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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현의 꽃차례] 송창식 노래에 대한 편애

    [안도현의 꽃차례] 송창식 노래에 대한 편애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젓가락 두드리는 솜씨가 전문 연주자에 가까운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악보 하나 없이 3절까지 가사를 외워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다 노래를 청하면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가곡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목을 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불꽃을 토해 내야만 술자리에서 일어서던 사람도 있었다. 전주에서는 소설가 이병천 형이 특히 그랬다. 물론 이 세상에 노래방이라는 희한한 공간이 등장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한반도 남쪽에서 ‘트로트’가 바야흐로 만화방창이다. 숨어 있던 가수들이 속속 발굴돼 그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고 그들의 노래는 코로나19로 위축된 마음들을 위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국민 전체가 노래를 즐기면서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귀명창’이 된 것도 예상 밖의 소득이다. 이들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신곡보다 대부분 2000년대 이전의 대중가요가 많다. 리듬은 호소력이 강하고 가사 내용은 서정적이어서 불편하지 않다. 이미자, 남진, 나훈아…. 젊은 시절 이들의 노래에 빠졌던 분들은 이제 거의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텔레비전은 이 가수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내고 있다. 온고지신,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내게도 마음 한쪽 창고에 쟁여 둔 가수와 노래가 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나는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입에 달고 다녔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이 감미로운 노래는 젓가락 장단이 필요 없었다.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을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반쯤 눈을 감고 부르면 제격. 송창식은 마치 기도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목소리는 메마르고 암울한 시기에 세상을 잘 견뎌 내자는 따스한 응원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그의 장인적 기질, 우리 전통에 대한 배려, 그리고 도가풍의 허허로운 웃음과 옷자락이 나는 좋았다. 스타에 대한 애착은 곧잘 편애로 연결된다. 내가 좋아하는 송창식에게 눈이 팔려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의 ‘나의 기타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는 정말 시적인 진술에 가깝다. ‘옛날 옛날 내가 살던 작은 동네엔 늘 푸른 동산이 하나 있었지. 거기엔 오동나무 한 그루하고 같이 놀던 소녀 하나 있었지.’ 이렇게 시작하는 가사는 오동나무에 소녀의 모습을 그려 놓고 거기에 다정한 목소리를 담고 싶어 하는 대목에 가서 절정에 이른다. ‘바람 한 줌 잡아다 불어 넣을까. 냇물 소리를 떠다 넣을까.’ 시각적인 것에 청각을 입히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시적인 것의 출발이 아닌가. 소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몇 무릎 몇 손’이라는 낯선 조어마저 자연스러운 표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하나가 된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차이를 극복하고 뛰어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팬들이 ‘아미’라는 이름으로 동일성을 느끼듯이 나는 송창식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면 유난히 들뜬다. 송창식의 노래를 같이 듣고 또 같이 부르게 될 때 나는 그 사람에게 감기고 마는 것이다. 전북대 영문과에서 정년을 앞두고 계신 이종민 교수는 연애 시절 데이트를 할 때면 송창식 노래만 들었다고 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고래사냥’은 젊은 두 연인을 더 단단하게 죄어 매는 끈이 됐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우리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송창식 노래만 불렀다. 아는 가사는 따라 부르고 모르는 가사는 휴대전화로 검색을 하면서 말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송창식의 노래가 있다. ‘밤눈’이다. 나는 첫눈을 기다리며 흥얼거린다.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적막 속에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예민한 귀, 마냥 그립다.
  • “‘피해자다움’ 따져선 안돼”…대법 ‘성추행 무죄’ 뒤집었다

    “‘피해자다움’ 따져선 안돼”…대법 ‘성추행 무죄’ 뒤집었다

    편의점 본사 직원, 업주 강제추행 혐의 기소1심서 벌금 400만원 선고…항소심은 “무죄”대법 “업무상 정면 저항 어려운 피해자 고려”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편의점 본사 개발부 직원인 A씨는 평소 업무로 만나던 편의점 업주에게 입을 맞추고 신체를 접촉하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7년 4월 24일 피해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찾아갔다가 피해자가 혼자 근무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계산대 안쪽으로 돌아가 피해자에게 서류를 보여주면서 업무에 관한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고 목을 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오른쪽 얼굴에 키스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A씨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피해자는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피해 경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폐쇄회로(CC)TV 영상 촬영 사진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반면 항소심은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고, 반복적·연속적으로 신체접촉이 이뤄지는 등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접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피해자와) 이미 이성적으로 가까운 관계에서 장난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근거로 내세운 사정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법리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며, 이는 업무상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관계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정도”라고 설명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피자는 대야를 타고…태풍 침수된 멕시코 마을의 기상천외 배달법

    피자는 대야를 타고…태풍 침수된 멕시코 마을의 기상천외 배달법

    위기돌파를 위해 이색적인 방법으로 피자를 배달하는 멕시코의 피자가게가 화제다. 멕시코 타바스코주(州)의 주도 비야에르모사에 있는 배달전문 피자가게 '피자JJ'는 배달을 위해 플라스틱 대야를 이용한다. 따뜻하게 갓 구워낸 피자를 대야에 넣은 뒤 배달원은 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배달원의 온몸은 물에 흠뻑 젖지만 피자는 100% 안전하게 주문한 고객에게 배달된다. 그렇다고 강을 건너는 건 아니다. 멕시코는 최근 허리케인 에타가 상륙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홍수와 침수가 발생했다. 3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와 18만 명을 웃도는 이재민이 나왔다. 타바스코주는 허리케인 피해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다. 피자JJ가 있는 동네도 심각한 침수가 발생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주민들이 외출을 못하게 되면서 음식배달의 주문은 오히려 늘어나기 시작한 것. 피자JJ에서 배달을 맡고 있는 로돌포는 "침수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지자 식품이 떨어지는 가정이 늘기 시작했다"며 "그 때문인지 피자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달이었다. 곳곳이 물에 잠겨 온전하게 피자를 배달하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피자JJ가 낸 아이디어는 대야 배달이다. 로돌포는 피자 배달을 나갈 때 아예 플라스틱 대야를 챙겨 나간다. 목적지로 가다가 침수지역을 만나면 피자를 대야에 넣고 물에 몸을 던진다. 고난의 행군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미리 준비한 밧줄을 꺼낸다. 피자가 담긴 박스를 단단히 밧줄로 고정하면 주문한 고객은 자택 2층이나 옥상에서 줄을 끌어당긴다. 이런 스토리를 알게 된 현지 언론은 "어쩌면 세계에서 희한한, 적어도 멕시코에선 가장 독특한 배달 방식임이 분명하다"며 피자JJ를 소개했다. 로돌포는 "침수된 곳에 악어가 들어왔다는 소문도 있어 약간은 겁이 날 때도 있지만 피자를 기다리고 있을 고객을 생각하면 가릴 게 없다"며 "침수 덕분에 오히려 가게가 알려지고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10월 상달 고사와 돼지머리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10월 상달 고사와 돼지머리

