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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새크리파이스(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시공사 펴냄) 흔치 않게 로드레이스(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한 스포츠 소설이다. 육상선수였던 주인공 시라이시 지카우는 맹목적으로 일등만 추구하는 육상에 회의를 느끼고 에이스를 우승시키기 위해 수많은 어시스트들이 당당하게 완주를 포기할 수 있는 로드레이스에 매력을 느낀다. 스포츠를 통해 느끼는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절묘하게 책으로 옮겨놨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고영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이후 4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유년의 기억, 극진한 사랑, 일상적인 일들, 민중의 이야기 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각각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하고자 했다. 친숙하고 개연성 있는 정서에 책이 쉽게 읽힌다.
  • “슬프지만 유머도 좀 있어… 내 영화 잘 관찰하고 웃어라”

    “슬프지만 유머도 좀 있어… 내 영화 잘 관찰하고 웃어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8일까지)가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초청한 감독은 유럽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폴란드 출신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71) 감독이다. 지난 2일 방한 첫날, 전주 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장시간 비행과 시차 때문에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빛은 형형하고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1960년부터 2008년까지 그가 연출한 22편의 영화 가운데 ‘출발’(1967년·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외침’(1978년·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문라이팅’(1982년·칸영화제 각본상) 등 주요작 9편과 그의 인생을 담은 다미앙 베르트랑의 다큐멘터리 1편(2003년 ‘영화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등 모두 10편이다. 그는 “전주영화제가 내 작품을 상영해 매우 기쁘고 영광이다.”면서 “중요한 작품이 거의 다 들어가 있으며, ‘등대선’만 추가됐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다만 상영작 ‘페르디두르케’에 대해서는 “내가 싫어하는 영화”라며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번역이 불가능한 폴란드 소설을 영어로 제작했기 때문에 애초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반스탈린주의에 상영금지돼 망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작품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손들어!’(1967년)가 반스탈린주의적 성향 때문에 자국에서 상영금지되자 해외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야 했다. 이후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지를 떠돌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딥 엔드’, ‘외침’ 등을 찍은 영국에서 영화적 지식을 숙련되게 쌓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때 영화 증오… 17년간 화가 활동 1991년 ‘페르디두르케’를 찍은 이후 17년 동안은 오직 전업화가로만 활동했다. 그는 “‘페르디두르케’를 끝내고 그 영화를 거의 증오하게 돼 영화작업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영화계 공백기는 그의 말에 따르면 “예술가로 재탄생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림에 집중하면서 열정을 되찾게 됐으며, 진정한 화가가 되려는 야망도 채울 수 있었다.”면서 “배우 잭 니컬슨, 데니스 호퍼를 비롯해 많은 개인 컬렉터들과 박물관이 내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내놓은 복귀작 ‘안나와의 나흘 밤’은 2008년 칸영화제에서 “과연 거장”이란 찬사를 이끌어 냈다. 감독은 유럽의 영화혁명인 누벨바그와 교류하는 등 동시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누벨바그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었다.”면서 “1965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뉴시네마 페스티벌에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르코 벨로키오, 밀로스 포먼, 얀 네메치, 폴커 슐렌토르프, 알렉산더 클루게 등 각국의 감독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타일은 분명 공통점이 있었지만, 사실 모두들 누벨바그를 독립적으로 재창조하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초면 주연배우에 12번이나 침뱉은 일화도 감독은 다수의 작품에서 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에 출연했다. 당시 에피소드를 묻자 첫 촬영에서 주연 비고 모텐슨에게 침을 뱉어야 했는데 테이크(take)를 여러 번 가서 초면인 그에게 침을 12번이나 뱉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영화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르면 올해에도 제작자 제레미 토머스와 함께 새 영화 ‘에센셜 킬링’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법에 대해 거장이 제시한 해답은 간명했다. “슬프지만 약간이라도 미소 지을 만한 유머감각이 있을 것이다. 관찰하고 웃어라.” 글ㆍ사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연령대별 독서교육 어떻게

    연령대별 독서교육 어떻게

    책읽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추상적인 필요성 때문만이 아니다. 당장 눈앞의 입시와 맞닿아 있다. 입학사정관제, 논술고사, 토론·심층면접 등 정답없는 시험이 늘어나면서 결국 해답은 독서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독서교육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무작정 읽으란다고 읽는 아이들은 없다. 또 하루종일 수업과 학원에 시달리느라 책 읽을 시간 만들기도 쉽지 않다. 한우리독서논술 이언정 선임연구원은 “독서교육에도 연령에 맞는 독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아이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독서시간을 정해두고 독서방법 노하우를 제시한다면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고 했다. 연령대에 맞는 독서 전략을 알아본다. ■ 유아 - ‘엄마의 동화구연’ 흥미 자극 유아들은 5분 이상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 집중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내용의 책을 고르자. 또 아이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남들이 좋은 책이라고 해서 혹은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아이가 책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엄마가 중요한 장면에서 동화를 구연하는 방법도 좋다. 혼자 읽게 하다가도 중요한 부분은 따라 읽어주면서 이야기와 그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엄마와 함께 놀고 대화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도록 하자. 급하게 독후활동을 강요하는 건 금물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은 뒤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자. 함께 그림을 그린 뒤 엄마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독후활동을 하면 책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아이가 책을 놀이로 알고,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 ■ 초등 - 우정 다룬 내용 사회성 길러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사건을 순서대로 계열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 주변의 현실적인 대상에 흥미를 보인다. 따라서 실생활을 바탕으로 상상이 가미된 동화나 친구 사이 우정을 그린 책을 추천하는 게 좋다. 사회성을 기르고 사고력을 넓힐 계기가 된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그림이나 사진, 단어에 운율이 있는 형식의 책을 선택하고, 이를 읽는 동안 긍정적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게 필요하다. 또 책을 읽은 후에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고학년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다. 즉 ‘이해력 독서’가 시작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글을 좀 더 정교하게 읽으며 주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덧붙일 수 있는 시기이므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들을 읽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살려 주는 선에서 다양한 질문하고 답변을 들으면 좋다. 생각을 확장하고, 더 많은 재미난 내용들을 기억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 중등 - 성장소설 사춘기 불안 해소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우리독서논술 오용순 선임연구원은 “중학생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인물을 다룬 성장소설을 통해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자신과 비교해보는 경험이 정신적 성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기의 책 읽기와 논술능력은 학습능력 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시기 편안하게 즐긴 문학 독서는 고등학교 진학 후 수능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나중에는 꼭 익혀야 하는 필수 지문이지만 이 시기에는 즐거운 소일거리일 뿐이다. 당장 성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무턱대고 독서를 막는 부모는 없어야 한다. 비문학 독서를 읽을 때는 중심내용과 세부사항을 분별하며 읽는 독서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연습으로 많은 장르의 읽기자료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 신문 읽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사회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울 수 있고 깊은 사고력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 고등 - 고전·수필·시 입시에도 도움 고등학생은 다소 분량이 많고 심도있는 내용의 책까지 별다른 무리없이 읽어갈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당면한 대학 입시 때문에 많은 독서량을 소화하기는 무리다. 각 분야별로 주제를 정해 대표적인 책 한 권을 선정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내용의 지문들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응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또 학업 스트레스나 독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고전, 수필, 시 등을 권하는 것도 좋다. 마음의 여유도 찾으면서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리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도움말 한우리독서논술
  •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김달진 문학상이 최고의 문학상을 향한 진화(進化)를 거듭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에는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시집 ‘겨울밤 0시 5분’이, 평론 부문에는 최유찬(58)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평론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각각 수상작으로 뽑혔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김달진 문학상 심사를 앞두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로 비슷한 연배나 특정 경향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결정해온 문단의 관행을 깨보자는 것이고, 두 번째로 최고의 문학상의 권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뽑자는 것이었다. 시 부문 상금이 2500만원으로 상향조정(종전 2000만원, 평론은 2000만원)된 배경이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황동규’라는 원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근거가 됐다.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우직하게 매진하며 평론에서 일가를 이뤄낸 최 교수가 수상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 부문-시인 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끊임없이 삶과 부딪쳐 작품 세계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삶과 부딪칠 때는 늙음도, 젊음도 따로 없습니다. 사람과 삶, 세상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시집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51년 시 세계에는 매너리즘이 끼어들 틈이 없다. 화려했던 어느 시절을 돌이켜보거나, 나이가 많다고 하여 삶을 관조하는 듯한 작품은 책상에 눌러 앉아 머리로만 시를 쓰는 이들의 몫이라고 잘라 말한다. 황동규의 시가 가진 미덕은 추상적 사유에 구체성을 불어넣는 것, 세상을 관조하지 않지만 관조되어지는 것, 그래서 자연스러운 시 읽기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삶과 부딪쳐 쓴 ‘현장파’ 시집 원로급인 황동규의 수상은 김달진 문학상이 주로 중견 시인들이 받아 왔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하지만 오로지 삶과 부대끼며 사람과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서정의 샘을 파헤쳐온 ‘현장파’의 시집이 이견없이 수상작품으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그는 “시집 낸 직후 독자들과 선후배 동료들이 이메일 등을 보내 잘 읽었다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냈던 14권의 시집 중 반응은 제일 좋았고 김달진 문학상까지 받게 돼 더욱 흐뭇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정신으로 시어 이끌어 특히 그가 강조하는 점은 ‘계획없이’ 얽매이지 않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어느 후배에게 이제 시집 1, 2권 더 내고 끝내야겠다고 했더니 79살 된 미국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 제목을 줄줄이 들이대며 혼내키더라. 죽을 때까지 계속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이숭원(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사소한 자연의 변화, 사람 마음의 미세한 기미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하여 ‘몸의 맛’과 ‘삶의 맛’, 그리고 ‘시의 맛’을 살려내려는 사랑의 정신이 그의 시를 이끈다.”고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시인 황동규 ▲193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58년 ‘현대문학’에 ‘시월’, ‘즐거운 편지’, ‘동백나무’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상작 ‘겨울밤 0시 5분’(2009)을 비롯해 ‘꽃의 고요’(2006), ‘풍장’(1995) 등 14권이 있음 ■평론 부문 - 최유찬 교수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 ‘소설 토지’와 ‘게임서사’,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두 개의 키워드를 붙잡고 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다. 둘 사이에 연결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최유찬 연세대 교수는 그 작업의 결실 중 하나인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서정시학 펴냄· 2008)으로 이번 제20회 김달진 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다. ●토지 독법 게임서사에도 적용 소설 ‘토지’에 대한 최 교수의 애정은 십년 세월을 넘어섰다. 1996년 ‘토지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토지 관련 서적을 꾸준히 내고 있는 그는 “토지를 통해 작품을 읽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체득했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포클레스’로, 루카치가 ‘도스토예프스키’로 문학이론을 정립했듯이 최 교수는 토지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 셈이다. 실제로 그 방법을 다른 작가와 작품에 적용한 대표적 예가 2006년 나온 채만식론인 ‘문학의 모험’을 비롯, 수상작에 수록된 ‘신석정론’과 ‘오영수론’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토지의 독법을 문학작품을 넘어 게임서사에도 적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서사는 그가 토지를 통해 정립한 ‘상(象)을 읽는 독법’을 적용하기에 가장 알맞은 서사 형태다. ●우리 비평 너무 서구이론에 경도 그는 “이 독법은 텍스트를 읽은 후 눈을 감고 차례로 전체 텍스트를 떠올릴 때 남아 있는 영상의 형태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게임서사가 그런 식의 지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이 방법으로 문학작품과 게임서사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해 갈 생각이다. “동·서양 전통을 융합한 비평방식을 개척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의 비평 경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 전통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우리 비평들은 너무 서구 이론에 경도돼 있다.”고 비평계의 각성을 요구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평론가 최유찬 ▲1951년 전북 부안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저서로 ‘한국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2008), ‘컴퓨터게임과 문화’(2004), ‘문학텍스트 읽기’(2004) 등 ▲2007년 연세대학교 학술상, 1996년 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상 등
  • [제20회 김달진문학상] 비슷한 연배 중심 수상 관행 깨

