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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ro] 수원시, 외국인에 명예주민등록증

    경기도 수원시는 새달부터 수원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한글이름을 지어주고 명예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발급되는 명예 주민등록증은 일반 주민등록증과 다른 도안으로 제작되며 외국인의 한글이름, 외국인 등록번호, 사진, 비자종류 등이 기재되지만 지문은 입력되지 않는다. 외국인의 이름은 수원 자원봉사센터 노인봉사학교 동아리에 소속된 노인들이 외국인 이름의 뜻과 같은 한글이름이나 외국인 이름의 의미에 적합한 한문 이름으로 지어줄 예정이다.그러나 불법체류 외국인이나 영주자격을 취득한 외국인은 발급대상에서 제외된다.시는 명예 주민등록증이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음식점, 이발소, 목욕탕 등을 이용할 경우 20∼30%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업소들과 협의할 계획이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온돌방에 좌변기… ‘ 모텔 같은 포항교도소를 가다

    ‘온돌방에 좌변기… ‘ 모텔 같은 포항교도소를 가다

    “온돌난방, 좌변기, 싱크대 구비.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하는 폐쇄회로(CC)TV와 적외선 감지기 등 최첨단보안시설 완비” 아파트 전단지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에 있는 포항교도소를 이르는 말이다. 전국 33개 교도소 중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문을 연 포항교도소를 찾아가봤다. ●국내 첫 전자무인경비시스템으로 교도소 정문을 지나면 2층 높이의 연황색 본관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교도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높은 담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만 본다면 교도소가 아닌 연구소 같다. 이 교도소 김경목 교사는 “본관 건물이 교도소 외벽을 대신하도록 설계됐고 혐오시설의 느낌을 주지 않도록 건물이 2∼3층의 저층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는 감시대가 없다. 기존 교도소에는 영화에서처럼 높은 외벽 모서리에 설치한 감시대에서 경비교도대원들이 24시간 경비를 선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내 최초로 전자무인경비시스템이 대신하고 있다. 교도소 주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건물 안팎을 동시에 비춘다. 사람 움직임이 포착되면 이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확대하는 모션디텍트(motion detect)는 이중감시 장치인 셈이다. 이 같은 경비시스템은 중앙통제실에서 대형모니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임동식 보안계장은 “기존의 아날로그식 교정시설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으로, 이를 도입하면 비용 등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재소자들간 분쟁도 줄어들어 이 곳의 변화는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수용거실(감방)에서도 확인된다. 종전에는 나무 마루바닥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 매트리스와 담요를 깔아도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감 중인 박모(50)씨는 “작업을 마치고 들어오면 방이 훈훈하다.”면서 “아무래도 시설이 좋으니까 재소자들간 분쟁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각 수용거실에 수세식 좌변기,TV와 선풍기가 설치된 것도 달라진 교도소 풍경이다.5인실부터는 책상겸 식탁 역할을 하는 탁자 외에도 식기를 씻는 싱크대가 있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7개 수감동에는 각기 목욕탕이 있어 매주 목요일에는 자유롭게 목욕도 할 수 있다. 폭력 혐의로 들어온 박모(39)씨는 “생활시설면에서는 이곳이 국내 최고로 수감자들끼리 편지 등을 통해 입소문도 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교정·교화에 초점 맞춰야” 전과 2범 이상의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이 곳의 정원은 1300여명이지만 현재는 56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교도소에서 온 만큼 숫자는 적어도 수용자끼리 ‘힘겨루기’식 주도권 쟁탈전은 변하지 않는다. 이진호 교도소장은 “신설 교도소는 수용자들이 안정화되기까지 2∼3년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한 교도관은 “30년이 넘은 교도소나 구치소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등 지금까지는 시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재소자들의 교정·교화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달라진 편의시설만큼이나 앞으로 이들을 위한 교정·교화 훈련이 새로운 교도행정의 과제라는 얘기다. 포항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술집 숫처녀 20세 못넘겨

