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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만원’ 훔친 죄로 36년간 감옥살이 한 美남성 사연

    ‘6만원’ 훔친 죄로 36년간 감옥살이 한 美남성 사연

    미국의 한 남성이 30여 년 전 당시 50달러, 현재 가치로 약 6만원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35년을 보낸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남동부 앨라배마주에 살던 알빈 케나드(58)는 22세였던 1983년 1월 한 빵집에 칼을 들고 들어가 주인을 위협한 뒤 50.75달러를 훔쳐 달아났다. 이후 체포된 그는 이듬해에 1급 강도혐의로 기소돼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제과점 주인이 상해를 입지 않았고, 케나드가 훔쳐간 돈이 소액에 해당되는 만큼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앨라배마주 재판부는 유사한 범죄를 3건 이상 저지른 전과자에게는 반드시 종신형을 선고하는 법을 도입한 상태였고, 케나드는 사건이 발생하기 4년 전인 10대 시절에 빈 주유소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동종 강도·절도 전과가 있었다. 50달러를 훔친 죄로 36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그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앨라배마주 연방지법이 그에게 석방 판결을 내린 것. 케나드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석방된다면 목수로 일하며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그의 석방이 즉각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현지 언론의 추측이다. 앨라배마주 교정국에서 시기를 논의하고는 있으나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지 언론은 케나드가 만약 36년전이 아닌 현재에 1급 강도혐의로 기소됐다면, 그의 최소형은 징역 10년형 또는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종신형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빵가게 50달러 훔쳐 35년 넘게 옥살이 ‘장발장’ 풀려나는 사연

    빵가게 50달러 훔쳐 35년 넘게 옥살이 ‘장발장’ 풀려나는 사연

    빵가게에서 50달러를 훔쳤다는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35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낸 앨빈 케너드(58)가 풀려나게 됐다는 얘기는 여러 모로 놀라움을 안긴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이 실재했다는 사실이 먼저 놀랍고, 그가 어떻게 재심을 받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지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 abc 굿모닝 아메리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베세머 순회법원의 데이비드 카펜터 감형 심사 판사가 그의 재판 기록을 눈여겨 본 것부터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케너드는 스물두 살이던 1983년 베세머의 빵가게에 들어가 주머니칼로 주인을 위협해 50.75달러를 강탈한 혐의로 감형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으며 이미 35년 이상 복역했다는 대목을 보고 놀랐다. 카펜터 판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도날슨 교도소에 수감 중인 케너드가 이미 형기를 마쳤다며 서류 작업이 끝나는대로 즉시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케너드는 앞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며 “과거에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대로 되돌려놓을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카펜터 판사는 “당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내게도 큰 의미가 있다”며 출소를 명했다. 케너드 가족과 친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고,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베세머는 1급 강도 혐의로 기소돼 1984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주에서는 상습범을 가중 처벌하기 위해 세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게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상습 범죄 가중 처벌법’을 시행 중이었다. 앞서 케너드는 열여덟 살 때 빈 주유소에 무단 침입해 한꺼번에 세 건의 ‘2급 절도죄’로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네 번째 혐의가 인정된 케너드에게 감형 없는 종신형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한 차례의 빈집털이 전과 때문에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자 평생의 옥살이로 돌아왔다. 앨라배마주의 삼진아웃법은 과도한 형량으로 논란을 낳으면서 2000년대 초 개정됐고, 판사들은 선고 형량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법이 소급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케너드의 종신형 선고는 유지됐다. 희망이라곤 없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갔고 케너드는 종교에 귀의해 이겨냈다.지난 2013년 앨라배마주 재소자 과밀 문제가 불거지자 당국은 판사들에게 지난 판결을 재고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고, 케너드에게도 재심의 기회가 돌아왔다. 케너드를 변호한 비영리 법률 단체 ‘법과 정의를 위한 앨라배마 애플시드 센터’의 칼라 크라우더는 “만약 최근의 형법 기준에 따라 케너드의 형이 결정됐다면 이미 20년 전에 가석방 자격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우더는 케너드가 모범수였으며, 10년 이상 행동 위반이나 징계를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감 내내 가족과 인연을 끊지 않아 석방되면 목수로 일하면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판사 이름이 목수를 의미하는 카펜터인데 그 역시 예전에 목수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케너드를 정기적으로 찾았던 여조카 퍼트리샤 존스는 케너드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용서를 받고 싶어하며, 다시 돌아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존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그가 자리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석방 판결 후 그와 얘기를 나눈 크라우더는 그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재소자 동료들에게 자신의 소지품들을 나눠주고 출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이에게 자신의 체온이 담긴 물건을 건네 이번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총 50달러를 훔친 혐의로 무려 36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앨라배마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앨빈 케너드가 지난 27일 재심을 통해 석방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58세의 나이가 돼 청춘을 모두 감옥에서 보낸 케너드의 사연은 안타깝다. 케너드가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것은 지난 1979년으로 그의 나이 18세였다. 당시 케너드는 주유소에 침입해 강도짓을 벌인 혐의로 처음 체포됐으며 이후 총 3건의 2급 강도죄로 기소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의 인생이 감옥에 묶이게 된 것은 1983년 주머니칼을 들고 빵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벌인 혐의 때문이었다. 빵집에서 총 50달러를 훔쳐 체포된 그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이라는 가혹한 형을 받았다. 이는 같은 죄를 세번 이상 저지른 자를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삼진아웃 법' 때문이었다. 당시 앨라배마주법 상 같은 범죄를 4번째로 저지른 그에게 판사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가혹한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된 그는 지금까지 무려 36년이나 수감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00년 대 초 삼진아웃법은 가석방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개정됐으나 소급적용되지 않아 케너드의 경우 재심사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운명이었던 케너드에게 희망이 빛이 찾아온 것은 판사의 '호기심' 덕이었다. 케너드의 변호인인 칼라 크라우더는 "판사가 50달러 짜리 강도사건으로 종신형을 살고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지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케너드와 비슷한 250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있다"면서 "이같은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과 정치인, 주지사가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케너드의 출소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목수로서의 새 삶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가성비냐, 프리미엄이냐… 올 추석 선물도 양극화

    품목수·물량 전년比 30%정도 늘려 1~2인 가구 5만원 이하 제품도 내놔 올해 백화점, 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추석 선물이 ‘가성비’ 아니면 ‘프리미엄’의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점점 양극화돼 가고 있는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3년간 추석 선물세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프리미엄 상품군 매출 신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해 한 자릿수에 그친 전체 추석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보다 높았다고 18일 밝혔다. 이런 추세를 고려해 올해는 산지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프리미엄급 상품인 ‘5 STAR’ 선물세트 품목수를 지난해보다 5개 더 늘린 21개로 준비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명절 기간 동안 초고과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최고급 한우로 구성한 ‘L-NO.9 세트’를 135만원, ‘영광 법성포 굴비 세트 황제’를 200만원, 프랑스 보르도에서 특1등급으로 분류되는 와인만 선별해 구성한 ‘5대 샤또 2000 빈티지 밀레니엄 세트’를 2500만원에 판매한다. 현대백화점도 한우 선물세트의 품목수와 물량을 전년 대비 각 30%씩 늘렸다고 밝혔다. 동시에 유통업체들은 10만원 이하의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들도 대거 준비했다. 최근 몇 년간 관련 상품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의 농·축·수산물로 구성한 추석 선물세트 품목을 30% 늘렸다. 2017년 대비 지난해 5만~10만원대 상품 매출은 25% 증가했다고 롯데마트는 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0만원 이하 선물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늘려 13만 세트를 준비했다. 롯데호텔, 신라호텔도 6만원대 자연송이 세트, 고추장 세트 등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선물을 내놨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도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은 막걸리 분말에 물을 섞어 이틀간 숙성시키는 제품으로 4병 1세트 5만원에 파는 ‘DIY 막걸리 세트’를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1~2인 가구가 먹는 양에 맞춰 소포장 정육 상품을 확대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구해줘 홈즈’ 강성진X김민교 신입 코디 출격 ‘찰떡 케미’

