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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지역 대학 학점 인정 연합교양대학 개강…일반인도 수강 가능

    대전 10개 대학이 학점을 인정하는 연합교양대학이 8일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개강했다. 자치단체 출연기관과 대학들이 손을 잡고 학점을 인정하는 과정은 국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흥원 식장산홀에서 열린 개강식에 권선택 대전시장, 4년제 10개 대학 총장과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참여대학은 충남대, 한밭대, 한남대, 건양대, 대전대, 목원대, 배재대, 우송대, 을지대, 침례신학대다. 1학기 15주 동안 진행되는 개설과목은 ‘인문학의 향기’, ‘대전학’ 등 2개 공통강좌와 대학별 대표강좌인 ‘영화와 역사’, ‘한국 사상의 이해’, ‘도시와 나무’, ‘인체와 건강’ 등 모두 6개 과목이다. 과목마다 2학점이 인정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2012년 처음 개강해 모두 280명의 수강생을 받고 있는데 매년 신청이 넘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수강신청은 자기 학교에서 하고 강의는 이곳에서 받는다. 일반인도 수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는 관련 대학교수 외에 남궁진 전 문화부 장관,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이혜강 인포그래픽 전문가 등이 초빙 교수로 나서고, 대전학은 지역 중·고 교사와 전문가가 강의를 맡는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잠은 충분히 잤는데…당신이 늘 피곤한 이유 7가지

    잠은 충분히 잤는데…당신이 늘 피곤한 이유 7가지

    평소 충분히 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수면 이외의 생활 습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 최근 미국 매체 엘리트 데일리의 건강 전문 기고가 리 웨인거스는 전문가의 조언을 인용해 잠이 부족하지 않아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원인 7가지를 소개했다. 만일 당신이 수면 부족이 아닌데도 피곤함을 심하게 느낀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당분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의대 니콜 아베나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당분의 중독성은 코카인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섭취는 1시간 반 정도까지 높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후에는 피로를 쉽게 느끼게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 더 많은 당분을 섭취하고 싶다는 착각이 들게도 하므로 과잉 섭취는 몸에 독이 된다. 혹시 점심 이후 간식으로 단것을 너무 많이 먹고 있지 않은가? 2. 몸에 수분이 부족해서… 저녁에 물 대신 맥주를 마시는 사무직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로저 헨더슨 박사는 데일리메일에 “내 환자 대부분은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지 않았고 모두 목마름이 느껴질 때까지 수분 부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서 “그렇지만 수분 부족 증상은 피로와 피곤, 두통과 집중력 저하 등으로 더 일찍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3. 몸에 철분이 부족해서… 철분은 온몸에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의 구성 성분이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피곤함을 느끼기 쉽다. 자신의 식단을 확인하고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라. 4. 우울감이 생겨서… 피로는 우울증의 징후로도 나타난다. 좋아하는 것에 관한 관심이 줄었거나 행동력이 떨어지면 우울감이 원인일 수 있다. 무엇을 해도 피로가 느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5. 정기적으로 운동하지 않아서… 하루 근무만으로 이미 녹초가 돼 그후 운동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기적으로 운동하면 몸이 건강해져 몸이 녹초가 되는 것을 막고 몸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조지아대 연구로 밝혀졌다. 6. 몸이 완전히 녹초가 돼서… 당신이 아무리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한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적어도 매일 1시간 정도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로 쉽게 피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7. 방이 어질러져 있어서…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과 방의 모습을 상상해봐라.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쌍여 있는 싱크대, 옷이 너저분하게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는 방. 분명 한숨이 나올 것이다. 그때 느끼는 것은 극심한 피로감이다. 미국 프린스턴대가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어수선한 책상을 보게 되면 정보 처리에 부하가 늘어나 정신적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봄이 다가왔으니 슬슬 대청소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돌아온 ‘추억의 스타’] 다시 듣는 ‘목마와 숙녀’ 박인희

    [돌아온 ‘추억의 스타’] 다시 듣는 ‘목마와 숙녀’ 박인희

    35년 만에 컴백… 5월 콘서트 개최 시적 감성이 깃든 노랫말과 아름다운 기타 선율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1세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인희(71)가 3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4일 공연기획사 쇼플러스에 따르면 박인희는 오는 5월쯤 서울에서 ‘컴백 콘서트-그리운 사람끼리’를 연다. 1981년 가요계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가수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쇼플러스 측은 설명했다. 국내에 있을 당시 라디오 DJ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미국에 가서도 한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994년 잠시 귀국해 K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3개월가량 활동한 적이 있다. 쇼플러스 관계자는 “그간 국내 방송 복귀와 음반 출시 제의가 많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면서 “국내 무대 복귀 배경과 구체적인 공연 계획은 오는 14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불문과 출신인 박인희는 1960년대 후반 이필원과 포크 혼성 듀오 뚜아에무아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절 박인희를 유명하게 만든 노래가 ‘그리운 사람끼리’다. 1972년 솔로로 독립한 박인희는 이후 ‘세월이 가면’을 비롯해 ‘모닥불’, ‘끝이 없는 길’, ‘봄이 오는 길’ 등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와 번안곡 ‘방랑자’ 등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평소 글쓰기와 시를 좋아해 ‘노래하는 시인’으로 불렸던 그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자작시 ‘얼굴’ 등을 낭송한 음반을 발표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1989년에는 풍문여중 동창인 이해인 수녀와 함께 수필집 ‘소망의 강가로’를, 1994년 시집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를 내놓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스스로 한계 만들면 진다 야구도 인생도 그렇다”

    “스스로 한계 만들면 진다 야구도 인생도 그렇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최고 인기 유행어는 단연 ‘마리한화’였다. 최근 6년간 다섯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던 ‘동네북’ 한화가 2014년 11월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74)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지더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상대를 괴롭히는 ‘쉽지 않은 팀’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매 경기 숨 막히는 총력전을 펼친 한화는 지난해 전반기에만 27번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눈을 뗄 수 없는 한화 경기에 팬들은 마리화나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의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였고, 한화는 전년 대비 38.3%나 증가한 65만 7385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2015년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떠올랐다. 한화 열풍의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었다. 승리가 간절했던 한화 팬들은 인터넷 청원, 본사 앞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적극적으로 김 감독을 원했다. 그의 한화행이 결정된 이후 야구팬들의 관심은 줄곧 ‘김 감독이 만들어낸 SK 신화를 한화에서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렸다. ‘김성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팎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등 달라진 전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핵심 선수들을 영입하며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성근의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의 또 다른 신화로 남을 수 있을까. 스프링캠프 막바지 치열한 담금질을 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을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만났다. ●‘마리한화’ 이끌어 낸 악바리 야구 대장 따뜻한 오키나와에 때아닌 한파가 찾아왔다. 비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아침저녁 날씨는 마치 한국의 겨울 같았다. 김 감독도 감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평소처럼 고친다 구장에 가장 먼저 나와 제일 늦게 숙소로 들어갔다. “아까 지역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한화 우승 못한다고 했습니다. (기사가 나가면) 대전에서 난리가 날 거예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더 뜨거운 경쟁이 필요해요.” 올해 한국 나이로 일흔다섯 살, 일반 회사원이라면 은퇴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김 감독의 열정은 여전했다. 2007년 중위권 팀이었던 SK를 맡아 팀을 네 번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고, 세 차례 우승컵을 안겨주며 ‘우승 청부사’로 불렸던 그다. 비주류 출신에 매번 구단(현실)과 부딪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 김 감독의 모습에는 야구계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리더에 목마른 한국 사회가 뜨겁게 반응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감독 자리에 있는 그가 무엇 때문에 계속 도전을 하는지 궁금했다. “물러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요? 저는 나이를 의식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를 잊어버려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점잖게 있으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나이 속에서 헤매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가 야구를 계속 하는 이유도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다. 그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이라며 “70대이지만 20대, 30대 젊은 친구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의 ‘경쟁자’인 2030세대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어른’ 중 한 명이다. 강연을 하면 50~60대 기업 임원진부터 20대 대학생까지 그의 철학을 듣기 위해 몰려온다. 포기를 모르는 ‘김성근 야구’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야구도 인생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면 져요.” 개인의 의지보다는 오히려 사회가 개인에게 한계를 지어주는 시대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렇기 때문에 더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힘든 세상이죠. 그런데 실패했다고 포기해버리면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 앞가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상대는 나를 절대 쉽게 보지 못해요. 그런 과정이 가치가 있는 것인데 이상하게 한국 사회는 그 과정을 보지 않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쉽게 좌절을 하는 것도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회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오는 위기가 시행착오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때 그는 “우승 못하는 감독”으로 불렸다. 1996년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해 최약체였던 팀을 정규리그 2위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감독 커리어에 우승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하위권 팀을 중상위권으로 올려놓는 것은 잘하지만 큰 경기는 약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가 ‘야신’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공교롭게도 SK 감독 시절 첫 우승을 하고 난 뒤였다. 그의 나이 66살이었다. ●“‘무에서 유 창조한 감독’ 기억되고 싶어” “마라톤 경기를 한다고 칩시다. 늘 2,3등 했던 선수가 1등 하는 것과 100등 했던 선수가 3등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 1등’인지, ‘어떤 3등’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 강조했다. 야구 인생 60년을 향해 가는 그에게 야구란 어떤 존재일까. “야구는 제게 물입니다. 물은 평소에 잔잔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을 집어삼킬 만큼 무서운 존재죠. 동시에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이 살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그는 “평생 야구를 했지만 아직도 야구를 잘 모르겠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은퇴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오래 살아야죠. 저를 불러줄 때까지 야구를 할 겁니다. 안 불러줄지도 모르겠지만(웃음)…” 그는 “우승 잘하는 감독도 좋지만 먼 훗날 사람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야구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3년 정도는 한화를 맡으면서 (예전)SK 같은 팀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다시 필드로 나갔다. 글 사진 오키나와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멈춰선 국회… 선거법 제출 시한 못 지켜

