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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우·오나라 주연 창작뮤지컬 ‘싱글즈’ 새달 공연

    이현우·오나라 주연 창작뮤지컬 ‘싱글즈’ 새달 공연

    ‘실장님 전문 배우(이현우)’와 ‘노처녀 전문 배우(오나라)’가 만났다. 6월9일부터 8월1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싱글즈’에서다. ‘싱글즈’는 2003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 역시 ‘29살의 크리스마스’라는 일본 드라마 원작이 있다. 이제는 노처녀가 아니라 ‘골드 미스’라 불리는 미혼 여성들의 생각을 신선하게 담아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29살, 머리에서 원형탈모를 발견하고 남자친구로부터 차이고 직장에서도 좌천당한다. 하지만 일과 사랑의 위기 앞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의 모습이 발랄하다. 뮤지컬에서 이현우(41)가 맡은 역할은 멋지고 능력있는 증권맨 수헌. 영화에서는 김주혁이 했던 역할. 가수지만 여러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던 이현우에게 뮤지컬은 처음이다. 제작사인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는 “출연료 문제는 편하게 해줬는데 한다, 안 한다로 힘들게 해 3일간 쫓아다녔다.”고 이현우의 캐스팅 비화를 소개했다. 대학로에서 쿨한 수헌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현우를 찍은 표가 많이 나왔단다. 이현우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역할을 맡았지만 “관객이 카메라와 달리 미세한 감정표현에 줌인을 안 해주니까 낯설고 어렵다. 과장된 몸짓이 필요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현우 첫 뮤지컬…‘쿨´한 수헌 역 딱 맞아 비슷한 연기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종상을 꿈꾸는 연기자가 아니라 단지 즐길 뿐”이라고 반박했다. 영화에서 장진영이 맡았던 독립적인 여주인공 나난 역은 ‘김종욱찾기’를 통해 뮤지컬 스타로 도약한 오나라(33)가 맡았다.‘김종욱찾기’에서도 첫사랑을 찾아다니는 노처녀를 연기했던 오나라는 “나난이 수헌을 따라가지 않아서 참 좋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연출자는 뮤지컬의 결말이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고 했지만,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여성만의 독립과 연대를 꿈꾸는 진보적 설정은 그대로 갈 전망이다. 현재 한국 뮤지컬의 주 관객층은 ‘싱글즈’의 여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인 25∼29세의 미혼 직장여성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공연에 한번 꽂히면 10번은 기본이고, 장기공연은 심지어 100번까지 관람한다. 이들에게 뮤지컬 ‘싱글즈’는 단연 매력적인 상품임이 틀림없다. 미혼여성 본인의 이야기를 밝게 그려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싱글남 이현우가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는가. ●흥행요소 골고루 갖춰 지난 23일 압구정동 클럽에서 열린 쇼케이스 역시 관객들을 초대해 이뤄졌다. 이날 공개된 노래는 싱글들의 긍정적 기운을 돋워줄 밝은 분위기로 귀에 착 감기는 것들이었다. 흥행 성공 요소는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작품성이 어떨지는 의문.‘천사의 발톱’이란 괜찮은 창작뮤지컬을 제작한 전력이 있는 악어컴퍼니의 저력을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3만 5000∼5만원.(02)764-8760. (동영상은 www.seoul.co.kr)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07 춘천마임축제’… 28일~새달 3일

    ‘2007 춘천마임축제’… 28일~새달 3일

    “몸으로 말하는 움직임의 세계, 마임축제에 초대합니다.” 소리 없는 몸짓의 향연 ‘2007 춘천마임축제’가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강원도 춘천에서 펼쳐진다. 무대는 춘천 마임의 집을 비롯해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 춘천문예회관, 춘천인형극장, 춘천평생교육정보관, 고슴도치섬, 브라운상가, 명동, 공지천, 강원대, 한림대 등이다. 실내와 거리 공연이 동시다발로 열려 시민,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한다. 19회를 맞는 올 축제에는 독일·러시아·미국·이탈리아·캐나다·일본·호주·타이완·태국·몽골 등 해외 10개국 13개 극단과 국내 80여개 마임극단 및 공연단체가 참가한다. 지난해 처음 열려 인기를 끌었던 개막난장 ‘아! 수(水)라장’을 시작으로 미친금요난장, 도깨비난장, 설치 및 전시, 체험프로그램, 아티스트 벼룩시장, 이외수의 무아지경, 도깨비열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수라장은 춘천마임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야제(27일 오후) 행사로 춘천 중심지인 명동에서 시민들과 자원봉사자, 공연 참가자 모두가 어우러져 다양한 놀이와 거리공연을 선보인다. 주중에는 춘천시내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국제 수상경력과 뛰어난 작품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러시아 극단 ‘데레보’와 서커스로 인정받고 있는 캐나다의 ‘7핑거스’ 등 해외 유명극단이 초청공연을 펼친다. 강릉단오제의 관노가면극과 울산학춤, 남사당 등 국내 전통공연과 일본의 부토 등이 함께하는 ‘아시아의 몸짓’도 별도 공연된다. 국내 마임협회 참가자들이 한국 대표 마임의 진수를 보여주고 신진 아티스트를 위한 ‘도깨비어워드’가 열려 수상작도 뽑는다. 고슴도치섬에서는 22개 공연팀이 ‘자유참가작’으로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중·고 청소년들과 대학 동아리의 ‘아마추어 참가’공연도 이어진다. 금요일과 주말에는 고슴도치섬을 중심으로 각종 공연난장이 열린다. 미친금요난장은 금요일(6월1일) 저녁부터 토요일(2일) 새벽까지 고슴도치섬에서는 퍼포먼스와 영상, 음악 등 마음껏 자유를 발산시킬 수 있는 자유무한지대 공간이 펼쳐진다. 토요일(2일) 낮부터 일요일(3일) 새벽까지 역시 고슴도치섬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도깨비난장도 가족·연인 등 누구나 참가해 밤새 공연과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가자들이 마임을 하며 놀 수 있는 마임 놀이터, 캐릭터 몽돌이를 직접 만들고 그릴 수 있는 몽돌이존, 아티스트들이 만든 예술품을 사고 팔 수 있는 마임몰, 마임엽서와 우표를 보낼 수 있는 마임우체국, 촛불과 타임캡슐로 소원을 빌 수 있는 마임소원마당 등 관객은 물론 시민들과 함께하는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은 “춘천마임축제가 세계 최고의 마임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찾는 관객을 위해 열차공연이 펼쳐지는 도깨비열차도 운영된다. 도깨비난장의 일정에 맞춰 6월2일 오후 1시에 청량리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이튿날(3일) 서울로 올라가도록 일정을 정해 놓았다. 열차 예매는 (033)242-0551.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中 금리인상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중국이 증시와 투자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환율·지준율을 한꺼번에 조정했다. 대출금리를 0.18% 포인트 올리고, 위안화의 변동폭을 0.2% 포인트 확대했다. 시중은행 지준율도 0.5% 포인트 올렸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긴축정책을 예고해 온 터여서 내용상으로 보면 그렇게 큰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긴축수단을 총동원하고, 추가 조치까지 시사함으로써 중국 국내외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경제다. 우선 한국과 중국의 증시는 동반등락을 거듭하며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중국이 금리와 환율을 조정한 것은 부풀 대로 부푼 자국 증시 때문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최근 6개월 사이에 2배나 커졌다. 무역흑자와 투자자본의 과도한 유입이 상하이 증시를 이상과열로 몰아간 것이다. 이번 조치로 상하이 증시가 충격받으면 곧바로 한국 증시로 옮겨붙을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중국의 금리인상으로 야기된 중국발(發) 증시 폭락이 재연될 소지는 언제든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위안화의 변동 확대는 중국 수출이 많은 한국에는 여러모로 걱정거리다. 당장 현지진출 기업들은 중국 경기의 위축과 수출경쟁력의 악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가 나오면 판매전략의 수정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한국기업들의 금융비용 증가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중국의 금융조치로 한국경제에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하나, 가벼이 여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 자본시장의 국경이 사라진 마당에 위안화 절상 허용을 단순히 대미용(對美用) 통상압력 완화 몸짓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과 수출기업은 중국의 추가 조치와 세계시장 변화에 다각적이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우수파’시인 박철 연시집 ‘사랑을 쓰다’