    ‘구해줘 홈즈’ 강성진X김민교 신입 코디 출격 ‘찰떡 케미’

    배우 강성진, 김민교가 ‘구해줘! 홈즈’ 신입 코디로 나선다. 28일 방송되는 MBC ‘구해줘! 홈즈’에서는 강성진과 김민교가 신입 코디로 출격, 매물 찾기에 나선다. 방송에는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함께 구하라! 특집 제2탄으로 ‘주거 겸용 목공 작업실’을 구하는 두 명의 의뢰인이 등장한다. 현재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고 있는 그녀들은 퇴직 후, 소가구 위주의 목공소 창업을 앞두고 있으며 두 사람이 함께 살 주거 공간 겸 목공 작업실을 ‘홈즈’에 의뢰했다. 의뢰 조건은 작업의 특성상 목공소에서 발생하는 소음에서 자유로운 환경과 원활한 환기 시설, 그리고 목재의 상하차를 위한 1톤 트럭 진입로가 확보된 곳을 원했다. 또한 반려 동물 입주가 가능한 곳으로 역대급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절친 의뢰인들의 목공소 창업을 위해 복팀에서는 연예계 절친 강성진과 김민교, 덕팀에서는 걸크러쉬 듀오 김숙, 송은이가 출격한다. 이날 복팀의 코디로 나선 강성진, 김민교는 프로 전원 생활러로 김민교는 곤지암에서 13년 째 생활하고 있으며 강성진 역시 양평에서 15개월 째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역시나 이들이 의뢰인을 위해 찾은 곳은 파주시 탄현면의 소규모 타운 하우스는 세련미 넘치는 거실과 고급스러운 주방, 그리고 대리석 장식으로 꾸며진 매물은 ‘역대급 인테리어’ 라는 찬사를 얻을 만큼 완벽했다고 한다. 특히 루버 천장으로 우드 포인트를 준 주방은 코디들의 취향까지 저격한다. 또한 대부분의 가구가 기본 옵션으로 알려져 매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 시킨다. 매물을 본 덕팀의 코디 송은이는 경쟁은 잊은 채 감탄사를 연발했으며, 집 전문가 임성빈 역시 “아내 신다은 씨가 있었으면 내일 당장 보러 가자고 했을 거예요” 라고 말해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런가 하면 덕팀의 송은이와 김숙은 연예계 대표 목수(?)답게 목공 작업실 구하기에 전문성을 발휘해 스튜디오 안 모두를 감탄케 했다고 한다. 또 이날 방송에는 지난주에 이어 ‘대전에서 주거 겸용 카페 구하기’의 두 번째 이야기가 소개된다. 복팀의 장동민, 김동현이 공개한 엄청난 크기의 정원이 돋보인 대저택의 정체와 보기만 해도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매물까지 소개돼 기대를 모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쉴 곳은 항공기 밑 그늘뿐…여름 활주로는 ‘찜질방’입니다

    쉴 곳은 항공기 밑 그늘뿐…여름 활주로는 ‘찜질방’입니다

    땡볕서 종일 노동… 지난해 4명 쓰러져 “냉방기 갖춘 컨테이너 휴게실 설치하라” 토목건축 노동자 73%도 휴게공간 없어“항공기 엔진이 뿜어내는 열기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까지 견디다 보면 찜질방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인천공항 등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거나 비행기를 청소·정비하는 지상조업 업체 ‘샤프항공’의 김진영 노조 지부장은 여름철 근무 여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스팔트로 된 공항 계류장(비행기를 세워 두는 공간)에서 종일 일하는데 땡볕을 피해 쉴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물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 비행기 날개 아래 그늘에 머물며 체온을 1도라도 낮춰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지상조업 노동자 4명이 폭염 탓에 쓰러졌다”면서 “올해 여름도 덥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7월 초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야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0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수기 승객이 몰리고, 더위까지 몰려오는 여름철 노동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조업 업체에 ‘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계류장 4곳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버스가 배치된 게 전부”라면서 “그나마도 일하는 현장과 떨어져 있어 스케줄이 몰리면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냉방시설 등을 갖춘 컨테이너 휴게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공사 현장 노동자들도 불볕더위에 위협받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산재 노동자는 모두 36명으로 전년(16명)보다 2배 이상 많아졌는데 이 가운데 건설 노동자가 16명이었다. 서울의 건설 현장에서 30년째 목수 일을 하는 김모(63)씨는 “오후 2시만 되면 어지럽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했다. 폭염에 쓰러졌다는 동료의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제대로 된 쉴 공간도 없다. 350여명이 일하는 현장에 임시 천막이 2개뿐인데, 각 천막에는 대형 선풍기와 정수기 한 대, 의자 10개씩만 있다. 건설노조가 지난해 7월 말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작업 때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자는 26.3%였고 73.7%는 ‘아무 곳에서나 쉰다’고 답했다. 폭염으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48.4%나 됐다. 이승현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온도가 33~35도일 때 시간당 10~15분을 쉬도록 하지만 그 정도 쉬어서는 일하기 어렵다”면서 “휴게시간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3000여년 전 그때도 파업은 있었다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3000여년 전 그때도 파업은 있었다

