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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가 돌덩이처럼 변한 ‘유기견’을 구하다

    피부가 돌덩이처럼 변한 ‘유기견’을 구하다

    심각한 피부병으로 몸이 돌처럼 변해버린 유기견 한 마리. 어느 때부터인가 버려진 택시 뒷좌석에 엎드린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이 유기견이 한 동물구조단체의 도움으로 구조돼 기적처럼 회복하는 모습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도 동물구조단체 ‘제한 없는 동물구조팀’(Animal Aid Unlimited)이 21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는 ‘앨리스’라는 새 이름을 받게 된 유기견이 구조돼 회복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버려진 삼륜 택시 뒷좌석에서 처음 발견됐던 앨리스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또 ‘흡윤개선’이라는 기생충으로 인한 피부병으로, 앨리스의 피부가 딱딱해지고 갈라져 진물이 나고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그런 앨리스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가 나섰다. 한 남성 구조원이 호감을 사려 앨리스에 비스킷을 건넸으며 배가 너무 고팠던지 개는 과자를 거리낌없이 받아먹었다. 이렇게 수차례 간식을 건넨 남성은 모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앨리스의 몸을 감싸려 했으나 가만히 있는 듯하던 앨리스가 갑자기 달아나려 했다. 다행히 남성은 모포를 이용해 막아설 수 있었고 앨리스 구출에 성공했다. 이렇게 구조된 앨리스는 인도 우다이푸르에 있는 한 구조센터로 보내졌다. 센터에서는 앨리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우선 몸에 로션을 바르고 목욕을 시키며 치료에 나섰고 얼마 후 몸에 눌러붙어 있던 딱딱한 부위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흘이 흘렀고 앨리스의 피부는 거의 부드럽게 변했으며 일부에서는 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6주 만에 앨리스는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은 지금까지 유튜브에서만 7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다. 이 중 3600여 명이 추천했다. 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사진=제한 없는 동물구조팀/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혈압, 아침·저녁 중 언제 측정해야 할까

    [건강을 부탁해] 혈압, 아침·저녁 중 언제 측정해야 할까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자주 혈압을 측정해야 갑작스러운 혈압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때문에 집에서 직접 혈압을 재는 고혈압환자들이 많은데, 최근 혈압 자가 체크는 저녁이 아닌 아침에 하는 것이 증상을 예견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지치의과대학 연구진은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당뇨 등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심장질환 위험요소를 가진 환자 43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한번은 아침에, 한번은 저녁에 혈압을 측정하게 하고 이들의 건강상태를 4년간 지켜본 결과, 아침에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기준) 135mmHg 이하가 나왔을 때보다, 155mmHg 이상이 나왔을 때 뇌졸중의 위험이 7배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저녁에 혈압을 쟀을 때에는 135mmHg 이하일때와 155mmHg 이상일 때 뇌졸중 위험 정도의 차이가 없었다. 즉, 저녁에 측정 할 때보다 아침에 측정할 때 뇌졸중의 위험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저녁에 혈압을 측정하면 뜨거운 목욕이나 따뜻한 샤워 또는 따뜻한 음식 섭취 등 외부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확한 혈압 측정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별개로 아침에 유독 혈압이 자주 오른다면 이는 잠에서 깨어난 뒤 신경계가 활동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증상이거나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된 결과일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지치의과대학의 심혈관질환 전문가인 사토시 호시데 박사는 “일반적으로 저녁 보다는 아침에 혈압 상승이 나타나는 편”이라면서 “혈압 측정과 달리 혈액 채취 측정은 아침과 저녁 등 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전문가 심사를 거친 연구논문을 보도하는 의학 전문지인 ‘피어제이’(PeerJ)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합창·도예·공부… 교도소에 울려 퍼진 ‘희망 하모니’

    합창·도예·공부… 교도소에 울려 퍼진 ‘희망 하모니’

