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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걸프전후의 새 기류:8·끝)

    ◎아랍 세력균형 이뤄야 중동평화 온다/「팔」문제 해결에 미의 적극적 노력 긴요/아랍권 민주화 부축… 정정불안 막아야/“핵균형속의 국지전 가능성·힘에 의한 모험주의 불용”… 한반도에 양면교훈 걸프전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세계 및 중동의 질서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의 접촉이 활발하고 아랍국가들도 모임이 빈번하다. 걸프전후 세계 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이며 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등을 유정렬교수(외국어대·중동문제 전공)와 박경서교수(중앙대·국제정치학)의 대담을 통해 정리해 본다. ▲박경서교수=중동은 지금 심각한 전쟁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지요. 미국은 후세인의 전쟁수행능력 파괴를 원하기는 했지만 이라크가 완전히 무력화돼 국가기능을 상실하고 인접 온건 아랍국들마저 위협할 정도로 혼란에 빠지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레바논화는 미국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죠. 중동에서의 전후처리 문제는 전쟁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사막의 폭풍」 작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스라엘 편향 탈피/팔문제 관심 가져야 ▲유정렬교수=걸프전쟁은 중동지역에서 세력균형이 깨진데 따른 무질서 상태에서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지역의 정치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중동국들간의 정치·군사적 세력균형을 어떻게 재형성하느냐 하는 문제가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후세인은 축출위기를 맞고 있고 이라크에서는 상당기간 정치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며 「제2의 레바논」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내부세력간 갈등 뿐아니라 주변국들간의 해묵은 역사적 이해관계가 어떤 형태로 폭발되느냐도 문제입니다. 내부적으로 이라크내 다수 시아파가 이란과 연계해 어떻게 나올지,쿠르드족이 터키·시리아·이란·소련 등지에 퍼져있는 동족들과 연계해 어떻게 행동할지가 문제이며 외부적으로는 이라크 북부 모슬렘지역이나 남부 시아파 거주지역에 대해 나름대로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갖고있는 시리아나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입니다.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연안의 6개 보수 아랍국에서도 앞으로 이라크의 정세변화에 따라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교수=미국은 유엔의 협조를 얻어 이라크의 안정조치를 취해야할 것입니다. 이라크의 레바논화를 방치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중동질서의 구축은 강·온 아랍국간의 조화와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해결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중동에서는 지금 이라크의 패전으로 강경국들의 입지가 약화돼 강·온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평화적인 집단안보체제 구축의 최적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후견국으로서 베이커 국무장관의 계획처럼 지역안보체제 구축과 중동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해 포괄적이고도 근본적인 중동분쟁 해결을 추구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스라엘 점령지 문제를 공평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미국이 원하는 중동질서 구축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향정책을 계속할 경우에는 이스라엘만을 위한 미국의 패권주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해 전후질서 형성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대국간의 분쟁으로 유엔 안보리의 단합과 신평화질서가 깨질 우려마저 없지 않지요. ▲유교수=미국의 중동정책을 되돌아보면 55년 바그다드조약기구에서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항상 소련의 남하정책 저지를 위한 중동국들과의 전략적 합의모색이란 과정이었습니다. 신데탕트시대를 맞아 미소간 경쟁관계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는 있으나 앞으로 이해충돌로 이 지역에서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많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은 페르시아만안 6개국으로 형성된 경제안보협력기구를 강화시켜 전쟁방지를 도모하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지원아래 사우디가 중심역할을 맡고 반이라크 전선에 동참한 이집트와 시리아의 참여도 가능하겠죠. 그러나 아랍권은 생리적으로 불안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세력재편은 어디까지나 팔레스타인문제 등 새로운 문제가 터지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가변적인 것입니다. ○이라크 위기감 고조/중동 정치불안 가중 앞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진전에 따라 중동판도와 세력관계의 또다른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하자는 입장이고 미국 군사전문가들도 웨스트뱅크의 비무장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다르지만 미국무성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는 시각이 건전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전쟁의 와중에서 복잡하기는 했겠지만 이번 사태는 쿠웨이트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국적군내 아랍국 뿐만 아니라 서구국들간에도 분열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죠. ▲박교수=미국의 중동정책의 성사여부는 이스라엘 편향태도를 어떻게 시정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양보가 필요한데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가며 이스라엘의 양보를 강요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주화입니다. 정치 경제질서가 민주화되지않고서는 제2,제3의 후세인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강경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국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떠한 중동질서도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지요. 미국이 쿠웨이트를 해방시켰고 일단 왕정복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아랍국들의 정치·경제민주화를 추구할 것으로 봅니다. 그럴 경우 중동에서도 동구권에서와 같은 정치개방에 따른 혼란이 되풀이될 것이고 중동질서는 상당기간 유동적일 수밖에 없죠. ▲유교수=걸프전쟁은 한나라가 뚜렷한 명분없이 무력에 의해 침략되는 일이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동을 포함한 전세계질서의 본질은 힘에 의한 현상타파를 불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정부와의 유대를 통해 세력균형 및 안전보장을 유지해왔고 협력대상 제3 세계국들의 정치체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신세계질서 형성에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습니다. 중동국들만 해도 보수왕정 아니면 군사정권이거나 권위주의 독재정권들로서 따지고보면 민주정권이 하나도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미국은 앞으로 중동판 페레스트로이카를 강조할 것이고 이번 전쟁에서의 승패에 관계없이 아랍국들,나아가 이란·터키에서까지 개혁이 수반될 것이며 이스라엘에서도 우익보수정권과 온건 노동당간의 조화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안보·경협기구 강화/전쟁 재발 방지해야 ▲박교수=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 중요성을 부여한 이유는 선진산업국의 석유안정공급이란 실리차원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몰타정상 회담에서 청산한 얄타체제 이후의 세계평화질서 창출에 중동이 시금석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양국정상이 전쟁보다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역분쟁 해결과 미소협력을 통한 세계평화 모색을 선언,데탕트시대를 연 이후 처음으로 받는 능력테스트여서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탈냉전시대의 세계질서 창출이란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국 군사력이란 현실적 수단에 의존하고 말았고 무력행사 과정에서도 강대국 우월주의와 패권주의가 약간씩 나타나 결국 우방간 세력갈등의 또다른 불씨를 남겼습니다. 미국이 승리에 자만해 미국의 시각에 입각한 중동정책을 강요할 경우 미소관계의 악화 내지 정체를 초래하고 주요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국가실리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정치가 미국일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군사력은 경제력에 기초하며 경제적으로 다극화 지역화되고 있어서 미국을 견제할 세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독일중심의 유럽과 일본중심의 동아시아,미국중심의 북미 세력권간의 세력다툼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대외정책 개발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전비 전액부담 불능/미의 한계 극명 노출 ▲유교수=아직까지는 세계평화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원칙이 확립됐다기 보다는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소위 팍스 아메리카나의 부활은 미국중심의 질서유지 및 평화회복으로서 어떻게 보면 냉전구조의 연장입니다. 미국이 유엔결의와 소련의 협조를 구하는 체 했지만 이번 전쟁도 사실상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고 과거 냉전시대의 분쟁해결 양상과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나마 미국이 유엔을 동원해 소련의 협조아래 12개 결의안을 이끌어낸 것은 국제협력기구의 존재가치와 평화유지를 거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죠. 아직까지는 힘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상호의존도가 강해짐에 따라 국제협력의 가치도 더해지고 있어서 앞으로 국제질서 원칙이 어느쪽으로 결정될지 기로에 서있는 셈입니다. ▲박교수=중동전쟁은 미국에 의해 주도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한계도 노출시켰습니다. 전비를 자체부담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죠. 뒤에서 재정지원을 했던 독일이나 일본이 당장은 전쟁분위기에 휩싸여 목소리를 내지않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분을 요구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미국만이 신세계질서를 주도할 수는 없는 형국입니다. 신세계질서는 대외적으로 미국 주도하에 놓여있는 것같지만 지역세력간의공동관리체제로 넘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북미 유럽 동아시아권간의 지분찾기 경쟁은 동서블록간 대립이란 단순양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한국도 홀로 서서는 목소리가 약하기 때문에 아태협력체제를 구축해 지역적으로 대응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새 세계질서 구축엔/지역 안보체제 중요 ▲유교수=최근 중국의 훈춘에서 남북한 중국 소련 일본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경제협력 세미나가 열려 만주남부와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모색했었죠. 아시아지역의 협력관계를 확대해나가고 단계적으로 미국도 참여시켜 환태평양기구로의 발전도 가능합니다. ▲박교수=아태협력체제는 크게 2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연변과 두만강유역을 중심으로 자유경제 지대화해 중국 소련 남북한 일본이 상호보완 및 협력관계를 증진시키는 동북아 경제권과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국들의 경제이익을 도모하는 동남아 경제권으로 이 두가지 블록을 합해 동아시아 경제협력체제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도 선도적역할을 통해이 지역 협력체제내에서 위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삼분체제의 국제정세속에서 동아시아 경제협력체제의 본격화는 90년대 대외정책의 큰 과제이며 앞으로 한국의 좌표를 설정할 국가전략이기도 합니다. ▲유교수=걸프전이 다국적군의 완승으로 끝난 것은 남북한관계의 발전과 전환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후세인과 김일성 카스트로 카다피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고 사실 공통점도 많습니다. 앞으로 세계가 무모한 정치·군사적 모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은 북한에 교시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개방·민주화 추세가 지배적인 현실이고 보면 북한도 걸프전 종결과 함께 자성하는 면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우리도 남북한간의 협력관계와 군비통제 및 정치관계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북측이 팀스피리트훈련을 구실로 총리회담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기는 했지만 축구와 탁구의 단일팀을 이룩하는 성과를 얻어낸 것도 사실입니다. 비정치적인 면에서 좀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미,90년대 세계 주도/우방국 갈등 심할듯 ▲박교수=이라크가 다국적군에게 무참히 패배해 지역적인 모험주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김일성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베트남전 이후 핵공포와 핵균형하에서 강대국은 전쟁을 할 수없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전쟁에 의한 문제해결은 불가능한 것으로들 생각했지만 이번에 모험주의가 있을 수 있고 강대국도 이상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무력사용이 가능함이 입증됐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도 오판에 의한 모험주의,즉 전쟁발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교훈도 함께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교수=그렇기 때문에 전쟁 억제장치를 자꾸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세계추세는 과거보다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교수=강경아랍국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소련국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미국의 일국대권주의가 90년대를 이끌어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우방간 관계에서 볼때오히려 적신호이며 90년대는 우방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것입니다. 우리도 여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후세인 “살아남자”… 부시 “권좌 내놔라”

