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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통신] 픽업아티스트? ‘연애 전문학교’ 등장

    ‘모태 솔로’ 등 ‘연애’가 고민인 젊은이들을 위한 ‘연애 전문학교’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쓰촨자이셴(四川在線)이 8일 보도했다. 쓰촨 청두(成都) 훙와스(紅瓦寺) IT 건물이 밀집한 곳에 들어선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은 ‘감정 코치(私人情感敎鍊)’. 연애의 달인이 되는 커리큘럼은 2개월 코스로, 주로 1~2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여자 강사 한명과 3명의 남자 강사, 총 4명의 강사는 국가가 인정한 전문 심리 상담사로, 솔로 탈출을 위한 ‘작업의 정석’을 강의한다. 해당 학원의 ‘설립자’인 조니(Joney)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방법을 시작으로 만남이 성사 되었을 대의 대처법, 관계 발전 노하우 등 수강생의 상황과 특징을 고려한 ‘1:1 연애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첫 대시 성공 후 만남이 성사되었을 때는 현장까지 함께 가 이어폰 등을 통해 표정, 몸짓, 반응까지 코치해준다. 철저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니 연애 성공율은 100%. 여기에 한번 가입하면 평생 ‘애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IT 업체에 다니는 젊은이들을 위주로 수강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니는 “지난 2007년 픽업아티스트란 개념을 처음 접했다.”며 “단기 만남, 엔조이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없애고 심리학 지식을 응용해 건강하고 장기적인 연애를 돕기 위해 학원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2개월 코스에 2만 위안(한화 약 360만원)이라는 고가의 학원비를 책정한 것도 장난삼아 수업을 듣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조니는 덧붙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특파원 칼럼] 대선에서 이기는 법/김상연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대선에서 이기는 법/김상연 워싱턴특파원

    “대화 상대방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몇달 전 한 오찬 모임에서 만난 미국 의회 관계자가 이렇게 물었을 때 ‘오랜 세월 찾아 헤맨 천하의 비방을 드디어 얻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자를 바짝 당겨 앉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선후보 TV 토론을 보고 난 직후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잘했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오바마 지지 성향일 가능성이 높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잘했다고 답하는 사람은 공화당 지지 성향일 개연성이 큽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 보이는 법이고, 2000여년 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의회 관계자의 이론을 정설로 치면 딜레마가 생긴다. TV 토론 무용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제 눈에 예쁜 후보가 더 예쁘게 보이고, 미운 후보는 더 밉상으로 보이는 토론이라면 하나마나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실제로 TV 토론이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과장돼 있다며 ‘회의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지난달 3일 미 대선후보 1차 TV 토론은 이런 회의론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말의 달인’인 오바마가 압승을 거두리라는 예상에 이의를 다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양상은 정반대로 진행됐고 결국 롬니가 오바마에 ‘KO승’을 거뒀다. 예상외의 결과에 정치 전문가들과 언론은 경악했다. 심지어 제 눈에 고슴도치가 예뻐 보여야 하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오바마의 졸전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날 오바마는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했다. 롬니와의 눈싸움을 피하며 줄곧 시선을 내리깔아 비굴하게 비쳤고, 롬니의 가열찬 도전에 야멸찬 응전을 하기는커녕 괜히 히죽히죽 웃었다. 오바마가 왜 그랬는가는 며칠 후 “그때는 내가 너무 점잔을 뺐다.”고 토로한 오바마 본인의 고백에 담겨 있다. 1차 토론 전까지 전국 지지율에서 앞서 있던 오바마는 ‘TV 토론 회의론’에 입각해 롬니와의 멱살잡이를 피하고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주는 현상유지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토론 전 미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과거 대선 때 TV 토론 화면을 테크닉 위주로 보여주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고 강조, 오바마의 오판에 일조했다. 반면 롬니는 토론에서 전혀 점잖지 않았다. 말은 속사포처럼 빨랐고 몸짓은 촐싹거린다 싶을 정도로 경박했다. 토론 다음 날 CNN에 출연한 행동전문가는 토론 녹화 화면을 돌려보면서 “오바마의 몸짓은 몸집 큰 동물 같고 롬니는 작은 동물 같다.”면서 “무릇 지도자는 제스처를 크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론의 향배는 ‘품위는 없었지만 콘텐츠로 무장했던’ 롬니의 대약진으로 나타났다. 미 대선 역사상 그렇게 한순간에 지지율이 크게 뒤집어진 전례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롬니 역시 지지율이 앞서자 3차 토론에 가서는 1차 때의 오바마처럼 ‘부자 몸조심’하며 점잔을 빼는 바람에 다시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롬니가 1차 TV 토론에서 보여준 선전(善戰)은 대선 역사에 중요한 기념비로 남을 만하다. 롬니의 선전은 갈수록 테크닉 위주로 흐르던 TV 토론의 본질을 콘텐츠 위주로 바꿔놓는 데 기여했다. 과거 몇 차례 대선에서 TV 토론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토론이 무용(無用)해서가 아니라 후보 간 열정이 엇비슷했기 때문일 뿐이며, 90분짜리 TV 토론 하나가 천문학적인 돈과 막대한 시간,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는 TV 선거광고나 유세보다 더 결정적이라는 ‘진리’를 롬니의 선전은 깨닫게 해줬다. 만약 카이사르가 오늘날 환생한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열심히 자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한다.” carlos@seoul.co.kr
  •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꽃미남 배우 대열의 맨 앞에서 활약하는 배우 송중기가 영화 ‘늑대소년’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글북’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글리’를 연상했다. 뽀얀 피부와 동그랗고 큰 눈이 애니메이션 속 늑대소년과 판박이임을 본인도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중기는 그르렁 거리는 짐승 소리, 칼날보다 날카로운 눈빛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당당하게’ 비웃고 세상에 없었던 진짜 늑대소년이 되어 나타났다. 여기에 누나들의 마음을 녹일 애절함까지 여러 박자를 두루 갖추고 말이다. ‘늑대소년’은 세상과 동떨어져 철저히 홀로 살아온 늑대소년이 역시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순이(박보영 분)와 그녀의 가족과 만나면서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병을 앓는 순이는 세상과 단절한 채 까칠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대하다 거칠고 야생적이면서 한없이 순순한 늑대소년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서히 마음을 연다. 언제나 외로움과 배고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던 늑대소년 역시 입는 법, 기다리는 법, 이 닦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등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소녀 순이를 어떤 대가도 없이 지키고 기다린다. 때로는 엄마와 아들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소녀와 소년처럼,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람처럼 비춰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울림을 전하는 것은 어떠한 관계적 정의 없이도 소통과 교감의 미학을 유쾌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애절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뛰어난 완성도 전면에는 위에서 언급했 듯 송중기라는 배우의 남다른 연기가 있다. 대사가 고작 서너마디와 ‘그르렁’하는 짐승소리 뿐인 이 늑대소년은 오로지 눈빛과 몸짓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교감과 사랑을 표현해냈다. 송중기는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사없이 연기하려니 전쟁터에서 총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고 토로했지만, 이 볼멘소리가 그저 애교로 느껴졌을 만큼 그의 눈빛과 몸짓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여기에 늑대소년을 처음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인 순이 엄마 역의 장영남, 순이 동생 순자 역의 아역 김향기, ‘올드보이’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한 지태 역의 유연석 등은 뛰어난 연기력과 특유의 코믹함으로 영화의 입체적인 전개를 가능케 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피하기 일쑤인 우리에게 진심이 무엇인지, 기다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영화 ‘늑대소년’은 31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민병훈은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한 ‘벌이 날다’로 데뷔했다. 타지키스탄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도덕극을 더 사랑한 건 외국 평단이었다. 이후 우스마노프가 유럽으로 기반을 옮긴 것과 달리, 민병훈은 가시밭길을 걷는 수사처럼 변방을 떠돌았다. 우즈베키스탄의 산골로 들어가 ‘괜찮아, 울지마’를 연출했고, 한국 주변부에서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내놓았다. 그의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은 힘겹게 완성되었다. 초기의 유머가 가신 자리에 무거운 상념이 자리 잡았고, 인물들이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책임은 깊어 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윤리, 철학, 종교적 물음은 너무 심오해서 그가 자칫 대중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행여 그의 이름과 영화가 잊힐까 안타까웠다. 마침내 올해, 민병훈은 ‘터치’로 복귀했다. 그리고 ‘생명에 관한 3부작’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터치’는 남편과 아내가 따로 보낸 며칠을 다룬다. 동식은 중학교 사격팀 코치다. 알코올 중독은 한때 국가대표였던 그의 삶을 나쁜 방향으로 내몰았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아내 수원은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한다. 어느 날, 동식은 술김에 차를 몰다 사격팀 학생을 친 뒤 뺑소니친다. 수원은 딸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아이를 뒤쫓다 생명이 꺼져가는 여인을 발견한다. 부부 사이는 멀어지고, 두 사람은 질문 앞에서 무언가를 택해야 한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임에도, 민병훈이 바라보는 세상은 암울하고, 인물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눈에 띄는 변화가 카메라의 움직임이라면, 영화의 진정한 변화는 대중적인 화법에 있다. 이전까지 그의 영화는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아,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면 예민한 눈과 귀가 필요했다. 대사에 기대지 않는 방식이 여전하면서도, 이번 작품은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 돋보인다. 인물의 섬세한 감성을 뒤따르다 보면 영화가 말하는 바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다.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동식이 학교 이사장과 술을 나누는 장면을 보자. 눈빛 하나로 상대방을 쉬 조종하는 사악한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게 된다. 민병훈은 돈이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에 함께 뛰어들어 저항하고 묻는다. 누군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썼다 한다. 그런 걸 머리로 셀 정도로 한가한 작자는, 흔들릴 틈도 없이 한숨과 눈물과 분노를 쏟아내야 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게다. 구차한 부탁의 자리에 수원이 앉아 있을 동안, 창밖에선 살랑대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나무처럼 무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많다. 민병훈은 먼저 스스로 질문한 다음 관객과 나누는 경우다. 그가 뼈를 깎는 고뇌로 풀어나갔을 과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로 넘어온다. 민병훈은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잃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며 각자 찾을 일이다. ‘터치’의 엔딩은 이안의 ‘아이스 스톰’(1997)에 버금갈 정도로 서늘한 것이며, 나는 ‘터치’가 올해 개봉작 중 최고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덕적 곤경’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민병훈은 한국의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라 하겠다. 11월8일 개봉. 영화평론가
  • 연기 수업~입단… 송파구 남다른 취업 교육