    여성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는 내용의 영화 ‘하모니’. 음대 교수 출신 재소자의 열정적인 지휘가 극을 이끌어 가는 이 영화와 비슷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11일 교정 당국에 따르면 강원 영월교도소에서 수형 생활을 하던 A씨는 교도소 재소자들로 구성된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다. 입소 전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실제로 합창단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재능 기부를 한 것이다. 그는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쳐 주면서 발성과 화성을 직접 가르쳤다. A씨의 지도를 받은 재소자 합창단은 매주 한 차례씩 교도소 내 개신교 예배가 열릴 때마다 무대에 섰다. A씨의 활약 덕분에 종교 집회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재소자들의 예배 참여율도 높아졌다. A씨는 동료 재소자들의 교정 교화에 도움을 준 점 등을 인정받아 ‘제70회 교정의 날’인 지난달 28일 가석방됐다. 경기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는 전문 도공(陶工) 출신이다. 전국 기능경기대회나 교정작품전시회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B씨 역시 동료 재소자들에게 재능을 전수했다. B씨의 ‘제자’가 된 재소자들도 교정기관 내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도예가로 성장하고 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소년교도소에서는 학창 시절 성적이 우수했던 청소년들이 자율학습 시간에 검정고시를 함께 준비하는 동료에게 종종 영어나 수학을 가르쳐 준다”고 귀띔했다. 입소 전의 사회적 직위를 잊고 헌신적인 자세로 자원봉사를 하는 재소자들도 모범적인 교정 사례로 꼽힌다. 각 교도소에는 사회적 약자 수용시설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하는 ‘보라미 봉사단’이 있다. 정기적으로 보육원을 찾아 청소와 도배 등을 대신 해 주거나 노인들에게 이발이나 안마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5월 강릉교도소로 이감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중증 수형자를 수발하는 일을 1년 4개월째 자원해서 맡고 있다. 중증 수형자 수발은 대소변을 받거나 목욕, 간병을 하는 등 고된 업무에 속한다. SK 관계자는 “교도소에 출몰하는 쥐를 잡는 것도 그의 몫”이라고 소개했다.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최 부회장은 이달 말이면 수형 기간의 75% 가까이를 채운다. 교도소 관계자는 “교도소도 사람들이 사람 냄새를 풍기며 사는 곳”이라며 “죄를 뉘우치는 데서 더 나아가 서로 의지하고 돕는 모습은 교정기관 내의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3) 아이를 키우며 엄마를 생각한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3) 아이를 키우며 엄마를 생각한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이모님이 수능시험날인 오늘 아침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등원시켜달라고 부탁하셨다. 한 시간 안에 내 출근 준비를 하며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히려니 정신이 없었다. 보이는 대로 대충 옷을 껴입히고 맨 밥을 김에 싸서 입에 넣어주었다. 이모님이었다면 반찬까지 정성스럽게 먹여서 보낼 텐데 너무 미안했지만 그래도 빈 속으로 보내는 것보단 낫겠지, 하며 김을 쌌다. 웬일인지 넙죽넙죽 받아 먹으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고마워요”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울컥했다.아이를 키우며 아직도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여전히 툴툴대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감격스러울 때가 더 많다. 말을 할 줄 알게 되니 이제 “엄마, 사랑해요(실제 발음은 ‘사란때요’)”라고도 하는데, 한 마디 해줄 때마다 울컥한다.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두리번거리며 엄마 얼굴을 확인하고, 엄마가 안 보이면 얼른 뛰어나와서 찾는 모습은 매일 아침 봐도 고맙다. 게슴츠레한 눈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휘둥그레 커진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나도 이랬을까. 아기를 품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엄마’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얼마나 조심스럽게 나를 품었을까. 나를 낳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12시간 진통을 참아내며 엄마 얼굴을 떠올렸다. 혹시나 떨어뜨릴까 겁이 날 정도로 작은 신생아를 목욕시키면서 우리 엄마는 작게 태어난 나를 안으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했다. 돌이 될 때까지 잔병치레를 많이 하느라 병원을 제 집 드나들듯 해 너무 힘들었다는데 그 때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내 아이에게서 누런 콧물이 뚝뚝 떨어질 때 나는 30년 전의 엄마 마음을 생각했다.어린 나도 내 딸처럼, 엄마에게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많이 했을까. 종알거렸을 그 모습이 정작 내 기억에는 없다. 커서는 무뚝뚝한 성격 탓에 말하지 않았고, 지금은 눈물이 날 것 같아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직까지 엄마의 입에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 나의 모든 ‘처음’을 함께했던 엄마는 “너는 나에게 엄청난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내 아이가 처음 나를 보고 웃어주고, 내가 처음 만들어준 쌀미음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처음 걸음을 떼고 “엄마”라고 불러준 모든 순간 느낀 이 기쁨을 우리 엄마도 느꼈을 것이다. “너는 처음이라 엄마가 서툴러서 항상 미안했다”는 엄마의 말은 아마 두고두고 내가 딸에게 할 말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내가 목표로 세운 것 중 하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신은 없다. 30년 동안 엄마가 나를 키워냈던 시간이 마치 기적 같이 느껴질 때도 많다. 나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엄마가 멀리 떨어져 있어 너무 외롭다고, 나의 육아를 도와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있는대로 원망하고 투정을 부린다. 우리 엄마는 내가 아직 개념이 없던 나이인 20대 중반에 나를 낳았고, 시집살이를 하며 키웠다. 내가 자라는 내내 엄마의 일과는 항상 나에게 맞춰져 있었고, 늘 내 옆에서 함께했다. 나는 뱃속에 아기를 품는 것도 버거웠고, 아직도 아이 한 명 놀아주는 것이 힘에 부치는데 엄마는 10살 차이 나는 막둥이를 임신한 만삭 때까지 나와 동생을 데리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녔다. 집에는 중증 치매를 앓는 할머니도 계셨다. 10살 때의 일이지만 그 때의 엄마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직접 아이를 갖고 낳아보니 그 때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아주 조금 와닿아 마음이 아프다.사춘기가 오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을 무렵에도 엄마는 항상 나만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 엄마는 어디서 책상을 어느 방향으로 배치하면 좋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내가 학교간 사이 내 방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했다. 시험기간이라 점심도 먹지 않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는데, 책상과 책장 모두가 반대 방향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초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겨우 2년 동안 쌓인 아이의 옷과 신발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쓰지 않는 아기 침대에 모조리 모아두고만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내 옷을 정리하는 데에도 온 옷장을 뒤집어 놓고 몇 시간이 걸린다. 단추가 떨어졌을 때, 아이 옷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을 때, 마트에서 사온 김치가 맛이 없을 때 엄마의 손길이 그립다. 도대체 어떻게 그 모든 일을 ‘잘’ 해냈는지 신기하다. 엄마가 멀리 있어 외롭다면서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고, 이 안에서 친구를 사귀고 육아 정보를 얻는 동안 든든한 ‘조리원 동기’는커녕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엄마는 어디서 그 많은 정보들을 얻고 친구를 사귀며 위안을 삼았을지 무척 궁금했다. 엄마는 육아 카페에 집착해 시간을 보내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정보를 들었던 것 같다. 어디서 알고 왔는지 좋다는 학원을 찾아 보내주었는데, 사교육을 반대하는 아빠 몰래 보내느라 얼마 안되는 생활비를 쪼갰다. 그러고 보니 인기 있다는 강의는 엄마가 직접 새벽부터 줄을 서서 등록을 시켜주기도 했다. 대학 수시 전형을 치르는 동안 수험번호에 ‘63’이라는 숫자가 있었는데 엄마는 나의 행운을 빌며 지하철을 탈 때마다 ‘6-3’ 칸만 이용했다고 한다. 논술 시험을 치르러 가는 날 꼬깃꼬깃한 무언가를 전해주었는데 나의 탯줄이었다. 엄마 옷은 항상 매대에 놓여진 1만원~2만원 짜리를 집어 들면서 내가 신문사 면접을 보게 되자 비싼 정장을 한 벌 사주셨다.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나온 내 모습을 보며 어찌나 뿌듯해했는지, 지금은 그 옷이 잘 맞지 않는데도 나는 매년 드라이크리닝을 해서 옷장에 고이 모셔둔다.이렇게 키워놓고 엄마는 지금까지 “엄마가 더 팍팍 밀어줬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미안하다”고 볼 때마다 얘기한다. 공부는 내가 제대로 안 한 것인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심하게 “아니야”라고 내뱉을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철 없는 나는 가끔씩 잠이 든 딸을 보며, 육아를 하느라 내가 지금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버젓이 내가 꿈꾸던 직업을 가지고 내 벌이를 하면서도 말이다.“어떻게 나에게서 이런 딸이 나왔을까”라며 마냥 감사하다고 엄마가 말할 때마다 나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 내 기억 속에 나는 살가운 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갔을 때에도 나는 친구와 함께 있었고, 몇 년 뒤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회식을 하느라 얼굴이 벌개진 채로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야 나타났다. 엄마가 무슨 암에 걸렸다고, 결국 오진이었지만 며칠 동안 힘들어하던 때에 나는 수습 생활을 하느라 경찰서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도 겨우 아이의 입을 빌려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보고싶어요”라고 대신 말하게 하는 수준이다. 딸을 키우면서 이제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랑을 가늠하게 됐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힘들 때 제일 많이 모진 소리를 한다. 무뚝뚝한 성격이라는 핑계와 이제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그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오히려 더 표현하지 못하고 문자메시지로 짧은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나는 내 딸이 나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되고 나에게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시간이 오는 것이 두렵다. 지난해 아기를 낳고 6개월이 되어 해외에 있는 친정을 찾았을 때, 엄마가 “이제 여기가 별로 편하지 않을 거야”라고 자꾸 말하길래 짜증을 낸 일이 있다. 아직도 내 아이보다 엄마가 나에게 더 소중하고, 여기가 우리집인데 무슨 소리냐고 서운해했다. 그런데 두 달을 머물면서 반 정도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친정엄마가 더 이상 편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는 엄마의 말대로 나는 아기와 함께 얼른 ‘내 집’에 가고 싶었다. 진짜 돌아갈 무렵이 되자 그제서야 엄마의 품이 편안해졌다.몇 년 전까지 힘든 일이 생기면 안방에 들어가 엄마 냄새가 가득한 이불을 푹 덮고 늘어지게 잠을 자는 걸로 기분을 풀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보다 남편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아이의 살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 몸이 크게 아팠던 시간이 찾아왔을 때는 이대로 세상을 떠나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많이 슬퍼하시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걱정이 없었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나는 아이 때문에 건강을 챙긴다. 내가 없이 아이가 자라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해서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던 나는 2년도 안 되어서 엄마보다는 아기에게 온 무게가 실렸다. 늙은 부모님과 헤어져 자녀들을 위해 먼 이국으로 떠나는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나와 동생이 학교에 간 시간 텅 빈 거실에 앉아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외로움을 달랬을지는 아직 다 모르겠다. 그냥 그 때의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고, 부러운 게 많았을 ‘여자’였을 텐데 그냥 평생을 엄마로만 살면서 모든 꿈과 희망을 자녀들에게로 돌려버렸을 것을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안쓰럽다.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가 자랄수록 나에게 계속 ‘처음’을 경험하게 할수록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며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알면서도 도무지 어떻게 표현을 하고, 또 어떻게 그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몰라 머뭇거리고만 있다. 다만 부디 엄마가 나의 아주 무심한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도 좀 더 많이 들을 수 있도록, 오래도록 나와 함께 내 딸의 모든 처음을 함께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31)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32)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1회부터 26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생활정책 Q&A] 노인이 받을 수 있는 건강 서비스

    [생활정책 Q&A] 노인이 받을 수 있는 건강 서비스

    고령화로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소득 제한이 있어 모든 노인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점이 흠이지만 찾아보면 치매 검진이나 안과 질환 수술비 지원 등 유용한 제도가 많습니다. 알아 두면 좋은 혜택들을 모아 봤습니다. Q) 치매 노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치매 위험이 큰 60세 이상 모든 노인은 보건소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별검사는 방금 본 단어를 순서대로 기억하게 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인지도를 평가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선별검사 결과 치매일 가능성이 크면 보건소와 협약을 맺은 ‘협약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감별검사와 신경인지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협약병원은 보건소에서 안내해 줍니다. 환자 본인 부담금은 없고, 정부에서 병원에 검사비를 지원합니다. 검사 결과 치매 진단을 받으면 월 3만원 한도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매약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합니다. 단, 선별검사는 모든 노인이 받을 수 있지만 신경인지검사와 감별검사, 약제비 지원은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4인 가구 기준 월소득 497만원) 이하 노인만 받을 수 있습니다. Q) 안과 질환도 검사받을 수 있나요. A)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섬, 격오지 등 의료 취약지역을 방문해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안질환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안질환 검사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국실명예방재단이 병원에 수술을 의뢰합니다. 꼭 한국실명예방재단을 통하지 않더라도 일반 안과 검진에서 녹내장 등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세요. 보건소에서 해당 병원과 연결해 줍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은 평균 24만원, 망막증 수술은 평균 105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단,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입원료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개안 수술 지원 대상은 전국가구 평균소득 50%(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48만원) 이하입니다. Q) 장기요양등급 외 판정을 받은 사람도 노인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A) 장기요양등급 외 판정을 받아 장기요양서비스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65세 이상 노인은 별도로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등급 외 A’(45점 이상~51점 미만), ‘장기요양등급 외 B’(40점 이상~45점 미만)를 받은 노인 가운데 전국가구 평균소득 150%(4인 가구 기준 월소득 740만원) 이하인 노인이 대상입니다. 식사·세면 도움, 옷 갈아입기, 구강 관리, 화장실 이용 도움, 외출 동행, 목욕 보조 서비스와 취사, 생활필수품 구매, 청소와 세탁 등 일상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을 받습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알쏭달쏭+] 혈압, 아침·저녁 중 언제 측정해야 할까

