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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뚤어진 자세, 질병 부른다

    비뚤어진 자세, 질병 부른다

    흔히 딱 맞아 떨어지는 좌우 대칭을 미인이나 ‘몸짱’의 기준으로 든다. 그러나 신체가 완벽하게 대칭인 사람은 없다. 저마다 조금씩은 비대칭의 인체를 갖고 산다. 문제는 잘못된 습관으로 생기는 이런 비대칭이 ‘약간’일 때는 괜찮지만 심하면 종국에는 근골격의 균형을 무너뜨려 척추측만증이나 골반변위의 주요 원인이 되며, 무릎관절이나 척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신발의 뒤축을 봤을 때 한쪽으로 쏠려 닳아 있다면 당신의 몸은 이미 불균형이 고착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균형이 깨져 생기는 ‘부정렬 증후군’ 직업적으로 신체의 한쪽 부위를 더 많이 사용해 균형이 깨지는 질환이 바로 ‘부정렬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원인 질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세가 틀어져 생기는 척추·골반·사지의 비대칭 정렬이 원인인 만성적인 근골격의 통증이나 감각 이상 등을 말한다. 한쪽으로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쪽 뒷주머니에 두툼한 지갑을 넣고 다닐 때 생기는 골반 변위, 한쪽으로만 가방을 맬 때 생길 수 있는 척추측만증,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탱할 때 생기는 연골연화증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모두 잘못된 습관으로 초래된 신체의 부정렬이 원인이다. ●인체는 양쪽 고루 사용해야 부정렬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인 것은 부족한 부분을 다른 부분으로 메우려는 인체의 보상작용 때문이다. 예컨대 다리를 꼬고 앉으면 하중이 허리 한쪽으로만 쏠리게 되는데 이때 인체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척추도 함께 휘면서 요통을 만들고, 이게 척추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한쪽다리에만 힘을 주고 비뚜룸하게 서는 습관도 골반을 비뚤어지게 해 척추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이 최선의 치료 부정렬 증후군은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도수 교정치료 등 물리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최선의 치료는 역시 생활습관 개선이다. 한쪽 어깨로만 가방을 매는 습관을 가졌다면 양 어깨로 번갈아 매거나, 아니면 양쪽 어깨로 매는 백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벽 등에 기대 서는 자세는 한쪽으로만 체중이 쏠리게 하는 습관을 만든다. 이런 사람은 지하철 등에서 기대 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한 곳에 오래 서 있을 경우 발받침을 찾아 번갈아 가며 발을 올려주는 자세가 좋다. 보행자세도 중요하다. 걸을 때 항상 균형을 잡아야 몸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특히 팔자걸음은 신발 뒤축을 한쪽만 닳게 하는 좋지 않은 자세이다. 헬스나 요가 등을 배울 때도 무의식 중에 신체의 정열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런 경우 등 근육·대퇴부 안쪽 근육·복근을 단련해주면 골반과 몸통의 안정성을 키워 부정렬 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부정렬 증후군 자가진단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체중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경우, 근력이나 근육량이 비대칭이라면 부정렬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진단을 위해서는 ▲허리를 숙일 때 양쪽 어깨의 높낮이나 골반의 위치가 다른 경우 ▲좌우로 숙였을 때 숙여지는 정도나 당기는 느낌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 ▲신발 좌우 뒤축의 닳는 양상이 다를 경우 ▲서 있을 때 ‘O’나 ‘X’형 다리가 된다면 부정렬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원장은 “척추의 부정렬과 골반변위로 등뼈가 비틀어지면 중추신경이 영향을 받아 소화불량이나 여성의 하체비만, 자궁과 난소의 압박으로 인해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신체 각 부위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반식 훈련’ 2주후 다이어트 효과 중국산 투시안경 사기 주의보 “김정운 16세때 사진 입수…가명 박운” 박지성 “2010년 나의 마지막 월드컵” 하반기 부동산시장 점검 5대 포인트
  • [내 책을 말한다] 35억년 진화의 비밀

    나는 지금 시카고에 와 있다. 시카고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초대를 해주어서 큰 맘 먹고 멀리 여행을 왔다. 이 도시는 건축, 블루스, 미술관, 경제학 등 워낙 유명한 것들이 많아서 그런 방면에서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10일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가 틱타알릭 화석 모형을 보고 깜짝 놀랐다. 틱타알릭은 3억 7500만년 전 데본기에 살았던 물고기다. 악어를 너무 닮아서 흡사 파충류 같다. 두 눈이 위에 달렸고, 지느러미는 몸통을 받칠 만큼 튼튼하여 거의 발과 같다. 틱타알릭은 어류와 최초 육상동물 사이의 전이 형태 화석인 것이다. 녀석은 손목과 팔을 가진, 팔굽혀펴기를 할 줄 아는 물고기였다. 몸길이가 1m도 채 안 되는 작은 화석이지만, 틱타알릭은 고생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요한 발견이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동물이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사건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인 손과 팔다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보는 데도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었다. 틱타알릭을 발견해 2006년 과학계 10대 뉴스의 첫 머리에 오른 사람이 바로 ‘내 안의 물고기’를 쓴 고생물학자 닐 슈빈이다. 그가 시카고 대학 교수이자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자문위원이라는 사실을 내가 깜빡 잊었다. ‘내 안의 물고기’를 번역하면서 숱하게 머릿속에 그려 보던 틱타알릭의 납작한 주둥이를 방심한 상태에서 마주치다니! 몇억 년 전에 살았던 물고기 한 마리가 진화에 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번역을 하면서 사무치게 느꼈던지라 유리장 속의 틱타알릭이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 안의 물고기’는 여러 증거를 들어 인간과 물고기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해부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밝힌다. 저자는 심지어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몸속에 동물들이 숨어 있고, 동물들의 몸속에 인간이 숨어 있으므로 동물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은 ‘내 안의 파리’, ‘내 안의 생쥐’, ‘내 안의 효모’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동물은 화석처럼 이미 죽은 것일 수도 있고, 살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고생물학이고, 후자의 연구에는 발생유전학이다. 과거에 서로 거리가 멀었던 생물학의 두 분야는 최근 들어서 점차 통섭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화석을 보관하는 캐비닛 옆에 DNA 시료를 보관하는 냉장고가 있다는 요즘 생물학자들의 실험실은 ‘우리는 어째서 이런 형태의 몸으로 진화했는가?’ 하는 질문에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있다. 이 책의 최고 미덕은 많은 과학적 지식을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가령 북극에서 6년간의 탐사 끝에 기적적으로 틱타알릭을 발견해낸 현장 고생물학의 이야기는 거의 모험담이다. 김명남 번역가
  •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 野 “비겁한 검찰에 절망” 與 “권력 부패 근절돼야”