    연기 수업~입단… 송파구 남다른 취업 교육

    “연기를 실제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연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게 가르쳐 줘서 좋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자를 꿈꾸는 이정원(22)씨의 말이다. 26일 저녁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에서 방영되는 ‘TV쏙 서울신문’은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료로 연기를 가르치고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서울 송파구청의 일자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지난 23일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 송파구 잠실3동의 신천 지하보도에 내려가니 사진을 통해 신체의 특징들을 알아보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 20명은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과 몸짓으로 최선을 다했다. 이들은 한달 전 송파구청이 취업 전문교육 강좌를 위해 선발한 연기 수업 수강생들이다. 송파구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주민들을 선발해 전문 교육을 하는 등 그들이 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수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5개월간 공사를 거쳐 실습실도 마련했다. 뜻을 함께하는 연극 관계자와 배우들도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송파구 일자리지원 담당관 천인필 주무관은 “5개월간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에 송파구에서 창립하는 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취업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TV쏙 서울신문’은 서울신문이 주관하는 ‘2012 대한민국 우리 술 대축제’에도 다녀왔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막걸리 제조·유통업체 62개사를 비롯한 118개 업체가 참여해 254개 우리 술 제품을 홍보하고 판촉 활동을 벌인다. 또 고려청자 350여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청자 특별전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6일 막을 올린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에서는 일본으로 반출돼 일본 중요문화재로 선정된 ‘청자 구룡형 정병’과 같이 구경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 국내에 처음 전시됐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기와집 스무 채 값으로 인수했다는 고려청자의 대표작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과 이동용 청자 변기, 여성 화장품 용기 등 일상용품으로 쓰인 희귀한 청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 청원군에 있는 대통령의 옛 별장 청남대. 이곳에 만개한 국화꽃을 스케치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고 말하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을 만나 일자리 사업에 대한 그의 구상을 들어 봤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모범답안 아닌 ‘자신만의 사전조사서’ 준비하라

    모범답안 아닌 ‘자신만의 사전조사서’ 준비하라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치러지는 국가직 7급 공무원 면접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문각 남부행정고시학원 서형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면접 경향을 분석하고 올해 전략을 소개한다. 최근 공무원면접시험은 갈수록 면접관과 응시생 간의 심리게임에 가까워진다는 평가다. 아무리 잘 정리된 내용을 발표하고 답변하더라도 목소리와 표정, 태도와 몸짓, 시선과 자세 등의 음성과 행동언어를 조화롭게 갖춰야 한다. 오랜 수험생활로 면접시험장에서 초긴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실력과 무관하게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 과도한 면접준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답변보다는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견해를 밝히는 것이 최선이다. ●직렬·조직따라 사전조사서 비중 작기도 지난해 치러진 국가직 7급 면접은 2010년 이후 강화되고 있는 공직관 검증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의 봉사·헌신 정신에 대한 검증이 비교적 폭넓게 이뤄지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윤리·준법 의식이 중복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강화된 면접 응시자 사전조사서에서는 3개 정도의 설문 항목에 대한 경험형 기술을 하게 되고 면접관은 사전조사서에 기초해 상세하게 질문을 한다. 면접관의 질문은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것이 80~90%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직렬이나 조에 따라서는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질문 비중이 작고 공직지원 동기 및 문제해결능력과 위기관리능력 등을 묻는 질문이 주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발표내용 작성장에서 조별로 같은 순번의 응시자들이 발표내용을 25분간 작성하게 된다. 신문에서 다뤄졌던 여러 사회적 문제와 현상 등이 문제로 출제되는데, 전형적인 서술형 문제는 아니며 구체적인 상황과 3~4장의 통계와 신문기사 등 첨부자료가 제시된다. 국가직 7급 면접은 면접 응시자의 필기시험 점수, 학력 등을 면접관이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방식과 행동중심의 역량면접을 기본으로 사전조사서 작성, 발표내용 작성, 발표면접 15분, 개별면접 20분으로 이루어진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올해 면접 경향은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2010년 3월 행정안전부가 밝힌 면접의 기본 방침에 따라 공직관 검정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관 검정은 면접 평정요소 가운데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를 집중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공익에 대한 봉사·헌신, 윤리·준법 의식, 역사의식·헌법 정신 등을 검증한다. 특히 봉사·헌신 항목에 대해서는 봉사활동이나 남을 도운 경험의 질을 중요시한다. 즉 진정성과 자발성,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면접에 앞서 수험생이 직접 쓰는 사전조사서는 국가직 면접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의 하나다. 2007년 이후 3개 내외의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경험을 기술하도록 하여 심층질문의 기초자료로 삼기 때문이다. 사전조사서는 최근 수년간 3개의 설문항목에 대하여 상세한 경험을 기술하는 방식이 이어졌으며 올해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사전조사서 설문 항목이 3일간 각각 오전과 오후조가 다르게 제시되었다. 항목으로는 ▲자발적으로 남을 돕거나 사회 또는 집단을 위해 헌신한 경험(봉사·헌신) ▲어려움을 이겨내고 노력해서 성과를 이룬 경험(목표지향, 성취) ▲이해관계가 대립한 경우에 균형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경험(팀워크, 의사조정능력) ▲긍정적인 행동으로 타인의 모범이 된 경험 ▲실패경험을 통해 배운 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경험 등 사전조사서 질문은 주로 개인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묻는 것들이 나왔다. 사전조사서의 질문은 수험생의 과거 경험과 행동을 통해 공무원으로서의 역량을 추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사전조사서는 모범적인 제3자의 경험이 아닌 자신의 솔직담백한 경험을 기술하는 것이 필수다.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질문들이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짓이나 과장보다 담백한 답변이 유리하다. 또 답안지 같은 느낌이 들거나 학원이나 면접교재에서 배운 지나치게 형식적인 답변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작성하는 것이 직렬이나 면접관들의 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사전조사서 질문 가운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경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와 관리 방법’ ‘창의성을 발휘한 경험’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대처’ ‘상사의 불법적 행동을 알게 되었을 때의 처리’ 등은 실제로 공무원이 되었을 때를 가상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므로 특별히 잘 준비해야 한다. ●오전·오후조마다 면접 주제 다르게 출제 발표면접은 지난해 다양한 주제들이 면접날짜, 오전과 오후조마다 다르게 출제되었다. 2011년 발표 주제들로는 ▲지역축제 폐단과 활성화 방안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논란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 ▲공적자금 투입문제 ▲역외 탈세 과세방안 ▲교정시설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 조치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앙아시아 경제교류 확대방안 ▲산업재산권 분쟁제도(기술직) ▲친환경자동차(기술직) 등이었다. 발표주제는 시험문제처럼 논술식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사와 통계자료 등 참고자료를 주고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상황형 작성과제를 준다. 서 강사는 “면접관은 수험생을 떨어뜨리는 지옥의 사자가 아니라 공무원으로 뽑아주는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응시자의 건강한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세습 없는 교회 민주화 되어 하루빨리 간판 내렸으면…”

    “세습 없는 교회 민주화 되어 하루빨리 간판 내렸으면…”

    “빨리 없어져야 할 단체인데 벌써 활동한 지 10년이 됐네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5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공동대표 오세택(57·두레교회 담임) 목사.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부조리에 맞서 일그러진 모습을 바꾸자며 시작한 단체인 만큼 문을 닫는 그때가 교회가 좋아지는 날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초창기부터 줄곧 개혁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온 오 목사는 지금 단체를 이끌고 있는 4명의 공동대표 중 유일한 현역 목회자다. 그래서 목회 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누구보다 더 참담하게 느낀단다. “어찌 보면 제가 가장 득을 많이 본 사람인 것 같아요. 잘못된 목회 현장을 보면서 자기 반성을 거듭해 왔으니까요.” 개혁연대는 지난 10년간 목회 세습 반대, 교회의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 교회 재정 투명화 캠페인, 상담을 통한 교회 분쟁 해결에 앞장서 온 단체다. 교회, 목회자의 일탈에 쓴소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바꿔 보자’는 실천과 개혁의 몸짓으로 일관해 온 덕분(?)에 주류 교회와 목회자들로부터 미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개혁운동의 출발은 ‘목회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권력의 분산과 소통의 민주화다. “지금 회자되는 ‘한국 교회의 위기론’에는 목회자들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목회자가 자기를 비우고 종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회엔 희망이 없습니다.” 그나마 개혁연대가 처음부터 타깃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펼쳐 온 목회 세습 반대 움직임이 교계에 번지고 있는 현상이 고무적이란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어지는 세습 반대 흐름에 대해 “선언에 그치지 않는 뼈저린 반성과 과감한 실천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5일에 있을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는 함께 활동해 온 이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자리다. 개인 회원과 교회, 단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자축의 시간을 갖는다. 참석자들은 축하 행사에 이어 ‘한국 교회의 회개와 갱신을 위한 선언문’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0년간의 활동에 이어 앞으로 주안점을 두고 진행해 나갈 운동을 천명하는 셈이다. 오 목사는 인터뷰에서 바른 신학 세우기를 통한 ‘순수한 복음에의 회귀’를 거듭 입에 올렸다. “이제 번영과 성공의 신화로부터 벗어나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현실로 눈길을 돌려야지요. 교회와 목회자들이 자기를 거듭 부정한 채 높은 꼭대기로 향할 게 아니라 아픔과 고난이 배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 본연의 낮은 신학을 찾자는 것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검열의 보편화를 고발하다