    [알쏭달쏭+] 혈압, 아침·저녁 중 언제 측정해야 할까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자주 혈압을 측정해야 갑작스러운 혈압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때문에 집에서 직접 혈압을 재는 고혈압환자들이 많은데, 최근 혈압 자가 체크는 저녁이 아닌 아침에 하는 것이 증상을 예견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지치의과대학 연구진은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당뇨 등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심장질환 위험요소를 가진 환자 43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한번은 아침에, 한번은 저녁에 혈압을 측정하게 하고 이들의 건강상태를 4년간 지켜본 결과, 아침에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기준) 135mmHg 이하가 나왔을 때보다, 155mmHg 이상이 나왔을 때 뇌졸중의 위험이 7배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저녁에 혈압을 쟀을 때에는 135mmHg 이하일때와 155mmHg 이상일 때 뇌졸중 위험 정도의 차이가 없었다. 즉, 저녁에 측정 할 때보다 아침에 측정할 때 뇌졸중의 위험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저녁에 혈압을 측정하면 뜨거운 목욕이나 따뜻한 샤워 또는 따뜻한 음식 섭취 등 외부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확한 혈압 측정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별개로 아침에 유독 혈압이 자주 오른다면 이는 잠에서 깨어난 뒤 신경계가 활동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증상이거나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된 결과일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지치의과대학의 심혈관질환 전문가인 사토시 호시데 박사는 “일반적으로 저녁 보다는 아침에 혈압 상승이 나타나는 편”이라면서 “혈압 측정과 달리 혈액 채취 측정은 아침과 저녁 등 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전문가 심사를 거친 연구논문을 보도하는 의학 전문지인 ‘피어제이’(PeerJ)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故천경자 화백 절필 이끈 ‘미인도’ 재감정 이뤄질까

    故천경자 화백 절필 이끈 ‘미인도’ 재감정 이뤄질까

     최근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이후 천 화백을 절필로 이끌었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국회에서 ‘미인도’에 대한 재감정 요청이 제기됐다. 앞서 ‘미인도’를 소유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재감정 가능성과 관련 “국회에서 통보가 오거나 유가족이 요청을 해오는 등 상황이 발생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은 6일 “어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앞으로 ‘천경자 미인도의 재감정 요청의 건’을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예술가에게 절필은 자살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위작 논란 속에 절필하고 세상을 등진 만큼 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재감정을 통한 위작 여부 확인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의장은 재감정 요청공문에서 ?작가가 지속적으로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점 ?권춘식씨가 위작을 자백한 점 ?당시 수사검사인 최순용 변호사의 증언 ?유족의 요구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또한 1991년 당시에는 생존 작가여서 화랑협회에서 감정했지만, 망자의 경우 고미술감정협회에서 진위 여부를 감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은 한국 미술계의 사건이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국가가 압류한 미술품 가운데 ‘미인도’가 있었고, 이를 소장하게 된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프린트해 팔기 시작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천 화백은 당시 한 동네 목욕탕에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러 갔다가 분노에 차서 돌아왔다. 그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위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협회는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천 화백은 “자식 못 알아보는 어미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예순이 넘은 천 화백이 노망이 들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결국, 절필을 선언하고 1998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최근 천 화백이 지난 8월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위작 논란 당사자들이 열기 시작했다. 1995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고서화 전문위조 혐의로 검거된 권씨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권씨를 수사했던 최 변호사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천 화백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인도’는 현재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위작 논란 이후 단 한 번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목욕탕 안 밀실에… 아파트서 ‘회원제’ 영업까지