    ■ 진화하는 김달진문학상 황 시인이 지난달 출간한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심사위원들(김인환, 김명인, 조정권, 이숭원, 최동호·이상 존칭 생략)로부터 한목소리로 “감각과 감성으로 쌓은 언어의 금자탑에 정신의 높이까지 자리잡은 최상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여기에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몸 전체의 감각으로 표현한 한국문학사 최초의 시인”이라는 극찬까지 더해져 이견의 여지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또한 문학평론가인 최 교수는 그동안 꾸준하고 우직하게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천착하며 평론 연구의 깊이와 영역을 심화시켰다. 특히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은 그의 ‘토지’에 대한 연구 성과를 컴퓨터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읽고 해석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온 독보적인 작업이 높게 평가받았다. 김윤식, 김종회, 문흥술, 유성호, 최동호(이상 존칭 생략) 등으로 꾸려진 평론 부문 심사위원들은 “‘토지’라는 단 한 작품을 줄기차게 파고들어 그 작품을 보편성의 영역으로 밀어올린 비평적 치열성은 그가 만들어낸 비평적 지형도의 탄탄한 얼개를 확인시켜 줬다.”면서 “디지털 시대의 상상력은 ‘토지’의 논의와 구체적으로 연결지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학상 빛낸 역대 수상자들은… 월하 김달진(1907~1989)을 기리는 문학상이 제정된 1990년 첫 수상자는 박태일(경남대 국문과 교수)이었다. 당시에는 평론 부문이 없었고 상금도 없었다. 세속의 가치에 초연했던 김달진의 높은 동양 철학과 숭고한 정신세계를 기리는 데는 굳이 상금이 필요없었다. 그 명예만으로도 가슴 벅찰 일이었다. 이후 이준관, 김명인, 이하석, 송재학, 이문재, 고진하 등으로 이어져오는 역대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김달진의 고고한 시 세계를 따라 배우려는 이들로 엄선됐다. 그리고 1998년 평론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 신덕룡 광주대 교수를 첫 수상자로 뽑았다. 생명과 생태, 환경의 가치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후 내처 시인으로 등단,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는 나이 마흔 살에 늦깎이로 등단, 중앙 문단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문인수를 ‘발굴’해 그의 아름다운 시어와 해맑은 감수성의 이미지를 널리 접할 수 있게 했다. 문인수는 일곱 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미당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오는 6월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 시낭송회를 갖고, 시상식은 오는 9월19일 김달진 문학제가 열리는 경남 진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성질이 사납고 게으른 외톨이 늑대가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아이고! 배고파!” 늑대는 배가 너무 고파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있던 마지막 음식을 먹은 지 벌써 나흘이 지났으니까요. 목도 타는 듯이 말랐지만 물이 있을 리가요. 왜냐고요? 이른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한여름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계곡물이 다 말라 버리고 말았지요. 외톨이 늑대는 겨우 몸을 일으켜서 일단 굴 밖으로 나왔어요. 굴속에 앉아 있어 봐야 누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예전에는 말만 하면 엄마가 무엇이든 가져다 주었는데. 지난달에 사냥을 나갔다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요. 그때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면서 엄마한테 먹을 걸 가져오라고 소리치는 게 노래였지요. 그러나 이제 직접 먹이를 구해야지 어쩌겠어요? 오늘은 무엇이든 꼭 먹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숲 속을 뒤져도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거 있죠. 그러자 늑대는 머릿속에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엄마가 보고 싶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었어요! 그럼 왜였냐고요?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서 날 이렇게 고생시키는 거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외톨이 늑대는 엄마를 싫어했어요.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말도 안 했죠. 함께 외출을 하지도 않았고요. 엄마랑 같이 다니는 게 창피했거든요. 나이가 들어 보여 할머니 같은 데다 앞다리 한쪽이 잘려져 다리가 세 개뿐이었거든요. 옛날에 사나운 멧돼지의 공격으로부터 아기 늑대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싸우다 그렇게 되었던 거였어요. 하지만 늑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기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괜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오히려 엄마를 더욱 구박했죠. 거짓말쟁이라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마구 소리를 쳐댔어요. 아무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며 서너 걸음 더 갔을 때였어요. “아니, 이게 뭐야?” 무언가 코끝에 걸리는 게 있지 않겠어요. 늑대는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자세히 살펴 보았죠. “에게게!” 그것은 바로 방울새 알이었어요. 그나마 보통 것보다도 작아 겨우 엄지손톱만 했죠. 어디서 떨어진 것인가 하고 위를 올려다 보았어요. 나뭇가지에 빈 둥지가 거꾸로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지 뭐예요. “어미 새도 있을 텐데?” 늑대는 전에 엄마가 해주었던 통닭을 생각하며 마른 숲 속을 열심히 뒤졌어요. 하지만 어미 새는 없었어요. 하기는 어미 새가 있다 해도 잡을 수가 없었지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사냥방법을 몰랐거든요. 엄마가 그렇게 사냥 방법을 배워두라고 타일렀는데, 늑대는 콧방귀를 뀌며 성질만 부려댔었죠. “에이! 이거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늑대는 방울새 알을 앞발에 올려놓고 막 입에 털어 넣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동작을 뚝 멈췄어요. 그러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중얼거리더니, 알을 잘 감싸 쥐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 다음 자기 굴로 어슬렁어슬렁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걸음걸이도 조심조심 하면서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늑대는 서둘러 마른 풀을 뜯어다가 바닥에 두툼하게 깔았어요.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그 위에 방울새 알을 올려 놓았어요. 그런 뒤 알 위에 살며시 엎드려 방울새 알을 품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찔레나무 둥지에서 딱새가 알을 품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요. “요걸 지금 먹어봐야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러고 보니 늑대는 알을 부화시킨 다음에 잡아먹을 속셈이었지 뭐예요. 그런 나쁜 마음을 갖고서 외톨이 늑대는 방울새 알을 정성스레 품었어요. 배에 땀띠가 나고 허기가 져 어질증이 일어도 이를 악물고 참았죠. 곧 맛있는 방울새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면서 말이에요. 배가 너무 고프면 썩은 나무뿌리를 씹으며, 심지어 흙을 핥아먹으면서 잠시도 둥지를 떠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날짜가 지나갔어요. 그만 포기하고 후딱 집어삼킬까도 여러 번 생각했었죠.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자기 혀를 깨물며 배고픔을 달랬어요. 어느 날, 늑대는 너무도 피곤하고 배가 고파 깜박 잠이 들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알에서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요. 그리고 알이 꿈틀거리는 것도 배에 느껴졌죠. 놀란 외톨이 늑대는 머리를 흔들어 잠을 털어내고 가만히 배를 들어 올렸어요. 그랬더니 알이 조금씩 깨어지며 새부리가 나오는 거지 뭐예요. 연필 끝처럼 조그맣고 뾰족한 부리였어요. 곧 아기 방울새가 머리를 내밀었어요. 그리고 다시 한참동안 안간힘을 쓰는가 싶더니, 드디어 깨어진 알 구멍을 비집고 힘겹게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죠. 알에서 방금 나온 아기 방울새는 눈도 못 뜨고 몸에는 깃털도 하나 없는 게, 그야말로 작은 통닭과 똑같았어요. “고생을 한 보람이 있군!” 늑대는 방울새를 단숨에 삼키려고 입을 크게 벌렸어요. 그런 다음 서서히 아기 방울새에게 뾰족한 이빨이 가득한 입을 가져다 댔죠. 그러다 어찌된 일인지 또 동작을 뚝 멈추는 것이었어요. “아니야!” 한 입에 집어삼키기엔 아무래도 아직 너무 작은 것 같아, 얼마간 방울새를 더 키우기로 했던 거예요. “짹짹! 밥! 짹짹! 밥!” 알에서 나온 아기 방울새는 입을 찢어져라 벌리며 밥을 달라고 졸라댔어요. 매일매일 그게 노래였죠. 그러니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방울새 먹이를 찾아 하루 종일 메마른 숲 속을 헤집고 다녀야 했죠.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처럼 뜨거운 숲 속을 말이에요. 그런데도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먹이라고는 겨우 송충이나 쐐기 네다섯 마리가 고작이었어요. 늑대는 전혀 먹지도 않는 그런 벌레를 어렵게 잡아다가, 이빨로 질겅질겅 씹어서 아기 방울새에게 먹여야 했지요. 구역질이 나서 속이 여러 번 뒤집혔지만, 어쩌겠어요. 