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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안부가 공무원 행동지침 위반 논란

    행안부가 공무원 행동지침 위반 논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행동지침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7일 오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전남 목포를 방문해 진도 앞바다 어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목포항에서 보고를 받았다. 유 후보자는 법적으로 여전히 후보자 신분이지만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현장을 방문해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대변인, 재난안전관리관 등과 함께 움직이며 사실상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셈이다. 앞서 지난 6일에도 경북 구미시의 가스 누출 현장을 찾았지만 이는 ‘비공식’ 활동이었기 때문에 행안부 공무원들은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엄연한 현직인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공식 일정 없이 장관실에 있었다. 현재 행안부로 흡수된 중앙인사위는 공직 후보자와 현직 기관장이 공존하게 될 경우 업무 인수인계 등 원활한 협조 관계 및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2006년 1월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예우 및 행동지침’을 정했다. 행동지침 내용은 ‘공직 후보자는 각 부서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거나 업무 추진에 간섭해서는 안 되며 현직 기관장은 소관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또 해당 부처에서는 인사청문회 준비 지원을 벗어나 공직 후보자에 대해 별도로 지나친 예우나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장관 내정자’ 또는 ‘장관 예정자’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정부조직법, 공무원법 어디에도 없는 용어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11명의 장관 후보자 모두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는 ‘장관 후보자’가 정확한 법적 신분이다. 정부의 공무원 인사와 복무 등을 총괄 담당하는 행안부가 나서서 ‘공무원 행동지침’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행동지침은 법령이나 규정은 아니고 말 그대로 지침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닌 데다 지금은 일종의 비상 상황인 만큼 새 장관이 되실 분이 공식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진도 해상서 어선 전복 ‘두 동강’… 7명 실종

    진도 해상서 어선 전복 ‘두 동강’… 7명 실종

    전남 진도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이 두 동강이 나면서 선장 박재원(48)씨 등 7명이 실종됐다. 4일 낮 12시 40분쯤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 남쪽 22㎞ 해상에서 신안선적 9.7t급 연안자망어선 대광호가 전복돼 표류 중인 것을 인근을 지나던 화물선이 발견, 목포해양경찰에 신고했다. 해경이 경비정, 헬기를 동원해 확인한 결과 대광호는 두 동강이 난 채 선미는 진도에서, 선수는 10㎞ 떨어진 완도해역에서 발견됐다. 조타실이 있는 선미 부분의 지붕과 엔진은 사라진 상태로 선체 뼈대만 남아 있었고 선저에는 긁힌 흔적이 있다. 해경은 15m 길이의 어선이 두 동강 나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어선은 지난달 21일 오전 8시 전남 신안군 임자도 삼두리항에서 출항했으며, 지난 3일 오후 11시쯤 인근에 있던 창원호와 위치를 묻는 마지막 교신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수중 확인 결과 선미 쪽 조타실을 기준으로 두 동강이 나 충돌 가능성이 높지만 바닥에 긁힌 흔적이 있어 조업 중 수심이 낮아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3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이 해역을 항해한 50여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항로 추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목포항에 입항한 선박 2척도 조사 중이다. 해경은 경비정 등을 동원해 사고 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펴고 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실종자 명단 ▲선장 박재원(48·울산 중구), 선원 진창규(52·전남 목포시), 하인권(63·목포시), 변명철(45·목포시), 홍승완(33·경남 함양), 김성철(37), 김동권(45)
  • [커버스토리] 학교도 병원도 직장도 없는디… 자식들이 섬 생활 허겄소

