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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 거짓말이다

    뇌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 거짓말이다

    자, 영어 공부를 몇 살부터 시켜야 원어민처럼, 아니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아니 더 정확하게는 영국식·남미식·인도식에 물들지 않은 순도 100%의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영어를 우리 아이가 구사할 수 있을까. 핵심은 시기다. 아주 어릴 적 영어를 배우면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습득할 수 있는데, 나이 들어 영어를 배우면 제2외국어처럼 억지로 외우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국어와 제2외국어가 갈리는 시점은 지금껏 알려지기로 대략 12살. 그러니까 12살 이전에는 아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실은 부모, 학교, 학원 등의 부자연스러운 연출에 따라) 영어를 접하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교육에다 몰입교육 광풍이 한때 휘몰아쳤다. 이 주장의 뿌리는 어디일까. 추적해보니까 이렇다. 두개골을 열어 뇌를 확인해볼 수 없었던 시절엔 흥미로운 관찰 결과가 있었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실어증에 걸렸다 회복되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증세가 악화될 때는 특정 언어만 더 크게 저하되더니 회복될 때에도 각 언어별 회복속도가 달랐다는 것이다. 전기자극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언어별로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다른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왔다. 이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기능성 자기공명장치) 기술이 발달하자 과학자들은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fMRI는 신경활동의 변화에 따라 해당 뇌 부위의 혈류량이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혈류량별로 색을 달리해 뇌의 활성화 정도를 시각적으로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흔히 뇌 촬영 영상이라며 대중매체들이 보여주는 게 이것이다. 이 fMRI 장비를 이용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결과는 1997년 발표된 미국 과학자들의 논문이다. 모국어에 비해 제2외국어는 더 많은 뇌의 활성화를 요구했다.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겨우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후속 연구에서는 이 결과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다. 실험조건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2외국어를 배우는 연령과 뇌부위가 무관하다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는 정도의 반론은 기본이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뇌의 작동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특정 부위에 1대1로 대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네크워킹 효과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분명히 확인해볼 수 있다는 이유로 fMRI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학적 연구결과보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은 fMRI 자료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다. 영어조기교육시장에 한 줄기 서광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 다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앞선 1997년 논문은 제2외국어 습득시기를 11.2세로 잡았다. 그렇게 잡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과학적 실험이라면 아마 다들 동감할 것이다. 11.2세란, 다른 조건이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실험의 통제조건이다. 그런데 이것이 12살 넘어가면 제2외국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fMRI 촬영영상은 기본적으로 혈류량의 차이,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12살 이전에 배우는 언어와 12살 이후에 배우는 언어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혈류량은 더 이상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고여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버렸다. 여기에다 임신 16주부터 청각기관이 형성된다는 ‘사운드 코딩 이론’에 3세 이전에 모국어 습득이 끝난다는 ‘결정적 시기 가설’까지 합쳐지면서, 임신 때부터 시작해 12살까지 영어 폭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뇌 결정론, 신경 결정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뇌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뇌 가소성’이라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 특징이 오히려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뇌를 변화시켜야 하다는 식의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버렸고, 결과적으로 “영어 실력은 영어 뇌라는 물리적 실체로부터 나온다는 담론이 확산”되면서 “뇌 결정론 또는 신경 결정론이 강화”되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희한한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뇌과학, 경계를 넘다’(신경인문학연구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에는 법학, 과학철학, 철학, 심리학 전공자들의 글 16편이 실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미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글 쓴 사람들의 전공에서 이미 드러나듯, 또 이들의 연구 모임 이름이 신경‘과학’연구회가 아니라 신경‘인문학’연구회라는 점에서 보듯 뇌과학을 과대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머니즘 가치를 앞세운 최첨단 과학 서적에서 흔히 저지르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 엄밀한 균형감각을 택했다. 가령 기계가 뇌파를 읽어내 뇌만 살아 있는 사람의 지령을 받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BMI(Brain-Machine Interface·뇌기계접속장치) 기술, 인간 간의 블루투스(근거리 무선연결) 기능을 통해 뇌기능 장애 환자의 뇌파를 정상적인 뇌가 읽어서 전달해줄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해 현재 기술 수준과 문제점, 한계를 명확히 짚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서술이다. 어려운 과학적 개념이나 실험원리에 대한 설명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궁금증에다 연결시켜놨다. 앞서 살펴본 영어 조기 교육 사례뿐 아니라 ▲머리가 크면 머리가 좋은가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도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수험생들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뇌에 강한 자극을 주는 음료를 마시는 것과 공부할 동안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비타민을 먹는 것은 같은 수준의 문제인가 다른 수준의 문제인가 등 흥미로운 논의들이 담겼다. 1만 9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감정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전부터 간절히 해보고 싶었죠”

    “감정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전부터 간절히 해보고 싶었죠”

