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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완, 배우 서윤아와 관계 공식입장 밝혔다

    김동완, 배우 서윤아와 관계 공식입장 밝혔다

    가수 김동완이 17일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에서 배우 서윤아와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방송에서 스키장 데이트를 즐긴 후 서윤아는 “오빠 덕에 행복한 연말, 연초를 보냈다. 우리 그러면 썸 타는 건가?”라고 물은 바 있다. 17일 방송에서는 이에 대한 김동완의 반응이 공개됐는데, 김동완은 “썸은 좀 옛날 말 아닌가. 우린 약간 알아가는 중? 썸은 너무 가벼워 보여서”라고 진중하게 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스튜디오 멘토 군단은 “멋지다!”라고 박수쳤고, 이승철 역시 “대화가 깊다. 아주 모범 답안이야”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스키장 데이트를 마친 두 사람은 이후 황태구이 맛집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챙기며 스킨십을 이어갔다. 서윤아는 김동완의 입가에 묻은 음식을 떼어주기도 했는데, 이에 장영란은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라며 몰입했다. 식사 중 김동완은 앞서 스키장에서 넘어진 서윤아를 도와준 남자를 향해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동완은 “아까 말 건 사람 누구야? 키가 굉장히 크더라. 키 큰 사람들이 얼마나 맹물인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윤아는 “키보다는 (남자) 성격을 많이 본다. 재밌는 사람이 좋다”고 화답했다.이어 김동완은 “오늘 재밌었지? 나랑 있으면 윤아는 늘 재밌네”라고 어필했다. 그러면서 “하나를 알게 되면 깊이 파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언급한 뒤, “윤아를 뼛속까지 알고 싶은데 잘 안 열리네”라고 어필했다. 그러자 서윤아는 “그러면 오빠는 전 여자친구들에 대해서 다 뼛속까지 알아?”라고 돌발 질문을 날렸다. 하지만 김동완은 당황하지 않고 “아무 것도 모르지. 기억이 안 나네”라고 답해, “100점짜리 정답!”이라는 장영란의 칭찬을 들었다. 식사 말미, 김동완은 “결혼이란 뭘까? 아이 낳고 싶다고 했나?”라고 슬쩍 물었다. 이에 서윤아는 “남편과 같이 맞춰봐야 할 것 같다”며 열린 자세를 보였다. 또 김동완은 “결혼 상대를 볼 때 중요하게 보는 게 있나?”라고 물었는데, 서윤아는 “코를 안 곯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자 김동완은 “난 전혀 코를 안 곯고 잔다. 친구들이 나한테 ‘너 죽은 줄 알았다’고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윤아는 “잠이 워낙 중요하니까, 제가 소리에 좀 예민하다”고 설명했다.
  • [김천식의 통일직설] 대한민국은 통일 이끌 책임 국가다/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의 통일직설] 대한민국은 통일 이끌 책임 국가다/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

    북한은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을 핵무기로 초토화시키는 대사변을 준비하고 있다. 남한은 더이상 동족도 아니며 화해와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겠다고 한다. 이에 맞춰 헌법을 바꾸고 남북 관계 기구를 폐쇄하며 통일기념물을 치우는 등 분단 영구화에 몰입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가졌으나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인민들의 마음은 자꾸 ‘남조선’으로 향하고 있다. 여러 법을 만들어 사형까지 시키면서 한류를 틀어막고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의 마음에서 동족·화해·통일을 완전히 지우고 적대감에 들끓게 함으로써 남한에 대한 동경과 기대를 단념시키는 것이 급한 듯하다. 한민족은 통일된 자주독립의 민주공화국을 건설해 개인의 생명,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한결같은 꿈을 갖고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누구든 반민족 세력이 되는 것이다. 분단되는 순간부터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로,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겠다는 목표로 치열한 체제 경쟁을 해 왔다. 이러한 관계에서 남북한은 자기 체제가 한민족의 꿈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마지막 선택은 자유로운 8000만 한국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의 자결권 행사를 봉쇄해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없애려 한다. 북한 정권은 스스로 반민족 세력, 반평화 세력임을 증명했다. 이제 핵전쟁의 참화를 막고 8000만 한민족 통일 국가의 꿈을 실현하며 민족사의 정통을 이어 가야 할 책임은 완전히 대한민국의 몫이 됐다. 북한이 핵전쟁을 추구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합의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자유와 인권의 보편 가치나 민주공화국을 실현한 정치적 선진성이나 경제력 면에서 통일을 이끌 힘과 당위성은 대한민국에 있다. 그러나 북한이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자 이에 맞장구치며 북한을 우리나라 영토에서 떼어내자고 하는 세력이 있다. 두 국가 주장은 명백히 헌법 위반이며 국가 반역이다. 한반도는 자연적·역사적·문화적으로 본래 하나의 실체이며 분리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분단은 8000만 한국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전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한반도는 통일돼야 하며 이것이 역사의 순리다. 분단 고착을 추구하는 2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을 가진 북한을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합의했다. 지금 우리가 2국가를 주장하게 되면 우방국이 우리의 통일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과거 동독이 2국가 2민족을 추구했지만 결과는 인민에 의한 동독 체제 소멸이었다. 서독은 통일될 때까지 한 번도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단일 국적을 유지했다. 동독이 서독 기본법의 통일 원칙 삭제를 요구할 때에도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한 후에는 동독과 소련에 공한을 보내 독일 민족의 자결권 행사로 통일한다는 국가 목표는 변함없다고 통보했다. 서독 외무부는 끝까지 내독 관계에 관여한 바가 없다. 우리가 어느 길을 가야 하겠는가. 한민족은 5000년 역사로 형성됐다. 북한이 다른 민족으로 부른다 해서 뿌리 깊은 민족 정체성을 파괴할 수는 없다. 정권은 유한할 것이나 한민족은 앞으로도 장구할 것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한이 개방하고 소통해 언어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북한 동포들의 삶과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당하다. 북한의 반민족과 핵전쟁 기도는 역사의 순리를 거역하는 것이며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 12m 벽 가득 채운 하나의 풍경… 60개 캔버스마다 나만의 장면

    12m 벽 가득 채운 하나의 풍경… 60개 캔버스마다 나만의 장면

    ‘무제 4819’ 연작… 붓질연구 집약가까이서는 추상, 멀리서는 구상국제갤러리 28일까지 65점 전시 어떤 바람이 몰아쳐도 야생의 생명력은 빳빳하게 몸을 세우고 맞설 기세다. 한편에선 붉고 흰 이끼, 마른 줄기가 경계 없이 얽히고 엮이며 꿈결처럼 아득한 풍경으로 인도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K1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한동안 이 ‘구상 같으면서도 추상 같은’ 풍경 속을 거닐며 ‘나만의 장면’을 찾아보게 된다. 특히 작가가 뉴질랜드의 케플러 트랙에서 발견한 습지를 확대해 60개의 캔버스에 나눠 그린 ‘무제 4819’ 연작 앞에서다. 캔버스 하나하나가 고유한 풍경을 담는 동시에 폭 12m 규모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군집에서 빠져 맞은편 벽면에 더 크게 자리해 있다. 극사실주의 화가 이광호(56·이화여대 예술조형대 교수)의 개인전 ‘블로우 업’은 이렇게 관객이 동선과 시선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포착하고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가 볼 것을 권유한다. 오는 28일까지 선보이는 65점의 신작에서 붓질은 더 거침없어졌고, 대상과 대상 사이의 경계는 더 유연하게 풀어졌다.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젊은 시절 사람들이 내 그림을 3분 이상 봐 주는 게 소망이었는데 관람객들이 계속 움직이며 작품에 시선을 주고, 다양한 각도와 프레이밍으로 작품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걸 보고 뜻이 통했다 싶었다”며 미소 지었다.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를 가로질러 온 그는 40년 화업 인생의 화두였던 ‘붓질 연구’를 전시에 집약했다. 작가는 “과거엔 대상을 오롯이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붓질에 구속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풍경의 극단적인 확대를 통해 형상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활발한 터치감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화면 구성에 신경 쓰면서 붓질 하나하나에 몰입했다. 보는 이에겐 ‘즉흥적’으로 보이는 붓질의 결과로 가까이서는 추상, 멀리서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직접 제작한 다양한 캔버스 천 때문에 달라진 물감의 흡수력으로 화면에는 저마다 다른 호흡이 숨 쉰다. 밀랍에 안료를 섞은 뒤 불에 달궈 윤곽을 흐리게 하는 고대 이집트의 엔코스틱 기법으로 빚어낸 우연의 효과도 매혹적이다. 그는 “회화에서 ‘매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의 붓질로 가수의 음색이나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이라며 “화가가 자신의 회화적 감흥을 잘 전달하려면 자신만의 매너를 보여야 하고 나 역시 나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유일하게 상상으로 작품 안에 들여보낸 존재는 한구석에 자리한 꿩 한 마리다. 꿩은 어느 때고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갈 듯 바깥을 향해 있다. 작가의 아바타인 꿩을 통해 관람객에게 ‘프레임 밖의 공간을 상상하고 경계를 확장하라’고 주문을 건 셈이다.
  • [자치광장] 명동, 빛의 도시로 도약하다/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자치광장] 명동, 빛의 도시로 도약하다/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바야흐로 명동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말 중구 명동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되며 화려한 도약을 예고했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에선 광고물의 모양, 크기, 색깔, 설치 방법 등에 걸린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서커스가 대표적인 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향연이 명동을 뒤덮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명동은 관광 명소를 뛰어넘어 국제적인 도시로 비상할 수 있는 폭발적인 동력을 얻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7%가 명동을 방문하고 하루 평균 유동 인구는 40만명에 달한다. 명동에서 서울 관광을 시작하면 사방 어디로 가든 매력적인 여행지가 나타난다. 남북으로는 남산에서 을지로와 세운지구를 거쳐 청계천까지, 동서로는 남대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거쳐 신당동까지 여행을 이어 갈 수 있다. 관광지로서 갖는 지정학적인 중요도를 생각한다면 관광객을 명동으로 끌어들일 계기가 더 확실해야 한다. 단체로 쇼핑만 하다 끝나는 여행보단 개별 체험을 더 선호하는 시대, 옥외광고물이 세계인을 유혹하는 ‘킬러콘텐츠’가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명동의 미래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신곡을 발표하며 깜짝 콘서트를 여는 방탄소년단(BTS), 길 위에서 감상하는 세계적 예술가의 미디어아트, 연말연시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는 대중들의 모습은 뉴욕이 아닌 명동 한복판에서 현실이 된다. 뿐만 아니라 명동의 매력에 취한 관광객들은 대한민국 전체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광고물 설치는 2033년까지 총 10년에 걸쳐 진행된다. 2025년까지는 하나은행, 영플라자, 명동예술극장, 신세계백화점 등 네 곳을 중심으로 우선 도입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디스플레이도 선보인다.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을 살려 조화로운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해 소상공인과도 상생할 수 있다. 곧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 협의체가 꾸려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명동의 경우 걸으면서 수평으로 전개되는 광고판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매력이다. 각 전광판은 평소 개별 광고를 표출하다가도 축제나 전시 때는 하나의 몸통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연출해 낸다. 상상이나 했을까. 해외 최신 유행을 앞다퉈 선보이던 곳, 명동이 K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해 타임스스퀘어에 도전장을 내밀게 될 줄. ‘밝은 동네’라고 불렸던 명동이 이름에 걸맞게 빛의 도시로 발돋움할 줄.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LED 기술이 명동을 굽이치며 자유롭게 한국인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우리 문화가 진정으로 세계인의 마음에 가닿지 않을까. 갑진년 청룡의 해, 하늘로 비상하는 용이 명동 거리마다 꿈틀대는 장관을 그려 본다. 그 ‘용틀임’이 가져다줄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 “무뎌진 상처는 나아갈 힘…강한 집념에 스며들었죠”

