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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환 “한국 올 때 목에 뭐라도 하나 걸고 오겠다”

    박태환 “한국 올 때 목에 뭐라도 하나 걸고 오겠다”

    “귀국할 때 목에 뭐라도 하나 걸고 돌아오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4회 연속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룬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이 마무리 훈련을 하러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출국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네 종목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오는 30일 결전지인 브라질로 출발할 때까지 올랜도 훈련캠프에서 2주간 최종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박태환은 밝은 표정으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대한 생각을 매일 한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메달 욕심이 있지만 훈련한 게 잘 나오기만을 바란다. 좋은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치면 좋은 색깔의 메달이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각오를 밝혔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박태환은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한 것에 대해 “훈련하면서 마음을 잡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수영이기에 수영을 하며 마음을 조절하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올림픽 개막까지 20일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 준비를 잘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재차 의지를 다졌다. 호주 케언스에서 약 6주간 훈련을 하고 지난 14일 귀국할 때 “몸살 기운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밝혔던 박태환은 “아픈 데도 없고 몸살 기운도 사라졌다”고 몸 상태를 전했다. 박태환의 마무리 훈련에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 로버트 할리(28)가 훈련파트너로 동행한다. 할리는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열린 팬퍼시픽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박태환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앞서 2008년에는 국제수영연맹(FIINA) 경영월드컵 3차 시리즈 남자 배영 50m에서 23초24로 당시 쇼트코스(25m)의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다. 박태환은 할리에 대해 “예전에 호주 국가대표도 했고 경영대표 선발전 이전에 같이 훈련해 이미 잘 알던 선수”라며 “레이스 파트너가 같이 가는 것 자체가 장점”이라고 기대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8말 9초… 손학규 ‘복귀’ 시점만 남았다

    8말 9초… 손학규 ‘복귀’ 시점만 남았다

    김종인 “정치하려면 지금이 적기” 2野 중 어느 곳 선택할지 주목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지자들의 정계 복귀 요청을 받고 정치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손 전 고문의 ‘8말 9초’(8월 말~9월 초) 복귀설이 호남 정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가운데 그의 정계 복귀 시점이 초읽기에 돌입한 셈이다. <서울신문 7월 16일자> 손 전 고문은 지난 16일 강진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들의 모임인 ‘손학규를 사랑하는 모임’(손사모) 회원 50여명과 식사를 하며 이들의 복귀 요청을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손 전 고문은 “여러분의 고민을 충분히 알고 있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저에 대한 기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손 전 고문 측은 밝혔다. 손 전 고문은 또 “민초들의 아픔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산속 기거를 마치고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손 전 고문은 이들과 식사를 하며 저서 ‘저녁이 있는 삶’에 직접 자필 서명을 하기도 했다. 최근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손사모와 손 전 고문의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자들과 회동을 갖는 등 손 전 고문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정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정가에서는 더민주 차기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8월 27일 전후에 손 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당적을 바꾸지 않고 더민주의 새 지도부 체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7일 취재진과의 오찬 자리에서 손 전 고문의 복귀설에 대해 “그분도 이제 정치를 할 생각을 하면 시기적으로 지금 외에는 언제 다른 때 기회가 있겠느냐”면서 “정당에 다시 복귀하려면 과연 그 정당에 가서 무슨 역할을 할지 생각할 것 아닌가. (더민주든지, 국민의당이든지) 확실하게 확신이 서지 않으면 선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의 영입을 추진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취재진에 “손 전 고문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려고 복귀하겠느냐. 우리는 계속 (손 전 고문과) 교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강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北 풍계리 핵실험장서 ‘의심 활동’

    北 풍계리 핵실험장서 ‘의심 활동’

    北 ‘물리적 대응’ 위협 관련 주목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를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다수의 트력과 인력 등을 동원해 활발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이에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의 주시 중이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다수의 트럭과 인력이 지난 8일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면서 “(핵실험 가능성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풍계리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번 활동은 미국 전문가가 지난 11일 38노스에 기고한 내용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지난 한 주간의 활동이 최근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활동은 한·미 양국이 지난 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공식화한 이후부터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의 ‘중대경고’를 통해 “사드 체계의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그 시각부터 이를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여러 대의 트럭을 동원해 작업하는 것으로 봐서 단순히 핵실험장을 보수하고 관리할 수도 있겠지만, 군과 정보당국은 움직임 규모를 감안해 추가 핵실험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북한은 언제든지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핵실험을 할 준비가 다 돼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지난 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입구 위성사진에 자재나 비품으로 보이는 물체들은 물론 소형 차량과 광산용 운반차량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4마리 독사와 싸우다 주인가족 지키고 숨진 견공

    4마리 독사와 싸우다 주인가족 지키고 숨진 견공

    주인의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네 마리 독사를 온 몸으로 막아낸 한 견공의 충성심이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안기고 있다. 영국 메트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가자파티 지역 세바크푸르 마을의 한 가정집에서 견공이 가족을 지키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1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디바카르 라이타 가족의 집에 뱀 네 마리가 동시에 들어서면서 부터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뱀들은 라이타 가족의 집 인근에 위치한 산 쪽에서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바크푸르 마을은 낮은 언덕들과 관목 지대에 둘러싸여 있어 야생 동물의 습격을 자주 받는 편이다. 특히 파충류가 사람들 몰래 주택이나 축사에 숨어들어 피해를 입히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뱀들은 라이타 가족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집안에 침투하려 했고, 여덟 명의 가족은 큰 위험에 빠질 뻔했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지키던 도베르만 한 마리의 충성심 덕분에 라이타 가족은 안전할 수 있었다. 견공은 뱀들을 발견한 즉시 공격을 시작해 오랜 시간 싸웠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견공은 끝내 네 마리 뱀의 목숨을 모두 끊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뱀들에게 여러 번 물린 여파로 인해 몇 분 뒤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뱀에게는 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베르만은 이 집의 가족이 된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디바카르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개는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죽을 때 까지 우리 개를 잊지 못할 것이다. 부디 신께서 그의 영혼을 잘 거두어 주시길 바란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마을 사람들 또한 충성스런 견공의 죽음에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견공의 놀라운 활약에 감동한 주민들은 견공의 시신에 각자 준비한 꽃을 바치고, 장례를 치른 뒤 매장했다고 현지 신문은 전했다. 사진=ⓒ데칸 크로니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터키 군부 쿠데타로 국적 항공사 운항 차질