    “너는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애달픈 눈빛을 품은 남자 기생이더니(‘풍월주’), 다소 ‘지질’하게 천방지축 날뛴다(‘형제는 용감했다’). 배우가 작품에 따라 연기 변신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살인 용의자 3명이 모두 이 배우였다는 것을 관객들이 몰랐다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할 만하지 않을까.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난 배우 김재범(33)은 인터뷰 내내 ‘차분’과 ‘활달’을 넘나들었다. 갑자기 눈을 아래로 착 내리깔길래 “촬영(연극 ‘유럽블로그’를 위해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를 다녀왔다.) 때문에 피곤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역할에 몰입 중”이라고 농을 던진다. 오는 25일부터 막을 올리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그는 사랑 때문에 행복했다가 그 사랑탓에 절규하는 주인공 베르테르 역할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이다. ●2006년 오디션 탈락 ‘쓴잔’ 베르테르는 그에게 ‘간절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사랑의 희로애락을 모두 발산하는 매력적인 배역이기도 하지만, 2006년 오디션을 봤다가 아쉽게 떨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달랠 기회를 맞았지만,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얼마 전 진행한 런 스루(전막 연습)에서 그 불안과 맞닥뜨렸다. “몸을 많이 쓰는 동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연습이 끝난 뒤에 만신창이가 됐다. 2막으로 가면서 감정이 거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감정 소모라는 게 정말 무섭더라. 연습에서도 이런데 배경, 조명, 무대가 완벽하게 갖춰진 공연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습 끝난 뒤엔 몸이 만신창이 1774년 당시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 뒤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베르테르를 모방해 자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후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까지 나왔으니, 당사자의 감정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내뿜는다면 오죽하랴 싶다. 과연 그런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솔직히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빠져들 수가 있을까, 거의 자기를 버릴 정도로’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연습을 할수록 김민정 연출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고 했다. “영혼이 끌리는, 인간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었죠.” 많은 관객들이 1막 후반부 ‘돌부리 장면’에서 눈물을 쏟는다. 베르테르가 연인 롯데를 떠나보낸 심적 고통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아픔으로 치환해 절규하는 장면이다. 그는 오히려 그 직전 무덤덤한 척하며 롯데에게 등돌리는 장면이 더 힘겹다고 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돌아서면서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이미 감정은 끓어올랐는데 무덤덤하게 노래해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아요. 그때부터 마지막까지 죽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미쳐버리죠.” ●롯데에게 등돌리는 장면 가장 힘들어 이번 공연에서는 베르테르가 네 명이다. 김다현, 성두섭, 전동석까지 다들 ‘미모’로 한 가닥하는 뮤지컬 배우들이다. 각자의 개성을 물었더니, “김다현은 정말 멋있어요. 남자가 봐도 잘생겼죠. 전동석에게서 남성적인 매력이 넘친다면, 성두섭은 좀 더 뭉클하고 애절한 베르테르라고 할까요. 물론 제 캐스팅을 보셔야죠.” 진지한 설명을 화통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베르테르가 죽음을 선택하는 건 롯데와 나눈 마지막 키스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느꼈을 그 절망과 환희에 저도 당분간 빠져 있으려고요.”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00년에 제작한 창작뮤지컬.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 16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5만~10만원. 1588-0688.
  • 일렁이는 물결 자욱한 안개 … 적막한 ‘느낌’ 화폭에 담아

    일렁이는 물결 자욱한 안개 … 적막한 ‘느낌’ 화폭에 담아

    “영업비밀이에요.” 장난스레 입을 앙다물더니 이내 설명해 준다. “사진으론 잘 안 살아나는데 실제로 보면 이 물결의 입체감이 대단하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을 본 분들은 꼭 이걸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세요. 붓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프레이를 이용하는 거예요. 캔버스를 눕혀서 양쪽으로 다른 색을 뿌리면 중간에 뭉쳐지면서 저런 느낌이 나와요.” 그림의 소재는 주로 물이다. 물인데 그냥 물 자체라기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일렁대는 물결이 부각된다. 작가 말마따나 사진보다 실물의 느낌이 더 강하다. ●“물감 스프레이 작업 입체감 살려”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잠원동 갤러리우덕에서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최아영(64) 작가를 신문로 자택에서 만났다. 미리 얘기하자면 남편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작가는 그래서 “이제 해방됐다.”고 말했다. 무슨 얘긴가 했더니 남편이 공무원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간 개인전을 못 열었단다. 그래서 서울대 미대 여자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울회 명의의 단체전에만 작품을 내놨었다. 이제 남편이 공무원이 아니니 마음 편하게 개인전도 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사실상 첫 개인전인 셈이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은은한 톤이다. 빨강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색보다는 파란색, 녹색 위주로 하되 톤에다 많은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산과 바다를 주된 소재로 삼았는데, 그것 역시 하나하나 일일이 묘사한다기보다 그때 받았던 눈부신 인상만 뽑아내 스케치한 느낌이 강하다. 물결의 느낌, 산세의 느낌, 자욱하게 낀 안개의 느낌 같은 것들을 툭툭 던져뒀다. 지난 3년간 틈틈이 그린 30점을 내놓았다. 왜 이런 자연만 그리느냐고 했더니 취미가 그렇단다. 야외활동, 그러니까 이런저런 운동에다 뛰어난 운전 솜씨까지 아주 활달한 성격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스킨스쿠버. 힘든 운동인데도 어쩌다 한번 배워 보니 의외로 쉬웠단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느꼈던 그 물 속 세계의 환상적인 느낌이 좋아 자주 그린다. 오래 머물 기회가 있었던 미국 알래스카의 사계절 풍경이나 우연히 들렀던 노르웨이 북단의 피요르드 풍경도 있다. 그래서 전시를 한다고 했을 때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성격도 활발한 데다, 남편의 대외활동상 이런저런 바깥 약속도 많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 언제 그림 그릴 새가 있었느냐는 말이 나올밖에. 그림은 새벽에 그린다. “전 새벽 4시 30분쯤이면 항상 일어나요. 기분이 맑고 좋을 때, 그때 작품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편입니다.” 뜸도 많이 들이고 공도 많이 들인다. “사실 어릴 적에는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런데 피아노는 현장에서 한 음 잘못 치면 망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림은 내가 완성됐다 싶을 때 내보일 수 있더라고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미술을 했지요.” 지금도 그림 한 점에 3년 정도 공을 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벽에 걸어두고 마음에 들 때까지 만진 뒤에야 내놓는다. 그런데 작품에 사람이 너무 없다. 일렁대는 물결과 자욱한 안개 외에 인기척이 없다 보니 다소 썰렁한 느낌이 든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살면서 고민이 많아 사주와 관상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공부 끝에 사람마다 다 팔자가 있고, 이것 또한 내 팔자니 편안하게 받아들이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부작용은? 사람 얼굴을 안 그리게 됐다. “얼굴을 보면 관상이 보이고 관상이 보이는 가운데 사주가 함께 보여서 그릴 수가 없더라고요.” 어째 섬뜩하다 했더니 작가는 가볍게 웃어 넘기란다. ●“받아들이며 살자는 깨달음이 작품에 도움” 무슨 고민이 있었을까. 남편 이력은 화려하다. 엘리트 공무원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새 정부 들어서도 주미 대사에다 무역협회장으로 계속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말하자면 ‘고상한 마나님’인 셈이다. “아유, 바깥에서 남들 보기엔 그렇죠. 그런데 공무원 생활 초기에는 너무 승진이 안 됐어요. 남편도 국장 한번 되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었으니까요.” 사주, 관상을 공부하게 된 계기다. 뒤로 갈수록 관운이 트이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사주와 관상을 기초로 이런저런 일에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떨 때 어떤 내용으로? 그 또한 영업비밀이다. (02)3449-6071~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형 다빈치 교육을 말하다] 융합형인재교육 현장 가보니