    멈춰선 국회… 선거법 제출 시한 못 지켜

    여야 ‘2+2 회동’서 논의 모색 野 필리버스터 전략 거둘지 관심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이후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는 정 의장이 제시한 선거구획정안 제출 시한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공직선거법 처리를 위해 26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획정안이 이날까지 국회에 제출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일단 26일 오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모이는 ‘2+2 회동’을 열고 테러방지법과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논의해 출구를 모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야당이 필리버스터 전략을 거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획정위는 이날 사흘째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음을 공지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8시쯤 공지를 통해 “25일은(26일 새벽 포함)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고 알렸다. 이날 저녁 획정위 회의장에 도시락까지 배달되기도 했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날 오후 4시 예정됐던 안전행정위 전체회의도 하루 뒤로 밀렸다. 선관위는 지역구가 10곳이 늘어나는 수도권 구역표를 두고 여야가 추천한 의원들이 대치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여야의 대리전으로 선거구 획정이 계속 늦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2 회동 일정을 알리기 전까지 테러방지법을 두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 갔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얼굴 알리기 총선 이벤트장’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필리버스터라는) 회전목마에 탄 야당이 스스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의 독소 조항을 알리는 데 필리버스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누리당과의 협상을 압박하려고 힘썼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걸 막고자 피 토하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을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해 수정안보다 강화된 보완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겸임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화와 전임화도 요구했다. 정 의장은 여야에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무제한 통신 감청에 대한 제재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의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국회 법제실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전달했다. 국민의당도 아이디어를 내서 그런 것을 가지고 양당 교섭단체 대표들이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민주는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했지만, 여당은 대한변호사협회의 검토의견서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더민주 최민희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전 9시부터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오후 4시 10분부터 더민주 신경민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본회의장 앞으로 이동해 ‘국회 마비 00시간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反)필리버스터 시위를 벌였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수원 행궁동 예술마을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수원 행궁동 예술마을

    동네 곳곳 붙어 있던 임대 딱지, 개성 있는 카페·게스트하우스 들어서자 사라져… 빈집점거프로젝트·예술문화제로 약 5년 만에 활기 경기 수원 행궁동은 주소록에서 찾을 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 수원 화성 안에 존재하는 12개의 법정동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조선시대 정조가 머물렀던 행궁이 속한 남창동을 비롯해 장안, 신풍, 매향, 지동, 남수, 북수 등 12개 동을 아우른다. 불과 220년 전 수원이 건립될 때부터 최근 십수년 전까지 행궁동은 수원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지금은 ‘예술마을’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10여년 전 급격히 쇠락해 가던 이곳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고 살아갈 수 있는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인구 1만 2000여명이 살고 있는 행궁동에 지난 6~7년간 드나든 예술가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를 정도여서 재생을 위한 예술마을 1호로도 꼽힌다.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것은 1997년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행궁동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수원시 외곽에 삼성, SK 등 대기업 공장들이 들어서며 대단위 신주거지가 형성되고, 수원역 중심으로 유흥가들이 이전하면서부터였다. 행궁 부근의 상가는 나날이 비어 갔고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떠나 빈집만 늘어 갔다. 정치인들은 한옥마을 조성 등 공허한 공약만 내세웠을 뿐 뭐 하나 분명하게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빈 상가에 내걸린 ‘임대’ 딱지만 거리를 공허하게 메웠다. 그러던 이곳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슨 연고가 있어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예술가들이 기대한 것은 한 가지. 좋은 조건에 오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었다. 썰렁해져 가는 동네를 바라보던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빈 공간이 많았으니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주민들이 예술가들에게 내건 조건 또한 마을과 함께하는 것뿐이었다. 2009년 행궁동역사문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로 손을 잡은 주민과 예술가들은 지속적으로 이 동네에 문화 예술 콘텐츠를 입혔다. 예술가들은 마을 노인들에게 예술과 연계한 소일거리와 놀이를 제공했고 썰렁해진 간판과 골목을 예술적 영감으로 채웠다. 비어 있는 상가나 집에 작품들을 걸어 두고 전시를 하는 빈집점거프로젝트 등 다양한 행사도 열었다.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나혜석의 생가터가 행궁 부근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를 중심으로 예술문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매년 4월 열리는 축제 때면 예술가와 주민, 여행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행궁동을 들썩이게 만든다. 주민과 예술가가 움직이니 관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과 활기에 힘입어 이제 원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행궁동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문화 콘텐츠를 입힌 카페, 호텔,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공방 등이 골목 사이사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쇠락하던 도시가 약 5년여 만에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행궁동 예술마을의 중심은 커뮤니티 아트센터다. 원래 시립미술관 부근에 있던 레지던시인데, 현재는 공방거리로 이전했다. 커뮤니티 아트센터에는 입주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과 오픈 스튜디오 아트 숍,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레지던시가 자리 잡은 공방거리도 각종 공방과 작은 갤러리, 맛집 등이 가득하다. ‘임대 종이’ 나부끼던 곳에서 180도 변신했다. 자잘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더하니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붐빈다. 장안동 벽화마을 안쪽에 위치한 대안공간 눈은 지역 작가와 주민의 개인전 등 재밌는 전시가 많이 열리는 곳이다. 여행자들도 벽돌 그리기 행사 등을 통해 벽화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카페도 겸하고 있어 쉬어 가기 좋다. 골목길이 발달한 장안동과 신풍동은 2013년 ‘자동차 없이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생태교통마을로도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오래된 주택 사이로 구불구불 펼쳐진 골목마다 아이들이 달려가고 꽃잎이 나부낀다. 길은 걷기 좋게 포장돼 있다. 정조시대 만들어진 도로와는 벽돌색으로 구분해 의미를 더했다. 잘 모르는 골목이라고 겁먹지 않아도 좋다. 조금 나갔다 싶으면 나오는 수원 화성의 성곽과 팔달산의 서장대가 제 위치를 알려 준다. 골목 안에서 바라보는 성곽과 행궁은 색다르다. 군데군데 벽화들이 골목길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도와준다. 벽화도 지루하다 싶으면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 갤러리들이 나온다. 장안문 부근에 들어선 수원시전통식생활체험관은 전통 식생활 관련 전시와 강연, 체험 등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공간이다.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식생활 관련 전시회 등도 열려 눈길을 끈다. 다양한 과정의 음식 강좌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마을 끝의 화서문은 호젓하게 수원 성곽과 주변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팔달문이나 장안문에 비해 비교적 한적한 화서문은 오랜 시간 동네 놀이터이자 경로당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원래 모습 그대로 남은 성문이어서 보물로 지정돼 있지만, 닫힌 문화재가 아니라 여전히 사람들이 드나들며 만져 볼 수 있어 의미를 더한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여행의 재미를 가장 잘 느끼려면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에 가기를 추천한다. 30여분이면 수원역에 도착하겠지만 여행 분위기에 흠뻑 빠지기에 충분하다. 차가 없어야 행궁동의 골목을 훨씬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행궁동 레지던시 전시관람은 화~토요일 오후 1시~6시. 전통식생활체험관 247-3762, 대안공간 눈 244-4519. →함께 가볼 곳:화성과 행궁의 역사는 수원화성박물관에 가면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수원 화성의 설계도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화성성역의궤’, ‘정조의 비밀편지’, 영화 사도로 다시 주목받은 사도세자의 영서(令書) 등을 볼 수 있다. 화성 광장 옆에 지난해 문을 연 수원시립미술관은 명칭으로 논란이 일어 더욱 주목받았다. 세계문화유산 지구 안에 놓인 현대식 외형이 의문을 주기도 하지만 다양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맛집:행궁동에서 갈비보다 유명한 것이 통닭이다. 통닭 골목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담백하게 튀겨 내는 매향통닭(255-3584), 반대로 튀김옷을 입혀 고소함을 더한 진미통닭(255-3401) 등이 유명하다.
  • 1000원으로 느끼는 만원의 행복… 대세는 ‘가성비’

    1000원으로 느끼는 만원의 행복… 대세는 ‘가성비’

