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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기술로 철강史 바꾼 포스코

    포스코가 지난 100년 동안 최고의 기술로 평가받아온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파이넥스’ 신공법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일깨운 쾌거로 평가된다.파이넥스 공법에서는 기존의 용광로 공법에서 거쳐야 하는 철광석 1차 가공 공정과 유연탄을 단단한 고체연료인 코크스로 전환하는 과정이 생략된다.철광석과 유연탄을 원상태대로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드는 것이다.그 결과,용광로 공법에 비해 설비투자비는 8%,생산원가는 17%나 절감된다.배출되는 황산화물은 8%,질소산화물은 4%에 불과할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포스코측은 2006년까지 연산 15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를 완공하고 이어 2010년까지 노후 고로 등을 모두 파이넥스 설비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또 2008년까지 4조 4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2900만t에서 3200만t으로 늘리는 한편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도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1000만t 규모의 현지 생산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몸집 키우기 경쟁에 머물고 있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신기술로 독보적인 우위를 점유하게 된다. 우리는 12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개가를 거둔 포스코의 사례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그동안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구호가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초일류기업 10개가 더 있어야 가능하다는 등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또 기업들은 올 상반기 상장기업 순익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리면서도 기업 외적인 상황을 핑계로 투자를 기피해왔다.하지만 포스코의 사례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만 신기술 개발도 가능하다는 기초적인 상식을 단적으로 입증했다. 세계는 지금 미래를 향해 무섭게 뛰고 있다.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뛰는 길밖에 없다.포스코의 낭보가 우리 경제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DMZ는 그가 품고 있는 수많은 옥수(玉水)로 인해 ‘생명의 땅’이란 칭호를 얻을 만하다.뭇 생명의 근원은 물에서 비롯되니 DMZ를 흐르는 물길은 곧 생명길일 터이다.또한 존재 그 자체만으로 자유와 평화를 웅변하는 것이 DMZ의 하천들이다.155마일 겹겹이 둘러쳐진 철책선도,DMZ 곳곳에 박혀 있을 지뢰도 사람과 들짐승의 통행은 막았으나 물길 앞에선 속수무책 무장이 해제될 뿐이지 않는가. ●춤추듯 꿈틀대는 역곡천 취재팀은 탐사기간 DMZ의 크고 작은 물길과 샘을 여러번 만났다.대부분 만남의 청을 넣고 찾아간 것이지만 때론 예고없이 그들 스스로 흔연히 나타나주기도 하였다.그들은 DMZ의 낮밤을 저 홀로 고적하게 흐르거나,그것이 싫증나면 임진강이니,북한강이니,남강이니 하는 큰 강물에 저를 실어보낸다. 임진강의 여러 지천 가운데 강원도 철원의 역곡천은 숨가쁘도록 꿈틀대며 제 몸집을 놀린다.무어 그리 흥에 겨운지 남과북의 철책선을 춤추듯 월남하며,월북하는 기막힌 모습을 연출한다.51년 전 유혈이 낭자했던 백마고지를 옆에 껴안고 남으로 치닫다 북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발길을 돌려 남으로,그리고 다시 뒤틀어 북으로 흐르다 마침내 임진강의 품에 안긴다. 취재팀은 철원군 육군 ○○사단 관할의 용강수문에서 역곡천을 만났다.6월의 햇볕이 내리쬐는 길가엔 꿀풀이 왕성하게 번식하더니 현무암이 성벽처럼 둘러선 역곡천변은 번식력 좋은 달뿌리풀이 터를 잡고 있다.바위 언덕 위로는 초본류와 신갈나무 군락지가 빼곡히 들어서 고라니같은 포유류에게 더없이 훌륭한 서식환경을 선사하고 있다.안내장교는 “역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수달도 종종 눈에 띈다.”고 일러준다. 용강수문 북쪽 너머의 역곡천 물길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위 위에 마침 솥뚜껑만한 자라가 목을 길게 뺀 채 일광욕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등짝 길이가 못돼도 40∼50㎝는 족히 될 듯싶다.녀석은 사람이라는 천적이 사라진 덕에 제 몸집을 저리도 크게 키워냈을 것이다.눈길을 돌려 북쪽 먼 데를 바라보니 멀리 대마리 평원에 고라니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사미천·세월천·멸공천,그리고 사천 경기도 연천군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남으로 내려오는 사미천도 꼭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 굽이쳐 흘렀다.꾸구리와 납자루,누치,참마자,돌마자,피라미,쉬리 등이 채집 그물망에 쉴새없이,그것도 무더기로 올라왔다.원체 적응력이 좋아 수질에 상관없이 어디서고 서식하는 피라미를 빼고는 모두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어종들이다.북쪽에 자리잡은 사미천은 올 봄 하나의 귀한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지난 4월 북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이 남을 향해 넘실대며 넘어오자 우리 군이 불길을 잡기 위해 맞불을 놓았을 때다. “DMZ 안에서 오갈데 없이 위기를 맞은 고라니 한 마리가 사미천에 풍덩 몸을 던졌지요.불이 잦아들 때까지 물위로 얼굴만 내놓은 채 몇시간을 버티더군요.사미천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30년을 군인으로 지내온 노병은 “DMZ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신난 듯 설명을 이어갔다. 어디 이뿐일까.사미천을 비롯한 DMZ의 모든 하천들은 이곳 생태계의 자궁과도 같다.짐승의 갈증과 허기를 언제든 달래주고,물고기와 곤충이 낳는 알을 따스하게 품어주며,팍팍한 땅에 숨결을 불어넣어 습지를 형성하고,그리하여 새 생명들을 수없이 잉태하고 양육해 오지 않았는가. 취재팀이 둘러본 경기도 연천과 파주 일대의 멸공천·세월천,그리고 고성군의 사천도 그랬다.혹여 지뢰를 밟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취재팀이 수백m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피라미 떼,올챙이 떼들은 멸공천 물속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저들의 생(生)을 힘차게 노래했다.하천변에는 밤사이 목을 축였음직한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고,몇마리인지 셀 수조차 없는 형형색색 물잠자리도 제가 태어난 멸공천을 고운 날갯짓으로 수놓았다. 남방한계선 수문 아래의 세월천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팔뚝만한 어름치 세 마리가 힘차게 유영하고,민물새우와 쌀미꾸라지도 지천으로 발견됐다.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바다로 빠져드는 사천은 또 다른 맛을 안겨준다.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서만 볼 수 있는 버들가지가 어렵잖게 발견되고,하류 쪽에는 바다와 민물하천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인 은어와 칠성장어가 살고 있다.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박사는 “하천 위로 동해선 도로가 지나가고,군사작전 도로를 내느라 흙탕물이 많이 생기는 등 위협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건강한 하천생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사미천은 임진강의 지류이다.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남방한계선 철책 바로 아래에서 본 사미천은 예상보다 물이 그다지 맑지는 않았지만,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하천 수심은 20∼30㎝지만 이미 강바닥 공사까지 마친 상태였다.하천변에는 홍수예방을 위해 돌망태로 만든 제방이 꽤나 높게 세워져 있다. 강바닥이 자갈로 구성된 수역에서 채집된 어류는 대부분 꾸구리와 쉬리였다.특히 꾸구리의 치어들은 투망을 걷어 올릴 때 그물 사이를 눈부시게 튀며 빠져나갔다.이 수역에서 우점종인 잉어목 잉어과 어류인 꾸구리는 입수염이 4쌍이며 매우 납작한 체형이다.산란기는 4∼6월이며,주로 수서곤충을 섭식한다.물 흐름이 매우 빠른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오직 한강과 임진강,금강에서만 출현한다. 최근 수질 오염과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강바닥 공사로 인해 여울이 사라지면서 서식처를 위협당한 꾸구리는 급격히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환경부 보호대상 어류로 지정되어 있다.일반적으로 꾸구리는 대부분 여울에서 반두를 이용해야만 겨우 몇 개체 정도 채집되는 어류다.하지만 이곳 사미천의 여울에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서일까,한번 던진 투망에 20∼30개체가 손쉽게 채집되었다. 쉬리 역시 최근 하천 공사와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개체수가 많이 감소하는 추세다.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물이 깨끗하고 여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는,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물고기이다.쉬리의 몸은 가늘고 긴 날씬한 체형이다.4∼5월 산란기에는 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돌 밑에 알을 붙인다. 남방한계선에서 한참을 남쪽으로 물러나 다시 사미천의 어류들을 채집하였다.물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강바닥에 진흙과 자갈이 깔려 있는 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어류들이 출현하였다.피라미,줄납자루,참중고기,중고기,돌고기,줄몰개,돌마자,참마자,누치,모래무지 등과 이들을 잡아먹는 꺽지와 쏘가리가 관찰되었다.사미천은 제방공사로 인해 비록 본연의 제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지만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어 자연의 생명력과 파괴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최승호 박사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금강모치,열목어,쉬리,어름치,갈겨니,버들가지…. DMZ 깊은 계곡에 속살을 숨기고 흐르는 하천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다.수십년 동안 사람의 간섭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화해 온 덕분이다.이들 하천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 성내천의 생태는 특히 압권이다.미확인지뢰 지대여서 남방한계선 철책선(수문)에서 하천을 따라 20여m 정도만 조사할 수 있었지만 다양한 서식 환경과 희귀어류 10여종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열목어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가하면 금강모치와 쉬리,어름치 등이 취재팀의 채집 그물망에 수시로 올라왔다.성내천은 아직까지 생태전문가들의 발길조차 닿지 않은,DMZ 인근의 대표적인 ‘숨겨진 하천’이다. ●성내천은 물고기의 보물창고 성내천금강모치의 유영(游泳)은 장관이었다.7∼8㎝쯤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담황색 빛깔이 다부진 인상을 준다.