    기원전 1152년 고대 이집트에서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을 일으킨 이들은 파라오의 무덤을 만들던 건축가, 석공, 목수 같은 국가에 고용된 전문 기술자였다. 이들은 왕실 공동묘지인 ‘왕들의 계곡’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살았는데, 고대 이집트 당시에 이 마을은 ‘질서의 장소’라는 뜻의 ‘세트마트’라고 불렸다. 오늘날의 지명인 데이르엘메디나는 ‘수도원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곳에 있었던 하토르 신전이 기독교 시대에 교회로 사용됐던 데서 유래한다. 파업에 관한 기록은 이탈리아의 토리노 이집트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파업 파피루스’라고 불리는 문서에 담겨 있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 알려진 파업에 관한 기록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원전 12세기에 데이르엘메디나에서 일어난 이 파업은 ‘역사상 최초의 파업’으로 불린다. 기록은 이렇게 시작된다. “람세스 3세 재위 29년 홍수기의 두 번째 달, 10번째 날. 장인들이 5개의 감시탑을 지났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는 굶주리고 있소. 벌써 이번 달 급여일이 18일이나 지났소’라고 이야기한 뒤, 투트모스 3세 신전의 안쪽에 앉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이 말은 관용적인 언사였을 것이고, 파업은 굶주림보다는 정해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했기 때문에, 즉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했기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파업이 벌어지던 중 카이라는 인물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러는 것은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양의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오.” 시위대는 상당히 불경한 행위까지도 감행했다. 고대 이집트의 신전은 평상시에는 파라오와 신관 등 아주 특별한 권한을 갖고 이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다짜고짜 신전 안으로까지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밤샘 연좌농성을 하기도 했고, 가족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업 파피루스’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멘투모스가 말했다. ‘올라가서 집 문을 잠근 뒤, 도구들을 가지고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오. 즉시 세티 1세 신전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밤샘 시위를 벌입시다.’” 이들의 불경스러운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만약 급여를 받지 못하고 오늘 이곳에서 돌려보내어진다면 나는 파라오의 무덤을 도굴한 이후에야 잠자리에 들 것이다’와 같은 심각한 신성모독적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 때문에 처벌받은 이들은 없었다. 이들은 담당 관료들에게 “우리의 좋은 주인이신 파라오께 이 문제들을 전하기 위해 누군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파라오가 여기에 직접 답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대신 권력 서열 2위인 총리가 급여를 보장해 주겠다는 서신을 보내 시위대를 달랬다. 그 이후 실제로 급여 가운데 일부가 지급됐다. 그러나 곧 다시 급여가 연체됐고 그럴 때마다 파업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고대 이집트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염두에 둔다면 이와 같은 파업의 과정은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그때도 파업이 있었다. 더욱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장소로 시위대가 들어가 연좌 시위를 벌이는 등 현대의 파업들 가운데서도 가장 격렬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파업과 아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지금은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가치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에서도 파업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했던 유일하고도 당연한 수단이었다.
  •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제보자가 지목한 용의자 정체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제보자가 지목한 용의자 정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2일 18년 만에 나타난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흔적을 다시 추적했다.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변사체가 발견됐고, 시멘트 포대에 덮인 채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공사장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소윤(당시 만 16세) 양이었다. 전날 저녁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정소윤 양은 하루 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발견된 시신은 아르바이트 당시 입고 있던 교복 그대로였지만 양 손목이 절단되어 있었다. 절단된 양손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고 시신 발견 다음 날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정소윤 양의 손은 손톱이 짧게 깎여있었다. 평소 손톱 꾸미는 걸 좋아해 늘 손톱을 길게 길렀다는 정소윤 양. 당시 경찰은 공사현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에 달하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사건 초기, 최초 시신 발견자인 공사장 작업반장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살인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이 사건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장기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리고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 2014년 12월 13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방송을 통해 제보를 요청했고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자신이 정소윤 양과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목격한 것 같다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내용이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만난 제보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신이 사건 현장 부근에서 마주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가 공사장 옆 가게에서 일하던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고, 가게에서 나온 여성이 그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것까지 목격했다는 것이다.제보자는 “옷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계절감이 조금 안 맞네, 이 날씨에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었지?”, “가방 좀 메고 있었다 뭐 그 정도. 등산 가방 비슷한 건데…”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두 사람이 사라진 뒤 여자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조금 센 비명 소린데 중간에 끊기는 소리였다”며 “그 남자가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난 걸 봤다. 라면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동그랗고 납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검은 봉지 안에 피해자의 손목이 들어 있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문가들 역시 사건의 범인이 공사현장이 익숙한 인물, 즉 공사장 관계자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부검의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은 “거기(공사장 지하 창고)를 전혀 모르는 외지(외부)의 사람이 들어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적어도 거기에 와서 뭔가 한번 해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김진구 역시 “이 사건의 범인은 당시에 공사를 했었던 인부들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당시에 완벽하게 이 공사장 인부들에 대한 조사를 다 했느냐? 그렇지 않은 부분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 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기록을 어렵게 입수해 원점에서부터 검토하던 중 현장 인부들 가운데 어떠한 조사도 받지 않고 사라진 인부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당일, 눈을 다쳐 고향으로 간다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는 목수 김 씨. 김씨는 제작진에게 사건 당일 등산 가방을 메고 있었다고 말했다. “90kg정도 나가서 겨울에도 그리 두껍게 (입고) 안 다닌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여고생을 죽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입술을 떨었다. 김씨는 살인 사건을 설명하며 “내가 강간 안 했다”고 발언했다. 제작진은 성범죄라는 설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을 듣자 “어떻게 성범죄인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사진 속 여고생의 모습을 보면 누구든 성범죄라 생각할 것”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제작진이 김씨에게 보여줬던 사진에는 교복을 단정히 착용한 채 숨을 거둔 여고생의 시신만이 존재했다. 해당 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은 인력난 등을 이유로 사건 재검토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논술·토론 수업에 공정성 확보” vs “IB 사교육 시장만 키울 것”

    “논술·토론 수업에 공정성 확보” vs “IB 사교육 시장만 키울 것”

    비영리 국제 교육재단 IBO 운영 교육과정 정규교육과정과 달라 해외대학 지원 가능 도입 방식 두고 이견… 한국형 IB 고민해야“한국 입시의 고질적 문제인 평가의 공정성을 얻는 동시에 논술과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IB(국제바칼로레아)의 공교육 도입입니다.”(이혜정 교육과학혁신연구소장) “IB의 도입만으로는 공교육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혁신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우리 입시와 평가제도 등을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자칫 또 다른 특수목적고나 ‘스카이캐슬’이 될 수 있습니다.”(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구교육청이 2021년부터 관내 초등학교·중학교 3곳, 2022년부터 고등학교 3곳에 국제바칼로레아(IB)를 도입하고, 제주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고등학교 한 곳을 지정해 IB 시범운영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교육계에 I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현재 세계 153개국 5288개교(2019년 3월 기준)에서 IB를 운영 중이다. 토론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며 평가 역시 단답형이 아닌 논술형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혁신 교육과정으로 관심이 높다. 또 미국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세계 주요 대학들이 IB 교육과정을 입시 성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사교육계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지난 2일 ‘IB 도입의 기대효과 및 문제점을 평가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IB 도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부정적 전망이 교차했다. IB 교육과정은 현재 우리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수하고 있는 교육부의 ‘2015 개정교육과정’과 완전히 다르다. 과목별로 정해진 시간의 수업을 이수해야 하는 우리 교육과정과 달리 IB는 언어, 과학, 수학 등으로 나뉜 6개 영역별로 수업의 비중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신동진 사걱세 책임연구원은 “우리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IB는 선택 과목수는 줄어들지만 적은 수의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정 교육과학혁신연구소장은 “IB에서는 예를 들어 세계 2차대전을 주제로 배경과 원인, 영향 등을 종합해 한 학기 내내 수업을 진행한다”면서 “전체 세계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부해야 하는 우리나라 역사 수업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런 수업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가지고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는 이 같은 교육과정에 맞는 시험 체계를 보인다. 지난해 5월 외부 공통시험(영어권)으로 치러진 세계사 시험의 경우 시대별로 12개의 주제를 제시하고 이 중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에세이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근대국가(1450~1789년)-한 국가의 지배와 쇠퇴, 한 국가의 권력과 지배의 본질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는 식이다. 평가 방식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이뤄지며 교사가 평가하는 ‘내부시험’과 IBO에서 주관하는 ‘외부시험’ 결과를 종합해 합산되는 방식이다. 신 책임연구원은 “채점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험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방식은 우리나라 논술시험 도입에 걸림돌로 여겨지는 공정성과 신뢰 확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교육의 IB 도입이 또 다른 사교육을 키우고 또 다른 입시학교, 이른바 ‘스카이캐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신 연구위원은 “대학 서열체제가 공고한 우리 사회에서 절대평가 논·서술형 형태의 IB로는 서열을 매겨 뽑을 수 없다”면서 “결국 일부 대학에서만 부분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특목고·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또 다른 영재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IB를 도입하게 될 경우 들어갈 비용도 문제 삼았다. 신 연구위원은 IB 학교가 되려면 교사 워크숍 비용과 IB 신청 및 연회비 등 IB를 도입하는 학교당 최소 한 해 2억원 이상의 기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입에서도 IB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기외고가 IB 과정을 채택해 운영 중이다. 한글화 과정을 거쳐 도입할 계획인 대구·제주교육청의 경우와 달리 전체 과정을 영어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외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 학교 IB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국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를 비롯해 미국 16개, 영국 17개 대학에 합격했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해외 대학이나 국내 대학 모두 입학할 수 있는 통로가 한정적이라는 점은 한계다. 국내 대학의 경우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수시 전형으로만 지원이 가능하다. 또 IB 과정 자체가 점수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외 대학의 경우도 대학별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IB 외에 추가로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IB가 기존 우리 교육과정과 비교해 학생의 사고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다만 공교육을 수행하는 교육청은 IB를 그대로 우리 교육에 도입하는 것 외에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논술형 평가를 고민하는 등 IB 교육과정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기억하라 존중하라 그리고… 치유하라

