 전 왕조의 마지막 임금을 폭군으로 그리는 것으로 역성혁명을 정당화했는데, 은나라 주왕도 이런 필법에 따라 극악한 폭군으로 묘사되었다. 폭군 곁에는 늘 임금의 눈을 가리는 여인이 있다는 것도 중국식 역사서술 방법의 하나인데, 주왕에게는 총희(寵姬) 달기(?己)가 있었다. 술로 만든 연못과 고기로 만든 수풀이란 뜻의 ‘주지육림’(酒池肉林)도 주왕과 달기의 연회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기’의 ‘은(殷) 본기’ 주왕(紂王)조에서 ‘주왕이 술로써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으로 만들었다’(以酒爲池, 縣肉爲林)고 묘사한 데서 나온 사자성어다. ●“殷 왕족 기자 周 통치 못참아 조선행” 실제 폭군 여부를 떠나서 망국(亡國) 군주가 비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또한 망국 군주들은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간쟁을 거부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은나라 주왕도 그랬다. 주왕의 실정을 간쟁한 은나라 세 왕족은 공자 때문에 유명해졌다. 공자가 ‘논어’의 ‘미자(微子)편’에서 비간(比干), 미자(微子), 기자를 은나라의 ‘세 어진 사람’(三仁)이라고 크게 높였던 것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하게 간쟁한 인물은 28대 문정의 둘째 아들이자 주왕의 숙부인 왕자 비간이다. 비간의 간쟁에 분노한 주왕은 “내가 들으니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7개의 구멍이 있다”면서 비간의 가슴을 갈라서 그 심장을 꺼내 보았다고 한다. 이 소식에 놀란 미자는 도망쳤고 기자는 미친 척하다가 감옥에 갇혔다. 그사이 은(殷)나라의 제후국이었던 주(周)나라 서백(西伯·문왕)은 여러 제후들을 끌어모아 세력을 길렀다. 서백의 아들 무왕(武王)은 부친 사후 제후들을 연합해 주왕을 죽이고 은나라를 멸망시켰다. 주나라 천하를 세운 무왕은 자신의 동생 소공(召公) 석(釋)을 시켜 감옥에 갇힌 기자를 석방했다. ‘상서대전’의 ‘은전’ 홍범 조는 “기자는 주나라에 의해 석방된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조선으로 도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기자가 동쪽 (고)조선으로 왔다는 ‘기자동래설’의 뿌리인데, 기자가 도주했다는 고조선은 단군조선을 뜻한다. 고려의 유학자들은 ‘조선으로 도주했다’는 구절 앞에 ‘동쪽’이란 방위사를 자의적으로 넣어서 기자가 평양으로 왔다고 둔갑시켰다. 기자가 세상을 떠난 지 2400여년 후인 12세기경인 숙종 7년(1102) 10월, 예부(禮部)에서 숙종에게 이렇게 주청했다.●고려, 평양일대 기자 무덤 뒤지다 헛수고 “우리나라의 교화와 예의는 기자에서 시작되었는데, 아직 국가에서 제사 지내는 사전(祀典)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 무덤을 찾고 사당을 세워서 제사를 지내게 하소서.” 기자의 무덤을 찾아서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주청이다. ‘고려사’의 ‘정문(鄭文·?~1106) 열전’에 예부상서(禮部尙書)를 지낸 정문이 “임금의 서경(西京) 행차를 호종하면서 기자 사당을 건립할 것을 청했다”라고 돼 있어 정문이 요청했음을 알 수 있다. 정문의 아버지 정배걸도 유학의 학술(儒術)로 문종(文宗)을 보필했다는 인물이므로 대를 이은 유학자 집안이었다. 숙종의 허락을 받은 예부에서 평양 일대를 뒤지며 기자의 무덤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기자의 무덤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기’의 ‘송미자 세가’ 주석에는 두예(杜預·222~285)가 “기자의 무덤은 양국(梁國) 몽현(蒙縣)에 있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기 3세기경 서진(西晋)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두예가 말한 양국 몽현은 지금의 하남(河南)성 상구(商丘)시 북쪽이다. 은(殷)나라는 상(商)나라로도 불렸는데 구(丘)자에는 ‘옛터’라는 뜻이 있으니 상구(商丘)는 ‘은나라 옛터’라는 뜻이다. 필자는 2016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하남성 상구시 북부와 산동(山東)성 조현(曹縣)이 교차하는 곳인데, 무덤이 있다는 농촌 마을을 찾아갔지만 옥수수밭 천지여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한 현지인이 오토바이 수레를 타고 나타나 대략 위치를 짚어 주어 옥수수밭을 헤치고 들어가니 실제로 기자의 무덤이 있었다. 