    목욕탕 안 밀실에… 아파트서 ‘회원제’ 영업까지

    “단속당한 뒤로 손님도 없고, 목에 풀칠하려고 문만 연 겁니다.” “손님 많은 것 압니다. 매일 찾아올 거니 빠르게 문을 닫는 게 좋을 겁니다.” 4일 정오 서울 강남구 삼성동 ‘T’ 불법 마사지 업체 앞에서 강남구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인 이영준(41) 주무관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19일에 성매매로 단속됐던 곳이다. 이 주무관은 “지난 3월에도 단속됐는데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계속 영업 중”이라고 탄식했다. 이진우(54) 특사경 팀장은 “이러면 강제철거밖에 방법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목욕탕 같지만 따로 운영되는 밀실이 11개나 된다. 종업원은 14명으로 24시간 영업했다. 무엇보다 인근 초등학교와 거리가 160m에 불과했다. 구는 지난 2월 27일 ‘도시선진화담당관’을 신설해 32개 성매매 업소를 적발한 뒤 철거와 영업주 퇴출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아직 5개 업소는 총 89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어 찾아간 논현동 관세청 사거리 인근의 S업소는 문앞 보초가 무전기로 구청 직원의 방문을 알렸다. 내부는 탁자가 2개 있는 술집처럼 보였지만, 벽을 열자 10여개의 밀실이 나타났다. 안에서 들리는 분주한 소리를 감안할 때 ‘긴 밤’을 보낸 고객들이 아직 출근 전이다. 직원은 “주인이 바뀌어 사업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변명했다. 2013년부터 단골로 적발되는 곳이다. 구의 강력한 단속으로 2012년 790개였던 유흥주점은 600여개로 크게 줄었다. 유흥주점은 여성종업원을 둘 수 있는 유일한 술집이다. 불경기도 큰 이유지만 불법 성매매 업소의 단속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성매매 방식은 은밀해졌다. 지난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15평짜리 5채를 빌려 성매매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제 이 아파트에는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지만, 비슷한 영업을 하는 가구가 더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아파트 영업은 특사경도 활동 3년 만에 처음 봤다고 전했다. 가학적 성행위나 페티시즘을 테마로 불법을 일삼은 업소도 있다고 한다. 회원제로 운영돼 적발이 어려운데 활동 영역이 논현·역삼·삼성동에서 수서·도곡동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사경에 특정업체를 선처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는 외부인사도 있단다. 이진우 팀장은 “성매매업소는 적발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적극적인 행정처분으로 적발되면 망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특별기고] 개성 만월대에서 바라본 남북 관계/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특별기고] 개성 만월대에서 바라본 남북 관계/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개성시 동현동. 우리 남편의 본적지이다. 한 달 전, 정치인의 방북은 절대 안 된다며 개성공단 시찰을 불허했던 북한이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현장 방문을 허가하면서 급하게 오른 방북 길, 문득 나도 이산가족의 며느리구나 하는 생각 때문인지 지난 2일의 방북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남편 본적지… 개성 거리의 시장화 가장 가깝고도 먼 곳. ‘평양 208km, 개성 21km’라고 쓰여진 도로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사전에 발급받은 방북증을 손에 들고 해외를 드나들 때보다 더 엄격한 북측 통행검사소의 검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개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생태통로 조성으로 이제는 동물들도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이 길을…그렇게 도착한 개성은 생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거리에 늘어선 남새(채소)상점, 양복점, 이발소와 목욕탕 등 여러 상점과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록 구석구석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시장화가 진행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시장화가 북한 개방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징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끝에 다다른 곳, 바로 개성 만월대였다. 개성 만월대는 고려 태조 왕건이 세웠던 왕궁 터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22억원을 포함하여 이제까지 약 3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지만, 정치적 부침이 있었던 남북관계의 특성상 발굴 중단이 반복되면서 사업 진척률이 35.5%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행히 현재 제7차 공동발굴조사가 역대 최장 기간인 6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올해에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최초의 남북 공동 전시를 추진한 덕분에 서울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성에서는 고려박물관 경내에서 각각 발굴 유물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서울 전시회의 개막전에 참석했던 나로서는 실제 유물을 볼 수 있는 이번 개성 전시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협력기금 22억·전시 수준은… 아,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서울과 개성의 전시 수준은 마치 21세기와 20세기를 오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각종 3D(3차원) 프로그램 등으로 마치 개성 만월대 현장을 보는 것 같았던 서울 전시와 달리, 개성 전시관은 천막으로 만든 임시 전시장에 출토 유물을 나열해놓은 느낌이었다. 습도나 햇빛을 전혀 조절할 수 없는 곳에 유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전시장에 이어 방문한 만월대 발굴 현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유물이 훼손되기 전에 조속히 발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붕괴 위험으로 발굴 현장을 비닐로 덮어놓고 있는 등, 전시 및 발굴 작업 전반에 걸친 다방면의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한 번 발굴작업이 시작되면 두 달, 세 달씩 현장에 머무르며 힘들게 발굴작업을 이어간다는 박성진 단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발굴사업의 성과를 내준 발굴단원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북 유산 발굴, 남북 신뢰 사업으로 신뢰는 작은 것부터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과 북이 공동의 기억을 갖고 있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문화유산 발굴사업이야말로,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문화유산 발굴 사업이 남북 공동이 아닌 중국, 일본 등 해외 단체들과 공동으로 이루어져 왔다니 통탄할 일이다. 이번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이를 계기로 제2, 제3의 공동발굴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구려 고분 발굴이나 비무장지대(DMZ) 내 궁예 도성 발굴 등을 우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권터 그라스는 ‘동서독이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차이는 있었어도 문화적 분단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했다. ‘문화통로’를 통한 남과 북의 교류 다각화, 다층화를 위해서라도 문화유산 발굴 및 연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때이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 [특별기고] 개성 만월대에서 바라본 남북 관계/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특별기고] 개성 만월대에서 바라본 남북 관계/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개성시 동현동. 우리 남편의 본적지이다. 한 달 전, 정치인의 방북은 절대 안 된다며 개성공단 시찰을 불허했던 북한이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현장 방문을 허가하면서 급하게 오른 방북 길, 문득 나도 이산가족의 며느리구나 하는 생각 때문인지 지난 2일의 방북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남편 본적지… 개성 거리의 시장화 가장 가깝고도 먼 곳. ‘평양 208㎞, 개성 21㎞’라고 쓰여진 도로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사전에 발급받은 방북증을 손에 들고 해외를 드나들 때보다 더 엄격한 북측 통행검사소의 검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개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생태통로 조성으로 이제는 동물들도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이 길을…. 그렇게 도착한 개성은 생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거리에 늘어선 남새(채소)상점, 양복점, 이발소와 목욕탕 등 여러 상점과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록 구석구석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시장화가 진행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시장화가 북한 개방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징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끝에 다다른 곳, 바로 개성 만월대였다. 개성 만월대는 고려 태조 왕건이 세웠던 왕궁 터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22억원을 포함하여 이제까지 약 3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지만, 정치적 부침이 있었던 남북관계의 특성상 발굴 중단이 반복되면서 사업 진척률이 35.5%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행히 현재 제7차 공동발굴조사가 역대 최장 기간인 6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올해에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최초의 남북 공동 전시를 추진한 덕분에 서울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성에서는 고려박물관 경내에서 각각 발굴 유물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서울 전시회의 개막전에 참석했던 나로서는 실제 유물을 볼 수 있는 이번 개성 전시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협력기금 22억·전시 수준은… 아,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서울과 개성의 전시 수준은 마치 21세기와 20세기를 오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각종 3D(3차원) 프로그램 등으로 마치 개성 만월대 현장을 보는 것 같았던 서울 전시와 달리, 개성 전시관은 천막으로 만든 임시 전시장에 출토 유물을 나열해놓은 느낌이었다. 습도나 햇빛을 전혀 조절할 수 없는 곳에 유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전시장에 이어 방문한 만월대 발굴 현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유물이 훼손되기 전에 조속히 발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붕괴 위험으로 발굴 현장을 비닐로 덮어놓고 있는 등, 전시 및 발굴 작업 전반에 걸친 다방면의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한 번 발굴작업이 시작되면 두 달, 세 달씩 현장에 머무르며 힘들게 발굴작업을 이어간다는 박성진 단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발굴사업의 성과를 내준 발굴단원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북 유산 발굴, 남북 신뢰 사업으로 신뢰는 작은 것부터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과 북이 공동의 기억을 갖고 있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문화유산 발굴사업이야말로,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문화유산 발굴 사업이 남북 공동이 아닌 중국, 일본 등 해외 단체들과 공동으로 이루어져 왔다니 통탄할 일이다. 이번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이를 계기로 제2, 제3의 공동발굴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구려 고분 발굴이나 비무장지대(DMZ) 내 궁예 도성 발굴 등을 우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귄터 그라스는 ‘동서독이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차이는 있었어도 문화적 분단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했다. ‘문화통로’를 통한 남과 북의 교류 다각화, 다층화를 위해서라도 문화유산 발굴 및 연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때이다.
  •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영화 ‘돌연변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약회사의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후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돼 가는 한 청년이 겪는 사건을 통해 이 사회의 병폐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감독의 착상이 기발하다. 풍부한 상상력에는 점수를 줄 만하지만, 플롯을 지탱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과 제약회사를 둘러싼 음모의 디테일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영화에 삽입된 듯하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니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동이 반감된다. 신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말에 제약회사의 주사제 생동성시험에 참여한 박구(이광수)는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다. 그러나 주사제는 생동성시험을 하지 않는다. 생동성시험에서는 약물의 흡수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주사제는 흡수 과정 없이 바로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실이 틀렸다. 사실관계의 오류는 또 있다. 영화 속 뉴스 캐스터는 “신약의 부작용을 실험하는 회사의 한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한 젊은이”로 생선 인간을 묘사한다. 하지만 신약의 부작용 실험과 생동성시험은 번지수가 전혀 다르다. 생동성시험은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신약이 아니라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신약 성분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데, 생동성시험을 통과해 동등성을 인정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동성시험을 마치 제약회사의 후미진 실험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다. 영화에 보면 실험기구를 세척하거나 오물을 버리는 개수대 옆에 생선 인간이 누워 있는 침상이 나온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생동성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지정받은 병원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다. 영화 속 제약회사처럼 비위생적인 실험실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게 된 데에는 흔히 ‘생동성 알바’, 즉 마치 제약회사가 생동성시험에 참가하는 자원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처럼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한몫했다. 영화적 상상과 달리 생동성시험 참가자에 대한 금전 보상은 결코 장기 매매와 같은 종류일 수 없다. 생동성시험 참가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함과 시간 사용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참가자의 예비 명단을 사전에 일일이 검토해 아르바이트처럼 참가하는 사람들을 추려 낸다. 그뿐만 아니라 생동성시험이 시행되는 병원 현장에 나와 매 단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해 윤리적이고 안전한 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보다 저렴하다. 양질의 제네릭 의약품이 뒷받침돼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화 ‘돌연변이’를 재미있게 보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생동성시험에 마치 무슨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면 곤란하다. 목욕물 버린다면서 아이를 함께 버릴 수는 없으니까.
  • 수달·저녁식사·수염 “무서워”…13가지 기상천외 공포증

    수달·저녁식사·수염 “무서워”…13가지 기상천외 공포증

    높은 고도를 무서워하는 고소공포증이나 날카로운 사물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첨단공포증 등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용어다. 그런데 치즈를 보면 공포를 느끼는 ‘치즈 공포증’이나, 특정한 색깔을 무서워하게 되는 ‘색상 공포증’은 어떨까? 사실 우리 주변에 실제 병리학적으로 ‘공포증’으로 분류될만한 심각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진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전혀 해롭지 않은 대상을 두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과거의 정신적 외상 등에 의해 그러한 공포심을 도저히 떨쳐버리지 못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습기까지 한 대상을 보면서 메스꺼움, 발한, 호흡곤란, 그리고 기타 심각한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디스커버리뉴스는 29일(현지시간) 성큼 다가온 할로윈을 맞아 각종 기상천외한 공포증들을 소개했다. 이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1. 목욕공포증(Ablutophobia)이름에서 느껴지는 인상과는 달리 목욕공포증은 어린이들만 시달리는 증상이 아니다. 이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몸을 씻고자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씻는 모습을 목격할 경우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이 때문에 아주 긴 시간동안 씻지 못하곤 한다. 2. 스마트폰 부재 공포증(Nomophobia)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이 공포증은 통신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배터리가 전부 소모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불안감에 빠지는 증상이다. 이 공포증의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3. 색상공포증(Chromophobia)색상공포증 환자들은 색깔 자체를 무서워한다. 어느 특정 색깔만을 무서워하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예로 노란색공포증(Xanthophobics)이나 백색공포증(leukophobics)등이 있다. 4. 치즈 공포증(Turophobia)보통 음식에 대한 공포는 해당 음식에 대한 강한 알레르기 증상 등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그렇지만 치즈 공포증은 아무런 이유 없이 치즈를 두려워하는 공포증이다. 일반적으로 이 공포증 환자는 치즈를 보면 두려움보다는 불안감이나 역겨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긴 단어 공포증(hippopotomonstrosesquipedaliophobia)유난히 긴 이름을 가진 이 공포증은 아이러니하게도 긴 단어를 무서워하는 증상을 뜻한다. 이 단어는 네 낱말이 조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괴상한 것’(monstrum), ‘긴 단어’(sesquipedalian), ‘공포증’(phobia)라는 의미의 단어들에 더하여, 많은 이들이 그 철자를 틀리곤 하는 ‘하마’(hippopotamus)라는 단어를 붙여 넣어 구성됐다. 6. 수염 공포증(Pogonophobia)수염 공포증은 인간의 수염을 무서워하는 공포증이다. 하지만 모피코트처럼 수염과 비슷한 대상을 보고서도 공포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2. 수달 공포증(Lutraphobia)수달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동물이지만 물속에서 사람들에게 접촉하거나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한 생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달 공포증 환자들은 이러한 수달을 크게 무서워하는 사람들이다. 8. 단추 공포증(Koumpounophobia)단추 공포증 환자들은 각종 단추들을 무서워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과거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질병을 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9. 풍선 공포증(Globophobia)오프라 윈프리가 이 공포증을 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풍선 공포증은 풍선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라기보다는 풍선이 터지는 순간의 커다란 소리를 두려워 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증상에 가깝다. 10. 만찬 공포증(Deipnophobia)저녁 식사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혹은 저녁만찬 파티 등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이르는 말이다. 11. 별 공포증(Siderophobia)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증상. 밤에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을 아예 거부하는 극심한 사례도 있다. 12. 땅콩잼 공포증(Arachibutyrophobia)공포증 중에서도 아주 구체적인 대상을 싫어하는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정확히 ‘땅콩잼이 입천장에 달라붙는 상황’을 특히 두려워한다. 땅콩잼 공포증 환자들은 부분적으로는 땅콩잼의 질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한편 동시에 땅콩잼에 의한 질식 위험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13. 숫자공포증(Arithomophobia)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종종 본인이 숫자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지만 실제 숫자공포증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이 공포증은 특정 숫자에 대한 미신적 공포를 강하게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숫자 4를 두려워하는 공포증(tetraphobics)이나 숫자 13을 무서워하게 되는 공포증(triskaidekaphobia)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자치단체장 25시] 판타지 동굴·도심공항터미널 연계… 지역경제 광명찾는 도시

