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野·檢·法·言 서로 ‘으르렁’ / 막가는 정국
사회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수십년간 정치를 해온 여야 중진들조차 “세상이 어디로 가는 거냐.”며 고개를 흔든다.제어되지 않을 듯한 정국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
●한나라 “여권의혹 모두 國調”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수수와 16대 대선자금 논란,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및 몰래카메라 파문,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자살,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시위사건,권노갑 전 고문의 현대비자금 수수와 민주당 16대 총선자금 유입 논란,야당과 언론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손해배상청구소송,대법관 제청과 관련한 사법파동….
지난 한달 사이에 터져 나온 사건들이다.하나만으로도 정치판이 뒤흔들릴 대형사건들이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청와대,여야,검찰,사법부,일부 언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양상’으로도 비쳐진다.
민주당과 검찰이 한판 붙은 데 이어 대법관 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법무부와 사법부 사이의 기류도 심상찮다.여야 갈등뿐 아니라 여권 내부도 복잡하게 입장이 갈려 있다.
우선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강경하다.14일 의원총회에서 ‘정권퇴진운동 불사’ 얘기가 나왔다.홍사덕 총무는 “이승만 대통령은 70평생을 독립에 바쳤다.그러나 민주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 (국민들은) 국부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다.공로로 친다면 노 대통령은 이승만과 비교가 안된다.그런데 그가 지금 민주헌정질서를 짓밟고 있다.우리 당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최병렬 대표는정권퇴진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당장 퇴진운동에 나서지는 않을 듯하다.다만 이를 향한 수순에는 돌입한 모습이다.우선 한총련 시위와 관련해 21일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건평씨 등 노 대통령 주변인사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도 이달 중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나 민주당에 있어서 이들 사건은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한사코 이를 열겠다는 한나라당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한나라당의 움직임을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정면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민주 “정면대응 불사”
문제는 청와대와 여야 등 정치권의 어느 주체도 이같은 충돌을 제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브레이크 없는 차에 올라탄 기분”이라고 했다.여야가 사활을 건 17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치일정도 정국의 긴장을 높일 요소다.
진경호기자 j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