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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 컵/ 한국, 美에 1-2석패

    [패서디나(미 캘리포니아주) 박해옥특파원] 한국 축구가월드컵 본선 같은 조의 미국에게 한달여만에 설욕을 당했다. 한국은 20일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B조예선 첫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내준 결승골로 홈팀 미국에 1-2로 졌다.이로써 한국은 남은쿠바전(24일)에서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있게 됐다.미국과의 역대전적은 5승2무2패. 월드컵 라이벌이라는 점과 지난해 12월9일 서귀포 대결 이후의 리턴매치로서 관심을 모은 이 경기에서 미국은 한결다져진 모습을 보인 반면 한국은 무기력증으로 일관해 우려를 자아냈다. 한국은 최근 들어 정착시킨 3백수비가 대각선 패스 한방에무너졌고 조직력과 다원적 공격루트 개발, 골결정력에서도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 우선 최용수 차두리를 투톱,이천수를 게임메이커로 내세운역삼각 공격대형이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용수 차두리는 스스로 골찬스를 만들거나 살리지 못했고이천수 역시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선 탓인지 활동폭이 제한적이었다. 좌우 미드필드를 맡은 이을용과 박지성도 측면돌파에서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게다가 한국은 차두리를 처음 A매치에 선발출장시키고 현영민을 교체투입하는 등 모험을감행했으나 새로운 재목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그나마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번갈아 맡은 송종국이 활발한몸놀림으로 골까지 뽑아 구장을 찾은 교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한국은 전반 6분 최용수가 얻은 페널티킥을 유상철이 무위로 날린 뒤 미드필드에서 한때 우위를 보였으나 34분 롱패스 한번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선제골을 내줬다.전반 34분랜던 도노번이 우리의 1자 수비라인을 번개처럼 뚫고 나가이운재의 키를 살짝 넘기는 슛으로 선취골을 올린 것. 한국은 4분 뒤 미드필드 중앙을 어슬렁거리던 송종국이 기습적인 30m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다.그러나 후반 11분 최진철이 도노번의 노마크 찬스를막으려다 반칙으로 퇴장당한 이후 조직력이 급격히 무너졌고 인저리타임에 다마르커스 비즐리에게 또 다시 대각선 패스에 의한 결승골을 내줬다. 미국은 이번에 골키퍼 케이시 켈러(토튼햄),수비수 프랭키헤이주크(바이에르 레버쿠젠), 미드필더 에디 루이스(풀햄)등 유럽파 3명을 새로 보강한 탓인지 지난해 방한 당시보다한층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다. 앞서 열린 A조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엘살바도르를 1-0으로이겼고 전날 경기에서는 C조의 코스타리카와 D조의 캐나다가 각각 마르티니크(프랑스령)와 아이티에 2-0 승리를 거뒀다. hop@ ■한·미, 양팀 감독 경기평.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 막판 집중력 저하가 패인이다.전반에는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보였는데 후반에 최진철이 퇴장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몇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것이 아쉽다. 그러나 플레이 자체에는 만족한다.전체적으로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했고 수비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선수들이 긴 휴가를 가진 뒤라서 아직 몸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동안 문제를분석해 대응해나가겠다.24일 쿠바전의 수비 시스템은 쿠바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브루스 아레나미국 감독] 한국이 터프한 플레이를 펼쳐매우 힘든 경기였다.비기는 것이 합당한 결과라 생각했는데이겨서 다행이다. 그러나 오늘 결과에 큰 의미를 둘 수는없다.중요한 것은 6월 월드컵이다.월드컵에서 미국이 한국을 이길 것으로 믿는다.그게 중요하다.우리 팀에서는 도노번이 최진철의 퇴장도 이끌었고 골도 넣는 등 큰 활약을 펼쳤다.한골 씩을 넣은 도노번과 비즐리는 모두 어린 선수들이다.한국에서는 센터백(유상철)과 7번(송종국) 9번(최용수)이 인상적이었다.
  • [신경영 트렌드] (4)도전과 응전 제일제당

    “설탕이나 파는 식의 마인드를 갖고선 결코 살아남을 수없습니다.” 1997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이재현(李在賢·42) 부회장(당시 부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던진 일성(一聲)이다.사실 제일제당 직원들은 삼성에서 떨어져 나올 때만 해도 불안했다.삼성이란 든든한 둥지를 떠나 독자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했다.그러나 그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제일제당은 남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신규부문을 대상으로 발빠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식품회사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대변신했다.지난해 매출액은 5조5000억원으로독립 당시 1조3000억여원의 4배를 웃돌았다.순이익도 200억원에서 13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외환위기 이전 24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은 130%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인 P&P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일제당은 ‘좋은 이미지 기업 베스트 5’에 뽑혔다.또 홍콩 경제전문지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3년 연속 제일제당을 한국의 10대 선도기업에 선정했다.월스트리트 저널은지난해한국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 회사를 아시아 20대유망기업으로 꼽았다. 제일제당 직원들은 회사 성장의 원동력을 파격적인 기업문화에서 찾는다.이 회사는 분가(分家)와 동시에 끊임없이 변신과 파격을 추구했다.1953년 창업 이래 굳어진 권위와 보수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1999년 제일제당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직원 복장을 자율화했다.창의적인 발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직장인의 상징인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추방했다.임직원의 호칭도 파괴했다.직위에 따른 존대어 대신 ‘○○○님’으로 바꿨다. 이 부회장도 ‘이재현님’일 뿐이다.사내 전화번호에도 직위를 없앴다.한글 자모순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만 쓴다.수직적·계급적 관계를 수평적·동반자적 관계로 바꾼 셈이다. 근무시간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다.1시간 늦게 나오면 1시간 늦게 퇴근하는 식이다.신입사원 채용때는 지원자가 청바지차림으로 편리한 시간에 면접을 볼 수 있도록했다.신입사원 선발시 나이제한도 없앴다.또 출장이나 행사때 의전을 최소화했다.일부 임직원들은 이런 기업문화를 마뜩치 않게 여겼다.그러자 이 부회장은 “벤처문화를 도입하는 것이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엄청난 생산성을 유발할 것”이라고 다독거렸다. 제일제당이 분가 이후에 진출한 신규 사업은 대부분 모험의 연속이었다.남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갔다.1995년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제프리 카젠버그가 설립한 할리우드 벤처영화사 ‘드림웍스’의 2대 주주로참여할 때 회사 안팎에서 ‘무모한 도박’이란 지적이 쏟아졌다.투자금액이 무려 3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식품회사가 영화사업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로 비쳤다.그러나 제일제당은 계열사 ‘CJ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드림웍스사 작품의 아시아 배급권을 따냈다.또 영상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단숨에 국내 영화업계 1위자리에 올랐다.지난해에는 홈쇼핑업체인 삼구쇼핑까지 인수했다.식품사업부가 1997년 선보인 야외용 즉석밥 ‘햇반’도 벤처정신의 산물이다.이 제품은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밥까지 사먹어야 되느냐.’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건승기자 ksp@ ■제일제당을 움직이는 두뇌들. 제일제당은 이병철(李秉喆) 삼성 창업자의 장손이자 오너인 이재현(李在賢·42)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손경식(孫京植·63) 회장이 이끈다.오너의 패기와 전문경영인의 경륜이 조화를 잘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李孟熙 고문)이 조기에 퇴진하는 바람에 삼성가(家)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일선에 나섰다. 경복고와 고려대 법대(80학번)를 나와 씨티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1985년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삼성전자 이사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93년 상무,97년부사장,98년 부회장에 올랐다.개혁성향이 강하며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사내 전산망에 ‘이재현님 대화방’이란 공개코너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평사원들과 곧잘 책상에 걸터 앉아 대화한다. 이 부회장의 외삼촌인 손 회장은 외형보다 내실을 강조한다.삼성전자와 삼성화재를 거쳐 1993년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98년 회장에 취임했다.매출보다 수익을 중시하는경영으로 제일제당이 큰 위기를 겪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이 부회장과 외삼촌-조카라는 특수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중대사안을 놓고 허심탄허하게 의견을 나눈다. 김주형(金周亨·55) 제일제당 사장은 1972년 삼성 공채로 제일제당에 들어온 뒤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친화력과 기획·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국내에서 손꼽히는 곡물구매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조영철(趙泳徹·56) CJ삼구쇼핑 사장과 김상후(金相厚·54) CJ푸드시스템 대표이사 부사장,이강복(李康馥·50)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부사장도 이 회사의 핵심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박건승기자 ksp@
  • [데스크 시각] ‘기형 벤처’ 키운 온실정책

