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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판 도가니’ 명심원의 양심불량

    ‘인천판 도가니’ 명심원의 양심불량

    중증장애인에 대한 상습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한 장애인 시설의 직원들이 검찰에 고발됐다. ‘인천판 도가니’ 사건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폭력이 계속됐는데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에 있는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명심원에서 생활지도 교사의 폭행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 의혹이 일자 시설장 등 직원 10명에 대해 6개월간 직권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재활교사인 한모(57·여)씨는 ‘눈치를 본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뺨을 마구 때리거나 팔을 뒤로 꺾는 등 여러 차례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카락을 잡고 목을 뒤로 젖힌 뒤 강제로 약을 먹이고 ‘방에 빨리 들어가지 않는다’며 열쇠 뭉치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차가운 타일 바닥에 눕힌 채 목욕을 시켜 추위로 떨게 하거나 세탁기에서 나오는 세제물을 그대로 맞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모(57·여)씨 등 다른 재활교사 8명은 장애인들에게 신발을 베게 한 뒤 밥을 먹이거나, 걷기 연습을 못한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 간호조무사 나모(50·여)씨는 중증장애인들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손발을 묶고 마취 없이 봉합 시술을 벌였다. 한 장애인에게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시설장의 집 청소와 빨래 등을 시키면서 임금은 시설장의 친척 명의 통장으로 빼돌렸다. 감독 책임이 있는 인천 연수구는 2011년 지도점검을 한 뒤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시설 및 법인의 자정 노력이 없고, 경영진이나 직원의 책임의식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제대로 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급여 점검에 앞서 시설 관계자들이 허위문서를 작성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묵인했다. 인권위는 재활교사 한씨와 서씨 등 2명을 각각 폭행과 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수구청장에게는 시설장 교체 등 행정조치와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인천시장에게는 명심원의 법인에 공익이사제를 도입해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투명한 운영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한씨 등 가혹행위에 가담한 조사 대상 직원 9명 중 8명이 그대로 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법인 이사장과 시설장에게는 분리 조치와 징계를 권고했다. 현재 명심원에는 아동들을 포함해 8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입소해 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DB를 열다] 1964년 손님 없어 한산한 서울의 어느 이발소

    [DB를 열다] 1964년 손님 없어 한산한 서울의 어느 이발소

    1964년 1월 21일에 촬영한 서울 시내의 어느 이발소다. 이발료가 오른 뒤 손님이 없어 한가한 모습을 취재한 것이다. 이즈음 물가는 급등하고 있었다. 이발료는 50원에서 80원으로 60%나 올라 서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요즘은 목욕탕 이발관이나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으니 옛날 이발소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변두리로 나가야 가끔 눈에 띌 뿐이다. 옛날 이발소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사진에도 보이듯이 우선 벽 위쪽에는 ‘이발소 그림’이 걸려 있다. 주로 값싼 풍경화나 물고기 그림이 벽면을 장식한다. 태극기를 걸어놓은 이발관을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다. 손으로 움직이는 이발기에 머리카락이 끼여 고통스러워할 때도 잦다. 그래도 이발사들의 구수한 세상 이야기를 들으면 용서가 된다. 이발이 끝나고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놓으면 수염은 부드러워져 깎기 좋은 상태가 된다. 길이 20㎝가 넘는 이발소 면도칼은 가죽띠에 쓱쓱 문지르면 날이 선다. 비누거품을 바르고 면도를 마치면 수건들과 함께 빨랫줄에 수십 장씩 걸어놓은 신문지 쪼가리 중에서 하나를 떼어 칼에 묻은 거품을 닦아 내버린다. 이발소 한쪽에는 타일을 붙인 세면대가 있다. 머리를 박박 감겨주고 나서는 작은 물뿌리개로 시원하게 물을 부어준다. 그 옆에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연통이 밖으로 연결된 연탄 난로가 있어 물을 데우고 공기도 훈훈하게 해준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장면 前총리 손때 묻은 그대로… 명륜동 가옥 복원

    장면(張勉·1899∼1966) 전 총리의 서울 명륜동 가옥이 원형대로 복원돼 4·19에 맞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서울 종로구는 명륜1가 36-1에 있는 장면 가옥을 복원하고 안채·사랑채 등 4개 동에 165㎡(50평) 규모의 전시시설을 설치해 오는 4월 19일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장면 가옥의 외부와 목욕탕, 재래식 부엌 등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장면 가옥은 1937년 건립된 절충식 가옥으로, 일제 강점기의 교육·문화운동과 광복 후 정치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장 전 총리는 1966년 서거할 때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구는 마당, 안채, 대청마루, 안방 등에는 유물과 영상물 등을 설치했다. 총 39점의 유물뿐 아니라 장 전 총리와 가족들이 쓰던 선풍기, 장롱 등 가구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유물은 크게 ‘유학과 신앙활동’, ‘나라 세우기’, ‘나라 지키기’, ‘평화의 실천’, ‘일생의 반려,김옥윤 여사’ 등으로 나뉜다. 장 전 총리가 친필로 신앙을 정리한 노트, 화학실험서와 학습장, 묵주, 기도문 3권 등 유학·신앙활동에 관한 유물부터 주미대사 신임장, 유엔총회 대한민국 승인서, 유엔총회 연설문, 바티칸 교황청 훈장 등 건국 초기 대한민국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도 볼 수 있다. 특히 초대 주미대사로 활동하면서 사용한 ‘대한민국 1호 여권’과 당시 장면 내각이 준비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자료가 눈길을 끈다. 전시 유물 중에는 장 전 총리의 부인인 김옥윤 여사의 유물인 반짇고리, 옥비녀 2개, 옥반지, 꽃신, 돋보기,시계 등 생활용품도 있다. 장 전 총리 유족 관계자는 “대부분 고무신을 신던 김옥윤 여사가 귀한 자리에 초대받을 때에는 꼭 꽃신을 신었다”고 회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타인의 삶, 쉽게 판단하지마 속을 들여다봐야 알지

    타인의 삶, 쉽게 판단하지마 속을 들여다봐야 알지

    1990년 빨치산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빨치산의 딸’ 출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금조치. ‘노동해방문학’ 활동으로 수배생활.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고욤나무’로 등단한 작가 정지아(48)의 이력은 순탄치 않았다. 단편소설 ‘풍경’(이효석 문학상·올해의 소설상), 소설집 ‘봄빛’(한무숙 문학상)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는 5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 ‘숲의 대화’(은행나무 펴냄)로 돌아왔다. 11편의 단편소설은 과거 두 편의 소설집이 그랬듯이,‘빨치산의 딸’에서 보여줬던 무거운 주제의식에서 확연히 벗어났다. ‘봄날 오후, 과부 셋’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을 때 ‘화해와 승화의 길’이라는 해석을 들었지만, 작가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정지아는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개념’의 변화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순간 보니 이른바 ‘자본가’나 ‘강남사람’이라고 고통이 없겠나, 슬픔이 없겠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누군가의 삶을 옳지 않다고 재단하고, 인간이란 숲을 보지 않는 것은 독선”이라고 말했다. 숲을 보려는 작가의 노력은 표제작 ‘숲의 대화’에 묻어난다. 새 세상을 꿈꾸던 주인집 도련님이 자기 아이를 밴 하녀를 종놈 운학에게 시집 보내고 토벌군의 총에 맞아 숨진다. 하녀는 평생 도련님을 그리다 죽었고, 아내를 짝사랑해온 남편은 도련님의 영혼과 교감한다. “고로크롬 살아봉게 니는 좋디야?” “알콩달콩, 나도 그리는 못 살아봤소.”(30쪽). 작가는 운학의 입을 빌려 “인민의 천국이라는 시상을 지둘렸소? 그런 시상이 워딨겄소? 죽어서나 그런 디로 가게 될랑가”(32쪽)라며 한 시절 부는 바람 같은 이데올로기의 가벼움을 지적했다. 작가는 2년 전 고향인 전남 구례로 낙향했다. 지리산 왕시루봉이 훤히 마주 보이는 섬진강 자락에 살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크기와 모습이 제각각인 호박을 보면 인생도 호박 찾듯이 찬찬히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동그랗고 먹음직스러운 호박과 못난이 호박을 비교하다가, 못난이 호박 밑에 고인 돌을 보며 뒤틀린 것에는 아픔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잣나무 가지가 쉴 새 없이 살랑이고 그 사이로 갓난아이 눈망울 같은 햇살이 어룽거린다‘(9쪽)는 시구같은 소설 속 문장은 고추, 가지, 오이를 골고루 돌보는 전원생활에서 우러나왔다. 삶의 무게를 켜켜이 담은 작가의 단편들은 정여울 평론가의 말처럼 ‘주변부 인생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 ‘간신히 존재하는 것들을 향한 사랑’으로 축약된다. 온갖 풍상에 치매까지 달려들어도 어린 시절 질투심을 그대로 간직한 채 티격태격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80대 할머니들(봄날 오후, 과부 셋), 헌 교복을 입히자 학교를 안 가겠다 버티는 딸에게 찬물을 끼얹어 쫓아보낸 엄마(목욕 가는 날),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작은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전 재산을 들여 재활시키는 부모와 큰아들의 갈등(브라보, 럭키 라이프)이 그렇다. 서슬 퍼런 시대에 굳이 빨치산을 소재로 글을 썼던 이유가 궁금했다. 작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로, 젊은 시절 경험을 그대로 옮겨놨다”며 “역사 뒤편에 묻힌 이야기를 들춰 세상에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 사는 것은 다 힘들지 않겠냐. 찌그러졌다는 이유로 내가 경멸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약 1750만원짜리 ‘목욕 서비스’받는 中남성 눈길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려 17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공개 ‘황제목욕’을 즐긴 남성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 허난성에 문을 연 한 온천은 일명 ‘황제목욕’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개최했다. 고대 황제가 궁녀들의 시중 속에서 편안하게 목욕을 즐긴 것을 본 따 만든 이 이벤트에는 단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참가했으며, 그는 몰려든 시민들 틈에서 태연하게 이벤트를 즐겼다. 이 남성은 황제가 썼을 법한 화려한 무늬의 모자와 황금색 바지를 입고 넓은 온천탕을 홀로 차지했으며, 궁녀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그의 곁에서 다양한 시중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 ‘궁녀’들은 따뜻한 물에 한가롭게 몸을 담근 ‘황제’에게 바나나 등 간식을 먹여주거나 물건을 가져다주는 등 ‘예’(禮)를 다해 실제 고대 궁전에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황제목욕’ 이벤트 가격은 무려 1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743만원으로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황제목욕’ 이벤트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런 사치스러운 이벤트는 처음 본다.”, “돈이 있다면 나도 한번 받아봤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커버스토리] 섬의 오늘, 어제 그리고 내일

