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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좋은 칭찬, 나쁜 칭찬/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좋은 칭찬, 나쁜 칭찬/한승혜 주부

    얼마 전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다가와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아요?” 한결같다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느닷없는 이야기가 당황스러웠던지라 어색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네? 뭐가요?” 그러자 그는 덧붙였다. “아니,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너무 날씬해서. 왜 아줌마들 보면 보통 되게 뚱뚱하고 그렇잖아요. 근데 날씬하고 그래서 좋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집에 돌아와서까지 한참 마음이 찜찜했다. 분명 그의 말대로 체중이나 체형에 있어서 나는 꽤나 한결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출산 전이나 결혼 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살이 잘 붙지 않는 체질이며, 군것질 등 먹는 행위를 그다지 즐기지 않기도 하고, 평소 가벼운 운동을 좋아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체중이 늘어났다거나, 체형이 달라졌다면 그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누군가 날씬한 다른 이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뚱뚱한 아줌마’ 1인이 돼버리지 않았을까. 결국 칭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그토록 불편했던 이유는, 칭찬 너머의 어떤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어떤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이런 말들. “애엄마 같지 않게 예뻐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 보이세요.”, “누구씨는 다른 여자들 같지 않게 개념이 있군요.”, “대학생치고 사고가 참으로 성숙하네요.”, “지방 사람인데도 참 세련됐어요!” 왜 어떤 칭찬은 듣고 나서 그토록 기분이 나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모두 상대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비교’를 전제로 특정한 가치판단이 개입된 표현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칭찬도 마음대로 못하냐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고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의로 한 말인데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런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가 돼야만 하냐고, 다른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않고는 칭찬을 못 하냐고, 의도가 좋다면 뭐든 용납돼야만 하냐고. 몇 년 전부터 ‘옳고 바른 것’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옳음에 대한 강박’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줄어들고 하고 싶은 말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말이다. 물론 ‘옳음’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지면서 과거 생각 없이 구사하던 많은 표현들을 오늘날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칭찬을 하고 싶은 욕구가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기분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듣고 나서 기분이 나빠지는 칭찬, 듣고 나서 웃음은커녕 불쾌함만을 남기는 유머를 반드시 표현해야만 하는 까닭을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 디카프리오 ‘기후 소녀’ 툰베리와 웃는 사진 올리며 “우리 시대의 지도자”

    디카프리오 ‘기후 소녀’ 툰베리와 웃는 사진 올리며 “우리 시대의 지도자”

    “그레타의 메시지가 모든 세계 지도자들에게 행동하지 않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깨치게 하는 자명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45)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의 어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와 함께 웃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적은 글이다. 아울러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소녀의 활동이 “어떤 미래를 펼쳐보일 것인지에 대한 낙관”을 품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칭찬했다. 이 사진을 올린 지 22시간도 안돼 ‘좋아요’가 400만개 가까이 달렸다고 영국 BBC가 2일 전했다. 디카프리오는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기후 변화에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모여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전환되는 일은 인류사에 많지 않았다.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가 되고 있다”며 “역사는 미래 세대가 똑같이 살아갈 만한 행성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연예계의 대표 격이다. 2016년 BBC 뉴스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야 말로 젊은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재단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아마존 열대우림에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을 때 그의 재단은 500만 달러를 쾌척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매주 금요일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학교 파업”을 주창하고 앞장 서 독일,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대서양을 태양광 요트로 건넌 뒤 지난달 유엔이 특별히 마련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 뒤 미국과 캐나다를 계속 누비며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툰베리는 1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진행된 ‘청소년 기후 파업’에 합류해 “우리는 오늘 캘리포니아 구석구석에서 산불이 일어나는 걸 보고 있다”며 “산불이 기후 위기에 의해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캠프 파이어’로 모두 86명이 사망한 뷰트 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을 다녀온 그녀는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생존자들과 만났다. 그들이 폐허를 보여줬다. 길과 길 사이에 남아있는 집들이 없었다. 1만 8000동의 건물과 가옥이 전소했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툰베리와 시위 참가자들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산불로부터 인명을 지키기 위해 2500피트의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화석연료 허가권을 발급해서는 안 되며, 미래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원유 생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으로 정반대 길을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日 고교야구팀, 한국에 오면서 ‘일장기’, ‘JAPAN’ 삭제...‘과잉대응’ 논란

    日 고교야구팀, 한국에 오면서 ‘일장기’, ‘JAPAN’ 삭제...‘과잉대응’ 논란

    일본 고교야구 대표팀이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자국 국기인 일장기와의 영문명인 ‘JAPAN’ 표기가 없는 옷을 착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측은 한일관계 악화에 따라 한국민의 감정을 배려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고교야구 대표팀은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28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대회 때까지는 왼쪽 가슴에 ‘JAPAN’이라는 글씨와 오른쪽 팔 부분에 일장기가 새겨진 단체복을 입었지만 올해는 악화된 한일관계를 이유로 민무늬 셔츠를 착용했다. 다케나카 마사히코 일본고교야구연맹 사무국장은 “한국의 국민감정을 배려해 일본의 표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방침”이라며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이지만 배려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했다. 다만 선수들은 경기에서는 일장기 및 ‘JAPAN’ 글씨가 들어간 유니폼을 착용한다. 이에 대해 스포츠문화 평론가 다마키 마사유키는 아사히에 “일본 대표임을 숨긴다는 것은 대표로서 자부심은 필요없다는 의미 아니냐”며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포츠는 궁극적으로 반전·평화의 운동이므로 이를 담당하는 선수들은 당당하게 소속을 명시해야 한다”며 “악화된 한일관계가 스포츠를 통해서 개선될 수도 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는 판단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했다. SNS 등에서는 “대표 선수를 공격하는 나라라면 선수단 파견을 거부해도 좋다”, “일본의 대표선수들에게 이런 비굴함을 안겨줘도 되는가“ 등 반한 감정을 앞세운 목소리들이 분출됐다. 반면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아이들이 트러블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없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없는 일”이라고 야구연맹의 조치를 옹호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에서는 만국기에서 일장기를 빼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에 (일장기의 의복 부착에) 예민하게 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소시민의 기우