    11월 중순이지만, 음력으론 시월 초이틀로 겨울의 첫 달이다. 아직 따듯한 햇볕이 내리쬐어 음력 10월을 소춘(小春)이라 한다. 글자 그대로 ‘작은 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옷깃을 여민다. 그래서 초겨울이란 뜻으로 10월을 맹동(孟冬) 또는 초동(初冬)이라 한다. 한편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이라 해 동난(冬暖) 또는 동훤(冬暄)이라고도 한다. 산야를 빨갛게 물들였던 단풍은 지기 시작하며, 석 달간의 기나긴 겨울이 시작된다. 이 무렵 농촌에서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고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우살이 준비로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겨울의 찬 바람을 막기 위해 문풍지도 바르고, 땔감도 마련하고 김장을 하며 시래기며 무말랭이며 곶감 등을 말리는 등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겨울나기 준비를 마치면 별로 할 일도 없고 놀고먹기 좋은 공짜의 달이라 하여 음력 10월을 ‘공달’, 또 1년 중 가장 길하고 으뜸가는 좋은 달이라 해 상달, 양월(良月)이라 했다. 이때 갓 추수한 햇곡식으로 집집마다 좋은 날을 잡아 시루떡을 해 고사를 지내고 장독대, 광, 부엌, 외양간, 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에 조금씩 떼다 놓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왜 음력 10월을 상달이라 했을까.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을 말하고, 1년 농사가 마무리되고, 오곡백과를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고,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달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여겨 상달이다”라고 했다. 상달의 상(上)이란 ‘위’를 뜻하기도 하지만 신성함, 최고를 의미하며, 인간과 신이 함께 즐기기 좋은 으뜸가는 달로 여겨 상달이라 한 것이다. 10월 하면 고사, 고사하면 으레 돼지머리다. 10월 상달고사를 하도 많이 지내 시장통 푸줏간에 ‘고사용 돼지머리 있음’이라는 문구가 나붙기도 한다. 돼지는 나라의 큰 제사 때 소와 양과 함께 희생물로도 바쳐졌다. 납작코에 짧고 쭉 찢어진 주둥이. 하도 더러운 곳만 찾아다니며 먹는 것을 너무 밝혀 옥황상제가 주둥이를 잘라버려 납작코가 되었다는 돼지. 아무리 뜯어보아도 잘생긴 구석이라곤 어디 하나 없는 돼지, 왜 돼지머리는 고사상에 단골로 바쳐질까. 전라도 정읍 소성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다. 옛날 어느 집주인이 개·소·닭·돼지를 불러 모아 놓고 차례차례 물어보았다. 먼저 개에게 “너는 주인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느냐”. “네, 저는 주인님의 재산을 도둑맞지 않도록 문간을 항상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면 너는 문간에서 먹고 자거라.” 이번에는 소에게 물었다. “저는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며 무거운 짐을 운반하였습니다.” “응 그렇지. 너는 밥 많이 먹고 외양간에서 푹 쉬도록 하여라.” 세 번째로 닭에게도 물었다. “네, 저는 주인님이 더욱 부지런히 일해서 부자가 되도록 아침 일찍 정해진 시간에 목이 터지도록 울어 주인을 깨워 드립니다.” “응, 그렇구나” 하고, 주인은 사랑채 옆에다 닭장을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돼지에게 물었다. 돼지는 자기는 밥만 축내고 주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돼지는 “저는 주인님을 위해서 한 일이 없고 그저 신세만 졌습니다. 앞으로 주인님이 행복하고 부자가 되도록 목숨을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부디 저를 제물로 받아주소서.”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다. 10월은 해월 또는 돼지의 달로, 열두 띠의 시작은 11월 쥐(子)로 시작해 마지막 띠 돼지(亥)인 10월로 끝난다. 이때는 바로 하늘과 땅, 인간 셋이 화합을 하는 시기로 10월을 상징하는 돼지를 매우 신성시했다. 또 해(亥)자는 돼지의 골조를 그린 문자로서 핵((核)이란 종자의 뜻이 담겨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며 시작을 의미한다. 오행으로 볼 때 돼지는 생명의 원천인 물을 상징해 만물을 소생시키는 것으로 여겨, 예부터 집안의 재산을 불려주고 복을 주는 수호신 또는 ‘업’으로 모셔져 왔다.
  •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서울 중구 한길사 ‘순화동천’에서 그를 만났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신작 ‘그해 봄날’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 책에는 한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섰던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가 담겼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 걸어온 책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김언호는 세상이 다 아는 우리나라 대표 출판인이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그 이듬해에 한길사를 창립한 이래 45년 동안 우리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중요한 책들을 최량의 품격으로 펴낸 출판인이자 스스로 중요한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그동안 ‘책의 공화국에서’,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잇는 ‘그해 봄날’은 그의 정신적 수원(水源)이 돼 준 당대 현인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현대 지성사라고 불릴 만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그해 봄날’의 현인들을 찾아 ‘그해 봄날’은 1980년 ‘서울의 봄’을 함축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봄이자 김언호 개인에게는 이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나게 된 봄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거인들을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시대는 암담해져 갔지만 이분들과 새로운 미래를 구상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감사하기만 하다. 코로나19와 함께 꼬박 1년여의 시간을 바친 이 책에서 그는 이분들에 대한 해설이나 논평을 가급적 삼가고 “해석을 앞세우지 않고 현인들 육성을 충실히 받아 적는 기록자”이고자 했다. 누군가의 치열한 생애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역사가 된다. 이 책에 기록된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는 김언호의 시선을 통해 한 시대의 증언과 사표와 지도가 됐다. 그해 봄날부터 이분들이 건넨 정신사의 울림과 떨림이 아직도 깊고 융융하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현대사의 인물지(誌)를 낱낱의 충실성과 정성스런 헌정으로 완성함으로써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됐다. 김 대표는 그분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공공재이고, 흘러간 옛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형임을 알려 준 것이다.“험난한 시절 저는 이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불굴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길을 배웠습니다. 이 땅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목록은 함석헌, 김대중, 송건호, 리영희, 윤이상, 강원용, 안병무, 신영복, 이우성, 김진균, 이이화, 최영준, 이오덕, 이광주, 박태순, 최명희 선생들이다. 정치인, 사상가, 예술가, 언론인, 학자가 망라됐다. 그 가운데 그는 함석헌을 맨 앞에 수록했다. “인생의 스승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함석헌 선생을 꼽는다”는 그는 “선생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며 “지금도 우리에게 탕진되지 않는 감동과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1980년대 지성사를 가로질렀던 함 선생은 걸출한 사상가이자 평화주의 종교인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특별히 내 기억에는 ‘수평선 너머’라는 시집을 남긴 시인으로 남아 있는 함 선생의 육성이 잠시 떠올랐다.●책과 함께하고 책을 확장해 간 삶 김 대표의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그는 거기서 농사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농사일과 책 만드는 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손이 조금이라도 더 가면 반듯해지고 풍부해지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책이 없었고 당연히 서점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책방을 통해 책의 세계를 발견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야말로 황홀한 책의 난장이자 유토피아였다. 그곳에서 ‘사상계’를 만났다. 서울에서 대학 시절 동대문에 줄지어 서 있던 헌책방을 열심히 찾아 민족사적 해석과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 인문, 사회, 역사, 철학이 한 몸이라는 걸 배웠다. 그가 창립한 출판사 ‘한길’은 우리말로 ‘큰길’, ‘하나의 길’ 혹은 ‘마당’이나 ‘광장’을 함의한다. 어쩌면 그 ‘한길’로 김 대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엄혹한 시절을 걸어갔을 것이다. “너무도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혹했던 시대가 더 치열한 사유와 고민과 전망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김 대표는 그러한 사유와 고민을 ‘책’이라는 전망으로 담아냈다. 책을 만드는 시간은 그에게 둘도 없이 귀한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시대정신이 사람들을 발견하게 했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성을 통찰하게 해 주었다. “1980년대를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때를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시대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길사가 1979년 출간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당대의 금기를 깨면서 한국사의 실증과 해석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움직인 책인데 어쩌면 시대가 그 책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술회한다. 김 대표는 책을 만드는 일을 넘어 여러 출판 관련 일에 나선다. 그는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고, 2005년부터는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출판인들과 동아시아출판인회를 조직해 출판운동에 나섰다. 1980년 후반엔 파주출판도시 건설, 1990년대 중반에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설계에 큰 역할을 하면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출판 관련 운동을 확장하면서 그는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지속적인 실천을 해 왔다. 이 점, 김 대표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축일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도, 예술인마을 헤이리도 모두 혼자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시대를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운동으로만 가능했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혼자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한 걸음 걷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책’이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이다. 원래 ‘冊’(책)이란 죽간을 끈으로 엮어 놓은 모양을 본뜬 일종의 상형문자가 아니었던가. 최근 책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문화가 발전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책향’(冊香)과 함께 살아가는 ‘책’의 사제다. “책은 세계에 눈뜨게 해 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그는 “책을 통해서만이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개인과 사회를 설계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한 믿음을 반세기 동안 책을 만들면서 굳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책’이라는 경이로운 발명품을 통해 인류는 진화해 왔고 한국 사회도 이만한 발전을 해온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디지털의 힘은 정보의 집적에 있고 종이책은 그야말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그의 움직일 수 없는 지론이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써온 그의 일생도 이러한 믿음 위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예술로서의 ‘한 권의 책’ 연전에 그는 출판인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을 통해 책에 바치는 헌사를 완성한 바 있다. 그는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우리는 서점에서 만났고 시간을 죽였으며 거기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옆구리에는 책을 끼고 가방에는 세계의 가능성을 담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렇게 한 시대의 빛으로 가득한 서점의 광휘를 아름답게 담은 결실이 ‘세계서점기행’이었다. 이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내고 써 갈까? 그는 “고전 문제작을 읽음으로써 사람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전을 강조했다. 특별히 감염병과 관련해 재난의 근원과 진단과 처방에 관련한 인문학적 비전을 담은 책들을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 만들기와 책 읽기 없이는 창조적이고 품격 있는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한 권의 책’이 한 시대의 생각과 말씀을 담아낸다는 정신으로 쉬지 않고 책을 펴낼 것이다. 그는 국가가 개입해 도서관을 풍요롭게 구축해 가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역설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야 합니다. 문화 선진국들은 도시 곳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요. 책이라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도서관 정책이 긴요합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책’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이 아름답듯이 그것을 담아내는 책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영국 아티스트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아름다운 책’을 배웠다는 그는 모리스가 말한 “인간의 예술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 건축이고 그다음이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을 거듭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운명입니다. 운명을 걸고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고민은 제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의의이기도 합니다.” 책 만드는 운명을 사랑하는 ‘작가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이 ‘그해 봄날’처럼 쏟아지는 늦가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노모가 수건만으로 102㎏ 아들을 죽일 수 있나