    [한국형 다빈치 교육을 말하다] 융합형인재교육 현장 가보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뛰어난 미술작품 외에도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다. 다빈치는 1500년대 초반 보르자 가문에서 수석 측량가 겸 엔지니어, 지도 제작자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간의 몸을 직접 해부해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위대한 예술가로 불리는 다빈치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보인 소질과 관심으로 건축가이자 조각가, 수학자이자 철학자라는 직함을 얻었다. 융합교육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학문의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에 한 우물만 파서 성공했다는 ‘달인’의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학의 원리를 말로 풀어내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식 기법,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숨어 있는 나노과학 기술 등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넘나들며 접근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 새로운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붓과 황금비율 수식이 만나 완성도를 높인 다빈치의 작품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서로 다른 학문이 한데 만나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스팀(STEAM), 다시 말해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을 융합한 한국형 다빈치 교육, 융합형 인재교육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지난달 7일 부산 대연중학교 과학실에서는 24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로봇 제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SELF-STEAM’(셀프 스팀)이라는 이름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동굴에 소형 로봇을 투입해 보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꼬불꼬불한 동굴 속 미로에서 잘 움직일 수 있는 스위치 로봇을 만들어야 했다. 방향을 잘 바꾸고, 장애물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5개 팀으로 나누어진 학생들은 가장 먼저 보물을 찾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학생들은 로봇의 설계방법과 디자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청소용 로봇, 서빙 로봇, 반딧불이 칠판지우개 로봇 등 개성 있는 로봇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출발해 보물을 향해 달려간 5개의 로봇 가운데 일등을 거머쥔 것은 청소용 로봇. 로봇에 빗자루 모양의 부직포를 달아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명희 과학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해 실험을 하다 보니 전형적인 과학실험이 아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면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창의적인 사고도 키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STEAM 동아리·방학캠프 등 운영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정한 STEAM 연구시범학교 중 한 곳인 대연중은 STEAM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해 학교 안에 별도의 ‘스팀 존’(STEAM ZONE)을 만들기도 했다. 실험에 필요한 교구를 배치하고 수업 결과물을 전시해 놓았다. 여기서 STEAM 동아리, 토요일 STEAM 교실, 방학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지역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된 서대문구의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는 수업시간에 다양한 융합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과학실에서는 각종 실험도구 외에 클라리넷과 리코더 등 악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실도 아닌데 악기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소리 전달의 과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 학생이 리코더로 음악수업 시간에 배웠던 노래를 연주하자 과학교사는 “방금 전 친구가 분 리코더 소리가 여러분 귀에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학생들도 이내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생긴 공기의 진동이 소리로 바뀌어 귀에 들리는 거예요.” 교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쉽게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 김정효 교장은 “교과서로 딱딱하게 수업을 하는 것보다 노래를 들려주고 눈에 보이는 실험을 하면 아이들의 몰입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다.”고 말했다. 창의재단은 지난해 8월 전국 16개 학교를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80곳으로 확대해 융합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수학·과학·기술가정·예체능 수업의 20%를 융합형 수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나의 중심 교과를 두고 필요에 따라 다른 교과목을 접목시켜 설명하는 교과 내 수업형과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과목을 함께 배우는 교과 연계형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개발·연구에 교사 역량 중요 자신이 전공한 과목만 숙지해 가르치면 됐던 기존 수업과 달리 다양한 과목을 융합해 가르쳐야 하는 STEAM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업을 이끌어 가는 교사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재단은 올해 전국 150개 교사연구회를 지원하고 있다. STEAM 교사연구회는 현장 적용성이 높은 STEAM 수업모델과 창의적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7명 내외의 현직 교사, 대학 교수,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협동 연구팀이다. 2년 연속 STEAM 교사연구회로 지정된 진주동중학교 STEAM 교사연구회는 ‘에어서핑(Air Surfing) STEAM 프로그램’을 개발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쉽게 설명하고 최근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우주항공산업 분야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해 큰 호평을 받았다. 에어서핑 프로그램은 과학, 기술, 수학, 미술, 국어 등 5개 교과목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융합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 수업 시간에 양력과 베르누이 법칙 등 비행기의 원리를 배운 뒤, 스티로폼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접 창의적인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대회로 구성됐다. 에어서핑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도 STEAM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파됐다. 조향숙 과학창의재단 융합교육정책실장은 “STEAM 시범학교와 교사연구회 외에도 융합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 연수, 첨단 과학교사연수센터 지원, STEAM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미래형 과학교실 지원 등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대선후보들 민생경제 살릴 리더십 보여라

    글로벌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와해 직전 상태에 있다.’는 경고에서는 섬찍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늘 일본 도쿄에서 열릴 연차총회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2%대 국내 경제성장 전망의 대열에 곧 한국은행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가 사상 유례 없는 장기 저성장 터널에 진입한 모양이다.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건만 회복 기미는 요원하다. 우리 정부도 추경에 버금가는 13조원의 재정투자에 나섰으나 회복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선 후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에 몰입해 있는 양상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복지와 재벌 개혁이다. 극심한 사회 양극화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복지와 재벌 개혁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정책목표다.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성장 없는 경제민주화는 사상누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어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차기 정부가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민주화의 프레임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력이 꼽힌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바뀌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길어질수록 위기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까닭에 대선 주자들은 민생경제를 살릴 공약 제시와 리더십 발휘에 주력해야 한다. 암울한 경제상황을 극복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궁극적 주체는 임기를 4개월여 남긴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바로 대선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 떠맡아야 할 과제다. 당장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 정부가 장밋빛 전망으로 편성한 새해 예산안의 세입과 세출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경제민주화,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경제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재원 배분 정책의 조화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 홍콩경찰의 불편한 진실 ‘콜드 워’… 축제는 시작됐다