    ‘우수파’시인 박철 연시집 ‘사랑을 쓰다’

    “그대를 골목 끝 어둠 속으로 보내고/내가 지금까지 살아온/삶의 의롭지 못한 만큼을 걷다가/기쁘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울다가/슬프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취하여/흔들거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에는/손님이 없습니다/멀리 비행장 수은등만이 벌판 바람을 몰고 와/이렇게 얘기합니다/먼 훗날 아직도/그대 진정 사람이 그리웁거든/어둠 속 벌판을 달리는/김포행 막차의 운전수 양반/흔들리는 뒷모습을 생각하라고”(‘김포행 막차’ 전문) 곁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지 않으면 미치도록 고독해지는 사람들이다. 곁에 누군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쏟는 이들의 정성은 각별하다 못해 유별나기까지 하다.‘치댄다’는 표현이 적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마저도 사랑이라고 부른다. 박철(47) 시인은 그런 ‘사랑 중독증’ 환자이다. “그동안 해온 일은 사랑이 전부였다.”고 스스럼 없이 말할 정도로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지내왔다. 시인은 동인이라야 달랑 자기 혼자뿐인 ‘우수(憂愁)파’를 자처한다. 모처럼 출간된 연시(戀詩)집 ‘사랑을 쓰다’(박철 지음, 열음사 펴냄)에는 이런 우수파 시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76편이 담겨 있다.1987년 등단 이후 20여년간 써온 사랑시들인 만큼 한 시절 두루 걸치는 사랑이 있다. “우리가 사랑을 퍼다가/산을 만들고/그 위에 집을 짓고 산다면/그대, 신림동이나 봉천동/꼭대기쯤에 살겠네//(‘산’ 가운데) 사랑을 퍼다가 산동네를 만들겠다니, 도대체 지금 이 땅에 사랑이 그렇게 지천에 널려있다고 믿는 시인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시인은 “흔들리는 그네의 몸짓 하나, 한밤의 클랙슨 소리, 국밥집의 불빛조차도 오늘로서 영원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니 사랑하고 배기지 못하겠다.”고 토로한다. 연시집에는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사랑이 다 담겨 있다. 특히 시인의 사랑시에는 돌아오길 기다리는 말이 많다. 시인은 “사랑은 기다림이며 기다림은 희망이며 희망은 내가 살아가는 힘의 전부”라고 말한다. 슬픔에서 희망의 메아리를 듣는 역설을 담아 ‘슬프므로 슬프지 않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아내의 심부름으로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를 찾아가다가 한번은 맥주를 마시고, 한번은 재스민 화분을 사들고 온 일상을 노래한 대표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를 통해 힘든 일상을 따뜻하게 위로해 줬던 시인은 이번에도 찌든 일상에 안개 같은 아련함을 선물하고 있다. 1990년대말 없어진 서울 탑골공원 뒤편 ‘탑골’에서 시인은 멋들어지게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곤 했다. 그러면 소설가 현기영 선생 등이 나와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이제 영 볼 수 없게 됐지만 아직도 문인들에게는 시인의 음악적 재능(?)이 종종 화젯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97년 ‘현대문학’을 통해 소설가로도 등단한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6권과 각각 한권씩의 소설집과 콩트집을 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LPGA] 김미현 ‘2연승 시동’

    닷새 전 김미현(30·KTF)의 시즌 첫 승으로 물꼬를 튼 ‘코리안 시스터스’의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연승 행진이 가시화됐다. 김미현을 비롯해 오래 침묵했던 이정연(28), 김주연(26) 등 3명이 미켈롭울트라오픈 첫날 리더보드 상단을 싹쓸이했다. 김미현은 11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골프장 리버코스(파71·6315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내며 7언더파 64타를 때렸다.8언더파 63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6년차의 무관’ 이정연에 1타차 2위. 김미현은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안착률 100%에다 무려 17차례나 버디 찬스를 만들어 낸 절정의 아이언 감각으로 셈그룹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2연승의 꿈을 부풀렸다.“긴 코스가 비에 젖어 더 길게 느껴졌지만 즐겨 사용하는 11번 우드가 잘 맞아 좋은 성적을 냈다.”면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6년째 LPGA 투어에서 뛰면서 준우승만 네 차례 일군 이정연은 3∼7번홀까지 5개홀 줄버디를 포함, 무려 9개의 버디를 뽑아내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까지 세우며 생애 첫 승에 도전장을 냈다. 이정연은 그러나 “아직 사흘이나 남았다.”며 말을 아꼈다. 2005년 US오픈 챔피언 김주연(26)도 6언더파 65타를 뿜어내며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돼 재기의 몸짓을 뚜렷하게 나타냈다.2002년 초대 챔피언 박지은(28·나이키골프) 역시 4언더파 67타로 오랜만에 ‘첫날 톱10(공동 8위)’의 기지개를 켰다. 디펜딩 챔피언 캐리 웹(호주)은 3언더파 68타(공동14위)로 그럭저럭 마쳤지만 세계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1언더파 70타로 공동 39위에 머물렀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길섶에서] 행위예술인/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다. 옆의 꼬마 녀석은 귀를 막고 덩달아 쳐다본다. 세종문화회관 뒤 새로 생긴 공원에 자리잡은 식구들이다. 화강암 조각이다. 표면이 거칠지만, 친근하다. 앙증맞다고 해야 할까. 공원 규모에 비해 작품이 소졸하다. 뒤집혀진 세상, 애써 귀를 막고 쳐다봐야 하는 사물들. 익살스러운 표정 뒤에 숨은 무력감, 그리고 쓸쓸함. 불안하게 한다. 불편하지만,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의식이 온전히 드러난다. 물구나무 선 사내를 바로 세우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면 마음이 좀 가벼울 것 같다. 공원옆 광화문 정부청사 정문엔 일인 시위자가 없는 날이 없다. 뒤집어진 현실을 바로잡아달라는 항의의 몸짓들이다. 교사채용 촉구, 정부기관의 부당한 조치, 처리의 시정요구 등. 비뚤어지고, 뒤틀린 것에 항의하는 행위 예술인들이다. 그들 스스로 행위예술인임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때론 ‘초현실’의 한 폭의 그림, 한 점의 조각같은 게 세상사이고, 우리들 인생인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문화단신]

    ●서울시극단(단장 신일수)의 21회 정기공연 ‘여관집 여주인’이 새달 10일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여관집 여주인’은 몰리에르와 더불어 근대 최고 희극작가로 꼽히는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대표작.18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여관을 배경으로 미모와 재치를 겸비한 여관집 여주인과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가 펼치는 사랑과 연애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냈다.1993년 골도니 서거 200주년 기념으로 국립극단이 공연한 이래 14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이병훈이 연출을 맡아 즉흥성과 과장된 몸짓을 특징으로 하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느낌을 강조하고, 막과 막 사이에 악사를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다. 서울시극단 강지은이 요염한 미모를 내세워 성격과 지위가 각기 다른 남자 네명을 마음대로 후리는 여관집 여주인 미란돌리나 역을 맡는다.10일 저녁 7시30분 개막공연은 전석 5000원.20일까지. 평일 8시, 토 4·7시, 일 3·6시.1만∼1만 5000원.(02)396-5005.●극단 예군은 연극 ‘성순표氏 일내겄네!’(김나영 작·남궁연 연출)를 내달 3일부터 대학로 아트홀스타씨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배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노총각 성순표를 통해 거대 권력화된 방송의 조작과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순수함의 가치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한다.TV 드라마 ‘대조영’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달형이 주인공 성순표를 연기한다.7월1일까지. 평일 8시, 주말·공휴 4·7시.1만∼1만 5000원.(02)3676-3676.●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의 댄스팀 ‘탱고파이어’가 다음달 9∼1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야니냐와 넬슨 커플 등 5쌍의 댄서와 보컬리스트 1명, 밴드 ‘콰르토탱고’로 구성됐다. 공연에서는 20여곡의 음악에 맞춰 화려하고 정열적인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8일 오후 7시 서울 압구정동 와인바 비노펠리체에서 이 멤버들과 함께 하는 탱고파티도 열린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7시.3만 3000∼6만 6000원.(02)324-3814.
  • [하이 서울 축제] 美러클! 味러클! 미樂클!