    노모가 수건만으로 102㎏ 아들을 죽일 수 있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 인천지방법원 324호 법정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100㎏이 넘는 50대 아들의 목을 수건으로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70대 노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피고인(범인)과 변호인마저 범행을 한결같이 인정했지만 재판부(부장 표극창)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모(76)씨에 대한 이날 선고공판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진술했을 수 있고 범행 동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초 지난달 27일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살인의 증거는 피고인과 그의 딸 진술만 있는데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건으로 몸무게가 102㎏에 달하는 50대 성인 남성을 70대 중반 노모가 목 졸라 살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2차례 선고를 미루고 추가 심리했다.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자백까지 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재판부는 “제3자가 살인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구속됐던 윤씨는 선고 직후 풀려났다. 검찰은 지난 9일 항소했고, 항소심은 내년 1월 이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된다. 윤씨는 지난 4월 21일 0시 57분쯤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술에 취한 아들 A(51)씨를 술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112에 전화를 걸어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것 같다”고 자진 신고했다. 당시 집 안에는 윤씨의 딸 B(40대)씨도 있었으나 A씨의 행패를 피해 범행이 일어나기 직전 아이 둘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게 모녀의 주장이다. 윤씨는 경찰이 출동하는 5분 사이 딸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현장을 깨끗이 청소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고 그런 아들이 불쌍해서 범행했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제3자나 딸 등의 개입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윤씨를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했고,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의문스러운 어머니 윤씨의 자백과 딸의 진술 검찰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깨진 소주병 3조각을 촬영한 사진, 범행 도구로 사용한 수건에 대한 압수조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경부압박질식사로 판단된다는 부검 감정서, ‘집을 떠날 때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는 B씨의 진술이 피고 윤씨의 자백과 부합한다고 봤다. 윤씨는 평소 아들이 일정한 직업 없이 딸 B씨 집에 얹혀살면서도 술에 의존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사건 당일 0시 8분에서 30분 사이 아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동생 B씨와 술주정 문제로 다투고도 계속 술을 달라고 요구했다. 화가 난 B씨가 남편이 있는 수원으로 간다며 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격분한 윤씨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아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병을 꺼내 피해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어 거실 베란다에 있는 빨래 바구니에서 수건을 꺼내 술에 젖은 아들의 얼굴을 닦아 주다가 뒤에서 수건으로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윤씨는 같은 날 0시 53분쯤 112로 전화를 걸어 침착한 목소리로 “아들이 술 마시고 속을 썩여 목을 졸랐더니 죽은 것 같다. 숨을 안 쉰다”고 신고했다. 6분 만에 도착한 경찰은 호흡과 심장이 정지된 A씨를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같은 날 오전 9시 6분 사망 판정됐다. 윤씨는 “목을 조를 때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하는 등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희망도 없고, 늘 술에 취해 사는 꼴이 너무 불쌍해 그렇게 했다”며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 폐인처럼 지내며 술만 마시는 게 안타까워 살해했다는 얘기다. 윤씨의 딸은 재판 과정에서 “노상 술을 마시는 오빠가 엄마를 평소에도 때렸다”며 “(윤씨가 A씨를 살해한 사실이) 믿어지지는 않지만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엄마가 그날 그렇게 했을 때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건으로 76세 할머니가 키 173.5㎝, 몸무게 102㎏ 정도의 51세 남성을 목 졸라 살해할 수 있다고 믿고 범행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그러한 시도가 성공해 살해에 이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생명이 위태롭게 됐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진술은 더욱 믿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가 만취해 저항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 진술에 대해서도 범행 약 3시간 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것으로 인정되며, 피해자가 여동생과 사망 전 나눈 대화를 보면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나름의 주장을 할 수 있던 것으로 미뤄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경찰관 지시 따라 목 조르는 동작 했다” 재판부는 법정 검증 당시 피고인의 진술과 재연 동작이 어설펐던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소주병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가격하는 동작이나 수건으로 목을 조르는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면서 얼버무리는 태도를 취했고, 목을 조르는 동작을 취하라는 요구를 받고는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한 다음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수건으로 목을 조르는 동작을 했다”며 자연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피고인은 지난 9월 열린 공판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거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했다. 특히 수건으로 목을 조른 과정에 대해 매듭을 지었다고 말했다가 재연 과정에서 수건이 짧아 매듭이 만들어지지 않자 “매듭을 안 하고 그냥 졸랐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피해자가 무위도식하며 술을 마시고 지낸 기간이 10개월에서 1년 정도에 불과하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다고 하더라도 그게 일반적으로 어머니에게 살해 욕구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과 딸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살인 범행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피고인이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그 자백 내용이 진실한 것인지를 따져 합리적 의심이 없을 경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하는 것이고(대법원 2005도645 판결 등 참조), 더군다나 이 사건은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안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가족을 보호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명목으로 허위 진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범행 당시 집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을까?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 이 사건 현장에는 피해자(아들)와 피고인(어머니)만 있었다는 주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이후 사건 현장에 출입한 제3자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별다른 정황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문제 삼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을 보호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명목으로 허위의 진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피고인의 자백을 믿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도로 위 흉기’ 판스프링 또 승용차 덮쳤다…조수석 충돌

    ‘도로 위 흉기’ 판스프링 또 승용차 덮쳤다…조수석 충돌

    43번 국도서 길이 25㎝·폭 10㎝ 쇳조각 충격8월에도 경부고속도로에서 운전자 다쳐‘도로 위 흉기’로 불리는 화물차 판스프링 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8일 평택시 평택대교 인근 43번 국도를 운전해 지나가던 A씨의 차량 앞 유리 윗부분을 뚫고 들어와 조수석을 강타한 쇠붙이를 조사한 결과 판스프링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A씨 차량 조수석에는 아무도 타지 않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깜짝 놀라 갓길에 급정차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조수석에 떨어져 있던 쇠붙이를 경찰에 제출했다. 길이 25㎝, 폭 10㎝가량의 이 쇠붙이는 판스프링으로, 반대차로에서 달리던 화물차에서 떨어진 뒤 다른 차량이 이를 밟고 지나갈 때 튕겨 A씨 차량을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러나 이 판스프링을 부착했던 화물차와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밟고 지나가 사고를 유발한 차량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같은 방향 차로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가해차량이 특정되지만, 이번 사고처럼 반대방향 차로에서 판스프링이 날라와 발생한 사고는 피해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알기 어려워 사고 발생 시간 이곳을 지나간 차량을 모두 살펴봐야 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판스프링을 부착했던 화물차와 이를 밟아 사고를 유발한 차량이 특정되면 화물차주와 사고 유발 차량 운전자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이번 사고는 A씨가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중고자동차 판매 사이트인 보배드림에 올려 관심이 집중됐다. 판스프링은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차량 하부에 설치하는 완충장치의 하나로, 화물차 적재함이 옆으로 벌어지며 화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적재함 옆에 지지대로 삼아 끼워놓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도로로 떨어진 판스프링을 다른 차량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고 지나가면서 튕겨 다른 차를 덮쳐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월 이천시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에서 1차로를 달리던 승용차에 날아든 판스프링에 운전자가 목 부위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올해 8월에도 경부고속도로에서 한 차량에 판스프링이 날아들어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숨쉬기 편한 밸브형 마스크, 단속대상인 이유 알고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숨쉬기 편한 밸브형 마스크, 단속대상인 이유 알고보니...

    13일 0시부터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본격 시행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는 물론 턱에만 걸치고 있던지 목에 걸고 있어도 10만원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 또 마스크를 쓰더라도 망사형이나 밸브형 마스크, 투명 위생 플라스틱 입가리개는 착용하더라도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망사형이나 투명 입가리개는 침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더라도 밸브형은 왜 문제가 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미국 표준기술연구원(NIST) 재료측정연구실 연구팀은 착용자의 호흡을 쉽게 만들어 주는 밸브형 마스크가 타인에게 침방울이 튀어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를 13일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체 물리학’ 11일자에 실렸다. 밸브형 마스크는 마스크 표면에 동전 크기의 배기 밸브가 달려 있는 제품이다. 숨을 들이쉴 때는 차단 효과가 높지만 착용자가 감염자라면 날숨으로 병원균이 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F94 마스크에 비해 호흡이 편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우려가 크다고 보고 질병관리청에서 단속 대상 마스크에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 공학자들이 질병관리청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NIST 연구팀은 마네킹 안쪽에 사람이 숨쉬는 것과 똑같은 호흡 시스템을 만든 뒤 밸브형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든 뒤 공기의 흐름과 밀도의 변화를 정밀 촬영했다.그 결과 밸브가 달리지 않은 N95(KF95와 똑같은 성능) 마스크는 숨을 쉬거나 기침, 재채기를 하더라도 침방울이나 공기가 대부분 걸러지는 것이 관찰됐다. 그렇지만 밸브형 마스크는 상대방의 침방울이나 공기가 침투하는 것은 막지만 착용자 본인의 숨이나 침방울은 밸브를 통해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관찰됐다. 무증상 감염자가 밸브형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경우 타인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그대로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또 밸브형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헐겁게 착용할 경우 마스크 주변으로 침이나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튜 스테이메이츠 NIST 엔지니어(유체역학)는 “이번 연구에서는 밸브형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공기가 여과 없이 그대로 마스크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코로나19는 무증상 상태로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기 때문에 착용자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밸브형 마스크를 착용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브라함은 왜 아들을 내놨나…인간 시점으로 풀어쓴 창세기