    “무뎌진 상처는 나아갈 힘…강한 집념에 스며들었죠”

    “상처라기보다는 강한 의지죠. 반드시 엄마를 찾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그래서 상대를 가차없이 죽일 수도,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도 있는 거죠.” 지난 15일 서울 가회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소희(30)는 ‘상처가 많은 역할을 주로 맡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에서 한소희는 사라진 엄마를 10년 넘도록 찾아 헤맨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했다. 그는 ‘상처’라는 단어만으로는 채옥의 집념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분명 상처이지만 이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무뎌진 상처는 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요.” 한소희에게는 흔히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그래서 말수도 적고 도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조잘조잘 말을 잘하고 자주 웃었으며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할 때면 빼꼼 고개를 들어 소속사의 눈치를 보는 시늉도 능청스럽게 했다. 그러던 그가 거침없이 소신을 밝힌 건 작품 홍보차 인스타그램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게재한 일을 이야기할 때다. “악플이 많이 달렸다던데, 일본어를 잘 몰라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했어요. ‘인신공격이 전체 일본 팬의 의견은 아니다’라는 응원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고요.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드라마의 배경은 1945년 일제 치하의 경성이다. 시대극에다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의 상상력을 덧댔다. 실제 조선인을 생체 실험했던 ‘731부대’에서 영감을 얻었다. 경성에 있는 ‘옹성병원’에서 일본군이 조선인에게 혈청을 주입해 괴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시대에 몰입하려고 실제로 자행됐던 실험을 찾아봤어요. 여성이나 모성 관련된 것도 많더라고요. 너무 끔찍했죠. 그런데 이 감정을 연기에 가지고 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옥은 엄마를 찾는 사람이지, 독립군은 아니었으니까요.” 괴물이 된 엄마와 마주한 채옥은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 이제 우리 그만하자”라고 말한다. 대본에는 “엄마, 그만해”라고만 돼 있는 걸 한소희가 살짝 뒤틀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라는 표현을 넣은 것에 주목했다. 엄마를 괴물로 만든 이들은 일본군이지만 그 괴물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채옥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다. 이 광란을 멈추고 더는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결단. 한소희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채옥이 거기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향한 ‘승부욕’도 남달랐다. 배역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촬영 전에는 작은 사담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밀어붙인다”고도 했다. “라면 장사를 하는데, 라면을 못 끓이면 그만두는 게 맞지 않나”라고도 반문했다. “일단 직업으로 삼았으니 창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요. 돈을 받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팬들이 저를 ‘우리 언니 연기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언니 예뻐요’가 아니라….”
  • ‘경성크리처’ 한소희 “무뎌진 상처는 앞으로 나아갈 의지”

    ‘경성크리처’ 한소희 “무뎌진 상처는 앞으로 나아갈 의지”

    “상처라기보다는 강한 의지죠. 반드시 엄마를 찾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그래서 상대를 가차 없이 죽일 수도,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도 있는 거죠.” 15일 서울 가회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소희(30)는 ‘상처가 많은 역할을 주로 맡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에서 한소희는 사라진 엄마를 10년 넘도록 찾아 헤맨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했다. 그는 ‘상처’라는 단어만으로는 채옥의 집념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분명 상처이지만 이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무뎌진 상처는 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요.” 한소희에게는 흔히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그래서 말수도 적고 도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조잘조잘 말을 잘하고 자주 웃었으며,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할 때면 빼꼼 고개를 들어 소속사의 눈치를 보는 시늉도 능청스럽게 했다. 그러던 그가 거침없이 소신을 밝힌 건 작품 홍보차 인스타그램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게재한 것을 이야기할 때다. “악플이 많이 달렸다던데, 일본어를 잘 몰라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했어요. ‘인신공격이 전체 일본 팬의 의견이 아니다’라는 응원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고요.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45년 일제 치하의 경성이다. 시대극에다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의 상상력을 덧댔다. 실제 조선인을 생체실험했던 ‘731부대’에서 영감을 얻었다. 경성에 있는 ‘옹성병원’에서 일본군이 조선인에게 혈청을 주입해 괴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시대에 몰입하려고 실제로 자행됐던 실험을 찾아봤어요. 여성이나 모성 관련된 것도 많더라고요. 너무 끔찍했죠. 그런데 이 감정을 연기에 가지고 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옥은 엄마를 찾는 사람이지, 독립군은 아니었으니까요.” 괴물이 된 엄마와 마주한 채옥은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 이제 우리 그만하자”라고 말한다. 대본에는 “엄마, 그만해”라고만 돼 있는 걸 한소희가 살짝 뒤틀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라는 표현을 넣은 것에 주목했다. 엄마를 괴물로 만든 건 일본군이지만, 그 괴물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채옥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장면이다. 이 광란을 멈추고 더는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결단. 한소희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채옥이 거기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장면”이라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향한 ‘승부욕’도 남달랐다. 배역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촬영 전에는 작은 사담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밀어붙인다”고도 했다. “라면 장사를 하는데, 라면을 못 끓이면 그만두는 게 맞지 않나”라고도 반문했다. “일단 직업으로 삼았으니 창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요. 돈을 받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팬들이 저를 ‘우리 언니 연기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언니 예뻐요’가 아니라.”
  • 직장인 행복도 점수 41점…가장 만족스러운 회사는 ○○○

    직장인 행복도 점수 41점…가장 만족스러운 회사는 ○○○

    당신의 직장 행복도는 몇 점인가요? 지난해 한국의 직장인 행복도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만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개별 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었고 그룹사 중에서는 네이버가 1위였다. 직장인 사회관계망 플랫폼 블라인드는 직장인 행복도를 수치화한 ‘2023년 블라인드 지수’(BIE)의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블라인드 지수는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가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자문위원과 공동 개발한 지표로 직장인이 회사에서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를 일·관계·사내 문화 등 3가지 영역으로 나눠 측정한다. 실제 해당 기업의 재직자만 조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지난해 6월 28일부터 11월 28일까지 국내 직장인 5만 216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 직장인 평균 행복도는 2022년 대비 1점 오른 41점이었다. 조사가 시작된 2018년 이래로 한 번도 50점을 넘지 못했다. 높은 스트레스와 낮은 직무 만족도가 주된 원인이다. 연구팀은 올해 조사에서 계열사가 있는 그룹사와 별개로 개별의 기업 행복도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개별 기업 중 1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82점)이다. 이어 ▲대학내일 ▲구글코리아 ▲SAP코리아 ▲시높시스코리아 ▲네이버웹툰 ▲당근 ▲한국중부발전 ▲퀄컴코리아 ▲넥슨게임즈도 70점 이상을 받았다. 최상위 10곳 중 4곳이 외국계 기업이었다. 주요 그룹사 중 1위는 네이버(62점)였다. 네이버웹툰, 라인플러스 등 계열사 대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룹사 중 전년도 지수가 가장 높았던 카카오(39점)는 지난해 지수가 하락해 전체 평균도 넘지 못했다. 행복도 상위 10% 기업과 하위 10% 기업 간의 지수 격차는 2.5배로 지난해(2.42배)보다 확대됐다. 직군별로는 의사(60점), 약사(59점), 변호사(59점) 등 전문직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군인(30점)과 언론인(34점)은 가장 낮은 행복도를 기록했다. 군인은 주한미군(51점)과 비교해도 40% 이상 낮았다. 연차별로는 대리급(37점)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회사 업무가 인생에서 의미가 있다고 믿는 ‘업무 의미감’과 상사의 지원 수준을 평가하는 ‘상사 관계’ 점수가 특히 낮았다. 구성원의 행복도는 기업의 시장가치와 주식 수익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4개년 간의 블라인드 지수를 분석한 결과, 구성원의 직무만족도와 조직몰입도가 10점 증가할 때 기업의 시장 가치도 평균값 대비 각각 4.2%, 4.5% 상승했다. 연구를 진행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 관점에서는 구성원의 만족도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재무성과 저하로 이어진다고 봤으나 지식기반경제에서 오히려 기업의 재무성과 창출에 필수적”이라며 “인구구조를 볼 때 기업이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만큼 기업은 만족도가 낮은 저연차 구성원의 만족도 제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하지원 “마지막 연애 6년 전… 엄마는 강동원 제일 좋아했다”