    술집 숫처녀 20세 못넘겨

    「섹스」라는 낱말은 현대인의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누구의 입에서도 쉽게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일반이「섹스」에 관해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이낙경(李洛炅)씨가 최근 조사한 접객업자들의 성백서(性白書)는 그런 뜻에서 재미있는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조사한 1천1백78명중 총각있어도 처녀는 없어 더우기 이 조사의 대상은 남녀간의 접촉기회가 가장 많은 서울시내의 「바」「카바레」 술집 요정 다방 식당 이발소 미용원 여관 「호텔」 목욕탕 등의 남녀 종업원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모으고 있다. 1천1백78명의 조사대상자 중에서 결혼전에 이미 성의 경험을 가진 남녀는 65%나 되었고, 거의 17~18세에 첫 경험을 가졌다는 응답이 나왔다. 남자의 경우 27세가 넘는 「숫총각」(?)도 4명이 있었지만 여자는 26세까지 예외없이 모두 「경험자」들이었다. 13~14세에 벌써 처녀 총각을 면한 조숙한 사람도 있었지만 성 경험의 「피크」는 남녀가 모두 17~20세 사이. 결혼전의 성경험율은 식품위생관계업소(식당 다방 술집 「카바레」 「바」 요정등)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이 환경위생관계의 업소(이용 미용 여관 「호텔」 목욕탕등)의 종업원보다 훨씬 많았다. 이들의 교육정도별로 따진 「섹스」의 경험율을 보면 국문해득 정도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중학교졸업, 고등학교졸업, 국민학교졸업의 순서였고, 무학과 대학졸업 또는 재학생은 두명중의 한명꼴로서 가장 낮았다. 그런데 대학졸업이나 재학생의 수는 전체의 4%(49명)이나 되어 「카바레」나 또는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중에 밤에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들이 뜻밖에도 많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낙태 기혼자 3명에 한명 세번까지 수술한 미혼도 여자가 생리적인 변화기를 맞는 시기는 이들의 경우 평균 14.2세였고, 남자의 자위행위를 처음 경험한 것은 여자의 초경 연령보다 거의 1년이 늦은 15.1세였다. 이들이 「섹스」에 관한 지식을 처음 얻은 길은 세사람중 한사람은 친구로부터 알거나 배운다는 것이었다. 또 책이나 「매스콤」의 영향도 커서 28%가 이런 경로를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여자의 경우는 특히 어머니나 학교의 교사들로부터 「섹스」의 지식을 얻을 기회가 남자보다 훨씬 많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들의 결혼관계를 보면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2배나 많았는데, 결혼방법은 둘중 하나의 꼴로 중매결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애 결혼을 한 비율도 기혼자 4명에 한사람 꼴로 되어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혼자 중에서 동거를 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70%나 되지만 나머지는 별거나 이혼, 배우자의 사망등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기혼자 중 3명에 한명꼴로 인공유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한두번의 경험이 가장 많았으나 다섯번 이상의 낙태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미혼자의 경우도 세번까지의 인공유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한편 「섹스」의 개방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성병은 남자 10명중 1명꼴로, 여자는 25명중 1명꼴로 앓은 경험이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큰 문젯점을 안고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성병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전체의 반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섹스」경험을 성병과 관련시킬 때 거의 무방비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성병에 대한 지식이 남자보다 뚝 떨어져서 열이면 여섯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통하게도(?) 성병이 어떻게 옮겨진다는 것은 남녀가 다같이 열이면 아홉은 알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처녀 18세가 가장 위험해 총각의 고비는 20세까지 이번 조사결과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의 초조(初潮) 나이가 무척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1923년 이영춘(李永春)씨가 조사한 한국여학생의 평균 초조나이는 15세, 그리고 12년 뒤인 1935년 박용해(朴容海)씨가 조사한 바로는 평균 14.9세, 1962년 김고성(金固成)씨의 조사에선 14.8세, 68년 권이혁(權彛赫)·박순영(朴淳永)씨의 조사에선 14.5세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선 평균 14.2세로 나타났다. 이 평균치는 한국 일반부인의 평균 초조나이인 15.2세보단 엄청나게 빠른 것. 이런 결과는 생활수준의 향상, 급식개선에 따른 영양, 그리고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업의 차이등으로 생긴 것이라고 조사자는 분석했다. 첫 성경험의 나이를 살펴보면 사춘기인 17세에서 20세가 가장 위험한 고빗길. 17~18세에 처녀를 잃은 아가씨가 43.3%이며, 19~20세가 29.7%. 그러니까 17~20세의 4년동안 전체 아가씨의 73%가 첫성경험을 갖는다는 「쇼킹」한 사실이다. 남자쪽도 마찬가지. 면(免)숫총각한 나이를 보면 17~18세에서 38.4%, 19~20세에서 37.6%로 17~20세 사이에 동정을 잃은 총각이 76%나 된다. 여성쪽에 비해 남성쪽이 17~18세에 첫경험을 가진 숫자가 더 적다는 것은 여성쪽이 더 조숙(?)하다는 의미. 이래서 남녀를 불문하고 17~20세에 초혼(初婚)한 사람은 44.2%. 그러니까 아무리 좋게 보아 주어도 결혼상대 아닌 첫 경험이 30%나 된다는 얘기다. 남성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20~23세에 결혼한 남성이 불과 34%로 17~20세에 동정을 잃은 남성 76%에 비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접객업소 종사자의 65%가 미혼이며 특히 여성쪽이 미혼경향이 더 많다는 점은 접객업소 영업에 미혼여성이 가장 알맞기 때문. 그러니까 처녀 아닌 처녀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글 김형국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집에서 고무신을 즐겨 신는다. 땅집 마당에 나설 때도 그렇지만, 집안 화장실에서도 슬리퍼 대신 고무신을 신는다. 그것도 검정 고무신. 값싼 데다 색깔이 무던해서다. 동네 목욕탕 나들이에도 맞춤한 편의품이다. 나로선 무심한 발길이지만 이웃 사람들의 눈길이 느껴질 때도 있다. 냉장고가 있는 데도 우물에 재웠다가 수박을 먹어야 제 맛이라 우기는 별종 복고풍이라 여겨서라기보다, 고무신을 신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과거가 생각나기 때문에 특히 노장층들이 눈여겨보지 싶은데, 그때마다 나는 딴청이다. 1960년대에 들어 운동화와 구두가 우리의 생활신발이 되기 이전만 해도 그 큰 자리는 고무신 차지였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안 어른은 명절빔으로 남녀노소 가족들의 고무신 장만을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 고무신의 등장은 우리 전통 민생에 견준다면 일대 생활혁신이었다. 먼 길을 가자면 여러 켤레를 준비해야 했던 짚신과는 달리, 고무신은 훨씬 질겨 오래 신을 수 있는 실용성에다 비가 내려도 물이 새지 않는 기능성이 여간 신통하지 않았다. 재야 사학자 이이화(李離和)의 고증에 따르면 고무신은 처음 일본 고베의 신발업자가 조선의 갖신, 짚신의 모양을 본받아 고안한 것이라 한다. 구두와는 달리 윗부분은 드러내놓고 아랫부분은 감싸는 모양이 특이했다. 남성용은 짚신을 본떠 코를 펑퍼짐하게 만들고, 여성용은 마른신을 본떠 뾰족하고 좁게 만든 것이 아름다웠다. 이 땅에 고무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2년 8월 5일이었다. 이날 대륙고무공업회사가 ‘대장군표’ 고무신을 생산·출시하자 당장 히트 상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출시와 동시에 순종에게 진상한 까닭에 임금이 고무신을 신은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된다. 이 인연으로 고무신 광고에 왕실까지 동원된다. 1922년 9월 21일자 제조업체의 판촉 신문광고는 “고무화를 출매(出賣)함에 있어 이왕(순종)께서 어용(御用)하심에 황감함을 비롯하여 여관(女官) 각 위의 애용을 수(受)하야…”라 적었다. 궁녀들의 주문도 답지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질세라 1932년에 창업한 경성고무공업회사의 ‘만월표’ 고무신도 비슷한 판촉을 편다. “이강 전하(순종 동생인 의친왕)께서 손수 고르시어 신고…”라는 문구의 광고인 것. 히트 상품답게 경쟁업체 간에 광고전이 치열했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때때로 고무신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고무신 색깔은 흰색, 검정색 두 종류였다. 남녀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신고 다녔다. 저급 고무로 만든 검정 고무신은 값이 싸서 도시 빈민이나 농민들도 애용하는데, 고무신을 신은 것만 보면 대감인지, 장사꾼인지, 아니면 백정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시쳇말로 양극화 해소의 극치라 할만했다. 일상화된 고무신은 우리의 복식에도 점잖게 한몫한다. 해방 전후로 백색 구두와 짝을 맞추던 극소수 멋쟁이들말고는 우리의 미감(美感)은 남녀 가리지 않고 한복에는 고무신이 제격이라 알았다. 제3공 시절의 유명 재야운동가 함석헌(咸錫憲, 1901~1989)옹의 복색이 항상 그랬다. 백발에 흰 수염을 휘날리며 흰 두루마기를 입고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라는 그의 책 제목처럼 흰 고무신을 신고 길을 나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4백(白)’을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길 만도 했다. 고무신이 우리 생활에 파고든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놀이 감이 되기도 했고, 세상인심의 한 비유가 되기도 했다. 고무신이 놀이 감이 된 사연은 그 시절이 그만큼 궁핍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마땅한 장난감이 없었던 아이들은 곧잘 고무신 한쪽을 접어 다른 쪽에 쑤셔 넣고 장난감 탱크 또는 장난감 기차를 만들어 모래밭, 흙밭에서 놀거나, 냇물에 신발을 배로 삼아 띄웠다. 성인들도 상황은 비슷했으니 우리 미술 현대사에서 기인으로 알려졌던 서양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1990)과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행각은 기상천외했다. 막걸리 말술을 앞에 놓고 장욱진은 신고 다니는 고무신을 벗어 거기에다 막걸리를 부어 벽촌(僻村) 화실로 찾아온 후배들과 함께 마신다. 그때마다 짓궂게도 고무신 바닥에 붙은 때를 손가락으로 밀었는데, 제자 가운데 아무도 그 짓이 비위를 상하게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런 술을 마셔야만 스승 같은 좋은 화가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고무신이 널리 애용된 나머지 거기에 얽힌 민담(民譚)도 그 시절에 생겨난다. “고무신, 거꾸로 신다”는 속담이 그것. 언어가 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는 증좌다. 부녀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거나, 사는 게 힘들어 도망가는 경우를 일컫는 비유였다. 다른 신발과는 달리 고무신은 신축성이 좋아서 거꾸로 신을 수도 있는데다, 신발자국이 밖으로 간 것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온 것처럼 흙바닥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좀더 멀리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사람의 변심 특히 여자의 변심을 일컬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했다(”복식으로 통해 보는 여권 신장의 의미”, 《경향신문》, 2004년 9월 18일자). 고무신의 역사는 1922년 대륙고무의 ‘대장군표’ 고무신, 1932년 경성고무의 ‘만월표’ 고무신에 이어 1948년에 국제상사의 ‘왕자표’ 고무신으로 이어진다. 고무신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신발산업은 국제상사를 선두로 1960년대에 운동화 생산에 뛰어들면서 당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다. 효자 수출상품에 그치지 않고 운동화는 단번에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고, 구두도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고무신은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일제 때의 초우량 기업 경성고무도 하는 수없이 1976년에 스포츠화 전문메이커로 전환해서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1990년 9월 초에 문을 닫는다. 고무신의 시대가 혜성처럼 다가온 지 68년 만에 끝났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제 고무신은 어쩌다 시골 장날에나 만들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그나마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세상사, 영고성쇠가 숙명인 것. ‘하찮은’ 고무신도 생멸(生滅)이 이렇게 극명하니, ‘고무신 무상(無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절명(絶命)했던 고무신이 돌연 환생했다는 소식에 나는 진작 헤어진 첫사랑의 편지를 받아든 기분이다. 10월 중순에 ‘2006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마련한 기획전에 국내작가 16명과 독일 작가 13명이 고무신을 새롭게 디자인한 ‘고무신 구두’들을 선보인 것. 고무신이란 우리의 문화적 유전인자가 끈질김을 실감한다. 디자인은 고무신 ‘귀신’을 그 모양의 구두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라 하지만, 내 보기엔 생활용품으로서 수명이 다한 고무신의 조형을, 영어 좋아하는 누구의 말처럼, ‘판타스틱한 작품’으로 환생시킬 수 있는 묘안 탐색으로 보인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 우리 도자기 선에서 모티프를 따왔던 것처럼, 이를테면 남자 고무신의 선을 따온 아름다운 건축 등이 생겨날 개연성도 기대해봄직하다. 꽤 오랫동안 우리의 발길을 편안하게 담아준 고무신의 미덕을, 그 무엇이 되었든, 현대적 용기(容器)로 되살린 좋은 본보기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오세훈 시장 노숙자 쉼터 방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노숙인 쉼터인 ‘비전트레이닝센터’를 방문, 노숙인들을 격려하고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오 시장은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 등과 대화를 나누고 치과진료실, 사무실, 목욕탕과 정신생활관 등 내부 시설을 둘러봤다. 정호택 센터장으로부터 시설 운영 현황을 보고받고 “서울시는 쉼터 퇴소 후 사후관리를 강화해 지속적인 노숙인 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대한성공회재단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생활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에는 알코올 중독·정신질환 노숙인 170명이 살고 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공중목욕탕 누가 맨처음 이용?”

