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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생산 석달째 증가·선행지표 ‘+’로/ 경기 상승기류?

    경기회복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높아졌다.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에 이어 현재의 경기국면을 말해주는 ‘동행지수’가 모처럼 동반 상승세로 돌아섰다.산업생산도 소폭이나마 석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가 여전히 감소,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나타난 결과다. ●경기 선·동행 지표 모처럼 동반 플러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전월 대비 플러스(0.1포인트)로 돌아섰다.현재로서는 7월 경기가 워낙 나빴던 데 따른 ‘반짝 증가세’일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3개월 연속 플러스로 나타나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키운다.제조업 평균가동률(76.4%)이 전월보다 올라가고,재고 증가율(8.6%)이 둔화된 점도 긍정적이다.통계청은 “경기가 견고히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車 특소세 인하 빛바랬다 ‘세금 감면’보다 ‘파업 여진(餘震)’이 컸다.대대적인 특별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파업 몸살을 앓은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생산(-18.3%)과 판매(-16.3%)가 급감했다. 다행히 반도체(28.1%)와 휴대용 전화기 등 영상음향통신 (16.1%)의 선전에 힘입어 전체 산업생산(1.5%)은 소폭이나마 석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와 투자 부진 여전 이같은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 때문이다. 대형할인점에 이어 백화점 판매(0.6%)도 전년 동월대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전체 소비는 2.7% 감소했다.전월(-1.9%)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설비투자 감소폭(7.8%)도 여전히 크다.중소제조업체 1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10월 경기업황지수(90.5) 조사결과도 어둡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2차 추가경정예산 3조원 등을 최대한 빨리 집행하고,출자총액제한제 등 정책 혼선을 줄여 경제주체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규제완화를 통한 소비 진작보다는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통한 소비주체 확보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금융기관이 다중채무자(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사람)의 빚을 원활히 재조정해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
  • [대한포럼] 2003년의 추석 맞이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추석 선물 얘기들이 무성하다.햇곡으로 음식을 장만해 수확의 성취감을 이웃과 나누던 농경문화의 미풍양속일 것이다.추석 선물도 세월 따라 변했다.예전엔 갈비나 대하(大蝦)가 회자했지만 요즘엔 취업 소식을 최고의 선물로 친다고 한다.집집마다 취업을 못한 아들 딸로 애를 태우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실직한 가장 때문에 속을 끓이는 집안이 한둘이 아니라는 세태를 말하는 것일 게다.2만달러 시대 격양가를 부르던 우리가 어쩌다 일자리 넋두리를 늘어 놓게 되었단 말인가. 추석은 1년중 가장 커다란 보름달이 뜬다고 한다.보름달은 우러러 볼 수 있어 좋다.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사람들은 예부터 간절한 소원이라면 둥근 달에 빌곤 했다.그러나 올 추석엔 야속하게 보름달마저 볼 수 없다고 한다.구름이 하늘을 가린다는 기상 예보다.카드빚 자살극이 꼬리를 물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민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을 아예 가리고 싶었을 게다. 요즘 좌절의 시대를 살고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정치권은 혼돈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무슨 부동산 대책이 자고 나면 하나씩 나온단 말인가.세상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문화계는 ‘코드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문제는 현실에 대처하기는커녕 지금의 위기를 위기로조차 보지 못하는 데 있다.세상을 조각조각 분리시켜 나가는 원심력을 제어할 구심력이 없다.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메인 스트림이 해체된 공백기의 혼란일 것이다. 시련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착근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보여 진다.권위주의 체제의 틈새에서 일궈낸 민주화 정권이 권력형 부패의 덫에 걸려 새로운 사회적 역량으로 성장하질 못했다.신진 세력은 권력을 얻자 곧바로 기존 세력의 부정 부패 악습을 답습하고 만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민주화 세력이 도덕적 우위마저 상실하며 국민적 지지를 잃고 말았다.설상가상으로 세력 다툼마저 보태지며 국민적 실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설픈 민주화는 기형적인 포퓰리즘을 낳았다.국가적 결정에 온 국민의 산술적 참여를 미덕의 틀로 만들었다.만인의 입에 맞는 떡을 만들지 않으면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도록 해 놨다.그러나 만인의 비위에 맞는 정책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다.좌표 잃은 세상을 만들었다.허구한 날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만 하다가 날을 지새운다. 토론은 제대로 써야만 약이 되는 독이다.토론은 본디 여러 경우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은 수단이지 가치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아니다.옳고 그름은 토론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토론은 참여자가 동등한 역량과 소양,자질과 열정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역가를 발휘한다.책임을 분산시키는 소모적인 토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서로 입장이 고착된 이질적 구성원의 토론은 끝내 입씨름으로 끝날 것이다.자칫 사회 역량을 쓸데없이 탈진시킬 수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이쯤 해서 한국판 엑소더스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예삿일이 아니다.물론 예전에도 이민가는 사람은 있었고 1998년 이후 조기 유학이 점차 늘어왔다.문제는 작금의 ‘한국 탈출’이 사회의 ‘승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지식층이요 경제적으로 유복한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조국을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꿈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그들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조국을 떠나고 있다.추석에 기상 예보가 빗나가 보름달이라도 떴으면 좋겠다.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 명절모습 바꾸는 사람들 / “차례 꼭 큰집에서 지내야 하나요”

    명절증후군이란 ‘특별하고,유별난’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명절을 앞두고 감기와 몸살이 겹치기도 하고,두통에 우울해지기도 한다.명절연휴 동안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풍습은 그전보다 간소화됐고,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추석에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거래.”라고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남자들도 늘고 있고,전통을 고집하셨던 어르신들도 요즘엔 “성현도 시속(時俗)을 따르라 했다.”며 앞장서서 명절문화를 바꿔가기도 한다. ‘함께 웃는 명절’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다만 그 실천방법이 문제다.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평등하고 즐거운 명절문화는 건강한 가정과도 직결된다.남성의 의식변화와 함께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명절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까.곳곳에서 시작된 명절개혁을 몇 가족을 통해 알아본다. ●상경하는 형, 차례준비하는 동생 심종철(40·경남은행 대치지점 과장)씨 가족은 올 추석은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마산의 큰형 가족이 서울로 올라오고,서울의 작은형 가족과 함께 차례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처럼 내려가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차례준비를 하니까 기분이 다릅니다.더욱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면 아내의 경우 서울의 친정은 마음뿐 명절에는 아예 갈 수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오후에는 처가에도 인사드리러 갈 겁니다.”심씨는 오랜만에 아내에게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부인 오숙희(38·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게 “시골가는 것보다 차례준비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손사래를 쳤다.“천만에요.늘 형님이 모두 준비하신 것이 미안했는데 오랜만에 형님 가족들을 제가 대접한다는 생각이에요.물론 조상님 대접도 그렇고요.”심씨는 아내와 형수 구영숙(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와 함께 오랜만에 슈퍼나들이를 했다. “큰형님이 많이 변하셨어요.그전에는 당연히 맏형 책임이고,도리라고 생각하시더니 오히려 ‘내려오는 길이 막히니 우리가 서울가는 게 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되겠다.’고 생각을 바꾸셨어요.저도 오랜만에 아들 노릇,동생 노릇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3형제가 만나니 서울인근 나들이 계획도 짜야겠다는 그는 “14시간씩 걸리는 자동차를 타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어린 시절의 명절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시아버지는 제기 닦고 남편은 메밀전 부쳐 권희은(29·전남 여수시 문수동)씨는 강원도 인제까지 12시간을 달려가는 명절 나들이가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이야 ‘고향에 온 보람’을 한아름 안고 흐뭇하게 떠나지만 여자들은 빨리 집에 가서 누울 생각만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인 ‘롤링 노트(rolling note)’를 제안한 뒤 명절이 기다려진다.“대학시절 MT 가서 선배가 후배에게,후배가 선배에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썼던 롤링페이퍼에서 벤치마킹했어요.아버님 노트부터 제 딸아이 것까지 8권을 마련해서 온가족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어요.첫해에 남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저는 아버님과 아주버님,남편의 노트에 명절 음식장만에 함께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지요.그러자 다음 명절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남편형제가 메밀전을 부치는가 하면 뒷짐을 지고 있던 시아버지가 제기를 닦으면서,“그럼,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롤링 노트는 서로 격려와 사랑을 듬뿍 담은 이 집안의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결혼 9년차의 안미숙(40·부산 사상구 감전2동)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명절’이 아니라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충남 논산의 시댁에 갈 때는 평소 부산에서 생선 값이 쌀 때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갖고 갑니다.그리고 음식은 조금씩만 준비하고,일할 때도 속으로는 힘들지만 꾹꾹 참고 하다가 결국 화내고 마는 악순환대신 ‘도련님,저것 좀 갖다주세요.’‘아버님,이건 어떻게 하나요?’라고 식구들을 동참시켜요.참,남자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일하는지 아세요? ‘감히 어른에게…’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면 명절증후군,평생 못 벗어나요.” 생각만 바꾸면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된다고 안씨는 자신했다. 젊은 세대들만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부경력 30년이 넘었건만 명절이면 아직도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는 이홍화(60·서울 동대문구 청량리2동)씨는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두 며느리 중 한 사람은 친정나들이를 하는 ‘명절 개혁’을 했다. “큰며느리는 전업주부고,둘째는 직장을 다녀요.그런데 동서가 있는데도 명절에 자신만 일하니 큰며느리가 기분이 좋았을리 없지요.게다가 재작년 추석 저녁에 전을 부치던 큰며느리가 둘째네가 오자 일어서다 그만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데게 됐어요.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며느리는 울음을 터뜨렸고,가족들 마음이 모두 편치 않았어요.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키웠을 외동딸을 심성이 무던하다는 것만 믿고 제가 너무 많은 일을 시킨 것은 아닌가 자책도 들었고,그렇다고 직장에서 일하다 허둥지둥 달려온 작은애를 야단칠 일도 아니고….결국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씨는 명절준비 합리화대책을 세웠고,작년 설날에는 큰아들 가족을 일찌감치 처갓집에 보낸 후 장보기부터 둘째네와 함께 시작했다.물론 음식양도 반만 준비했고,‘여자들’이 일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일하니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옥상에서 가족이 함께 달맞이 행사도 하고 손주들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아이들의 명절 추억이란 것이 고작 손님들로부터 용돈받은 것이라는 일기를 본 후 추억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어요.” ●아들마다 돌아가며 제사 모시기도 올 가을에 딸이 결혼한다는 송재원(53·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씨는 형제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는 것이 귀성전쟁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에 출발할 때는 아침에 시댁에 도착해서 큰동서를 도와 음식장만할 계획이었지요.하지만 아침도 굶고,점심도 굶으면서 16시간을 길에서시달린 뒤 저녁 어둑어둑해서야 도착했죠.우린 우리대로 짜증이 났고 맏동서는 거드는 손 하나없이 음식을 만드느라 늘 힘이 들었죠.”처음에는 제사는 맏이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유교적 관습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방마다,가정마다 풍습이 다른 만큼 얼마든지 개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그래서 추석 차례는 며칠 앞서서 지내고,설날은 양력 1월1일에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바꿨다. “그래도 반드시 장남의 집에서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은 벗기가 어려웠어요.그런데 아버님께서 ‘어디서 지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정성이 들어가면 되지.’라고 결론을 내려주셔서,아들마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게 됐어요.망자(亡者)는 음식냄새 따라 온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또 음식장만을 소홀히 하는 게 싫어서 모두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는데 이젠 손이 척척 맞아요.어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조상님이 원하는 방식일까 싶어요.”‘상놈 명절지내듯 한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면서,송씨는 “옛것을 그대로만 지켜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개선해서 지속시킬 수 있는 미풍양속도 그나마 사라지고 말지도 몰라요.”라고 기성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7번이나 제사를 모시느라 제례와 명절맞이 준비로 젊음을 다 보냈다는 권정순(58·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씨는 3년 전부터 제례 풍습을 완전히 바꿨다. “저희 집안에서는 반드시 약주와 송화와 삼색다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왔어요.그런데 제가 절편과 육류 등 제수를 대폭 줄였고,몇 가지씩 담던 김치도 나박김치 하나로 줄였어요.또 모든 일은 당번제로 했지요.제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른 아이 모두 41명인데 설거지 당번을 젊은 층에서 아들,딸,며느리를 구분하지 않고 3년에 한 번씩 하도록 했고,향을 사르는 것도 나이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남녀차별없이 하는 등 현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그대신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설날 전에는 만두를 함께 빚는데 아무리 바빠도 모두들 참석하려고 멀리에서 달려옵니다.” 그는 “간소하게 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먼 친척들까지 참여하게 돼 모이는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말하면서도 “제수는 줄어도 정성과 기쁨은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고시촌 불법홍보물 ‘몸살’/신림동 “현수막·벽보 철거해달라” 민원 봇물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 불법 현수막과 벽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시학원·식당 등은 고시생을 끌기 위해 현수막과 벽보를 거리에 나붙이고 있고 주민들은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 김모(31)씨는 7일 “신림동에 거주하는 수험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업체 수는 크게 늘면서 업체간 경쟁은 치열해졌다.”면서 “경쟁만큼 현수막 숫자도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한 주민은 “자신의 업체만 홍보하면 된다는 얌체 상혼 때문에 주민들의 편익은 뒷전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홍보수단으로 비용이 싼 현수막과 벽보 등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벽보가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홍보물을 막아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늘어 관악구청이 결국 단속에 나섰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고시촌 주변 불법 현수막과 벽보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면서 “특히 이같은 불법 옥외 광고물에 대해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은 그동안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불법 현수막과 벽보를 민원 접수분만 철거했으나 이번에는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관계자는 “고시촌 인근에서는 하루에도 3∼4건씩 불법 광고물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쾌적한 환경 조성 등을 위해 불법 설치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이처럼 불법 옥외 광고물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마땅한 대체 홍보수단을 찾지 못한 대부분의 지역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단속이 강화돼 마땅한 대체 홍보수단을 찾아야 하지만,이마저도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 이런 책 어때요