    기존 제품 절반 가격에 품질은 기대 이상… 저성장 기조에 ‘가치 소비’ 일반적 현상으로 #사례 1. 지난달 27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다이소 종각점에 평소 볼 수 없었던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부터 다이소 매장 내 폰플러스컴퍼니의 자판기를 통해 중국 샤오미 스마트폰 ‘홍미3’와 ‘홍미노트3’ 등을 선착순으로 300대 한정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날 판매된 홍미3의 가격은 9만 9000원으로 기존의 해외 직구 휴대전화보다 약 10만원 저렴하고 무약정으로 판매해 위약금도 없었다. 이날 300대의 휴대전화는 1시간도 안 돼 모두 팔렸다. #사례 2.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신라스테이 광화문점 내 뷔페 레스토랑 ‘카페’. 점심시간이 되자 108석의 자리가 꽉꽉 찼다. 지난해 12월 22일 신라스테이 광화문점 개관과 함께 문을 연 카페는 개관 한 달여 만에 근처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 명소로 통한다. 신라호텔의 고급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의 메뉴와 비슷한 레시피와 식재료를 사용한 70여종 넘는 메뉴를 1인당 1만 6000원에 즐길 수 있어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2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선착순으로 줄을 서야만 구입할 수 있고 최소 2주 전 예약해야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런 상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가성비’다. ‘1000원’을 내고 구입했지만 10배인 ‘1만원’의 체감 효용을 느끼는,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나 효용을 가리킨다. 최근 산업계의 경영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PB 상품에 사활 가성비가 높은 제품으로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 꼽힌다. PB 상품은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이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으로 유통 비용을 줄여 기존 제조사들의 내셔널브랜드(NB)보다 가격을 낮춘 게 강점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업계의 주요 화두로 PB 시장 확대를 꼽았다. 이준기 연구원은 12일 “PB 시장 확대는 성장성이 정체된 국내 유통 환경에서 업체 간 차별화를 위해 필수적인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 주목받는 PB 상품으로는 이마트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노브랜드’가 있다. 노브랜드 상품의 매출은 7월 20억원에서 올해 1월 78억원으로 7개월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노브랜드는 포장은 물론 제품 이름도 없어 제작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노브랜드 상품은 같은 상품군의 NB 상품 대비 최대 67%까지 저렴하다. ●이마트 ‘노브랜드’ 7개월 만에 3배 성장 노병간 이마트 노브랜드 바이어는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은 물론 해외 우수 소싱 업체까지 다양하게 생산자를 발굴한다”면서 “올해 노브랜드 상품을 6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씨유(CU)의 PB 상품인 ‘빅요구르트’는 CU에서 NB 상품 요구르트보다 더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꼽힌다. 요구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손바닥 절반 크기의 작은 요구르트는 마실 때마다 아쉬움을 줬다. 이에 기존 요구르트보다 양을 대폭 늘려 2014년 출시한 게 빅요구르트다. 빅요구르트 1개는 270㎖로 가격은 1250원이다. 제조사들이 만드는 기존 요구르트 1개가 150㎖에 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지난해 빅요구르트 매출은 NB 상품 매출과 비교해 4.8배나 성장했다. ●CU, 270㎖ 빅요구르트 매출 4.8배 늘어 지난해 말 라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짬뽕라면’도 가성비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출시된 오뚜기의 ‘진짬뽕’은 출시된 지 두 달도 안 돼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지난해 라면 매출 17위에 오른 상품이다. 진짬뽕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판매 5000만개를 돌파했다. 진짬뽕 외에도 농심의 맛짬뽕, 팔도의 불짬뽕 등 짬뽕라면 가격은 1500원으로 일반 라면 가격 대비 500원가량 비싼 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짬뽕라면은 중국집에서 1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짬뽕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평을 받으며 매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전화나 공기청정기,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 부문에서는 ‘샤오미’ 열풍이 거세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지난 1일 자정부터 한정 판매한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Mi.Air)2’ 1000대가 15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11번가에서는 지난해 샤오미 매출이 전년 대비 900% 뛰기도 했다. 샤오미의 인기는 국내 가전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기대 이상의 품질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샤오미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와 이어폰을 구입해 1년 넘게 쓰고 있는 직장인 권희진(32)씨는 품질을 극찬했다. 권씨는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아이폰용 이어폰보다 성능 면에서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샤오미 스마트폰 300대 판매 1시간 만에 동나 가성비가 대세가 된 현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명성에 안주해 도태된 곳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외식 브랜드들이다.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달렸던 패밀리레스토랑 수는 급감한 지 오래다. 마르쉐, 씨즐러, 토니로마스 등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피자업계도 마찬가지다. 피자헛 매출은 10여년 전만 해도 연매출 3000억원을 넘었지만 2014년 매출은 1142억원으로 잘나가던 시절의 절반 이하로 꺾였다. 라지 사이즈 1판에 3만원이 훌쩍 넘는 피자와 패밀리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대신 2만원 안팎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 주목받고 있다. 가성비 높은 제품이 주목받는 것은 장기화된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1로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2014년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3%였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식품 등 142개 품목으로 산출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7.57(2010년 100을 기준)로 전년 대비 0.2%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 폭이 크지 않고 생활물가지수는 떨어졌음에도 체감 물가가 높은 이유는 물가지수 산출 품목마다 사람들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진짬뽕, 중국집 풍미로 라면 업계 평정 가계 빚은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구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자영업으로 대거 빠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지난해 부채 증가율이 전년 대비 3.8%로 가장 높았다. 또 이전처럼 소득을 내기 어려운 60대 이상의 지난해 부채 증가율은 전년 대비 8.6%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 소비’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한다. 고소득층은 불황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맞는 ‘감성 소비’를 이어 가겠지만 전체 경기 상황을 봤을 때 가치 소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에서 무인양품이 인기를 끈 것도 일본 내 장기 불황과 관련이 있다”면서 “꼭 필요한 기능만 살리고 거품을 빼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서울에 살면서 빵 좋아하는 ‘동네 빵순이’들은 대기업 가맹점이 아닌 동네빵집을 선호한다. 빵이 나오는 예약 시간에 한 시간씩 기다리는 긴 줄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빵집의 매력은 다양한 맛과 건강한 맛이다. 특히 인기 있는 동네빵집은 천연 효모를 사용한 저온 숙성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골목마다 숨어 있는 명물 동네빵집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오월의 종’ 빵에선 ‘빵맛’이 난다. 처음 먹는 사람은 무슨 맛으로 먹지 싶을 수도 있다. 달콤하지도, 버터와 우유 향이 짙지도 않다. 모양새마저 투박하다. 그러나 한번 먹어 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기본에 충실한 담백함의 힘이다. 정웅(48) 셰프가 만든 빵이다. 시멘트 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제빵 공부를 시작해 12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첫 가게를 냈다. 선생은 대형 서점에 나와 있는 제빵 책이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호밀빵을 주력 제품으로 만들었다. 설탕이나 버터, 계란은 물론 우유도 넣지 않았다. 달콤한 빵맛에 사로잡혔던 대중적 입맛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9년 전 본점을 일산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이전한 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빵을 밥처럼 먹는 외국인들이 정씨가 만든 빵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오월의 종 관계자는 “초기에는 외국인 손님과 국내 손님 비율이 7대3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내국인 고객이 70% 정도다. 이 빵집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 빵인 바게트와 독일 빵인 호밀빵이다. 붉은 크랜베리의 달콤함과 빵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크랜베리 바게트는 3000원, 무화과가 듬뿍 들어간 무화과 호밀빵도 3000원이다. 8년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최근 재료비 인상으로 값을 조금 높였다. 그래도 ‘착한 가격’이다. 현재 한남동에 1·2호점이 있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3호점이 있다. 한남동 일대 양식 레스토랑에 식전 빵을 납품한다.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에는 ‘피터팬1978’과 ‘독일빵집’ 등 전통적으로 강세지만 파리지앵 느낌을 물씬 풍기는 멋쟁이 빵집부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빵집까지 다양한 베이커리가 있다. 먼저 파리 뒷골목에서 만날 법한 멋쟁이 빵집으로는 크루아상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루엘드파리’가 있다. 크루아상 1개 가격이 3200원이니 절대 싸지 않다. 하지만 크루아상의 맛을 좌우하는 버터를 듬뿍 넣고 저온에서 숙성시켜 겹겹이 쌓인 층이 많아 제대로 된 맛을 낸다. 통밀캄파뉴와 치아바타 등 밥으로 먹는 빵도 튼실하다. 호두단팥빵과 파운드 케이크 등 달콤한 빵도 빼어난 맛이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유기농 밀가루를 섞어 쓰기 때문에 빵값은 비싼 편이다. ‘쿠헨브로트’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빵집이다. 케이크와 과자류 등 제품 구성도 풍성하다. 위치는 연희동의 랜드마크인 사러가쇼핑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이다. 시금치나 치즈를 넣은 빵이 연희동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등포구 문래동 ‘쉐프조’는 착한 가격에 품질은 강남의 빵집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빵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케이크가 강점이다. 특히 당근 케이크와 단호박 케이크는 젊은층은 물론 어른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성동구 성수동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당당히 맞서는 작은 빵집이 있다. 오로지 맛으로만 동네를 평정한 ‘보난자 베이커리’다. 2014년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수지맞을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에서 ‘보난자’(Bonanza)라고 이름 붙였다. 보난자 베이커리는 ‘4무’(無)가 원칙이다. 버터, 우유, 계란, 설탕을 안 넣는다. 천연 발효를 시키는 프랑스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유기농 밀가루와 소금, 물만을 사용해 천연 발효종을 넣고 장시간 저온 숙성시킨다. 덕분에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건강한 빵이지만 맛은 전혀 밋밋하지 않다. 그래서 ‘마법의 빵’으로도 불린다. 하루에 만드는 빵은 100~120개. 당일 판매만을 원칙으로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6시에 각각 빵을 구워 낸다. 인기 메뉴는 치즈볼과 나초코, 크랜베리 호두 등이다. 이정세(39) 사장은 빵을 구워 낸 직후 즉석에서 먹어 보길 권유한다. 맛도 맛이지만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든든하다. 점심때면 젊은 주부들이 아기를 안고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20대 아가씨부터 중년 주부까지 찾는 손님이 더 다양해졌다. 보난자 베이커리에선 남는 빵을 인근의 성수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경기 성남시에 2호점을 열었다. 성북구 성북동에서는 선잠단지 부근에서 가족들이 직접 배양한 천연 효모종으로 빵을 만드는 유기농 수제 베이커리 카페 ‘오보록’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북구에는 45개의 대사관저가 있고 1만여명의 외국인이 사는데 이들이 오보록의 입소문을 내는 주인공이다. 오보록은 ‘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많이 모여 다복하다’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오보록의 특색 있는 빵으로 선잠단지의 특징을 살려 뽕잎을 첨가해 만든 선잠빵이 있다. 오보록 바로 근처에 있는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왕비들이 누에를 길러 명주를 생산하고자 잠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왕명주(42) 사장은 “대기업 빵집은 한 달이 지나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데 냉장 유통된 호주산 밀가루로 만든 우리 빵은 3일만 지나도 초록색 곰팡이로 뒤덮인다”며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먼저 건강한 빵맛을 알아봤고 지금은 한국인 손님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의 5·18 취재기 영화로 제작된다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의 5·18 취재기 영화로 제작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취재기가 영화로 제작된다. 1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숨을 거둔 힌츠페터 씨의 5·18 당시 행적과 그를 도운 택시기사의 경험담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Taxi Driver)’의 제작이 진행 중이다. 현재 감독 및 배우 등 협의를 거치고 있다. 영화는 1980년 5월 당시 외국인 기자를 손님으로 태우고 우연히 광주에 간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평범한 소시민인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5·18의 진실을 알리고자 힌츠페터 씨를 적극적으로 돕는 인물로 그려진다. 힌츠페터 씨는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긴 공로로 지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을 당시“1980년 5월 광주까지 나를 태워주고 안내해 준 용감한 택시기사 김사복 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제작사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김사복으로 알려진 택시운전사를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독일 차인 오펠사의 택시 승용차를 몰고 서울에서 광주로 달려간 운전기사는 학살의 현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검문을 벌이던 계엄군을 따돌리고 10롤의 필름이 무사히 광주를 벗어날 때까지 주요 고비마다 힌터페츠 씨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지난 5일 독일 현지에서 진행된 고인의 장례식에서 5·18 재단 및 광주시 관계자에게 제작 협조를 요청했고, 재단과 시는 영화 제작을 도울 방침이다.힌츠페터 씨는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특파원으로 광주 상황을 현장에서 취재해 가장 먼저 세계에 알렸다.그가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기록한 영상 자료는 군부독재의 폭압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혜민스님이 알려주는 나를 사랑하는 법