    하지원 “마지막 연애 6년 전… 엄마는 강동원 제일 좋아했다”

    배우 하지원이 연애를 한 지 오래됐다며 평상시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원은 14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다. 서장훈이 과거 작품 이야기를 꺼내며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 촬영하다 (상대가) 맨날 죽으면 몰입이 어렵지 않냐”고 묻자 하지원은 “되게 힘들다. 저는 연기할 때 그 역할에 사는 것처럼 몰입하는 편”이라고 수긍했다. 하지원은 “‘다모’도 제가 작품에서 깊은 사랑을 한 것 같다”면서 “어찌 보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더 이상 사랑할 수가 없는 것이지 않나. 그렇게 작품에서 사랑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평상시에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엽이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냐”고 묻자 하지원은 “5~6년 전”이라며 “연기에 에너지를 다 쏟아 작품 끝나면 쉬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함께했던 상대 배우들 중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배우는 누구냐”는 질문에 하지원은 강동원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오래전에 저희 집에 지인들이 와서 와인파티를 한 적이 있다”며 “그중에 강동원씨가 계셨다. 당시 제가 10층에 살고 한 건물에 어머니가 4층에 사셔서 왔다 갔다 하시면서 봐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강동원씨가 뒤늦게 오셨는데 엄마가 내려가시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계셨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엄마가 멋있는 강동원씨를 보고 심쿵 하셨다고 하시더라”면서 “저한테 다른 얘기는 안 하셨는데 그 얘기는 하셨다. 검은색 롱 코트를 입고 왔는데 얼마나 멋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 12번 죽음이 낳은 ‘삶’의 의미… 흥행·감동 다 잡은 ‘이재, 곧 죽습니다’

    12번 죽음이 낳은 ‘삶’의 의미… 흥행·감동 다 잡은 ‘이재, 곧 죽습니다’

    ‘당신은 이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입니다.’ 지난 5일 파트2의 4편까지 8부작 전편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의 엔딩은 스크린에 떠오른 이 문장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취업준비생 최이재(서인국)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놓아 버린 죄로 ‘죽음’(박소담)과 열두 번을 환생하고 다시 죽는 치열한 ‘데스 게임’을 펼친다. 주인공 최이재의 마지막 생에 얽힌 예측 불허의 반전과 함께 쉽게 스쳐 지나갔던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내레이션은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는다. 원작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의 세계관을 빌렸지만 하병훈 감독은 최이재가 환생하는 12명 중 6명을 원작에 없는 캐릭터로 창조하며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인다. 최이재가 대기업 후계자부터 킬러, 모델, 연쇄살인마 화가, 형사, 노숙자까지 다양한 ‘인생 n회차’를 경험할 때마다 드라마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 누아르 형사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장르를 변주한다. 그간 ‘고백부부’(2017), ‘18 어게인’(2020) 등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작품을 연출해 온 하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그의 작품에 모두 출연한 배우 김미경의 애잔한 엄마 연기가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온갖 장르물을 다 버무린 ‘잡탕’ 같지만 파트1에서 던진 수많은 ‘떡밥’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면서 치밀한 서사를 완성했다. 최이재가 악연으로 얽힌 강력한 빌런 태강그룹 대표 박태우(김지훈)를 응징하는 전개도 반격과 역습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판에 박힌 권선징악적 결말을 희석한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를 보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생 드라마다”, “배우들 연기 전쟁이다”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속도감 있는 쇼트폼(짧은 동영상) 전개에 익숙한 대중의 시청 습관을 잘 겨냥하면서도 복합장르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연출력, 분절된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인생을 살피게 하는 서사까지 갖춘 몰입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글로벌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쥔 수작에 활짝 웃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난 7일 플릭스패트롤 기준 글로벌 프라임비디오에서 영미권 등 TV쇼 글로벌 종합 순위 톱2, 프랑스, 멕시코 등 71개국 톱10에 안착했다. 공개 후 4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 가입 기여자 수 부동의 1위다.
  • 한국계 일냈다…‘성난 사람들’, 美골든글로브 3관왕 쾌거

    한국계 일냈다…‘성난 사람들’, 美골든글로브 3관왕 쾌거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주요 상을 싹쓸이했다. ‘성난 사람들’은 7일(현지시간) 저녁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에서 작품상(Best Television Limited Series, Anthology Series, or Motion Picture Made for Television)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인 한국계 스티븐 연도 이날 같은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계 배우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역을 맡은 앨리 웡도 같은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성난 사람들’은 총 3관왕에 올랐다.이 드라마는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고로 화가 나 복수전을 벌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드라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과 제작·극본을 맡았으며, 스티븐 연을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스티븐 연은 드라마에서 한국계 미국인 도급업자 대니 조(한국명 조성현) 역할을, 앨리 웡은 상대역인 베트남-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라우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는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 호평받은 이 작품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도 11개 부문 13개 후보로 지명돼 있다. 스티븐 연은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데,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향후 에미상 수상 가능성도 커졌다. 스티븐 연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정말 신기하다. 평소 내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개 고독과 고립에 관한 것인데, 이곳에서 이런 순간을 맞으니 다른 모든 사람이 떠오른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같은 느낌”이라며 가족과 제작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계 감독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 불발 한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배우 유태오가 출연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이날 수상은 불발됐다.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Non-English) 영화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배우 그레타 리)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으나 수상작으로 호명되지 못했다. 송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두 남녀를 그린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2월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또 오는 14일 열리는 제29회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대신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음악상도 받아 5관왕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수상한 바 있는 비영어권 영화상은 프랑스 영화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각본상도 받았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에서 주연한 릴리 글래드스톤이 가져갔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각각 에마 스톤(‘가여운 것들’)과 폴 지어마티(‘바튼 아카데미’)가 받았다.
  • [포토]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여신들

    [포토]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여신들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주요 상을 싹쓸이했다. 한국계 감독과 배우의 또 다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이 불발됐다. 7일(현지시간) 저녁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에서 작품상(Best Television Limited Series, Anthology Series, or Motion Picture Made for Television)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인 한국계 스티븐 연도 같은 부문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한국계 배우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역을 맡은 앨리 웡은 같은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성난 사람들’은 총 3관왕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과 제작, 극본을 맡았고, 스티븐 연을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성난 사람들’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고로 화가 나 복수전을 벌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드라마로,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 호평받은 이 작품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도 11개 부문 13개 후보로 지명돼 있다.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음악상도 받아 5관왕에 올랐다. 뮤지컬·코미디 작품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애니메이션 작품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수상한 바 있는 비영어권 영화상은 프랑스 영화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각본상도 받았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에서 주연한 릴리 글래드스톤이 가져갔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각각 에마 스톤(‘가여운 것들’)과 폴 지어마티(‘바튼 아카데미’)가 받았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가 주연한 영화 ‘바비’는 시네마틱·박스오피스 성취상과 주제가상을 받아 2관왕을 했다. 시리즈 드라마 부문에선 HBO 드라마 ‘석세션’이 작품상, 여우주연상(새라 스누크), 남우주연상(키에런 컬킨), 남우조연상(매슈 맥패디언)을 싹쓸이하며 4관왕에 올랐다. 뮤지컬·코미디 작품상은 ‘더 베어’가 가져갔다. 이 작품은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도 받아 3관왕을 했다. 사진은 영화배우·모델·팝스타 등이 이날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이건 꼭 보자! 2024년 개봉되는 한국 영화 기대작 3 [시네마랑]

    이건 꼭 보자! 2024년 개봉되는 한국 영화 기대작 3 [시네마랑]

