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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평등 자주국가 건설의 용틀임” 동학혁명의 진실 50년 연구 집대성

    “인간 평등 자주국가 건설의 용틀임” 동학혁명의 진실 50년 연구 집대성

    “민중은 국가 폭력에 맞서 목숨 바쳐역사는 기억해야 살아있는 유산 된다”전투현장 답사·농민군 후손 증언 수집근현대사 관통 민족사적 이해에 초점“동학농민군의 정신은 미래의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요, 반외세·자주의 지향은 통일의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 3월 83세로 타계한 원로 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신간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전 3권·교유서가)에서 1894년에 발발한 동학농민운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책을 통해 민주화운동, 촛불혁명을 거쳐 남북통일을 과제로 둔 우리에게 동학농민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신간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는 지난 50년 동안 동학농민운동을 연구했던 선생이 남긴 필생의 유작이다. 저자는 이 사건이 한국 근대사를 밝히는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겨울에 작성했다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동학농민혁명은 인간 평등을 추구하고 자주 국가를 건설하려는 용틀임이었다. 민중은 국가 권력으로 자행되는 국가 폭력에 맞서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 혁명의 민족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19세기 말 조선을 뜨겁게 달군 농민들의 처절한 저항적 민족주의 정신을 전한다.별세하기까지 저자는 ‘한국사 이야기’, ‘인물로 읽는 한국사’ 등으로 역사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사료를 해석했다. 이번 책 역시 동학농민군이 치열하게 싸운 현장 답사는 물론, 동학농민군 후손과 현지인들의 증언을 수집해 꼼꼼히 고증했다. 조선 관료들의 기록과 일본의 기록물까지 샅샅이 훑었다. 200여장의 자료 사진과 각종 현장 사진도 곁들였다.1권에는 민란이 일어난 19세기 사회·경제적 배경과 함께 동학의 전파, 농민과의 결합 과정을 담았다. 2권에는 일본이 농민군 봉기를 빌미로 조선에 진출해 개화 정권을 수립한 뒤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농민군 섬멸작전에 나선 과정을 실었다. 마지막 3권에서는 전봉준 등 혁명 지도자들이 일본 영사경찰과 권설재판소의 문초를 받아 처형된 과정 등을 살필 수 있다. 동학농민군이 직접 작성해 발표하고 전달한 관련 문서들을 모아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정리했다. 문학적 느낌이 나는 서술도 곳곳에 돋보인다. 예컨대 동학농민군에 대해 ‘흰옷을 입고 푸른 죽창을 든 농민군의 모습에 “일어나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농민군이 일제히 일어서면 흰 구름을 뭉친 듯했고 앉아 있으면 푸른 죽창이 빽빽했던 것이다’라고 묘사했다.요란하게 출범했지만 문벌정치 세력과 양반 지주들의 반대로 폐지된 ‘삼정이정청’에 관해서는 ‘이때 삼정을 바로잡았다면 조선 말기는 더 생동감 넘치는 사회가 되었을 것이요, 농민 봉기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이로써 꺼져가는 조선왕조의 불꽃을 되살릴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마지막 역작을 통해 “역사는 기억해야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동학농민혁명의 진실을 기억해 미래 인권과 통일의 유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눈부신 저녁 프라하 카를 다리에 다닥다닥 모여 “안녕 코로나!”

    눈부신 저녁 프라하 카를 다리에 다닥다닥 모여 “안녕 코로나!”

    체코 수도 프라하의 카를 다리 위에 3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500m 길이의 식탁이 놓여 몇천 명이 나란히 앉아 ‘안녕 코로나’ 축제를 벌였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보건 당국이 최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경고하는데도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상징적인 작별”을 고하고 싶다며 행사를 강행했다. 집에서 음식과 음료를 들고 오게 해 이웃들과 나누게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무시됐고, 봉쇄령이 내려진 나라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애써 연출했다. 체코의 코로나19 환자는 1만 2000명 가까이로 집계됐다. 이 나라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 대략 350명 정도가 이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체코는 그나마 재빨리 봉쇄 조치를 취해 코로나 확산의 최악을 모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1000명 미만의 대중집회를 허용했고 수영장 풀이나 박물관, 동물원, 성들을 입장객 수를 제한하지 않고 개방했다. 레스토랑과 바, 펍 등도 이달 한달은 실내에서만 손님을 응대하기로 했다.주최 측은 워낙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썰렁해 이 정도로 축제를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 기획자이며 카페 주인인 온드레이 콥차는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끝났음을 축하하고 싶었고, 그들이 만나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웃으로부터 샌드위치 한 조각을 얻어먹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행사에 참여한 갈리나 콤첸코크레이치코바는 페이스북 공지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다”며 “야간 교대가 금방 끝나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와인과 스낵만 집에서 찾아 가져왔다”고 말했다. 롭 캐머론 BBC 프라하 특파원은 프라하 주민들도 이렇게 느슨하게 행동하는 것이 또다른 확산의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프라하에서 하루 신규 환자가 15명을 넘지 않는 최근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체코인들이 일단 총알을 피했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는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도에선 지금, 코로나19 시신들 봉지 담아 구덩이에 ‘휙’