    아브라함은 왜 아들을 내놨나…인간 시점으로 풀어쓴 창세기

    사랑이 한 일/이승우 지음/문학동네/248쪽/1만 4000원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연작 소설집 ‘사랑이 한 일’의 표제작의 각 챕터 서두는 모두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아버지 아브라함에 의해 신에게 바쳐질 뻔한 이삭이 아버지 내면의 목소리를 짐작하며 하는 말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 문장을 담은 아버지의 목소리는 내 안에서 생생하게 울린다.’(102쪽) 아버지가 하지도 않은 말을, 아버지 덕에 죽을 뻔한 ‘나’는 듣고서 그의 심중을 이해한다. 왜일까.‘사랑이 한 일’은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통찰을 이어 온 이승우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신학을 전공한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창세기’를 인간의 시점으로 다시 읽고 다시 썼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브라함이 있다. 책은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사랑이 한 일’을 한가운데 두고 시간순으로 앞뒤에 두 편씩 더 배치했다. 자기 딸을 불량배들에게 내주는 소돔성의 롯 이야기인 ‘소돔의 하룻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부당하게 내쫓기는 하갈을 그린 ‘하갈의 노래’가 앞에 있고, 이삭이 느끼는 기묘한 허기와 그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를 향한 편애에 대한 소설적 해설이라 할 수 있는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가 뒤에 놓였다.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신과 이에 순응하는 아버지 아브라함은 성경을 읽는 독자들을 갸웃하게 한다. 작가도 같은 의문에서 성경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삭의 입을 빌려 말한다.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만이, 오직 사랑만이 바쳐질 수 있다. 바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사랑하면 어렵게도 할 수 없게 된다.’(100쪽) 이쯤 되면 ‘사랑이 죄’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미는데, 끊임없이 인간의 뜻을 시험하는 것이 신의 본령이며 그 도저한 뜻을 매번 가늠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면 무력해진다. 또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도 인간의 본질이다. 말로 나오지도 않은 아버지의 마음을 끊임없이 헤아리는 일은 사랑이 없이는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작품 ‘허기와 탐식’에 이르면 나이 든 이삭이 아들 둘 가운데 맏아들 에서만 편애한 이유가 이해가 간다. 이삭에게 신의 제물이 될 뻔한 경험은 평생의 트라우마다. 반면 자신이 어릴 때 쫓겨났다던 이복형 이스마엘이 잡아 준 들짐승의 살, 형을 연상시키는 사냥꾼 에서의 풍모는 또 다른 위안이다. 이삭은 에서에게 가부장의 권리를 주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틈탄 둘째 아들 야곱의 계략으로 실패한다. 신의 사랑에서 시작된 일이 인간의 편애를 낳아 인간사는 어지러워졌다. 사실 신도 편애를 한 것과 다름없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소설 쓰기가 일종의 패러프레이즈라는 생각을 한다’고 적었다. 성경 속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금까지는 듣지 못했던 이들의 발화를 통해 헤아리는 것이 ‘사랑이 한 일’의 일이다. 변증법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논리적인 문장들은, 단문에 많은 뜻을 담고 있지만 어렵지는 않다. 이것이 다른 장르가 아닌, 철저한 텍스트 기반의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장의 맛에 목말랐던 이들에게 단비 같은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친문 극렬 지지층도 민주당의 일부일 뿐…모든 권력 가진 것 아니다”

    “친문 극렬 지지층도 민주당의 일부일 뿐…모든 권력 가진 것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2일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기본시리즈’는 복지적 접근이 아니다”라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잘 나누자’가 아니라 ‘함께 더 잘살자’라는 철저히 경제적인 접근”이라며 경기도에서 실현 중인 그의 구상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하는 데 확신을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원칙과 질서를 말하는 나는 진보가 아니라 어찌 보면 보수에 가깝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창구 정치부장과의 대담. -기본시리즈와 경제활성화가 어떻게 연결되는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주면 받는 이들이 더 좋겠지만, 우리는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바로 경제 활성화 효과 때문이다. 기본주택도 마찬가지다. 평생 집값 갚는 데 매달리면 소비가 불가능하다.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다시 늘린다는 과거의 선순환 구조는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소비를 자극해서 공급을 늘리는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 -기본대출을 두고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5억원을 떼먹으면 신용불량자가 돼도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1000만원을 일부러 갚지 않고 신용불량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라면 모두 쓰는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너 1000만원 빌려주면 돈 떼먹을 거잖아’라고 의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어떻게 보나. “예전에 부동산 투기는 극소수 복부인들이 했다. 보통 사람들은 양심상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 국민이 투기에 나선 꼴이다. 갭투자를 위한 똘똘한 한 채까지 통제해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세금을 충분히 부과해 투기로 인한 이익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료조직은 태권V… 미치광이가 타면 무기 돼 -국정 운영 참여와 당직, 의회 경험이 없다는 약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시민단체 출신인 내가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사람들은 행정경험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성남시장을 하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지사를 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기초단체장이 뭘 아느냐, 국회의원 4선에 장관급은 돼야지’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경기도민들은 우리의 정책을 체감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정치와 정책은 경험이 아니라 용기와 결단의 문제다. 관료조직은 로보트 태권V와 같다. 훈이가 들어가면 훈이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들어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 미치광이가 들어가면 무기가 된다. 머리에 누가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정책 실현을 중시하는데, 특별한 신념이 있나. “정치는 모든 거래 행위 중에 공수표 가능성이 가장 큰 거래다. 하지만 나는 말하면 반드시 지킨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절대 약속하지 않고, 불투명한 것도 말하지 않는다. 90%를 넘는 공약 이행률이 그것을 말해 준다. 도민들이 ‘이재명은 뒤로 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백도(back도)가 없다´는 별명을 붙여 주셨다.” -‘사이다 발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적대적이란 지적이 계속되는데.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통합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통합은 부패와 반칙, 부정과 편법을 청산하지 않고 단순히 뭉쳐 놓는 땜질식 통합이 아니다.” -이재명 특유의 거친 언사를 불편해하는 국민도 많다. “존재감이 미약할 때 존재를 인정받고자 과도한 표현들을 썼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나는 ‘벼룩’이었다. 벼룩은 튀어야 눈에 띈다. 이젠 벼룩 시절은 잊으셔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송아지 정도로 (체급이) 커졌다(웃음).” ●비상식적 수구부패 세력이 보수 행세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정치를 평가한다면. “촛불혁명 이후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의 경쟁이 이뤄지길 바랐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비상식적 수구부패 세력이 보수의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다. 보수 영역에 속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진짜 진보 자리는 사라진 상황이다. 원칙과 질서를 말하는 나는 진보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이 진보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보수가 돼 ‘가짜 보수’를 밀어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비난하는 측에선 가장 강력하게 싸우는 존재로 보인 것 같다. 약간 기대도 될 테니 야권의 지지세가 몰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야권의 기존 후보가 너무 취약해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정체 상태다. “지난 대선 때 지지율과 민심은 조변석개이고, 의도적으로 노력해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나는 그저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된다. 후광도 조직도 없는데 일은 제일 잘할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되면 그만이다. ‘어디서 주워 온 애인데 내 삶에 도움이 많이 되네’라고 평가받으면 충분하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올랐나. “친문이라는 말 자체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폄훼하는 것이다. 이 나라가 누군가의 왕국이 아니다. 민주당은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다. 다양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면 지시와 복종만 있는 조폭과 같은 조직일 뿐이다.” -친문 극렬 지지자들을 이재명식으로 규정한다면. “나는 그들도 당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생각 중 하나의 비중이 커질 때도 작아질 때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들이 당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당의 모든 권력을 다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도 편하다. 다만 과대 대표되는 측면은 아쉽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은 어떻게 보나. “당원의 한 사람으로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고 했고, 이미 결정했으니 따르겠다.” ●민주적 통제로 가는 도중 검찰이 극렬 저항 중 -현재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 대해 평가한다면.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검찰이 민주적 통제로 가는 도중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왜 자신들의 흑역사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가. 과거 정치수사 등 자기들 잘못은 다 빼고, ‘왜 우리는 좋은 집단인데 억압하느냐’고만 하면 안 된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이재명 지사는 누구 ‘소년공’ 넘어 사시 합격…‘성남 무상 시리즈’ 주목 이재명(56) 경기지사는 경북 안동에서 화전을 일구는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과 함께 유년을 보냈다. 가족이 일자리를 찾아 경기 성남으로 이주한 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살았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에 진학해 1986년 사법고시 합격 후 인권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성남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다 2004년 정치에 입문했다. 낙선 끝에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성남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성남형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지원) 정책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다 대 고구마’ 대결을 펼쳤고,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1964년 경북 안동 ▲중앙대 법학과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민선 5기·6기 성남시장 ▲제19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후보 ▲제35대 경기지사
  • 코로나 언택트 시대의 교육…‘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