등쪽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은빛·금빛 반점들이 햇살에 반사돼 마치 금강석을 뿌려 놓은 듯하다.번식기를 맞은 한떼의 금강모치가 여울의 자갈 위를 휘젓고 노니는 모습에 경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금강모치로 이름지어졌다고 한다.하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심산유곡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으로 개체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귀한 물고기다.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걸까.얼룩배기 지느러미를 달고 은색과 흑갈색,오렌지색의 번쩍이는 비늘로 치장한 쉬리도 많이 발견됐지만 금강모치의 단아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 자태에는 비할 바 못된다. 두타연에서도 발견된 열목어도 쉽게 눈에 띈다.몸에 얼룩얼룩 흑갈색 점을 붙인 한 뼘 이상 됨직한 녀석들이 남방한계선 철책 수문 아래 물길을 따라 유유히 오가는 폼이라니…. 성질 급한 냉수성 어종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채집 그물망에 잡혀 펄떡이는 녀석들의 싱싱함에서 DMZ 물고기의 자유분방함이 배어 나온다.긴장 속에 경계근무에 나서는 얼룩무늬 복장의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 열목어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문을 경계로 하천 상·하류의 작은 소에는 40∼50㎝짜리 큼직한 열목어들이 서식하며,해가 지면 어슬렁어슬렁 나들이를 나옵니다.” 초병들의 귀띔이다.녀석들은 아마 그 큰 덩치로 성내천 물속 세계를 평정하고 있는가보다. 성내천에는 이밖에 냉수성 어종은 아니지만 새코미꾸리,배가사리,가는돌고기,모래무지,돌매자,꺽지 등도 채집된다.수문 주위에는 이런저런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말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다.그만큼 서식 환경이 다양하고 좋다는 증거다. 하천의 폭은 10m에 불과하지만 물살이 빠른 곳과 느린 곳,여울지는 곳,물길이 머물며 소를 이룬 곳,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고르게 있다.바닥도 모래와 자갈,바위층으로 다양하다.오염되지 않은 물속 자갈과 바위 밑에는 날도래유충과 잠자리유충,강도래유충,플라나리아 등 물고기 먹잇감들이 너댓마리씩 붙어 기어 다닌다.유충의 개체 밀도는 일반 하천보다 2∼3배는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하천변에는 가래나무와 신갈나무가 물속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물고기들이 번식하고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짝짓기철 물고기 사랑행위로 시끌 건강한 하천 속에는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바쁘다.6월 중순,취재팀이 하천을 찾은 시기가 짝짓기 철이다보니 채집되는 물고기 가운데 배가사리와 모래무지는 주둥이가 하얗게 변하며 튀어나오는 2차 성징을 보였다.떼지어 요란스레 짝짓기하는 금강모치를 비롯해 주둥이를 흉물스레 바꾸면서까지 짝짓기에 나선 물고기들로 6월의 성내천은 그렇게 시끌벅적했다.물고기들만의 천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DMZ내 군사분계선을 따라 동으로 흐르다 남쪽으로 물길을 잡은 성내천은 제4땅굴이 하천 밑바닥을 아리게 뚫고 지날 때도 숱한 어종들을 품고 말없이 그렇게 남으로,남으로 흘렀으리라.성내천 곳곳에 상흔처럼 남아 있는 녹슨 지뢰와 포탄 껍질 그리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두꺼운 철문을 훌훌 걷어내고 물고기들이 좀 더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는 날은 언제쯤이면 올 것인가.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성내천은 소양호로 유입되는 인북천의 지류로,길이가 고작 4㎞ 남짓한 매우 작은 하천이다.을지전망대에 올라 북녘 산하를 굽어보니 멀리 물 흐름은 보이지 않지만 성내천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내천에서는 갈겨니,쉬리,모래무지,금강모치,참종개,꺽지,열목어,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그리고 어름치 등의 11종이 채집되었다.짧은 시간에 좁은 공간에서,그것도 하천 최상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풍부한 개체수다. 군인들의 말에 의하면 미유기의 서식도 추정되었으나 채집을 하진 못했다.직접 포획한 11종 가운데 쉬리와 금강모치,참종개,꺽지,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어름치 등 8종은 한반도 고유어종이다.고유어종(endemic species)이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물고기를 말한다.특산종이란 말을 쓰기도 하지만 고유종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특히 금강모치,어름치,배가사리는 한강과 금강의 최상류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서식해 왔다.어름치와 배가사리는 금강에서는 이미 절멸되었으며 어름치는 최근 인공 부화를 통한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검은색 줄무늬가 특이한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는 산란철에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갈을 물어다 산란탑을 쌓는 독특한 습성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새코미꾸리는 한강과 낙동강에서만,가는돌고기는 한강에서만,금강모치는 한강 상류와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의 상류 그리고 금강의 상류인 덕유산 계곡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금강모치는 버들치와 유사한 종이나 등지느러미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몸 측면에 황금색(주황색) 세로줄이 있어서 차이가 난다.물속으로 들어가 금강모치를 보면 찬란한 그 빛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면서 한 지역에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종들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담수어류는 하천이라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고,물줄기를 따라서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물고기 종들의 분포와 다양성은 지질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물학적 자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된다. 어떤 지역의 높은 생물 다양성은 잘 보전된 생태계의 질적인 면을 반증한다.한반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내천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높은 이유다.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 부자상대 프라이빗뱅킹 “돈되네”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부자 고객을 잡기 위해 PB센터를 잇따라 신설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4개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6월말 현재 PB센터 판매실적이 5조 3200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하나은행 전체 영업지점(549개)의 6월말 총판매 실적이 77조 8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4개에 불과한 PB센터가 은행 전체 판매실적의 6.83%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고객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실적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PB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각 은행들은 부자고객들을 잡기 위해 PB센터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말까지 강북 지역과 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에도 PB센터를 추가로 개설,PB센터를 2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조흥은행도 연내 PB센터 1곳을 더 개설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년말까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 3∼5개의 PB센터를 추가로 개설해 현재 3개에 불과한 PB센터 수를 크게 늘리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우리은행도 올해말까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객이 대상인 2호 PB센터를 강북지역에 추가 개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B영업 강자인 씨티은행의 국내시장 공략을 앞두고 시중 은행들이 부자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PB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씨티은행의 시장공략이 가시화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쏴아아…,찌르르‘ 강원도 양구군 민간인통제선을 가로질러 금강산 장안사를 향해 오르는 길은 폭포와 이름모를 풀벌레,새소리 화음이 절묘하다.포연이 사라지고 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51년.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풀 한 포기 온전히 남지 않았던 곳이 울창한 밀림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양구에서 장안사까지 걸어서 반나절이면 족했던 그 길은 맑게 흐르는 수입천을 따라 왕성한 생명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비포장 초입 길섶부터 신갈나무 군락지가 눈이 멀게 뻗어 있고 철책선을 앞두고 중간쯤에 이르면 두타연 폭포가 시원스레 물길을 가른다.폭포와 물안개 속에 떠있는 바위마다 돌단풍과 물이끼가 파랗게 수를 놓았고 검푸른 소(沼)에는 열목어,금강모치,쉬리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 터 잡은지 오래다. ●열목어 등 냉수성 어종 천국 용틀임치며 폭포를 만드는 물길 덕분에 물 속 용존산소가 풍부해 물고기가 살기에는 그만이다.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고 습지가 잘 발달해 있어 곤충 등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물고기가 살기에 더없이 좋다. 두타연 일대는 휴전 직전까지 밀고 밀리던 격전지로,모든 것이 초토화된 이후 새롭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전쟁 이후 사람들의 간섭 없이 만들어진 2차 식생지역으로 신갈나무,개박달나무,물푸레나무,느릅나무,신나무,찔레나무 등이 밀림처럼 빼곡하다. 다래나무 덩굴까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수입천을 따라 형성된 숲 전체가 뭉게구름처럼 몽실거린다.하천가에서 우점종(優占種·일정 범위 안의 식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종)이 된 활엽수가 독특한 식생을 이룬 모습이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소나무는 바위가 많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 초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신갈나무 활엽수림 군락지 형성 산등성이와 암벽 지역마다 군락을 이룬 신갈나무는 하천변 모래에까지 씨를 날려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1∼2㎝ 크기의 앙증맞은 신갈나무 작은 새싹들이 발그스레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두타연 상류 오목오목 파인 바위그릇마다 물참나무 도토리 껍질이 수북하다.