    [문현웅의 공정사회] 소시민의 기우

    시시비비가 대체로 분명한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특별히 의문을 품지 않던 시절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바를 실제로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을 그만큼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시절이었고 미약하나마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도덕적 우월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뭔가 개운치 않고 다소 불만스러운 지점도 존재했으니 의문이나 반대의견을 좋아하지 않는, 아니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비겁했던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 시절의 분위기는 다른 생각을, 다른 목소리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팽배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의문이나 반대의견의 욕구를 애써 억누를 수밖에 없었으니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인한 거대 담론의 권위와 현장에서 들려오는 아픈 목소리들 때문이었다. 아니 이러한 변명 또한 겁쟁이의 위선일 뿐이고 그들이 쳐 놓은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그 시절에는 울타리가 가리키는 시시비비가 대체로 분명했기에 울타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존재의 부정만큼 큰 고통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몸소 실천하며 고초를 겪은 그들에 대한 채무의식이 더하여 사회인이 돼서도 울타리가 주는 동류의식에 취해 그들을 비판하거나 그들이 주도하는 사회운동 분위기를 거스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가며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진실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그 견고한 울타리를 벗어나야겠다는 내면의 소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던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라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무조건 우리 편이 옳다는 패거리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동전만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테두리도 있고 어느 각도에서 보면 같은 면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듯 어떤 현상을 보고 판단하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매우 다양한 양태를 띨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 판단의 동기와 배경까지 따져 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는 함부로 단정할 것이 아니고 따라서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무작정 강변하기 어려운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특정 권위에 도전하는 사회적 표징이 존재해야 하고 남들이 모두 ‘예’라고 말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시시비비가 대체로 분명했던 시절에 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시시비비가 분명했기에 오히려 특정 권위에 대한 도전을 허용하지 않고 ‘아니요’라는 말을 기꺼이 내뱉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했었던 과거 모습이 촛불정국을 거치며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촛불정국을 거쳐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을 가진 우리가 진정으로 수호하고자 했던 것은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시민들의 모습은 정말로 존경받아 마땅했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촛불정국에서 시시비비가 분명했던 만큼 촛불정국의 연장인 지금의 사회에서도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분위기 또한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목소리 큰 자들의 강변이 분위기를 한껏 주도하면서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은 자들을 주눅 들게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너희들은 틀렸다고 몰아붙이는 듯하다. 패거리를 지어 가며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극적인 시민 참여는 더욱 권장해야 하고 그러한 참여만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참여로 인한 목소리 큰 자들이 주도하는 사회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촛불정국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으나 역설적으로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표징을 허물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그토록 수호하고자 했던 민주주의를 스스로 파괴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건강하다고 믿으며 이러한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 日 원로도, 美 싱크탱크도 ‘아베 규탄’

    日 원로도, 美 싱크탱크도 ‘아베 규탄’

    고노 요헤이 “독재국가와 다를 게 없어 아베의 개헌론은 독선… 日민심은 반대” 美CSIS “日, 경제적 리더 이미지에 먹칠”‘강한 일본’을 표방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포함해 헌법 개정 등 무리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계의 존경받는 원로로 1990년대 자민당 총재를 역임했던 고노 요헤이(82) 전 중의원 의장은 7일자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폭주하고 있는 아베 정권을 ‘독재정권’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고노 다로(56) 외무상의 부친이기도 한 그는 아베 정권을 가리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정권이라는 점에서 보면 독재국가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무관심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과 관련해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의 뜻과 무관한 지도자·정권이 생겨나 현재의 국정을 움직이고 있다”며 “이것이 본래의 민주주의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의 말이 자꾸 바뀌고 공문서는 변조되고 관료들은 허위 답변을 한다”며 “그런데도 정치가 책임을 지지 않으니 정치에 대해 신뢰와 기대를 하지 않게 돼 국민들이 점점 정치에서 떠나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노 전 의장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참의원 선거 승리를 놓고 국민의 개헌에 대한 의지가 확인됐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개헌 추진에 대해 국민의 심판(지지)을 받았다는 것은 아베 총리의 독선이자 제멋대로 해석에 불과하다”면서 “민심은 그 반대이며 아베 총리의 개헌론은 이제 ‘게임 세트’(경기 끝)”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6일(현지시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이 세계경제 리더로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매슈 굿맨 선임부회장이 작성한 ‘한일 갈등 관련 보고서’에서 CSIS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해 “초기 결정 시점이 일본의 참의원 선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일본의 보다 광범위한 이익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 무역전쟁은 일본의 안보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한일 양국 공조 균열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뿐 아니라 중러 도발 등에 대한 대응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이 이웃나라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경제적 리더’의 이미지에 먹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한 컷 세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요

    [한 컷 세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요

    집회에 참석한 민중가수의 모자에 그간 그가 참가했던 집회의 배지가 가득하다. 모자 속 빼곡한 배지 개수만큼이나 아직 우리 주변에는 관심이 필요한 작은 목소리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2030 세대]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올해 스탠퍼드대에서 자살한 학생들이 4명이다.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야자수도 위안이 안 됐다. 우울할 땐 밝은 태양도 견딜 수 없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같이 어울린다고 꼭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대화한다지만, 혹시 오해가 생길지 조바심치는 게 대화다. 말을 잘못 뱉으면 말한 이는 곧 거만한 인간, 편협한 녀석 또는 모자란 놈으로 찍힌다. 한번 굳어진 구획은 무너뜨리기 어렵다. 사회는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오해를 되풀이한다. 말은 주고받지만 서로의 내면은 꿰뚫지 못한다. 그래서 다투고, 멀어진다. 누구도 남의 본모습을 알지 못한다. 진정한 마음은 각각 유리되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이 다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에 취직한 내 친구 카메론도 외로워한다. 뉴욕에 살면서도 외롭다 한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세상의 태풍 같은 소음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잃으니, 자기 자신이 하찮아 보이고, 영원한 침묵을 선택한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외로움을 감싸 안으라 했다. 한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숲속의 목신 ‘판’처럼 나무에 드러누워서 얘기한다. 인간, 특히 젊은이의 문제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처럼 혼자 있어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한평생 이어질 사랑의 시작이라고 했다. 와일드답다. 외로움도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것 같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인 릴케는 조언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교류의 시간보다 차라리 사물을 가까이 하세요. 사물의 세계는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밤은 계속됩니다. 나무 사이로, 여러 땅을 거쳐 부는 바람도 당신 곁에 남을 것입니다.” 인간 아닌 사물이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에 몹시 공감한다. 보통의 우리는 흔히 마음의 4분의3 정도를 인간관계에 연연하는 데 써버린다고 한다. 거꾸로 그 4분의3을 문학이든 음악이든 자연이든 다른 ‘사물’에 쓰고, 나머지 4분의1을 친구, 가족, 연인 같은 ‘관계’에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도시에 산다는 것은 산책할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혼자서든 여럿이든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리포트나 에세이 등 뭔가 써야 한다면 대부분 혼자 걸을 때 써진다. 외로우면 걸어라. 나는 컴퓨터를 인터넷을 끄고 사용하는 것도 좋아한다. 인터넷이 켜진 컴퓨터는 시끄럽다. 마치 문을 열면 큰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내 몸을 번쩍 들고 어디 모르는 곳에 던져놓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고립된 컴퓨터는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타자기도 되고, 도서관도 된다. 바깥 세상의 목소리들은 멀어진다.
  • 日아베, 새 연호 설명하며 ‘자화자찬’ 연발…부적절 지적