    ‘서울의 봄’, ‘노량:죽음의 바다’의 연이은 관객몰이로 주춤했던 한국 극장가가 부활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 팬데믹과 움츠러든 영화 산업으로 줄줄이 개봉 시기를 놓쳤던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2024년 새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영화 세 편을 뽑아봤다. 보통의 가족영화 ‘보통의 가족’이 2024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한민국 최초 천만 배우 설경구를 비롯해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출연한다. ‘보통의 가족’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형제 부부가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는 독자들을 도덕적 딜레마에 빠뜨리는 책으로 유명하다. 소설에는 노숙자를 구타해 죽인 열다섯 살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이 노숙자를 죽였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가족이 유일하다. 소년의 부모, 큰아빠, 큰엄마가 레스토랑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한다. ‘도덕적 양심을 지킬 것인가, 하나뿐인 아들을 지킬 것인가’ 2023년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보통의 가족’을 공식 초청한 지오반나 풀비 프로그래머는 “허진호 감독의 탄탄한 연출과 출연진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는 정상적인 가족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에 무게감과 우아함을 더한다”면서 인간의 심리를 촘촘하게 그려낸 섬세한 연출에 대해 감탄을 전했다. 허진호 감독은 “인간의 이중성과 일반성을 모두 드러내고 싶었다”면서 “이중적인 모습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보통의 가족’은 개봉 전부터 토론토국제영화제, 벤쿠버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것에 이어 프랑스, 베트남 등 60여개국에서 선판매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북미 최대 영화제다.지난해 9월 토로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끝난 후 관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람객들은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긴장감 넘친다”, “기득권층의 도덕적 딜레마를 표현한 예리한 영화”라고 호평했다. 외신도 극찬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수려하면서도, 다양한 면모를 지닌 뛰어난 영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평범함을 깨트리는 도덕적 소재를 다룬 작품.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영국 매체 NME는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완성한 캐릭터들은 도덕적 선택들이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섬세하고 매혹적인 왈츠를 만들어 냈다”면서 배우들의 수준급 연기를 언급했다. 극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딜레마를 풀어낸 ‘보통의 가족’. 선공개된 해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 찬사가 잇따르고 있어 국내 영화팬들에게 2024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뽑히고 있다. 원더랜드3년 전 모든 촬영이 끝내고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장기간 지연됐던 ‘원더랜드’가 마침내 세상에 나온다. ‘만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원더랜드’는 배우 박보검, 수지, 탕웨이, 공유, 정유미, 최우식까지 초호화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탕웨이는 ‘만추’ 이후 9년 만에 남편 김태용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원더랜드’는 누구나 마주해야만 하는 영원한 이별의 순간, 일상의 모든 빅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해내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죽음을 앞둔 엄마, 손자를 잃은 할머니 등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서비스에 연결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가족, 연인의 AI(인공지능)는 과연 위로인가 독인가. ‘원더랜드’에서 박보검과 수지는 연인 사이, 탕웨이와 공유는 부부 사이로 나온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서비스 관계자다.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연인(박보검 분)의 AI 서비스를 의뢰한 여성(수지 분)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탕웨이 분)를 의뢰한 남성(공유 분)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위로받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AI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 방영된 MBC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는 (방영 당시) 3년 전 떠나보낸 6살짜리 아이를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다시 만난 엄마가 나온다. 허공에 대고 아이를 어루만지는 안타까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눈물을 쏟았다. 관련 유튜브 영상은 3546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는 지난해 7월 16년 전 전투기를 몰고 훈련하던 중 순직한 고 박인철 소령의 모습을 AI로 복원했다. 고 박인철 소령의 어머니 이준신씨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그리운 사람과 똑같은 얼굴, 목소리를 가졌지만 결국 진짜는 아니라서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나겠다는 것은 남은 자들의 욕심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상 ‘원더랜드’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묘 ‘사바하’, ‘검은 사제들’로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물을 개척해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2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극장 개봉을 앞두고 인터내셔널 포스터 5종과 예고편이 공개됐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파헤쳐진 흙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클로즈업된 캐릭터들이 알 수 없는 표정이 짓고 있다. 중앙에는 ‘파묘’의 영문 제목인 ‘EXHUMA’와 ‘The vicious emerges(험한 것이 나왔다)’는 카피가 적혀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직접 흙 맛까지 보며 신중하게 명당과 악지를 구분하는 풍수사와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혼을 달래고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개성 강한 네 명의 캐릭터가 몰입감과 장르적 재미를 선사할 것을 예고한다. 영화는 LA에 사는 유복한 가족이 잇달아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름난 무당듀오, 화림과 봉길을 불러들이며 시작된다. 화림은 이 가족의 집에 원흉으로 보이는 조상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고, 한국 최고의 지관(地官)인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에게 도움을 청한다. 무덤을 이장하려다 기이한 일에 휘말리게 된 네 사람. 영화 예고편에는 “악지 중의 악지란 말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과연 이들에게 닥칠 불길한 사건은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초자연적 힘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 사람은 무사할 수 있을까. 관객에게 극강의 몰입감과 강렬한 스릴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묘’는 해외에서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올드보이’와 ‘명량’에 출연한 한국 베테랑 배우 최민식이 예상치 못한 초자연적 힘을 믿는 퇴마사로 변신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 공연을 죽은 듯 보라고? ‘시체관극’ 논란 촉발한 ‘리진’ 봤더니

    공연을 죽은 듯 보라고? ‘시체관극’ 논란 촉발한 ‘리진’ 봤더니

    최근 공연계에서는 이른바 ‘시체관극’이 큰 이슈가 됐다. 시체관극이란 공연을 볼 때 죽은 것처럼 최대한 조용히 보라는 의미로 한국 공연계의 엄숙한 관람 문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시체관극 관련 논란은 지난달 한 온라인 매체에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란 칼럼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공연 시작 전 작품 내용을 적기 위해 필기를 하려던 기자가 옆자리 관객에게 제지당했다는 내용이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적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 관객이 제작사 직원을 데려와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해 갈등을 빚었고 결국 공연을 포기하고 나왔다고 한다. 이후 소셜미디어(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체관극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옹호하는 관객들은 옆사람을 위해서 당연히 조용해야 한다, 반대하는 관객들은 너무 그렇게까지 엄격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맞섰다. 뮤지컬 ‘리진’ 제가 한번 가봤습니다 논란을 촉발한 ‘리진: 빛의 여인’을 보기 위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을 직접 찾았다. 이번이 초연인 창작 뮤지컬 ‘리진’은 제2대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이폴리트 프랑뎅이 발간한 ‘En Coree’(1905)에 적힌 기록을 토대로 장악원의 관기인 리진의 서사를 그린 작품이다. ‘리진’ 정호윤 작가는 지난달 열린 프레스콜에서 “2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이폴리트 프랑댕의 ‘한국에서(En Coree)’는 리진의 마지막에 대해 ‘금 조각을 삼키고 죽는다’고 서술했다”며 “리진이 자결했다는 기록인데 여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리진의 다른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진은 갑작스레 부모를 잃고 프랑스인 수녀 에스텔에게 프랑스어를 배우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프랑스 공사 콜랭을 만나 서양 춤에 동요된 리진은 조선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리진을 사모하는 변우진이 리진에게 조선에 남아달라고 하면서 얽히고설킨 갈등이 빚어진다. 조선시대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리진과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쳐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진다. 리진을 붙잡고 싶은 변우진은 “가서 뭘 할 수 있는데” 묻고 리진은 그런 변우진에게 “여기서 뭘 할 수 있는데”라며 맞선다. 작품은 시대의 굴레에 갇힌 리진이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새 페이지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콜랭과 리진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개화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소박하게 그렸다. 기자들은 도대체 왜 필기하나요? ‘리진’을 필기하면서 봤지만 관람 인원이 적었고 옆자리 관객도 없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시체관극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연계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난 떠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관계자까지 데려와 대놓고 주의를 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평소에도 필요할 때는 적으면서 공연을 보지만 필기 때문에 “볼펜의 진동이 느껴진다”며 불평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단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소리가 나는 똑딱이 볼펜은 쓰지 않을 것, 노트를 몸에 최대한 붙여서 옆자리 관객의 시야에 걸리지 않게 적을 것, 요즘 같은 겨울에는 패딩에 스치는 소리가 안 나도록 필기 자세를 잘 잡을 것, 정말 극장 환경이 열악해 필요할 때는 양해를 구할 것 등이다. ‘리진’을 둘러싼 논란 중에 공연 내용도 기억 못 하는 게 기자 맞느냐는 게 있었다. 프레스콜 행사에서 하면 되는 것을 왜 실제 공연장에 와서 그러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해명하자면 공연 기사를 써야 하는데 대사나 줄거리 같은 세세한 부분을 다 기억할 수 없어서 적는다. 당연히 더 좋은 리뷰 기사를 위해서인데 특히 작품의 서사가 복합적일수록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기가 꼭 필요하다. 대사도 마찬가지. ‘리진’ 리뷰에서 변우진이 “가서 뭘 할 수 있는데” 묻고 리진이 “여기서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대립하는 부분은 핵심 장면이었고 무사히 필기를 했기에 기억에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프레스콜 행사에서 보면 되지 않느냐는 것은 프레스콜 행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프레스콜은 전막 시연과 부분 시연으로 나뉘는데 어지간한 민간 단체 작품의 경우 전막 프레스콜을 하는 경우가 잘 없다. 본공연을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시체관극’ 논란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와 진실 시체관극 논란에서 공연을 보는 이들이 녹음해야 하는데 옆자리 소리가 방해돼서 제지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 부분은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공연장 환경이 좋지도 않은 데서 녹음해봐야 별로 좋은 음질이 아닐뿐더러 어지간한 관객들은 다른 이들의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을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들은 어차피 또 오는데 굳이 녹음할 필요가 없다. 아주 일부 정말로 녹음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불법이라 어디 공개할 수도 없다. 특정 뮤지컬의 경우 배우가 다시 나와 노래하는 ‘스페셜 커튼콜’이 있는데 이때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 대부분 이 시간을 활용해 공연의 추억을 남긴다. 시체관극 논란으로 폐쇄적인 문화가 지적되기도 했다. 소수의 팬이 자신들만의 관람문화를 만들고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행동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물론 열혈 팬들의 남다른 관람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 공연장에서 자기가 전세 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관객은 없다. 그 정도는 출발하려는 비행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재력과 깡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실 시체관극은 애초에 우리나라의 열악한 공연장 환경에서 기인하는 게 크다. ‘리진’의 공연 무대인 충무아트센터 좌석의 경우 관람하기 좋은 편에 속하지만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은 정말로 몸을 끼워 넣어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성인 남성이 옆사람에게 방해 안 주고 관람하려면 저절로 시체관극 모드가 되는 공연장도 여럿 있다. 서로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자극이 오는 환경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공연장을 당장 리모델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의 지원금이 있으면 모를까 겨우겨우 굴러가기도 힘겨운 극장들이 공연 공백을 감수하고 비용을 들여 좌석 환경을 개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지어진 공연장은 좌석이 쾌적한 편이지만 오래된 공연장들은 과거의 불편한 환경을 그대로 갖고 있다. 아름다운 관람 문화 함께 만들어요 공연 가격이 비싼 것도 예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최근 1~2년 사이 대형 뮤지컬의 최고 가격 마지노선이던 15만원의 벽이 깨져 2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극, 뮤지컬의 경우 주요 관객층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60대가 아니라 20~30대 여성들인데 가격이 비싸지다 보니 두 번 볼 수 있는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기왕 보는 거 최대한 돈 안 아깝게 집중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 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외 공연장과 비교하면 그래도 확실히 한국은 조금 더 엄격한 편이긴 하다. 한국은 남한테 피해주면 안 되는 문화가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 보니 ‘관크’(관객+크리티컬의 합성어로 공연장 예절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는 소극장 공연들도 “등받이에 기대서 봐라”, “촬영은 금지한다”, “옆사람과의 대화는 삼가달라”는 등의 안내멘트가 꼭 나오지만 외국은 보다 자유롭게 관람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엄격한 관람매너가 필요한 공연도 있다. 클래식 음악 같은 경우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소음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무대 위 배우들의 감정선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도 극의 몰입을 위해 조용히 해주는 게 기본 매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슬프게 이별하고 있는데 옆에서 부스럭거리면 분위기가 다 깨지지 않던가. 한국은 최근 들어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을 양대 산맥으로 공연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아직 공연 관람 환경은 성장폭을 못 따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필요한 것은 고리타분하지만 서로 좋은 마음으로 배려하는 자세다. 소수가 유난 떤다고 미워할 것도 아니고 관람 문화를 모른다고 깔볼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엄숙한 자세로 눈치 주는 대신 조심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최대한 조심하면서 함께 아름다운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 가상인간이 안내하는 안전 수칙?… 대한항공, 새 ‘기내 안전 비디오’ 공개