두예의 말은 사실이었다.하남성 상구시에 있는 기자무덤을 수천리 떨어진 평양에서 찾았으니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고려 유학자들은 기자 무덤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220여년 후인 고려 충숙왕 12년(1325) 10월자 ‘고려사’의 ‘예지’는 “평양부에 명을 내려 기자의 사당을 세워서 제사하게 했다”고 전하고 있다. 평양에 기자의 가짜 무덤을 만들고 사당을 세웠다는 것이다. 서기전 12세기 때 인물인 기자는 사후 2600여년 후인 14세기에 평양에 가짜 무덤이 생겼다. 그렇게 평양은 기성(箕城)이 되었다. 기자의 무덤이 어딘가 하는 문제가 왜 중요하냐면 ‘기자=평양설’이 중국 동북공정의 주요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한국 고대사가 순수 고대사가 아니라 첨예한 현대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기자조선의 도읍지가 평양이라며 북한강역을 자국의 역사강역이라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하남성 상구시의 옛 기자 무덤에 새로 세운 묘비에는 ‘고려사’ 등 한국 사료만 잔뜩 쓰여 있었다. 중국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기자의 무덤을 평양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하남성 상구시의 기자묘를 슬그머니 없애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中, 기자동래설을 동북공정 침략논리로 조선총독부는 한국 강점 직후 중추원 산하에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름 자체에 한국사의 공간에서 ‘대륙과 해양’을 삭제하고 ‘반도’(半島)로 축소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들어 있다. 이때 만든 ‘조선반도사’의 상고 부분은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가 썼는데 “이른바 기씨(箕氏)조선은 본래 한강 이북 대동강 방면에 있어 중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기자를 인정하면 한국의 종주국이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마니시 류는 ‘기자조선 전설고(考)’(1922)를 다시 써서 기자를 부인했고 시라토리 구라기치, 나카 미치요 같은 식민사학자들이 뒤를 이어 기자를 부인했다. 한국사를 중국사에서 떼어 일본사에 붙이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가짜로 몰아붙이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고안해 한국사의 시간도 반만년에서 1500년으로 대폭 축소했다. 반면 빨라야 3세기 후반부터 시작하는 일본사는 서기전 660년에 야마토왜가 건국했다고 무려 1000년을 끌어올려 2600년 역사로 조작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한반도 남부에는 임나일본부라는 고대판 조선총독부가 있었다고 우겼다. 지금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이런 역사침략은 계속된다.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지금의 동북아 역사전쟁과 맞닥뜨리게 된다. ■만주 서쪽에도 ‘평양 ’… 고구려의 수도 의미 ‘평양’은 현재의 평양뿐인가 평양은 특정 지역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고구려 수도를 뜻하는 보통명사였다. 장수왕 15년(427)에 천도한 평양 외에도 평양은 많았다. 고구려는 동천왕 20년(246)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 유주자사(幽州刺史) 관구검(?丘儉)의 침략으로 수도 환도성이 일시 함락되었다. 동천왕은 이듬해(247) 천도를 단행하는데, ‘삼국사기’는 “평양성을 쌓고 백성과 종묘사직을 옮겼다. 평양은 본래 선인 왕검(仙人王儉)의 옛 터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선인 왕검이란 물론 단군왕검을 뜻한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단군왕검을 처음 언급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때의 평양은 물론 지금의 북한 평양이 아니라 만주 서쪽에 있던 평양이다.