    인도에선 지금, 코로나19 시신들 봉지 담아 구덩이에 ‘휙’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이들의 시신을 검정색 시신 봉지에 담아 구덩이에 휙 던져 버리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관리들이 사과했다. 동영상에는 개인보호장구(PPE)를 차려 입은 작업자들이 며칠 전 숨진 여덟 구의 시신을 구덩이에 던져 넣는 모습이 담겨 있다. 비가 왔었는지 바닥이 질척거려 인부들은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나중에는 힘에 부쳤는지 두 명이서 시신 봉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기까지 한다. 이 주의 벨라리 지구 관리들은 동영상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카르나타카주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사람이 246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 주는 인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감염 경로를 추적해 확산을 차단한 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지구의 고위 관료인 SS 나쿨라는 BBC 힌디 인터뷰를 통해 “유족들에게 한 없는 유감의 듯을 담은 편지를 발송했다. 우리 역시 이번 일로 많이 상처 받았고 정말 유감스럽다. 우리는 시신을 그런 식으로 대우한 데 대해 개탄하고 있다. 그들은 조금 더 인간답게 다뤘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들은 모든 규정을 따랐다. 다만 그들이 잘못한 일은 규정에 속하는 것을 위반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신이라도 존엄하게 다루는 마음가짐이 있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나쿨라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제거됐으며 시신들을 처리하는 데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새로운 팀으로 교체됐다고 전했다. 인도의 코로나19 환자가 60만명 가까이 늘어나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1만 7400명이 목숨을 잃자 시신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전염병이 감염되고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겁에 질려 공중보건 종사자들마저 시신 수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자녀 살해 후 남편과 동반자살 시도한 30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자녀 살해 후 남편과 동반자살 시도한 30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30대 여성이 남편과 공모해 자녀들을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A(37)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아동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16일 오후 집 안에서 남편과 함께 10살짜리 딸, 6살짜리 아들을 재운 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착화탄을 피우고 잠들었다. 이로 인해 A씨의 남편과 아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A씨와 딸은 깨어나 목숨을 건졌다. A씨는 수년간 공황장애에 시달려왔고, 남편은 심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가족이 처한 경제적 상황, 피고인의 심신 상태 등을 참작하더라도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명목하에 부모가 자식의 생명의 빼앗는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이런 범죄가 다시는 번복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고, 남편의 제안에 동조해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현재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점, 다른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인간이 또 미안해”…펭귄 70마리, 낚시 그물에 걸려 떼죽음

    “인간이 또 미안해”…펭귄 70마리, 낚시 그물에 걸려 떼죽음

    브라질 해안 두 곳에서 마젤란 펭귄 70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펭귄들을 떼죽음으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도구인 낚시 그물이었다. 브라질의 R3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남부 해안에 있는 플로리아노폴리스의 해변 두 곳에서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된 마젤란 펭귄은 총 70마리에 달하며, 이들의 날개 부분에는 예리한 것에 잘린 듯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평소 플로리아노폴리스 해변을 돌며 펭귄 등 해양생명체의 환경을 살펴오던 협회 측은 갑자기 떼죽음을 당한 마젤란 펭귄을 확인한 뒤 사인을 밝히기로 결정하고, 사체 부검을 위해 해양생물연구소의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다수의 마젤란 펭귄의 발과 지느러미에 가까운 날개 부분에서 낚시 그물 조각이 발견됐고, 결국 펭귄들이 그물에 갇힌 뒤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검을 진행한 수의사 자나이나 로차 로렌코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1차 검사에 따르면 펭귄들의 날개와 다른 부위를 관찰했을 때, 어망(그물)에 갇힌 뒤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애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해양생물연구소 측은 펭귄 사체들을 살피던 중, 모두 죽은 줄로만 알았던 펭귄 무리 중 한 마리가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다행히 목숨을 구한 이 펭귄은 현재 재활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마젤란 해협과 포클랜드제도, 브라질 남부 등지에서 서식하는 마젤란 펭귄은 줄무늬 펭귄 속에 속하며, 야생에서 최대 25년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랫서팬더, 반달가슴곰 등의 동물과 함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취약종(VU)에 속한다. 한편 펭귄이 낚시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호주 빅토리아의 알토나 해변에서 펭귄 25마리가 그물이나 낚시 장비에 걸려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고, 당국은 결국 해당 지역에서의 낚시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리천장 뚫은 아디다스 임원, BLM에 미온적 대처로 사임