    [커버스토리] 학교도 병원도 직장도 없는디… 자식들이 섬 생활 허겄소

    전남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20여㎞쯤 떨어진 신안군 증도면 소기점도와 소악도·진섬(병풍3구)엔 12가구 20여명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각기 섬은 다르지만 썰물 때는 서로 이어지는 한 마을이다. 주민 조범석(60)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토박이다. 조씨는 삼남매를 두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서울, 목포 등 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아내(58)와 단둘이 김 양식과 농사일을 번갈아 하면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씨는 자녀들이 섬에 들어와 김 양식 등의 가업을 잇도록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며 “뼈 빠지게 고생만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32가구 100여명이 갯일과 농사일을 하며 살았으나 지금은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그나마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로, 낙지잡이나 해조류 채취 등 거친 바다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차를 싣고 목포에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선비가 왕복 3만원에 이른다”며 “생활 불편과 소득원 감소가 섬사람들을 뭍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과 이웃한 대기점도(병풍 2구)에도 25가구 40여명이 벼, 마늘, 고추 농사를 조금씩 지으며 살고 있다. 인구는 20년 전의 절반 수준이며 연령대는 대부분 70~80대로 이들이 세상을 뜨면 ‘텅 빈 섬’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마을 이장 오영춘(59)씨는 “이곳은 본섬인 병풍도와 노두길(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길)로 연결된 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들이 머물 수 있는 편의시설이 전무하다”면서 “유일한 상점인 농협마트가 있으나 이마저도 주말에는 문을 닫아 생수 한 병 구입할 데가 없을 정도”라고 열악한 섬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교육, 의료, 소득원 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더욱이 주민의 고령화까지 겹쳐 미래는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섬에는 증도초교 기점분교가 있었으나 5년 전에 폐교됐다. 인근 소악도에서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김모(9·초등 2년)군 한 명이 다니는 소악분교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초등학교 입학생 단절과 폐교로 이어진다.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전남 지역의 학교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 개학을 앞두고 완도 보길초등학교 등 본교 5곳과 여수 화태초교 여도분교 등 분교 31곳의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45개 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고 2011년에는 33개교가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매년 평균 10여개의 본교와 분교가 통폐합되고 있으며 이에 포함된 학교는 대부분 조그만 섬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교육 환경은 젊은 층의 이도를 부추기는 첫째 이유로 꼽힌다. 신안군 흑산면 소사리 박모(44)씨는 매년 겨울철 멸치잡이로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그럼에도 섬에 정착하지 않고 몇 년 전 광주에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했다. 그는 매년 1~3월 멸치잡이철에만 고향에 내려와 생활한다. 나머지 기간엔 도시에서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꾸린다. 박씨는 “네 자녀의 교육 때문에 철마다 가족이 헤어져 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 임회면 오모(50)씨는 가족과 떨어져 산 지 10년이 넘었다. 서울에 전셋집을 얻어 아내(47)와 딸(22)을 내보냈다. 자녀의 진로를 고려해서다. 아내는 식당 등에 취업해 딸의 학비를 보태고 있다. 그는 겨울철 농한기 때 잠시 서울에 올라가 가족과 함께 보낸 뒤 농사철이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전국 섬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어획량 감소 등으로 줄어드는 소득을 메우기 위해 도시로 나가 허드렛일을 마다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안 지도읍 어의리 2구 이장 장일랑(80)씨는 “소포작도, 대포작도 등 6개 섬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주민이 앞바다에서 낙지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렸으나 최근 갯벌이 오염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며 “주민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라 농사도, 바다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만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기잡이 등 연근해 어업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남획과 연안 어장 오염, 인구 노령화 탓이다. 어선 감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1994~2011년 5084척의 연근해 및 국제 어선이 감축됐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모두 1만 7307척이 사라졌다. 이는 곧 섬 주민 등의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섬을 낀 자치단체들은 이에 따라 ‘돌아오는 섬’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완도, 통영 등 일부 섬 지역은 활발한 어패류 양식 등을 통해 젊은 층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내몰리는 어민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도서개발촉진법 등을 근거로 수십년간 어민 소득 향상과 교량, 항만 등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에 힘써 왔으나 역부족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 탓에 작은 섬마을의 경노당 건립, 상수도 보급 등의 각종 민원을 다 들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농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도가 늘면서 무인도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섬을 낀 전국 지자체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1990년대 초 남한 지역의 섬은 유인도 517개, 무인도 2684개 등 모두 3201개에 이르렀다. 5년쯤 후인 1990년대 중반엔 유인도 447개, 무인도 2748개로 유인도가 줄어든 만큼 무인도가 늘어났다. 섬을 등지는 사람들의 추세가 뚜렷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이 분포한 전남의 경우 2011년 현재 유인도 296개, 무인도 1923개 등 모두 2219개의 섬이 서남해안에 널려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관측 장비의 발달로 섬이 새로 발견되는 등 섬 개수가 늘면서 통계 자료를 통한 인구의 증감을 정확이 비교하긴 힘들지만 과거 10년 단위로 20~30여개의 유인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도는 이에 따라 2005~2017년 12개 시·군 217개 섬을 대상으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관광자원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모두 2조 2800여억원을 들여 테마 섬을 개발하고 주민 지원 사업을 펴고 있으나 국비 확보가 여의치 않아 ‘찔끔 예산 배정’에 머물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951억원을 들여 70개 섬을 대상으로 연도·연육 사업, 관광지 도로 개설 등 110건의 관광·소득 기반 사업을 추진한다. 섬을 낀 다른 지자체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각종 섬 개발 사업을 펴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신안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목포 영산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목포 영산로

    애초에 인간은 머무르지 않았다. 삶을 찾아, 죽음을 피해 거듭된 이주(移住)는 인류의 오랜 숙명이었다. 들짐승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쫓기고, 인간을 쫓았다. 그들의 발자국에 꾹꾹 다져진 길은 숲도, 들도 가리지 않고 실핏줄처럼 얽혀 있었다. 대한민국 역시 근대에 접어들며 오랫동안 인간의 발때 묻은 길을 대신하는 국도를 만들었다. 아스팔트로 널찍하게 다져진 국도의 건설은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도 1번이 시작되는 길을 찾았다. 전남 목포시 영산로다. 영산로에서 시작해 나주, 광주, 장성을 거쳐 전주, 천안, 평택, 서울을 지나 파주까지 잇고 있다. 철책에 막혔을 뿐 북한땅 신의주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1번 국도는 완성된 제 모습이 된다. 식민의 시절에 닦여 전쟁과 분단으로 가로막힌 한국 현대사 속 비운의 길이다. 길의 시원(始原)을 더듬어 갔다. 막상 찾아온 길은 시작도, 끝도 따로 없었다. 영산로는 1번 국도뿐 아니라 2번 국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2번 국도는 목포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이어진다. 목포에서 신의주, 목포에서 부산이라…. 의미심장하다. ●신의주까지 939㎞·판문점까지 498㎞ 1, 2번 국도의 시작인 영산로의 시작점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과 도로원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는 939㎞이고, 판문점까지는 498㎞임을 알려 준다. 도로원표 너머 바로 위쪽에는 얼마 전까지 목포문화원으로 쓰던 건물이 영산로를 굽어보고 있다. 원래는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목포일본영사관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의가 깊기에 1981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복원 공사 중인지 입구 철문은 열려 있지만 건물은 굳게 잠겨 있었다. 도로명 주소 건물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다. 그 옆에 있는 한 교회의 도로명 주소가 ‘영산로39번길 3’이니 굳이 붙이자면 ‘영산로39번길 1’쯤 되거나, 삼각형 모양으로 놓인 지형이니 옆에 있는 ‘영산로29번길 6’일 수 있겠다. 일제는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을 개항한 이후 1900년 1월 이곳에 일본영사관을 착공한 뒤 열 달 만에 완공했다. 쌀과 소금 등 수탈 물자를 본국으로 실어 날라야 했고, 본국에서 가져온 전쟁물자를 만주 대륙으로 가져가야 했던 그들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길이었다. 100년 전 어느 날 이 높은 곳에서 흐뭇하면서도 우려 섞인 눈빛으로 길을 주시했을 그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무료한 표정으로 옛 식민의 수뇌부가 봤을 눈높이쯤에 놓인 벤치에 앉아 영산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씰한 사내 두엇의 시선 역시 그 길 언저리에 닿아 있다. 옛 일본영사관 돌계단 아래 도로원표 옆에는 놀이터가 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서너 명 길가에 걸터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이제는 쇠락했지만 한때 조선 땅 최고의 번창함을 자랑했던 목포시 영산로는 세상의 변화와 시대의 교체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쇠락한 식민지 중심가에는 고적함만 피식민의 좌절과 울분 서린 기억은 잠시만 접어 두자. 영산로는 누가 뭐래도 목포 제일의 번화가였다. 돈이 모였고, 문화와 예술이 모였고, 멋과 풍류가 모였다. 호남 최대의 일본식 정원이 꾸며진 이훈동 정원(유동로 63)과 그의 호를 딴 성옥기념관(영산로 11)은 그 시절이 시대를 어떻게 선도했는지 고스란히 증명한다. 영산로의 시작 지점과 교차하는 유동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척에 있는 이훈동정원은 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집을 당시 조선내화 창업자인 이훈동이 사들여 꾸몄다. 여전히 ‘이훈동’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석등과 석탑, 연못, 정원 등은 일본 여느 곳보다 더 일본의 전통을 품고 있으며 일본식 정원에 없던 벚나무, 동백나무 등 여러 꽃나무들을 심어 자신만의 뜰로 꾸며 놓았다. 호남에서 가장 큰 개인 정원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너무도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기에 미리 목포시 등을 통하지 않고는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훈동 정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바로 옆 성옥기념관에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각종 개인 소장품과 당시 기록물 등은 조선내화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으로서 성옥 이훈동이 목포, 전남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짐작하게 하고 나아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영산로에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잔혹상이 있다. 영산로 도로원표에서 시작 지점으로 가다 왼쪽으로 접어드는 조그만 길이 해안로 165번길이다. 50m 남짓 올라가면 번화로를 만나고 그 길 모퉁이에 목포근대역사관(번화로 18)이 있다. 일제의 조선 수탈 전진기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당시 8곳에 이르는 동양척식회사 지점 중 소작료를 가장 많이 거둔 곳이다. 2층에는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을 정도다. 역사관 맞은편 모퉁이에는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많이 탔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은 영산로 시점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가는 길에 초원실버호텔 오른쪽이 오랜 시절 복달임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던 민어회를 전문으로 파는 ‘민어의 거리’다. 식민의 시절은 물론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가 7~8월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영산로 주변에 모여 있는 이 건물들이 유달산 자락 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일제강점기 시절을 말없이 증언한다. 목포를 찾는 이라면 결코 모두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영산로를 모두 밟으려면 신의주, 최소한 파주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짧은 10분 남짓 느린 걸음만으로도 100년 남짓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 이동의 길이다. 글 사진 목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2회는 강원 삼척시 수로부인길을 소개합니다.
  • [부고] 원로가수 조미미 ‘바다가 육지라면’ 남기고 하늘로