다람쥐와 청설모 등 작은 포유류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타연에서 수입천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구불구불 1시간쯤 걸었을까….한약재로 귀하게 쓰이는 황벽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염료로 쓰이거나 위장병에 특효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나무가 되어버린 종(種)이다. 이곳 두타연에서는 지뢰가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며 자연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폭포 옆 습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오리나무·신나무가 자라고,평지에는 초창기 군부대에서 심었을 아까시나무가 씨앗을 날려 울창하다.초본류는 원추리와 돌단풍,나리,오이풀,그늘사초,산거울 등 우리 주변에서 낯익은 것들이 대부분이다.갈대를 닮은 달뿌리풀이 게릴라 전법으로 물가를 찾아 뻗어나가며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습지에는 ‘큰방울새란(蘭)’ 서식 ‘큰방울새란’처럼 흔치 않은 종도 발견된다.두타연 부근 지 바위 틈에 네댓 송이씩 올망졸망 자라는 큰방울새란은 수줍은 여인의 모습 그대로다.7∼8㎝ 안팎의 가녀린 몸에 새끼손톱만한 두세 개의 작은 잎새를 달고 진분홍의 꽃술을 연분홍과 흰색 꽃잎으로 감싸며 함초롬히 피어낸 한 송이씩의 꽃이라니….여린 몸집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짙다.환경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난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두타연 인근,수백미터는 족히 넘게 발달된 습지는 건강한 하천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생물들의 중간 완충지대로 각종 미생물과 곤충이 있고 강도래,날도래 등이 서식하며 물고기의 풍부한 먹이 서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길따라 두타연 상류로 이어진 물줄기 돌웅덩이마다 올챙이가 떼지어 퇴적된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한다.육식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면서 건강한 하천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수입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너럭바위와 돌을 타고 흐르며 붉은색,청색,녹색으로 알록달록 기막힌 장관을 연출한다.두타연의 열목어처럼 수입천을 거슬러 금강산 장안사를 돌아보는 그날은 언제나 올는지….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두타연은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다.동해를 막고 서 있는 향로봉(1296m),마산(1052m),설악산(1708m)의 산줄기를 넘고,인북천을 건넌 다음에도 매봉(1290m),가칠봉(1242m),대암산(1304m)을 넘어야 볼 수 있다.서해의 기운은 이보다 더 멀리 있다.연백평야를 지나 임진강을 건넌 다음,한북정맥을 넘어서 북한강을 건너고,어은산(1277m) 백석산(1142m)을 지나야 비로소 두타연에 이를 수 있다. 두타연은 불교식 이름에서 풍기듯 주변 경관도 신비롭다.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의 신비함은 말할 것도 없고,깎아지른 듯한 암벽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소나무,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물결을 고르고 있는 웅덩이,그리고 이어지는 여울과 소의 반복….이런 조건은 두타연을 우리나라에서 냉수성 어종의 물고기들이 가장 다양한 곳으로 만들었다.금강모치·쉬리·배가사리·돌상어·새코미꾸리·미유기·꺽지 등과 같은 한국 고유종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변천사를 말해주는 열목어도 많다.특히 중간에 있는 낮은 폭포는 두타연 상류와 하류의 물고기들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열목어 등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종류는 상류에서도 발견되는 반면 작은 어종은 하류에서만 발견된다. 이렇듯 폭포와 못이 어울리며 키워낸 많은 어류는 물까치와 같은 새들도 불러모은다.큰방울새란 등 아름다운 난초가 자라는 습지도 다양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242호)도 날아든다.하지만 두타연은 주변 산세가 험해 뭇 생물들의 난잡한 접근은 금한다.어떻게 보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암벽으로 병풍을 쳐놓은 듯하다.이와 같은 경관 조건은 오지로서의 지리 조건과 함께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의 피난처가 되고,독수리 부리를 닮은 암봉에서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가족들이 놀다 간다.또한 이 부근에는 숲 속을 날아다니는 포유류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28호)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해,벌써 양구군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이벤트로 두타연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인다.하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훼손하면 차라리 소개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두타연을 살리는 지혜로운 대안을 기대해 본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쏴아아…,찌르르‘ 강원도 양구군 민간인통제선을 가로질러 금강산 장안사를 향해 오르는 길은 폭포와 이름모를 풀벌레,새소리 화음이 절묘하다.포연이 사라지고 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51년.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풀 한 포기 온전히 남지 않았던 곳이 울창한 밀림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양구에서 장안사까지 걸어서 반나절이면 족했던 그 길은 맑게 흐르는 수입천을 따라 왕성한 생명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비포장 초입 길섶부터 신갈나무 군락지가 눈이 멀게 뻗어 있고 철책선을 앞두고 중간쯤에 이르면 두타연 폭포가 시원스레 물길을 가른다.폭포와 물안개 속에 떠있는 바위마다 돌단풍과 물이끼가 파랗게 수를 놓았고 검푸른 소(沼)에는 열목어,금강모치,쉬리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 터 잡은지 오래다. ●열목어 등 냉수성 어종 천국 용틀임치며 폭포를 만드는 물길 덕분에 물 속 용존산소가 풍부해 물고기가 살기에는 그만이다.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고 습지가 잘 발달해 있어 곤충 등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물고기가 살기에 더없이 좋다. 두타연 일대는 휴전 직전까지 밀고 밀리던 격전지로,모든 것이 초토화된 이후 새롭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전쟁 이후 사람들의 간섭 없이 만들어진 2차 식생지역으로 신갈나무,개박달나무,물푸레나무,느릅나무,신나무,찔레나무 등이 밀림처럼 빼곡하다. 다래나무 덩굴까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수입천을 따라 형성된 숲 전체가 뭉게구름처럼 몽실거린다.하천가에서 우점종(優占種·일정 범위 안의 식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종)이 된 활엽수가 독특한 식생을 이룬 모습이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소나무는 바위가 많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 초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신갈나무 활엽수림 군락지 형성 산등성이와 암벽 지역마다 군락을 이룬 신갈나무는 하천변 모래에까지 씨를 날려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1∼2㎝ 크기의 앙증맞은 신갈나무 작은 새싹들이 발그스레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두타연 상류 오목오목 파인 바위그릇마다 물참나무 도토리 껍질이 수북하다.다람쥐와 청설모 등 작은 포유류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타연에서 수입천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구불구불 1시간쯤 걸었을까….한약재로 귀하게 쓰이는 황벽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염료로 쓰이거나 위장병에 특효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나무가 되어버린 종(種)이다. 이곳 두타연에서는 지뢰가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며 자연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폭포 옆 습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오리나무·신나무가 자라고,평지에는 초창기 군부대에서 심었을 아까시나무가 씨앗을 날려 울창하다.초본류는 원추리와 돌단풍,나리,오이풀,그늘사초,산거울 등 우리 주변에서 낯익은 것들이 대부분이다.갈대를 닮은 달뿌리풀이 게릴라 전법으로 물가를 찾아 뻗어나가며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습지에는 ‘큰방울새란(蘭)’ 서식 ‘큰방울새란’처럼 흔치 않은 종도 발견된다.두타연 부근 지 바위 틈에 네댓 송이씩 올망졸망 자라는 큰방울새란은 수줍은 여인의 모습 그대로다.7∼8㎝ 안팎의 가녀린 몸에 새끼손톱만한 두세 개의 작은 잎새를 달고 진분홍의 꽃술을 연분홍과 흰색 꽃잎으로 감싸며 함초롬히 피어낸 한 송이씩의 꽃이라니….여린 몸집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짙다.환경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난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두타연 인근,수백미터는 족히 넘게 발달된 습지는 건강한 하천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생물들의 중간 완충지대로 각종 미생물과 곤충이 있고 강도래,날도래 등이 서식하며 물고기의 풍부한 먹이 서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길따라 두타연 상류로 이어진 물줄기 돌웅덩이마다 올챙이가 떼지어 퇴적된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한다.육식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면서 건강한 하천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수입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너럭바위와 돌을 타고 흐르며 붉은색,청색,녹색으로 알록달록 기막힌 장관을 연출한다.두타연의 열목어처럼 수입천을 거슬러 금강산 장안사를 돌아보는 그날은 언제나 올는지….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두타연은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다.동해를 막고 서 있는 향로봉(1296m),마산(1052m),설악산(1708m)의 산줄기를 넘고,인북천을 건넌 다음에도 매봉(1290m),가칠봉(1242m),대암산(1304m)을 넘어야 볼 수 있다.서해의 기운은 이보다 더 멀리 있다.연백평야를 지나 임진강을 건넌 다음,한북정맥을 넘어서 북한강을 건너고,어은산(1277m) 백석산(1142m)을 지나야 비로소 두타연에 이를 수 있다. 두타연은 불교식 이름에서 풍기듯 주변 경관도 신비롭다.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의 신비함은 말할 것도 없고,깎아지른 듯한 암벽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소나무,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물결을 고르고 있는 웅덩이,그리고 이어지는 여울과 소의 반복….