    日아베, 새 연호 설명하며 ‘자화자찬’ 연발…부적절 지적

    지난 1일 일본의 차기 연호 ‘레이와’(令和)가 공표되고 20여분 후 아베 신조 총리가 도쿄 나가타초 관저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 ‘1억 총활약 사회’ 등 국회 답변에서나 들을 법한 자기 정책 관련 발언들을 연달아 입에 올렸다. 이를 보며 많은 일본 국민들은 “왜 연호를 발표하는 뜻깊은 날 아베 총리의 정책에 대해 들어야 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도쿄신문은 현재의 ‘헤이세이’(平成)가 공표됐던 1989년 1월에는 없었던 총리 기자회견과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보인 태도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들을 2일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모두발언에 해당하는 4분 20초의 연설에서는 엄숙한 태도를 유지했다. 레이와의 출전이 일본고전 ‘만요슈’에서 따온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선정됐는지 등을 설명할 때에는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다소곳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헤이세이 만큼 개혁이 요구됐던 시대는 없었다. 정치개혁, 행정개혁, 규제개혁이 요구됐다. (개혁에 대한) 저항세력이라는 말도 있었다. 헤이세이 시대의 개혁은 여러차례 커다란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헤이세이 시대 통틀어 7년 이상 총리로 재직해 온 자신의 정책들의 타당성을 강변한 것이다. 그는 특히 ‘일하는 방식 개혁’을 언급하며 “1억 총활약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일본의 미래는 밝다”며 ‘새로운 시대’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아리마 하루미는 도쿄신문에 “아베 총리의 회견이 점점 자화자찬으로 흘렀다”며 “새 연호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저항세력’과 같은 단어를 비롯해 경사스런 자리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는 말들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30년 전 헤이세이 공표 때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오부치 게이조 당시 관방장관이 다케시타 총리의 500자로 구성된 담화를 대신 읽는 것으로 끝났다. 아리마 평론가는 “다케시타 총리는 간결한 담화를 통해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견해가 전면으로 나온 데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종교평론가 오카도 오사무는 “연호는 순전히 의례적인 것으로, 연호의 선정이나 발표에 연관된 사람은 자기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여기에 사적인 생각을 개입시키면 불순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패전 후 국왕이 (직접 통치를 하지 않는) ‘국가의 상징‘으로 변하면서 연호 결정권이 내각에 위임된 것임을 감안하면 연호 교체기에 총리의 자리에 있게 된 사람은 자신을 억제해야 하며 특정한 정책을 들고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반성 없는 김순례 “‘5·18 망언’은 민주당 프레임”

    반성 없는 김순례 “‘5·18 망언’은 민주당 프레임”

    국회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폄훼해 ‘5·18 망언’ 논란을 초래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선거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이 유보됐지만, 새 당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징계가 미뤄지면서 성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 최고위원의 ‘모르쇠’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조경태 최고위원은 ‘5·18 망언’ 논란을 초래한 의원들의 징계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최고위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 당이) 변해야 산다고 말씀드렸다. 그 첫 단추가 5·18 (망언)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읍참마속하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전에도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같은 당 의원들이 초래한 ‘5·18 망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과 당 지지율 상승이 맞물려 당내 일각에서 급진 우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5.18 민주화 운동과 6.10 항쟁, 6.29 항복선언으로 이어진 민주화 대장정은 우리 국민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과정이자 역사다. 이를 부정한다면 우리는 대중정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의원도 “이번 발언은 자유한국당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억지주장”이라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의 가슴 아픈 비극에 더 큰 상처를 내는 언행은 정치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조 최고위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흠결을 가리려고 그들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 우리를 가두고 있다”면서 “그 속에서 우리끼리 설왕설래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김 최고위원 감싸기에 나서기까지 했다. 홍문종 의원은 “해당 의원들(이종명·김진태·김순례)이 무슨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 확고한 (당의)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도 “다시는 ‘촛불’ 같은 간계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쏟아낸 적이 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처분을 놓고도 당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황교안 당 대표는 “절차에 따라서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을 포함해 ‘재판 청탁’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무소속 의원, 정부의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유출’ 논란을 일으켰던 심재철 한국당 의원, ‘용산참사’ 당시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산 김석기 한국당 의원, 2016년 미국 연수 때 스트립바를 방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교일 한국당 의원의 징계안을 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일괄 상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부모와 보낸 시간이 아이 성적 좌우” 믿으셔야 합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부모와 보낸 시간이 아이 성적 좌우” 믿으셔야 합니다