    정국을 송두리째 뒤흔들어온 이른바 ‘게이트’마다 어김없이 벤처사업가들의 이름이 접두어로 붙는다.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모두 그렇다.부인을 죽인 뒤 간첩으로 몰아붙인 윤태식씨가 어엿한 벤처기업가로 나서 청와대고위관계자에게까지 접근한 일은 가장 엽기적인 사례일 뿐이다. 이 게이트들의 공통점은 힘있는 ‘기관’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거나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가 특혜를 알선하거나 주가조작 등을 일삼아온 것이다. 이들에겐 기술력이나 콘텐츠 확보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은애초부터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힘센’ 인사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로비는 필수였던 모양이다.부정을막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 역할을 했어야 마땅할동료 언론인 몇명도 윤태식 게이트에 얽혀 쇠고랑을 찬 마당임에랴. 굳이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의 주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자신의 선택(혁신)의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무한책임(퇴출)을 져야 한다.그러나 게이트의 주역들에게서 그러한 기업가 정신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이들은 산업화 시기의 일부 대기업들처럼 지식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특혜와 편법에 의존하는 생존 방식에만 매달려 있었을 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세태에 얼마전 우리 사회의 몇 안되는 원로 중 한분인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개탄했다.지난 8일 감사원직원 대상 강연에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은 이유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구구절절이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기업가 모두가 청렴성으로 무장한 선비로,그것도 단박에 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결국은정부 정책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그렇다면 각종 게이트의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데 착안해야 한다.옥석을구분하지 못한 채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이 과정에서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정상궤도를 벗어나 로비를 벌이도록 결과적으로 조장한 저변에 정부의 실책이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인 벤처(venture)는 이름 그대로 모험이나 모험적 사업을 가리킨다.영어권 속담에 ‘Nothing venture, nothinghave’라는 게 있다.한마디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으로,‘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는 뜻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벤처 인큐베이팅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한다.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간접지원만 할 뿐이라는 점에 비춰봐도 그렇다.캘리포니아 주정부도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우리처럼 세제나 재정지원과 같은 직접적 지원은거의 없고,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는 등 간접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벤처 자금을 끌어대고 부도를 막아주는 일이 벤처육성정책인 양 오인되는 토양에서 정치권의 음습한 로비나연고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정부가 할 일은 직접적 자금지원보다는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그쳐야옳을 듯싶다. [구본영 정치팀 차장 kby7@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⑶최라영

    6. 산홋빛 애벌레의 날아오르기.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은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구속을 딛고서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의 인간적 모럴에 대한 옹호로 나타난다. ■대심문관 언젠가 당신은당신 어머니를 저만치 손가락질하며이 여자여!하고 부르지 않았소?그러나마리아,그녀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위하여아직도 처녀로 있소.장소를 가리지 않고누구 앞에서나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이승에는이승의 저울이 있소.”(‘대심문관’ 부분). ‘대심문관’의 원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중에 나타나는 이반의 소설 ‘대심문관’이다.그것은 16세기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그리스도의 재림을 다루고 있다.대심문관은 감옥에 있는 예수를 찾아온다.그는 예수의 사업을 정정하려는 자신의 시도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하지만 예수는 침묵을 지킨다.그는 그리스도가 인간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비난한다.인간에게 부여한 선악 선택의 자유는 인간으로서는 무거운 것이어서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한다.선택된몇몇의 인간만이 지상의 빵이 아닌 그리스도가 약속한 하늘나라의 영혼을 위해 그리스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심문관은 힘이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에 항의한다.그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으며 그의 목적은 천상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신의 왕국을 이루는 것이다. 위 구절은 대심문관이 예수를 찾아온 날 밤,예수가 전부인어머니,‘마리아’를 ‘이 여자여’라고 부르지 말라고 이승의 규범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다.이때 이승의 규범이란 인간적인 기준 내지는 모럴이다.김춘수 시인은 ‘대심문관’에 관한 언급에서 ‘예수’와 대립적인 입장이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내가 보기에는 그(대심문관)는 극적 인물이다.예수와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그는 예수와 아이러니컬한 입장에 선다.말하자면 예수와 그는 겉으로는 대립적인 입장이다.그럴수록 어느 쪽도 어느 쪽을 무시 못한다.’(8) 김춘수의 ‘대심문관’은 원전의 흐름상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시킨다.작중 ‘대심문관’은 지상적 존재로서 매우 인간적인 시각으로 예수를 해석하고 있다.예수가 인간처럼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는 장면이라든지 이 장면에서그것이 단적으로 나타난다.김춘수 시인의 ‘예수’를 중심으로 한 시편에서도 ‘민중이 겪는 모든 아픔을 물리칠 수 없는 人間的인 예수의 모습이고 庶民과 함께 살아간 예수의 모습’(9)을 드러내고 있다.대심문관이 인간의 현실적 고통 문제에 있어서 대변격이라면 예수는 정신적인 구원과 관련을맺는다.그리하여 시인은 대심문관에게 예수와 거의 동등한이해의 폭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 지상의 빵이 필요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선악 선택의순간을 부여하고 천상의 영혼을 위하여만 살라고 하는 것은그들에게 너무나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리하여 인간 세상에서 통용될 수밖에 없는 현세적 가치로서의 ‘이승의 저울’을 강조하는 것이다. ■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그건당신이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당신의마지막 소리였소. 내 울대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끝내 왜 한마디도 말이 없으시오?대심문관은 감방으로 다가가더니 감방 문을 한 번 주먹으로내리친다. 대심문관 그럴 수 있다면맘대로 하시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시오. 대심문관은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무대 밖으로 걸어나 간다. 그날 밤 사동은 꿈에서 본다.어인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사동의 이 부분은 슬라이드로 보여주면 되리라.” (‘대심문관’ 끝부분)‘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는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뜻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임종하기 직전에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씀이다.그런데 대심문관은 자기에게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대심문관이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 후 사동이 꿈에서‘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산홋빛’이란 이 시집의 ‘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에서 스타브로긴이 쓴 편지글 형식의 시편에서도 나타나는 표현이다.거기에서는 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에게 행한 자신의 파렴치함을 뜻할 때 쓰인 것으로 ‘산홋빛 발톱’이란 표현으로 되어 있다.김춘수의 ‘눈’의 의미가 천사의 신성적 영역의 의미로 주로 쓰이는 것처럼 ‘산홋빛’이란 스타브로긴적인 즉 신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지니고 있는 존재와 관련지어사용되고 있다.따라서 ‘산홋빛 나는 애벌레’란 이 시의 맥락에서 볼 때 예수와 대비된 ‘대심문관’의 상징적 표현물일 듯하다. 그렇다면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이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편에서 보여지는 시인의 내적 지향과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의 시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즉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악령’ 등의 작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을 보인다.이반,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 등은 가치가 전도된 혼란스런 세상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보여 주는 인간상이다.이들의 관점에서 신이란 대다수 민중의 현실적 고통과 너무도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대상으로만 보인다.이들은 대체로 神性과 욕망어린 존재와의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지만 도덕적 고결성을 끝내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이다.거기에는 인간적인 선악 갈등과 신성을 갈망하는 인간,그러면서도 지상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들의모습이 표현되어 있다.그 과정을 통해서 선의 의지를 구현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그 과정 자체에 김춘수 시인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나름의 논리를 따라가고자 하였다고 할 수있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인물들 간 심리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다양하게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죄와 벌’의 시적 변용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하여 부패한 인간의 세상을 청산하겠다는 순수한 한 젊은 청년 라스코리니코프의 내면을 보여준다.또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지니고 있다가 본의 아닌 의도로 인한 결과에 고뇌하는 ‘죄와 벌’의 이반 내면을 보여주기도한다.이 연장선 상에서고뇌 끝에 미쳐버린 이반이나 마침내 자수하고 참회한 라스코리니코프와는 달리,끝까지 人神 사상을 고수할 뿐 아니라위악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결국 비장한 최후를 맞게된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모습을 드러낸다.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이러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어린 세상의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려는 바탕 위에서 예수에게 거의 독백이다시피한 말을 건넨다.대심문관은 인간적인 이들의 고뇌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대심문관의 형상이 ‘산홋빛 애벌레가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처럼인간적인 善을 구현하고자 한 것으로서 결국 神이 지니는 사랑의 영역과 합치되는 것이다.‘대심문관’에서 이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사랑이오직 사랑이 있었을 뿐인데,(‘대심문관' 부분). 7. 잡히지 않는 '의자'. ‘꽃’,‘처용’,‘도스토예프스키’ 등에서 나타난 끝없는실험의 여정 가운데 존재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추구의 방식은 김춘수 시인에게 언제나 새롭게 도전적으로 나타난다.언어를 색처럼 써서 하나의 시로 쓴 그림을 그리려 했던 그의시도나 의미를 배제하려 했던 노력,그리고 처용이나 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처럼 비극성을 띤 뛰어난 인물들의심리를 내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실험의 궁극적 지향은 절대적인 것의추구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언어로서만 시의 느낌을 자아내려 했던 그의 의도,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진실 혹은 예술을 향한 무한한 욕망 등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절대,혹은 무한의 추구에서 비롯한 것이다.그의 시는 흔히 의미를 추구한 시편과 이후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누어진다.그러나 대상을 천착하는 이러한 태도 혹은 의식의 깊이에서는 내밀한 연속성을 포착할 수 있다.무의미 시론이란 인간적 고통을 넘어서는 절대,무한 혹은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그의 의식의 일종의심화 과정인 것이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실험의 과정은 그래서 최근 시집인 ‘의자와 계단’,‘거울 속의 천사’에서는 약간은 편안한 자세를 가누고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다.시집 ‘들림,도스토예프스키’를 낸 이후 좀 편안한 자세를 가누기로 했다(‘그 동안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그때그때 쓰고 싶은 대로 쓰기로 했다’).그러나 무한과 절대의 메타포는 최근의 그의 시집들에서도 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렇다면 그(의자)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무엇을 표상하는 기호가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안식 그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그러니까 그 자리(의자)는 늘 비어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비어 있다. 다양한 언어의 시적 실험 과정을 거친 노시인의 지친 표정을 비치고 있다.시인의 의자는 시집 전편을 통하여 다층적인의미를 내포시킨다.시인의 안주하고 싶은 안식처,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나 세계,시의 이상 혹은 현실과 죽음을 넘어선 무한 등이 그것이다.이들은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그 무엇에 관한 것이다.‘의자를 위한 바리에떼’의 긴 시편에서예수의 최후와 관련한 부분이 많이 차지하는 것은 죽음을 넘어선 세계 혹은 기독교적 피안,혹은 안식의 추구등의 의미항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앉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의자’의 메타포는 과거 그가 ‘꽃’의 시기에서 보여 주었던 대상과 존재에 대한 접근 방식과 유사함을 드러낸다.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존재의 본질적 세계에 대한 추구이다.그러한 추구의 과정,이름 부르기의 안타까운 몸짓은 이제 보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한 아이가 가고 있다. 길이 삐딱하다. 모과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모과는 물론 모과빛이다. 가을이라 그럴까,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득하다.13층에서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다. (‘계단을 위한 바리에떼’의 끝부분 전문). 이 시는 최근 시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길이 삐딱하다’는 것은 이 시 제목과 관련지어 볼 때 ‘계단’이 표상하는 것의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시인은‘모과 떨어지는 것’을 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잡히지 않는 실재처럼 나타난다.‘의자’의내포 의미를 어느 정도 ‘모과’가 지닌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의자로 표상된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길이 사라지고 마는 김춘수 시인 자신으로서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계단’이란 ‘엽총을 꼬느며 누가 나를 쫓는다’는 의식처럼 숙명적인 시인으로서의 강박 관념의 변형으로도 드러난다.‘의자’로 표상된 세계,그가 ‘꽃’에서 추구했던 본질 추구는 시의 혹은 인생의 유토피아적 세계를 추구하는 의식과 그 과정으로서의 여정의 메타포로서 ‘의자와 계단’으로 나타나는것이다.그는 ‘의자’가 이 세상에는 없는 ‘안식’이란 것을 알고 있다(‘나는 지금 의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그것을 추구하는 ‘계단’도 제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다시또 내려와야 한다.계단을 통해 찾아가고자 하는 ‘의자’는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無限과도 같다.그 무한은 시인에게서는 진정한 시의 세계이다.그러한 그의 노력의 계단은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그것은 무의식과 의식을 아울렀다는그의 무의미 시편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난다.그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시화하게 된 동기도 ‘계단’으로 표상된 시인으로서의 숙명적 강박관념과 실험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그리고‘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의자’로 표상된 ‘절대,무한’의 추구를 보여 주고 있다.그 절대의추구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서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한 고통스런 삶의 비극적 여정에 닮아 있는 인물들이 그가 과거 천착했던 ‘처용’,‘이중섭’ 등이다.이들의 표정은 김춘수 시인의 내적 정서와 취향과 매우 맞닿아있다. 각주)1)이달의 인터뷰 시인 김춘수,문학사상 6월호.p.66. 2)김춘수,‘들림,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1997,pp.91-93 참조. 3)김춘수 시인에 의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인물이 아닌허구적 인물을 몇명 등장시켰다고 한다.누루무치와 우루무치는 몽골지방의 인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4)‘들림,도스토예프스키’,p.92. 5)‘꽃과 여우’,p.190. 6)‘꽃과 여우’,p.189-190. 7)‘들림,도스토예프스키’,‘책 뒤에’.p.91. 8)‘들림,도스토예프스키’,p.93. 9)양왕용,‘예수를 소재로 한 詩에서의 意味와 無意味’,권기호 외,‘김춘수 연구’,흐름사,1989.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⑵최라영