  • 외신들 “입이 떡 벌어진다”…‘우상 꺾은 정현’ 극찬

    외신들 “입이 떡 벌어진다”…‘우상 꺾은 정현’ 극찬

    외신들이 옛 세계 랭킹 1위이자 호주오픈을 6차례나 우승한 최다 우승기록 보유자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3대0으로 격파한데 대해 “게임에서나 있을 법한 샷이었다. 스타가 탄생했다”며 극찬했다.정현은 2년 전 이 대회 1회전에서 당시 세계 1위 조코비치에게 이렇다할 반격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0대3(3-6 2-6 4-6)으로 완패를 당했다. 당시 정현 나이 20살이었다. 많은 이들은 조코비치가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팔꿈치 부상을 시달렸지만 당연히 정현에는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현은 막강한 화력으로 조코비치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이겼고 그 결과 이 대회 4강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조코비치의 빅매치도 무산됐다. 대회 인터넷 홈페이지는 블로그를 통해 ‘스타가 탄생했다’며 ‘정현이 자신의 어릴 적 우상인 조코비치를 상대로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플레이스테이션 스타일 테니스’라며 ‘게임에서나 가능한 수준의 멋진 샷들이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나왔다’고 극찬했다. 또 ‘몇 차례 샷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AFP통신은 ‘정현이 부상을 안고 뛴 조코비치를 탈락시켰다’는 제목을 뽑았다. 조코비치가 지난해 7월부터 고생한 팔꿈치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AFP통신은 ‘조코비치는 공을 향해 팔을 뻗을 때 통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를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며 ‘끈질긴 정현이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가 구사하는 샷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조코비치는 팔꿈치를 굽힐 때마다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버지 위독한데 발리 여행” 백남기 유족 비꼰 김세의·윤서인 재판받아

    “아버지 위독한데 발리 여행” 백남기 유족 비꼰 김세의·윤서인 재판받아

    고 백남기 유족을 비방한 기자와 만화가, 보수단체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는 지난해 말 MBC 김세의(42) 기자와 보수 성향 웹툰 작가 윤서인(44)씨, 장기정(44) 자유청년연합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지난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들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렸다. 김세의 기자와 윤서인 작가, 장기정 대표 등은 백남기씨의 둘째딸인 백민주화씨가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휴가를 갔다는 취지의 글과 그림을 인터넷상에 게시해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백남기씨는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사경을 헤매다 2016년 9월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장기간의 연명 치료가 아버지에게 고통만 줄 뿐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의료진과 협의해 혈액 투석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를 두고 김세의 기자는 한달 뒤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다.” 장기정 대표 역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적극적 치료를 받지 못 하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 치료를 거부해 사망케 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고 백남기씨의 세 자녀를 살인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만화가 윤서인씨는 이 같은 내용을 만화로 그려 보수단체 자유경제원 사이트에 올렸다. 해당 만화에서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는 백남기씨가 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못 해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 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동시에 백민주화씨는 비키니를 입고 휴양지 선베드에 누워 페이스북에 ‘아버지를 살려내라. X같은 나라’라는 글을 올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백민주화씨는 휴양 목적이 아니라 시댁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발리에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민주화씨 측은 검찰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 세례식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시댁 형님 친정인 발리로 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내용이 허위 사실이고, 백민주화씨가 공인이 아닌 일반인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 글 게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서인 작가는 검찰에서 “사실에 기초해 표현한 것”이라고 명예훼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의 기자는 검찰 출석을 거부해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수사권 이양, 檢 본질 고민 필요… 검찰도 보통 조직 같아… 나는 ‘생활형 검사’ 청와대가 최근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돌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웅(49) 검사가 최근 낸 ‘검사내전’(부키)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는 정의의 사도나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드라마 속 검사와 달리 자신을 ‘생활형 검사’라고 말한다. 김 검사는 1997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창원지검, 광주지검, 서울남부지검, 법무연수원 등을 거쳤다. 지금은 인천지검 공안부장 검사로 일한다.→검사가 책을 내는 일이 흔하진 않은데. -출판사에서 예전에 냈던 전문직 시리즈를 갱신한다며 원고를 부탁했다. 