    [커버스토리] 섬의 오늘, 어제 그리고 내일

    한겨울 외연도. 주민이라고는 고작 30여명 남았다. 134가구 500명 넘게 살고 있지만 죄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달 31일 대천항에서 140t급 여객선 ‘웨스트프론티어호’에 몸을 싣고 2시간 20분 걸려 도착한 충남 최서단 외연도(外煙島·보령시 오천면). 쓸쓸했다. 출항하는 고깃배 한 척 보이질 않고 깊은 정적만 흐른다. ‘연기에 싸인 듯 까마득한 섬’이란 뜻이 암시하듯 겨울 외연도는 눈에 들어온 풍경만큼이나 속살도 시렸다. 대천항에서 53㎞, 배편에 대한 볼멘소리부터 들린다. 주민 김상선(60)씨는 “여객선 속도가 느려 1시간 거리를 2시간 넘게 가야 한다. 대천에 나가면 그날 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해 냈다. 하루 한 차례밖에 운항하지 않는 겨울에는 꼼짝없이 뭍에서 자야 하는 것이다. 말이 ‘쾌속선’이지 웨스트프론티어호의 최대 속도는 12노트에 불과하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결항한다. 이양복(58)씨는 “겨울의 3분의2는 여객선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직장인이 주말에 맘 놓고 섬에 관광을 올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근에도 4일간 결항했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난리가 난다. 지난달 80대 할머니가 호흡곤란에 빠졌을 때도 헬기로 겨우 이송했다. 이씨는 “큰일 날 뻔했다”며 “어선으로 환자를 옮기고 싶어도 법으로 금지해 발만 동동 구른다”고 혀를 찼다. 집집마다 비상약으로 아편을 장만했던 30~40년 전보다는 형편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했다. 그때는 아편이 ‘만병통치약’(?)이었다. 그걸로 배탈 등이 낫지 않으면 풍선(돛단배)을 타고, 길게는 보름까지 걸려 대천까지 가야 했다. 섬을 빙 둘러봤지만 간판 건 음식점은 다 닫혀 있다. 허름한 슈퍼마켓에 술과 과자 몇 종류만 보일 뿐이다. 겨울엔 관광객이 없어서란다. 이발을 하거나 목욕을 하려면 대천으로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뭍으로 ‘탈출’한 것은 어한기여서 일이 없고, 생활이 불편한 탓이다. 홍합을 따는 날만 잠깐 섬에 돌아온다. 이곳 사람들은 육지에 집 한 채씩 사 놓는다. 아들딸이 섬 유일의 학교 외연도초교를 졸업하면 뭍에 있는 중학교를 가기 때문이다. 동생까지 딸려 보낸다. 방학을 맞아 고향 외연도를 찾은 여대생 전송이(21)씨는 “내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 엄마와 남동생 등 온 가족이 서울로 가고 아버지만 남았다”면서 “놀러 오기는 좋지만 살라고 하면 다시 못 살 것 같다”며 웃었다. 주민의 99%가 어부지만 연간 1500만원을 못 버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전복·해삼 도둑까지 판친다. 2년 전 3t짜리 고속정을 1억원 넘게 들여 구입하고 어민들이 조를 짜 마을 공동 양식장 순찰을 돌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태풍의 상처도 여전했다. 지붕을 밧줄로 동여매고 돌을 매달아 놓았다. 2007년 정부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 1위’가 맞나 싶다. 송경일(57) 어촌계장은 “어족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이러다 무인도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후손들이 와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은 “섬의 특성을 살리고 다른 섬들과 연대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지역에 도입된 사무국장제처럼 섬 발전 방안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젊은이를 섬에 보내 주민들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장기 발전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폭제를 마련해 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연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강연 100℃(KBS1 밤 10시) 대한민국 댄스 스포츠 전 국가대표 박지우씨는 댄스 스포츠 1세대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댄스 스포츠가 퇴폐적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를 받아야만 했던 사실을 털어놓는다. 수많은 편견을 이겨내며 마침내 꿈을 이룬 그를 만나본다.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KBS2 밤 8시 50분) 품격 있는 가족을 위한 유쾌한 가족 지침서가 찾아왔다. 콩가루 집안 불편한 가족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 폭탄의 소재들로 등장해 가족 간 문제를 소개한다. 한편 같은 뜻, 다른 생각의 동상이몽 시간으로 가족 간 애매한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시어머니 대 며느리의 솔직한 속마음도 공개한다. ■TV속의 TV(MBC 낮 12시 20분) 스타의 면면을 진솔하고 친근하게 보여준 ‘박상원의 아름다운 TV얼굴’ 셀프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가족들의 생활 모습을 엿본다. 우리가 몰랐던 스타의 과거사와 콤플렉스를 진솔하게 고백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또한 ‘TV 시간여행’에서는 스타들의 과거 모습과 당대 그들의 활약상을 다시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5시 35분) 평소에 온순하기만 한 한솔이는 목욕시간만 되면 180도 달라진다. 욕조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음보가 터지고, 밖으로 나오면 신기하게도 울음을 뚝 그친다. 숨이 넘어가도록 우는 바람에 주변 사람 도움 없이는 목욕을 마칠 수 없을 정도다. 아기를 안정감 있게 목욕시키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어머니 전(EBS 밤 10시 40분) 모델 홍진경은 아버지의 병환으로 어린 나이에 홀로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의 가슴 한 구석은 늘 쓰리기만 했다.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대신 손수 편지를 써서 집을 나서는 딸의 가방에 말없이 넣어주시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그녀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데…. ■맨 인 블랙 1(OBS 밤 12시 5분) 늦은 밤, 멕시코 난민을 실은 차량이 국경을 넘어오고 경찰이 수색을 시작하려 할 때, 한 대의 검은색 차량이 다가선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검은색으로 치장한 일급 국가 비밀 조직 MIB(Men In Black)이다. 그들의 역할은 지구에 장착한 외계인을 감시하며 지구인으로 위장한 불법 이민 외계인을 가려내는 것이다.
  • [굿모닝 닥터] 한겨울 땀이 고민이라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겨울에도 땀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울 때 흘리는 땀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겨울 땀은 다르다. 특히 추운 날 겨드랑이를 적시는 땀 때문에 더러는 대인관계가 위축되거나 삶에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바로 다한증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흔히 체질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터무니없이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은 명백한 질병이다. 이런 다한증을 진단할 때는 배출량을 점검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느냐다. 다한증을 가진 사람은 평소 목욕이나 샤워를 자주 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장시간 외출할 때는 여벌의 옷을 가져가 땀이 찰 때마다 갈아입으면 악취 고민을 덜 수 있다. 겨드랑이에 털이 많다면 제모 후 파우더를 발라 청결을 유지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커피, 홍차 등의 카페인 식품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땀 분비를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다. 다한증은 생명이 걸린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땀 때문에 일상적으로 불편을 겪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지금까지 다한증은 지방 흡입 등의 수술적 치료나 보톡스 요법, 발한 억제제 등으로 치료했으나 땀샘을 파괴하는 수술적 방법 말고는 대부분 일시적 효과를 보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초단파로 땀샘을 파괴하는 비수술 치료법이 도입돼 이전보다 훨씬 간편하게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는 레이저 방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한증 치료 목적으로 허가한 최초의 치료법이기도 하다. 겨드랑이 땀은 주로 봄~가을 사이에 문제가 되지만 치료는 겨울이 적기다. 겨드랑이 땀이 고민이라면 지금 치료를 받고 홀가분하게 봄을 맞는 게 어떨까.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구글 스트리트뷰에 찍힌 기묘한 사진 베스트 10

    구글 스트리트뷰에 찍힌 기묘한 사진 베스트 10

    최근 영국 데일리미러가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에 찍힌 역대 기묘한 사진 베스트 10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의 이같은 보도는 최근 논란이 된 소위 ‘구글 당나귀 게이트’ 때문이다. 지난주 초 한 네티즌이 제기한 이 사건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이 당나귀를 치여 죽였다며 사진과 함께 문제를 제기해 시작됐다. 이에 구글 측은 당시 당나귀가 모래 목욕 중으로 치여 죽은 것이 아니라며 해명에 진땀을 흘린 바 있다. 데일리미러가 공개한 구글 스트리트뷰에 찍힌 기묘한 사진을 정리해봤다. 1. 노상에서 출산 독일 빌머스도르프의 한 길거리에서 지난 2010년 촬영된 사진으로 한 여성이 길바닥에 누워있고 두사람이 출산을 돕는 모습을 담고 있어 전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사진은 언론의 취재결과 조작으로 드러났다. 2. 미스터리 ‘말머리 남자’   ‘호스보이’(Horseboy)로 이름 붙여진 이 남자의 정체를 놓고 지난 2010년 화제가 됐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이안 윌코스라는 남성은 “호스보이의 정체는 애버딘에서 배달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의 형”이라고 밝힌 바 있다. 3. 음식 훔쳐 달아나는 갈매기 지난 2010년 영국 브라이튼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음식을 훔쳐 달아나는 갈매기의 모습이 절묘하게 포착돼 화제가 됐다. 4. 광선검을 든 ET 지난 2009년 미국 뉴저지 모리스타운 공항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마치 영화 ET의 외계인이 광선검을 든 듯한 모습을 담고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빛의 산란에 의한 이미지라고 주장했다. 5. 마약 거래 현장 포착 지난 2010년 뉴욕 브루클린 인근의 한 길가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4명의 남자가 재수없게(?) 촬영됐다. 언론에 공개된 직후 경찰이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벌여 용의자 모두 구속됐다.  언론은 이밖에 차 트렁크에서 알몸으로 나오는 남성, 한적한 길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 커플, 길 건너는 어린 사슴을 친 구글 스트리트뷰 차량, 자동차를 훔친 도둑, 우연히 찍힌 자기 자신을 보고 살뺀 남자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인터넷뉴스팀
  • [의정 포커스] 박진식 서울 도봉구의원

    [의정 포커스] 박진식 서울 도봉구의원

    의용소방대원 24년, 장애인 목욕봉사 16년, 무의탁노인 경로잔치 봉사 11년…. 보통의 사람들은 하나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수십년째 묵묵히 해내는 박진식(창2·3동, 쌍문1·3동) 서울 도봉구의원. 그는 의정활동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여전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의원은 15일 “기초의원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돼 시작하게 됐다”면서 “지역 의원활동으로 오히려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게 됐고 활동영역 또한 더욱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가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는 의용소방대에 가입하면서부터.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의용소방대를 이끌어오다시피하고 있다. 군대에서 운용하는 5분 대기조처럼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출동해 교통통제나 주변정리 등 소방대원에게 꼭 필요한 활동을 한다. 꾸준한 활동 덕에 창동지역대장, 부대장을 거쳐 지난해 말에는 대장에 취임했다. 그는 “도봉소방서가 1989년에 개소한 이래 평대원부터 시작해 내부승진으로 대장이 된 경우는 내가 처음이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의회에선 평의원이지만 이곳에선 대장이다”며 장난끼 어린 농담도 늘어 놓았다. 이것이 발판이 돼 장애인들을 목욕시키는 목욕봉사, 그리고 발마사지 봉사를 시작했다. 특히 발마사지는 강사를 초청해 기술을 배운 뒤 지금도 매주 화요일 창2동에서 노인들에게 발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2002년부터는 창3동 도원교회와 함께 어르신들을 위해 노인잔치를 여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해주던 분들을 길에서 만났을 때 자신을 자식처럼 반가워해 줄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한다. “예전 저의 봉사활동을 받았던 어르신이 자기 아버지였다며 고마움을 표현한 주민을 만난 적이 있다”며 “내가 남을 도왔다기보다 내가 얻는 기쁨과 행복이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상부터 잠자리까지… 메이지 일왕의 일상이 궁금해