    인류의 삶이 시작된 이래 검열은 항상 있어 온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다. 대부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은 늘 권력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이기에 따라붙기 마련이다. 이 땅에서도 검열의 역사는 휘황찬란하다. 그에 대한 저항과 우회의 반작용 또한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한 검열은 변형의 끝이 어딘지 모를 만큼 복잡하게 진행 중이다.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한만수 지음, 개마고원 펴냄)는 국내에선 공식적인 연구가 드문 검열의 영역을 건드린 흔치 않은 책이다. ‘먹칠과 가위질 100년의 사회사’란 부제를 붙여 이 땅에서 저질러지고 진행 중인 검열의 모습들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국문학자의 ‘고심 어린 까발림’이 오싹하게, 때로는 슬프게 다가온다. 일제시대 신문과 문학작품을 비롯한 출판물에 대한 검열은 불행하게도 군사 독재 정권하에서 더욱 교묘하고 집요하게 진화(?)한 역사를 갖는다. 일제시대 일부 신문이 보여 준 저항의 몸짓, 그리고 일제의 감시와 통제를 피해 만주로 숨어들거나 우회적 표현으로 맞섰던 우국지사며 문인들의 고난은 군사통치하 대학생과 민주화 인사들의 수난에 고스란히 겹쳐진다. 검열이란 행위 자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숨어서 하는 은밀한 속성을 갖는 탓에 실증적인 자료 접근이 쉽지 않은 한계가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책은 다양한 자료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검열’이란 이름의 감시와 통제를 입체적으로 실감나게 고발한다. 저자의 주장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검열의 주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권력과 지배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사전 혹은 사후의 감시 차원에 비해 이윤 극대화를 노린 자본의 영향력과 정보 오남용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그런가 하면 영화, TV 드라마, 문학작품의 수용자들이 작품 내용과 결말까지 바꿔 버리는 또 다른 형태의 검열 주체로 등장했다. 이것 말고도 인터넷 사이버공간이나 다양한 조직과 집단을 매개로 한 검열의 패턴은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저자는 검열을 책 제목대로 ‘잠시’의 영역이 아닌 ‘쭈욱 계속되는’ 불편한 진실로 본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항과 우회의 경험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중국 당국의 검열 공세에 200개의 1회용 인스턴트 필명을 썼던 루쉰, 정보 공개를 통해 정보 독점을 공격하는 위키리크스와 ‘화이트 해커’ 어노니머스 등이 검열에 저항한 대표적 ‘전사들’로 소개된다. 저자는 결국 철학자 니체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와 언론인이 저절로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의 믿음에 충실하지 않을 때, 검열에 저항하지 않을 때, 검열을 우회하기 위한 노력조차 포기할 때,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포기할 때 그때서야 그들은 노예가 된다.” 1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공연프리뷰] 카르멘

    [공연프리뷰] 카르멘

    이탈리아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대개 청순가련형 소프라노였다. 1875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초연된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이 뒤집힌 건 그런 전통적인 여성상과 도덕관념을 무력화한 메조 소프라노 여주인공 카르멘의 모습이 당혹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군인 돈 호세가 카르멘의 꽃을 받아든 순간 파멸은 시작된다. 여자 때문에 탈영하고, 쫓기던 그는 결국 다른 남자 품 안에 안긴 카르멘을 죽이고 만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팜파탈(나쁜 여자) ‘카르멘’은 창단 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오페라 1위로 뽑혔다. 응답자 1282명 중 697명(54%)이 선택했다. 덕분에 2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역대 최고의 캐스팅과 스태프들이 꾸민 ‘카르멘’을 보게 됐다. 현존하는 가장 매혹적인 카르멘으로 꼽히는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39)가 주인공을 맡았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카르멘’으로 데뷔한 뒤 메트로폴리탄, 도이체오퍼, 베로나, 몽펠리에,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등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페스티벌에서 이 역을 독식했다. 지난 16일 프레스 전막 리허설에서 올드리치는 왜 “이 시대의 카르멘”이란 찬사를 받는지를 입증했다. 1막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사내를 외면하고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카르멘이 부르는 ‘하바네라’는 물론 아슬아슬한 눈빛과 은근한 몸짓까지 카르멘 그 자체의 모습을 뽐냈다. 호흡을 맞출 돈 호세 역의 테너 장 피에르 퓌흐랑(51)도 만만치 않았다. 프레스 리허설에서 퓌흐랑의 연기와 노래는 사랑에 미쳐 파멸하는 남자의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객석 맨 뒤쪽까지 전달될 만큼 성량도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올드리치와 퓌흐랑, 강형규(에스카미요)가 출연하는 공연은 20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다. 19일과 20일 오후 7시 30분, 21일 오후 3시에는 김선정과 정호윤, 정일헌이 각각 카르멘과 돈 호세, 에스카미요 역을 맡는다. 테너 정호윤은 2006년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극장의 솔리스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차세대 간판이다. 2008년에는 소프라노 신영옥과 함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번 무대의 연출은 2007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관록의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가 맡았다.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 슬로베니아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벤자망 피오니에가 지휘한다. 1만~15만원. (02)586-536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깊어 가는 가을날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에 빠지다

    깊어 가는 가을날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에 빠지다

    종이 박스가 어지럽게 흩어진 공간. 여인이 비닐로 물건을 싸며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깜빡 잠이 든 여인에게 벽들이 다가온다. 건물로 들어간 여인은 2층 창문으로 벽을 타고 벽과 벽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창조물들을 맞닥뜨린다. 괴상한 마스크를 쓴 사람들, 거대한 비닐 괴물이나 바다 생물 등과 유기적으로 얽혀 흘러가는 것이 마치 다른 이의 꿈속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2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마임극 ‘속삭이는 벽’은 빅토리아 채플린이 연출하고, 그의 딸 오렐리아 티에리가 주연한 작품이다. 연출가의 이름을 접하는 순간 ‘혹시?’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대답은 ‘역시’이다. 연출가는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과 ‘밤으로의 긴 여로’를 쓴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 사이에 태어난, 말 그대로 ‘문화 유전자 집합체’다. 빅토리아는 프랑스 배우이자 연출가인 남편 장 밥티스트와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만들어 낸 아티스트로서 태양의 서커스 ‘퀴담’, ‘알레그리아’ 등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인 ‘속삭이는 벽’은 2003년 ‘오라토리오’ 이후 모녀가 합심한 두 번째 작품이다. 끊임없이 들어서고 사라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쫓기고 먹히고, 또 사랑에 빠지는 등 마치 꿈꾸는 듯한 기발한 내용을 서커스, 마임, 마술, 춤으로 정교하게 풀어냈다. 오렐리아는 곡예, 탱고, 왈츠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공연은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와 같다. 또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하다.”(브리티시 시어터 가이드), “코믹하면서도 슬프다, 마치 찰리 채플린처럼….” 등의 호평을 받으며 이탈리아, 브라질, 영국 런던 등지로 투어를 이어 갔다. 연출가의 이름 때문인지 처음엔 채플린의 흔적이 느껴진다. 공연은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도 24~25일 열린다. 3만~7만원. (02)2005-0114.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을 다양하게 감상할 다른 기회도 있다. 23~28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마임예술가들의 축제 ‘2012 한국마임’에서다. 한국마임협의회와 좋은공연제작소가 주최하는 이 마임축제는 올해로 24번째를 맞았다. ‘마임의 가능성-몸담다’를 주제로 한 마임축제에는 마임예술가 23명이 참여해 28개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 마임의 오늘을 선사한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한국마임 포커스’가 장식한다. 23일 첫날에는 한국마임의 1세대 유진규의 ‘몸’을 비롯해 현대철의 ‘우리는 이렇게’와 김성연의 ‘넘버 91’(no.91)을 공연한다. 28일 ‘한국마임 포커스’ 두 번째 시간에는 마임공작소 판의 ‘왜’와 ‘2012 꿈에’, 김종학의 ‘끝없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김성연의 ‘넘버 91’을 다시 만날 수 있다. 24일에는 한국의 몸짓과 정서를 담은 ‘가장 한국적인 마임’, 25일에는 가족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가족 마임의 날’, 26일에는 현대 마임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와 에티엔 드크루의 ‘스타일 마임의 날’을 공연한다. 27일에는 유쾌한 ‘피에로 마임의 날’ 공연에 이어 마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트워크 파티를 준비했다. 축제 기간에 대학로 카페와 식당, 혜화역 등에서 마임예술가 강정균·현대철·이경렬·이정훈이 공연하는 ‘일상마임-느닷없이 나타나는 마이미스트들과의 만남’이 펼쳐진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blog.naver.com/thekomi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743-9226~7.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신라 선덕여왕이 즉위하자 당(唐) 태종이 모란 그림을 보내왔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이는 당제(唐帝)가 과인이 짝이 없음을 놀리는 것이다.’라 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이는 당과 신라의 정상외교를 묘사한 것으로, 여기에서 모란 그림을 오늘날 넓은 의미의 외교언어(diplomatic parlance)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교언어란 말과 글(문서)뿐만 아니라 그림과 같은 상징물, 독특한 몸짓이나 태도, 스타일과 같은 비언어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외교 의사소통 방식이다. 미국 첫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가 외국방문 시에 색깔이 다른 브로치를 사용해 의사표시를 한 것도 외교언어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시에는 중국이 판다 곰을 선물해 ‘판다 외교’도 그 이름을 남겼다. 때로는 침묵도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은둔으로 일관하다가 필요할 때 잠시 등장해 세상의 주목을 유도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행태를 ‘침묵 외교’라고도 한다. 2008년 2월 뉴욕 필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미국의 ‘콘서트 외교’는 1956년 미·소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이래 1973년에는 미·중관계의 해빙을 조성해서 공산권과의 외교에 단골메뉴가 되었다. 1946년 3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야당 당수일 때 미국을 방문해 미주리 주의 웨스트민스터 대학 연설에서 언급한 ‘철의 장막’은 냉전 반세기 동안 외교언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1992년 5월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바로 이 대학을 찾아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외교언어는 국가관계와 국제정치에 영향을 주고받는 외교의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그래서 국가정상의 외교언어는 언제나 주목을 받지만, 외교언어에 힘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진실성이 결여된 ‘구두선’(lip service)으로 또는 ‘그저 한번 해본 소리’(rhetoric)로 평가 절하되어 정상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신뢰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큰 대포는 잘 쏘지 않는다.’고 한다. 세치 혀는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천 냥의 빚을 질 수도 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실패한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일본 버르장머리 고치기’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핵 개발 일리 있다’는 발언이다. 정제되지 않은 외교언어였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도 방한하고 싶으면 먼저 사과하라.’는 발언도 신중하게, 의도된 외교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독도문제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약화되고 대일외교에 혼란을 초래했다. 학생과의 대화 중에 우연히 나온 실수라는 해명은 또 하나의 실패한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옛말에도 ‘왕의 말씀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로서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52년 1월 국제사회에서는 ‘리-라인’으로 회자된 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이다. 6·25전쟁 중이었고 미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화선을 통해 우리의 영해를 넓히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외교언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도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결과를 잘 생각하라.’는 로마 속담도 있다.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그리고 행동할 때는 힘이 수반되어야 효과가 있다. ‘큰 몽둥이를 갖고 다니되 말은 부드럽게 하라.’ 외교의 정곡을 간파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말이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곧 외교력이다. 세 후보의 외교언어 능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직 후보들은 인기가 없는 외교, 안보 이슈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영토분쟁, 민족주의, 정치 우경화, 군비경쟁 등 한국에 주어진 외교적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엄하다. 한국의 미래는 외교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는 교체되었고, 중국과 미국·일본의 정상은 곧 선출된다. 이들과 상대하게 될 새로운 한국 대통령의 외교력을 기대해 본다.
  • 방향없는 몸짓 어정쩡한 시선 그게 우리더라