원고를 보냈더니 책을 따로 내보자고 해 글을 쓰게 됐다. 검사 생활 중 인상적이었던 일들 위주로 썼다. 딱딱한 글만 쓰는 게 검사의 일이라 대중적인 글쓰기는 어려웠지만, 출판사에서 내 글을 재밌어해 열심히 썼다. →책에서 검찰 문화를 강하게 비판한다. -검사는 좋은 사람이지만, 조직 문화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차장검사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술을 마시면서 누가 부하 직원을 더 많이 부르나 이런 내기도 했었다. (김 검사가 당시 차장검사에게서 ‘검사들을 불러오라’는 명령을 받은 뒤 검사들에게 전달만 하고 정작 자신은 가지 않아 잔소리를 들었다. 그때 김 검사는 ‘그럼 제가 술 마실 때 차장님 부르면 나오실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는 이 때문에 ‘사이코’라는 별명을 얻었다.) 검찰에서도 ‘폭탄주’ 문화가 유명한데, 술을 잘 못 마셔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부장검사가 나만 보면 ‘왜 아직도 사표를 쓰지 않았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조직 문화가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나. -예전에는 사회가 그만큼 혼란했으니까, 사회 안정을 위해 검찰이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초적인 문화도 용인되고 설치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사회가 안정됐다. 쉽게 말해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사실 검사라는 사람들,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바른 생활만 해 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다만 ‘난 바르게 살았고, 이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이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니 시대에 뒤처지는 거 같다. 일전에 지검장에게 ‘생물의 진화에는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바나나는 노란 바나나 한 품종밖에 없어서 치명적인 병이 생기면 지구상에서 멸종된다 하던데요. 저는 검찰이 바나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지검장이 그러더라. ‘괜찮아, 너 같은 놈 많으니까’라고(웃음). →수사권 이양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검찰이 그동안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논란이 촉발된 거는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다만 이번 결정은 검찰이 왜 생겨났는지, 검찰의 본질이 무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한 검사들로선 서운하겠다. -후배 검사들이 종종 이렇게 이야길 한다. ‘우린 거의 매일 밤새우며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일하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나는 기아 타이거스 팬인데, 어이없이 지면 욕을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든 말든 상관 안 한다. 검찰에 대해 관심이 있으니까 욕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검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하고서 방황을 좀 했다. 1년 내내 친구들과 온종일 농구만 하던 차에 사시에 합격한 친구가 ‘넌 아무리 해도 취직이 안 될 거 같으니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4년 공부하고 합격했다. 사시 성적이 좋아 검찰에 가게 됐다. 면접 볼 때 ‘넌 검찰에 왜 왔느냐’고 묻기에 ‘검찰에 갈 성적이 된다 해서 왔습니다’라고 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생활검사로 살아가는 게 목표인가. -초임 검사 시절 실적이 나쁘다고 ‘당청(당시 근무했던 지청)꼴찌’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사이동을 해야 하는데 부장검사들이 안 받아 주고 날 서로 떠넘기더라. 한 차장검사가 ‘초임이니 그럴 수 있다’며 인기 부서인 조사부에 보내줬다. 사실 그 당시 검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날 믿어 주는 이가 있구나 싶더라. 언젠가 검찰이 말썽만 일으키고 매번 사과만 하기에 너무 억울해 푸념을 늘어놓으러 선배를 찾아갔다. 그 선배가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 하나’라고 했다. 그 순간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검찰 조직도 사실 일반 회사와 비슷하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걸 알아 달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공연리뷰] 관능ㆍ광기의 안나… ‘비극 ’ 생생히 살아나

    [공연리뷰] 관능ㆍ광기의 안나… ‘비극 ’ 생생히 살아나

    지난 12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막이 내려진 무대 뒤에서도 함성이 새어 나왔다. 국내 초연인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무대가 끝난 후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격려와 환호였다. 주역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날 앙상블과 댄서들이 보여준 활약은 마땅히 갈채를 받을 만했다.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는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연기와 거대한 무대 세트 모두 인상적인 작품이다. 화려한 안무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는 관능과 광기를 오가는 비극적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안나 카레니나는 소설 자체는 방대하지만 서사 구조는 단순하다. 알렉세이 카레닌 공작(서범석)과 그의 아내인 안나(옥주현), 불륜 상대인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 백작(이지훈)의 삼각관계가 핵심 축이다. 불륜이라는 통속적 소재는 진부하지만 안나의 광기 어린 집착, 그리고 귀족 사회의 위선과 악행 등이 어우러져 풍성한 군상극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 안나를 연기한 옥주현은 금지된 사랑의 광기에 휩싸여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비극적인 귀족부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카레닌 공작과 브론스키 백작을 연기한 서범석, 이지훈과의 연기 호흡도 매끄럽다. 150분 공연 내내 노래가 끊어지지 않는 ‘스루송’(through-sung) 형식의 이 작품은 협력 연출과 음악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박칼린 감독을 통해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클래식부터 록, 팝, 크로스오버 등 장르를 넘나드는 40여곡의 노래는 인물들의 심리와 장면 등을 잘 담아냈다. 