    유리천장 뚫은 아디다스 임원, BLM에 미온적 대처로 사임

    세계적 스포츠웨어 다국적 기업인 아디다스에서 유리천장을 처음 뚫은 여성 임원이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 운동의 후폭풍으로 낙마했다. 아디다스의 최고인사책임자(CHRO)인 커렌 파킨은 30일(현지시간) 회사에 다양성을 만들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캐스퍼 로스테드 최고경영자(CEO)가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파킨의 역할을 맡는다고 회사가 밝혔다. 아디다스 입사 23년차인 파킨은 2014년 전세계 인사를 담당하면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 회사 6명의 이사진에 합류했다. 파킨의 낙마는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에 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경솔한 발언 탓이었다. 파킨은 지난해 아디다스가 소유한 미국 보스턴 리복 본사에서 열린 전체 직원과의 회의에서 인종 차별과 관련해 미국에서 논의되는 “소음(noise)”이며 회사에는 인종차별주의 관련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직원들이 인종차별이라며 회사에 조사를 요구했다고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지난달 12일 파킨은 리복 회의에서 “더 나은 말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아디다스 내부 통신망을 통해 알려졌다. 또 “인종차별주의와 관련해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책임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파킨의 발언이 회사 통신망에 게재된지 3일 만에 직원 수십명은 파킨에게 더 진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는 파킨의 발언은 “사과가 아닌 사과(non-apology apology)”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회사가 흑인과 히스패닉 종업원들을 더 많이 고용할 것과 함께 미국 흑인 커뮤니티에 더 많은 기부를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2025년까지 흑인 커뮤니티에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아디다스와 리복의 새로운 자리에 흑인과 히스패닉을 30%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디다스 경영진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판하는 편지를 써보냈던 디자이너 쥴리아 본드는 “파킨의 퇴사는 말하자면 희생양”이라며 “회사는 원인 치유가 아니라 대증요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울시, 마약류 및 유해약물 오남용 방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예방교육’ 가능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김경우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동작2)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마약류 및 유해약물 오남용 방지 및 안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30일 제295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최근 도시, 농촌, 주부, 학생, 직장인 등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마약류 중독 및 유해약물 오남용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 위험성과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기에 예방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작년 8월 ‘마약류 등 유해약물 오·남용 예방과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관련 전문가, 활동가, 시민단체, 관계 공무원 등 각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한 바를 이번 개정안에 반영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과 빠른 확산으로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마약류 등 유해성 약물의 정확한 정보제공과 조기 예방 교육의 절실함에 개정 중점을 두었다. □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개정안 제4조에 매년 예방계획의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했고, △개정안 제5조에 생애주기별 맞춤형 예방교육 및 홍보사업(제1항제2호)과, 예방교육 전문인력 육성 지원 및 프로그램의 개발?평가 사업 시행(제1항제4호), 사업수행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제2항)을, △개정안 제8조에는 세계마약퇴치의 날 행사 및 관련공로자를 표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은 “마약은 ‘한번만’으로도 중독되고 목숨을 잃을 수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지만 그동안 부족한 정보와 인식차로 조기 예방교육이나 홍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라며, “이번 조례개정을 통하여 우리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마약류 및 유해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한 예방·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완전한 퇴치를 위해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억울한 죽음에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법원이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송경진 교사’에 대해 ‘공무상 사망’을 인정했으나 전북교육청은 사과 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유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6일 송 교사의 유족들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청구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판결로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성추행 의혹을 받았던 송 교사는 명예 회복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법원의 판결 후에도 “인사혁신처에서 어떤 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더 말하기 어렵다”며 공식 입장을 유보했다. 송 교사 사건은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 부안 상서중학교에 재직 중이던 송 교사는 2017년 8월 5일 오후 2시 자택 창고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해 4월 송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체벌과 성희롱 의혹으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로부터 조사를 받고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송 교사가 학생들과 가벼운 신체접촉은 있었으나 성추행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학생인권센터는 성추행 쪽에 무게를 두었다. 선생님의 억울함으로 풀어달라는 학생들의 탄원서도 무시됐다. 특히, 극단적 선택에 앞서 송 교사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7차례나 면담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전북학생인권센터의 강압적인 조사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당시 전북교육청 부교육감과 인권센터 관계자 등 10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책임까지 묻기 힘들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고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송 교사의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과 3년에 걸친 재판으로 한 가정이 산산조각 났지만 전북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뿐 아니라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북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총과 전북교총도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 회복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며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고인과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나비 효과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나비 효과

    1494년 9월 프랑스 왕 샤를 8세는 나폴리 왕국의 왕위 계승권을 빌미 삼아 이탈리아로 쳐들어갔다. 이즈음 이탈리아는 40여년 동안 호시절을 누리고 있었다. 피렌체는 메디치가의 통치 아래 번영을 누렸고 밀라노는 강력한 군주 루도비코 스포르차 밑에서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의 궁정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해 시인, 학자가 버글거렸다. 이탈리아에 입성한 샤를 8세는 밀라노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나폴리 왕국과 적대 관계였던 루도비코는 샤를 8세의 원정을 부추긴 장본인이었다. 별장에서 연회가 벌어졌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루도비코는 프랑스인들이 건방지고 무례해서 자존심이 상했고, 샤를 8세는 이탈리아가 너무 덥고 포도주도 기대에 못 미쳐 짜증이 났다. 일은 루도비코의 계산과 딴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나폴리 왕이 가만히 적군을 기다릴 리 만무했다. 알폰소 왕의 군대가 밀라노 근처까지 다가오자 루도비코는 전쟁 태세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레오나르도에게 불똥이 튀었다. 당시 ‘우리의 천재’는 루도비코의 선친인 프란체스코의 기마상을 만들고 있었다. 점토 본은 이미 완성했고 청동 본 주조를 준비 중이었다. 루도비코는 기마상에 쓰라고 주었던 청동 75t을 회수해 대포 제작소로 보냈다. 레오나르도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마상이 완성됐으면 레오나르도 생애 최대의 역작이 됐을 것이다. 그는 다시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맡지 못했다. 샤를 8세는 파죽지세로 남하해 다음해 2월 나폴리에 당도했다. 처음 보는 꽃과 열매가 그득하고 햇빛과 바다는 찬란했다. 샤를 8세는 “아담과 이브만 있다면 여기가 바로 에덴동산”이라고 프랑스에 보낸 편지에 썼다. 에덴동산의 환락가에서는 신종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역겨운 종기와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준 후 목숨을 빼앗아 가는 병이었다. 프랑스군은 이 병을 ‘나폴리 병’이라 불렀고 나폴리인들은 ‘프랑스 병’이라고 불렀다. 식자들은 매독이 프랑스인에 의해 이탈리아에 퍼졌다는 설과 콜럼버스의 범선에 실려 유럽으로 건너왔다는 설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샤를 8세는 실익을 거두지 못하고 길고 힘든 귀국길에 올랐다. 미술평론가
  • 멸종위기 수마트라호랑이 연쇄 독살사건… “인간-동물 갈등 고조”

    멸종위기 수마트라호랑이 연쇄 독살사건… “인간-동물 갈등 고조”