    ■루트66을 달리다;전상우 지음 늘봄 펴냄 17년째 미국 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35일동안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한 경험을 토대로 쓴 미국문화 견문록.작가 존 스타인벡이 ‘The Mother Road’라고 부른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인 루트66.총연장 4000㎞의 이 역사적인 길을 달리며 저자는 진정한 미국의 역사를 발견한다.저자는 “미국은 도시 이전에 도로를 개척했고,그 도로 사이에 도시를 건설한 나라”라고 말한다.이 책에는 ‘길 위에 만들어진 나라’ 미국의 역사와,여행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문화명소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실렸다.1만 3000원. ■유전자 인류학;존 H. 릴리스포드 지음 /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인류의 기원에 관한 논쟁은 주로 화석자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과거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인류의 유전자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아무리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도 그 결과는 인류의 유전자에 남아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뉴욕주립대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생물학적 인류학에 근거,세대와 세대를 잇는 유전자 기호를 지렛대로 인류학의 수수께끼를 파고든다.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일까,1000년 전 바이킹이 아일랜드를 침공했다는 증거를 오늘날 아일랜드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룬다.1만 8000원. ■부실채권 정리;정재룡·홍은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부실채권 정리는 ‘금융의 하수구’에 비유할 수 있다.부실채권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세계 최고의 제조업 기술을 갖추고도 만성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일본이야말로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공동저자인 정재룡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홍은주 MBC 경제담당 해설위원은 이 책에서 IMF사태 직후 부실채권으로 몸살을 앓았던 당시 상황을 소상히 다룬다.헐값 매각 시비에 시달리며 부실채권을 처리한 현장실무자들의 증언도 담겼다.1만 5000원. ■위대한 항해자 마젤란1·2;베른하르트 가이 지음 / 박계수 옮김 한길사 펴냄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1권에선 항해사의 꿈을 키웠던 마젤란의 어린 시절과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대한 동경,포르투갈에서 에스파냐로 망명한 뒤 카를로스 1세의 신임 아래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2권에선 출항 후 선원들의 반란과 진압과정,필리핀에서의 죽음,마젤란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 등을 다뤘다.저자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중세의 지구관을 깬 마젤란의 항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견과 함께 근대를 열어나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한다.각권 1만 2000원. ■담화의 놀이들;란다 사브리 지음 / 이충민 옮김 새물결 펴냄 문학하면 보통 잘 짜여진 이야기나 기승전결의 빈틈없는 흐름,일관성 등을 연상한다.하지만 실제 문학텍스트들은 이와는 영 딴판인 경우가 많다.예컨대 ‘전쟁과 평화’엔 역사적인 ‘논고’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숱하게 나오며,‘죄와 벌’의 구절들 또한 글읽기를 방해할 만큼 니체철학에 대한 고뇌로 점철돼 있다.저자(카이로대 교수)는 문학에서 단죄되고 백안시돼온 ‘여담(餘談)’을 화두로 문학담론에 내재된 ‘이성중심적’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한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텍스트 제국주의’에 대한 해체요,거꾸로 읽는 수사학사(史)다.2만 9000원.
  • 편집자에게/ ‘월드컵 시민의식’ 다시한번 발휘를

    -‘대구U대회 시민의식 어디로…’ 기사(대한매일 8월23일자 11면)를 읽고 지난해 월드컵대회 때 4강 신화를 이룬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세계인들의 뇌리에 한국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수십만명이 모였던 거리응원이 끝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시민들의 성숙한 질서의식만큼은 월드컵 우승감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지구촌 대학생 축제인 U대회가 시민들의 무질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소식은 안타깝기만 하다.U대회는 승패보다는 세계 곳곳의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 스포츠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개최도시와 국가의 문화를 체험해 보는 축제 성격이 강한 행사다.차세대 지구촌의 리더가 될 이들 젊은 대학생들에게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더구나 월드컵 때 보여주었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 속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차량자율 2부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고,경기장과 문화행사장주변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1년 전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월드컵 때 보여주었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발휘해 보자.시민들의 적극적인 질서의식과 참여로 성공적인 U대회를 기대해 본다. 최영대 대구백화점 홍보팀장
  • 기고 / 제도개선 후‘승용차 자율요일제’ 실시를