    터키에서 15일(현지시간) 밤 발생한 쿠데타로 이스탄불 공항이 일시 폐쇄되면서 국적 항공사의 운항에도 차질이 생겼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터키 쿠데타 발생 이후 대책회의를 열어 현지 공항 폐쇄와 불안정 등을 이유로 이날 오후 2시 1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려 했던 KE955편(예약 승객 170명)을 결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스탄불 공항에서 16일 오후 9시 20분 출발 예정이던 귀국편도 연쇄적으로 결항된다. 현재 이스탄불 공항에 남아있는 대한항공 항공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후 2시 15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항공기 KE955편은 쿠데타 발생 약 3시간 전인 15일 오후 8시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한국인 68명을 포함해 승객 96명이 타고 있었다. 이 항공기는 역시 쿠데타 전인 오후 9시 20분 편명을 KE956편으로 바꾸고 승객 113명을 태워 이스탄불 공항에서 정상 출발했으며 이날 오후 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인천∼터키 노선을 주 5회(월·수·금·토·일) 운항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날 밤 이스탄불에 도착한 항공편 승무원들에게는 쿠데타 시작 시점부터 호텔 밖 외출을 금지하고 숙소에 대기하도록 조치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도 쿠데타를 피해 운항해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승객 139명이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OZ551편은 15일 오후 5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15일 오전 9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편명 OZ552)는 이후 승객 160명을 태워 쿠데타 발생 전인 15일 오후 5시 30분 이스탄불 공항을 무사히 떠나 16일 오전 9시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터키 노선을 주 3회(목·금·일) 운항하고 있어 이날 출발하는 항공편은 없다. 다만 17일부터 해당 노선을 주 5회(화·목·금·토·일)로 증편하려던 계획을 예정대로 실행할지는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터키 군부는 15일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건축·전시·풍경 빼어난 제주의 숨은 진주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건축·전시·풍경 빼어난 제주의 숨은 진주

    제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검은 돌과 짙푸른 바다를 보고, 드넓은 초지와 이름 모를 오름을 오르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을 걷다가 싱싱한 특산물을 즐기는 일정을 떠올린다. 요즘은 여기에 문화가 보태졌다. 제주도 곳곳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이 들어서 여행 중 전시와 공연,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수준을 따지자면 천차만별이다. 왜 이런 아름다운 곳에 이런 흉한 것들을 들여놓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부터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곳까지 천차만별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록남로에 위치한 본태박물관은 후자의 경우다. ●40여년간 모은 골동품이 수준 높은 박물관으로 본태박물관은 2012년 11월 개관해 이제 겨우 4년이 채 안 되는 박물관이지만 소장품의 수준이나 건축물, 전시, 교육 등 운영 면에서 제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으로 빚어낸 수준 높은 전시,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풍경 등 3박자가 어우러진 빼어난 문화공간은 제주의 숨은 진주 같은 곳이다. ‘우리 생활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인과 나누고,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을 통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이 박물관의 콘셉트다. 전통과 현대라는 사뭇 다른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비결은 ‘본태’(本態)라는 이 박물관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 본래의 모습이 지닌 아름다움에 주목하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된다. 본태박물관의 설립은 4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이행자(73) 본태박물관 고문의 골동품 수집에서 시작됐다.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현대가의 며느리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이 고문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장안평이나 인사동에 나가 옛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제는 박물관이 그에게 삶의 전부나 다름없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자연과 조화 고민해 설계 본태박물관이 짧은 시간에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건축된 박물관 건물의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안도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로 ‘예술의 섬’ 일본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와 지추미술관(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 컨템퍼러리뮤지엄(2007년) 등 전 세계에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본태박물관에는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환경에 대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고문은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에 큰 감명을 받았고 언젠가 박물관을 짓는다면 제주도에 안도의 설계로 짓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몇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누다가 외환위기 때문에 중단된 후에도 박물관 건립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안도는 이 고문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 리뉴얼 오프닝에 초대했다. 푼타 델라 도가나는 300년 전에 지어진 베네치아의 세관 건물로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현대미술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고문의 푼타 델라 도가나 방문을 계기로 박물관 설립 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안도는 본태박물관 설계를 하면서 제주의 대지에 순응하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박물관은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 마당을 가진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두 개의 ‘L’자형 건물은 동질감을 가지면서 단의 높이 차를 두고 만나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일월석(日月石) 담이 두 개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단정함·파격 동시에 보여주는 수공예품 전시 박물관은 1~4 전시실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구성된다. 1관에는 전통 한옥 공간에서 사용됐던 조선시대의 공예품이 고르게 전시돼 있다. 소반과 목가구의 소박함과 단정함, 파격을 동시에 보여 주는 우리 수공예품에 담긴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현대미술 컬렉션을 전시한 2관 1층에는 안소니 카로의 ‘물결’,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이브 클라인의 ‘블루 YBK’ 등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의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창호문으로 사방을 장식하고 맞은편 벽면에는 한국의 모시 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한 ‘명상의 방’으로 이어진다. 3관에선 구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작품 노란 호박 외에 특수 거울과 조명이 설치된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 환상적인 예술적 체험을 맛보게 한다. 4관에서는 선조들이 피안으로 가는 길에 동반했던 꽃상여와 꼭두 등 우리 옛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통 장례 관련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축사 노예’ 지적장애인, 15㎞ 밖 老母 만나는 데 19년 걸렸다

    ‘축사 노예’ 지적장애인, 15㎞ 밖 老母 만나는 데 19년 걸렸다

    악덕 축사 부부 “임금 안 줬다” 진술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20년 가까이 남의 축사에서 노예처럼 일한 40대 지적장애인이 19년 만에 어머니와 상봉했다. 15일 충북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쯤 ‘만득이’로 불리며 살아온 지적장애인 고모(47)씨를 청주 오송에 사는 어머니(77) 집으로 데려다 줬다. 고씨의 어머니도 아들처럼 지적장애가 있지만 두 사람은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주민등록 말소도, 사망신고도 안 하고 기다렸다”고 고씨의 어머니가 목놓아 울자, 고씨는 어눌한 말투로 “나도 알아. 알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20여분간 계속된 모자의 눈물에 경찰과 주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고씨의 딱한 인생은 그가 20여년 전 가출해 누군가의 소개로 1997년 청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생활하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말도 어눌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고씨는 축사 주인인 김모(68)씨 부부가 시키는 대로 소 40여 마리를 키우며 일을 했다. 숙식은 축사 옆 창고에 딸린 작고 허름한 쪽방에서 해결했다. 도배는커녕 창문도 없는 쪽방이다. 축사라 고약한 냄새도 진동했다. 무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하는 그를 동네 사람들은 ‘만득이’라 불렀다. 그러나 고씨가 지난 1일 오후 9시쯤 오창읍의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다가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그의 억울했던 삶이 외부로 알려졌다. 경비업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 부부에게 고씨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고씨가 무서움에 떠는 것을 이상히 여겨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바로 고씨의 무임금 노역 정황을 포착했고, 축사 주인 김씨로부터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수사에서 ‘만득이’가 고씨 성을 가진 40대며 어머니가 오송에 산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고씨가 일하던 축사와 어머니가 사는 곳은 불과 15㎞ 정도 떨어져 있다. 경찰은 이날 사회복지사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를 벌여 고씨로부터 “맞은 적이 있다, 축사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소똥을 치우는 게 싫다, 빨래와 청소를 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혈액검사 등 간단한 검사 결과 고씨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부부에게는 장애인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글로벌 대박 친 날 “두렵다”는 이 남자