    [하이 서울 축제] 美러클! 味러클! 미樂클!

    서울 관광객 1200만명 시대를 이끌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이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6일까지 열흘 동안 펼쳐진다. 지금까지의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지역축제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국제적인 규모로 확대됐다.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거리의 양이 늘어나고 질이 높아졌다.1000만명이 사는 서울같은 메트로폴리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축제는 초유의 시도이다. 봄의 한가운데 서울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보다 쉽고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특집을 준비했다. ‘축제에 빠진 서울.’ 올해로 5번째를 맞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서울의 봄을 달군다. 올해 행사는 규모와 내용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관광 서울’‘한강 르네상스’를 알리는 세계의 축제로 마련했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무대가 한강과 도심 고궁으로 확대됐다. 축제 기간도 지난해 4일에서 10일로 늘어났다. 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20세기 경제기적을 이룬 서울이 21세기에는 문화의 기적을 선도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27일 오후 8시 여의도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선박 10척이 한강을 오가고 북의 대합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비행선 30여 대에서 레이저 불빛이 한강을 수놓는다. 인기가수,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한류스타 특별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세계적인 도시 축제로 육성한다 2003년 시작된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그동안 진행해 오던 10월 서울 시민의날 행사를 5월로 옮기면서 하이서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울시는 앞으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이나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세계적인 도시 축제로 육성할 방침이다. 서울시 박희수 문화과장은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의 종합적인 도시축제는 찾아 보기 어렵다.”면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발전시켜 관광객 1200만명을 달성하는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기간에 외국 관광객 25만명을 포함,600만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6만명 등 130만명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찾았다. ●‘역사’‘한강’이 축제의 축 올해 축제는 고궁과 북촌 한옥마을, 서울광장 등 역사성이 깃든 공간을 중심으로 ‘서울역사축제’와 한강을 무대로 한 ‘한강미러클축제’가 양대 축으로 진행된다. 역사를 테마로 한 축제의 간판 행사는 ‘정조 반차 재현’이다.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선 ‘북촌 조선시대 체험’이 준비됐다. 서민촌·양반촌·장터·포도청 등 조선시대 마을을 재현해 놓은 재동초교에서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한강 미러클축제로는 뚝섬 난지 여의도 노들섬 등 한강시민공원 6개 지구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손에 손잡고… “놓치면 후회할 걸” 10일동안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행사에는 48개의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화려한 불꽃놀이, 인순이와 SG워너비, 이효리, 싸이 등이 펼치는 ‘개막제’행사와 신명나는 축제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폐막식’사이에 있는 많은 행사 가운데 놓치면 후회할 프로그램이 있다. 표재순 총감독이 추천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서울시가 “시간이 없어도 이것만은 꼭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있게 준비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소개한다. ●서울의 전통을 재현한다 가장 기대되는 행사는 단연 ‘정조 반차 재현’이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리며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가 묻힌 화성(현재의 수원)까지 문무백관 나인 호위군사 1779명, 말 799필을 동원해 8일 동안 행차하는 내용이다. 29일 오전 11시부터 창덕궁 돈화문에서 시작해 종로 3가·보신각·명동·남대문·서울역·용산역·한강둔치 이촌지구를 거쳐 노들섬까지 12.57㎞에 이르는 거리에 역사의 한 장면을 현대로 옮긴다.212년 만에 재현되는 정조반차에는 시민 930명이 참가하고, 말 120필이 동원된다. 규모는 다소 축소됐지만 번잡한 서울거리에서 시도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볼거리다.27∼29일에 종로구 가회동과 계동 등 북촌을 찾으면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에 만들어진 ‘북촌마을 조선시대 체험장’에 들어서면 서민촌 양반촌 포도청 장터 등 조선시대 길이 열린다. 이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이용해 상거래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옥마을 일대를 걸으며 전통공방, 박물관 등을 들러 역사와 문화 속으로 산책해도 좋다. ●문화와 미래를 느껴 보자 젊은층의 문화를 접하면서 서울의 미래를 가늠해도 좋을 것 같다. 밤새도록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고 싶다면 5월 4∼6일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을 찾아가자. 독일의 닥터 모트(Dr.Motte), 일본의 몬도 그로소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DJ가 추축이 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행사다. 최고의 DJ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몸을 맡기는 댄스 페스티벌, 힙합 문화가 총출동하는 비보이 파크, 인디밴드들이 참가하는 라이브 공연으로 구성했다. 28∼30일 여의도지구에는 공연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인 국악과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비보이댄스가 만나 ‘서울의 몸짓’(28일), 빛·소리·영상이 어우러진 ‘논버벌 퍼포먼스’(29일)가 진행된다. 명성황후·그리스·오페라의 유령·미스 사이공 등 인기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해 극중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하는 ‘오!해피 뮤지컬’(30일)도 입맛 당기는 프로그램이다. ●기적을 만난다 차를 타고, 또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한강을 즐기는 기회도 있다. 강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미러클 수중다리 건너기’가 행사기간 내내 열린다. 노들섬과 이촌지구 사이에 놓인 철제 수중다리를 이용해 맨발로 한강을 건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가장자리 난간에 수중식물을 설치하고, 수중 안전 요원을 배치해 안전성도 높였다. 시민들이 강 위를 걷는다면 세계 줄타기 명인들은 하늘을 걷는다. 한강 생태공원인 선유도에서는 ‘제1회 세계 줄타기 대회’(5월 3∼5일)가 열려,18명의 줄타기 명인들이 외줄에 의지해 1㎞에 이르는 한강을 횡단하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장거리 외줄타기 기네스 기록(400m)이 깨질지도 관심사다. ●나도 잊지 말아 주오 대형 프로그램에 가려진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워 만든 다리를 건너는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30일∼5월6일)와 각국의 모형배를 등불로 장식한 ‘유등 선박 퍼레이드’(27일∼5월6일)도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간행사인 유등 선박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수도방위를 담당했던 중앙군의 군례 대열의식(28일∼29일)이나, 우리나라의 전통의식과 역사속 주요장면을 드라마 형식으로 재현한 ‘왕실문화재현’(28∼5월 6일),8도의 민속놀이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8도 대동 민속놀이’(28∼29일)는 외국관광객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훌륭한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예약후 대중교통 이용하세요 ●지하철 이용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의 모든 행사 장소는 지하철로 통한다. 지하철역을 따라 알짜배기 축제를 즐겨 보자. 축제의 첫날 28일 일정을 이렇게 짜 보면 어떨까.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왕실 문화재현을 보고, 걸어서 서울예술체험장터, 북촌 조선시대 체험을 즐긴다. 이어 가까운 시청역을 찾아 청계광장에서 You토피아를 구경하면 시간과 체력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시티투어 버스이용 지하철이 싫증난다면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타 보자. 시티투어 버스는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해진 코스를 순환 운행한다. 원하는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관광한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 어린이날 코스를 추천하자면 광화문에서 궁중의 일상을 즐긴 뒤, 덕수궁 정거장에서 서울 예술체험장터를 체험해 보자. 이어 경복궁에서 세종대왕 즉위식을 관람하고, 용산역에서 내려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를 구경하자. 버스가 다시 서울시청으로 오면 한류스타 패션 페스티벌이 기다릴 것이다. ●예약은 필수 여유로운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예약을 서두르자.48개 프로그램 중에는 주말에 시민들이 몰려 혼잡할 것을 예상, 예약 접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열기구 체험이나 미러클 수중다리 건너기,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 소망띄우기, 성곽밟기, 한강수영대회가 대표적이다. 성곽밟기는 접수가 이미 종료됐다. 또 인터넷 접수와 현장 접수를 동시에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열기구 체험의 경우 현장 접수분은 전체 30% 정도. 주말을 피해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뚝섬 곰탕·비빔밥 원조집 ‘군침’ 코엑스 세계 음식 경연 ‘눈요기’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만큼이나 맛있고 별난 먹거리가 넘치는 맛의 향연이다. ‘서울을 맛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을 내건 ‘서울사랑 음식축제’가 여의도와 뚝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다. ●4월27∼30일, 여의도 젊은 연인이나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부스가 여의도 일대에 40곳이 생긴다. 주 메뉴는 치킨류, 소시지류, 순대, 떡볶이, 빈대떡 등이다. 밤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한강축제를 즐기며 입을 즐겁게 하는 퓨전음식도 많이 선보인다. ●5월5∼6일, 뚝섬 어린이날이 낀 다음달 5∼6일 뚝섬에는 ‘하동관 곰탕’‘오장동 냉면’‘인사동 전주비빔밥’ 등 서울의 원조·유명 음식점 44곳이 야외부스를 차린다. 시중보다 10∼20% 싸게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 한강 주변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되도록 국물이 있는 음식을 피했다. 한쪽에서는 김치에 이어 제2의 한류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떡을 주제로 ‘한국 전통 떡 한마당’도 열린다. 예쁜 떡 전시회, 떡 찧기 체험, 즉석에서 찐 떡 맛보기 등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4월25∼29일, 코엑스 이 기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는 ‘세계관광음식박람회’가 열린다. 메인 행사인 국제요리경연은 세계조리사연맹(WACS)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요리대회. 국내외 대학과 음식학원, 호텔, 외식업체 등 50여팀이 경합을 벌인다. 찬요리·더운요리, 해산물 요리 등 총 10개 부문이다. 군인 요리대회, 대사부인 요리 페스티벌, 얼음조각 경연 등도 이색적인 여흥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입장권은 일반 8000원, 학생 5000원. ●4월28∼5월6일, 시청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지구촌한마당’은 빼놓을 수 없는 도심 음식잔치다. 시청뜰에 48개국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세계음식전이 열린다. 인도의 카레, 터키의 캐밥, 멕시코의 토리토나 파히타스 등이 참가자들을 이색적인 맛과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8일∼5월5일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에서도 세계 전통음식 레스토랑들이 참여하는 음식축제가 열린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中노동절·日골든위크 맞춰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집중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 조성용으로 기획됐지만 축제 프로그램 마련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축제 기간을 한국행 관광객이 급증하는 중국의 노동절(5월1∼3일)과 일본의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에 맞췄다. 또 개막식을 제외한 축제일을 지난해 4일에서 9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이에 따라 축제 참가자는 총 600만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50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참가자를 지난해보다 5배 정도 늘려 잡은 셈이다. 그러나 항공기 예약현황 등을 감안하면 축제 기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약 25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축제 프로그램 선정이 늦어지면서 현지 설명회가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지 못하고 이미지 홍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흔히 해외 홍보는 6개월 이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24일 현재 중국과 일본의 황금연휴 덕분에 서울 시내 호텔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서울시는 모텔을 개조해 호텔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간부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축제의 진행과 홍보는 사실상 내년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33개의 풍선/함혜리 논설위원