    서울시가 최근 청계천 복원과 함께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자 도입한 ‘승용차 자율요일제’는 교통의 효율을 높이려는 고육지책임을 일단 인정한다.그러나 이런 사업에도 절약과 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경제논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서울은 교통·주택·환경 등의 문제로 지금 몸살을 앓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이 세가지 가운데 교통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서울시민이면 누구나(운전자든 승객이든)느끼겠지만 서울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이렇게 짜증스러울 수가 없다.교통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할 텐데 교통시스템의 삼위일체인 제도·운전과 시민이 엇박자로 따로 놀기 때문이 아닐까. 서울시는 설상가상으로,2005년 말까지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지옥 같은 거리에서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시민들에게 인내를 요구한다.그 대책으로 지금 5부제인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실시하는데 각 자치구에 20억원이라는 상금을 내걸어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그러나 교통문제에 관해 이 제도보다 좀 더 장기적이고 경제적으로 개선하는 해결방안이 없을까. 서울의 도로망을 보면 여느 선진국 수도보다 빈약하다고는 보지 않는다.문제는 주행행렬을 바르게 하여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교통정책의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승용차에 5부제를 적용하는 것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그것은 바로 교통시스템 구축이다.버스 택시 승용차 가릴 것 없이 운전의 난폭을 방치하고 승용차에만 자율을 요구해서는 난마처럼 얽힌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교통시스템인 제도·운전과 시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법과 제도이다.버스정류장의 범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 ‘busstop zone’을 만들자는 것이다.정류장마다 정차하는 일정한 범위에 다른 색깔(예를 들어 청색)의 아스팔트를 덧칠하여 주행선과 구분하면 된다.이 구역에는 버스 이외에 24시간 주·정차하는 어떤 차량에도 엄한 벌칙을 가한다.당연하지만 승객이 타고 내리는 정확한 장소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버스기사는 반드시 ‘busstop zone’에 정확하게 버스를 정차시키고,정차할 때까지는 승차자 안전을 위해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차선을 지키는 일이다.현재 3∼4차선 도로에는 승용차가 침범할 수 없도록 버스전용 차선이 그어져 있다. 그렇다면 버스도 양보하고 지켜야 할 일이 있다.버스는 1∼2차선을 절대 침범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예를 들어 버스가 1차선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돌려 정류장으로 붙이는 사이에,특히 네거리 가까이 정류장이 있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뒤따라오는 1∼3차선 차량의 주행을 방해하여 교통 흐름을 난마처럼 엉키게 한다.택시에도 비슷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시민의 준법정신이다.거리에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busstop zone’의 설치와,정확히 운전하는 기사가 있다면 지금처럼 승객이 버스를 타려고 이리저리 뛸 필요가 없다.버스를 이용할 때도 전철과 같이 정확하게 타고 내리는 교통규칙이 생활습관으로 자연스럽게 몸에 익숙해질 수 있다. 지금 서울시가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실시해도 대중교통수단의 운행이 엉망인데 누가 ‘자율적으로’이를 지킬 것이며,자치구에서는 무슨 수단과 방법으로 이것을 체크할 수 있는가.차라리 20억원으로 ‘busstop zone’에 색이 다른 덧칠과 승·하차장을 만들고,버스운전기사들에 대한 교통법규 교육에 이 비용을 사용하여 앞으로 법과 질서를 지켜 교통 흐름을 바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운전은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양으로 하는 것이다.버스 승객이 자리에 앉기 전에,또 정차한 다음에 승객을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방송하는 일본 버스기사들의 운전이 우리에게는 요원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균 홍익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5)이어령-세계사 새 조류와 한국 지성인

    “우리는 지금 하나의 벽화 앞에 있다.그것을 너무 떨어져서 또는 너무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안된다.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것이다.말하자면 형상의 윤곽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원거리와 반대로 어느 부분의 디테일만 보이는 근접된 거리에 서지 않는 것이 좋다.”(이어령 ‘저항의 문학’(1959)중에서) 전후문학(戰後文學)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어령 선생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무덤 속에서 죽은 이상(李箱)을 깨워낸 그는 당대의 한국문학에 현대성과 보편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그리고 지금도 그는 한국사회의 한 끝에 서 있다. 어느 날 아침 라디오에서 기업가들을 앞에 놓고 세계사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선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시는 말씀이 최신식이었던 까닭이다.나는 오늘도 그런 기대를 안고 선생을 찾아갔다. “문명비평가로서,중앙일보 고문으로서 선생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고희를 지났습니다.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쪽으로 하려고 합니다.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하나는,내가 본래 문학평론을 했기 때문에 현암출판사 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와 소설을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정밀 분석하는 시리즈를 내려고 합니다.두 번째는 10월부터 일본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일본에 장기체류하게 되는데 거기서 동아시아 문화 읽기를 시리즈 방식으로 써나가려고 합니다.마지막은,서양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새 문명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뜻에서 세계 각국을 주유하면서 석학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잘 알다시피 영국·미국·호주·필리핀·싱가포르·일본 이런 나라들은 해양 국가들입니다.미국이라는 게 큰 대륙이지만 문명사적으로 보면 유럽에서 떨어져나간 섬이죠.일본이 대륙권 문화에서 떨어져나간 섬처럼 말이죠.소위 섬들의 문화입니다.그런 해양 세력 하고 유럽 중심 속의 유라시아 하고 우리나라·러시아·중국 등을 대비해 보려고 합니다.그러니까 사실상 문명 충돌은 헌팅턴이 본 것처럼 이슬람 대 기독교,이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지정학적인,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관계인 거죠.우리는 반도라는,양립성을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선생을 문명비평가라 칭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선생님께서는 1934년생이신데요.어느 누구보다 부단한 갱신을 이뤄 오셨습니다.이를 가능케 한 시대나 세대상의 배경은 없을는지요?” “내가 성장하던 시대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게 없었던 시대였죠.서울의 도시체험이라고 하는 것도 첨단 도시가 아니라 완전히 폐허의 도시였어요.전쟁 때문에 울타리도 없고 길거리도 없고.한마디로 우리 세대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상실된 시대이기 때문에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나는 이것이 굉장한 불행인 줄 알았는데 내 일생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연필이 왜 좋은가.만년필이 있고 볼펜이 있는데.지울 수 있기 때문이죠.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닌가 해요.386세대,한총련세대 전부 지워지지 않는 볼펜 같습니다.우리 세대는 확실하게 지워질 수 있었습니다.끝없이 자기를 소거했던 거죠.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어마어마한 것이라 해도 컴퓨터는 딜리트 키 하나만 누르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이 쾌감이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겁니다.이것이 지금까지의 내 문학이론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끝없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를 몰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은 말을 끊을 사이도 없이 숨 가쁘게 말씀을 이어간다.나는 선생의 어조와 표정에서 씌었거나 들린 사람의 표징을 본다. “선생님은 문학비평에서 문명비평으로 그 폭을 넓혀 오시지 않았던가요?” “내가 역사나 사회로부터 도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문학이라는 것은 사회개혁의 수단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지 내가 사회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나 보고 직함이 많다고 하는데,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살아왔습니다.창조적 상상력을 위해서 일평생을 바쳤고,그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바쳤다고 할 수 있지요.책도 그렇게 읽었고.다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인생이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재미없게 왜 한 우물만 파느냐.토끼도 수십 마리 쫓아라,놓쳐도 좋다,수백 개의 우물을 파라는 겁니다.끝없이 수맥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우물을 하나 파서 마십니까.나는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토끼를 잡는 사람도 아니고 토끼를 쫓고 우물을 파는 사람,창조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진짜로 토끼를 잡아서 놔주면 내 작업은 끝난 거예요.이것을 잡을 때까지 전심을 다하는 그 긴장을 나는 사랑하는 것이지 토끼 잡아서 뭐합니까.내가 목마름의 갈증이 있는 한 나는 또 하나의 우물을 파지만 우물을 파서 마셔도 내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데 내가 왜 한 우물만 팝니까.우물 파기와 토끼 잡기,이것이 내 평생의 일이지요.” 이제 나는 질문을 선생의 문명비평 쪽으로 돌려본다.“선생님께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쓰신 칼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아는데요.” “내가 그 칼럼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오늘날 전쟁이 뭐냐 하는 것이었어요.새로운 시대에 있어서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다,반전이다,참전이다를 가릴 것 없다는 거죠. 우리의 생활 곁에 끝없이 선고받은,종전 없는 전쟁이 들어섰다는 거죠.부뚜막에 전쟁이 올라와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그것을 갖다가 모럴문제,환경문제,발전문제로만 보는 것은 좁다 이거죠.그러니까 새롭게 보아야 하는 것이죠.” “오늘날 세계는 이라크 전쟁,북한의 핵문제 같은 ‘낡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가 하면 초국가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날이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과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요?” “오늘날 어느 나라를 보든지 세계 시스템이라는 것은 국민국가예요.국민국가라고 하는 틀이 점점 커져서 글로벌화하다 보니까 다민족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중국 같은 나라가 55민족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에요.미국도 다민족 국가고.스위스도 조그맣고 말레이시아도 조그마하지만 전부 다민족 국가예요.언어도 다 다르고.그게 바로 네이션 스테이트예요.그런데 지금 남들은 그런 국민국가에서 벗어나서 국민국가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국민국가는커녕 통일도 못하고 있단 말이죠.그런 와중에도 한국은 세계적인,소위 보편적인 시스템에 들어서 있습니다.한국은 지금 세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보편 시스템에 들어와 있는 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인권,보편주의,보편성,합리성,자유,평등 이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북한은 80%의 질서 속에 남아 있고 우리는 20%의 질서 속에 들어와 있어요.지금 남한은 20% 중에서,세계 IT 국가 중에서도 최강국이다 이거예요.이걸 잘 알아야 된단 말이죠.그러니까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보면,핵문제 등에서 물보다 피가 더 짙다고 얘기하면서,정권이 뭐 민족이냐 이런 디테일한 문제를 따지기 전에 그냥 진짜 민족이다 우리끼리,그러니까 남의 나라가 위협하면 같이 싸워야 된다,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라든지 이웃나라와의 공조문제라든지 했을 때는 20%에 속해 있으면서도 80%에 남아 있는 북한을 아우르는 데에서 오는 사고의 편차,물질적 경제적인 편차,국제적 외교관계들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지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소위 ‘엔드 오브 히스토리(end of history)’, 역사는 결론이 났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렇게 보았습니다.헤겔식 절대주의죠.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에서 정반대로 문화는 상대주의다,어느 하나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나는 후쿠야마도 헌팅턴도 잘못됐다고 봅니다.문명충돌이라고 할지라도 이슬람 하고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죠.명색은 지금 이라크와 미국이 붙어서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싸우는 것 같지만,그러면 왜 유럽이 미국하고 손잡고 싸워야 하는데 안 그러느냐.왜 이슬람국가들이 다 같이 싸우지 못하고 방관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거죠.지금은 소위 지정학적 내셔널리즘이 지배하고 있어요.글로벌까지도 아니에요. 지역 컬처입니다.그럼 지역 컬처는 뭐냐.크게 보면 대륙문화권과 해양문화권의 충돌입니다.그러니까 세계를 좀더 복합적으로 크게 보아야 합니다.이런 눈으로 우리 반도를 보면 우리는 국내적으로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그렇다면 혼자,일국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어딘가와 연맹을 지어야 하는데 이념적 연맹이 아니고 세계 시장질서 속에서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연맹을 맺어야 해요.쉽게 말하자면 세계시장이 글로벌리즘으로 바뀌면서 경제내용이 바뀌었다는 거지요.물동 중심의 경제가 지금 문화 콘텐츠 중심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배고픈 경제로부터 눈 고픈 경제,귀 고픈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이러한 경제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유권을 만들어야 합니다.이것은 정치이념이나 경제이념 하고는 달라요.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위에 경제 공동체가 생기고 그것이 한 단위가 되어 세계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거지요.그러니까 결론은 창조적인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화석처럼 굳은 사고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강렬한 해체를 통해서 재창조해야 합니다.” 선생의 사고는 크고 넓다.그 속에서 나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선배들의 세계관을 엿본다.386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세계관으로는 이 세계관에 맞서 양립할 수가 없음이 명약관화하다.큰 사고가 없이는,우물 안 사고로는 한국사회는 이미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문명비평가 이어령 ●긴장감 부르는 예리한 눈매·맺힌 입술 이번이 몇 번째 만남인가.나는 선생을 기억하지만 선생은 기억이 없으시다.‘구운몽’에 그런 구절이 있다.귀인은 잊기를 잘 한다고.귀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리고 귀가 긴 선생.집안이 원래 대대로 장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앞에 우뚝 선 모습이 칠순의 연세에 그렇게 단단해 보일 수가 없다. 옛날 1950년대,1960년대 문학잡지에 나오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모습에서 그렇게 변한 게 없다.안경 너머로 눈매가 날카롭다.맺힌 입술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한다.저 모습 어디서 그 예민한 비평 감각이 솟아오르는 것인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 척도 제시 1934년생 충남 아산 출생.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 시절부터 28세로 요절한 천재 이상(李箱)의 문학을 재발견해 냈다. 1950년대 후반에 걸쳐 김동리,조연현,서정주 등 이른바 문협 정통파의 전통주의,복고주의에 대해 전통 개념을 재해석하면서 구세대 문학에 대한 전후세대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했다.(‘저항의 문학’)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문학의 창조적 측면에 언어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비평활동을 전개하면서 김수영 등과 이른바 불온시 논쟁을 벌이면서 ‘문학적’ 저항을 주장했다.소설가 남정현이 ‘분지’로 필화를 겪을 때 증인 신분으로 변론을 맡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장군의 수염’ 등을 위시한 소설 창작,‘문학사상’ 창간,이후 문화부장관,중앙일보 고문 등을 지내면서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현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의 척도를 제시해온 비평가다.
  • [스포츠 라운지]우슈 여자국가대표 윤선경