    지난 22일 오전 6시 10분.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 정문에 어둠을 뚫고 말끔한 정장을 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권력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특종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서울 광화문에서 10년 전 자취를 감췄던 양기대 광명시장이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10분 뒤 도착한 곳은 동네 대중목욕탕. 2004년 정치를 하기 위해 광명에 몸을 의탁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건강 습관’이다. ‘양 시장이 매일 목욕탕을 다닌다’는 소문이 나자 민원 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목욕탕에 머무른 시간은 꼭 한 시간.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관용차가 기다린다. 승차하자마자 품속에서 한 뭉치의 서류를 꺼내 살펴본다. 얼핏 보니 하루 시간계획이 빼곡하다. 오늘은 매주 1회 열리는 ´주간정책평가 현장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전 7시 28분, 7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소하동 52사단 정문 앞. 실·국장 등 관련 부서 간부급 직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사단 진입도로 중앙녹지대 철제 펜스 철거를 논의했고, 철거에 의견이 모였다. 정문 좌우 개발제한구역에 20~30년 전부터 들어선 불법 시설물들도 법치질서 확립과 형평성 차원에서 철거하기로 했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양 시장은 “모두 철거하고 정비하면 또 하나의 상전벽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으로 가는 길에 기아자동차 앞 주공1단지 노인들이 야유회를 떠난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무엇을 싸간 것도 아닌데 모두 반갑게 맞아 준다. 이제 오전 8시 45분이 넘었다. 일찍 시작하니까 시간이 넉넉하다. 서류 결재를 30여분간 했을까. 일자리창조허브센터에서 열리는 사회적경제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수료식으로 줄달음친다. 이동 중에 그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 관련 행사에는 될 수 있으면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36명의 코디네이터에게 일일이 수료장을 전달했다. 이들이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지원한다. 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광명동굴 판타지관에 설치된 용 조형물 제막식장으로 직행했다. 길이 41m, 무게 800㎏의 이 용은 ‘호빗’,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3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테일러 경과 존 라일리 주한 뉴질랜드 부대사, 이장호 영화감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아직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 용이 광명동굴을 더욱 환상적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만들 것이다. 광명동굴은 인구 35만명의 광명시가 확보한 유일한 관광시설이다. 앞으로 광명KTX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이 완공되고 국제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등 각종 역세권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져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X광명역세권에는 이케아 등 대형 업체가 입점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우려가 컸으나 1년쯤 지나자 없어졌다. 광명사거리에서 개봉교까지 이어지는 가구문화 거리는 시가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상인들이 노력하면서 이제 31개 점포 중 약 80%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제막식 후 양 시장은 동굴 내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국제 판타지 콘셉트 디자인 공모전의 성공적 개최와 두 도시 간 행정·문화·예술·관광 분야 교류에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어렵게 발걸음 한 테일러 경 일행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동굴을 나서자 한 무리의 등산객이 양 시장을 연호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길가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사업지구였다. 정책 변경으로 이 사업이 무산됐지만 중장기적으론 광명시에 잘된 일이다. 그는 이곳에 첨단산업 및 물류단지를 유치할 생각이다. 벌써 경기도가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있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양 시장은 광명역 KTX회의실로 달려갔다. 오후 2시 40분에 열리는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 구축을 위한 3개 기관 양해각서 체결’이 있기 때문이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이종철 ㈜한국도심공항 사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악수하며 환담을 했다. 광명역에 공항 외에서 출국 수속과 수하물 처리를 할 수 있는 도심공항터미널이 서울 삼성동과 서울역에 이어 세 번째로 생길 경우 광명역 이용객 수 증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한결 수월해져 역세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효과를 잘 알기에 양 시장은 도심공항터미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동안 3개 기관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공교롭게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들은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된다. 오후 결재를 위해 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회복지협의회가 농협 광명시지부 앞에서 여는 행복나눔바자회에 들렀다. 양 시장이 내놓은 로봇인형은 오전에 절판됐다며 내년에 더 기부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생업으로 바쁠 텐데 이웃을 돕겠다고 종일 길거리에서 서성거린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양 시장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며 ‘사람중심 행복도시 광명’을 민선 6기 시정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맘 편한 안전사회, 참 좋은 일·배움·쉼터·누리는 문화·복지, 상생의 창조경제 등 네 가지 역점 시책을 발표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주민복합시설을 늘리고 동별로 복지·보건·고용 등을 통합 지원하는 ‘복지동(洞)’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제 교육 문제로 목동·평촌으로 떠나던 시민들이 광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관악구 ‘샤로수길’