    4.깊이 고뇌하는 자의 비극적 삶. ■자넨 소냐를 만나무릎 꿇고 땅에 입맞췄다. 그러나나는 언제나 외돌토리다. 그때우들우들 몸 떨리고눈앞이 어둑어둑해지면서나는 그만 거기 주저앉고 말았다. 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그처럼이나 당당했던 그것이즈메르자코프 그 녀석그 바보 천치에게로 가서 그 모양으로걸레가 되고 누더기가 되고 끝내는 왜 녀석의똥창이 됐는가,견딜 수가 없다. 어디를 바라고 나는 내 풀죽은돌을 던져야 하나,- 페테르부르크 우거에서이반.”(‘라스코리니코프에게’ 전문). 이 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죄와 벌’의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서 다른 작품과의 상호텍스트성을 보이고 있다. 이반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주요 인물로서 이반의 인물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표트르까라마조프는 재물은 많으나 아내와 아들들을 저버리며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패덕적 인물로 나온다.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비극적 결함을 소유하나 도덕적 고결함과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인 드미트리,신이 없다면 우월한 인간이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이반,막내 아들로서 고결성을 지닌 성직자인 아료사,그리고 이들과 달리 간질병을 지닌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 등이 나온다. 이들은 표트르가 주색에 빠져 돌보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러던 중 아들 드미트리가 좋아하는 구르센카라는 여인을아버지인 표트르가 돈으로써 구슬리게 된다.여기서부터 갈등은 점차 심화된다.표트르가 살인을 당하자 드미트리는 그 혐의를 받게 된다. 후에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암시적인 말을 듣고 일을 저지른 것을 이반이 알게 된다.그러나 그때는 이미 이반의 정신적 혼란으로 드미트리를 구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드미트리는 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떠나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사랑을 느끼게 된 구르센카가 그 뒤를 따라 떠난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죄와 벌’에서 인간이 신처럼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가난한 대학생이다.그는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소냐라는 여인에 의해 참회하고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라스코리니코프와 이반은 신이 없다면 인간이 부도덕한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는 의식의 공통성을 지닌다.그 결과로 나타난 ‘살해’ 모티브와 그에 따른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의 내적 고뇌와 심정적 고백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띤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이반과 함께 신의 권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부패한 인간과 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인물이다.이반이 이러한 생각을 머리 속으로만 생각한 데 그친 것에 반해서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머리속 생각을 직접적으로 결국은 실천한 뒤에 내적으로 고뇌하였다.이반의심적 고뇌는 형인 드미트리가 자신 대신에 누명을 뒤집어 쓰고 유형을 받는다는 데서 오는 것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되는것에 비해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생각에 의한 자발적 실천과 그로 인한 고뇌와 심적 고통에서 오는 것이다.또한 이반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쳐간 반면 라스코리니코프는 소냐라는 고결한 정신의여인에게서 신의 구원을 향한 손길과 그녀의 사랑을 성취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을 토대로 하여 보면 위 시에서 왜 이반이 라스코리니코프의 상황을 오히려 부러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반은 라스코리니코프의 자신 의지에 의한 능동적 실천과 사랑하는 여인에 의한 구원을 부러워한다.그에 비해 그는 스메르자코프의 비열한 실천과 죄책감으로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다.여기에서 김춘수 시인이 지향하는 혹은 닮아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처용이나 이중섭의 비극적이고도 고귀한 삶 속에서 그가 시적 영감을 발견하고 천착해 나갔듯이 그는 라스코리니코프와 같은 인물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에 매료된 것이다.물론 라스코리니코프가 작품에서 주인공 격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가 무수한 고전 작품 중 도스토예프스키를 선택하였고 그 중 라스코리니코프적 인물에 관심을 표명한다는 것이다.아내를 앗긴 처용의 비범한 행위나 가난과 아내의 가출 속에서도 예술적 창작에 몰입했던 이중섭에 대한 매료도 김춘수 시인이 가치부여하는 비극적 삶의 한 표본일 것이다.시인은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자발적 가치의 선택과 그 가치를 지향하는 가운데헤쳐 나가는 인물의 고통 넘어서기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이반의 글과 같은 편지글 형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편지글의 형식으로 된 대화체의 구사가 가장 특징적이다.이 편지글의 형식으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경우는 주요 인물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를 건네는 형국이다.그런데 특기할 점은 시편에서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에 있어서의 특성이다.다시 말하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작중 인물인 드미트리는 이반에게,이반은 아료샤에게,아료샤는 즈메르쟈코프에게,즈메르자코프는 아료샤에게,그리고 구르센카는 표트르에게,표트르는 조시마 장로에게 보내는 형식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이다.시인은 한 인물의 심리를 체험하고 다른 인물과 대화를 시키고 또 다른 인물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서 인물의 내면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그런데 아료샤나 조시마 장로 등과 같은 인물 즉 삶의 고난에 고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악에 전혀 물들지 않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면적인‘善’의 구현 인물들,그리고 여기에 반대편 격인 표트르,스메르쟈코프나 스타브로긴 등과 같이 ‘惡’에 치우쳐버린 모습으로 나타난 인물들에 대해서 김춘수 시인의 비유 형식은대체로 일률적인 편이다.예를 들면 아료샤를 ‘해만 쫓는 삼사월 꽃밭’이라는 것이나 ‘스메르자코프’를 ‘그 바보 천치’,혹은 ‘콧물’이라는 비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이에 비해 善 의지를 지니지만 비극적 결함에 의해서 상황적 파국을 일으키고 그에 대해 정신적인 내적 고난의 대가를 지불하는 인물인 이반,라스코리니코프의 심리적 역정 즉 깊이 고뇌하는 자의 치열한 내적 과정에 시인은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5. '고통'이라는 통과제의. ■“불에 달군 인두로옆구리를 지져봅니다. 칼로 손톱을 따고발톱을 따봅니다. 얼마나 견딜까,저는 저의 상상력의 키를 재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것은바벨탑의 형이상학저는 흔듭니다. 자살직전에미욱한 제자 키리로프 올림.”(‘존경하는 스타브로긴 스승님께’ 부분).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악령’의 주인공이다.스타브로긴은 무신론과 人神의 관념을 지닌 인물로서 끊임없이 자의지를 추구하지만 그 완성된 귀결점을 찾지 못하고파멸해 가는 비극적 양상을 보여준다.실상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체 맥락 속에서 3부의 중심 인물인 ‘악령’의 스타브로긴은 1부와 2부의 중심 인물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나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의 다른 한 형상으로 이해된다.다시 말해 스타브로긴은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 사상의 극단적 형태로서의 人神 사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위 시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한다면 스스로가 선택한 극한적고통을 통하여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악령’의 키리로프가 그에게 그런 人神 사상을 심어 준 스타브로긴에게 쓰는 편지글이다.