    ‘무림고수’를 꿈꾼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주먹,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놀림,허공으로 솟구치며 내는 파공음에서는 ‘살기’마저 느껴진다.홍콩 무술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우슈의 장권 여자 국가대표인 윤선경(22·부산외국어대 4년)의 훈련 모습이다.도복을 벗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신세대 여대생이지만 그녀는 올해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우리나라 장권의 기대주다. ●육상에서 우슈로 ‘변신’ 윤선경은 청주 남성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육상 800m 선수였다.당시엔 홍콩 액션영화 열풍이 거셌다.또래들처럼 그녀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자랐고,그것에 마음을 빼앗겼다.맨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강호를 평정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열광했다.각 파의 실력자들을 차례로 꺾고 무림의 고수로 우뚝 서는 꿈을 꿨을 정도였다. ‘사춘기 몸살’을 무술과 함께 앓은 그녀는 청주여상 1년 때인 지난 1997년 마침내 영화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우슈 도장의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영화와 현실은 달랐다.기본자세 하나 배우는데 한달씩이나 걸렸다.보법,발차기 등등. 환상은 하루아침에 깨졌고,재미가 하나도 없는 고행의 시간이 이어졌다.그나마 “남자보다 훨씬 낫다.”는 주위의 칭찬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물론 이 와중에서도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근성과 타고난 운동신경은 빛을 발했고,덕분에 실력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 98년 회장배전국대회 학생부 2위를 차지했다.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공동 4위에 올랐다.정용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남자 못지않은 시원한 동작과 도약이 일품”이라면서 “늦게 시작한 탓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라고 평가했다. ●설움 속에 싹 틔운 희망 다른 비인기종목의 선수처럼 그녀도 ‘마이너리티’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태권도나 하지 웬 중국 무술이냐.”는 핀잔도 자주 듣는다.우슈가 홍콩 영화로 더 알려진 탓에 싸움을 잘하겠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하지만 그녀는 싸움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그런 상황이 될 것 같으면 일찌감치 ‘36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무엇보다 우슈가 아직올림픽 종목에 들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전국체전에서도 남자부 경기만 치러진다.오직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만이 실력을 뽐낼 무대다.우선순위에서 밀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도 태릉선수촌에 입촌을 하지 못한다.외부에 숙소를 정해놓고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한다.훈련만 태릉선수촌 시설을 이용한다. 이같은 역경은 오히려 그녀에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반드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로 모든 설움을 떨쳐버리고 있다.더욱이 아직 여자 장권에서는 금메달이 없다.‘선배의 한을 내가 풀겠다.’는 목표 의식도 그녀에겐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어린 마음’에 우슈를 선택했지만 이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책임감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그녀에겐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실력을 뽐낼 첫 시험무대다.한여름의 열기는 오히려 그녀의 투지를 자극할 뿐이다.사춘기 소녀 때의 꿈을 현실로 일궈내기 위해 그녀는 야무진 기합과 함께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글 김영중기자 jeunesse@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우슈란? 우슈는 중국의 전통 무예로 쿵후의 공식 명칭.우리나라에선 십팔기로도 불렸다.장권,남권,태극권 등 권법과 도술,검술,창술,곤술 등의 병기술이 있다. 장권은 동작이 크고 화려한데다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 홍콩 무술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대표적인 배우가 리롄제.그는 1980년대 히트한 ‘황비홍 시리즈’와 올해 개봉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여 팬들을 열광시켰다. 태극권은 신축성 있고 부드러우며 완만한 동작이 특징.중국의 공원에서 이른 아침에 수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건강증진을 위해 많이 배운다.남권은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성행하며 기합 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산수는 복싱 글러브와 보호대를 착용하고 11체급으로 나눠 자유대련을 펼친다.던지기와 꺾기도 허용된다.산수만이 태권도나 유도처럼 상대방과 맞붙어 승부를 겨루고,나머지 종목은 모두 표현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오는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약속대련이 추가됐다. 90베이징아시안게임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아직 올림픽 종목에는 포함되지 못했다.선수들은 전통 중국의상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 현대차 임단협 파장 / 사측 임단협 수용 속사정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타결은 주5일 근무제 전격 시행,노조의 일부 경영 참여 등 노사간 정치적 핵심 쟁점들을 안고 있어 다른 사업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보여온 현대차 협상이 사실상 노조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퍼주기식’ 논란이 일고 있다.특히 재계는 노사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경영권 방어마저 어렵게 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온 현대차가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기감에 따른 고육책 재계는 현대차의 파격적인 합의안에 대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압력 ▲노동계의 강경 투쟁의지 ▲파업 장기화에 따른 내수·수출 타격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자살 등 안팎으로 벼랑끝에 몰린 회사측의 고육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6월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40여일간 지속된 파업으로 10만 4895대의 생산차질을 빚으며 1조 385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공장이 돌아가야 이익을 내는 만큼 흑자 사업장은 노조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또 3400곳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현대차 경영진에 부담을 줬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이달 초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례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회사측은 긴급조정권까지 발동돼 이같은 사실이 전세계에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더 큰 손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책임도 커 반면 정부와 재계가 전체 업계의 노사 대리전격인 현대차 노사협상 타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했다는 시각도 크다. 주5일제가 도입되면 토요근무가 정상근무에서 특별근무로 바뀌어 사측의 임금부담이 늘어난다.연·월차를 폐지해 사측의 이같은 임금손실 부분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주5일제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노동계가 총파업을 카드로 강력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계류되고 있다. 재계가 정부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없다고 버티고 있는 만큼 개별사업장에서 노동계가 원하는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가 먼저 타결되면 재계와 노동계가 협상을 재계할 수밖에 없다.재계가 현대차가 악선례를 남겼다고 반발하는 이유다.손발이 묶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받고 있는 부담을 고스란히 현대차에 떠넘긴 셈이다. 그러나 매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고 파업기간에 대한 임금인 생산성 향상 격려금(100%+100만원)까지 지급해 노조의 파업이 사용자 압박에 성공적이란 관행을 굳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생색은 내지 못해 전략적으로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
  • [나의 건강보감]서병윤 대한검도회 전무