    신처럼 떠받들어지던 왕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장삼이사들의 그것과 무엇이 어떻게 달랐을까. ‘천황의 하루’(요네쿠보 아케미 지음, 정순분 옮김, 김영사 펴냄)는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 일왕의 일상을 세세하게 소개한 책이다. 그를 직접 보좌했던 사람들의 회상록과 수기 등을 토대로 삼았다. 일본 최초의 근대화된 궁전인 메이지 궁전은 일왕이 공식 행사나 정무를 보는 ‘궁전’과 일왕의 사적 공간인 ‘나이기’(內儀)로 이뤄져 있다. 나이기는 우리 경복궁으로 치자면 강녕전과 교태전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일왕의 침실을 중심으로, 옷방과 수라실(식당), 목욕전 등이 기능에 따라 조밀하게 배치돼 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왕후의 침실도 비슷한 구조다. 나이기와 궁전 사이엔 학문소가 있다. 일왕의 집무실이다. 학문소로 가는 길은 긴 회랑으로 이어져 있는데, 닭과 독수리가 그려진 두 개의 문을 통과해야 오갈 수 있었다. 메이지 일왕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 10시 30분 학문소로 ‘출근’한 뒤, 오후 5시 30분 나이기로 ‘칼퇴근’했다. 이채로운 건 밖의 궁전은 서양의 양식을 고스란히 받아들였으면서도, 나이기는 효율성을 도외시한 궁정 사회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나이기는 바로 전 시대인 근세의 에도 사회보다 더 폐쇄적인 일종의 중세 사회였다”고 설명했다. 책은 일왕의 출근 전과 퇴근 이후 나이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보다 정확히는 일왕의 ‘오히루’(기상)로 시작되고, ‘미코시’(취침)로 마무리되는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출연진’은 일왕과 왕후, 그리고 여관(女官)들이다. 특히 여관의 역할이 이채롭다. 일왕의 잠자리부터 식사, 목욕, 업무 등 모든 일정을 챙기며 실질적으로 왕궁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이들의 신분 체계도 대단히 복잡했는데, 여관으로 선발된 이후에도 출신 가문에 따라 직분이 칼같이 구분됐다. 자신이 부리는 하인이나 식사, 옷 등에 들어가는 돈은 출신 가문에서 계속 지원을 받았다. 책의 흐름상 여관에 대한 ‘왕의 하룻밤 은총’도 있었을 개연성이 높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없다. 5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종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즉흥적인 명령과 질문으로 나이기를 초긴장시켰던 메이지 일왕은 그러나 내밀한 공간에서조차 프라이버시가 없었다. 잠을 자거나 목욕전에 가서 옷을 벗을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다양한 직급의 여관이 수시로 역할을 바꿔 가며 드나들었다. 1만 28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머리 비우면 똑똑해지고, 생각 버리면 채워져”

    현대인들은 아웃 사이더가 되길 원치 않으며 늘상 비웃음과 창피함, 평가·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그 ‘소외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소통과 정보에 집착한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 이상이 하루 평균 30회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소 6분에 한 번 꼴로 휴대전화를 접속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휴대전화 과다 접속에 수반되는 뇌의 자극을 우려한다. ‘멍 때려라’(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는 인간관계의 원초적 요건인 접촉보다 접속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의 휴식’을 상기시킨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뇌를 위해, 책 제목 그대로 ‘멍 때리는’ 시간을 만들어 즐기라고 권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원칙은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 ‘머리 비우기’의 이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취할 때 내측 측두엽과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 피질 등 이른바 DMN으로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때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삭제해 새 생각을 채울 여백을 만든다는 것이다. 뇌가 주입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기도 전에 쉼 없이 들어오는 정보가 바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고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다운되듯,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정보야말로 뇌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원인이다. 그래서 그 반대로 뇌가 휴식하는 ‘멍 때리는’ 시간에 중대한 발견과 전환의 역사를 이룬 사례들이 설득력 있게 소개된다. 사과나무 아래 멍하니 있다가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알아챈 뉴턴, 목욕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중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산책과 대화를 통해 머리 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독일 철학자 칸트며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 음악가 베토벤…. 그러면 그 ‘멍 때리는’ 머리 비움의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단 1, 2분이라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찌 보면 불교의 ‘무념무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한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뇌 휴식을 넘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접촉의 확대로 뻗쳐 흥미롭다.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매혹적인 생각, 치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인생을 바꾼 만남은 언제나 모니터 밖의 세상에서 창조됐으니 지금 당장 당신에게 멍 때림을 허락하라.” 1만 4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3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기막힌 동거/임은정