    혜민스님이 알려주는 나를 사랑하는 법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 지음/수오서재/300쪽/1만 4800원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4년 만에 낸 신작이다. 인생의 길목마다 부딪치는 많은 문제들과 그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가족과 친구, 동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심하게 다뤘다. 혜민 스님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자비한 시선 속에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면서 순간순간 찾아온 생각들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책에는 살면서 곱씹어볼 만한 잠언들로 가득하다. ‘내가 먼저 나를 아껴줄 때, 세상도 나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25쪽)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고 싶으면 계산하는 버릇을 멈추세요. 나는 이만큼 해주었는데 왜 상대는 나에게 그만큼 해주지 않는가 하고 계산하면, 관계에 자꾸 브레이크가 걸려요.’(80쪽) ‘완벽하진 않아도 85퍼센트 정도 괜찮다 싶으면 넘기고 다음 일을 하세요. 완벽하게 한다고 한없이 붙잡고 있는 거, 좋은 거 아닙니다. 왜냐하면 완벽이라는 것은 내 생각 안에서만 완벽한 거니까요.’(137쪽) 혜민 스님은 “제 부족한 글이 삶이 가져다주는 절망 속에서도 옆에서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 되고, 혼돈의 시간 속에서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고요함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해인 수녀는 “종파를 초월해 스님의 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생활 속 잠언들, 친구처럼 손잡아주는 다정함과 공감을 끌어내는 스님의 따뜻한 인간미 때문”이라며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선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선수처럼 스키 타고… 겨울 축제와 썸타고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선수처럼 스키 타고… 겨울 축제와 썸타고

    평창 대관령 일대 평균 해발 600~1000m에 있는 스키장들은 한겨울 스키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알펜시아, 용평, 보광 휘닉스파크가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설상 경기가 펼쳐진다. 동계올림픽의 꽃 중의 꽃은 눈밭 위를 질주하는 설상 경기다.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될 곳이다. 강원 3대 스키장은 완벽한 올림픽을 위해 시설을 정비하고, 각종 문화 행사도 열어 스포츠·문화 복합시설로 도약 중이다. #알펜시아리조트 얼음으로 빚은 ‘빙설대세계’ 수도권에서 1시간이면 OK 서울~알펜시아~강릉을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올 11월 개통을 목표로 79%의 공정률을 보이고, 원주~강릉 간 복선철도는 2017년 운행을 위해 6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 알펜시아 주변으로 도로와 철길이 놓이며 수도권과 1시간대로 성큼 가까워진다. 알펜시아는 이런 접근성 개선으로 매력적인 사계절 종합리조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올 시즌부터는 숙박시설과 스키장, 워터파크 운영 중심에서 ‘365일 문화가 있는 리조트’로 변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미 올겨울 세계 3대 겨울축제 가운데 하나인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를 시작으로 동요콘서트 ‘구름빵’, 록밴드 ‘갈릭스’ 콘서트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 그랜드 오픈 이후 숙박과 스키, 워터파크 중심에서 6년여 만에 축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공자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는 약 6만 6000㎡ 부지에 하얼빈시가 인증한 중국 아티스트 400여명이 수원화성을 포함해 천안문, 콜로세움 등 세계 유명 건축물 30여개를 눈과 얼음으로 조각해 전시한다. 또 얼음 회전목마, 개썰매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겨울왕국의 모습을 선보인다. 가족뮤지컬 예매율 1위인 동요콘서트 ‘구름빵’ 공연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펼쳐진다. 또 통신업체 광고 삽입곡 ‘잘생겼다’의 원곡자로 알려진 록밴드 ‘갈릭스’의 콘서트도 만날 수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IHG(InterContinental Hotels Group)가 운영하는 5성급 호텔 2개와 콘도 1개, 모두 87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사계절 워터파크, 스키장, 컨벤션센터, 알파인코스터, 동계올림픽 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과 식당가 등을 갖춰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의 구조다. 컨벤션센터는 254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8개 국어 동시통역 시스템을 갖춘 대연회장과 극장식 오디토리움 등 14개의 회의실 및 연회장도 있다. 사계절 워터파크인 오션700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총 2500명까지 수용한다. #용평 리조트 스키 마니아 중심, 선수촌으로 NYT가 추천한 명품 리조트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600가구 들어서는 곳이다. 올림픽 때 스키 알파인 종목의 대회전과 회전 종목도 열린다. 경기가 열리는 레인보 코스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손꼽는 명품 코스다. 국제스키연맹(FIS)에서 경기 코스로 공식인증을 받은 길인 1680m의 레인보 코스는 매년 많은 스키 마니아들이 찾는다. 레인보 코스에서는 1988년부터 4차례 월드컵 스키대회가 열렸다. 해발 1438m의 발왕산 정상에 있는 레인보 코스에서는 맑은 날에는 푸른 동해를 볼 수 있다. 용평리조트 스키장에는 초급자부터 프로급 선수들까지 이용하는 국내 최대인 28개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와 동시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명품 리조트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강원도 평창군을 ‘2016년 가봐야 할 52곳’에 선정하며 ‘용평 리조트’를 추천했다. 28개의 스키 슬로프 중 초·중급자를 위한 12개의 코스가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11월 21일 오스트리아 키츠뷔엘에서 열린 ‘2015 월드스키 어워즈’ 시상식에서 ‘베스트 스키리조트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키장임을 입증했다. 한국의 베스트 스키리조트로 3년 연속 상을 받았다. 지난해 스키장 개장 40주년을 맞은 용평 리조트가 세계적인 리조트로 자리매김한 데는 스키장 안전을 책임지는 패트롤 시스템이 한몫을 했다. 용평 리조트는 1983년 국내 처음으로 패트롤 시스템을 구축해 34년 동안 스키장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패트롤은 스키장 내에서의 모든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다. 패트롤의 주요 업무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과 사고 발생 시 부상자를 응급처치하고 후송하는 일로 나뉜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마음과 강한 책임감이 중요하다. 현재 용평리조트에는 91명의 패트롤이 근무하고 있다. 또 용평리조트는 고객들이 안전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고객의 혼잡을 줄이고 안전장치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슬로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슬로프 주변에 설치하는 안전 펜스를 구석구석에 촘촘하게 설치해 꼼꼼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의무실에는 3명의 간호사와 1명의 의사가 상주한다. #휘닉스파크 새 슬로프 완성·객실 단장 올림픽 코스 미리 맛볼까 휘닉스파크에서는 동계올림픽 모굴, 에어리얼, 크로스 하프파이프 등 9개 종목에 1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경기가 펼쳐진다. 이미 휘닉스파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 준비에 돌입했다. 대회 기간 방문하게 될 선수단, 취재진, 관람객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3단계에 걸친 낡은 시설 개선을 위한 객실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완벽하고 차질 없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직원 서비스 교육을 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을 대비하고자 전 직원 응급구조 교육 이수도 계획하고 있다. 휘닉스파크에서는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다. 동계올림픽의 전초전 격으로 펼쳐지는 이번 테스트 이벤트는 종목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스키·스노보드 월드컵 대회다. 이번 테스트 이벤트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슬로프스타일과 크로스 등 두 면의 슬로프를 신규 조성하고 제설 작업을 완료했다. 그 어느 경기장보다 발 빠르게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스키·스노보드 크로스코스를 일반인들에게 우선 공개해 동계올림픽 붐 조성에 앞장섰다. 일반인들에게 미리 공개된 크로스코스의 경우 2018년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치러질 기본 코스인 만큼 경사면이 다양하고 굴곡이 심해 올림픽 경기의 긴장감을 직접 만끽할 수 있는 코스라는 평가를 받는 등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도 모굴, 에어리얼, 스키·보드 하프파이프, 스키·보드 크로스, 스키·보드 슬로프스타일 등 2018년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클리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올림픽 설상 종목들을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슬로프에서 배울 수 있는 특징 때문에 단골이 증가하고 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기간제교원, 신규졸업자 원천봉쇄?

    기간제교원, 신규졸업자 원천봉쇄?

    서울시교육청이 신규졸업자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사립학교 기간제 교원 서류심사 평가표’를 시달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학생수 감소 및 인사적체로 공립학교 신규교사 임용 기회가 과거에 비해 아주 좁아졌고, 사립학교는 학급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정교사보다는 기간제 교사의 비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정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간제 교사 자리라도 얻는 것이 큰 목표가 됐다.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서울시 교육청은 계약제 교원 서류심사 평가표(별첨#1)를 배포하여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평가표가 신규졸업자의 기간제 교사 진입 기회를 박탈하는 독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에 배포된 지침에 의하면 ①교원자격증(20점) ②경력(20점) ③직무관련자격증(20점) ④자기소개서(40점)의 4가지 평가항목을 두도록 하고, 각 항목마다 3개씩의 평가요소를 두어 평가요소별로 5점의 차이를 두도록 했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된 평가항목은 경력(20점)으로 2년 이상 20점, 1년 이상 2년 미만 15점, 1년 미만 10점을 주도록 했다. 서류심사에서 10점의 차이를 두게 되면, 현실적으로는 신규졸업자의 기간제 교사 진입은 원천 봉쇄된다는 것이다. J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한 K씨는 “경력을 서류심사기준에 넣는 것은 여러 가지 재능과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라며 “서류심사기준에서는 빼고 면접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되는 항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송재형 의원(강동2, 교육위원회)은 “교과목이나 기존 교사들의 경력분포에 따라 뽑고자 하는 교사의 채용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청에서 평가항목이나 평가요소에 대한 예시는 도움이 되지만 배점까지 지침에 넣어 사립학교의 재량의 여지를 없애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담당자는 “2016년 새로운 지침을 만들 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아시아의 힘(조 스터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프롬북스 펴냄) 폭락하는 중국 증시는 꺼져 가는 버블의 증거일까 아니면 극복 가능한 성장통일까. 중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때 고속 성장했지만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빈곤해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한국과 같은 성숙 경제로 나아갈 것인가. 이 책은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개발 경제학에서 중요한 두 가지 질문, 즉 일본, 한국, 중국 같은 국가는 어떻게 고도성장을 했는가와 왜 다른 나라들은 그런 성장이 드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며 동북아시아 성장의 승패를 좌우한 요인을 파악하고 전략을 제시한다. 504쪽. 2만 3000원. 법륜 스님의 행복(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나무의 마음 펴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행복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살아간다. 열심히 살지만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행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오늘 우리가 사는 방식과 가치관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금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면서도 타인을 억누르지 않고, 경쟁에서 지면서도 패배감 없이 사는 비결을 소개한다. 280쪽. 1만 4000원. 몸은 기억한다(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분야를 30년 이상 연구한 미국의 의학 박사가 쓴 트라우마 안내서다. 트라우마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멈춰 과거의 일을 반복해 경험한다. 트라우마의 후유증은 정신뿐 아니라 몸에까지 비극적 경험의 상흔을 남긴다. 몸이 그 상처를 기억해서 반응하는 것이다. 책은 PTSD라는 진단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치료법의 발달, 트라우마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소개한다. 책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이들을 품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며 마음을 여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660쪽. 2만 2000원. 량치차오 평전(셰시장 지음,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 계몽 사상가인 량치차오(梁啓超)에 관한 1000쪽이 넘는 평전이다. 중국어 원문 70만자·한글 번역 130만자에 달하는, 지금까지 출판된 량치차오 전기 중 가장 두껍다. 량치차오는 계몽적 잡지 발행, 신사상 소개 등과 같은 혁신운동과 법을 통해 부국강병을 모색한다는 의미의 ‘변법자강운동’을 주창해 중국 개화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혁명을 지연시켜 역사의 전진을 반대한 ‘반동 인물’이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저자는 책에서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절 지식인으로서 량치차오가 겪은 고뇌와 발자취, 이 과정에서 맺은 대표적 인물들과의 교류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1304쪽. 5만 4000원. 산척, 조선의 사냥꾼(이희근 지음, 따비 펴냄) 영화 ‘대호’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호랑이 사냥꾼의 활약상을 그린 책. ‘산척’이라 불리던 이들은 뛰어난 무예 솜씨로 백성들의 파수꾼 역할을 도맡았으며 임진왜란 같은 큰 전란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진년 왜군의 침략에 속수무책 패하기만 할 때 거창 우현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친 의병이 바로 이들이 주축이 된 부대였다 .책은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산척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나가면서 조선시대 일상과 군사 제도, 임진왜란 등 국가적 환란과 구한말 의병 투쟁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232쪽. 1만 3000원.
  • [대만 총통 선거 현장을 가다] ‘선거 여왕’ 첫 女총통 눈앞…“양안관계 평화 유지할 것”