    [부고] 원로가수 조미미 ‘바다가 육지라면’ 남기고 하늘로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른 가수 조미미(본명 조미자)씨가 9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자택에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65세. 1960~70년대 트로트 황금시대의 주역이었던 고인은 한두 달 전까지도 KBS ‘가요무대’에 출연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부음 소식을 듣고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부천 성모병원으로 달려온 지인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한 달 전 급성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47년 전남 목포 출생인 고인은 1965년 동아방송 주최 민요가수 선발 콩쿠르인 ‘가요백일장’에서 김세레나, 김부자씨와 함께 발탁돼 데뷔했다. 1965년 ‘떠나온 목포항’으로 데뷔한 뒤 1969년 ‘여자의 꿈’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50여장의 앨범을 통해 ‘바다가 육지라면’ ‘선생님’ ‘먼데서 오신 손님’ ‘단골손님’ ‘눈물의 연평도’ ‘개나리 처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애수 어린 정조를 아름다운 음성에 담아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은 1973년 6월 당시 재일교포 사업가인 안성기씨와 서울에서 결혼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가정을 꾸렸다. 결혼 후에도 틈틈이 귀국해 1976년 ‘연락선’ 등을 발표하며 MBC 10대 가수에도 선정됐다. 이후 가수 활동은 접고 두 딸을 키우며 가정주부로 지내왔다. 그러다 1986년 긴 공백을 깨고 이산가족을 소재로 한 노래 ‘임진각에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0년 일본에서 귀국해 그해 KBS ‘가요무대’ 25년 특집 방송에 출연해 옛 팬들의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현재 경주 나정해수욕장에 ‘바다가 육지라면’, 서산 왕산포구에 ‘서산갯마을’, 서귀포시에 ‘서귀포를 아시나요’ 등 고인이 부른 히트곡 세 곡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태진아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불과 한두 달 전에 ‘가요무대’에 함께 출연했는데 투병 중인지 전혀 몰라 갑작스럽다.”면서 “1970년대 초 서대문 영등포 등의 극장쇼 무대에서 자주 뵌 선배로 대한가수협회를 이끌어가느라 애쓴다고 격려해 주던 따뜻한 선배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는 안애리·애경씨 등 두 딸이 있다. 발인은 11일 오전 6시. (032)340-7301.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전북 신항만 첫삽… 새만금시대 앞당긴다