    ‘맨 처음 공중목욕탕엔 누가 갔을까.’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엔 아무래도 목욕탕에 자주 가게 되잖아요? 예전엔 목욕탕에 사람이 많을 경우 옷장 대신 광주리에다 옷을 벗어놓고 탕에 들어갔었거든요. 또 그 당시만 해도 수돗물 공급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까 온몸에 비누칠을 잔뜩 하고 난 다음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던, 그런 일도 있었던 거죠. 그리고 한때는 서울시내 목욕업자들이 “목욕탕에 공급되는 수도요금을 인하해 달라. 만일 수도요금을 인하하지 않으면 공동 파업을 하겠다.”는 주장을 펼 정도로 목욕탕업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었다고요. 어떻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중목욕탕에 출입하면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들을 한두 가지 손꼽으라면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나이에도 사내 아이가 어머니를 따라 여탕에 목욕을 가도 별다른 말들이 없었던 겁니다. 지금처럼 체격조건이 좋지도 않았고, 그 나이가 되도록 여기가 남탕인지 여탕인지조차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나 이 목욕탕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 하나. 목욕하고 나와 보니까 옷광주리에 넣어두었던 새로 입고 간 그 내복 대신 난생 처음 보는 너덜너덜 여기저기 다 꿰맨 다른 사람이 입던 낡은 내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얼마나 속상했었는데요. 그때. 근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목욕탕 말입니다. 우리 서울에서 가장 먼저 현대적인 목욕탕이 들어선 것은 약 100년 전인 1907년이지요. 종로 2가에 YMCA 건물이 들어섰을 때 바로 이 YMCA엔 그 당시 YMCA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큰 목욕탕이 마련돼 있었고 일주일에 두번 수요일과 토요일에 개방이 됐던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서울에 회원제가 아닌 지금과 같은 공중목욕탕이 처음 선보인 건 언제쯤부터였을까요? 약 80년 전인 192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공중목욕탕이 처음 생긴 뒤 20년이 지나고 나서 광복을 맞던 해 1945년엔 서울시내 공중목욕탕이 48군데로 늘어났었고요. 근데 우리 서울에 목욕탕이 처음 생겼던 약 80년 전, 그 당시 서울시민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별 망측한 일이 다 있네. 아니 남들 많은 앞에 가서 어떻게 옷을 훌훌 다 벗고, 알몸으로 목욕을 하겠다는 거야.” 그래요.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난 얘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목욕탕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이런 식이었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서울시내의 목욕탕이 1500여군데. 광복을 맞은 지 약 60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서울의 목욕탕이.
  • [교육 & NIE] 겨울방학 알바 도전장

    청소년 ‘알바’(아르바이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면 한밤 중 창 밖에서 “찹쌀떡 사려.” 소리가 들리고 골목에선 군고구마를 파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아무런 자격증도, 별다른 이력서도 없이 하는 ‘막일’이라도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있다. 미성숙한 아이들의 신성한 노동인 만큼 더욱 그렇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권 사각지대 하지만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은 노동인권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정해진 급여를 못 받아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중간에 해고되면 그동안 일했던 만큼의 돈도 못 받고 내쫓기는 예도 많다. 노동부가 최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의뢰한 결과 2220명(재학생 2100명+비진학청소년 120명) 가운데 재학생 809명, 비진학청소년 91명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9명 가운데 초과근로를 요구받은 재학생은 41.3%로 이 가운데 29.1%포인트는 실제로 초과근로를 했다. 비진학청소년 91명 중에는 57.2%가 요구받아 44.0%포인트가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초과근로 수당은 재학생 49.0%, 비진학청소년 52.5%가 받지 못했다. 시간급을 받은 재학생 524명 중 46.4%, 비진학청소년 59명 중 47.5%만이 시간당 최저임금 3100원(2006년 기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는 2000∼3100원 미만을 받았다.2000원도 못 받은 청소년도 각각 9.7%,3.4% 있었다. 이처럼 낮은 급여를 받거나 제때 못 받는 등 문제가 생겨도 사업주에 요구하지 않았다는 청소년이 재학생 184명 중 63.8%, 비진학청소년 23명 중 43.5%로 대다수였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청소년은 10명 중 1명 꼴로 매우 드물다. 재학생 9.9%, 비진학청소년 18.7%에 그쳤다. 부모동의서를 쓴 재학생은 24.9%, 비진학청소년 41.8%였다. ●청소년은 근로기준법 특별보호 대상 13∼18세 청소년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뿐 아니라 연소자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보호를 받는다. 노동부가 겨울방학을 앞두고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꼭 따져봐야 할 아홉 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시간당 3100원이던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3480원으로 오르는 등 달라진 점을 특히 눈여겨 보자. #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원칙적으로 만 15세 이상이어야 한다. 만 15세 이상이지만 중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만 14세까지의 청소년들은 노동부에서 취직인허증을 받아야 한다. # 시작할 때 필요한 서류 부모나 후견인 동의서,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호적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초본을 고용주에게 내고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 # 할 수 없는 일 도덕적으로나 보건 측면에서 해롭거나 위험한 일은 못한다. 유흥주점·비디오방·노래방·전화방·숙박업·안마실이 있는 목욕탕·만화대여·카페·무도장·도살업 등에 취직할 수 없다. # 하루에 몇 시간 일하나 하루 7시간을 넘겨선 안 되지만 본인이 원할 때는 하루 1시간,1주일에 6시간 이내로 초과근로를 할 수 있다.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은 1주일에 40시간,100인 미만은 4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 밤에도 일할 수 있나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일할 수 없다. 야간 근로를 꼭 하고 싶다면 노동부에서 인가를 받아야 한다. # 휴일은 1주일에 15시간 넘게 일하고 1주일 동안 개근했으면 하루 유급으로 쉴 수 있다. 하루 근로시간이 4시간이 넘으면 30분 이상,8시간이 넘으면 1시간 이상 휴식시간도 가진다. 본인이 원하면 노동부 인가를 받아 휴일 근로도 가능하다. # 임금은 근로계약을 할 때 정하되 시간당 3480원인 법정 최저임금은 꼭 받도록 한다.5인 이상 사업장에서 휴일·야간·초과 근무 때는 50%가 가산된다.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을 명시했다면 최대 3개월간 시급 3132원(최저임금의 90%)이 보장된다. 위반한 고용주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 일하다가 다쳤다면 산재보험에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라도 산재 처리를 거부해선 안 된다. # 임금체불 및 부당한 피해에는 노동부에서 권리구제를 받자. 상담은 국번 없이 ‘1350’번, 신고는 각 지방노동관서나 노동부 홈페이지 전자민원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노동부 근로기준국 조우균 사무관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면서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근로계약서를 꼭 써놔야 나중에 문제가 될 때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알바 9계명은 ‘알자알자 캠페인’ 사이트(town.cywolrd.com//rjarja)에 자세히 나와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대선주자 24시] (7) 천정배 열린우리당 前원내대표