    가상인간이 안내하는 안전 수칙?… 대한항공, 새 ‘기내 안전 비디오’ 공개

    “좌석 벨트 사인이 꺼지더라도 항상 벨트를 매주세요.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대한항공이 새로운 기내 안전 비디오를 공개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을 한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이 가상 공간에서 기내 안전 수칙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기내 안전 수칙을 보다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 5일 대한항공은 이번 기내 안전 비디오로 안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다양한 연령대 및 문화적 배경을 지닌 고객 눈높이에 맞춰 버추얼 휴먼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세련된 영상미로 승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시청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전 세계 항공사 기내 안전 비디오에 버추얼 휴먼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버추얼 휴먼 ‘리나’(Rina)와 4인조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가 출연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공간은 비행기 날개와 창문을 모티브로 한 ‘대한항공 세이프티 라운지’(Safety Lounge)다. 기내 안전 수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가상 공간을 별도로 기획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각종 수칙을 안내하는 리나는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에서 안전 훈련을 이수하고 명예 승무원으로 임명된 버추얼 휴먼이다. 메이브 멤버들은 안전 수칙을 따라 하는 승객 역할을 맡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모든 노선에 새 기내 안전 비디오를 적용한다. 같은 날 오전 대한항공 유튜브 공식 계정(@koreanair)에도 영상을 공개했다. 기내 안전 비디오는 휴대 수하물 보관, 좌석벨트 착용법, 비행 중 사용 금지 품목, 기내 금연 고지, 객실 기압 이상 시 요령, 비상구 위치, 구명복 착용법 등을 담은 안내 영상이다. 안전 운항을 위해 승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며 이륙 전 기내에서 상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와 IT 기술의 융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참신한 발상으로 기내 안전 비디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승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 퀄컴, 삼성·구글과 협업할 XR 칩 공개… 애플 ‘비전프로’와 경쟁 예고

    퀄컴, 삼성·구글과 협업할 XR 칩 공개… 애플 ‘비전프로’와 경쟁 예고

    퀄컴이 확장현실(XR)기기에 탑재할 차세대 칩을 공개했다. 이달 중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할 예정인만큼 퀄컴은 삼성전자·구글과 함께 이와 경쟁할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퀄컴은 4일(현지시간)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을 발표했다. 제품은 초당 90프레임의 4.3K 해상도를 지원하는 공간 컴퓨팅을 통해 업무 및 엔터테인먼트 활동에서 뛰어난 선명도를 구현한다. 제품은 기존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 3’에 사용된 ‘스냅드래곤 XR2 2세대’보다 성능이 향상됐다.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12개 이상의 동시 카메라를 제어할 수 있다. 휴고 스와트 퀄컴 부사장 겸 확장 현실(XR) 부문 본부장은 “스냅드래곤 XR2+ 2세대는 4.3K 해상도를 구현해 룸 스케일 스크린과 실물 크기 오버레이, 버츄얼 데스크톱과 같은 사용 사례에 놀랍도록 선명한 시각 효과를 제공한다”며 “XR의 생산성과 엔터테인먼트 수준을 한층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구글이 이 플랫폼을 활용해 선도적인 XR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은 삼성과 구글이 개발할 기기가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항할 헤드셋 제품일 것으로 추정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구글이 운영체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송인강 삼성전자 기술전략팀장은 “퀄컴 및 구글과 다시 모바일 산업 혁신을 위해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모바일 전문성 및 공동 협업을 통해 삼성은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동급 최고 수준의 XR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샤흐람 이자디 구글 증강 현실(AR) 부문 부사장은 “구글은 몰입형 및 공간형 XR의 미래를 위한 퀄컴 및 삼성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스냅드래곤 XR2+ 2세대의 성능을 활용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새해맞이 명소된 동대문…서울라이트 DDP 겨울, 63만명 관람

    새해맞이 명소된 동대문…서울라이트 DDP 겨울, 63만명 관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연말연시 특별행사에 62만 8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난해 겨울 행사보다 방문객 수가 124% 증가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달 21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DDP에서 진행된 ‘서울라이트 DDP 겨울’에 하루 평균 5만 7000여명이 찾았다고 4일 밝혔다. 메인 콘텐츠인 디지털 아틀란티스는 웅장한 대자연의 모습을 시작으로 디지털 세상과 자연, 인간의 공존을 몰입감 있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화려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었다. 1일 0시가 되는 순간 DDP 외벽 파사드에 김잼 작가의 ‘빅 마치’ 작품이 표현되고 5000발의 불꽃이 DDP 하늘을 수놓았다. 카운트다운 행사 후에는 사운드 인터렉션 공연 ‘레터 프롬 홈월드’가 연출됐다. 222m의 파사드면이 아티스트의 연주 소리와 연동돼 일렁이는 광경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현장에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관람객의 91.2%가 만족감을 표현했고 95.9%가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연말 행사로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행정안전부, 서울시, 중구청,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 서울시설공단 등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올해에도 가을과 겨울 두 차례 서울라이트 DDP 2024를 개최해 확장된 규모의 빛 축제를 선보일 것”이라며 “획기적인 콘텐츠 기획을 통해 연말 카운트다운의 세계적인 명소인 뉴욕의 타임스퀘어, 파리의 개선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미래는 죽은 사물의 시간- 안태운·황유원의 시(①)/박민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평론]