    ◎워싱턴은 왜 항복 요구하나/질서재편의 장애물 제거가 목표/바스라시 점령 계획… “종전돼도 경제제재” 부시 미 행정부는 바그다그에 대해 근본적인 체제변화를 강요하기 위한 전략이 일환으로 이라크 영토 점령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라크 제2도시이며 전략적 군사요충인 바스라시와 포반도,그리고 이라크 국토를 양분하는 수로인 유프라테스강 이남의 주요 지점을 점령하는 것이다. 바스라는 후세인의 힘의 심장인 8개 공화국수비대의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서 병참의 중심지며,수비대의 진지에 이르는 모든 길이 이곳을 통한다. 그래서 바스라를 장악해야 공화국수비대를 패배시킬 수 있다고 펜타곤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점령 이라크군의 철수 결정은 승승장구하는 미국의 이같은 남부 이라크 점령계획을 변경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국제여론의 시선 때문에 바그다드의 성명을 표면상 환영하면서도 이라크군의 궤멸을 피해보려는 후세인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백악관의 말린 피츠워터 대변인은 이라크의 철수선언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바그다드는 유엔에 항복을 공식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지금 전쟁을 중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담 후세인의 무조건 항복 뿐이라는 것이 워싱턴의 입장이다. 워싱턴은 또 전투가 끝난후에도 대이라크 경제제재를 지속하는 등 바그다드에 압력을 가중,연합군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걸프사태를 종결할 계획이다. 워싱턴이 노리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담 후세인을 권력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사담과 중동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미 행정부는 ▲이라크 군사력의 황폐화 ▲경제제재 계속 ▲다국적군의 남부이라크 점령 등 3가지 전략을 결합시켜서 연합군측 조건대로 이라크가 평화를 받아들이도록 몰아붙일 방침이다. 펜타곤 관리들은 이라크 남부의 넓은 땅덩이를 연합군이 점령한 상태에서 전쟁을 끝낸다는 것이 연합군측 복안이라고 밝혔다. 연합군의 이라크 영토 점령과 바그다드 정권재편 압력은 유엔결의안이 위임한 「쿠웨이트 해방」을 넘어선 정치적 목적이라는 점에서 전후 중동질서 문제를 놓고 새로운 긴장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소련과 이라크에 동정적인 아랍국가들은 연합군이 제한적이나마 이라크 영토를 점령하고 바그다드에 대해 경제제재를 지속하려는 시도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연합군의 전쟁계획은 비아랍군과 이라크군 사이의 전장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그래서 서방군대보다는 아랍군이 남부 이라크 점령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워싱턴은 보고있다. 그러나 지금 이라크 영내로 깊숙이 쳐들어가 후세인 군대를 고립,파괴시키고 있는 것은 서방군대다. 이 작전이 노리는 목표의 하나는 유프라테스강 도강지점들을 장악해 남부 이라크를 이라크의 심장부와 단절시키는 것이다. 도강지점의 장악은 남부이라크 주둔 공화국수비대와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의 퇴각로를 차단,이들에게 항복과 「전사」중 택일을 요구하는 것이된다. 남부이라크 점령은 또 이라크의 석유자원과 중요한 군사시설의 장악을 뜻한다. 이러한 목표가 달성되면 연합군은「현상유지」로 들어간다. 그러면 이라크는 경제제재 해제와 영토반환을 요구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연합군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평화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워싱턴의 복안이다. 평화협상에서 워싱턴은 이라크의 비무장화와 이라크 군사시설에 대한 국제조사의 수락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밝히고 있다. ○바그다드의 철군선언 배경/정권 유지하려 수비대보존 속셈/다국적군진격 늦춰 교착상태 유도 분석도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26일 쿠웨이트는 더 이상 「이라크의 일부」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를 명령함으로써 7개월간 세계를 긴장시켰던 걸프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비로소 잡히게 되었다. 걸프사태는 동서화해의 새 국제질서에 대한 첫도전이자 위기였다. 그러나 후세인의 도전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있다. 후세인은 지난해 8월2일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합병을 선언했으나 미국을 주축으로한 다국적군의 대반격에 마침내 항복,쿠웨이트를 포기하고 패주하고 있다.후세인의 쿠웨이트 포기와 철군결정은 현재 남아 있는 군사력이라도 그대로 보존하려는 그의 마지막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후세인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지상전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라며 지상전에서의 한판 승부를 장담해왔었다. 그는 지상전에서 다국적군에게 많은 인명피해를 입힐 경우 걸프전의 정치적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왔다. 군사적으로는 이미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후세인의 최대 목표는 정치적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후세인의 군대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다국적군은 거의 아무 저항도 받지 않고 지상전 시작 이틀만에 쿠웨이트를 포위할 수 있었으며 전의를 잃은 이라크 군인들은 속속 투항해왔고 특히 큰 기대를 걸었던 공화국수비대마저 다국적군 공격에 고립되고 있다. 후세인은 더이상 전쟁을 치렀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서둘러 철군을 선언했다고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후세인은 26일 하루에 철군을 완료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후세인의 이같은 무리한 명령은미국에게 확실히 철군한다는 생각을 심어 주기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후세인이 하룻만에 철군을 완료하도록 명령했다는 사실은 자신으로서는 너무도 참기어려운 굴욕적인 결정이 아닐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의 현재 형편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을 만큼 다급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라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라크의 핵 및 화학무기 시설을 비롯,많은 군사시설이 파괴되고 인명피해도 많았다. 그러나 후세인은 쿠웨이트까지도 포기했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후세인의 모험은 그러나 아랍세계를 열광시켜 왔다. 많은 아랍민중들은 미국에 대항하는 후세인을 열렬히 지지해왔다. 하지만 후세인을 아랍세계의 영웅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전략으로 후세인은 힘없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은 아랍거리에서 영웅시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고 일부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후세인은 전쟁초기부터 거의 가능성이 없이 보이는 군사적인 승리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더 주안점을 두어온 것같다. 다국적군이 파죽지세로 쿠웨이트와 이라크 영내로 진격해 들어오자 종전의 입장에서 물러나 철군의사를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결사항전」 등의 상반된 메시지를 계속 내보낸 것도 끝까지 정치적 명분은 지키겠다는 생각에서란 지적이다. 소련을 등에 업고 막바지 외교곡예를 벌인 것 또한 이러한 정치적인 계산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세인이 온존하는 한 중동평화는 보장될 수 없다는 미국의 강경입장은 후세인의 이러한 정치적 계산을 한치도 용납치 않았다. 걸프전에서 이처럼 굴욕적인 철군을 할 경우 후세인의 장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국내에서 전쟁책임에 대한 많은 저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분석가들은 후세인이 권좌에서 축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 “반목의 골” 깊어가는 「양분 아랍권」

    ◎“아랍에의 침략”… 격렬 반미시위/알제리·예멘/“후세인 고집이 파멸 자초했다”/시리아·사우디 아랍세계는 걸프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되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랍거리에는 분노와 슬픔이 있는가하면 절제된 환호도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회교국들은 대규모 시위로 지상전에 항의했다. 아랍인들의 이같은 다양한 반응은 겉으로는 다같은 아랍형제국임을 강조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상호불신과 반목이 존재하는 아랍세계의 실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랍인들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아랑곳없이 서방국가와 이에 야합한 아랍국가들이 이라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및 온건산유국들은 후세인의 침략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후세인에 대해 가장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가들은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예멘 뒤니지와 요르단 및 팔레스타인 인들이다. 약 10만여명의 예멘인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 및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 등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알제리에서도 2만5천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후세인을 지지하고 있는 아랍인들은 지상전을 쿠웨이트의 해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라크를 파괴하기 위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알제리 집권당인 국민자유 전선의 압델하미드 메흐리 사무총장은 『지상전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파괴하기 위해 지상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아랍과 제3세계에 대한 침략자로서의 이미지로 아랍인들 가슴속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회교원리주의자들과 강경론자들은 걸프전쟁을 이슬람교에 대한 이교도의 침략이라며 종교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다국적군의 지상전 공격이 시작되자 이교도들의 침량행위를 분쇄하라고 이라크인들에게 촉구했다. 알제리의 제1야당인 이슬람구국전선 대변인은 『걸프전쟁은 이슬람과 시온주의자들과의 대결이며 전세계적인 이슬람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국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은 아랍세계를 분열시키고 아랍민족주의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랍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지상전은 후세인의 무모하고 고집스러운 모험때문에 일어났으며 그는 이라크의 파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라크 국민들은 후세인의 고집때문에 파멸적인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연합 오만 바레인 등 산유국이며 안보가 취약한 국가들은 대체로 지상전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제2의 쿠웨이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후세인의 위협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그는 3만5천명의 군대를 다국적군에 보내며 반후세인 연합에 앞장섰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집트군은 쿠웨이트 탈환에는 참여하겠지만 이라크까지 진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후세인의 침략행위는 응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라크군인들은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이같은 입장은 아랍인들의 의식세계의 일면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국가들도 후세인 개인에 대한 적개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 유정 190곳에 방화… 쿠웨이트 초토화(걸프전쟁현장)