    기억하라 존중하라 그리고… 치유하라

    800여명 나환자 밤에만 걸어 140㎞ 이동… 눈물로 지은 공동체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켜켜이 쌓은 가치… 그 가치 담은 공간●애양원에 대한 무섭고 슬프고 아름다운 단편들 #기억 1. 초등학교 때 아버님을 따라 시골의 할아버지 댁을 두어 번 갔었다. 그곳은 전기도 대중교통도 닿지 않는 ‘깡촌’으로 어린 내게도 낯설고 불편한 곳이었다. 그러나 마을 뒷산을 넘으면 바로 바닷가로 내 또래 아이들과 물놀이하는 큰 재미도 있었다. 바다 건너편에 교회가 보이는 녹음 우거진 섬이 있어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나 친척 아이들이 들려준 얘기는 정말 무서웠다. ‘문둥이’들이 사는 곳이며 그 섬에 헤엄쳐 갔다가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기억 2. 배정받은 중학교는 성경과목을 가르치는 미션스쿨이었다. 어느 날 담당 목사 선생님이 한 권의 책을 가져와 한 인물을 소개했다.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책으로 주인공은 손양원 목사였다. 일제 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해 6년간 옥살이를 하다 해방 후 지방 교회의 목회를 맡았다. 공산당의 반란이 일어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총살을 당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아들을 살해한 주범을 용서하고 오히려 양자로 삼는 사랑을 실천했다. 6·25전쟁 때 그 역시 목사라는 이유로 처형을 당했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기억 3. 10년 전, 여수공항 뒤에 있는 한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애양원이라는 이곳은 원래 미국 선교사들이 세워 나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던 곳이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인권 원장(현 명예원장)은 나환자 섬인 소록도에 공중보건의로 자원 복무했고 제대 후 바로 애양병원에 부임해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는 우리 시대의 의인이었다. 동행했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포함한 일행들은 김 원장의 고귀한 삶에 크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40여년 전, 어릴 때 단편적 기억들의 무대는 모두 이곳 전남 여수 애양원이었다. 이제는 강같이 좁은 애양원 앞바다 건너편 공단 지역이 아버님 고향마을이 있던 곳이다. 육지에서 돌출한 반도의 끝을 본 것을 섬이라 착각했고 ‘문둥이’라 두려워한 가상의 대상은 한센병 환자들이었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는 이곳 애양교회에 부임해 한센인들을 돌보다 여순반란사건(여수·순천사건)에 휘말려 두 아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세 부자의 순교묘지와 손양원기념관이 있는 이곳은 개신교의 성지로 많은 신자들의 순례지가 됐다.●나환자들 사회서 격리돼 비참한 삶… 1909년 벽돌가마터에 환자 첫 수용 처음 방문한 애양원 일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애양원의 역사는 안타깝고 처절한 이야기다. 한국의 개신교는 조선말 개항기에 주로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됐다. 초기 선교사들은 의료 기술을 겸비한 이들이 많았는데, 미국 영사관 의사로 와서 제중원을 설립한 알렌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 1000여명의 외국인 선교사들이 이 땅에서 활동했는데 그들은 기독교 전파뿐만 아니라 현대적 의료시설을 설립하고 교육기관을 정착시켰다. 1909년 봄날, 미국 남장로회에서 파견한 목포선교부의 포사이트 선교사는 광주의 동료 선교사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말을 타고 광주로 향했다. 도중 길가에서 여자 나환자를 발견해 광주로 호송했고 광주진료소 인근의 벽돌가마터에 수용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환자들은 치료는커녕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불가촉천민으로 저주의 대상이었다. 당시 벽돌가마터 여환자의 비참한 모습은 이랬다. “몇 달 몇 년 동안 빗질도 않고, 옷은 더러운 넝마이며, 손발은 짓물렀다. 온몸에서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났다. 한 발은 짚신을, 다른 발은 두꺼운 판자조각을 묶어 걸을 때마다 심하게 절뚝거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광주선교부에 한센환자의 집이 설치됐고 2년 후에는 광주나병원이 출범했다. 애양원의 역사는 바로 1909년 4월 7일, 벽돌가마터에 여환자를 수용한 날부터 시작한다. 초대 원장인 윌슨(우일선) 선교사는 체계적인 치료는 물론 나환자들의 자립자생을 위해 목공, 석공, 직조, 의료기술까지 자체 기술자들을 양성했다. 또한 교회를 설립해 신앙을 통한 재활을 시도했다. 이 신앙적 한센공동체는 이후 애양원의 전통이 됐다.일제는 도시 공공위생을 문제 삼아 나병원 이전을 강권했고 1926년 여수 율촌면 신풍리 바닷가로 이전 명령을 내렸다. 800여 나환자와 가족들은 기차도 못 타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걸어서 무거운 침상과 짐을 들고 140㎞를 이동했다. 이른바 ‘눈물의 이주’ 끝에 애양반도에 한센인의 자치 공동체, 애양원을 건설하게 된다. 반도의 중앙에 병원과 교회를 세우고 그 남쪽에 여환자 숙소를, 북쪽에 남환자 숙소를 각 20여동 지었다. 이외에도 기술학교, 이발소, 창고, 오락실 등 총 110동의 건물을 세웠다. 현지에서 채취한 응회암과 사암들로 돌벽을 쌓고 목조 지붕틀을 올린 간략한 서양식 건물들이었다. 목수, 석공, 토공 등은 모두 훈련된 한센인들로, 자체 인력과 기술로 완성한 공동체 건축이었다. 해방 후에는 한성신학교를 세워 한센인 교역자를 양성했다. 첫 방문 당시, 남환자 숙소는 모두 철거돼 그 터에 한센인 정착지인 도성마을이 자리잡았다. 병은 완치됐지만 신체적 불구로 남은 음성한센인들의 자립갱생을 위한 마을이었다. 여환자 숙소는 폐가인 채로 14동이 남았고 한성신학교는 토플하우스라는 숙소로 개조했다. 원래 병원 건물을 애양병원역사관으로 개조했고 입구 쪽에 새 병원 건물을 크게 세운 상태였다. ●1967년 건축가 조자룡 설계·김종규 전시관 증축 계획… 장장 한 세기 걸친 건축 애양원 설립부터 1950년대까지 건설된 모든 건물들은 선교사들이 계획하고, 한센인들이 건설한 일종의 민간건축이었다. 굳건한 막쌓기 돌벽과 직선적인 서양식 지붕들은 마치 18세기 유럽의 마을에 온 듯 이국적인 경관을 이룬다. 경제적 부족과 기술적 제약으로 건물은 비록 낮고 허술하지만, 소외된 이들의 초보적인 안식처로서 충분한 근원적인 건축들이다.1967년 새로운 병원을 세우게 되는데 설계를 건축가 조자룡(1926~2000)이 맡았다. 해방 직후 하버드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스웨덴 설계회사에서 실무를 쌓은 후 귀국해 1950~60년대를 풍미한 풍운아였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그분을 뵙게 돼 1박2일로 말씀을 들었는데, 아마도 설계한 건물이 150개 이상은 되리라 회고했다. 그럼에도 조자룡은 늘 한국의 전통미에 관심을 두었다. 1970년 민학회를 조직했고, 최대의 민화 수집가로서 사설 민속박물관까지 경영했다. 새 애양병원에 도입된 휘어진 처마나 쌍사자석 등을 모티브로 한 현관 기둥도 그가 노력한 전통 계승의 표현이었다.2010년 애양원 방문 때 2년 후 열릴 여수해양엑스포에 대비해 여환자 숙소 잔해들을 철거하고 새롭게 펜션을 지을 계획이라고 들었다. 나는 남겨진 건축적 흔적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그 설계를 자원해서 맡았다. 기존 건물의 돌벽을 최대한 보존하고, 그 뒤편에 단순하고 무성격한 새 숙소를 부가했다. 