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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 6개비 한 번에 펴라” 담배 핀 학생 폭행한 행정실장

    “담배 6개비 한 번에 펴라” 담배 핀 학생 폭행한 행정실장

    광주교육청 녹음 파일 확보 진상조사“교감이 만류하는데도 계속 폭행 정황”행정실장 “기억 안 난다…훈육 차원” 광주시교육청이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폭행과 욕설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1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K고등학교 A 행정실장이 지난 6월 초 흡연을 한 3학년 5명을 행정실 앞에서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행정실장 체벌로 일부 학생은 몸에 피멍이 들었고, 한 학생의 휴대전화가 파손됐다. 또 일부 학생들에게 담배 5∼6개비를 입에 물도록 한 후 강제로 피우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교육청은 행정실장이 행정실 앞에서 폭행과 욕설을 한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녹음파일에는 당시 교감이 “때리면 안 돼”라고 만류하는데도 행정실장은 계속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실장은 다른 학생 2명에게 담배를 코로 피우게 한 뒤 “다음에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ⅩⅩ로 피우게 하겠다”고 폭언을 했다. 이에 행정실장은 “폭행과 폭언, 담배를 입에 물리도록 한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이들 훈육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실장의 폭행과 폭언 정도가 심각하다. 행정실장은 교장을 통해 폭행 등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 쌍둥이들을 제가 낳았다고요? 코로나로 코마 상태였는데”

    “이 쌍둥이들을 제가 낳았다고요? 코로나로 코마 상태였는데”

    코로나19에 감염돼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Coma) 상태에서 지난 4월 쌍둥이 남매를 낳았던 엄마는 2주 뒤 코마에서 깨어났는데 7개월이 흐른 지금도 자신이 쌍둥이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한다고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 버밍엄 시티 병원의 류머티즘 상담의인 퍼펙투얼 우케. 지난 3월 말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중환자실에 입원해 산소호흡기를 차고 코마 상태에 들어갔다. 아기들은 다음달 10일 제왕절개 수술 끝에 생후 26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딸인 소치카 파머는 몸무게가 770g이었고, 아들 오시나치 파스칼은 850g 밖에 나가지 않았다. 우케는 그러고도 열엿새를 더 코마 상태로 지냈다. 남편 매슈는 “정말 무서웠다. 매일매일 아내가 죽은 사람들의 대열에 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면서 “우리는 한 팀이다. 그녀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가족 모두가 간절히 기도한 덕으로 우케가 의식을 되찾았지만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 흔히 “중환자실(ICU) 섬망(delirium)”으로 불리는 증세를 보이며 “매우 혼동스러워” 했다. 이제 네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병원 직원들이 쌍둥이가 자기 아이들이라고 얘기를 해줘도 자신이 출산했다는 사실조차 믿지 못했다. 우케는 “직원들이 내게 사진을 보여줬는데 아주 작은 아기들이었다. 인간으로 보이지조차 않았다. 더욱이 그들이 내 아이란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쌍둥이는 병원에서 116일을 더 보낸 뒤 퇴원했다. 우케는 “날이 갈수록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면서 “난 아이들이 삶의 첫발을 그렇게 힘들게 떼지 않길 바랐다. 아이들은 2주 동안 엄마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 일이 날 아주 슬프게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이 잘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효진의 입덕일지]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임효진의 입덕일지]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관통하는 대사다. 출산 직전 과정부터 출산 직후 산모들의 모습을 그린 ‘산후조리원’은 생생한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엄마를 처음 겪는 딱풀이 엄마 오현진(엄지원)의 서툴면서도 매사 솔직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오현진은 출산 과정에 대해 ‘굴욕기, 짐승기, 대환장파티기’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를 유쾌하게 풀어냈음에도 주변 지인들이 평온하게 전달하던 ‘그 상황’은 꽤나 힘든 과정이었음을 알게 됐다. 아이를 품에 안기까지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진통과 분만의 과정을 겪는다. 드라마는 출산 이후에도 산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짚는다. 오현진은 그토록 원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미역국’을 먹어야 했다. 달라진 몸 상태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에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드라마는 우왕좌왕하는 오현진의 모습을 통해 산모의 어려움을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게 한다.드라마에서 보듯 출산을 겪는 산모의 모습은 상상만큼 평온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출산 후 복귀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사뭇 까다로운 잣대를 대곤 한다. 연예인들은 출산 전후가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시각에 대해 ‘산후조리원’은 한효린(박시연)의 에피소드를 꺼낸다. 톱스타였던 그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급격히 체중이 늘어났고,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런 한효린에게 루다(최리)는 “몸 풀고 있는 산모가 말라깽이인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산모에게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연예인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모두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바로 ‘모성애’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본능적인 사랑을 모유를 먹이냐 분유를 먹이냐의 문제로 구분한다. 사랑이 엄마(박하선)는 모성애가 가득 찬 엄마가 되려면 ‘완전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모유를 안 줘서 그런 건 아닐까, 평생 후회할 것”이라며 엄마가 느낄 죄책감까지 말한다. 하지만 루다는 “진짜 구시대적이고 별로”라며 분유를 먹이겠다고 선포한다. 사실 모유와 분유를 먹이는 것은 수많은 요인들을 바탕으로 결정되며, 한 가지만이 정답이라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이를 모성애와 죄책감으로 연결 지었던 그간의 편견을 유쾌하게 깨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산후조리원’은 그 안에서 남편들이 겪는 고충 등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출산 에피소드를 다룬다. 모두가 알지만 대놓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재치와 더해져 공감과 이해를 얻었다. 3a5a7a6a@seoul.co.kr
  • 수비의 신, 곰을 구하다