    코로나 언택트 시대의 교육…‘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자녀가 명문학교에 다니고, 좋은 직장에서 돈을 잘 버는 것으로 잘 키웠다고 할 수는 없다. 목남희 단국대 교수는 신간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에서 자녀 교육의 성공 출발점은 가정이라고 단언한다. 목 교수는 그런 사례로 자신을 포함한 7남매, 16명의 손주를 바르고 정직하게 키워낸 부모님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부모는 지리산 아래 산골인 경남 하동군에서 1925년도에 태어났다. 구순을 훌쩍 넘긴 저자의 모친은 아직도 가계부를 일기처럼 매일 쓰고 있다. 60여년간 기록한 가계부가 가문의 역사책이 됐다. 모친은 환갑 때 한문서예대회에 출전하고, 88세 판소리에 도전할 정도로 배우고자 하는 열성이 높았다. 스마트폰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로 새로운 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물론 이런 것을 고스란히 보고 배웠던 7남매는 이를 다시 자녀들에게 실천하고 있다. 천금과 권력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건실한 가정, 화목한 가정이 곧 가정교육의 기초임을 강조한다.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늘 자식 편이 되어 주었던 아버지와 훈육 교사를 담당할 정도로 엄격하였지만, 미국에 사는 딸에게 600통 이상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자식을 지극히 사랑한 어미니, 두 분의 역할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이루어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부모님은 서로 매우 사랑했다는 것이다. 부모 두 분이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나간 과정을 지켜보며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대화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이러한 화목한 집안 분위기는 자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이끌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고, 자식이 결정한 일은 전적으로 믿어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이 책은 자식의 성공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정직하고 행복하게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훌륭한 자녀를 키워내는 비결은 바로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좋은 부모가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전세계에 대유행 중인 코로나19로 언택트가 강조되는 시대, 손 닿는 거리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저자 목남희 교수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정치외교 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국 켄터키주립대학에서 회계과정을 이수한 후 클리블랜드주립대학에서 회계정보시스템 석사, 단국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미국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획득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BP 미국본사에서 일반 회계를 담당했으며, 미국 제약사 셰링플라우의 한국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후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로 10년간 재직했다. ‘경영학원론’(Management)을 공동 번역하면서 다수의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임만균 서울시의원 “백년대계로서 서울시 도시계획 이뤄져야”

    임만균 서울시의원 “백년대계로서 서울시 도시계획 이뤄져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임만균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3)은 11월 5일(목) 개최된 2020년도 서울시 도시계획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의 사유지 보상 예산의 과소 편성과, 시의 재정수단으로서의 도시계획 운영 행태를 지적했다. 서울시는 금년 7월 1일의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에 따른 공원 지정 시효 해제에 앞서,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장기미집행 공원시설 118㎢ 중 약 59%에 해당하는 69.2㎢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당시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따른 사유지 보상 예산으로 총 13조 3천억 원을 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중 2021년 도시자연공원구역 사유지 보상 예산으로는 고작 104억원만을 편성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시유지인 서울숲 주차장 부지(현재 자연녹지지역)를 준주거지역으로의 6단계 상향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지역을 6단계 이상으로 상향 변경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인데, 서울숲 현대제철 부지와의 등가 교환 또는 등가 매매를 위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로 인해 현재 152억원으로 추산되는 해당 시유지 가격이 4,427억원으로 29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만균 시의원은 이 날 도시계획국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당장 내년부터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사유지 보상에 투입되는 예산을 증액하여 한시라도 빨리 토지소유주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게끔 해야 한다.”고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사유지에 대한 빠른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서울시는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필요한 토지보상이나 용도변경 상향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뤄내고자 한다. 이렇게 도시계획을 재정수단으로 활용하는 서울시의 행태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라며 서울시의 부조리한 행정을 지적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같은 사항을 자치구, 민간에 대해 적용할 경우에는 인색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시 사업의 공공성이 큰 것은 인정하나, 자치구에서 공공청사 등을 짓거나, 도시자연공원구역 등 사유지에 대한 보상을 추진할 때에도 시 사업 추진 시와의 형평성에 맞게 도시계획을 운영해야 한다.”며 도시계획 운영에 있어서의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했다. 끝으로 임 의원은 “서울시의 도시계획이 특정 사업의 성급한 추진을 위한 재정수단으로서 기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서울시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목욕탕에서 마스크 안쓰면 과태료 부과하나요?”(종합)

    “목욕탕에서 마스크 안쓰면 과태료 부과하나요?”(종합)

    내일(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자 과태료목욕탕도 탕 벗어나면 써야 내일(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본격 시행된다. 이에 수영장과 사우나에서도 물 속이나 탕 안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할 수 없는 격한 운동은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다가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지면, 즉시 벗고 다른 사람과 분리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완벽하게 가리지 않는 등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외에서는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둔다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50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이나 행사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마스크는 비말 차단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보건용, 비말 차단용, 수술용 마스크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마스크만 인정된다. 망사형 마스크, 밸브형 마스크는 허용되지 않는다. 마스크 안쓰면 10만원…걸리더라도 바로 쓰면 면제 지난달 13일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한 달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이뤄지는 조치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시설과 위반했을 경우의 과태료 부과 여부를 정리했다. 1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시설 및 장소는 중점·일반관리시설 23종과 대중교통, 집회·시위장, 의료기관·약국, 요양시설 및 종교시설 등이다. 다만 방역 당국은 단속이 돼도 마스크를 바로 착용하면 과태료를 물리지 않을 계획이라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서울시, ‘24시간 마스크 민원처리 긴급대응팀’ 운영 서울시는 마스크 미착용 단속을 시작하는 13일부터 각 자치구에 ‘24시간 마스크 민원처리 긴급대응팀’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긴급대응팀은 마스크 단속에 관한 시민의 궁금증을 상담하고 필요하면 현장에 출동한다. 서울시는 처벌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는 기본 방침에 따라 단속 현장에서 일단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다. 13일 오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에서 단속과 함께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24일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감염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스크 착용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마스크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전파를 차단해주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백신이므로 마스크 착용 생활화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경기도, 마스크 착용 의무 어기면 과태료…“주의 당부” 김재훈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12일부터 한 달간 연장되었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계도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11월 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라며 “도내 거주자 및 방문자께서는 다중이 밀집돼 있는 실내에서 반드시 올바른 착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외에서도 의무적으로 착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위반하면 위반 당사자에게는 10만원, 시설 관리·운영자가 방역지침 준수를 위반했을 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코로나19 환자 발생 시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과태료 외 별도의 방역비용 등에 관한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성 2명 살해’ 최신종 “무기징역 양형부당” 항소

    ‘여성 2명 살해’ 최신종 “무기징역 양형부당” 항소

    여성 2명을 살해한 최신종(31)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12일 전주지법 등에 따르면 강도살인, 강간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신종이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신종은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종은 지난 4월15일 0시쯤 전북 전주시 완주군 이서면 인근에서 A씨(34)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 기소됐다. 최신종은 이 과정에서 금팔찌 1개(82만원 상당)와 48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6시30분쯤 전북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 인근에 숨진 A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신종은 첫 번째 범행 후 4일이 지난 4월19일 오전 1시쯤 전주시 대성동 한 주유소에 세워진 자신의 차 안에서 B씨(29)를 살해하고, 시신을 완주군 상관면의 한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신종은 이 과정에서 B씨의 금품을 빼앗았다. B씨는 부산에서 온 실종여성이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 살인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또 첫 번째 살인을 한 뒤 죄의식 없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만나 살해하고 시신을 은폐했다.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없고 무자비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재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최신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성현 목포해양대 총장, 광주·전남 총장협의회 회장에 선출

    박성현 목포해양대 총장, 광주·전남 총장협의회 회장에 선출

    “지역 학교간 교류협력을 강화해 대학들의 장점을 살리고,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광주·전남 21개 대학(4년제대학)으로 구성된 광주·전남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박성현(55) 목포해양대 총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많은 대학들과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민과 함께 상생하고 발전을 이끌어가는 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총장은 “지역산업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성화된 기업을 대학이 육성하고 선도해야한다”면서 “지자체가 지원을 강화해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지역발전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도 제안했다. 그는 “학령인구가 줄어가는 시점에 2021년도에 시행될 교육부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 대비해 경쟁보다는 서로 힘을 합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국가발전과 지역대학의 상생을 위한 교류협력 필요성이 요구된다”며 “지역사회 중심대학으로서의 책무와 인재 배출을 담당하는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힘 줘 말했다. 광양 출신으로 순천고(33회)와 부산해양대를 졸업한 박 총장은 전국 국·공립대학 최연소 총장이다. 2017년 총장에 취임한 후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전국 국·공립대학교 중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취임 2년 동안 굵직굵직한 현안 사업을 해결하고, 취업률 1위 대학으로 위상을 굳건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 부처와 국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올해 510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도 올렸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체조 쌍두마차’ 도쿄 金·銀 싹쓸이 노린다