    글로벌 대박 친 날 “두렵다”는 이 남자

    삼성 박차고 퇴직금으로 17년 전 첫발… 목메인 이해진 “네이버 신화, 지금부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미국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인터넷 서비스에는 국경도 시차도 없으니 이용자들은 바로 써 보고 비교하고 옮겨 가죠. 네이버가 ‘공룡’이라면 구글은 ‘고질라’쯤 될까요. 구글, 페이스북… 그런 상대들과 어떻게 싸워 나갈지가 제일 두렵습니다.” ●네이버가 공룡이라면 구글은 고질라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15일,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만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표정에는 흥분보다 긴장감이 드리웠다. 특유의 수줍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가는 동안 종종 목이 잠긴 듯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전날 밤 TV를 통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라인의 상장을 알리는 타종식을 보며 가슴이 울컥했다. 뉴욕에 가 있는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경영자(CGO)에게 “울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작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건 이 의장이었다. ●시총 10조… 제2·제3의 ‘라인’ 발굴 라인의 미·일 동시 상장은 네이버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신호탄이자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겨뤄 보겠다는 포부의 선언이다. 2억 1840만명(올해 1분기 기준)이 이용하고 있는 라인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왓츠앱(10억명)과 페이스북 메신저(9억명), 텐센트의 위챗(7억명)을 잇는 세계 4위 모바일 메신저로, 지금의 ‘글로벌 네이버’를 있게 한 성장 동력이다. 1990년대 인터넷 붐이 일던 시절 등장한 검색사이트 네이버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이 의장은 삼성SDS에 재직하던 1997년 사내벤처 1호로 검색 서비스인 ‘네이버’를 만들었고 1999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동료 7명과 퇴직금을 모아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2002년 ‘지식iN’ 서비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네이버를 포털업계 1위에 올려놓은 데 이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2013년에는 IT 기업인 최초로 자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라인의 성공 신화에서 신 CGO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네이버에 인수된 스타트업 ‘첫눈’의 핵심 개발자로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간 신 CGO는 라인 성공 신화의 일등 공신이다. 라인에서 이 의장의 두 배에 가까운 지분(5.12%)을 갖고 있는 신 CGO는 이번 상장으로 4000억원에 가까운 ‘스톡옵션 대박’을 터뜨렸다. 이 의장은 “라인을 위해 위험을 떠안고 헌신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선점한 미국 시장에서 아시아 4개국을 기반으로 한 라인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다. 라인은 일본과 태국 등 기존 아시아 시장을 공고히 다지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그 동력은 ‘기술’이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실탄도 기술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의장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투자해 선진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에 라인이 끝이 아님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 나갈 제2, 제3의 라인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V) 라이브’와 모바일 동영상 소통 애플리케이션 ‘스노우’, 웹툰·모바일 기반의 기업용 협업 솔루션 ‘웍스모바일’ 등이 이 의장이 꼽은 ‘넥스트 라인’이다. 인공지능과 스마트카 등 미래 신성장사업도 속도를 낸다. 이 의장은 “지금까지 PC와 모바일 사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스피커와 커넥티드 카 등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농약 마신 아들, 어머니와 알고 지내는 70대 남성 살해후 암매장

    충남 홍성경찰서는 어머니와 알고 지내던 70대 남성을 살해한 후 암매장 한 A(45)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7시쯤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73)를 만나러 온 B(78)씨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장독대 옆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버지가 귀가하지 않는다는 B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B씨가 A씨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A씨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이 확인이 안되자 A씨를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15일 오전 4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같이 농약을 먹었다. 사실대로 말하겠다. B씨를 살해해 장독대 옆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A씨와 어머니는 천안순천향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어머니와 피해자가 약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인데, 이를 A씨가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허리 펴면 가슴 커 보인다.”라며 10대생 4명이나 성추행한 대리점주

    10대 아르바이트생 4명을 추행한 대리점 사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당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이모(4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씨와 검사의 항소를 각각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2014년 12월 중순 전북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대리점에서 A(19)양에게 “허리를 펴니깐 가슴이 커 보이지 않느냐”며 허리를 쓰다듬는 등 지난해 3월 초까지 10대 아르바이트생 4명을 상대로 12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피해자들의 목과 귀, 허리 등을 만지면서 성적 농담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친근함의 표시로 피해자들의 어깨를 주물러 줬을 뿐 다른 신체 부위를 만지지 않았고 고용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강제추행한 사실도 없다”라고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농담을 하면서 신체를 만진 행위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이라며 “항소심까지 변명으로 일관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심은 이씨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19년간 강제노역 지적장애인, 같은 시에 사는 모친과 상봉

    19년간 강제노역 지적장애인, 같은 시에 사는 모친과 상봉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20년 가까이 남의 축사에서 노예처럼 일한 40대 지적장애인이 19년 만에 어머니와 상봉했다. 15일 충북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쯤 ‘만득이’로 불리며 살아온 지적장애인 고모(47)씨를 청주 오송에 사는 어머니(77) 집으로 데려다 줬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고씨의 어머니는 이웃 10여명과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씨의 어머니도 아들처럼 지적장애가 있지만 두 사람은 19년 만의 만남에도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고씨가 일하던 축사와 어머니가 사는 곳은 불과 15㎞ 정도 떨어져 있었다.. 고씨 어머니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주민등록 말소도, 사망신고도 안 하고 기다렸다”며 목놓아 울었다. 고씨는 어머니 품에 안겨 어눌하게 “나도 알어. 알어”라며 눈물을 보였다. 20여분간 계속된 모자의 눈물을 지켜본 경찰과 주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고씨의 딱한 인생은 그가 20여년 전 가출한 뒤 누군가의 소개로 1997년 청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생활하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말도 어눌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고씨는 축사 주인인 김모(68)씨 부부가 시키는 대로 축사에서 소 40여마리를 키우며 일을 했다. 숙식은 축사 옆 창고에 딸린 작고 허름한 쪽방에서 해결했고, 임금도 받지 못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만득이’로 불렀다. 그러나 고씨가 지난 1일 오후 9시쯤 오창읍의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는 과정에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그의 억울했던 삶이 외부로 알려졌다. 경비업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 부부에게 고씨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고씨가 무서움에 떠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탐문수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경찰은 바로 고씨의 무임금 노역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여 김씨로부터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수사가 시작되면서 ‘만득이’가 고씨 성을 가진 40대며 어머니가 오송에 산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고씨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으면 사회복지사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한 주민들을 상대로 고씨의 강제노역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에 대한 보강조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씨 몸에서 다리를 수술한 흔적만 있을 뿐 특별한 외상은 없는 상태”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에게는 장애인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요일 지정 공휴일제 도입 서둘러야/김성수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요일 지정 공휴일제 도입 서둘러야/김성수 산업부장