    [2013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기막힌 동거/임은정

    등장인물 아영(25) 숙자(37) 동곤(25) 집주인(55) 아들(28) 장씨(50)- 1인 2역 때 현대 겨울 장 소 도심 변두리 다가구주택 무 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의 집이다. 조그만 마당이 있고 셋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문을 사이에 두고 마당과 방이 나뉜다. 방 안은 소박하고 단출하게 꾸며져 있다. 벽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고 옷장, 책상, 앉은뱅이 화장대가 한구석을 차지한다. 부엌에는 싱크대와 소형 냉장고가 있다. 부엌 옆으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도 보인다. 네모난 종이 상자가 몇 개 놓여 있고, 일상용품과 옷들이 흩어져 있다. 1장. 마 당에서 방 안을 기웃거리는 정장 차림의 숙자. 한 손에는 고객 파일을 들고 있다. 목에 건 스톱워치를 보며 초조한 듯 시간을 재고 있다. 숙자 5, 4, 3, 2, 1.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영 아직 내 시간이에요. 숙자 이제 내 차례야. 아영 (시간 확인, 밖으로 나간다) 이제 아영이 밖이고, 숙자가 방 안이다. 아영이 밖에서 방 안을 기웃거린다. 휴대전화 보며 시간을 기다리다 방 안으로 소리친다. 아영 1분 남았어요. (모래시계 꺼내서) 시, 작! (다 떨어지면) 땡!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숙자 아직 내 시간이야. 아영 이제 내 차례예요. 숙자 (시간 확인, 밖으로 나간다) 다시 마당에서 방 안을 염탐하는 숙자. 밖으로 나오는 아영을 붙잡아 방으로 밀고 들어온다. 숙자 전화는 왜 안 받아? 요리조리 도망만 다니고. 무조건 피하면 다야? 일부러 그런 거지? 어떻게 됐어? 벌써 며칠째냐고. 오죽하면 대낮에 일하다 말고 너 잡으러 왔겠어. 더 이상은 안 돼. 아영 숨 넘어 가겠어요. 숙자 시간 없어. 말일까지는 해결해줘. 아영 무리예요. 숙자 안 쫓겨나는 것만도 다행이거든. 아영 조금만 더···. 숙자 최후통첩이야. (고객 파일을 두고 나간다) 아영,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다. 어깨에 큰 가방을 메고 있다. 집주인, 빗자루 들고 다가간다. 집주인 꼼짝 마. 아영 으악! 집주인 내려놔. 아영 아니에요. 오해세요. 집주인 가방 내려놓으라니까. 아영 고모 모르세요? 여기 사는 분요. 집주인 (방 쳐다본다) 아영 키 좀 크고, 얼굴 동그랗고, 파마머리···. 집주인 젊은 게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아영 저 방이, 숙자 고모예요. 친척 동생, 아 그러니까···. 조, 조카예요. 집주인 도둑년이 어디서 수작질이야. 아영 (가방을 쏟으며) 조카 맞아요. 보세요. 다 옷뿐이잖아요. 고모 부탁으로 세탁소 가던 길이었어요. 훔친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은 대치하고 있고, 숙자가 급히 들어온다. 아영 고모! 도, 도둑으로 몰렸어요. 집주인 (빗자루 내리며) 아는 사람이야? 숙자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 조카가 놀러 왔어요. 집주인 이 시간에 집에는 웬일이야? 숙자 뭘 좀 두고 와서요. 집주인 객식구는 오늘 가지? 숙자 (머뭇거리다) 며칠만 있을 거예요. 집주인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 말고 계산이나 똑바로 해줘. 숙자 무슨···. 집주인 수도, 전기, 가스! (수첩 꺼내서 적으며) 단 하루라도 사람이 늘었으면 더 내야지. (시계 보며) 어머, 마트 타임 세일···. (나간다) 아영, 떨어진 옷을 가방에 챙겨 넣는다. 숙자 조심하랬잖아. 아영 연습한 시나리오대로 잘 말했어요. 숙자 그 아줌마 눈치가 보통 아니야. 들키지 않게 잘해. 아영 (일어난다) 너무 억지를 부려요. 놀러왔다는데 세금이라니···. 숙자 밀린 방세나 신경 써. 숙자, 방으로 들어가 고객 파일을 챙겨 나간다. 아영,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벽시계 쳐다본다. 오후 2시 무렵. 우유 배달 아줌마 변장을 한 동곤, 손수레를 끌며 마당을 서성인다. 동곤 (노크하며) 신선하고 고소한 내추럴 우유 왔어요. 아영 (문 가까이 다가와) 아무도 없어? 동곤 장트라블타에 직방인 야쿠르트 왔어요. 아영은 동곤이 온 것을 확인, 문을 열어 준다. 동곤, 후다닥 방으로 들어간다. 변장용 옷과 가발을 벗는다. 동곤 이렇게까지 해야 돼? 아영 앞으로 더한 것도 해야 돼. 동곤 뭘 또 시키려고? 아영 다른 방법이 없잖아. 동곤 이런 기발한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아영 한 수 모방했지. 동곤 이런 걸 뭐라고 하냐? 월세방은 아니고, 파트방인가? 아영 아무려면 어때. 동곤 우리 시간제로 방 쓰잖아. 그러니까 시간방 아니야? 아영 잘도 갖다 붙인다. 2시부터 8시면 황금 시간대야. 어디가도 이런 방에, 이런 가격 없어. 동곤 방세 좀 깎아줘. 아영 휴학하고 미친 듯이 알바 뛰는 거 보고도 그래. 동곤 나도 밤마다 미친 듯이 부킹한다고. 아영 그럼 다른 방 알아보든지. 동곤 아, 아니야. (사이) 망이나 좀 봐. 슈퍼 좀 갖다 오게. 두 사람,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나오다 집주인과 맞닥뜨린다. 아영 (둘러대며) 동, 동생이에요. 집주인 동생? 혹시 남동생도 같이 이 방에···. 아영 아니, 놀러 온 거예요. (동곤에게) 뭐해? 들어가자. 집주인 나오던 거 아니었어? 아영 들어가던 길이예요. 아영과 동곤은 방으로 들어오고, 집주인은 자기 집으로 간다. 동곤 동생이라니? 아영 급한데 그렇게라도 둘러대야지. 이제부터 나는 누나, 그 누님은 고모야. 동곤 졸지에 수상한 가족 탄생! 불안 불안해서 여기 계속 살겠냐? 아영 변장 안 하면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마. 출입 금지야. 동곤 무슨 감옥도 아니고. 아영 그래 봐야 저녁 8시까지야. (나간다) 동곤은 손수레에서 침낭을 꺼내 덮고, 벽시계는 꺼내서 베고 잔다. 저녁 8시. 숙자는 방 앞에서 스톱워치 보며 계속 차례를 기다린다. 시계 알람 소리 몇 번 울린다. 동곤, 겨우 일어나 허겁지겁 나온다. 숙자 거기서 왜···. 동곤 ···. 숙자 누구···. 동곤 오, 오빠예요. 숙자 오빠라뇨? 동곤 아영이는 알바 가고, 깜빡 잠이 들어서···. 집주인이 마당으로 나오다 순식간에 두 사람과 마주친다. 숙자는 당황하고, 동곤은 침착하게 대처한다. 동곤 고모도 만나고 가려고···. 집주인 누가 뭐래. (숙자에게) 건넛방, 할 얘기가 있어. (집 전화 울린다) 잠시만. 집주인은 나가고, 숙자는 동곤을 붙잡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숙자 오빠라고 안 했어요? 동곤 저···. 숙자 고모는 또 뭐예요? 동곤 둘 다예요. 숙자 무슨 소리예요? 동곤 그렇게 돼 버렸어요. 아니 그렇게 해야 돼요. 숙자 혹시 주인이 아영이를 알아요? 그쪽도요? 동곤 다 같이 만났어요. 숙자 만나다뇨? 동곤 주인은 우리가 남매인 줄 알아요. 숙자 남매가 아니에요? 동곤 아니 맞아요. 아영이는 동생입니다. 숙자 오빠라며? 너 뭐하는 놈이야? 동곤 (물러선다) 오, 오빠라니까요. 숙자 아영이는 분명히 형제가 없다고 그랬어. 동곤 사, 사촌 오빠. 사촌끼리 워낙 친하게 지내서 그냥 오빠라고 그래요. 숙자 뻥까지 말고 바른 대로 대. 동곤 복잡하게 생각 마세요. 집주인은 아무것도 몰라요. 아영이가 집주인한테 잘 둘러댔어요. 그러니까 우린, 모두, 아무것도 들키지 않았다고요. 숙자 가택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동곤 가택 침입이라뇨? 여긴 내 방이에요. 숙자 여기가 왜···. 동곤 이 방은···. 숙자 둘, 둘이 동거해? 동곤 대박! 근친상간이라고요? 숙자 빌려 쓰는 방에서 살림을 차리면 어떡해? 동곤 아니 점점···. 숙자 빨리 불어. (휴대전화 꺼내며)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콩밥 좀 먹어 볼래. 동곤 세, 세 들었어요. 숙자 세라니? 동곤 아영이가 세 든 12시간 중에서, 6시간을 다시···.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집주인. 숙자 (동곤에게) 꼼짝 말고 있어. 밖으로 나가본다. 집주인과 싸움이 벌어진다. 숙자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해요. 집주인 일이 그렇게 됐어. 숙자 이 추운데 당장 방을 어디서 구해요. 집주인 원래 거기가 우리 아들 방이었어. 숙자 법적으로도 이건 걸려요. 이런 식은 문제가 있다고요. 집주인 젊은 사람이 팍팍하게 왜 그래. 법까지 들먹이는 건 좀 그렇잖아. 숙자 심한 게 누군데요. 집주인 내가 주인인데, 내 집을 맘대로 못 할 게 뭐가 있어. 숙자 다 낡아 빠진 집 한 칸 있다고 유세는···. 집주인 뭐, 유세···. 숙자 주인이면 다야? 집주인 이 여자가···. 당장 방 빼. 2장. 숙자, 아영, 동곤이 서로를 경계하며 마당을 빙빙 돈다. 숙자는 목에 건 스톱워치를 손에 들고, 아영은 가방에서 모래시계를 꺼내고, 동곤은 우유 손수레에서 큰 벽시계를 꺼내 든다. 도는 속도 점점 빨라진다. 숙자 0.5 아영 0.4 동곤 0.3 숙자 0.2 아영 0.19 동곤 0.18 숙자 0.17 아영 (건너뛰며 재빨리 다 센다) 0.16, 0.15, 0.13, 0.11. 땡! 다같이 내 차례야. 세사람은 서로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난리 법석. 순식간에 몰려 들어와 각자 방 안의 일상을 시작한다. 숙자는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동곤은 시계를 베고 눕는다. 아영은 방의 벽시계 시침과 분침을 돌려 오전 8시로 맞춘다. 아영 내 시간이에요. 빨리 해주세요. 숙자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아영 시간 가요. 빨리요. 숙자 (단단히 화가 나) 아영이 너···. 아영 ···. 숙자 사람을 들이면 어떻게 해? 동곤 (노래하듯)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아영 조용히 해. 숙자 이건 엄연한 계약 위반이야. 이제 너하고는 계약 해지야. 아영 갑자기 그러시면···. 숙자 저 놈만 끌어들이지 않았어도 아무 탈 없었어. 동곤 (일어나며) 이거 왜 이래요. 나는 피해자예요. 아영 방법이 있을 거예요. 숙자 괜히 들켜서 피곤해지느니 방 빼서 다른 데 가는 게 나아. 어차피 주인도 나가라고 한바탕 난리 부렸어. (사이) 아들이 여기로 들어온대. 아영, 동곤 네? 아영 제발 그것만은···. 동곤 우리도 같이 이사 가요? 아영 (동곤을 째려본다) 숙자 계약 해지라니까. 동곤 해지라뇨? 겨우 하루 살았다고요. 숙자 내가 뭐 어쨌다고. 동곤 시간방을 탄생시켰잖아요. 이 방의 어머니 같은 존재랄까요? 아영 농담이 나와? 동곤 맞는 말이잖아. 숙자 헛소리 집어 치우고. 아영이하고 해결해. 숙자, 휴대전화가 울린다. 친절하게 통화한다. 숙자 네, 고객님. 암보험요? 자녀분 것도 드신다고요. 그리로 금방 갈게요. (통화 마치고, 아영을 쏘아본다) 빨리 해결해. 저놈도, 월세도. 숙자, 서둘러 나가다 뭔가 생각난 듯 뒤돌아 온다. 깜빡한 가방은 챙겨 가고,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두고 나간다. 급하게 나가다 문을 살짝 열어두고 간다. 아영 안 들키게 조심하랬잖아. 동곤 변장까지 시켜서 끌어들인 게 누군데. 아영 끝까지 모른다고 버텼어야지. 동곤 더 있다가는 짭새 뜰 뻔했다고. 아영 주인집 아들이 문제야. 그놈만 안 오면 아무 문제 없는데. 동곤 우리 업소 형님들한테 부탁 좀 해볼까? 아영 허튼 짓 하지 마. 아영,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동곤을 쳐다본다. 아영 내 시간이야. 동곤 치사하게. 비상이라고 일찍 오라며? 아영 다 끝났잖아. 동곤 그래서 지금 날더러 나가라고? 아영 응. 동곤 우리도 해결 봐야지. 아영 걱정 붙들어 매. 이 방은 반드시 지킬 거야. 동곤 오늘만 그냥 좀 있자. 아영 너랑 같이? 동곤 뭐 어때? 우리 같이 건조한 사이에. 아영 가줄래. 머리 아파 죽겠거든. 동곤 나갔다 오면 집주인 눈치도 봐야 하고. 어디 갈 데도 없다고. 아영 약속한 시간을 지켜줘. 동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을게. 아영 6시간만이라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동곤 (옷장 가리키며) 저, 저기 들어가 있을게. 아영 뭐라고? 동곤, 순식간에 옷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영이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 아영 뭐하는 짓이야? 동곤 이제 편하게 쉬어. 방해 안 할게. 아영 거기서 당장 나와. 동곤 나 없다고 쳐. 그거, 투명 인간! 아영 죽고 싶어? 동곤 여기 한숨 때리기 딱이다. 아영 좁아 터진 데서 잠이 와? 동곤 시간 되면 바로 깨워. 낯선 남자가 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아영 (멀찍이 서서) 누, 누구세요? 아들 그쪽은요? 아영 ···. 아들 여기 살아요? 아영 네. 아들 (굉장히 놀라며) 이 방을 세 줬어요? 아영 누구신데···. 아들 아들 집 나간 지 얼마 됐다고. 아영 혹시, 주인집? (사이)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두 사람, 어색하게 앉는다. 아영 이 방으로 이사를 온다고···. 아들 누가요? 내가요? 아영 그래서 방 빼라고 그러셨는데. 아들 그럴 리가 없어요. 뭔가 꿍꿍이가 있겠죠. 아영 무슨···. 아들 그게 아마도···. (망설인다) 아무튼 내가 이 방에 오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집에 잠시 왔다가, 내 방에 두고 온 게 생각나서. 아영 (옷장을 쳐다본다) 아들 저,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아영 그러세요. 주인집 아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아영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옷장을 두드린다. 아영 그새 잠든 거야. 반응이 없자, 더 세게 두드린다. 아영 시간 됐어. 빨리 튀어 나와. 동곤, ‘시간’이라는 말에 놀라 옷장 밖으로 나온다. 이때 아들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아영 그자야. 주인집 아들. 동곤 뭐? 아영과 동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다. 동곤, 손수레에서 업소용 쟁반을 꺼내 아들을 위협한다. 동곤 너 잘 걸렸다. 아들 (물러선다) 왜 그래요. 동곤 우리 형님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아들 무슨 소리야? 아영, 부엌에서 식칼을 찾아 동곤에게 주려 한다. 아영 이걸로 해. 동곤과 아들, 모두 놀란다. 동곤 사람 놀라게. 아영은 칼을 든 채 아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아영 이 방은 우리 거야. 여기로 들어오지 마. 아들 도, 도둑이었어? (동곤 보며) 그것도 2인조. 책상 위로 강하게 칼을 내리꽂으며 협박한다. 아영 이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아들 ···. 동곤 한 발짝도 안 돼. 발모가지를 확 그냥···. 아들 (주머니 뒤진다) 돈 가진 거 다 줄 테니까 제발 나 좀 보내줘요. (손목시계 푼다) 이 시계도 가져요. 비싼 거예요. 다 가져요. 아영 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동곤 도둑들 아니고 세입자들! 아들 정말이에요? 도둑 아니에요? 동곤 이렇게 때깔 좋고 잘생긴 도둑 본 적 있어? 아들 아니 근데 왜 나한테···. 아영 당신 때문에 쫓겨나게 생겼다고. 동곤 이 방에 들어온다고 그래서. 아들 아니 들어올 일 없다니까 자꾸 왜 그래요. 이 방 월세 밀렸다고 엄마한테 쫓겨나서 친구 집 전전하면서 산다고요. 밀린 방세도 아직이에요. 동곤 (쟁반 내리며) 아들인데도 월세를 받아? 아들 자식이라고 봐주는 거 없어요. 악착같이 뜯어 갑니다. 아영 그러니까 진짜 이 방에 이사 올 일이 없다고? 아들 그렇다니까요. 아영 그럼 주인 아줌마 속셈은 뭐지? 아들 그건···. 아영, 아들이 망설이자 꽂혀 있는 칼을 뽑아 들려고 한다. 아들 월, 월세 올려 받으려는 거예요. 아영 (더 위협) 확실해? 아들 보증금 빼줄 돈도 없을 거예요. 밖에서 숙자가 문을 두드린다. 숙자 문 좀 열어 봐. 동곤, 아영은 몹시 당황한다. 숙자 (계속 두드린다) 안에 없어? 아영 (동곤에게) 옷장. (아들에게) 당신은 화장실. 빨리 피해. 동곤 화장실은 위험해. 아영 둘 다 옷장! 빨리! 아들 누군데 그래요? 동곤 사채업자. 동곤, 옷장에 들어가 숨는다. 아들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간다. 옷장 안이 비좁아 아영이 억지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린다. 문 열어주자 숙자가 급하게 들어온다. 아영은 옷장 앞에 선다. 숙자 빨리 안 열고 뭐했어? 아영 자느라고요. 집에는 왜 다시···. 숙자, 무언가를 찾는다. 책상 위에서 휴대전화 발견. 숙자 내 정신 좀 봐. 여기 두고. (책상에 꽂힌 칼을 본다) 저건 뭐야? 아영 (다가가 칼 뽑으며) 과일 좀 깎아 먹으려고. 숙자 취미도 참 별나. 숙자, 가려다 뒤돌아 다시 들어온다. 숙자 내 목도리를···. 어디 뒀더라. 방 안을 찾다가 옷장을 보고 서서히 다가온다. 놀란 아영은 가방에서 자기 목도리를 꺼내준다. 아영 바쁜데 이거 그냥 하고 가세요. 