    수비의 신, 곰을 구하다

    탄탄한 수비… 5-4로 NC 꺾고 승부 원점플렉센 6이닝 1실점·김재호 솔로포 활약NC, 9회 만루찬스서 1점 차 추격 ‘좌절’두산 베어스가 신들린 수비로 반격에 성공하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의 균형을 맞췄다. 두산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KS 2차전에서 가을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김재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솔로포 등에 힘입어 5-4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두 팀은 하루 쉬고 20일 다시 맞붙는다. ‘수비의 신’이 두산과 함께한 경기였다. 반대로 NC로서는 기회마다 번번이 더블 아웃으로 끝난 점이 아쉬웠다. 수비 희비는 1회부터 엇갈렸다. NC는 1회 말 선두 타자 박민우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선취점을 얻기 위해 NC는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걸었지만 이명기가 친 타구가 3루수 허경민에게 향했고 허경민은 1루에 송구해 병살타를 만들어 냈다. 2회 초 박석민의 수비 실책 등으로 두산에 2점을 먼저 내준 NC는 2회 말 박석민의 2루타와 노진혁의 몸에 맞는 볼에 이어 권희동의 적시타가 나오며 1점을 만회했다. 애런 알테어의 볼넷 출루로 1사 주자는 만루. 그러나 강진성이 친 공이 또 3루로 향했고 허경민은 이번에도 병살로 마무리 지었다. 4회, 5회, 6회에도 NC의 더블 아웃은 이어졌다. NC는 4회 말 1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는데 알테어가 친 공을 우익수 박건우가 잡은 뒤 홈 보살로 주자를 잡았다. 5회 말 박민우가 출루한 NC는 다시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걸었지만 이명기의 타구를 김재호가 환상적인 점프 수비로 잡아내면서 병살이 됐다. 6회 말에는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석민이 친 공이 플렉센의 오른쪽 허벅지를 맞고 높이 떴고 1루수가 잡은 뒤 2루에 송구해 5번째 병살이 나왔다. NC는 9회 말 이영하를 공략하며 만루 찬스로 3점을 따라붙으며 1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두산은 1사 1, 2루 상황에서 김민규를 등판시켰고 박민우와 이명기를 연달아 잡아내며 살얼음판 승리를 지켰다. 김태형 감독은 “운이라면 운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위기를 많이 넘겼고 그게 도움이 됐다”며 “더블 플레이가 많이 잡혔는데 이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NC 선발 구창모와 5월 20일 이후 처음 만났지만 초반부터 공략에 성공했다. 김재호가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페르난데스가 9회 초 날린 솔로포는 결과적으로 두산의 승리를 지킨 결정적 홈런이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보이면 무조건 패한다 보이지 않게 줄여라, ‘실책’