    “상사가 아무리 괴롭혀도 내년 10월까지는 회사를 꼭 다녀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돈다고 한다. 2017년 10월의 황금연휴 때문이다. 내년 추석 연휴는 가히 환상적이다. 공식 추석 연휴는 10월 3·4·5일(화·수·목) 사흘이다. 그런데 6일(금)은 대체 공휴일이다. 9일(월)은 한글날이다. 또 논다. 그 사이에 주말(7·8일)도 끼어 있다. 7일 연휴는 확보돼 있다. 여기다 9월 30일은 토요일이다. 10월 2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9월 30일(토)~10월 9일까지 무려 열흘간의 휴일을 만끽할 수 있다.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매번 겹쳐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다. 경기가 바닥이라 너도나도 어렵다고 난리인데 난데없이 노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좀 그렇지만 사실 연휴는 경기 부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올해도 5월 6일(금)이 임시 공휴일이었다. 어린이날(5월 5일)부터 일요일인 5월 8일까지 나흘 연휴였다. 임시 공휴일 지정이 늦었는데도 나흘 연휴 동안 카드 승인 금액은 물론 식음료 판매,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었다. 4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연휴를 더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공휴일 요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날짜가 아니라 요일별로 공휴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린이날을 5월 5일이 아니라 5월 첫째주 금요일이나 둘째주 월요일로 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바꾸면 ‘금토일’ 또는 ‘토일월’ 사흘 연휴가 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국민에게 쉴 권리를 주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일본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면서 “우리도 광복절, 3·1절 등 날짜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휴일을 빼고 적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휴일은 외국과 비교해도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국가 공휴일은 연간 15일이지만 주말과 겹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8~11일 정도다. 그런데도 공휴일 요일제를 도입하면 일하는 날이 줄게 되니 재계는 반대한다.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고 당장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프랑스도 대공황으로 경제 불황이 극심하던 1936년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바캉스법’을 도입했다. 2주간의 유급 휴가를 주는 내용이 골자인데 경제 회복에 직접적인 효과를 냈다. 연휴도 마찬가지다. 연휴 때는 돈을 더 쓴다.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하거나 하다못해 영화라도 한 편 더 본다. 정부로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다. 근로자는 재충전의 기회를 누릴 수 있으니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연차라도 쓰게 되면 기업은 그동안 줄곧 나가던 미사용 연차휴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안 그래도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를 살리겠다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는 격이다. 꽁꽁 얼어붙은 수출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내수라도 살리려면 요일 지정 휴일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sskim@seoul.co.kr
  • 태권도 김태훈 “차 바꾸시게 금메달 딸게요” 이동주 코치 “너 또 나 울리려고!”

    태권도 김태훈 “차 바꾸시게 금메달 딸게요” 이동주 코치 “너 또 나 울리려고!”

    훌륭한 선수 뒤에는 그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김태훈(22·동아대)에게는 이동주(40) 국가대표팀 코치가 그런 존재다. 둘의 인연은 6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태훈은 제41회 태권도협회장기 대회 결승전에서 1점 차로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두들 우승자인 최진형(당시 경북계림고)을 주목했지만 부산 동아대 태권도부 감독을 맡고 있던 이 코치에게는 오직 김태훈만 보였다고 한다. 지난 13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이 코치는 “당시 (김)태훈이가 비록 졌지만 영리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저 선수는 앞으로 분명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확신했다”며 “그때부터 태훈이 부모님을 1년 동안 쫓아다니면서 동아대에 진학해 달라고 졸랐다”고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는 이 코치의 제안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직 졸업반이 아닌지라 좀더 시간을 갖고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김태훈은 고교무대를 평정하며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 코치는 선수를 놓칠지 모른다는 마음에 불안해졌지만 설득을 멈추지 않았고, 김태훈이 막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마침내 동아대 진학 약속을 받아냈다. 이 코치는 “당시 태훈이가 강원 원주시에 살고 있었는데 사실 그 동네에서는 먼 부산보다는 서울 쪽으로 진학을 많이 한다. 1년이 지나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니 부모님이 신뢰감을 느끼신 것 같다”며 “지금도 태훈이 부모님이 ‘코치님 없었으면 태훈이가 이렇게 됐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나도 ‘태훈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한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떡잎이던 김태훈은 동아대에 입학하고 얼마 안 돼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자연히 동아대에서 훈련할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이 코치는 제자를 향한 조언을 멈추지 않았다. 대회에 나설 때면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해 알려주곤 했다. 필요할 때면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 ‘이 코치의 첫인상이 어땠냐’는 질문에 옆에 있던 스승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김태훈은 “진짜 엄청 착하시고, 화를 안 내시는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뒤 “그래도 많이 혼나진 않았다”는 설명을 황급히 덧붙였다. 듣고 있던 이 코치는 박장대소하며 “사실 태훈이는 워낙 성실해서 혼낼 게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 초쯤에 조금 혼을 낸 적이 있다. 운동을 잘하게 되는 것에 맞춰 더욱 겸손해지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태릉선수촌에 있다 보면 유명 선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배드민턴의 이용대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깍듯이 하는 것을 보고 ‘저 선수는 운동도 잘하는데 인성도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태훈이는 이용대 같은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엄해야 할 때는 엄하지만 남몰래 김태훈을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이 코치는 수줍은 표정으로 김태훈이 금메달을 따냈던 2013년 멕시코세계선수권대회를 회상하며 “당시에는 국가대표팀 코치가 아니라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태훈이가 우승을 하자마자 통곡을 했다. 한 10분을 운 것 같다. 제자 중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게 처음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이 놀란 표정으로 “전혀 몰랐었다”고 말하자 이 코치는 “너한테 갈 때는 눈물을 다 닦고 갔지”라며 웃었다. 김태훈의 리우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다음달 18일 경기에 나선다. “아직 제대로 몸이 안 풀린 상태에서 뛰는 첫 경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같이 잘해서 첫 경기를 이겨내면 이후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해 줄 겁니다. 못 따도 상관없어요. 늘 성실하게 해 왔던 선수이기 때문에 아무도 태훈이를 욕하지 못할 겁니다.”(이 코치) “세계대회 나갈 때마다 힘들게 따라오시고 저 응원해준 것 감사드려요. 그 은혜를 진짜 보답할 수 있도록 올림픽 가서….”(김태훈) “너 또 나 울리려고!”(이 코치) “코치님이 맨날 금메달 따서 체육회에서 대표팀으로 상금이 나오면 자동차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진짜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웃음).”(김태훈) 글 사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감리교 “금권·야합선거 바로잡겠다”