특히 2막에 등장하는 19세기 당대 최고의 가수 패티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정의 아리아는 무대를 압도적으로 지배한다. 시각적 효과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충실히 복무했다. 거대한 중앙 스크린과 5.3m 높이의 LED 타워에 구현된 8대의 패널 영상, 기차와 플랫폼 구조물, 국내 뮤지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투입한 249개의 ‘무빙 라이트’의 현란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일사불란한 군무에 도취돼 있다 보면 마치 19세기 러시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안나와 브론스키 간의 사랑과 파국을 품은 모스크바 기차역은 4.5m의 거대한 기차 바퀴를 표현한 상부 세트와 2.5m의 기차 세트를 통해 상징성을 더한다. 기차는 뮤지컬에서 ‘죽음을 운반하는’ 비극의 상징으로 쓰였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혁명의 상징이기도 했다. 톨스토이가 1877년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한 지 40년 만인 1917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차는 러시아 전역에 혁명을 전파한 도구였다. 그래서 비극은 기차에 먼저 실려 왔고, 혁명은 뒤이어 왔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물량 면에서 방대한 원작 이야기를 짧은 극 안에 욱여넣다 보니 몇몇 부분에서 전개가 다소 거칠고 가파르다.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서사를 따라가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외국 곡조에 한국어 대사를 번안해 물리다 보니 발음이 뭉개져 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주역 배우들과 앙상블 및 댄서들의 조화로운 연기와 군무는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평가에 무게를 싣게 된다. 오는 2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원. (02)541-6236.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현실 속 프랑켄슈타인…장기이식은 ‘성공’ 실험실 장기는 ‘첫발’

    현실 속 프랑켄슈타인…장기이식은 ‘성공’ 실험실 장기는 ‘첫발’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 달라고?” (‘프랑켄슈타인’ 서문에 실린 존 밀턴 ‘실낙원’의 한 구절)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셸리(1797~1851)는 남편 퍼시 셸리와 시인 조지 바이런 경의 대화, 당시 유행하던 괴기소설 등에 자극을 받아 21살이 되던 1818년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근대의 프로메테우스’를 발표했다.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스위스 제네바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은 사람의 뼈와 장기, 피부 등을 이용해 8피트(244㎝)의 인조인간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자신과 똑같은 형태의 신부까지 요구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인종이 나와 인간을 멸망시킬까 봐 두려워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요구를 거부했다가 죽임을 당한다.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었을 뿐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1931년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괴물의 이름으로 차용됐고 ‘죽음으로부터 환생’이라는 소재는 현대 공포영화에서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올해는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발표된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셸리는 소설을 쓰면서 영국의 전기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의 전기분해 기술,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에라스무스 다윈의 자연발생실험 등 당대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활용했지만 사람과 똑같은 형태와 기능을 가진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공상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생물학이나 생체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프랑켄슈타인’ 몬스터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이번 주 호의 표지와 커버스토리로 ‘프랑켄슈타인’을 선정해 인조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셸리가 묘사한 프랑켄슈타인 몬스터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이식을 비롯해 생체공학, 기계공학, 유전자 가위기술, 배아복제기술 등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이식 기술이 핵심이다. 1950년대 신장이식이 성공한 뒤 간, 심장, 췌장, 소장 등 다양한 장기의 이식이 속속 성공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신경과 모세혈관을 비롯해 인체를 이루는 대부분의 기관을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신체기관이 아닌 환자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원하는 기관으로 분화시켜 이식할 수 있는 실험실 생체장기(오가노이드) 기술도 인조인간을 만드는 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이 부분의 기술은 실제 사람의 장기 크기가 아닌 수 ㎜~1㎝ 수준에 불과해 당장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 손이나 다리가 절단된 환자나 군대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골격 로봇 같은 생체공학 기술도 미래의 프랑켄슈타인 몬스터를 만드는 데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사이언스는 21세기에 