방울새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기다리려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참고 참으며 부지런히 날라다 먹였지요. 그러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방울새의 똥과 오줌을 받아내고 잠자리를 갈아주곤 했어요. 외톨이 늑대의 정성으로 아기 방울새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이제 제법 몸에 보들보들한 깃털도 나고 더듬더듬 말도 하게 되었지요. 물론 눈도 뜨고 말이에요. “엄마! 또 주세요! 또!” 아기 방울새는 맛있는 간식을 해달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투정을 하며 늑대를 성가시게 했어요. 어느 정도 크자, 이제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어요. 외톨이 늑대는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따라다니며 방울새에게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줘야 했지요. 그뿐인 줄 아세요?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 등에 업고 달래면서 계곡을 한 바퀴씩 돌아주어야만 했는걸요.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나뭇잎으로 부채질을 하며 모기나 파리를 쫓아야 했고요. 때에 맞춰 간식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또 깃털도 골라주며 늘 신경을 써야 했어요. 방울새가 여름감기에 걸렸을 땐, 사흘 밤이나 꼬박 새워 간호까지 했는걸요 뭐. 그러느라 늑대는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야위어만 갔어요. 얼굴에 주름도 많이 잡혀 나이가 훨씬 더 들어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산등성 너머 멀리까지 나갔다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글쎄, 험상궂게 생긴 비단 구렁이가 집에서 아기 방울새를 물고 밖으로 나오고 있지 않겠어요. “엄마! 살려 주세요!” 방울새는 늑대를 보자마자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요. 두 눈에서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요. “아니? 저것이 내 아기를?” 놀란 외톨이 늑대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비단 구렁이에게 덤벼들었어요. 그런데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지요. 구렁이는 굵은 소나무 가지만 했거든요. 게다가 힘도 엄청나게 셌고요. 그래도 늑대는 열심히 싸웠어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가 찢겨져 피가 철철 흐르도록 말이에요. 앞발까지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늑대는 머리로 구렁이의 가슴을 힘껏 들이받았어요. 그 바람에 구렁이는 입에 물고 있던 방울새를 놓치고, 대신 늑대를 칭칭 감아 버렸죠. “늑대고기를 또 먹게 되었군! 흐흐흐!” 비단 구렁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놓고 두 눈을 번득이며 군침을 흘렸어요. 그러면서 풀숲에 떨어져 울고 있는 아기 방울새에게 소리쳤어요. “거기 꼼짝 마! 넌 이따가 입가심으로 먹겠다.” 그러잖아도 방울새는 온몸이 떨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모습을 본 외톨이 늑대가 크게 외쳤어요. “아가야, 어서 도망 가! 어서!” 늑대가 계속 소리치자, 아기 방울새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풀숲으로 들어갔어요.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말이에요. 늑대는 뒤돌아보지 말고 어서 도망가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멀리! 더 멀리! 이 엄마 걱정은 말고.” 그러면서 늑대는 비단 구렁이가 뒤쫓아 가지 못하도록 꼬리로 나무뿌리를 단단히 잡고 있었어요. 꼬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지 않을 각오였죠. 어떻게든 아기 방울새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비단 구렁이는 천천히 늑대를 삼키기 시작했어요. 구렁이의 삼키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늑대의 꼬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났어요. 그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마저 가물가물해졌어요. 물론 숨도 막혔고요. “방울아! 엄마는 죽더라도 너는 살아남아야 돼. 사랑하는 내 아가야!” 외톨이 늑대는 이제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해서 멀리 도망가라 외쳤지요. 몸은 점점 비단 구렁이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얼마 후 아기 방울새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모습을 구렁이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보고 나서야 늑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 머릿속에 다리가 세 개뿐인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외톨이 늑대는 엄마의 주름 가득한 얼굴을 그리며 속으로 말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엄마가 자기를 키우느라 불편한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 생각을 하며 외톨이 늑대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어요. 자기가 아기 방울새를 키우기 위해 쏟았던 정성보다 몇 배나 더한 정을 퍼부어 주었던 엄마가 너무나 고마웠어요. 반찬투정을 하며 밥그릇을 집어던지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엄마를 구박한 일들도 기억 나 몹시 후회가 되었고요. 외톨이 늑대는 비단 구렁이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무어라고 한 마디 크게 소리쳤어요. 생전 처음 해본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늑대는 끝내 비단 구렁이의 뱃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요. 외톨이 늑대가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이 무엇일까요? 대체 무슨 말이었기에 죽어가면서 그리 크게 외쳤던 것일까요? 그 말은 바로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이었어요.* ●작가의 말 전에 40대 초반의 한 아주머니가 11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봉제공장에서 가져온 일감을 집에서 1차 가공하여 납품하는 일이었는데, 한쪽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이며 이기심이 강하고, 제 엄마를 마치 자기 몸종 부리듯 하며 엄마의 사랑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의 시중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엄마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심지어 놀리기까지 했다. 이 동화는 그 아이를 생각하며 몇 년 전에 써둔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희생적이고 고귀한 것인지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의 품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 것인가를 알게 하기 위해서. ●약력 ▲1960년 충북 보은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2000년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 수상 (강원일보). ▲2008년 장편소설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 수상 (비룡소). ▲현재 춘천 소양강변에서 오로지 소설 창작에만 전념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음.
  •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新한류 기대속에 중국으로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 오는 10월 한국어 버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가 중국 진출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지난 20일부터 3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찾았다. 배우 박은태의 맑고 청량한 음색이 돋보였던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시작부터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중 그랭루아르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박은태가 부른 ‘대성당들의 시대’는 1482년 파리,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대성당 시대의 도래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인한 종말을 노래한 곡이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다’라는 노랫말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든 콰지모드 프롤로 풰비스 세 남자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 배신을 담아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담아낸 안무와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 듣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 노래가 접목돼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2007년 10월 김해에서 한국어버전으로 초연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회 공연을 진행하며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인기에 힘입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중국으로 날아가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 = NDPK)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와! 추억의 만화 클로버 문고