    오는 9월 실시되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전용재)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를 앞두고 깨끗한 선거를 위한 운동기구가 출범됐다. 14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기감 일부 목회자들이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감 본부 16층 회의실에서 공명선거 캠페인을 전개하는 단체 ‘메소디스트 클린 보트’ 발족식을 개최했다. 기감 목회자들은 발족 선언문에서 “작금의 감리교회는 교인 수와 재정의 급속한 감소, 교회의 부정부패 지수 상승, 신뢰도의 하락 등 세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감리회 정체성의 본질 회복을 촉구했다. 목회자들은 이어 “온전한 지도력 없이 진정한 감리교회 정립은 불가능하다”며 “금권, 타락한 정치, 야합으로 점철된 선거를 바로잡아 새로운 감리회 건설의 기초를 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를 열고 부정선거신고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한편 기감 선관위는 9월 7, 8일 이틀간 후보 등록을 거쳐 27일 선거를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선관위는 다음달 초까지 미주자치연회와 호남선교연회를 포함한 12개 연회 선거권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선거권자는 교역자, 평신도를 합쳐 9100여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원티드’ 박효주, 방송에 이용 당할뻔한 지현우 구해 ‘엄태웅과 마찰’

    ‘원티드’ 박효주, 방송에 이용 당할뻔한 지현우 구해 ‘엄태웅과 마찰’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의 박효주가 또 한번 방송에서 이용 당할 뻔 한 지현우를 구해내며 엄태웅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원티드’ 7회에서는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범인의 논리에 따라 출연자들이 살해당할 것을 알고도 방송을 강행했다는 뉴스 기사로 ‘정혜인의 원티드’ 방송팀과 수사팀이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방송국 앞에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 무리의 수가 더 늘어나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연우신(박효주 분)과 신동욱(엄태웅 분)은 방송을 끝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익명의 협박 전화를 받아 충격에 빠졌다. 또한, 방송 말미에는 정혜인(김아중 분)의 남편이자 UCN 방송국의 사장인 송종호(박해준 분)가 등장해 “정혜인의 원티드는 오늘로 종영합니다”라고 말하며 방송이 끝이 나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했다. 신동욱은 정혜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강정이입을 위해 조작을 감행하며 방송 예고편을 만들었다. 이에 연우신은 비윤리적인 모습에 잠시 고민하는 듯 했으나 이내 악화된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조작된 예고편을 만드는 것에 동의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방송에 몰입해야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곧바로 연우신은 정혜인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며 정혜인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방송이 급박한 와중에도 아이를 유괴 당하고 힘들어하는 그녀의 감정까지 세세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신동욱은 여전히 자극적인 장면에 혈안이 돼 다시 한번 차승인(지현우 분) 형사를 이용해 그의 치부를 방송에 내보내려 했다. 이를 알게 된 연우신은 신동욱에게 말하지 않고 방송 장면을 바꿔 생방송에 내보내며 또 다시 신동욱과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연우신은 “한 사람의 동의도 없이 아픈 걸 들춰낼 만큼 방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해 일에 있어 찰떡궁합이었던 그들의 관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듯 보였다. 이와 같은 연우신의 행동은 현우를 살리기 위한 방송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과 동의도 중요하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는 등 프로작가 연우신의 결단력과 인간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그녀의 행동들은 극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는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대로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매주 수, 목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대구구치소 재소자 목매 의식불명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50대 재소자가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구치소와 경북대병원은 지난 13일 오후 A씨(59)가 구치소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으려 하다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14일 밝혔다. 구조 당시 그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목숨이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다”고 말했다. A씨는 올해 초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고 수감 생활 중 문제가 생겨 최근 독방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관계자는 “자살 시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가난과 억척의 맛, 부산