이런 조건은 두타연을 우리나라에서 냉수성 어종의 물고기들이 가장 다양한 곳으로 만들었다.금강모치·쉬리·배가사리·돌상어·새코미꾸리·미유기·꺽지 등과 같은 한국 고유종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변천사를 말해주는 열목어도 많다.특히 중간에 있는 낮은 폭포는 두타연 상류와 하류의 물고기들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열목어 등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종류는 상류에서도 발견되는 반면 작은 어종은 하류에서만 발견된다. 이렇듯 폭포와 못이 어울리며 키워낸 많은 어류는 물까치와 같은 새들도 불러모은다.큰방울새란 등 아름다운 난초가 자라는 습지도 다양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242호)도 날아든다.하지만 두타연은 주변 산세가 험해 뭇 생물들의 난잡한 접근은 금한다.어떻게 보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암벽으로 병풍을 쳐놓은 듯하다.이와 같은 경관 조건은 오지로서의 지리 조건과 함께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의 피난처가 되고,독수리 부리를 닮은 암봉에서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가족들이 놀다 간다.또한 이 부근에는 숲 속을 날아다니는 포유류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28호)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해,벌써 양구군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이벤트로 두타연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인다.하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훼손하면 차라리 소개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두타연을 살리는 지혜로운 대안을 기대해 본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왜…” 유족 오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경찰수사가 서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 등 다른 미제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캐는 데 집중되고 있다. ●태연히 노점상 살해 재연 경찰은 19일 유를 데리고 지난 4월 노점상 안모(44)씨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에 나섰다. 남색 상·하의에 노란 비옷을 걸치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유는 황학동 S아파트 부근의 한 약국 앞과 살해 장소인 서울 신수동 자신의 오피스텔 인근 주차장,시신을 버린 인천 월미도 부근 등에서 범행을 재연했다. 그는 흉기 등으로 20여 차례나 안씨를 찌르는 상황과 인천시 중구 북성동 한 주차장에서 안씨의 양 손목을 자르는 장면,월미도 ‘문화의 거리’ 앞바다에 이를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이었다.승합차 운전석 뒷좌석 시트 밑에 둔 시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경찰은 그러나 절단한 양 손목을 버렸다는 월미도 앞 바다를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현장검증에는 안씨의 부인 노모(42)씨와 남동생(43) 등 유가족이 나와 오열했다.이들은 “왜 죽였냐.마스크 벗어.이 나쁜 놈아.”,“왜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택했냐.”며 울음을 터트렸다.부인 노씨는 “사건 당일인 14일 남편이 ‘장사가 잘 안되니 인근에서 노점하는 사람과 만나고 오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노씨는 “몸집이 큰 남편의 피살 소식을 듣고 단독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다.”면서 “시동생이 용의자로 지목돼 고초를 치르는 등 지난 2개월 동안 집안이 파탄났다.”고 울부짖었다. ●서울 서남부지역 범행과의 패턴 비교에 초점 경찰은 유가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에 연루됐는지를 추궁하는 한편 유의 ‘살인 패턴’을 서울 서남부지역 범죄와 비교,유사성과 차이점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우선 유는 살해한 부유층 노인의 자택에 있던 거액의 금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본인은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강변하지만,사회적 약자인 안씨 살해가 밝혀짐에 따라 범행동기를 납득할 수 없는 ‘무동기 범죄’인 점이 확인된 셈이다. 유가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뜯으려다 ‘가짜’인 점이 들통났거나,안씨의 반항을 받고 무참하게 살해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범행 수법에서도 희생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흉기나 둔기를 쉴 새 없이 내리치거나 시신을 토막내는 잔혹성은 다른 사건과 똑같았다. 지난 4∼5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도 ‘무차별’,‘잔혹성’이라는 점에서는 일부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유가 직접 제작한 쇠망치를 주로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흉기를 사용한 서남부 사건과는 수법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유가 당초 서울 서남부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미 진범이 붙잡힌 사건까지 본인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경찰은 “유영철의 진술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안동환·인천 김효섭기자 sunstory@seoul.co.kr
  •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왜…” 유족 오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경찰수사가 서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 등 다른 미제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캐는 데 집중되고 있다. ●태연히 노점상 살해 재연 경찰은 19일 유를 데리고 지난 4월 노점상 안모(44)씨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에 나섰다. 남색 상·하의에 노란 비옷을 걸치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유는 황학동 S아파트 부근의 한 약국 앞과 살해 장소인 서울 신수동 자신의 오피스텔 인근 주차장,시신을 버린 인천 월미도 부근 등에서 범행을 재연했다. 그는 흉기 등으로 20여 차례나 안씨를 찌르는 상황과 인천시 중구 북성동 한 주차장에서 안씨의 양 손목을 자르는 장면,월미도 ‘문화의 거리’ 앞바다에 이를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이었다.승합차 운전석 뒷좌석 시트 밑에 둔 시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경찰은 그러나 절단한 양 손목을 버렸다는 월미도 앞 바다를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현장검증에는 안씨의 부인 노모(42)씨와 남동생(43) 등 유가족이 나와 오열했다.이들은 “왜 죽였냐.마스크 벗어.이 나쁜 놈아.”,“왜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택했냐.”며 울음을 터트렸다.부인 노씨는 “사건 당일인 14일 남편이 ‘장사가 잘 안되니 인근에서 노점하는 사람과 만나고 오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노씨는 “몸집이 큰 남편의 피살 소식을 듣고 단독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다.”면서 “시동생이 용의자로 지목돼 고초를 치르는 등 지난 2개월 동안 집안이 파탄났다.”고 울부짖었다. ●서울 서남부지역 범행과의 패턴 비교에 초점 경찰은 유가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에 연루됐는지를 추궁하는 한편 유의 ‘살인 패턴’을 서울 서남부지역 범죄와 비교,유사성과 차이점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우선 유는 살해한 부유층 노인의 자택에 있던 거액의 금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본인은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강변하지만,사회적 약자인 안씨 살해가 밝혀짐에 따라 범행동기를 납득할 수 없는 ‘무동기 범죄’인 점이 확인된 셈이다. 유가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뜯으려다 ‘가짜’인 점이 들통났거나,안씨의 반항을 받고 무참하게 살해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범행 수법에서도 희생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흉기나 둔기를 쉴 새 없이 내리치거나 시신을 토막내는 잔혹성은 다른 사건과 똑같았다. 지난 4∼5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도 ‘무차별’,‘잔혹성’이라는 점에서는 일부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유가 직접 제작한 쇠망치를 주로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흉기를 사용한 서남부 사건과는 수법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유가 당초 서울 서남부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미 진범이 붙잡힌 사건까지 본인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경찰은 “유영철의 진술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안동환·인천 김효섭기자 sunstory@seoul.co.kr
  • [마니아]자전거 이색동호회

    [마니아]자전거 이색동호회

    오토바이에 인기를 빼앗긴 자전거도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최근 국내에도 이색 동호회가 늘어나는 추세다.배기가스 배출 등 환경을 해칠 염려가 없고 소음도 심하지 않다는 장점이 뒷받침한다. 특히 외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모임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오토바이 보다도 훨씬 비좁은 공간에서 가능하다는 매력 때문에 인기 상한가다. 외발 자전거 동아리 CUC(Corea Unicycling Club)는 동호회 국내 1호를 자처하며 지난 2001년 7월 회원 19명으로 첫 페달을 밟았다.매달 둘째주 일요일이면 정회원 100여명과 인터넷 카페 회원 700여명이 모임을 갖는다.서커스 수준으로 비치는 통념을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깨뜨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기술위원까지 둬가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24인치 이하의 바퀴가 달린 자전거) 동아리도 탄생했다.회원들은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번트 바이크(Recumbunt bike),접으면 택시 뒷좌석에도 쏙 들어가는 접이식 자전거,핸들이 고정돼 있지 않아 균형잡기가 힘든 로데오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를 탄다. 바퀴와 몸집이 작은 미니벨로는 휴대가 간편한 게 장점이다.가로·세로·높이를 합쳐 158㎝ 이상의 물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보통 자전거는 지하철에 싣지 못하지만 미니벨로는 다르다.무게도 10㎏ 안팎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는 신비롭다.신화의 저편에 있는 동굴처럼….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군인 외에는 아무도 가볼 수 없는 곳.