    방향없는 몸짓 어정쩡한 시선 그게 우리더라

    “맞아요. 저 표정,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저 표정, 그게 어떤 연기나 쇼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이라고 봤습니다. 양가성을 가진 표정이지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오원배(59) 작가를 서울 필동 동국대 작업실에서 만났다. 학교 내 작업실인데 복층 공간이라 높이가 상당했다. 원래 보일러실 옆에 붙은 창고 같은 공간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차지하게 됐고, 학교에서 이리저리 손봐준 데다 사비까지 얹어서 작업실로 고쳐 쓰고 있다.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도 “작업실을 오가려면 시간이 낭비되니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 안에 큰 작업실이 있는 게 꿈이에요. 저야 복받은 거죠.”라고 받아넘긴다. 이번 전시 제목은 ‘회화적 몸의 언어’. 몸의 언어를 내건 전시답게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동작은 아주 크고 다이내믹하다. 다만 뭔가 방향성은 없어 뵌다. 초점 없이 흐릿한 눈처럼, 어두운 굴 속을 더듬더듬 짚어 나가는 모습들이다. 무얼 찾아 나가나 싶어 표정을 살펴볼라치면, 그냥 중립적이다. 당황하거나 겁먹었다든지, 저기 멀리 어디선가 출구에서 나오는 빛을 발견했다든지 하는 표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온몸의 신경세포를 곤두세워 주변 상황을 더듬어 나가는 데만 몰두하는 표정들이다. 작가가 자살이냐, 반항이냐, 희망이냐를 두고 고민했던 알베르 카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또 작가의 작품을 두고 ‘실존’, ‘소외’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는 이유다. ●700~1000호짜리 20점… 미술관 전관 채워 그림은 또 압도적으로 크다. 사실 금호미술관 전관을 다 쓰는 전시라는 말, 그리고 전시하는 작품 수가 20여점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대작을 많이 선보여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 넓은 공간을 다 채우나 싶었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림 하나가 700~1000호다. 캔버스 두 개를 덧대어 만든 작품도 여럿이다. 젊었을 때야 신났더라도 나이 들면서는 은근 후회하지 않았냐 했더니 “이상하게도 대형 작업을 해야 속이 시원하다.”고 웃더니 “1980년대 프랑스 유학 때 아주 강렬한 대작들을 많이 봐서 그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 대학에 자리잡은 작가다 보니 팔리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 작품성 있는 그림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앞으로 몇년간은 열심히 사다리를 오르내리겠는데, 더 나이가 들면 전동리프트를 사서 그걸로 오르내려야 할 것 같다.”며 웃는다. 그렇게 큰 캔버스 위에 그려놓다 보니 인물들은 “실제 인체의 3배 크기”라고 한다. ●“닳고 닳은 몽당 붓 거친 느낌 그림 맛 살지…” 또 작가는 몽당 붓을 선호한다. 아니 공사장에서 쓰는 붓도 제법 쓴다고 했다. 부드러운 붓으로는 뭔가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다 직접 물감을 만들어 쓴다. “남들은 천연안료 쓰냐고 부러워하는데 내가 쓰는 건 다 화학약품”이라며 웃었다. 몸에 해로울 법도 한데 아직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더 작업해도 될 것 같단다. 이번에는 독특한 공간도 선보인다. 그간 작업에서 배경이 주로 추상적인 공간이었다면, 이번엔 정밀한 기계식 공장의 풍경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빽빽하게 기계설비가 들어찬 공간이다. 인천 지역 공장 풍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우연한 기회에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 분위기와 공간 분할 같은 것들이 시선을 붙잡아 끌었다.”고 했다. 기기묘묘한 철골구조와 요즘은 웬만한 공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벨트 구동 기계들이 쭉 깔려 있다. 특유의 검은색 배경에 비하자면 밝아졌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류들이라서 그런지 쇳가루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대작 외에도 틈틈이 그려온 드로잉 200여점도 한데 모아 전시한다. 대작을 보다, 이러다가 회고전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농담 삼아 물어봤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제자들이 많은데, 작품을 위해 이들을 찍어둔 사진을 함께 공개해 버리겠단다. 그림에서 보듯 당연히 인물들은 헐벗고 있다. 긴장하는 게 좋겠다. (02)720-5114.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발레음악’을 독자적인 지위에 올려놓은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과 다양한 버전의 뛰어난 발레 기술이 만나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는 작품, 바로 ‘백조의 호수’다. 올가을에는 특히 ‘백조의 호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원조와 재해석 버전을 비교하거나, 한국무용으로 태어날 가능성을 발견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백조의 호수’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877년이다. 1875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의 블라디미르 베기체프가 차이콥스키에게 신작 발레 작곡을 의뢰했다. 이미 4년 전부터 차이콥스키에게는 구상이 있었다. ‘백조성’이라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 살다가 호수에 투신한 독일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2세의 비극과 독일의 동화다. 두 이야기를 접목해 전곡을 만들고, 줄리우스 라이징어가 안무를 더해 발레 ‘백조의 호수’가 탄생했다. 공연은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왕립발레단이 선보였다. 음악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안무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수정을 거듭해도 관객 반응이 여전하자 작품은 극장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원조의 위용…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프티파 버전 생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마리우스 프티파 예술감독이 작품을 부활시켰다. 프티파는 볼쇼이극장에서 총 악보를 발견한 뒤 조감독 레프 이바노프와 안무해 1895년 마린스키극장에서 차이콥스키 추도공연 프로그램으로 올렸다.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추는 백조들의 처연한 군무, 백조와 흑조로 분한 여성 무용수의 1인 2역, 흑조의 32회전 푸에테 등 많은 면에서 관객을 홀렸다. 이로써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 ‘호두까기인형’(1892)과 함께 고전발레의 3대 걸작이 완성됐다. ‘백조의 호수’의 초연과 부활의 중심에 있던 그 발레단이 내한해 원조의 위용을 자랑한다. 러시아 왕립발레단의 후신인 마린스키발레단이 11월 12~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감독 유리 파테예프 아래 무용수가 무려 200여 명에 이르는 ‘발레 명가’가 프티파 버전 그대로 선보인다. 여기에 마린스키극장 소속 오케스트라가 협연해 몸짓과 선율이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공연에는 지난해 11월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과 다닐 코르순체프와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지그프리트를 연기하고, ‘백조의 대명사’ 울라아나 로파트키나와 올레샤 노비코바, 옥사나 시코릭이 백조를 열연한다. 5만~27만원. 1577-5266. 철학적 해석… 국립발레단의 그리가로비치 버전 앞서 19~20일 국립발레단이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85)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올린다.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그리가로비치는 1963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차이콥스키 발레를 다듬었다. 프티파의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궁정 축배의 춤(1막)이나 각국 민속무용(2막)에서 군무의 짜임새와 기교에 변화를 주며 안무력을 과시한다. 도드라지는 차이는 악마 로트발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 속의 악(惡)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1막에서 지그프리트가 로트발트의 꼭두각시인 양 움직이다가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장면은 그래서 독특하다. 왕자와 백조로 드러나는 선(善)과 악마·흑조의 악은 결국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있는 양면성이라고 봤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철학을 곁들인 것이다. 그리가로비치의 독창성, 기술과 감정을 조화한 무용수들의 연기와 기량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김지영-이동훈, 이은원-김기완이 백조·흑조와 지그프리트로 무대에 선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2월에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 공연을 올린다. 3만~10만원. 1544-8117. 한국식 창작… 서울시무용단의 한국무용 접목 버전 창작무용극도 눈에 띈다. 서울시무용단은 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임이조 전 단장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발레로 잘 알려진 작품을 한국무용으로 과감히 도전한 2010년 초연에는 호불호가 엇갈렸다. 새로운 창작 모티브를 발견하고 영역 확장이라는 가능성을 보인 반면, 강력한 발레 이미지에 한국무용을 접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기술적으로 다듬어 한국무용과 발레의 접점을 찾았다. 이야기의 한국식 해석이 재미있다. 배경은 고대 한반도 북부 만주지역, 지그프리트는 강대국 부연국의 지규 왕자, 백조는 비륭국 공주 설고니로 만들었다. 공주를 백조로 만든 로트발트는 만강족 족장 노두발수라고 지었다.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에서는 백조와 흑조가 1인 2역이 아니라 여성 무용수 두 명으로 분리했다. 새로 태어난 흑조 거문조가 특히 매력적이다. 부연국의 친위대가 충성을 맹세하는 검무에서는 남성 군무의 강렬한 힘이 충만하고, 꽃을 들고 추는 꽃춤을 비롯해 한삼무, 부채춤, 향발무 등 여성 군무는 선이 곱고 아름답다. 무용수들의 손짓과 발디딤 하나하나가 차이콥스키 음악과 절묘하게 조화돼 있다. 2만~7만원. (02)399-1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우각로 문화예술의 거리