    그가 환갑을 앞둔 58세의 초로(初老)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눈빛은 형형했고 몸놀림은 가벼웠다.안색은 밝았고,외모나 말씨 어디에서도 오랜 세월 검도라는 격투기로 자신을 단련해 온 무골(武骨)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그에게 검도가 무슨 운동이냐고 물었다. “검도는 기예의 특성상 항상 단전에 힘을 모으고 기력을 발산합니다.또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면 움직여야 하고,나를 경계하는 상대 또한 끊임없이 움직입니다.검도를 두고 움직임 속에서 궁극의 도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동선(動禪)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풀어 설명하자면,섬광같은 몸놀림 즉,동세(動勢) 속에서 정관(靜觀)하고,정관하면서 약동(躍動)하는 무도라는 뜻이다. ●남녀노소 즐길수 있는 무예 서병윤(58).대한검도회 전무이사인 그는 공인 8단의 고수다.8단이 어느 정도 고수냐 하면,우리나라 검도계에는 9단이 없다.일흔을 넘긴 원로 검도인을 예우하기 위해 ‘명예9단제’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해서 실질적으로 검도의 가장 마지막줄에 선 고산준령의 한봉우리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전국을 망라해 고작 25명 뿐인 8단이다. 그가 검도에 입문해 처음 죽도를 든 것이 성균관대 1학년 때인 지난 64년.열 아홉 살에 시작해 올해로 꼭 40년째다.세상이 사람을 영악하게 해 눈을 씻어도 종신(終身)의 미덕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에 40년을 한길로 매진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검도의 매력입니다.다른 격투기는 20대를 지나면 하기 어렵지만 검도는 달라요.7∼8세의 어린이부터 80을 넘긴 노인들까지,또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사실 검도를 배우겠다고 도장을 찾았던 사람중에는 몇달씩 발딛기와 검쥐기만 하라는 통에 제풀에 지쳐서 도장문을 나선 사람도 없지 않다.“검도는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운동입니다.이런 일화가 있어요.복수를 위해 검도를 익히겠다며 스승을 찾은 젊은이가 있었대요.그런데 스승이 3년동안 걷기와 중단세(상대의 목을 겨누는 검도의 기본 자세) 한가지만 시키는 바람에 그만 못견디고 하산해 원수와 맞닥뜨렸어요.상대는 내로라는 검술 고수였는데,이 애숭이의 빈틈없는 중단세 자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겁니다.이처럼 도(道)는 현란한 기교나 잔재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있다는 믿음,그것이 검도의 시작입니다.” 알고 보면 검도처럼 무서운 기예도 없다.만약 고수중 누군가가 예(禮)와 인격을 포기하면 엄청난 파장을 초래한다.그래서 지금도 4단 이상에게만 진검을 허락하고,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면 4단 이상의 승단을 허락하지 않는다. ●검만 쥐면 스트레스가 싹~ 그는 젊은 시절,국가대표로 뛰었다.예나 지금이나 어려서부터 검도를 배웠어야 가능한 것이 국가대표인데,그는 이 관행을 깨고 다 커서 검도를 배운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태극 마크를 달았다.64년에 검도를 시작해 8년째인 71년 4단으로 전국 단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기도 했다.그만큼 그는 검도에 미쳐 살았다. 지금도 중앙문화센터에서 손수 검도교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매주 모교인 성대에서 검도반을 지도하는 그는 검도야말로 ‘끝없는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했다.“그래서 검도를 휙휙 날아다니는 중국영화 정도로 여긴 사람들은 지루하다고도 하지만 그건 검도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겁니다.저의 경우 일단 검을 쥐면 무아지경에 빠집니다.한두시간 뛴다는 게 엄청난 운동량이지만 운동 중에는 피로감을 못느낍니다.” 그는 검도를 ‘만병의 묘약’이라고 추어올렸다.“검을 쥐고 상대와 맞서면 몇번이고 극한상황으로 치닫습니다.그 과정에서 심신이 엄청난 에너지를 얻고,정화됩니다.검도를 시작한 이래 큰 병을 앓지 않았어요.지금도 몸이 찌뿌드드하거나 몸살기가 느껴지면 약 대신 운동을 합니다.실제로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검도의 항암효과가 확인되기도 했고요.” ●‘활인의 도'… 한번도 다툰적 없어 지난 3월 일본항공 상무이사로 정년퇴임한 뒤 그는 아예 검도협회 일을 도맡고 있다.지난달에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국제심판으로 참석했다.“아직은 저변이 일본에 못미치지만 곧 따라잡아야지요.한국인은 기질적으로 검객의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우리 어린이들 보세요.본능적으로 막대기를 휘두르며 놀지 않습니까?”그가 줄창 검도만 한 건 아니다.수영도 10년 넘게 했다.검도의 보조 운동으로 수영을 했는데,몸의 유연성이 향상되고 심폐기능도 놀랍게 개선돼 좋더라고 했다.15년이 넘게 익힌 수지침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건강교실의 초빙을 받아 강의를 하는 수준이다.담배는 아예 배우지 않았다.술은 운동후 마시는 맥주 한두잔을 으뜸으로 친다.대학때 68㎏인 체중이 지금 70㎏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그의 삶이 건강하다는 구체적인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검도를 사랑했다.안 되면 손 터는 허튼 사랑이 아니라 ‘죽어도 나는 검도인’이라고 했다.“다른 운동은 극한 상황에서 자신과 타협하고 용서하지만 검도는 결코 자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상대를 예로 대하는 이를테면 ‘활인의 도’인 셈이지요.검도를 시작한 이래 저는 단 한번도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았습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안주영기자 jya@ ■서병윤8단의 검도 예찬 그는 검도를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했다.“5㎏의 호구를 차려입고 1시간만 뛰고 나면 체중이 2∼3㎏씩 줄죠.1년에 7∼8㎏의 체중을 줄이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요.기합과 함께 때리고 맞고 부딪는 가장 원시적 격투기로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데도 그만입니다.무서운 집중력이 요구돼 두뇌활동도 엄청나죠.검도인 중에 치매를 앓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니다.반사신경도 놀랍게 발달한다.일본 문부성 보고서에 따르면 탁구선수보다 6∼7배나 빠른 것이 검도인의 반사신경이다.일부 야구선수나 공군 파일럿 등이 검도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도가 ‘예도(禮道)’라는 점.그는 “검도가 예의를 제일의 덕목으로 삼고,수련 과정에서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같이 운동하는 사람은 금세 가족처럼 된다.”고 소개했다. 그가 수지침에 관심을 가진 것도 검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칼을 쥐고 한 시간만 운동을 하면 손바닥이 화끈거릴 정도로 손바닥에 집중된 12개 경락이 운동 중에 자극을 받아 놀라운 지압효과를 나타냅니다.맨발로 뛰니 발마사지 효과도 있고요.” 그가 말하는 두뇌개발론도 재밌다.“검도는 기본적으로 왼손과 왼발이 중심인 운동입니다.이 점이 매사 오른쪽 중심인 현대인의 불완전성을 보완합니다.왼쪽 중심의 운동이다보니 왼쪽을 관장하는 오른뇌의 기능,즉 창의력과 아이디어 창출능력이 향상되는 것이죠.물론 직관력과 예지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이런 얘기는 좀 그런데,검도를 오래 한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위험을 간파하거나 사람을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기도 합니다.” 고려대의대 해부병리학과 김한겸 교수는 “검도는 무엇보다 정신집중과 순간 결단력이 중요한 수련”이라며 “정신수양과 체력단련 두 가지를 만족시키면서 교육적 효과도 탁월해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 ‘피부성형’ 갈수록 감쪽같네