    두산, 1차전 연속 사구 내줘 패배 빌미NC, 양의지 타격 방해로 추격 점수 허용고척돔 인조잔디, 빠른 공 놓칠 위험 커 실수는 곧 실점이다. 지난 17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부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상대 실수로 만들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KS에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에서는 실수가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두 팀은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NC의 승리를 결정지은 4회 말 애런 알테어의 3점포도 두산의 실수가 원인이었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박석민과 권희동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1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것. 삼자범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끝났어야 할 이닝에 2명의 주자가 공짜로 출루했고 알테어가 거침없이 돌린 방망이에 모두 홈을 밟았다. 두산의 추격 역시 상대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두산은 5회 초 박세혁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박건우의 내야 땅볼 때 NC 3루수 박석민이 포구 과정에서 실책을 범하면서 홈을 밟을 수 있었다. 1-4에서 3-4로 따라붙은 6회 초 역시 마찬가지. 양의지가 포수 미트로 오재일의 방망이를 건드려 타격 방해가 됐고 박세혁의 2루타와 김재호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두산이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실수가 승부를 가른 것은 KS뿐만이 아니다. 두산과 kt 위즈의 플레이오프(PO), 두산과 LG 트윈스의 준PO도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PO 4차전에서도 4회 말 두산 공격 때 2사 상황에서 김재환의 낫아웃 출루가 최주환의 결승 투런포로 연결됐다. 준PO 2차전에서 두산이 8-7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는 9회 초 이유찬이 홈을 파고드는 상황을 포수 이성우가 보지 못해 9-7이 됐고 LG의 추격이 끊기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인조잔디를 쓰는 고척돔은 타구가 빨라 내야 수비에서 실책이 나올 수 있는 위험이 크다. PO도 2차전만 빼고 모두 실책이 나왔을 정도다. 이동욱 NC 감독 역시 “실력은 다 되는데 실책처럼 조그만 플레이가 승패를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다시 록다운 된 지 15일째. 11월 한 달을 잘 넘겨야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도 가고 작은 연말 모임이라도 할 텐데…. 영 그른 것 같다.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만 가는 중이고, 매일 2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찌감치 취소됐고, 이대로라면 레스토랑과 카페도 계속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지금도 배달과 픽업만 가능한 상태다.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밥 먹는 건 다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이 평범한 일상이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될 줄이야. 12월엔 가능할까? 지금으로선 으슬으슬하고 뿌연 베를린 날씨만큼이나 잿빛이다.이런 날 유독 생각나는 건 뜨끈한 사우나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땀을 쫙쫙 흘리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또다시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베를린의 긴긴 겨울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걸 못 하게 되니 더 간절하고 더 가고 싶다.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 바발리 얘기다. 그래도 록다운되기 전 한 번 다녀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밀폐된 사우나 안에서 몇십 분씩 여러 사람이 앉아 있으니 코로나19가 터진 뒤에 바발리는 다시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 규정 수칙에 맞춰 입구에서 체온 체크부터 실내의 자리 간격 배치까지 새로운 방역 수칙을 가지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발리의 드넓은 야외 정원과 자쿠지, 수영장만 여는 게 아니라 실내 사우나까지 다시 열었을 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얏호, 바로 수건과 가운, 슬리퍼를 싸 들고 바발리로 갔다. 거대한 스파 단지에 13개나 있는 사우나는 지도를 들고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시간대별로 있는 필링 프로그램도 헤매기 십상이다. 코코스 필링, 인퓨전 사우나, 온도가 가장 뜨거운 베닉 사우나 등 이름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오는 것도 많다. 그럴 때 이곳을 잘 아는 현지 친구가 동행을 하면 두세 배는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단 그 친구가 서로의 알몸을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사이여야 좋다. 사우나 안에서는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앉아 있기 때문이다.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사우나를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건 바발리에서 처음 해 봤다. 그래서 바발리에는 유독 커플이 많이 온다. 서로의 알몸을 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부부와 커플들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곳이다(갖고 들어가는 긴 타월은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이 타올 안에 들어가게 앉는 바닥 깔개용으로 쓴다). 물론 안을 지나다니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스파베드에서, 벽난로 앞에서, 자쿠지 안에서 키스를 하거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커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이나 뒹구는 사람이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유로움 앞에서 나는 종종 베를린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바발리 사우나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 표시가 생겼다. 원래 인원의 반만 들어갈 수 있고, 1.5m 간격으로 모든 자리와 의자, 스파 침대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는 훨씬 덜 붐빈다. 특히 부채를 든 마스터가 들어오는 필링 프로그램은 한번 시작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데, 그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되면서 훨씬 느긋하고 여유롭게 소수의 사람들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우나를 오는 전체 사람 수가 적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즐긴 사우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편한 점이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 사람들은 더 거리를 두고 더 조심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지켰다.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싶었던 바발리는 서울 목욕탕에서 하듯 때는 못 밀지만 사우나도 하고, 온천 하듯 야외 자쿠지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휴식이 따뜻하고 달콤하다. 이번 록다운이 풀리면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곳으로 할 참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베를린 근교의 온천 지역으로 유명한 바트자로프에도 가볼 계획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과 온천수, 테르말 스파가 있어 베를린 사람들이 종종 간다. 베를린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로 주말 여행지로 적당하다. 그곳에서 한나절 사우나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일단 남은 날들을 견뎌 본다. 유럽에서 사우나에 재미를 붙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스위스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때 그 매력을 조금 알았던 것 같다. 계절은 항상 겨울로 가는 늦가을이었고, 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이 보이던 따뜻한 야외 온천풀에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그 기억은 리기산 칼트바트 마을 근처에, 벵겐의 작은 호텔 사우나 안에, 그리고 발레주의 크랑몬타나에 멈춰 있다.유럽의 스파에서는 수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물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란 생각이 든다. 산세가 깊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스파가 발달해 있다. 로마시대부터 귀하게 여겨 온 광천수가 유명한 온천 마을부터 스위스의 깊고 작은 마을에까지 근사한 스파 시설이 있다. 사람들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대자연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휴식, 힐링까지 하고 싶은 바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명품 도시 크랑몬타나에서 경험한 스파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돈 많은 스위스 사람들이 겨울 휴가를 오는 현지 휴양지다. 시내만 나가도 도시의 부유함이 금방 느껴진다. 시내는 엄청 작은데 오메가, 프라다, 샤넬 같은 브랜드 숍이 줄지어 있다. 가게 간판으로 걸어 놓은 커다란 시계도 진짜 오메가다. 하지만 크랑몬타나에서 가장 명품인 건 이런 브랜드들이 아니라 마테호른에서 몽블랑까지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대자연의 절경이다. 그걸 사우나를 하며 알았다. 해발 1100m 크랑몬타나의 작은 호텔 자쿠지에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어둠이 내려앉은 론 골짜기와 스위스의 명품 절경을 즐겼다.사우나 안에서는 수영복을 입긴 했지만,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사우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증기로 꽉 찬 습식 사우나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성큼성큼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서 혼자 당황했던 기억. 그때부터 유럽의 사우나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만년설이 남아 있는 알프스와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머리까지 쨍하게 뚫고 들어오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겼던 스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행운이었구나 싶다. 아무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시절을 위해 건배.깜놀… 혼욕에 알몸 사우나더 깜놀… 자연 온천수 힐링 지금은 남녀가 다 벗고 같이 들어가는 사우나를 독일인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내게도 처음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꽤 적응 기간이 필요한 문화 충격이었다. 3년 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사우나는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대표 휴양 도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산맥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이곳 블레드까지 닿아 있다. ‘율리안 알프스’라 불리는 산 꼭대기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블레드는 오래전부터 힐링을 위한 휴양지였다. 1852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 아르놀트 리클리가 요양차 이곳에 왔다가 병이 나아 돌아갔다. 당시 그의 치료를 도운 것은 매일 한 일광욕, 수영, 오래 걷기였다. 2년 뒤 다시 블레드로 돌아온 그는 공기, 물, 햇살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치유 요양소를 차리고, 유럽의 부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요양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당시 아편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도 대상이었다. 블레드는 곧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고, 좋은 수질로 스파산업도 발전했다. 11월의 단풍이 짙었던 블레드 호숫가 주변에는 스파와 시설을 잘 갖춘 호텔이 많았다. 블레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그랜드호텔 토플리체의 테르말 스파가 꼽힌다. 17세기에 발견된 22도의 자연 온천수를 이용하는 스파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이 물은 목욕 중 직접 마시기도 한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돼 있는 스파 내부는 100년 넘은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개조돼 더욱 근사했다. 블레드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스파답게 분위기와 시설 모두 고급스럽다.자연 온천수는 아니지만, 내가 머물렀던 블레드 골프호텔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큰 규모의 스파 시설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대형 아쿠아존과 알몸으로 들어가는 사우나로 구분돼 있다. 수영복을 안 가져간 나는 사우나만 하려고 방에서 샴푸와 린스를 챙겨 갔다. 사우나는 옷을 갈아입는 곳부터 남녀 구분이 없었다. 정해진 사물함 번호 앞에서 여자건 남자건 옷을 훌렁 벗었다. 샤워를 하려고 들어간 샤워장엔 아예 문이 없었다. 이는 열심히 머리를 감는 동안 누구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라는 뜻이다. 나는 그 뻥 뚫린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을 용기가 없었다. 조용히 다시 방으로 올라온 나는 머리를 깨끗이 감고 사우나로 내려갔다. 슬로베니아만의 스파법이 있나 싶어 사우나 안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멋 모르는 동양인이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그들이 하는 것처럼 사우나를 하고 싶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우나 안에서 땀을 흠뻑 낸 다음 나와서 샤워로 씻어 내고 다시 사우나로 들어가는 걸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물도 충분히 마시고. 사우나 안에서 타월을 몸에 둘러도 되는지도 물어봤다.“꼭 벗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벗고 있는 게 훨씬 편할 텐데요. 너무 더워서 힘들 거예요. 맨 몸으로 있는 게 더 좋아요.” 오로지 다른 점이라면 여자뿐만 아니라 알몸의 슬로베니안 남자들도 있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커플, 남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함께 출장 중이던 잡지 기자 동료 둘과 함께 셋이서 열심히 블레드의 사우나를 탐방했다. 일행 중엔 20대의 젊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사우나를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린 건 중년의 여자 기자들뿐이었다. 매일 빠듯한 일정 때문에 블레드에서 몇 시간씩 스파를 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 짧은 사우나 후에도 보들보들한 피부와 ‘물광’이 흐르는 얼굴에 서로 감탄했다.블레드와 함께 유명한 또 하나의 스파 휴양지로는 돌렌스케토플리체가 있다. 슬로베니아 동남쪽에 있는 도시. 해발 179m에 자리한 이곳에는 포도원과 과수원이 많고 무엇보다 13세기 초에 발견된 온천수가 유명하다. 블레드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 스파를 즐기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 돌렌스케토플리체는 전문적인 치료와 요양을 하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치료가 결합된 만큼 이곳의 웰빙센터는 시설도 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발네아웰니스센터 안에는 세 개의 큰 야외 온천풀과 실내 풀이 갖춰져 있는데, 발네아호텔에서 긴 실내 통로를 통해 목욕 가운만 입고도 스파센터로 갈 수 있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욱 유용한 통로다. 슬로베니아를 떠나는 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사우나를 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던 시간. 사우나를 하느라 마을은 둘러보지도 못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민간에 떠넘긴 입양 ‘4년 전 그대로’…아이들 위한 나라는 없다