    배다리 지역의 헌책방 거리는 쇠뿔고개길, 우각로로 접어들면서 움트고 있는 예술·문화 거리와 만난다. 그 초입에 대안미술공간 ‘스페이스 빔’이 자리 잡고 있다. 인천 중심가 구월동에서 잘나가던 화랑이던 스페이스 빔은 2009년 이곳에 왔다. 버려진 유서깊은 양조장은 작업장이자 갤러리로, 문화 카페이자, 동네 조무라기들과 주민들의 쉼터이자 화방으로 탈바꿈했다. 지역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아낀 화가, 사진작가, 시인, 건축가들이 모여들면서 역사·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키려는 몸짓이 뜨겁다. 포토 갤러리, 미술 작업소…. 이들은 마을 축제와 강연회를 열고, 주민과 함께 인천 곳곳을 다니며 문화탐사와 놀이를 벌인다. 매월 마을 신문도 내고, 해외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며칠씩 함께 자고 먹으면서 새로운 미술 실험과 공동체의 진화를 토론하고 모색하는 페스티벌도 해마다 갖는다. 우각로 주변 학교와 건물 벽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벽화와 만화들이 가득하다. 2007년 우각로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배다리 헌책방들도 책만 파는 곳은 아니다. 아벨 서점 2층 시 낭송회는 빼놓을 수 없는 연륜 깊은 지역 문화 행사고, ‘나비 날다’ 책방과 달이네에서는 마을 쉼터이자 유기농과 재활용을 실천하고 의논하는 곳이다. 작가 박경리도 1948~49년 배다리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글을 썼다. 송도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 산업도로가 당초 쇠뿔고개길 허리를 자르고 놓이려다가 중단됐다. 철거된 터는 주민들의 텃밭이 됐고, 도로를 내기 위해 미리 놓은 육교와 산업 도로와 이어지는 철문은 지난 산업시대의 상징처럼 뻘줌하게 한편에 서 있다.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지역 역사와 특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발전을 꿈꾸고 있다. 주택재개발 계획도 인천세무서를 지나 금송구역 등에서 추진 중이지만, 조선 기와 집의 보전과 막히지 않는 스카이라인을 지니고 있는 쇠뿔고개길을 더 소중히 여기는 주민들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의 교류가 차단되지 않고 흐를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삶의 진화를 바라고 있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생명의 窓] 작지만 반짝이는 가치/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작지만 반짝이는 가치/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이제 곧 추석이다. 추석이면 어머니와 보름달이 떠오른다. 추석과 어머니와 보름달은 내게는 다 동의어다. 추석이 되면 어머니가 떠오르고 어머니가 그리울 때면 한가위 보름달을 그린다. 이 그리움의 연관은 아마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살아 그리움 하나 없다면 그것을 어찌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를 눈물짓게 하는 그리움. 나를 자꾸만 과거에 머물게 하는 그리움. 그리움은 나를 과거로 성장하게 만들지만 나는 이 가슴 따뜻한 성장을 기꺼이 사랑한다. 이 그리움은 작지만 반짝이는 가치의 연관이다. 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한 생을 살다가 가고 싶다.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은 추억을 사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달빛과도 같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다. 그 추억 속에는 작고 반짝이는 가치들이 모두 들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날의 친구들. 고향의 뒷골목과 개구쟁이들의 함성소리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나는 추억으로 가득한 나의 유년의 시간을 사랑한다. 나에게는 아직 유년의 시간의 자리만큼 유년의 맑은 마음이 남아있다고 믿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과 연민과 인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가치는 없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처음 마주한 사람과도 마치 형제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셨다. 마치 달빛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비추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마음의 자애로움으로 통칭되는 사랑과 연민과 인내를 가진 사람들은 마치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달빛과도 같은 자유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다. 마음의 자애로움은 모든 장애를 다 지우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애는 마음의 자애로움을 잃었을 때 나타난다. 마음의 자애로움을 잃는다는 것은 곧 장애에 구속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고통이 아닌가.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고통을 지어 가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나의 모습을 본다. 어쩌다 아주 사나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스스로 실망한다.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너무 추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모습이 본인이 보아도 썩 괜찮은 모습이기를 꿈꾼다. 욕심 부리고 분노하고 어리석은 모습이 아니라 가끔은 수줍고 손해를 보아도 씨익 미소 한 번 짓고 마는 그런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마음의 자애로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인 메리 하트먼은 삶을 이렇게 노래한다.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있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의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삶은 얼마나 작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가. 이 작은 것들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은 모두 마음의 자애로움에서 나온다. 우리는 연민의 마음으로 미소를 건넬 수 있고, 인내의 몸짓으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가 있고 사랑의 눈빛으로 작고 작은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들 마음에 자애로움이 없다면 우리는 이 작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추석과 어머니와 보름달. 이것은 작지만 반짝이는 가치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세상엔 작고 작은 것들뿐이지만 나는 이 작고 작은 것들로 내 삶을 채우고 있다. 삶이 어디 위대해야만 삶이겠는가. 위대하지 않아도 작고 반짝이는 가치들로 채워진 삶이라면 아름답지 않겠는가. 달빛을 사랑하고 추억을 서성이며 미소 짓는 사람들. 나는 진정 그런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아닌가. 이번 추석에도 나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달빛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움과 추억 속에 머물며 아련한 사랑의 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순간의 마음은 달빛보다도 빛난다. 작고 반짝이는 가치를 찾아 왠지 귀성열차에 몸을 실어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 예술·과학의 조화… 공룡 복원 프로젝트

    예술·과학의 조화… 공룡 복원 프로젝트

    25일 밤 11시 30분에 방송되는 EBS ‘다큐10+’에서는 흥미로운 공룡 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발굴한 공룡 뼈가 박물관의 멋진 전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전 과정을 살피면서 그 안에 녹아든 예술과 과학의 역할을 알아본다. 해부학자 알리스 로버츠가 진행을 맡아 2011년 미국 LA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대규모 공룡 전시회의 전 과정을 자세히 안내한다. 전시를 위해 공룡 뼈대를 복원하는 일은 예술과 과학의 힘이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공룡의 몸짓이나 피부 등을 표현하는 일은 관람객에게 흥미를 안겨 주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예술적인 감각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각각의 공룡 뼈를 하나로 합치는 일은 공룡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안목 사이에서 올바로 균형을 잡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LA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공룡 전시회의 중요 전시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각기 다른 시대에 살았던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이고, 두 번째는 다섯 개의 다른 뼈대를 가지고 복원한 트리케라톱스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한 개의 단에 같이 모아서 전시됐는데, 당시 공룡들의 상호관계까지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알리스는 공룡 복원 작업에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는 열정적인 과학자들을 만나 본다. 전시 책임자인 루이스 치아페를 비롯해 발굴한 뼈대에서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는 대런 네이시 박사, 전시품의 설치를 담당하는 폴 자비샤, 과학적 상상을 통해 공룡을 탄생시키는 도일 트랜키나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공룡 복원에 힘쓰는 많은 사람의 노력을 되짚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리뷰]매력적인 승려 원효와 의상 ‘쌍화별곡’으로 재탄생

    [리뷰]매력적인 승려 원효와 의상 ‘쌍화별곡’으로 재탄생

    “태어난 자는 필멸하니,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 보면 처참하고 잊으려 하면 생생하고 지나고 보면 허망하네. 죽음이란 무엇인가.” 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탄생과 죽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했던 화랑 ‘원효’. 그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신라의 대표 승려 ‘의상’. 뮤지컬 ‘쌍화별곡’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현재까지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 두 인물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해골물 일화로도 유명한 원효와 의상의 ‘쌍화별곡’은 원효가 낭도 시절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탄생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다 불교에 귀의하면서 시작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지만 인간의 고뇌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인들은 여전히 생사(生死)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사랑과 이별의 이중성에 고민하며, 숱한 유혹과 질투와 미움에 사로잡혀 산다. 역시 이에 번뇌한 원효와 의상은 과거를 대표하는 고승이자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번뇌는 마음에 있으며 번뇌를 버리는 것 역시 마음에 달려 있다는 불교적 철학이 원효와 의상의 노래 가락과 몸짓으로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심오한 사상을 다룬 탓에 자칫 극 전체가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지만, ‘쌍화별곡’은 이를 소박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관객의 종교와 나이의 제한을 타파한다. 원효와 요석공주(김춘추의 딸), 의상과 당나라유학 중 만난 여인인 선묘낭자의 사랑이야기 역시 그들이 천년 역사의 신라를 대표하는 촉망받는 고승이기 이전에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다르지 않은 중생임을 일깨워주면서 친근함을 전달한다.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뮤직넘버로 관객을 사로잡은 ‘쌍화별곡’은 무용가, 안무가, 배우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해 온 이란영의 첫 연출작이다. 여기에 국악 타악기와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으로 극에 꼭 맞는 음악적 옷을 입힌 작곡가 장소영과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등 주옥같은 가사로 원효와 의상을 표현해 낸 작사가 이희준 등 ‘쌍화별곡은’ 한마디로 실력파 여성 3인방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웅장한 서사시다. 무대를 가득 메운 두 개의 회전무대는 관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김다현, 박완, 김호영, 정선아 등 뮤지컬계 톱스타들의 열연은 단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극 몰입도를 가져다준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층 높여준 ‘쌍화별곡’은 9월 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오는 11월까지 부산과 대구, 중국 등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 도심서 서커스 구경하세요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하이서울페스티벌 2012’가 펼쳐진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등 3개 광장과 총 18개 공간에서 펼쳐질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19일 공개했다. 10주년을 맞은 축제엔 ‘도시를 움직이는 몸짓’이라는 슬로건을 달았다. 서커스, 공중곡예,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100% 야외공연으로 펼쳐진다. 국내를 대표하는 41개 단체의 작품 41편과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호주를 비롯한 세계 8개국 21개 유명 단체의 24개 거리 공연도 무대를 빛낸다. 지난해 개막작으로 ‘레인보 드롭스’를 선보였던 스페인의 대형 거리공연 전문단체 ‘라푸라 델 바우스’는 특별히 준비한 신작 ‘아프로디테’로 서울을 찾는다. 개·폐막일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1일 오후 6~9시, 7일 오후 5~9시 덕수궁 대한문 앞 태평로 435m를 통제한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추석과 개천절 등 샌드위치 데이를 포함해 휴일 5일이 예정된 만큼 시민들에게 더없는 문화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인도-마지막 샹그릴라 라다크(Ladakh)