    지난 1일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종영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때 1.7%의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회 때는 23.8%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한국 입시 현실을 풍자한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부가 드라마 방영 이후 ‘불법 사교육 단속’에 나서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합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최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하는 부모들도 내심 자녀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처럼 돈을 쏟아부어 고액 과외를 하고 입시 컨설턴트까지 붙여 놓을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이스라엘 헤브루대 수리경제학자들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따라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경제학 분야 국제학술지 ‘노동경제학’ 1월 4일자에 발표되는 동시에 전미경제조사국(NBER) 홈페이지에도 공개됐습니다. 연구팀은 부모가 이혼하거나 한쪽 부모가 세상을 뜬 아이들의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스라엘에서 18세 이전에 부모를 잃은 2만 2000여명의 아이들과 부모의 이혼을 겪은 7만 7000명, 부모가 모두 살아 있고 이혼하지 않은 60만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학입학허가시험’ 통과 여부를 조사한 것입니다.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에 대학입학허가시험을 치르는데, 전체 고등학생 중 절반을 약간 웃도는 57%가 이 시험을 통과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합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양쪽 부모가 모두 살아 있고 이혼하지 않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대학입학시험 점수도 높고 통과율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시기가 아이들이 어릴 때일수록 나중에 대입 성적은 더 안 좋았다고도 합니다. 또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부재가 아이들 학업 성취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모두 살아 있고 이혼하지 않은 아이들 중에서도 부모와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들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고 자존감이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브루스 와인버그 교수는 “많은 연구들에서 자녀의 학업 성취도가 유전적 요인이나 부모들의 학력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를 보면 부모와 함께 있다는 안정감이 학업 성취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1.5시간, 연간으로 따지면 1963시간 정도 됐다고 합니다. 2000시간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는 여전히 멕시코, 그리스에 이어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 속합니다.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짧아진 근무 시간에 대해 여전히 반발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비롯해 많은 연구 결과들이 짧은 근무 시간은 노동자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에게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후진적 노동 환경을 벗어나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편안함, 따뜻함을 뜻하는 덴마크어)가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edmondy@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 스피커, 그녀의 목소리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 스피커, 그녀의 목소리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녹음된 목소리의 안내를 받는다.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힌다고 말해 주고, 에스컬레이터가 “걷거나 뛰어서는 안 되며”,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고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지하철 승강장 스피커는 어떤 열차가 들어오는지 알려 주고, 열차와 승강장의 간격이 넓다고 경고한다. 버스 안의 스피커는 다음 정차할 정류장을 알려 주고, 현금인출기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주의하라고 말해 준다. 그런데 이렇게 녹음된 목소리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부 ‘여성’의 목소리다. 더 흥미로운 건 공공장소에서 단순 반복적으로 나오는 녹음된 안내 방송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의 목소리인 반면 살아 있는 담당자가 직접 개입할 때, 특히 지시나 명령을 내릴 때는 대개 남성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포교 활동을 하거나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는 남성의 목소리고, 지금은 자주 들을 수 없는 민방위훈련이나 재난 대비 훈련방송의 목소리도 남성의 목소리다. 이런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남성이 결정권을 쥔 사회에서 여성은 “여성 특유의 자상함”을 강조하는 (대개는 낮은 직책의) 안내원 역할을 배정받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 목소리=여성의 목소리’라는 등식이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의 기원이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우리가 이제까지 갖고 있던 편견과 불균형은 계속 유지될까, 아니면 바뀔까? 아쉽게도 여성은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자상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계속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에서 만드는 스마트 스피커에 기본 장착된 여성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자상함은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보여 주는 친절함이 아니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태도가 눈에 띄게 강조된 태도다. 가령 그 스피커는 명령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몹시 미안한 투로 “안타깝지만,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말한다.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장님을 애교로 달래며 거절하는 여성의 목소리다. 몇 달째 사용하고 있지만, 그런 톤이 그 스피커가 가진 기본 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미국에서 제작된 음성비서 서비스의 목소리는 여성인 경우에도 순종적인 톤이 묻어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제작한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21세기의 미국인들 중에는 순종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라도 당당하게 말하는 캐릭터를 선택했다고 한다. 친절하지만 순종적이지 않고, 그러면서도 대화하고 싶어지는 목소리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구글은 그 목소리에 실제 인물 같은 배경 스토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콜로라도에서 자란 여성이다. 굳이 콜로라도로 정한 이유는 그 주 사람들의 말에는 지역적 특성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 여성의 어머니는 도서관의 연구직 사서, 아버지는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이며, 어린 시절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TV 퀴즈쇼에 출전해서 상금으로 1만 달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자라서는 중서부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인기 심야 토크쇼 진행자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으며, 취미로 카약을 즐긴다. 그렇게 정해진 캐릭터에 직원 하나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카약을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따로 있냐는 거였다. 그러자 책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방금 오디션을 한 여성이 카약을 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나요?” 아닌 것 같다고 하자 “네, 그런 식으로 골라내면 됩니다.” 과연 그 정도로 철저할 필요가 있을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화 상대의 말에서 내용만 듣지 않는다. 감정과 태도 등 다양한 비언어적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고 거기에 반응한다. 스마트 스피커 속 음성비서의 목소리는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기계음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 서비스를 만든 사회가 가진 가치관과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고, 서비스의 이용자는 그 가치관과 편견을 학습한다. 전형적인 여성 감정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스마트 스피커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 “새해 밝아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멈출 수 없는 외로운 투쟁