    [서울 핫 플레이스] 관악구 ‘샤로수길’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은 진짜 주소가 관악로 14길인 약 600m의 일방통행 골목길이다. ‘샤’로수길이란 이름은 패러디다. 서울대 정문의 ‘샤’와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합해서 이름을 만들었다. 봉천동의 경리단길이란 뜻에서 ‘봉리단길’ 또는 ‘봉로수길’이란 비교적 덜 알려진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좁은 골목길이 샤로수길로 불리며 남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얼핏 ‘샤’로 보이는 서울대 정문은 서울국립대학의 초성인 자음 ‘ㅅ’, ‘ㄱ’, ‘ㄷ’을 따서 만든 것이다. 이름부터 젊은이들의 치기와 재치가 번뜩이는 샤로수길은 원래 목욕탕과 재래시장이 있던 주택가였다. 지금도 봉천7동 골목시장이 샤로수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부인복을 파는 오래된 옷가게와 낡은 세탁소가 대학생 취향의 술집이나 밥집과 혼재돼 있는 샤로수길은 이 골목의 본질이 젊은이들의 치기가 어린 키치(kitsch)란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강남 비싼 임대료 감당 어려운 젊은 업자들·강남권 서울대생 맞물려 탄생 샤로수길 초입에 있는 식당 ‘모힝’을 운영하는 박태균(30)씨는 “샤로수길은 강남이 팽창하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젊은 자영업자와 변화한 서울대생들이 맞물려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권리금이 2배 오르고 임대료도 매년 10~20%씩 상승하지만 샤로수길에서는 홍대 입구나 강남에 비하면 아직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 2012년 샤로수길에 ‘모힝’을 연 박씨는 이제 모힝 분점과 옷가게까지 근처에 낼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세 군데 가게를 동시에 돌보느라 전동 스쿠터를 타고 샤로수길을 누빈다. 그가 낸 가게 모힝은 비스트로다. 음식점, 술집, 카페가 혼합된 비스트로란 개념이 너무 낯설어서 ‘모임?’이라고 묻는 경우가 많아 말장난처럼 ‘모힝’이 가게 이름이 되어 버렸다. 봉천동에 사는 소설가 조경란(46)씨가 자주 들러 기네스 맥주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샤로수길을 찾는 이들은 역시 인접한 서울대 학생들이다. 서울대생들이 노는 곳이 1980년대는 ‘강 건너’로 불리던 관악산 계곡, 90년대는 학사 주점이 즐비한 ‘녹두거리’였다면 2010년부터는 단연 ‘샤로수길’이다. 80년대 초반 서울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유종필(58) 관악구청장은 “한 사람이 1000원을 들고 가면 강 건너에서 막걸리와 두부 안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한 학기 등록금은 8만원을 내고, 한 달 과외비로 5만원을 받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80년대의 서울대생은 봄이면 하얀 막걸리잔에 비처럼 내리던 분홍빛 벚꽃잎을 안주 삼아 시국을 논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태백산맥’처럼 이름만으로도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 의지를 발산하는 주점들이 그득했던 녹두거리는 이제 대기업 가맹점들이 점령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식당, 빵가게, 편의점으로 채워진 녹두거리는 고유의 개성을 잃은 지 오래다. 샤로수길은 신입생의 40%가 서울 출신이고 이 가운데 30%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출신이란 서울대생들의 변화가 낳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일본, 멕시코, 스페인 등 전 세계 음식점과 술집이 한 골목에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봉리단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태원과도 비슷한 샤로수길의 외향은 외국 여행을 통해 취향을 발견한 젊은 창업자들 덕이다. ●유럽·남미·미국 등 세계 각지 음식 골라 먹는 재미 샤로수길에는 아직 가로수길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젊은 여성을 겨냥한 옷가게가 ‘뮤즈’와 ‘오카리나’ 2곳이나 있다. ‘뮤즈’의 추연경(23)씨는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가게를 여는데 8시쯤 퇴근길에 들르는 젊은 여성 손님이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프랑스에서 온 사장이 만든 ‘프랑스홍합집’이 있는 건물에서 무려 6개국 이상의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남미로 신혼여행을 다녀 온 부부가 연 ‘수다메리까’에서는 아르헨티나 과실주 클레리코, 칠레의 국민 술 피스코 사워, 브라질의 국민 술 카이피링야 등을 판다. 2층에는 미국식 브런치와 남부 요리 잠발라야 등 미국 음식을 파는 ‘루트 66’이 성조기를 휘날리고 있다. 수제버거집 ‘저니’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고 온 주인이 낸 가게다. 2010년 문을 연 저니에 이어 역시 같은 해 맞은편에 둥지를 튼 ‘막걸리카페 잡’은 지난해 2호점으로 ‘와인창고 잡’을 인근에 낼 정도로 성업 중이다. ●여심 저격한 뷰티숍도 곳곳에… “젊은이 몰려와야 지역경제 활성” 샤로수길에 식당, 술집, 카페, 옷가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한 브라질리언 왁싱 가게 ‘마에스트로 터치’도 길 중반에 있다. 음모를 제모하는 ‘브라질리언 왁싱’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성기 주변의 털을 제거한다. 어떤 모양으로 털을 정리하는지 그림으로 안내하는 간판이 선정적으로 눈길을 끈다. 주인은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시티’의 영향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이 한국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고 위생에 좋다는 장점 때문에 강남을 중심으로 유행”이라며 네일아트, 문신에 이어 음모 손질로까지 패션이 진보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의 박주재 주임은 “명동이나 대학로처럼 서울의 명소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 이미지도 개선되었다”고 분석했다. 관악구는 샤로수길 초입에 안내 게시판을 설치하고 길바닥에는 도로명주소와 샤로수길이란 이름을 함께 새겨 넣었다. ‘고시촌 1번지’에 ‘전국 최다 1인 가구 거주지’인 관악구에 샤로수길이란 매력적인 골목이 뻗어가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읍내만 물 나와” 괴담에 “나눠 먹자” 미담

    “읍내만 물 나와” 괴담에 “나눠 먹자” 미담

    “에, 오늘 반상회를 연 것은, 이거 참 얼마 만인지….” 26일 오후 7시 30분 충남 보령시 348개 마을에서 일제히 반상회가 열렸다. 10여년 만이다. 기약 없는 가뭄이 통신 등 발달로 자연 소멸됐던 반상회까지 부활시켰다. 시 공무원들은 반상회가 열리는 마을회관마다 참석해 물 절약법 등을 담은 소식지를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절수하면 t당 1240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시는 지난 23일 지역 이·통장 80명을 관광버스 3대에 태운 뒤 바닥을 드러내 황무지처럼 변한 보령댐을 견학시켜 절수 동참 분위기를 미리 다잡아놨다. 음식점 등에 있는 수도 밸브에 자물쇠를 채워온 보령시는 이날부터 20% 절수를 못하는 아파트의 수도 밸브도 자물쇠로 잠그는 강제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8일 돌입한 제한급수가 20일째 접어들면서 충남 서해안 8개 시·군 주민들의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서산시는 벌써 민심이 흉흉하다. “지곡면 아파트 주민인데 물이 아침에 2시간, 저녁에 2시간 반 나오고 만다. 그런데 시내(읍내) 아파트는 물이 잘 나온다더라. 특혜 아니냐”, “인지면 주민인데 우리만 단수하는 것이냐. 시내 아파트는 단수 안 한다는 소문이 돌던데”라며 읍·면 간 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시 홈페이지에 끊이지 않는다. 시는 “차별은 없다. 아파트 물탱크에 평소의 70%만 채우는데 일부 주민이 마구 쓰고 양동이 등에 미리 받아놓아 나중에 쓰는 사람이 못 쓴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같은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한 주민은 “빨래와 설거지는 시골집으로 가져가 하고, 네 식구 목욕비로 매일 2만원씩 든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한 네티즌은 “면사무소가 지하수를 파주겠다고 하더니 이장집 앞마당에만 팠다”고 핏대를 올렸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3리는 지하수 관정을 파도 물이 안 나온다. 이 갯마을 72가구 중 절반은 지하수를 먹지만 땅속 물까지 말랐다. 이장 이완섭(66)씨는 “빨래는 생각도 못한다”면서 “보령댐 물을 쓰는 이웃집에서 식수만 겨우 얻어먹는데 제한급수에 들어간 뒤에는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안면도 주민 정모씨는 “우리 집 지하수는 잘 나온다. 가져가라”는 글을 군 홈페이지에 올리고, 태안읍 한 생수업체는 식수 공급시설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고통을 나누려는 이들도 등장했다. 서천군은 지난 2일 이미 보령댐 급수를 끊고 군 전체에 용담댐 물을 공급한다. 이전에는 장항읍에만 공급하던 물이다. 군의 이런 조치에 서천화력발전소가 ‘그 물, 우리도 좀 쓰자’고 나섰다. 서천화력은 보령댐 방류 하천인 웅천천에서 용수를 받고 있으나 고갈이 되면서 용수 재활용 등 방법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당진시도 지난 13일 당진화력과 상수도 급수를 보령댐에서 대청댐으로 바꿨다. 시는 다음달 2~6일 41개 아파트를 상대로 하루씩 단수한다. 시 관계자는 “보령·대청댐 모두 내년 2월이면 물 공급에 한계가 온다고 한다”면서 “그런 사태 때 시민들이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예행연습 차원에서 단수하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보령댐은 이날 밤 건설 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찬바람 불청객’ 보습제 듬뿍 바르면 떠납니다