    지난 20일 낮 미국 버지니아의 블랙스버그.16일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애도의 날’ 행사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숫자는 33이었다. 33차례에 걸쳐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33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 버지니아 공대의 교내 광장인 드릴 필드에 타원형으로 안치된 추모석도 33개였다. 희생자는 32명인데 왜 33일까? 나머지 하나는 범인 조승희씨를 위한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까지 이해와 관용의 몸짓을 보내는 미국인들의 성숙한 모습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세계를 경악시킨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직후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범인이 한국인임이 밝혀진 뒤 그 충격파는 한국을 강타했다. 이 사건은 학부모들의 교육열,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한인 1.5세의 좌절, 이에 따른 주류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광란의 살인극이다. 치부가 드러난 것 같아 낯 뜨거웠다.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이 이런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우리는 죄의식을 느꼈다. 그러고는 불안해했다. 미국사회에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15년전 LA폭동사건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는 터였기 때문이다.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언론도 한국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문제삼지 않았으며, 심지어 조승희씨 역시 사회의 희생자라고 규정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민족주의가 강한 한국인들이 집단적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응방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은 이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다문화 사회다. 기독교 사상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 문화가 기조를 이룬다.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회 시스템에 의해 빚어진 비극을 용서와 화해라는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을 경우 우리는 33개의 풍선을 날릴 수 있었을까 자문해 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沆瀣一氣(항해일기)

    당나라 희종 때 최항(崔沆)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한때 과거 시험관이 돼 시험을 주관했다. 그런데 그 과거에서 공교롭게도 최해(崔瀣)라는 사람이 예상을 깨고 급제를 했다. 최항과 최해는 성이 같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이름을 합한 항해(沆瀣)라는 말은 밤이슬 기운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사람들은 최항과 최해 사이에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했다. 전희백이라는 사람은 이런 글을 지었다. “좌주와 문생이 의기투합하니, 밤이슬 기운이 엉겨 물방울이 되는 것 같구나.(座主門生 沆瀣一氣)” 좌주는 과거 시험관, 문생은 과거 응시생을 뜻한다. 송나라 때의 문인 전이가 쓴 ‘남부신서(南部新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항해일기(沆瀣一氣)라는 말은 이처럼 시험관 최항이 최해를 합격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항해는 본래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 아니었다. 당대(唐代)부터 항해일기라고 해서 서로 결탁해 나쁜 짓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비난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지만 본인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적 모임에서의 발언을 공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게 버티기 논리의 요체다. 녹취록을 통해 이미 드러났듯, 강 위원은 특정 정당의 대선전략을 조언해주는 ‘정치 컨설턴트’일지언정 더이상 ‘방송위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되지도 않는 항변을 늘어놓을수록 인격만 떨어질 뿐이다. 책임 중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 ‘도의적’ 책임임을 그는 왜 모르는 것일까. 아직도 이런 ‘짝퉁’ 언론꾼이 버젓이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항해일기는 함께 음모를 꾸미는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강 위원을 비롯, 항해일기로 세상을 농락한 당사자들은 이제라도 뼈를 깎는 자성의 몸짓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 동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jmkim@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5) 광해군과 누르하치,그리고 명나라Ⅱ