    [대선주자 24시] (7) 천정배 열린우리당 前원내대표

    발가벗은 몸은 솔직하다. 맨몸으로 흘리는 땀은 더 솔직하다. 아무리 가식적인 사람이라도 흐르는 땀을 조절할 도리는 없을 테니까….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과 27일 아침 7시 국회 의원회관 지하 목욕탕 한증막에서 함께 땀을 흘렸다. 홀딱 벗고 마주 앉으면 좀더 솔직한 그의 나상(裸像)을 볼 수 있을 듯 싶었다. 천 의원은 ‘모범생 이미지’답지 않게 벗자는 제안에 선뜻 응했다. 카메라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통을 벗어 던지려는 그를 비서진이 화들짝 말리면서 목욕가운을 입혔다. ▶헌정 사상 한증막에서 인터뷰한 최초의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런가?(웃음) ▶어차피 벗었으니 질문도 단도직입적으로 하겠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천정배’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경제적 안정은 물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민생 정부’를 만들고 싶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내가 분명한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지지도나 인지도가 낮은데. -내년 대선은 과거에 비해 정책과 비전이 중시될 것으로 생각한다. 새롭고, 실현 가능하며, 효과가 확실한 정책을 제시해 평가받고 싶다. ▶언제쯤 출마를 선언할 것인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문제가 정리되면 거취를 밝힐 것이다. ▶(열린우리당을 만든)창당주역으로서 다시 통합신당을 주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민주당과 다시 합치려는 것 아닌가. -창당할 때 민주당을 아우르면서 더 크게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됐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충분히 다시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당이 지금처럼 어려워진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도부의 리더십이 부족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립하고 있다. -자꾸 대통령과 싸움 붙이려고 그런 질문을 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 나는 노 대통령과 책임을 공유해 왔다. 그런 점에서 논평하는 게 적절치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향(목포)이 같은데. -그렇게 훌륭한 분과 비교하다니 과분하다. 그분의 비전, 포부, 역량을 계승하면서도 현재에 맞게 새롭게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는 그 분을 넘어서고 싶다.‘발전적 극복’이라고 할까. 대화는 자리를 옮겨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계속됐다. 천 의원은 요즘 앤서니 기든스가 주창한 ‘사회투자국가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이론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추구한 ‘제3의 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강화를 통해 ‘돈을 주는’ 복지가 아니라 ‘경쟁력을 길러 주는’ 복지 국가를 지향한다. 천 의원은 점심 때 자문교수그룹과 ‘사회투자국가론’을 토론했고, 오후에는 서울 아현동 달동네 ‘공부방’을 찾아 소외계층의 열악한 사교육 현장을 체감했다. 공부방을 나와 차에 오르면서 천 의원은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녁에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재래시장을 소재로 한 뮤지컬 ‘희망세일’을 관람했다. 하루 세 끼를 같이 먹고 밤 10시까지 ‘밀착 마크’하면서 천 의원으로부터 수시로 들은 말은 “민생과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였다. 하지만 ‘길고 길었던 데이트’를 정리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그의 장점과 단점이야말로 양면적이라는 생각이다. 미디어선거가 판치는 시대에 정치인 평균치에 미달하는 분식(粉飾)과 스타성(끼)은 그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맨몸의 땀’인 듯 싶었다. 예컨대 그는 “대중에 ‘섹스어필’하기 위해 안경을 벗고 라식수술을 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가벼운 제안에 그렇게까지 가식적일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려는 듯 순식간에 정색을 하는 식이다. 토니 블레어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OUR STORY] 노천온천 가족사랑 여행