    또 한 마리의 수마트라호랑이가 독살당한 채 발견됐다. 일주일여 만에 벌써 두 번째 사건이다. AFP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멸종위기의 수마트라호랑이 한 마리가 아체특별자치주 남부의 한 농장에서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나섰다. 당국에 따르면 목숨을 잃은 수마트라호랑이는 치명적인 독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건 현장 주변에서 밀렵꾼이 놓은 것으로 보이는 함정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마트라호랑이 몸에서도 별다른 상처는 없었고, 이에 따라 당국은 독살로 추정하고 현재 사건을 조사 중이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당시 수마트라섬 북부수마트라주 국립공원에서 수마트라호랑이가 독살당한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수마트라호랑이가 지속해서 가축을 해치자, 화가 난 농부들이 독극물을 이용해 수마트라호랑이를 독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국은 두 경우 모두 인간과 수마트라호랑이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예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에서 더 많은 인간과 동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29일 당국은 수마트라 서쪽의 한 농장에서 암컷 수마트라호랑이 한 마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AFP는 “인도네시아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갈등은 열대우림에서 야자유 농장을 개척하기 위해 개간되는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야생동물 무역 감시 단체인 트래픽(TRAFFI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수마트라호랑이는 멸종을 초래하는 만연한 밀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수마트라호랑이의 이빨과 뼈, 가죽 등 신체 일부를 팔려던 일당 4명이 붙잡혔다. 호랑이 뼈와 이빨은 과학적으로 특별한 효능이 없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약재로 빈번하게 사용된다. 지난 1월에도 수마트라호랑이 가죽을 약 9000만 루피아(한화 약 770만 원)에 팔려던 밀렵꾼이 체포됐다. 수마트라호랑이는 2008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며, 산림 벌채와 서식지 침범,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 야생에 남은 것은 4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민식이법 위반 사고 빈발… 멀어지는 ‘스쿨존 어린이 사망 0명’

    민식이법 위반 사고 빈발… 멀어지는 ‘스쿨존 어린이 사망 0명’

    민식이법 시행 두 달 만에 사고 78건 신고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3~5배 많을 듯 과속방지턱·스쿨존 시종점 등 조사 일정 코로나 탓에 두 달 연기… 8월 완료 계획 횡단보도 앞 차량 일시정지 의무화 법안 정부 3개월 논의 필요… 연내 법개정 못해지난 3월 25일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됐지만 스쿨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에선 C(2)군이 불법 유턴을 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지난 15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반산초등학교 앞에서 유치원생 B(6)양이 갑작스레 자신을 덮친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법 시행에 맞춰 스쿨존 사고 대책을 발표했던 정부로선 코로나19 등으로 일부 대책이 지연되며 입이 바싹 마르는 상황이다. ●불법에 어린이 2명 희생… 작년의 절반 넘어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진 김민식(9)군의 이름을 붙인 개정 도로교통법과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일컫는다. 스쿨존에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래 약 두 달간 이 법과 관련이 있는 교통사고는 총 78건(5월 28일 기준) 발생했다. 현재까지 스쿨존에서 사망한 어린이도 한 해가 절반이나 남았음에도 2018년 3명과 비슷한 규모인 2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된 것만 추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스쿨존 사고의 20~30% 수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 대책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연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는 올해 상반기까지 스쿨존 안전시설 전수 실태조사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시한이 8월까지 미뤄졌다.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은 2018년 기준 총 1만 6789곳이다. 정부는 과속방지턱, 시종점(始終點)을 알리는 표지판 등 스쿨존마다 부족한 안전시설을 조사하고, 2022년까지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무인단속카메라와 신호등의 수량을 파악해 개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보호구역 시점·종점 명확히 하는데 신경 쓸 것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스쿨존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변수로 작용했다”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지원으로 바쁘다 보니 조사 기한이 8월까지 미뤄진 상태고 급한 마음에 지자체에 협조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보호구역의 시점과 종점을 명확히 하는데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로선 내년도 정부예산안 협의를 위해서라도 속도전이 필요하다. 전수조사를 통해 ‘현재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시설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결과를 도출해야 예산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정부예산안을 8월 말에 확정 짓기 때문에 늦어도 8월 초까지는 조사가 끝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말까지로 예정했던 도로교통법 개정도 역시 늦어지는 모양새다. 경찰청은 개정 법안에 횡단보도 앞 차량 일시정지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27조는 현재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여기서 ‘횡단보도 통행 시’와 같은 조건을 삭제하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위원회에서 정부안을 논의 중이고 (국회 제출까지 최소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뿐만 아니라 경찰청,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대책 이행 속도를 높여 ‘2022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0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인트루이스 부부, 사유지 지나간다고 시위대에 총구 겨눠

    세인트루이스 부부, 사유지 지나간다고 시위대에 총구 겨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부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저녁 흑인목숨도소중해(BLM) 시위 참가자들이 집 앞 사유지 도로를 통해 행진한다는 이유로 총구를 겨눠 물의를 빚고 있다. 역시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리트윗해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여성은 피스톨 권총을, 남성은 반자동 소총을 들고 시위대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무기를 흔들어 댔다. 때때로 둘은 총기를 시위대원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처럼 보인다. 둘 다 변호사인 마크와 패트리샤 맥클로스키 부부인 것으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지역 일간 리버프론트 타임스가 29일 전했다. 결혼한 지 30년 됐으며 성인이 된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는 흑인들에 가해지는 폭력을 반대하는 행동을 요구하는 ‘익스펙트 US’란 단체가 조직한 것이었다. 이 단체는 얼마 전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청원 참가자들의 이름과 주소를 페이스북 생중계 도중 큰 소리로 얘기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리다 크루슨(민주) 세인트루이스 시장의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리다 물러가라. 안 그러면 경찰들이 당신을 데려갈 거야”란 구호를 연호하며 그녀 집 바깥 거리에 페인트로 “사임” 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현장을 담은 사진을 보면 시위 참가자 중에도 총을 들고 이들 부부와 대거리를 하는 흑인 청년이 보인다.로이터 통신은 언론인 조너선 마이어슨 카츠의 트위터를 인용해 많은 이들 앞에서 그렇게 화를 내고 위협적인 태도로 총기를 휘두르는 것은 불법적인 총기 사용에 해당한다며 개탄했다. 그나마 총기가 발사되는 일은 피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이다. 마크는 지난해 4월 세인트루이스 경찰에 투항하려는 과정에 데이비드 마스 경관에게 발길질을 당해 지난 4월 그를 고소한 흑인 남성을 변호하고 있는데도 이런 짓을 벌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ABC 뉴스 영상을 아무런 언급 없이 리트윗했는데 그 커플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 리트윗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파키스탄 카라치 증권거래소에 괴한 급습 “적어도 10명 사망“

