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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파격인사 본때 보이나

    보건복지부의 ‘서열파괴’ 인사에 대해 다른 중앙부처들이 긴장된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참여정부가 최근들어 공직사회의 혁신을 더욱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는 데다,‘보통 국무위원’이 아닌 ‘실세 정치인’인 김근태 장관이 주도하는 인사여서 어떤 식으로든 타부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2일 과장 5명을 직위공모를 통해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열에 따른 인사관행을 탈피하겠다는 것으로,복지부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복지부의 인사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자리와 책임을 줘야 한다는 게 장관의 확고한 인사원칙”이라며 “앞으로는 개개인의 경쟁력이 인사의 원칙이자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직원들은 이번 과장 공모를 공무원 사회에 뿌리내려온 서열중시 관행을 파괴하는,이른바 ‘김근태식 인사’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다. 복지부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특히 복지부는 앞으로 서기관과 사무관으로 직위공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의 한 과장은 “김 장관의 ‘인사모험’이 부처 전체 구도를 뒤흔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선후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직위공모에 포함된 복지부 5개 과장은 예전에는 서열로 정해졌었는데 이를 공모로 하겠다는 것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는 이미 이런 제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탄력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의 한 공무원은 “지금도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이런 절차를 거치고 있는데,공개적인 절차로 적임자를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진정으로 파격인사가 되려면 공모대상을 전 부처나 민간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무총리실 심화섭 기획과장은 “직위공모를 통한 연공서열 파괴나 외부 전문가 수혈 등은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5개 과장 직위공모 대상은 사회복지총괄과장·의약품정책과장·식품정책과장·암관리과장·구강정책과장이다. 공모에는 복지부 본부와 소속기관 등의 4급 이상 공무원 110명이 응할 수 있다.선발은 직무수행계획서 검토와 면접시험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 중앙인사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전문가,보건복지 전문가,인력스카우트업체(헤드 헌터) 등 내·외부의 심사위원들도 참여한다. 김용수기자 dragon@seoul.co.kr
  • “CEO들 기업가정신 부족”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예전의 기업가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고,변화에 적극 대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다.이를 안전한 게임만 하고 모험을 걸지 않으려는 ‘외환위기증후군’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총리는 11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드래건밸리 호텔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제3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기업가는 유전자에 박아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운명적으로 기업가정신을 타고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다니지,정부가 규제한다고 기업가정신을 발휘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80년대 대우 근무시절에 겪은 김우중 회장의 일화도 한토막 소개했다.당시 한 나라로부터 대금을 못받아 런던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자신은 저녁 술자리로 1시간 만에 회의 내용을 까맣게 잊었으나 김 회장은 밤늦게까지 고민하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그는 “이런 점이 기업가와 맥없이 따라다니는 직원과의 차이”라면서 “그때처럼 한없이 휘젓고 다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기업가정신을 갖고 일선에서 뛰던 직원들은 상처를 받고 떠나고 재무·인사 등에서 경영자가 돼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면서 “공격적인 전문경영인보다 ‘기업관료’가 더 행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세 경영체제의 한계도 기업가정신 실종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이 부총리는 “2세 경영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따고 파이낸스를 전공해 항상 리스크(위험)관리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며,공격적으로 경영을 하다 손실을 보고 사회적 공격을 받느니 조용히 가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베르낭의 그리스 신화(장 피에르 베르낭 지음,문신원 옮김,성우 펴냄) 프랑스의 세계적인 신화학자가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카오스에서 시작되는 우주의 탄생부터 가이아에서 비롯된 신들의 탄생과 전쟁,최초의 여인인 판도라의 탄생,오디세우스와 페르세우스의 모험,트로이 전쟁과 오이디푸스의 저주받은 운명 등을 다룬다.