    ‘체조 쌍두마차’ 도쿄 金·銀 싹쓸이 노린다

    ‘도마의 신’ 양학선(28)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인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며 “올림픽을 뛰어 본 선수로서 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지난 10일 만난 그에게 ‘왜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는 언제나 매 대회를 마지막인 것처럼 임해 왔고 올림픽은 매년 있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이번에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힘들 때 한 번 더 독기를 품고 할 수 있게 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최근에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등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학선은 재활을 거쳐 2018년 10월 전국체전 금메달로 부활을 알렸고 지난해 3월 체조월드컵에서 2주 연속 우승했다. 이후 열린 지난해 종별선수권, KBS배, 실업선수권, 전국체전까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는 도쿄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메달 2개를 기대한다. 양학선은 이대로 몸 상태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량이다. 신형욱 남자 체조 국가대표 감독은 “도마에서 양학선과 신재환이 함께 금메달을 두고 경쟁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환은 2018~2020년 도마 세계랭킹 2위를 차지해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복병이다. 신재환과 도마 종목에서 메달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양학선은 “좋은 거다. 그만큼 우리나라 체조가 세계 정상권으로 올라왔다는 증거”라며 “상대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내 것만 완벽하게 하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서울신문은 산재 야간노동자 148명(사고, 과로, 질병 등)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부고 기사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한다. 기사에 담지 못한 야간노동자들의 부고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nightwork/)에서 더 살펴볼 수 있다.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던 전태일,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당시 24세)는 모두 야간노동자였다. 오는 13일은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여 참혹한 노동현실을 세상에 알린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의 노동 환경은 50년 전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 서울신문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1~6월 산업재해로 판정된 사망자 1101명에 대한 질병판정서와 재해조사의견서를 데이터로 변환시켜 148명의 야간노동자 사망 경위를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근로기준법 제56조에 규정된 야간노동 기준(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근로)을 적용했다. 국내 야간노동자 규모는 정부가 2013년 실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 127만명이 마지막으로 집계된 수치다. 전체 노동자의 10.2%이지만 현재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 산재 사망자 1101명 중 야간노동자(148명) 비율은 이보다 높은 13.4%다.  ●택시기사 임모씨는 2019년 3월 22일 오전 8시 45분 경기도 고양시의 노상에서 운전석에 앉은 채 숨졌다. 65세. 2018년 9월 이후 고정 야간 근무자로 일해온 고인은 오후 3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4~6시 퇴근, 주당 72시간 이상 근무했다. 고인은 사망 전날 출근했다가 이상 증세를 느껴 당일 2차례 회사에 견인차 출동을 요구했지만 방치됐다. 2009년부터 택시기사로 일해온 고인은 만성 과로 상태로 판정됐다. ●아파트 경비원 이모씨는 2018년 12월 28일 오전 7시 48분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이듬해 1월 7일 숨졌다. 75세. 고인은 사망 당시 체감온도 영하 19.3도의 한파가 발령된 상황에서 좁고 추운 초소에서 3~4시간 취침했다. 고인은 재계약 연장 여부를 놓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산의 해운업체 현장 관리자로 고박 작업과 서무 업무를 한 이모씨는 2019년 10월 2일 퇴근한 다음날 낮에 무호흡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됐다. 38세. 전날 태풍으로 7시간 연장 근무를 했으며 사망 전 1주간 84시간 57분을 일했다. 사인은 급성심장사. ●택시기사 정모씨는 2019년 9월 4일 오후 4시 전남 여수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60세. 고인은 1인 1차제로 사망 전 주당 평균 근무시간60시간 12분을 일했고, 사망 당일 새벽까지 택시를 운행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보다 많은 택시사납금 11만 7000원을 납부하기 위해 쉴새없이 일해야 했다. ●아파트 경비원 오모씨는 2019년 12월 15일 오전 9시 15분 전남 광주의 한 아파트 경비초소 화장실에서 쓰러진 사흘 뒤 숨졌다. 62세. 고인은 사망 직전 4주간 평균 74시간을 일했으며, 초소와 수면 장소가 분리되지 않아 온전한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고인은 아파트 투신 현장을 정리하는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는 2020년 1월 29일 오전 6시 10분 전남 광주시 북구의 한 아파트로 출근하던 중 차량 운전석에서 쓰러졌다. 61세. 고인은 사망 전 설날 연휴에 집중된 택배 관리로 평소 대비 2배 이상의 업무를 했다. 사망 전 1주일간 30% 급증된 업무량과 24시간 교대 근무는 만성 과로의 원인이 됐다. ●전남 광주의 택시기사 임모씨는 2019년 12월 13일 오전 2시 30분 승객을 내려준 직후 노상에서 쓰러졌다. 61세. 고인은 고정 야간 근무자로 매일 평균 12시간 운행했다. 그의 사망 직전 1주일간 타코미터 기록으로 총 95시간 39분을 일해 고용노동부 고시 만성 과로 기준치를 30시간 이상 초과했다. ●사출기술자 임모씨는 2019년 10월 16일 오전 6시40분 자동차 부품공장으로 출근하던 중 구토를 하다 쓰러졌다. 그는 같은해 11월 2일 사망했다. 43세. 주야간 2교대 근무와 중량물 취급, 고열 작업으로 기저 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판정됐다. ●강원도 원주의 식당 매니저 엄모씨는 2019년 7월 3일 야간 근무 후 퇴근하던 길에 급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는 7월 29일 오후 11시 45분 숨졌다. 54세. 고인은 2015년 4월 이후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일하는 장기 야간노동자였다. 한달에 나흘씩 휴무가 보장됐지만 고정된 날짜없이 불규칙적이었다. ●서울의 대형마트 홈플러스 계산원인 이모씨는 2019년 9월 9일 근무 중 고객으로부터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라는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고인은 이날 퇴근 후 오후 8시 10분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가 9월 19일 숨졌다. 58세.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갑질을 당한 직원 상태를 확인하고 휴식 등의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물었다. ●강원 강릉의 한 정신병동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엄모씨는 2019년 5월 21일 야간 근무를 마친 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66세. 고인은 24시간 2교대로 매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했다.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은 81시간에 달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주유소 직원인 김모씨는 2019년 6월 2일 오전 3시 14분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편의점 입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49세. 고인은 같은날 오전 1시 55분 주유하러 온 고객과의 물리적 다툼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야간 고정근무자인 고인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매일 혼자 일했다. CCTV에는 고인이 편의점 입구 손잡이를 붙잡고 허리를 한참 숙이고 있다가 쓰러지는 장면이 촬영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추정. ●보일러 기사 정모씨는 2019년 1월 28일 오전 6시 30분 서울 관악구의 한 도서관 지하 기계실에서 호흡 곤란으로 쓰러진 1시간 뒤 숨졌다. 69세. 고인은 매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교대 근무를 했다. 근로계약서상 9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됐지만 실제 근무는 20시간에 달했다. 고인의 사인은 미상이지만 업무상 과로가 원인으로 판정됐다. ●택배기사 이모씨는 2019년 9월 6일 오전 3시 상하차 물류터미널 인근 상가 앞 트럭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고인은 병원으로 후송된 이틀 뒤 저녁 8시 8분 숨졌다. 52세. 사망 직전 1주간 근무시간은 76시간 48분으로 만성 과로업무 기준을 초과했다. 사인은 급성 뇌경색. ●서울의 주상복합건물 전기기사였던 최모씨는 2019년 4월 19일 오전 8시 근무지 방재실 간이침대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41세. 2인 1조 24시간 맞교대 근무 형태였지만 1월 24일부터 18차례 1인 근무를 했다. 고인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모니터링하는 업무로 하루 수면시간이 3시간에 불과했다. ●필리핀 노동자 G는 2019년 4월 8일 오후 8시 15분 부산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기숙사에서 저녁식사 도중 쓰러졌다가 같은해 7월 1일 숨졌다. 44세. 고인은 2017년 6월 입사한 후 1주일 단위의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다. 그의 주당 근무시간은 73시간 47분에 달했다. 