    전북 신항만 첫삽… 새만금시대 앞당긴다

    서해안의 해상 중심기지 역할을 하게 될 새만금 신항만 조성 사업이 14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새만금 방조제 33센터에서 열린 기공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 김완주 전북지사 등 각계 각층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2020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되는 새만금 신항은 고군산군도 비안도와 신시도 사이에 인공섬 형태로 건설돼 새만금 방조제와 연결된다. 이 항만은 새만금지구와 군산경제자유구역에서 나오는 물동량을 처리하고 고군산군도 등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서해안의 관광레저기능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1단계로 1조 548억원을 투입해 방파제 3.1㎞, 부두 4선석, 항만부지 52만 4000㎡를 조성한다. 2단계로 2021부터 2030년까지 1조 4934억원을 들여 부두 14선석, 항만부지 435만 6000㎡, 방파제 0.4㎞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새만금 신항은 국제항으로서 천혜의 요건과 광활한 배후 물류단지를 갖춰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항로 수심이 20~25m, 정박지 수심 17m로 인천항(15m), 부산항(16m), 광양항(10m), 목포항(12m)보다 깊어 10만t급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하다. 또 중국의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연운항과 거리가 580㎞로 부산항, 광양항보다 300㎞ 이상 가까워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에 신항만이 조성되는 것은 군산항 개항 이후 113년 만이고 1982년 4월 신항만 입지 조사 이후 3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민들은 새만금 신항만 건설사업이 ‘지역개발 역사상 최고의 사건’이라며 반기고 있다. 도는 새만금 신항을 크루즈, 물류, 산업이 복합된 항만으로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한다는 청사진를 그리고 있다. 도는 신항만 건설로 새만금 지구가 국제 명품도시로 비상하고 전북이 동북아의 물류·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새만금 내부개발에 맞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착공함으로써 새만금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항 건설로 새만금지구에 국내외 투자가 촉진되고 첨단복합산업단지로 배후를 채우며 나아가서는 전북의 산업구조를 바꾸게 된다는 분석이다. 새만금 신항 1단계 사업만으로도 생산유발효과 2조 1729억원, 고용효과 1만 5822명에 이르고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하면 생산유발효과는 3조 764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 240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2단계에는 8만t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전용부두가 건설돼 신시도 마리나항, 고군산군도, 새만금 방조제, 격포 채석강, 전주 한옥마을 등을 연계한 크루즈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전북, 신재생에너지 사업 잡기 총력

    전북도가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 유치에 적극 나선다. 도는 정부가 추진하는 ‘해상풍력개발 기반구축사업’과 ‘수소타운 조성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7일 공고한 해상풍력개발 기반구축사업은 지원 항만을 건설하는 것이다. 다음 달 6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아 다음 달에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남해 풍력 실증(100㎿)단지와 시범단지(400㎿)의 핵심 인프라로 풍력터빈과 하부 구조물, 공사 장비 등을 원활히 수송하기 위한 항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전북 군산항과 전남 목포항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원 항만은 2.5GW급 건설물량 처리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 공고된 사업은 5분의1 수준인 0.5GW 규모로 축소됐다. 5㎿급 풍력발전기로 환산하면 500기에서 100기로 줄어들었다. 지원 항만에는 내년까지 국비 130억원과 민자 등 300억원이 투입된다. 도 관계자는 “도내 풍력 관련 기업들과 협의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남해안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앞으로 7년간 10조 2000억원을 투자해 전북 부안 위도면~전남 영광 앞바다 사이에 2.5GW 급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2.5개와 맞먹는 규모로 일반가정 139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이와 함께 도는 정부의 수소타운 조성 사업도 유치할 방침이다. 완주 첨단산업단지와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에 수소전지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수소타운 조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수소타운 조성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이를 선점해야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현재 울산, 전남 여수시, 경북 포항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수소타운은 석유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소를 연료로 인근 배후지역과 주택, 공공건물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시범지역 주택 100곳, 각종 건물 10여동에 연료전지 설비가 설치된다. 10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75%가 국비로 지원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어선 난동’ 中총영사 불러 항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우리 공무원에게 손도끼를 휘들러 상처를 입힌 중국 선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우리 정부는 또 하영(何穎)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1일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2호의 어업지도 공무원 김모(44)씨 등 4명에게 손도끼, 갈고리 등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중국선적어획물 운반선 581호 선장 왕모(36)와 항해사 왕모(29)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른 선원 7명은 혐의가 없어 목포항에 억류 중인 어선으로 석방했다. 농식품부 정영훈 수산정책관은 하 총영사에게 무허가 조업·영해침범 조업·폭력을 사용한 공무방해 행위 등 3대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벌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고, 배타적 경제수역(EEZ) 어업법 개정 추진 상황을 전달했다. 이에 중국 측은 단속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 총영사는 “한·중수교 20년을 맞아 양국 협력과 발전을 위해 사건이 원만하고 빠르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어업인 교육 및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가 체포된 자국 어민의 안전과 권익 보장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입장을 묻는 중국 언론사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중국은 현재 관련 정황을 조사 중이며 한국 측이 중국 어민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면서 “한국 측과 소통을 유지해 문제를 함께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통신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서 중국 선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목포 최종필 서울 홍희경기자 jhj@seoul.co.kr
  • 中선원 또 흉기 단속원 4명 부상

    中선원 또 흉기 단속원 4명 부상

    우리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선원들의 횡포는 기승을 부리고 있건만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이 지나면 자동 폐기될 상황이다. ●처벌 강화법은 국회 계류 중 30일 서해상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어선을 불심검문하던 우리 측 어업단속 공무원 4명이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우리 해경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지 4개월여 만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방 50㎞ 해상에서 농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1058t급)가 중국 어획물 운반선 절옥어운호(227t) 검문검색에 나섰다. 어업지도선이 다가가자 중국 어선은 갑자기 불을 끄고 달아났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어업지도선이 접근할 때 불을 끄는 선박은 대부분 불법행위를 저지른 선박”이라고 말했다. 무궁화2호 항해사 김정수(44)씨 등이 중국 어선에 오르자 중국 선원들은 도끼 등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머리를 다쳤으며 화정우(32)씨는 몸싸움하는 과정에 바다에 추락했으나 구조됐다. 조현수(43)씨는 타박상, 김홍수(42)씨는 찰과상을 입었다. 이들은 물러난 뒤 해경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해경은 1시간 20분여 만에 도주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했다. ●18대 임기 끝나면 폐기 위기 해경은 중국 선원 16명을 목포항으로 데려와 불법어업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중국 어선은 어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와 항해사 김씨는 입원 중이며 나머지 2명은 귀가조치됐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을 강화하는 EEZ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강한 유감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 촉구 등 외교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서남해안 갈 때 ‘뱃멀미 지수’ 확인하세요