    파키스탄 카라치 증권거래소에 괴한 급습 “적어도 10명 사망“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 있는 증권거래소에 29일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해 적어도 10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쳤다. 지오뉴스 등 현지 언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카라치 증권거래소 건물에 무장 괴한 4명이 은색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를 탄 채로 자동화기로 총격을 가하고 수류탄을 던지며 정문 검문소를 돌파하려 했다. 경찰과 특수 부대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응사를 했다. 이 과정에 괴한 4명 모두와 치안요원 4명, 경찰관 한 명, 민간인 한 명 등 모두 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오뉴스는 전했다.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이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발루치 부족들은 오랜 기간 독립을 추구하면서 그곳에서 생산되는 광물자원들을 자신들이 처분할 수 있길 바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파키스탄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준동으로 가끔 이런 유형의 공격에 시달렸지만 최근 들어선 거의 이런 일이 없었다고 BBC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국경을 맞댄 발루치스탄은 평소 분리주의 무장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활동이 잦은 곳이다. BLA는 지난해 5월 발루치스탄주 과다르에서 5성급 호텔을 습격하는 등 파키스탄 남부에서 각종 테러를 일으켜왔다. 지난해 4월에도 카라치에서 과다르로 이동하던 버스를 세운 반군이 승객 14명을 살해했다. 해당 건물은 평소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은행 등 주요 금융 기관도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는 성명을 통해 상황이 “아직도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비드 알리 하비브 소장은 괴한들이 탄 승용차가 주차장 쪽에서 튀어나와 “모두에게 총을 쐈다”라고 말했다. 건물 안의 많은 사람들은 뒷문으로 빠져나가 피신했다고 지오뉴스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그물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하는 향유고래…불법·유령어구 어쩌나

    그물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하는 향유고래…불법·유령어구 어쩌나

    이탈리아 해안에서 그물에 뒤엉킨 고래가 해안경비대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IL Messaggero) 등은 에올리에 제도 리파리 섬 해안에서 불법어구에 걸린 향유고래 한 마리가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세르지오 코스타 이탈리아 환경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래 구조 사실을 알리고 불법어구 설치에 경종을 울렸다. 코스타 장관은 “그물에 걸린 향유고래가 발견됐다”라면서 “불법 어업이 또 다른 해양동물을 괴롭힌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26일 아침 에올리에 제도 살리나 섬 해안에 그물에 걸린 고래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고래는 연구를 위해 바다로 나온 바다거북보존센터 생물학자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비대 측은 지느러미에 그물이 엉킨 고래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민간 자원봉사대와 함께 고래 구조에 나선 해안경비대는 수심 2m 바다로 내려가 고래 구조작전을 펼쳤다. 꼬리지느러미를 칭칭 감은 그물은 여러 명의 다이버가 달라붙어 1시간 넘게 작업한 뒤에야 완전히 제거됐다. 경비대는 제거한 그물이 황새치와 참치잡이 용이며, 길이 10m짜리 수컷 향유고래는 그물 제거 후 무사히 먼 바다로 헤엄쳐갔다고 전했다. 코스타 장관은 해안경비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한편 “우리의 생물 다양성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하다. 아무도 해양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해안경비대는 불법어구를 설치한 선박을 확인해 벌금 등 법적 제재를 가했다. 불법어구나 폐어구로 인한 해양동물의 고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에는 태국 앞바다에서 꼬리지느러미에 밧줄이 칭칭 감긴 고래상어가 발견됐다.밧줄이 얼마나 오래 감겨있었는지 지느러미에는 깊은 상처가 선명했다. 이를 본 다이버가 밧줄을 끊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밧줄은 너무 두꺼웠고 결국 상어는 밧줄을 감은 채로 자리를 떴다.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담은 다이버는 “고래상어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폐어구 문제도 심각하다. 어민들이 잃어버리거나 어업 후 아무렇게나 버린 폐어구는 바다를 유령처럼 떠돌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유령그물에 걸려 죽은 물고기가 먹이가 되어 포식자를 유인해 다른 바다동물까지 연쇄적으로 그물에 얽히는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 악순환도 큰 부작용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 생물의 10%가 유령그물에 고통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간 바다로 유입되는 유령그물은 4만4000t이다. 이중 수거되는 물량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유령그물로 인한 피해액이 매년 37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생후 18개월 아들을 철장에 가둔 비정한 美 친모…벌레·쥐 득실 (영상)

    생후 18개월 아들을 철장에 가둔 비정한 美 친모…벌레·쥐 득실 (영상)