    1. 멸종위기종 낭송하기 랩스 프린지 림드 청개구리(Ecnomiohyla rabborum)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 포오울리(Melamprosops phaeosoma) 크리스마스섬집박쥐(Pipistrellus murrayi) 콰가(Equus quagga quagga) 세실부전나비(Glaucopsyche xerces)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 타이완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brachyura)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중에서 멸종위기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이 호명이 꽤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선언과 낭송의 효과이자 맹점일 것이다. 위 시에서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명칭이다. 우리가 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는 때 “크리스마스섬집박쥐”나 “세실부전나비”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러브버그’(Lovebug)나 ‘빈대’(Bedbug) 따위는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러브버그의 충격이 두 계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빈대가 기승이고, 이 벌레들은 인간의 생활권 내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가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인간종이 이들의 박멸을 궁리하면서 동시에 멸종을 걱정하는 일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낭독의 대열에 ‘각다귀’나 ‘깔따구’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다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것이, 각다귀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크기도 커서 ‘왕모기’로 종종 오해받는데, 기존 인간의 편의대로 손쉽게 구분해 보자면 각다귀는 일단 익충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 각다귀를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고전문학에서 각다귀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 탐관오리와 같은 부정적 대상으로 비유돼 왔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고, 어느 생물종의 유해함과 무해함을 나누는 기준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불과하다면 이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지목됐으나 실제로 깔따구 유충은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에 해당한다. 또 인간의 편의대로 분류해 보자면 깔따구 역시 익충인 셈인데 여기서 다시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질문은, 깔따구는 왜 매번 인간종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일 것이다.(②) 벌레는 그 개체수만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지구를 점유하고 있는 종에 가깝다. 이 실질적 지배자들에 대한 익충 혹은 해충으로의 분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다. 위 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해야 할 종들을 열거하는 ‘낭독’의 방식은 분명 선언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열에 끼지 못한, 호명되지 못한 나머지 존재를 누락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1000조에서 1경 마리의 곤충이 존재하지만, 수십 년 안에 사라질 멸종위기종 중 절반은 곤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③) 이 글은 위 시에서의 선언의 정치성이나 효과,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시인들 사이에서 릴레이처럼 수행되는) 호명과 열거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환기하자는 의도에 가깝다. 기실 최근 안태운의 시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종을 ‘당신’으로 호명하며 그 존재의 희미해지는 몸짓을 기억하고, 복구하고, 기록하고자 시도하면서 사유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기억 몸짓’) 그러나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벌레 같은’ 류의 비유(“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벌레 같은’이라는 관용구를 그 뜻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당신”, 황유원, ‘밤의 벌레들’)가 작동하는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인간이 벌레에게 빚진 바를 우리는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입 카프카의 벌레로의 변신 모티프는 꽤나 강렬해서 인간과 벌레를 둘러싼 상상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이 모티프는 이후 세대의 문학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인간종과 벌레종의 교점에 관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카프카 문학과의 상호텍스트적 접목을 자주 시도했던 김행숙의 경우 변신 모티프를 아래와 같이 전유한 바 있다. 벌레의 굴욕인가, 밟아도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휴머니즘의 진부한 레퍼토리인가. 벌레로서의 벌레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55킬로그램의 인간* 그레고르 잠자는 왜소했으나, 55킬로그램의 뼈와 살과 피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 이 거대한 벌레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경악의 외마디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외계의 생명체를 본 것이다. 당신은 온 우주에 뉴스를 전파하고 싶지만, 공포와 흥분으로 전신이 떨리고 특히 턱이 빠질 듯이 달달달달 떨리게 된다. 나는 완벽한 벌레의 꿈이다. *55kg은 1920년 7월 29일 자 카프카의 몸무게다. (…) ―김행숙, ‘변신’(‘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부분 위 시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가 결국 벌레로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을 전복시켜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55킬로그램의” “거대한” 벌레가 오히려 가족을 내쫓고 공간을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카프카적 사건 혹은 계기라 할 수 있는 인간종의 벌레종으로의 변신은 이 시에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 작용으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벌레의 행위는 들뢰즈-가타리적인 ‘동물-되기’, 즉 ‘탈영토화’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 방식으로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화된 벌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멀리 가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진짜 ‘벌레’는 실종했다. 그리고 벌레 덕분에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졌지만 비인간으로서의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간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해충을 박멸하자는 입장이나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고려해 적절히 잘 이용하자는 입장 모두 곤충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가 예고돼 있다. 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④) 곤충종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혐오라는 상이한 정동은 모두 곤충의 입장에서는 그 개체의 죽음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는다. 어떤 개체에 대한 이 도구적 쓰임은 한편으로 근대적 인간에 대한 회고, 자기 생산물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했던 어떤 소외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 곤충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외된 벌레종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할까. 낭송은 아름답고 낭독은 선언적이지만 이는 다시 존재들의 경계를 부각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2. 개미와 여치의 음악성에 대해서라면, 황유원은 뭘 좀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황유원은 꽤나 전문적으로 이를 향유할 줄 안다. 유해와 무해라는 인간의 기준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어떤 의지는 때로 어떤 생물종에 유해하다. 인간의 아무 의지도 개입시키지 않고 소리의 배치에 주목해 보면, 슬플 때 슬퍼할 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미에게는 개미의 블루스를 여치에게는 여치의 블루스를 ―황유원, ‘블루스를 부를 권리’ 부분 쇤베르크 이래로 ‘소음’으로 여겨졌던 불협화음이 자유를 얻으면서 이후 소음 자체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 존 케이지는 ‘4분 33초’의 침묵 역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소음으로 치부돼 오던 것들이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후 피에르 셰페르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기도 한다. 기존 음악에서 노이즈는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셰페르는 소음 자체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인간-청자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의 언어 및 인간의 음악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들에게도 그들의 언어와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여름 매미의 노이즈가 인간의 귀에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각적 신호를 통해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황유원은 그것이 개미의 블루스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거주 공간은 무균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몸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봉쇄된 육체가 아니라 세계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봉쇄가 해제된 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⑥) 이러한 존재들의 열림과 마주침, 얽힘에 대한 사유는 이 수많은 존재들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물종의 고정된 경계가 없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애나 칭의 주장은 이 때문에 퍽 설득력 있다.(⑦) 황유원은 ‘밤의 벌레들’에서 인간이 불을 켜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을 배치를 상상한다. 가령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지,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을지,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벌레들의 평화로운 배치가 깨지는 건, 단지 인간이 그 공간에 불을 켜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일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세계와 회통하고 있으므로 서로의 배치에 얼마간의 방해와 간섭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의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한 벌레의 생경한 낯섦이라는 감각에 우리가 그간 얼마나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에 대한 각성이다. 하지만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 역시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 체계 내에서만 비롯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일 것이고,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감정이나 감각을 익숙한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비인간에 인간화된 관점을 투영할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때 환원된 것이 개념 자체인지, 아니면 비인간의 행위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재현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인간화된 생경함과 놀라움이 벌레 입장으로 치환된 것은 평화로운 배치 상태를 깨는 인간의 침입이라는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즐기는 개미와 여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아영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비화되지 않은 조우로서 유계영의 시 ‘두고 왔다는 생각’을 사례로 든다. 이 시에서 개는 세계의 표면과 이면의 차이에 몰입해 있는, 사색하는 철학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이때 종 차별주의의 핵심적인 기준인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계영 시의 ‘사색하는 개’가 갖추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에 도취되어 있”(‘두고 왔다는 생각’)는 사람과 개는 “애정의 경제로 묶여 있지 않으며, 섣부른 접촉으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고요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이 의미 없어지며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역시 긴장을 잃는다고 인아영은 주장한다.(⑧) 그런데 이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는 물어볼 것도 없이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카페여야 할 것이며 이 카페에 입장하는 순간 개는 카페의 규율에 내재(종속)된다. 개와 인간이 ‘사색’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 차이가 쉽게 무화될 수 있는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때 인간의 지위 혹은 동일한 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개의 ‘사색’이 과연 개의 고유한 특성이자 개의 일, 그러니까 개가 해야 할 일인 것일까. 애나 칭은 인간과 유기체의 배치와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 “그들(비인간-인용자)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어 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⑨) 개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개가 인간적인 사색을 거듭하는 것, 개와 인간의 공생을 개를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핵심에서도 멀어지는 방식이다. 3. 소진하는 인간, 공터의 흰 개 안태운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는 착각을 초래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출된 상태를 문제시한다. 동물과의 공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낯익은 ‘장면’이 어쩌면 인간의 의식화된 ‘풍경’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획 의도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인간과 비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수행되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퍼포먼스의 중지는 인간화된 의도가 노출되는 지점이자 그 공허함이 발설되는 문제적 대목이 된다. 안태운은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길 뿐이라는 인간-동물 간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인간적인 모종의 어떤 열망이 개입된 것임을 감지하고, 이 연출된 장면을 메타적 관점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개의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공터’로 개를 데리고 간 안태운의 경우를 보자. 흰 개가 있어.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한다. 흰 개는 나의 개이자 공터의 개 그러므로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하지. 산책하며 서로 사라지기도 하지. 나는 흥얼거리며 흰 개를 두고 달렸다. 흰 개는 나를 따라 달렸다. (…) 나는 공터를 산책하고 있지. 공터를 돌면서 흥얼거린다. 공터의 흰 개, 사람들의 흰 개 그러니 나는 흰 개와 멀어져서 공터를 돌고 있다. 흰 개가 없으니 빨리 달려도 괜찮아 (…) 문득 내 뒤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게 슬퍼졌지. 아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게 낯설었다. 흰 개는 어디에 있나. 나는 흰 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잊었으려나. (…) 흰 개는 공터를 돌았어. 공터를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공터를 벗어나자 흰 개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태운, ‘흰 개를 통해’ 부분 위 시에서 공터의 개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에서 나와 흰 개는 명백히 인간과 비인간이 행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행하거나 지위를 바꿔서 패러디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개별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공터’라는 사회적 장으로 나왔을 때 이들은 사람과 개로서 행할 수 있는, 혹은 기대되는 코드화된 행위들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된다. 공터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기대에 노출된다. 인간과 개가 행위하는 특성으로 규정지어진 이 공터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특정 행위만을 요청한다. 이제 ‘공터’는 특정 목표의 전시장이 되고 때문에 공터에서 할 일은 말 그대로 공터에서 ‘할 수 있는’ 일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인간-비인간이 공터에서 행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은 공터가, 혹은 공터를, ‘가능하게 하는 일’뿐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간-비인간의 공생일까. 이에 대해 안태운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하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흰 개가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가는 장면에 주목해 보자. 송현지는 이 시에 대해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우화”로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10) “흰 개가 더이상 자신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이미 세계 밖으로 사라진 비인간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태운은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비인간의 거주지를 “세계 밖”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인간 존재의 육체나 물질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념적 차원의 해방에 불과하다. 비인간은 왜 그들의 구체적 삶의 공간, 즉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때 그들이 사라질 수 있는 세계 밖은 과연 어디인가.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 옆 사람을 텅 비우는 공터, 계속 걷자 공터를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안태운, ‘공터를 통해’ 전문 앞서 살펴본 시 ‘흰 개를 통해’와 위의 시 ‘공터를 통해’는 서로를 반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공터”와 “옆 사람”, “흰 개”, 그리고 “나”는 한때 “있었”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은 “공터”와 “흰 개”이고, 남겨진 것들은 “나”와 “옆 사람”이다. 그런데 공터와 흰 개를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옆 사람”과 “나”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옆 사람은”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낸다. 앞서 옆 사람이 나를 위로하며 “쓰다듬었”기 때문에 이때 “엎드린 흰 개”를 “나”에 대입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공터와 흰 개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명 “나”와 “옆 사람”이지만 이들은 공터를 공터이게 했던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무의미한 행위만이 부각되고 오히려 행위의 의미는 지워진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주목해 보면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벗어난 “흰 개는”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간다. 공터가 사라지자 흰 개도 사라지고, 공터에서 벗어나자 흰 개도 흰 개의 행위를 벗어난다. 이 장면은 베케트 부조리극의 소진된 인간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의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로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지 않고 가능한 것과 유희”하는 인물들을 가리킨다.(11) 안태운의 시는 베케트 극의 인물들처럼 의미 없는 행위를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공터와 인간과 비인간에게 요구됐던 행위를 점검하고 재사유하게 한다. 이 무의미한 반복은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텅 빈 행위가 지속되는 공간이 돼 버린 기이한 공터의 작위성을 가시화한다. 존재는 지워지고 행위만 남아 있는 공간, 이것이 공터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소진하는 인간은 공터를 말 그대로 ‘빈’ 공터의 장으로 재진입시키고 공터의 잠재적 역량을 추동한다. ‘가능한’ 공터의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림으로써 공터는 “인간 너머의 드라마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인간의 자만심을 해체하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애나 칭에 의하면 풍경은 역사적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활동적이다. “풍경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보면 세계 형성에서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12) 안태운의 시에서 소진의 의미는 결국 잠재적 공터, 무엇이 실현되기 이전의 공터, 인간과 비인간이 무엇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결정하기 이전의 공터를 복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를 위한 재귀적 움직임이다. 