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년 넘게 숨겨진 비경이라는 생각에 일단 처녀림·원시림이라고 치부한다.이번에 나타난 하늘색 청개구리도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생물이니 ‘신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보면 산림이 뜻밖에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산림도 그렇게 울창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비무장지대의 숲의 양은 대략 그것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그동안 북한이 불을 놓으면 남한은 맞불을 놓고,서로 감시하기 위해 시계(視界)청소를 한 결과다. 그렇다고 비무장지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비무장지대는 한국동란의 휴전과 동시에 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여 사람은 물론 짐승도 맘대로 오갈 수 없었다.남방계 생물과 북방계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한반도의 허리부분이 완전히 가로막힌 채 50년 이상 격리돼 있다는 것은 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이나 생물의 이동성향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과거에 군사활동의 결과로 산불이나 시계청소가 이루어졌지만,이는 오히려 다양한 생태경관을 형성하여 진귀한 식물과 곤충,새와 짐승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이한 생태계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비무장지대는 처녀림이거나,원시림이 아니라 ‘특이한’ 생태계다.가볼 수 없는 비경이라는 그리움이 만든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제대로 알아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바로 비무장지대의 진면목이다.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어미 말을 거꾸로 따르다가 무덤마저 잃을까봐 목놓아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의 처지와 닮았다. 하늘색 청개구리가 나타난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우리의 손발이 묶임으로써 이런 귀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보전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또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남북은 역사 이전에 신화를 공유하고 있었다.이제 우리는 이런 신화의 메신저를 맞이하여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이끌어내고,환경공동체로서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나서야 한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밝힌 ‘대학정책’

    전국의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교육인적자원부가 한동안 엄두를 내지 못하던 대학구조의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산술적으로 공평하게 배분하던 정부 지원금을 올해부터는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측정해 ‘우수 대학’만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학들이다.전국 대학의 83%에 달하는 사립 대학의 절반가량이 풍찬노숙의 처지에 놓인다.교육부는 재정지원을 활용하는 처방 이외에 대학구조 개혁안도 만들어 문제 대학들은 퇴출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대학의 수를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대학 총장들은 급기야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갖고 3일까지 사흘 동안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격변의 대학정책을 들어 봤다. 교육부가 사실상 대학의 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한국의 대학,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지금 전국의 대학이 무려 357개에 이릅니다.전국의 시·군·구가 232곳이니 평균 1.5개 꼴이 넘습니다.대학의 무분별한 설립은 대학 교육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졌습니다.교수 1인당 학생수가 평균 31명으로 우리도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명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심지어 초등학교보다도 많게 40명을 초과하는 대학도 106개 이릅니다. 대학의 무분별한 난립은 결국 교육부의 책임이 아닌가요. -대학 역시 시대적 산물입니다.대학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10년 전,전국의 대학은 300개쯤 되었습니다.한해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이 80만명이 넘었습니다.대학에 대한 수요 압(壓)이 높아지면서 양적 팽창이 불가피했습니다.그 후 대학은 357개로 급격히 늘었습니다.질적 내실을 다지거나 추스를 계제가 아니었습니다.그러나 대학 신입생이 줄기 시작해 60만명 수준입니다.지방대의 경우 신입생 충원율이 70% 안팎입니다.이제는 대학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대학정책의 좌표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까.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건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대학들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모든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합니다.경쟁력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여 교육과 학문연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대학은 경쟁력 없는 분야는 자체적으로 잘라내는 구조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연합과 통합과 같은 몸집 줄이기를 통해 내성을 키워야 하고,경쟁시대를 감당할 수 없는 대학은 퇴출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지방대 혁신 역량강화사업’(NURI)도 대학구조 개혁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요. -NURI는 지방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구조개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지방대 가운데에서 경쟁력 있는 대학이나 학과만을 선별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집중함으로써 지방대학의 자발적인 분발과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입니다.결과적으로 수도권에 대한 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균형있는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대학입니다.지방의 241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9개 대학은 위기를 맞지 않겠습니까. -자체적으로 자구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모집 정원을 감축하여 교수확보율을 높이는 한편 교육의 밀도를 높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이제는 예전의 산술적 평등논리를 버리고,경쟁력의 차이를 반영해 ‘선택과 집중’을 실행할 것입니다. NURI와 관련해 지원 대상이 이공계, 특히 전략산업에 편중되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선 비이공계 즉, 인문계 분야의 신청 사례 자체가 적었습니다.또 비이공계 분야는 실험·실습장비나 교재개발비와 같은 비용이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지원비중이 더 작아 보입니다.정부는 인문계를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의 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2002년부터 3년 동안 기초학문 분야에 3640억원을, 특히 인문계에 76.5%에 해당하는 2784억원을 배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기초학문육성사업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에도 NURI와 같은 방안이 마련되겠지요. -조만간 ‘수도권 우수대학 지원사업’을 확정해 수도권 대학에 통보하려고 합니다.수도권은 ‘특성화 우수대학 지원사업’과 ‘구조개혁 우수대학 지원사업’으로 나누어 시행할 것입니다.대학이 특성화 분야 육성방안을 제출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25개 정도를 선정해 모두 400억원을 지원할 것입니다.또 200억원을 따로 책정해 신입생 정원을 감축한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 결손을 메워줄 것입니다.역시 수도권 대학 지원사업도 지방대가 그랬듯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과 연계시킬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그러나 신입생 충원율이 100%에 가까워 기대하는 구조조정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당장은 효과가 미미할지 몰라도 머지않아 효험이 있을 것입니다.또 수도권 대학은 경쟁이 치열하고 양상이 다릅니다.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차원을 떠나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마다 안간힘입니다.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우수대학 지원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입게 될 타격은 상대적으로 증폭되기 십상입니다.결국 교육부의 구조개혁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또 하나, 수도권 대학은 지방대보다 상대적으로 정원 감축폭이 작아 대학교육의 수도권 의존도가 심화될 우려는 없습니까. -교육부는 정원의 감출 비율을 설립 유형별이나 지역별로 동일하게 적용하여 지방과 수도권의 공정한 경쟁 틀을 유지할 것입니다.수도권 대학 지원사업이나 대학구조 개혁안도 이 같은 원칙을 고려해 1대 2라는 지금의 수도권과 지방대 간 학생 비율이 유지되도록 할 것입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안이 자꾸 늦어지고 있습니다.어떤 내용들이 고려되고 있습니까. -몇몇 국립 대학의 지역별 연합이나 통합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길 것입니다.사립대는 입학정원이나 교수 또는 학과나 전공의 빅딜을 유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퇴출시키는 방안도 포함될 것입니다.교수확보율이 떨어지는 대학에는 정부지원을 아예 중단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기 위한 제재방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대담=정인학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 “우리당 지도부, 개혁 둔감해진 초식공룡”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개혁에 둔감해진 몸집만 거대한 초식 공룡이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지난 29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도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30일 “우리당 의원 30여명 정도가 부결에 가담한 것은 박 의원의 선거법 위반 문제와 부결이 가져올 국민적 파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결과”라면서 “과반 집권 여당이 중대한 사안을 ‘권고적 찬성’이라며 사실상 자유투표에 맡긴 것은 지도부가 국민의 개혁 요구에 둔감해진 탓”이라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수 차례의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통해 보여준 ‘패거리 의식’때문이었다.”