    좁은 철장에서 갇힌 채 학대받던 생후 18개월 아이가 구출됐다. 아이를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곳에 가둔 범인 중 한 명은 아이의 친모로 확인됐다. 폭스뉴스 등 미국 현지 언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테네시주 헨리 카운티 경찰은 개 사육장으로 쓰는 좁은 철장 안에 어린아이를 가둔 채 학대하던 성인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생후 18개월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철장 안에 갇혀 있었고 내부는 바퀴벌레와 같은 온갖 벌레 및 대소변 등 오물이 내뿜는 악취로 가득했다. 철장 주변에는 개 50여 마리와 닭 80여 마리 및 토끼, 고양이, 뱀, 꿩과 도마뱀 등 각종 동물과 곤충이 갇힌 우리가 가득했다. 경찰은 아이가 갇힌 철장 주변에 600여 마리의 동물들이 갇힌 철장이 늘어서 있었고, 철장과 철장 사이로 수많은 쥐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사건 현장은 경찰이 아이가 갇힌 철장을 ‘개장’이라고 표현해야 했을 정도로 참혹했으며, 특히 아이가 있던 철장 주변의 동물 우리에서도 이미 목숨이 끊어진 동물 사체가 여럿 발견돼 더욱 충격을 안겼다. 철장에 아이를 가둔 범인인 아이의 친어머니(42)와 재혼한 남편(46), 그리고 재혼한 남편의 80대 아버지 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초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현지의 한 동물보호단체였다. 이 단체는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이 장소를 찾았다가, 우리에 갇힌 아이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현장에서는 총기 17정과 마약제조 도구 등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체포된 3명은 총기 소지 및 아동학대, 마약제조 및 마약 관련 도구 소지, 동물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철장에서 구조된 아이는 곧바로 현지의 아동보호센터로 이송됐다. 아이의 정확한 건강상태는 공개되지 않았다.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크로아티아 전직 대통령이 가운뎃손가락 들어 보인 이유

    크로아티아 전직 대통령이 가운뎃손가락 들어 보인 이유

    지난 2월 19일에 5년 임기를 마치고 크로아티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52)가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다음달 총선에 출마한 남성 후보들의 여성 낙태에 관한 어이없는 주장에 화가 나서 그랬다면 조금 납득이 될까? 집권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의 고란 얀드로코비치와 조국운동의 미로슬라브 스코로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TV 토론 도중 낙태 금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얀드로코비치는 “내 견해로 삶은 잉태에서 시작하는데 그 때부터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낙태를 적게 하도록 교육에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 가수로 지난해 대선에 “국민의 아들”을 자처하며 출마한 스코로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여성이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면 어떻게 할지 가족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험한 일을 당한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사람과 상의해야 하는 의무로 바꾸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었다. 다른 TV 토론에 나선 무소속 후보 니노 라스푸디치는 한 발 나아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전쟁 때 강간을 당해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줬다”며 낙태를 불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변했다. 1992~94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전쟁 중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군인들에 의해 짓밟혀 원치 않은 임신을 해야 했는데 크로아티아계 여성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영국 BBC가 뒤늦게 24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가장 먼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사진을 올린 여성 정치인은 오시예크 부시장 자나 가모스였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내몸안의정부(情婦)’와 함께 문제의 사진을 올리고 “내 친구들, 강간 당한 여성이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할 것이 있다는 천재들을 떠올리는 신사분들께 드리는 숙녀의 답이 여기 있어요. 가서 조언 좀 구해와요!”라고 대놓고 비아냥댔다. 이에 키타로비치도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사진을 올린 뒤 “이렇게 ‘불손한’ 제스처로 그들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우리를 몇 세기 전으로 돌려놓으려는 이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이 구석에 가만 앉아 사내가 말하길 기다리는 시대는 저문 지 오래“라고 적었다. 스스로도 생명을 존중한다며 강간처럼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에 임신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그 아이를 지울 권리를 여성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배우 보야나 그레고리치 베지조비치는 자신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2000년 사진을 다시 올리며 “#2000년에도 한결 같으셔! 여성이여, 우리가 지금 할 수 있을 때 선거에 참여합시다!”라고 적었다. 이어 “숙녀답지 못하다”는 댓글에 “사진이 20년 됐고, 맥락은 정치적이다. 행간을 좀 읽어라. 그러면 곧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알았지”라고 대꾸했다. 크로아티아에서 낙태는 아직 합법이지만 가톨릭 교회의 압력 때문에 갈수록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1993년 2만 5000여건에서 2018년 2558건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인권이 묵살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현행 낙태 관련 법률은 옛 유고연방 때 만들어져 1978년부터 시행된 것이다. 2017년 헌법재판소가 유산할 권리를 새롭게 규정하는 법률안 초안을 작성하라고 정부에 2년의 기한을 줬는데 의회는 아직도 토론 중이다. 실무 그룹이 내놓은 권고안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사례를 법률 안에 끌어들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치들, 잉태 후 10주 안에 낙태해야 하는 기한을 12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In&Out] 의료사고, 예방할 수 있다/임주현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

    [In&Out] 의료사고, 예방할 수 있다/임주현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

    깨진 유리 파편에 찔려 손바닥 신경을 다친 50대 가장이 있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신경봉합술을 받고 나서 전신마비가 됐다. 결국 반년 뒤 사망했다. 가족들은 7년이나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두 살배기 여자 어린이가 전신마취를 하고 심장 구멍을 메우는 수술을 받은 뒤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부모는 8년에 걸친 소송 끝에 겨우 승소했다. 하지만 아이는 보름도 더 살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이런 의료사고는 의사의 부주의나 실수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능하고 성실한 의사라도 실수는 할 수 있다. 의사조차도 치료를 받다가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기에 환자와 의사는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싸우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 의료사고의 초점이 과거처럼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서 사고의 원인을 밝혀 미래의 재발을 막는, 즉 사전 예방으로 옮겨 가야 하는 이유다. 미국 의학연구소는 1999년 ‘인간은 실수를 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의료과실 사망자는 4만 4000~9만 8000명에 이른다”며 “이는 점보여객기가 매일 한 대꼴로 추락하는 사망자 규모와 같다”고 발표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즉각 의료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대처한 덕분에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의료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연 10만명에 이르고 경제적 손실은 2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중재원, 법원 등에서 연 3000여건의 의료사고 분쟁이 일어난다. 통상 의료사고의 3~5%가 분쟁화하는 만큼 한 해 6만~10만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한다고 추정할 뿐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한 해 3만 9000명이 의료사고로 사망하고 이 중 예방 가능한 경우가 1만 7000건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예방할 수 있는데도 매주 사망하는 경우가 304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보다 많은 만큼 의료사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의료사고는 몇 건이 발생하고, 예방 가능한 의료사고는 몇 건이 되는지,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이고 의료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며 공통된 원인은 없는지. 이를 통해 의료사고 예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2012년 설립된 의료중재원은 지금까지 8000여건의 의료사고 분쟁을 처리했고 법원에 축적된 사례도 1만건이 넘는다. 이를 정밀 분석하면 의료사고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예방법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높은 의료 수준도 검증됐다. 그렇다면 더이상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미룰 이유가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 [세상의 밑변] 삼성 상대 ‘부당해고 사과’ 받아낸 두 사람의 투쟁 이야기