    ◎미 언론,부시에 “지상전 개시” 독촉/이라크군 사기 저하… 탈영병 급증/미국민 84% 최후통첩 지지… 41%는 “전면전 해야” ○…이라크는 보다 많은 수의 쿠웨이트내 유정들에 방화했으며 위성사진 분석결과 불타고 있는 유정들의 수는 최소한 1백9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군측이 23일 밝혔다. 한 고위 미군 소식통은 『방화된 유정들의 수는 오늘 아침 현재 1백90개로 집계되고 있으며 일부 다른 유정들에서도 연기로 짐작되는 것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많은 수가 불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2일 이라크가 다국적군의 지상전 개시에 앞서 「초토화 전술」의 일환으로 쿠웨이트내 9백50개의 유정들에 대한 방화를 시작했다고 비난했으나 이라크측은 이를 부인하고 유엔 주관하에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같은 방화가 처음에는 쿠웨이트 남부지역에서 주로 자행되다 이제 과거 쿠웨이트와 이라크간의 분쟁지역이었던 이라크 국경부근의 루마일라 유전지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군측의 사령관들은 이라크 유정들중 4분 1가량을 뒤덮고 있는 이같은 짙은 검은 연기가 다국적군의 작전에 다소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쿠웨이트와 이라크 남부지역에 배치된 이라크군은 23일 미국이 요구한 철군개시 최후통첩 시한때까지 남은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사막의 벙커와 참호들 속에 웅크리고 있으며 일부 벙커와 참호들은 타오르는 유정들에서 나오는 짙은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미군 소식통들은 이라크의 철군협상이 이라크군의 사기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한 소식통은 『이라크군의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탈영자의 비율이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후세인은 자신의 군대가 분할되어 일시에 작은 조각들로 나뉘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민중 84%가 이라크의 철군개시 시한으로 미국 동부표준시로 23일 낮12시(한국시간 24일 상오2시)로 정한 부시 미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갤럽 여론조사소와 CBS TV방송이 전날인 22일에 공동실시한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과 13%의 미국인들만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을 철수시키는데 이보다 많은 시일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라크가 미국이 발표한 철군개시 시한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다국적군이 공습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응답자의 46%에 불과했으며 지상전이 시작을 원한 응답자도 41%에 그쳤다. ○군 이동 상황등 체크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24일 상오2시(한국시간)까지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의 철수가 시작돼야 한다는 미국의 최후통첩에 따라 다국적군은 이라크군의 철수를 나타내는 어떤 신호가 있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토머스 켈리 미 합참본부 작전국장이 23일 말했다. 켈리 중장은 이날 국방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이라크군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이라크군이 이동을 시작할 경우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전쟁이 평화적인 해결과 지상전 개시 사이의 중대기로를 맞은 시점에서 미국의 영향력 있는 신문사설과 논객들은 일제히 소련의 평화중재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며 본격적인 지상전투를 부추기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소련이 평화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은 후세인을 살려주고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며 미국은 이에 구애받지 말고 지상전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에도 소련의 외교 이니셔티브는 고르바초프를 이용해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아 또다른 모험을 하려는 이라크와 외교중개로 소련의 위신을 높이려는 고르바초프의 희망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소련의 평화안에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결코 놀랄일이 아니다고 강조. ○미 행정부 갈등 있는듯 ○…걸프전이 결정적인 고비를 향해 나아가면서 부시 행정부내 강경 온건파 관리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보도. 뉴욕 타임스는 21일 오랜 친구인 부시 대통령과 베이커 장관의 불화를 보도했는데 최근 베이커 장관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어 이같은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르게이 그레고리예프 소련 대통령 부대변인은 22일 소련이 이라크를 무장해제,또다시 인접국가들을 위협할 수 없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예프 부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최우선 문제는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철수이며 철군이 완료될때까지 주요 유엔 제재 조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무기 두고 떠나야 ○…이라크는 어떤 형태로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든간에 대량의 군수물자를 그대로 남겨두고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부 관계자들이 22일 말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어떤 조건으로 휴전과 쿠웨이트로부터의 철수에 동의할 것인지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군이 지난해 8월2일 쿠웨이트를 점령하면서 배치한 탱크·대포 등 대부분의 장비를 가지고 퇴각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개전이래 최대규모 바그다드 맹폭/걸프전 23일 상황 ▷0시35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라크에 24일 상오2시(한국시간)까지 무조건 철수를 시작하라고 최후통첩. ▷상오2시◁ 미군 소식통,이라크는 지난 24시간 동안 1백40개의 쿠웨이트 유정에 불을 질렀다고 발표. ▷하오0시53분◁ 미 지상군,지상전을 앞두고 모래장벽 제거와 함께 공세 태세 완료 ▷하오1시7분◁ 케야르 유엔사무총장,미·소가 접촉하는 한 걸프전은 평화롭게 해결될 것 같다고 언급. ▷하오4시47분◁ 일본,부시의 대이라크 최후통첩 환영. ▷하오6시41분◁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라크는 소련의 종전 6개항을 받아들인다고 발표. ▷하오7시48분◁ 다국적군 개전이래 최대로 바그다드 맹폭.
  • 중동전과 「미국식 정의」/김호준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지난주 미 오클라호마시의 KTOK라는 라디오 방송국은 청취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미국은 중성자탄을 사용해 사담 후세인을 공격해야 하는가?」 중성자탄이란 방사능을 폭발시켜 사람만을 살상하고 건물은 파괴하지 않는 원자무기다. 그런데 놀랍게도,이 가공할 중성자탄 사용을 5백명이 지지한 반면 반대한 사람은 1백7명에 불과했다. 이 방송국의 토크 쇼 진행자는 『내 짐작으론 찬 1·반 3의 반응이 나올줄 았았는데 정말 겁나는 결과가 나왔다』며 미국인들의 호전성에 혀를 내둘렀다. 그에 의하면 한 남성 청취자는 「미국은 핵무기를 써서 이라크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몽땅 죽여야 한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라크 여성은 임신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중동에서 전쟁을 하는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주 연두교서를 통해 『단지 쿠웨이트 해방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부시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인류의 보편적 열망인 평화와 안보,자유,그리고 법의 지배를 성취하려는 대의」라고 달콤하게 정의했다. 부시의 이 얘기에 니카라과 사람들은 아마 냉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미 CIA(중앙정보국)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니카라과 항구에 기뢰를 부설했기 때문에 미국은 니카라과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재판소에는 사법권이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건 진행중인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다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안보리에서 어떤 결의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재판소의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유엔 안보리를 통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는 함정이 많다. 미국은 미군의 그라나다 침공,파나마 침공,리비아 폭격 등 근년의 군사모험을 모두 『국제법 테두리 안에서 취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예컨대 파나마 침공은 유엔 헌장 제51조에 의한 「자위」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헌장은 엄연히 타국에 대한 무력 침략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오만한 행적을 기억하는 세계는 부시의 새로운 세계질서 추구가 공허한 소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인의 호전성이 부시를 왜곡시켜서도 안되겠지만 부시도 새로운 세계 질서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혼동해선 안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즉 팍스 아메리카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 제국주의로 인식되고 있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 후세인의 모험…“조기 지상전 유인”/이라크는 왜 카프지를 기습했나

    ◎“전격선공”… 침체된 군 사기 만회작전/다국적군 전력 탐색·「겁주기」 분석도 지난달 17일 걸프전쟁이 발발한 이래 다국적군의 계속된 공습으로 땅속에 움츠려있기만 하던 이라크군이 첫 기습선제공격을 가하고 나섬으로써 걸프전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걸프전쟁의 제2라운드라 할수 있는 지상전이 이라크의 선제공격으로 그 서막이 오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라크는 30일 이번 공격이 「지상전의 첫 신호탄」이라고 선언했으며 이번 공격은 지난달 26일 후세인대통령 주재로 열린 혁명최고회의에서 계획했던 것이라고 발표,그동안 몇차례 있었던 우발적인 교전상황과는 전혀 성질이 다른 것임을 시사했다. 다국적군의 전력탐색을 위해 행한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군의 이번 기습공격은 이라크 지상군의 전력과 다국적군의 허점을 한꺼번에 노출시킨 듯하다. 이라크 지상군병력은 31일 하오 다국적군의 대규모 반격으로 퇴각하기는 했으나 교전 이틀동안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며 격렬히 저항,그 규모에 비해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라크는 이번 공격에 구식 T55탱크와 장갑차 등만을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우디국경 공격에 성공함으로써 다국적군 지상방어망은 허점을 드러냈다. 현지 소식통들은 이라크가 29일 야음을 틈타 카프지내 정유시설에 미사일공격을 가한 뒤 투항을 위장해 국경을 넘어 진격해 왔다고 전해 국경지역을 방어하고 있는 사우디군과 다국적군과의 교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이번 공격은 본격적인 지상전에 대비한 탐색전의 성격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들은 후세인대통령이 본격적인 지상전이 벌어질 것에 대비,다국적군의 전략과 작전지휘체계 등을 사전에 탐색,사전준비를 갖추기 위해 이같은 모험을 감행했다고 지적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또한 이번 공격은 다국적군의 연이은 공습에 따른 이라크 국내 민심동요를 막고 지상전에서의 「작은 승리」로 침체된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도 풀이한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의 기습공격은 조기 지상전을 유도하려는 후세인의 복선이 깔린 계획된 전략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라크는 개전이래 다국적군의 계속된 공습으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군전력의 손실을 맛보았다. 비록 핵심부대의 전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나 기타 지상전을 위한 병참·보급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 지기 때문에 공군력에만 의존하며 지상전 태세가 미비한 다국적군의 허를 찔러 조기에 지상전을 유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후세인대통령의 의도를 간파한 미국은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조기 지상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이번 공격을 지상전의 첫 시작이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계획표에 따라 전쟁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일 미 백악관은 『이라크군의 기습공격이 지상전의 개시를 뜻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 기습공격으로 미 해병 12명이 사망한 이 시점에서 미국은 이라크가 언제든지 다시 공격해 올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국내의 반전분위기를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돼 지상전 개시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가능성은 보다 높아졌다. 더욱이 이라크의 이번 공격은 단순히 지상군만을 동원했던 것이 아니라 이라크해군 전함 6척까지 동원된 수륙양명 작전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장차 다시 있을 이라크군의 선공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본격적인 조기 지상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걸프전 “타산지석”/김원홍 사회부차장(오늘의 눈)

    선진 각국의 첨단과학을 응용한 최신병기들이 모두 걸프주변으로 집중,지상·해상,육상에서 입체전을 벌이고 있다. 탱크·장갑차·미사일은 물론 항공모함·전함·순양함·구축함·잠수함과 전투기·폭격기·정찰기·수송기 등이 집결해 아라비아 반도가 세계무기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 걸프전쟁에서 미국과 다국적지원군이 가장 우려했던 사항은 동원된 장비의 상당부분이 개발된지 20∼30년이 지나 성능이 뒤떨어지고 있는데다 최근에 개발된 첨단장비는 실전에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사막에서의 효과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국적군의 공격은 과거의 예처럼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12개의 정찰위성에서 보내온 목표에 따라 정밀한 무기선택으로 다국적군의 기선제압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번 걸프전쟁을 보면 「시민군과 용병의 전쟁에서는 항상 시민군이 승리한다」는 독일의 랑케이론도 고전이 되어버렸으며 「공격병력이 방어병력의 3배가 넘어야 전쟁을 일으키는 모험을 할 수 있다」는상식도 이번과 같은 현대전에선 설득력이 없다는 것으로 증명됐다. 종합상황체제를 갖춘 우리 국방부와 합참·각군본부의 관계자들은 걸프전쟁이 발발하자마자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북한의 동태도 문제이려니와 차세대전투기사업(KFP)과 해상초계기 및 잠수함건조계획,헬리콥터계획(HX) 등 향후 8년간 수조원의 전투력증강사업(일명 율곡계획)을 계획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이번 전쟁에서 현대전에 맞는 무기체계를 갖추는 일을 다시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방당국자들의 고민은 새로 구입해야할 무기가 폐기처분할 무기보다 많으며 이에따라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된다는데 있는 것 같다.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참패한 것도 아르헨티나의 해군함정들이 20∼30년전 영국에서 구입한 낡은 장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군의 경우도 그들 장비의 상당부분이 85년 이란­이라크전쟁때 미국에서 구입한 것이어서 차세대무기를 개발,사용중인 다국적군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이 전략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우리는 이번 걸프전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만반의 국방태세를 갖추어야 하겠다.
  • 페만의 전쟁(사설)