    광해군은 성공적인 분조 활동을 통해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부왕 선조의 견제 때문이었다. 왜란 초반,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의주까지 파천하기에 급급했던 선조는 지존(至尊)으로서의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 더욱이 강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매듭지으려 했던 명군 지휘부는 ‘광해군 즉위’를 들먹이며 선조를 계속 압박했다. 위기에 처한 선조는 왜란을 치르는 동안 모두 15번이나 양위(讓位)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진심이 아니었다. 명의 압박에 맞서고, 광해군과 신료들로부터 충성서약을 받아내기 위한 정치적 몸짓이었다. 명의 이중적 태도도 광해군을 괴롭혔다. 명 조정은 광해군이 유능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정작 그를 왕세자로 승인해 달라는 요청은 거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광해군은 안팎 곱사등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1593년 1월 벽제전투에서 패한 직후, 명군의 최고책임자인 병부상서 석성은 심복 심유경(沈惟敬)을 서울의 일본군 진영으로 보냈다. 심유경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협상 끝에 일본군이 남쪽으로 철수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강화협상에서 드러난 명의 본심 이후에도 4년이나 더 계속된 강화협상에서 양측이 내세웠던 요구조건은 복잡했다. 고니시는 ‘명나라 황녀(皇女)를 천황의 후궁으로 주고, 조선 영토 가운데 4도를 떼어주고, 무역을 허락하고, 조선의 왕자를 일본에 인질로 보내야만’ 조선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심유경은 ‘일본군이 조선에서 완전히 철수해야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일본 국왕으로 책봉한다.’고 했다. 도저히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의 차이였다. 하지만 명군 지휘부는, 벽제전투 패전과 갈수록 불어나는 전비(戰費) 부담에 대한 명 내부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일본군이 서울에서 철수했다.’는 가시적 성과가 필요했다. 일본군 또한 일단 남해안 지역으로 물러나 숨을 고르면서 명의 태도를 지켜볼 심산이었다. 일본군의 서울 철수는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일시적 성과’였다. 이윽고 1593년 4월20일, 한강변에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남쪽으로 철수하는 일본군을 ‘보호하기 위해’ 명군 장졸들이 조선군을 막아서고 있었다. 명군 지휘부는 일본군을 추격하던 조선 장수 변양준(邊良俊)을 붙잡아 목을 쇠사슬로 묶은 뒤 난타했다. 행주산성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추격전을 지휘하던 전라감사 권율(權慄)은 이여송에게 소환되었다. 명군 지휘부의 지침을 어기고 일본군을 공격하거나 추격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명군의 ‘에스코트’ 아래 서울을 무사히 빠져나온 일본군은 남해안에 머물면서 철수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명군도 삼남의 요충지에 병력을 배치하여 일본군을 견제하려 했을 뿐 전의(戰意)를 보이지 않았다. 전쟁은 이상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광해군, 무군사를 이끌며 민심을 파악 그것은 석성을 비롯한 명군 지휘부에게도 수렁이었다. 황제에게는 ‘심유경의 활약’ 덕분에 일본군이 곧 물러나고, 전쟁이 끝나 동정군(東征軍)이 개선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일본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삼남에 주둔해 있는 명군 지휘관들은 군량과 군수물자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었다. 그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조선 민중이었다. 싸울 의지는 없이 그저 장기 주둔에 들어간 명군의 민폐가 극심했다. 곳곳에서 군기가 풀어진 명군 장졸들에 의해 약탈과 강간이 자행되었다. 한편에서는 일본군에게 시달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명군에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우리 편’으로 여겼던 명군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컸다. 민중들 사이에서 “명군은 참빗, 일본군은 얼레빗”이라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명군 주둔지역의 민심은 불온해졌다. 지방에 주둔한 명군들이, 조선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하자 명군 지휘부는 선조와 조선 조정을 쪼아대기 시작했다.1593년 10월, 명군 지휘부는 광해군에게 삼남으로 내려가 명군에 대한 접대업무를 총괄하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배경에는 ‘무능한 선조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었다.1593년 윤 11월, 광해군은 다시 남행길에 올랐다. 그는 1594년 8월,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무군사(撫軍司)라는 조직을 이끌며 충청도와 전라도의 곳곳을 순행했다. 특히 1593년 12월, 전주에서 왕자 시절 사부(師傅)였던 박광전(朴光前)으로부터 전라도 지역의 전황(戰況)과 민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박광전은 광해군에게 위기에 처한 전라도의 실상을 알렸다. 일본군이 비록 거제도 일대에 주둔해 있지만 진해와 고성을 거쳐 섬진강으로 진입할 경우, 전라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박광전이 특히 강조했던 것은 ‘민심 수습’이었다. 그는 당시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대부분 전라도에서 징발하고 있던 현실, 각종 세금과 노역 때문에 도망하는 백성이 속출하고 있던 상황을 알린 뒤, 포악한 지방관들을 처벌하여 지역 민심을 위로하라고 촉구했다. 비록 명군 지휘부에 떠밀려 이루어졌지만, 전란의 고통에 신음하는 민초들의 참상을 직접 보았던 것은 광해군에게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가 즉위 이후 명과 누르하치 사이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 노력했던 것은 분명 그 같은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명, 광해군을 흔들다 무군사 활동을 통해 왕세자로서 광해군의 위상은 확고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명 조정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조선은 1594년부터 광해군을 왕세자로 책봉해 달라고 명 조정에 주청(奏請)했다. 광해군이 전란을 극복하는 데 공을 세워, 온 백성들이 그를 추대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 조정은 조선의 요청을 거부했다. 광해군이 맏이가 아니라 둘째이므로 그를 책봉하면 ‘장유(長幼)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자 선조는 다시 보낸 주문에서 ‘맏아들 임해군은 자질이 평범한 데다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힌 이후 놀라는 증세가 생겨 왕 노릇을 하기 어렵다.’는 정황을 들어 광해군을 승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명은 다시 거부했다.1604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나 주청사(奏請使)가 베이징에 갔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명 예부(禮部)는 조선에 보낸 답신에서 ‘광해군은 현명하다. 현명한 사람은 차례를 뛰어넘는 참월(僭越)한 행위를 하지 않는 법’이라고 운운하며 광해군에게 왕세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명 조정이 광해군을 거부했던 데에는 물론 속사정이 있었다. 당시 명의 신종이 정귀비(鄭貴妃)와의 사이에서 난 주상순(朱常洵)을 염두에 두고 맏아들 주상락(朱常洛)을 황태자로 책봉하는 것을 미루고 있던 상황과 연결되어 있었다. 명 예부는 차자 광해군을 섣불리 승인해 줄 경우 신종이 맏아들을 밀어내고 주상순을 황태자로 책봉하는 데 명분을 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명의 태도는 조선을 흔들기 위한 ‘의도된 것’이기도 했다. 이미 1418년 태종이 맏아들 양녕대군을 밀어내고, 셋째 아들 충녕대군(뒤의 세종)으로 왕세자를 교체했을 때 명은 군말 없이 그것을 승인했었다. 충녕대군의 전례를 볼 때 명의 태도는 분명 이중적이었다. 조선의 요청대로 따라주는 것이 관행이었던 ‘왕세자 책봉’ 문제에서도 ‘상국(上國) 행세’를 톡톡히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승인 요청을 계속 거부해 광해군의 애간장을 녹일 대로 녹인 뒤, 큰 은혜나 베푸는 것처럼 책봉을 허락하여 생색을 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원’해 주고,‘자격도 안 되는’ 광해군을 인정해 준 자신들의 ‘은혜’를 강조하여 조선을 길들이려는 속셈이었다. 그것은 임진왜란 이후 명이 조선에 과거보다 훨씬 버거운 존재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실제 누르하치의 도전이 거세짐에 따라 ‘길들여진’ 조선을 이용하고픈 명의 유혹도 커져만 갔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달빛 아래 희망을 건지다