    “새해 밝아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멈출 수 없는 외로운 투쟁

    새해 첫날 시민들은 저마다 새해 인사를 건네고 신년 계획을 세우며 보냈지만, 칼바람을 맞으며 농성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힘없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세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1일로 416일째를 맞았다.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사측과 협상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은 요원하다. 세 차례의 만남에서 사측은 “직접고용이 어렵다”는 답만 내놓았다.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은 “아직까진 모두 결렬돼 달라진 것은 없지만, 노동자들 모두 자기 자리에서 고생하고 있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이 꼭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시민들과 함께 파인텍 지상 농성장을 방문해 힘을 실었다. 노숙농성 421일을 맞은 영등포구 국회 앞 형제복지원 피해자 24시간 농성장도 꿋꿋하게 서 있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사건 재조사를 위한 과거사법이 통과되지 못해 피해자들은 올해도 국회 앞을 떠나지 못하게 됐다. 한종선 피해생존자 대표는 “정부가 사과했으니 다 해결됐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실제론 아직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새해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이 꼭 통과됐으면 좋겠고 피해자들이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살아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종로구 효자동 발달장애인 부모 농성도 계속된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전국에서 각각 순번을 정해 서울로 상경해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주영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은 “정부가 발달장애인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전체 대상자의 1.6%인 2500명에게만 돌아가는 상황”이라면서 “아쉽지만, 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종합대책은 어떻게 지켜지는지 계속 주시하며 집회를 이어 가려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13년째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도 끝나지 않았다. 세종로공원을 중심으로 대법원, 청와대 앞, 콜텍 본사 등지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지난주부터 사측과의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도 노동 이슈에 대해 초반의 적극성과는 달리 점점 경영자 논리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이외에도 퇴직 공무원 복직을 외치는 공무원 노조원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단원, 한국 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피해자들이 차가운 길바닥 위에 차려진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았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 그해 6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얻어냈지만 그 값진 승리를 노태우 정권이 가져가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다. 그러나 2016년 겨울~2017년 봄 사이 연 1700만명이 183일 동안 밝힌 촛불은 불의한 권력, 부패한 정치를 탄핵하고 기득권이 세운 낡은 체제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박종철·이한열 열사가 그 겨울 광장의 촛불을 봤다면 뭐라 말했을까. 두 열사의 가상 대담 형식을 빌려 촛불혁명이 바꾼, 그리고 바꿔 갈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 봤다.박종철 촛불의 함성에 눈을 뜨니 3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혁명의 광장 한복판에 작은 촛불로 서 있었어요. 화염병도 아닌 촛불을 들었는데 전율이 흘렀죠. 촛불 시민들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주권자의 존엄으로 증명하며 시대의 대반전을 이뤄내고 있었어요. 이한열 돌아보니 동학농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이, 4·19의 의인들이, 스무 살 거리에서 함께 싸운 젊은 동지들이 촛불과 한 몸이 돼 마주 걸어가고 있더군요. 3·1운동 이후 100년의 경험과 기억이 이 새로운 혁명을 끌고 가고 있었어요. 박종철 우린 그것을 공동체의 기억이라고 부르지요. 내면에 흐르던 좌절의 기억과 시대의 모순이 만든 상처가 위기의 순간 각자도생으로 분리된 개인을 견고하게 묶어 촛불연대를 만든 것이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은 아니에요. 평화집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으니까요. 하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그 ‘다름’과도 함께 했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냈어요. 비정규직, 해고당한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해 겨울 촛불 광장은 민주주의의 현현이었어요. 이한열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12차 촛불집회 때 연단에 올라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 곧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겁니다.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만날 겁니다. 저는 종철이를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도 말자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반드시 승리합시다.” 박종철 세월호 아이들, 공권력에 죽임당한 백남기 농민, 용산 철거민 등 작고 힘없는 이들의 혼백이 그날 광장에서 다시 살아난 듯했죠.이한열 30년 전 6월 항쟁 때도 우리는 ‘연대’했는데, 왜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을까요. 나와 내 친구들은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고향도 출신 학교도 제각각인 직장인들이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직장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어요.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었죠. 박종철 독재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확대된 민주주의의 공간을 채울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30년 가까이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 보자’는 성장 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성찰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삶의 내용은 빈약해지고 양극화의 고통이 줄기는커녕 더 커진 것이죠. 내일의 희망이 없는 청년들은 이를 ‘흙수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로 표현한다지요? 이한열 정치권도 항쟁 정신을 받아안지 못했죠.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일화하지 못해 결국 대통령 자리가 신군부 출신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어요. 박종철 하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스러진 나의 죽음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어요. 6월 항쟁 때 혁명의 시간을 경험한 청년들이 2017년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다시 한번 혁명을 이뤄냈으니까요. 이한열 확실히 6월 항쟁 때와 달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다양했어요. 영국 로이터 통신도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군중 곳곳에서 보였다. 대규모의 평화적인 행진이었다. 이전 시대의 양상과는 달랐다’고 보도했어요. 외신도 연령대와 계층이 다양해진 새로운 형태의 시위에 관심을 보였죠. 박종철 저는 그것을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을 망치는 것들과의 분투를 통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된 것이죠. 결국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없애 가는 과정이거든요. 이한열 예. 30년 전 우리가 독재 정권 하나 타도하자고 거리로 나선 게 아니듯 2017년의 촛불도 낡고 부패한 정권 퇴진을 넘어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정신을 원했기에 광장에 모인 것으로 생각해요. 박종철 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지만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외친 ‘이게 나라냐’라는 절규의 기저에는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폭발할 듯한 분노가 쌓여 있었다고 봐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가난해서 자식한테 미안한 부모의 마음에, 박탈당한 청춘의 울분에 불을 붙였죠. 이런 마음이 모여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란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했어요. 이한열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은 민주주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해요. 지난 역사가 증명했듯 내 삶의 주도권과 의사 결정권을 극소수 기득권에 빼앗긴다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고 말 거예요. 박종철 촛불혁명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잉태했다고는 하나 그것을 완성한 것은 아니에요.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안전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은 일터에서 처참하게 숨졌어요.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도, 김용균씨의 가방에도 컵라면이 들어 있었죠.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하청 노동자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했어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며칠 전 겨우 국회를 통과했죠. 법 개정까지 28년이 걸렸어요. “우리 용균이와 같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려 달라”는 김용균씨 어머니의 호소가 법안 통과를 끌어냈어요. 이한열 너무나 참담한 일이에요.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제2의 김군이, 또 다른 김용균씨가 있어요. 곳곳에서 낡은 구조가 개인의 삶을 짓누르고 무너뜨리고 있어요. 7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기득권 동맹체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단단해요. 3·1운동 이후 100년을 마감하고 촛불혁명으로 향후 100년을 열어젖힌 촛불 시민의 삶은 이 적폐의 뿌리를 뽑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나를 짓누르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박종철 그런 면에서 향후 100년의 민주주의는 안과 밖 동시의 혁명으로 설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곧 내 삶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이한열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개인의 삶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촛불 혁명을 경험한 역사적 존재들이에요. 나라를 나라답게 세우는 개혁이 지난하더라도 전환의 계곡을 낙오자 없이 벗어나 함께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면 굽이치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혁명은 곧 끈질긴 저항이니까요.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당선소감] 나 자신이란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입니다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당선소감] 나 자신이란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입니다