    와! 추억의 만화 클로버 문고

    빵모자를 눌러쓴 나이 지긋한 신사가 한 손으론 도수 높은 안경을 들어올리곤 맨눈으로 전시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다. 명랑만화 ‘맹꽁이 서당’으로 유명한 윤승운(66) 화백이다. 지난 9일 부천종합운동장 안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 ‘클로버문고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만화 관계자들이 기념 행사를 열고 있었다. “당시 만화가는 클로버문고에서 책을 내는 게 소원일 정도였지. 나도 10권 정도 냈을걸. ‘요철 발명왕’은 모두 다섯 권이었는데, 갖고 있는 옛날 책은 한 두 권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기 다 있어 반갑네. 요즘엔 명랑체 만화가 사양길이야. 극화가 유행이지. 우리는 새로 무엇인가 나오면 그쪽으로 몰려가. 일본을 보면 목조 건물도 많지? 우리는 시멘트 건물만 있는 느낌이랄까. 신구 조화가 부족한 게 아쉬워.” 클로버문고는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어문각에서 발행한 만화 문고다. 다양한 장르의 만화는 물론, 어린이 소설이나 자연 과학 책 등으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TV가 귀하던 시절이라 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30~40대라면 클로버문고 한 권을 사려고 부모를 조르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맞춤형 책꽂이까지 주는 전집을 갖고 있었다면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었다. 첫 권이 나왔을 때 한 권 값은 300원, 마지막 429권째에는 700원이었다. ●이정문 화백 등 원로 작가 10여명 참석 클로버문고에선 내로라하는 만화가들이 대거 활약했다. 고우영·길창덕·김삼·박수동·방학기·신문수·윤승운·윤준환·이두호·이우정·이원복·이정문·조항리·차성진·허영만이 그들이다. 클로버문고는 한국 출판 만화의 최고 활황기를 대표한다. 심현필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활약했던 1세대 만화가가 아닌, 2세대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면도 있다. 요코야마 미쓰데루의 ‘바벨 2세’, 와타나베 마사코의 ‘유리의 성’ 등 일본 만화도 우리 작가의 작품인양 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 개념이 확립되지 못했던 당시 현실을 반영한다. 기념 행사에는 1960~1980년대를 풍미한 원로 작가 10여명이 나와 마치 동창회를 여는 것 같았다. 옛 작품들을 보며 저마다 가슴 뭉클함을 토해낸다. ‘심술통’의 이정문(68) 화백은 “아마 돌아가신 고우영씨도 여기 어디 와 있을 거야.”라고 한마디 던진다. “원래 만화가 이런 거야. 단편적으로 했던 거 취합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대본소 만화가 있었다면 이건 최초 서점용 만화인데 토종만화의 축이었어. 만화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까. 이젠 종이 만화가 너무 꺾여 버렸어.” 키가 훤칠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본 ‘고인돌’의 박수동(68) 화백은 ‘구닥다리’라서 할 말이 없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다가 길창덕 화백의 소식을 전한다. “‘순악질 여사’와 ‘꺼벙이’를 그린 길창덕 선생 아시나? 나랑 띠 동갑이야. 10년 전에 폐암 선고를 받았는데 지금은 거의 완치 판정 받았지. 지금도 몸이 자유스럽진 못하지만 그래도 건강하셔. 우리의 대선배라 정초되면 가서 세배도 하고 고스톱 치고 그랬어. 섰다를 하면 선후배도 없었지. 허허허…, 20년 전 이야기야.” 원로 만화가들이 추억에만 잠긴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만화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도깨비 감투’, ‘로봇 찌빠’의 신문수(70) 화백은 캐릭터 발굴을 강조했다. “일본의 헬로 키티만 보더라도 옛날 만화지만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캐릭터 산업이 됐죠. 우리에게도 주옥 같은 캐릭터가 많이 있는데, 발굴해서 키워야 합니다.” ‘강가딘’, ‘소년 007’을 그린 김삼(68) 화백은 “순수 창작 만화가 많아야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쪽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다른 볼거리가 많은 요즘, 이쪽이 어렵다보니 창작 만화를 쏟아낼 후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어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인 조관제(62)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 만화 팬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만화의 우군이 더 많이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 작가들 “캐릭터 발굴” 한목소리 기념 행사의 마지막 순서가 재미있다. 전시관의 나무벽에 각자 만화를 그려넣는 것이다. 은근한 신경전과 함께 사랑방에서처럼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간다. “아, 명당은 다 차지했구만.”(조금 늦게 자리 잡은 이정문 화백), “오랜만에 그리니 잘 안되네.”(‘로봇 태권브이’의 조항리 화백), “그림 그리고 사인도 해야 하나?”(‘주먹대장’의 김원빈 화백), “아따, 캉타우까지 그리네, 무얼 그렇게 많이 그려?”(신문수 화백이 이정문 화백에게)전시회는 7월31일까지 이어진다. 입장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은 휴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2년 결실… 불어권에 한국 알리는 계기되길”

    “12년 결실… 불어권에 한국 알리는 계기되길”

    │파리 이종수특파원│“‘태백산맥’을 포함, 12년 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을 번역하는 데 매달려온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수상은 우리 부부는 물론 조정래 작가에게도 큰 영광입니다.” 재불 번역가 변정원(60)씨와 남편 조르주 지겔메이어(70)씨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번역(프랑스 제목 : La chaine des monts Taebaek, 라르마탕 출간)으로 프랑스어진흥협회(APFA)가 수여하는 ‘레모 도르(Les Mots d’Or : 황금언어) 2008’상(역사발견 부문)을 받았다. 두 사람은 8일(현지시간) 기자에게 수상 기쁨과 번역에 얽힌 애환 등을 들려줬다. 변씨는 “한국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작품 번역으로 ‘황금언어’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이번 수상이 프랑스어권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프랑스의 대통령도 읽어서 한국을 발견하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을 후원하는 불어권 국제기구(OIF)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유네스코와 맞먹는 불어권 국제기구여서 한국을 알리는 창으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겔메이어씨는 “번역자로서 원작을 프랑스에 옮기는 데 충실했다.”며 “이번 수상으로 12년 동안 조정래 작가의 작품(‘아리랑’ 12권, ‘태백산맥’ 10권)을 번역하면서 겪은 고충을 보상받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아리랑’도 번역이 쉽지는 않았지만 ‘태백산맥’은 당시의 복잡한 세계 정세를 비롯해 심오한 불교와 철학 등이 담겨 있어 번역이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황금언어’ 상은 프랑스어 보급·확산을 위해 프랑스 총리실 산하 프랑스어 총괄실과 OIF가 후원하고, 프랑스어진흥협회(APFA)가 주관하는 상이다. 역사발견 부문의 첫번째 수상자인 변씨 부부는 ‘태백산맥’ 번역으로 프랑스어권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프랑스어의 날’인 12일 오후 파리 12구 재경부 문화센터에서 열린다. 글 사진 vielee@seoul.co.kr
  • MB 라디오 연설에 野 “어처구니 없다” 반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고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이야기가 야당 비판인가.”  야당은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야당을 겨낭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안타깝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곳저곳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만찬을 비롯한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야당 대표가 참석해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등 정부의 ‘경제살리기’와 직결된 일부 핵심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참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라면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고 돌아와서 제1성이 야당이 비판하는 것이냐.그것도 공영방송인 KBS를 통해서 메시지 보내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정 대표는 “2월 임시국회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의 무능력함 때문인데 왜 야당을 탓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KBS 라디오에서 벌써 10번이나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있었다.”면서 “KBS는 공영방송 답게 야당에 반론권을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정쟁의 대부분이 경제위기 극복과 상관없는 정권의 권력기반 공고화를 추진하기 위한 ‘MB악법’ 추진에 원인이 있고, 여야가 어렵게 도달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고 여당에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를 종용했던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탓”이라며 “이 대통령은 야당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대통령부터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못 박기 때문에 매번 초당적 협력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라며 “시급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야당의 전폭적 협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밝힌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문제삼았다.우 대변인은 “정치·경제적 주도권이 약한 상황에서 아시아 견인국가가 되겠다는 것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면서 “내우외환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아시아 주도국이 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연설이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이라며 “이념과 정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위기극복을 외면하고 따로 가는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야당을 정면 공격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아버지 소설을 시극으로

    소설가 김지원(66)이 오랜 친구인 소설가 서영은(64)에게 “‘국경의 밤’을 연극화하고 싶다.”고 말한 건 정확히 32년 전이었다. ‘국경의 밤’은 아버지 파인 김동환(1901~?)의 대표작이자 한국 최초의 장편서사시. 김지원은 이 작품을 시극으로 개작하는 작업을 최근 끝내고 문학사상 3월호에 실었다. ‘문학의 위기’는 십년 남짓 동안 지루할 만큼 반복돼온 화두다. 그래서 ‘문학 위기론’ 자체가 위기로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문학의 위기 징후가 쉬 가시지 않고 심화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줄탁동시(?啄同時·병아리가 부화하려면 달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것),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이유다. ‘국경의 밤‘은 1925년 발표됐다. 배경은 만주 접경 두만강변의 작은 마을. 두만강을 건너간 소금 밀수꾼 남편과 남편이 떠난 사이 돌아온 옛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이’가 여주인공이다. 시극 ‘국경의 밤’은 원작에 나오는 시구를 원용하면서도 목소리를 다양화시켰다. 원작은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로 단출하게 시작하지만 새 작품에는 네 여인이 등장한다. 전체 4막(원고지 160장)인 작품은 대체로 원작의 서사를 따르면서 희곡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특히 순이가 청년을 거부하고 남편은 주검으로 돌아오는 등 원작 시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3부는 3막과 4막으로 나눠 장면 연출과 이야기 전환이 쉽도록 했다. 총소리, 바람소리 등 음향효과를 적극 사용해 극의 암울한 분위기도 살렸다. 원작 시 말고도 ‘봄이 오면’, ‘산너머 남촌에는’ 등 김동환의 다른 작품도 집어 넣었다. 이 작품은 김지원의 5년 공백을 깨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지원은 시인 김동환과 소설가 최정희(1912~1990) 사이에서 태어나 1975년 등단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97년에는 ‘사랑의 예감’으로 이상문학상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절필 상태였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김지원은 5년 전 주변에 모든 책을 치워 버리다시피 하고 명상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서영은은 “절필 상태지만 국경의 밤을 꼭 한번 연극으로 올리고 싶다던 꿈은 잊지 않고 작품을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도 “사랑의 갈등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작품해설을 붙였다. 한편 역시 ‘국경의 밤’ 무대화를 계획하고 있던 연극연출가 김광림은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실현돼 반갑다.”면서 “작품 검토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려볼 뜻이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분순 시조시인 겹경사