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가이아나 꾀 또는 계략을 뜻하는 메티스,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의 답이 이름 자체에 담겨 있는 오이디푸스,감추는 여자를 의미하는 칼립소 등 이름이나 낱말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 이야기가 지닌 상징성을 밝힌다.1만 3000원. ●비주얼 컬처(존 A 워커 지음,임산 옮김,루비박스 펴냄) 최근 몇 년 사이 영국과 미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연구영역인 비주얼 컬처에 대한 입문서.회화나 건축,조각 같은 전통적인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포스터,만화,낙서,사진 등 시각적인 모든 이미지들이 비주얼 컬처의 연구 그물망에 들어 있다.미학,기호학,마르크스주의,포스트 구조주의,수용이론,페미니즘,미디어 스터디스(매체연구) 등 다양한 이론 틀을 연구방법으로 활용하는 만큼 상호학제성 혹은 다학제성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1만 1800원. ●일본 근현대사(W 비즐리 지음,장인성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오늘날 일본은 비서구 국가 가운데 근대화에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이 책은 전통과 근대성의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일본의 근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살핀다.부국과 강병의 문제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영·일 관계사를 전공한 저자는 부국과 강병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련을 갖는,근현대 일본 국가전략의 통시적 주제라고 강조한다.영미권에서 근현대 일본사의 기본 텍스트로 가장 많이 읽혀져온 책이다.1만 5000원. ●디지털 혁명,전자책(성대훈 지음,이채 펴냄) 전자책은 정보콘텐츠 산업의 핵심 분야이자 새로운 출판매체로 주목받고 있다.정부기관들은 각종 보고서를 전자책으로 펴내고,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은 앞다퉈 전자도서관을 열고,금융업계에선 회원들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의 하나로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소수 개인에 한정됐던 전자책 수요가 일반 기업과 정부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뉴미디어로서의 전자책의 매체적 특성,국내외 전자책 관련 소프트웨어와 단말기,전자책 수익모델 등을 다룬다.1만 5000원. ●세계화와 싸운다(폴 킹스노스 지음,김정아 옮김,창비 펴냄) 영국의 진보 잡지 ‘에콜로지스트’의 부편집자를 지낸 저자가 5대륙을 둘러보면서 세계화의 만행과 이에 맞서 싸우는 전세계 민중의 저항운동을 기록한 기행문.저자가 주목하는 새로운 대중운동의 이념은 멕시코의 치아파스에서 마련됐다.치아파스는 1994년 최초의 탈근대혁명인 사파티스타 혁명이 일어난 곳으로,그곳에선 아직도 혁명이 진행 중이다.1만 5000원. ●영어 공용화 국가의 말과 삶(박영준 등 지음,한국문화사 펴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언어 실태와 문제점을 살폈다.공용어란 한 국가나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단일언어 국가의 경우 모국어가 곧 공용어인 1국가 1공용어이지만,인도는 ‘힌디’라는 국어가 있지만 국민의 30%만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각기 방언을 사용한다.벨기에처럼 심각한 언어갈등을 빚는 나라도 적지 않다.책은 영어 공용화의 문제점을 문화적 정체성,모국어 사용능력,국가경쟁력,사회통합 등의 관점에서 짚어본다.1만원.
  • “한국축구 세대교체 해야 산다”

    “한국축구 세대교체 해야 산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대수술이 임박했다.이번에야말로 과감한 ‘세대교체’로 한국 축구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8일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베트남(94위)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2-1 신승을 거두자 여론은 들끓었다.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전문가들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당장은 위험부담도 따른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에 최대 고비가 될 레바논전(10월13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주저하다가는 오히려 독일월드컵 본선이나 지역 최종예선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칼 빼 든 본프레레 대표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세대교체를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베트남전을 통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한 본프레레 감독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폭’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프레레 감독은 베트남전 이후 “선수들이 자만심을 가진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한 뒤 “한·일월드컵 멤버 등 향후 특정 선수에 특혜가 주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젊은 피’ 영입이 단순한 충격요법이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이제는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주전을 선발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젊은피에 관심을 가졌다.하지만 승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그는 지금까지 모험보단 안정을 택했다. 그러나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그는 베트남전 후반 최성국(21) 김정우(22·이상 울산) 김두현(22·수원) 등 신진들을 대거 교체투입하면서 역전승까지 이끌어내자 “교체멤버를 3명 이상 바꿀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젊은 피’의 파워를 인정했다. 