    달빛 아래 희망을 건지다

    글 이호준 《서울신문》 뉴미디어국장 겸 비상임논설위원 퇴근하려고 책상 정리를 하던 중에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회사 근처에 와 있다며 저녁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모처럼 만난 조카는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졸업이 코앞인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랴. 청년실업이 국가적 문제가 된 지 하루 이틀이 아닌 마당에 취업을 못한 게 어찌 내 조카뿐일까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저녁 겸 술이라도 한 잔 같이 하려고 가까운 음식점에 가 앉았다. ”너무 고민하지 마라. 몇 년씩 놀고 있는 애들도 많다며. 요즘은 이태백이 아니라 이구백이라고 한다잖니?” 작은아버지의 어설픈 위로에 답례로 짓는 웃음이 무척 씁쓸해 보인다. ”그래,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목표는 정했니?” ”작은아버지도 참. 무슨 일이 어디 있어요. 아무 곳에나 원서를 넣어 보는 거지. 배부른 소리 할 때가 아니잖아요. 정말 답답해 죽겠어요. 전부 저만 보고 손가락질하는 거 같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니까요.” ”그래, 그 심정 이해가 간다. 그래도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다. 아무리 취업이 급하다지만 무턱대고 원서를 내서야 쓰겠냐.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인생을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선택이 있어야지.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평생 하겠다는 거냐? 지금 넌 초조감에 빠져 정말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야. 이럴 땐 차라리 한 발 비켜서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어. 여행을 하거나 한 적한 곳에 가서 며칠 지내다 오도록 해라. 네 내면에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거다. 사람은 아주 엉뚱한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도 하니까.” 조카는 현실과 동떨어진 잔소리를 늘어놓는 작은아버지가 답답하다는 표정이지만 별 대꾸 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나는 나대로 잠시 상념에 젖는다. 그래, 내게도 너 같은 젊은 날이 있었다. 자꾸만 넘어지고 깨어지던 시절…. 목표로 삼은 일에 연이어 실패한 뒤 세상과 결별하는 심정으로 산골의 작은 마을을 찾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 내 곁에는 죽음이란 단어가 따라다녔던 것 같다. 아무 하는 일 없이 그곳에서 머문 지 보름쯤 된 어느 밤이었다. 그날은 달빛이 무척 밝았다. 창을 뚫고 들어와 방바닥을 유영하는 달빛은 황홀할 정도로 눈부셨다. 그러지 않아도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는 내게 그런 달빛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결국 문을 열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나를 불러낸 건 꼭 달빛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강한 힘에 끌려가기라도 하듯 나는 걷기 시작했다. 희다 못해 푸른빛마저 도는 달빛이 발길마다 채여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게 방향도 모른 채 걷다가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개울을 하나 만났다. 물 속의 달 역시 하늘의 달 못지않게 아름답게 빛났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개울가의 돌 위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내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달빛이 부서지는 것이려니 했다. 그게 달빛도 아니고 물거품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꽤 한참 들여다본 뒤였다. 물고기 떼, 정확히 말해서 붕어들이었다. 수많은 붕어들이 줄을 지어 물길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저 물 속에 저만큼의 붕어가 살고 있다니, 낮이라면 짐작도 못할 일이었다. 붕어들은 물이 얕은 곳에서는 옆으로 누워 파닥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비늘. 그들의 행진은 때로는 군무처럼 때로는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헤엄치다 솟아오르고 구르고…. 이슬이 옷깃에 내려앉아 축축했지만, 나는 시간 감각을 상실한 채 그 엄숙한 광경 속에 풍덩 빠져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이 조금 들면서, 붕어들이 무엇을 향해 저리도 처절한 몸짓으로 오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들의 밤잠을 빼앗고 저렇게 행진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계시처럼 머리를 스친 답은 달빛이었다. 붕어들은 황홀하다 못해 광기까지 느껴지는 달빛을 흠모해서 오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빛의 근원인 달에 다가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었다. 오를 수 있고 없고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할 뿐이었다. 벅찬 감동에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밤마다 그 내를 찾아갔지만 달을 향해 오르는 붕어들의 몸짓은 다시 볼 수 없었다. 며칠 뒤 나는 그곳을 떠나 다시 도시에 섰다. 조카에게 젊은 날에 내가 겪었던 좌절과 방황,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 된 계기를 들려주며 두서 없는 잔소리를 보탰다. ”난 그날 붕어들의 도전을 보고 세상을 보는 눈과 살아가는 방식을 바꿨다. 목표를 향한 그들의 열정은 아름다움을 지나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뒤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그날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했다. 살다보면 무모해 보일 정도의 열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보기에, 지금 네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취업이 안 됐다는 게 아니라 꿈을 잃었다는 것이다. 취업은 언젠가 되겠지만 잃어버린 꿈은 다시 찾기 어려운 것이니….”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스포츠 라운지] 뇌성마비 수영선수 김지은