    12일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민주당은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검찰은 무슨 지은 죄가 그리 많아 변명이 저리 많은지 쓴웃음이 난다.”면서 “표적·보복 수사가 아니었다는 치졸한 변명, 살아 있는 권력에 하염없이 작아지고 비겁한 검찰,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고도 여전히 반성 없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 종결을 놓고도 “대선자금 수사는 처음부터 아예 금 그어 놓고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어찌 그리 ‘친절한 검찰’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연차-천신일 특검’ 도입 및 국정조사, 김경한 법무부장관과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의 즉각 파면 등을 거듭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핵심 몸통과 거물, 전·현직 대통령 식구의 언저리는 불구속하고, ‘전직’인 깃털 6명만 구속기소했다.”며 부실 수사를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내용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눈과 입, 귀를 막은 것은 국민의 검찰이 아니다.”면서 “무기력한 검찰에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도층부터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며 검찰에 힘을 실어 줬다. 조윤선 대변인은 “권력형 부패의 근절을 향한 검찰의 지난한 노력이 앞으로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조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검찰이 법과 공정함이라는 방패와 칼만 갖춘다면 아무리 외롭고 험한 전장에서도 국민은 검찰의 편에 설 것”이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꿀꿀꿀~ ‘돼지소리’ 담은 앨범 나온다

    꿀꿀꿀~ ‘돼지소리’ 담은 앨범 나온다

    녹음장비를 들고 돼지 우리로 들어가겠다는 영국 뮤지션의 공언이 해외 음악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돼지 한마리가 살면서 내는 소리를 담아 앨범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 전자음악 뮤지션 매튜 허버트(37). 지난 1995년 데뷔 무대에서는 감자칩 봉지를 악기로 삼은 실험적인 연주를 펼쳐 앞으로 있을 심상치 않은 음악행보를 일찌감치 예고하기도 했다. 허버트의 소속사 액시덴탈 레코드는 최근 “2010년 허버트가 ‘Pig’란 제목의 신보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돼지 한마리가 일생 동안 내는 소리 전부를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버트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돼지가 태어나고 자라는 기간 동안 죽 지켜본 뒤 도축장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곁에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허버트는 “그 뒤 돼지의 몸통이 요리사들에게 넘어가면 한바탕 잔치가 벌어질테고 이 모든 과정을 녹음해 음악으로 바꿔볼 요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장에서 알맞은 돼지가 준비됐다는 전화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곧 카메라와 녹음기를 갖고 그곳으로 달려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허버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앨범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할 방침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음악통신원 고달근@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앗! 로봇 찌빠와 로보트 킹, 미스터 손이 평면을 떠나 입체로 새롭게 다시 태어났네…. 지난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만화 100년 전시회에서 ‘툰토이, 만화를 만나다’라는 코너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만화 유명 작품 20개의 주인공들이 툰토이라는 입체 캔버스를 통해 앙증맞게 부활해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는 것. 툰토이는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과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의 합성어로, 임덕영(35) 작가가 고안했다. 입체 캔버스라는 개념이 어렵다면, 레고 인형에서 모티프를 따온 일본의 큐브릭이나, 홍콩의 퀴를 떠올리면 되겠다. 만화에 사용되는 말풍선 모양의 머리가 특징인 툰토이는 쉽게 말해 만화 주인공들을 재미있게 입체화한 캐릭터 인형. 외국 만화 캐릭터 인형의 홍수 속에 토종 만화 캐릭터 인형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 툰토이는 그만큼 반갑게 다가온다. ●로봇 찌빠 등 유명만화 주인공 20개 재탄생시켜 4일 부천만화산업 종합지원관에 ‘플라잉툰’이라는 보금자리를 꾸리고 있는 임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본,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만화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이 거의 없다. 입체 캔버스에 우리 주인공을 담아 부활시켜 보자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면서 “기존 만화 전시회는 익숙해진 출력물에 의한 평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세련미가 없었다. 새로운 창작의 틀로 만화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해 색다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는 10년차 만화가다. 평소 만화를 즐겨보고 취미 삼아 그리기도 했던 그는 1999년 공익근무요원일 당시 밤 시간을 이용해 이희재, 박재동 화백이 강사로 나선 만화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프로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은 어린이 만화 학습지와 과학 잡지에 ‘미션 키트맨’, ‘별난 가족’, ‘꼬마 뱀파이어’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릭터 인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다. 처음에는 피겨(피규어)에 꽂혀 수천만원을 쓰는 ‘수집 광’이 됐으나 이제 국내 만화 캐릭터 인형 시장의 개척자로 나설 정도에 이른 것이다. 관객들이야 툰토이를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겠지만 약 4개월의 준비·제작 기간 동안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 우선 캐릭터 원작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원래 이미지가 왜곡될까봐 꺼려했던 원작자들은 결과물을 접하고는 크게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제작 과정도 어려웠다. 머리와 팔, 몸통과 다리 등 원형 만들기에서부터, 제대로 멋을 내기 위한 깎고 다듬기, 거기에 피겨 아티스트들의 채색에 이르기까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쉽지 않았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를 꾸리는데 세계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지닌 국내 피겨 아티스트들의 힘이 컸다. 특히 이찬우, 황찬석, 강인애 작가 등은 해외 시장에서 원형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나만의 전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가 더욱 주목되는 까닭은 툰토이가 국내 만화의 2차 시장을 개척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소스멀티유즈(OSMU)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며 만화 장르가 조명받았으나 큰 열매는 없었다. 물론 뽀로로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끈 토종 상품도 나왔으나 그것은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쪽 이야기일 뿐. 일본, 미국에선 만화가 연재되며 인기를 끌면 곧바로 캐릭터 상품 제작에 들어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면 이에 따른 캐릭터 상품을 또 내놓는다. 처음부터 만화의 2차 상품화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단순히 귀엽다고 해서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설정과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매력적인 만화 캐릭터들이 많았으나 자체 2차 시장이 없어 사장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워하는 임 작가는 툰토이의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갈 길 먼 만화캐릭터 시장 개척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그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곁들인다. 국내 만화의 OSMU가 활발해지려면 정부의 지원사업이 대형업체에 쏠리는 게 아니라 영화 분야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것처럼, 자본력에서 뒤지는 중소업체의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향으로도 골고루 분배돼야 하고 예술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중성·상업성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 원작자, 제작자의 하모니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임 작가는 “툰토이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단순히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 앞으로 국내 만화 캐릭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더 진화된 형태의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한국영화 세 편의 닮은꼴 남자 주인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한국영화 세 편의 닮은꼴 남자 주인공