    ◎인내와 자제로 슬기롭게 대처하자 전쟁은 마침내 터졌다. 흔히 석유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전쟁은 아마도 금세기의 마지막 최대전쟁이나 가장 기이한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영불 등 서방 강대국을 비롯,28개국의 연합군이 어떤 강대국의 후원이나 주변국가의 지원도 없는 중동의 한 소영웅주의자 사담 후세인을 응징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대한 야간공습으로 큰 전쟁을 시작했다. 전력으로만 따진다면 전쟁은 얼마나 빨리,얼마나 적은 손상을 입고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이기며 그후 중동의 새 정치지도를 어떻게 만들어 세계가 중동 석유의 안정공급을 도모하고 앞으로 중동의 패권을 노리는 새로운 소영웅의 출현을 막느냐 하는데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지난 80년 이란을 선제공격,8년간의 긴긴 소모전을 계속하면서 1인 체제를 강화해 왔고 지난해 8월 안보상의 위험 등 아무 명분도 없이 그냥 산유쿼 를 초과해 원유를 과잉생산해 왔다며 석유부국 쿠웨이트를 기습점령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후세인의 첫 오산은 미국이 감히 군사개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고 시리아 등 이웃 아랍국들이 반이라크 전선에 가담할 수 있으리라고는 예견치 못했다. 그가 그간 쿠웨이트 문제를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계해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했으나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행동개시를 한 것으로 믿는 아랍권의 지도자는 없다. 아랍권에 출현했던 지난날의 모든 영웅들이 그러했듯 코란을 높이 쳐들고 성전을 외치며 서방 이교도들을 분쇄해야 한다는 후세인의 주장이 아직은 이웃 아랍국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아랍권의 패권을 장악하는데 대한 이웃들의 견제심리와 그에 대한 어떤 두려움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아랍권 진입을 묵인하게 했다. 전쟁은 때로 위대한 전략가도 예상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수도 있다. 특히 아랍세계처럼 서구의 합리주의적 계산을 뛰어넘는 알라신을 섬기는 정신세계 속에서 예언자를 따라가는 그들의 행동양식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도 엄청난 전력차이를 보면서 우리는 후세인을 주축으로 한 이라크가 어느 정도,얼마나 오래 저항과 항전이 가능한가에만 생각이 미치고 있다. 이라크의 경제는 전적으로 수입의존 체제요,수입대금의 대부분을 원유수출로 얻어진 외화로 결제해 왔고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대단한 군수산업 체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들의 저항은 코란의 정신력과 금지된 화학무기와 신경가스를 사용하는 방안,그리고 이스라엘을 공격,전쟁에 끌어들임으로써 서방의 기독교 세력과 아랍의 이슬람권간의 대결구도로 전쟁의 방향을 바꿔놓은 전략밖에 길이 없을 것같다. 중동 유전의 한가운데 성냥불을 그어들고 앉아있는 후세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 다국적 참전국들의 기본목표라면 미국은 그후 중동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 21세기를 향한 원대한 세계전략 구도가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어찌보면 중동은 우리에게는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타국이면서도 바로 이웃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 이상으로 온 국민의 관심이 높다. 우리의 수입석유는 70%가 그곳에서 들어오고 건설·수출선 등으로 그간 아랍권과 맺어진 경제적 우대가 깊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은 떨어져서 사태를 정관하는 균형감각과 냉정을 유지할 줄 아는 지혜를 보여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간의 이해는 냉정한 계산과 합리적인 접근,슬기로운 판단 등이 요구되며 지나침이나 부족함이 없는 적정한 수준의 대응이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우리는 명심해야겠다. 물론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전화가 결코 대안의 불은 아니나 그렇다고 바로 우리 자신의 전쟁 또한 아닌 것이다. 우리가 외면할 수 있는 전쟁도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의 전쟁인양 너무 흥분하고 덤비는 모습 또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중동의 전화가 한반도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 등 우리 자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교전중인 이라크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무기를 공급중인 유일한 지원국이 북한이라는 보도 또한 우리는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큰 전쟁의 발단이 된 한 중간형의 국가가 보다 작은 이웃국가를침공함으로써 비롯된 국지전이 지역평화는 물론 세계평화 기운마저 깨는 불행한 사태가 묵인되고 방치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유엔의 기본입장에 호응,의료단을 보내 간접적으로 참전을 하고 있다. 무모한 침략행위는 응당 응징되어야 하고 힘에 밀려 주권을 빼앗겼던 국가는 다시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유엔의 결의에 우리는 뜻을 같이 한다. 그러나 한 통치권자의 정치적 모험주의에 희생당하는 많은 인명을 생각하며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우리는 고대한다. 이번 전쟁은 전쟁 당사자간의 현격한 국력과 전력의 차이,그리고 제3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한 보다 큰 전쟁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없는 만큼 전쟁의 장기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라크가 호언했듯 뜻밖의 대단한 무기(핵)을 보유하고 또 사용을 위협하며 화학이나 생물학전 무기로 자살적인 공격을 하고 나서면 예상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우리는 오늘의 페만전의 발발배경에 유의하면서 경제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국민 각자가자제하면서 지난달 6·25의 참화와 제1·2차 오일쇼크를 극복했던 우리의 의지와 지혜를 되살려 이번의 고난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 슬기로운 국민이 되어야겠다.
  • “「개전버튼」 언제”… 급박한 페만 대치

    ◎“즉각응징”·“사태관망” 모두 위험 부담/속결전략 빗나가면 대규모 희생에 경제타격뿐/부시의 어려운 선택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평화에 대한 세계의 기대를 끝내 무시하고 철군시한인 15일 밤12(한국시간 16일 하오2시)를 넘기고 쿠웨이트 사수를 계속 고집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은 이제 개전 여부의 결단을 내려야 할,또 공격개시의 시간은 언제로 결정할 것인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40만이 넘는 대규모의 미군을 파견하고서도 후세인의 고집을 꺾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일단 상당히 체면이 손상된 셈인데 부시 대통령으로선 고민은 많지만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방안은 그리 많지 않은 형편이다. 부시의 선택방안은 결국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당분간 연기,후세인의 자진철수를 이끌 외교적 해결을 좀더 기다려 보는 방안과 ▲즉각 공격을 개시,냉전종식 이후의 국제질서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낸 이라크에 적극적인 응징을 가함으로써 새 시대의 지도자로서 미국의 위치를 과시하는 방안 등 두가지로 귀결된다고할 수 있다. 두번째의 경우 공격개시일을 언제로 잡느냐는 또하나의 어려운 결정이 부시를 기다리고 있다. 부시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두방안중 어느쪽을 택하더라도 상당한 위험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먼저 즉각 전쟁에 돌입할 경우를 살펴보자. 미군이 제시하고 있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1주일 이내의 가장 짧은 기간내에 이라크군의 군사시설을 대부분 파괴,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를 가장 현실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만일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이에따라 대규모의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미국내에 반전 분위기가 높아져 전쟁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우려되는 것은 전쟁발발로 인해 세계유가가 폭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세계경제는 대혼란에 빠질게 틀림없고그렇지 않아도 침체국면에 접어든 미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EC나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또한걸음 밀려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9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부시의 야망은 물거품으로 변할게 뻔한 일이다. 외교적 해결을 기대,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당분간 연기하는데도 많은 위험이 따른다. 유엔이 정한 철군시한을 넘기고도 이라크군은 계속 쿠웨이트에 머물러 있고 미국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후세인이 승자로 비쳐질 가능성이 큰데다 동맹국들에 미국에의 실망감을 줄 우려가 있다. 이라크에 조금은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태만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전쟁회피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외교적 해결 과정에서 미국의 참여가 미미해져 평화해결은 이룬다해도 결국은 후세인에 승리를 안겨주고 미국의 위신만 손상시키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 두가지의 선택방안외에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가 먼저 이스라엘에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미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쟁돌입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선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국들의 동요로 반이라크 동맹에 균열이 생길 우려도 우려지만 이스라엘이 전쟁에 개입될 경우 페르시아만 위기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라는 본래의 성격에서 벗어나 이스라엘과 아랍권 전체의 대결로 비화,중동전역을 휩쓰는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부시가 이같은 고민들을 해결할 어떤 묘안을 찾아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냉전이후 시대의 새 지도자로서 부시는 미국의 위신을 손상시키기보다는 보다 과감한 결단쪽에 더 많은 유혹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개전의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부시의 말은 공격개시일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추측하는데 중요한 시사가 될 수 있다. 부시가 공격시간을 늦추더라도 철군시한 이후 48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시점은 아무래도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후세인은 왜 버티나/초반공습 넘긴뒤 “승리” 선언하고 철수가능성도/“패배해도 영웅대접”… 아랍결속 노려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철군 압력에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유엔의 철군시한인 1월15일(한국시간 1월16일)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전선에 있었다. 후세인 대통령은 14∼15일 이틀동안 쿠웨이트에 배치된 이라크 군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철군시한 전날밤을 병사들과 함께 지내며 결전의 결의를 다졌다. 후세인은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때 패배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길을 회피하지 않았다. 쿠데타와 음모,라이벌 제거 등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여온 모험을 즐기는 인물로 알려진 후세인은 다시 위험한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많은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후세인은 결코 과대망상증 환자는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고도의 전략가이며 현실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쿠웨이트 철수를 거부한 후세인의 전략에는 아랍민족주의와 함께 압력에 대한 굴복을 대단한 수치로 여기는 아랍권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는 아랍민족주의를 이용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의 이스라엘 공격은 중동전쟁을 아랍과 시오니즘 및 비아랍권의 전쟁으로 그 성격을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후세인은 이스라엘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는 아랍국가들과 미국과의 동맹이 와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일원인 시리아는 이미 이스라엘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도 이라크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후세인은 전쟁에서는 패배하더라도 살아남는다면 아랍권의 영웅이 될 가능성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나세르나 사다트도 서방국가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내며 패배했지만 비아랍권의 적과 용감히 싸웠다는 사실로 아랍세계의 지도자로 존재했었다. 이라크는 전쟁초기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견딘 다음 육상전투에서 미군에게 어느정도 타격을 입힌후 스스로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세인은 또 이라크군의 부분 철수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군의 일부를 철수시킨후 분쟁중인 루메일라유전의 소유권과 와르바 및 부비얀섬의 할양을 주장하며 페르시아만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라크는 이때 소련과 프랑스의 중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군의 부분철수는 미국에게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미국은 비록 전면철수를 주장해 왔지만 이라크군이 부분철수를 할 경우에도 반전여론 때문에 이라크공격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이라크군을 철수시키지 않은채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포괄적 중동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평화회의 개최와 철군약속을 연계시킬지도 모른다. 그는 철군약속과 함께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과 경제봉쇄의 해제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후세인은 미국이 결코 이라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은 전쟁으로 인한 원유가 인상과 세계경제의 혼란 및 지상전투에서의 많은 미군 희생을 우려,공격명령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후세인은 그러나 전쟁이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되는 순간 전격적인 전면 철수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현실주의자인 후세인은 순교자가 되기보다는 생존을 선택,전면 철수의 결단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일부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후세인은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함으로써 자신의 강력한 군사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막강한 미군 및 다국적군과 대적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아랍세계의 영웅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후세인은 아랍세계의 패권자가 되려는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 페만사태로 파멸의 비극을 맞게 될지도 모를 운명에 처해있다. 고대 바빌론의 느부갓네살왕과 같은 영웅이 될지 아니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지 그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후세인이 「위험한 도박」에서 마지막 카드를 뽑을 때가 되었다.
  • 외언내언