    홍콩경찰의 불편한 진실 ‘콜드 워’… 축제는 시작됐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열흘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1시 30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콜드 워’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10년여 동안 미술감독과 조감독으로 홍콩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렁록만·서니 럭 감독의 데뷔작이다. 홍콩영화로는 처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대됐다. ●개막작 ‘콜드 워’ 세계 첫 공개 홍콩에서 폭탄 테러와 함께 경찰 5명이 실종된다. 경찰수장 격인 경무처장은 덴마크 출장 중인 가운데 두 명의 ‘넘버 2’인 리와 라우가 서로 작전의 주도권을 쥐려고 옥신각신한다. 하지만 벽에 부딪힌다. 실종된 5명 가운데 4명의 경찰이 돌아오지만, 인질의 몸값 6000만 홍콩달러를 빼앗긴다. 내부자의 소행이 분명한 상황.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리와 행정직으로 출발한 라우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가청렴위원회까지 수사에 개입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무간도’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차가운 누아르다. 경찰과 범인, 혹은 선악의 대결에 주목하는 범죄스릴러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콜드 워’는 홍콩경찰 내부의 역학관계와 갈등에 주목한다. 인간내면의 욕심과 양심에 관해 묻는다. 홍콩 누아르 특유의 비장한 액션보다 팽팽한 심리극에 초점을 맞췄다. ‘콜드 워’를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2002년 ‘무간도’ 이후 반짝 살아난 듯하다가 활력을 잃은 홍콩 영화계에 새 희망을 던졌기 때문. ‘무간도’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 사람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은유적으로 담아 호평을 받았다. ‘콜드 워’ 역시 누아르라는 외피로 포장했지만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홍콩 치안당국의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두 감독은 반문한다. 신인의 작품인 만큼 다소 튀는 전개도 눈에 띈다. 하지만 배우의 호연은 단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리역의 량자후이(梁家輝)는 ‘로스트 인 베이징’에 이어 또다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1990년대 아시아 대표 꽃미남 배우였던 궈푸청(郭富城)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경찰간부 라우로 나오는데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다. 렁록만과 서니 럭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경찰영화는 그동안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보다는 경찰 내부의 갈등, 조직의 모순을 드러내면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궈푸청도 “관객들은 그저 신인감독으로 알겠지만 두 분 다 홍콩영화계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이고, 5년여 동안 시나리오를 다듬었다는 데서 믿음이 갔다. 홍콩영화가 슬럼프였지만 감독·배우·스태프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 만큼 전 세계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량자후이는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만큼 마켓(해외 판권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75개국 영화 304편 ‘한눈에’ 한편 오후 7시에 국민배우 안성기와 중국 배우 탕웨이의 사회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는 이병헌, 장동건, 정우성, 장바이즈, 량자후이, 궈푸청 등 국내외 스타들이 레드카펫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허남식 영화제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영화의 바다’가 열린 뒤 개막작인 ‘콜드 워’가 상영됐다. 이번 영화제에는 총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세계 첫 공개작품인 월드 프리미어 93편과 자국 외 첫 공개작품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9편이 포함됐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美항모 2척 뜨자 中핵잠 정조준…G2 센카쿠 일촉즉발

    美항모 2척 뜨자 中핵잠 정조준…G2 센카쿠 일촉즉발

    중국의 핵잠수함이 중·일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 인근에 배치된 미국의 핵항공모함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주장이 중국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된 동중국해에 미국의 항모전단이 집결하자 중국 군이 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영토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인 차이쉰(財訊)은 3일 “미국이 핵항모 조지 워싱턴함을 댜오위다오 해역으로, 존 스테니스함을 남중국해로 보낸 것은 댜오위다오 등의 수호 의지를 천명한 중국 군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핵잠수함이 두 항모를 비밀리에 추적해온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의 핵잠수함이 탄도미사일로 미 핵항모들을 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이쉰은 이 같은 보도의 구체적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차이쉰은 “이 같은 상황은 1996년 타이완 위기 당시 황해(우리의 서해)에서 중국 핵잠수함들이 비밀리에 미 항모를 추적하며 격침 명령만을 기다리던 때와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중국 전략 핵미사일 부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차이쉰은 “전략 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이 미국의 41개 주를 타격할 수 있는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 훈련을 부단히 실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댜오위다오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끼어들지 말 것을 경고하는 신호”라면서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핵잠수함들이 미 항모들을 공격함과 동시에 제2포병도 과녁(미 본토)을 조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차이쉰의 보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확인시켜 주듯 중국 군은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 기간에도 군사훈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이날 중국 해군 남해함대가 전날 남중국해 시사(西沙·파라셀)군도에서 긴급 전쟁준비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동해함대는 지난달 30일 동중국해에서 신형 전투기와 폭격기, 구축함 등을 동원해 해·공 합동 실탄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이 이처럼 국경절 연휴 동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훈련에 몰두하는 것도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의 분쟁 상대국인 일본, 베트남, 필리핀은 물론 이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일본 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의 오키나와 배치를 강행한 것은 일본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군이 연휴 기간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에 몰입하는 것은 권력 교체기를 맞아 군의 기강을 다잡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언급에서 엿보이듯 전통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의 역량 확대에 큰 힘을 기울여 왔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한 12세 천재 소녀 등장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보다 더 똑똑한 10대 소녀가 등장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리버풀에 사는 올리비아 매닝은 올해 12살로, 최근 받은 IQ테스트에서 162를 기록했다. 매닝의 IQ는 스티븐 호킹과 아인슈타인의 IQ(160)보다 높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IQ 테스트를 마친 이 소녀는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 가입 자격을 획득했으며, 앞으로 국적을 불문한 뛰어난 천재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매닝은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기억하고 몰입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나의 IQ 결과에 나 역시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IQ가 공개된 뒤 내게 숙제를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면서 “나는 그저 어려운 문제를 풀며 머리를 쓰는 것을 좋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수학 문제보다 연극을 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매닝은 당분간 교내 연극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맥베스’ 공연 당시 자신의 대사를 외우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4시간이었다. 한편 매닝의 학교 내 단체인 ‘교내 멘사 문제해결 클럽’의 담당교사는 “매닝에게 조금 더 많은 양의 과제와 문제를 내 주는 등 특별한 교육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경력 단절 여성/임태순 논설위원