    새봄을 맞아 섬을 찾는 행락객이 늘고 있다. 그러나 뱃멀미에 취약한 사람은 섬 여행이 ‘지옥길’처럼 느껴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뱃멀미 정도를 미리 알려 주는 ‘지수’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29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서해 남부해안 여객선의 뱃멀미 정도를 알려 주는 시스템을 개발, 다음 달 1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간다. 기상청은 우선 전남 목포~신안 홍도 쾌속여객선 운항 구간에 ‘뱃멀미 지수’를 알려 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다. 이 시스템은 목포항보다 바깥 해역인 신안 비금·도초와 홍도 사이를 4개의 지점으로 나눠 지점마다 멀미 가능성을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의 4단계로 구분해 제공한다. 지수는 매일 오전 5시 발표되며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갱신된다. 뱃멀미 지수에는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예상 파도 높이와 파도 방향 등을 기준으로 파도와 선박이 만나는 각에 따른 주파수를 계산하고, 물때에 따른 선체 동요를 분석해 정도화한 것이다. 최근 가거도를 다녀온 김모(54·광주 서구 금호동)씨는 “여객선이 먼바다에 이르자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는데도 선체의 진동이 심해졌고, 이로 인한 뱃멀미로 크게 고생했다.”며 “파도는 바람에 의해서만 높아지는 게 아닌 만큼 멀미지수를 활용해 섬 탐방 계획을 짠다면 보다 상쾌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뱃멀미 지수는 호남위험기상정보센터 홈페이지(hcis.kma.go.kr) ‘생활과 산업’란 또는 광주지방기상청 홈페이지(gwangju.kma.go.kr) 배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불법 중국어선 막는 서해의 파수꾼들

    불법 중국어선 막는 서해의 파수꾼들

    12일 오전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던 인천해경 소속 이청호(41) 경장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것.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오늘도 묵묵히 고(故) 이 경장처럼 목숨을 내놓고 우리 영해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서해어업관리단’ 사람들이다. EBS ‘극한직업’은 14일부터 이틀간 밤 10시 40분에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의 생활을 조명한다. 오전 8시. 전남의 목포항에서 서해어업관리단 직원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출항을 하면 기본 일주일에서 열흘을 배 위에 머무른다. 출항 한 시간 전, 단속원 모두 복장을 챙겨 입는다. 단속팀과 불법 어선팀으로 나누어 실제상황처럼 진행되는 진압과정을 위해서다. 모의 훈련이 끝나면 500t급에 달하는 지도선 여덟 척이 동시에 출항한다. 벌써부터 배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무궁화 4호와 31호가 한 팀을 이뤘다. 배 안에서는 진압에 관한 회의가 이루어지고 안전한 운항을 위해 지도선 정비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밤 12시. 출항한 지 약 열두 시간째. 조타실에서 불법 중국 어선이 출몰하는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출항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새벽,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도착한 지도선. 드디어 불법 중국 어선이 발견됐다. 일사불란하게 출동 준비를 하는 단속원들. 과연 중국 어선이 도주하기 전 나포할 수 있을까. 보트의 속력은 60㎞, 거센 파도를 가르며 중국 어선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친 파도, 접근조차 쉽지 않다. 보트가 다가오자 재빠르게 도주하는 중국 어선. 단속 보트와 중국 어선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해경의 지원 요청으로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 인근으로 출동한 서해어업관리단. 무려 300여척에 달하는 중국 불법 어선이 바다를 점령한 상태다. 중국 어선 300척에 비해 지도선은 겨우 두 척이다. 자칫하면 중국 어선에 포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 어선이 점점 더 우리 해역으로 들어오고 지도선의 경고방송에도 꼼짝도 하지 않는데…. 1년에 180일을 바다에서 생활하는 서해어업관리단 단속원들은 오늘도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불법 중국 어선에 맞선다. 한 방울 땀과 한바탕 소란이 공존하는 바다 위 전쟁터. 불법 어선을 몰아내고 바다를 지키는 사명감이 힘겨운 현장을 견디는 힘이 아닐까.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신안·해남군 ‘상생뱃길’ 연다

    소외된 지역 개발과 원활한 섬 농수산물 수송을 고민하던 농어촌 지역 두 지방자치단체가 상생의 뱃길을 열기로 했다. 남도 1004개의 섬지역인 신안군과 땅끝의 해남군. 이 두 지자체가 협력의 손을 잡은 건 지난해다. 육지와 가까운 해남의 한 선착장을 신안 섬주민들이 주시하면서 시작됐다.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 선착장은 목포항보다 1시간 이상 뱃길을 단축하고 수송 횟수를 늘려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최단 거리의 항로다. 신안의 외딴 섬 장산도에서 목포항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화봉까지는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부두 건설비였다. 소형 어선 접안도 힘든 낡은 이 선착장에 차량과 여객을 함께 실은 차도선과 화물선을 댈 부두 건설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선착장 건설을 먼저 제의했다. 그러자 인근 관광단지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민하던 해남군이 비좁은 진입도로를 확장해 주겠다고 화답했다. 다른 지자체의 사업에 건설비를 투입하는 지방자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안군은 도비 2억원 등 모두 8억원을 들여 화봉 선착장을 내년 말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는 등 접안이 힘든 구간에 선착장을 만든다. 선착장 바다 쪽 끝에는 300~500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한 너비 50m 크기의 부두가 건설된다. 신안군 양영근 도서개발담당은 “물류비 절감과 섬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우리나라 첫 첨단 기상관측선 ‘기상1호’ 타보니…

    우리나라 첫 첨단 기상관측선 ‘기상1호’ 타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기상관측선 ‘기상 1호’가 30일 첫 취항을 했다. 기상 1호는 1년에 160일가량 바다 위를 떠다니며 해저 및 해상, 대기환경 등의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바다위 ‘움직이는 기상대’ 역할을 할 기상 1호를 지난 25일 미리 타 봤다. 25일 오후 전남 목포항을 출발한 ‘기상 1호’는 20여분간 파도를 헤치고 목포항 서쪽 11㎞ 해상에 도착했다. 기상 1호는 500t급 규모로 최대 시속 33㎞로 움직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바다 표면 온도와 기온 등의 측정에만 그쳤던 해양 기후 관측 범위를 하늘과 바다 밑까지 입체적으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목표 지점에 도착하자 기상 1호는 대기 관측을 위해 고층기상관측장비(ASAP)를 가동시켰다. ASAP는 커다란 풍선에 기온, 습도, 기압, 풍향, 풍속을 관측하는 장비를 달고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최대 지상 20㎞ 지점의 고층 기상 정보를 하루 두 차례 기상청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전송된 자료는 태풍과 구름의 방향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기상청 관계자는 “23% 정도의 예보 정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가 500t급이라는 한계도 있다. 파도가 5m를 넘는 파랑경보가 내려지면 운항이 불가능하다. 태풍의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최대한 근접한 조사가 필요하다. 목포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해경, 악천후 속 신속대응 15명 전원 살렸다