면서 “17대가 다른 점을 보여줄 첫 사례를 지도부가 망쳐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총선 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1위이던 것은 몽골기병의 정신으로 대중의 개혁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지도부가 그같은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당 대변인으로서 이같은 발언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지금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민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17대 국회에서도 ‘방탄국회’의 구태가 재연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도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최재천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시범케이스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민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자성론을 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한미군 감축 공군은 제외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줄어들 주한 미군 감축 대상에 핵심 항공전력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한·미 연합군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해 온 공군 정찰기대대와 전투비행단 병력 등은 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 미군측으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측은 최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 미군의 몸집을 줄이더라도 대북 억지력은 결코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주한 미군의 핵심 공군전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한국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경기 오산과 전북 군산에 각각 위치한 전투비행단과 7공군 예하 제5정찰대대,한국전투작전정보본부(KCOIC),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607 항공작전단의 장비와 병력 등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8000여명 규모의 7공군은 F-16 전폭기 70여대,A-10 전차공격기 20여대,U-2S 정찰기 3대를 운용하면서 전천후 공격 및 공중 지원작전을 수행,대북 억지력 행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새로운 국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둔군의 규모를 최대한 줄일 계획이어서 공군 지원병력 1000여명의 감축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양국은 주한 미군 감축 규모와 시기,구체적인 철군부대와 장비 등을 다음달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3인위원회 특별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자이툰부대 ‘몸집’ 불릴까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의 ‘자위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병부대를 ‘소총수부대’수준으로 비유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반면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이에 따라 전투병 보강 등 부대 편제의 변경은 물론 부대 임무 재조정 방안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주 라스킨과 스와라시에 분산 배치될 파병부대에 주어진 역할은 평화재건 지원 임무다.물론 부대편제도 이에 맞춰 짜여졌다. 사단급인 자이툰부대의 편제를 보면 전체 병력 3600여명 중 순수 경계병력은 800여명.경계병 비율은 약 22% 수준으로,해병대가 100명,육군 특공부대와 장갑차 요원을 합쳐 700명가량 된다.나머지는 특전사 요원으로 구성된 민사 재건병력 1600여명과 사령부 지원병력 1200여명 등이다. 경계병력이 동원할 주요 방호장비는 K-200 장갑차와 12.7㎜ 기관총,K-6 기관총 등이다.지프와 트럭은 방탄유리를 달았으며,앞 뒤 방탄이 가능한 방탄복과 귀밑까지 보호가 가능한 방탄 헬멧,방탄화 등의 개인 안전장비도 준비했다. 하지만 현지 치안상태가 현재 수준으로 양호하게 유지된다는 조건에서는 충분하겠지만,향후 저항세력들의 표적테러가 감행될 경우 장병들의 생명 보호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한국군의 안전과 자위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갑차량 등 중화기와 경계병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문들이 나오는 것이다. 파병부대의 자위력 논란에 대해 군 당국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이다.애초 파병부대 편제를 짤 때부터 치안상태 변화에 대비했다는 것이다.우리 군의 최정예인 특전사요원을 대거 배치한 것도 이같은 배려라는 것. 군 관계자는 “특전사 요원들은 언제든지 경계병력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가장 우수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전술적인 부분을 공표할 경우,파병부대의 본임무와 다소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일각의 경계병 보강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군 당국은 현지 치안이 계속 악화되고,추가테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호장비 등에 대해서는 보강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군 당국은 최근 미군이 현지에서 사용중인 폭발물 탐지·해체용 로봇과 테러리스트의 급조 폭발물 무력화를 위한 주파수 교란장비 등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툰부대 물자·장비의 현지 육로 이동시 테러에 대비해 미군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엽기 or 허무 ‘기성 사고틀 깨기’ 인터넷문화 자리매김

    ‘허무’하거나 혹은 ‘엽기적’이거나? 요즘 한창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행어들이다.‘허무송’‘엽기송’‘엽기한자’ 등의 단어가 연일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기실 이들 코드가 문화 트렌드를 이룬 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최불암·덩달이 시리즈류의 허무개그나,공포·화장실 유머 소재로 무장한 엽기담론은 2∼3년전 이미 인터넷을 근거지로 뜨겁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인터넷 원조 엽기송은 ‘올챙이송’ 기성 사고틀을 뒤틀고 전복시키려는 취향이야 인터넷의 근본속성이다.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인기가요나 동요,문자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없이 수용할 친숙한 소재를 유행통신의 요리상에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엽기송’시리즈의 간판격인 일명 ‘올챙이송’(원제 올챙이와 개구리).‘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앞다리가 쏘∼옥’이란 순진한 노랫말에 맞춰 팔다리를 앙증맞게 움직이는 이 동요는 두어달새 국민가요급으로 반짝 떴다.원래 이는 지난 93년 윤현진씨가 작사·작곡한 동요.지난해 한솔교육이 3D캐릭터의 입체율동과 함께 이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재미나라)에 올렸고,올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가 이를 소개하면서 새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한솔교육은 지난 5월 초 발빠르게 유아용 비디오(올챙이와 개구리)를 내놨다.한솔교육 전종도 과장은 “5월 한달동안 2만장이 넘게 팔렸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 어린이 비디오로는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이라고 말했다. ●유치한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 유행 CF가 이를 놓칠 리 없다.라네즈화장품은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엽기적으로 보일 만큼 짙은 화장을 하고 올챙이춤을 추게 했다.신세대 아이콘의 참여로 엽기송은 ‘붐업’의 결정적 계기를 맞은 셈이다. 인터넷 유아사이트에서 유행한 ‘라면송’‘소주송’‘성형송’‘싸가지송’‘코딱지송’ 등 인터넷 엽기송들의 특징은 생활소재를 대상으로 가사가 유치할 만큼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점.“끓는 물에 면발을 넣고 스프도 넣고…라면의 매력이 무엇이냐…뼛속까지 스며드는 국물에 빠져…밥이나 말아드시든지…”(라면송)식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작가 김성원씨는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픈 대중이,동요라는 쉽고 재미있는 욕구발산 창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엽기송 유행의 배경을 짚었다. ●‘허무송’으로 현대세태에 일침 인터넷 세대의 가치전복적 특징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허무송.한달여전 유머사이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에서 시작된 허무송은 엉뚱한 결론으로 허탈하게 만들지만,패러디의 날을 바짝 세우기도 한다.동요 ‘뽀뽀뽀’.멀쩡한 노래가 “아빠가출(근하면 뽀뽀뽀) 엄마가 안와(주면 뽀뽀뽀) 만나면 (담배)반갑”이라는 가사로 둔갑해 가족해체에 일침을 날린다.MC몽의 ‘180도’,인순이의 ‘친구여’,이정현의 ‘미쳐’ 등 인기가요들까지 잡식성으로 ‘요리’한다.이처럼 패러디의 촉각을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는 것이 허무코드의 위력.허무 CF,허무 플래시애니메이션,허무 만화,허무 퀴즈 등으로 몸집을 불린 ‘허무시리즈’는 좀체 힘을 잃지 않을 분위기다. ●한자는 몰라도 ‘엽기한자’는 능통 ‘한맹(漢盲)세대’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엽기한자’시리즈도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멀쩡한 한자의 획을 이리저리 변형시킨,옥편에 없는 신종한자들이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엽기한자의 인기배경은,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과 세태풍자와 패러디로 짜릿한 쾌감까지 덤으로 안긴다는 점.‘섬 도(島)’자 위에 태극기를 달면 ‘독도 독’,‘혀 설(舌)’자 밑에 작은 동그라마를 그려넣으면 ‘피어싱 싱’,‘사람 인(人)’자를 여러개 포개놓은 뒤 하나만 따로 떼면 ‘왕따 따’가 되는 식이다. ●엽기… 허무… 다음은 무엇? 냉소와 자기비판을 함의한 ‘엽기’와 ‘허무’.인터넷이 대중을 포섭하는 장치로 힘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은 변함없이 세력을 키워나갈 ‘잠복된’ 문화코드일지 모른다.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인터넷이 ‘마이너 문화’로 치부되던 몇년전과 달리,엽기와 허무코드에 기대 기성권위를 파괴하려는 인터넷 담론은 문화혼재 상태로 갈수록 다양하게 변형해갈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엽기와 허무가 자기복제의 자양분으로 노리고 있는 다음 대상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어른을 위한 동화] 때까치의 일생/이윤희