    [김영탁의 시식남녀] 가난과 억척의 맛, 부산

    부산의 전철 안에는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이 가사 없는 선율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시끌시끌한 경상도 사투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처럼 느껴졌다. 목련 빛 바바리를 걸친 영화배우 같은 김종미 시인을 비롯해 최영철, 김종미, 고명자, 김다희, 김성배, 김요아킴, 김예강, 정온, 신정민 시인 등 부산에서 시 쓰는 이들이 많이들 모였다. 박효운 사장이 15년 째 운영한다는 '부광돼지국밥'은 부산시인들의 단골식당이라 한다. 투박하고 오래된 뚝배기국밥에 국물보다 돼지고기를 수북하게 쌓아 내온다. 큰 스테인레스 함지박에 담은 부추를 함께 내준다. 아무쪼록 국밥은 뜨거운 김 후후 불어가며, 입천장도 살짝 데어가며 먹어야 제맛이다. 국밥이 입으로 들어오는지 코로 들어오는지 모르쇠로 퍼먹다가 국그릇이 바닥이 보일 때쯤 소주잔을 채워 건배를 했다. '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양파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중략)/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최영철, '야성은 빛나다') '전쟁 직후 검은 솥바닥 같은 부산/ 산을 타고 오르는 좁은 골목엔/ 피난민의 눈물로 끓여낸/ 국물이 있다// 뜨거운 돼지국밥과/ 차가운 가야밀면이/ 온도가 똑같다면// 그것은 눈물의 온도/ 버리고 온 피의 온도'(김종미, '슬픈 음식') 야성에 유혹되지 않고 야성을 연마함으로써 극복하는 행위로 국밥을 먹는 최 시인이야말로 진짜 부산 사내인 듯하다. 또한 돼지국밥 한 그릇에서 눈물과 피를 건져내는 김 시인은 민족과 지역의 역사를 견뎌온 사람들의 슬프고도 힘겨운 삶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 부산 중앙동은 옛 냄새가 났다. 거리 곳곳에 문화유산이나 유적지를 잘 복원하였다. 국밥집 곁에는 나선 형태라 이름 붙여진 '소라 계단'이 있다. 층층이 나가는 길이 있고, 사람과 오토바이도 함께 다니는 조심스럽지만, 재미있는 계단이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탄생한 부산은 산과 바다 사이의 땅이 좁으미 산을 깎아 집을 지었고,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도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단을 다 올라와 ‘40계단 문화관’으로 들어갔다. 아련한 근현대의 역사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유산을 모아 낳은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 갖은 옛 음식들이 모형으로 즐비한 음식 코너에는 꿀꿀이죽이 눈길을 끈다. 일명 ‘유엔탕’이라고 불린 것은 이름으로나마 격을 높게 부르고 싶은 탓일 테다. 먹을 것이 너무나 귀한 시절, 유엔군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과 난민구제회에서 나눠주던 강냉이가루를 함께 넣고 끓인 게 꿀꿀이죽이며 ‘유엔탕’이었다. 어쩌다 기름진 쇠고기 살점이 나오는 날이면 운수 좋은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부산은 계단의 도시다. 아래위를 잇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계단이 곳곳에 산재한다는 것은 부산이 그만큼 경사진 도시라는 얘기다. 땅만 경사진 것이 아니라 부산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칠 할이 경사라는 게 최영철 시인의 설명이다. 작은 포구였던 시절부터, 일제의 수탈을 거쳐 한국전쟁의 아수라까지 한몸에 받아낸 지역이니 부산은 언제나 늘 가파랐고, 사람들의 삶 역시 자칫 발을 헛디딜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승과 하강을 거듭했다. '그냥 엎어질 걸 그랬다// 그날 밤 꽃무늬 팬티를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선 젊은 그 밤/ 식은 밥처럼 굳은/ 계단을 내려오며 골목을 돌며/ 여전히 여관 이름만 만지작거렸지// 지금은 모처럼 화창한 봄날/ 황급히 여관을 빠져나오다 엎어진 여인의/ 코피처럼/ 맞은편 철쭉이 비리다/ 아니 쌉싸름하다'(정온, '화춘장') 정온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귀화했다. 그가 발견한 ‘40계단’ 초입에 화춘장여관이라니. 사실 우리는 여관 앞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철쭉을 바라보며 탄성을 연발했다. 부끄러워 급하게 여관을 빠져나오다 엎어진 여인의 코피 맛은 비리고 쌉싸름하다. 활달하고 분방한 시는 진퇴(進退)를 잘 알고 있다. 정 시인은 화춘장과 철쭉을 식재료로 한편 맛있는 시를 버무렸다. 터벅터벅 걸어갈만한 거리에 보수동 헌책방골목이 있다. 어림잡아 보니 쇠락해 가는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보다 대여섯 배나 많은 헌책방들(47개)이 즐비했고 책을 사거나 팔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책 안 읽는 한국인이라고 세계 독서통계에도 부끄러운 낙인이 찍혔지만 최소한 이곳은 책에 대한 갈증과 아름다운 책 향기로 가득했다.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함경북도에서 피난 온 부부가 최초로 헌 잡지 등을 팔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보문서점(현 글방쉼터)을 시작으로 1970년대 70여 점포가 들어설 정도로 흥성했다. 피난 온 예술인들은 용두산을 오르내리는 게 일과였고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단골로 드나들었다. 하여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문화와 추억의 거리로 기억됐다. 헌책이 새 주인을 만나 재탄생되는 창조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집 한 권을 반값에 사고/ 나머지는 보수동 헌책방골목/ 소문난 찹쌀도너츠를 책장에서/ 방금 튀겨 나온 향기를 따라/ 문장 곱씹은 시가 오물거린다'(김성배, '헌책과 찹쌀도너츠')한참을 걸어서인지 약간의 시장기를 느끼고 있던 차에 김종미 시인이 찹쌀 도넛을 사서 일행들에게 나누어준다. 이 골목에서 도넛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명물집 '유진스넥'이다. 김성배 시인이 시 한편을 뚝딱 토해낸 배경이다. 용두산 공원 밑 광복동에 위치한 40년 된 고갈비집 '남마담'이 있다. 고갈비는 큰 고등어를 숙성하여 구워서 먹는데 고등어도 뼈가 있으니 갈비라 할 만하다.80년대까지만 해도 고갈비로 알려진 고등어구이는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던 '소박한 호사'였다. 고갈비는 자갈치에서 막 들여온 고등어에 소금간을 하고 숙성을 한 다음 연탄불에 올려서 바싹하게 굽는데, 요즘은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남마담'이란 애초에 남자가 요리를 하고 마담 구실을 했다는 뜻이다. 고갈비의 원조로 고갈비 골목을 형성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할매집'과 두 곳만 남았고 사람들의 왕래도 뜸해 보였다. '날 선 세상에 저 멀리 잘려나간/ 한 줌의 희망마저 그려보지 못한 창백한 아가미/ 파르르 저며 떠는 잔비늘들의 서걱거림/ 끝내 버둥거렸던 긴 꼬리의 외마디 침묵'(김요아킴, '자갈치 횟집에서') 김요아킴 시인의 목을 메이게 한 건, 우리들에게 바다의 쫄깃한 맛으로 허기진 저녁 뱃속을 위로할 회 몇 점이었다. 아마도 김 시인은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그 맑은 두 눈을 마주쳤을 것이고, 회를 뜨는 광경을 목격했을 터. 그러나 날 선 세상에 저 멀리 잘려나간 한 줌의 희망은 시인의 몸으로 들어오면서 연민과 함께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줌의 희망과 외마디 침묵은 김 시인에게 육화되면서 시로 살아났다. 자갈치시장 안팎은 싱싱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부두와 밤바다를 불빛으로 몸을 나타내는 묵직한 배의 윤곽들이 그림 같다. 다음날 영도다리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영도다리엔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버스와 사람들로 보슬비가 내리는데도 북적였다.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를 듣다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우람한 몸체를 뽐내며 상판 일부를 끄떡 들어 올린 영도대교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경계라인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경비는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가장 큰 유산이었던 다리 난간의 낙서들, 거기 베인 눈물과 한숨, 그리운 이름들을 애타게 부르던 흔적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관광객만 몰려오고 있다. 여기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민족의 비극 6․25전쟁과 가난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래도 값진 유산일 것이다. 가난과 눈물, 흥청거림과 억척스러움, 그리고 돼지국밥과 간밤에 남긴 회 몇 점을 뒤로 하고 부산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신중한 공자위…속타는 우리銀