선물이에요. 숙자 (받는다) 선물은 선물이고, 월세는 월세야. 목도리 두르고 나가는 숙자를, 아영이 잠시 불러 세운다. 아영 밤에 들를게요. 방 때문에 상의할 게 좀 있거든요. 숙자 집주인 조심해. (나간다) 옷장 안에서 두 사람 쏟아져 나온다. 헉헉거린다. 동곤 죽을 뻔했어. 둘은 안 돼. 무리데스. 아들 사채업자 아니죠? 누군데 그래요? 아영 이 방 주인. 아들 네? 우리 엄마가 주인 아니에요? 동곤 쉽게 말해서. (노래하듯) 세 준 놈, 그 위에 세 준 놈, 그 위에 세 준 놈. 동곤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동곤 (받는다) 뭐라고요? 현빈 형님요? 알았어요. 총알같이 갈게요. (끊는다) 1시까지는 다시 올 수 있어. 괜찮겠어? 아영 너는 2시부터야. 동곤 저 사람은? 아영 바로 돌려보낼 거야. 동곤, 서둘러 나가는데 아영이 불러 세운다. 아영 (우유 손수레 가리키며) 야, 장동곤! 저거는? 동곤 어차피 다시 올 거잖아. 아영 변장 안 해? 들고 가. 들키면 어쩌려고. 동곤, 마지못해 손수레에 자기 물건을 쑤셔 넣고 밖으로 나간다. 아들도 슬쩍 따라 나가려고 한다. 아영 잠깐만요. 정말 죄송해요. 워낙 방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이 심해서 그래요. 가끔 나도 모르게 불같이 화가 나는데···. 아들 아니, 뭐, 그럴 수도···. 아영 혹시 하루 종일 집에 있어요? 아들 취직도 안 되고 해서, 밤에는 친구 가게에서 일을 좀···. 아영 굉장히 싼 방이 있는데. 아들 ···. 아영 하루 종일은 아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쓸 수 있어요. 하루 6시간, 월세는 8만원만 내면 돼요. 아들 그런 방이 있어요? 아영 네. 시간방! 오전에는 방에서 쉬고, 오후에는 도서관 가고. 어때요? 아들 거기가 어딘데요? 아영 (손짓) 여기! 아들 이 방요? 3장. 숙자는 얼굴에 수건을 묶고 마사지크림을 바르고 있다. 아영은 그 옆에 앉아 숙자 눈치를 살핀다. 아영 주인이 아무래도 빼줄 보증금이 없는 것 같아요. 숙자 (쳐다본다) 누가 그래? 아영 동네 아줌마들 염탐 좀 해봤는데 확실해요. 소식통 슈퍼 아줌마한테 들었는데, 글쎄 주인집 아들이 다단계에 홀딱 빠져서 패가망신할 뻔했대요. 주인이 그 일 처리하느라 빚까지 엄청 지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숙자 뭐? 큰소리만 뻥뻥 치더니 뭔가 미심쩍다 했어. 아영 보증금은 확실히 없어요. 숙자 순둥인 줄 알았더니 재주도 용하다. 아영 버티면 돼요. 이 방에서 안 나가도 된다니까요. 숙자 그래도 그놈은 해결해야 돼. 아영 월세를 아예 안 낼 수도 있는데. 숙자 (솔깃하며) 하나도? 아영 대신 밀린 월세 몇 달만 좀 봐주세요. 숙자 그거야···. 아영 언니라고 해도 되죠? 숙자 편하게 불러. 아영 저희 합쳐요. 숙자 같이 살자고? 아영 어차피 밤에 알바하느라 집에 거의 안 들어와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같이 방 써도 집에 거의 없을 거니까. 숙자 불편하지 않을까? 아영 월세 하나도 안 내셔도 된다니까요. 숙자 (바싹 다가간다) 진짜 무슨 수가 있어? 아영 하나 더 들이세요. 숙자 ···. 아영 셋이서 월세 다 부담할게요. 숙자 지금도 주인 눈치 보이는데 어떻게 그래. 들키기라도 하면···. 아영 안 들키게 철저하게 교육시킬게요. 시간도 그대로 쓰고, 월세도 안 내고. 언니는 손해날 거 하나도 없어요. 대신 밀린 월세만 좀···. 숙자 괜히 일을 더 크게 벌이는 것 같은데. 아영 돈 급하시잖아요. 카드 빚도 갚아야 하고. 그래서 12시간 세도···. 숙자 그걸···. 아영 카드 회사 독촉장 봤어요. 오해 마세요. 방에서 그냥 우연히 본 거니까. 사각 티슈 몇 장을 연거푸 뽑아 얼굴에 마구 문지른다. 숙자 내가 쓴 거 아니야. 다 그놈이 저지른 거야. 아영 누가···. 숙자 망할 놈의 개자식. 원수덩어리. (사이) 전 남편. 아영 그러니까 사람 하나 더 들이세요. 빨리 빚 갚아야죠. 숙자 사람을 어디서 구해? 아영 적임자가 하나 있어요. (휴대전화 울린다) 네. 지금 나가요. (끊는다) 알바하다 잠시 온 거라서···. 숙자 잠은 안 자? 아영 그럴 시간 없어요. 월세는 봐 주시는 거예요. (마당으로 나간다) 집주인이 아영을 기다리고 있다. 집주인 정말 올려 줄 거야? 아영 네. 그렇다니까요. 집주인 고모 일에 조카가 왜? 아영 월세 올려 드리고 저도 여기 같이 살까 하고요. 집주인 그래? 근데 얼마나? 아영 십오 정도. 그냥 아드님 쓰라고 하기에 방이 좀 아깝지 않아요? 다달이 사십을 집에 갖다 주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 (혼잣말) 사십! 아영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집주인 나가고, 아영도 밖으로 나간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아영, 조심스럽게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동곤이 마당에서 방 쓸 차례를 기다린다. 아영, 나오다 기겁한다. 아영 뭐해? 변장도 안 하고? 동곤 이제 조카잖아. 그럴싸하게 연기만 하면 돼. 아영 자주 들락거리면 의심받아. 아영, 동곤을 데리고 재빨리 들어간다. 동곤, 벽시계를 2시에 맞춘다. 동곤 안 가고 뭐해? 내 시간이야. 아영 잠시만. 중요한 일이야. 동곤 지정된 시간을 지켜줘. 아영 그새 따라 하기는. (사이) 방세 올려줘야 돼. 동곤 뭐? 아영 집주인이 요구를 해. 동곤 아들놈 때문이라며? 아영 원하는 건 돈이었어. 동곤 고모한테 더 내라고 해. 아영 장난하지 말고. 한 방에 사니까 공동 책임이잖아. 동곤 주인하고 계약한 건 그 여자야. 아영 십오를 더 달래. 동곤 이런 낡은 방을? 아영 당장 아쉬운 건 우리잖아. 동곤 (시계 본다) 일단 좀 씻고. 쓰레기통에서 수건, 칫솔, 면도기를 꺼내 빠르게 움직인다. 아영 거기다 왜···. 동곤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짱박았어. 아영 들고 다녀. 숙자 언니가 질색해. 동곤 잘만 숨기면 돼. 아영 더 낼 거지? 동곤 씻고, 쉬고, 자고, 밥 먹고, 똥 싸고. 꾸물거리다 언제 다 해. 나이트에서 부킹이 필수라면, 시간방은 스피드가 생명이지. 동 곤은 화장실로 들어가 쏜살같이 씻고 튀어나온다. 아영 그러니까 그 언니가 우리 사정 봐줘서 5만원을 더 내는 거야. 보증금도 그 언니가 내고 있고 12시간 쓰니까 15만원. 나머지는 너, 나 6시간에 각각 12만 5000원. 동곤 4만 5000원이나 더 내라고? 아영 이런 방을 어디 가서 구해. 동곤 고시원으로 갈까? 아영 거기도 한 달에 최소 삼십은 넘어. 그걸 어떻게 견뎌? 업소에서 오전에 쪽잠이라도 잘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 줄 알아. 동곤 돌겠다! 아영 너도 살고, 나도 살고. 동곤 주인 살고, 우린 죽고. 아영 ···. 동곤 5000원이라도 깎자. 아영 사용 시간에 따라 공평하게 고통 분담! 동곤 이 넓디넓은 지구에, 하루 24시간 내 몸뚱이 하나 편하게 누일 방 한 칸이 없다니···. 아영 지구는 좀 심하다. 동곤 심한 건 이 방이야. 아영 다음 달부터 올리는 거다. (나간다) 동곤, 부엌 싱크대 안에 숨겨둔 침낭과 시계를 꺼내서 잠을 청한다. 똑딱똑딱 시간이 흐른다. 저녁 8시 무렵, 숙자가 밖에서 문 두드린다. 동곤, 후다닥 일어나 방을 나오다 숙자와 마주친다. 숙자 이러다 의심받아. 빨리 가. 동곤 가요, 가. 숙자는 방으로 들어와 곧바로 잠을 잔다. 시간 흘러 아침 7시 30분. 알람 울리자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아영은 방 밖에서 기다리다 졸고 있다. 모래시계를 손에 쥐고 있다. 숙자 (나오며) 빨리 들어가. 아영 (잠꼬대하며) 찜질이세요? 목욕만 하세요? 숙자 (깨우며) 여기 집이야. 아영은 비몽사몽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벽시계를 8시에 맞춘다.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든다.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자, 벌떡 일어난다. 집주인 아가씨, 있어? 아영 네. 나가요. 아영, 정신을 차리고 눈빛을 번뜩인다. 집주인 그때 말한 월세는···. 아영 안 그래도 다른 방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요. 집주인 다른 방이라니? 아영 보증금이나 잘 준비해주세요. 집주인 아들놈 잘 구슬려서 다락방 쓰라고 하면 돼. 아영 아드님한테 미안해서요. 그냥 이사 나갈게요. 집주인 이사라니?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 아영 그 월세면 투 룸도 가능하겠고. 아무래도 둘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집주인 그러지 말고 조금만 올려주고 그냥 살아. 이사 비용도 만만치 않잖아. 아영 얼마나···. 집주인 10만원만 더 내. 아영 그 돈이면 그냥 이사 가는 게···. 집주인 섭섭하게 왜 그래. 그럼 딱 5만 원만. 아영 보증금 준비를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 집주인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지른다) 안 돼! 아니, 당분간은 그냥 살아. 아영 최종 결정은 고모가 해야 하니까···. 집주인 월세만 밀리지 말아줘. 집주인은 울상을 짓고 나가고, 아영은 방으로 들어와 한숨을 돌린다. 혼자 계산을 해보며 웃음 짓는다. 아영 계산이 그러니까. (계산기 두드려 보며) 동곤이 6시간 12만 5000원, 주인 아줌마 아들 6시간 8만원. 나는 12시간 4만 5000원! 숙자 언니 0원! 겨우 25만원 딱 맞췄네. 이제야 두 다리 뻗고 자겠다. 마당으로 낯선 남자 한 명이 들어와 문을 두드린다. 장씨 나야. 아영 누구세요? 장씨 (여자 목소리 들리자 침묵) 동곤이 들어오다, 장씨를 보고 당황한다. 동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장씨 뭐가 잘못됐어? 집주인이 마당으로 나오다, 두 사람을 본다. 집주인 이 분은 또 누구···. 동곤 삼, 삼촌이세요. 장씨 (얼떨결에 목례) 집주인 친척들 사이가 아주 죽고 못사나 봐. 조카에, 삼촌에···. 동곤 저희 집안이 워낙에 서로 친해가지고. 아영은 웅성거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와 본다. 동곤 (아영에게) 삼, 삼촌 오셨어. 아영 (놀라서 바라본다) 집주인 (수첩 꺼내 적으며) 세금 추가! 친척들이 너무 많이 들락거려. (나간다) 아영은 두 사람을 데리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간다. 아영과 동곤은 싸우고, 장씨는 방을 둘러본다. 아영 삼촌이라니? 동곤 그게···. 아영 뭐야? 동곤 삼촌 맞다니까. 장씨 동곤이 삼촌 맞습니다. 아영 아저씨는 빠지세요. 동곤 삼촌한테 왜 그래? 아영 누굴 속이려고. 동곤 삼촌이 나 보러 오셨다니까. 아영은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책상에 위협적으로 내리꽂는다. 장씨, 놀라서 물러선다. 아영 당장 불어. 동곤 방, 방세가 올라서. 아영 뭐? 동곤 그냥 같이 지내려고. 아영 그게 다야? 동곤 룸메이트라니까. 아영 방을 같이 써? 동곤 반, 반. 아영 월세를? 아영은 다가가 동곤을 마구 꼬집는다. 동곤 악, 방을···. 아영 어떻게? 동곤 너처럼···. 아영 혹시? 동곤 아, 세 시간···. 아영 설마···. 동곤 악, 세, 세를···. 아영 너까지···. 동곤과 아영이 싸우는 사이, 장씨는 벽시계 시간을 오후 5시로 돌려서 맞춘다. 장씨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잠깐! 아영과 동곤은 놀란 표정으로 장씨를 쳐다본다. 장씨 (벽시계를 가리키며) 이제, 내 차례입니다. 이때 문 밖에서 ‘똑똑똑’ 노크 소리 들려온다. 세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경쾌한 음악 소리 들린다. 서서히 어두워진다. [당선소감] 실패를 두려워 않고 길 찾아 나섰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열심히 글 쓰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결국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덤벼들지 못했습니다. 삶의 시기마다 그래야 했던 이유와 핑계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있었습니다. 실패가 두려운 거였어요. 그와 맞서 보려고 하지 않았더군요. 그때부터 쉽고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정진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희곡을 쓰면서 실패하고 좌절했던 곳에서 새롭게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올곧게 홀로 서야 함께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길에 ‘신춘문예’는 큰 목표 지점이었고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많이 더디 가겠지만, 그래도 가다 보면 언젠가 깨우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뭐라도 되겠지’ 그런 무한 긍정의 마음을 품고.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큰 행운을 만났습니다. 당선 소식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정말이야? 꿈 아니야?’라고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좌절을 거치니 희망이 옵니다. 노력은, 간절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뜨겁게 떠오릅니다. 덕분에 오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부족한 작품, 천금 같은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시 희곡 쓸 용기를 주신 라푸푸서원 차근호 작가님 특별히 감사합니다. 선욱현 작가님, 최원종 작가님, 김경락 연출님, 박세환 작가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퇴고를 도와준 배우 오혜진, 함께 고생한 지희야 정말 고맙다. 묵묵히 외조해 준 우리 남편 정재만, 부모님, 가족들, 모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약력 ▲1976년 포항 출생▲계명대 국문과 졸업▲구성작가, 프리랜서 기자 활동 [심사평] 서민층 주거 문제, 탁월한 리듬감으로 살려 올해 희곡부문에는 254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기록적인 숫자다. 구어적인 것을 글로 담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도래한 것일까? 연극을 많이 보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된 덕분인가? TV 매체에 대한 친근감이 삶의 드라마화를 촉진한 것일까? 아니면 문예창작과와 연극 전공 학생 수의 비약적인 증가가 누적된 결과일까? 출품작 중에 현실을 포착하는 능력, 혹은 발상이 빛나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이 올해 신춘문예의 큰 기쁨이다. 출품작들이 다룬 소재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자살, 주거 문제, 실업 문제였다. 사람살이가 극도로 힘들어진 서민과 젊은 층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살’과 관련한 작품이 이례적으로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자살률이 최근 8년간 가장 높다는 현실을 말해주듯 자살사이트, 자살학원, 자살을 둘러싼 해프닝과 사후 망자의 이야기까지, 자살의 연극화에는 끝이 없었다. 자살과 생명보험을 연결시킨 작품도 많아 자살의 주요원인이 경제적 문제임을 짐작하게 한다. 절박한 상황들을 기정사실로 한 채 그것을 연극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이 많이 등장한 것에서 이 시대의 누적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당선작인 임은정의 ‘기막힌 동거’ 역시 서민층 주거 문제의 어려움을 증식 이미지의 코미디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생존 문제를 타개하려는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황당무계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인물들의 숨찬 생활의 리듬은 작가에 의해 연극적 템포감으로 변환되었다. 무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한 연극적 리듬과 타이밍으로 드러난다. 끝까지 논의된 또 하나의 작품은 김경민의 ‘욕조 속의 인어’다. 이 작품 역시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대가 처한 주거 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뤘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떠올리게 하는 독창적인 상황 설정이 매력으로 꼽혔으나 인간을 일면적으로 이해하는 감상성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이 외에 변효진의 ‘연기수업’, 김중원의 ‘다금바리’, 안재희의 ‘완벽한 화장실을 찾는 법’ 등도 최종 논의에 올랐다.
  • 농협금융 “나눔 경영은 계속됩니다”