    [대만 총통 선거 현장을 가다] ‘선거 여왕’ 첫 女총통 눈앞…“양안관계 평화 유지할 것”

    앞으로 4년 동안 대만의 국정운영 방향과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총통선거가 16일 오전 8시(한국시간 9시)부터 대만 전역에서 치러진다. 오후 4시 투표가 끝나면 밤늦게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59)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만큼 대만 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이 탄생하고 8년 만의 정권교체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미공개 포함)에서 차이 후보의 지지율은 집권 국민당 주리룬(朱立倫·55) 후보보다 15~20%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한 ‘대만을 밝혀라’를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차이 후보는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 8년간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 심화, 곤두박질친 경제 등 실정을 공격하며 일찌감치 판세를 굳혔다. ●“샤오잉 당선”… 지지자들 표 차에 더 관심 대선을 하루 앞둔 15일 민진당 차이 후보는 ‘민진당 텃밭’인 타이중(臺中)시 펑위안(豊原)에서 마지막 유세를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그가 ‘국민당 벨트’의 핵심인 수도 타이베이(臺北)로 올라오는 길목마다 승리를 확신한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샤오잉(차이 후보의 애칭) 당선”을 외쳤다. ‘적진’ 타이베이로 돌아온 차이 후보는 총통부 앞 카이다커란(凱達格蘭)대로에서 가진 마지막 유세에서 “먼저 미국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당선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차이 후보 “미국에 감사… 양안 평화 유지” 미국이 총통선거 후 양안관계가 급변할 것에 대비해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을 중국에 보내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반응이다. 대만 독립을 견지하는 그가 당선되면 양안(중국과 대만)관계가 급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특히 차이 후보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17)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계기로 대만 독립 세력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모든 중화민국(대만) 국민은 국가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국기를 들 수 있다”며 쯔위를 옹호했다. 그는 “이는 국민의 권리로 억눌려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모두가 함께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푸궈(劉福國) 대만정치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그는 즉시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양안관계가 평탄치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악화될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도 이르다”고 말했다. 주리룬 후보는 이날 타이베이에서 출발, 타이중과 자신이 시장을 지낸 신베이(新北)를 거쳐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마지막날 유세를 펼쳤다. 지지율 2위인 주 후보는 오전 타이베이 총통·입법위원 경선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 승리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국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내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권 시) 균형 잡힌 국제교류를 할 것”이라며 승리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날 밤 타이베이 판차오 제1경기장에서 열린 최종 유세에는 마잉주 총통을 비롯해 전 주석 롄잔(連戰), 입법부원장 훙슈주(洪秀柱) 등 국민당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해 주 후보를 열렬히 응원했다. 주 후보는 “지지자들의 열정과 격려가 내일 투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주리룬 후보와 친국민당 성향의 야당인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과 중국의 움직임 등이 막판 변수로 주목받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쑹 후보는 2012년 대선 때도 차이 후보와의 연대론을 일축하며 끝까지 완주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총통 간 66년 만의 양안 정상회담 성사 이후엔 중국발 ‘북풍’도 잦아들어 차이 후보의 압승이 기정사실화됐다. 류멍쥔(劉孟俊)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제1연구소장은 “1996년과 2000년, 2004년 총통선거까지만 해도 미사일 발사 등 중국이 위협했으나 효과가 별로 없었다”면서 “중국은 그 이후로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입법위원 113명 전원 총선도 동시 실시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입법위원 113명 전원을 새로 뽑는 총선도 동시에 실시된다. 원주민 대표 6석을 포함해 지역구 79석, 비례대표 34석이다. 현재 64석을 보유한 국민당은 50석 이상은 지키겠다는 목표지만, 현재 전망으로는 40석 안팎이 예상된다. 40석인 민진당은 과반인 57석을 목표로 하고 있어 대선과 총선에서의 동시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타이베이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화마당] 드라마를 보는 이유/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드라마를 보는 이유/김재원 KBS 아나운서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수사반장’을 못 보게 하셨다. 나쁜 것은 보면 볼수록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중2 때 주말연속극 ‘안녕하세요’가 기억난다. 당시 방송국 조연출로 일하던 임채무씨가 방에 텔레비전 석 대를 나란히 놓고 세 채널을 동시에 보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꿨고, 방송국에 들어온 이후 한동안 방에 똑같이 해 놓기도 했다. 중3 때는 ‘보통사람들’을 통해 대가족을 간접 체험하며,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외로움을 달랬다. 고1 때는 ‘고교생일기’를 보면서 이상적인 남녀공학의 모습을 부러워했다. 어린 시절 드라마는 꿈을 꾸게도,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하게도, 트렌드를 알려 주기도 했다. 요즘은 남자 나이 50이면 드라마를 좋아해도 될 나이다. 호르몬과 사회상의 변화가 남자에게 드라마 보는 일을 허락했다. 뉴스 보고 예능 빼면 공중파만 나오는 우리 집에선 드라마뿐이다. 사극도 퓨전이 나오고, 정치 드라마나 추리물은 한정적이라 볼만한 것이 많지는 않다. 드라마 대부분이 공식처럼 움직이는 터라 더욱 그렇다. 출생의 비밀, 암환자, 회장님, 주인공 괴롭히기가 없는 드라마는 손에 꼽는다. 개인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연스러움이다. 생각을 말하든, 질문을 하든 상황과 대상에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말이 최소한의 예의다. 소설을 읽을 때는 핍진성이다. 상황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어 보여야 한다. 소설도 꾸민 이야기지만 진실처럼 그럴듯하게 들려야 한다. 드라마도 허구라지만 핍진성이 떨어지면 거짓과 진배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은 드라마 작가들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요즘 드라마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개연성과 핍진성보다 자극적인 흥미로 가득 차 있다. 진실 속에 숨겨도 거짓은 거짓일 뿐이다. 둘째,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악역들을 통해 시청자의 분노를 들끓게 하여 억지로라도 보게 한다. 감동에 자신 없는 작가들은 분노와 증오로 승부한다. 시청자는 감동에 목마르다. 셋째, 대중에게는 생각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줄거리 전개의 연결점도 모르고, 가족 관계의 나이도 따지지 않고, 전문 직업인이 하는 일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엉성한 고증과 전개로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넷째,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는 추궁당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높으면 모든 걸 용서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하긴 일단 다음 드라마는 예약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욕하면서 보는지 감동하면서 보는지도 헤아려 주기 바란다. 네 가지 오해를 설명한 문장은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의 소제목이다. 책 끝에 보니 인터넷에 떠다니는 괴벨스의 어록이란다. 드라마를 통한 기만과 오만이 댓글부대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허구라도 나쁜 것만 보다 보면 현실 속 나쁜 게 나쁜 줄 모를 테니 말이다. 그래도 내가 드라마를 봤던 진짜 이유는 악인의 형벌을 보고 싶어서였다. 주변의 악인들이 형통하니 드라마에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현실도, 드라마도 악인이 절대 망하지 않는다. 다만 용서받을 뿐이다. 그래도 이 퍽퍽한 세상에서 촉촉한 감동 드라마를 써 내는 작가들이 고맙다. 참, 요즘은 아들아이가 나쁜 드라마 보면 병 걸린다며 절대로 못 보게 한다.
  • 국내여행 | 부산 금정구- 길을 걷고 싶은 날①회동 수원지길