    해경, 악천후 속 신속대응 15명 전원 살렸다

    해경의 헌신적인 구조 활동이 침몰하는 배에서 15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려냈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사고에서 구조까지 불과 1시간여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오전 9시 15분, “메이데이. 배가 침몰한다.” 26일 오전 9시 15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을 운항하던 목포해경 3009 경비함(함장 김문홍)에 근거리무선통신망(VHF)으로 다급한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흑산면 만재도 남쪽 약 13㎞ 해상을 운항하던 목포 선적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 2호(선장 김상용·60)가 악천후 속에 30도가량 기울어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25분 가거도항을 출발해 목포항으로 향하던 항로페리 2호에는 가거도중학교 교사 6명과 학생 1명, 화물차 기사, 선원 등 모두 15명이 타고 있었다. 김 함장은 즉시 선장 김씨에게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침착하게 기다리라.”고 안심시켰다. #오전 9시 45분, 경비함 강풍 뚫고 전력 질주 김 함장은 이어 ‘전 속력 출동’을 지시했다. 경비함은 사고 현장까지 25㎞ 거리를 쉼없이 달려 30분 만에 도착했다. 길이 112.7m, 폭 14.2m의 경비함은 고속엔진 4개를 모두 가동시킬 경우 쾌속선보다 빠른 최고 29노트(시속 53㎞)로 운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속 20여m의 강풍과 4m 이상의 높은 파도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김 함장은 “경비함이 도착했을 때 사고 선박은 이미 50도 이상 기울었고 침몰 직전에 일부 승객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등 매우 급박했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 15분, 中어선 나포실력 빛 발하다 높은 파도와 강풍이 구조 작업을 방해했다. 경비함이 항로페리 2호에 접근하면 배가 뒤집힐 수 있어 고속단정(고무보트) 2척을 바다에 내렸다. 고속단정은 우선 바다에 표류하던 승객 7명을 꺼낸 뒤 뒤집힌 배 바닥에 있던 나머지 8명도 무사히 구출했다. 구조 활동에 나선지 30분 만이다. 차가운 바다에서는 구조가 10여분만 늦어지더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 활동에 맞서면서 익힌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서해어장의 어족자원을 넘보는 중국 선원들 사이에서 김 함장은 ‘중국어선 킬러’로 통한다. 경비함 대원들은 올해 중국어선 최다 나포 실적으로 받은 포상금으로 연탄을 구입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후 1시 50분, 후송까지 ‘총알 구조’ 마무리 경비함의 2차 구조활동도 눈부셨다. 구조된 승객 중 일부가 저체온증으로 후송이 필요했던 터였다. 경비함은 즉시 본부로 상황을 알리고 응급처치를 한 뒤 오후 1시 50분 목포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 구조된 승객들은 모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해경은 밝혔다. 승객 강원규씨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죽다 살아났다.”면서 “해경의 신속한 구조에 감사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목포해경은 “높은 파도 속에 화물선에 실려있던 차량을 묶은 밧줄이 풀리면서 선체가 기울어졌다.”면서 “가거도와 목포를 오가는 이 화물선은 악천후로 인한 운항통제를 받는 선박은 아니며, 선장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7년의 여운… ‘낭독의 발견’ 300회

    7년의 여운… ‘낭독의 발견’ 300회

    KBS 1TV ‘낭독의 발견’이 300회를 맞는다. 28일 새벽 1시에 방송되는 특집방송에는 고(故) 시인 피천득을 비롯해 배우 박광정, 탤런트 여운계, 작곡가 이영훈과 장영희 교수 등 안타깝게 세상을 뜬 역대 출연자들이 화면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또 시인 도종환, 정호승, 문정희, 천명관, 문태준, 김선우, 배우 김지숙과 소설가 은희경 등이 출연해 낭독의 향연을 펼친다. 최근 녹화에서 문태준 시인은 어린이 출연자와 함께 동시 ‘방울토마토는 일곱 살’을 들려주며 방청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했고, 시청자가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으로 꼽힌 김선우 시인은 ‘목포항’을 들려줬다. ‘낭독의 발견’ 출연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정호승 시인은 “시는 시를 쓴 시인의 것이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의 것”이라면서 자신의 시 ‘부드러운 칼’을 읊었다. 도종환 시인과 소설가 은희경은 낭독에 대한 단상을 고백하며 시 ‘산벚나무’와 소설 ‘새의 선물’을 각각 들려줬고, 배우 김지숙은 심순덕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송에서는 2003년 11월 시작한 ‘낭독의 발견’이 300회를 맞이하기까지 함께해 준 시청자들도 무대를 빛낸다. 300개가 넘는 시를 암송하며 산후 조리원에서 신생아에게 시를 들려주는 이순옥씨와 2003년부터 ‘낭독의 발견’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온 애청자 윤성학씨도 낭독에 참여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생선상자 2㎝ 때문에 목포항 시끌