    [OUR STORY] 노천온천 가족사랑 여행

    달력에 남은 2006년의 날들은 이제 겨우 사흘. 앞만 보고 달려온 심신에는 한해의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럴 때 온천을 찾아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보는 건 어떨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세밑 묵은 때를 말끔히 씻으며 새해설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온천하는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노천탕.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수승화강(水昇火降)과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자연섭리를 만끽할 수 있다. 때마침 함박눈이라도 내려 준다면, 한겨울 이보다 더 포근한 그림은 없을 듯하다. 특히 목욕탕의 더운 습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더욱 권할 만하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 시설까지 갖춘 대형온천들이 늘어나면서 3대(代)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글 사진 이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인천 이범기씨 가족의 새해설계 온천나들이 세종대왕과 세조 등 조선시대 군왕들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인 경기도 이천시의 온천을 자주 찾아, 몸의 나쁜 기운을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지난 2월 이곳에 문을 연 테르메덴(www.termeden.com·031-645-2000)은 서울 근교 온천 가운데 ‘가격대비 성능’이 탁월한 곳으로 소문나 있다. 단순히 온천탕만을 즐기는 일본식과는 달리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자연공원과 스포츠 시설, 오락관, 문화관 등 각종 부대시설 등이 고루 갖춰진 독일식으로 설계됐다. # 12가지 수치료 시설 테르메덴 12가지 수(水)치료 시설이 설치된 지름 30m짜리 바데풀이 자랑거리. 워터제트로 신체 각 부분을 자극해 피부활성화는 물론 안마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온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살균효과가 뛰어난 ‘쌀탕’, 진통효과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솔잎탕’ 등 다양한 ‘노천 아이템탕’과 전통 불한증막도 즐길 수 있다. 피부각질을 뜯어먹는 ‘의사 물고기’를 온천수에 풀어놓은 ‘닥터피시(doctor fish)’탕은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스릴을 느낄 만한 놀이시설은 없지만, 가족끼리 한나절 보내기엔 딱. 인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범기(38·인천)씨 가족 또한 휴식과 새해설계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어린이집을 운영하느라 바쁜 아내와 평소 얼굴 보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모처럼 시간을 냈습니다. 한겨울에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네요. 맨살을 마주하며 따뜻한 정을 느낄 수도 있고요.” 야외풀장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물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나는 아이들에게 울퉁불퉁하고 통통 튀는 슬라이드는 최고의 물놀이 시설이다. 야외풀장 또한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황성용 운영계획팀 대리는 “천질(泉質)에 특정 성분의 농도가 과다하게 내포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성분이 골고루 포함돼 있는 나트륨 알칼리성 단순천인 것이 특징”이라며 “지하 1200m에서 매일같이 1500t가량을 퍼올려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온천은 대부분 단순천. 자극성이 없이 부드럽고 온화해 노인은 물론 어린이에게도 잘 적응되는 온천수로 분류된다. # 각질 뜯어먹는 닥터피시탕 인기 야외풀장에서 시간을 보낸 이씨 가족은 이번엔 뜨끈한 ‘쌀탕’에 몸을 담갔다. 이천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쌀겨를 푼 탕이다. 각자 눈을 지그시 감은 것이 새해 설계라도 하는 모양이다. 내년에 중이염 수술이 예정된 큰딸 진아(9)양의 새해 소망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귀가 잘 들려야 피아노도 칠 수 있잖아요. 열심히 연습해서 꼭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예요.”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막내 종민(6)이는 “비밀인데요. 여자친구 소연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파묻었다. 이제 이곳의 자랑거리 ‘닥터피시’를 만날 차례다. 섭씨 40도 정도의 온천수에서 인체의 각질을 먹으며 살아가는 물고기다. 야외 족탕에 풀려 있는 1만마리의 닥터피시는 중국 하이난성에서 들여온 친친어. 황 대리는 “밤새 굶은 채로 있다가 오전 11시에 탕을 개방하면 난리가 날 정도로 사람들에게 달라 붙는다.”며 “사람이 몰리는 주말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월요일엔 20∼30마리 정도가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들이 탕에 몸을 담근 지 1분쯤 지났을까. 닥터피시들이 새까맣게 몰려 들기 시작했다. 진아와 종민이는 간지럽다며 아우성이다. 그것도 잠시. 살아 있는 생명체가 몸을 깨끗이 해주는 것이 즐겁고 신기한 듯, 아우성은 이내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이씨의 아내 조진숙(38)씨 또한 “의학적 효과 여부를 떠나서, 일년 묵은 때가 한꺼번에 씻겨 나가는 듯 개운하네요.”라며 편안한 자세로 물고기들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겨울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하지만 따스한 노천탕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겨울 맛을 그 무엇과 견줄 수 있을까. # 가는 길 자가용:영동고속도로 이천 나들목→안성, 설성 방면→약 15㎞ 직진.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안성, 설성 방면→약 20㎞ 직진. 대중교통:이천행 고속버스(1시간 소요)→이천터미널에서 테르메덴까지 왕복운행하는 셔틀버스나 시내버스 16-1번. # 주변 관광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세계도자기센터(www.worldceramic.or.kr)에 들러볼 만하다. 도자를 놀이로 체험하는 토야 교육관 ‘도자가 뭐야’에서는 도자가 제작되는 전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031)631-6501. ■ 테마별 노천온천 7곳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끼리 가볼 만한 전국의 노천 온천 중 테마별로 특징이 있는 7곳을 골라봤다. # 오션캐슬 선셋 스파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기고 싶다면 충남 안면도 오션캐슬의 선셋 스파가 그만이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꽃지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뷰 스파. 기포욕으로 피로를 풀고, 멀리 보이는 해넘이 풍경에 눈을 씻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4000원.(042)671-7070. # 아산 스파비스 충남 아산시의 아산 스파비스는 한여름처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노천 온천풀은 물론, 유아풀, 어린이 슬라이드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신 마사지는 물론, 건강진단까지 받을 수 있어 ‘종합 보양 온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른 2만 2000원, 어린이 1만 4000원.(041)539-2080. # 산정호수 한화콘도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명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산정호수 한화콘도의 노천탕은 단풍나무와 대나무가 있는 겨울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잎을 떨구고 있지만, 탕에 들어가 푸른하늘을 보면 제법 자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031)534-5500. # 설악 워터피아 미시령 아래 자리한 워터피아는 설악산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펼쳐지는 10여가지 노천 테마탕이 일품. 워터피아의 암반은 이웃한 척산온천과 같은 단층대에 속해 있어 온천수질이 매우 좋은 것이 특징이다.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2만 9000원. 한화콘도 투숙객의 경우 어른 3만 1000원, 어린이 2만 3000원.(033) 635-7711. # 덕산 스파캐슬 43가지 성분이 포함된 49℃ 덕산 온천수가 자랑인 스파캐슬(www.spaca stle.com)은 아이들과 찾기 좋은 곳. 유수풀, 키디풀, 워터 슬라이드가 모여 있는 써니레이 등 다양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다. 사우나+노천탕 이용요금 어른 4만 8000원, 어린이 3만원.(041)330-8000. # 무주리조트 노천탕 스키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온천욕과 같은 ‘아프레 스키(스키 뒤풀이)’의 조건에 따라 스키장의 품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아프레 스키를 도입한 곳은 전북 무주리조트. 설원을 누비다 세솔동에 있는 구절초 사우나와 노천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어른 1만 3000원, 어린이 9000원.(063)320-7894∼6. # 경기 광주 스파 그린랜드 경기도 퇴촌에 자리잡은 스파리조트.1000t의 자연석과 조경수로 꾸며진 폭포 노천탕과 정원을 거닐며 발지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노천 정원족탕이 인기. 화가 쇠라의 작품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예술품을 동원한 인테리어도 특징. 최근엔 ‘닥터피시탕’도 새로 조성했다. 주말 자유이용권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5000원.(031)760-570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온천의 건강학 예부터 인간은 몸의 이상이나 각종 질병에 맞서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동양의학은 약물요법, 자극요법, 양생요법 등으로 세분화하며 발전했다. 온천을 이용한 건강법은 이 중에서도 물의 온도와 인체에 대한 마찰, 물 자체의 성분을 이용한 수치료법에 해당된다. 이후 수치료법은 냉온교호욕, 월풀(Whirl pool), 허바드(Hubbard)욕, 냉·온찜질, 진흙욕, 파라핀 등으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 온천욕이란 온천욕은 예부터 전해지는 수치료법의 일종이다. 온천수는 온열 효과, 기계적효과 그리고 각종 전해질과 염류 성분에 의한 약물학적 효과, 삼투압에 의한 생체변조 효과를 갖고 있다. 온천수는 지상으로 용출되는 지하수 중에 유황이나 방사능 등이 포함된 물로, 온도는 다양하다. 온천수 중 섭씨 25.5도 이하를 냉천,25∼34도를 미온천,34∼42도를 온천,42도가 넘으면 고온천으로 분류한다. # 온천욕의 효과 물의 자극효과는 온도, 온천수의 적용 속도와 피부 면적에 따라 결정되며, 피부와의 온도차가 클수록, 또 적용 속도가 빠르고, 적용 면적이 넓을수록 자극 효과가 커진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온천욕은 생리화학적 면에서는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심부조직과 말초혈관에 다량의 혈액을 공급해 울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전신 온천욕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심장 박출량을 늘리므로 처음에는 약간 혈압이 오르다가 이내 혈압이 낮아져 몸이 안정된다. 호흡도 처음에는 약간 헐떡거리지만 곧 호흡률과 호흡의 깊이가 증가해 안정된다. 피부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홍조가 나타나며 촉각 감수성도 증대된다. 온천욕은 또 한선을 자극, 땀을 나게 하며, 피부 발한은 소변을 줄이고, 인체의 대사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런 온천욕은 인체 조직에서 지방산과 가스, 이산화탄소 입자와 같은 많은 방향족 물질을 제거해 건강을 지켜준다. 정리하면 온천욕은 첫째 피로와 자극 해소 및 근육을 이완시키고, 둘째 한선을 자극해 땀을 배출하며, 셋째 말초혈관을 확장, 심박출량을 증가시킨다. 또 혈압을 낮추고 혈행을 개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며 신경계에 작용해 진정작용 및 동통을 완화한다. # 동양의학에서의 온천수 효과 온천수를 마시거나 목욕을 통해 질병을 이기게 하는 치료법을 천수요법이라 한다. 당연히 수질이 중요해 나쁜 수질의 물을 이용하면 다른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천수요법은 전통적으로 내·외·소아·안과 등 각 과에 두루 사용했고, 근골, 피부질환, 마비질환, 탈모 등에도 적용했다. 천수요법의 한의학적 원리는 물의 유윤작용(濡潤作用)이 인체 장부기기(臟腑氣機)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원활히 하고, 물의 자영작용(滋榮作用)은 기혈진액(氣血津液)의 순환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은 대개 성미(性味)가 감평(甘平)하며,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온천수는 대체로 성미가 신열(辛熱)하고 약간의 독이 있어 목욕을 하면 개선(疥癬)과 창독(瘡毒) 등의 피부질환에 좋고 더불어 경락과 기혈을 통하게 하며, 어혈을 없애고 정신을 유쾌하게 한다. 또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류머티즘, 신경통, 골수염, 신병광질환, 대사성 질환 등에도 좋다. 도움말: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 식후 1~2시간후부터, 급성질환자는 피해야 건강에 좋은 온천욕이지만 무작정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온천욕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따로 있는가 하면 온천욕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온천욕을 잘하기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짚어 본다. 온천욕은 식사 후 1∼2시간쯤 지나 음식물이 적당히 소화된 뒤에 시작하는 게 좋다. 입욕 전에 온천수를 한 잔 마신 뒤 입욕하면 체내 노폐물을잘 배출시키고 많은 땀을 흘려 올 수 있는 탈수현상도 막아준다. 입욕해서는 냉·온탕을 번갈아 이용하는 게 좋다. 인체는 냉탕에서는 산성으로, 온탕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냉·온욕을 되풀이하면 체액이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은 냉탕 1∼2분, 온탕 10∼15분 정도가 좋다. 온천욕을 하는 동안에는 때를 밀 필요가 없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피부가 미끈거려 때가 잘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온천수에는 피부에 유익한 각종 미네랄 성분이 많으므로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물기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상태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각종 질환을 가져 온천욕이 해로운 경우도 있다. 급성 폐렴, 급성 기관지염, 급성 중이염, 급성 편도선염, 급성 간염과 감기 등 모든 급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온천욕을 피하는 게 좋다. 또 아주 심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병, 내출혈 증상, 위·십이지장궤양을 가진 사람도 온천욕을 피해야 한다. 식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채 음식이 소화되지 않았거나 공복으로 허기진 상태로 입욕하는 것도 금기. 또 음주 직후나 내복약 또는 주사를 맞은 직후, 심신이 매우 지쳐 있거나 과도한 흥분 상태에 있을 때도 온천욕을 피해야 한다. 온천의 특정 성분 때문에 온천욕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신장병 환자는 식염천과 중조천을 피해야 하고, 위장이 과민한 사람이나 병후 심신이 쇠약한 사람은 탄산천과 유황천이 좋지 않다. ■ 자료제공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장면1 “할아버지, 시원하시죠. 물이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씀하세요. 아버지를 이렇게 목욕시켜 드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안양 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치매와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목욕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1996년 복지부 장관 재직 때부터 1년에 한두 차례 해온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그는 노인들을 목욕시킬 때마다 자신이 3세때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을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부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집안에 보관 중인 사진을 통해 아버지의 얼굴을 봤을 뿐이다. 손 지사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7남매를 키웠다. 손 지사는 옆에서 같이 목욕 봉사를 하던 정용대 안양시 만안구 지구당 위원장이 “할아버지, 지금 목욕시키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세요.”라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노인들한테 좋은 일 한답시고 “내가 누구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경스러운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봉사활동을 하러 왔으면 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 지사는 목욕행사를 마친 뒤 이날따라 노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린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통령을 꿈꾸는 번듯하게 큰 자식의 손으로 아버지의 몸을 꼭 씻겨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무척 간절했다.”며 혼잣말을 던지면서 목욕탕을 나왔다. #장면2 21일 밤 10시 강남역 근처 한 감자탕집. 손 전 지사가 젊은이 30명과 함께 호프 미팅을 가졌다. 이날 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강연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연합 회원들과의 자리였다. 그는 맥주와 소주가 두 순배쯤 돌자 영어를 섞어가며 대학생들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던 유학시절 얘기도 들려줬다. 손 전 지사는 “이념·지역·세대의 벽을 뛰어넘어 한나라당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한다.”며 “청년, 학생 등 다양한 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면3 2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아시아 미래재단을 찾았다. 말이 연구소지 건물 입구에 ‘활어타운’이라고 큼지막하게 씌어진 간판이 새겨진 창고 같은 건물이다.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동안 건물 주변을 헤매다 건물관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왼쪽으로 돌아서니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숨가쁘게 걸어 올라갔다. 용을 쓰고 계단을 올라가서인지 손 지사와의 단독 인터뷰는 다소 도전적으로 시작됐다.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에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불쑥 내밀었다. 이중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3.6%인 모 방송국의 조사 결과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의외로 웃음으로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아직은 일러요. 본선 경쟁력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후보들의 검증이 본격화되면 ‘손학규의 가치’가 훌쩍 올라갈 겁니다. 정말 본선에 가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반드시 올 겁니다.”라고 짐짓 여유까지 보였다.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재차 물었다. 그는 “민주화 투쟁 때는 온몸을 던져 투쟁했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했다.”며 “이후 경기지사를 하면서 ‘CEO도지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경제 건설상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지역간 갈등을 아우르며 갈 수 있는 지도자는 자신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또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를 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며 특유의 개혁론을 이어갔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실정을 하고, 엉망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으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한나라당의 지지로 (일시적으로)왔을 뿐이어서 당이 진정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6) 부산 아동보호쉼터 입소자들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6) 부산 아동보호쉼터 입소자들