    민간에 떠넘긴 입양 ‘4년 전 그대로’…아이들 위한 나라는 없다

    4년 전 대구·포천 입양아동 사망 이후진상조사에서 관리 강화 지적했지만부모의 범죄 유무 등 입양기관서 조사전문가 “정부가 나서서 엄격 심사해야” 2016년 7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5살 아동이 심정지 상태로 입원했다가 3개월 뒤 사망했다. 아이의 몸은 입양부모의 학대로 멍투성이였다. 같은 해 9월 경기 포천에서도 입양부모의 학대로 6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진상 조사에 나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노력에도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온몸에 멍이 든 채로 병원에 실려와 숨진 사건이 또 일어났다. 입양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10월 구성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 입양가정이 아동을 입양하기에 적합한지, 입양아동을 양육할 능력이 있는지를 입양기관이 제대로 확인·평가하지 않았고 예비 입양부모를 위한 교육도 하루 8시간에 그쳤던 사실이 확인됐다. 입양 후 아동의 안전과 적응 여부를 살피는 사후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입양부모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예비 입양부모의 양육 능력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입양 절차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자녀를 필요로 하는 입양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양천구 30대 부부도 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피해 아동을 입양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예비 입양부모 교육은 입양 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양이 꼭 필요한 일인지 재고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입양아동이 성장 과정에서 ‘내 친생부모는 왜 나를 키우지 않고 포기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상실감을 느끼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문제 등 아이가 입양 후 마주하는 삶의 여러 문제를 성찰하고, 입양부모로서 아동이 그런 문제로 고민하고 방황할 때 잘 도울 수 있을지, 입양을 통해 가족을 확대하는 일이 우리 가정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꼭 원하는 일인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주려는 것이 입양의 일차적 동기가 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입양 실무자는 예비 입양부모가 아동을 있는 그대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아동 중심의 입양을 할 수 있게 교육과 상담을 통해 지원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한 전문적인 확신이 있을 때만 입양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예비 입양부모의 재산 상황, 입양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 여부, 범죄 경력 유무 등의 조사를 입양기관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정책연구원은 2018년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입양을 위해 존재하는 민간 기관이 예비 입양부모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면서 “외국에는 입양기관에 조사를 전적으로 맡겨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 및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예비 입양부모 조사가 객관적이고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민간에 떠넘긴 입양 ‘4년 전 그대로’… 아이들 위한 나라는 없다

    2016년 7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5살 아동이 심정지 상태로 입원했다가 3개월 뒤 사망했다. 아이의 몸은 입양부모의 학대로 멍투성이였다. 같은 해 9월 경기 포천에서도 입양부모의 학대로 6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진상 조사에 나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노력에도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온몸에 멍이 든 채로 병원에 실려와 숨진 사건이 또 일어났다. 입양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10월 구성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 입양가정이 아동을 입양하기에 적합한지, 입양아동을 양육할 능력이 있는지를 입양기관이 제대로 확인·평가하지 않았고 예비 입양부모를 위한 교육도 하루 8시간에 그쳤던 사실이 확인됐다. 입양 후 아동의 안전과 적응 여부를 살피는 사후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입양부모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예비 입양부모의 양육 능력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입양 절차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자녀를 필요로 하는 입양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예비 입양부모 교육은 입양 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양이 꼭 필요한 일인지 재고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자녀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 입양의 일차적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예비 입양부모의 재산 상황, 입양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 여부, 범죄경력 유무 등의 조사를 입양기관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정책연구원은 2018년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입양을 위해 존재하는 민간 기관이 예비 입양부모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면서 “외국에는 입양기관에 조사를 전적으로 맡겨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 및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예비 입양부모 조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미투’ 촉발 와인스틴 또 코로나? 교도소 “격리하고 모니터링 중”

    ‘미투’ 촉발 와인스틴 또 코로나? 교도소 “격리하고 모니터링 중”

    미투(Me Too) 운동에 도화선이 되고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8)의 몸이 좋지 않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대변인을 인용해 전했다. 연예전문 TMZ 닷컴은 뉴욕주 웬데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와인스틴의 체온이 섭씨 38도를 넘겨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몰라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고 맨처음 보도했다. 나이도 많고 체중, 심장이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코로나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3월에도 병원에 닷새 입원해 심장 문제와 가슴 통증 등을 치료받았다. 당시 언론은 그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교정 당국은 그가 확진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대변인은 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PA 통신에 따르면 대변인은 와인스틴이 고열 증상을 보였음을 인정했다. 뉴욕주 교정 및 커뮤니티 감독부 대변인은 개인적인 일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면 누구나 즉각 격리되고 검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와인스틴은 지난 2월 뉴욕 법원에서 한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 혐의와 다른 여성을 상대로 3급 강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여섯 건의 성폭력 혐의로 추가 기소돼 이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만 11건의 성폭행 혐의를 받게 됐다. LA 관리들은 송환 절차를 시작해 다음달 송환을 위한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그의 대변인은 의뢰인이 “생애 전체를 통틀어 있었던 모든 신체적 접촉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 점은 변치 않았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제주에서 발견된 ‘황금박쥐’…알고보니 멸종위기 1급

    제주에서 발견된 ‘황금박쥐’…알고보니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인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가 제주의 한 카페에서 발견됐다.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지난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한 카페에서 붉은박쥐를 구조했다. 붉은박쥐는 애기박쥣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4∼6㎝로 진한 오렌지색 몸통에 날개 부분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 ‘황금박쥐’ 또는 ‘오렌지윗수염박쥐’라고도 불린다. 붉은박쥐는 암수의 성별이 불균형한 데다 환경오염이나 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붉은박쥐는 앞서 2008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비공개 구간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2019년 11월에는 제주시 용담동의 한 주택가 2층에서 발견된 바 있다. 국내에서 확인된 개체수는 500마리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박쥐는 여름에는 풀숲에서 지내며, 겨울에는 습기가 높고 따뜻한 동굴의 항온대에 1∼2마리씩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카페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에서 붉은박쥐가 발견되자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붉은박쥐 서식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돼 있다”며 “국토부에 추가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조된 붉은박쥐는 18일 제주 한라산 관음사에 방사됐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분당서울대병원 박영호 교수팀,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 규명