    [세상의 밑변] 삼성 상대 ‘부당해고 사과’ 받아낸 두 사람의 투쟁 이야기

    “김씨 지키려고 노동자와 연대 뜻 이뤄 자부심” ‘삼성해고노동자공대위대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어떻게든 살아 삼성의 잘못을 고치고 싶었다”25m 높이 CCTV 철탑서 355일 농성 노동자 김용희씨‘철탑 위 인간 새.’ 세상은 355일간 서울 강남역 한복판 25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를 이렇게 불렀다. 새둥지 같은 좁은 공간에서 김씨는 사계절을 보냈다. 김씨가 기습적으로 철탑에 오른 건 지난해 6월 10일 새벽 5시. 김씨가 95년 노조를 설립하려 한다는 이유로 2차 해고된 지 24년째 된 때였다. 당시 김씨는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복직 요구를 위한 노숙 투쟁을 2년째 이어 오고 있었다. 단식투쟁도 여러 번 한 상태였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김씨는 “철탑에 오르기 일주일 전부터 단식을 시작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잠이 오지 않더라”면서 “철탑에 오른다면 다시는 살아 내려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삼성과 이미 싸워 봤기에,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철탑은 목숨을 건 김씨의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9일 힘겨운 투쟁 끝에 삼성과 합의하고 지상에 발을 디뎠다. 철탑 위 김씨는 물론 지상에서 김씨를 위해 애쓴 동지들이 일군 승리였다. 서울신문은 김씨와 임미리(53)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를 만나 고공농성과 그 이후에 대해 들었다. 임 교수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대표직을 맡아 삼성과 막판 협상을 했다. ●진료 받으면 투쟁현장 못 갈까봐 병원 안 갔다 고공농성 해제 뒤 만난 김씨는 말끔했지만 야윈 얼굴을 가리진 못했다. 철탑에서 내려온 김씨는 바빴다. 전국 투쟁사업장을 찾아 연대 투쟁을 했고, 전태일 열사 묘역도 참배했다. 김씨는 “철탑에 홀로 있을 때 너무 외로웠다. 내려오자마자 전국에서 외로이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었다”면서 “철탑 위에서 힘들 때마다 전태일 평전을 읽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서 삼성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렸지만 김씨는 “한 번 병원에 가면 그 뒤로 다시 투쟁 현장에 나서지 못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철탑 위에서 수차례 곡기를 끊었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해 건강이 악화했다. 공황장애와 난청도 얻었다. 김씨는 25년간의 투쟁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돌아봤다. 김씨는 1982년 삼성항공 창원 1공장에 입사했다. 1989년 경남 지역 삼성계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1991년 1차 부당해고를 당했다. 1994년 복직됐지만 노조설립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년 만에 또다시 해고됐다. 김씨는 “인생을 통째로 바쳤다. 30대 초반에 해고돼 61살이 되어서야 끝났다”며 “올바른 정의가 배척당했다는 삶에 대한 분노가 때때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김씨의 희생은 삼성을 움직였다. 임 교수는 “김씨의 생명을 지키려는 여러 동지들의 연대로 삼성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게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삼성과의 협상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다. 다만 삼성은 공개사과문에서 “김용희님은 해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그 고통과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그보다 앞선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 노사 문제 등을 사과하고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와의 고공농성 해제 합의는 그 구상의 첫 성과로 평가된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고공농성 초반에는 국회의원들이 김씨를 찾아오는 등 사회적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삼성과 몇 차례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양측의 간극이 커 엎어지기를 반복했다. 철탑 위 김씨는 지쳐 갔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임 교수가 김씨의 부탁으로 공대위에 합류하면서 삼성과의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되기 시작했다. 임 교수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김용희라는 노동자의 생명을 한시라도 빨리 구하려면, 김씨가 살아 내려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는 말처럼 다른 어떤 대의보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함께한 이재용씨 배척한 듯 해석돼 내게 상처 임 교수는 김씨의 고공농성을 외면하는 국내 언론 대신 외신에 적극 알렸고, 철탑 밑으로 내려올 수 없는 김씨를 대신해 이 부회장 집 앞 등에서 농성을 이어 갔다. 동시에 4월 말부터는 삼성과 협상안을 주고받으며 양측 이견을 조율했다. 임 교수는 “중간에 삼성의 연락이 잠시 끊겼을 땐 ‘김씨의 생명을 인질로 삼고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기다림과 협상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임 교수는 “삼성 측의 지연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 노사협상의 경험이 없느 데서 오는 서투름과 관료주의적 문화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협상에 나선 삼성 측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철탑 위 김씨가 보여 마음이 불편해 창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임 교수는 “삼성 역시 이 과정을 통해 노사 관계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씨의 투쟁을 곱게 보지 않는다. 김씨가 처음 고공농성을 시작했을 때 함께한 해고노동자 이재용씨에 대한 협상이 함께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철탑 아래에서 김씨의 투쟁을 도왔던 이씨는 협상 타결 약 두 달 전 투쟁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김씨와 임 교수 모두 이러한 지적을 알고 있다. 김씨는 “이씨가 고향으로 내려간 사실을 철탑 위에서 뒤늦게 알았고 이후 삼성과의 협상에서도 이씨 문제 역시 의제로 다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잘되지 않았다. 그것이 이씨를 배척한 것으로 해석돼 일부 동지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내게도 상처”라고 했다. 함께 연대한 하성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김씨와 이씨는 투쟁 방식에서도, 삼성과의 협상 요구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면서 “이번에 이씨 문제까지 해결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지만 그것이 김씨를 비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연대 경험, 선례 되길… 동지 위해 힘쓸 것 김씨와 임 교수는 모두 “이번 승리가 앞으로의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직접적으로 투쟁에 뛰어드는 것은 다시는 없을 일이겠지만, 이번 투쟁은 우리 자신도 ‘오합지졸’이라 불렀을 만큼 노동운동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의 연대로 이끌어 나갔다”면서 “이 연대의 경험이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긴 투쟁 끝에 땅을 밟은 김씨 역시 ‘연대’를 먼저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철탑 아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 문제보다 삼성 암보험 문제가 먼저 해결되길 기도하고 기도했다. 부끄러워서 암 환우님들과 눈을 못 맞추겠다. 과천 철거민 문제에도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간 철탑에 있던 김씨를 아래에서 자기 일처럼 챙긴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와 과천 철거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동지들의 연대와 애정, 관심 덕에 나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나 역시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처럼 힘들게 싸우는 동지들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英성공회 수장 “백인 예수, 재검토를” 로레알, 제품 문구서 ‘미백’ 표현 삭제 심슨 가족 “백인 성우, 비백인役 배제” 일부 “나쁜 역사도 남겨야” 지적 속 트럼프, 동상 등 보호 행정명령 서명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인종주의 역사 청산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넘어서 역사와 종교, 산업,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백인 우월주의 요소와 흔적을 걷어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인종차별 시위 국면에서 ‘백인 예수’ 논란이 또 불거졌다. BLM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운동가 숀 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예수를 백인으로 묘사한 동상, 벽화 등은 백인 우월주의 형태여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26일(현지시간) BBC에 나와 “다른 나라의 성공회 교회에 가보면 ‘백인 예수님’은 없다. 흑인, 중국인, 중동인 등으로 묘사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며 “예수를 백인으로만 묘사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 메디슨 주교 도널드 하잉은 “조각상, 그림 등은 하나님이 사랑과 예수의 부활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한 것”이라며 “아우슈비츠가 기념관과 박물관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일부 동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사의 가장 나쁜 측면도 기억하고, 우리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부극의 전설’ 존 웨인도 청산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속 민주당원들이 그의 동상 철거와 그의 이름을 딴 ‘존 웨인 공항’ 개명 작업에 착수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생전 인터뷰 발언이 문제가 됐다. 웨인은 1971년 한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때까지 백인 우월주의가 필요하다며 “과거 흑인들이 노예였다는 것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은퇴 뒤 웨인이 거주했던 오렌지카운티는 그의 업적을 기려 공항 카운티 공항을 그의 이름을 따 교체하고, 1982년에는 공항에 동상도 세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백인이 유색인종 역할을 맡는 이른바 ‘화이트워시’(White Wash)는 늘 논란거리였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작품 속 인도계 ‘아푸’를 백인 성우가 연기하며 인도 특유의 억양을 구사해 인도계 미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제작진은 26일 “심슨 가족에서 더는 백인 성우가 비(非)백인 역할의 목소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제품 설명에서 ‘미백’, ‘하양’, ‘밝은’, ‘환한’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의 인도 지사도 ‘페어 앤드 러블리’(밝고 사랑스러운)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다른 이름을 쓰겠다고 밝혔다. 페어 앤드 러블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이다. 인종차별 시위대에 의한 동상 훼손 행위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념물과 동상 등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 설치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하려 한 시위 참가자 4명을 기소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저 코로나 확진 아들과 악수만 했는데…사우디서 아버지 사망