    최근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세 편의 영화 - ‘로니를 찾아서’(심상국 감독), ‘물 좀 주소’(홍현기 감독), ‘거북이 달린다’(이연우 감독)에는 닮은꼴의 세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약아빠지지 못한 세 남자는 생활이라는 숫자놀이에서 뒤처진 인물들이다. 먹고 살기가 빡빡해지면 이런 남자들에게 ‘무능력’이란 딱지가 붙는다. 못난 주제에 애써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만, 그들은 가족 구성원들의 못마땅한 눈길에 바로 꼬리를 내리게 된다. 지금은 보통 남자들이 고개를 들고 사는 게 힘든 시간이다. 세 영화보다 먼저 개봉한 ‘김씨 표류기’의 남자주인공도 비슷한 모습인 게 우연이 아니다. 빚 독촉에 힘겨워 자살을 실행에 옮겼던 남자는 차츰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러자면 희망이 나서야 한다. ‘로니를 찾아서’의 인호는 ‘자존심 회복’을, ‘물 좀 주소’의 창식은 ‘채권 회수’를, ‘거북이 달린다’의 필성은 ‘범인 검거’를 각각 제1의 목표로 삼고 행동을 개시하는데, 영화의 끝에서 그들은 잃은 것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를 발견한다. 태권도장 사범인 인호는 단원을 모으고자 작은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주노동자에게 맞아 쓰러지는 바람에 도장 부흥계획이 차질을 빚자, 그는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해댄다. 별다른 계획 없이 복수의 기회만 노리던 그에게 매번 돌아오는 건 소동과 한숨뿐이다. 자신이 얼마나 못난 존재인지 알면서부터 인호는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는다. 편견에 휩싸여 헛발질을 되풀이하던 그에게 필요한 건 ‘타인에 대한 예의와 진심 어린 미소’였다. 채권추심원으로 일하는 창식은 매사에 물러터진 남자다. 빚쟁이들을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그는 사내에서 실적 꼴찌를 자랑하기 일쑤다. 호시절 같으면 창식을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대우하겠지만, 요즘 세상에선 어디 그런가. 영화는 창식에게 현실의 차가움을 가르치면서도 그를 ‘독한 남자’로 만들 마음까지는 없다. ‘물 좀 주소’는 매서운 세상 앞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결단코 부여안으려는 작품이다. 탈주범과 마주친 뒤 시골형사 필성은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용을 써보지만, 영리한 범인은 그를 비웃듯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필성은 안팎으로 대충대충 사는 남자였다. 만화가게를 꾸리는 아내에게 가정살림을 내맡긴 그는 형사로서의 임무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범인과의 대결에서 힘이 부쳐 허덕거리는 건 당연하다. 그는 나태했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쫓고 쫓은 끝에 필성은 마침내 ‘책임감’을 배운다. 떳떳한 가장으로 거듭 태어난 남자의 자랑스러운 미소가 믿음직하다. ‘로니를 찾아서’, ‘물 좀 주소’, ‘거북이 달린다’는 소위 ‘웰메이드 영화’의 강박감에서 벗어난 작품들이다. 세 영화는 유명 스타, 거창한 이야기, 엄청난 물량 대신 평범하고 소박한 인물들의 목소리로 몸통을 채워 놓았다. 친근한 이웃에서 벌어진 일처럼 보기에 편안함과 느긋함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영화와 달리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 세 영화의 응원에는 흐뭇한 에너지가 숨쉰다.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큰 도움은 필요 없다. 때론 가까운 사람의 착한 마음씨만으로 족하다. ‘로니를 찾아서’ ‘물 좀 주소’ 4일 개봉, ‘거북이 달린다’ 1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신라 중장기병 1600년만에 잠깨다