    국내여행 | 부산 금정구- 길을 걷고 싶은 날①회동 수원지길

    깊은 고민이 생기면 나는 걷는다.걷다 보면 신기하게도 몇 시간 뒤엔 엉킨 생각들이 말끔히 정리가 된다. 그건 부산에서 걸었던 두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동 수원지길 자연학습 관찰로는 걷기 좋은 나무 데크로 조성됐다 45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회동 수원지는 이제 걷기 좋은 길로 새롭게 탄생했다●길에도 운명이 있다 회동 수원지길 부산이 처음일 리가 없었다. 고향도 아니고 어떤 애틋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곳도 아니지만 ‘부산’이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마음에 피어 있는 꽃이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읽는 것처럼 부산을 오갔다. 그런데 불현듯 깨달은 사실은 부산에서의 행동반경이 언제나 해운대와 남포동 인근으로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책을 한 챕터만 읽고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 마침 그날은 코에 흙내음을 잔뜩 묻히고 눈에는 빨갛든 파랗든 자연의 색을 가득 담고 싶었다. 천천히 마냥 걷고만 싶은 날이었달까. 다행히도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여럿이다.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스물 네 개의 갈맷길이 두루 포진해 있고 그 사이로 제각각 이름을 가진 둘레길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그중에서도 회동 수원지길은 다양한 자연 테마가 있는, 숲과 호수를 끼고 걷는 차분한 길이다. 상현마을에서부터 오륜동, 회동댐까지 이어지는 6.8km 구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유가 있다. 회동 수원지는 식수가 부족했던 시절, 수영강의 흐름을 막아 1942년에 조성됐다. 이후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니 자연이 훼손당할 일은 당연히 없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나서야 회동 수원지는 사람을 마주할 운명과 맞닥뜨린다. 2010년, 금정구는 자연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45km의 ‘웰빙그린웨이’를 개발했는데 금정산길, 범어사길, 실버로드, 온천천길, 윤산길, 수영강길에 이어 수영강상류길과 회동 수원지길이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완성됐다.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리자 소문은 금세 퍼졌다. 회동 수원지길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의 손에 의해 잘 다독여졌다.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가 세워졌고 편편한 데크 길, 부드러운 황토를 곱게 깔아 놓은 황토길 등 누구라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조성됐다. 수원지를 따라 바람에 우아하게 흩날리는 갈대며 부들이 운치를 더하고 호수 건너에는 아홉산이 병풍처럼 길을 감싸고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선비들이 사색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많단다. 회동 수원지는 금정구와 해운대구, 동래구 일대 약 20만 세대에 식수를 공급한다. 최대 저수량은 1,850만톤, 하루 생산되는 식수량만 1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길이 개방되면서부터 회동 수원지는 남모르게 속을 앓고 있다. 방문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가 늘면서 식수 공급의 기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회동 수원지길의 개방은 고맙다. 다만,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대신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들의 안전과 수원지 보호를 위해 개방시간을 일부 지정하고 언론 보도에도 힘쓰는 등 지자체들의 노력이 있지만 어느 곳보다 더 여행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길 중간중간에는 쉬어 가기 좋은 정자가 마련돼 있다. 이 길에서 사색을 즐겼던 선비처럼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 보자김민정 갤러리 & 카페 여림에서 바라본 회동 수원지길. 아홉산을 마주하고 있다 ▶Inside 회동 수원지길, 어디에서 시작할지 고민이라면?6.8km의 회동 수원지길을 완주하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회동 수원지길 안에도 각 구간별로 예쁜 이름이 붙은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륜동에 있는 편백나무숲길, 땅뫼산 황토길, 자연학습 관찰로가 인기 구간이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자연학습 관찰로는 길목마다 자연스레 뿌리내린 식물에 대한 명칭과 설명이 담긴 표지판이 설치되어 아이들 야외수업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땅뫼산 황토길은 질 좋은 황토를 공수해 조성한 길이다. 계족산 황토길의 경우 비탈길인 탓에 비에 쓸려 내려가기 쉬운 반면, 땅뫼산 황토길은 이를 고려해 평지로 조성한 길. 약 1km 가량 이어진다. 황토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잠시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해보자. 한 걸을 내딛을 때마다 가볍게 발을 지압하면서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정화시켜 주는 기분. 이어지는 편백나무 숲길에서 피톤치드를 한 숨 가득 깊게 들이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김민정 갤러리 & 카페 여림 오륜동에 위치한 갤러리 겸 카페다. 1층에서는 도자기 체험, 소묘 및 드로잉 미술수업,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범주의 문화예술 수업이 이루어지며 2층은 갤러리 및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갤러리는 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해 준다. 때문에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모든 수익금은 갤러리 운영 및 유지에 사용된다. 야외 테라스를 지나 3층 옥상 전망대는 예쁜 화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작은 정원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홉산을 마주하며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는 필수다. 부산 금정구 오륜대로 245 051 514 6007 모든 음료 5,000원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노중훈 취재협조 금정구청 www.geumjeong.go.kr
  • 국내여행 | Trekking Jeju- 올레와 올레 사이 제주와 포옹하는 법

    국내여행 | Trekking Jeju- 올레와 올레 사이 제주와 포옹하는 법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말은 틀렸다. 걷는 사람이 풍경이다.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정성 가득한 탑돌이처럼 6년 동안 이어진 제주의 올레 걷기가 올해 드디어 하나의 원으로 완성됐다.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놀멍, 쉬멍, 먹으멍, 제주를 꼭 끌어안는 방법이었다.제주 억새길 사이를 걷는 올레꾼들. 올레걷기축제 동안 올레 20코스는 자연이 사람을 이끌고, 사람이 풍경을 채워주었다놀당가잰, 이 길에서!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제주시가 주최하고 (사)제주올레가 주관한 2015년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지난 10월30일(금)~31일(토), 양일간 ‘놀당가잰, 이 길에서!’를 주제로 제주 북동부의 올레 20코스와 21코스에서 열렸다.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완주하며 제주의 자연, 문화, 먹거리를 즐겨 왔던 제주올레걷기축제는 6년 만에 제주를 한 바퀴 도는 대장정을 완성했다.제주올레 20코스 | 김녕서포구-김녕성세기해변-월정해변-행원리-한동해안도로-평대옛길-세화오일장-제주 해녀 박물관(총 15.8km, 5~6시간 소요)제주올레 21코스 | 제주해녀박물관-면수동마을회관-별방진-석다원-도끼섬-하도해수욕장-지미봉-종달항-종달바당(총 10.1km, 3~4시간 소요)제주 화산석으로 쌓은 올레길의 소원 탑●잘 놀았다! 제주올레 역시 ‘제주표’ 바람이었다. 이른 아침 김녕성세기해변에는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로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해변에 도착한 축제 참가자들에게 날씨쯤은 장애가 아니다. 개막식이 가까워지자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인 참가자들까지 가세한 해변은 더욱 분주해졌다. 어느새 국제적인 행사로 커 버린 제주올레걷기축제의 자랑스런 면모였다.평대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록밴드의 쩌렁쩌렁한 모닝 록공연으로 막을 올린 개막식이 테이프커팅과 스윙재즈밴드의 축하공연으로 이어지는 동안 일부는 벌써 출발을 서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들은 바가 있었다. 올레걷기축제의 노하우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길목마다 준비되어 있는 공연과 놀이들을 충분히 즐겨도 하루가 넉넉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꼴찌가 될 용기는 없어서 슬그머니 중간 대열에 섰다. 간세 표지판을 볼 필요도 없이 사람이 사람을 이끌어 주었다. 길이 험하거나 좁아지면 정체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그 또한 선물이다.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들. 새 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어김없이 푸른 바다가 얼굴을 내밀고 도열한 풍력발전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다시 나아가는 시간들. 물오른 제주의 가을 풍경은 완벽했다.공연도 볼거리도 많으니 한없이 주저앉고 즐기고 싶은 곳도 한둘이 아니었다. ‘저한테 반할 준비 되셨나요?’라고 물어보던 평대초등학교의 소년 록커, 전망 좋고 분위기 좋고, 커피 맛도 끝내줬던 월정해변의 카페, 주부밴드 ‘모아맘 밴드’와 알프스 요들송으로 유명한 김홍철씨의 공연이 펼쳐졌던 구좌농공단지 운동장의 푸른 잔디밭, 제주막걸리와 순대가 푸짐하던 세화오일장,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던 지미봉의 전망대, 제주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던 김창기 밴드의 공연 등등 수를 헤아리기 시작하니 소중한 순간들이 끝없이 떠오른다. 어느새 걸음마다 알알이 박힌 제주의 장면들이 추억이 되어 버렸나 보다. 축제를 통해 올레 전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던데,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한 올해의 20, 21코스가 어쩌면 내게는 제주 올레 한 바퀴의 첫 코스가 될지도 모르겠다.참가자들의 촬영 요청마다 활짝 웃으며 응해 주었던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축제의 최고 인기스타 였다별방진 위에 선 올레꾼들●비로소 보이는 사람, 사랑 첫날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제주의 풍경이었다면 둘째 날에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레길 위의 최고 스타는 단연, 서명숙 이사였다.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지치지도 않고 일일이 응답하는 그녀의 꿋꿋하고 열정 어린 행보가 올레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올레가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되기까지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노력은 이미 여러 권의 책과 인터뷰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이번 축제 기간에 맞춰 출판한 그녀의 신간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은 제주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들. 그래서 이제 길을 만드는 일은 (사)제주올레에게도 작은 부분일 뿐이다.주민행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하고 주관하는 올레길 할망숙소, 에코 브랜드, 마을콘텐츠개발 등 가야 할 길은 끝이 없다. 그 와중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사)제주올레의 새로운 보금자리다. 치솟는 제주의 땅값이 무서워 35년 된 낡은 병원건물을 덜컥 구입하긴 했으나 ‘담돌(담을 쌓는 돌)’ 쌓기가 빠듯하단다. 담돌 간세(후원회원)를 간절히 기다린다니 벽돌 한 장의 후원도 생각해 볼 일이다.●놀멍, 쉬멍, 먹으멍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이모저모 벌써 6년째다. ‘화이팅!’을 외쳐 주는 봉사자들, 자발적인 코스튬플레이로 재미를 창출하는 참가자들, 마음까지 쉬어 가게 만든다는 연주자들의 공연이 있으니 ‘올레걷기축제’의 마니아들이 해마다 늘어남은 당연한 일이다. 혼자 걷는 재미와는 또 다른, 함께 걷는 재미. 풍성하고 감사하다.1. 걷는 자는 즐기는 자다‘제주 분이신가 봐요!’ 제주 해녀 복장을 한 참가자에게 물으니 의외로 ‘아뇨.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패셔니스타 콘테스트’의 자발적 참여자들이다. ‘놀당가잰’이라는 피켓까지 준비한 꽃분홍 한복치마 군단과 뒤통수에 탈을 뒤집어쓴 남정네들, 망사리를 짊어지고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년이었다면 피가 뚝뚝 묻어 있는 핼러윈 복장은 역시 과감한 젊은이들의 몫이다. 제주에서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던 것을 인연으로 온라인 모임을 결성했고, 매년 특이한 복장으로 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다고. 검은 망토와 피 묻은 앞치마를 두른 그들이 호박등 바구니에서 꺼내 주는 사탕과 초콜릿은 더욱 달콤하게만 느껴졌다.2. 힘들면 안아 드려요 ‘벌레기간세’ 아무리 좋아도 걷다 보면 ‘힘들다’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오게 마련이다. 그럴 쯤이면 신기하게 나타나는 노란 후드티의 청년들이 있으니 자원봉사자들인 벌레기간세다. ‘벌레기’는 청미래덩굴을 뜻하는 제주사투리. 유별나게 똑똑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을 편하게 부르는 말이란다. 그래서 벌레기간세는 유별나게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제안하는 소소한 게임과 ‘파이팅’ 한 번이면 다시 힘이 불끈 솟으니 신기할 뿐이다. 가위바위보, 딱지치기 등 소소한 게임에 매번 승자가 되진 못했지만 하이파이브도 좋고, 프리 허그도 따뜻하고, 무엇보다 젊은 기운을 수혈 받았다. 횡단보도가 없는 길목마다 교통을 통제해주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3. 규슈올레도 걸어 보세요 축제 전날 한국과 일본의 올레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뿐 아니라 일본 규슈에도 올레길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매년 코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규슈관광추진기구 소속의 각지 공무원들이 축제때마다 바다 건너 제주를 찾아오고 있었다. 특히 새로 개장을 앞두고 있는 미나미시마바라 코스 관계자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홍보 부스 설치와 명함 돌리기는 기본이고 규슈올레 깃발을 꽂은 채 이틀 동안 축제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테사와라 겐이치 주제주일본국총영사, 박진웅 주후쿠오카총영사도 함께 올레길을 완주했다.4, 제주를 먹으니 힘이 납니다 식사 쿠폰을 미리 사 두라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첫째 날 행원리 부녀회가 준비한 소라죽과 표고야채죽도, 다음날 하도 부녀회와 해녀회에서 만든 ‘돈비빔밥’과 ‘버섯비빔밥’도 품귀현상을 겪었으니 말이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건강한 제주의 식재료들을 이용한 파전, 오징어초무침, 소라꼬치 등의 메뉴들을 맛보는 일은 올레축제 참가자만의 특권이다. 한동리 노인회가 준비한 정통 오메기떡 만들기는 ‘일타쌍떡’의 재미가 쏠쏠했다는 후문.5. 춤추고 노래하고, 놀당가잰!공연마다 ‘앵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는 ‘나형이네 밴드’, ‘구좌어린이합창단’, 핑거기타리스트 ‘산하’, 제주에 정착해 여행을 노래하는 ‘제주거지훈과노노들’, 남성 중창단 앙상블 ‘브와믹스Voix Mix’, 요가 시연을 보여 주었던 ‘요가느림원’, 하도리 해녀 합창단 ‘해녀시대’, 창작 댄스팀 ‘올레칠선녀’, 피날레를 장식했던 ‘김창기 밴드’ 등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졌다. 둘러앉기만 하면 최고의 바다풍경을 배경으로 무대가 만들어지고, 감동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곤 했다.6. 헬로! 피시 헤드빨간 생선 모양의 탈을 쓰고 축제에 참가한 민예은 작가도 시선강탈의 최강자였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 중인 그녀는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스스로가 마치 시야 좁은 물고기처럼 느껴졌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퍼포먼스를 계획했다고 한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제주 올레뿐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펼쳐질 계획이라고 하니 어느 길에선가 빨간 물고기를 만나게 되면 안부를 전해 주시길.올레꾼의 쉼터, 간세라운지 제주시에 새로 오픈한 간세라운지는 휴식과 배움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주의 로컬 재료만을 이용한 트레킹 푸드와 음료를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이며 올레관련 기념품과 제주 마을 상품들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라운지의 기능도 충실하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코인 락커가 있으며 올레 지도를 포함한 자료들, 제주 여행 안내서들도 충분히 구비하고 있다. 쉬는 동안 도전해 볼 수 있는 간세인형만들기 체험은 나만의 기념품으로 최고다.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 8길 7-9 9:00~22:30 070 8682 8651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사)제주올레 www.jejuolle.org
  • 해외여행 | 세 가지 빛깔 네팔 여행