    그저 코로나 확진 아들과 악수만 했는데…사우디서 아버지 사망

    사우디, 5명 이상 가족 모임 금지에도소규모 집단 감염 속출…거리두기 촉구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감염된 아들과 악수를 했던 아버지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는 28일(현지시간) 5명 이상 가족 모임을 금지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소규모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공개한 뒤 주의를 촉구했다. 보건부에 따르면 다른 도시에서 돌아온 아들을 환대하기 위해 마련된 한 가족 모임에서 이 아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된 지 모르고 접촉한 부모를 포함해 가족 16명이 한꺼번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역학 조사 결과 이 가운데 나이가 많았던 아버지는 아들과 그저 악수만 했는데도 감염돼 결국 숨졌다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확진 가족 1명이 21명 가족 전염 사례도 지난 21일 종교행사 등 봉쇄 정책 완화 여파 타우피크 알라비아 보건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자녀가 부모를 방문할 때도 포옹하거나 입맞춤하지 말고 거리를 둔 채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서 “제발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 달라”라는 글을 올려 호소했다. 보건부는 또 다른 가족 모임에서 확진자 1명이 21명을 전염시킨 사례가 있다면서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우디 정부는 21일 통행금지, 영업·종교행사 제한 등 봉쇄 정책을 대부분 완화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모임 금지와 같은 개인위생 수칙을 의무화했다. 27일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7만 8504명, 사망자는 1511명이다. 지난 2주간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00∼4000명대로 중동에서 가장 많았다. 사우디는 발병 초기 외국인 이주 근로자 집단에서 주로 감염자가 나왔지만 점차 사우디인 지역 사회 내부의 감염이 증가하는 추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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