들어서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그런 외골수 과학자들이 만들어 내는 괴물을 ‘실존적 위험’(existential risk)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존적 위험은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일컫는 것으로, 이 같은 위험한 연구에는 윤리적이고 인문학적 문제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사이언스는 지적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 윤리철학자 헨 벤 데 벨트 교수는 “과학자들이 프랑켄슈타인 몬스터 같은 인조인간을 만드는 것은 두렵기는 하지만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포기해서는 안 될 문제”라며 “만약 18세기에 지금과 같은 연구윤리위원회가 있었더라면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결론은 좀 더 해피엔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찢어진 치마 입힌 ‘유관순 열사’…여성게임캐릭터 논란 여전

    찢어진 치마 입힌 ‘유관순 열사’…여성게임캐릭터 논란 여전

    2015년 6월 서울게임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게임 컨셉아트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상작이 유관순 열사를 찢어진 치마에 풀어헤친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유관순 열사’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주최측은 “이번 공모전의 컨셉을 잘 이해하고 표현한 작품을 선별하여 발표한다”며 2등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부상으로는 20만 원의 상금과 상장, 학원장 추천서가 주어졌다. 공모전의 주제가 ‘영웅의 환생’이었지만 서대문형무소에서 온갖 고문을 당하다가 숨진 역사적 위인을 성적으로 묘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난여론이 SNS와 각종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이에 주최측은 수상작 발표 게시글을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역사적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속 여성캐릭터들의 성적 대상화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공모작에 시상해 논란이 됐다. 가해자쪽(한국)에서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대상화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넥슨 ‘서든어택2’는 여성캐릭터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자 정식 출시 1주일 만에 여성 캐릭터 2종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교전 중에 사망하는 장면에서 다리를 벌린 채 쓰러진다거나 특정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강조해 성을 상품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모바일게임 ‘소녀전선’은 특정 캐릭터의 이미지가 과도한 선정성을 띄도록 변경되는 기능이 논란이 되자 이를 수정해 기존 이용등급을 유지했다. 논란이 돼야 뒤늦게 고쳐지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통해 잘못된 성인식이 성인을 비롯해 청소년층에게도 확대·재생산될 수 있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유저들이 대부분인 게임업계 특성상’이라는 해명도 변명일 뿐이다.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의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남성은 73.8%, 여성은 61.9%로 10% 남짓한 차이였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4%대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방카母’ 트럼프 전부인 “트럼프는 천재…권모술수 좋아해”

    ‘이방카母’ 트럼프 전부인 “트럼프는 천재…권모술수 좋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부인인 이바나 트럼프가 1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종종 어리석은 말을 하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다”라며 “그는 안정된 천재로 권모술수를 좋아하고 미국을 기업처럼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 트럼프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의 생모인 이바나는 이날 영국 ITV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등 저개발국가들을 ‘거지소굴’로 묘사해 ‘인종차별’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울프가 발간한 ‘화염과 분노’라는 저작의 출간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이 도마 위에 오른 데 대해 “트럼프는 비이성적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분명히 안정된 천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매우 안정되고, 매우 집중하며, 매우 체계적”이라고도 했다.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안정된 천재’ 등 이바나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주장과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이바나는 “미디어가 모든 것을 바꾸는 만큼 트럼프의 트위터 사용은 나쁜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사용을 옹호했다. 그는 “트럼프는 권모술수와 결정하는 것, 계약을 맺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는 미국을 기업처럼 경영한다”고 말했다. 이바나는 1977∼1992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결혼생활을 했다. 지금 두 사람은 전화를 주고받는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이바나는 “내가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의 입장이라면 전 부인이 남편에게 전화한다면 정말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은나라 ‘왕실의 후예’ 공자, 二代를 계승한 주나라를 인정하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은나라 ‘왕실의 후예’ 공자, 二代를 계승한 주나라를 인정하다