    햇살이 눈부신 늦은 봄날,이제 막 둥지짓기를 끝낸 때까치 부부가 둥지 안을 둘러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단다. “정말 잘 지었지? 우리 새끼들은 참 살기 편할 거야.암! 그래야 하고말고!” 짝짓기를 하고 둥지를 틀면서,때까치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수십번씩 강조한 것은 ‘새끼들을 위해서라면’이었어.둘은 새끼들을 위해서 살자는 데 완벽하게 의견 일치가 되었거든. 이튿날,어미는 작은 알 세 개를 낳았어.아비는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날랐고. 행복한 사흘이 지난 한 낮,알을 품고 있던 어미는 화들짝 놀라 갑자기 날카롭게 울기 시작했어.새매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었거든.어미는 튕기듯 날아올라 새매를 공격했지.어미의 공격이 생각보다 완강해서일까? 새매는 슬그머니 멀찌감치로 날아가 버렸어. 그런데 그 뒷모습을 보니,그건 새매가 아니라 뻐꾸기였어.새매와 뻐꾸기는 생김이라든가 나는 모습이 아주 비슷해서 얼핏 보면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거든. “속았네! 조금만 더 잘 살펴볼 걸 그랬나? 이 녀석들 일이라 지나치게 예민해졌나?” 둥지로 돌아온 어미는 얼른 알을 세 보았지.세 개.이상은 없는 것 같았어. “정말 큰 일 날 뻔했구료.하지만 그 뻐꾸기란 녀석이 실없이 왜 그런 장난을 했을까요?” “글쎄요.하지만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야지요.” “그럼요.만에 하나,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때까치 부부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어. 보름 후,마침내 한 마리가 알에서 깨어났어. “그런데 왜 이 녀석 혼자만?” 때까치 부부는 아직 소식이 없는 나머지 알 두 개를 쳐다보며 걱정스레 한숨을 내쉬었지.그러나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어.사나흘 뒤,나머지 알에서도 귀여운 새끼가 바스락거리며 고개를 내밀었으니까. “휴-” 때까치 부부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 내렸지. 그 다음날부터 때까치 부부는 본격적으로 먹이를 잡으러 나섰지.곤충의 애벌레,거미,새끼들을 위해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한 거야.그런데 그날 저녁 돌아와 보니,새끼가 한 마리 없어졌지 뭐야? “아니,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때까치 부부는 펄펄 뛰었지.그러나 새끼들은 아직 대답을 하지 못했어.너무 어렸거든. 그 다음날,하루종일 둥지를 지키던 어미가 새끼들의 똥을 치우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또 한 마리가 없어져 버렸어.이제 남은 것은 한 마리뿐이었지. 때까치 부부는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한 마리를 잘 키우리라 맹세했지.그리고 그 맹세는 잘 지켜졌어.이제 때까치 부부는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어.무엇이든. 심지어는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고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일조차 서슴지 않았지.필요에 따라 멧새,직박구리 종다리,개개비 등의 소리를 내면서 그들과 어울려 다녔지.‘다 새끼를 위해서야.’라고 수없이 되뇌면서. 때까치 부부의 간절한 소망대로 새끼는 아주 잘 자랐지.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서 부모보다 몸집이 훨씬 커졌어. ‘이 애는 왜 이렇게 클까?’ 어미는 새끼를 보면서 어쩌다 한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흘려 보냈지.새끼를 잘 키워서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말이야. 때까치 부부는 그 큰 몸집에 어울리게 무척이나 식성이 좋은 새끼를 만족시키기 위해 잠시도 쉴 짬이 없었어.늘 파김치가 될 때까지 일하곤 했지. 어느 저녁,둥지로 돌아오던 때까치 부부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뻐꾹! 뻐꾹! 때까치 부부는 동시에 소리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 “참 아름다운 목소리군요! 저 새는 어디 살까요?” “글쎄.그건 잘 모르겠지만 저기에 비하면 때깍때깍하는 우리 목소리는 조금 딱딱해.안 그렇소?” 때까치 부부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를 향해 노을이 번지는 여름하늘을 날았지.그런데…. 그들은 곧 찾을 수 있었어.그윽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뻐꾸기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었지. 바로 자신들의 둥지에서,자기들과는 다른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새끼를,아니 뻐꾸기 새끼를 보면서,때까치 부부는 얼이 빠져 버렸어. 어린 뻐꾸기는 때까치 부부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천천히 날갯짓을 시작했지.어미 때까치는 가슴 한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지.실없는 장난이라고 믿었던 그때 그 새매,아니 뻐꾸기…. ‘그 때 그 뻐꾸기가 날 유인해 낸 뒤 자신들의 알을 우리 둥지에….그렇다면 진짜 내 새끼들은 저 녀석이 ….’ 어미 때까치는 멍청하게 서서 그런 생각을 했어. -- 뻐꾹,뻐꾹! 저물어 가는 여름 숲가에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애잔한 메아리를 만들었지. ●작가의 말 뻐꾸기 알은 때까치의 알보다 빨리 깨어나고,틈틈이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내기까지 한답니다.설사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무엇을 제일의 가치로 삼고 살고 있는지 가끔씩 뒤돌아 보아야 할 듯합니다.˝
  • [어른을 위한 동화] 때까치의 일생/이윤희

    [어른을 위한 동화] 때까치의 일생/이윤희

    햇살이 눈부신 늦은 봄날,이제 막 둥지짓기를 끝낸 때까치 부부가 둥지 안을 둘러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단다. “정말 잘 지었지? 우리 새끼들은 참 살기 편할 거야.암! 그래야 하고말고!” 짝짓기를 하고 둥지를 틀면서,때까치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수십번씩 강조한 것은 ‘새끼들을 위해서라면’이었어.둘은 새끼들을 위해서 살자는 데 완벽하게 의견 일치가 되었거든. 이튿날,어미는 작은 알 세 개를 낳았어.아비는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날랐고. 행복한 사흘이 지난 한 낮,알을 품고 있던 어미는 화들짝 놀라 갑자기 날카롭게 울기 시작했어.새매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었거든.어미는 튕기듯 날아올라 새매를 공격했지.어미의 공격이 생각보다 완강해서일까? 새매는 슬그머니 멀찌감치로 날아가 버렸어. 그런데 그 뒷모습을 보니,그건 새매가 아니라 뻐꾸기였어.새매와 뻐꾸기는 생김이라든가 나는 모습이 아주 비슷해서 얼핏 보면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거든. “속았네! 조금만 더 잘 살펴볼 걸 그랬나? 이 녀석들 일이라 지나치게 예민해졌나?” 둥지로 돌아온 어미는 얼른 알을 세 보았지.세 개.이상은 없는 것 같았어. “정말 큰 일 날 뻔했구료.하지만 그 뻐꾸기란 녀석이 실없이 왜 그런 장난을 했을까요?” “글쎄요.하지만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야지요.” “그럼요.만에 하나,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때까치 부부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어. 보름 후,마침내 한 마리가 알에서 깨어났어. “그런데 왜 이 녀석 혼자만?” 때까치 부부는 아직 소식이 없는 나머지 알 두 개를 쳐다보며 걱정스레 한숨을 내쉬었지.그러나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어.사나흘 뒤,나머지 알에서도 귀여운 새끼가 바스락거리며 고개를 내밀었으니까. “휴-” 때까치 부부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 내렸지. 그 다음날부터 때까치 부부는 본격적으로 먹이를 잡으러 나섰지.곤충의 애벌레,거미,새끼들을 위해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한 거야.그런데 그날 저녁 돌아와 보니,새끼가 한 마리 없어졌지 뭐야? “아니,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때까치 부부는 펄펄 뛰었지.그러나 새끼들은 아직 대답을 하지 못했어.너무 어렸거든. 그 다음날,하루종일 둥지를 지키던 어미가 새끼들의 똥을 치우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또 한 마리가 없어져 버렸어.이제 남은 것은 한 마리뿐이었지. 때까치 부부는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한 마리를 잘 키우리라 맹세했지.그리고 그 맹세는 잘 지켜졌어.이제 때까치 부부는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어.무엇이든. 심지어는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고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일조차 서슴지 않았지.필요에 따라 멧새,직박구리 종다리,개개비 등의 소리를 내면서 그들과 어울려 다녔지.‘다 새끼를 위해서야.’라고 수없이 되뇌면서. 때까치 부부의 간절한 소망대로 새끼는 아주 잘 자랐지.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서 부모보다 몸집이 훨씬 커졌어. ‘이 애는 왜 이렇게 클까?’ 어미는 새끼를 보면서 어쩌다 한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흘려 보냈지.새끼를 잘 키워서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말이야. 때까치 부부는 그 큰 몸집에 어울리게 무척이나 식성이 좋은 새끼를 만족시키기 위해 잠시도 쉴 짬이 없었어.늘 파김치가 될 때까지 일하곤 했지. 어느 저녁,둥지로 돌아오던 때까치 부부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뻐꾹! 뻐꾹! 때까치 부부는 동시에 소리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 “참 아름다운 목소리군요! 저 새는 어디 살까요?” “글쎄.그건 잘 모르겠지만 저기에 비하면 때깍때깍하는 우리 목소리는 조금 딱딱해.안 그렇소?” 때까치 부부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를 향해 노을이 번지는 여름하늘을 날았지.그런데…. 그들은 곧 찾을 수 있었어.그윽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뻐꾸기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었지. 바로 자신들의 둥지에서,자기들과는 다른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새끼를,아니 뻐꾸기 새끼를 보면서,때까치 부부는 얼이 빠져 버렸어. 어린 뻐꾸기는 때까치 부부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천천히 날갯짓을 시작했지.어미 때까치는 가슴 한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지.실없는 장난이라고 믿었던 그때 그 새매,아니 뻐꾸기…. ‘그 때 그 뻐꾸기가 날 유인해 낸 뒤 자신들의 알을 우리 둥지에….그렇다면 진짜 내 새끼들은 저 녀석이 ….’ 어미 때까치는 멍청하게 서서 그런 생각을 했어. -- 뻐꾹,뻐꾹! 저물어 가는 여름 숲가에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애잔한 메아리를 만들었지. ●작가의 말 뻐꾸기 알은 때까치의 알보다 빨리 깨어나고,틈틈이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내기까지 한답니다.설사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무엇을 제일의 가치로 삼고 살고 있는지 가끔씩 뒤돌아 보아야 할 듯합니다.