    바캉스철인 여름은 피부노화가 문제되는 계절이기도 하다.자외선으로 잔주름의 골이 깊어지고 피부가 각종 트러블로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그런 가운데 피부성형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주사요법은 더욱 발전하고 있고 수술요법에다 레이저 치료술까지 가세하고 있다. ●주사요법 가장 일반적인 보톡스는 보툴리늄 독소를 주사,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주름 제거효과를 얻는다.눈자위나 이마,미간의 잔주름을 적절하게 펴주나 효과가 4∼5개월로 한시적이며 입가의 주름이나 코옆의 팔자주름,뺨 등의 늘어진 주름에는 효과가 없다.또 독소이기 때문에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레스틸렌은 피부 진피를 구성하는 히알루론산을 안정화한 주사제로, 자신보다 200배 이상 큰 물분자를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어 수분이 피부에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적용 범위도 보톡스보다 넓어 코나 입가의 깊은 주름에 효과적이다.시술 방법이 간단하고 빨리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약효 지속기간이 4∼6개월로 짧다. 아테콜은 콜라겐 성분의 미립자를 주름 부위에 주입해 골을 메우는 방법.레스틸렌과 마찬가지로 미간이나 코옆의 깊은 주름에 효과적이다.피부에 흡수되지 않아 효과는 거의 영구적이나 잘못됐을 경우 수정도 그만큼 어렵다.비용도 보톡스보다 4배 가량 비싸다. 일반적으로 주사요법은 코를 기준으로 윗부분 주름에는 보톡스,나머지 주름에는 레스틸렌과 아테콜을 사용한다. ●수술요법 안면거상술은 메스로 피부를 절개해서 주름 부위를 당긴 뒤 여분의 피부를 제거,봉합하는 방법이다.주름이 깊고 피부가 처진 경우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절개 부위가 넓어 상대적으로 부작용도 크다.절개 부위의 흉터,피부 염증과 괴사,부기 등이 생길 수 있다.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부담에다 수술시간도 2∼5시간으로 길며,회복기간도 길게는 두달까지 간다.개인차는 있지만 수술 효과는 대략 3∼5년. 매직 안면주름 제거술은 지난해 러시아의 토틀참 박사팀의 연구논문이 미국 성형피부 전문학회지에 소개된 이후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보편화된 주름제거술로 우리나라에는 최근 도입됐다. 이원석성형외과 이원석 원장은 “약물 주사나 피부 절개를 하지 않는 새로운 시술법으로 피부조직 속에 특수 제작된 실을 삽입하면 실이 피부를 당겨주는 원리”라고 설명했다.이 실이 피부조직 내에서 막(캡슐)을 형성해 지속적으로 주름살 제거효과를 나타내는 것. 보톡스처럼 시술이 간단하면서도 보톡스가 해결하지 못한 뺨의 깊은 주름까지 펴주며,효과도 2∼4년 정도로 보톡스보다 오래 간다.또 기존 절개술과 달리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 부담이 거의 없으며 수술자국이나 흉터도 남지 않는다.시술 시간도 10∼20분으로 짧고 부작용도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치료술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를 필요한 만큼 깎아내 콜라겐과 탄력섬유조직의 생성을 유도하는 원리로 복합파장 레이저(IPL)를 이용한 IPL퀀텀이 대표적이다.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특히 핏줄이 드러나 보이는 모세혈관 확장증과 잔주름,검버섯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 이상준 원장팀이 최근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2002년 3월부터 최근까지 이 병원에서 IPL치료법으로 203명의 피부노화증을 치료한 결과 잔주름 치료 환자 95%를 비롯,모세혈관 확장과 안면홍조 환자 93%,검버섯과 잡티 등 색소성 병변 환자 98% 등이 이 치료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들의 평균 치료 횟수는 2.2회. IPL치료법의 특징은 기존 레이저 박피수술의 경우 3∼6개월간 계속된 피부 홍반현상에 따른 불편이 해소돼 수술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치료효과가 빼어나다는 점. 시술 당일부터 세수와 화장은 물론 외출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감안하면 치료비도 저렴한 편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치료효과가 입증되면서 일선 피부과를 중심으로 ‘IPL퀀텀’의 보급이 크게 늘어 올해 말까지 100대 이상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밖에 쿨터치 레이저치료,소프트 레이저필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쿨터치 레이저치료는 피부를 순간적으로 냉각시켜서 콜라겐 합성을 유도,주름을 완화시키고 탄력성을 높이는 원리이며,소프트 레이저필은레이저 파장을 피부층에 침투시켜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는 방법이다.또 콜라겐의 주성분인 펩타이드를 투여해주는 M2콤플렉스 피부치료법과 피부의 각질층을 제거한 다음 전기이온 영동법과 초음파 요법을 동시에 이용,고농도의 비타민을 투여하는 이온자임법도 많이 사용된다. ■ 도움말 이원석성형외과 이원석·비에스클리닉 강현영·아름다운 나라 이상준·노바피부과 이성훈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
  • “결혼 미뤄” “병원 안가”/ 불황 신드롬 확산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와 무관할 듯 싶은 업종도 몸살을 앓고 있다.25일 경제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와 동네병원,성형외과 등은 최근 손님이 급감하거나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아 바닥경기를 체감하고 있다. ●결혼업체 회원 뚝… 4곳중1곳 문닫아 최근 경기 불황으로 결혼정보업체의 도산과 합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동안 전국 380여개의 결혼정보업체와 결혼상담소 중 100여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듀오’의 오미경 대리는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빅5’로 불리는 큰 업체를 뺀 군소업체는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얼마 전에는 ‘인트로데이트’라는 결혼정보회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이 됐는데,이 회사를 인수한 회사도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결혼중매업은 경기흐름을 덜 타는 업종임에도 최근 들어 회원수 감소로 군소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는양상”이라고 밝혔다.경기침체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다보니 배우자를 찾는데도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내과등 환자 줄어… 동네병원 직격탄 병원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서울시의사회에 따르면 의사 50명 이하의 중소병원급 회원수는 지난 연말 100곳에서 3개월 사이 54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면 사람들이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면서 “소아과·내과·가정의학과의 환자 수 급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때문에 대형 종합병원보다는 소아과와 내과 개원의가 많은 동네병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의사회 관계자는 “지방으로 옮기거나 아예 폐업하는 개원의가 늘고 있다.”면서 “회비 내는 병·의원도 크게 줄었다.”고 털어 놓았다.그는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철새 의사’가 급증하는 것도 경기 침체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선 병·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급여비 총액도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95% 감소한 1조 727억원에 그쳤다.마포구 K의원 원장 황모씨는 “보험공단에서 받는 급여비가 한달 평균 1000만원 정도 됐는데 최근 700만원대로 급감해 간호사와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고 푸념했다. ●예뻐지는 것도 참는다 병원 가운데 경기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성형외과.쌍꺼풀 수술 등 예뻐지는 미용수술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게다가 주된 고객층이 여고생·여대생 등 경제적 자립도가 떨어지는 여성이다보니 타격이 더 크다. 강남구 신사동 J성형외과 원장 조모씨는 “1년 전에 비해 수술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신사동의 50여개 병원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청담동 N성형외과도 “가격이 비싼 전신마취수술은 한달에 한건 정도”라면서 “생각 같아선 문을 닫고 싶지만 개원 투자비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고 하소연했다. 불황 탓에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찜질방이 대표적이다.통계청에 따르면 호텔업과 여관업은 지난 5월 각각 18.6%와 5.0% 매출이 줄었다.통계청 관계자는 “지방 출장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출장비를 아끼기 위해호텔이나 여관을 찾지 않고 1만원 안팎의 24시간 찜질방을 찾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합동취재 이영표 이세영기자
  • 아름다운 순간과 소통 형상화/소설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펴낸 남상순

    “스무 살을 고비로 자기 안의 문제와 자기 밖의 문제를 바꾸고 뒤섞게 마련”(‘죽음의 무늬’)이라고 믿었던 여대생이 있었다.그는 학교 운동권의 총책을 선택했고 고난의 80년대를 정면 돌파했다.그러나 89년 동구권 몰락 등으로 이념의 좌표를 잃은 뒤 맛본 좌절은 너무 컸다.2년 동안 숱하게 산을 오르내리면서 곁가지 다 날린 온전한 자기와 만났고 글쓰기에서 새 삶을 찾았다. 93년 장편 ‘흰 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남상순(40).95년 장편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민음사) 이후 침묵을 지키던 그가 8년만에 소설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문이당)을 냈다.인터뷰는 ‘공백’을 화제로 시작했다.. “사는 게 머물러 있다 보니 글도 시덥지 않았습니다.저는 관계 속에 갈등을 빚으며 삶의 의지를 치열하게 느낄 때 글에 대한 욕구도 왕성해지거든요.다행히 누르고 삭인 감정이 쌓여서 최근 장편의 초고도 탈고했습니다.” ●문장마다 치열한 글쓰기 여성의 삶에 교묘하게 침투해 옭아매는 사회제도의 폭력적 징후를 담았다는 장편을 주위사람에게 보여줬더니 ‘통속적’이라는 지적에 충격(?)을 받고 새로 쓰는 마음으로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집도 쉽게 써내려 가지 못하고 한 문장마다 탈진할 정도의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미리 치밀하게 준비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큰 얼개만 잡아놓고 돌발 상황에 대비합니다.길을 가다 보면 낯선 이미지와 대면하기 십상인데 그 경험에 충실하려고 비워두는 거죠.그러고도 모자라 첫 탈고 뒤 이제까지는 연습이라는 듯 다시 쓰는 스타일입니다.” 이번 작품집은 그 동안 마음 속에 꾸욱 누른 불덩어리 같은 9편의 단편을 모은 것.표제작은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그의 소설론이 잘 배어 있는 작품.소통의 단절이 주는 절망감에 방황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탁월한 이미지로 빚었다. ●불덩어리 같은 단편 9편 수록 또 자전적 요소가 강한 ‘죽음의 무늬’와 ‘악연1·2’는 80년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후일담의 모습이 드문드문 엿보인다.“시작하기는 쉬워도 그만두기는 힘들다.”는 작품 속 고백처럼 희푸른 20대를 다바쳐 80년대와 맞서온 그가 들뜬 몸살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론을 입증하듯 그의 후일담은 감상주의에 젖기 보다는 그 경험의 직접성에서 한발짝 떨어져 인간의 본질 문제로 접근한다.학원가 정보사찰(프락치) 문제도 직접 메스를 대기보다는 프락치 요원에게 독립적 인격을 부여한 뒤 운동권인 주인공과 빚는 갈등 속에 그리는 것(‘악연 1’)이 그 예다.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것과 함께 소통하는 것,그것이 모든 사진 작가들의 꿈일 것입니다.”(70쪽)라는 작품 속 묘사는 그가 꿈꾸는 소설을 대변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왕짜증’ 도로

    ■외곽순환고속道 서운~장수IC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공짜구간인 서운JC∼장수IC 구간이 몰려드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이는 서울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으로 갈 경우 인천톨게이트 전인 서운JC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로 들어선 뒤 장수IC를 통해 인천으로 진입할 경우 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장수IC 인근에 톨게이트를 설치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밀려 지난 2000년 톨게이트 설치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이같은 이점으로 이 구간은 인천 남동구·연수구·남구 주민뿐 아니라 부평구·계양구와 부천 중동신도시 주민들까지 애용하고 있어 교통혼잡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이로 인해 6㎞밖에 안 되는 서운JC∼장수IC 구간이 평일에는 30분 이상 소요되며 주말에는 시속 5㎞ 정도의 ‘거북이운행’을 하고 있다. 장수IC를 이용해 남동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3·계양구 용종동)씨는 “외곽순환고속도로 개통 초기에는 5분이면 계양IC에서 장수IC까지 갔는데 공짜구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25∼4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30여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도로공사 관계자는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운JC∼장수IC간”이라며 “돈을 받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계양·중동·송내 등 진입램프가 많고 이 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 어디든지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미아~정릉 연결 ‘솔샘길' 보국문길 연결 뒤 체증 심화 1㎞에 40분… 주민 강력반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주민들이 최근 새로 만들어진 도로 때문에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며 서울시에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시정이 안 되면 집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동북부지역의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단절됐던 정릉동 ‘솔샘길’ 일부를 지난해 초 보국문길과 연결했다.새 길이 뚫리기 전,솔샘길은 이름처럼 조용하고 깨끗했다.그러나 7월들어 이 도로가 청계천 복원공사 착공과 함께 우회로로 이용되면서 체증이 심화됐다는 것.성북구와 강북구,구의회 등도 주민들의 주장을 수용,시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실태와 원인 솔샘길이 개통된 뒤 강북·도봉·경기북부지역 차량이 이 도로로 우회하면서 솔샘길과 바로 연결되는 보국문길이 극심한 체증을 빚고 있다.특히 출·퇴근시간에는 1㎞를 40분만에 겨우 통과하는 등 정체가 극에 달해 주민들이 교통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솔샘길은 우이동에서 넘어오는 차량들을 받아서 정릉길과 북부간선도로,보국문길을 통해 아리랑길로 연결하는 도로다.전체 3㎞ 가운데 1.5㎞는 연결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터널을 뚫고 보국문길까지 연결됐다.동북부에서 도심과 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 등지로 향하는 차량이 몰린다.보국문길과 솔샘길이 만나는 정릉4동사무소 앞의 정체가 특히 심하다.솔샘길 개통 전에는 보국문길쪽 직진신호 점유율이 80% 정도 였으나 현재에는 42.3%로 뚝 떨어졌다. ●대책은 없나 성북구는 이 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전철 등 신교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수 성북구 건설교통국장은 “이미 강북구와합동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울시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이 지역의 경전철 건설계획은 2020년까지 건립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이다.시 관계자는 “오는 9월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며 “경전철이 도입되거나 지하터널을 뚫어 버스만 다니는 차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교통을 도입하려면 공사가 보통 5년 정도 걸리는 만큼 건설계획이 당초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민원 중계석 / 낮엔 악취 밤엔 교통지옥