    “형과 누나들이 잘해 줘요.” 아버지와 부산역에서 노숙을 하다 지난 10월 초 부산시 아동 보호종합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생활 가정(쉼터)’에 입소한 박일용(8·가명·초등학교 1년)군에게 최근 엄마와 누나, 형들이 생겼다. 박군은 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이곳에 온 누나, 형들과 친동기처럼 지내며 ‘가족의 정’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이곳에는 막내인 일용이를 비롯해 이경식(9·가명·초등학교 2년 휴학), 경희(18·가명·여·고3) 남매와 김이슬(14·가명·여·중학교 2학년 휴학 ), 성한(13·가명·중학교 1학년 휴학) 남매 등 모두 5명이 ‘보육사 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34평 크기인 쉼터는 방 3개와 거실, 주방, 목욕탕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겉으로 봐서는 단란한 가정집과 다름없다. 지난 15일 오후 쉼터를 찾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갖고 있지만 꿈과 희망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막내 일용이는 의붓엄마가 전세금을 몰래 빼내 달아나는 바람에 졸지에 아버지와 함께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부산역 주변을 헤매다 주위의 신고로 쉼터를 찾았다. 처음 쉼터에 왔을 때에는 대·소변을 못가리는 등 일상 생활에 적응을 못했으나 2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나아졌다. 이단영(25) 보육사는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유치원 수준이며 낯선 사람이 오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방인에 대해 경계를 하던 일용이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셈본책을 가져와 숫자놀이를 하며 한마디씩 말을 건넨다.“잘한다.”며 칭찬을 하자 신이 난듯 숫자딱지를 들고 중얼거린다. 암기력이 뛰어나고 그림을 곧잘 그리는 일용이의 꿈은 화가다. 가끔 아빠가 보고 싶지만 다시 노숙 생활을 하기는 싫다고 했다. 남매인 경희와 경식이는 지난달 12일 이곳에 왔다. 나이가 가장 많은 경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40)의 폭력에 못 이겨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됐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경희를 때렸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모와 할머니에게도 행패를 부렸다. 입소하기 전에 아버지가 칼등으로 머리를 때려 병원에서 다섯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모가 신고해 동생 경식이와 함께 이곳에 왔다. 숙녀티가 나는 경희는 최근 전문대에 합격, 내년에 대학생이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틈틈이 일어공부도 하고 있다. 장래 희망을 묻자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현모양처’라고 말한 뒤 쑥스럽게 웃는다. 경식이는 축구선수가 꿈이다. 영화배우 이준기와 축구선수 안정환이 우상이다. 꽁지머리를 길게 길러 한껏 멋을 냈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성숙한 경식이는 여기 오기 전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면 공격수를 했다고 자랑했다. 누나가 있어 외롭지 않다는 경식이는“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 자신과 같은 어린이들을 돕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지난 12일 입소한 연년생인 이슬이와 성한이 남매도 가정폭력의 아픔을 갖고 있다.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이슬이는 계모가 가위로 머리를 깎고 담뱃불로 지지는 등 모진 학대를 당했다.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발육상태가 나빠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얼굴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사진 찍기를 싫어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성한이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여기 오는 바람에 잠시 학교를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다고 했다. 복학한 뒤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학과 한자공부도 열심이다. 보육사 선생님이 해주는 음식도 맛있고 불편한 게 없다며 여기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눈치다. 성식이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처 입은 어린이들을 돌볼 거예요.”. 이들은 아동복지법규상 3개월(1회에 한 해 3개월 연장)까지만 여기에 머무를 수 있다. 이후에는 입양 및 위탁 또는 장기복지시설로 옮겨야 한다. 지난 11월1일 문을 연 ‘아동학대쉼터’는 그동안 7명의 어린이들이 거쳐갔다. 일부는 친인척집에 맡겨졌고, 일부는 장기보육시설로 옮겨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쉼터는 초기상담과 전문적인 심리치료까지 체계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이 조기에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원은 총 14명이며 만 18세 이하의 아동만 입주할 수 있다. 의식주와 의료지원, 학업지원 등을 하며, 상근 보육사 3명이 어린이들을 돌본다. 학대아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일순씨는 “부모들로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이 아픈 상처를 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떠올라 뒤돌아 보기를 거듭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깔깔깔]

    ●하루살이의 결투 신청 메뚜기가 길을 가다 하루살이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하루살이는 메뚜기한테 욕을 해댔다. 열받은 메뚜기가 하루살이를 두들겨 패버렸다. 집으로 돌아간 하루살이는 형에게 복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형 하루살이는 자기 부하 5000마리를 데리고 메뚜기한테 갔다.“헉.1대 5000이라니.” 승부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메뚜기가 말문을 열었다. “내일로 미루자.”●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동화1. 선녀와 나무꾼:여성 목욕탕에 대한 흥미유발.2. 재크와 콩나무:농약의 과다사용 유도.3. 금도끼 은도끼:지나친 선물이 오고감.4. 인어공주:공주병의 원인.5. 흥부전:가족계획에 대한 반항.
  • [대선주자 24시] 고건 前총리

    [대선주자 24시] 고건 前총리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고건 전 총리는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15일 오후 2시, 고 전 총리는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 자리잡은 멜론 농장을 향했다. 광주에서의 조찬 강연을 시작으로 벌써 이날의 3번째 일정이다. ●말은 아끼고 자신감은 넘친다 “도지사 시절엔 물난리가 많이 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상전벽해가 따로 없군요.” 후덥지근한 멜론 하우스에서 차근히 설명을 듣다 입을 뗐다. 멜론 따는 방법을 들은 뒤 10여개를 직접 따기도 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준비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서는 목포로 발길을 돌렸다. 멜론이 달다는 칭찬 대신 “멜론은 (야채가 아니라)과일이다.”라고 말한 게 전부다. 고 전 총리는 말이 없다. 아니 말을 아낀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먼저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고 특히 기자들에게는 극도로 조탁된 말만을 한다. 하지만 어디를 방문하든 관료 시절 얘기는 반드시 꺼낸다. 광주, 나주, 목포를 방문한 이날은 전남 도지사를 지내던 때 사연들을 꺼냈다. 그 시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저녁 서울에서 한 언론사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로 날아왔다. 광주·전남 지역 경영자총연합회 초청 강연을 위해서다. 즉석에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않고 준비된 원고를 거의 그대로 읽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원고는 이미 본인이 토씨하나까지 꼼꼼하게 체크한 것이다. ●“검증 받은 국정운영 능력 알아줄 것” 이날 강연회에는 평소 200석을 못 채운 것과 달리 70석을 추가로 놓을 정도였다. 어디 가나 시민들이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이 지역에서 고 전 총리의 높은 지지를 방증한다. 인기 비결을 묻자 “도지사 시절 도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정체된 지지율에 대해서는 “언론이, 국민 여론이 여권 인사로 분류하고 있어 여당에 대한 국민 평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도실용 노선의 모습이 갖춰지면 검증 받은 국정운영 능력을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원탁회의 구성 시기에 대해서는 “12월 하순이라고 말했지만 그에 구애 받지 않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신당이 구체화되는 시기를 3∼4월로 내다봤다. 광주의 경우 올해 공식 방문만 따져도 3번째다. 하지만 목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KTX 개통식 때 온 이후 처음이다. 목포가 어떤 의미냐고 묻자 역시나 특별한 답은 없다.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적 텃밭이다. 제2의 호남 대표 주자를 표방하는 그에게 목포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예정에 없던 목포 유달산 등산이 목포시청 방문 전에 추가됐다. 유달산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선 유세 연설에서도 등장하는 목포의 상징이다. 그는 광주 하남 공단 내 공장 2곳을 둘러보고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무표정에 가까운 그는 ‘근엄하다’는 인식을 깨려는 듯 직원들과 사진 촬영을 할 때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총리 바지가 짧은 이유는? 키 180㎝에 테니스와 요가로 다져진 호리호리한 체격으로,S자는 아니지만 H자 라인을 자랑하는 고 전 총리.‘옷거리’가 좋을 것 같지만 껑충한 바지가 동행하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이에 한 측근은 “다른 정치인들처럼 맞춤 양복을 입지 않고 기성복만 입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고 전 총리가 즐겨 입는 국내 브랜드 몇 개를 알려줬다.10년 넘게 호텔 사우나 대신 동네 목욕탕을 다닌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의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전 총리의 발걸음은 유달산에서 내려와 목포시청과 전남도청을 방문하고 지역 인사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서울에 올라와 멈췄다.“앞으로 바빠지시나요?”라고 묻자 “일정이 빡빡하면 바빠지는 거지.”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대권을 향해 뛰기 위해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광주·목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깔깔깔]