    쿠웨이트,벌써 5개월 전에 이라크의 후세인이 삼켜버려 현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 석유부국이었던 이 자그마한 나라를 되찾아 줘야 한다며 미국이 앞장서고 소련 중국도 동조하여 유엔은 이라크제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략은 국제규범에 위반되는 제국주의적 수법이며 이를 용인할 경우 중동의 세력판도와 세계 석유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소지가 있기 때문. ◆미국은 유엔결의 시한을 근거로 오는 15일을 D데이로 잡고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양보란 있을 수 없다며 전의를 높여가고 있다. 온 세계는 지금 부시가 「개전 버튼」에 손을 댈 것인가의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이 나면 그 엄청난 피해와 그로인한 후유증으로 승자도 결코 그 결과에 만족하기는 어렵다는데 미국의 딜레마가 있고 후세인의 허장성세도 거기에 있다. ◆미국과 이라크 모두 드높은 전의와는 달리 가능한한 전쟁을 피하려 하나 그 명분과 실리를 적당히 풀어줄 묘안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후세인으로서는 이라크의 장래 이전에 자신의 명운이 걸려 있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모험을 감수할 여지가 많아 이성적인 사태 수습을 낙관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무릇 모든 문제는 위기의 절정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타결이 모색된 전례를 역사에서 보아왔고 이번 사태도 어떤 행태로든 전쟁만은 피할 수 있기를 우리는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석유전쟁」으로만 보이는 미ㆍ이라크사태에 우리는 국제신의와 국제사회규범에 따라 유엔의 결의를 존중하면서 적절한 역할을 해야하나 우리가 설 땅이 어디인지는 면밀히 살펴 대응책 마련에 조금이라도 미흡한 점은 없어야겠다. 부디 석유통이 쌓인 위에서 불장난은 없어야겠는데.
  • 고개 든 「세대교체론」… 미묘한 파장/여권 각계파 움직임과 입장

    ◎민정계 「8인그룹」이 “태풍의 눈”/“분열우려” 청와대제동에 주춤/당일각선 공감… 민주계선 강력 반발 그동안 잠복성 이슈로 내연하던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이 신년들어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고개를 들면서 여권내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종찬 이자헌 오유방 심명보 이치호 신상식 김현욱 김중위의원 등 이른바 민정계 「8인그룹」이 중심이 되어 국민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지자제선거 정국을 이용,정치풍토쇄신을 통한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민자당내 각 계파는 각기 이해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나타내면서 세대교체론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세대교체론은 궁극적으로 차기대권 구도와 불가분의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론 제기에 따른 국민여론 향배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세대교체를 여망하는 국민의 여론을 업고 이들 「8인그룹」이 가시적인 행동단계로 돌입할 경우 세대교체론은 신춘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종찬의원 등 「8인그룹」은 지난해 11월 민자당의 내각제 합의각서 파동이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중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치권의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자제선거 국면을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시험무대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들은 특히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근본원인을 과다한 「대권욕」에 사로잡힌 양김씨의 숙명적인 대결구도로 분석하고 양김이 주도하는 차기대권 구조를 변경시키는데 공격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자제 입후보자에 대한 지구당 공천과정에서부터 경선제도를 도입,민주적인 당운영 기류를 밑에서부터 확산시키면서 지자제선거 지원유세 등을 통해 여론조사결과 70%를 상회하는 국민들의 세대교체 열망을 조직화 한다는 세부계획도 마련. 이들은 또 지난해 12월25일 민정계의원 52명이 참석한 송년모임에서 가시화된 것처럼 「차기 대권을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민정계 의원들의 심정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김과의 본격적인 결전에 앞서 정치권내 세규합에 돌입. ○…이들의 세대교체론 제기 움직임에 대해 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을 비롯,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는 김대표측·김윤환 총무·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 등 정국운영의 「주류측」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노대통령은 5일 당수뇌부 및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당일각에서 세대교체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당이 다시 분열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의 「성급한」 모험주의에 제동. 노대통령은 또 『역사는 3김에게 다시 역할을 맡겼다. 자라나는 움을 자르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지만 동시에 역사가 3김에게 맡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나의 책임』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세대교체론자와 3김에 대해 양시론적인 입장임을 시사. 즉 노대통령은 3김 퇴진을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자들의 취지에 공감 못하는 바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무리하게 3김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목표도 달성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 당의 분열상만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대교체주장에 대한 김대표측의 반응은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이다. 김동영 정무1장관은 이날 기다렸다는듯이 『대가도 치르지 않은 사람이 무슨 세대교체냐』고 반문하면서 『민주화과정때 뭐 했느냐』며 세대교체론자들의 「자격론」까지 들고 나섰다. 김장관은 『또다시 계파간 분란이 일어나면 지자제선거에서 자멸한다』면서 세대교체론자들에게 지자제선거 결과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할 뜻을 비쳤다. 그런가하면 최형우의원 등은 차기대권 후보의 조기출현을 위한 임시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김대표가 차기대권 후보가 못될 바엔 조기에 매듭을 짓고 「새삶」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 민주계의원들이 이처럼 즉각적이고도 강력하게 반발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세대교체론이 본격적인 세를 얻기전에 조기에 분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김윤환총무,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 등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8인그룹」이 취하고 있는 방법이나 시기선정 등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다. 김총무는 특히 『양김이 동일 티켓으로 짜여진 이상 평민당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신진세대의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반김대표 세대교체론은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면서 더구나 지자제선거 국면을 통한 세대교체론의 제기는 접근방법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장관도 「8인그룹」의 추진력에 회의를 표시하면서 「탐색용」 정도로 그 의미를 평가절하 하고 있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이같은 기류,특히 노대통령의 인식을 감안할 때 「8인그룹」이 설정하고 있는 1월말 문제제기,9월 민정계 독자후보 옹립을 통한 대권경쟁의 돌입이라는 중장기계획은 초반부터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의 당내 세력화 작업도 금년말로 예상되는 당내 차기총선 공천권경쟁 앞에서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1월 김종필 최고위원이 제기했던 「물갈이론」처럼 이들의 세대교체 목소리도 일과성으로 그친 채 당분간 수면아래로 다시 침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이 당내 「탄압」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배경으로 지자제선거에서 행동화의 발걸음을 내디딜 경우 지자제선거의 풍향은 물론 향후대권 구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날 당지도부의 입장표명이후 이들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사그러든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설혹 지자제선거에서 이들이 세대교체론을 선거쟁점으로 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당초 구상했던 대로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 “「탈냉전의 드라마」 한반도서 대단원”