    연말에 소리 없이 조직 개편을 단행한 농협금융그룹이 소외 계층 보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최근 ‘중소기업 동반성장론’을 출시했다. 우량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이다. 총 1조원 한도로 내년 3월까지 한시 판매한다.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1.8% 포인트까지 대출금리를 우대한다. 운전자금은 신용대출인 경우 3년, 담보대출은 5년까지 빌려준다. 시설자금은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다. 앞서 빚이 많은 사람과 저소득자 등을 겨냥해 연 10%대 초반의 신용대출 상품인 ‘NH희망드림대출’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에는 금리 우대와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국내 농식품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한 점을 감안해 농식품기업 전용 대출상품도 운영 중이다.농협금융 측은 “내년에도 금융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임원들의 급여를 일부 깎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농협 조합원이 사실상 주주이고 국내 유일의 100% 토종자본 금융사라는 점에서 나눔경영은 오히려 강화했다.”고 전했다. 실제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사회공헌 실적은 지난해 1236억원으로 국민(858억원), 신한(673억원), 하나(626억원), 우리(578억원) 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농협금융의 사회공헌 활동은 임직원이 재능 기부 방식으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에게 금융 거래를 안내해 준다. 학생들에게는 금융상식과 경제교육을 실시한다. 고객의 눈높이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이름도 그래서 ‘행복채움금융’이다.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지난달까지 1만 3528명의 임직원이 봉사에 쏟은 시간만 5만 3390시간이다. 농촌 일손돕기, 재해구호, 노인 목욕 시키기 등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교비 1000억 빼돌린 이사장 구속기소