원 숙소부는 새 숙소의 안마당이 되고, 원 건물의 정면만이 돋보이도록 설계 전략을 세웠다. 애양원 개척 당시의 소중한 건축유산을 보존하고 새롭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 병원이었던 역사관은 외벽의 풍화가 심하고 비좁았다. 함께했던 서 회장이 비용을 쾌척해 기존 역사관을 수리하고 넓은 새 전시관을 증축하게 됐다. 이 설계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창조적 건축가 김종규가 맡았다. 그 역시 기존 건물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뒤편에 단순한 형태의 백색 전시관을 덧붙였다. 기존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내부공간의 깊이와 빛의 변화를 담은, 외유내강형의 세련된 건축이다.거의 한 세기에 걸쳐 애양원은 수많은 이들의 건축적 노력을 결집해 왔다. 선교사들과 한센인들, 조자룡, 김봉렬, 김종규 등 전문, 비전문 건축가들은 이국적인 돌집부터 미니멀한 현대적 공간까지 다양한 형태와 공간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의 의미를 기억하고, 앞선 건축의 흔적들을 존중하며, 총체적인 환경의 상처와 기억의 아픔들을 치유하려는 소중한 가치들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자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한옥과 성당이 만나다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한옥과 성당이 만나다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 현존 최고(最古), 용머리 팔작지붕, 단청된 서까래, 연꽃무늬 성당 강화도에서만, 그리고 강화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역사의 흔적일까? 성당이라 불리지만 외양은 영락없이 국보급 사찰 대웅전의 그것과 비슷하다. 강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한옥 건물 한 채.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방주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하는 한옥 담장이 길게 뻗어 있다.추녀마루 위에는 불교식 용두(龍頭)가 올라와 앉아 있고, 홀수 칸으로 셈하는 전통 한옥과는 달리 정면 4칸, 측면 10칸의 짝수로 구성된 건축 구조, 천장까지 하나로 높이 뚫려 있는 내부 중층(中層)은 한 눈으로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더해 불교 사찰에서나 있음 직한 주련(柱聯: 한옥 기둥에 적어놓는 한시 구절이나 한자들)들도 기둥마다 어김없이 걸려 있다. 그것도 성경 구절을 한자로 번역하여. 동서양의 만남이다. 강화도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한옥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 성당으로 가 보자.# 경복궁 도편수가 만든 바실리카 양식의 교회 이 한옥교회의 정확한 명칭은 바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大韓聖公會 江華聖堂)’이다. 대한제국 시절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으로 현재 대한민국 사적 제 424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건축 당시를 살펴보자면, 프랑스가 일으킨 병인양요(1866)와 미국의 신미양요(1871)를 경험한 강화도 주민들에게 신사적인 영국 사람들은 적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영국 성공회측은 1897년 조선 왕실의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의 교관으로 와 있던 영국 장교 콜웰(Callwell)대위로부터 강화 중심부에 관사와 대지 3천여 평을 매입하여 1900년 11월 15일 성베드로와 바우로의 성당으로 축성한 곳이 현재의 강화성당이다.강화성당의 외부는 전통 한옥 양식으로, 내부는 기독교 건축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중앙에 기도공간이 있고, 좌우에 통로가 있는)으로 지어진 서구 기독교 토착화의 산물로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매 주일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성당규모는 250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40간 규모로 지었으며 1층에는 전실(현관)과 퇴실(예복실) 그리고 두 줄로 늘어선 기둥 외측에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회랑을 배치하였다. 또한 높은 천장에는 자연 채광을 할 수 있도록 당시에는 드물게 유리창을 냄으로써 서구교회의 전통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을 도입하였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기독교 서구 문화의 조화로움을 위해 노력한 흔적들은 건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여기데 더해 건물의 웅장함과 견고함을 고려해서 건축 자재인 목재는 수령 백 년 이상의 백두산의 적송을 조마가(제3대 주교 M.N.Trollope) 신부가 직접 신의주에서 구하여 뗏목으로 운반하였다. 또한 나무를 다루는 도목수는 경복궁 중수에 참여하였던 도편수가 직접 맡았으며, 중국인 석공과 강화 지역 교우들이 참여하여 1년여 만에 성당 건축이 완공되었다. 또한 불교와 유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와 훼화나무(선비나무)를 성당 좌우편에 한 그루씩 심어 전통문화를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기울였다.한 세기를 지나도 배척되지 않은 외래문화의 생존력이 돋보이는 곳, 외침 잦은 강화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강화 성당의 놀라운 생명력은 지금도 여전히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강화성당에 대한 여행 10 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강화도에 간다면 반드시, 필수 코스. 의미 있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끼리, 가족 단위 나들이 3. 가는 방법은? - 강화군 강화읍 관정길 27번길 10 / 934-6171(032)- 일반버스 96번. 강화군청정류장 하차 4. 감탄하는 점은? - 성당내부의 목조 양식들. 긴 한옥 성당의 외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말에는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6. 꼭 봐야할 것은? - 세례대, 교회기, 교회종, 한옥사제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참게정식 ‘국화호수’, 부대찌개 ‘부일식당’, 젓국갈비 ‘왕자정’, ‘ 일억조식당’ 곰탕 ‘한우방’, 생선회 ‘용흥궁횟집’, 돼지갈비 ‘푸른솔가든’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tour/tourInfoDetail.do?tour_seq=64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자연사박물관, 강화 역사박물관, 전등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특이하다.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찾을 수 없는 형태의 한옥 성당. 100년의 시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 방문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곧 퇴직하시나요? 함께 준비해요” 구로의 중장년 전직스쿨