    한분순 시조시인 겹경사

    시조시인 한분순(66)이 겹경사를 맞았다. 그는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옥적’으로 등단한 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조를 지켜왔다. 세련되면서도 품격있는 시어를 구사한다는 평가 속에서 젊고 촉망받던 여류 시조시인은 그동안 ‘소녀’, ‘서울 한낮’, ‘실내악을 위한 주제’ 등 시조 시집을 냈고, 장편소설 ‘흑장미’를 쓰며 외도를 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시조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한국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받았고 어느새 시조 분야의 원로가 돼 있었다. 한분순은 19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한국시조시인협회 총회에서 22대 이사장으로 뽑혔다. 이병기를 시작으로 이은상, 이근배, 정완영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조시인들이 이끌어 왔던 시조시인협회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최근 시의 위기가 회자되기 전부터 정형시로서 시조는 그저 명맥을 유지해 오는 데 그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특히 젊은 시조시인들이 협회를 외면하는 등 그간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분순으로서는 마냥 기쁘기보다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전국을 돌며 젊은 시조시인들을 만나 협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약속받는 등 구체적 활동을 펼쳐 ‘제2의 도약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개인적으로 명예로운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한분순은 현대불교문인협회와 계간 ‘불교문예’가 주관하는 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맞았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4월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 돼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시조가 고리타분한 장르가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문학임을 확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정조 비밀편지 공개’ 여진

    ‘정조 비밀편지 공개’ 여진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9통의 발굴로 정조가 독살됐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자료 분석에 참여한 학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하지만 정조 독살설을 주장하는 측은 여전히 비밀편지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는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독살”→사망한 날 심환지 영의정에 정조 독살설은 조선시대 남인들이 제기한 적이 있으나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유포된 건 소설과 대중역사서에 힘입은 것이다. 독살설을 제기하는 측은 ‘정조실록’에 정조의 발병 기록이 사망 24일 전인 6월14일에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을 들어 정조와 적대적이었다는 정순왕후와 심환지로 대표되는 노론 벽파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독살을 감행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조가 사망 1년 전인 179 9년 7월7일 외사촌 홍취영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벌써 건강에 커다란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조는 사망 13일 전에야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에 “어제는 사람들이 모두 알아차렸기에 어쩔 수 없이 체모를 세우고자 탕제를 내어 오라는 탑교(榻敎·명령)를 내렸다.”고 썼다. 정조가 시종일관 자신의 병세를 극도의 비밀에 부쳤음을 알 수 있다. ●“낭설”→집권 시파서도 제기 안해 저서 ‘정조대왕의 꿈’에서 정조 독살설의 허구성을 분석했던 유봉학 한신대 사학과 교수는 “벽파가 정조를 독살했다는 주장은 집권 시파에서도 제기하지 않은 낭설에 불과하다.”면서 “소설적 상상력의 소산물이 사실(史實)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왕 독살사건’의 지은이인 이덕일씨는 “이번 편지에서 병에 걸린 정조가 사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조가 사망한 바로 그날 정순왕후 김씨가 인사를 바로 단행해 심환지를 영의정에 임명한 점을 들어 여전히 독살설에 무게를 실었다. 소설 ‘영원한 제국’으로 정도 독살설에 불을 붙였던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도 “최대한 낙관적으로 해석해도 편지는 (독살에) 심환지가 연루되지는 않았을 가능성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걸음 나아가 “당시 간찰은 지금의 전화에 가까운 일상적인 통신수단으로 구어적인 표현이 있다고 해서 정조와 심환지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편 비밀편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정조 독살설로 쏠리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9일 기자회견에서 독살설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정조 어찰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 일기에 기록되지 않은 당대 정국 동향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라면서 “독살설이 어찰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다보스와 벨렝/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열린세상] 다보스와 벨렝/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끝났다. 다보스는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에 나오는 폐결핵 환자들의 휴양소가 있던 곳이다. 그 휴양소는 오늘날 멋진 고급호텔이 되었고, 매년 세계의 엘리트 기업인·정치인·학자들이 모여 포럼을 연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폐병을 앓고 있는 이 시점 사람들은 다보스가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것을 바랐다. 오래전에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엘리트들은 “대안이 이것밖에 없다.”고 외쳤다. 이들은 타고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탈규제, 민영화, 적대적 인수 합병, 스톡옵션, 파생상품, 레버리지, 글로벌 금융의 세계는 이들이 꿈꾸는 엘도라도였다. 이들은 이 세계가 최상의 세계라고 그랬다. 볼테르가 ‘캉디드’에서 만들어낸 팡글로스 박사처럼 이들도 지독한 낙천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낙천주의는 파산하고 말았다. 포럼에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사’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2012년에야 회복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이베이사 대표 존 도나휴는 “지금부터 일년 동안 삼일이라도 편히 잘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 분란과 보호주의’를 우려했다. 프랑스는 이미 총파업 사태를 한번 겪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주요 다국적기업의 구조조정에서 희생된 노동자의 숫자가 15만명을 넘었고, 세계노동기구는 실업자가 5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실업이 장기화되면 곧 사회적 위기로,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다. “낙천주의란 우리가 비참할 때 모든 것이 잘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광기에 불과해.” 볼테르의 캉디드는 말한다. 캉디드의 후예들은 오래전에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세계사회포럼을 열었다.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가 그들의 슬로건이었고, 세상은 이들을 ‘대안주의자’라고 불렀다. 여덟 번째 열리는 포럼은 브라질의 벨렝에서 개최되었다. 아마존의 원주민 문제와 열대우림의 난개발을 우선적 쟁점으로 삼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120개국의 12만명이 참여했고, 5000개의 시민사회조직이 삼바 리듬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선언하고, 자신들의 다양한 전망을 제출했다. “자본주의가 종언을 고했고, 사회주의만이 대안”이라고 외치는 급진좌파부터 “사회적 책임의 시장경제”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온건좌파 세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이들은 시장이 깨졌으니 국가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을 구할 게 아니라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주의 대안만이 살길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 과연 누가 옳았을까? 향후 어떤 개혁안들이 나올까? 금융의 탈규제를 과격하게 추진했던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올해 다보스에 오지 않았다. 다보스는 미국의 참여를 바랐지만, 미국의 금융계 인사와 정치인들이 다보스에 올 분위기는 아니었다. 국내에 붙은 불을 끄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인지 위기에 대해 해명할 세력들은 빠졌고, “위기 이후의 세계를 재편성”하기 위한 개혁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컸다. 원자바오와 푸틴, 그리고 메르켈 등의 유럽 정치인, 발리우드 스타들이 언론의 각광을 받은 것도 다보스의 바뀐 풍경이었다. 향후 정치인들은 고삐 풀린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규제하는 안들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제로 금리와 엄청난 신용공급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함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도 유로존에 산재하는 위험국가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유로존의 연대와 생존여부조차 의심을 사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의 개혁이 글로벌 의제로 합의된 이 순간 다보스와 벨렝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접근해 있다. 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 너무 강한 노래에 지친 당신… 눈 감고 들어보아요