    “도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낮에는 도축장 악취로,밤에는 가축수송 차량의 교통혼잡에 시달린다면 과연 믿겠습니까.” 88서울올림픽 참가국 고위 관계자들이 묵었던 서울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 훼밀리타운 일대 주택가가 길 하나 건너편의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도축장)의 악취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지 내 가원초등학교 6학년 임수연(12)양은 “흐리고 바람이 불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더러는 창문을 열지 못하고 수업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올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모(35·여) 교사도 “잠실 4단지에서 출근하다 광평교를 지나 도축장에 가까워지면 비린내가 나기 시작해 절로 표정이 찡그려진다.”고 말했다.이 교사는 사회시간 ‘환경보존과 국토개발’ 단원을 가르치다 ‘주변환경을 논의해보라.’고 하면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밤에는 경매소리와 차량소음 때문에 시끄럽고,낮에는 냄새가 심하다.”고 대답한다고 전했다. 밤에도 문제다.밤늦도록 계속되는 축산물 경매가 가뜩이나 비좁은 시장 안에서 다 소화되지 않아 새벽 2∼3시쯤에는 8차선인 도로가 가운데 2개 차로만 남기고 장외경매가 벌어지는 등 교통지옥을 연출한다.“장외경매 트럭이 많으면 300∼400대가 몰려 경찰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게 송파구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말까지 도축장을 폐쇄키로 했던 서울시와 농협측이 행정명령을 지키지 않자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농협측이 도축장의 배짱 운영을 계속하자 주민들이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해 충돌이 예상된다. 피해지역은 훼밀리타운 쪽 뿐만 아니다.단지 건너편 상가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바람에 따라서는 훼밀리타운 보다 좀 더 북쪽의 가락 시영아파트단지쪽이 악취가 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56개 동에 4494가구의 훼밀리타운 외에 인근에는 동부센트레빌,금호,우성 등 대형 아파트단지가 마찬가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농협·농림부 등 관련 기관들은 가락동 축산물공판장에서 소화하는 도축물량을 소화할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농림부 관계자는 “축산물 유통과 관련된 5480여개 업체는 물론 서울로 출하하는 440여개 농·축협과 축산농가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대지 6715평,건평 5012평인 가락동 도축장이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평균 소 213마리와 돼지 1706마리로 수도권에 공급되는 육류의 68%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전 대상인 경기 부천시 축산물공판장의 시설 확장을 위해 인근 부지 7000여평이 추가매입돼야 하지만 진척이 없다.”고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
  • 환경부 경찰청 “시끄러운건 네가 책임져”

    정부청사가 위치한 서울 세종로와 경기도 과천을 비롯,시위 단골장소 주변 주민들이 ‘시위 소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확성기 사용 시위를 법으로 막아달라며 주민들이 역(逆)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확성기 소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한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경찰청의 책임전가 시위소음 관련 법령으로는 환경부의 ‘소음·진동 규제법’과 경찰청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두 법 모두 확성기 소음을 규제하는 데는 미흡하다.소음·진동규제법은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상인 등에 의한 이동소음과 주거관련 생활소음 규제에 국한돼 있다.집시법에도 집회 때 사용하는 확성기 소음규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환경부와 경찰청은 지난 99년부터 소음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2000년 중순부터 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을 시도해 왔으나 아직까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이렇게 되자 최근 과천시민들은 중앙공원에서 ‘올바른 집회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결의대회’를 열고 확성기 등 소음유발 도구사용을 제한하고 올바른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마련을 촉구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누가 다나 지난 8일 오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환경부와 경찰청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가졌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법 적용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정한 목적으로 집회가 이뤄지는 만큼 소음·진동법을 강화해 일반 공무원이 집회 소음을 제지하게 할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집시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집회가 열리는 만큼 어디까지나 집시법내에 규제 규정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집시법에 확성기 소음규제를 포함시킨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실제 2000년 개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러한 문제점 탓에 중단했다고 설명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음·진동규제법에 확성기 소음에 대한 규제조항을 넣은 후 고발조치하면 제재는 가능하겠지만 이 방법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관련 부처가 대책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주민들만 애를 먹고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지난 한해 동안 시위가 140여건 열려 6만여명이 참가 했다.”면서 “시위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급증하고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
  • 쓰레기 대신 돈만 싹쓸이 / 청소용역 ‘악취’

    행정관청이 해야 할 청소를 대행하는 청소 용역업체들이 정작 청소는 뒷전이다.직영 지역보다 청소가 더 부실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예컨대 단독주택이 몰려있는 경기도 용인시 김량장동과 기흥읍 일대는 쓰레기가 제 때 치워지지 않아 주택가 이면도로 공터나 놀이터 주변 등이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용역업체들이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 일요일엔 전국이 쓰레기대란을 겪고 있다. ●선정땐 황금알… 권리금만 10억 이모(49·용인시 김량장동)씨는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 경우가 잦고,한두 개씩 모이기 시작하면 쓰레기더미로 변하기 일쑤”라며 “관할 행정기관에 연락해도 용역업체가 담당한다는 이유로 좀처럼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청소 불량사태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일선 자치단체들이 쓰레기처리를 효율적으로 한다며 대거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이런 부작용이 생길까.청소용역업체들이 이를 돈되는 사업 아이템의 하나로 인식해,주민을 위한 청소 서비스는 뒷전으로 돌리고 용역사업을 권리금 확보 등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용역 사업 공고만 나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용인시가 최근 신도시 지역을 담당할 3개 쓰레기처리 용역업체 모집공고를 내자 무려 145개 업체가 신청,48.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성남시가 지난 95년 5개 용역업체를 모집하자 120여개 업체가 몰려왔다. ●일부선 특정업체 수십년간 독점 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용역업체로 선정되면 투자금액에 비해 수익이 높고 인구나 가구수에 비례해 청소물량을 배정받게 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선정 업체들은 단독의 경우 가구당 한 달 4600원,공동주택은 2600원씩 받아 업체에 따라 월 평균 6000만∼1억 5000만원의 현금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지출은 미화원들의 월급과 차량유지비 정도여서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달에 최소 1000여만원의 순익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게다가 불황을 타지 않아 업계에서는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로 통한다. 이 때문에 용역업체로 선정되기만 하면 회사규모와 수익에 따라 권리금이 적게는 3억원,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10억원씩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자연 청소는 뒷전이 되고 만다는 것. ●당국 감시소홀… 주민 쓰레기 몸살 배정물량을 둘러싸고 업체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경기도 안산시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지난 2001년 청소용역업체 11곳을 새로 선정했다.그러나 기존 2개 업체가 강하게 반발하자 시는 새로 선정된 업체에 1년이 다되도록 쓰레기를 처리할 동(洞)을 배정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시는 신규 선정 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이들의 요구를 수용,22개 동을 13개 업체에 고루 나눠주었다. 광주광역시 5개 구는 73년부터 6개 업체가 청소용역계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 독점해오고 있다.각 구는 입찰경쟁 공고를 낸 적이 없어 다른 업체가 경쟁을 위해 끼어들 기회조차 없애버린 셈이다. 용역업체에 대한 지자체의 감시도 형식에 그쳐 청소불량 등을 이유로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청소부실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힌다.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돈만 들이고 쓰레기 처리는 지자체가 직영할 때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정 기간마다 업체의 청소상태를 주민들이 평가해 행정관청이 재계약토록 하는 제도의 도입 등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수원 윤상돈·안산 김학준기자 yoonsang@
  • 전국은 지금 골프장 공사중 / “짭짤한 稅收기반” 지자체 유치전쟁