    해외여행 | 세 가지 빛깔 네팔 여행

    히말라야를 품은 순백의 나라, 설산만큼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대지,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무욕의 삶….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네팔의 표정은 훨씬 다채로웠다. 카트만두, 포카라, 치트완으로 떠난 백, 청, 홍 세 빛깔 네팔 여행기. ●白 포카라Pokhara히말라야 미니 트레킹 포카라에 머문 사흘 내내 찌푸렸다. 네팔의 우기(6~9월)는 9월 중순 끝자락으로 몰려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늘은 잿빛에서 먹색으로, 다시 희붐하게 변색하며 비를 흩뿌리다 거두길 거듭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nnapurna는 그 너머에서 아득했다. 짙고 자욱한 흰 벽 뒤로 안나푸르나안나푸르나 지역은 에베레스트Everest 지역과 함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을 구성하는 산군이다. 만년설로 새하얀 안나푸르나 주봉8,091m을 비롯해 안나푸르나Ⅱ7,939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마차푸차르Machhapuchhre 6,998m 같은 고봉준령이 불쑥 잇따르며 수직의 위용을 과시한다. 산 좀 탄다 싶으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나 마차푸차르 베이스캠프MBC 3,700m로 방향을 잡는다. 시간, 체력, 경험 모두 충분치 않을지라도 사랑코트Sarangkot 1,592m나 푼힐Poonhill 3,210m 같은 전망대가 있으니 안나푸르나 조망은 어렵지 않다. 관건은 언제나 날씨다. 안나푸르나로 향할 때 그 전초기지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페와 호수Phewa Lake 덕분에 호반 휴양도시의 정취가 물씬하다. 맑은 날이면 안나푸르나 연봉이 호수 표면에 그대로 내려앉는데 그 환상 같은 풍경을 쫓아 노 젖는 배들로 호수는 복작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부질없을 줄 알면서도 작은 나무배에 올랐다. 거무튀튀한 구름에 막힌 빛이 호수 물빛을 괴이할 정도로 짙은 옥빛으로 만들었을 뿐 안나푸르나의 반영은 없었다. 날씨 흐린 게 제 탓도 아닌데 여자 뱃사공은 기회 날 때마다 탁한 허공을 가리키며 저 즈음에 안나푸르나가 있다는 둥 어쨌다는 둥 졸지에 죗값을 치렀다. 끝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꼭 보고야 말겠다는 헛된 욕심만 부풀렸다. 안나푸르나 미니 트레킹은 그래서 더 비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Australian Camp 1,920m를 목적지로 삼았다. 푼힐 전망대나 사랑코트 같은 대중적 코스에 비하면 생소하지만 그만큼 덜 북적이고 더 호젓하다. 포카라에서 차량으로 40~50분쯤 굽이진 산길을 오르면 칸데Kande 1,750m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산행거리다.그저 산을 좋아할 뿐이라는 원로급 산악인 여럿도 동행했다. 소싯적부터 히말라야를 숱하게 오르내린 산악인의 아우라는 숨길 수 없었다. 꼬박 이틀을 걸어 올랐던 길을 이제는 차로 단박에 오르니 그 감회도 남달랐으리라! 초행 초보 트레커의 기운을 북돋기 위함이었을까, 일순 안나푸르나가 구름 커튼을 젖히고 빼꼼히 내려봤다. 푸른 다랑이 논 위로 드러난 은빛 자태가 눈부셨다. 극적인 등장에 우왕좌왕 헤매다가 금세라도 숨을까 조마조마했다. 저 위에 오르면 더 가까이에서 더 웅장하게 맞이할 수 있겠지, 숨이 헉헉대는 가파른 길이었지만 흥이 났다.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등하교하는 산간 마을 꼬마들과 마주칠 때면 밭은 숨이 창피했다. 나마스테! 이방인과 현지인의 길이 교차했다. 구름이 몰려오니 서둘러라, 하산길의 이방인이 조언했을 때 이미 때는 늦었었나 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흰 벽은 아무리 기다려도 걷힐 성싶지 않을 만큼 짙고 자욱했다. 아랫마을 담푸스Dampus로 옮겨 다시 기회를 엿봤지만 아예 비가 내렸다. 더 이상 욕심 부릴 수 없으니 차라리 후련했다. 빗속에서 노래가 퍼졌다. 인생을 읊조렸고 사랑을 갈구했다. 산사람들의 노래는 처연했다. 4년 전 9월 중순, 안나푸르나 남벽 등정을 위해 떠났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박영석 대장과 대원을 위한 조가였다. 조가는 비와 안개를 뚫고 더 다가갈 수 없는 아득한 산에 스몄다. 서로들 촉촉해진 눈을 피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靑 치트완Chitwan네팔 정글 사파리 네팔의 단편만 알았던 덕에 치트완은 흥미로웠다. 위로 솟은 수직의 히말라야 대신 수평의 평야와 밀림이 드넓었고, 카트만두의 소음과 번잡함은 찾을 길 없이 고요하고 평온했다.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노니는 그곳에서, 아련한 향수에 젖었다. 수평의 푸른 대지에서 향수에 젖다새로운 네팔을 만나는 데는 카트만두에서 소형 비행기로 30분이면 족했다. 치트완 바라트푸르공항Bharatpur Airport에 내리자마자 덥고 습한 기운이 턱 몰려왔다. 네팔 남부 지역이니 당연했지만 히말라야 설산의 차가운 기운만 떠올렸던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평야도 생경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나라에서 해발 60m에 불과한 수평의 대지가 이토록 광활했다니….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타루Tharu족이 살고 있는 치트완 사우하라Sauraha 마을은 아련한 향수를 불렀다. 영락없이 30~40년 전 우리네 시골마을이었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하릴없는 아낙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너른 풀밭을 운동장 삼은 천진난만한 동네 꼬마들 사이로 물소가 풀을 뜯었다. 호박잎 줄기를 벗기는 처자는 수줍은 미소로 이방인을 바라봤다. 흙벽과 나무로 지은 집은 초라하다기보다 따스함으로 정감 어렸다. 조무래기들은 자기들이 찍힌 사진을 보며 까르르르 웃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찍어 달라 카메라 앞에 섰다. 잊었던 어린 시절 해질 무렵의 풍경이 떠올라 아련했다. 그 마을에서 치트완 정글 탐험에 나섰다. 치트완은 197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유네스코는 1984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렸다. 희귀종인 외뿔코뿔소와 멸종위기종인 벵골호랑이 등 40종 이상의 포유동물과 450종 가량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단다. 마을에 호랑이와 코뿔소 조형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카누에 정글 트레킹 그리고 코끼리 등에 업혀서까지 치트완 정글 곳곳을 누볐는데, 932km2에 달하는 전체 면적을 생각하면 진면목에 다가서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투어용’으로는 탁월했다.나무 카누에 올라 마을과 정글을 가르는 라프티강Rapti River의 흐름을 따랐다. 땅 속과 위, 그리고 물 속에서 각각 1,000년씩 총 3,000년을 살 정도로 단단하다는 살Sal나무로 만든 카누였지만 야생 악어와 맞닥뜨렸을 때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물 속에 손을 넣지 말라는 정글 길잡이의 지시에 충실할 수밖에…. 강 양쪽 둑으로 공작새며 이름 모를 야생조류들도 출몰했는데 악어와 달리 평온함을 선사했다. 탐험객의 긴장이 느슨해졌다고 판단한 건지, 길잡이는 카누에서 내려 정글 트레킹에 나서기 전 잔뜩 겁을 줬다. 코뿔소와 곰은 물론 호랑이와도 마주칠 수 있으니 반드시 뭉쳐서 다녀야 한다는 둥, 코뿔소가 달려들 때는 지그재그로 도망쳐야 한다는 둥, 얼마 전 마을의 한 소녀가 호랑이에게 공격당했다는 둥 진지했다.정작 정글에서 만난 것은 순하고 겁 많은 사슴과 들소뿐이어서 맥이 풀렸다. 호랑이와는 마주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 아니냐며 스스로 다독였다. 다음날, 코끼리를 타고 정글 투어에 나섰다가 강가 진흙에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보니 더욱 그랬다.조련사까지 포함해 5명을 등에 업고 물살 센 강을 건너고 빽빽한 숲을 비집는 코끼리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연민만 극복한다면 코끼리 정글 트레킹은 이곳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정글 탐험법이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코끼리 걸음 특유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정글의 정취를 느긋하게 누렸다.호랑이쯤 못 보면 어때, 일찌감치 욕심을 버렸는데 풀숲에서 뭔가 바스락거렸다. 기연가미연가 시선을 집중하려들자 쑤욱 육중한 몸을 드러내는 코뿔소! 코끼리에게 덤벼들면 어쩌나 걱정도 잠시, 녀석은 관심 없는 듯 느릿느릿 제 갈 길 가며 제 볼일을 봤다. 무사의 철갑을 두른 듯 빈 틈 없는 그 투박한 외양이 맘에 들었다. ●紅 카트만두Kathmandu세계문화유산 순례 4월 네팔을 흔든 강진은 수도 카트만두에도 상처를 남겼다. 생명과 문명이 스러졌다. 5개월이 흘렀어도 상흔은 있었다. 다행히 흐릿했다. 삶은 일상을 되찾았고 흔들린 건물은 다시 섰다. 카트만두의 세계문화유산도 변함없이 여행자를 반겼다. 카트만두 첫 여행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타멜 시장Tamel Market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카트만두의 대표적 전통시장이다. 이어지다 갈라지고 다시 합류하기를 반복하는 골목 길목마다 삶의 활기가 펄떡였고, 골동품이며 과일이며 옷가지며 삶을 지탱하는 물품으로 빼곡했다. 크고 작은 불탑과 힌두교 건축물도 가세해 티베트불교와 힌두교가 혼재된 네팔의 색채를 더했다. 네팔의 옛 왕국들은 카트만두 밸리Kathmandu Valley로 불렸던 카트만두 분지 일대를 본거지로 삼았다. 