    사학 재단을 설립하면서 1000억원대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광양 모 대학 설립자 이모(73) 씨와 이에 가담한 대학 총장 등이 구속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입원실에 법인 기획실을 몰래 설치하고, 각 대학의 재무회계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4개 대학의 교비 898억원과 건설회사 자금 106억원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광양 모 대학 설립자 이씨를 지난 20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법인 기획실 책임자 한모(51)씨, 대학 총장 김모(57)씨와 송모(58)씨를 구속 기소하고, 등기 명의를 빌려준 김모(45)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이사장은 20년간 전국적으로 6개 대학과 1개 대학원대학교, 3개 고교를 설립 운영하면서 자신의 처 등 친인척과 지인을 이사장과 총장으로 임명해 학교 예산을 손쉽게 횡령해왔다. 이씨는 교비 횡령의 편의를 위해 건설회사를 따로 설립 운영하면서 각종 학교 공사를 독식하는 한편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등 교비횡령의 도구로 악용하기도 했다. 또 횡령한 자금으로 2008년말부터 2010년 4월 사이 18필지 1만 1748㎡의 부동산을 구입, 자신의 아들 등 타인 명의로 등기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도 받고있다. 김·송 총장은 이사장과 공모해 각각 교비 330억원,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있다. 이 이사장의 외조카인 한씨는 이 이사장이 1004억원을 횡령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있다. 이 이사장은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재직하면서 목욕탕을 운영해 그 수익금으로 1977년 광주에 모 여상을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7개의 학교법인과 산하에 8개의 사립학교를 설립, 운영중이다. 이 이사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1998년 교비 409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대학설립·이전비용, 병원인수비용, 자녀 유학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2개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위성국 부장검사는 “학교설립을 교육이 아닌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설립자로 인해 학생들은 턱없이 높은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었다.”며 “정부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교과부가 정기적으로 재정 분야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지방시대] 감천문화마을의 기적/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감천문화마을의 기적/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부산의 대표적 산동네 마을인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서쪽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종교인들이 중심이 돼 산비탈을 일궈 주거지를 형성한 전형적인 산동네 마을이다. 한때 2만여명이 거주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타지로 떠나고 현재는 4000여 가구 1만여명이 살고 있다. 산동네 특성상 주거환경이 열악했던 이곳이 최근에는 전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관심을 두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산동네 서민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단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 마을을 주목하고 정착해 마을 곳곳에 공공예술 작품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민 반대와 냉대에 시달렸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 모습을 보고 이들의 참뜻을 안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으며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조형물과 벽화는 이제 마을의 상징과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외지인과 접목된 이들에게 행정적 지원이 가미된다. 부산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대상지에 이 마을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마을만들기형 사업이 주민의 손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마을의 낡은 목욕탕을 고쳐 마을문화센터로 다시 살려내고, 음산하게 널브러져 있던 빈집 수십 곳을 문화예술 시설로 개조했다. 주민들이 합심해 빈집을 고친 마을카페와 아트숍도 마을기업으로 운영해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또한 지금 마을미술관, 마을박물관을 앙증맞게 만드는 등 마을 전체가 말 그대로 문화마을로 변신 중이다. 경사진 마을의 지붕 위 파란 물통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과 함께 마을의 문화시설이 소문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요즘 하루 평균 200여명, 연간 7만~8만명이 마을을 찾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마다 유네스코에서 개최하는 청년 워크캠프도 2차례나 열렸다. 세계 청소년들이 찾아와서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마을 리더를 중심으로 참여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마음을 활짝 열고 스스로 즐기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합창단을 스스로 조직해 정기공연을 하는가 하면, 마을의 각종 강좌에 빠짐없이 참여해 스스로 마을의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것이다. 최고의 압권은 마을신문이다. 순수하게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기자들에 의해 매월 만들어지는 마을신문은 동네주민들 의사소통의 주요 창구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마을축제에 1만여명의 방문객과 관광객이 다녀갔으니 이제 감천문화마을은 전국구가 된 셈이다. 이 같은 변신을 한 감천문화마을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문화와 예술의 마을재생능력이 여실히 증명됐다는 것이다. 토목과 건축보다 예술의 힘이 통한 것이다. 둘째, 행정은 적절한 장면에 적절한 거리에서 제한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필요에 의한 제한적 지원의 원칙이 통했다는 것이다. 셋째,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주민들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자기 마을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는 변화라는 사실이다. 마을의 힘은 끈끈한 공동체적 자긍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는 감천문화마을의 변신을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없는 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데 역설적으로 페루에서 마추픽추를 지워야 또 다른 페루의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잉카 제국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에 앞서 페루의 자연을 먼저 이야기하려 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척박함과 아름다움의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사막과 100만 마리 바닷새들이 살아가는 절해고도, 그리고 하늘이라도 능히 담아낼 것 같은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먼저 알아야 그 안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구 반대편에 나와 비슷한 키에 나보다 다소 검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새삼 깨닫게 되지요. ■ 개성 넘치는 자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막 페루에는 독특한 기후를 가진 세 지역이 공존한다. 칠레까지 길게 이어진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역과 안데스 산맥의 고원 지대, 그리고 아마존의 정글 등이다. 독특한 기후는 독특한 풍경을 낳는다. 마추픽추로 상징되는 오래된 풍경들 말고도 페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많다. 다만 잉카의 유산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수도 리마를 통해 입국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1800마일(약 3000㎞)에 달하는 사막지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태평양 연안의 적갈색 땅은 그 전조였던 셈. 잉카의 제국에서 사막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유려한 곡선과 음영을 가진 전형적인 사막에서부터,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마을 풍경까지, 척박하고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넓고 또 깊다. 사막으로 가는 첫 관문은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다.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남북아메리카를 잇는 2만 6000㎞ 길이의 고속도로다. 리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0㎞쯤 남쪽으로 달리면 이카(Ica)다. 건조한 사막 도시지만, 관개농업 덕에 아스파라거스 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만큼 농업 도시로 성장했다. 이카 외곽에 와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오래전엔 인근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는 통에 지금은 2개만 남았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와카치나에는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오래전 한 여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이 오아시스에 와서 목욕을 했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자신의 알몸을 훔쳐보던 한 남자를 거울을 통해 보게 됐고, 수치심에 달아나다가 오아시스의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딘가 우리 ‘선녀와 나무꾼’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건조한 기후 탓에 오아시스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급기야 지방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는 50%만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물이고, 나머지는 공급된 물이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으로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 에둘러 펼쳐져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힘겹게 오르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움푹 파인 오아시스 마을 너머 수없이 중첩된 모래산들이 황톳빛 마루금을 펼쳐낸다. 모래 언덕 위엔 샌드 보드와 버기카, 지프 등을 타며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구역 내 캘리포니아 사막도 가볼 만하다. 와카치나 오아시스에 견주자면 전형적인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래가 바람을 만나 칼날 같은 경계선을 그리고, 그 위로 햇살이 깃들며 깊은 음영을 그려낸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와카치나와 달리 캘리포니아 사막은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중교통은 없고,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어드벤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모래언덕을 지프를 타고 돌아보는데,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 ■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스 섬 사막도시 이카와 위도상 비슷한 위치에 파라카스 반도가 있다. ‘모래바람’이란 뜻의 반도는 퍽 인상적인 풍경을 지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자락들이 여인의 허리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줄달음친다. 파라카스 반도의 끝자락에서 한발짝 내디디면 바예스타스 섬이다.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바예스타스 섬으로 가는 들머리는 파라카스항이다. 페루의 주요 어항 가운데 한 곳이라는데, 우리의 항·포구에 견줘 한적하기 짝이 없다. 반면 항구 앞바다는 부산하다.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쫓고, 페루비안 부비새들은 수면 가까이 떠오른 물고기떼를 공격하기 위해 날개를 접은 채 화살처럼 내리꽂힌다. 펠리컨들도 경쟁하듯 자맥질에 한창이다. 바예스타스 섬까지는 19㎞, 배로 30분 정도 걸린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 장관이다. 저 유명한 ‘칸델라브로’(Candelabro), 이른바 ‘촛대 그림’도 바로 이 길에서 만난다. ‘촛대 그림’은 파라카스 반도 위에 그려져 있는 문양으로 나스카 라인에 빗대 ‘작은 나스카’라 불린다. 세로 길이는 180m, 가로는 70m다. 폭은 4m, 선의 깊이는 30㎝ 정도다. 현지 가이드 호세는 “주변에 유기물이 없어 탄소연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졌는지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나스카 라인이 있는 남쪽을 가리키고 있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예스타스 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남미 바다사자 등 포유류도 눈에 띄지만, 절대 다수는 새들이다.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섬에 서식하는 바닷새는 모두 60여종. 페루비안 부비새와 가마우지 등이 우점종이고, 훔볼트 펭귄 등 진귀한 새들도 세들어 살고 있다. 100만 마리의 새가 한 자리에 모여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지, 혹은 수 만 마리 바닷새가 동시에 섬 주변을 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단언컨대, 그 순간 만큼은 배멀미를 하거나, 새똥 냄새에 역겨워하는 당신은 없다. 섬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새는 과나이 가마우지다. 인산질 비료로 이용되는 새똥, 구아노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섬에서 최초로 구아노를 채취한 이들은 16세기 잉카인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7년에 한 번씩 채취하는데, 대개 5월에 시작해 6개월쯤 소요된다. 한번에 채취하는 양은 6000t 정도. 1㎏ 당 1.25 유로(약 1750원)의 고가에 팔린다. 재정이 취약한 페루로서는 새들에게 톡톡히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바예스타스 섬은 모두 3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자세히 보면 섬 곳곳에 구아노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돌담을 쌓아 뒀는데, 19세기 초반 그리스인들이 조성한 것이다. 잉카의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 또한 호수 남쪽 ‘태양의 섬’에서 태어났다고 페루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높이는 해발 3800m. 지구를 통틀어 배가 오갈 수 있는 호수 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깝다. 우리 백두산(2744m)도 티티카카 호수보다 낮다. 타원형으로 생긴 호수는 가장 긴 곳이 165㎞, 짧은 곳도 60㎞에 이른다. 이쯤되면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최고 수심은 284m. 페루 북쪽의 아마존강과는 형제나 다름 없다. 같은 산에서 발원한 뒤 흘러 가는 방향만 달리한다. 호수는 페루 남쪽에서 볼리비아와 경계를 이룬다. 호수의 60%는 페루에, 40%는 볼리비아에 속한다. 티티카카에서 티티는 푸마, 카카는 회색(아이마라어), 또는 바위(케추아어)라는 뜻이다. ■ ■ ■ 잉카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 티티카카 호수엔 건기와 우기만 존재한다. 11~4월이 우기에 속하는데, 밤이 되면 비가 쏟아지고, 낮에는 흐리거나 맑은 날씨가 반복된다. 기온 또한 낮엔 30도 가까이 치솟고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 내 섬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우로스 섬’이다. 갈대섬과 갈대배로 유명하다. 현지 관광청 직원인 훌리오 세자르에 따르면 페루 지역에만 모두 73개의 갈대섬이 물에 떠 있다. 주민수는 800여 가구에 2900여명. 유치원 2개, 초등학교 5개, 고등학교 1개가 있다. 각각의 섬에는 5~10가구가 산다. 모든 가구는 혈연으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은 갈대섬에서 태어나 갈대섬에서 인연을 만나고, 생을 마감한단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갈대섬 문화는 기원전 1000년쯤 볼리비아에서 먼저 시작됐다. 갈대섬 조성 방법은 간단하다.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갈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호수 바닥과 함께 물 위로 떠오른다. 뿌리 안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호수 바닥과 연결된 부분을 자른 뒤, 이 블록을 다른 블록과 연결하면 섬의 기반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밧줄로 블록들을 연결하지만, 5년 정도 묶어 두면 갈대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자라면서 자연스레 튼튼하게 연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반 위에 싱싱한 갈대를 한 층은 가로로, 그 위층은 세로로 얹고 단단히 밟아 바닥을 완성한다. 이 위에 갈대집 ‘우타’를 짓고 생활한다. 갈대섬은 모계 중심 사회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거나 물새알 채집, 새 사냥 등으로 끼니를 장만한다. 갈대는 집 짓는 자재이자 식량이다. 옥수수대처럼 뿌리 쪽 하얀 부분을 먹는데, 치아에 좋은 성분이 많아 섬 주민들이 평생 치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명세에서는 밀릴지언정 풍경의 깊이로는 몇 곱절 빼어난 곳이 타킬레 섬이다. 섬 내 가장 높은 곳은 4050m에 이른다. 섬에 들면 먼저 유칼립투스 나무가 진한 향기로 이방인을 맞는다. 섬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닮았다. 섬 전체에 이리저리 돌담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당리의 보리밭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섬 주민들이 착용한 현란한 색상의 모자와 허리띠 등의 직물이다. 특히 남자들의 뜨개질 솜씨가 일품이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섬 총각이 장가를 들기 위해선 모자를 견고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 장인 앞에서 자신이 만든 모자로 시험을 치르는데, 모자에 물을 담아 물이 샌다거나, 모자를 세워 조금이라도 옆으로 쓰러지면 가차없이 퇴짜를 맞는다. 이렇게 튼튼한 모자를 만들기 위해선 꼬박 8개월~1년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섬에서 모자는 신분의 상징이다. 결혼 유무와 섬 내 지위, 심지어 기분의 좋고 나쁨까지 모자로 표현한다. 글 사진 이카·푸노(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페루의 화폐 단위는 솔(Sole)이다. 국내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솔로 바꾼다. 1달러에 2.5솔 정도다. 현지에서 ‘프라피노’(팁)를 줘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므로 잔돈을 여유있게 바꿔 가는 게 좋다. >>관광지마다 전통 복장을 하고 ‘모델’로 나서는 현지인들이 많다. 특히 프라피노를 요구하며 달려드는 어린이들의 ‘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누구나 프라피노를 요구하는데, 2~3솔 정도가 일반적이다. 어린이를 위해 초콜릿 등 과자나 연필 등 학용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계절 옷을 전부 준비하는 게 좋다. 리마 등에서는 가벼운 복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안데스 등 고산 지역과 사막에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한낮에도 덥긴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곧 서늘해진다. >>입국할 때 반드시 비행기 왼쪽 좌석에 앉을 것. 태평양 연안을 따라 리마까지 가는 동안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백만불짜리’ 풍경과 줄곧 동행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택시를 탈 땐 흥정을 잘 해야 한다. 우리처럼 계기판 요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 타기 전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정하는데, 특히 화폐 단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무심코 숫자만 불렀다간 솔이 아닌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 내년 6월부터 성범죄, 합의해도 처벌한다