    분당서울대병원 박영호 교수팀,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 규명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원인 유전자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찾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영호 신경과 교수팀은 미국에서 661명,유럽에서 674명 등 1335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 결과 면역세포에 의한 염증반응과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치매 원인 중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 박 교수팀은 이런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인 유전자를 파악하고자 대규모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결과를 확인했다. 전장유전체연관분석이란 환자군과 정상군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정보를 비교하면서 환자군에서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유전정보를 찾는 법이다.질환과 연관성을 가진 유전자,유전정보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22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다음 관련된 유전자들이 혈액에서 얼마나 많이 발현되는지를 보고,발현량의 차이가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군과 비교해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에서 해당 유전자들의 발현량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았다. 특히 ‘CD33’과 ‘PILRA’라고 하는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래 우리 몸속의 식세포는 체내 불필요한 물질을 잡아먹으면서 우리 몸을 보호한다. 정상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에 대해서도 식세포가 활동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나 CD33은 이런 식세포의 면역반응을 어렵게 해 결국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PILRA는 단순포진 바이러스(HSV)가 세포 안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 결과적으로 우리 신체가 감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야기하는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에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이번 연구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탓에 국내 환자에 바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인종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연구팀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를 설계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발병 과정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유전신경학’(Neurology Genet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거실서 놀던 美 5살 소년, 갑자기 날아온 유탄 맞아 중태

    거실서 놀던 美 5살 소년, 갑자기 날아온 유탄 맞아 중태

    집 안 거실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던 5살 소년이 창을 뚫고 날아온 총알에 맞아 중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시카고 경찰이 길거리에서 여러 발의 총탄을 쏜 남자의 영상을 공개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16일 오후 7시 30분 경. 당시 시카고 시 사우스 사이드 인근 로즈랜드 웨스트 115번가에서 한 남자가 SUV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여러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유탄 한 발이 가정집으로 날아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5살 소년의 머리를 관통했다. 이 사고로 피해 소년은 곧장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중태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최소 한 발의 유탄이 가정집으로 날아갔으며 총격의 동기와 대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카고 글렌 화이트 경찰서장은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이 집에서 아이패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다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사건이 벌어진 길거리에서 여러 개의 탄피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확보돼 현재 용의자를 찾고있으며 시민들의 제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죽도록 떼고 싶은 ‘소년범 딱지’… 죽을만큼 끊기 힘든 ‘유혹들’

    죽도록 떼고 싶은 ‘소년범 딱지’… 죽을만큼 끊기 힘든 ‘유혹들’

    ●소년범 출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배한결(34·이하 가명)씨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어둑어둑한 때 나와 그날의 주문 물량을 확인하고, 도매 시장에서 물건을 떼와 판매하고, 배달까지 직접 다니면 다시 캄캄한 밤이다. 일 매출이 200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일이 바쁜 탓에 하루 수면 시간은 고작 3~4시간. 힘들지만 멈출 수 없는 건 평범한 지금의 삶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10대 후반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쳐서 처벌받은 ‘소년범 출신’이다. 이후 그는 어울리던 친구들과 관계를 끊으려 고향을 벗어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다 탈퇴했다.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배씨는 “방황하던 10대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되고 이제 따라가도 열 발자국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매일 곤죽이 되도록 힘들지만, 지금은 자는 시간도 아깝다”고 했다. 소년의 범죄 앞에 여론은 강력 처벌을 주장하지만, 정작 이들이 처벌 이후 어떤 삶을 사는지는 관심 두지 않는다. 배씨처럼 180도 다른 새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정이나 친구 관계 등 주위 모든 환경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소년들이 재범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서울신문은 소년원 출원생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소년원 입소 전과 후 친구 관계나 출원 후 필요한 사회적 지원 등에 대해 물었다. 또 개별 인터뷰로 보호처분 이후 자립 과정이 어땠는지도 함께 알아봤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는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 등의 도움을 받았다. ●끊기 어려운 ‘친구’…결국 재범의 길로 소년들은 출원 직후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경제적 어려움(27.4%)이나 비행 친구들의 유혹(17.7%), 미래에 대한 불안감(26.5%)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했다(복수응답). 재범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기존 친구들과의 관계다. 소년원에서 2년간 생활하다 나온 영민(18)이는 돌아갈 집이 없어 시설에서 생활하다 다섯 달 만에 또 가게를 털었다. “돈 벌자”는 친한 형의 꼬드김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소년원에서 깊이 반성하기보다는 ‘이제 나가서 몸 좀 풀어볼까’라는 식의 아이들도 많다”면서 “살던 동네로 돌아가면 또 사고를 칠 것 같아 다른 지역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소년원에 갔다와도 원래 망가져 있던 가정환경이나 학교생활이 회복되지 않으니 변화는 더디다. 보호처분 시설에 있다가 자립해 배달 대행 일을 하는 김성태(28)씨는 “보호처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후 사회에 나갔을 때가 더 큰일이다. 옆에서 제대로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청소년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성인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는 형 하나는 계속 정신 못 차리고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사회는 이들에게 ‘의지와 노력으로 스스로 일어나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작은 생활 습관조차 잡혀 있지 않은 소년범들에게 이런 말은 무용지물이다. 6호 보호처분을 받은 뒤 또다시 폭행 등에 연루돼 소년원까지 갔다 온 전성현(21)씨는 출원 뒤 폭력을 일삼던 원 가정에 돌아가기 싫어 위탁 시설에서 지낸다. 전씨는 “비행을 저지르던 10대 때는 집에서 누구도 챙겨주지 않아 대충 살았고, 학교에도 지각을 밥 먹듯 했다”며 “시설에서 지내면서 몇 시에 일어나 몇 시에 버스 타고 하는 식으로 작은 것부터 신경 쓰는 습관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여전히 겉도는 재범 방지 지원책 가난이란 굴레도 이들을 옭아맨다. 자의 반 타의 반 학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취업 역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경석(27)씨 역시 보호처분 시설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악화된 집안 사정에 일용직을 전전했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현재 아이티(IT) 회사에서 일하는데 고졸이라 월급이 200만 원도 안된다”며 “대학도 가고 싶지만 배움도 짧고 경제적 사정도 좋지 않아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취업 지원(39.8%)이나 주거 지원(22.2%), 교육 지원(15.7%)처럼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복수응답). 동시에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출원생도 11.1%에 달했다. 한 소년은 “범죄를 끊고 싶은데 쉽지 않고, 친구를 새로 사귀기가 어렵다. 내적 갈등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도덕 교육과 경제, 사회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도 있었다. 보호처분 이후 소년범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일은 곧 재범을 막는 일이다. 소년범들의 재범률은 통계상으로도 매우 높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 소년 중 보호관찰기간 1년 이내 재범을 저지르는 이는 80~90%대를 오간다. 하지만 이들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돕는 지원은 여전히 열악하다. 출원생을 대상으로 3년간 종단 연구를 진행하고 펴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소년원생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회정착에 실패한 소년은 152명으로 전체 조사대상 399명의 약 40%에 달했다. 재범을 저지르는 비율은 남자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가정의 학대가 심할수록 높았다.●다시,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소년범이 꿈꾸는 건 그저 평범한 삶이다. 그 꿈에 이르기까지는 이때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하다. 상점을 털었다가 6호 보호처분을 받았던 준영(19)이는 보호관찰 기간에 머문 쉼터의 도움으로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힘으로 일해 돈을 번다’는 기쁨을 느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꿈도 생겼다. “(피해를 준) 가게 주인아저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던 그는 “‘넌 잘해낼 거다’라는 쉼터 선생님들의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박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년들의 재범을 막으려면 단순히 비행을 처벌하는 것 외에 주거나 학업, 취업, 의료 등 종합적인 보호가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소년범들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마련하는 동시에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면서 “소년범마다 정신질환 치료나 가족관계 회복, 경제적 지원 등 필요한 부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다이노+] 어른과 붕어빵처럼 닮은 2억 년 전 새끼 공룡 발견