    끝내 이 길이 나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쓰지 못할 때가 오지 않는 한 계속 써가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터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터널 밖으로 이르는 때가 언젠가 당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는 게 때로는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이, 터널이 곧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내가 빠져나가는 것은 터널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아내와 아이가 잠이 들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고 책상에 가서 앉고는 했습니다. 매일 밤 책상에 앉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 가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밤들 동안 제가 써 내려간 것은 어쩌면 글이 아니라 글을 계속 써 가고 싶다는 마음과 다짐, 그런 절실함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상 창 너머로 바쁘게 지나가던 차들의 흔적이 잦아들면 찾아오는 완연한 어둠 앞에 글이라는 희망을 켜 둔 채 말입니다. 희망으로 세상을 밝혀 갈 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제게 찾아오는 세상의 목소리들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가능성을 발견해 주신 우찬제, 권여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떤 소설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떻게 인생과 문학을 대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 주신 박상우 선생님, 감사합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신 소행성B612 문우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글을 쓸 자리와 인내를 내어 준 유진아, 고마워. 당신 덕분입니다. ■채기성 ▲1977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 졸업(철학, 심리학 전공)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포의 크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세포의 크기

    코끼리와 버섯, 거미를 찍은 같은 크기의 사진을 보면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끼리와 버섯, 거미는 크기가 다르지만 같은 크기의 사진에 담으면 코끼리는 축소돼 쭈글쭈글한 주름이 보이지 않게 되지만 거미는 확대돼서 징그러운 털까지 보인다.그렇다면 이들의 세포는 어떨까? 나누고 나눠서 세포 수준까지 분해하면 세포의 크기는 몸집의 크기와는 달리 모두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포는 지름이 0.01~0.1㎜ 정도이다. 결국 코끼리, 버섯, 거미가 크기가 다른 것은 세포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세포 수가 거미보다 많다는 말이다. 세포의 크기는 왜 생물 종과 관계없이 비슷할까. 세포는 왜 더 커지거나 작아지면 안 되는 걸까. 세포가 더 커지면 안 되는 이유는 표면적과 부피 비율 때문이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와 5인 정육면체를 비교해 보자. 각각의 표면적/부피 비율은 (1×1×6)/(1×1×1)=6과 (5×5×6)/(5×5×5)=1.2이다. 길이가 5배 늘어나면 표면적과 부피 비율은 오히려 5분의1 정도로 감소한다. 크기가 늘어나면 단위 부피당 필요한 면적이 부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물질 수송에 불리해진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작은 섬에서는 항구에 내려놓은 생필품을 섬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지만 호주만 한 아주 큰 섬에서는 항구에 내려놓은 물품이 모두에게 전달되려면 작은 섬 크기 정도의 단위로 쪼개는 도로나 철도가 있어야 수송이 원활해진다. 아주 먼 과거, 지구에 단세포 생물들만 존재했을 때는 먹고 먹히는 경쟁에서 세포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들은 표면적과 부피 비율 문제 때문에 커지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세포 수를 늘리는 쪽으로 적응해 나갔을 것이다.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다양성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추론이다. 물론 모든 생물의 세포 크기가 비슷한 것은 아니다. 다른 동식물처럼 우리 세포의 지름은 세균의 10배 정도다. 표면적 대 부피 비율을 계산해 보면 우리 세포가 세균에 비해 10분의1 정도 표면적이 줄어든다. 세균 세포보다 물질 수송에 불리한 인간 세포는 소포체와 골지체의 발달로 이 문제를 해결해 냈다. 이들은 납작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세포 내에서 많은 표면적을 제공한다. 당연하게도 소포체와 골지체의 주요 임무는 물질 수송이다. 그렇다면 세포 크기가 더이상 작아지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포는 생명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다. 세포가 파괴되면 물질대사와 생식으로 대표되는 생명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DNA를 담고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며 에너지와 물질대사를 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목소리들은 너무나 크고 강해 타협이 끼어들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주장’과 ‘타협’에 최대, 최소의 기준은 혹시 없을까. 내 주장을 할 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최소한으로 하고, 상대의 주장을 들을 때는 최대한 귀를 여는 방법 말이다.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농민 백남기 투쟁에 함께 선 ‘작은 사람들’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농민 백남기 투쟁에 함께 선 ‘작은 사람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정은정 지음/윤성희 사진/따비/296쪽/1만 6000원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날인 2015년 11월 14일의 이야기는 두 번째 장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저자는 첫 번째 장을 2018년 1월 백남기 농부의 아내 박경숙과 함께 경남 산청에 간 이야기에 할애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산하 산청군 농민회 등 양 기관 부회장과 혜화동 농성장을 가장 오랫동안 지켰던 젊은 농민 이종혁을 만나는 이야기다. 지난하고 오랜 투쟁을 먼 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시간 순서도 아니고, 역순도 아니고. 첫 장을 왜 그렇게 배치했는지는 그 장의 마지막 문장에 비로소 드러난다. “이들은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백남기 농민투쟁의 앞에 나서서 싸움을 이끌지 않았다. 다만,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지켰던 자리는 서울의 농성장이기도 했고 산청의 백남기 농민 분향소이기도 했다. 이제는 자신들 생활의 자리를 열심히 지킨다. 그들은 농성장에서든 분향소에서든 다른 사람들에게 앞자리를 자꾸 내주며 맨 뒷자리에 앉기를 자처했다. 훗날 돌이켜보니, 자리를 지키고 마음을 보태는 일이 백남기 농민 투쟁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농촌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 정은정은 백남기 농민 투쟁 과정을 기록하면서 중요한 사건들과 배경 설명을 놓치지 않는 한편 투쟁의 기나긴 과정에 음으로 양으로 함께한 수많은 ‘작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투쟁이 값진 이유는 이 작은 사람들의 어쩌지 못하는 마음들이 그날 서울대병원에, 거리에, 광주 망월동에 모여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꾸준히 백남기 농민투쟁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윤성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인물사진을 가능한 한 그들의 생활현장에서, 슬퍼하지만은 않는 눈빛으로 담아내려 했다. “삶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일단락 지어진 투쟁에 관해 머리부터 꼬리까지 꿰뚫은 기록이자, 이 투쟁의 이전과 이후를 헤아려 바라보는 시선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지, 작은 목소리들을 모아 단단하게 엮은 밧줄이다. 투쟁을 통해 얻는 것은 그저 승리만은 아니다. 투쟁에 헌신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이들은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독자 또한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씨앗의 일이리라. 농사의 법칙이리라. 이렇게 또, 백남기 농민에게 배운다.
  • “우리 부장도 그래요”… 직장갑질 토로하며 스트레스 풀죠