키리로프는 실제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속에서자살을 감행한 인물로 나온다.키리로프의 죽음 직전에 떠오른 상념에 관한 묘사는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걸쳐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우리는 흔히 형이상학 즉정신적인 것이 육체적인 것보다 고귀하다고 믿고 있다.그러나 몹시 심한복통이나 두통 등에 시달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 때문에 그 순간 이러한 말의 가치조차도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의 텅빔이 떠오를지도 모른다.인간이 육체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시인은 상상력으로 이를가늠해보고 키리로프가 겪었던 육체적 고통을 참는 의지가얼마만한 힘을 내재한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이다.어쩌면 육체적 고통을 참는다는 것 자체 혹은 위 시처럼 하나하나의육체적 고통을 천천히 견딘다는 것 그 자체가 정신적 힘과의 큰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을 법도 하다. 육체적 고통의 견딤에 관한 생각은,‘들림,도스토예프스키’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수필집인 ‘꽃과 여우’(1997)에서 시인의 자전적 체험과 결부시켜 어떤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김춘수 시인이 감방에 있을때 사회주의 운동을 한,존경받는 교수가 보인 행동에 관한것이나 베라 피그넬이라는 아나키스트 여인이 자신의 안락을 포기하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일에 대한 가치 평가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서 김춘수가 읽은 고통받는 자의 시선은 실상 시인의 내적 고뇌의반추라고 할 수 있다.‘꽃과 여우’에서 주로 서술하였듯이그는 고향을 떠난 경성에서의 외로운 유학 생활,그에 이은경기중학 자퇴,일본 동경에서 뜻하지 않은 억울한 1년간 감옥 생활,의사인 형의 객사 그리고 만석군이었던 집안의 몰락 과정을 거치면서,오랜 기간 인내 끝에 안정된 직장에 발을디딘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그에게 크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동경에서의 감옥 생활의 고통이 그에게 주었던 육체적,정신적 피해이다.“감방이란 희한한 곳이다.사람을 비참하게만들고 자신감을 죽이는 이상으로 재기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5)는 그의 진술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그때 인간이 육체적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를 깊이 체험한 듯하다.그의 실존에 대한 의식도 이러한 체험과 깊은 관련을 지닌다. ■나는 아주 초보의 고문에도 견뎌내지 못했다.아픔이란 것은우선은 육체적인 것이지만 어떤 심리 상태가 부채질을 한다.그렇게 되면 사람의 육체적 조건은 한계를 드러낸다.손을 번쩍 들고 만다.사람에 따라 그 한계의 넓이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한계를 끝내 뛰어넘을 수는 없을 듯하다.한계에 다다르면 육체는 내가 했듯이 손을 번쩍 들어버리거나(실은 내 경우에는 민감한 상상력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말았지만)까무러치고 만다.그러나 까무러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은 수일 뿐이다.그런 사람은 자기의 그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것을 또한 정신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6). 그는 어떠한 인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견지한 인물들에 높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그의 예수에 관한 시편에서도 십자가에 박힌 인간적 고통의 모습이나 자살을 통하여 인간이 신이 될 수있다고 한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의 인물인 키리로프가 죽음에 임박한 형이하학의 몸둥이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관심도 여기에 연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한 인간이 거부할 수도 있는 육체적인 고통을,정신적인 고귀함을 위해서 감당해낼수 있다는 것,그래서 까무러칠 때까지 어쩌면 ‘죽음’까지도 감당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힘의 극한 즉 ‘절대’인 것이다.그는 그리하여 그러한 죽음을 형이상학으로끌어올린다.(‘죽음은 형이상학입니다.’ -‘追伸,스승님께’) 그는 인간이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체험적으로 습득하고 있다.그에게서 이 ‘고통’의 문제는그의 정신적 영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그는 그가감당해야 했던 아니 감당하기 어려웠던 고통의 문제를 극복해 갈 수 있는 인간이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다.그 ‘고통의넘어서기’가 바로 ‘정신의 힘’이라고 믿는다.즉 인간의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태어난 고귀한 정신에 가치의 비중을 두는 것이다.그것은 단순히 육체와 정신의 대비로서가 아니라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는 정신,정신을 지켜내려는 육체의 힘으로서인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볼 때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창녀의 몸으로서 라스코리니코프를 신성으로 이끈 소냐에게쓴,편지글이 이 시집의 첫 장을 장식한 맥락이이해될 수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낙엽 한 잎내 발등에 떨어져내발을 절게 했다. 누가 제몸을 가볍다 하는가,내 친구 셰스토프가 말하더라. 천사는 온몸이 눈인데온몸으로 나를 보는네가 바로 천사라고,1871년* 2월아직도 간간이 눈보라치는 옴스크에서라스코리니코프.(‘소냐에게’ 부분). 이 시의 각주에는 ‘* 1866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나왔다’라는 구절이 있다.또 편지글 형식의 이 시에서 ‘라스코리니코프’라는 발신인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1871년’을 표기하고 있다.이것은 1866년과 1871년이라는 5년간의 시간적 간극을 고려해 볼 때 소설이 발표된 시점,즉 라스코리니코프가 시베리아에서 유형을 받고 있는 소설의 결말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으로 설정된 것이다.이와 같이 단지 보낸 이의 연도 명기 뿐 아니라 각주와 차이를 보이는 연도 표기 방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첫 장의 이 작품과 두번 째 작품인 ‘아료샤에게’만 나타난다.소설 속 시간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 설정에서작중인물이 편지를 쓰는 설정은 편지를 쓰는 주인공의 정서적 성숙과 내적 깊이를 끌어 올리고자 한 시인의 의도로 이해된다. 이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통에 나약한 자신의 모습,즉 작은 일에도 괴로와하는 감성의 섬세한 무게를 ‘낙엽 한 잎’으로 나타냈다.‘낙엽 한 잎’의 무게가 내 발을 절게 할 정도로 불균형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것,그것은 시인으로서자신 감성의 촉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그런데 그러한 유약한 자신을 바라보는 ‘온몸이 눈’인 ‘천사’가 있다.‘온몸이 눈인 천사’란 그를 견지하고 있는 善 의식,혹은 기독교인으로서의 감각이랄 수 있다.그 천사는 라스코리니코프를 내적 구원으로 이끈 여인 소냐로 나타나고 있다.소냐는창녀의 신분임에도 천사의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그것이 김춘수 시인이 의아해 하면서도 가치를 부여하는 善에 관한 감각이다.그가 가치를 두는 선이란 ‘선과 악은 갈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은 악을 압도해야 한다’(7)고 그가 파악한 도스토예프스키론의 핵심처럼 선과 악의 치열한 갈등을 감내한 자의 비극적인 시선과 관련이 있다.그러한 내적 갈등은 정신적이고 논리적인 것만의 차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그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써 고귀하게 지켜진 무엇이라야 한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인물들이 드러내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부각시키고 또 작중 인물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이해시킨다.그것은 흡사 선과 악,혹은 도덕과 이성 등의 치열한 각축전과도 같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고통을 극복하는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정신적인 것의 추구에 있어서고통이라는 통과의례를 중시여기는 그의 시선은 매우 인간적인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것은 현상을 해석해 내는 데있어서 시인의 철저한 완벽 성향과 관련을 지닌다.
  • 새단장 한강공원 공개