    신중한 공자위…속타는 우리銀

    우리은행의 5번째 민영화 작업이 조만간 가시화될 분위기다. 올해를 넘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금융 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측은 “진성 투자자가 나타나야 매각에 착수할 것”이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앞서 4번이나 실패한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마음이 다급하다. 투자자 ‘질’을 따지며 시간을 끌다 힘들게 모은 전주(錢主)들이 떠나갈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에도 중동 국부펀드가 우리은행 투자에 관심을 보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마음을 돌렸다. ●우리銀 “해외 IR에서 20곳 투자 의사” 13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지분투자자 리스트를 금융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 들어서만 싱가포르·유럽 5개국(2월), 미국(5월), 일본(6월) 등 세 차례나 해외 IR을 나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해외 IR에서 50곳 가까운 투자자(연기금, 사모펀드 등)와 접촉했고 이 중 20여곳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며 “정부가 우선 매각 방침을 정한 지분 규모(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투자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공자위는 지난해 7월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내놨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30%를 4~10%씩 쪼개 파는 것이다. 매각 완료 후에도 정부(예보)는 21.0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지만 경영권은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시장 “다음달 초 매각 공고 적기” 금융시장에선 우리은행 매각 공고 ‘적기’를 다음달 초로 보고 있다. 오는 19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7459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0% 급증했다.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때 우리은행을 팔아야 한다는 게 우리은행의 논리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 문턱에 머물러 있다. ●공자위 “5년이상 중장기 투자자 찾아 ” 공자위 생각은 다르다. 진성 투자자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공자위는 우리은행 매각 주간사인 JP모건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의중’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과거 네 차례나 실패한 만큼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자위가 생각하는 진성 투자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몇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자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신속한 민영화에 목 말라 있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과다 해석했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확고한 민영화 의지가 중요 ” 우리은행은 속이 타들어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을 4%씩 쪼개 팔아도 투자자 입장에선 3억 달러(약 3000억원)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며 “우리은행 매각 공고만 기다리며 반년 가까이 그 큰돈을 계속 쌓아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 사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터져 해외 투자자들이 움츠러들까 봐 전전긍긍이다. 지난해에도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 국부펀드가 반년 가까이 투자 의지를 내비치다 유가 하락으로 무산됐었다. 앞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지휘했던 박상용 전 공자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여건이 과거보단 더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진성 투자자 확인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확고한 민영화 의지”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을 팔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투자자에게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新국토기행] ‘남도 답사 1번지’ 전남 강진