    “우리 부장도 그래요”… 직장갑질 토로하며 스트레스 풀죠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인 ‘오너 갑질’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권에 대한 테러”라며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처벌을 요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주변엔 주말에도 일을 시키는 부장과 쉴 새 없이 폭언을 쏟아내는 팀장,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다”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직장 선배가 여전히 존재한다. 직장 내 온갖 ‘갑질’로 고통받는 직장인들을 돕기 위해 출범한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1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누구나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에 고충을 털어놓으면 직장인들의 전담 노무사들이 직접 답변해준다. 지난 1년간 직장인들은 어떤 갑질로 마음 아파했을까. 직장갑질119의 이오표(51), 권남표(33), 최혜인(29) 노무사를 만났다.→직장갑질119가 세간의 화제다. 이곳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최혜인(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정책 업무를 담당하다가 문득 회의를 느꼈다.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처럼 어려운 분들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정작 그들이 당장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들을 돕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곳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생생하고 절박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더라. 직장갑질119 카톡방은 내가 그토록 원했던 ‘현장’이었다. 처음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좋았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보니 도울 수 없는 일도 많아 마음이 아팠다. -권남표(권) 우선 내가 왜 노무사가 됐는지부터 얘기해야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영화제에서 스태프를 맡았고, 출판사에서 책 편집도 해봤다. 여러 일을 전전하다가 결국 건설 자재를 판매하는 회사의 영업사원이 됐다. 어느 날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노조라는 것이 마냥 좋은 것으로만 알았다. 일단 가입은 했지만 활동은 잘 안했다. 그렇게 8개월 정도 흘렀을까. 내가 처음 일하던 부서에서 내부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가 신입사원인 나에게 “책임을 지라”며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노조 가입한 이력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던 것 같다. 더러워서 그만뒀다. 그리고 노무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공공운수노조에서 조직활동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갑질 119도 십시일반 돕고 있다. 나만큼 절박했던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는 게 일이다. 내가 가진 노무 지식이 노동자에게 작으나마 힘이 된다는 게 기쁘다. →직장갑질119에서 이뤄지는 노동 상담이 기존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오표(이) 노동 상담은 보통 전화나 방문 상담,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이런 분들은 전문가에게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원활한 상담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우리 노동 상담은 익명의 대화방에서 진행된다. 고충을 호소하는 직장인 대부분이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래서 일반 상담보다 더욱 솔직하고 시원하다. 게다가 반응도 즉각적이다. -최 “여기서 팀장 욕해도 되나요? 야 이 XXX야!”라고 채팅방에 불쑥 들어와 말한 분이 떠오른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다른 한 분은 직장 상사 욕을 하고 싶다면서 육두문자를 남발하고는 “죄송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들이 매번 소송까지 가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질을 당한 당사자의 억울한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상사의 갑질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내 마음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대부분은 자신의 상황을 어디에 호소하고 싶은 심정일 거다. 많은 직장인에겐 그런 공간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성심성의껏 상담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욕설이 올라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적응이 되고 나니 이제 점점 재밌어진다. 누군가 욕을 하면 다른 사람도 동참한다. “우리 부장도 그래요”라면서. 상담을 위한 공간이 어느새 소통의 공간이 된다.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 모여 놀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 됐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최 사업주는 직원을 해고하기 30일 전에 미리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0일분 임금인 ‘해고 예고수당’을 줘야 한다. 한 지점에서 3개월간 일하던 A씨는 갑자기 지점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예고수당을 받으려고 노동청에 갔는데 근로감독관의 말이 가관이었다. “사장이 아니라 지점장이 자른 것이니 해고가 아니다”라면서 “본인이 해고됐는지 사장에게 확인은 했느냐”고 반문했다더라. 노동자를 도우라고 뽑아놓은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A씨는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우리 카톡방을 찾았다. 지난 달 말쯤 그분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알려줘서 고맙다. 더 싸워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분에게서 아직 결과를 듣지는 못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권 B씨는 비정규직 보육교사였지만 노조를 꾸리고 힘을 얻어 결국 정규직이 됐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은 그는 돌연 노조를 탈퇴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내년부터 아이를 돌봐야 해서다. 정규직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분은 자신에게 육아휴직이라는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비정규직으로 계약이 정상 만료돼야 실업급여를 탈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이분처럼 많은 노동자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세상에 그런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슬픈 마음이 든다. →양진호 회장의 ‘엽기 갑질’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이런 종류의 상담이 자주 들어오나. -이 양 회장 사례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욕설을 들었다’며 상담을 청하는 이들은 지금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에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분들이 꽤 있는 듯하다. -최 전에 우리 채팅방에서 이번 사례와 비슷한 케이스를 상담했는데, 아마도 그게 양 회장 관련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민원이 들어오면 우리로서는 폭행죄 처벌 등 법적 대응을 조언하지만 그 회사에 계속 다니길 원하는 사람이 사업주를 상대로 길고 지난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자면. -이 소통과 공감의 장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아직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많다. 법이 미비해서 아직 약자들을 감싸지 못한 영역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노동자 스스로 모여서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 다만 이곳에서 그런 역할까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고민해 볼 문제다. -권 스마트폰이 생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화방이라는 플랫폼이 갖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분들 가운데 아직도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아직 그분들의 아픔까지 보듬어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최 직장 갑질은 인간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누구나 겪을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껏 이와 관련된 별의별 사례가 모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간 ‘내 문제’로 치부됐던 직장 갑질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게 됐다. 문제가 있어도 넘어갔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의 작은 한마디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누군가에겐 함께 싸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모호하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사례가 하나둘씩 모이고 이를 체계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언젠간 이 법안을 통과시킬 힘도 생길 거라고 기대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직장갑질 119’는 카톡·이메일로 직장 내 괴롭힘 상담·법률 지원… 직장인들의 ‘대나무숲’ 시민단체나 노동단체에 소속된 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 240여명으로 구성된 공익단체다.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상사의 직장 갑질로 도움이 필요한 직장인에게 상담과 법률 지원을 해준다. 짧은 내용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이용하면 된다. 긴 내용은 이메일로 보내면 3일 내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직장갑질 119’를 검색하거나 인터넷 주소(gabjil119.com)를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상담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시간대별 전담 노무사가 있어 질문이 올라오면 답해준다. 노동 문제에 대한 상담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직장인들의 속내를 털어놓는 ‘대나무숲’ 역할도 한다.
  • 트럼프 특유 ‘거래의 기술’… 北비핵화 이행·성과 챙기기 의지