    [다이노+] 어른과 붕어빵처럼 닮은 2억 년 전 새끼 공룡 발견

    대부분의 공룡 화석은 화려한 복원도와는 달리 극히 일부분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복원은 가장 많은 골격이 발견된 근연종을 참조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홍수 등으로 한 무리가 동시에 매장되어 화석화된 경우 수많은 화석이 동시에 발견되어 완벽한 골격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성체와 새끼 간의 차이까지 알아낼 수 있다. 2억2000만 년 전 불운하게 떼죽음을 당한 플라테오사우루스(Plateosaurus) 무리가 바로 그런 사례다. 플라테오사우루스는 훗날 거대한 초식 공룡으로 진화하는 용각류 공룡의 조상으로 몸무게 수 톤에 몸길이는 최대 10m에 달하는 초식 공룡이었다. 후손보다는 작지만, 시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큰 공룡 중 하나였다. 플라테오사우루스는 많은 골격 화석이 발견된 덕분에 몸집을 키우고 있었던 초창기 공룡 진화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2015년 스위스에 있는 트라이아스기 지층을 연구하던 본 대학의 과학자들은 플라테오사우루스 뼈 무더기가 발견된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은 플라테오사우루스 표본을 발견했다. 파비앙(Fabian)이라고 명명된 이 화석은 새끼 플라테오사우루스로 성체보다 작은 크기 때문에 진흙층으로 바로 가라앉지 않고 조금 떨어진 장소에 매립되어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연구팀은 보존 상태가 우수한 파비앙의 화석을 자세히 분석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파비앙의 뼈 화석은 성장판이 다 닫히지 않는 등 어린 개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나 비율은 성체와 똑같았다. 참고로 파비앙은 몸길이 2.3m에 몸무게는 40-60kg 정도였다. 어른보다 상당히 작았지만 신체 비율은 붕어빵을 축소한 것처럼 닮았다. 성체와 새끼가 똑같이 닮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매우 어린 개체의 경우 성체와 팔, 다리, 머리, 꼬리 등의 신체 비율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사람의 경우에도 신생아 때는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성장하면서 어른의 비율을 닮아간다. 공룡의 역시 어릴 때는 네 발로 걷다가 커서는 두 발로 걷는 식으로 골격 구조가 변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플라테오사우루스 새끼는 상당히 작은 크기에도 어른과 같은 신체 비율을 지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공룡의 성장 과정이 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억 년 전 공룡 역시 작은 새끼로 알에서 태어나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어른으로 성장한 후 짝을 만나 후손을 남기고 세월이 흐르면 노쇠해서 죽었을 것이다. 새끼 공룡 파비앙은 불운하게 어린 나이에 죽었지만, 수억 년 후 과학자들에게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없는 삶은 아니었던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입덕일지] ‘산후조리원’,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입덕일지] ‘산후조리원’,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을 관통하는 대사다. 출산 직전 과정부터 산후 직후 산모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꽤나 생생한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엄마를 처음 겪는 딱풀이 엄마 오현진(엄지원)의 서툴면서도 매사 솔직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산후 세계오현진은 출산 과정에 대해 ‘굴욕기, 짐승기, 무통 천국기, 대환장파티기’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를 유쾌하게 풀어냈음에도 주변 지인들이 평온하게 전달하던 ‘그 상황’은 꽤나 힘든 과정이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아이를 품에 안기까지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진통과 분만의 과정을 겪는다. 드라마는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산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짚는다. 오현진은 그토록 원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포기하고 내내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 출산 후 회음부 통증 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출산 후 달라진 몸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에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드라마는 우왕좌왕하는 오현진의 모습을 통해 산모의 어려움을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게 한다. ▶ 연예인들의 출산은 남다르다?드라마가 말해주듯 출산한 산모의 모습은 상상만큼 평온하거나 아름답지만 못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출산 후 복귀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사뭇 까다로운 잣대를 댄다. 연예인들은 출산 후에도 이전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듯한 시각에 대해 ‘산후조리원’은 한효린(박시연)의 에피소드를 꺼낸다. 톱스타였던 한효린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급격히 체중이 늘어났고,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런 한효린에게 요미 엄마 루다(최리)는 “애 낳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몸 풀고 있는 산모가 말라깽이인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산모에게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연예인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모두가 조금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엄마의 모성애, 그리고 모유와 분유드라마가 짚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모성애’다.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되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을 드라마에서는 모유를 먹이냐 분유를 먹이냐의 문제로 구분한다. 사랑이 엄마(박하선)는 모성애가 가득 찬 진정한 엄마가 되려면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모유를 안 줘서 그런 건 아닐까,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엄마가 느낄 죄책감까지 언급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루다는 “진짜 구시대적이고 별로”라며 분유를 먹일 것을 당당하게 선포한다. 사실 모유와 분유를 먹이는 것은 수많은 요인들을 바탕으로 결정되며, 그 어떤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드라마는 그것을 모성애와 죄책감으로 연결 지었던 그간의 편견을 유쾌하게 깨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산후조리원’은 그 안에서 남편들이 겪는 고충, 터무니 없이 비싼 육아용품을 사게 되는 모습, 부부임에도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는 모습들이 있다는 점 등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출산 에피소드를 다룬다. 모두가 알지만 대놓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재치와 더해져 공감과 이해를 얻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기는 중국] 17년 간 매일 ‘눈물 밥’ 짓는 암환자들 위한 ‘사랑의 주방’

    [여기는 중국] 17년 간 매일 ‘눈물 밥’ 짓는 암환자들 위한 ‘사랑의 주방’