    [스포츠 라운지] 뇌성마비 수영선수 김지은

    그녀가 알려진 건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장애인체전 4관왕에 오르면서다. 말간 피부, 맑은 눈동자, 오뚝한 코 등 ‘얼짱’의 자격을 두루 갖춘 용모 덕도 있었겠다. 하지만 12월 남아공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에 참가, 현재 세계랭킹 7위에 오를 정도로 그녀는 빼어난 실력도 갖췄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내년 베이징 패럴림픽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자맥질에 열심인 장애인 수영선수 김지은(24·신라대 체육학과 대학원)을 만나봤다. ●IPC 세계랭킹 7위… 미모에 실력까지 겸비 정말 예쁘다는 말에 그녀는 “얼짱이라고 봐주시니 고맙지요. 그런데 이젠 수영 실력으로 기억됐으면 해요.”라고 답했다. 어릴 적 1년 정도 배우다 ‘남들 눈에 띄는 게 싫어’ 그만둔 물에 다시 들어간 건 지난해 2월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서다. 김지은은 뇌병변 장애(뇌성마비, 뇌졸중, 뇌경색을 총괄하는 개념)를 갖고 태어났다. 지금도 걸을 때 다리가 꼬여 상당히 뒤뚱거리는 편이다. 어릴 때 곧잘 넘어져 아이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단다. 짓궂은 사내애들은 뒤에서 그를 밀어 넘어뜨리기도 했고 그때마다 어머니가 속상할까봐 상처를 보듬고 울음을 삼킨 적도 많았다. 6살 연상의 태권도 사범인 남자친구는 재활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영을 권했고 이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투명한 앞날과 ‘뭘 할 수 있겠느냐.’란 무력감에 가벼운 우울증세를 보이던 그의 일상도 달라졌다. 지은은 두 달 뒤 대구에서 개최된 장애인수영연맹회장배에서 우승(장애 7등급),7월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수로 뛰어든 지 1년도 안 돼 IPC 세계랭킹 7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한 것. 자유형 50m 개인기록은 38초대.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세계기록(33초53)을 뛰어넘거나 적어도 메달권 진입을 이루고 싶은 게 꿈이다. 대구 연맹회장배 기록이 45초대인데 이만큼 당겨놨으니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수영 2시간, 근력강화 훈련 2시간씩을 하고 그때마다 남자친구가 그의 손발이 돼 준다. 그녀는 “솔직히 제게 맞는 영법이 무언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리고 하체로 힘이 제대로 전달 안 돼 어깨랑 팔만을 이용해 킥의 힘이 없는 게 진짜 고민”이라고 밝혔다. ●“박태환 선수처럼 전담코치 있었으면…” 그녀가 요즘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18·경기고). 어느 날 박태환의 전담팀 기사를 읽던 어머니는 그녀에게 “그럼 네 남자친구는 혼자서 도대체 몇명 역할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대표팀에서 합숙할 때 지도를 받기는 하지만 전담 코치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다. 지은은 “태릉선수촌에라도 가서 유명한 감독님들께 짧은 시간이라도 조언을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털어놨다. 남아공에서 자신보다 훨씬 기형 정도가 심한, 상상할 수도 없는 장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그리고 유명 스포츠용품을 몸에 두르거나 손에 들고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으며 실력을 뽐내는 선진국 선수들을 바라보며 부러움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다른 나라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자고 하는데 손짓과 몸짓까지 동원해 ‘유니폼이 한 벌뿐이라 그럴 수 없다.’고 설명하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힘을 내야지요. 저보다 더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힘을 내시는 분들이 얼마나 더 많은데요.” 지은은 패럴림픽에서 메달 꿈을 이룬 뒤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장애인 체육교육을 전공,30대에 은퇴한 뒤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지은은 지난 4일 장애인이 대통령 면전에서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된, 청와대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 및 수요자 관점 업무보고대회’에 국민참여단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 프로필 ●출생 1983년 8월19일 부산생 ●체격 170㎝,48㎏ ●학력 부산 개포초-개금여중-대연정보고-영산대 디자인학과-신라대 대학원(체육학과) ●취미 피아노, 그림 그리기 ●경력 2006년 4월 대구 장애인수영연맹 회장배 우승.7월 장애인국가대표 선발.10월 울산 장애인체전 여자 S7(장애 7등급) 4관왕. 12월 남아공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 참가. 현재 IPC 세계랭킹 7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턱·왼팔에 분필끼워 잘 가르치겠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30)는 5일 도쿄 스기나미구 제4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옅은 회색 양복 차림의 교사 오토다케는 이날 아침 8시30분 운동장에서 열린 개학식에서 새로 온 교사들의 소개 순서에서 단상으로 나와 “안녕하세요. 같이 공부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여러가지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첫 인사를 했다. 또 “손이 없다.”고 장난스럽게 (오른쪽 손 부위를) 들어보인 뒤 “턱과 왼팔에 분필을 끼워 쓸 수 있다.”며 손수 몸짓을 해보였다. 학생들은 박수로 답례를 했다. 개학식 내내 오토다케는 밝았다. 휠체어에 앉은 오토다케는 개학식이 끝나자 단상에서 운동장으로 내려와 담당할 5·6학년 학생들에게 “잘 부탁해요.”라며 먼저 인사했다. 학생들도 TV에서의 화제 인물이 아닌 교사 오토다케에게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며 목례를 했다. 오토다케는 10시부터 이어진 입학식에도 참석,2학년 학생들의 새내기 맞이 공연을 지켜보며 교사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불편하지만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끝날 때마다 ‘박수’도 쳤다. 입학식을 마치고 나오던 오토다케는 교사로서의 소감을 “너무 기쁘다.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걸 가르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오토다케는 이후 학교의 홈페이지 점검과 함께 첫 정식 수업으로 기록될 6일 5학년 사회의 수업 준비를 한 뒤 오후 5시쯤 학교 강당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오토다케는 “나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성심껏 지도할 마음가짐”이라면서 “엄한 선생님이 아닌 편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졸업한 후에도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기대도 털어놓았다. 특히 “100%는 안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이 이지메(집단따돌림)가 없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이지메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동행할 것인지에 대해 “산에는 못 올라가겠지만 되도록 가고 싶다. 가려고 노력하겠다.”면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오토다케는 교육청과 3년간 기간제 교사로 계약을 했지만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1∼6학년의 도덕 수업의 경우, 혼자서가 아닌 동료교사와 함께 가르치는 ‘팀 티칭’을 하기로 했다.hkpark@seoul.co.kr
  • 광진구 ‘어린이 교통안전교실’ 큰 인기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취학전 어린이 안전체험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고 있다.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어린이들이 유치원을 벗어나 체험하는 실습에 흥미를 보여 사고예방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센터로는 처음으로 2003년 6월부터 교통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광진구 군자동 동사무소의 교육현장을 찾았다. ●인기 높은 체험프로그램 27일 군자 주민자치센터에 따르면 겨우내 쉬던 안전체험교육을 지난 14일 다시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교육을 한다. 유치원 등 268곳에 안내문을 보내 무료 체험교육 신청을 받았다. 이미 33곳,1335명의 신청을 받아 상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1000여명이 교육을 받았는데 해마다 신청 인원이 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프로그램을 시작한 자양2동에서도 상반기 17곳에 대한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이에 따라 곧 하반기 교육을 신청받기로 했다. 아직 체험 프로그램이 없는 서대문구와 중랑구 등에서도 참여신청이 들어왔다. 신청자가 쏟아지면서 광진구는 교통안전체험 교재를 들고 능동어린이집을 방문해 130여명의 어린이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성과가 좋으면 방문교육도 병행할 방침이다. 광진구 외에 노원구와 서초구, 강서구에서도 비슷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통공원을 운영한다.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지난 21일 군자동 주민자치센터. 군자어린이집과 세종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60여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그림자료를 보고 있다. 교육 진행은 안전실천시민연합의 자원봉사 교사 4명이 맡았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장난을 치다가 눈을 말똥말똥거리며 그림을 보았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만화영화 자료가 나오자 아이들은 활짝 웃다가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만화 주인공 ‘댕기동자’가 하늘나라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아 혼이 나고 땅으로 내려와 질서의 파수꾼 노릇을 한다는 내용이다.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질문했다.4살 때 아파트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얘기를 꺼내며 “나는 가만히 있는데 차가 막 와서 나를 꽈당 밀었어요.”라며 실감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이들이 “아∼”라고 작은 탄식을 내며 귀를 기울였다. 이어 아이들은 차도와 횡단보도가 인쇄된 고무판 앞에 줄을 맞춰 섰다. 일부 아이들은 미니 자동차 2대에 서로 먼저 타겠다고 우겼다. 모형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자 차례로 길을 건너며 배운 대로 손을 번쩍 들었다. 자동차에 탄 아이들은 얌전히 앉아서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넌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박수를 쳤다. 한 교사가 오른손에 물건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물건 때문에 오른손을 들지 못하고 끙끙대는 모습을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했다. 아이들 웃음이 터졌다. 교사는 “이럴 때에는 물건을 내려놓지 말고 눈을 운전자의 눈과 맞추고 건너세요.”라고 가르쳤다. 인도를 걷는 법, 버스에 오르는 법, 주차장에서 지킬 일 등 실내 교육을 마치고 동사무소 앞에 있는 실제 차도에서 실습을 했다. 교사들은 교육을 모두 끝내고 아이들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며 “선생님과 약속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키겠습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체험교육 진행교사 김종순(48)씨는 “학부모나 유치원 교사로부터 참여한 어린이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안전체험 시설이나 교재가 더 다양하게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79년 ‘난쏘공’·86년 ‘칠수와 만수’ 다시 무대로