    ‘찬바람 불청객’ 보습제 듬뿍 바르면 떠납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요즘 피부 가려움증이 부쩍 심해졌다. 팔과 다리에 각질이 일어나 보기에도 민망할 뿐만 아니라 긁으면 비듬처럼 인설(하얀 각질)도 떨어진다. 잠결에 무심히 긁었다가 상처가 난 적도 있다. 가을철 날씨가 건조해지면 피부가 메마르면서 김씨처럼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건조증이 나타난다. 가을과 겨울철에는 피부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평소 15~20%에서 10%로 뚝 떨어져 각질층이 일어나 하얗게 들뜬다. 각질층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방어하는 장벽 역할을 하는데 이 각질층이 손상되면 피부는 극도로 과민해져 약한 자극에도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저녁에 체온이 올라가면 발작적인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피부건조증 환자가 갑자기 느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피부건조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년 중 10월부터 급격히 환자가 늘어 12월에는 3만 4506명으로 9월(1만 3529명)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10월은 전월 대비 증가율이 52.6%로 가장 높았다. 중·장년층은 이 시기 표피의 수분 함량이 떨어지고 피지 분비가 줄어 피부건조증이 더 잘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진료인원이 많은 연령층은 70대 이상 21.5%, 50대 14.5%, 60대 12.8% 순으로 50대 이상이 전체 진료인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또 40대까지는 여성 환자가 많지만 50대 이후는 남성 환자가 많았다. 노주영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각질이 있다고 때를 밀거나 피부를 소금으로 문지르고 사우나를 자주 하면 피부 장벽이 손상돼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아파트나 고층 빌딩의 건조한 생활환경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나친 청결은 오히려 피부건조증을 악화시킨다. 샤워는 1~2일에 한 번 가볍게 하고 탕욕은 20분 이상 하지 않는 게 좋다. 목욕물 온도는 체온 정도가 적당하며, 때수건 사용은 피한다. 부드러운 수건으로 피부를 마사지하듯 문지르고서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정도가 적당하다. 비누는 강한 알칼리성보다 되도록 세척력이 약하고 부드러운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깨끗한 쌀뜨물을 물에 섞어 목욕하면 쌀 전분 성분이 피부에 균일한 막을 형성해 피부를 보호한다. 목욕 후에는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바른다. 이중선 을지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로션이나 크림을 평소 사용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바르고 피부건조증이 오래되거나 가려움증이 심하고 긁어서 피부염이 생길 정도라면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피부가 가렵다고 심하게 긁으면 딱지가 생기고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돼 만성 피부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를 건성 습진이라고 한다. 피부 장벽이 손상돼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주로 노년층이나 목욕을 지나치게 자주 하는 사람에게서 가려움증을 동반한 건성 습진이 나타난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려면 습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공기가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가습기를 틀거나 어항, 화초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높여준다. 지성 피부에도 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어 가을에는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등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옷은 맵시를 살릴 수는 있어도 피부에는 좋지 않다. 피부건조증이 있다면 되도록 부드러운 면 소재의 옷을 입고 딱 붙는 의상은 피한다. 부득이하게 몸을 조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면 로션을 충분히 바른다. 건조한 피부에는 맥문동차, 당귀차 등 한방차가 좋다. 맥문동차는 마른 기침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며 당귀차는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최근 열악한 병사들의 봉급 문제를 지적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병 복지 개선입니다.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미국처럼 디지털 조준 장치가 달린 신형 총기나 보급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무기가 좋아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장병들의 스트레스 상당 부분이 병영 생활에서 나옵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면 우선 전반적인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계 전투복 빨라야 2017년 보급… 6년 걸려 먼저 입는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1년 군은 위장 효과를 강화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디지털 무늬 사계절 전투복’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오히려 통기성이 떨어져 장병들 사이에서 ‘땀복’이라고 불리는 등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어 소재가 두꺼워지면서 땀 배출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언론 비판까지 이어지자 군은 부랴부랴 여름철 전용 전투복을 새로 만들어 2013년 보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죠. 당시 군 관계자는 “하계 전투복을 신소재로 개발해 보급하려면 시험 평가만 2~3년이 소요된다. 최단 기간에 장병에게 전투복을 보급하기 위해 기존 전투복 소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군은 또다시 신형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사계절 군복 대신 여름과 겨울, 소재가 다른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름철에 좀 더 시원한 군복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계 전투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내년 12월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보급은 2017년 6월에 이뤄집니다. 기관을 선정하고 여름철 시험평가를 하려면 내년 여름이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계획으로만 있는 사업이지만 시원한 군복이 장병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6년이 걸리게 된 겁니다. 돌고 돌아 6년. 21~24개월을 복무하는 장병들에겐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우리 병사 복지의 현주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올 1월 말 많고 탈 많은 전투복 등 피복 물품 공급에 ‘수의계약’ 대신 ‘경쟁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겠지만 ‘이제는’이 아니라 ‘이제서야’ 도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전투복도 국방부가 직접 정부 연구개발 예산 3억 8600만원을 투입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표현대로라면 “경쟁계약 품목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주도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는 최초의 사업”이랍니다. ‘최초’라고 하니 허탈하긴 해도 이번에 진행을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군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이번 계획은 무조건 차질 없이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장병들 건강 위해 온수 공급 확대 의견 많아 군에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인데요. 여름에 ‘온수’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여름철 온수 공급 정책이 도입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전에는 “군인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된다”며 냉수 목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과거에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름철 온수를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했는데요. 군은 2011년부터 여름철 온수 공급 제도를 만들었고 2014년 주 2회, 올해 4회, 내년 5회로 공급 기간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 6회, 겨울에는 매일 나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더 제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온수 샤워가 가장 필요할 때는 역시 날씨가 추워질 때인데요.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훈련 나온 연예인 병사들이 온수 샤워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많은 예비역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누가 야외 훈련지에서 온수 목욕을 한다는 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예인 병사만 사람이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모 부대에서 방송 촬영을 돕기 위해 온수 공급 장비를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이 천차만별이고 온수 공급은 부대장의 권한입니다만, 추운 겨울 야외 훈련 시 온수를 제공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의 빠듯한 예산으로 온수를 1년 365일,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곳에 온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훈련지 온수 공급 제도를 마련하고, 일일 온수 사용 시간을 늘려 장병들이 좀 더 여유 있게 샤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장병들의 개인 위생 강화 차원에서 샤워시설은 아니더라도 세면대의 온수 공급 시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에서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합니다. ●일부 병사들 자기 나이보다 오래된 모포 사용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육군 32사단이 실시한 모포 제조 연도 전수조사 자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 1만 1543장의 모포 중 432장은 1980년대, 1167장은 1990년대에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군 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출생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부 병사들은 자신의 나이보다도 오래된 모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예비역 사이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얘기라 놀랄 만한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궁색한 해명이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국방부는 “1980~1990년대 제조된 모포는 전시를 대비해 저장해 놓은 것을 보급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 기간에는 차이가 있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래된 모포라도 비축용이라 실제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인데요. 곧바로 예비역들의 실소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모포 세탁률 점차 하락… 올 8월 69% 그쳐 더 황당한 상황은 낡은 모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육군 8군단을 표본으로 조사한 ‘모포 세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모포 세탁률은 계획 대비 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포 세탁률은 2013년 89%에서 2014년 72%, 올해 8월 말에는 69%로 낮아졌죠.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분기 1회 세탁하던 것을 2개월에 1회 세탁하는 것으로 규정을 강화하다보니 목표 대비 세탁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여건과 예산 부족으로 일선 부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모포는 평소 생활할 때도 덮고 자지만 야외훈련을 할 때도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와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진드기가 달라붙기 쉽습니다.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거창한 행사도 좋지만 앞으로 병사들의 복지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나혼자산다’ 황치열, 목욕 장면 공개? 이국주 반응이..

    ‘나혼자산다’ 황치열, 목욕 장면 공개? 이국주 반응이..