    ●식인종의 식사방법 어느날 식인종 가족이 어떤 남자를 잡았다. 식인종 가족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작은아들이 말했다. “엄마, 우리 그냥 날 것으로 먹자.”여태까지 구워 먹었던 터라 엄마도 승낙했다. 작은아들이 재빨리 남자의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는 “엄마 이거 어떻게 먹어?” “그것은 주물러 크게 만들어서 먹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단다.”●남자가 강아지보다 편리한 점 1. 돈을 벌어 온다. 2. 데리고 다닐 경우 여자 목욕탕을 제외하고는 출입제한을 받지 않는다. 3. 간단한 심부름은 시킬 수 있다. 4. 혼자 두고 여행 다닐 수 있다. 5. 생리적인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전남·북 3곳 주민활동 탐방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전남·북 3곳 주민활동 탐방

    전통은 흔히 낡고 불편한 ‘구닥다리’로 여겨진다. 전통의 보전적 가치만을 고려한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은 조상들이 수백, 수천년을 쌓아온 삶의 지혜가 응축돼 값진 자산이다. 전통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창조할 때 미래가 열릴 수 있다. 전통에 대한 해석은 우리 후손들의 몫이자,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 전주 한옥마을 솟을대문과 대청을 지나 방지문을 넘어서면 천장형 에어컨과 벽걸이 TV가 걸려있고, 수세식 화장실이 딸린 온돌방이 있다면 한옥일까 양옥일까.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위해 ‘껍데기’만 복원한 민속촌이 아니라, 현대인의 구미에 맞도록 전통을 재창조한 주거지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교동 일대 전통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이 슬럼가에서 최고의 주거지로 거듭나는 데는 꼬박 30년이 걸렸다. 1977년 전주시는 이곳을 한옥보존미관지구로 지정, 건물을 새로 짓거나 개조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에 주민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마을은 차츰 슬럼화됐다.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전주시는 1999년 이곳을 전통문화특구로 재지정, 본격적인 정비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낡은 한옥을 사들여 한옥생활체험관, 공예품전시관, 전통문화센터 등 각종 문화시설로 바꿨다. 겉모양은 전통 양식을 따랐으나, 내부는 현대식으로 설계됐다.2002년에는 한옥보전지원조례를 제정, 주민들이 한옥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최고 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땅도 매입해 공동주차장이나 공원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마을을 찾는 방문객 수가 매년 80만명을 넘고 있다. 평당 50만원 안팎이던 땅값은 최고 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주시내 주거지역 땅값 가운데 단연 최고다. 고언기 전주시 전통문화진흥과장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 했다면 지금의 한옥마을은 없었을 것이며, 전통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면 불편한 게 아니다.”면서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이 가장 뛰어난 관광지라는 원칙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체 건물 780채 중 15%가량은 정비가 필요한 양옥 등이다. 김성수 전주시 행정혁신과장은 “공급과 수요가 제한적인 탓에 전통가옥의 평당 건축비는 700만원 안팎으로 양옥의 2∼3배”라면서 “한옥마을에 ‘장인학교’를 설립해 공급을 늘려 건축비를 낮출 경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곳에서 70년째 한약방을 운영하는 한광수씨는 “주거기능을 유지하려면 민박이나 상점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하며, 상업시설 총량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광시설은 마을 공동소유로 전환해 주민들을 위한 소득기반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완주 한지마을 “한 우물을 판 조상들의 말없는 가르침을 이제 알겠습니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주산지로, ‘전주 한지’가 명성을 얻게 된 근원지인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원리 대승마을 주민들은 이처럼 입을 모은다. 김한섭 이장은 “조선시대 당시 이곳에서 생산된 한지는 궁중진상품이자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에 속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면서 “하지만 90년대 말부터 한지 생산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한지를 모방한 고려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속칭 ‘짝퉁 한지’가 생길 정도였던 한지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이다. 오·폐수 처리시설을 갖추려는 노력 대신 한지공장의 문을 닫는, 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1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결정은 주민들의 소득 감소와 이주로 이어졌다. 정부 주도의 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된 것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마을이 일순간에 기반을 잃어버린 것이다. 현재 완주군은 전국 한지 공장의 80%가 몰려 있고, 한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량 기계로 생산되는 한지는 조상들의 솜씨를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홍씨는 “한지가 명성을 쌓은 비결은 바로 도침방아”라면서 “수작업이 필요한 도침방아는 종이를 질기고 얇고 광택이 나도록 하며,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쓰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남아 있는 도침방아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훼손됐지만, 대승마을에는 도침방아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또 한지 생산전문가 10여명도 여전히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 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올해 초 작목반을 구성, 화선지 30만장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닥나무 3만주가량을 심었다.10만주까지 늘려 연간 5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예원예술대 한지문화연구소와도 손을 잡았다. 주민들은 닥나무를 재배하고, 장인들은 한지를 제작하고, 전문기관은 판매를 지원하는 ‘3위 일체’를 이뤄 나가겠다는 취지다. 문윤결 한지문화연구소장은 “비단은 500년, 한지는 1000년을 간다는 명품성을 되살리려면 수제 방식을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지 소비가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기능성을 추가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순창 고추장마을 고추장 등 장류를 못 담그는 지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반면 각종 노하우가 대대손손 대물림으로 이어져 왔지만, 장류 담그기를 산업화한 지역은 전북 순창군이 거의 유일하다. 순창이 고추장과 된장, 간장, 청국장 등 각종 장류 식품을 팔아 한 해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장류 담그기에서 ‘원조’ 논란이 일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순창이 장류산업의 본거지가 된 중심에는 순창읍 백산리 전통고추장마을이 있다. 한금수 순창군 장류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장류 생산이 가내수공업 형태로 뿔뿔이 흩어져 이뤄지면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면서 “이같은 단점을 극복해야 산업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1997년 2만 5000평의 부지에 전통고추장마을을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허 벌판에 새롭게 들어선 일종의 ‘계획 마을’인 전통고추장마을에는 현재 전통고추장 제조기능인을 중심으로 34가구 28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24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만큼 웬만한 기업보다 낫다. 장류의 원료가 되는 고추와 콩 등을 계약재배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마을은 전통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모두 한옥으로 지어졌다. 장류연구소와 장류박물관, 장류체험관 등 갖가지 시설도 갖춰져 있어 장류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마을을 찾은 방문객만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10년까지 10만평 부지에 장류식품의 규격화를 주도할 발효미생물종합활용센터 등도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은 마을이라기보다는 ‘공장’에 가까운 만큼 보완해야 할 점도 남아 있다. 여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용실이나 목욕탕 등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4㎞가량 떨어진 읍내로 나가야 한다. 전통고추장 제조기능인만 선별해 입주시켰기 때문에 이웃은 곧 경쟁자이다. 주민 김승우씨는 “주민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때문에 주민간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젊은 세대의 문화적 욕구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도 부족해 대가 끊길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도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순창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깔깔깔]

    ●여자 몸값? 남자 몸값? 남자가 여자에게 장난을 걸었다. 남자:“여자의 몸 값은 얼마나 될까?” 여자:“글쎄.” 남자:“7100원밖에 안돼. 호박 한 개 2000원, 호빵 두 개 1000원, 건포도 2개 100원, 무 두 개 4000원이야.” 듣고 있던 여자가 즉각 남자의 몸값을 계산했다. 여자:“그럼 남자는 메추리알 두 개 100원, 풋고추 한 개 20원. 총 쓸 만한 건 120원어치밖에 안되네.”●목욕탕에서 5살 먹은 아들을 둔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목욕탕을 가게 되었다. 목욕탕 앞에서 엄마는 아들을 여탕으로 데리고 가려 했지만, 아이는 아빠를 따라 간다고 우겨서 결국 남탕으로 가게 되었다. 아이가 탕속을 왔다 갔다 하다가 비누를 발로 밟고 쭉 미끄러지면서 아빠의 거시기를 잡았다. 그래서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이고, 오늘 엄마 따라 갔으면 갈뻔 했네.”
  • 정선의 또다른 노다지 ‘生약초’

    정선의 또다른 노다지 ‘生약초’