    내년 6월 19일부터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혼인빙자간음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60년 만에 폐지된다. 정부는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이 이런 내용으로 개정돼 오는 18일 공포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 법률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뒤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발효일은 내년 6월 19일이 된다. 단,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 삭제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간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성범죄 피해자들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고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고소를 취하하도록 해 성범죄자에 대한 단죄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근 발생한 ‘성추문 검사’ 사건은 친고죄 조항의 폐단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검찰은 해당 검사에게 사건 성격상 성폭행죄를 적용해야 하지만 검사가 상대 여성과 합의를 봤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무리하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가 2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1953년 9월 생겨난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11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된다. 헌재는 “남성이 결혼을 약속해 여성이 성관계를 맺는 착오를 저질렀다고 해서 국가가 형벌로 이를 보호하는 것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것”이라면서 “남녀평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강제로 유사 성행위를 한 범죄자를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유사강간죄’, 공중화장실·목욕탕 등 공공장소에서 이성의 신체를 몰래 훔쳐보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죄’ 등이 신설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30·끝) 전북 전주 권삼득路

    [길을 품은 우리 동네] (30·끝) 전북 전주 권삼득路

    전북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에는 예술과 문화의 맥이 흐르고, 전주와 전북 젊은이들의 긍지와 활력이 넘쳐난다. 전주고와 전북대 등 인재의 산실이자 판소리와 창(唱)의 고장, 전주의 진면목를 보여주는 도립국악원과 예술회관이 이 길을 따라 있고, 전주의 주요 공연장 중 하나인 삼성예술회관도 위치해 있다. 지난해 새로 지어진 전북대 박물관도 권삼득로에 붙어 있다. 전주와 전북의 주요 교육기관과 문화·예술 공연시설들이 이 길을 따라 포진해 있는, 교육·문화·예술의 메카다. 총연장 4662m. 10리도 넘는 길인 만큼 구간구간 성격도 다르다. 중노송동의 전주고에서부터 덕진동 2가 전주천 앞의 호반촌까지 남북으로 뻗어 있다. 새 주소길로 다시 이름 붙여지기 전까지는 남북로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동부지역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축 도로인 기린로 동쪽에 위치해 있다. 권삼득로는 기린로와 철로의 양축을 이루듯 나란히 남북을 횡단하며 구도심의 측면을 잇고 있다. 4차선이라 해도 될 너비의 2차선으로 시작되지만 오르내림을 거듭하다가 전주사람들의 대표적인 휴식처인 덕진 공원에 이르게 될 무렵에는 4차선으로 넓어진다. 폭이 넓다고 하기 어렵지만 길이는 주축도로인 기린로에 못지않게 길어 이용량과 통행량이 적지 않고 활기차다. ●10리도 넘는 길… 구간구간 성격 달라 ‘호남 인재의 산실’ 전주고 앞에서 시작되는 길은 금암초등학교, 옛 KBS전주 총국 등을 지난다. 백제대로가 동서로 가로지르기 직전인 전북은행 본점 앞까지 권삼득로의 전반부는 주거지와 상가가 뒤섞여 있는 구시가지의 여느 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주택들과 함께 건축자재점, 점집, 목욕탕, 모텔, 광고대행사, 조경업체, 꽃집 등이 아무런 연관성 없이 늘어서 있다. 안덕원길과 사거리를 이룬 뒤 권삼득로는 전주의 두 번째 큰 재래시장인 모래내시장 옆을 비켜 간다. 지안, 완주, 고산, 소양 등 전주 주변의 촌사람들이 산야채며 농산물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내다 파는 정겨운 서민들의 교류지다. 백제대로를 넘어 전북대 교정을 서쪽으로 끼고 종단하면서 이 길은 확연한 교육과 문화, 예술의 길 성격을 드러낸다. 전북대 박물관, 삼성예술회관 등으로 진행된다. 전북대 옛 정문 앞으로는 전주의 대학로인 명륜길이 젊음과 열정을 뽐내며 권삼득로와 조우한다. 밤에도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학생들도 가득찬 이곳에는 커피숍, 책방, 휴대전화 상점, 미용실, 잡화점, 음식점 등이 밤을 잊은 채 불빛을 빛내고 있었다. 전북대 옛 정문을 따라 북쪽으로 길을 재촉하다 보면 4·19 혁명 때 전북대생들의 피끓는 열정을 기억하는 기념 표지석이 서 있고, 반대편에는 전북보훈회관(권삼득로 285번) 등이 나타난다. 이어 덕진 공원, 도립국악원, 덕진예술회관이 모여 있는 지역에 이르면 이 길은 판소리의 고장, 예향 전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국악원과 예술회관을 지나노라면 어느 예인의 노랫소리인지 궁금케 하는 판소리 가락들이 흘러나오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들과 노인들의 분주한 발길과 접하게 된다. 목요 상설공연 등 해마다 100회 이상의 각종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는 도립국악원은 판소리와 멋의 고장 전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자부심이 넘치고 있었다. 덕진 공원과 국악원 블록을 지나면 이름있는 부촌이던 호반촌이 나온다. 권삼득로의 막바지에는 지난 9월에 문을 연 도립문학관이 정읍사와 서동요의 고향임을 일깨우고 있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리는 혼불문학공원도 지척에 있었다. 문학관 부지는 1980년대 대통령이 내려와도 묵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게 지어졌던 도지사 관사가 있었던 곳이다. 한때 전북예술회관 분관과 전북외국인학교로 이용되다가 도립문학관에 자리를 내줬다. ●후백제·조선 등 유구한 역사의 배후지 권삼득로란 이름이 새주소 사업으로 붙여지게 됐지만 이 길을 둘러싼 주변 지역에는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명소가 널려 있다. 견훤의 후백제와는 뗄 수 없는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전주고 남측 담을 경계로 물왕멀 마을이 펼쳐지는데 견훤이 쌓았던 내성과 도읍지가 있던 곳이다. 전주고와 전주동초등학교 사이의 물왕멀은 물왕마을의 준말로 무랑물, 무랑말, 수왕촌(水王村) 등으로 불렸다. “견훤이 물 좋은 물왕멀의 구릉지대를 중심으로 궁궐을 짓고, 방어선을 쳤다.”고 사서들은 전했다. 지금도 후백제 시대 와당 파편이 발견되고 있다. 지금은 비어 있는 금암동 옛 KBS전주 총국 입구에는 거북모양의 커다란 화강암 바위가 보인다. 견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 바위는 30여년 전만 해도 지역 수호의 상징이자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다. 두툼한 돌거북이 산을 타고 올라가는 형상이다. 사신신앙(四神信仰)에서 북현무(北玄武)는 왕권의 상징이며 사방수호의 의미를 갖는다. 전주 북쪽의 ‘금암동 돌거북’은 견훤의 역사와 함께 전주를 지키려는 고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 왕실 유적과 사연들도 권삼득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덕진 연못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연못을 이씨 왕실의 발원지인 전주의 북서방향의 지기가 허하다고 해서 제방을 쌓아 물을 늘려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완산팔경’의 하나였던 덕진 연못은 덕진 공원의 중심부를 이룬다. 단옷날 연못 부근 덕진교 아래에 부녀자들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웃옷을 벗고, 몸을 씻고 머리 감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던 곳이다. 공원 후문 건너 건지산 줄기에는 전주이씨 시조묘를 모신 조경단 등 왕실과 관련된 자취들이 남아 있다. 과거 왕실의 기를 북돋는다는 의미로 지어졌던 승금정(勝停)은 지금은 전주 이씨 종친회 건물로 쓰이는 화수각(花樹閣)으로 바뀌어 공원을 굽어보고 있었다. 글 사진 전주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도움말:김진돈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이강식 전주시청 도시과 주무관
  • 흰 석고에 금박 배꽃장식 알현실… ‘황제 품격’ 은은히

    흰 석고에 금박 배꽃장식 알현실… ‘황제 품격’ 은은히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사용하려다가 1910년 이후 ‘덕수궁 이태왕’(고종황제)의 거처로 전락했던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석조전(동관) 복원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3년 말 개관을 목표로 진행하는 덕수궁 석조전 복원공사의 75%가 진행된 3일 현재 복원상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모두 130억원이 투여될 복원공사는 1~3층, 옥상까지 훼손된 곳을 복원해 최대한 원형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옛날 기념사진과 신문 등의 보도사진, 일본 하마마쓰 시립도서관에서 찾은 평면도를 참고했다. 현재까지의 진척 상황을 보면 구조체는 모두 복원했고, 내부 실내장식만 남겨놓은 상태다. 흰 석고로 마감한 벽 상단을 쭉 돌아가며 금박을 물린 황금빛 배꽃으로 장식했고, 노란색 벽지를 바른 것처럼 보이는 벽은 손바닥으로 살짝 훑으면 보드라운 융기를 느낄 수 있는 모직천이 발라져 있었다. 이런 사치스러움은 황제의 품격을 드러내는 방식인 모양이다. 존재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던 3층 목욕탕과 화장실은 평면도에서 찾아 복원했다. 공사를 맡은 선혜종합건축 강석목 이사는 “천장이나 장식용 기둥의 소재가 나무인지, 돌인지 사진으로는 파악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일본 아카사카궁이나 영친왕 도쿄 저택 등을 참고해 보니 이미 20세기 초에는 나무나 돌 대신 석고를 많이 사용해 이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거실과 접견실의 벽난로는 고스란히 복원했지만, 건물 속을 관통해야 하는 연통 복원은 건물의 안전을 위해 포기했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는 처소와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같은 해에 영국 출신 총세무사 존 맥리비 브라운에게 석조전 영건(營建)을 발의했다. 1899년 영국인 존 레지널드 하딩의 설계로 1900년 공사에 들어가 1910년 완공됐다. 당시 구조체 공사는 일본이 담당하고 내부장식은 영국인 로벨이 했다. 석조전은 로코코 양식과 네오클래식 양식이 뒤섞인 것으로 화려하면서 우아하다. 석조전의 변형은 한국의 역사와 괘를 같이했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한 뒤 석조전은 훼손되기 시작했는데, 1933년 왕궁미술관으로 전용되면서 주요 내부장식과 구획, 창호가 변경됐고, 이때 굴뚝이 철거됐다. 1938년에 이왕가미술관으로 전용되는 과정에서 금박 장식이 훼손됐다. 1945년 해방 직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 장소와 유엔한국위원단 사무실 등으로 사용됐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방화로 내부가 소실되고 구조체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다. 1954년 육군공병단이 복구한 석조전은 1955년 국립박물관으로, 1973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1992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각각 사용됐다. 2005년 덕수궁관리소 등으로 활용되면서 더 많이 훼손됐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힘입어 2008년 복원이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훼손된 대한제국 황궁의 모습을 건립 당시의 모습대로 되살리고,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석조전을 가칭 ‘대한제국 역사관’으로 만들기로 했다. 복원되는 석조전은 1층에는 수장고, 전시실, 사무실이, 2층에는 홀, 알현실, 대식장, 소식당, 귀빈대기실, 전시실이, 3층에는 황제와 황후의 거실과 침실, 홀, 전시실이 자리 잡는다. 옥상에는 굴뚝과 장식물을 복원한다. 복원이 완료되면 현재 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종황제의 침대 등 유물이 석조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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