    미국의 직업심리학자 도널드 슈퍼는 여성의 진로유형을 7가지로 분류했지만 크게 ‘가정파’와 ‘직업파’로 나눌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신부수업을 하다 결혼하는 ‘안정적 가정주부형’과 직장을 다니다 결혼과 함께 가정에 들어앉는 ‘전통적 진로형’이 전자에 속한다. 과거에는 이런 유형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하는 추세다. 슈퍼는 직업파를 결혼과 관계없이 직장을 갖는 ‘안정적 진로형’, 결혼해서 직장을 갖는 ‘이중진로형’,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뒤 취업하는 ‘단절진로형’, 가정과 직장생활을 오락가락하는 ‘불안정한 진로형’, 직장도 가졌다 이혼도 하면서 일관성 없는 횡보를 보이는 ‘충동적 진로형’으로 세분했지만 ‘직장맘’은 안정적인 진로형과 단절진로형이 대부분이다. 전문직을 갖고 있는 슈퍼 우먼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양육의 부담이 덜어지면 과거의 경력을 이용하거나 경력을 개발해 취업하는 단절진로형이 일반적이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아진 데다 가전제품의 개발 등으로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일에서 얻는 만족감, 성취감도 적지 않다. 자녀가 부모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여성들은 자신의 삶,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 여유시간을 사회봉사, 취미활동 등을 통해 지내기도 하지만 일에 대한 몰입, 몰두로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또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충당하고 ‘외벌이’로는 부족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경우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서울지역 여성이 재취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강사·전문상담직종이고, 희망월급은 150만~200만원이라고 한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올 상반기 취·창업 경력개발교육 참여자 13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다. 이들 직종이 선호되는 것은 여성들에게 적합하기도 하지만 업무시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 여성들은 양육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오랜 시간 현장을 떠난 것에서 오는 업무 미숙, 직장 내 언어폭력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업무 미숙은 교육이나 본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폭언과 막말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 아내가 함께 일하는 시대에는 직장 상사들도 언어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길섶에서] 성묘길/육철수 논설위원

    추석날, 장인어른이 안장된 이천호국원을 찾았다. 장모님은 사위의 동행이 무척 반가우셨나 보다. 이른 아침부터 차례 음식을 챙기고 옷단장에 선글라스까지…,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 계셨다. 온 식구가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나섰는데,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앞이 캄캄했다. 대한민국의 차란 차는 다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1시간 거리를 4시간 만에 갔다. 돌아올 때는 국도와 지방도로를 이용했다. 쾌청한 가을날, 누런 들판과 시골의 정경들이 스쳤지만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서울로 가는 길만 신경 썼다. 장모님이 이따금 “저녁 사 먹고 가자.”고 하셨지만 “괜찮습니다!”를 연발하며 길을 재촉했다. 3시간 후 서울에 막 들어서는데 장모님 말씀, “여보게 육 서방! 볼 일이 아주 급하네….” 운전에 몰입한 사위한테 말을 걸기가 미안해서 한 시간을 참으셨다나? 아차! 저녁 먹고 쉬어 가자는 게 그 뜻이셨구나. 장모님께 효도 좀 하려고 모처럼 함께 나선 성묘길인데, 하마터면 막판에 큰일 날 뻔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순재-최불암-노주현, 박근혜 곁으로 가더니…

    이순재-최불암-노주현, 박근혜 곁으로 가더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위한 ‘단기 잠행’을 멈추고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는 등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28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정당은 새누리당뿐”이라면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잘하는 세력에 맞서 승리하는 길은 정책 선거를 펼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구 방문은 지난 8월 20일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텃밭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석 연휴 첫날인 29일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몰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후보는 선대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막바지 인선 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입 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삼고초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선대위원장으로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송 교수의 최종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박 후보의 대선 공약을 집대성하게 될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인선을 마무리했다. 위원회 산하 18개 추진단에는 현역 국회의원 60명 등 총 293명의 ‘매머드급’ 규모다. 이 중 김대중 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연극배우 손숙씨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순재·최불암씨, 탤런트 노주현씨도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 발탁됐다. ‘경제민주화 추진단’에는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가, ‘일자리 추진단’에는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 ‘안전한 사회 추진단’에는 성폭력 관련 부모모임 회장 등이 각각 이름을 추가로 올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텃밭’ 대구 간 朴 “정책선거로 승부”

    ‘텃밭’ 대구 간 朴 “정책선거로 승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위한 ‘단기 잠행’을 멈추고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는 등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28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정당은 새누리당뿐”이라면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잘하는 세력에 맞서 승리하는 길은 정책 선거를 펼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구 방문은 지난 8월 20일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텃밭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석 연휴 첫날인 29일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몰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후보는 선대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막바지 인선 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입 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삼고초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선대위원장으로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송 교수의 최종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박 후보의 대선 공약을 집대성하게 될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인선을 마무리했다. 위원회 산하 18개 추진단은 현역 국회의원 60명 등 총 293명의 ‘매머드급’ 규모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순재·최불암씨, 탤런트 노주현씨도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 발탁됐다. ‘경제민주화 추진단’에는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가, ‘일자리 추진단’에는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 ‘안전한 사회 추진단’에는 성폭력 관련 부모모임 회장 등이 각각 이름을 추가로 올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시장선도 성과로 인사”

    “시장선도 성과로 인사”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성과주의 인사를 선언했다. 구 회장은 최근 전자·통신 등 주요 사업의 실적 부진과 직원들의 이직 등을 우려하며 시장 선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뒤 임원 인사를 ‘시장 선도의 성과’를 기준으로 하겠다는 인사 원칙을 밝혔다. 구 회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결과 대부분의 사업이 선도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도하지 못하면 고객과 인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임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임원 세미나에는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LG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 분위기는 전에 없이 비장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구 회장은 “각 사업은 고객 가치 측면에서 탁월한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모든 임원은 철저히 ‘시장선도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제대로 된 보상을 통한 우수 인재 확보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시장선도기업에 걸맞은 보상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조건이 맞지 않아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직원이 조직에 실망해 LG를 떠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고객가치’에 몰입하는 LG만의 일하는 방식을 요구했다. 그는 “사업부에 과감히 권한을 위임해 ‘책임경영’을 확대하고 고객가치와 무관한 업무는 없애야 한다. 보고나 회의는 획기적으로 줄이고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경쟁사들이 쉽게 넘지 못할 실력의 벽을 쌓아 나가야 하고 철저히 실행해야 가능하다.”며 실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나이가 많다고?… 무대선 계급장 떼고 하는 것”