잦은 야근 연장과 휴일 부족 등 만성적인 과로 상황에 노출됐다. ●14년 경력의 버스 운전기사 강모씨는 2019년 2월 13일 오전 5시 30분 경기 화성에서 버스 출발 직후 사고를 냈고 운전석에 앉은 채 쓰러졌다. 그는 당일 오전 6시 29분 숨졌다. 50세. 매주 2일 근무하고 2일 휴무했으나 근무 시간이 불규칙했다.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사고 후 사망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판매원 윤모씨는 2019년 7월 30일 오전 4시 12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손님에게 발견됐다. 그는 오전 5시 54분 숨졌다. 59세. 고인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이어지는 고정 야간근무를 전담했다. 사인은 급성심장사 추정. ●버스기사 김모씨는 2018년 12월 19일 오후 1시 인천의 버스 차고지에서 교대 직전 본인 차량을 주차하던 중 쓰러져 당일 오후 2시 6분 숨졌다. 62세.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근무했고 휴게 시간이 따로 없었다. 배차 간격 사이 10~20분의 대기시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했다. ●인천의 골재생산공장 생산라인 정비 노동자 문모씨는 2019년 11월 4일 오전 5시 업무를 마치고 샤워를 하러 갔다가 오전 5시 47분 샤워실 바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55세. 고인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근무시간이 길고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망 전 1주간 80시간 48분을 일했다. ●아파트 경비원 오모씨는 2018년 1월 14일 오전 8시 20분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 의자에 앉은 채 숨졌다. 66세. 고인은 사망 전 영하 15.3도의 한파에 제설 작업을 했고 2017년 9월 이후 격일 휴무일 외에 별도로 쉰 적이 없다. 주민들은 고인이 평소 건강했고 친절했다고 말했다. 사인은 급성심장사 추정. ●택시기사인 유모씨는 2019년 1월 18일 오후 3시 30분 서울의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같은 달 27일 숨졌다. 63세. 야간에 고정적으로 택시를 운행한 고인은 타코미터 기록을 토대로 하루 약 270㎞의 장거리 운행, 사망 전 주당 평균 87시간 38분의 만성적인 과로에 노출된 것으로 판정됐다. ●경기 평택시의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는 2020년 3월 6일 오전 11시 30분 아파트 출입구 계단에서 넘어져 목 척수가 손상됐다. 긴급 이송된 고인은 4월 30일 오후 8시 57분 숨졌다. 77세. 고인은 3년 6개월간 새벽 6시부터 24시간 격일 교대근무를 해 왔다. ●터널 굴착 경력 8개월의 미얀마 노동자 N은 2020년 6월 10일 밤 10시 20분 전남 광양시 소재 전력구공사 갱도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축전차량 하부와 레일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35세.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고인이 홀로 작업하다 최고시속 15~20㎞로 달리던 축전차에 끼이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노동자 장모씨는 2020년 7월 27일 오전 9시 19분 경기 안산의 공장 내 유압리프트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작동한 리프트에 머리가 끼인 채 발견됐다. 41세. 현장에 CCTV가 있었지만 사각지대로 사고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 고인은 2018년 입사해 2년째 2교대 근무 중이었다. ●전남 해남의 한 조선소 야간경비원인 구모씨는 2020년 4월 17일 오전 5시 30분 옥외작업장의 도크게이트 주변을 순찰하던 중 3.5m 아래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그는 당일 오전 8시 30분 숨진 채 발견됐다. 57세. 고인은 퇴근 1시간 30분을 남겨놓고 실종됐다. 당일 비가 내려 전방 시야가 어두웠지만 해당 구간에 안전 난간은 설치되지 않았다. ●일용직 흙막이 설치공인 김모씨는 2020년 7월 2일 밤 10시 25분 여수석유화학단지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흙막이 공정을 하던 중 무너진 굴착면 토사에 매몰됐다. 59세. 전날 오후 5시에 출근한 고인이 작업했던 굴착면의 지반은 지하수로 젖은 상태였고, 작업계획서 절차도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았다. ●도장 기술자 김모씨는 2020년 8월 26일 오전 6시 35분 경남 함안군의 공장 발전기 구조물을 도장하던 작업 중 지지대가 넘어지면서 1.42t 중량의 구조물에 맞아 숨졌다. 53세. 구조물을 받치는 지지대는 바닥접촉 면적이 작아 외부 충격에도 쉽게 쓰러지는 형태였다. 동료 작업자가 지게차로 다른 구조물을 옮기다 참사가 발생했다. 전날 밤 10시 야간근무조로 출근한 고인은 영영 퇴근하지 못했다. ●충남 예산의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일한 스리랑카 노동자 K는 2020년 2월 7일 새벽 5시 37분쯤 사출성형기 점검을 위해 내부에 들어갔다가 작동한 기기에 머리가 끼였다. 긴급 후송된 고인은 오전 6시 26분 숨졌다. 32세. 해당 사출성형기는 안전을 위한 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전원선이 분리돼 사고 당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북구의 플라스틱 제조사의 협력업체 직원 성모씨는 2020년 6월 11일 오후 9시 20분 발포성형기의 금형 사이에 끼여 숨졌다. 57세. 고인은 2인 1조로 작업하던 중 갑작스러운 닫힘 현상으로 ‘끼임 재해’를 당했다. 사고 작업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기계적 안전장치가 해제돼 발생한 사고로 추정됐다. ●광주 광산구의 자동차부품 생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 이모씨는 2020년 3월 27일 오전 3시 25분 작업하던 로봇 팔에 끼인 채 발견됐다. 긴급 이송된 고인은 오전 4시 42분 숨졌다. 65세. 평소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2교대 근무를 한 고인은 사망 당일 오전 4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다 숨졌다. ●현대중공업에서 32년을 재직한 정모씨는 2020년 4월 21일 오전 4시 울산 동구의 도장공장에서 블록 반출 작업 중 이동하던 빅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51세. 고인이 낀 도어 사이의 간격은 18㎝에 불과했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작업을 한 고인은 빅도어에 끼인 후 14m를 끌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일으킨 빅도어는 재해 몇일 전에도 이상 작동이 신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구미시의 금속업체 7년 경력자 N모씨는 2020년 7월 8일 밤 10시 10분경 크레인을 이용한 코일 이송 작업 중 1.8t짜리 코일 사이에 끼여 숨졌다. 52세. 고인은 잘못 부착된 제품 라벨을 수정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발견 당시 고인의 손에는 코레인 조작 리모컨이 쥐어져 있었다. 업체는 작업지휘자와 신호수를 미배치하는 등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생산직 노동자 조모씨는 2020년 2월 21일 오후 6시 30분 대구 달서구 소재의 빵·과자 제조공장에서 자동화 설비(식빵 투입 리프트)를 청소하던 중 갑자기 하강한 리프트에 상체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동료에 의해 2분여 만에 구조돼 이송됐지만 숨졌다. 50세. 주야간 12시간 교대근무자인 고인이 희생된 설비에는 안전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경남 밀양시의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던 태국 노동자 P는 2020년 6월 3일 오전 7시 10분 공장 도가니에서 발생한 원인 미상의 폭발로 전신화상을 입고 긴급 후송된 지 하루 만인 4일 오전 4시 17분 숨졌다. 31세. 4년 경력의 숙련노동자인 고인은 전날 밤샘 작업을 했지만 사고 당시 방열복을 착용하지 않았다. 업체는 숨진 노동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별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았다. ●충북 청주시 제지업체의 26년 경력자 신모씨는 2020년 6월 22일 오후 8시 20분 사외집수정 집수조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49세. 고인은 집수조 내부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행 집수정 순회지침에는 안전상 2인 1조 작업 규정이 명시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앗다. ●배달노동자 오씨는 2020년 3월 6일 밤 10시 20분 세종시에서 치킨을 배달하던 중 버스와 충돌해 숨졌다. 27세. 사고 한달 전 배달 일을 시작한 고인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며 하루 25건의 치킨 배달을 했다. 사고 당일은 일주일 중 치킨 주문이 가장 많은 금요일이었다. ●경기 부천시의 한 영상기기 제조업체 연구원으로 21년째 일한 양모씨는 2020년 4월 24일 새벽 12시 48분 작업 중 경사로에 정차된 차량에 24m나 밀려가는 사고를 당했다. 긴급 후송된 고인은 오전 2시 11분 숨졌다. 48세. 작업 현장은 편도 1차선 도로로 조명도 없어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모씨는 2020년 8월 12일 오후 8시 26분 경북 경주시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내부를 통행하던 중 이동중인 지게차의 포크와 바닥 사이에 끼여 숨졌다. 53세(여). 당일 야간 근무조였던 고인은 작업 지시를 받고 6분여만에 사고를 당했다. 지게차를 몬 작업자는 운전자격면허가 없었고, 공장 내 작업장의 안전통로 상태도 부적합했다. ●골판지 제조업체 노동자 김모씨는 2020년 4월 3일 밤 10시 24분 경기 안성의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끄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69세. 긴급 이송된 고인은 7월 7일 오전 4시 숨졌다. 계약직이었던 고인은 2조 2교대 근무를 하며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노동을 했다. ●경북 김천의 담배제조 공장 노동자 김모씨는 2020년 3월 3일 오전 7시 30분 원료 투입 작업 도중 2.3m 높이의 펄프 혼합기 내부로 추락해 숨졌다. 53세. 당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한 고인은 나홀로 작업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비명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공장의 다른 작업자에게 감지됐지만 소음에 묻혀 즉각적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온몸 멍에 장파열·골절 사망”…16개월 영아 ‘모진 학대’ 엄마 구속(종합)