    “곧 퇴직하시나요? 함께 준비해요” 구로의 중장년 전직스쿨

    서울 구로구가 중장년층 퇴직 예정자들의 제2의 인생 설계를 돕기 위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구로구는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손잡고 ‘2019년 중장년 전직스쿨’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전직스쿨은 40세 이상인 중장년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오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모두 9회에 걸쳐 열린다. 목공, 드론, 제과제빵, 바리스타, 1인 미디어, 도시농부 등 미래 유망직종 및 구직자의 선호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으며, 교육 과정별로 선착순 20명씩 모집한다. 목공 과정은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와 의자 만들기 체험을, 드론 과정은 드론을 활용한 영역 소개와 조립 및 조종 실습을, 1인 미디어 과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 전략 수업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실습을 진행하는 등 이론과 실전 경험을 병행해 프로그램이 이뤄진다는 게 구로구 측의 설명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취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중장년 재도약 프로그램, 장년 나침반 생애설계, 경비원 취업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직스쿨이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는 중장년층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2019 제6회 형평문학상 수상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2019 제6회 형평문학상 수상

    소설가 조해진(43)씨가 2019년 제6회 형평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뽑혔다. 경남 진주시는 3일 올해 형평문학상 심사결과 본상 수상작으로 조 작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가 선정됐다고 밝혔다.지역형평문학상에는 주강홍(68)씨의 시집 ‘목수들의 싸움수칙이 선정됐다.형평문학상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표적인 인권운동으로 평가되는 진주형평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문학과 지역발전에 기여한 작가에게 주는 문학상이다. 올해 형평문학상 본상 수상자 조씨는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한없이 멋진 꿈에’, ‘여름을 지나가다’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수상작 ‘빛의 호위’는 조씨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한 순간 개인의 아슬 아슬한 삶의 빛이 다른 사람에게는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감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 한다. 올해 지역형평문학상 수상자 주씨는 2003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한 뒤 시집 ‘망치가 못을 그리워할 때’를 냈다. 진주예술인상, 경남시학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진주문인협회장을 거쳐 진주예총회장을 맡고 있다. 지역형평문학상 수상 시집 ”목수들의 싸움수칙’은 ‘체험적인 삶에서 사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낯선 새로운 언어로 표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형평문학상 심사는 시인 및 평론가인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및 숭실대 교수인 이경재, 소설가 최인석씨 등이 맡았다. 지역형평문학상은 시인 복효근(시인), 채상우(시인, 문학평론가)씨 등이 심사를 맡았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상패, 지역형평문학상은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2019년 형평문학제(4월 13~19일)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 형평문학상 시상식을 한다. 올해 제6회 형평문학제 행사로 시민학생백일장, 찾아가는 문학제(테마가 있는 포토에세이 백일장, 시인과 나누는 대화), 형평문학상 시상식 등이 열리고 형평문학집도 발간한다. 진주시는 형평문학제가 지역사회에 문학 저변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문학정신을 함양하는 동력 역할을 하는 문학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메이저 퀸처럼 굿샷 PGA 킹처럼 이글샷

    남녘에서 들려오는 벚꽃 소식과 함께 골프 시즌이 돌아왔다. 이 무렵 골퍼들의 고민은 장비다. 새로 사거나 교체할 시기도 바로 지금이다. ‘유능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연장을 용도에 맞게 잘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을 유능한 목수라 할 수는 없다. 골프에서도 자신의 몸과 능력에 맞는 연장을 잘 선택하는 것이 멀리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2019년 새봄, 내 몸에 꼭 맞는 골프 장비로 시즌을 시작해 보자.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여기는 남미] 나무로 만든 폭스바겐 타고 자동차 여행하는 부녀

    [여기는 남미] 나무로 만든 폭스바겐 타고 자동차 여행하는 부녀

    특별한 생일을 앞둔 딸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아빠가 중남미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뿌리고 있다. 페루에 살고 있는 비엔베니도 오르테가(56)가 바로 그 주인공. 오르테가는 곧 15살이 되는 딸과 함께 페루에서 미국 뉴욕까지 자동차여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가 잡고 있는 여행기간은 약 2개월, 약 3만2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지만 그가 타고 갈 자동차를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된다. 페루~미국 여행에서 부녀의 애마가 되어줄 자동차는 나무로 만든 차다. 딸을 부탁으로 오르테가가 직접 제작했다. 13살이던 2017년 딸은 문득 아빠에게 "(2019년) 15살 생일에 무슨 선물을 주겠냐"고 물었다. 딸은 그러면서 "아빠가 만든 차를 타고 해외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중남미에선 15살 생일을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일로 여긴다. 연회장을 빌려 결혼식 피로연보다 성대한 파티를 치루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특별한 생일을 앞둔 딸이 '특별한 부탁'을 하자 아빠 오르테가는 당장 자동차 제작에 착수했다. 평생 가구를 만드는 목수로 일한 그는 쉐보레의 소형차 코르사를 모델로 뚝딱뚝딱 첫 나무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시험 삼아 주변국으로 해외여행에 나섰지만 콜롬비아에서 나무 차량의 수명(?)이 다한 것. 그는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나무 차량 제작에 착수했다. 이번엔 한때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끈 폭스바겐 비틀 1세대를 모델로 삼아 작업을 했다. 이렇게 8개월 만에 완성된 차량이 곧 뉴욕으로 떠날 '나무 비틀'이다. 오르테가는 "나무로 만든 차를 타고 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야말로 '사량의 여행'이 될 것 같다"며 "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페루레푸블리카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패랭이꽃/김해화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야윈 철근쟁이 한 명늙은 목수 한 명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튼튼한 철근쟁이들 몰려와좀 더 튼튼하게 철근을 넣어도무너진 사람들 일어서지 않습니다 살아남아 캄캄한 가슴으로쓴 소주 마시던 사람들가벼운 바람에무재해 깃발 한 번 흔들리면뜨거운 눈물로 피 묻은 이름 씻어가슴에 묻습니다 휘어진 철근토막부러진 나무토막불도저 삽날에 밀려피 묻은 여름도 함께 파묻힌 공사장철근을 메다 말고 담배 한 대참가을 서늘한 햇살에 젖는데 철근 야적장 옆 언덕 위철 지난 패랭이꽃 붉습니다 -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다. 살다 보면 지옥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들이 죽은 뒤 천국에 간다면 정말 아닐 것 같다.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 돌보라고 힘을 준 장관, 국회의원들이 자기 몫만 챙겼는데 천국에 간다면 신은 노망했거나 사탄의 형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스무 살 비정규직 젊은 청춘들이 외주 공사장에서 죽어 간다. 그들이 지닌 낡은 가방 안에 공통적으로 컵라면이 들어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가방 안에 컵라면을 넣고 힘없는 이들을 찾아다닌다면, 그때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곽재구 시인
  • 과목별 교사 달라져도 겁먹지 마라… 자유학기제는 적성 살릴 기회