    신라 중장기병 1600년만에 잠깨다

    고구려지역 고분인 평북 용강군의 쌍영총이나 중국 지안현의 서안12호 등의 벽화를 보면 용맹한 모습으로 창을 들고 말을 타는 장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장수도 말도 모두 갑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는 이들을 고구려 ‘개마(鎧馬)무사’라고 지칭했다. 말하자면 높은 방어력과 기동력을 중심으로 진두에서 적진을 돌파하는 일종의 중장기병(重裝騎兵)인 셈이다. 지금껏 나온 역사 기록이나 고분 벽화 등 자료 중에는 신라의 중장기병 존재를 언급한 것은 없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에 불호령을 내리듯 1600년 전 신라시대의 중장기병이 오랜 잠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일 경주 황오동고분군(사적 제41호)내 쪽샘지구를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장기병의 보호장구 및 말에 착용하는 장구류 등이 한꺼번에 나왔다고 밝히고 발굴현장을 공개했다. 황오동 361번지를 중심으로 한 쪽샘지구는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집단 묘지이다. 중장기병 유물이 나온 것은 쪽샘지구 53호분 동쪽에 있는 ‘쪽샘지구 C10호묘’. 이 무덤은 주부곽식목곽묘(主副槨式木槨墓·하나의 봉분 속에 2개 나무덧널이 있는 무덤) 형식. 동서 방향으로 땅을 팠고 동쪽에 440㎝×220㎝ 크기의 주곽, 서쪽에 260㎝×220㎝ 크기의 부곽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 무덤 주인이 묻히는 주곽에서 찰갑(札甲·장수가 입는 비늘식 갑옷)과 마갑(馬甲·말 갑옷) 및 여타 부장품들이 나왔다. 갑옷은 마치 장수가 말을 탄 것처럼 마갑 위에 찰갑이 올려진 채 발견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주검은 그 위에 안치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갑은 목곽의 바닥에 목·가슴부분, 몸통부분(130㎝×100㎝), 엉덩이 부분이 순서대로 깔려 있다. 그 위로 무덤 주인의 흉갑(胸甲·갑옷 가슴부분)과 배갑(背甲·갑옷 등부분)이 펼쳐져 있다. 갑옷은 이 둘을 옆구리에서 여미게 만든 ‘양당식(?當式)’ 구조. 장수에게 무기가 없을 리 없다. 한쪽에는 장수가 휘둘렀을 석자 길이의 환두대도(環頭大刀·둥근고리자루긴칼)와 녹각병도자(角柄刀子·사슴뿔로 손잡이 한 작은 칼)가 놓여 있다. 그 외 쇠창·쇠도끼 등 무기와 목가리개·어깨 갑옷·팔 보호 갑옷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갑옷조각도 출토됐다. 죽은 자를 위한 창고라 할 수 있는 부곽에서는 마주(馬胄·말 얼굴가리개)와 안장틀, 등자, 재갈 등 마구들과 항아리류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박종익 실장은 “출토된 토기 형식으로 보아 무덤은 5세기 전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갑옷 및 마갑, 그 부속품들이 단편적으로 소량씩 출토된 적은 있지만 한꺼번에 세트로 나온 적은 없다. 마갑은 1992년 함안 마갑총에서 한번 나온 적이 있지만 출토품의 상태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다. 갑옷도 판갑(板甲·큰 철판으로 만든 갑옷)은 종종 나왔지만 찰갑이 원형대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박 실장은 “중장기병 장구류가 마구류와 함께 온전히 발굴된 경우는 해외에서도 없다.”면서 “빠른 시일내 전문가 검토 및 보존 처리를 거치고 공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굴된 유물은 전문 연구자들의 설명회·토론 과정과 보존처리 등을 거친 뒤 이달 중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Healthy Life] (26)역류성 식도염

    [Healthy Life] (26)역류성 식도염

    흔히 말하는 가슴앓이의 고통, 그리고 “똥물까지 토했다.”고 할 때의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이 느낌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역류성 식도염이다. 강한 위산이 거꾸로 역류하면서 식도를 태우듯 자극하는 현상, 심하면 마치 가슴에 불덩이라도 안은 것처럼 격한 고통이 엄습하는 이 질환은 흔히 생각하듯 일과성 현상이라기보다 심하면 식도암을 부르기도 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그래서 더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역류성 식도염을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를 통해 알아본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위벽은 보호막이 있어 위산으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식도는 그렇지 못하다. 위식도 역류질환이란 위산이 식도로 역류, 위산에 취약한 식도 점막을 자극해 나타나는 증상 및 관련 합병증을 말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증상과 무관하게 내시경상 위식도 접합부의 점막 결손과 염증이 관찰되는 질환으로, 위식도 역류질환군에 포함된다. ●원인은 무엇이며,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원인은? 첫째는 복압이 증가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복부비만이 대표적이며, 임신이나 꽉 조이는 의복 등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위와 식도 사이에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게 막아주는 근육성 밸브인 조임근이 있는데, 이 근육이 약해져도 문제가 된다. 이 경우는 특정 음식이나 약물이 원인인데, 대표적인 게 술과 담배이고, 고지방식과 커피·초콜릿·민트·오렌지주스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약물로는 칼슘차단제 등 고혈압 약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며, 식후에 바로 눕거나 야식 습관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역류성 식도염이 식습관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식이다. 또 육류 등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나 밀가루음식·떡 등도 지나치게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야식이 문제가 되는 건 식후에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화장애를 일으키거나 위산 역류를 부르기 쉽다. ●증상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대표적인 증상은 심와부 작열감이다. 이 경우 명치 부위가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불쾌감을 겪는데 대개는 음식물 섭취 후에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신물’이나 ‘쓴물’이 넘어오는 것도 흔한 증상이다. 다른 증상으로는 흉통·흉부 불편감·경부(목 부위)이물감·만성기침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만성기침은 기관지 천식으로 오인되거나 천식환자의 발작을 유인하기도 한다. 흉통은 협심증 등 심장질환과 구별이 어려워 진단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증상이 심한 경우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해 체중이 줄며, 염증 후유증으로 식도 협착이 발생해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게 되거나, 출혈·폐렴을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드물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염증이 되풀이되면서 식도 점막의 변성을 초래, 식도선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진단 방법은 무엇이며, 진단 기준은 또 무엇인가? 일반적인 진단법은 상부소화관 조영술과 내시경검사다. 이를 통해 종양이나 소화성 궤양 등 구조적인 병변 여부와 식도점막의 염증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식도내압검사나 식도의 24시간 보행성 산도측정검사,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사법 등도 이용되는데, 이 중에 24시간 보행성 산도측정검사는 비정상적인 역류를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법이다. 그러나 이런 검사법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검사 중에 통증이 따르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1차 진료에서 특징적인 증상이 있고, 내시경상 종양이나 소화성궤양 등 구조적 문제가 없으면 바로 치료약을 투여하는 게 일반적인 치료 절차다. ●자가진단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가능하다. 먼저 정확한 증상과 함께 증상의 발생 양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즉 문제의 증상이 특정 음식이나 약물을 복용한 후, 또는 몸통을 구부리거나 눕는 등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 나타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전날 술을 마셨거나, 늦은 밤에 고지방식 식사를 했거나, 야식 후 바로 잠자리에 든 후 증상이 나타나는 등 특정 식습관이 증상과 관련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관찰하면 자가진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생활습관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조절과 금주·금연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복압을 증가시켜 위식도 역류질환의 중요한 원인인데, 이 경우 체중 조절만으로도 증상을 현저히 개선시킬 수 있다. 식습관으로는 카페인(커피·차·콜라), 초콜릿, 양파, 강한 양념이 들어갔거나 기름진 음식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과식을 피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생활습관 교정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투여하는 약물은 위장운동기능 개선제, 제산제, 점막보호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이다. 최근에는 PPI라는 위산분비 억제제가 증상조절에 매우 효과적이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와 수술 부작용은? 최근에는 약제가 좋아 수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식도협착·출혈·폐렴 등의 합병증이나 식도선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느슨해진 위식도 조임근 주변을 꿰매 단단하게 조이는 방법인데, 이때 조임이 심하면 음식물이 정체되는 연하곤란증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느슨하면 식도염이 재발하기도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초미세 혈관 수술 98% 성공