    한강공원의 레저·체육시설이 새롭게 단장됐다. 서울시는 여의도·이촌지구 1만9,774㎡에 이용도가 낮거나노후화된 기존의 어린이놀이터 시설을 철거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레저 및 체육시설을 최근 선보였다. 여의도지구(수영장 옆) 4,947㎡)에는 어린이 및 청소년층을 위한 난파선 조합놀이대를 비롯해 접시형 네트,길거리 농구장,스페이스넷 등이 설치됐다. 또 이촌지구(지구사무소 옆) 1만4,827㎡에는 청소년을 위한 X-게임장과 댄스경연장,길거리 농구장,모험놀이대 등이,장년 및 노년층을 겨냥한 건강지압보도,체력단력시설 등이 들어섰다. 최용규기자 ykchoi@
  • 새해 한반도 기상도/ (하)올 北·日관계 ‘흐림’

    북한과 일본간 2001년은 전년과 달리 정체의 해였다. 북·일은 2000년 4월 수교협상을 7년 만에 재개하고 같은해 3차례 교섭을 가졌다.같은 해 7월에는 사상 첫 북·일외무장관 회담도 열렸다.그러나 2000년 10월 이후 협상은중단된 상태다. 북·일 교섭이 정체된 원인으로는 우선 미국과 일본에 새정권이 들어선 점을 꼽을 수 있다.조지 W 부시 미 정권이대북정책 재검토를 표명함에 따라 북한과 일본은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거기에 4월 말 등장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외교현안보다는 국내의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었다. 남북대화가 정체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북한은 지난해 부시 정권을 견제하는 의미로 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제국과의 관계개선에 힘썼다. 그러면 올해에는 북·일관계 개선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것인가.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9월 국정 연설에서 한국,미국과긴밀히 협력하면서 북·일 수교협상 진전에 끈질기게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다짐했다.지난해 11월 초에는 양측 과장급 외교 당국자가 베이징(北京)에서 접촉을 갖고 수교협상 재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반 테러 전쟁을 돕는 일본의 자위대 파병에 대해서 “일본이 해외 팽창의 야망을 실현하는 길을 열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같은 오해를 풀기 위해서도 북·일 교섭이라는 채널의 확보는 필요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저절로 대일 교섭도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부시 정권의 출현으로 북·미 대화는 동결상태에 빠졌고 9·11 테러사건 이후세계적인 반테러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북한에 의한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에 의혹이 쏠리게 됐다. 당분간 대미 관계가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수교협상을 하는 것은 북한에 있어서 ‘정치적 모험’이 될것이다.100억달러로 어림되는 전후 보상을 받아내고 지속적인 식량지원을 위해서도 북·일 교섭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9·11 테러사건 이후 일본 외교에 있어서 북한의우선순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특히 부시 정권이 북한에대해 강경자세를 갖고 있는 만큼 일본이 미국보다 앞서 관계개선에 나설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다. 설사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빠른 진전은 바랄 수 없다.향후 교섭에서 일본은 미국이 문제시하는 핵,미사일,생물화학무기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어 북한측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일본 경찰이 지난해 11월 말 재일 조선인총연합(조총련) 계열의 신용조합 수사와 관련,조총련 중앙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북한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또 세밑 북한의 것으로 보이는 괴선박이 일본 수역에 침입,침몰된 사건도 얼어붙은 북·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올해 북·일관계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북·미관계의 개선이나 남북관계의 극적인 진전이라고 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으면 북·일관계의 진전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스즈키 노리유키/ 日 라디오프레스 이사. ▲약력. -1955년 홋카이도(北海道) 출생-와세다대학 졸업 후 라디오 프레스 입사-저서:‘북한의 현상을 읽는다’,‘김정일 시대의 북한’등
  • 在佛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귀국 독주회

    “제 연주가 한국의 음악계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한다면 좋겠습니다.”오는 5일과 6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로 피아노독주회를 열기 위해 귀국한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55).그는 2일 기자들과 만나 “클래식음악은 매우 넓고 큰 폭과 깊이를 갖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차이코프스키나 베토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체험과 모험’이 국내 음악계의 폭을 한단계넓히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털어놓았다. 고전에서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터리를 섭렵해 온 백씨가 이번에 국내 팬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곡은 프랑스 낭만파 음악가 포레의 곡들이다.포레는 생상과 라벨을 이어주는 중요한 작곡가인데도 국내 연주는 적은 편인데 “프랑스 자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서정과 미묘한 감수성을 느껴보길 바란다”고.이밖에 쇼팽과 리스트도 연주곡목에 들어있다. 백씨는 올해도 연주일정이 꽉 차 있는데 그 가운데는 월드컵 전야행사로 지휘자 기타옌코가 이끄는 KBS교향악단과일본 순회연주 등이 포함돼 있다.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예술가로 일생을 살아가는 데있어 모든 날들은 하나의 과정일뿐”이라며 “특별한 것이있을 수 없다”고 투박하게 답하는 품에서 예의 그다운 진중함이 느껴졌다. 신연숙기자yshin@
  •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 극비 결혼

    인기소설 및 동명 영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35)이 동거하던 다섯살 연하의 닐 머레이와 지난 26일 비밀리에 결혼했다. 영국 주간 ‘뉴스 오브 더 월드’는 30일 백만장자인 롤링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자택에서 머레이(30)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롤링의 대변인은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가까운 가족과 친지 15명만 참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진행됐다. 롤링의 신부 들러리 3명은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제시카(8),롤링의 여동생 다이앤(33),머레이의 여동생 로나 등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롤링이 결혼식을 비밀에 부쳤으며 참석자들에게도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결혼식이 열린 스코틀랜드 자택은 롤링이 2개월 전 구입했다. 포르투갈 언론인 호르헤 아란테스와 이혼한 롤링은 마취 전문의사인 머레이와 1년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만나 사귀어왔다.두 사람 모두 재혼이다. 꼬마 마법사 해리의 모험담을 그린 해리 포터 시리즈는 지난 97년 영국에서 처음 발간된 뒤 지금까지 모두 4권이 출간돼 전세계에서 1억부 이상이 팔려나간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 7권까지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 태생인 롤링은 포르투갈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현지기자와 결혼했지만 곧 이혼하고 생후 4개월된 딸과 함께 살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일자리가 없어 1년여 동안 생활보조금으로 연명하다 동화를 쓰기로 결심,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 포터의 모험담을 만들어냈다. 원고를 들고 1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뒤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출간해 롤링과 출판사 모두 일약 돈방석에 앉았다. 롤링는 해리 포터로 지난해 영국도서상등 각종 도서출판상을 휩쓸었고 지난 3월 대영제국훈장을 받는 등 상복도 터졌다. 김균미기자 kmkim@
  • 당차다 흥미롭다 여자의 모험

    ◆참 아름다운 도전-이병철 엮음/명상 펴냄. 이사도라 던컨,로자 룩셈부르크,빌리 홀리데이,카미유 클로델,케테 콜비츠…. 감이 빠른 독자라면 이 대열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여성이라는 점,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몸과 마음을 죄던 갖가지 억압과 질곡에 맞서 일가를 이룬사람들이다.‘여전사’ 35명의 삶을 다룬 ‘참 아름다운 도전’(명상)이 두권으로 나왔다. 1권의 부제는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시대를 앞선 눈’으로 헤쳐나간 숱한 사연을 만날 수 있다.로자 룩셈부르크 등 낯익은 이름도 많지만 낯선 인물도 적지 않다.예를 들어 2차대전 중 스탈린을 앵글로 첫 포착하는 등 30~50년대 지구촌 주요 현장을 누빈 사진기자 마거릿 바크화이트,베트남전선의 첫 여성 종군기자 오리아나 팔라치,레닌을 감탄시켰지만 혁명이후에는 레닌과 치열한 논쟁을 벌인 볼세비키 이론가 알레산드라 콜론타이 등의 생애는 그 동안 많이 드러나지 않은,불꽃같은 삶이다. 2권은 ‘여자가 못할 일이 무엇인가!’로서 탐험과 모험에나선 삶을 다룬다.좀 거칠게 구분할때 1권이 사상·예술·페미니즘 등 투쟁의 열기가 넘치는 정신의 영역이라면,2권은몸을 매개로 한 스포츠의 세계로 흥미롭게 읽힌다.남자의 고유 영역이었던 스포츠에서 남자가 무색할만한 기록을 남긴여성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에베레스트에 오르고,남극점까지 혼자 걸어가고,59세에 6,768m의 고봉을 등반한 당찬 여인들의 삶이 이어진다. 이밖에도 ‘참 아름다운 도전’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을연대기별로 정리한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곁들여 감동을 더한다.최초의 여성 에베레스트 정복자인 일본의 다베이 준코를 제외하곤 모두 서양인이라는 게 걸린다.엮은이 이병철씨는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최초를 고르다 보니 인물이 한정됐다”며 “동양 여성의 능력이 저들에게 뒤져서가 아니라 근대화·현대화가 늦었던 탓인 만큼 세계적 인물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취재하겠다”고 밝힌다.책에서 잠시 눈을 떼어우리 현실을 돌아보자.여성을 억누르는 관행과 제도들이 도처에 수두룩하다.여성계에서 꼽는 호주제의 존재가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이 어둠과 싸우는 이들에게 케이트 밀레트가 저서 ‘성의 정치학’에서 “가정(가부장제)을 파괴하라”고 외친 대목은 큰 힘이 될 것이다.굳이 이런 각론이 아니라도 ‘참 아름다운 도전’을 시도했던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호주제가 상징하는 악습들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는느낌을 준다. 이종수기자 vielee@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마법의 동산’ 서 마음껏 뛰놀게…