    과목별 교사 달라져도 겁먹지 마라… 자유학기제는 적성 살릴 기회

    약 1주일 뒤면 중학생으로 등교를 해야 하는 예비중학생(초6)들은 걱정이 많다. 학부모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중학교 때 성적이 입시에 반영된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는 식으로 부담을 주기 쉽다. 학생들도 부모와 주변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 학교 생활의 변화 측면에서도 중→고보다는 초→중이 변화가 더 크기 때문에 입학 초반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변화를 겪거나, 겪을 아이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기보다 어떻게 변할지 구체적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 아이들의 적응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어떤 점이 다른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과목별 변화 파악해 수업 적응력 높여야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과목별로 선생님이 다르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서 체육이나 음악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한 명의 담임 선생님과 생활했던 아이들은 매 수업시간마다 들어오는 다른 선생님들을 접해야 한다. 수업시간도 기존 40분에서 5분 늘어난 45분이다. 5분의 차이가 별거 아닐 것 같지만 매 수업시간을 5분씩 길게 듣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이 쉽지 않다. 1주일에 1~2회 7교시 수업을 하게 되면 오후 4시가 돼서야 수업이 끝나는 날도 있다. 과목수도 늘어난다. 사회 과목 외에 역사와 도덕을 별도로 배우고, 선택과목으로 한문이나 정보, 생활외국어 등을 고를 수 있다. 선택과목은 학교별로 다르니 진학하는 학교에 미리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기초 개념 중심의 초등학교 수업과 달리 중학교 수업은 보다 심화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던 아이도 초등학교 때와 비슷하게 공부하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공부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목별 변화를 익히고 그에 맞는 학습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중학교 수업 적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국어는 초등학교와 달라지는 학습용어가 많다. ‘낱말’을 ‘단어’라고 하거나 ‘중심 생각’을 ‘주제’라고 한다. 바뀌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시, 소설, 설명문, 논설문 등 글의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며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영어는 문장의 패턴만 익히는 초등학교와 달리 직접 써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중1 영어에서 배우는 문법을 확실히 익혀 놓으면 중등 전체 과정의 초석이 된다. 수학은 최근 복잡한 계산을 하는 능력보다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하는 추세다. 수학적 추론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 유형을 풀어보며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모든 학교가 같은 교과서를 쓰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부터는 학교별로 교과서를 선택해 쓴다. 국어의 경우 지문이나 소설 등 작품이 교과서별로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늘어날 수 있다. 김덕유 천재교육 중등개발본부 팀장은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러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학습 내용을 간단하게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다”면서 “보통 ‘공통 개념 기본서’로 부르는 참고서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험 없지만 평가 많아… ‘노는 기간’ 아니다 중학교에서는 수행평가 결과가 학생부에 기록되고 고입과 대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즐겁게 참여하되 유형별로 접근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면 좋다. 수행평가는 크게 수업참여형과 시험형, 과제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수업참여형 수행평가에서는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할 때는 자신감 있게, 조별 활동에서는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되 다른 조원들의 이야기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시험형 수행평가는 평소 학습할 때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을 숙지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두면 도움이 된다. 과제형 수행평가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개성과 독창성을 부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리적인 형식을 곁들여 풀어내도록 해보자. 자유학기(학년)제는 ‘노는 기간’이라고 오해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2016년부터 전체 중학교에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지난해부터 원하는 학교에 한해 1년간 운영하는 자유학년제로 시행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보통 오전에는 토론과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이 주도하는 참여형 수업이 진행되며 오후에는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이 이뤄진다. 김 팀장은 “자유학기제에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해당 기간 중 창의력 향상과 학습 동기부여 등 자유학기제 도입 목표를 충실히 얻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에 지필고사가 치러지지 않지만 과목별 기본서를 학습해 둔다면 2학년 이후 학습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이주열풍 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新 3多에 우는 제주

    이주열풍 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新 3多에 우는 제주

    최근 5년간 月 1000명 넘던 이주인구 지난해 12월에는 50명 이하로 줄어 내국인 개별 관광객도 8.1%나 감소 숙박업체 객실 수는 2배 이상 껑충 과잉개발로 환경파괴…미분양 최대 “관광 양적 성장 탈피… 내실 다져야”3년 전 제주로 이주했던 박모(45)씨는 최근 제주를 떠났다. 제주의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던 박씨는 지역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해부터 일할 곳을 찾지 못했다. 박씨는 13일 “개발 바람으로 3년 전만 해도 제주 건설현장에는 일자리가 수두룩했는데 지난해부터 일감이 뚝 떨어져 마트 배달부로 일하기도 했다”면서 “제주에서는 더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감 끊긴 제주… 살길 막막해 떠나요” 제주에서 소형 호텔을 임차해 중국인 대상 숙박업소를 운영 중인 이모(52)씨는 사업을 정리 중이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이후 중국인의 발길이 뚝 떨어져서다. 이씨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제주에서 사라진 데다 경쟁 숙박업소도 우후죽순 늘어나 직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해 임차기간이 남았지만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줄을 잇는 제주 이주민과 폭증하는 제주 관광객.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제주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주민 행렬이 종적을 감췄고 폭증하던 관광객도 내리막이다. 잘 나가던 제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제주 이주 열풍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매달 1000명씩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이주인구가 지난해 12월 50명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락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순유입 인구는 2014년 1만 1112명, 2015년 1만 4257명, 2016년 1만 4632명, 2017년 1만 4005명 등 해마다 1만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에 정착했으나 지난해에는 8853명을 기록하며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월별 제주 순유입 인구를 보면 제주 이주 열풍의 확연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월간 순유입 인구는 1월 1038명으로 시작해 6월에는 766명, 9월 467명, 11월 259명으로 줄어들더니 12월에는 47명에 불과했다. 제주 이주 열풍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는 2009년까지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은 ‘전출초과’ 지역이었지만, 2010년부터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순유입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순유입 인구는 2010년 437명,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 1112명 등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1만 4000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갑자기 곤두박질쳤다.이처럼 이주 열풍이 꺼진 이유에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의 ‘2018 제주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10년 미만 제주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주를 결심한 주된 이유는 ‘회사 이직 또는 파견’, ‘새로운 직업·사업 도전’, ‘새로운 주거환경’,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건강·힐링을 위한 환경’, ‘자녀의 교육환경’, ‘퇴직 후 새로운 정착지’ 등이었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까지 리조트가 들어서는 등 과잉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이 이어지면서 자연과 더불어 삶의 질을 찾아 제주에 오던 사람들이 더는 제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농업과 서비스업 등 새로운 직업·사업을 찾아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실패하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다시 육지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주거환경 역시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언어와 관습 등 지역 문화 또는 지역주민과의 관계 면에서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도 이주민 감소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구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제주 곳곳에 마구 지은 주택은 분양되지 않아 제주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제주 미분양 주택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며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제주는 1295호로 전월 1265호보다 2.4%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사실상 ‘빈집’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50호로 전월보다 14호(1.9%) 늘었다. 한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제주 이주 바람이 불자 육지의 소규모 업체까지 제주에 와 은행 빚을 내 토지를 구매해 주택을 마구 짓기 시작했고 지은 집이 제때 팔리지 않아 이미 도산한 업체도 수두록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431만 3000여명으로 전년 1475만 3000여명보다 3.0% 줄었다. 2017년 중국과 사드 갈등이 터진 이후 2년 연속 줄었다. 2017년 이전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0년 757만명에서 2013년 1085만명, 2016년 1585만여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제주의 관광객 감소는 내국인 개별 관광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개별 여행객은 1039만여명으로 전년 1130만여명보다 8.1% 줄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돈이 되는 해외 노선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여행객들이 외국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내국인 관광객 증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최근 ‘경제 브리프’에서 “제주 내국인 관광객은 해외여행 접근성 확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줄지만 숙박업소는 과잉 공급돼 앞으로 제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숙박업체 객실수는 지난해 7만 1822실로 2012년 3만 5000실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루 평균 체류 관광객수가 17만 6000명임을 감안할 때 필요한 객실수는 4만 6000실로 추정돼 나머지 2만 6000실은 남아돌아 경영 악화로 문 닫거나 휴업하는 업체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관광호텔 등 6개 관광숙박업소가 폐업했다. 여관 등 일반숙박업소는 사정이 더 심각해 지난해 30곳이 문을 닫았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숙박 수요는 2015년 이후 관광객 증가세 둔화, 평균 체류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황이지만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며 “지금도 대규모 신규 호텔 등이 건설되거나 계획 중에 있어 향후 작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숙박업체(호텔 기준)의 객실 이용률은 2014년 78.0%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66.7%, 2016년 63.6%, 2017년 58.5%로 급락했다. ●道, 뱃길 관광 활성화·특화 콘텐츠 발굴 주력 제주도는 감소 추세로 돌아선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뱃길 관광 활성화, 제주 특화 콘텐츠 발굴 등 맞춤형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이달부터 밀레니엄 세대(1982~2000년생)를 대상으로는 제주의 문화와 레저스포츠 등을 홍보하고, 베이비붐 세대(1958~1963년생)는 휴양과 치유를 테마로 한 마케팅을 집중하기로 했다. 도는 이 같은 세대별 맞춤형 관광을 통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제주는 단기간에 과잉 관광으로 인한 하수와 쓰레기, 교통난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났고 이제는 양적 관광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관광정책을 전환하는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금융상품 실질수익률 공개에 보험사 ‘울상’