4. ‘공통 세계’의 주민들-듣는 법 연습하기 황유원은 ‘침대벌레’에서, “파리 배낭여행” 중 ‘나’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가 “나 없는 침대에서 배를 빵빵히 불린 채/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을 모습”을 “자꾸 마음속에 그려” 본다. 피부에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흡족한 이미지”로 침대벌레를 연상하는 ‘나’는 이를 루브르박물관의 온갖 명화들보다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내 피를 먹고 배가 빵빵한 벌레의 모습을 “내 머릿속 한구석에 걸려 있”게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침대벌레”이면서 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벌레는 벌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 것일까, 후에도 ‘나’는 가끔 이 기억에 숙면을 취한다. 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나 그 가능성으로 점치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이 흡족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가령 이 흡족함이 ‘공통 세계’(13)의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가정은 어떨까. 배부른 벌레의 휴식과 그에 대한 나의 이상하리만치 계속되는 연상을 인간과 비인간종의 필연적인 마주침의 흔적 정도로 볼 수 있다면, 공통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무균실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교차하고, 서로를 침범하면서 같은 공통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인 것이다. 앞서 보았던 ‘밤의 벌레들’의 후반부를 ‘밤의 풍경들’로 치환해 다시 읽어 보자. 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을 뒤에서/옆에서 앞에서/ 감싸고 있던 그/ 그윽한 고독과 어둠을/ 그 어둠의 우월함에 대해 한번 말입니다/ (…) / 당신은 거실에서 혼자 눈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 / 사라지는 음악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보지만/ 그 음악은 이미 찬바람의 손에 잡혀 갈가리/ 찢겨진 후……/ (…) /그러니 한번 두 눈을 감고/ 이미 다 사라져버린 벌레들을 마음속으로 뒤쫓아가/ 그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벌레가 되어/ 벌레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져봅시다/ 벌레의 내장 깊은 곳에 조금은 남아 있을 어둠을 찾아/ 그 속에 들어앉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 아까 듣던 그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들어봅시다 ―황유원, ‘밤의 벌레들’ 부분 황유원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벌레의 황망함을 인간의 입장에 대입해 보기를 권한다. “어둠 속 고독”의 상태에서 밥 대신 깨끗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순간 찾아온 느닷없는 침입이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도 없이 “갈가리” 찢겨지고, “사라지는 음악”에 대해 벌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황유원은 그러니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깊이 공감해” 보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가 되어”, 벌레가 처한 사태를, “벌레의 절망감”을 “나눠 가”지고, 아직 소멸하지 않았을 벌레의 어둠과 고독과, “떨림 속에서” “듣던 그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것이다. 인간과 벌레는 결국 일정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공통 세계의 주민들이다. 공통 세계의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방식을 방해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내 왔고, 또 어떤 존재들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지하게 됐을 수도 있다. ‘배치’가 “존재하는 방식이 모인 것”(14)이라면 이 시에서의 ‘밤의 배치들’에는 벌레뿐만 아니라 불을 켠 “당신”은 물론 이 사태를 전달하는 화자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주거지를 조금씩 침범하면서, 또 조금씩 오염시키면서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존재들은 복수의 리듬과 존재 방식을 형성한다. 존재들이 일으키는 각자의 리듬과 각자의 음악은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이 “다운율의 배치를 연구”함으로써 배치를 “거주 적합성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15) 쇤베르크는 흔히 다성음악을 지칭하는 ‘폴리포니’(polyphony)의 원리에서 화성법의 해방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는 관습적 화음의 폐기가 동반돼야 가능한데, 이때 불협화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화음은 더욱더 ‘폴리포니적’이 된다.(16) 방금 떠난 벌레의 “떨림”을 잊지 않고, 벌레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음악과, 복수의 음악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조율해 가면서 밤의 배치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듣는 법을 연습”(17)해야 한다. 5.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 “안데스산맥에서 케추아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앞에,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미래는 뒤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긴다.(18) 이는 인간의 오래된 관습적 시간관을 뒤집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작동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인식 체계나 방법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놀라워,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느 가을, 당신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 / 어느 여름,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학생을 보며 그는 내 과거가 아니라 조카의 미래라고 문득 여겨졌고/ (…) / 어느 봄, 옛 기억 속 장면에서는 나를 삼인칭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여름, 끝말잇기를 하는 인간/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알았다/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았다/ (…) /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몸짓들/ 다르고 같다는 걸 알았다/ 같고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 속에서 어느 날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고 생각하니/ 드넓어지는 마음을 알아챘다/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 하염없었다/ 그것/ 흐르는 강물/ 둘레/ 산란과 예감/ 탄성/ 감각들/ 우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온다/ 기척이 스민다 ―안태운, ‘기억 몸짓’ 부분 ‘나’는 나의 과거와 유사한 기억 혹은 장면과 대면하지만 아이를 알고부터는 그것이 나의 과거가 아닌 아이의 미래로 대체된다. 세계의 중심에 아이가 자리하면서부터 “기억 속 장면”에서 ‘나’는 “삼인칭으로 인식”되고 미래의 모든 계절은 아이의 시간, 아이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미래의 아이는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아 간다. 이에 더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공통 세계의 “존재”들을 알아 갈 것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존재들의 “다르고” 또 같은 “몸짓들”, “같고”도 다른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할 수 있고,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하는 그 마음은 “하염없”다. 분명 안태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안태운은 시간의 운동성, 즉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이처럼 안태운이 그리는 미래는 어딘가 재귀적이다. 돌은 걸어갔다, 물론 어느 식당에서건 떠나서. 풍경을 보면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옆에 있다고 깊이 지각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말 걸고 싶기도 했다. 그중 척삭동물문이며 조강인 까치가 마음에 남아 말 걸고 싶었다. 으흠, 흐음. 까치의 부리와 발가락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윽고 돌은 생각했다. 그 부리와 발가락을 쥘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놔줘야지, 하고 혼잣말했는데…… 기억하는 게 미래 같았다. ―안태운, ‘돌과 구름’ 부분 미래는 ‘추측’을 통해 현재에 들어온다. 시간의 이러한 사유 방식은 추측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의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미래는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안태운은 이 “살아 있는 미래”(19)를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세계와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돌”로서 사유하고, ‘풍경’을 인식하고, 공통 세계의 주민들을 “귀여워”하면서, “말 걸고 싶”어 하면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촉은 ‘생각’만으로 접어 두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미래”로서 “기억”한다. 이것이 안태운이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로서의 “미래”를 기꺼이 증식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콘에 의하면 ‘미래’는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것(to survive)이면서 생명을 넘어서는 것 혹은 삶을 넘어서는 어떤 것(super+vivre)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재와 관계하는 것, 즉 다른 죽음, 다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20) 시인은 미래의 ‘죽은 사물’이 될 시를 현재의 지평에서 생성한다. 이 ‘죽은 사물’은 시가 끝나도 계속 날아간다. 어쩌면 시가 내재한 뜻밖의 물질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나는 그만 이 시를 끝내지만/ 이 시는 끝나고도 계속 날아가고 있다/ 밤의 행글라이더는 밤의 행글라이더”, 황유원, ‘밤의 행글라이더’) ①안태운의 시는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 외에 ‘시보다 2022’(문학과지성사, 2022), ‘시보다 2023’(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발표한 작품 역시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황유원의 시는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3)에 수록된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하 본문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시의 제목만 밝힌다. ②박현주, ‘천하무적이던 곤충이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다’, 우리교육(2023년 가을), 76쪽. ③우리가 그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멸종을 일컫는 용어는 ‘센티넬라 멸종’(Centinelan Extinction)이다. 위의 글, 77~81쪽 참조. ④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 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곤충,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닭고기보다 높아…’, 나침반 36.5도(2023년 9월호), ㈜삼십육점오커뮤니케이션즈, 104쪽. ⑤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 작업실유령, 2019, 179~185쪽 참조. ⑥김홍중,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54집 제3호, 한국사회학회, 2020, 177~180쪽 참조. ⑦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⑧인아영,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 문학동네(2022년 봄호), 129쪽. ⑨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10)송현지,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안태운론’, 2023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정은출판, 2023.(11)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6쪽. (12)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71쪽. (13)스티븐 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1, 118쪽. (14)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58쪽 각주. (15)위의 책, 279쪽. (16)테오도르 W 아도르노, ‘신음악의 철학’,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012, 96~97쪽 참조. (17)애나 칭은 “통일된 화음”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다운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운율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선율을 따로 듣고 그 선율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화음이나 불협화음으로 합쳐지는 것 또한 모두 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처럼 우리는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 배치가 존재하는 개별 방식을 주시함과 동시에 산발적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조율을 통해 그 선율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 (18)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 250~251쪽. (19)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331쪽. 콘은 생명과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퍼스의 “살아 있는 미래” 개념에서 끌어와 사유한다. ‘미래’에 관한 논의 중 일부는 이 책의 6장 ‘살아 있는 미래(그리고 죽은 자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참조했다. (20)위의 책, 370~373쪽.
  • 지루할 틈 없는 화려한 복수극의 고전…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지루할 틈 없는 화려한 복수극의 고전…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화려한 무대연출과 통쾌한 복수의 서사 그리고 짜릿하게 감기는 음악까지.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을 이야기의 끝으로 몰아간다. 대중적인 재미만 따진다면 흠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2010년 초연 이후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총평이다. 원작 소설인 알렉산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압도적인 대중성만으로 고전 반열에 오른 것과도 묘하게 닮았다. 뮤지컬은 원래 2002년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세부적인 설정을 따왔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서는 ‘서사’에 더 힘을 주기 위해 소설의 설정도 일부 가지고 왔다고 한다. 악역인 ‘당글라스’, ‘빌포트’, ‘몬데고’의 장면과 대사가 더해졌고 넘버(노래) ‘펜, 잉크, 종이’도 추가됐다. 덕분에 관객들은 주인공 ‘에드몬드’가 행하는 복수에 조금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단순히 뮤지컬을 ‘듣는’ 걸 넘어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라 하겠다. 그래서 이번 시즌 제목에는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의미의 수식어 ‘올 뉴’가 붙기도 한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원 에드몬드가 주변 인물들의 음모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 생활을 하던 중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면서 복수에 나서는 것이 극의 핵심 뼈대다. ‘그리스도의 산’을 뜻하는 ‘몬테크리스토’에서 억만금의 보물을 찾아내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이름을 바꾼 에드몬드는 자신을 모함한 악역들에게 그에 걸맞은 짜릿한 ‘맞춤형 복수’를 선사한다. 에드몬드와 약혼했으나, 그가 죽은 줄로만 알고 결국 몬데고와 결혼해버린 약혼녀 ‘메르세데스’를 향한 감정은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복수라는 감정에 언제까지나 사로잡혀 살 순 없다. 결국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뮤지컬의 메시지다. 지금껏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 복수극들의 원형으로 꼽히는 이야기다. 처절한 복수를 펼치면서도 곳곳에서 유쾌한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 이규형의 에드몬드는 노래뿐만 아니라 능청스러운 대사로 감옥에서의 스승 ‘파리아 신부’, 몬데고와 메르세데스의 아들인 ‘알버트’와의 ‘티키타카’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360도로 회전하는 무대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몬테크리스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넘버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른바 ‘지옥송’)에서는 회전무대가 최대로 높아지는데, 무대 밑에서 앙상블(코러스)이 등장하며 지옥의 입구가 실제로 열리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2월 25일까지 공연된다.
  • [세종로의 아침] 우리가 자신에게 더 몰입하는 순간/안동환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우리가 자신에게 더 몰입하는 순간/안동환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는 결선 무대 뒤의 장면을 비추며 시작한다.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마린 올솝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기 중인 한 소년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내일이면 끝나잖아. 내가 함께 하니까. 그냥 즐겨.” 무대에 오른 소년의 연주는 흔들림이 없었고 대담했고 풍성했다. 소년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51개국 388명의 지원자 중 30명으로 압축된 본선 진출자는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을 거쳐 6명이 금·은·동을 겨루는 결선까지 숨 가쁜 경연을 이어 갔다. 참가자는 오전, 오후, 저녁 어느 시간대에나 연주할 수 있어야 하고, 탈락자가 가려지면 새 레퍼토리를 준비한다. ‘점점 강하게’라는 의미의 악상 기호 ‘크레센도’를 딴 영화 제목은 경연이 거듭될수록 치열해지는 음악의 열정과 일치한다.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연습, 연습, 연습을 강조했다. 임윤찬도 몇 안 되는 출연 장면에서 연습해야 한다며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 실제 임윤찬은 콩쿠르 기간 동행한 엄마가 끓여 준 국수를 야식으로 먹으며 하루 20시간 연습했다. 피아노는 ‘투명한 악기’다. 연주자의 기교와 예술성뿐 아니라 겁먹거나 긴장한 상태도 관객이 알아챌 수 있다. 임윤찬 등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똑같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했지만 터치부터 음색, 표현이 제각각 달랐다. 임윤찬은 지난 5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콩쿠르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인 건 임윤찬의 천재성을 드러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연주만이 아니었다. 그의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이었다. 올해 출판계에서 큰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는 ‘도둑맞은 집중력’이다. 지난 4월 출간된 책이 8개월 동안 18만 부가 팔렸다. 우리 사회에서 집중력 결핍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내가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집중력은 알고 보면 누군가가 훔쳐 간 것이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의 주의를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영국 언론인 요한 하리는 멀티태스킹 업무 방식과 테크 기업들의 감시와 조종 알고리즘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집중력도 갉아먹는다고 지적한다. 수년 전 뇌파 검사에서 사람들의 집중력이 2000년 이후 12초에서 8초로 감소한 게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푸시 알림을 확인하는 찰나의 시간조차 우리의 집중력은 다시 회복되는 데 전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반복되면 사고력의 퇴화가 온다. 예술과 문화도 공격받는다. 얄팍해진 집중력으로 독서 시간은 가파르게 줄고 있고 긴 호흡의 소설이 외면받는 현상이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난다. 2시간짜리 영화는 ‘스포 포함’ 요약 콘텐츠로 대체되고, 배속 재생된 음악이 인기를 끈다. ‘시간 가성비’로 포장된 이런 퇴행은 더 깊은 ‘온라인 몰입’이라는 악순환이 된다. 우리의 주의력은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상상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로부터 멀어진다. 콩쿠르 우승 후 클래식계 아이돌이 된 임윤찬의 삶은 크게 바뀐 게 없다. 6시간 수면 외 연습에 매진한다. 그는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소셜미디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고립되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이 공감되는 이유다. 콩쿠르 심사위원 앤 마리 맥더멋이 “이 세상 재능이 아니다”라고 격찬한 이유는 임윤찬이 보여 준 놀라운 집중력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더 몰입하는 순간 더 나은 존재가 된다. 새해 목표를 도둑맞고 바닥난 집중력 저장고를 다시 채우는 데서 시작하면 어떨까.
  • 뭉크 등 미술계 거장부터 클래식계 별들까지… 예술 축제 쏟아진다[2024 주목 문화계]