    9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황치열이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공개했다. 이날 ‘더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서는 이국주와 황치열이 게스트로 출연해 싱글라이프를 공개했다. 황치열은 기상 직후 옥탑방 마당에서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했다. 특히 황치열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해 지켜보던 이국주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정현용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정현용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최근 열악한 병사들의 봉급 문제를 지적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병 복지 개선입니다.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미국처럼 디지털 조준 장치가 달린 신형 총기나 보급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무기가 좋아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장병들의 스트레스 상당 부분이 병영 생활에서 나옵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면 우선 전반적인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계 전투복 빨라야 2017년 보급… 6년 걸려 먼저 입는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1년 군은 위장 효과를 강화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디지털 무늬 사계절 전투복’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오히려 통기성이 떨어져 장병들 사이에서 ‘땀복’이라고 불리는 등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어 소재가 두꺼워지면서 땀 배출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언론 비판까지 이어지자 군은 부랴부랴 여름철 전용 전투복을 새로 만들어 2013년 보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죠. 당시 군 관계자는 “하계 전투복을 신소재로 개발해 보급하려면 시험 평가만 2~3년이 소요된다. 최단 기간에 장병에게 전투복을 보급하기 위해 기존 전투복 소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군은 또다시 신형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사계절 군복 대신 여름과 겨울, 소재가 다른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름철에 좀 더 시원한 군복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계 전투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내년 12월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보급은 2017년 6월에 이뤄집니다. 기관을 선정하고 여름철 시험평가를 하려면 내년 여름이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계획으로만 있는 사업이지만 시원한 군복이 장병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6년이 걸리게 된 겁니다. 돌고 돌아 6년. 21~24개월을 복무하는 장병들에겐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우리 병사 복지의 현주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올 1월 말 많고 탈 많은 전투복 등 피복 물품 공급에 ‘수의계약’ 대신 ‘경쟁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겠지만 ‘이제는’이 아니라 ‘이제서야’ 도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전투복도 국방부가 직접 정부 연구개발 예산 3억 8600만원을 투입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표현대로라면 “경쟁계약 품목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주도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는 최초의 사업”이랍니다. ‘최초’라고 하니 허탈하긴 해도 이번에 진행을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군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이번 계획은 무조건 차질 없이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장병들 건강 위해 온수 공급 확대 의견 많아 군에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인데요. 여름에 ‘온수’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여름철 온수 공급 정책이 도입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전에는 “군인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된다”며 냉수 목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과거에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름철 온수를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했는데요. 군은 2011년부터 여름철 온수 공급 제도를 만들었고 2014년 주 2회, 올해 4회, 내년 5회로 공급 기간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 6회, 겨울에는 매일 나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더 제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온수 샤워가 가장 필요할 때는 역시 날씨가 추워질 때인데요.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훈련 나온 연예인 병사들이 온수 샤워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많은 예비역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누가 야외 훈련지에서 온수 목욕을 한다는 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예인 병사만 사람이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모 부대에서 방송 촬영을 돕기 위해 온수 공급 장비를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이 천차만별이고 온수 공급은 부대장의 권한입니다만, 추운 겨울 야외 훈련 시 온수를 제공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의 빠듯한 예산으로 온수를 1년 365일,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곳에 온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훈련지 온수 공급 제도를 마련하고, 일일 온수 사용 시간을 늘려 장병들이 좀 더 여유 있게 샤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장병들의 개인 위생 강화 차원에서 샤워시설은 아니더라도 세면대의 온수 공급 시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에서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합니다. ●일부 병사들 자기 나이보다 오래된 모포 사용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육군 32사단이 실시한 모포 제조 연도 전수조사 자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 1만 1543장의 모포 중 432장은 1980년대, 1167장은 1990년대에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군 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출생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부 병사들은 자신의 나이보다도 오래된 모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예비역 사이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얘기라 놀랄 만한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궁색한 해명이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국방부는 “1980~1990년대 제조된 모포는 전시를 대비해 저장해 놓은 것을 보급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 기간에는 차이가 있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래된 모포라도 비축용이라 실제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인데요. 곧바로 예비역들의 실소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모포 세탁률 점차 하락… 올 8월 69% 그쳐 더 황당한 상황은 낡은 모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육군 8군단을 표본으로 조사한 ‘모포 세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모포 세탁률은 계획 대비 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포 세탁률은 2013년 89%에서 2014년 72%, 올해 8월 말에는 69%로 낮아졌죠.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분기 1회 세탁하던 것을 2개월에 1회 세탁하는 것으로 규정을 강화하다보니 목표 대비 세탁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여건과 예산 부족으로 일선 부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모포는 평소 생활할 때도 덮고 자지만 야외훈련을 할 때도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와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진드기가 달라붙기 쉽습니다.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거창한 행사도 좋지만 앞으로 병사들의 복지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유산… 고대도시로의 초대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유산… 고대도시로의 초대

    카트만두는 네팔의 수도이자 분지 형태의 ‘카트만두 밸리’를 통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통일 네팔왕국이 수립되는 1769년까지 카트만두 밸리에선 카트만두와 박타푸르, 파탄 등 3개 왕국이 독립적으로 번성했다가 스러졌다. 당시의 흔적이 지금도 카트만두 밸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울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8개의 유적 가운데 석가모니 탄생지인 남부의 룸비니 외에 7개가 카트만두 밸리에 있다. 이 문화유산들을 돌아보는 여정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준다. 카트만두 밸리의 유네스코 유적지는 모두 7개 구역으로 나뉜다. 카트만두와 박타푸르, 파탄, 스와얌부나트 불교 사원, 보더나트 불탑, 파슈파티나트 힌두교 유적, 창구 나라얀 힌두교 유적 등이다. 지난 4월 대지진 때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조금씩 정비돼 가는 모습이다. 크리파수르 셰르파 네팔 문화관광장관은 “대지진으로 네팔의 세계문화유산 중 20% 정도가 훼손됐지만, 탐방엔 아무 문제 없다”고 전했다. 세 고대도시를 돌다보면 구성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왕궁이 있는 더르바르(왕궁) 광장 주변으로 각각 힌두사원과 티베트 불교사원이 마주 보고 있고, 주변에 스투파(탑)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산재한 구조다. 하지만 속성은 다소 상이하다. 카트만두가 정치, 박타푸르가 문화의 중심이라면 파탄은 예술의 중심지다. ●대지진도 이겨낸 냐타폴라 힌두사원 ‘미(美)의 도시’란 뜻의 랄릿푸르 중심지인 파탄에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다. 카트만두에서 5㎞쯤 떨어져 있다. 파탄은 가장 오래된 불교도시인 동시에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55개의 주요 사원과 136개의 초크(안마당 또는 중정)가 대부분 더르바르 광장 주변에 밀집돼 있다.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구성이 일목요연해 미의 도시다운 느낌이 확연하다. 아름답고 정교한 건축 유산들과 마주하고 서면 현재의 인류 문명이 과연 진보한 것인지, 한 문명이 보다 진보한 다른 문명을 퇴조시킨 건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박타푸르는 고대 네와르 왕국의 도시로 15세기 후반에서 1769년까지 말라 왕조의 수도였다. 목재, 금속, 석재 등의 공예가 발달해 문화의 보고라 일컬어진다.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16㎞ 정도 떨어졌다. 워낙 볼거리가 많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입장료도 15달러에 달한다. 네팔 사람들의 소득 수준에 견주면 대단히 비싼 액수다. 박타푸르는 크게 타우마디탈 광장과 달발 광장 등 2개의 광장으로 나뉜다. 타우마디탈 광장에서는 5층짜리 냐타폴라 힌두사원이 가장 웅장하다. 1702년 지어진 사원으로, 네팔에서 가장 높고 견고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이가 무려 30m에 이른다. 지난 4월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박타푸르는 마을 전체가 세계유산이다. 특히 힌두교 사원 기둥에 조각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노골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19금’ 성애 장면들을 조각했다. 이는 박타푸르뿐 아니라 힌두 사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힌두교의 살아 있는 소녀신 ‘라즈 쿠마리’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은 옛 칸티푸르(카트만두) 왕국의 궁전 앞 광장이다. 힌두교의 ‘원숭이 수호신’ 하누만이 지키고 있는 옛 왕궁 단지 ‘하누만 도카’, 여섯 개의 팔을 가진 시바신 ‘칼리 바이라브 석상’, 힌두양식과 불교양식이 혼합된 18세기 중엽의 ‘쿠마리사원’ 등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쿠마리 사원이 인상적이다. 쿠마리는 힌두교 처녀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초경 전의 석가족(族) 소녀 중 한 명을 선발해 쿠마리의 화신 ‘라즈 쿠마리’로 삼아 신처럼 떠받든다. 라즈 쿠마리가 살고 있는 곳이 쿠마리 사원이다. 하루 한두 차례 2층 창문으로 라즈 쿠마리가 살짝 얼굴을 내미는데, 이때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시내 관통하는 ‘윤회의 공간’ 바그마티강 바그마티강은 윤회의 공간이다. 카트만두 시내를 관통하는 강으로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이어진다. 이 강변에 힌두교 파슈파티나트사원이 있다. 현지인들은 이 강에 발을 담그고 이 세상 떠날 때 곧바로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다. 강 건너는 영 떠난 육신을 불로 소멸시키는 화장장이다. 죽음이 흐르는 강이지만 현지인들은 머리를 감고 목욕재계할 만큼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긴다. 소멸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화장 장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길 권한다.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보드나트 불탑은 세계 최대 규모의 티베트 불탑이다. 높이만 38m에 이른다. 대략 5세기경에 세워졌다고 한다. 보드나트는 보드(Bodh·깨달음)와 나트(Nath·사찰)가 결합된 이름으로 ‘깨달음의 사원’이라는 의미다. 네팔에서 가장 높은 사리탑으로, 우리의 달항아리 닮은 흰색 돔이 인상적이다. 돔 위엔 원래 깨달음을 얻기 위한 13단계를 뜻하는 13층 첨탑이 솟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대지진 때 무너져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탑 기단부엔 마니차(불경이 새겨진 경통)가 세워져 있다. 수많은 현지인들이 마니차를 돌리며 탑돌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경통을 돌릴 때마다 불경을 한 번 읽은 셈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드나트 주변은 네팔 속의 작은 티베트다. 티베트 음식을 맛보고 골동품도 살 수 있다. 스와얌부나트는 약 2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사원으로, 힌두교 사원이 함께 섞여 있다. 워낙 원숭이가 많아 ‘원숭이 사원’으로도 불린다. 성정이 포악한 원숭이들이 많아 물릴 수 있으니 가까이 접근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300여개에 달하는 계단을 올라 사원에 들면 여러 시기에 걸쳐 조성된 무수한 탑들과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각양각색의 불상들과 만날 수 있다. 사원 초입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빼어나다. 카트만두 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글 사진 카트만두(네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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