    국내 의료진이 미세한 혈관을 잇는 초미세 수술에 잇따라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홍준표 교수팀은 2007년 1월~2008년 2월 지름이 0.5~0.8㎜에 불과한 다리 혈관을 잇는 초미세수술 방식인 ‘하지 연부조직 재건수술’ 42건을 시도한 결과 97.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연부조직(soft tissue)이란 근육과 인대·지방·섬유조직·활막 조직·신경혈관 등을 말한다. 이 같은 연부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적용하는 초미세수술은 1㎜ 이하의 미세한 혈관들을 이어 주는 수술이다. 다리나 몸통에도 이런 가는 혈관이 있지만, 종래에는 이런 크기의 혈관을 따로 잇지 않아 조직재건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홍준표 교수는 “초미세수술을 이용한 하지 재건술의 성공으로 수술에 따른 정상 조직의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신속·조용한 수사로 가닥잡은 까닭

    검찰이 31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던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음을 의미한다. 또 예정된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행보는 예전과 다르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몸통’인 천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요란한 소리를 내기보다는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보여준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전과는 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천 회장 구속 전까지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수사는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철저한 단죄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은 수사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게 분명하다. 천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 정권과 현 정권간 적당히 숫자를 맞추거나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하는 ‘형평성 수사’는 이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번 수사의 문제점으로 팩트까지 알려주는 ‘상세한 브리핑’이 도마에 오른 만큼 검찰은 한층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수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변화된 수사기법 속에서 수사의 속도에 가속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끌어봤자 득될 게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사팀에 대한 교체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그리고 폭넓은 수사는 검찰로서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정된 수순인 2~3명의 여당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고 ‘제 식구’도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이달 중순이면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박 전 회장의 ‘입’이다. 지금까지 박 전 회장의 진술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을 받은 박 전 회장이 입을 닫거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다면 수사 전체의 틀이 깨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위기를 맞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Healthy Life] 적정 체중 유지하고 금연 필수

    장영운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가 가진 나쁜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질적이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면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고쳐야 할 생활습관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사항을 정리해 본다. 우선 기름기가 많은 고지방식을 피하며, 과음·과식을 삼가야 한다. 특히 과식은 복압을 높여 역류성 식도염을 부르는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또 복압은 과체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평소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은 식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을 떨어뜨려 위산 역류를 쉽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역류성 식도염이 잦다면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적어도 식후 1∼2시간 동안은 방바닥이나 소파 등에 눕지 않아야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습관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 경우 위 속에 정체된 음식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게 되고, 이때 분비된 위산이 수면 중에 식도를 타고 역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수면 환경도 중요하다. 우선 취침 때는 높은 베개를 베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침대라면 머리 부분을 높이고 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통에 꼭 붙는 옷은 복압을 높여 위산 역류의 원인이 되므로 피해야 하며, 사이다·콜라 등 탄산음료나 커피 등 카페인음료도 멀리 하는 게 좋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성북, 쇠고기 이력추적제 적극 홍보

    성북, 쇠고기 이력추적제 적극 홍보

    서울 성북구가 다음달 22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쇠고기 이력추적제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성북구는 다음달 21일까지 지역 원산지 표시지킴이 16명과 명예축산물 위생감시원 6명, 공무원 7명 등이 조를 이뤄 쇠고기 가공·판매업소를 방문해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쇠고기 이력추적제는 소의 출생과 사육, 도축, 판매 등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해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다. 이력추적제는 식육포장처리업자가 도살한 가축의 몸통에 표시된 개체 식별번호를 가공한 부분육이나 포장육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했다. 또 식육판매업자는 진열된 쇠고기의 식육 표시판 등에 개체 식별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식품 영업자에게 납품할 때는 원산지, 식육 종류, 개체 식별번호 등을 기재한 영수증 또는 거래명세서를 발급해야 한다. 구에 따르면 현재 지역 쇠고기 가공·판매업소는 모두 281개에 달한다. 구는 이미 자체 제작한 홍보물 800여부를 배부했다. 아울러 다음달 10일에는 성북아트홀에서 지역 축산물 판매·가공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한다. 구는 소의 소유자, 도축업자, 식육포장처리업자, 식육판매업자 등이 법에서 정한 개체 식별번호 표시, 거래실적 기록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구 식품안전추진단(02-920-3559)이나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www.mifaff.go.kr)를 참고하면 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고양 아람미술관 행복한 상상展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고양 아람미술관 행복한 상상展