    생선상자 2㎝ 때문에 목포항 시끌

    고기 상자 높이를 낮추는 문제로 전남 목포항이 시끄럽다. 선주와 중매인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데다 중재자도 없어 사상 초유의 경매 중단 사태마저 우려된다. 선주와 중매인들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고기 상자 높이를 2㎝ 낮추는 문제다. 고기를 담는 상자는 30여년간 높이 9㎝, 길이 57㎝ 크기의 ‘4호 상자’를 써왔다. 그러나 안강망 선주들은 선원 고령화에 따라 고기 상자(28㎏)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상자 높이를 2㎝ 낮추기로 하고 새 상자를 제작해 출어 어선에 실려 보냈다. 근해안강망 선주협회 박선준(47) 회장은 “제일 젊은 선원이 50대 초반이고, 대부분 60대로 30㎏에 가까운 고기 상자를 창고에 넣고 빼내는 일이 힘들어 고기 상자 높이를 낮춘 것이다.”면서 “새 상자에 고기가 덜 들어가면 그만큼 값을 낮춰 경매하면 될 것인데 중매인들이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주 김모씨는 “기존 상자에 고기를 넘칠 정도로 담아 위판하면 중매인들이 산 뒤 고기를 일부 빼내고 상자 작업을 다시 해 이득을 얻고 있는데, 상자가 작아지면 이런 이익이 없어져 반대하고 있다.”면서 “중매인이 사지 않으면 위판장에서 그대로 썩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8명의 중매인이 소속된 전국 수산물 중·도매인 협회 목포지회는 기존 상자를 쓰지 않으면 고기를 사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왕범(52) 목포지회장은 “얼음 채울 공간과 고기가 눌려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면 상자 크기가 중요한데 선주들이 고령화를 이유로 높이를 줄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새로운 상자에 담은 고기를 사지 않기로 최근 결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상자가 나오면 고기 양도 적어지고 기존 상자와 섞여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경매에는 참여하되 새 상자에 담은 고기는 사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 출어한 안강망 어선 38척 대부분은 새 상자를 싣고 출어에 나섰고, 조만간 입항이 예상돼 초유의 경매 중단 사태가 일어날지 목포항은 폭풍전야다. 한편 목포수협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어민과 중매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광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다시 얻은 목포의 상징 삼학도

    다시 얻은 목포의 상징 삼학도

    오래전 전남 목포의 지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목포의 상징 중 하나인 삼학도(三鶴島)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의당 제자리에 있어야 할 섬을 다시 보게 되다니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의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학도는 목포 사람들의 가슴에서 멀어져 있었던 겁니다. 가장 큰 원인은 간척사업이었습니다. 삼학도는 유달산과 함께 목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지요. 그런데 저마다의 가슴에 아스라이 남아 있어야 할 삼학도가 뭍으로 변한 겁니다. 전혀 섬답지 못한 몰골을 하고 있는 데다, 공장 건물과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목포 사람들은 도무지 발걸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요. 버려진 자식 같았던 그 삼학도가 다시 돌아옵니다. 목포시가 10년째 벌이고 있는 복구공사가 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총 공사비만도 13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지역사회에서는 대단히 큰 돈일 겁니다. 눈앞의 경제적 이득만 좇는다면 결코 시도할 수 없는 공사지요. 옛모습을 찾겠다고는 했으나, 예전만은 못합니다. 형태는 갖췄으되, 빛바랜 사진 속에서 보았던 모습은 많이 잃었습니다. 그러나 삼학도엔 여전히 목포 사람들의 정서와 애환이 살아 흐르고 있지요. 지금은 다소 어색하고 살갑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사람과 섬이 화해할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천문학적인 돈을 포기하고 다시 얻은 삼학도인 만큼, 목포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찾아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섬에서 뭍이 되어버린 삼학도 언제부터인가 목포 시내 교통표지판에 ‘삼학도’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바로 그 자리엔 해양경찰서, 혹은 한국제분 등 다른 목적지를 알리는 표지가 있었을 터. 점차 삼학도가 목포 사람들 삶에 다가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헐벗고 궁핍했던 시절인 1968년부터 73년까지, 정부는 삼학도 주변에 대한 간척사업을 벌였다. 외국에서 들여온 석탄과 밀가루, 설탕 등을 내륙으로 실어나를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섬은 뭍이 되고 섬 외곽에는 부두가, 중턱에는 제분공장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산자락은 절단되고, 주택이 난립했다. 목포 사람들이 윤락가를 지칭하던 ‘옐로 하우스’도 그때 들어섰다. 그 와중에 삼학도는 동네 뒷산보다 못한, 볼품없는 존재로 추락하고 만다. 간척과 삼학도를 맞바꾼 셈이다. 그렇게 삼학도는 잊혀져 갔다. 목포의 근대사를 ‘간척의 역사’라 할 만큼 목포는 간척사업과 연관이 깊다. 조대형 문화관광해설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목포의 몸집이 두 배 가까이 불었다.”고 했다. 간척사업의 틈바구니에서 삼학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목포시청 관광기획과 조건형 계장에 따르면 삼학도 매립공사 당시 인부들의 일당으로 미제 원조 밀가루가 지급됐고, 어린이들은 그 밀가루를 구멍가게에서 사탕 등과 바꿔 먹었다고 하니 삼학도는 섬으로서 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여러 사람에게 덕을 나눠준 셈이다. ●놀이터로, 씨름장으로, 그리고 밀회 장소로 삼학도는 대삼학도와 중삼학도, 소삼학도가 크기에 따라 일렬로 늘어서 있다. 예전엔 뭍에서 가장 먼 소삼학도가 1㎞, 가장 가까운 대삼학도는 600m 남짓 떨어져 있었다. 조 계장은 “어린 시절엔 배를 타고 삼학도꺼정 들어갔다가, 머리에 옷을 인 채 목포까지 헤엄쳐 오고는 했지요. 뭍에서는 놀거리가 부족했응께 그라고 놀았지요. 아마 목포 사람들 다 그랬을 것이요. 예전엔 요즘과 달리 삼학도에서 나올 때만 왕복 요금을 받았응께.”라며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섞어 설명했다. 물론 소풍 장소로 자주 찾기도 했다. 단옷날이면 어른들은 나룻배를 타고 건너와 모래톱에서 씨름 등 전통놀이를 즐겼다. 연인들에겐 몰래 숨어 유희를 즐기고 사랑을 다짐하던 ‘해방구’와 같은 곳이었다. 조선시대 목포 만호청(萬戶廳)에 땔감을 공급하던 곳이었을 만큼 수목이 울창해, 뭍에서라면 따가웠을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에 제격이었던 곳. 애써 외면했지만, 가슴에서 삼학도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노릇. 목포시민들은 1998년 삼학도 복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복원사업 지원의사를 표시하면서 논의는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1월 사업비 1243억원을 들인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절개된 소·중 삼학도에 흙을 쌓아 산 형태를 만들고, 곰솔 등 4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대삼학도 ‘옐로 하우스’ 자리엔 ‘목포의 눈물’을 노래한 가수 고(故) 이난영의 유해를 수목장으로 안치한 난영공원을 조성했다. 삼학도를 짓누르던 공장 등 건축물들의 철거와 이전 작업도 병행했다. 목포시는 2007년 3월 1차로 소삼학도에 배수관문과 교량 5개 등을 조성한 데 이어, 2차로 소삼학도와 중삼학도를 연결하는 호안수로 742m 등의 토목공사를 2008년 2월 마무리 했다. 그리고 중·대삼학도 호안수로 1500m와 교량 6개 등 3차 공사는 이달 마무리된다. 시는 삼학도 호안수로 총 2242m와 교량 12개 등을 바다로 연결시킨 뒤 이달 말, 늦어도 3월 초엔 개통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는 사라지게 될 삼학도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전북 군산의 ‘페이퍼코리아선’처럼 화물열차가 화물열차가 목포시내를 관통하며 내달리던 ‘삼학도선(線)’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삼학도 간척사업 당시 놓여진 삼학도선은 섬 바깥쪽에 조성된 ‘삼학부두’에서 석탄, 밀가루 등을 싣고 목포역까지 운행하던 약 2.3㎞ 길이의 지선이다. 삼학도에 마지막 남은 공장인 한국제분이 2011년 충남 당진으로 이전되고 나면 삼학도선의 임무 또한 완전히 없어진다. 시에서는 시내 구간 1.8㎞는 철거하고, 삼학도 부두 안쪽의 약 400m 구간은 레일 바이크 등 위락시설로 이용할 생각이다. 하지만 시내 구간 철거에 앞서 한번쯤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섣불리 근대 역사유적들을 철거한 뒤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말에만 여객열차 1~2량을 편성해 목포역까지 오가는 관광열차로 이용한다거나, 삼학도 안쪽에 조성될 레일바이크 노선을 연장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목포가 자랑하는 ‘문화·역사의 거리’와의 연계성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사진 목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주변 볼거리:목포역 왼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문화·역사의 거리가 있다. 옛 일본영사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일본 사찰이었다가 한국 교회로 바뀐 동봉원사 등 일제 강점기 때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갓바위, 유달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목포의 명물. 목포시청 관광기획과 270-8182. →잘곳:새로 개발된 하당 쪽에 깨끗한 숙박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바다 위 일출과 함께 잠에서 깨고 싶다면 목포항여객터미널 인근 숙박업소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4만원대. →먹거리:독천식당은 낙지요리로 입소문이 난 집. 연포탕 1만 4000원, 갈낙탕 1만 5000원(이상 1인분). 낙지볶음·무침·구이는 각 3만 5000원. 242-6528. 문화역사의 거리 인근에 있다. 영란횟집은 민어요리를 잘한다. 회무침 4만 5000원. 234-7311. 선경횟집은 준치요리 전문점. 회무침 8000원, 구이 1만원, 탕 1만 2000원(이상 1인분). 목포항 여객터미널 쪽에 있다. 242-5653.
  • [뉴스플러스] 호남서해안 폭설피해 잇달아