    79년 ‘난쏘공’·86년 ‘칠수와 만수’ 다시 무대로

    요즘 연극계에서 유행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명품 연극’이다. 해외 극작가가 쓴 유명 극본에 이름 있는 배우가 한 명쯤 출연하고, 명망 있는 연출가와 뭉치면 명품 연극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1970∼80년대 질곡의 근·현대사를 한국인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무대에 올려 20∼30년이 지나도 재공연되는 연극은 정말 제대로 된 명품 연극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27년 만에 사회개혁을 쏘다 지난 1일 막을 올렸으나 주연 배우의 부상으로 잠시 중단됐던 연극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27일부터 다시 공연이 재개돼 4월29일까지 서울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난쏘공’은 한국 문학사 최초로 200쇄를 돌파하고,100만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조세희씨 원작 소설을 극화한 작품이다.1979년 5월 일주일간 연극회관 세실극장에서 첫 공연한 이래 관객들의 호응으로 같은 해 국립극장에서 2차공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정보부 문화담당 무관의 협박으로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다. 당시 상연 포기각서를 써줬던 연출자 채윤일씨는 재공연에 대해 “27년 전의 ‘난쏘공’이 용광로처럼 뜨거웠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담담히 보여주려 한다.”면서 “연극으로 사회개혁을 할 수는 없지만, 연극의 사회적 기능은 언제나 유효하다.”고 말했다. 키 117㎝, 몸무게 32㎏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하는 김불이는 달나라를 동경하며 달을 향해 쇠공을 쏘아올린다. 어느날 기어이 달로 가버린 아버지가 떠난 이유를 큰아들은 점점 깨닫게 된다. 극중 주인공인 난장이의 큰아들 역을 연기했던 신현서(35)씨. 그가 지난 13일 자기 몸짓보다 큰 숟가락을 끌다가 지친 아버지를 데리고 도망치는 장면을 리얼하게 연기하다 그만 허리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14∼24일 중단된 공연에 대해서는 연장을 검토 중이다. 새로 큰아들을 연기할 이종현(25)씨는 지난해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에 출연했으며, 원작에서 묘사된 극중 인물과 흡사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기대주들 이번에도 지난 1986년 초연된 연극 ‘칠수와 만수’는 당시 서울에서만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90∼92년에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이 관람한 인기 작품이다.88년 안성기, 박중훈, 배종옥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동안 문성근, 강신일, 안석환, 유오성 등 걸출한 배우들이 칠수와 만수를 연기했다. 이번에는 박정환, 진선규, 전병욱, 김문성이 연기한다.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공연계의 젊은 기대주들이다. 기지촌 출신 칠수와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만수는 고층빌딩에 매달려 광고판을 그리다 동반자살로 오해받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오는 30일부터 7월29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20∼30년이 지난 연극을 다시 올리는 두 극단의 공통적인 변은 ‘시대는 변해도 사람들의 인생은 비슷한 모습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난쏘공’의 원작자 조세희씨는 “(아파트값이 치솟아 사회문제가 되는 등의) 지금 상황은 처음 이 소설을 쓰던 때와 똑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개구리 춤’에 녹여낸 현대인의 삶

    ‘개구리 춤’에 녹여낸 현대인의 삶

    오는 31일,4월1일 이틀간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현대무용 ‘개구리냄비요리’(안무 김정은, 연출 신정엽)는 주제와 무대 언어 양쪽에서 모두 독특한 레퍼토리로 주목된다.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연극, 오페라를 넘나들면서 감각적인 안무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정은(36·동덕여대 강사)의 새해 첫 작품. 서울문화재단의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기획 공연이기도 하다. ‘개구리냄비요리’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삶은 개구리’요리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식당에서 손님들이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물의 온도를 서서히 올려가며 익혀 먹는 요리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건져내 무대 위로 옮겼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잘 때 주위의 환경에 신체조건을 맞춰 적응하는 것처럼 ‘삶은 개구리 요리’에서도 달구어지는 냄비에 개구리가 천천히 적응하면서 죽어간다는 이론에 착안했다. “흔히 이 ‘개구리 요리’에서 죽어가는 개구리를 의욕과 비전을 상실한 사람들의 게으른 모습에 빗대지만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개구리처럼 바쁜 일상에 휘둘리는 현대인들도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큰 힘에 의해 쫓기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적응해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김정은) 김정은의 말대로 공연에서 무대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힘으로 상징되는 ‘개구리 요리’의 냄비로 꾸며진다. 당연히 무용수는 개구리들. 요리에서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과정 그대로 조명이며 음악, 영상이 점차 강도높게 무대를 달구게 된다. 운동력을 상실하며 죽어가는 개구리들의 모습이 1시간에 걸쳐 감각적으로, 때로는 우화적으로 드리워진다. 중간중간 개구리로 변장한 무용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음향, 영상, 조명이 사전에 짜여진 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 즉흥적으로 맞춰지는 것도 파격. 관객들이 무대에서 무용수들을 조정하는 힘과 그 힘에 반응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악센트를 주었다. “무용수들의 몸짓에 시시각각 즉흥적으로 연결되는 무대 장치(스태프)가 얼마만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선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김정은) 31일 오후 7시,1일 오후 5시(02)539-2764.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한류라는 말,안 쓰면 안 될까/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학 교수

    난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일본 영화도 본다.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감독이 만든 영화 한두 편 보고,“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일본 여행 딱 세 번밖에 안 해 봤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야, 일본 좋더라, 더 가보고 싶다.”라는 말은 수도 없이 했다. 일식집에 가서 초밥 먹는 것도 좋아하고, 추운 겨울 날 따끈하게 덥힌 사케 한잔하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가진 디카도 일제이고, 내가 좋아하는 필기도구 중에도 일제가 있다. 이런 나를 보고 누가 “너, 참 일본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한다면? 난 선뜻 “응, 그래.”라고 반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별히 일본을 싫어하지도 않기 때문에 강하게 “아니.”라고 답할 것 같지도 않지만. 왜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나? 우리는 ‘한류’라는 말을 쓴다. 우리의 이웃 나라에서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한번 잘 생각해 보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중에 일본 제품이 꽤 많다고 하여,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일본 바람이 분다.”고 좋아하면, 우리 기분이 어떨까? 또 한국에서 미국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미국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여, 미국인들이 ‘미류’ 어쩌고 한다면? 요즘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을 잘 살펴보자.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상품들은 미국 시장에 막힘없이 흘러들어가 ‘한류’가 되길 바란다. 반면에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미국의 자랑거리인 값싸고 질 좋은 ‘미국 물’이 막힘없이 흘러들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작은 ‘칸막이’라도 하나 만들려고 안타까운 몸짓을 해보는 것 아닌가. 사실 미국이나 일본은 강대국이니 우리가 그들의 사정까지 세밀하게 챙길 여유가 없다고 해도 무슨 마음 부담이 있겠는가. 강한 나라 앞에서는 우리가 더 당당하게 우리의 자랑거리를 내세워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강한 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뒤에서 따라오는 나라들도 많다. 그런 나라에서 한국에서 만든 상품들이 좀 인기를 끈다고 하여, 그들 앞에서 ‘한류’를 자랑하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의 과거 어려운 시절을 생각해 보자. 미국이나 일본 상품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도도한 물결처럼 흐를 때, 우리가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는가를. 다른 나라에서 어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라고 해도,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을 끌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속에는 인기 스타나 잘 나가는 상품에 은근슬쩍 편승해 ‘나’도 함께 인정받으려고 하는 ‘약은’ 정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한류라는 말은 한국의 것이 다른 나라에서 사랑받기를 원하는 마음의 표출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 국민이나 자신의 국가가 자랑스러운 나라로 번영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한쪽에 승리와 자랑이 있으면, 다른 쪽에선 좌절과 질투가 생길 수 있다. 너무나 교과서적인 말인가? 오늘날 지구촌 사회에서는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의 ‘한류’만 흐르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물, 우리의 물, 서로 합쳐 함께 흐를 수 있게 노력해 보자. 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학 교수
  • [길섶에서] ‘SPRAY LOVE’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광화문 사거리 보디숍. 건물 1층 유리면을 장식한 문구가 도발적이다.‘STOP AIDS:SPRAY LOVE’‘사랑을 뿌리자?’다양한 상상을 자극한다. 가게로 들어섰다. 향수회사의 에이즈환자돕기 캠페인이란다. 지난 한해만 500만명이 감염됐다고 한다. 영화 ‘필라델피아’가 떠오른다. 에이즈가 주제였다.1993년작이다. 말기 환자역을 위해 10㎏이상 몸을 줄였던 톰 행크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죽음과의 경계에서 삶을 놓지 않았던 처절한 몸부림, 인간에 대한 처연한 그리움. 하지만 삽입곡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를 먼저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링거병을 들고 울부짖는 절망의 몸짓,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의 천상의 목소리.“나의 어릴 적 집은 노기에 휩싸이고/나는 쓸쓸했네/아무도 없었네/…천국이 눈앞에 있네/너는 외롭지 않아” 가게를 나서자 앰네스티 회원들이 가로막는다. 양심수 석방, 난민보호 캠페인에 서명해달란다. 흑백의 기록사진이 가슴 아프다. 여기도 ‘사랑을 뿌리자’인가. 여운이 남는 광화문 풍경이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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