    꿈을 꾼다. 상상을 한다. 거대한 벽 같던 현실이 모래알처럼 작아져 마음껏 ‘희롱’할 수 있다. 누가 내 날개를 꺾을 것인가, 우주를 쥐락펴락하는 나의 손이 손오공을 사로잡은 부처님 손 같다. 이런 해방과 일탈의 상상을 현대 도시인들은 얼마나 자주 하고 살까? 상상은커녕 끝없이 어깨를 짓누르는 일상에 평범한 사색의 시간조차 갖지 못할 지경이다. 작은 상상의 편린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이런 도시인들을 위해 고양 아람미술관이 마련한 전시가 6월28일까지 열리는 ‘행복한 상상 프로젝트’다. 도영준, 홍주희, 강지만, 최석운, 안윤모 등 소장 작가와 중견 작가 20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엉뚱, 유쾌, 발랄’, ‘파라다이스’, ‘도시인들의 행복한 상상’의 소주제 아래 갖가지 유머러스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인다. 그런데 출품작들 가운데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작품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쩐 일일까? 그 씁쓸함은 현실의 긴장과 갈등이 상상의 이미지에도 남아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상의 세계로 진입하더라도 끝내 털지 못하는 현실의 비애 혹은 아픔이 여진처럼 존재한다는 것인데, 어쩌면 바로 그 이유로 이 작품들이 각박한 일상을 사는 도시인들에게 더 ‘리얼’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른다. 도영준의 ‘수박 사무라이’를 보자. 수박처럼 생긴 사무라이가 양손에 칼을 쥐고 그악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의 주위로는 몸통이 베이거나 잘린 다른 수박 인간들이 주검처럼 널브러져 있다. 이 작품이 기묘한 것은 칼로 몸을 벤 게 그대로 드러나 매우 잔인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음에도 그 베인 존재가 수박이어서 전혀 끔찍하거나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박이야 여름만 되면 무시로 ‘절단 되는’ 존재가 아닌가. 이 만화 같은 상황에 관객은 큭큭 웃으며 수박이 수박을 베는 상황을 기발하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웃음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잦아들게 되는데, 이는 비록 코믹한 형식의 표현이라도 이 작품이 우리 내면의 강렬한 복수심과 증오심을 들춰내기 때문이다. 경쟁이 지상의 선이 되고 부자 되는 게 가장 숭고한 목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다수는 본의 아니게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좌절감이 불러오는 파괴 본능은 우리의 상상을 이렇듯 저항의 그림자로 얼룩지게 한다. 강지만의 ‘얼큰이’ 시리즈도 재미있다. 노골적인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외로움이 지닌 쓴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얼굴이 커서 얼큰이로 불리는 작품 속 주인공은 나름대로 행복해 보인다. 열대 섬에서 휴가도 즐기고 즐거운 생일 파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혼자다. 혼자 노는 게 익숙해져 그 불편을 모르고 산다. 그게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이 시대 젊은 한국인들의 자화상이다.
  • [내고장 이 맛!] 여수 갯장어

    [내고장 이 맛!] 여수 갯장어

    무더위로 나른하고 혀가 까칠해져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힘을 불끈 솟게 만드는 보양 음식이 갯장어다. 갯장어는 양식이 안돼 모두 자연산이다. 예년보다 빨리 5월부터 수은주가 올라가면서 제철을 맞은 게 갯장어(일본말 하모) 요리다. 갯장어는 여름 한 철 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참장어라고도 불린다. 갯장어는 주둥이가 길고 턱 이빨이 날카로워 먹성이 좋다. 그래서 가시가 억세고 잔가시가 많아 구이용으로는 못 먹고 회나 샤부샤부(데침)로 안성맞춤이다. 회는 다진 마늘을 뒤섞은 된장에 찍어 깻잎이나 상추에 고추를 올려 싸 먹으면 고소하고 단맛이 혀 안에 전달된다. 또 갖은 양념으로 우려낸 맑은 육수가 펄펄 끓을 때 칼질이 된 두툼한 살점을 젓가락으로 잡고 있다 데쳐지는 순간 건져내 쌈싸 먹어도 고소하다. 갯장어 특산지인 전남 여수 앞바다에 떠 있는 경도나 장흥군 관산읍 고마리 장환도 주변에 맛집들이 즐비하다. 요즘 도심 웬만한 횟집마다 ‘샤부샤부 개시’라고 내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갯장어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탐산이 아주 많아 씹을 때 독특한 향이 나고 기력회복과 혈전 예방에 으뜸으로 친다. 갯장어와 생김새가 엇비슷하지만 몸통이 더 작은 붕장어(아나고)는 일년내내 서남해안에서 잡히고 가시가 연해 숯불 소금구이용으로 제격이다. 옛날에는 붕장어도 거의 100% 회로 썰어서 고소함을 즐겼으나 지금은 날로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소문이 나 대부분 불에 구워 쌈을 싸 먹는다. 또 소주 안줏감으로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먹장어(곰장어)도 있다. 갯장어는 양식이 안돼 주로 긴 낚싯줄에 낚시를 매단 주낙으로 잡는다. 장흥군 장환도 앞바다 주변 어민들은 여름 한 철 장어잡이로 가구당 2000만~3000만원대 소득을 올린다. 광주 서구 금호동 갯마을 식당은 붕장어구이로 평일에도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1인분(1마리)에 1만 2000원이고 구이 이후 공짜로 나오는 장어탕은 녹두나물과 애호박, 고추를 넣어 시원한 맛이 별미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박연차 게이트] 천신일회장 이르면 19일 소환

    대검 중수부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이르면 19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은 미국에 체류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한테서 18일 이메일 답변서를 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한다. 한 전 청장은 답변서에서 “천 회장과 접촉은 있었지만,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은 들어 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천 회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회장에게 청탁은 받았지만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박 전 회장 구명로비를 벌인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또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해 지난 17일 소환·조사했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재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전 수석이 박 전 회장한테서 7억원을 빌린 시점이 서울고검장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3년 3월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재직시절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 전 수석 측이 해명한 대로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의 돈을 갚은 것이 사실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계좌 및 자금추적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부산고검 김종로 부장검사를 소환·조사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하드코어 맛기행⑥] 소주보다 쓴 현실 달래는 ‘제주의 맛’

    [하드코어 맛기행⑥] 소주보다 쓴 현실 달래는 ‘제주의 맛’