    인도-마지막 샹그릴라 라다크(Ladakh)

    마지막 샹그릴라 라다크 Ladakh 신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절경을 한곳에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정원으로 삼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추위와 폭설, 분쟁 등의 이유로 긴 세월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고 지금도 일 년에 고작 3개월 정도만 여행자들의 자유로운 방황이 허락되는 곳.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라는 수식어를 겸허히 인정하게 되는 그곳,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김수진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 www.incredibleindia.co.kr 1 카르길-스리나가르 이동 구간에는 유목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드넓은 자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그들은 소박하지만 실로 위대하다 2 레-카르길 이동 구간에는 웅장한 사막, 협곡, 바위산의 절경이 이어진다 3 꼬마아이부터 10대, 80대까지, 라다크 여행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승려들을 만나게 된다 4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촉’이 무미건조한 라다크 지역에 화려한 색감을 더해 준다 5 라마유르 곰파 축제를 찾은 라다키 할머니들. 잠시 졸기도 하지만 정성을 다해 불교 의식을 참관하고 있다 인도지만 인도가 아닌, 라다크 뉴델리공항에 도착해 새벽녘 몇 시간을 뜬 눈으로 보낸 후, 인도 국내선을 타고 라다크로 향하는 길. 비행기 안에서 눈을 붙이고 피곤함을 달랠 계획이었다. 하지만 라다크의 레Leh 공항까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풍경에 잠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 만년설로 뒤덮인 황홀한 산맥들이 손에 닿을 듯 발바닥을 간질이는가 하면, 벌거벗은 모래산, 바위산이 자신만만하게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다. 게다가 도무지 생명체라고는 존재할 수 없을 듯한 메마른 땅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미지의 초록세상. 이제껏 그 어느 비행기 안에서 봤던 영화보다 한층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거짓말 같은 풍광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즈음, 산 위를 배회하던 비행기는 3,500m 높이의 공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진부하지만 가장 적합한 표현인 듯하다)과 코를 감치고 드는 알싸한 바람이 반갑게 맞이한다. 인도어를 모르는 가이드 라다크가 속해 있는 잠무카슈미르 주는 중국, 티베트,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전략적인 요충지라는 이유로 오랜 세월 여행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74년경에야 외부에 개방됐다. 그나마도 1년 중 라다크 여행이 가능한 시기는 6월부터 9월까지 정도. 혹독한 추위와 폭설로 인한 도로 통제 때문에 일반인들이 라다크를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길어야 고작 3~4달 정도가 전부다. 라다크는 인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잠무카슈미르 주에 속하나, 단지 행정구역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라다크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인도와는 내적, 외적으로 참 다른 모습을 품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라다크는 아주 오래 전에는 티베트의 일부였으며 10세기경에는 9백년 정도 독립된 왕국을 유지했다. 그러다 19세기 무렵 힌두 도그라스의 침입을 받으면서 인도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라다크는 인도 라다크라기보다 그냥 라다크다. 역사적이니 행정적이니 하는 복잡한 내용보다는 직접적으로 라다크의 상황을 깨닫게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게 낫겠다. 우리 팀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라다키(라다크 사람)였다.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신나는 인도 노래가 나온다. 노래가 하도 흥겨워서 “이거 무슨 내용이에요” 하고 물으니 “인도 가수가 인도어로 노래하는 거라 저도 모르겠어요” 한다. 공식적으로 인도에는 14개의 공용어가 있고 영어가 상용어이며 수백 개에 달하는 지역 언어가 있다. 인도어는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주에 속해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 갔을 때도 라다크 사람인 가이드가 그들과 언어가 전혀 달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가이드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이방인인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 사람들끼리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한국인이 그들의 소통을 도와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언어뿐이 아니다. 종교적으로 보더라도 인도는 힌두교도가 80%가 넘고 이슬람교도가 13% 정도에 달하며 불교도는 1% 정도다. 최근에는 불교도가 기독교도보다도 숫자가 적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라다크에서는 다르다. 카르길Kargil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의 라다키들이 티베트 불교도이며, 곳곳에 ‘곰파’라고 불리는 불교사원이 가득하다. 1 연륜이 느껴지는 노승의 손.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라다키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2 고지대에 위치한 곰파들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신성하게 느껴진다 3 곰파를 방문하면 마니차(겉에는 만트라가, 안에는 경문이 들어 있는 통으로,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를 돌리는 경험은 필수. 꼭 곰파만이 아니라 라다크 곳곳에서 마니차를 만나게 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라다크의 ‘조용한 곳’ 곰파에 가다 라다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곰파를 둘러보는 것. 해발 약 3,500m 높이에 위치한 레는 라다크의 수도로 예전에는 히말라야 설산을 지나는 대상들이 머물렀던 실크로드 요충지이자 인도에서 불교가 전파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신라시대 혜초 스님과 <대당서역기>를 남긴 중국 당나라 현장 스님 역시 인도로 가던 길에 이 지역에 들렀다고 한다. 그런 역사를 반증하듯 라다크에는 오래되고 유명한 곰파가 많다. 그래서 라다크에서 곰파 탐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여행 코스.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이 지역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스폿들이기 때문이다. 곰파는 티베트어로 ‘조용한 곳’을 뜻하는데, 그에 걸맞게 다소 외떨어진 산 위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라다크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헤미스 곰파Hemis Gompa에 이르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헤미스 곰파는 큰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는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거의 입구까지 가야지만 건물이 보이는데, 이는 사원으로의 접근이 어려울수록 참된 경지에 이른다는 종교적인 믿음 때문이다. 헤미스 곰파는 1630년 남걀 왕조 때 건립됐으며 매년 6월 열리는 ‘헤미스 축제’가 유명하다. 특히 12년에 한 번씩 원숭이 해마다 특별한 ‘탕카(티베트 탱화)’가 공개되는데, 이때는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레에서 남쪽으로 17km 떨어진 틱세 곰파Tiksey Gompa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엽서 같은 풍경이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라다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곰파로 손꼽히는데,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그리스 산토리니 같은 분위기도 얼핏 풍긴다. 언덕에 펼쳐진 곰파 자체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내다보는 전망 또한 기가 막히다. 잠시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 히말라야 산맥의 운치를 즐겨 봐도 좋다. 라다크에서 가장 큰 20m 높이의 미륵불이 모셔진 전각도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 곰파 중에 드물게 평지에 위치한 알치 곰파Alchi Gompa도 인상적이다.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곰파 중 하나로 카슈미르 양식이 티베트 양식과 결합된 유일한 사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독특한 건축 양식은 물론, 내부의 프레스코화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내부는 어둡지만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벽화와 불상들은 입장객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특히 독특한 3층 건물로 이뤄진 숨첵Sumtsek 전은 꼭 들러 보자. 관세음보살상과 1,000여 개에 달하는 소형 좌불상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레-스리나가르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라마유루 곰파Lamayuru Gompa를 찾았을 때는 운이 좋게도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라마유루 승려들이 모두 모여 가면춤을 추는 축제로 어떻게 알고들 모였는지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부터, 동네 꼬맹이들과 할머니들까지,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경건하고도 흥겨운 축제 한판이 벌어진다. 승무복의 화려한 빛깔은 색이 바랬어도 공들인 손짓 몸짓 하나하나는 눈부시기 그지없다. 하늘과 가까워 더욱 따갑게 느껴지는 태양 아래서, 그들의 정성 어린 춤사위를 바라보면서 라다키들에게 종교와 곰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씩 이해할 것 같았다. 카르길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에 만나는 그림은 또 다르다. 이제껏 라다크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푸르른 초원이 등장하며 곳곳에는 꽃까지 피어 있고 멀리로는 만년설의 모자를 쓴 산들이 덤덤하게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라다크로 가는 3개의 관문 곰파 여행과 함께 라다크 여행의 핵심은 레-스리나가르Srinagar 이동 구간이다. 라다크 여행은 주로 스리나가르나 레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육로가 아닌 항공으로 라다크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스리나가르 공항이나 레 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스리나가르는 라다크가 속해 있는 잠무카슈미르 주의 주도이며, 레는 라다크의 수도이다. 잠무카슈미르 주는 라다크 지역, 잠무 지역, 카슈미르 지역으로 이뤄지는데, 3개 지역 모두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이 다르다. 레와 스리나가르만 방문하더라도 그 차이는 확연하다. 고산지대에 형성된 레는 라다크 여행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돌로 지어진 9층짜리 레 왕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박한 시내에는 작은 상점들과 시장이 들어서 있다. 시장에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잊게 해주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하고 불교 관련 용품과 히말라야 지역의 특산품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티베트 망명자 시장과 네팔 시장 등 소규모 특색 있는 시장들은 라다크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황량하고 험준한 땅에 삶의 터전을 꾸려낸 이들이라 그런지 레에서 만나는 라다키들은 당차고도 위대해 보인다. 레와 스리나가르를 잇는 도로는 총 434km 정도로 오가는 데 이틀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레에서 출발하든 스리나가르에서 출발하든 보통 하룻밤은 카르길Kargil 마을에서 묵게 된다. 카르길은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라다크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구역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시간이 된다면 카르길 시장에 가보길 권한다. 