    너무 강한 노래에 지친 당신… 눈 감고 들어보아요

    차가운 날씨에 마음까지 얼어붙기 쉬운 계절. 이럴 때일수록 한잔의 커피처럼 따뜻한 여유를 주는 음악과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해 내내 귀청을 후벼 파던 중독성 가요에 지쳤다면, 오랜만에 들어 보는 편안한 목소리에 지친 심신을 달래 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해 제대해 3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포크듀오 ‘재주소년’(사진 위·유상봉, 박경환)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하다. 소품집 형식의 미니앨범에는 기타 위주의 소박한 편곡에 화려하지 않지만 멜로디가 돋보이는 보컬로 편안함을 강조했다. 타이틀곡은 은희경의 동명 소설 제목에서 따온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먼곳의 연인을 떠올리며 치열했던 지난날을 회상하고 관조한다는 쓸쓸한 내용의 가사와는 달리 경쾌한 리듬과 담백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자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을 위한 ‘두번째 룰’, 연주곡인 ‘아침을 기다리며’와 ‘센드’(Send)는 눈내리는 겨울밤의 풍경처럼 평온한 느낌을 준다.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측은 “‘재주소년’의 음악이 청년기에 접어들었지만, 급변하는 음악계의 추세를 느림과 여백으로 역행할 수 있는 때묻지 않은 과감함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사랑을 테마로 한 스페셜 음반 ‘러브 챕터1’을 발표한 ‘소울계의 대부’ 바비킴의 목소리도 정겹다. ‘고래의 꿈’, ‘파랑새’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는 데뷔 16년만에 처음으로 자작곡에서 벗어난 앨범을 꾸몄다. 가수 박선주가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그놈’은 샘리(기타),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피아노)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해 바비킴 특유의 편안하고 농밀한 보컬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을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한 ‘마마’(MaMa)는 하광훈의 곡으로 보컬그룹 ‘헤리티지´가 코러스로 참여해 맛깔스러운 화음을 연출했다. SBS ‘패션 70’s’의 ‘약한 남자’와 ‘넌 모르지’, MBC ‘하얀 거탑’의 ‘소나무’ 등 그가 부른 인기 드라마 OST도 실려 있다. ‘나는 문제없어’로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가수 황규영의 목소리도 반갑다. 연극제작자와 음반프로듀서로 활동한 그는 6년만에 5집 정규앨범을 내놓는다. 그는 이 앨범에서 전반적으로 리듬적인 요소를 강조하면서 재즈, 블루스, 포크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녹슬지 않은 음악 실력을 과시했다. 타이틀곡인 ‘가시처럼’은 과거의 샤우트 창법을 자제하고 부드럽고 성숙한 보컬을 선보였다. 소속사측은 “전자음향을 절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미디엄템포로 곡들을 꾸몄다.”면서 “2월부터 본격적인 음반 및 방송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팝계에서는 미국 흑인음악의 메카로 불리는 ‘모타운’ 레이블의 5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마이클 잭슨&잭슨 5’(아래)가 눈길을 끈다. ‘모타운´은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나에게 있어 단 한명의 팝의 영웅”이라고 밝힌 스티비 원더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 마빈 게이, 다이애나 로스, 보이즈 투 멘 등 걸출한 흑인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배출한 음반사. 그 첫번째 시리즈인 이번 앨범에서는 ‘ABC’ 등 잭슨5의 히트곡들과 잭슨의 모타운 시절을 대표하는 ‘벤’(Ben), 템테이션스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마이 걸’(My Girl) 등 그의 히트곡들이 3장의 CD에 망라되어 있다. 변성기를 거쳐 점점 목소리가 변해가는 마이클 잭슨의 성장과정은 그 시절에 대한 향수는 물론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타운’의 음악적 발자취를 되짚어 보게 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 총본산인 대한민국예술원 김수용(80)회장을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예술원 회장실에서 만났다. 예술원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초경찰서 사이 양지바른 동산에 대한민국학술원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1954년 개원한 예술원의 회원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에서 활동 중인 83명의 기라성같은 예술계의 큰 어른들이다. 김 회장이 내민 명함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영화감독 김수용’이라고 적혀 있다. 2007년 영화감독 출신으론 첫 회장으로 선임된 김 회장의 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명함에서 오롯이 묻어났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이스트우드 노익장 부러워… 저도 자신있는데” →감독 데뷔하신 지 올해로 51년째를 맞습니다. 10년 전 109번째 작품 ‘침향’을 연출한 이후 예술원 활동에만 치중하고 계시는데요, 110번째 메가폰을 잡을 계획은 없으신지요. -미국의 배우출신 영화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체인질링’이라는 신작을 내놓았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는 동갑내기입니다. 할리우드의 제작환경과 그 분의 노익장이 부럽더군요. 나도 이렇게 뒷방에 물러나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구상을 끝낸 작품이 있습니다. 각본은 90% 이상 완성상태입니다. 투자가만 있으면 찍어서 상도 휩쓸고,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자신이 있는데…. →어떤 작품이며, 누가 출연하는지 공개할 수 있으신가요. -친구처럼 지내는 신영균·최은희씨와 저 이렇게 셋이서 영화 한편 찍자고 의기투합했어요. 두 사람 다 젊고 예쁠 때 영화밖에 없으니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80대 노인 두 사람을 한 작품에 공동 출연시킬 경우 흥행에 지장을 주니까 두 개의 작품에 각각 출연시키려고 합니다. 최은희는 ‘무지개는 언제 뜨나요’(윤흥길 원작)에서 아들을 유혹하는 비운의 여관 조바로, 신영균은 ‘만월’(고은 원작)에서 꽃뱀 딸에게 당하는 밀도살꾼으로요. 두 배우의 상대 남녀는 공개 선발할 생각입니다. 촬영장소도 정해졌어요. 그런데 흥행이 될까요?… ●“영상물등급위원장 시절 모든 가위 내다버렸죠” →두 원로의 컴백에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김 감독께서는 탐미적 사실주의의 문예영화와 실험적 성향의 모더니즘영화, 흥행영화, 시대상황을 풍자한 저항영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남기셨는데, 대표작을 자천하신다면. -‘갯마을’(65년·오영수 동명소설 원작)과 ‘안개’(67년·김승옥의 무진기행 원작) 두 편을 꼽고 싶습니다. 문예영화를 50편가량 찍었는데 소설가협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영화감독으로 뽑혀 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걸레스님 중광을 다룬 영화 ‘허튼소리’에 대한 당시 공연물윤리위원회의 지나친 검열에 항의해 1986년 은퇴를 선언하신 뒤, 1998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으셨는데, 위원장으로 6년 동안 일하면서 어떻게 심의하셨나요. -등급위에 있던 모든 가위를 내다버렸습니다. 대신 12, 15, 18세(지금은 19세) 3등급제를 실시했습니다. ‘거짓말’(1999년·장선우 감독)과 ‘죽어도 좋아’(2002년·박진표 감독) 등 몇 작품 때문에 좀 시끄러웠지만 일단 등급판정을 보류시켜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혔죠. 절대 자르지는 않았어요. →예술원 안팎에서 대한민국예술원상의 회원 독식비판과 회원 외부추천 강화, 방송 등 대중예술분야의 별도 분과설치요구 등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예술원위상 재정립과 예술원의 변화를 위한 구상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예술원이 올해로 개원 55주년을 맞습니다. ‘위대한 국가의 초석은 위대한 예술의 창조에 있다.’는 창립선언문에 나와 있는 설립취지를 지키면서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의 경우 지난해부터 회원은 수상할 수 없도록 고쳤습니다. →예술원법상 회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종신제가 대부분인데 굳이 4년 연임제를 도입한 이유는 뭡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도 회원 83명 중 이해구(101·국악), 김성태(100·작곡), 이원경(93·연극)선생 등 3분이 종신회원입니다. 회원 평균 연령은 79세입니다. 부분 종신제죠. 지난 55년 동안 80년대에 회원 1명이 사회적 물의를 빚어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유일합니다. 제 임기 중에 종신제를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임기 내 회원종신제·예총회관으로 이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예술원만의 독립청사가 없어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학술원에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창피하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회원 일동은 대학로에 있는 예총이 목동 예술인회관으로 이전하면 예총회관으로 옮겨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소망이 새해에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건강비결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집안의 가훈이 ‘건강을 잃으면 세계를 잃는다’입니다. 중구 장충동 주택에 50년째 사는데 일주일에 4회는 남산걷기를 합니다. 하루 1만보는 기본이지요. 학창시절 이래 40년째 일기쓰기도 계속하고 있어요. ●걸어온 길 ▲1929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47년 안성공립농업학교 수료 ▲1950년 서울사범 본과 졸업, 6·25전쟁 참전 ▲1954년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육군대위) ▲1958년 영화감독 데뷔(공처가) ▲1978~1995년 중앙대, 단국대, 동국대, 경희대, 서울예대 강사 ▲1983년 마닐라 및 하와이영화제 한국대표 ▲1984~1985년 몬트리올영화제 및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 ▲1985년 청주대 예술대학 부교수 ▲198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임 ▲1994~1998년 청주대 교수 ▲1999~2005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2005~2007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장 ▲2007~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주요 작품 ▲굴비(1963년)▲혈맥(65년)▲저하늘에도 슬픔이(65년)▲갯마을(65년)▲유정(66년)▲산불(67년)▲안개(67년)▲사격장의아이들(67년)▲만선(67년)▲봄봄(69년)▲춘향(70년)▲토지(74년)▲극락조(75년)▲화려한 외출(77년)▲웃음소리(77년)▲망명의 늪(78년)▲사랑의 조건(79년)▲만추(81년)▲허튼소리(86년)▲사랑의 묵시록(95년)▲침향(98년) 등 총 109편 연출 ■ ‘감독’ 김수용은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낀 노(老)감독을 만나러 대한민국예술원에 갔다. 그런데 기자를 맞이한 그는 의외로 말끔히 빗어넘긴 맨머리에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엷은 색안경과 의전용인 듯한 무색안경을 두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회장님에겐 색안경이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에 “그렇죠.”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색안경을 착용했다.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베레모와 선글라스다. 한국 영화감독의 고전적 이미지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첫 저서 ‘예술가의 삶’(1993년·혜화당)을 보면 화려한 은막의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흑백사진 118장이 실려 있다. 한번 따져봤다. 그가 베레모를 쓰기 시작한 1962년 이후 사진은 거의 빠짐없이 베레모와 선글라스 둘 중 하나는 착용하고 있었다. 한밤중이거나 시상식이거나 하는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예술은 멀고 흥행은 가깝잖아요.” ‘한국영화의 선구자이자 산 증인’인 김 감독을 만나면 들을 수 있는 ‘18번 대사’이다. 성적을 떠난 야구·축구감독이 무의미하듯 영화감독과 흥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이다. 여배우 트로이카의 선두주자 남정임을 발굴한 ‘유정’(1966년·이광수 원작)은 서울 국도극장에 걸린 지 50일만에 33만명이 운집했다. 당시 서울인구가 300만명 시절이니 ‘전회 매진사례’가 내걸린 초유의 대박이었다. ‘저하늘에도 슬픔이’의 29만명 기록을 1년만에 깨버린 것이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역 엑스트라로 출연한 인연으로 감독의 길에 들어선 것은 보너스다. 성공신화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공륜의 검열에 항의해 은퇴한 뒤 복귀해서 만든 ‘사랑의 묵시록’(1995년)은 일본자본의 영화라는 이유로 극장을 잡지 못했고, 109번째 연출작 ‘침향’(1998년)의 실패로 사재를 털어야 했다. 1960∼70년대를 겪은 세대라면 알게 모르게 그가 만든 영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이유는 109편의 영화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평단의 평가는 어땠을까. 70년대 이후 작품에 대해 하길종 감독은 ‘어설픈 실험’이라고 비난했고, 동료 김기영 감독은 “갯마을 같은 서정적인 드라마를 계속했더라면…”이라는 우정어린 충고를 남겼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감독들을 비교한 어느 평론가의 글도 흥미롭다. “신상옥 감독은 전설로 남았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김기영 감독은 기인의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유현목 감독은 드문 예술적 지성의 소유자로, 이만희 감독은 재능을 술로 탕진하면서도 천재성을 지켰다. 하지만 김수용 감독에게는 변변한 수식이 없다. 다만 그는 기복 없는 샐러리맨처럼 고른 호흡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것이 김수용식 전설이다.”라고. 김수용 감독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 MBC ‘공룡의 땅’ 제작진, “할리우드 ‘쥬라기공원’ 목표”