    며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란 영화를 보았다.유행 따라가기와는 거리가먼 ‘노친네’인 나로선 큰 맘 먹고 즐긴 문화생활이었다. 나는 그토록 떠들썩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아직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초등학생 조카가 읽던 책을 몇줄 읽어봤지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이내 집어던졌다.그런 내가 거금 7,000원을 들여 영화관을 찾은 것은 “왜들난리야.책은 못 읽었지만 영화라도 보고 아는 채 해야지”라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머글(보통인간)들의 세상에서 구박데기로 자란 고아소년해리 포터가 11살이 되면서 마법학교에 입학해 겪는 모험담이 줄거리.부엉이들이 편지를 배달하고,빗자루를 타고하늘을 날고,깃털과 지팡이로 요술을 부리고…. 별 기대없이 영화관을 찾았던 아줌마 기자는 2시간30분동안 풍덩 영화에 빠졌다.아무리 ‘구닥다리’라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해리포터의 매력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마술이 주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라는 것을.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놀이방에서는 일제히 ‘산타 마술’이 일어났다.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일까지 선물을 보내주십시오’라는 가정통신문이 왔다.고민할 것도 없이 ‘공주병’ 딸이 노래를 부르던 분홍색 원피스를 사 보냈다. 산타잔치가 열린 크리스마스 이브.퇴근을 했더니 큰 딸은 “엄마,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지?”라며흥분했다.‘나윤(여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라’라고 적힌 카드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동생 이름까지알았느냐고 묻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해리포터’ 열풍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실제로 주문을외우고 마법사 깃털을 구하려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소문이다.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혼동한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부모세대보다 훨씬 더 영리한 게 우리 아이들 아닌가.오히려 걱정할 것은 똑같아질 것을 강요하는 획일적교육,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는 치열한 입시지옥 아래 아이들은 몇년이 흐르기 전에 알아챌 거라는 것이다.마술은더이상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마법이 사라진 인간세상,마법을 믿지않는 평범한 ‘머글어른’들이여.마법의 동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굳이 말리지 말았으면 싶다. 허윤주기자 rara@
  • 美·加 ‘반지의 제왕’ 상영…흥행수입 1위

    [로스앤젤레스 연합] 무소불위의 반지를 둘러싼 선악 대결을그린 화제작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가 흥행 수입 1위를 차지했다. 24일 미 영화흥행 집계사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에 따르면반지의 제왕은 지난 21∼23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4,53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개봉 첫 주에 박스 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지난 19일 개봉한 반지의 제왕은 닷새 동안 7,310만달러를 거뒀으며 주말 사흘간 수입은 2주 전 ‘오션 일레븐’이 세운 12월중 주말 사흘간 최고치 3,810만달러를 경신했다. 유럽 등 15개국에서 동시개봉된 반지의 제왕은 영국 1,600만달러,독일 1,350만달러,프랑스 840만달러,스페인 480만달러 등 5일간 총 6,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박스 오피스 2위는 줄리아 로버츠,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주연의 라스베이거스 금고털이 영화 ‘오션 일레븐’ 1,460만달러,3위는 납치된 부모를 구출하는 우주모험 애니메이션‘천재소년 지미 뉴트론’ 1,400만달러, 4위는 톰 크루즈 주연의 로맨틱 스릴러 ‘바닐라 스카이’ 1,210만달러였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지난 주말 620만달러를 보태 상영 38일간 총수입이 2억6,320만달러로 집계됐다.해리포터는 만화영화 ‘슈렉’의 총수입 2억6,770만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 집중취재/ 중장년 실업 실태

    일자리는 많아도 받아주는 곳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중장년 실업자가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눈높이를 낮추기도 어렵지만 낮춘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중장년층 실업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중소기업 적응 안돼]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계란판을 찍는종업원 40인 규모의 펄프몰드 중소 제조업체인 P사.지난해초 제지업계 선두주자인 U사에서 전무급 임원을 지내다 명퇴한 A씨(57)를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소개받았다.대기업의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실업보조금 지급기간(6개월)이 끝난 뒤에도 고용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P사 사장 Y모씨는 “기술이란 게 기술자간에 마음과 호흡이 맞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들어온 사람은 나름대로콧대가 세고 기존에 있는 사람들은 반발해 신기술은커녕 조직의 효율성만 떨어뜨렸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융화가 되려니 기다렸지만 1년동안 토닥거리다 결국 A씨는 회사를떠났다.이후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 실업자들은 단순노무직으로 1명 정도만 고용해 쓰고 있다. [바다에서 바늘 건지기] D보험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신모씨(44·서울 구로구).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 백방으로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모두반송돼 왔다.한결같이 ‘나이가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늦은 나이에 결혼, 초등학교 5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둔가장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하루하루가견디기 힘들었다. 1년여 방황끝에 현재 판촉용 선물에 이름을 새겨 납품하는일을 하고 있다.보험 설계사들이 개인 판촉을 위해 쓰는 각종 생활용품에 연락처와 이름을 새겨주는 일이다. L그룹사에 근무하다 지난 98년 퇴직한 윤모씨(43)도 중년실업자로 생활하다 최근 학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윤씨는 취직을 해보려고 여러 곳을 기웃거렸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다.다행히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 급박한 상황은 면했지만 집안의 가장으로서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취직은 어려워 포기했다.”면서 “퇴직금과비축해 놓은 돈으로 영어영재학원 체인점을 낼 준비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사무실 임대료,교사영입,인테리어 비용 등 5억여원을 들여모험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재취업자 이직률 60%]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안정센터,지방자치단체 등을 3개월마다 방문해 정부에 재취업 의사를 밝히는 6개월이상 실직 40∼50대 중장년 인력은 지난 11월 현재 1만6,000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고졸이하 학력으로 단순노무직을 원하고 있다. 이들을 고용하려는 업체는 구인표,사업자등록증,고용·산업재해보험 및 국민연금·의료보험 가입여부만 확인되면 고용안정센터에서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고 지원금도 받는다.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재취업하는 사람들의 3개월미만 이직률이 60%를 넘는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고용업체에 막상 가보면 컨테이너 박스에서근무하는 등 작업환경이 대부분 열악해 재취업자들이 오래머물지 못한다.”고 밝혔다. 유진상 주현진기자 jhj@. ■전문가 제언/ 적정한 임금체계 구축 시급. 한번 퇴출되면 사실상 재취업이 불가능한 40∼50대 중장년실업자의 양산을 막으려면 임금의 유연성, 사회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연구원 강순희(康淳熙)박사는 “식당 등 자영업이 과잉상태에 달한 만큼 창업을 위한 자금지원 등의 대안보다근본적 예방조치가 더 중요하다”면서 “중장년층은 연차가높아 노하우는 많지만 일의 수행능력 면에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정한 임금체계가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과 승진체계는 연차가 아닌 능력위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의 인식변화도 따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김태기(金兌基·경제학) 교수는 “현재 직업훈련및 개발 프로그램이 IT 등 정보통신 관련분야에 편중돼 있다”면서 “직업과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틈새 직업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중장년 실업자는 “물가가 너무 비싸 막연히 눈높이만낮춰선 생활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면서 “자녀의 학자금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조준모 교수는 “인적자본을 잘 활용하려면 임금의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있는 만큼 40∼50대 중장년 실업자들은 과거의 임금 프리미엄을 보고 직업을 찾을 수 없음을 인식,어떤 일이든 맡아장기실업자로 전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훈련이 취업으로 바로 연계되려면 정부가 지원금을 기업에 줘 기업이 직업훈련을 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업체가 연계해 직업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中企상무 명퇴자 苦言. ”눈높이를 낮추기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바닥부터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여성회관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동진(朴東鎭·46)씨.그는 새로 시작하려면 과거에 대한 모든 미련과 아쉬움을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위치였다.서울고와 서울대 농대를졸업한 그는 건실한 중소기업C통상의 상무로 재직했다. 월수입 350만원정도로 서울 송파구의 31평형 아파트에서 아내·아들과 단란한 생활을 꾸렸다.3년간 해외주재원 경험도 있고 외국 출장도 많이 다녔던중산층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명예퇴직을 했다. 지난 98년초 경험을 살려 원자재수입 무역업을 시작했으나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당시 환율이 달러당 2,000원까지 급등해 수억여원의 환차손을 입고 뜻을 접었다.이후 재취업을위해 수십 곳의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면접을 봤다. 눈높이를 낮춰 영세업체에도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헛걸음이었다. 40대 중반의 나이로 재취업을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는 아픔만 얻었다.“무엇보다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웠습니다.서울에 계속 있으면 옛 생각 때문에 마음만 혼란스럽고 용기도 나지 않아 어디든 떠나기로 했죠.” 박씨는 고민끝에 99년 5월말 제주도 서귀포로 갔다. 땅을빌려 귤농사를 해 볼 계획이었으나 귤값이 내리 하향세를면치 못해 여의치 않았다. 결국 같은 해 7월 서귀포 관광지에서 영어 안내도우미 공공근로를 시작했다.한달 수입은 40만원에 그쳤다. “처음에는 너무 창피하고 곤혹스러웠습니다.과거의 학력,경력,나이,환경 등이 스스로에게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상당기간 회의를 가져다 주더군요.때론 서울에서 놀러온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왜 서울에서 내려와 저런 일을 할까 이상하게 여기는 주변의 눈길도 편치 않았습니다.” 박씨는 그래도 묵묵히 일했다. 통역일을 하는 만큼 영어공부도 꾸준히 했다.올 2월초에는서귀포 여성회관 영어강사 모집에 응시해 5대 1의 경쟁을뚫고 합격했다.주 5일간 100여명 정도를 가르친다.보람도있고 월수도 140만원으로 늘었다. 그는 앞으로 서울에는 올라가지 않을 생각이다.제주도에서식당 등 자영업을 시작해 아예 뿌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역 고교동창회에도 나갔다. 박씨는 “많이 걷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차를 타는 대신걸어다니다 보니 살이 10㎏이나 빠지더군요.잡념도 잊고 건강해졌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주현진기자 jhj@.
  •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열풍 맞설수 있을까