레의 시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승복을 입은 라마승이나 라다크 전통 복장을 한 여성들 대신 히잡을 쓴 여성들과 마주하게 된다. 곰파와 타르촉(불교 경전 등을 적어 놓은 갖가지 색의 깃발), 라마승들이 가득하던 라다크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한편, 카슈미르 지역 해발고도 1,585m에 위치한 스리나가르는 풍경, 언어, 풍습, 종교,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라다크와 완전히 다르다. 고도가 레와는 약 2,000m 정도 차이가 나니 풍경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또한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로 티베트 불교문화가 전반에 깔려 있는 레와는 생활 문화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라다크가 회색빛 천지라면 스리나가르는 초록이 반기는 곳이다. 어둠이 깔릴 무렵 스리나가르에 도착했을 때, 달 호수Dal Lake는 풍선을 든 아이들, 노천카페, 야시장 등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막 라다크를 떠나온 사람이라면 물이 풍성한 호수의 풍경도, 여름밤 호수 주변으로 펼쳐지는 유원지 같은 풍경도,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고산병 방지를 위한 고도 적응 측면으로 본다면 스리나가르로 들어가 레로 이동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기후, 문화 적응 측면에서 본다면 레로 들어가 스리나가르를 거쳐 델리로 가는 게 나을 듯하다. 레에서 바로 델리나 서울로 간다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몸은 힘들고, 번잡한 도시 풍경에 마음은 답답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리나가르는 레보다는 덥고 델리나 서울보다 시원한 기후에, 레보다는 번잡하지만 델리나 서울보다는 한가로와 어찌 보면 도시인의 라다크 여행에 완충지 같은 역할을 해준다. 1 스리나가르는 라다크와 인접해 있지만 종교도 사는 모습도 아주 다르다. 라다크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호수가 있어 인상적이다. 이른 아침, 노를 저어 어디론가 향하는 여자들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다 2 달 호수에서 노를 저어 가는 노인의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3 카르길 시장의 이발소 풍경 4 시장의 과일 가게. 푸근한 주인아저씨의 미소가 넉넉하다 ▶travie info 스리나가르 여행의 백미, 하우스보트와 시카라 스리나가르에는 달 호수 등 3개의 유명한 호수가 있어, 물 위에서 즐길거리 또한 다양하다. 그중 하우스보트 체험은 꼭 한번 해봐야 한다. 하우스보트는 이름처럼 배를 집으로 사용하는 공간. 과거 식민지 시대에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물 위에서 배를 집 삼아 살았던 것인데, 지금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이용되는 곳이 많다. 일반 호텔처럼 모던하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고택에 머무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물 위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갖가지 보트 상점들을 만나게 된다. 음료수와 과자 등을 실은 매점 같은 작은 배부터, 기념품, 꽃 등을 파는 배들이 오가는 풍경이 정겹기 그지없다. 또, ‘시카라’라고 불리는 작지만 화려한 배를 타고 달 호수를 떠다니는 경험도 멋지다. 1 높은 낭떠러지 길을 지나는 양떼들. 보는 사람은 조마조마한데 양들은 의외로 여유로워 보인다. 양치기 아저씨에 업혀 가는 녀석은 말썽을 핀 걸까, 아픈 걸까? 2 카르길-스리나가르 구간에서는 양떼, 산양떼, 말떼 등 다양한 가축들의 이동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3 도로 양 옆으로 높이 쌓여 있는 만년설이 위용을 뽐낸다 길에서 만나는 최고의 여행 Every Moment, Best Memory 세계적인 명산인 히말라야와 카라코람을 끼고 위치한 라다크는 어찌 보면 여행 목적지라는 개념이 따로 없다. 고로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라는 개념도 무의미하다. 어디를 향해 가든 여정의 모든 순간이 최고의 여행이 된다.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도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다. 스리나가르에서 레로 여행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는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이동했다. 하루는 레에서 카르길까지 234km를, 또 하루는 카르길에서 스리나가르까지 204km를 이동했다. 이따금씩 쭉 뻗은 도로를 달리기도 했으나 주로 좁고 험한 길을 내처 달렸다. 울퉁불퉁, 덜컹덜컹, 꼬불꼬불, 아슬아슬 달리는 길, 어질어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은 고지대에서 일어나는 고산병이나 아찔한 질주로 인한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지칠 줄 모르고 순간순간 모습을 바꾸는 절경이 어지럼증을 배가시킨다. 레에서 카르길로 향하는 첫째 날, 고산지대 사막과 오아시스, 바위산, 협곡 등 거칠고도 웅장한 풍경이 이어졌다. 어느 하나 놓치기 아쉽지만, 특히 포투 라Fotu La(스리나가르-레 고속도로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산길로 해발 4,108m)와 나미카 라Namika La(해발 3,700m 높이의 산길)에서는 반드시 차를 세우고 대자연과 교감해야 한다. 그곳에 서면 누구나 마음 속 잡념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내 눈 앞에 존재하는 자연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튿날, 가르길에서 스리나가르로 향했다. 초원을 지나 얼마를 달리다 보면 거짓말처럼 빙하가 코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추운 지역, 드라스Drass’라는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길의 클라이맥스는 조지 라Zoji La. 산을 따라 꼬불꼬불 나 있는 이 도로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산길이 해발 약 3,528m까지 이어진다. 차창으로 아래를 쳐다보면 끝없는 낭떠러지다. 물론, 안전 펜스 같은 것도 없다. 육로로 스리나가르와 레를 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설사 다른 길이 있다 하더라도 많은 여행자들이 이 길을 택할 만큼 이 길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길 위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웅장한 자태와 멀리서 바라보는 조지 라 패스, 그 길의 신비로운 그림은 일생에 한번 마주할까말까 한 위대한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 마음은 수백 번 요동쳤다. ‘바그다드 카페’가 홀홀히 나타날 듯한 풍요롭고(사막은 보통 황량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라다크의 사막은 한없이 풍요로웠다) 단단한 사막을 만나는 순간, 철퍼덕 주저앉아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곡인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콜링 유Calling You’를 미치도록 듣고 싶었다. 그랜드캐니언에서 봤음 직한 층층이 쌓인 단층과 위용 있는 바위산과 절벽을 불쑥 마주했을 때는 그대로 그 자리에 몇 시간이고 서서 마냥 바라보고 싶었으며, 설산을 배경으로 꽃향기 가득한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순간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마구 들판을 뛰어다니고 싶었다. 어디 그뿐이랴. 산악빙하를 만지는 순간에는 그만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버릴 정도로 감동에 벅찼다. 사막, 바위산, 협곡, 초원, 빙하를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접하면서, 눈에 와 닿는 시각적인 풍경에 더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 경이로운 질감 때문에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1 카르길 마을에서 만난 행복한 여인들. 한 손에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머리에 인 짐을 붙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맨발의 발걸음이 사뿐사뿐하다 2 카르길 시장 치킨집 앞에서 만난 그녀는 델리대학교에 재학 중이란다. ‘이 집 닭이 정말 맛있다’며 꼭 먹어 보라고 추천한다 3 라다크에서 차들은 모두 과격하게 달린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해맑은 표정의 순수한 사람들 4 라다크로 가족여행 온 시크교 아이들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아찔할 정도로 찬란한 풍광만으로도 감흥은 충분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순수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여행의 순간을 감동으로 만들었다.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슴에 계속 새겼던 말은 ‘동정금물’. 현대문명사회의 기준으로 그들의 삶을, 행복을 감히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질 중심적인 사회에 길들여진 나 자신이 물질이라는 잣대로 그들의 행복도를 가늠하는 실수를 범할까 두려웠다. 그들이 물질적으로 덜 가졌다고 해서, 덜 행복하다 그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는가. 사람 사는 곳 중에 세계에서 시베리아 툰드라 다음으로 춥다는 라다크 지역에서 유목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만났을 때, 가슴이 울컥했다. 그들은 안락한 보호막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보다 강인하고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초원을 배경으로 한 유목민들의 삶의 모습은 이방인의 ‘철없는’ 시각으로는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초원을 벗어나자마자 찾아오는 빙하 지역의 풍경은 그들의 혹독한 겨울을 상기시켜 주었으나 적어도 그 순간만은 참 평화로워 보였다. 혹독한 겨울을 반증하듯 볼이 발그스레하게 튼 꼬맹이 승려부터 연륜이 느껴지는 노승까지…. 자줏빛의 승복 하나로 고귀해 보이던 라마승들. 낯선 이방인들을 바라보던 라다키들의 순순한 눈망울. 라다키 전통 복장을 입고 총총히 걸어가던 할머니들. 카르길에서 아기를 업고 머리에 짐을 이고 맨발로 지나던 한 무리의 여성들. 그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이상했다. 우리가 보기엔 물질적으로 가진 것도 없고 척박하고 혹독한 터전에서 살아가는 그들이건만, 모두들 웃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라다크에서 서울로 돌아온 날, 서울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하고 지친 얼굴들. 그 순간, 라다크를 세계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travie info 라다크 스타일 운전에 익숙해지기 경적을 울려주세요! 처음 라다크에서 차를 타면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트럭이나 버스의 후면에는 ‘Horn Please’, ‘Horn OK Please’, ‘Blow Horn’ 등의 글자가 붙어 있다. ‘please’라는 단어까지 붙여 가며 경적을 울려 달라고 하는 이유는 좁은 길 때문에 아예 왼쪽 사이드미러를 닫고 다니는 차들을 많기 때문이다. 연신 이어지는 경적소리와 추월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다니면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시비가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Speed thrills but kills 라다크 산길을 달리다 보면 기발한 교통 표지판이 눈에 띈다. ‘스피드는 짜릿하지만, 목숨을 앗아갑니다Speed thrills but kills.’, ‘인생은 짧습니다. 워낙에도 짧은 인생을 더 짧게 만들지 마세요Life is short. Don’t make it shorter.’,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하지만 당신의 목숨은 단 하나A cat has nine lives. But you have one only.’, ‘서두르지 않으면 걱정도 없습니다.No hurry, no worry.’ 등 재치 넘치는 문구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라다크 가는 길에 델리 서울에서 라다크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델리Delhi에 내려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인도를 바라보다 인디아 게이트 뉴델리의 중심도로인 라즈파트Raj Path를 따라 한쪽으로는 대통령관저가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쪽으로 전쟁기념물인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가 자리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인도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물로, 벽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9만명에 달하는 인도 병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아픔과 환희를 품고 있는 곳 붉은성 붉은 사암으로 지은 높은 벽 때문에 ‘붉은 성Red Fort’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무굴 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아그라 성에서의 천도를 목적으로 공들여 지었던 건축물이다. 