    쓰린 속을 부여 쥐며 깬 이튿날 아침. 해장거리도 제주다워야 한다. 포구에서 생선 조림과 국은 어떨까? 미리 주워들은 식당들 가운데 중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모슬포를 택하기로 한다. 모슬포 포구의 식당들은 자신들의 배에서 갓 잡은 생선들로 각종 요리를 만들어 내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번 미각 기행 대상이 모두 그렇듯, 깔끔한 외관과 맛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유구한 전통의 맛이 목표다. 동네 식당 주변을 서성이다 들어선 곳이 덕승식당이다. 억척스러운 주방의 아주머니가 강권하다시피 해장 요리를 내온다. 쥐치 조림과 아나고탕(사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요리다. 쥐포로만 맛봤던 쥐치를 조림으로, 세코시 회로만 맛봤던 아나고를 탕으로 끓였다. 낯설고 기이한 맛에 싫은 내색만 안 했으면 하고 내심 바라면서 숟갈을 당겼다. 하지만 왠걸? 예상외의 맛이다. 쥐치의 담백한 살집에 은근히 스며든 간장과 고춧가루의 간이 조화롭고 변덕스럽다. 고급스러운 맛이다. 아나코탕의 국물 역시 간밤의 술기운을 가라앉힐 만큼 육중하고도 칼칼하다. 통으로 썰어 넣은 아나고도 날 것보다 덜 비리다. 해장을 위해 국물을 다 떠먹은 후 남긴 아나고 몸통 몇 개가 눈에 밟히는데, 역시 제주 아주머니가 뒤통수에 대고 싫지 않은 참견을 한 마디 한다. “무사, 아나고 다 먹엉 갑주게.(왜? 아나고 다 먹고 가지 않고?)” 이른 아침 후에 몇 걸음 뗀 포구의 정경이 삼삼해, 급히 미각 기행의 목적지를 바꾸기로 한다. 호텔에 들러 서둘러 체크아웃을 한 후 다시 모슬포로 돌아왔다. 모슬포에 돌아오고 나서도 배는 꺼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간단한 음식으로 제주 미각 기행을 끝낼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이 곳 어딘가에 현지인들이 인정할 만한 곳을 찾자. 물어물어 밀냉면과 고기국수 전문점(사진)이라는 산방식당을 찾았다. 밀면이라면 부산이 원조가 아니던가. 부산 출신인 내게는 라면만큼이나 익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식당 내 안내판에는 고양에 2호점을 냈다는 안내와 함께, 43년 전에 제주에서 태생한 음식이라는 표현이 버젓이 적혀 있다. 처음에는 강한 부정의 유혹을 느꼈으나, 숙고해보니 그럴 듯도 하다. 밀면이라는 게 이북 사람들이 한국전쟁을 전후에 남부 지방에 뿌리내린 음식이다. 그렇다면 전후에 그들이 제주에서 만들어 먹지 말란 법도 없다. 원조를 따질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밀면과 고기 국수 역시 훌륭하다. 부산의 밀면과 돼지국수와 달리 더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살렸다. 내친 김에 수육 한 접시. 제주의 수육은 돼지고기를 된장 국물에 푹 삶아내 껍질째 썬 것이다. 그 껍질에는 제주 돼지임을 입증하는 붉은 도장이 꽝 하고 찍혀 있어야 한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야 배가 묵직한 줄을 알겠다. 24시간 동안 다섯끼를 내달렸으니. 한끼도 빼놓지 않고 소주를 곁들였으며, 마지막 한 수저까지 빼먹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미각 기행은 모두 제주 전통 요리였다. 모두 제주산 ‘괴기’(고기에 해당하는 제주의 방언)가 주재료였다. 육고기이든 바닷고기이든. 그리고 제주의 미각은 좋은 의미로 ‘괴기’해서 좋다. 남 달라서 좋다는 말이다. 싱싱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매운 맛을 빼고는 인공적이랄 맛을 첨가하지 않는다. 하긴 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라고 했으니, 인공의 맛이라고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재료에 제주인 특유의 인고(忍苦)를 마다하지 않는 전통 정도가 가미된 음식이라고 하겠다. 소주보다 쓴 현실을 다스리는 데 제주의 ‘괴기’ 요리 다섯끼라면 한 달은 족히 견디겠다. 지금으로선 그러고도 남겠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1900년대 중반 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현대미술 컬렉션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5년 시카고에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었던 캐서린 쿠(1904~1994)가 1943년 큐레이터로 영입돼 현대회화와 조각품을 담당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몸통 전체에 석고 깁스를 하고 수십년을 살았던 쿠는 현대미술에 대해 좋은 선구안을 가진 사려 깊은 큐레이터로 신체적인 열세를 인내하고 극복할 만큼 놀라운 열정을 가진 여자였다. ‘예술가를 말하다’(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편집·완성, 김영준 옮김, 아트북스 펴냄)는 20세기 중반 미국 현대 미술의 태동기에 활동한 전설적인 큐레이터의 전기이면서도 그 시대의 예술가들과의 만남, 컬렉터들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 큐레이터와 이사진의 갈등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미술 전문서적이다. 쿠는 시카고미술관을 20세기 중반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시카고의 보수적인 성향이 반영된 미술관 이사진은 이런 노력을 방해했다. 미술관 이사진은 윌렘 데 쿠닝의 초기 걸작 ‘발굴’이 선물로 들어오자 ‘10년 동안 전시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조건을 달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작품을 놓치기도 했다. 1955년에 쿠가 잭슨 폴락의 대작 ‘회색빛 무지개’를 사들이자 ‘시카고 트리뷴’에서는 ‘쿠쿠(쿠를 빗대)는 떠나야 한다’는 헤드라인 아래 작품 매입이 시카고를 덮친 재앙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마크 토비의 1953년 작 ‘8월의 가장자리’는 이사진이 작품구입을 미적거리는 통에 결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팔려가기도 했다. 쿠는 미술기사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1972년 보스턴 미술관의 중국미술 컬렉션 재설치 기념전시를 ‘새터데이 리뷰’에 실었다. 그 전시에는 닉슨 대통령 부부가 중국을 방문해 구입한 중국 물병 2점이 나왔다. 문제는 이 물병이 관광상품이었다는 것이다. 쿠는 지체없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그 많은 사람들 중 예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측근이 없었던 것이냐. 정치적 위상이 높은 소유자가 내놓았다고 명망 있는 미술관마저 그렇게 평범한 물건들을 두고 비굴한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그 기사는 통신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쿠는 그 뒤로 수년 동안 알 카포네의 회계장부 압수수색 수준의 혹독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했다. 러시아 작가인 칸딘스키의 작품을 몰라본 경매사의 무지로 거저 줍다시피 한 적도 있다. 1937년 1월 소리 소문 없이 열린 경매는 선구적인 아트 컬렉터 제롬 에디의 컬렉션. 경매사는 ‘틴판스키 작품’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독일 무르나우에 있는 교회를 담은 1909년 표현주의 작품을 쿠는 각각 20달러와 5달러에 살 수 있었다. 미술관 큐레이터로서 좋은 컬렉터의 작품을 기증받기 위한 노력은 처절했다. 가장 뼈아픈 경험은 아렌스버그의 컬렉션. 아렌스버그는 현대미술가인 마르셀 뒤샹의 조언을 받아 엄청난 현대회화, 조각 컬렉션을 가졌다. 여러 경쟁자를 제치고 쿠는 아렌스버그로부터 시카고 미술관에서의 전시회 허락을 받았다. 쿠는 기증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렌스버그가 전시에 동의한 것은 단 한 푼의 비용도 부담하지 않은 채 전문적으로 펴낸 도록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도록이 기증의 교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도록이 손에 떨어지자 아렌스버그는 더이상 쿠를 만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에 작품을 기증한 체스터 데일의 경우는 시카고 미술관에 10년간 컬렉션을 무상 임대해 줬다. 컬렉션의 가치는 높아졌다. 내셔널갤러리가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꾸자 데일은 시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회수했다. 쿠는 또 헛물을 켠 셈이다. 쿠는 전 세계 순회전시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해외전시도 대단히 싫어했다. 작품에 씻을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가 화랑에서 그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일화, 토마스 만이 현대미술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차던 일화 등도 생생하고 재밌다. 시카고미술관이 소장한 최고의 걸작, 신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표면을 세척한 뒤 오른쪽 위 구석에서 쇠라와 그의 정부로 추정되는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당시 큐레이터였던 쿠로서는 평생 못 잊을 감동과 경이로움이었다고 술회한다. 이 과정에서 쿠는 쇠라가 형식주의적 화가가 아닌 피 끓는 젊은 사내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캐서린 쿠가 사망한 지 10년이 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쿠가 원고를 4분의3 정도 썼을 무렵 사망했기 때문에 쿠가 생전에 뒷일을 부탁한 미술사학자 에이비스 버먼이 쿠의 초고를 바탕으로 사망하기 전인 1982년의 인터뷰와 그녀가 남긴 편지, 메모와 기록들을 뒤져가며 나머지를 채웠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연차 게이트] 千회장 국세청 대상 로비는 ‘실패’ 결론낸 듯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과 ‘의형제’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 무마로비도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여권 인사들에게 펼친 로비처럼 ‘실패한 로비’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해석은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급물살을 타 다음 주 중에 천 회장의 사법처리가 예상되고 있고, 태광실업 세무조사 또한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단독작품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노무현 정권 시절 공직생활의 황금기를 누린 한 전 청장이 정권교체에 따른 위기돌파 차원에서 둔 수로 알려졌다. 살기 위해 시키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전 회장을 친다는 것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잡겠다는 뜻인데, 과연 한 전 청장이 이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자칫 잘못하면 역풍에 휘말려 현 정권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태광실업의 세무조사는 한 전 청장의 기획작품이라기보다는 한 전 청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 전 청장이 조사내용을 청와대 민정수석을 배제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이라든지, 조홍희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 직속상관인 서울청장 등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한 전 청장에게 직보한 점 등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사실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모든 정보를 ‘한-조 라인’이 틀어쥔 만큼 로비도 이 둘에 집중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검찰 조사 결과 천 회장은 친교클럽 성격이 강한 대학원을 같이 다니는 등 교분을 나눴던 한 전 청장에게 박 전 회장 구명로비를 벌였다.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현장을 지휘한 조 국장을 상대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여러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하지만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한 전 청장의 단독플레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전 청장이나 조 국장은 비록 천 회장이 ‘살아 있는 있는 권력’의 한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천 회장의 부탁을 들어줄 상황은 아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조 국장을 “참고인”으로 누누이 말하고 “국세청이 검찰에 넘긴 탈세자료 중 왜곡하거나 누락시킨 것은 없다.”고 강조하는 점도 이런 정황을 대변한다. 천 회장이나 김 전 중부청장한테는 ‘한-조라인’이 로비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로비가 원천적으로 통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의 소환조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전 회장 구명과 관련, 추 전 비서관의 부탁을 받은 한나라당 이상득·정두언 의원도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길섶에서] 어긋남/박재범 논설실장