    매일 오전 11시 30분이면 약 2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분주히 밥을 짓는 골목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외진 골목 한 쪽에 마련된 옛날 방식의 아궁이에서 저마다의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는 것. 바로 중국 장시성(江西省)에 소재한 종양치료 전문병원과 벽을 사이에 두고 성업 중인 ‘사랑의 주방’ 모습이다. 일명 ‘사랑의 주방’ 또는 ‘사랑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노천에 마련된 구식 주방이다. 60대 종 모 씨 노부부가 지난 2003년부터 단 하루도 문 닫지 않고 영업 중이다. 일반적인 식당과 다른 이곳 만의 특징은 조리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아궁이를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아궁이를 대여한 고객은 부부가 제공하는 깨끗한 생수와 각종 양념, 식기류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이용료는 단돈 1위안(약 170원)이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직후 일평균 200여 명의 고객들이 찾아와 밥을 짓고 있다. 고객들의 대부분은 인근 종양전문 치료병원에서 항암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가족들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상당수가 타 지역 소재의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연명 치료 중인 말기 환자가 대부분인데 가족들은 이들을 위해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사랑의 주방’을 통해 도움 받아오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일대 주민들은 부부의 주방을 가리켜 ‘항암주방’이라는 별칭을 붙여 부른다. 이 종양치료 전문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이미 병세가 말기에 이른 상태로 회복 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가 다수다. 사랑의 주방 운영자 종 씨는 “이미 치료 불가 판정을 받은 말기 환자들의 경우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 더 견딜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힘겨운 투병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실제로 자주 왔던 고객들 중 상당수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사망하거나 퇴원했다. 이들 중 몇이나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그러면서 “말기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잘 먹고 잘 쉬어야 하지만 오히려 식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게다가 이미 긴 시간동안의 항암 치료로 빚을 진 사람들이 많다. 병원비와 병원 음식비용까지 지불할 여력이 없는 환자들이 다수인데, 이런 사연을 가진 분들이 주로 우리 주방을 찾아온다”고 했다. 부부가 처음 ‘사랑의 주방’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당시 종 씨 부부는 바로 이 자리에서 아침만 잠깐 문을 여는 꽈배기 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이 시기 항암 치료로 지친 아들을 품에 안은 젊은 엄마가 아이를 위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아궁이 대여를 문의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사랑의 주방 시초가 됐다. 당시 매일 한 차례씩 와서 밥을 지었던 아이 엄마는 퇴원 후 홀연히 사라졌지만 종 씨 부부의 사랑의 주방은 그로부터 단 한 번도 문을 닫지 않고 연일 성업 중이다. 종 씨 부부가 제공하는 것은 냄비와 각종 식기류, 연탄불 등이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사용료는 단 돈 1위안이다. 지난 2016년 까지 5마오(약 85원)이었던 것이 물가 상승을 견디기 어려워 1위안으로 올려 받기 시작했다. 종 씨는 “환자들의 치료비는 가난한 농민공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면서 “많은 농촌 가족들이 한평생 힘들게 10여 만 위안(약 1700만원)을 저축했더라도 가족 치료비로 단 두 달을 버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연명치료를 위한 주사 한 대에 2만 위안(약 34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달에 여러 번 주사를 놓아야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종 씨 부부에 따르면 그의 주방을 찾는 고객들 중 상당수가 평소 요리를 직접 해 본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다. 종 씨는 “몇 년 동안 이곳에 와서 밥을 짓는 사람들 중 약 40%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심지어 올해 80세가 넘은 노부부 중 아내가 암투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연을 가진 할아버지는 평생 아내가 지어주는 밥을 먹을 줄만 알았지 단 한 번도 밥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할아버지는 아내가 중병에 들고서야 아내를 평소 아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회상했다. 또 종 씨는 “암환자인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16세 소년도 잊을 수 없다”면서 “외지에서 일하는 아버지 대신 엄마를 돌보던 소년 역시 이곳에서 처음으로 밥을 지었다. 당시 그의 사연을 듣게 된 다른 손님들이 직접 만든 반찬을 십시일반 모아서 소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종 씨의 주방을 이용해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었던 환자들 중 완치 후에도 병이 재발해 사랑의 주방을 다시 찾아오는 사례도 있었다. 종 씨는 “항암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재발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었다”면서 “퇴원 후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돌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병원을 떠날 때 내게 맡겼던 식기류를 다시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때 마음이 제일 아프다”고 말했다. 종 씨 부부의 주방은 17년 째 성업 중이지만,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적자다. 일평균 연탄 100여 개와 부지 임대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부부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노령연금을 모두 사랑의 주방 운영비용에 충당해오고 있다. 사랑의 주방 이용자 수는 연평균 1만여 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0여 개의 연탄과 20여 위안(약 3400원) 상당의 생수 값이 소요된다. 종 씨는 “우리 부부는 사랑의 주방을 찾아오는 환자가족들을 위해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면서 “그러면 오전 10시부터 환자 가족들이 하나 둘 씩 식재료를 들고 찾아와서 저마다 사연 있는 요리를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부부의 월평균 운영비는 1만여 위안(약 170만 원)이지만 수입은 턱없이 부족해 정부에서 받는 개인연금 중 상당수가 운영비로 충당되는 실정이다. 종 씨는 “우리 부부는 비록 늙고 힘은 없지만,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자들이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그러면 조금이나마 병세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의 몸도 마치 묘목처럼 먹는 것이 곧 좋은 비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하필 상대가…주짓수 여성 날치기하다 영혼까지 털린 도둑 (영상)

    하필 상대가…주짓수 여성 날치기하다 영혼까지 털린 도둑 (영상)

    퇴근 중인 직장인여성을 만만하게 보고 범죄의 표적으로 삼은 날치기범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쇠고랑을 찼다. 아르헨티나의 휴양도시 마르델플라타에서 20세 여성이 날치기범을 맨손으로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고 현지 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고보니 여자는 주짓수를 연마하는 아마추어 무도인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전날 오후 퇴근시간 때였다. 퇴근길에 나선 여자가 버스를 타기 위해 정거장으로 걷는데 한 남자가 접근하더니 순식간에 핸드폰을 강탈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남자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잠시 당황하는 게 보통이지만 여자는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여자는 "저X 잡아라,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날치기범을 뒤따랐다. 마치 신이 예비한 듯한 도움의 손길을 만난 건 추격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대기 중이던 배달원들이 여자의 고함을 듣고 도주하던 날치기범의 발을 살짝 걸어 넘어뜨린 것. 날치기범이 일어나 다시 도주하려는 순간 여자는 그에게 몸을 날렸다. 이후 날치기범은 경찰에 넘겨지기 전에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여자가 '교훈의 채찍'을 들면서다. 여자는 "난 하루 종일 근무하고 나왔는데 젊은 X이 일은 안하고 도둑질을 해?"라면서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여자가 쉬지 않고 펀치를 날리면서 날치기범의 얼굴은 피범벅이 됐다. 잠시 후 현장엔 경찰이 도착했다. 여자로부터 남자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상황을 본 행인들이 사건을 신고하면서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은 여자에게 "폭행 때문에 골치 아픈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여자는 당당했다. 여자는 "날치기범을 때린 데 대해 후회는 없다. 오히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면서 "날치기범이 이번을 교훈 삼아 범죄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평소 주짓수를 연마하는 무도인이었다. 관계자는 "여자가 5년 이상 주짓수를 배운 무술인이라 싸움엔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총이나 흉기를 갖고 있을 수도 있어 범죄인에게 달려드는 건 자제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핏빛 하늘 아래 퍼지는 비명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핏빛 하늘 아래 퍼지는 비명