화려하고 정교한 치장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세포이 항쟁 당시 영국군에 의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초대 총리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곳도 여기다. 시장과 어우러지는 모스크 자마 마스지드 델리 최대의 이슬람 사원. 사원 주변으로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라는 대규모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번잡한 시장과 성스러운 모스크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붉은 사암으로 지은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는 웅장하고 화려하다. 인도와 이슬람 양식이 융합된 건축 형태로, 무굴 제국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뜨거운 태양 아래 화려한 역사 꾸뜹 미나르 델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높이 5층 규모(72.5m)의 웅장한 탑이다. 인도 최초 이슬람 왕조의 술탄이었던 꾸뜹우드딘 에이백이 세운 승전탑이라 꾸뜹 미나르Qutb Minar(탑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의미 있는 유적지. 승전탑 외에도 모스크 등 여러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흔적만 남았다. 흔적만 남은 유적군을 돌아보더라도 이슬람 왕조의 번성기를 상상할 수 있다. 원래는 탑 꼭대기 전망대까지 입장이 가능했으나 1970년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 관람은 금지된 상태다. 델리에서 만나는 타지마할 후마윤 무덤 후마윤 무덤을 보면 누구나 타지마할을 떠올린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실제로 타지마할은 후마윤 무덤Humayun’s Tomb을 모델로 지은 건축물이다. 무굴 제국 왕비 하지 베굼이 남편이자 2대 황제였던 후마윤을 기리기 위해 건설한 묘 건축물로, 페르시아 양식이 곁들여진 무굴 제국 건축물의 초기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사암으로 된 건물에 흰색 대리석 돔이 어우러진 풍경이 세련미가 넘친다. 건물 안에는 후마윤 무덤 외 150여 명의 무덤이 함께 안치돼 있다. 델리 시민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정원의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건물 안은 대리석으로 된 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경건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돈다. 인도 라다크 여행자를 위한 ★★★★★ Travie writer 김수진의 ‘주관적인’ 여행 정보 Ladakh 1 레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지는 휴식처 라피카 호텔Hotel Rafica ★★★☆ 단아하고 정겨운 표정이 레와 잘 어울린다. 작은 정원까지 있어 마치 집 같은 느낌이다. 사장을 비롯해 직원들도 친절하고 정감 있다. 여행 중 궁금하거나 필요한 사항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정성껏 응대해 준다. 틀에 박힌 도시 호텔의 서비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이 넘쳐난다. 레의 주요 시장 거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여서, 걸어서 시내를 둘러보기도 좋다. 주소 Fort Road Leh-Ladakh 문의 +91 1982 252258 www.hotelraficaluh.com Ladakh 2 소박한 식당, 화려한 전망 니란자나 호텔 레스토랑Hotel Niranjana Restaurant ★★★ 라마유르 곰파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이름은 호텔이지만 게스트하우스 같은 느낌이다. 간소한 스타일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라마유르 곰파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인도 음식과 티베트 음식 등을 판매하며, 점심은 뷔페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소박한 가게지만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예술이다. 위치 라마유르 곰파 바로 옆 문의 +91 1982 224555 가격대 1인 기준, Rs.70 정도 Delhi 럭셔리한 궁전에서의 하룻밤 릴라 호텔The Leela Palace New Delhi ★★★★ 40도를 넘는 델리의 한여름 폭염을 피해 릴라 팰리스 호텔에 들어서자 딴 세상이 펼쳐진다. 폭염을 잊게 해주는 시원한 환경과 델리 도심의 소음을 잊게 해주는 고즈넉한 분위기. 인테리어에서 인도 정통 양식을 살린 품격 있는 모던함이 묻어난다. 고급스럽고도 시크한 레스토랑과 바도 유명하다. 인도풍 정원과 전망 좋은 야외 인피니티 풀은 보너스. 주소 Chanakyapuri, Diplomatic Enclave New Delhi 문의 +91 (11) 3933 1234 www.theleela.com Srinagar 호수 위에 떠 있는 특별한 호텔 빌루 하우스보트Habib-Ullah Billoo & Sons ★★★☆ 스리나가르 달 호수에는 꽤나 많은 하우스보트들이 모여 있는데, 여러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어 저마다 이름도 다르고 스타일도 조금씩 다르다. 이곳은 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하우스보트로, 내부에서 그 역사를 느껴 볼 수 있다. 달 호수 선착장에서 시카라를 타고 들어가게 되며 보트 안에서 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보트 안에 주방이 따로 마련돼 있어 직원이 즉석에서 식사를 만들어 내놓는다. 하우스보트 특성상 습하고 다소 꿉꿉한 느낌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므로 놓치지 말자. 주소 Nehru Park, Dal Lake, Srinagar 문의 +91 9858070475 라다크 가는 길 라다크로 들어가는 방법은 항공과 육로 중 선택해야 한다. 델리에서 레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이용이 가능하며 에어인디아, 제트에어웨이즈, 킹피셔에어라인이 운항된다. 스리나가르-레 항공편도 일주일에 1~2회 운항 중이다. 육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마날리로 들어가 버스나 지프로 레까지 이동한다. 단,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버스는 6월에서 9월 정도까지만 운행되는데 그나마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행이 중단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고 이용해야 한다. 24시간 정도 소요. 고산병 라다크는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여행 전 고산병에 대비해야 한다. 항공편으로 레에 도착하면 첫날은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고도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 여행시에도 뛰거나 지나치게 빨리 움직이는 행동은 금물. 항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고산병 예방약이나 1회용 산소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주의사항 라다크는 오지이기 때문에 전기, 수도 사정이 좋지 않다. 호텔에서도 가끔 정전이 되거나 수압이 약할 때가 있다. 인도 정부 관광청 Indiatourism 주소 Tokyo Isei Building,7~8Fl.1-8-17,Ginza,Chuo-ku,Tokyo,Japan 문의 +81-3-3561-0651/52 www.incredibleindia.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공연시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하거나 무대에 물이 차오르는 연극부터, 발레와 결합하거나 힙합과 만난 현대무용까지, 예사롭지 않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나란히 개막하는 ‘2012 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공연축제 2012’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국내외 연극과 무용으로 포진했다. ●대학로서 세계공연예술의 현재·미래 진단 다음 달 5일부터 23일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2012 국제공연예술제(SPAF)가 펼쳐진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최치림 이사장은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시대의 사상과 고민을 아우를 수 있는 12개국 27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공연예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휴식을 포함해 공연시간이 4시간 15분에 이르는 폴란드 연극 ‘(아)폴로니아’로 축제의 문을 연다. 유대인 어린이 25명을 구한 폴란드 여인 아폴로니아를 비롯해 이피게니아(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로 희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라이브 음악과 서커스,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세기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과 로뎅의 이야기를 춤과 대화로 그린 루마니아의 ‘나, 로뎅’도 기대작이다. 벨기에 무용수와 안무가, 프랑스 극작가, 루마니아 연출가와 배우가 뭉친 이 작품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도 실험적이다. 극단 노뜰의 ‘베르나르다’는 스페인 대문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현실을 그렸다. 원영오 연출은 “홍수로 집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것도 모른 채 서로를 억압하는 현실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 정치상황으로 각색했고, 극단 작은신화의 ‘트루 러브’는 미국 포스트모던 작가 찰스 미 주니어의 작품으로, 성 문제를 공론화한다. 무용 참가작들은 몸과 움직임에 집중한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주역으로 꼽히는 마틸드 모니에의 ‘소아페라’는 커다란 비누거품과 무용수들이 유기적으로 조화하면서 춤과 시각예술의 융합을 보여 준다. 독일·스위스가 공동제작한 마마자의 ‘커버업’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독일 안무가 헬레나 발드만의 ‘리볼버를 들어라’는 인간 두뇌의 해방과 망각을 표현한다. 국내 무용작은 11개가 준비돼 있다. 분단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그린 JK프로젝트의 ‘홈워크18’, 탄성·중력·마찰 등 물리현상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찾은 노경애의 ‘마스’, 임지애의 ‘생소한 몸’, 숨 무브먼트의 ‘내밀한 무한’, 댄스씨어터 4P의 ‘도시의 부재’ 등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paf.or.kr) 참조. ●서울을 물들이는 53개 무용단의 ‘춤 성찬’ 새달 5~20일에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연다. 16개국 53개 무용단이 참가해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 서울 곳곳에서 공연한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무용단과 안무가를 소개하고, 무용 예술의 대중화와 춤의 공공성을 위한 무대”라고 말했다.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현대발레를 선보이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개막공연을 한다. 리허설과 공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의 자유를 강조한 ‘공연중’, 해학을 담은 ‘검정과 꽃’ 등 발레와 현대무용, 연극적 요소를 골고루 갖춘 작품을 선보인다. 캐나다 안무가 다니엘 레베이예는 의상과 무대 장식을 거부한 ‘사랑, 시고 단단한(큰 사진)’을 준비했다. 신체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가혹한 삶, 무거운 육체에서 도피하고픈 욕망을 그렸다. 반면 이스라엘 안무가 야스민 고더의 ‘러브 파이어’는 무용수들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춤으로 60여분을 채운다. 성적 코드의 은유가 녹아 있어 19세 이상 관람가다. 발레에서 스트리트 댄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무용수 왕현정은 비보잉과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을 결합한 ‘힙합의 진화 Ⅵ’를 선보인다. 이 무대에서 이영일은 낯설고 상반된 일들에 맞닥뜨린 한 남자의 상상을, 안수영은 ‘15분 뒤에 죽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몸으로 표현한다. 일정은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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