    온 몸이 뻐근했다. 붓글씨를 대략 한시간여 쓴 뒤였다. 목 뒤며, 어깻죽지가 뻣뻣했다.이렇게 정성껏 뭘 해본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자탄이 절로 나왔다. 지인의 소개로 서너해 전부터 서당에 다녔다. 말이 다닌 것이지, 실제는 한달에 두어차례 논어풀이 등을 귀로 흘려듣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 선생님이 스스로 필사해 봐야 남는 게 있다는 말씀에 붓을 잡았다. 쉽지 않았다. 안평대군이 쓴 글을 교본 삼아 무작정 베꼈다. 베낀 게 아니라 그렸다. 일본산 세필에, 중국산 벼루며, 국산 한지 등 나름대로 문방사우 구색을 갖췄으나 글씨는 온통 삐뚤빼뚤했다. 어느새 붓 잡은 오른쪽 손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러니 허리가 휘고 온 몸이 뻑적지근할 수밖에. 허리를 똑바로 갖는 게 이처럼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붓을 잡은 오른쪽과 빈 왼손의 어긋남. 바로 이게 허리를 지키지 못한 원인이었다. 제 몸통에서 뻗어난 두 갈래이건만 남 탓하듯이 타박하는 이 어리석음을 어찌 해야 할까.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들춰지나

    검찰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조만간 소환할 태세를 갖춤에 따라 3라운드 수사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검찰의 분위기로 볼 때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몸통인 한 전 청장을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실체를 확인해 내는 일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상률, 조홍희 전 단계까지는 다 봤다.”는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의 말에서도 감지된다. “어떤 식으로 연락을 받았는지 한 전 청장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홍 기획관의 말에서 한 전 청장이 박 회장 구명로비의 정점에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검찰은 세무조사 후 로비가 들어와 세무조사 결과에 왜곡이 있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럴 경우 박연차 구명로비에 나섰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3인 대책회의’ 멤버에 대한 줄소환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검찰이 박 전 회장이 천 회장 관련 회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이거나 거래처 관계자 등을 동원해 투자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천 회장에게 도움을 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의 몸집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탈세도 일부 있을 것”이라며 천 회장의 탈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천 회장의 주식거래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또 천 회장의 자금흐름 중 2007년과 2008년에 걸친 모든 부분을 속속들이 보고 있다. 2007년 부분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2007년 천 회장이 3차례에 걸쳐 세중나모여행사 주식을 팔아 만든 307억원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2007년에 한나라당 내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점,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고 있는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특별당비 대납 의혹 등도 수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 속으로 파고들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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