    ◎한·소·일 기자,「모스크바선언」 현지 긴급진단/한국,21세기 「평화의 축」으로 급부상/북한 개방만이 동북아 안정에 기여 □참석자 ▲콘스탄틴 델리바스 ▲이토 요시히데 ▲김영만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4일 「한소관계의 일반원칙에 관한 선언」(모스크바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고 새로운 한소 관계설정의 거보를 내디뎠다. 역사적인 모스크바선언을 계기로 한소 관계의 전망 및 동북아정세의 변화 등을 현지에서 취재중인 특파원들의 긴급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김=오늘 발표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의 「모스크바선언」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요한 「헌장」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냉전구조를 해소하는 최초의 구체적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과소평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공동선언의 의미와 그것이 가져다줄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델리바스=최근까지의 세계적 냉전구조 청산작업은 주로 유럽을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실질적으로 동북아에 있어서의 첨예한 대치상황은 탈냉전의 기류를 타고 그 분위기는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변화는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 발표된 선언은 냉전종식이 마침내 동북아에서도 이루어지기 시작한 구체적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소련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는 ▲중국과의 관계개선 ▲지역문제 해결의 두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특히 1990년도의 소련외교는 한국의 깃발 밑에서 이루어져왔고 그 결과가 노대통령의 방소,공동선언 채택으로 나타났다고 볼 것입니다. ▲이토=유럽에서 만들어진 안보협력회의의 모습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소 양국간의 공동선언은 일단은 두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전체가 공동선언의 정신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델리바스=한소관계는 아직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훌륭한 모범이 될 것으로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한국이 수교하고 북한과 일본이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아시아지역의 안정은 보다 확실히 담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한소관계는 북한에 미칠 영향을 언제나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궁극적 외교 목표는 통일에 있고 한소관계는 이 궁극적 외교목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공동선언과 노대통령의 방소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십니까. ▲이토=공동선언은 북한에 큰 자극을 줄 것입니다. 소련과 한국의 관계가 발전할수록 북한은 이 추세를 가로 막으려 노력할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북한도 긴장완화,평화추구의 전체적 흐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델리바스=소련에 있어서 한국과의 수교라는 선택은 북한으로 인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와 외교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세계의 공통된 견해는 한국의 통일에 대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소 수교와 노대통령의 방소는 북한의 부정적 반응에도불구하고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소 수교가 북한을 지나치게 고립시킨다는 우려는 수교 이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는 그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오히려 시작됐습니다. 양측이 수십년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토씨가 고립을 우려했지만 그 고립이 일본과의 접촉 시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화유지를 위해서 한반도와 전세계의 의존관계 구성은 필요합니다. ▲이토=단기적으로 북한은 이 선언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소련과의 관계 단절 등은 상상할 수는 없을 것 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이나 일본과의 접촉을 강화할 것이란 점도 분명하고 이미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련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고 동맹국에 대한 원조를 축소해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정치·경제 모두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 됩니다. ▲김=양국 대통령은 정치·경제·문화 모든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소련의 한국에 대한 큰 관심도 경제쪽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소련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토=소련의 시베리아지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 가깝고 자원이 풍부해 협력의 여지가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소련 경제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소련은 일본에 대해 무역대금의 결제를 미루고 있습니다. 특히 소련연방과 공화국간의 갈등으로 누구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조차 결정할 수 없을 만큼 소련경제에는 안정성이 없습니다. 소련과의 경제협력은 ①위기를 극복하도록 모험을 감수하고 도와주는 방법 ②상황의 발전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협력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일본 기업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습니다. ▲델리바스=저는 소련이 일본보다 한국과의 경제협력확대를 앞세우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먼저 오는 국가가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로 한소 양국의 협조를 위한 넓은길이 뚫렸습니다. 물론 모든 장애들이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만 모든 장애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를 이번 방소를 통해 열어 놓았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토=노대통령의 방소를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빠른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델리바스=우리나라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대단히 높고 훌륭합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는 1990년의 소련에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일본은 소련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방도서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표명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김=오랜시간 고맙습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는 한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는데 큰 이정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동구판 「보트피플」 사회문제화

    ◎개혁바람 이후 새 일자리 찾아 조국 등져/소 난민이 주류… 유럽국,대책마련 부심 동구 변혁과 함께 새로운 부를 찾아 조국을 떠나는 난민이 급증,유럽의 새로운 근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기아와 결핍으로부터의 탈출」로 불리는 이들 난민의 대이동은 인종분규,소수민족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유럽국들의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특히 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 등 중구의 난민수용국들은 국제사회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파리의 CSCE(유럽안보협력회의) 정상회담에서 이들 「난민」당사국 정상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별도 회담을 가질 만큼 난민문제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 중구국들의 경우 국내 민주화로 해외의 자국민들이 속속 귀향하는 등 자국민들의 대외이민은 줄어든 상태이나 인근 소련과 루마니아 등지로부터의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페레스트로이카와 루블화 태환결정 이후 소련으로부터 난민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며 과거 동·서 냉전체제하에서 동구 난민의 「휴식처」였던 오스트리아는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순찰을 강화하는 등 중구에 때아닌 이민장벽이 들어서고 있다. 불법입국한 루마니아인들을 강제추방할 방침을 세운 오스트리아 당국은 2천명의 국경순찰대를 6천명으로 증원,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입국비자를 얻어 들어온 1만1천5백명의 루마니아인들에 대해서 재심사를 진행중에 있다. 중동구국들을 「불안」속에 몰아 넣고 있는 소련인들의 대거 이동은 지난 2년간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88∼89년 2년간 기아를 면하기 위해 조국을 등진 소련인은 34만4천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45∼89년간 전 해외이주 인구인 81만6천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이다.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 추진이후 해외이주자에 대한 제한이 대폭 완화됨으로써 이같은 합법적 이민이 격증하고 있는데 체코,폴란드,헝가리,오스트리아 등은 기아를 면해 찾아온 소련인들을 「축출」할 수도 없어 딜레마에 싸여 있다. 국제적 인도주의자로 알려진 하벨 체코 대통령도 최근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네바의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에 「해결책」을요청했으며 인접 폴란드의 마조비에츠키 총리 등과 공동대책을 협의하기도 했다. 독일도 소련난민의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콜 총리는 CSCE 정상회담에서 유럽에 새로운 「빈부의 장벽」이 등장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는데 회담도중 대소 긴급 식량원조를 발표한 것도 간접적으로 소련인들의 독일 「쇄도」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콜 총리는 결국 서방이 소련을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련인들의 서방이동을 방지하는 것임을 역설했는데 독일정부 관계자들은 『배가 부르면 뭣때문에 미지의 장소로 모험을 떠나겠느냐』고 소련지원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EC 각료회의에서 이탈리아의 카를로 카틴 사회장관은 가까운 장래에 약 3백만명의 소련인들이 EC역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들 난민에 대한 긴급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 베트남의 「보트피플」을 방불케 하는 소련인들의 서방이동으로 유럽은 자유·개방화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 “대일 수교지원” 호소 행보/북한 연형묵 총리 왜 중국 가나

    ◎한중관계 급속진전에 초조감/유대강화로 경제난 극복 모색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북경을 공식 방문한다. 연의 이번 방중은 한중간 무역대표부 상호개설 및 제3차 남북한 총리회담의 시점이 얼마남지 않은데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교섭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북경 소식통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과 북한이 동북아정세에 관해 폭넓은 협의를 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책상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연의 방중 목적은 우선 북한과 중국의 유대를 전례없이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지적된다. 북경 아시안게임 이전 김일성과 중국 지도자들이 심양에서 비밀리에 만난 이후 평양과 북경 사이가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연은 이번 방문을 통해 상호간의 간극을 메우고 대 한국 및 일본정책에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 낼 것으로 보인다. 심양의 비밀회동에서는 김일성이 한중 관계개선문제와 관련,중국측에 많은 불평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특히 중국이 소련과 동구 각국의 전철을 좇아 한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으므로 연은 방중기간중 이 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중국 지도자들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확답을 얻어내려 애쓸 것 같다. 이와 함께 12월의 제3차 남북한 총리회담에서 병행타결될 것으로 보이는 「교류확대ㆍ불가침」조항에 관해 협의하고 소련의 대폭적인 원조삭감에 따른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들어 중국측의 계속적인 지원을 호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강경보수파들이 실권을 잡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 볼때 북한을 궁지로 몰아 넣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을 거부하는 북경정권의 입장에선 쿠바와 더불어 북한은 굳건히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동지일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진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경측은 대륙통일전략에 있어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한국과 수교할 경우 대만을 별개의 중국으로 간접적인 인정을 하게 되는결과가 되는데다 혈맹으로 자처하는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모험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중수교 현안에 관한한 평양측의 견해에 더욱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유엔단독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최근의 워싱턴발 외신보도도 남북한 통일논의에 뚜렷한 결실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의사를 거스르면서까지 한반도 정책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는 중국 지도자들의 조심스러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중국의 강택민 당총서기는 15일 북경을 방문중인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일행을 만나 『조선(북한)노동당과 정부가 주장하는 자주적 한반도 통일방안을 지지하는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강은 또 『최근의 한반도 북남의 총리들이 회담을 갖는 것과 평양이 일본정부와 관계개선 노력을 보이는 것은 동북아정세 완화와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강의 발언등으로 미뤄 볼때 정치사상면에선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한국과는 경제를 중심으로한 민간교류를 확대,실리를 극대화하려는 두개의 얼굴을 가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쉽게 변할 조짐은 아직 없는 것 같다.
  • 생필품난에 경제적 무정부상태 소련/고르비,정치ㆍ경제지도력 상실위기

    ◎육류ㆍ밀가루 등 식료품도 모자라/빈 상점… 쿠폰 있어도 “배고픈 겨울”/통화량등 통제 불능… 지도층 사임 요구 확산 소련의 겨울은 늘 춥고 지루하다. 유난히 긴 모스크바의 겨울이 올해는 소련인들의 체감온도를 더욱 낮출 것으로 보인다. 추위와 함께 배고픈 겨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상황으로 소련의 식료품 및 생활필수품 부족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소련정부 조사에 의하면 1천개 주요 품목중 9백96개 품목이 국영상점에서 공급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사하라사막이 공산주의국가에 있다면 사하라사막에도 모래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동구 속담의 교훈이 소련에서 실증되고 있다. 개혁주의자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은 물자부족으로 「배고픈 겨울」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겨울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필품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해야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달걀,우유,밀가루 및 다른 생필품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불안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설탕과 담배에 대해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모스크바시는 오는 12월1일부터 쿠폰제를 육류,버터,밀가루 등 주요 식료품까지 확대,실시키로 결정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쿠폰으로 한달에 육류 1.5㎏,버터 2백g,밀가루 5백g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쿠폰이 있다고 해서 상품구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자부족으로 쿠폰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가장 풍요로운 모스크바시의 배급제 실시는 소련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해 주고 있다. 소련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물자부족현상은 소련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의 농업은 올해 대풍을 기록했다. 그러나 곡류와 채소의 부족현상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농장의 기계 및 연료ㆍ부품부족과 타성에 빠진 농부들의 무관심으로 많은 양의 농산물이 밭에서 썩어가고 유통구조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통계에 의하면 소련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생산성 뿐만 아니라 소련의 경제지표중 어느하나도 긍정적인 것이 없다. 소련 국가통계위원회는 금년 상반기중 소련경제는 89년과 비교해 GNP는 1%,국민소득은 2%,수출은 9%가 감소했으며 1ㆍ4분기 노동생산성은 2.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인플레 상승률은 연 7%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올 인플레상승률은 수십%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련정부는 올 예산적자를 6백억루블(공식환율로 1천70억달러)로 계상하고 있다. 지난해 8백90억루블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 재무부 관리조차도 6백억루블 적자는 「희망사항」에 불과할뿐 실질적으로는 9백억루블(1천6백억달러)내지 1천3백억루블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련의 지난해 통화증가는 1백83억루블(3백27억달러)이었다. 그런데 올 9월까지의 통화증가는 9백30억루블로 급증했다. 통화정책이 통제불능 상태의 위기를 맞고 있다. 통화의 팽창은 루블화의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켰다. 많은 공장과 농장은 「쓸모없는」 루블화로 대금결제를 거부하고 바터무역을 고집하고 있다. 소련전문가인 하버드대의 골드만교수는 『소련은 원시경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의 산업체제는 지역에 따라 거대한 독점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소련경제는 지역간의 유기적 관계가 원활할 때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한 지역의 산업이 마비되면 그 파급효과는 다른 지역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러시아공화국의 고위 관리인 아나톨리 티야즈로프는 『소련의 각 지역간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파괴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으로 소련경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교수도 『소련은 경제적 혼돈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했다. 경제학자이며 소련 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인 알렉세이 이쥬모프는 소련은 「약속의 땅」 시장경제를 향해 대장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 도입은 페레스트로이카의 가장 모험적인 실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소련은 풍부한 자원과 교육을 많이 받은 젊은 세대들의개인기업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그 전망이 밝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경제의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은 많은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광범위한 사회보장과 평등주의에 길들여진 소련인들은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을 아직 예비하지 못하고 있고 지나친 관료주의와 법적 미비는 경제개혁수행을 저해하고 소련경제 회생의 필수 요건인 외국기업의 소련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소련에 진출한 많은 서방기업들은 소련이 「경제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연방정부와 러시아 및 다른 많은 공화국들은 자원통제권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다 공화국들의 정치 및 경제적 주권선언으로 누가 소련의 최종 결정권자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연방 최고회의(의회)는 16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의회에 출석,경제위기상황 및 옐친과의 권력투쟁으로 인한 권력마비 현상에 대한 현황과 대책 등을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더 나아가 고르바초프가 정치ㆍ경제적 위기종식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든지 사임하라고촉구했다. 소련의 심각한 경제상황은 절대적 지지를 받아오던 고르바초프의 지도력까지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고르바초프는 사치품에 대한 가격자유화 조치를 취했으나 러시아공은 이들의 시행을 거부했다. 골드만교수는 『고르바초프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성 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은 소련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지역감정 해소위해 노력”/이수인 보선 당선자(인터뷰)