    영화가에 휘몰아치고 있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열풍에 맞설 수 있을까. 오는 1월4일 국내 개봉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벌써부터 ‘해리 포터…’와 쌍벽을 이룰 외화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단계에서부터 ‘해리 포터…’와 끊임없이 비교돼온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J.J.R 톨킨)으로 총 3편이 한꺼번에 만들어져 더욱 화제가 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제1편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 주인공 일행이 악의 무리가 신에게 맞서려고 만든 ‘절대 반지’를 없애버리기 위해 모험길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이래저래 ‘해리 포터…’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 4가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둘 모두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그래서 이미 엄청난 마니아층을 거느렸다는 점,판타지물로는 드물게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깝다는점이다. 인간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악이 깃든 ‘절대반지’를 만든 악의 신 사우론은 오랜 세월이 흐르고서도 야욕을버리지 못했다.그 옛날 빼앗긴 절대반지를 되찾기 위해 다시세력을 동원할 즈음 난장이 종족의 프로도(엘리야 우드)가 삼촌에게서 영문도 모른 채 문제의 반지를 물려받는다.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컬린)의 귀띔으로 반지의 비밀을 알게 된 프로도는 악의 씨앗인 반지를 영원히 녹여 없애려고간달프의 인도로 친구들과 ‘불의 산’에 있다는 용암을찾아나선다. 소설을 이미 읽은 관객에게도 커다란 감상포인트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해할 만큼 시원하게 펼쳐지는 절경과 함께 동화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난장이 종족 마을은 뉴질랜드에 실제로 지어진 대형 야외세트이다.특수효과에도대단한 공을 들였다.보통사람을 1m도 안되는 난장이로 눈속임한다든지 모험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고대 악마와의 결투장면 등은 SF블록버스터로서도 손색없다. 그러면 ‘해리 포터’와는 뭐가 다를까.‘해리 포터’가동심을 유혹하는 영화라면 ‘반지’는 어른들을 위한 모험동화이며 ‘해리 포터’가 아기자기한 정물화라면 ‘반지’는 대형 걸개그림같다.카메라가 아래로 내려보는 부감법(俯瞰法)을 즐겨쓴 것도 웅장한 화면에 자신감이 있어서인 듯하다. 미국 할리우드의 메이저급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는 2년6개월에 걸쳐 1,2,3편을 동시에 만들었다.내년과 후내년크리스마스 시즌에 차례대로 한편씩 내놓겠다는 별난 계획에서다.제작비는 ‘해리 포터’의 1억9,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2억7,000만 달러. 긴 이야기에는 사족도 많아지는 법.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탓일까.아니면 후속편을 위해 이야기를 너무 아껴둔 탓일까.2시간 58분짜리 영화에는 촘촘하게 짜여진 긴장미가없다.느린 화면 전개는 지루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미국에서는 19일 개봉된다. 황수정기자 sjh@
  • [만나고 싶었습니다] 정문술 前 미래산업 사장

    “미래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저도 신문 보고 압니다. 별로 나쁜 기사 안나는 걸 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것 아닌가요?” 올 1월 공들여 가꿔온 초우량 회사를 직원들에게 남기고 빈손으로 물러난 정문술(鄭文述·63) 전 미래산업 사장.“물러났으면 그만”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하는 그를 어렵사리 만나봤다. 그는 요즘 누가 미래산업 이야기를 하면 일부러 화제를 돌린다.회사에 발길도 끊었다.후배 경영진들을 위축시킬까 걱정이 돼서다.‘회사를 직원들에게 돌려준다’는 약속은 떠난 뒤에 더욱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그래서 ‘물욕과 명예욕으로 추하게 늙지 않는다’를 은퇴 이후의 새로운 인생 좌우명으로 삼았다.지난 7월 한국과학기술원에 첨단학과 설립자금으로 300억원을 지원하면서도 모든 것을 학교에 일임했다. “매일 아침 15가지 신문을 정독하는 일과 오후에 집 근처청계산을 오르는 게 고정적으로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e메일의 양은 줄지 않았다.경영자문이나 창업·투자자문 요청이 쇄도한다.웬만하면답장을 해주려 하지만 눈이 나빠져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강연요청은 대학 동아리 등 일부를 빼고는 거의 나가지 않는 편이다.사람 만나는 일을 크게 줄인 까닭이다.그의 측근은“은퇴 이후 정치권을 비롯,사방에서 교수 총재 이사장 등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하셨다”고 귀띔했다. 은퇴 당시에 대해 물었다. “제가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었을 때 솔직히 집사람은꽤 섭섭해 했습니다.하지만 아들놈들은 아비에게서 재물보다 훌륭한 정신적 유산을 받았다면서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더군요.” 당시 현대자동차와 삼성카드에 다니던 두 아들 진만(鎭滿·33)씨와 기원(其員·31)씨는 현재 미국 카네기멜론과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다.그는 아들들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회사를 주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나중에 직장을 잡든,창업을 하든 바르고 착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 생각입니다.” ‘벤처업계의 어려움에 대한 해법’을 물었더니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타박을 준다. “요즘 벤처업계 상황은 지극히 정상입니다.벤처란 게 그자체로서 모험이고 시련 아닌가요? 그동안 정부가 너무 보호주의로 나갔습니다.비료가 많아지면 식물은 자생력이 없어집니다.벤처는 많이 생기고 많이 망해야 합니다.그 중에서 보석들이 나오는 것이지요.” 때문에 조르고 졸라 그를 만났다가 면박만 당하고 바로 자리를 뜨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독자기술없이 남의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그저 투자업체로부터 펀딩을 받아 코스닥에서 한몫 챙기겠다는 썩은 벤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그럴 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호통을 치곤 합니다.”김태균기자 windsea@
  •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 인터뷰