카트만두, 박타푸르Bhaktapur, 파탄Patan 왕국이다. 왕궁과 함께 네팔 전통 건축물이 보존돼 있어 가치가 높다. 유네스코도 일찌감치 그 가치를 인정했다. 네팔의 8개 세계문화유산 중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를 제외하고 모두 카트만두 밸리에 있다. 이러니 카트만두 여행은 곧 세계문화유산과의 동행일 수밖에 없다. 타멜 시장의 인파에 밀리다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에 다다랐다. 왕궁이라는 뜻을 지닌 더르바르는 이곳이 옛 왕궁이었음을 알려 줬다. 힌두교의 원숭이 수호신인 하누만에서 이름이 유래된 하누만 도카Hanuman Dhoka 왕궁이 중심이다. 자간나트 사원Jaganath Temple에 서서 광장을 둘러보니 어떤 건축물은 나무 버팀목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가시지 않은 지진의 상흔이었다. 자간나트 사원 처마 받침목의 ‘에로틱 조각Erotic Carving’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 무거운 마음이 조금 가셨다.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남녀의 성애 장면을 조각했다고 하는데 노골적이어서 살짝 민망했다. ‘살아 있는 신’ 쿠마리가 살고 있는 쿠마리 사원Kumari Ghar에도 들렀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힌두교의 여신을 대신하는 살아 있는 신으로, 3~8살 소녀 중에서 선택해 이곳에 모시고 초경 때까지 섬긴다는데, 종교적 행사가 아닌 이상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갇혀 지내는 셈이니 외지인의 시각에서는 측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대 고도 중 파탄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박타푸르가 이를 달랬다. 옛 정취가 고스란하고 규모도 컸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에 세워진 옛 건축물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중세 도시에 현대인이 거주하는 풍경은 압권이었다. 세계적 문화재 속에 일반인의 주거지가 함께 있다니, 놀라웠다. 광장과 골목마다 가게가 즐비했고 사원이나 왕궁 앞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무리 지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타우마디Taumadhi 광장의 위용이 가장 높았는데, 하늘로 솟은 5층 규모의 냐타폴라Nyatapola 사원 덕택이었다. 그 사원에 올라 내려다보니 박타푸르가 한눈에 들어오며 마치 중세시대로 거슬러 간 듯했다. 옛 왕국이 아니더라도 세계문화유산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보드나트Bodhnath는 네팔에서 가장 큰 불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티베트 불교 순례자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순례자들은 거대한 스투파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의식을 치렀고, 한 번 돌릴 때마다 불교 경전을 한 번 읽은 것과 같다는 ‘마니차’는 멈출 틈이 없었다. ‘네팔 속의 작은 티베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원숭이가 많아 원숭이 사원으로도 불리는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0년 역사를 지닌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인데, 힌두교 양식도 보태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3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하얀 돔과 황금빛 첨탑이 눈부신 스투파가 압도했다. 스투파에 새겨진 ‘부처의 눈’은 신성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네팔 힌두교 사원을 대표하는 파슈파티나트 사원Pashupatinath Temple도 지나칠 수 없었다. 네팔 최대의 힌두교 사원이자 성지인데, 외지인에게는 네팔 힌두교인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로 더 의미가 있다. 사원 앞으로는 인도 갠지스Ganges강으로 연결된다는 바그마티Baghmati강이 흐른다. 살아서는 여기에서 몸을 씻고 죽어서는 이곳에 뿌려지는 게 힌두교도의 종교적 소망이라고 한다. 강둑에 늘어선 화장시설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장작불이 꺼지면 바그마티강에 뿌려지겠지, 누군가의 마지막 소망이 이뤄지고 있는 그 순간, 어린 소녀는 그 강에서 머리를 감았다. ▶travel infotravel TIP지진 이후 네팔여행2015년 4월25일 지진 발생 이후 우리 정부는 네팔 여행 안전정보를 상향 조정했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3개 등반지역에 대해서는 ‘철수권고’를,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여행자제’ 조치를 취했다. 이번 취재는 지진 후 5개월 뒤인 9월 중순에 이뤄졌다. 전문 산악인과 미디어로 구성된 답사팀이 직접 네팔의 주요 여행지를 경험했으며 답사결과를 토대로 여행에 무리가 없다는 점을 주네팔한국대사관 등에 전했다. 대한항공도 지진 여파로 주 1회로 감편했던 인천-카트만두 노선을 10월2일부터 주 2회로 정상화했다. 주네팔한국대사관측은 우기(6~9월) 이후 여행안전정보 단계 재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1월10일 현재까지 기존 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네팔 여행 적기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기(6~9월)가 아닌 10월부터 5월까지가 적기다. 네팔 남부 치트완은 고온다습해 한여름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관문도시인 포카라는 상대적으로 덜 덥고 덜 추운 편이다. 고도에 따른 기온차가 심한 만큼 겨울철 트레킹에는 특히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과 문화탐방3대 주요 등반 지역 중 안나푸르나 지역을 중심으로 트레킹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기존의 푼힐 전망대 등을 대신해 트레킹 전문여행사인 혜초여행사가 새롭게 개발한 미니 트레킹 코스다. 하산까지 6시간 가량의 트레킹으로 안나푸르나를 조망할 수 있다. 혜초여행사는 우리네 둘레길처럼 히말라야 주변을 걷는 ‘히말라야 라운드’ 상품, 네팔 문화탐방 상품 등도 운영하고 있다. 혜초여행사 www.hyecho.com 02 6263 2000 히말라야 산악 비행기Mountain Flight국내선에 투입되는 소형 항공기를 이용해서 카트만두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한 바퀴 돈다. 손쉽게 히말라야 연봉을 만날 수 있는 방법. 왕복 1시간 가량 소요되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까지 볼 수 있다. 조종석도 잠깐 구경할 수 있다. 비수기에는 170달러선이지만 성수기에는 230달러 수준까지 오른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가능하다.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혜초여행사 www.hyecho.com, 대한항공 kr.koreanair.com
  • 목마른 혀에 닿은 샘물처럼… 신달자 감성포토 에세이 출간

    목마른 혀에 닿은 샘물처럼… 신달자 감성포토 에세이 출간

    소담한 눈꽃의 언어로 삶을 노래하는 신달자(72) 시인이 인생에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상처와 아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잔잔한 시선으로 풀어낸 산문집을 냈다. ‘신달자 감성 포토 에세이’(문학사상)다. 시인은 “그때그때의 생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쓴 우리네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은 동네를 산책하듯 찬란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빛나는 우리의 일상들과 그 일상에서 마주한 이야기 15편이 64장의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등 쉼표 없이 살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특히 “너 혼자인 시간이 언제더라. 너 혼자 있어 본 적 있어. 너에게 그런 시간이 있기는 있었던 것일까”라고 물으며 우리에게 혼자 있어 보라고 권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혼자 마주하게 될 시간 속에서 풍요로운 일상의 풍경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이, 그리고 진정한 자신만의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휴대폰도, 귀에 걸린 이어폰도 다 버리고, 아니 잠시 서랍에 넣어 두고 단지 혼자 있으면 어떨까. 어쩌면 그렇게 혼자 있는 일이 갑작스럽고 어렵겠지만, 그러한 시간을 통해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다.’(57쪽) 시인은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펴도 목마른 혀에 한 방울의 샘물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호승 시인은 “이 에세이는 사랑의 순간 그리고 인생을 향한 깨달음들이 봄의 실내악처럼 따뜻하게 기록돼 있다”고 평했다. 문태준 시인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실감했다. 마음이 재기하는 것을 봤다. 나만 외롭고 고통받고 실패하고 이별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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