    9일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평민당의 이수인 후보는 『이번 승리는 영광ㆍ함평 지역을 매개로 지역감정 타파를 열망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하오 11시쯤 당선이 굳어진 상황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광ㆍ함평 지역에서의 선거혁명은 국민 정치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거대한 견인차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승리의 원동력은 이 지역 주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이었다』고 말했다. ­당선을 미리부터 예상했는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치적 생명을 건 김대중 총재의 대모험이라는 생각에 초긴장상태로 지내왔다. 만약 잘못되면 이 나라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당선의 결정적인 이유가 호남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대중 총재와 평민당의 지원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학계에 있을 때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면서 호남지역의 높은 정치문화 수준을 확인했고 이점 정치학도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김 총재의 역량이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역감정 타파를 통해 군사문화를 청산하자는 호소가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확신한다. ­14대 총선에서의 거취는. ▲생각해 본 바 없다.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국민운동의 일원으로 행동할 뿐이다. 앞으로의 거취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 ­김 총재가 향후 대권도전의 전초전으로 이 후보를 공천했다고 공개연설에서 밝혔는데. ▲우리의 최종목표는 민주정권 수립에 있다. 이를 위한 디딤돌로 나를 이용했다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승복할 수 없다. 앞으로 선거가 닥치면 영남지역에 가서 호남지역의 높은 정치문화 수준을 예로 들어 설득하겠다. 지역감정 타파 없이 민주정권이 수립될 수 없고 민주정권 수립 없이 남북통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다.
  • “4색 각축전” 뜨거운 보선현장/함평ㆍ영광… “표밭갈이” 이모저모

    ◎야의 「벼락공천」 부당성 집중 공격 민자/「동서통합」 내세워 화합정치 호소 평민/추곡가ㆍUR 쟁점화… 농민표 공략 무소속 오는 9일 실시될 영광ㆍ함평 보선유세가 2일 함평농고 운동장에서 시작돼 본격적인 선거전이 불붙었다. 당초 지역적 특성상 평민당의 독주가 예상됐던 이번 선거는 평민당이 지역연고가 전혀 없는 「영남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여타 후보들의 맹추격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평민당의 총력전이 맞서 뜨거운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보선의 최대 쟁점은 역시 평민당이 경북 칠곡 출신의 이수인 영남대 교수를 공천한 데 따른 「지역감정」 문제. 평민당측은 이 후보 공천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극약처방」이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으나 여타 후보들이 『영광ㆍ함평 군민이 특정인의 대권욕을 위한 담보냐』라고 공세를 펴는 바람에 선택권을 쥔 유권자들도 곤혹스런 표정. 이날 상오 열린 첫 유세에서 민자당 조기상 후보는 『투표권도 없는 영남인사를 벼락공천해 당선시킨다고 해 지역감정이 해소되겠느냐』고 포문을 연 뒤 『진정한 지역감정 해소는 전라도 땅에서 평민당 아닌 의원도 몇 명 나오고 경상ㆍ충청 지역에서도 평민당 공천을 받은 지역후보가 당선돼야 가능하다』고 주장. 이어 등단한 평민당 이 후보는 『동서통합없이 민주통합 없고,민주통합 없이 남북통일 없다』며 자신의 출마배경을 설명한 뒤 『여러분이 한없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있다면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김 총재의 처방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 평민당 공천탈락 후 무소속으로 나온 김기수 후보는 『지난 23년간 그 어려운 때 김대중 총재와 더불어 살아왔는데 경상도에서 돈 많은 과부를 데려와 본처를 쫓아냈다』는 식으로 연설시간의 대부분을 평민당 공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데 할애하면서 『다시 평민당에 들어가 김 총재를 모실 수 있도록 밀어 달라』고 읍소. 재야 청년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등단한 함평 농민회장 출신의 노금노 후보는 『농민후보를 당선시켜야만 민자ㆍ평민 등 기존 정당들이 농민을 깔보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자ㆍ평민 양당이 짜고 80%에 달하는 이 지역 농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감정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민자ㆍ평민 양측을 싸잡아 비난. ○…지역연고가 전무한 이 후보를 공천하는 모험을 감행한 평민당측은 3일 하오 현지로 내려와 선거일 직전까지 지원유세를 벌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 대구서갑 보선에서 민자당이 동책까지 임명했던 전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속의원 대다수를 2∼4인씩 읍ㆍ면단위로 투입하는 등 총력전. 평민당은 박석무ㆍ유인학ㆍ신기하 의원 등이 지역에 직간접의 연고가 있는 의원들을 대동해 이 후보가 직접 얼굴알리기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매일 2∼3군데씩 사랑방 좌담회를 열어 ▲우루과이라운드와 관련한 농정실태 ▲민자당이 공약으로 내건 칠산개발의 허구성 ▲내각제를 둘러싼 민자당 내분 등을 호재삼아 표밭갈이. 평민당측은 지난 29일 선거사무원 등록시 김대중 총재가 3번,이용희 대책위원장이 4번,허경만 의원이 5번 등의 순으로 등록했는데 영남인사 공천에 따른 일부 유권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오는 7일 김 총재가 다시 한 번 옥외집회를 통한 바람몰이에 나설 계획. 평민당으로선 지방색 타파라는 대의로 이 후보를 공천했다고 하지만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선 평민당이 안고 있는 지역당적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 ○…민자당 조 후보측은 야당성향이 강한 지역적 특성과 최근의 민자당 내분으로 중앙당의 「눈에 띄는」 지원이 득표전략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종친회 ▲동문조직 ▲선친인 조영규 전 의원이 다져놓은 개인조직 등 저인망식 사조직을 풀가동,「조용한 선거」로 몰고가겠다는 태도. 조 후보측은 또 칠산 지구종합개발계획을 지역발전을 위한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등 나름대로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한편 평민당의 영남인사 공천에 따른 반사적 지지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 민자당측은 그러나 평민당측이 중앙당을 현지로 옮겨놓은 듯 거당적 선거지원에 나서자 광주ㆍ전남 출신 원외위원장들을 지난달 31일부터 1개 면과 협의회별로 현지에 파견하는 등 나름대로 총력대응체제. ○…무소속의 김기수 후보는 평민당의 영남인사 공천에 따른 현지의 반발심리를 최대한 활용해 이를 득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자신의 주지지 기반으로 설정한 ▲3만5천여 기독교 신도 ▲광산 김씨 2천5백가구 등을 대상으로 집중공략. 김 후보는 조직과 자금면에서 4후보 중 가장 열세임을 인정하면서도 2일 합동연설회에서 『나의 「중도사퇴설」은 평민당의 「언론조작」』이라며 끝까지 뛴다는 각오. 한편 「농민대표」를 자처하는 노 후보측은 이 지역 유권자의 80% 이상이 농민인 점에 착안,추곡수매가와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쟁점화해 농민표 모으기에 부심. 노 후보는 4후보 중 유일하게 함평 출신인 점을 감안해 취약지구인 영광에 측면지원세력인 민중당(가칭) 전농 등 재야조직을 집중투입. 특히 첫날 합동연설회에는 이우재ㆍ이재오씨 등 민중당 인사들이 대거 내려와 노 후보를 간접 지원.
  • 종교분쟁 계급충돌 혼미속의 인도 정국/힌두교사원 건립파문 확산