    “나이가 많다고?… 무대선 계급장 떼고 하는 것”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공연된 오페라다.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그를 흠모한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란 제목으로 선보였다. 오페라의 문외한이라도 ‘축배의 노래’ 한 토막은 들어봤을 만큼 수도 없이 많이 공연됐다. 그럼에도, 새달 13~1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올려질 ‘라 트라비아타’는 주목할 만 하다. 가수(테너)로 80여 차례 이상 주인공 알프레도 역을 소화했고, 연출자로도 30여차례 이상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린 베르디 전문가 박세원(65) 서울대 교수가 주인공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1982년 로마에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등에서 오페라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19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알프레도 역을 맡아) 부담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늙은 사람들은 좀 그만하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냉정하게 말하면 무대에선 계급장을 떼고 하는 거다. 나이가 많다는 게 흠이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어 “나이가 들면 성대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날 가수들이 헤비급이었다면, 요즘은 보통 체격의 테너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과학적으로 성대구조를 연구해 근육을 효과적으로 단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대 중반의 나이지만 평생 술·담배를 멀리하고 ‘성대 근육’을 관리해온 그답게 자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또한 “(2003년) 서울시 오페라단장을 맡은 뒤로도 감(感)을 잃지 않으려고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이번에 알프레도 역을 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수로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대의 감을 유지해야 후배들에게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적인 연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직을 그만두기 전까지 베르디의 작품에 천착했다. ‘리골레토’ ‘돈 카를로스’ 등 이른바 ‘베르디 빅5’는 세종문화회관의 3000여석을 가득 채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하지 않고 검증된 레퍼토리를 우려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공존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바리톤 가수였던 베르디는 성악을 알고 오페라를 쓴 몇 안 되는 작곡가다. 그의 작품은 아무리 많이 불러도 가수의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현란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관객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안기는 명품오페라”라고 말했다. 그는 베르디의 대척점에 모차르트가 있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테너 파트에 기교를 너무 넣어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자칫 성대에 치명적인 위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소년 야구에서 어린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하려고 커브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 그는 또한 “지금껏 해왔던 것들은 싹 버리고 새롭게 해야만 혁신이나 창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 백 년 역사의 서양오페라를 우리가 접한 건 불과 60여년이다. 문화에서도 압축성장으로 (유럽을) 따라가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알려진 콘텐츠를 관객들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관객도 100%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적인 대목을 없애고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 연출했다고 했다. 자막의 문어체식 표현도 현대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냐고. “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내려와도 여한은 없다. 원작에서 알프레도는 27~28세인데 (65세인) 내가 얼마나 배역의 분위기를 살리고,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70대에도 무대에 올랐지만 유명세를 등에 업는 건 의미가 없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오늘은 과장님 옆자리 앉겠습니다”

    “오늘은 과장님 옆자리 앉겠습니다”