    뭉크 등 미술계 거장부터 클래식계 별들까지… 예술 축제 쏟아진다[2024 주목 문화계]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절규’를 탄생시킨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를 비롯한 국내외 현대미술 거장들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가 연중 내내 펼쳐진다. 런던 심포니는 새 상임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와의 합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고 사이먼 래틀과 조성진, 파보 예르비와 임윤찬의 조합이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새해 주목할 주요 전시와 공연을 미리 소개한다. 한가람미술관, 5월 뭉크展… 미공개 개인 소장품도 선봬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사랑과 희열, 불안과 절망, 죽음 등 인간 삶과 감정의 본질을 꿰뚫은 뭉크의 예술 여정을 95점의 유화와 판화 등으로 조망하는 특별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열린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뿐 아니라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까지 모아 급진적 실험을 통해 피카소, 잭슨 폴록 등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뭉크 작품의 매혹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디터 부흐하르트 큐레이터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절규’를 넘어 ‘뱀파이어’, ‘마돈나’ 등 그의 대표작 가운데 다양한 버전의 채색 판화를 다수 선보이는 등 시대를 앞섰던 뭉크의 예술적 유산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세계적 설치작가부터 현대사진 거장까지… 대형 전시 즐비 현대미술계 스타들의 전시도 각축전을 벌인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리움미술관은 오는 2월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 온 세계적 설치작가 필립 파레노 개인전을 역대 최대 규모로 연다. 호암미술관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파스텔의 마법사’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을 9월 국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전시장 벽에 직접 그려지는 대형 파스텔 벽화 4점 등 다수의 신작으로 몰입감을 높인다.과학을 접목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9월 리움), 한국 대표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8월 아트선재센터)도 기대를 모은다. 국제갤러리는 도서관, 박물관, 극장 등을 정밀한 구도와 깊이로 담아 온 독일의 현대사진 거장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5월)을 6년 만에 연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보수 중이던 건축물을 다시 찾아 전 인류적 시련을 ‘회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업한 신작들이 핵심이다. 올해는 특히 ‘여성’을 화두로 내세운 전시가 두드러진다. 불교미술에서 여성 존재의 의미, 이들의 염원과 고뇌, 공헌을 성찰하는 리움미술관 기획전 ‘여성과 불교’(3월)가 대표적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영국 박물관 등 세계 불교미술 명품들이 두루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개인전(4월)을 마련한다. 9월에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예술을 압축한 국제 기획전 ‘아시아 여성 미술가’를 선보인다. 다나카 아쓰코, 사사모토 아키, 인 시우전, 파시타 아바드, 홍이현숙 등 여성 작가 20~30여명의 작품을 망라한다.안토니오 파파노·런던 심포니, 본지 120주년 무대 선다 클래식에서도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10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안토니오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대표적이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기념해 창단 120주년을 맞은 런던 심포니를 초청한 것이다. 파파노는 지난해 세계적인 거장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은 상임 지휘자로 이번 내한은 6년 만이다. 런던 심포니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하고 ‘21세기 피아노 여제’로 불리는 유자 왕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파파노는 지금까지 런던 심포니를 객원 지휘자로 70회 이상 이끌었다. 오페라와 관현악 지휘에 모두 능한 만능 지휘자로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포디엄에 초청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와 무대 장악력으로 정평 난 연주자다. 평론가뿐 아니라 관객의 열광을 끌어내는 스타일이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 수록된 음반은 그래미상 ‘최고의 클래식 독주’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클래식계 아이돌’ 조성진·임윤찬 협연 무대 기대 만발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이 내한 오케스트라와 펼치는 협연 무대도 주목된다. 조성진은 11월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신임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사이먼 래틀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한 무대에 선다. 유럽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은 6년 만이다. 조성진과는 2017년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 2022년 런던 심포니 공연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조성진은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임윤찬은 12월 18·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내한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이번 내한 공연의 지휘자는 2004년부터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파보 예르비로,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뮤지컬계 브로드웨이 대작·국내 초연작 골고루 대기 브로드웨이 대작과 기대를 모으는 국내 초연작들이 골고루 포진한 뮤지컬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연 호황을 이끌 전망이다. 올해 포문을 여는 블록버스터 뮤지컬로는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히트작 ‘스쿨 오브 록’이 있다.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공연으로 오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6년 만에 한국어판으로 돌아오는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도 공연을 시작한다.이외에도 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디어 에반 핸슨’(3월),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초대형 히트작 ‘알라딘’(11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7월) 등이 대기하고 있다. 구병모의 장편소설 ‘파과’(3월)도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연극 무대는 ‘벚꽃동산’·‘테베랜드’ 등 고전 재해석 연극은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눈에 띈다. 거장 사이먼 스톤이 국내 배우들과 작업한 ‘벚꽃동산’이 오는 6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벚꽃동산’이 서울을 배경으로 한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해석된다. 존속살해를 소재로 해 올해 국내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던 우루과이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의 ‘테베랜드’는 오는 11월 재연한다.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타인의 삶’도 11월 무대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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