    몇 년 전 한국과 중국, 중화민국(대만)의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된 사건 중에 ‘공자 한국인 설’이 있었다. 한국인들이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고 중국인들이 비난한 것이다.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공자가 동이족 출신인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필자의 억측이 아니라 사마천(司馬遷)이 ‘사기’의 ‘공자 세가(世家)’에서 서술한 내용이다.●공자는 동이족인가? 공자는 제후가 아니었음에도 사마천은 공자를 높여서 제후의 사적인 ‘세가’에 서술했다. 사마천은 공자의 만년에 대해 “(제자)자로(子路)가 죽고 공자가 병이 들었다”라고 병들어 쓸쓸한 노후를 묘사하고 있다. 아들 공리(孔鯉:BC 532~481)도 3년 전에 저세상으로 갔다. 공자는 찾아온 제자 자공(子貢)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 도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구나. 아무도 나를 존숭하지 않는구나. 하(夏)나라 사람은 동쪽 계단에 빈소를 차렸고, 주(周)나라 사람은 서쪽 계단에 빈소를 차렸고, 은(殷)나라 사람은 양쪽 기둥 사이에 빈소를 차렸다. 지난밤에 나는 꿈에서 양쪽 기둥 사이에 앉아 제사를 받았다. 나는 은나라 사람에서 비롯되었다.”(사기, ‘공자세가’) 하·은·주(夏殷周)는 빈소를 차리는 예법이 각각 달랐다. 은나라 사람들은 양쪽 기둥 사이에 빈소를 차리는데 공자는 사후에 양쪽 기둥 사이에서 제사를 받는 꿈을 꿨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뿌리는 동이족 은나라라는 것이다. 중국학자들도 은나라가 동이족 국가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공자는 그 7일 후인 노 애공 16년(BC 479) 4월 기축일에 세상을 떠났다. 사마천이 전하는 공자의 유언은 ‘나는 은나라 사람의 후예’라는 말이었다. ‘사기’에 따르면 공자는 송(宋)나라 시조인 미자(微子)의 후예였는데 미자는 은나라 왕 을(乙)의 큰아들이자 은나라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의 서형이었다. 공자는 은나라 왕실의 후예인 동이족이었다.●공자가 ‘춘추’를 쓴 이유 공자는 자신이 ‘논어’(사진ㆍ論語)로 인류의 스승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후에 이름을 날린다면 역사서 ‘춘추’(春秋)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공자는 만년에 “군자는 생애가 다하도록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것을 근심한다. 나의 도가 행하지 않으니 내 무엇으로 후세 세상에 드러나 보이겠는가”라고 한탄하면서 ‘춘추’를 지었다. 공자는 다른 일은 제자들과 상의해 처리했지만 “‘춘추’를 지을 때는 기술할 것은 기술하고, 삭제할 것은 삭제했는데 자하(子夏·공자의 제자) 무리도 한마디 더 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춘추’는 공자 혼자 지었다는 것이다. 공자는 ‘춘추’를 다 쓴 후 제자들에게 보여 주면서 “후세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춘추’ 때문일 것이고 나를 비난하는 자가 있다면 역시 ‘춘추’ 때문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공자는 ‘춘추’가 아니라 제자들이 그의 어록을 묶은 ‘논어’ 때문에 후세에 이름이 났다. 공자는 “‘춘추’의 의리가 행해지면 천하의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두려워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공자보다 180여년 뒤의 사람인 맹자(孟子)는 “공자가 ‘춘추’를 완성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하였다(맹자 ‘등문공(藤文公) 하’)”라고 말해서 ‘춘추’를 쓴 공자의 목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음을 말해 준다.●‘춘추’의 의리 ‘춘추’는 주나라를 정통, 즉 임금의 나라로 보고 다른 나라들은 모두 신하의 나라로 보고 서술한 역사서다. 공자가 말한 ‘난신적자’란 주나라의 종통을 무시하는 자들을 뜻한다. 주나라는 크게 서주(西周·BC 11세기~BC 771년) 시대와 동주(東周·BC 770~BC 256) 시대로 나누는데,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는 동주시대다. 춘추시대는 각지를 차지한 제후들이 힘이 약해진 주나라 왕실을 능멸하고, 각 제후국 내에서는 강한 호족들이 제후들을 능멸하는 패도(覇道)의 시대였다. 그래서 공자는 모든 제후국들이 주나라를 따르는 것이 천하의 순리인 왕도(王道)라고 주창하는 춘추필법을 강조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국을 황제국가로 보고 다른 모든 민족 국가를 신하의 국가로 보는 이른바 중화사관(中華史觀)이 나왔다. 공자가 제창한 유가(儒家)는 진(秦)나라 때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당할 정도로 큰 탄압을 받았지만 한(漢)나라가 들어선 후 상황이 달라졌다. ‘춘추’에서 정통으로 삼은 주나라를 한나라로 바꾸어서 해석하면 절대 충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의 모든 왕조는 자신들을 정통으로 삼아 역사를 서술하는데 이것이 춘추필법, 즉 중화사관이다. 중국은 역사를 서술할 때 ‘중국을 위해 치욕의 역사는 감춘다’는 ‘위한휘치’(爲漢諱恥)와 ‘중국 내부의 일은 상세하게 쓰고 이민족의 일은 간략하게 쓴다’는 ‘상내략외’(詳內略外) 같은 춘추필법을 사용한다. 모두 ‘중화’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었다. ●공자의 사상적 방황 그러나 공자가 주나라를 정통으로 보는 ‘춘추’를 쓰기까지 많은 사상적 방황이 있었다. 자신이 동이족 은나라 왕실의 후예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는 은나라의 신하국이었다. 임금의 나라인 은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를 인정할 수 없었던 공자는 사상적으로 방황했다. 그런데 공자가 서른네 살 때인 노(魯) 소공(昭公) 24년(BC 518) 노나라 대부 맹리자(孟釐子)가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다. 맹리자의 동생 남궁경숙(南宮敬叔)이 노나라 소공에게 “공자와 함께 주나라에 가고 싶다”고 요청한 것이다. 노 소공은 남궁경숙의 요청을 받아들여 마차와 심부름할 동자를 붙여 주었다. 공자는 드디어 주나라 수도 낙읍(洛邑·낙양)을 여유롭게 답사할 수 있었다. 공자가 방문했을 때 낙양은 퇴락한 주 왕실만큼이나 쇠락해 있었지만 역사에 밝은 공자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그래서 공자는 감탄사를 남긴다. “주나라는 이대(二代, 하·은나라)를 귀감으로 삼았으니 찬란하도다 그 문화여!(郁郁乎文哉!) 나는 주나라를 따르겠노라.”(논어 ‘팔일’(八佾)편)” 공자는 주나라가 그보다 앞선 하·은나라의 역사와 문물을 파괴하지 않고 계승했음을 확인하고 주나라를 받아들였다. 동이족 은나라 출신의 공자는 비로소 은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를 받아들이고, 주나라를 정통으로 삼는 ‘춘추’를 저술할 수 있었다. 동이족 출신 공자가 만든 춘추필법이 역대 한족(漢族) 왕조들이 만든 중화사관의 뿌리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공자의 유언인 “나는 은나라 사람에서 비롯되었다”라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주나라를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해 준다. 단재 신채호는 ‘낭객(浪客)의 신년만필’에서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공자의 끈질긴 고민을 우리가 이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양정철 “노무현·문재인, 언어로 국민과 소통 중히 여겨”