    MBC ‘공룡의 땅’ 제작진, “할리우드 ‘쥬라기공원’ 목표”

    헐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을 뛰어넘을 만한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특수효과로 탄생한 ‘공룡의 땅’이 시청자들을 찾는다. MBC ‘스페셜-공룡의 꿈’의 연출을 맡은 이동희 PD는 1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다큐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재밌게 그려야 하는데 혹시 낯설게 나올까봐 걱정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과학적으로 고증할 수 있으며 재미를 위해 스토리를 추가했다.”고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룡의 꿈’을 처음 선보인 후 이동희 PD는 “고비사막으로 떠나기 전 스토리는 미리 많이 만들어갔다. 작년 7월부터 준비했는데 CG작업은 발굴상황에 따라 하려니까 그 화석이 없으면 스토리를 없애야 했다. 사전에 박사님께 자문을 요청해 가능한 스토리로 5~6개를 준비했다.”며 “특히 ‘타르보사우르스’와 ‘안틸로사우르스’가 싸웠으면 좋겠다는 가정을 했다. 다행히도 소설을 만들었는데 운이 좋게 두 공룡의 뼈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이융남 박사는 “며칠 계시다 갈 줄 알았다. 40일내내 같이 있으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정말 컸다.”며 “외국 방송사에서도 이렇게까지 진행한 적은 없었다. PD가 여자분인데도 끝까지 촬영을 마쳐 탐험대원들 모두 높이 평가했다.”고 이동희 PD를 추켜세웠다. 이융남 박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경기도 화성시가 지원하는 국제공룡탐사대의 대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융남 대장이 이끄는 공룡탐사대는 2006년 발족해 매년 5억원씩 5년간 화성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융남 박사는 “이번 ‘공룡의 땅’은 픽션 아니고 리얼과학이라는 걸 내가 고증한다. 100%과학에 근거해 제작했다. 특히 CG작업을 칭찬해드리고 싶다. 솔직히 처음에는 CG작업을 만류했다. 예전에 다른 방송에서 공룡 CG작업이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다큐는 정말 자연스럽게 잘 표현됐다.”고 ‘공룡의 땅’의 제작진을 높이 평가했다. ‘공룡의 땅’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극 중 주인공 타르보사우르스의 목소리 더빙을 배우 유해진이 맡았다. 유해진은 “나는 타르보사우르스다… 날 따라와봐.”등의 거친음색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목소리 더빙에 유해진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동희 PD는 “타르보사우르스는 고비사막의 대표공룡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아는 티라노사우르스의 조상격 타르보사우르스가 스토리를 설명하면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3인칭 시점으로 소개하는 것보다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로 직접 공룡이 설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동희PD는 “다큐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공룡은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고비사막에서 40일간 촬영했는데 어려웠던 건 모래바람이 너무 셌다. 렌즈만 최대한 보호하면서 촬영했다.”며 “화장실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공룡 뼈를 발견해서 정말 재밌었고 좋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생산물이 좋았다. 이정도 퀄리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6개월간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통해 아시아의 공룡을 실감나게 부활시킨 MBC ‘공룡의 땅’은 18일 오후 10시 35분에 방송된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출산율 세계최저가 의미하는 것

    [신경림 누항 나들이] 출산율 세계최저가 의미하는 것

    아기를 업은 젊은 두 여인과 소를 모는 소년이 그림의 전면에 배치돼 있다. 중간쯤에 논일을 하는 농군이 두엇, 그리고 원경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여럿이다. 그림의 제목은 ‘향토’로, 지금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에 나와 있는 50여년 전 박영선의 작품이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우리의 고향 풍경으로, 그때만 해도 시골이고 서울이고 거리고 골목이고 아이들로 넘쳤다. 아이들이 여럿이어서 셋방 얻기가 힘들었던 기억을 1960, 70년대를 도시에서 보낸 사람이면 거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참 꿈 같은 얘기다. 아기 울음소리가 듣기 어려운 곳은 이제 시골만이 아니니 말이다. 한 시절 자식이 많다는 것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먹여 살릴 수가 없어 국경 가까운 지방에는 특히 딸을 낳으면 이국땅에 팔아먹는 야만적인 풍습도 있었다. 지방에 따라 딸을 팔아 곡식 몇 가마 들여놓는 일을 수치로 알지 않는 풍습도 있었다. 쌀 몇 말, 좁쌀 몇 가마가 아쉬워서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입 하나를 던다는 의미가 더 컸다. ‘나는 방법이 없으니 너라도 가서 배불리 먹고 살아라.’라는 뜻이었다. 이용악의 시 ‘북쪽’의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라는 절창은 바로 그러한 정서를 배경으로 한 것이요, 김동인의 소설 ‘감자’의 복녀도 그렇게 팔려간 처지다. 다자식이 가난의 근본이라는 생각은 아주 오래된 개념으로, ‘흥보전’에서 가난하고 착한 흥보는 자식이 무려 열아홉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자식 가지고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아마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았을 것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극성스럽게 추진되던 산아제한도 바로 이런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가난의 요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주요한 요인으로 꼽혔을 것이다. 인구가 넘치면 우리가 잘살 수 없다는 담론이 판을 치면서 아들 딸 셋만 낳자던 구호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가 되더니, 마침내 “둘도 너무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는 희극도 생겨났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또 무엇이든 한다면 하는 성격도 있나 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큰 몫을 했지만, 산하제한을 실시한 지 30년만에 우리 출산율은 세계 최저(평균 출산율 1.20명)가 되어, 머지않아 노인만 많고 젊은 사람들이 적은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이루게 될 모양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인구정책을 고쳐 출산하는 부부에게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장려정책으로 돌아섰으나, 한번 걸린 브레이크는 쉽게 멈추어지지 않는 법,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있으니 어쩌랴. 당국은 또 말하리라. 장려금도 주고 많은 인센티브가 따르는데 왜 출산을 기피하는가.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낳아 놓기만 하면 무엇하는가, 보육시설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인가, 또 가르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 라는 항변의 목소리가 크다. 출산 기피의 또 한 원인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성취욕이리라. 세상에 나서 인간으로서 무엇인가를 이룩하고 싶은 욕구, 이것이 어찌 남성만의 것이겠는가. 출산장려정책에서는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하며, 출산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 철저하게 막아져야 할 것이다. 이에는 남성의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되어야 하니, 아이를 함께 기른다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낳기도 함께 한다는 발상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남성도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출산휴가는 이런 정신에 입각한 것일 터인데, 그것을 사용하는 남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다. 우리의 출산 장려 정책이 여성의 헌신만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인 신경림
  • 이문열 “과거 홍위병들이 자리 뺏기니 저항”

    이문열 “과거 홍위병들이 자리 뺏기니 저항”

    “(권력의) 호위병(’홍위병’인 듯)들이 각 분야의 핵심 권력에 들어가서 재미를 보다가 이제 자리를 내놓게 되니까 저항하고 있다.”  ’한국 시민단체는 홍위병’ ‘촛불집회는 불장난’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면서도 지난 10년간 보수 진영을 앞장서 대변했던 소설가 이문열(60)씨가 최근 정치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분열이 ‘홍위병’의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씨는 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최근 국회 파행을 보면서 민주·언론을 사수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민주도 언론도 아니고 지난 10년의 그 방향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고 비판했다.그는 이어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소위 저와 같은 보수 쪽도 기득권 상실에 대한 어떤 아쉬움 혹은 불만·불평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내가 무턱대고 동조한 것은 아닌가,구별하지 않고 그냥 전부 다 합쳐서 동조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는 말 없는 다수가 사라지고 겁먹은 허수와 함락된 진지만 남았다’는 지난해 말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냥 솔직한 감정을 토로했던 것인데 공식화 되니까 엄청난 말 같다.”고 운을 뗀 이 씨는 “미국에서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전부 조용하고 한 목소리만 계속 들렸다.그래도 말을 하지 않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몇 달을 두고 봐도 계속 그 목소리가 안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 이 사람들(침묵하는 다수)이 굉장히 겁을 내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없는 다수가 겁먹은 허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있었다.”며 “어쩌면 단순히 겁먹은 허수가 아니라 이미 이념적 선전전에서 다수가 패배해 버린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으로 논란이 재점화된 대운하 사업에 대해 “언제 대운하를 폐기했는지,폐기했다면 그 공약을 걸고 선거에 나온 대통령을 찍은 많은 투표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양해를 받았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한 이 씨는 “현재 대운하가 당연히 폐기돼 있고 전 국민이 반대하는 걸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조금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과나 해명이 없이 무조건 반대론자들의 입장만 듣고 폐기하는 것은 안된다며 대운하 폐지를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씨는 대운하 반대 여론을 실은 언론을 겨냥해 “사회적 의사결정에서도 이상하게 언론이 그냥 만들어가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근거도 없고,(언론사의) 여론조사 방식도 이상하다.여론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 그렇게 근거는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편 이 씨는 국민통합을 위한 방법으로 ‘겸손’ ‘역지사지’를 꼽으면서 “내 판단 혹은 내 인식은 언제나 온당하고 정당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길섶에서’ 바라본 무자년 한해 세상살이