    골프장 건설공사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골프인구가 매년 급증하면서 새로운 지방세수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는 골프장 유치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수도권에 집중됐던 골프자본이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의 영향으로 충남·전남 등 지방으로 남하하는 추세여서 조만간 ‘골프장 300개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그러나 무리한 사업 추진 탓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거나 환경오염과 지하수 고갈 등으로 인해 집단민원도 잇따르고 있다.봇물을 이루고 있는 골프장 건설의 명암을 점검한다. “골프장을 우리 지역으로.” 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프장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더 적극적이다. 한국골프장사업협회와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에서 골프장 사업 승인을 받아 공사중이거나 착공을 앞둔 미개장 골프장은 모두 80개나 된다.사업승인을 추진중인 곳도 70여개로 파악되고 있다.이는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165개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100여개가 충남·경북·제주도 등 수도권 밖에서 추진되고 있다.그동안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됐던 골프자본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골프장 150곳 건립 추진 골프장 개발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충남지역이다.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군 골프장 3곳을 포함해 8곳이 운영되고 있으며,14곳의 골프장이 공사에 들어갔거나 사업을 추진중이다.특히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30분 거리인 태안군과 천안시 등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치빌이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 인근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립을 위한 국토이용변경 승인(국변)을 충남도에 요청했다.같은해 10·11월에는 ㈜태안리조트와 ㈜태안기업이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각각 ‘T·A·B·D’골프장(27홀),원북면 황촌리에 ‘웨스트 비치’(24홀) 골프장 조성을 위해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데다 경관이 좋고 개발비용도 저렴해 서해안지역을 택했다.”고 말했다. 중앙고속도로가 이어지는 경북지역에서도 골프장 조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7개 골프장이 건설중이며,13개 골프장이 행정절차를 밟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다.13개 골프장이 운영중인 제주도에는 14개의 골프장이 추가 건설돼 조만간에 ‘골프천국’으로 떠오를 예정이다.골프장을 짓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자치단체가 골프장 유치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국제관광 개발대상지 안면도 중장리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중이며,한국야쿠르트에 목장 용지로 빌려줬다 되돌려받은 안면도 승언·중장리 일대에 36홀,27홀짜리 골프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팔 걷어붙인 자치단체들 충남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민자를 유치해 18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예산군도 산불로 모두 타버린 광시면 백월산 일대에 27홀짜리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인 용인시는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립골프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관광공사도 매립이 마무리된 안산 시화쓰레기매립장에 내·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골프장 건설을 검토중이다.강릉시의회는 경포동 일대 경포도립공원에 추진중인 골프장이 사업주가 바뀌는 등 8년째 지지부진하자 골프장 건설대책·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의회는 “골프장 건설 사업이 지연되면서 ‘강릉 관광’이 침체되고 있다.”며 “의회가 직접 나서 사업이 완공될 때까지 지속적인 감독과 함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0년 337곳이 적정수준”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서 추진중인 골프장이 모두 건설되면 국내 골프장 수는 300개를 웃돌게 된다.또 정부가 자치단체에 허용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면적 기준을 임야 대비 3%에서 5%로 확대키로 함에 따라 향후 골프장 건설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골프계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만큼 부킹난 해소를 위해서는 2010년까지 337개의 골프장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경북 칠곡군 매원리 도로변 곳곳에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 20여개가 걸려있다.마을 뒤편 산자락에 27만여평 규모의 골프장 건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저수지가 흙탕물로 변했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인근 참외밭과 포도밭에 물을 공급하는 관로가 막히고 물이 흐려져 농약도 못치는 등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우려되는 환경파괴 저수지 물로 농사를 짓는 120여 농가에서는 최근 경북도와 칠곡군,칠곡군의회 등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천안시 목천면 지산·천정리 마을 주민들은 최근 서울의 한 투자자가 9홀짜리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윗마을 주민들은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며 반기고 있지만 아랫마을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있다. 아랫마을 천정리 1구 이장 민태관(69)씨는 “오래전부터 주택단지 등이 들어서 농사용으로 쓰는 하천 물이 오염돼 벼가 쓰러지는 등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며 “이런 마당에 골프장까지 들어서면 하천이 더욱 오염되고 식수로 먹는 지하수도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세수 확보에 눈이 먼 자치단체들이 골프장 건설에 집착하고 있다.”며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재산인 태안지역이 자치단체의 마구잡이식 개발정책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권은 그림의 떡 부킹난이 극심해 지면서 골프회원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억대 회원권을 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6월말 전국의 골프장 회원권 평균 시세는 1억 1415만원.그러나 부킹이 보장되고 교통이 편리하면서 서비스도 좋은 골프장은 회원권값이 3억원을 웃돌아 서민 골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레이크 사이드의 경우 시가표준액만 5억 4100만원에 달한다.광주시 실촌면 이스트밸리와 남양주시 화도읍 비전힐스,여주군 산북면 렉스필드 등도 5억원을 넘고 있다.충남 등 중부권 지방의 골프장들도 접근성이 좋아 1억∼3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1억원대 미만의 골프장도 있지만 거리가 멀거나 부킹이 잘 되지 않아 주말을 이용해야하는 직장인들에겐 장식품에 불과하다. 수원 김병철·대전 이천열기자 kbchul@ ■골프장경제학 최근 개장된 경기도 이천의 B골프장(27홀)은 이천시에 등록세와 취득세 130억원을 냈다.또 앞으로 영업하면서 매년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등으로 10억∼15억원을 납부하게 된다. 올들어 경기침체 탓으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던 차에 한꺼번에 100억원이 웃도는 거액을 거둬들이게 된 이천시는 희색이 만면이다.개발비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18홀짜리 골프장 1개가 생기면 해당 자치단체에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으로 98억원이 들어온다.또 매년 15억원 정도의 지방세 수입이 늘어난다. 다리 품을 팔아 원스톱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제조업체를 유치하는 것보다 수입면에서는 훨씬 낫다.아직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비교적 손쉽게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7개 골프장이 들어서 있는 ‘골프시’인 용인시는 지난 해 181억원의 지방세를 챙겼다.국내 최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수원시에 내는 지방세(240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다.물론 골프장이 조성되면 지역의 일자리도 늘어난다.경기보조원(캐디)과 잔디·코스 관리원 등으로 300∼5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또 연간 10만명의 내장객들이 지역 특산품을 구입하거나 골프장 주변의 음식점 등을 이용하면서 뿌리는 돈도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지난 해 제주도내 8개 골프장을 찾은 70만명의 골프 관광객들이 쓰고간 돈이 자그마치 28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농 등으로 세수기반이 날로 열악해져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골프장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대도시 인근 지역의 경우 고용창출을 위해 제조업체가 좋겠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의 경우 골프장 등 레저산업을 유치,세금을 걷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않다.골프가 사치스런 운동이라는 거부감이 남아 있는 데다 골프장 건설에 따른 자연환경 파괴 등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지역 언론사가 남양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역발전과 세수증대를 위해 골프장 수를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91.3%가 반대했다.찬성 의견은 8.7%에 불과했다. 반대 응답자의 대부분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들었다. 골프장이 녹지 보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임에도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산림에 조성하는 등 과잉투자에다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다.지방자치단체와 골프장 개발업자들이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 서울·수도권 ‘교통지옥’ / 지하철 ‘숨막혀요’

    철도노조의 파업과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집회가 겹친 30일 시민들은 저녁 늦게까지 극심한 교통난에 시달렸다.1일에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돼 서울과 수도권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출퇴근길,지하철·간선도로 몸살 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30일 출·퇴근 시간대에 국철과 연결되는 지하철 1호선에는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2∼3배 늘어나 객차안은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할 정도로 승객이 넘쳐났다.신도림역 입구에는 ‘파업으로 열차가 정상 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고,“불편을 드려 미안합니다.”라는 방송이 잇따랐다.하지만 많은 승객이 사람들에 막혀 내릴 역을 지나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오전 8시36분쯤 부평에서 전철을 탄 박은숙(28·여)씨는 “구로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사람들이 문쪽에 몰려 있어 정거장을 지나쳤다.”면서 “더운 날씨에 객차 안에서 욕을 하는 사람도 많아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퇴근길에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20분 남짓 열차를 기다리던 신정경(31·여·금천구 시흥1동)씨는 “저녁까지 ‘지옥철’에 시달리니 짜증부터 난다.”면서 “버스를 타고 싶지만 차가 막힐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출퇴근길 지하철 국철구간은 평소 3분이던 서울역∼구로 배차 간격이 5∼7분으로,서울역∼인천은 6분에서 12분으로,서울역∼의정부는 3∼6분에서 7∼8분으로 늘어났다.낮에는 배차 간격이 25분 이상으로 늘어난 곳도 있었다.평소 506차례 운행되는 1호선 국철이 40%에도 못 미치는 198차례만 운행되는 등 지하철 1호선 운행률은 54.4%에 그쳤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대신 승용차를 이용,출근길 도심 유입 차량이 시간당 평균 4만 951대로 파업 하루전인 27일에 비해 3% 증가했다.이에 따라 도심 주요 진입도로의 차량속도는 시속 19.7㎞를 기록,지난달 같은 시간대보다 5.3% 줄었다. 반면 기차역은 시민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다.서울역 철도공안원 곽경록(31)씨는 “유동인구가 평소 5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양대노총 집회로 퇴근길 체증 심화 이날 오후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종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정부의 철도노조 파업 강제 진압에 항의하는 대형 집회를 가지면서 교통체증이 퇴근시간까지 이어졌다.오후 6시를 넘어서면서 여의도 일대부터 경인고속도로 입구까지 10㎞ 구간에서는 차량 행렬이 빼곡히 이어지면서 가다서다를 반복했고,한강대교부터 자유로 입구까지도 시속 10∼20㎞의 정체 현상을 보였다.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한국노총 조합원 5000여명은 종로2가 YMCA앞까지 일부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퇴근길 차량들과 뒤엉키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택시노조 소속 김기태(43)씨가 경찰 방패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는 등 마찰도 빚어졌다.민주노총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진행,주변 도로가 몸살을 앓았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설상가상 청계천 복원공사가 겹치는 1일부터는 지하와 지상에서 최악의 교통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1일부터 청계고가도로 광교∼신답철교 양방향과 9개 진·출입구가 전면 폐쇄되고,삼일고가도로 남산 1호터널에서 청계고가 방향 진입로,영락교회 앞에서 삼일고가진입로 방향 차량통행이 대부분 통제된다. 영업사원 김준현(32)씨는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 못타겠고,자가용은 길이 막혀 못타게 됐으니 출퇴근과 영업활동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장택동 유영규 황장석 박지연기자 tae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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