    트럼프, 김정은 친서 내용에 만족감 완급 조절 대신 구체적인 결실 노려 워싱턴 내 대북 강경파 회의론 차단 북한 비핵화 행동 오히려 압박 효과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외교수장 회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더해지면서 그간 교착 상태에 있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의)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핵화 협상의 내실을 강조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역사적인 만남이었지만 ‘껍데기’ 회담이라는 혹평도 적지 않았던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완급을 조절하는 대신 확실한 ‘성과’를 챙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때마다 불거지는 워싱턴 내 대북 강경파의 회의론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판단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엔총회를 전후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으로 그런 목소리들을 차단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인 ‘거래의 기술’을 대북 비핵화 협상에도 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의 폐쇄·검증 약속뿐 아니라 플러스 알파(+α) 조치를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한 국면에서 조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앞으로 이행과 검증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메시지다. 주요 고비마다 상대방을 더 거칠게 몰아붙이는 방식을 활용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여유를 보이는 건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만족스럽다는 해석을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두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김 위원장이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 회원국 정상들 앞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및 경제발전 의지를 전한 것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리 회의 전 기자들에게 “나는 매우 가까운 장래에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속도 조절론’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오히려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의 결실을 얻기 위해 이르면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오스트리아 빈 협상 등 다양한 채널로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성매매 자활지원금/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매매 자활지원금/박현갑 논설위원

    “성매매는 대한민국에서 불법인데 왜 체포는 못할망정 지원을 해주나요?” “성매매를 하지 않고 정직하게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학자금, 대출한 빚 갚고 생활비 버는 학생들은 무엇이 되는 것입니까?” “이럴 돈 있으면 군대에서 사고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한테 보상해 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인천 미추홀구의 성매매 종사자의 자활지원금 조례 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다. 수십여 건의 청원은 한결같이 조례 폐기를 외친다. 전국 단위로 시행되는 법이 아닌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려는 자치법규 시행에 대한 논란치고는 매우 뜨겁다. 논란이 된 자치법규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17일부터 시행하는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 시행규칙이다. 관내 집창촌인 ‘옐로하우스’의 성매매 종사자로서 탈성매매확약서·자활계획서를 제출한 경우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1인당 연간 2260만원을 1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월 100만원 이내의 생계비, 700만원 안팎의 주거지원비, 월 30만원 이내의 직업훈련비 등이다. 지원받았다가 다시 성매매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회수한다. 구는 2022년까지 연간 10명씩 4년간 40명에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성매매 자활지원 조례는 대구, 전주, 아산시도 시행 중이며 서울 성북구도 조례 제정을 마쳤다. 옐로하우스는 1970년대 미군 부대에서 노락색 페인트를 얻어다가 벽을 칠한 데서 유래한다. 현재 70곳 정도 있다. 이곳은 7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로 바뀔 예정이다. 조례를 발의한 이안호 미추홀구의원은 지원 반대 목소리에 대해 “처음부터 성매매에 종사한 사람은 없다. 가정폭력 등으로 가출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다”면서 “성과와 효율성만 따질 게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가치성을 따져야 한다. 상담을 거쳐 정밀하게 지원 대상을 정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성매매는 단속하지만 키스방, 대화방 등 변형된 오프라인상 성매매와 모바일 채팅앱 등 온라인을 통한 음성적 성매매는 더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이른바 풍선효과인데 단속도 쉽지 않다. 미추홀구는 다시 성매매 활동을 하면 지원금을 회수한다지만, 방세 보증금 이외에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성매매 재유입 방지가 입법 취지라면 특정 공간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궁극적으로는 현장 단속도 해야겠지만 매춘 강요나 알선 등 산업화된 ‘성 시장’의 불법성 요인부터 해결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나.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베트남 선수들 박항서 감독에 “아빠”…작은 키·친근함 어필

    베트남 선수들 박항서 감독에 “아빠”…작은 키·친근함 어필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자축구 준결승 진출을 이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게 된 과정이 공개됐다. 박 감독을 베트남 축구협회에 추천해 대표팀 감독으로 만든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 후 박 감독과 통화를 했다며 “경기 관련 내용은 깊게 통화 안했다. 박 감독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따서 베트남이 아시안게임 최초의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의 준결승에 대해 “베트남 선수들이 손흥민, 이승우 등의 출전에 경기 시작부터 위축된 플레이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이영진 코치가 ‘우리가 왜 그렇게 위축되느냐’ ‘왜 그렇게 플레이를 하느냐’라고 크게 다그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동메달 결정전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난번(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이라크도 이기고 카타르도 이긴 것처럼 일단 중동 선수들을 만나면 두려워하지 않는 기본적인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일본이나 한국 선수들을 약간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될 당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협회 내에서도 갈등이 있었고, 들어가고 나서도 ‘더 좋은 유럽의 감독을 모셔올 줄 알았는데 왜 한국에 있는 감독을 모셔왔냐’ 등의 목소리들이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일본인과 박 감독이 마지막 최종 후보로 경쟁이 치열했는데 베트남 축구협회는 10월부터 시작하길 원했지만 일본인은 1월 달부터 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일본인의 콧대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이 아시아게임에서 동메달 경험이 있고, 월드컵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어필했으며, 작은 키와 친근한 이미지 등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 키가 작기 때문에 플레잉 스타일을 적용하고 이용하는 데 키 작은 선수 출신의 감독이 잘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도 직접 ‘나는 그걸(키 작은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안다’고 어필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베트남 축구는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4강에 진출했다. 이 대표는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을 파파라고 한다. 별명이 아빠”라며 박 감독에게 ‘아빠’ 이미지의 광고도 많이 들어오고, 베트남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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