    “향후 할인점 업계는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2강 구도로 재편될 것입니다.” 홈플러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테스코 이승한(李承漢·55)사장이 10일 현재 업계 2·3위인 롯데 마그넷과 까르푸를 2약(弱)으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허세’로 흘려듣기 어려운 까닭은 출시 2년만에 점포당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기때문이다.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전폭적인 투자(4조원),삼성물산 건설 본부장을 지낸 이 사장의 부지 확보 혜안,공사비 절감,영국본사가 역(逆)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이른바 ‘시계탑 CI(이미지통합)’ 등은 경쟁업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업계 구도가 2강-2약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까닭은. 점포당 매출액에 있어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70%를 더 내고 있다.2005년이면 총 점포 55개,매출 10조원으로시장점유율(29.1%)면에서 이마트를 2%포인트 앞지를 전망이다.2위군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오는 13일 영등포점을 통해 서울에 첫 입성하는데 서울공략계획은. 영등포점 오픈을 통해 본격적인 전국 점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동대문점 등 2005년까지 서울에10개점을 더 낼 계획이다. ◆내년에 식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하면서 배달비를 받겠다고 밝혔는데 모험 아닌가. 인터넷쇼핑몰의 생명은질좋은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다.정당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지불돼야 한다.다만 무료배달에 익숙한 국내 고객들의 정서를감안해 일단은 실비의 50%만 받을 계획이다. ◆소매금융업 진출계획은. 전국 점포망을 활용해 홈플러스 고객들에게 싼 이자로 대출해줄 계획이다.내년 하반기에첫 선을 보일 것이다. ◆상장계획은. 빠르면 2004년에 상장계획을 갖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사설] 탄핵안과 캐스팅 보트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이 한나라당이 제출한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6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함에 따라 탄핵안은 오늘 중 가부가 판가름나게 됐다.현재의 원내의석 분포를 볼 때,한나라당은 의결정족수인 과반수(137석)에서 1석이 부족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자민련은 탄핵 반대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탄핵안 처리로 거대 야당의힘을 과시하고 정국을 주도해나가려 했지만 절묘한 1석의제동에 걸리고 만 셈이다.표결을 하루 앞둔 7일 한나라당은신 총장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 총장이 검찰의 권한남용 금지 의무,청렴 품위유지 의무,정치적 중립,국회 증언감정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은 법리적으로 대상과 그 사유에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안 자체가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또 설사 탄핵 대상이 된다고해도 구체적인 위법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도 한나라당은관계법 위반을 추상적으로 나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당초물리력을 동원하더라도 통과를 저지하겠다던 민주당은 자민련의 탄핵 반대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탄핵안 제출이 정치공세임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번 탄핵안 발의는 정치적으로도 거대 야당의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그들의 검찰총장의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 증인출석 요구까지 거부되자 거의 반사적으로 탄핵안을 제출함으로써 오히려 자충수를 놓았다는 것이다.만약 이같은 상태에서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한나라당은 일대 모험을 하게 될 것이며결과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차제에 ‘수(數)의 힘’으로 밀고 나가려는 경직된 자세를 버리고 정국운영의 방법을 다시 한번 성찰하는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탄핵안은 ‘72시간내 표결무산’으로 자동폐기되거나,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인 민주당은 탄핵안이 폐기되더라도 검찰총장의 국회 증인출석 요구에 이어 탄핵안까지 발의되게 된 전 과정을 되돌아 보고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치적,제도적 뒷받침에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자민련이 반대키로 한 것은 교원정년연장 문제에있어 한나라당의 당론 선회에 대한 깊은 회의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앞으로 중요한 것은 캐스팅 보트를 쥔정파나 의원들은 당리당략적인 이해 관계를 떠나 의회정치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다수 여론에 부합되는 선택을 해야한다.우리 정치 풍토가 여야 극한 대결로 점철된 것도 따지고 보면 건전한 정치적 완충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점에서 이번 탄핵안 처리에 있어 캐스팅 보트는 그 정치적무게를 더한다고 할 수 있다.
  • 이주일의 아동도서/ 만화 그리스 신화

    신화는 상상력의 보고이자 예술의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그리스 신화를 동화로,만화로 꾸며 동심을 촉촉히 적셔주는 책이 잇따라 나왔다.또 동서양의 신화를 넘나들며 독창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김진경 시인의 ‘고양이 학교’ 3권도 얼굴을 내밀어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젖’을 물리고 싶은 부모들을 설레게 한다. ◆만화 그리스 신화(황금가지)= 일본의 인기 만화가 사노나카 마치코가 그리스신화를 8권으로 나눠 만화적 상상력으로 꾸몄다.단순히 이야기 중심의 얼개가 아니라 각 장 마다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신화를 바라보는 이론들을 곁들였다.예를 들어 인간에게 불을 훔쳐 갖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형벌과 형기에 대한 여러가지 이론을 설명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최은석 옮김,이윤기 감수.각권 6,000원.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 제2부(파랑새 어린이)=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 작가의 눈으로’를 내건 시리즈의 2부로 모두 6권.올림푸스 열두 신과 세상 창조를 그린 1부에 이어 다른 신들의 모습을 담았다.신과 인간이 어우러지던 그리스인의 상상력이 실감나게 다가온다.신과 영웅이 펼치는 꿈과 야망의 세계는 바로 인간의 얼굴이다.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가 쓰고 야니스 스테파니데스가 그렸다.이경혜옮김.각권 7,500원. ◆고양이학교-시작된 예언(문학동네)=고양이 학교에 사로잡힌 아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3탄.자연 그대로가 가장 신비한 마술이라는 동양사상(‘수정동굴의 비밀’)과 어둠의 세계를 섬기는 그림자 고양이들에 맞서는 고양이들(‘마법의 선물’)이 땅으로 내려왔다.“전생에 고양이였다”는 민준이가 등장해 다른 고양이들이 펼치는 모험의 세계가동심을 한껏 빨아들인다.7,500원. 이종수기자 vielee@
  • 정몽준의원 서울대 특강 “아버지는 천부적 장사꾼“

    “장사꾼은 학교에서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소질이 있어야 합니다.” 정몽준(鄭夢準·50) 국회의원 겸 대한축구협회장이 4일서울대 경영대에서 ‘나의 아버지 아산 정주영’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그로서는 아버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인생관과 사상에 대해 공식적으론처음으로 말하는 자리였다.이날 특강은 ‘경영자론,현대그룹과 정주영 회장’이란 수업의 특별강사로 학교측이 정의원을 초청,마련됐다. “아버지는 좋은 의미에서 개인주의가 강한,자유분방한성품이셨습니다.” 정의원은 ‘새봄을 기다리며’란 제목으로 고 정 명예회장이 옛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81년 2월25일자에 직접 쓴칼럼을 소개했다.‘남이 잘 때 깨고 남이 쉴 때 뛰어가지않으면 기업의 육성은 불가능하다.(중략)온화한 삶과 질풍처럼 달리는 삶이 있으나 그 궁극의 염원은 평화와 자족을 느끼는 마음이다.’그는 이 칼럼에 고 정명예회장의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생전에 즐겨 불렀던 김성환의 노래 ‘인생’(조운파 작사),성가인 ‘내게 강같은 평화’의 등에도 고인의 인생 철학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정의원은 “내 나이가 오십인데 아버님은 같은 나이셨던65년에 건설회사,시멘트공장,자동차 사업 같은 큰 일을 하셨다”고 회고하면서 탐험심과 모험심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의원은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축제를 즐기는 것도 경기에서 이기는 것 못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강의를 마쳤다.이날 특강에는 서울대 학생과 교수 250여명이 참석했다. 윤창수기자 geo@
  • [편집자문위원 칼럼] 美 모험성과 우리언론의 자세

    지난 9월11일 발생한 뉴욕의 테러사건으로 인해 21세기의첫 전쟁이 시작됐다.증거도 분명치 않은 범인을 잡기 위해벌어진 미국의 폭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붕괴 직전에 있고,국가는 혼란의 와중으로 빠져들어가는 듯이보인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전쟁의 1단계를 승리했다고 자부하는 미국의 태도다. 테러를 근절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시위라도 하듯이 확전을 공공연히 언급하더니,급기야 지난달 26일에는 북한에공개적인 경고를 하고 나섰다.이보다 하루 전 LA타임스는아프가니스탄 다음 공격목표로 북한을 아예 지목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이에 앞서 지난 19일에는 미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인 존 R 볼턴이 세균무기 의혹 국가로 이라크·북한·시리아·이란·리비아 5개 국가를 들고,이라크 다음으로 위험한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문제는 볼턴의 이러한 발언이 충분치 않은 근거로 선악(善惡)을 가르는 미국의일방적 언어 폭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에 때맞춰 우리 언론들은 한편으로는 부시의 강경 발언에 대한 우려와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투명성을 요구하는보도를 내보냈다. 부시의 강경발언은 북한으로 하여금 ‘자위적 대응책' 이라는 강경발언을 유도했고,그 결과 부시정권 들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대화에 대한 서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신경전을 넘어서는 정치·군사적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는 듯이 보인다.위험한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현재 남북관계에서 아슬아슬한 소강국면 속에 있다.더구나 휴전선에서 총격 사건까지 벌어지고 북한의 남한에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으며, 남한의 햇볕정책도 주춤거리고 있다.여기에 미국의 확전 경고와 그 대상이 북한일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우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이 정도면 과거 남북한이 대립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전쟁을 입에 올리는 상황이니,당사자인 북한의 입장과 또 다른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남한에 어느 정도 중대한 문제인지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의 햇볕정책 등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판 정신' 을 발휘하는 언론이 우리 전체민족의 운명에 대해 위험천만한 발언을 하는 미국 정부와대통령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지 않은가? 상대가 미국이라서 그랬다면,사대주의 언론일 것이고,북한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나 해도 괜찮기 때문에 그랬다면 남북 화해의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 언론일 따름이며,큰 문제가 아니라서 그랬다면 민족의 문제를 제대로 가려보지 못하는 무지한 언론이라고밖에 달리 평가할 수 없다. 부시의 발언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전쟁이 전쟁을 낳는악순환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민족의 운명을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강대국 미국의 오만함을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냉전 시절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파수꾼 미국에 대한 예의의 차원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남북이 화해하고 있고 냉전이 해체된 지금도 미국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딘지 자주국가 독립언론으로서의 모양새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영철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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