    사선으로 뻗은 길 위에 외계인같이 생긴 사람이 서 있다. 길 끝에 두 사람이 멀어져 가고 있다. 난간 아래에는 검푸른 바다가 흐르고, 그 위로 노을이 펼쳐져 있다. 거대한 물뱀처럼 꿈틀대는 바다와 핏빛 하늘이 지구 종말의 날 같다. 사람들은 종종 이 외계인 형상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비명은 그가 지르는 게 아니다. 그는 허공에 울려 퍼지는 비명을 듣지 않으려고 헛되이 귀를 틀어막고 있다. 크게 뜬 눈, 벌린 입이 그가 느끼는 공포를 말해 준다. 1892년 뭉크는 이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메모를 남겼다. “두 친구와 산책을 하던 중 해가 지고 하늘이 문득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피로한 나머지 발을 멈추고 난간에 몸을 기댔다. 핏빛과 불의 혓바닥이 검푸른 만과 도시를 덮고 있었다. 친구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 있었다. 그때 나는 자연을 관통하는 끝없는 비명을 들었다.” 뭉크는 1893년부터 1895년까지 이 장면을 템페라, 파스텔, 석판으로 제작했다. 두 점의 템페라화는 오슬로 국립미술관과 뭉크 미술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이 지점은 오슬로 남쪽 해안가의 에케베르크 언덕이다. 이곳에는 오늘날 ‘절규’의 배경이란 명판이 세워져 있다. 멀리 오슬로 시내가 바라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이지만 뭉크 시대에는 근처에 정신병원이 있었다. 뭉크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동생을 방문할 때마다 이 언덕을 지나쳤을 것이다. 뭉크의 그림은 시각적 자서전이다. 정신병력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았던 뭉크는 불안정한 내면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출했다. 작품의 아우라를 깨는 얘기일지 모르나 기상학자들은 이 유난히 붉은 하늘이 1883년 여름 인도네시아의 화산섬 크라카토아가 폭발을 일으킨 결과라고 주장한다. 화산 폭발이 만들어 낸 먼지와 가스가 반년 뒤 북반구에 도달해 이처럼 핏빛 노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1883년 겨울 북반구에서는 ‘비정상적인 황혼의 빛’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 나타난다. 오슬로 천문대도 11월 말 하늘에 강렬한 빨간색 띠가 나타났음을 기록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 ‘공포의 8번’ 알테어 폭발… NC, 4년 전 굴욕 되갚고 KS 첫 승

    ‘공포의 8번’ 알테어 폭발… NC, 4년 전 굴욕 되갚고 KS 첫 승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공포의 8번 타자’ 애런 알테어의 홈런에 힘입어 팀의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역대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4년 전 KS에서 두산 베어스에 4전 전패하며 4경기에서 2점밖에 못 뽑았던 NC는 올해 KS 첫 경기부터 화끈하게 설욕에 성공했다. NC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KS 1차전에서 나성범의 4타수 4안타 1타점 맹타와 알테어의 3점 홈런 등을 앞세워 5-3으로 승리했다. NC는 2주가 넘는 실전 공백에도 첫 경기를 잡아내며 정규리그 1위 팀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역대 37차례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27번 우승(73%)했다. NC는 19승의 드류 루친스키를, 두산은 20승의 라울 알칸타라를 낸 만큼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지만 경기는 의외의 타격전으로 이어졌다. NC는 8안타, 두산은 7안타를 쳤다. 두 팀의 희비를 결정적으로 가른 것은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었다. NC는 1회 말 선두 타자 박민우의 2루타, 이명기의 희생번트에 이은 나성범의 적시타로 먼저 1점을 뽑았다. 1-0으로 앞선 4회 말 NC는 박석민과 권희동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1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지는 알테어의 타석. 알테어는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알칸타라의 시속 137㎞짜리 포크볼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8번 타자로 31홈런을 친 명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 반면 두산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병살타를 때리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두산은 5회 초 박세혁의 몸에 맞는 볼과 정수빈의 2루타로 1사 2,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박건우의 타석 때 NC 3루수 박석민의 실책으로 1점을 따라붙었고 최주환의 볼넷까지 이어지며 두산은 1사 만루의 황금 같은 기회를 맞았다. 올해 주로 2번 타자로 나섰지만 이날 3번 타자로 출전한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섰다. 페르난데스는 루친스키의 2구를 때렸지만 공이 루친스키를 향했고, 루친스키의 홈 송구에 이은 포수 양의지의 1루 송구로 두산의 1사 만루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두산은 6회 1사 1, 2루의 찬스에서 박세혁이 1타점 2루타와 김재호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붙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페르난데스는 7회 1사 1루에서도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끼얹었다. NC는 8회 말 박석민의 1타점 희생플라이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는 루친스키에 이어 계투진이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지켰다. NC 마무리 원종현은 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첫 KS 세이브 투수가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女배드민턴 최강 안세영, 삼성생명 품으로

    女배드민턴 최강 안세영, 삼성생명 품으로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간판 안세영(18)이 삼성생명(옛 삼성전기) 유니폼을 입고 성인 무대에 데뷔한다. 17일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현재 광주체고 졸업반인 안세영은 내년 1월 1일 삼성생명에 입단할 예정이다. 안세영은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7년 12월 성인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파란을 일으킨 ‘배드민턴 천재’다. 이듬해 대표팀에 입성한 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며 2019년 5월 뉴질랜드 오픈을 시작으로 세계 대회에서 5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자단식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현재 안세영은 여자단식 세계 9위로 대표팀 선배 성지현(29·14위)과 김가은(22·17위) 등을 뛰어넘어 한국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여자단식에서 메달을 따낼 재목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는 안세영을 놓고 국내 실업팀 간 영입 경쟁이 뜨거웠다. 특히 안세영의 고향 광주에서는 여자 배드민턴팀을 만들어 안세영을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광주 연고로는 광주은행에서 남자 배드민턴팀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팀 창단이 여의치 않자 안세영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운동 환경과 처우 등을 고려해 삼성생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삼성전기 배드민턴단을 인수해 새롭게 출발한 팀이다. 1993~1995년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레전드’ 길영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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