    “오늘은 과장님과 상의할 게 많아서 바로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예전엔 상관에게 ‘보고’하는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수시로 소통하면서 일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1층에 위치한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는 행정안전부 채경아 서기관의 소감이다. 제도총괄과, 행정제도과, 민원제도과 등 3개과 소속 55명이 일하는 제도정책관실은 지난해 11월부터 스마트워크센터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책상 칸막이 없애 대화 늘어 이곳은 다른 부처 사무실과는 근무환경이 전혀 다르다. 유명 건축디자이너 최시영씨가 디자인한 사무실은 경복궁 돌담에서 착안해 사무기구와 마감재의 색깔을 통일하고, 칸막이를 전부 없앴다. 또 일반 사무실이면 곳곳에 배치된 복사기와 팩스기 등도 한곳에 몰아넣었다. 직원 사물함은 따로 설치됐다. 개인 공간 면적은 222.77㎡로 과거(284㎡)보다 줄었지만, 공용공간 면적은 245.23㎡로 기존 154.15㎡보다 넓어졌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회의실이 3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외형만 바뀐 것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고정 좌석이 없다. 출근하면 앉고 싶은 자리에서 업무를 본다. 이런 업무환경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클라우딩 컴퓨터 체제이기 때문이다. 중앙에 처리시스템이 있고, 직원들은 아무 PC에나 앉아서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서를 받아 접속해 근무하면 된다. 이러한 변동좌석제를 통해 자료 공유도 과거보다 더 쉬워졌다. 월평균 종이사용량은 14.5% 줄었다. 실제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직원들은 서로간의 대화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대신 사적인 전화나 PC에서의 개인 업무 등은 가급적 피하게 됐다. 책상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지며 생긴 변화다. 제도총괄과 양태원 사무관은 “다른 실·국의 경우 과별로 업무가 이뤄지는 데 반해, 제도총괄관실은 상대적으로 국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됐다. 스마트워크센터를 분석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조직활력도는 3.64점(5점 만점)으로 3.25점인 비교집단보다 높았다. 마찬가지로 개인 삶의 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스마트워크센터 근무자들은 3.36점으로 나타나 3.28점인 비교집단보다 높았다. 탈권위 의식을 묻는 질문에도 스마트오피스 근무자들은 3.64점을 기록했다. ●조직 활력도↑ 업무 몰입도↓ 물론 업무몰입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개방형 공간이다 보니 칸막이 안에서 근무할 때보다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MAC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오피스 근무자들의 업무몰입에 대한 긍정도는 18%로, 비교집단(30%)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총괄국은 따로 업무에 집중하고 싶은 직원들을 위해 별도의 근무공간을 마련했다. 2014년까지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마무리되면 스마트워크센터는 출장 공무원들이 사용하게 되는 업무 공간으로 본격적으로 확대 활용된다. 정정순 제도정책관은 “특히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면서 “경기도 등에서 실제 스마트워크센터를 벤치마킹해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리트위트와 공유가 넘쳐난다.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장그래’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등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한다. 사회생활 경험도, 관련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그의 회사생활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이끼’로 이름을 날린 윤태호 작가는 장그래의 회사생활과 인생을 그가 가장 잘하는 바둑에 비유해 보여준다. 장그래는 회사생활을 하는 내부인이자, 회사를 바둑판처럼 내려다보는 외부인이기도 하다. 장그래가 억울한 일을 겪으면 독자들은 흥분하고, 멋지게 일을 해결하면 모두 환호한다. ‘곤마’ ‘복기’ 등 전문적인 바둑 용어들도 술술 읽힌다. 직장인 정명기(39)씨는 “처음엔 바둑에 인생을 비유하는 것이 현학적으로 느껴졌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내 스스로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가끔은 소름이 끼치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 읽게 된다.”고 말했다. #김문학 과장은 가우스전자에 다니며 가우스아파트에 산다. 가우스모터스의 차를 타고, 가우스카드로 결제하며 가우스생명에 가입해 있다.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의 첫회는 ‘그렇다면 김 과장은 가우스의 직원인가 고객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의 기치를 내건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 직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착하지만 능력이 달리는 주인공 이상식씨를 중심으로 존재감이 없는 나무명씨, 기러기 아빠인 위장병 부장, 능력은 있지만 지나친 성형으로 표정이 사라진 성형미 과장 등 주변인물이 끊임없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가우스전자의 가장 큰 라이벌인 ‘와플’(애플의 패러디)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재되는 가우스전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실풍자’에 대한 곽백수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직장인 원은지(31·여)씨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등장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아침에 출근하면 곧바로 가우스전자부터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웹툰 전성시대다. 네이버 140편, 다음 60편 등 포털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은 현재 수백건에 이르고 웹툰으로 생활을 꾸리는 전문작가도 500명을 헤아린다. 웹툰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만화의 결합으로 탄생해, 대표적인 한국산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웹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웹툰에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맹목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영화 콘텐츠 중 관객평점 9점(10점 만점)을 넘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웹툰은 연재되는 대부분의 작품이 9점을 넘고 9.9점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 회라도 연재를 거르거나 하면 곧바로 평점이 뚝 떨어진다. 그만큼 연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수치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매달 방문자 수가 700만~1000만명, 페이지뷰는 8억~10억건 수준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바일 이용자를 포함하면 수치는 최소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특별한 타깃이 없다는 점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원래 만화계에는 순정잡지는 소녀팬, 성인잡지는 성인 남성 등으로 독자 중심의 타깃을 설정했다.”면서 “하지만 웹툰은 접하기만 하면 독자 누구나 자신에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하루 최소 3~4시간은 접속하기 때문에 접근 장벽도 아예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웹툰의 다양성은 결국 소재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이 미생과 가우스전자에 열광한다면 젊은 여성들은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를 기다린다. 특별한 조리법 없이 작가가 내키는 대로 만드는 요리가 가끔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참사’에 가까운 결과물을 낳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부쟁이’,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은 전형적인 중·고등학생용 작품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한다. 이 밖에 야구만화인 ‘라이징 패스트 볼’, 판타지인 ‘신의 탑’과 ‘아스란 영웅전’ 등 웹툰 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 있다. 최근 몇 년 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 등 ‘스토리’의 보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다. ‘움비처럼’과 ‘그린스마일’ 등을 그린 권혁주 작가는 “웹툰이 공짜였기 때문에 급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콘텐츠로서 장점이 없었다면 10년이 넘도록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영화화의 대표주자는 강풀이다. 현재까지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이 개봉했고 현재 ‘26년’이 제작되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도 큰 인기를 모았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10여편은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평론가 서찬휘씨는 “웹툰 영화화 초창기에는 서술형식인 웹툰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려고 해 관객들이 낯설어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기고, 웹툰의 주제들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인하 교수는 “특화된 작품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그게 영화화되거나 출판만화로 나오면서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작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호랑 작가의 ‘봉천동 귀신’이 이미 지난해 미국 만화사이트에 번역 게재됐고, 상당수 작품이 해외 네티즌이 번역해 게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만화계 입장에서는 웹툰의 인기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 없다. 우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양날의 칼이다. 웹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아도 단행본으로 나오면 판매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와 접근은 용이하지만 결국 2차적 활용은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규모의 추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계 일각에서는 웹툰 시장 규모가 1000억원 수준으로 출판시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수백명이 넘는 웹툰 작가들의 원고료도 아주 낮다. 박 교수는 “현재는 극히 일부 잘나가는 작가들은 괜찮지만, 그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신인들은 고료가 형편없는 피라미드 구조”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즐겁게 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리뷰]매력적인 승려 원효와 의상 ‘쌍화별곡’으로 재탄생

    [리뷰]매력적인 승려 원효와 의상 ‘쌍화별곡’으로 재탄생

    “태어난 자는 필멸하니,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 보면 처참하고 잊으려 하면 생생하고 지나고 보면 허망하네. 죽음이란 무엇인가.” 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탄생과 죽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했던 화랑 ‘원효’. 그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신라의 대표 승려 ‘의상’. 뮤지컬 ‘쌍화별곡’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현재까지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 두 인물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해골물 일화로도 유명한 원효와 의상의 ‘쌍화별곡’은 원효가 낭도 시절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탄생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다 불교에 귀의하면서 시작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지만 인간의 고뇌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인들은 여전히 생사(生死)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사랑과 이별의 이중성에 고민하며, 숱한 유혹과 질투와 미움에 사로잡혀 산다. 역시 이에 번뇌한 원효와 의상은 과거를 대표하는 고승이자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번뇌는 마음에 있으며 번뇌를 버리는 것 역시 마음에 달려 있다는 불교적 철학이 원효와 의상의 노래 가락과 몸짓으로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심오한 사상을 다룬 탓에 자칫 극 전체가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지만, ‘쌍화별곡’은 이를 소박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관객의 종교와 나이의 제한을 타파한다. 원효와 요석공주(김춘추의 딸), 의상과 당나라유학 중 만난 여인인 선묘낭자의 사랑이야기 역시 그들이 천년 역사의 신라를 대표하는 촉망받는 고승이기 이전에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다르지 않은 중생임을 일깨워주면서 친근함을 전달한다.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뮤직넘버로 관객을 사로잡은 ‘쌍화별곡’은 무용가, 안무가, 배우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해 온 이란영의 첫 연출작이다. 여기에 국악 타악기와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으로 극에 꼭 맞는 음악적 옷을 입힌 작곡가 장소영과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등 주옥같은 가사로 원효와 의상을 표현해 낸 작사가 이희준 등 ‘쌍화별곡은’ 한마디로 실력파 여성 3인방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웅장한 서사시다. 무대를 가득 메운 두 개의 회전무대는 관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김다현, 박완, 김호영, 정선아 등 뮤지컬계 톱스타들의 열연은 단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극 몰입도를 가져다준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층 높여준 ‘쌍화별곡’은 9월 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오는 11월까지 부산과 대구, 중국 등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12 베스트브랜드 대상] 삼성전자 ‘삼성 스마트 TV’