    양정철 “노무현·문재인, 언어로 국민과 소통 중히 여겨”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가치는 바로 ‘언어의 민주화’에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제목의 책을 15일 냈다. 지난해 5월 대선 승리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돌연 해외로 떠난 양 전 비서관은 일본 등에서 책을 집필했다.양 전 비서관은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노무현, 문재인 두 분의 가치를 내 나름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7~8페이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두 분은 상당히 다르지만, 많이 비슷하다. 그중 하나가 말과 글, 즉 언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일을 대단히 중히 여긴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언어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참여정부 5년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미를 찾았다. 친노무현계의 정치적 흥망을 지켜봤던 그가 발견한 또 다른 ‘언어의 힘’은 바로 침묵과 낮은 목소리라고도 했다.지난해 촛불집회도 결국 ‘언어 민주화’로 볼 수 있다며 “그 많은 시위 참여자들이 일순간 불을 끄고 침묵으로 말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얼마나 크고 깊고 장엄한 것인지 보여줬다”(58페이지)고 평가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한 양 전 비서관은 현 정부 초기 일부 언론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호칭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에 대해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존칭으로는 부적절하다”면서 “‘대통령’이란 단어 자체가 존칭이듯이, ‘영부인’이란 호칭도 하나의 존칭이다. 부를 때에는 ‘영부인님’, 공식 명칭으로는 ‘대통령 부인 OOO씨’가 오히려 깍듯한 표현”(129페이지)이라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언어능력’을 꼽았다. 그는 ‘다음 대통령의 조건’이라는 단락에서 “대한민국이, 세련되고 절제된 자기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대통령-국회의장-총리를 동시에 갖게 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219페이지)고 밝혔다. 그는 책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본인만의 언어 능력이 뛰어난 분’으로, 이낙연 국무총리는 ‘(언어능력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으로 각각 묘사했다. 정치 복귀설에 대해 수차례 선을 그었던 양 전 비서관은 신간 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다. 오는 30일과 2월 6일 북콘서트를 열고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양산시립박물관·통도사성보박물관 4월 사찰벽화 기획전, 통도사 극락전 나한도 벽화 실물 첫 공개

    양산시립박물관·통도사성보박물관 4월 사찰벽화 기획전, 통도사 극락전 나한도 벽화 실물 첫 공개

    경남 양산시립박물관과 통도사성보박물관이 양산지역 각 사찰 벽면 등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회를 공동으로 연다. 양산시립박물관과 통도사성보박물관은 15일 양산시립박물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양산의 사찰벽화’ 특별기획전을 오는 4월 9일 개막해 3개월 동안 공동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찰벽화(寺刹壁畫)는 사찰 전각(殿閣) 벽면에 그려져 있는 불교회화를 일컫는 말로, 불교 교리에 근거해 다양한 소재를 그려 전각을 엄숙하고 위엄있어 보이게 한다. 두 박물관은 우리나라 3보 사찰 가운데 하나인 통도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시민 염원을 모으고 양산지역 불교문화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찰벽화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찰벽화전시회는 두 분야로 나누어 양산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과 통도사성보박물관 불교회화실에서 동시에 열린다. 양산시립박물관에서는 사찰벽화 개념과 양산 사찰 벽화 역사성·예술성, 사찰벽화 관련 각종 자료, 양산지역 전통사찰에 있는 다양한 벽화 등을 전시한다.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는 통도사 본사·말사에 있는 대형 벽화 모사본과 여러가지 불교회화 등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 전시한다. 두 박물관은 여러 사찰벽화 실물을 비롯해 벽화 실물을 천에 그대로 그린 모사본, 벽화 관련 각종 사진, 영상자료 등 200여점을 선보인다. 1990년대 벽체를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떼어 내 보존처리 한 뒤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통도사 극락전 나한도 벽화 실물도 처음으로 전시회에서 공개하며 조선시대 여러 벽화 모사본을 대여 전시한다. 양산시립박물관측은 전시회 기간에 불교미술 전문가 등이 양산 사찰벽화의 미술사적 중요성 및 가치, 연구성과 등을 소개하는 학술세미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산지역 사찰벽화 가운데 통도사 영산전 석씨원류응화사적벽화와 다보탑 벽화, 신흥사 대광전 벽화 등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서유기 내용을 벽화로 그려 놓은 통도사 용화전을 비롯해 별주부전 내용을 재미있게 묘사한 통도사 명부전 벽화, 조선후기 불교회화 기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관음전 등 다양한 내용의 사찰벽화들이 남아 있다.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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