     서울신문 오피니언란에 ‘길섶에서’란 코너가 있습니다.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감회를 편안한 필체로 옮겨놓는 곳인데 의외로 즐겨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유난히 심란하고 안타까웠던 일들이 많았던 2008년 한해를 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200자 원고지 2.7매밖에 안 되는 짧은 공간이어서 독자를 흡인력있게 끌어당기기 위해 필자들이 겪었을 고뇌와 번민이 오롯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물론 필자들의 재주를 비교 감상(?)하는 재주는 덤입니다.올 한해 이 란을 수놓은 기사들 가운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10편을 골랐습니다.오프라인에서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어떤 글을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온라인 클릭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덕망있는 논설위원님들이 많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클릭 수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무람한 짓인 것 같기도 합니다.해서 순위를 일부러 엉크려 날짜 순으로 배열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클릭 수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2009년 기축년에도 이 란을 채워가는 여러분들이나 이 란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느꼈던 독자 여러분 모두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아울러 절망보다는 희망의 노래가 가득 울려퍼지길 기대해 봅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상심의 계절(2월5일)  깊은 밤이다. 메피스토 왈츠가 춤춘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리스트의 곡이다.‘선술집에서의 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겨울 밤 그림자가 창가를 맴돈다. 리스트의 연주는 현란했다. 평론가들은 “피아노가 없어지고, 소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천재적 연주만큼이나 쇼맨십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여성팬을 몰고 다녔다. 그는 관객을 향해 초록색 장갑을 던졌다. 오빠부대 동원의 원조라고 할까. 질투와 비난이 쏟아졌다.  화가 엘그레코가 없었다면,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가 지금처럼 화사한 빛을 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성당 벽화 등에 ‘암호’를 남겼다. 중심 인물은 둘째, 셋째 손가락을 벌리고 있다. 자신의 그림이라는 표시다. 성화엔 사인을 할 수 없어서였다. 사람들은 속물 근성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리스트, 엘그레코의 ‘돌출’을 인간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는 목소리가 높다.‘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바지지퍼가 여전히 화제다. 꿈을 잃었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속에서 돌출된 인간적인 몸짓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 옹호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성장통(2월6일)  요즘 이유 없이 몸이 피곤하다. 뼈마디가 쑤시고 잠자리도 편치 않다.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알레르기도 심해졌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하고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컨디션이 이 지경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쉽게 울적해지고, 쉽게 노여움을 탄다.  이런 증세를 얘기했더니 한 동료가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나이가 드느라고 아프다는 것이다. 오십견, 갱년기 장애라는 것도 모두 성장통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는 “성장이 멈춘 지가 언젠데 성장통이 웬 말이냐?”며 ‘사추기’라고 했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좌우에서 날아온 강펀치를 맞고 얼얼해 있는데 또 다른 동료가 어퍼컷을 날린다.  “성장통은 무슨, 그건 나이가 들어 근육이 쪼그라들면서 나타나는 ‘수축통’이다.”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게 살았다. 나머지 생을 잘 살려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재정비해야겠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넉넉하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아름다운 시절(3월27일)  며칠 전 작가 이봉구의 ‘명동백작’서평을 봤다. 어둡지만 낭만이 샘물처럼 넘쳤던 1950·60년대 풍류객들 이야기다. 박인환 시인에 대한 회고담이 나온다. 그는 서른 나이에 술과 함께 세상을 떴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은 어느 술집서 단숨에 ‘세월이 가면’을 썼단다. 저자는 박인환이 활개쳤던 명동이, 가장 아름다웠던 명동이라고 추억했다. 사랑노래가 잡힐 듯하다.  어느 문인의 황망했던 여고시절 추억담이 떠오른다. 새 학기였다. 담임 선생님이 액자를 들고 왔다. 마른기침 끝에 “반훈(班訓)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액자가 올라갔다. 칠판위 하얀 벽으로 눈동자가 옮겨졌다.‘첫 사랑을 잊지 말자’ 학생들이 까무러쳤다. 포복절도에 교실이 떠내려갔다. 첫 사랑을 그토록 상찬한 선생님은 어떤 이였을까. 박인환류의 사랑 당부였을까. 꿈 많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을까. 사랑없는 사랑이 넘친다. 명동백작이 그리운 시대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자유로운 새(5월20일)  숙제처럼 쌓아 두었던 ‘카르티에 소장품전’과 ‘티파니 보석전’을 토요일 오후 반나절에 모두 다녀왔다. 일본에서 온 손님 덕분이었는데 아름답고 진귀한 보석 구경에 내 눈은 잠시나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143.23캐럿의 에메랄드가 박힌 카르티에 목걸이,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된 티파니의 브로치 등 엄청난 보석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수백점의 보석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르티에 전시회에 소개된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디자이너 장 투생의 1944년 작품으로 ‘자유로운 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브로치다. 새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그 새는 새장 속이 아니라 밖에 앉아 있다.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돼 자유를 되찾은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란다. 얼굴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가슴은 붉은 산호, 날개는 남색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파랑, 빨강, 흰색의 세가지 색깔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새장 밖의 새…. 생각만해도 자유롭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배호가요제(5월24일)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람의 향기(7월23일)  인사동을 지나다 우연히 백단향 한통을 구입했다. 제사 때 피우는 일주향(一炷香)밖에 모르던 문외한이 향을 알게 된 것이다. 가족들이 타박했지만 향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여름철엔 시골 뒷마당에서 태우던 짚불처럼 모기, 파리를 쫓아주니 ‘아로마 테라피’가 따로 없다.  용연향(龍涎香), 사향(麝香), 침향(沈香)을 3대 향으로 꼽는다. 팥꽃나뭇과의 상록교목을 벌채해 땅 속에 묻어서 썩인 다음 흘러나온 수지(樹脂)를 수집하여 만드는 침향이나 사향노루 수놈의 샘에서 분비되는 사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즐겨먹는 대왕오징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낸 소화분비물. 용연이란 말 그대로 ‘용이 흘린 침’. 귀하고 비싸다.  주위에 번지르르한 얼굴과 말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도종환시인이 빗댔다. 향유고래나 사향노루, 팥꽃나무 모두 향기나는 음식을 먹어서 향을 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그저 바닷물과 풀과 햇빛을 먹었을 뿐이라고. 사람의 향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실패의 교훈(7월25일)  “이제야 인생을 알게 됐다.”선거에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선배의 변이다. 정무직인 장·차관만 빼놓고 여러 고위급 보직을 섭렵하는 등 순탄하기만 한 공직생활을 한 그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퍽 달라져 보였다. 항상 진지하고 모범생 분위기만 풍기던 그가 이젠 실없는 농담도 곧잘 던졌다. 일생일대의 좌절을 맛보았는데도 종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바뀐 그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 스스로 “선거에 진후 한때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실패한다고 해서 사람이 아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요지였다. 선거의 패인도 자신의 오만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정성도 느껴졌다.  그렇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조차도 “강을 거슬러 좌절을 경험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선생의 편지(8월2일)  한창 소설에 빠져있던 고3 여름 무렵이었다. 인생엔 책밖에 없다며 입시 공부는 저만치 제쳐 놓았던 시기다. 집에서 가라던 공대를 포기하고 문학계열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방을 책으로 채워갔다. 책꽂이에 늘어가는 책만으로도 작가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던 어느날, 불안감이 엄습했다.  습작이랍시고 해보는 글들이 제 눈에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대 위기였다. 그래서 편지를 낸 것이 이청준 선생이었다.“제게 글쟁이 자질이 있나요.”가 골자인 편지였다. 대작가가 답장 따위 보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스로를 질책하는 편지였으니.    2주쯤 지나서일까, 선생이 답장을 보내왔다. 파란색 만년필의 달필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공부하시오. 대학에서 경험과 노력을 쌓을 기회는 많으니 말이오.”라는 요지였다. 비록 길을 틀어 신문쟁이로 늙어왔지만 한낱 고등학생에게 5장이나 답신해준 선생의 따뜻한 격려는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다.  황성기 편집국 부국장 marry04@seoul.co.kr   ● 버킷 리스트(10월13일)  영화 ‘버킷 리스트’를 DVD로 빌려 봤다.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하고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말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66살 동갑내기 갑부와 자동차 정비사가 병실에서 만나 의기투합, 목록을 작성하고 실행에 옮겨본다는 내용이다.  의미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과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미학을 관조하는 영화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 같은 난제도 있지만 문신하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기처럼 손쉬운 목표도 세웠다.  난 무얼 꼽을까. 얼핏얼핏 생각은 했지만 아직 절실하지 않은 탓인지 정리하지 못했다. 특정시기의 목표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정해 보기는 했지만 인생을 망라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명료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버킷 리스트엔 무엇을 올릴 것인가. 숙제가 생겼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   ● 노팬티 아이들(10월24일)  이따금 경북 상주 과수원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돌아오는 아줌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5학년 자매들이 과수원으로 와 낡은 그네를 타고 놀았다. 별다른 놀 것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우연히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통해 알아보니 자매들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었다. 조손가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까 싶었다.  서울로 와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와주자고 했다. 옷, 학용품 등을 챙겨 지난 추석 과수원을 찾았다. 물론 아이들의 속옷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옷이 갑갑하다며 다시 벗어 던졌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밀림에 사는 소년 이야기가 떠오르더란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절대빈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조차 못받는 극빈층도 적지않다. 가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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