    호남 서해안 지역에 3일째 내린 폭설로 농가의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0일 전남·북도에 따르면 영광·고창·부안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3일째 10~20㎝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의 파손이 잇따랐다. 눈이 집중된 고창군 상하면과 무장면 등지에서 고추를 저장하거나 복분자 나무를 심어 놓은 비닐하우스 34동(1만 3840㎡)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고 부안군에서는 비닐하우스 4동(1420㎡)과 축사 1동(100㎡)이 각각 파손됐다. 영광군에서는 딸기와 복분자 비닐하우스 6동(3000㎡)이 파손됐으나 응급 복구를 마쳤다. 서해 남부 전 해상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군산∼선유도 등 군산에서 각 섬을 잇는 5개 항로의 여객선과 목포항을 기점으로 운항하는 일부 여객선 운항도 통제되고 있다.
  • 故 김 전대통령 사모곡 포함 남진 음반 500세트 기증

    故 김 전대통령 사모곡 포함 남진 음반 500세트 기증

    가수 남진(63)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9주년을 맞아 김 전 대통령을 사모하는 노래 ‘님오신 목포항’이 담긴 음반을 김대중평화센터에 기증한다고 7일 밝혔다. 남진은 9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9주년 기념행사에서 2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 500세트를 전달한다. ‘님오신 목포항’은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 임기 말에 만들어진 노래이지만 음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재심의를 거쳐 1989년 3월 남진의 스페셜 음반 타이틀곡으로 수록됐다. 남진은 지난 10월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 전 대통령의 초상권 사용을 허락받았고 8일 이 음반을 다시 발매한다. 남진은 일본 일정이 있어 전달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음반 제작자인 김성일 가넷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대신 전달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추석 뱃길 운항 900회 늘려

    전남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추석 연휴(10월1~5일) 귀성객과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보여 주요 터미널, 기항지 별로 차량 적체에 따른 혼잡을 최소화하고 귀성객 불편을 없애고자 ‘추석연휴 특별수송 지원대책’을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목포항만청은 이 기간에 35개 항로에 64척을 투입해 운항횟수를 3200회로 평소보다 900여회 늘릴 계획이다. 여객은 지난해보다 7% 는 13만 2000명(목포 8만 5000명, 완도 4만 7000명), 차량은 12% 증가한 3만 5000대(목포 2만대, 완도 1만 5000대)로 예상하고, 추석날 최대 8000여대의 차량이 섬을 오가면서 가장 혼잡할 것으로 보인다고 목포항만청은 전망했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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