    [2012 베스트브랜드 대상] 삼성전자 ‘삼성 스마트 TV’

    삼성전자의 2012년형 ‘삼성 스마트TV’는 ▲음성·동작을 인식하는 ‘스마트 인터랙션’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인 ‘스마트 콘텐츠’ ▲스스로 진화하는 TV를 만드는 ‘스마트 에볼루션’ 기능을 갖췄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스마트 TV ‘ES8000’은 나를 알아보고 이해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미래형 TV다. 이 제품은 혁신적인 인터페이스, 대형 화면에 최적화된 콘텐츠, 두 배로 향상된 TV 하드웨어 성능 등을 자랑한다. 또한 베젤 두께를 5㎜로 줄인 혁신적인 시크릿 디자인으로 TV와 설치공간 사이의 시각적 장애를 줄여 3D 영상의 몰입감을 높여 준다.
  • [영화프리뷰] ‘나이트폴’ 연쇄살인범과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홍콩판 ‘추격자’

    [영화프리뷰] ‘나이트폴’ 연쇄살인범과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홍콩판 ‘추격자’

    영화 ‘도둑들’에 출연해 강한 남성미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한층 친숙해진 중국 배우 런다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나이트폴’은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로 홍콩판 ‘추격자’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3월 중국에서 개봉해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홍콩 스릴러영화의 부활을 알린 작품답게 초반부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촘촘하고 빠른 전개로 눈길을 끈다. 극 초반 잔인한 샤워장 난투극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시작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가 부각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는 유명 피아니스트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21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왕원양(장자후이)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겉은 살인범과 형사의 추격전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영화는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이게 될 관객과의 두뇌 게임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세상에 버림받은 뒤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21년간 감옥에서 버텨 온 왕원양의 미스터리한 정체에 대한 의문점을 유발하면서 피아니스트 서한림과 딸 서설의 관계에 관한 비밀, 미제 사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자살한 아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람 형사(런다화)의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짜임새 있게 버무린 감독의 연출 감각이 뛰어나다. 잔인하고 어두운 소재지만 중간중간에 흐르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세련된 카메라 워크로 영화의 완급을 조절한다. 전체적으로 1990년대 홍콩 누아르의 비장미와 미국 드라마의 치밀한 구성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다소 결말이 예측 가능하고 한꺼번에 사건의 비밀이 맥 빠지게 풀려 버리면서 영화의 뒷심은 조금 달리는 편이다. 런다화와 장자후이가 홍콩의 관광 명소인 옹핑360 케이블카에서 펼치는 고공 격투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바닥 면이 크리스털 재질로 되어 있어 발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 안에서 두 배우가 벌이는 육탄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엇보다 두 연기파 배우의 내공 있는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영화 ‘비스트 스토커’의 주연을 맡으면서 홍콩영화계의 부활을 이끈 장자후이는 대사 없는 벙어리 역을 자처해 강렬한 눈빛과 표정만으로 수십년간 맺힌 주인공의 고독감을 표현했다. 런다화 역시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배우답게 카리스마 넘치는 노형사와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지닌 아버지를 오가며 호연을 펼쳤다. 오는 27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한겨울 여인숙에 차례로 찾아온 5명의 투숙객. 그날 밤 내린 폭설로 고립된 여인숙에 다시 형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투숙객 가운데 있다는 소리에 한바탕 긴장감이 몰아닥친다. 세 마리 생쥐 노래에 얽힌 극적 결말이 드러나고, 공연 후 커튼콜에 나선 배우는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절대 (결말을) 말씀하시면 안 된다.”는 부탁을 늘어놓는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 ‘쥐덫’은 영국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에 막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린 작가는 1947년 팔순을 앞둔 메리 왕비의 요청으로 라디오 드라마용 시나리오인 ‘세 마리 눈먼 생쥐’를 희곡으로 각색했다. ‘쥐덫’이란 이름으로 개작된 작품은 195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돼 왔다. 지난달 2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SH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초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물로 막을 올린다. 밤길을 홀로 걷던 중년 여성을 해치는 잔혹한 장면은 그림자로 묘사된다. 이어진 무대는 여인숙 몽크스웰의 응접실. 이곳에서 배우들은 두 시간 안팎의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신혼부부 몰리와 가일즈가 친척에게 물려받은 여인숙은 말 그대로 모든 서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폭설에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여인숙을 찾으며 이야기는 속도감을 탄다. SH컴퍼니는 프리뷰 기간에 6000원이라는 파격가를 제시하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소극장 공연임에도 내로라하는 대극장 공연 사이에서 흥행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예술대 연기과 교수인 장두이가 ‘트로터 형사’ 역으로 출연해 정통극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연극 ‘블랙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봉두개는 렌 역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공연장은 40·50대 중·장년층이 점령했다. 다만 번안극에 정통 추리극인 탓에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개가 다소 늘어지다가 결말이 급작스럽게 튀어나온다. 회전식 무대가 아닌 평면적인 무대장치는 극의 깊이를 살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제작사 측은 “프리뷰 기간의 지적을 바탕으로 극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쥐덫’은 런던에서도 스타 배우도 없고, 홍보에도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오픈 런’으로 폐막 시기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18일까지는 60% 할인된 1만 3000~2만원. 이후 3만 5000~5만원이다. (02)747-2265.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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