  • 美은행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

    미국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미국내 자산 규모 4대 은행인 와코비아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지역에서 기반을 강화하고 텍사스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143억달러에 달하는 사우스트러스트의 전 주식을 인수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와코비아는 자사 주식과 사우스트러스트 주식을 0.89대 1의 비율로 교환하게 된다.이번 인수로 인해 와코비아는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18%의 예금액을 가진 가장 큰 은행이 됐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텍사스 시장에서 즉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켄 톰슨 와코비아 회장은 “이번 거래를 통해 매력적이고 고성장을 기록중인 미국의 많은 주에서 명백하게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앞서 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전 세계 소비자금융 부분을 ‘GE머니’라는 단일 글로벌 브랜드로 통합,금융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GE는 GE머니를 통해 개인대출과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이에 따라 최근 독일과 호주에서 시작된 GE의 금융 자회사 브랜드 통합은 올가을 아시아와 유럽의 15개국으로 확대되며 내년에는 미국 내 GE 금융자회사가 GE머니로 이름을 바꾼다. GE의 목표는 씨티그룹과 HSBC(홍콩상하이은행)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적인 수준의 금융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GE는 미국 은행중 자산순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금융부문에서 기존 은행의 경쟁 상대로 성장한 상태다. 앞서 올 1월 JP모건체이스는 뱅크원의 주식을 자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뱅크원을 5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수도권 대리운전자 6만명

    1조 2000억원 규모의 대리운전시장을 잡기 위해 1만여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정작 이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유흥가 주변에 걸린 현수막,차창에 꽂힌 전단지 등이 고작이다 보니 업체 선택이 ‘도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이용자들이 주로 업체별 가격 비교에 주력하는 사이 자칫 안전 문제에는 소홀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1조 2000억원의 시장을 잡아라 한국대리운전협회(회장 김승범)에 따르면 전국의 대리운전업체는 지난해 2월 기준 7181곳이다.김 회장은 “신고제인 대리운전업은 시장 진입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신규 업체가 꾸준히 늘어 지금은 1만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리운전기사는 12만∼15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중 수도권 일대에는 대리운전업체 1200여곳과 룸살롱 등에서 운영하는 소규모영세업체 3000∼4000곳 등 전체 업체의 절반 정도가 몰려 있다.기사 수는 5만∼6만명. 김 회장은 또 “90년대 후반부터 팽창하기 시작한 대리운전 시장규모는 현재 1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생수시장이 2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5배에 가깝다.또 CD·테이프 등의 음반시장(1833억원)과 컬러링(휴대폰 연결음) 등 디지털 음악시장(1850억원),무단으로 복제한 MP3 등 불법 음악시장(5000억원) 등 전체 음악·음반시장보다도 크다. ●대리운전 업체선택=도박? 이같은 ‘공룡 시장’을 잡기 위해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정작 이용자들은 정보 부족에 시달린다.이용자들은 업체별 가격뿐만 아니라 ▲보유 기사 수 ▲보험가입 현황 ▲부가서비스 등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이용가격은 대부분의 업체가 대동소이하다.다만 신규업체가 이용가격을 낮추는 홍보전략을 쓰고,기존 업체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이 때문에 이용가격이 2∼3년 전보다도 낮아진 것. 또 보유 기사 수가 많을수록 대리운전을 요청한 시점부터 기사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김 회장은 “기사는 대형업체가 300∼400명 정도이며,대부분의 업체는 100명 이하”라면서 “한 업체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최근에는 업체끼리 ‘TRS시스템’(주파수 공유통신)을 활용,이용객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차량 소유주는 대리운전자에게 운전을 맡겼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대리운전자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대인사고’가 났을 경우 차량 소유주의 책임보험을 통해 보상이나 사고처리가 이뤄지며,대리운전자는 보험 한도액을 넘는 부분을 책임진다.대리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업체가 영세하다면 차량 소유주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 민·형사상의 책임도 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또 업체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안심은 금물.다른 차량을 손상시키는 ‘대물사고’와 운전 차량을 파손시키는 ‘자차손해’에 대한 보상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김 회장은 “대리운전 사고 가운데 주·정차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70%”라면서 “상품에 따라 보상 한도액과 보장 범위 등에서 차이가 큰 만큼 보험사 등에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기사의 친절교육 여부 ▲카드·월말 결제 ▲마일리지서비스 ▲모닝콜 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장세훈 고금석기자 shjang@seoul.co.kr ■기사의 하루 “택시기사처럼 대리운전기사도 하나의 직업으로 떳떳하게 내세울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생활주변 곳곳에서 마주치는 서류작성 과정에서 직업을 대리운전기사라고 밝히기를 주저한다는 심대철(42·가명)씨의 말이다.대리운전기사로서의 고단함은 견딜만 하다는 심씨의 이같은 소망은 비단 개인의 바람만은 아닌 듯하다. ●50만개의 현수막,밤하늘을 수놓다 오후 6시.대리운전 요청이 들어오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5∼15명 단위로 팀을 이룬 기사들은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대리운전 수요가 많은 지역에 현수막을 설치하고,전단지를 돌리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1인당 할당량은 현수막 2∼3개,전단지 300∼500장.팀장들은 이보다 3∼4배 많은 양을 소화해야 한다. 전국의 대리운전기사 수(15만명)를 감안하면 하룻밤 사이 밤하늘에 걸리는 현수막은 50만여개,뿌려지는 전단지는 8000만여장에 달하는 셈이다. C업체 광화문팀장인 강국원(46)씨는 “하루 벌이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홍보작업도 업체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업무량이 많은 팀장에게는 ‘콜’(대리운전 요청)에 대한 우선권이 주어지지만,첫번째 콜은 순서대로 배분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은 절대 금물 첫번째 콜을 소화한 뒤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배회하던 기사들에게 콜 요청이 쇄도하는 오후 10시,이들은 고기떼를 만난 어부가 된다. 이때부터 업체간 경쟁이 아닌,동료끼리의 경쟁이 본격화된다.무전으로 접수되는 콜 요청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전기의 키를 잡는 손동작이 동료보다 빨라야 한다.H업체 연규화(52)씨는 “새벽 1시까지가 ‘피크 타임’이다.”면서 “하지만 손동작이 느려 콜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단돈 1000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이동경비를 줄여야 한다.까닭에 기사들은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뛰고,먼 거리는 버스를 탄다. 불가피한 경우 택시를 이용하지만,교통수단 가운데 ‘금기’도 있다.손용무(31)씨는 “무전이 끊겨 콜을 받을 수 없는 지하철을 타는 대리운전기사는 한 명도 없다.”고 단언했다. ●셔틀버스가 ‘생명줄’ 콜 요청이 뜸해지고,버스 등 교통수단마저 자취를 감춘 새벽 1시.기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딘지도 모를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다. 이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수단을 찾기는 만만치 않다.간혹 택시기사와의 ‘담판’을 통해 기름값 정도로 타협을 시도해보지만,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까닭에 한국대리운전협회가 자정이 지난 뒤 서울과 인천,경기 등의 주요지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는 생명줄과 다름없다. 이재섭(43)씨는 “셔틀버스마저 놓치면 아예 밤을 샌 뒤 돌아온다.”고 말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사들이 하루 일과를 접는 시간은 새벽 4시.하룻밤 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계산하며,현수막 철거로 마무리한다. ●신용불량자가 60∼70% 기사들이 이처럼 10시간 남짓 일하면서 받는 콜 수는 많아야 5∼6건,평균 3∼4건이다.업체에 수수료를 떼주고,보험료와 이동경비 등을 제하고 나면 한달 수입은 평균 150만원 안팎. 주연성(38)씨는 “업체간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입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사들 대부분은 한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라 묵묵히 일할 뿐”이라고 푸념했다. C업체 사장은 “기사 가운데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이 가장 많고,이들 중 60∼70%는 사업 등에 실패한 신용불량자다.”면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대리운전기사다.”고 말했다. 장세훈 고금석기자 shjang@seoul.co.kr ■이용자 ‘080-XXXX’ 가 유리 대리운전업체의 전화번호는 ‘080-XXX-XXXX’,‘1588-XXXX’ 등 두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럼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080’은 수신자(대리운전업체)가 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발신자(대리운전 이용자)가 통화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반면 전화번호 하나만으로 전국 어디서나 연결 가능한 ‘1588’은 수신자뿐만 아니라,발신자도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만 놓고 보면 ‘080’은 이용자가,‘1588’은 업체가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실제 ‘080’을 사용하는 A업체의 경우 월 평균 3만통의 전화를 받아 300여만원의 통화료를 내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B업체는 ‘1588’을 사용,통화료 부담은 줄어들지만 외우기 쉬운 이른바 ‘로얄 번호’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매월 1000만원의 번호 임대료를 통신회사에 내고 있다. 즉 이용자와 업체 모두가 ‘1588’보다 ‘080’을 이용할 경우 비용부담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운전업체들이 ‘1588’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10자리’보다 ‘8자리’가 외우기 쉽다는 것. B업체 관계자는 “전화번호에서 이점을 갖고 있는 회사가 이용자들로부터 더 많은 전화를 받는다.”면서 “까닭에 ‘1588’이 ‘080’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지만,이용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대리운전 이용 5계명 ●싼 게 비지떡이다 대리운전업체는 인건비와 전화요금,보험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가격을 한없이 낮추기 어렵다.경쟁업체에 비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면 한번쯤 의심해 볼 대목이다.이럴 경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서비스의 질적 측면은 무시해 ‘짐짝’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가라 대부분의 업체가 보험에 가입했다고 내세우지만 보험에 들지 않고 가입했다고 둘러댈 수 있고,가입했더라도 기사 중 일부만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특정 업체를 단골로 정할 때 보험 가입 여부를 보험사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대리운전보험 운용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동부화재,쌍용화재 등 3곳이다. ●단골을 만들어라 술에 취해 자신의 현 위치와 집 주소 등을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또 대리운전기사가 지리 정보를 꿰뚫고 있을 거라는 믿음도 허망한 것이다.까닭에 만취한 상태에서 ‘신참’ 기사를 만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그러나 단골 업체는 고객의 주요 ‘콜’ 장소와 집 주소 등의 정보를 확보,걱정거리를 덜 수 있다. ●대리기사는 취객에게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 ‘나홀로’ 또는 ‘꽃뱀’ 대리운전족(族) 등은 경계대상 1호.이들은 자가용 옆이나 안에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는 취객에게 먼저 접근,기사를 가장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이용자가 뒤집어 쓴다.기사가 오면 업체 이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특정 업체가 수도권 전지역의 취객을 실어나를 수는 없다.따라서 업체 규모가 크다면 그만큼 기사를 기다리는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업체끼리 이용객을 공유하는 ‘합종연횡’도 이같은 ‘몸집 불리기’의 일환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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