    금융상품 실질수익률 공개에 보험사 ‘울상’

    초기 사업비 많이 떼는 보험사는 불만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률 통보 불가피”앞으로 펀드, 보험, 연금저축 등 금융상품의 실질수익률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사들이 수수료, 세금 등을 빼지 않은 채 명목수익률만 안내하면서 정작 소비자는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가입한 상품이 잘 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 상품의 경우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안내할 수밖에 없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월부터 금융사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운용실적 보고서에 ‘표준요약서’를 추가해 실질수익률을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표준요약서에 담기는 공통지표에는 고객이 낸 원금과 금융사가 차감한 수수료, 누적수익률, 연평균수익률 등이 포함됐다. 실질수익률 제공 방안에는 평소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윤석헌 원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게 금감원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해 9월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도 윤 원장은 “보험사는 보장 내용, 명목수익률을 강조하지만 사업비와 실질수익률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는 따가운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상품별로 보면 펀드는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과 중간 환매 예상 금액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투자금 1000만원, 증권사 수수료가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펀드액이 990만원이라면 수익률을 10%(900만원 대비)라고 안내하는 곳이 있지만, 앞으로는 실질수익률 -1%라고 공지해야 한다. 총납입 보험료에서 수수료를 차감하고 적립금만 공개했던 보험사도 실질수익률을 제시해야 한다. 납입 보험료가 1억원이고 보험사가 가져간 비용이 700만원이라면 그동안에는 ‘계약자적립금 9300만원’을 병기하는 데 그쳤지만, 향후에는 누적수익률 -7%가 함께 기재된다. 금융업계에서는 기존 정보로도 소비자가 수익률을 유추할 수 있었던 만큼 대체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는 것은 감안하지 않고 보험료와 적립금만 가지고 수익률을 내면 상당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통보받는 변액보험 고객이 속출할 것”이라며 “수익률을 오해해 중도 해지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가 입는 피해도 크다”고 전했다. 생보사들은 보장성 변액보험을 실질수익률 공개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토지’의 행간에서 읽는 인간의 품격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토지’의 행간에서 읽는 인간의 품격

    잃어버린 품격을 찾아서/김윤자 지음/생각의힘/232쪽/1만 5000원품격이란 무엇일까. 이를테면 악다구니 쓰는 이웃과 지인들을 보면서 대거리하거나 일희일비하는 게 아니라 문학작품의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의 대화를 떠올리는 것쯤 되겠다. 그러면서 인생의 맛을 역사와 문학에서 찾아내는 것. 그것이 품격 아닐까. 이 책에서 그 ‘문학작품’은 박경리의 ‘토지’다. ‘토지’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나라가 격동하던 근현대사의 기간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남고 뜻을 폈는지 그린 소설이다. 소설 자체가 다루는 세계의 규모도 크지만, 집필에 관련된 숫자도 남다르다. 26년, 소설이 집필된 시간. 4만여장, 소설이 펼쳐진 원고지의 분량. 600여명,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작가 박경리의 머릿속에 펼쳐지던 드넓은 세상은 펜 끝을 거쳐 독자에게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계급적 차이가 생각의 차이로 확장되는 순간에 송장환과 길상의 대화를 떠올리고, 선명하고 날카로운 적의가 드러나는 순간에 자유로운 인간이었던 목수 윤보의 말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의 저자 김윤자는 바로 그 세계로 독자들을 불러와, 함께 인간의 품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경제학자다. 청주여자상업고교를 나와 공무원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신문기자로 근무하다 1980년 전두환 군부의 언론탄압사태로 강제 해직되면서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로 진학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는 굴곡의 삶을 거쳤다. ‘토지’와 같은 시대는 아니었지만, 이후로 이어진 엄혹한 역사 속에서 그는 ‘토지’의 인물들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 맞서야 했을 것이다. 그가 ‘토지’를 처음 읽었던 때는 강제 해직 이후 대학원 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때였다고 한다. 대학원에 떨어진다면 더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던, 백척간두 앞에 선 것 같았던 그때 읽었던 ‘토지’를 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읽는다. 처음에는 스토리의 재미를 따라가며, 나중에는 현재의 삶과 겹쳐서. ‘토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기꺼워하며 함께 읽을 만한 책이다. ‘토지’를 읽지 않았더라도 맥락을 짚어 가며 음미해 볼 만한 부분이 많다. 무미건조한 역사 서술과 다르게, 문학은 당시의 삶을 납작하게 전시해 놓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미 사라진 시대의 육성을 생생하게 되살려 놓는다. 이 책은 문학의 그 부단한 시도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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