    ◎연정 흔들… 12월에 조기총선 가능성/“하층민 취업 확대” 새 고용책도 논란 인도정국은 성지를 둘러싼 힌두교와 이슬람교(회교)의 종교분쟁으로 혼미를 거듭,지난해 12월 출범한 비슈와나트 프라탑 싱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붕괴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 부흥주의 정당인 바라타야 자나타당(BJP 인도인민당)이 지난 23일 힌두교사원 건립을 위한 시위를 벌이던 랄 크리샨 아드바니 당총재가 체포된 것에 항의,싱총리가 이끄는 소수정당연합의 국민전선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현 정부의 퇴진과 함께 오는 12월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도를 휩쓸고 있는 종교간 충돌은 BJP가 중심이 된 힌두교도들이 현 이슬람교의 사원이 있는 북부 아요드야에 힌두교사원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으로 가열되고 있다. 싱총리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유혈충돌을 우려하여 힌두교사원 건립을 반대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10월들어 이미 양측의 충돌로 1백여명이 사망하는 등 지난 1년동안 1천여명이 종교분쟁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BJP가 자당총재의 체포와 관련,24일 파업을 촉구함에 따라 인도주민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으며 힌두ㆍ이슬람교도의 충돌로 이날에만 1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8억8천만 인구중 12%를 차지,숫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은 아요드야지역에 힌두교사원이 건립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의 파급효과등을 고려하여 힌두교사원의 건립을 극력 반대하고 있으나 특히 BJP의 본거지인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힌두교도들이 오는 30일 사원건립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혀 긴장이 고조돼 온 것이다. 인도에서 종교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며 지난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뒤 이슬람교가 우세한 지역이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한 「전력」이 있다. 이밖에도 인도정부는 최근 하층민에 대한 공직비율 조정으로 진통을 겪어 왔다. 싱총리는 지난 8월7일 52%를 차지하는 하층민에 할당된 공직비율을 현 22.5%에서 49.5%로 늘리는 「모험적인」 새로운 고용정책을 발표,「있는 자」의 비난을 받아왔다. 인도는 3천여년전부터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신분을 구분하여 출세 및 생활을 차별하는 카스트(계급)제도를 실시해 왔으며 인도공화국이 수립된 후 헌법상으로는 이 제도가 공식 폐지됐으나 아직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싱총리의 새로운 고용안에 하층민 및 좌파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특혜를 누리고 있는 세력들은 이를 반대,계급(신분)간의 충돌로 1백여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극좌공산당에서 극우BJP를 포함하는 이념 및 색깔이 다른 상태에서 라지브간디에 반대,40년의 네루왕조를 종식시킨다는 이유로 출범한 현 정부는 약체로 평가를 받아왔으며 따라서 오는 11월7일 실시될 신임투표에서 싱총리가 제1당인 국민회의당 및 BJP의 반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임투표결과에 관계없이 실시될 조기총선에서는 신분 및 종교문제가 핫 이슈로 부각되어 인도의 분열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어떤 당이 집권하든 인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고질적인 2대병폐인 종교와 신분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 3자협상 파경속 제2의움직임 추적/“야권통합 끝내 물건너 가는가”

    ◎“평민중심”ㆍ“세대교체” 접점 못찾아/통추회의 분열… 결렬책임 싸고 공방전/불씨 살리기 「제2통합」에 실낱의 기대 평민ㆍ민주당과 재야의 통추회의 등 야권 3자통합협상은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 중심 통합론과 민주당의 세대교체론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해 사실상 무산됐다. 이같은 기존의 통합논의가 물건너 간 시점인 24일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가 민주당과 통추회의내 민주연합파 및 평민당 일부까지 망라하는 「제2의 야권통합」 구상을 시사하긴 했지만 그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지난 6월말 통합의 중재자로 자임하고 1천7백여 야권통합을 위한 재야 서명인사들이 결성한 통추회의도 25일 김관석 목사가 상임공동대표직을 사임한 데 이어 26일 대표자ㆍ실행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통합결렬」을 선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론 통합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평민ㆍ민주 양당 통합파의원들의 「물밑접촉」에 실낱같은 통합성사 희망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통합파의 중재노력은 평민당의 조기등원에 일정기간 동안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정도에 불과해 민주당의 「희망사항」이랄 수 있는 「제2의 통합」방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통추회의의 김 상임대표가 지난 17일 평민ㆍ민주 양당에 보낸 「비공개」 사신형식의 통합중재안이 공개되면서부터 통합결렬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안은 8월24일자 통추회의 중재안에 양당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3인공동대표제의 존속 시한과 관련,▲창당전당대회에서 3인공동대표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경선으로 대표를 선임하고 ▲6∼7인의 최고위원제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 평민당이 이를 공개 수용한 반면 민주당은 통추회의안이 아닌 김 목사의 사견에 불과하다고 외면함으로써 4개월 동안 끌어온 3자통합협상은 「파경」을 맞았다. 김 목사의 이 제안은 이에 그치지 않고 평민ㆍ민주 양당간의 통합결렬 책임을 둘러싼 입씨름을 야기하는 한편,통추회의내 김 목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개신교측과 이부영 씨 등 민주연합파측 간의 내분을 심화시켜 통합중재포기선언 및 통추회의 해체를 촉진하는 역기능을 초래한 느낌이다. 즉 이 안을 평민당측 언론을 통해 공개한 후 이부영ㆍ제정구ㆍ여익구ㆍ유인태 씨 등 민주연합파측이 『김 상임대표의 서신이 평민당에는 등원명분을 제공하는 대신 민주당에만 통합결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함으로써 김 상임대표가 대표직에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실상 통추회의의 역할이 한계를 드러내게 됐던 것. 이 총재의 「제2의 통합」 구상은 이같은 기존 3자간 통합협상이 완전히 벽에 부딪히고 민자ㆍ평민 양당이 지자제협상울 중심으로 등원 분위기를 잡아가자 등원 전에 통합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힌 평민ㆍ민주 양당 통합파 의원들의 물밑접촉이 활발한 시점에서 터져나왔다는 데 일단은 눈길을 끝다. 민주당 중심의 「부분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민주당측이 이 총재가 잠정적으로 「백의종군」하는 대신 평민당 J 의원이 통합신당의 대표를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여서 적어도 민주당측에선 적극적으로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 총재는 3자간 통합이 안되고 평민당이 등원하는 시점에 총재직을 사임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서울에 지역구를 둔 조윤형ㆍ정대철ㆍ노승환ㆍ김종완ㆍ이상수ㆍ이해찬 의원 등 평민당 통합파 의원들이 응집력이 강한 평민당 지지표를 의식,차기 총선에서 큰 「모험」을 뜻하는 「이탈」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제2야권통합 시사는 평민ㆍ민주 양당간에 통합결렬 책임을 둘러싼 공방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평민당측이 김 목사의 서신반으로 통합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넘기자 이 총재가 「제2의 통합론」을 흘려 통합결렬 책임을 평민당 쪽으로 되넘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평민당측이 25일 이 총재의 「제2통합」을 평민당 이간책이라며 발끈하자 이 총재는 『완저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서 우리 당 나름대로 희망을 제시한 것』이라며 한 발짝 후퇴해 버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25일 조윤형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노승환ㆍ손주항정대철 의원 등 평민당 원내외 서명파 15명이 민주당의 기본입장인 「선 이견조정 후 통합」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새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평민당 지도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이 안은 기본적으로 전당대회 이후에도 재야측이 상임대표를 맡도록 돼 있어 내각제 등 권력구조개편과 맞물려 있을지도 모르는 대여 전면전 상황에서 직접 「담판」 또는 「진두지휘」를 바라는 김대중 총재의 의중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14대 총선 이전에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지도체제를 바꿀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대해선 민주당의 통합소극론자들이 김대중 총재의 재부상을 우려해 반대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장기적으로 야권통합 논의는 내각제 추진 움직임 등과 맞물려 되살아 날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평민ㆍ민주 양당이 제 갈길을 가는 가운데 재야,특히 통추회의 측은 김 상임대표를 비롯한 친평민당 세력과 친민주당 성향인 민주연합파측이 「세포분열」을 일으킬 전망이다.
  • “북한개방에 한ㆍ미ㆍ소 3각축 활용”/「한반도와 통일」심포지엄중계

    ◎“4차 총리회담 중단구실 사전 봉쇄를 상호체제 인정속 교류방안 강구해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2일 하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의 한반도 주변정세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및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의 남북한 관계 전망 등 2가지 주제를 놓고 「한반도주변의 관계변화와 통일전망」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가졌다. ◇기조발언(이홍구 대통령정치특별보좌역)=6공화국은 세계사적 전환기에 대처하기 위해 민주ㆍ민족ㆍ아태 공동체구축 등 3대 공동체 건설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우리는 소련ㆍ중국ㆍ일본 등 이웃나라들과 관계정상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주변 강대국중 어느 한 나라가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세력균형유지에 필요한 능동적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또한 한미간 동맹관계유지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북한을 개방화로 유도,남북 관계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정면에서는 우리나라가,측면에서는 우리 우방이,후면에서는 소련 등 사회주의국가들이 3면에서 압력을 가하는 정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총리회담 등으로 우리는 현재 통일을 향한 5%의 진전을 한 시점에 있다. 앞으로 95%의 먼 길을 차근히 걸어나가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의 남북한관계(정용석 단국대교수)=고위급회담은 2차 평양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3차 서울회담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이 3차 회담까지 끌고 가리라는 예측은 북측의 필요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의 유엔 단독가입 저지를 위해 고위급회담을 12월 중순까지 지속시켜야 할 절박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북한측이 우리의 유엔가입을 저지하려는 실질적인 동기는 한국의 국가적 존재가 국제법적으로 인정된다는데 대한 우려와 북한의 국제적고립에 있다. 북한은 한중 관계개선 저지 및 대일 관계개선을 위해 3차 서울회담에 응해나올 것이며 방북 구속자문제를 계속 제기,국내 갈등을 부추기려 들 것이다. 3차 서울회담이 끝나면 북한측은 팀스피리트훈련을 내세워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4차 평양회담은 1월말이나 2월초 쯤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때는 바로팀스피리트 훈련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측의 회담 중단구실을 사전 봉쇄하고 지속적 발전을 위해 4차 평양회담을 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나는 4월말 내지 5월초로 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북한으로서는 우리의 요구대로 그들 사회를 개방시킬 수는 없다. 북한은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남한은 북한체제의 개방을 유도하는 등 서로 절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남한은 남북 관계개선의 최종목표를 북한사회의 개방과 민주화에 두어야 하며 체제적 안정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교류ㆍ협력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한소 수교 및 한중 관계개선과 일­북한 관계변화가 통일에 미치는 영향(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교수)=한소 수교,한중 무역대표부 교환설치 합의,일­북한 관계개선 등 최근 한반도 주변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통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ㆍ소가 대한 관계를 개선한 것은 일방적인 대북 지지에서 객관적인 정책추구와 북한에 대한 개방정책 권고 및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갖게 한다. 특히 소련은 한국과의 수교로 인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인정,2개의 한국정책을 추구하면서 남북 유엔 동시가입 및 교차승인을 받아 들이고 있다. 한중 관계개선도 북한이 한반도 분단현실을 인정하고 남북 평화공존노선을 받아들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북한 관계개선은 북한에게 핵안전협정 가입을 촉구하는 등으로 북한의 침략성 및 모험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 또 남북 대화에 북한을 끌어 들였던 우리의 대북 경제적 이용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며 남북한 관계를 더욱 고착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또 한반도의 통일은 강대국에 의한 주변환경의 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북한 당사자들이 대화와 교류로 해결되어야 할 당면과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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