    ‘해발 400m 이상 백두대간에서 자생하는 생약초로 부농을 꿈꾼다.’ 폐광으로 경기가 침체된 강원도 정선군이 ‘생약초 특화지역 조성사업’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정선군은 24일 당귀·오미자·황기·야생들국화(강국)·잔대(딱주기)·곤드레 등 관내에서 자생하는 250여종의 생약초를 다양한 산업으로 특화하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자생하는 생약초들을 기능성 음식과 화장품,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정선군의 기간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설명이다. 이미 임계면 도전·직원·가목리 등 백두대간 5개 마을을 중심으로 1만 800여평 규모의 체험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내년 초 250여종의 생약초를 심으면 곧바로 농촌체험 외지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서는 숙박뿐 아니라 생약초 캐기체험과 약초로 빚어진 각종 술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올 연말 크리스마스 때는 서울대공원측과 협의, 순록 3마리를 들여와 이벤트도 펼칠 계획이다. 약초체험장을 정선군의 명물로 떠오른 구절리∼아우라지까지의 레일바이크(철길 자전거), 정선 5일장, 강원도가 임계면에 추진중인 수목원 등과 연계하면 체험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곤드레 쌈밥, 오가피 절임, 약초 약과, 약초 빵, 약초 국수 등 생약초를 원료로 한 다양한 기능성 음식은 이미 개발돼 곧 출시된다.170여종에 이르는 음식을 개발해 놓고 최근 선정위원회에서 50종의 음식만 상품으로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홍보와 실습·교육용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뒤 내년 초부터 정선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상품화에 나서게 된다. 생약초 음식점을 알릴 수 있는 로고를 만들어 음식점 간판에 부착토록 하는 등 세세한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최근에는 버려지던 가시오가피 열매를 활용한 와인을 개발해 호평을 얻는 등 생약초를 재료로 한 술과 음식들이 속속 시음회를 통해 나오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민간자본을 유치해 약초를 원료로 한 화장품을 개발하고 찜질방, 목욕탕 등 건강·실버산업과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군에서는 수년내에 화장품공장 등 20여개의 생약초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공장들이 들어 올 것으로 예상한다. 농가소득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정선군은 지난 2005년 농가 전체 소득이 237억원이었지만 생약초산업이 활성화되는 2010년에는 49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같은 생약초를 테마로 한 발상은 이미 2005년부터 3년간 정부로부터 신활력사업 전국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에는 국비 84억원을 포함해 민자 등 모두 139억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국무총리상에 이어 올 업무추진 인센티브까지 정부로부터 얻어 9억원의 추가 재원도 확보했다. 유창식 정선군수는 “벌써부터 인천의 옹진군과 강화도, 서울 성동구 등에서 벤치마킹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생약초 공동브랜드 개발을 이미 완료해 수도권 지하철과 서울시내버스 및 주요 국도변에 광고물을 설치하는 등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

    여성성이 거세된 늙은 여인은 생산성을 잃은 존재에 지나지 않거나, 삶의 주도권을 잃은 나이 먹은 사내는 퇴역장군의 어깨에 매달린 상징뿐인 별 모양의 쇠붙이에 불가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그의 늙음은 가히 주술적이다. 뙤약볕의 개구리처럼 끔찍하게 마른 사지 오그라든 젖통이, 눈꺼풀은 돌비늘, 눈알을 덮고 나무옹이 같은 입’이라고 참으로 암울하게 목욕탕의 어느 노파를 묘사했던 시도 있었을까. 하지만 나이는 상징일 뿐이고, 주름은 피부의 표면일 뿐이다. 가슴 안에 생생한 심장이 뛰는 한, 기회는 무한하고 청춘은 영원할지니! 56세 여자와 63세 남자가 펼치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2003년). 사실, 이 영화는 온통 판타지투성이다. 여전히 착한 몸매를 자랑하는 다이앤 키튼도 그렇고, 심술첨지 대마왕 같은 잭 니컬슨의 어린 여성 편력도 그렇고, 다이앤 키튼이 잘생긴 키아누 리브스를 놔두고 왜 배 나온 잭 니컬슨을 좋아하게 되는가를 보면 불평의 소리마저 나오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못된’ 생각과 편견을 향해 따끔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사랑은 몸이 아닌 정신의 끌림이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달콤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젊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흉측하게 시든 늙은 육체로 보일지라도, 우리의 노화된 육체도 부드럽게 파고드는 사랑의 유희와 짜릿한 충일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랑스러운 몸이라는 것 등을 말이다. 그리고 교감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자의 ‘영혼’까지. 자, 이쯤 되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 무엇인지 아실는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만난 7일간의 러브 스토리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2003년).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중년의 밥 해리스는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낯선 문화와 환경에 대해 단절과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말이 통하지 않는 CF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와 겉돌기만 하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는 그를 더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 막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여행을 왔지만, 막연한 불안감과 무관심한 남편에게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인생의 길을 잃고 가슴 속에 공허함만 남은 밥과 샬롯은 호텔 바에서 마주친 후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발견하고, 묘하게 이끌리게 된다. 어디서도 소통하지 못한 그들이 지구의 반 바퀴를 돌고 세대의 차이를 넘어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친구로 만나게 된 것. 그 만남은 각기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가야 할 길을 되찾게 해 주는데…. 난 지금도 홀로 환갑을 맞으신 어머니의 연애를 바란다. 나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더 많은 여유와 지혜의 샘을 기대한다. 나이 어린 자들이 생각의 어림을 극복하거나, 나이 많은 자들이 자신만의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꿈꾸고 바라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각자마다 다른 시기이겠으나, 나이듦의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늙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
  • 토성에 허리케인급 태풍

    토성에 허리케인급 태풍

    직경만 8000㎞, 중심 풍속은 시속 550㎞, 태풍의 ‘눈’ 주위에 세워진 높이 32∼72㎞의 깔때기 모양 난층운(亂層雲) 벽 등. 초대형 허리케인 얘기가 아니다. 토성에서 지난달 11일 발생한 허리케인급 태풍의 진면목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카시니호가 토성의 극지대 상공 33㎞에서 촬영한 사진 14장을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태풍의 직경은 무려 8000㎞로 지구 지름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지구외에 다른 천체에서 이 같은 허리케인급 태풍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이 태풍은 선명한 ‘눈’과 그 주위를 둘러싼 깔때기 모양의 난층운을 갖고 있어 전형적인 허리케인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지구의 허리케인과 달리 이 태풍은 극지대에 머물러 있을 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CIT)에 있는 카시니 영상 추적팀의 앤드루 잉거솔 박사는 “허리케인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것이 무엇이건 우리는 ‘눈’을 계속 주시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성에서도 이번에 토성에서 발견된 것보다 훨씬 큰 모양의 태풍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그때는 허리케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눈’이나 난층운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보통 지구에선 허리케인의 ‘눈’이 엄청난 수증기를 빨아들였다가 바다의 따뜻한 기운과 만나 갑작스럽게 치솟았다가 엄청난 비를 퍼붓지만 가스로 가득 찬 토성에선 대양이 없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 과학자인 마이클 플래사르는 로이터 통신에 “이건 마치 물들이 소용돌이치며 목욕탕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모양”이라며 “우리는 이런 걸 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10년째 소방관의 든든한 오른팔역

    “소방관들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지 몰라요. 늘 곁에서 위로하며 지켜 주고 싶었지요.” 지난 10년간 대형 화재 및 재난사고 현장을 불철주야 지키며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뒷바라지해 온 50대의 맹렬 아줌마가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오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대구에서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소방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정태조(52·대구 북부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씨. 1996년 친구의 권유로 여성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한 정씨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서문시장 대형 화재, 수성구 목욕탕 폭발사건 등 주요 사고 때마다 줄곧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소방관들이 화재현장 진압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커피와 물, 간식, 식사 등을 제공하는 일을 도맡았다. 이같은 일은 위험한 현장을 뛰는 소방관들을 위해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일선 소방서들은 인력부족으로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때문에 정씨와 같은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은 24시간 비상연락 체제를 갖추고 불이 나면 곧장 현장으로 출동한다. 특히 올해로 6년째 여성의용소방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의 임무는 막중하다. 소방서에서 비상연락을 받는 즉시 50여명의 대원들에게 출동 지시를 내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해 인력배치, 업무 분담 등을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씨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쥐꼬리만한 수고비가 전부. 정씨는 “보상을 바란다면 이 일은 절대 못한다.”면서 “10년간을 버텨온 것은 아마 정신력과 단결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봉사활동에도 열중이다. 매월 첫째주 금요일마다 소방서 대원들과 함께 지역의 장애인복지시설 ‘대구안식원’을 찾아 청소와 목욕시켜 주기 등 각종 봉사활동을 벌인다. 또 매월 한 차례씩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식원 식구들을 초대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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