    [新국토기행] ‘남도 답사 1번지’ 전남 강진

    전남 남서부 강진군은 고려청자의 고장이다. 1993년 유홍준 교수의 역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남도답사 1번지’로 소개될 만큼 문화재와 볼거리가 많다. 전국에 답사 열풍을 몰고 왔을 정도로 유명한 천년 고찰 무위사를 비롯한 다산초당, 영랑생가, 고려청자박물관 등 국보급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고려시대 청자를 만들었던 가마가 보존돼 있고, 군내에 가마터 188개소가 남아 있어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오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리는 청자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있다. 농업과 수산업도 발달해 ‘하늘과 바다, 산과 들, 그리고 강이 있는 천혜의 땅’으로 표현되고 있다. 내년은 ‘강진’(康津)이라는 지명이 탄생한 지 600주년,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한 육군 총본부였던 전라병영성 축성 600주년을 맞는 해다. 군은 2017년을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로 정하고 맛과 흥이 어우러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문화지수에 2년 연속 전국 1위에 선정되는 등 문화 관광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볼거리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을 찾아… 영랑 생가 영랑 김윤식 선생이 1903년 1월 16일 태어난 곳이다. 영랑은 1950년 9월 29일 숨을 거두기까지 주옥 같은 시 80여편을 발표했다. 그중 60여편이 광복 전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이곳에서 생활하던 시기에 쓴 작품이다. 강진 읍내에 있는 영랑생가는 1948년 영랑이 서울로 옮긴 후 몇 차례 전매됐다. 1985년 강진군이 매입해 관리해 오고 있다. 안채는 일부 변형됐던 것을 1992년에 원형으로 보수했다. 철거됐던 문간채는 영랑 가족들의 고증을 얻어 1993년 복원했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이 남아 있으며 모란이 심어져 낭만이 넘친다. ●강진만 바다 위를 걷듯… 가우도 출렁다리 전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한 가우도는 지난해 4월 무인계측이 실시된 후 1년여 만에 65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하다. 오는 10월 말 가우도 내 산정상에 청자 모양의 전망탑과 가우도와 대구면 저두쪽 바다 위를 횡단하는 짚 와이어가 설치되면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힐링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를 해상 보도교로 연결해 고려청자 요지 및 다산 유적지 등과 연계한 해상 인도교다. 다리 중간에 유리데크를 설치해 걷는 이로 하여금 강진만의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과 아슬아슬한 공포감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우도 복합낚시공원은 강진만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교통 접근성, 낚시 여건, 주변 여건 시설 등이 좋다. 감성돔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천혜의 낚시터다. 낚시터 안전성 검사를 거쳐 부잔교 낚시터, 관리사무소, 인공어초, 소파제 등의 시설을 갖췄다. ●모란이 피기까지… 10월 ‘세계모란공원’ 완공 오는 10월 완공 예정으로 영랑생가 뒤편에 있는 세계모란공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계절 내내 모란을 볼 수 있는 명소다. 특히 유리온실이 기대된다. 유리온실은 봄에 모란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기술을 통해 저온저장을 이용, 사계절 내내 모란을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세계모란원은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독일, 미국, 영국의 국가별 모란을 심어 세계 각국의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모란을 비롯, 작약 등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져 내년부턴 더 진한 향기가 여행객들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고 있다면… 석문공원 ‘사랑+구름다리’ 지난 2일 남도의 소금강으로 명성이 높은 강진 도암면 석문산의 석문공원에 ‘사랑+구름다리’가 개통했다. ‘사랑이 넘쳐 구름 위에 서 있다’란 이름을 가진 출렁다리다. 111m로 국내 산악 현수교로서 가장 길다. 다리 바로 옆에는 노적봉의 다른 이름인 견우직녀봉이 있고, 다리 정면에는 ‘세종대왕바위’가 자리잡고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22명의 자녀를 둔 세종대왕이기에 가족여행이나 연인, 결혼을 앞둔 커플 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명소로 이름나 있다. 군은 다리 완공을 기념해 이곳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릴 주인공을 찾았고 개통한 날 5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 상품을 지급한 결혼이벤트도 열었다. 군은 석문산과 만덕산을 잇는 코스를 전문 등산객은 물론 연인, 가족단위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등산로, 주차장, 포토존 등 관련 시설을 완벽하게 정비했다. ●갈대숲에서 철새와 춤을… 강진만 생태공원 생물종이 무려 1131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생태서식지 생태공원이다. 군은 그동안 아껴뒀던 철새도래지와 갯벌, 갈대를 품은 탐진강~강진만 일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고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 또 갈대숲 축제, 강진만 노을 콘서트 등 방문객 눈높이에 맞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생태 탐방과 음악 프로그램,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농·수·축·특산물 직거래,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맛난 강진음식을 준비해 가고 있다. 올가을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환경을 지닌 강진만에서 체험과 먹거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도록 춤추는 갈대축제를 연다. 여행자들의 눈과 귀, 손을 즐겁게 해줄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는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강진만 일대와 강진읍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신선한 횟감이 지천에… 마량놀토수산시장 지난해 대박을 터트려 강진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남해안 최고의 수산시장이다. 마량놀토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산물은 당일 강진군수협이 위판한 것으로 일반시장보다 20~30% 저렴하다. 최고 품질, 최고 신선, 최고 저렴의 ‘3최’와 수입산과 비브리오, 바가지요금이 없는 ‘3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미항 마량토요음악회 콘텐츠를 확대해 마술과 밸리댄스, 인디밴드 공연을 추가했다. 즐길거리와 먹거리로 가득 차 있다. 토요일이면 강진 마량이 사람으로 북적이고 웃음으로 활짝 핀다. 마량놀토 수산시장의 활성화로 지난해부터 광주권에서 강진 마량을 찾는 차량 행렬이 20% 이상 증가했다. ●음악에 취하고 싶다면… 오감통 강진읍이 노래와 음악을 모티브로 새로운 명소로 가꾸고 있는 곳이다. 은퇴 가수들이 모여들면서 미국에서 손꼽히는 음악도시로 성장한 브랜슨을 모델로 삼아 대한민국 최고 음악도시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오감통 중심 강진읍 노래도시 만들기’가 핵심이다. 이 가운데 구심점은 오감통 음악 창작소다. 오감통 음악 창작소는 광주·전남권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앨범 제작을 꿈꾸는 가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부관광부 음악 창작소 조성 지원사업 공모에 도전해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전국 군 단위 최초 쾌거다. 군은 오감통을 음악을 기반으로 한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강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을거리 ●깔끔한 육수에 찰진 횟감이 풍덩… 강진물회 강진물회는 여름 한철 최고라고 뽐낸 물회 중 으뜸으로 꼽힌다. 제철 자연산 도다리, 광어, 세미 따위가 횟감으로 등장하고 100% 강진산 양배추, 무, 오이, 당근, 참나물이 들어가 아삭함을 더한다. 초록, 빨강 색감을 드러낸 날치알은 톡톡 터지며 입속에서 은근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목 넘김이 좋은 육수는 셰프가 고른 과일을 기본으로 초장을 만들고 저온 저장고에서 셰프가 ‘이만하면 됐다’ 하고 판단이 설 때까지 숙성시킨다. 이때 사용하는 식초는 육수보다 더 긴 시간 셰프의 OK 사인을 기다린다. 개운하고 깔끔한 ‘사금사금’한 맛이 깃들었다. ‘막걸리가 들어갔나’ 하고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할 찰나 어느새 입안은 물횟감의 찰진 맛과 육수의 조화가 이뤄진다. ●수라간 궁녀의 손맛이 그대로 강진한정식 한반도 끝자락 강진은 왕궁과 거리가 멀어 조선시대 사대부나 왕족들의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때 유배를 따라온 수라간 궁녀가 궁중음식의 비법을 전하면서 강진한정식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본래 궁중에서는 왕의 수라상으로 12첩 반상을 차렸으나 일반인에게는 9첩 이하로 제한했다. 반찬은 구이, 전, 볶음, 편육, 조림, 지짐, 생채, 취채, 숙채, 튀김, 전골, 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됐다. 화려한 궁중음식이 강진 향토 음식과 한상차림으로 융합되면서 맛깔스러운 한정식 밥상이 됐다. 강진한정식은 조선 후기부터 시작되며 그 바탕을 궁중음식에 두고 강진의 특산품과 진상품을 많이 생산해 맛의 표현이 자유로워 맛깔스런 음식이 만들어졌다. 특히 강진은 예로부터 산과 들, 강,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으로 이곳에서 거둬들인 천연 음식재료를 활용한 밥상문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발달했다. ●봄이 오듯 젊어질 강진회춘탕 닭과 문어, 전복과 함께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들었다. 강진 마량이 원산지로 알려졌다. 아직 다른 시군에는 요리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 회춘탕을 먹으면 ‘봄이 오듯 젊어진다’고 알려졌다. 늙음이 싫은 인간의 소망을 담아낸 음식이다. 지난 600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문화 속에서 탄생해 역사적 전통성을 지니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닭과 DHA·EPA가 함유된 문어, 비타민과 칼슘·무기질이 풍부한 전복, 독소를 배출시키는 해독작용과 피부미용에 좋은 녹두가 주재료이다. 탕을 끓이는 육수에는 한약재가 많이 들어간다. 당뇨와 우울증 개선에 좋은 엄나무, 암 예방 및 치료에 좋다는 느릅나무, 어혈을 제거하고 진통제 역할을 하는 당귀, 뼈와 관절, 근육 건강에 좋은 가시오가피가 들어간다. 생리활성기능 실험 결과 칼로리가 낮고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항당뇨 및 산화 방지 기능이 뛰어나고, 치매를 예방하는 성분까지 있다.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병영 돼지불고기 강진군 병영면에서 파는 병영 돼지불고기는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그 맛에 관광객들이 또 찾는 1위 메뉴다. 생 앞다리 살을 결대로 베어내 굽기 30분 전 양념을 버무린다. 연탄구이 위에서 ‘치이익~’, ‘따닥따닥’ 소리가 나며 굽는 덕분에 청각까지 자극한다. 조림 간장에 고춧가루, 양파, 다진 마늘을 버무린 맛이 일품이다. 씹을수록 입안 가득 넉넉하게 육즙이 퍼져 여유로운 마음이 된다. 병영 돼지불고기는 조선시대 현감과 병마절도사의 일화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온다. 강진 현감은 어느날 친조카가 전라병영성 최고 책임자인 병마절도사로 부임하자 지위가 낮은 탓에 부임을 축하하는 인사를 갔다. 그러나 조카는 현감을 웃어른으로 모시며 특히 양념이 잘된 돼지고기를 내놓았는데 이후 병영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돼지불고기를 내오는 전통이 생겼다는 것이다. 1인분 8000원. ●쌀과 단호박이 만나 가오리빵 가우도를 건너면 찾게 되는 쌀빵, 황가오리빵이다. 남녀노소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식품이다. 강진산 쌀과 단호박이 주재료다. 쌀로 만들어져 소화가 잘되고 담백하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것과 비교해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반죽 과정에서 설탕과 버터를 대폭 줄여 칼로리가 낮다. 소금을 조금 사용해 나트륨 섭취도 최소화했다. 군은 가우도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황가오리에 착안해, 빵을 개발하고 상표와 디자인을 출원 등록했다. 강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문재인 - 김종인 ‘사드’ 충돌 아슬아슬

    문재인 - 김종인 ‘사드’ 충돌 아슬아슬

    더민주 지도부 방침 변화 주목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판단된다”며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북핵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득이 분명히 있겠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공조와 협력외교가 반드시 필요한데 사드 배치는 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이 ▲대응 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에 매달려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려워지게 된 ‘본말전도’ ▲안보라인 중심 ‘일방결정’ ▲무수단 미사일 발사 보름 만에 ‘졸속처리’ 등 3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회 동의 없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내에서 정부 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차제에 SOFA 협정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에 부정적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지도부 방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재야 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반대 성명을 밝혔고, 당권 경쟁에 뛰어든 송영길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안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인데 도움이 된다는 게 안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권정당을 꿈꾸면서 반대 당론을 정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입장인 김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며 “(문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기 의사를 발표한 건데 거기에 대해 코멘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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