    “온몸 멍에 장파열·골절 사망”…16개월 영아 ‘모진 학대’ 엄마 구속(종합)

    올해 1월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사망B양 복부·뇌에 큰 상처… 병원 측 신고쇄골·뒷머리·갈비뼈·허벅지 골절3차례 아동학대 신고에도 증거 못 찾아경찰·아보전, A양 부모에 다시 돌려보내사망 10일 전 멍든 채 입양 방송 출연 온몸에 멍이 들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숨진 16개월 입양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학대 가해자로 의심되는 부모에 대해 아동학대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한지 일주일 만에 엄마가 구속했다. 아이는 수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증거를 제대로 찾지 못해 번번이 양부모에 돌아갔고 입양 9개월 만인 지난달 끝내 목숨을 잃었다. 아이는 숨지기 열흘 전 EBS 입양가족특집 다큐멘터리에 이마에 멍이 든 채 출연하기도 했다. 부검 B양 사인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생후 16개월 된 딸 B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지난달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병원에 실려 올 당시 B양은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양을 정밀 부검한 결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B양은 올해 초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B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숨지기 열흘 전 EBS 입양가족 특집에출연해 행복한 모습 연출…이마엔 멍 A씨는 B양이 숨지기 불과 열흘쯤 전인 지난달 1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방영된 EBS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B양과 함께 출연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영상에는 가족들이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B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3년 전 입양단체에서 잠시 일했던 A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B양을 C충동적으로 입양했고 입양 한 달 후부터 방임 등 학대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장씨는 입양 한 달 뒤부터 아기인 B양이 “정이 붙지 않는다”며 습관적으로 방임했다. 친딸을 데리고 외식을 나가며 입양한 딸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울게 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했다. 7월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는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아이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폭행을 한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손으로 아이 목 잡아 올리고지하주차장서 혼자 울게 버려두고유모차 벽에 세게 고의 충돌시켜 엄마 “방임? 혼자 자는 수면 교육한 것”“마사지하다가 멍 들거나 소파 떨어져” 사나흘 간격으로 B양의 얼굴과 배, 허벅지에서 멍이 계속 발견됐다. 사망 당시 B양의 쇄골과 뒷머리, 갈비뼈, 허벅지 등에서 모두 부러진 흔적이 발견됐고 온 몸에 멍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B양의 직접 사인은 장파열로 경찰은 A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B양의 등을 내리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방임에 대해선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수면교육을 한 것”이고, 폭행에 대해선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들거나 소파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아이 사망 당일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란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건이 불거진 후 경찰은 B양의 부모를 피의자로 입건해 사망 이전 폭행 등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했으며, 이들로부터 일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양천경찰서는 지난 9일 이러한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와 함께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편은 방임 사건의 공범이지만 낮 시간대 주로 직장에 있었기에 폭행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 EBS는 이날 “사망 소식을 들은 뒤 해당 동영상을 바로 비공개 처리했다”며 “해당 엄마는 메인 출연자가 아니라 지인 중 한 명이었다. 저희가 섭외한 출연자가 아니라 그 출연자가 입양가족 모임에 참석하는데 그와 관련된 사람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文, 내일 바이든과 첫 정상통화…대북 현안 공감대 쌓기 주력할 듯(종합)

    文, 내일 바이든과 첫 정상통화…대북 현안 공감대 쌓기 주력할 듯(종합)

    바이든 승리 확정 나흘 만한미동맹 강화 재확인할 듯文, 한반도 평화구상 바이든 역할 요청 예상한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도 관심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11일 밝혔다. 정상 간 첫 소통인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남은 만큼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인식 공유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文, 트위터로 바이든에 축하 인사“미 대선 결과 절대 지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오늘 통화할 계획은 없고 내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새벽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 나흘 만에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가 성사될 전망이다. 이번 통화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당선인 측의 공식적인 소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과 경제협력 확대를 통한 한미동맹 강화, 기후변화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한미동맹 부각될 듯 “같이 갑시다” 특히 이번 통화의 첫 소재는 한미동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킨다는 데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한반도 문제에 호흡을 맞춰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은 한미동맹 약화로 비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노출된 한미 간 이견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나와 정부는 미국의 차기 정부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었다.바이든 “동맹 강화, 한국과 함께 서겠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으며, 그 다음 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바이든 당선인 측과 다방면으로 소통,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는 내년 1월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의 긴밀한 소통 의지를 밝힌 만큼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의견 교환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상황을 설명하며 추동력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거둔 성과를 토대로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북 현안과 관련해 ‘종전선언’ 등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밝혀온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한 부분에 대한 공감을 얻어 바이든 정부에서도 그대로 추진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구축을 위한 바이든 당선인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수도 있다.바이든, 실무 협상 중시해 북핵 문제 접근에 시간 빠듯할 듯 바이든 당선인 역시 대선 기간 한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서겠다”고 강조한 만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기고문에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문구를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라고 적었고, 문 대통령도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하는 첫 트윗 글에서 같은 문구를 넣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다양한 현안의 해결책을 논의하기보다 ‘협력’이라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지한파지만 ‘보텀업’, 즉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할 확률이 높아 임기를 1년 반 남겨놓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간에 쫓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한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 주목 그동안 한미 양국 정상 중 한 명이 취임하는 계기에 이뤄진 첫 번째 통화에서 조기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적극적으로 검토됐던 점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도 대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연일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원칙 정도는 상호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앞서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시간) 대선 후 첫 회견에서 코로나19 통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한 만큼 방역 협력을 두고 의견이 오갈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우리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서명을 앞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 등을 꺼낸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바이든, 유럽 주요국과 통화 시작트럼프와 차별화…日도 내일 통화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주요국 정상 및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를 시작으로 정상통화 일정에 나섰다. 바이든 당선인이 정상통화 첫 순서로 유럽을 택한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유럽 동맹국들과 마찰을 빚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과의 연쇄 통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는 12일 바이든 당선인과 첫 전화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도마의 신’ 양학선의 독기, “도쿄올림픽서 금메달의 영광 재현하겠다”

    ‘도마의 신’ 양학선의 독기, “도쿄올림픽서 금메달의 영광 재현하겠다”

    ‘도마의 신’ 양학선(28)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인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며 “올림픽을 뛰어 본 선수로서 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0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체조 훈련장에서 만난 그에게 ‘왜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저는 언제나 매 대회를 마지막인 것처럼 임해왔고 올림픽은 매년 있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이번에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힘들 때 한 번 더 독기를 품고 할 수 있게 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약관의 나이에 한국 최초로 체조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다. 하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최근에도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등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학선은 “사실 부상보다 힘들었던 건 ‘양학선은 이제 끝났다’는 말이 들려올 때였다”며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8~9년 정도를 지난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부상 때문에 더 난도 높은 기술에 더 도전하지 못해 아쉬웠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학선은 이후 재활을 거쳐 2018년 10월 전국체전 금메달로 부활을 알렸고, 지난해 3월 참가한 체조 월드컵에서 2주 연속 우승했다. 이후 열린 지난해 종별선수권, KBS배, 실업선수권, 전국 체전까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양학선의 독기는 처음 그가 체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양학선도 처음에는 “체조에 소질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 체조를 하던 두 살 위 친형을 따라 처음 체육관에 가서 양학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지도자들은 “유연성이 너무 부족해 체조를 하기에 불리하다”며 체조 입문을 만류했다. 하지만 양학선은 오로지 “체조가 재밌다”는 이유로 계속 체육관에 나갔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던 지도자들도 3개월만에 그를 인정했고 양학선은 본격적인 엘리트 체조 선수로서의 삶에 돌입했다. 2년 뒤인 초등학교 5학년 때 평행봉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며 생애 첫 메달을 신고했다. 양학선은 광주체중에 진학한 뒤 주 종목을 평행봉에서 도마로 전향했다.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고등학교 때까지 그를 지도한 오 감독이 “너는 키는 작고 유연성은 안 좋지만 몸은 딱딱하고 탄력이 좋다. 도마로 승부를 봐라”는 말을 듣고서다. 양학선은 오 감독의 말을 믿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때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이 만든 고난도 기술인 ‘여2’에 성공했다. 2012년 당시에는 전 세계에서 자기자신밖에 할 수 없는 기술인 ‘양학선’과 또 다른 고난도 기술인 ‘스카라트리플’을 완벽히 성공하며 올림픽을 제패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 등 국내외 모든 대회가 취소되면서 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속팀 수원시청에서 훈련하다 진천 선수촌에 들어 온 그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 좋다”며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양학선은 이대로 몸 상태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량이다. 신형욱 남자 체조 국가대표 감독은 “도마에서 양학선과 신재환이 함께 금메달을 두고 경쟁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환은 2018∼2020년 도마 세계랭킹 2위를 차지해 개인 자격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복병이다. 신재환과 도마 종목에서 메달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양학선은 “좋은 거다. 그만큼 우리나라 체조가 세계 정상권으로 올라왔다는 증거”라며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 것만 완벽하게 하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려고 한다”고 했다. 글·사진 진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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