지난 6월 터키와의 평가전에서도 당시 올림픽팀 7명을 선발출장시킨 2차전에서 2-1의 승리를 이끌면서 1차전(0-1)패배를 설욕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관심은 교체폭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는 베트남전이 끝나자마자 ‘배가 불렀다.’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일부는 특정선수를 거론하면서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토의 목소리가 가장높은 부분은 역시 공격진.이동국(25·광주)과 안정환(28·요코하마) 설기현(25·울버햄턴)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대신 이천수(23·누만시아) 최성국 등 젊은피를 중용하자는 것. 수비진도 예외는 아니다.2002한·일월드컵 이후 홍명보(35·LA갤럭시)가 대표팀을 은퇴하고 최근에는 김태영(34·전남)마저 태극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최진철(33·전북) 이민성(31·포항) 등에 대한 교체목소리도 높다.다만 한·일월드컵 멤버 가운데서 이천수 박지성(23·아인트호벤)을 비롯해 송종국(25·페예노르트)과 이운재(31·수원)는 아직까지 신뢰를 얻고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도 세대교체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들도 ‘세대교체’에 공감을 표시했다.이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세대교체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김순기 위원은 “기존멤버들은 4강 신화 달성 이후 목표의식이 희미해졌다.”면서 “하루빨리 새로운 선수를 기용해 새로운 목표를 세워 2006년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연착륙도 생각해야 물론 세대교체에 위험부담도 따를 수 있다.전문가들도 전 포지션에 대한 전격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속도는 높이되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전격적인 세대교체로 성공을 거뒀지만 이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따라서 합동훈련시간이 한정된 현재의 상황에서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혁명’ 수준의 세대교체보단 ‘개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견해가 높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귀신 ‘짱’ 장서희가 나타났다

    귀신 ‘짱’ 장서희가 나타났다

    “어쭙잖은 변신은 멀쩡한 사람을 망가지게 만들어요.영화출연은 또다른 장서희를 보여주는 작업이라 해두죠.” “깍쟁이일 거라는 편견은 억울하네요.편한 사람과 만나면 얼마나 장난도 잘 치는데…”“아역 탤런트 출신이어서 사회성은 좀 부족한 것도 같아요.그 대신 일찍부터 ‘애 늙은이’소릴 들었을 정도로 선배들,어른들 섬길 줄은 알았거든요.” 영화 ‘귀신이 산다’의 개봉을 앞둔 ‘인어아가씨’ 장서희(32)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자기발언을 하는 배우다.상상 이상이다.인터뷰의 분위기가 채 무르익기도 전인데 예상질문들을 넘겨짚어 착착 대답을 내놓을 정도다.똑 소리나는 노련함이다.그러나 ‘넘치지’ 않는다.노련하되 노회하지 않은 반듯함.스무살 고개를 갓 넘긴 어린 친구들이 장악해버린 연예계에서 꾸준히 그녀만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비결같다. 17일 개봉하는 코미디 ‘귀신이 산다’는 그녀가 철이 들고 주연한 첫 영화,그러니까 엄격한 의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그런데 역할이 보통 요상한(?) 게 아니다.처녀귀신.새로 이사온 젊은 주인남자(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자리다툼을 벌이는 별난 캐릭터다. “어떻게 귀신을 맡게 됐냐고 많이들 궁금해 해요.사연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건 TV 주말연속극 ‘회전목마’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녹화일정이 워낙 빠듯해 시나리오를 들춰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그 즈음 교통사고를 당했다.꼼짝없이 병원신세를 지면서 시간죽이기 삼아 읽은 시나리오에 번개처럼 ‘필’이 팍 꽂혔던 거다. 뒤늦은 스크린 나들이에 대한 부담이 왜 없었을까.‘인어아가씨’의 성공으로 연기생활 20여년 만에 정상에 올라선 그로서는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열심히 주판알도 튕겨봤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조건이 아주 좋았다.”며 조목조목 ‘행운의 조건’들을 꼽아보인다.“상대배우가 코믹영화판을 주름잡는 차승원,감독이 흥행제조기 김상진,제작사가 시네마서비스…” “‘작품성만 좋으면‘이라고 여유부릴 자신은 없었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3개월여 동안의 영화촬영은 낯설어서 더 즐거운 경험이었다.와이어에 거꾸로 매달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몇시간을 버티기도 했다.시간시간 쪽대본을 받아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찍어야 하는 TV와 달리 영화현장은 모든 게 지루할 만큼 느렸다.코미디에 자신의 이미지가 겉돌까봐 걱정도 많이 했었다.결국 감독에게서 ‘최상의 캐스팅’이라는 칭찬을 이끌어낸 것도 기분좋은 수확이었다. 힘겹게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제 “연기도 인생이랑 닮은꼴”이라고 자신감을 실어 말할 줄 안다.“노력하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라고 말할 때도,“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귀인을 만나게 되는 게 생의 이치인 것 같다.”고 말할 때도 자기확신이 예사롭지 않아 뵌다.“만약 스무살 때 ‘인어아가씨’로 떴다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살아왔을 것”이라며 웃는다. 늦게 터진 인기복을 원없이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덧없는지도 누구보다 잘 안다.“배우,특히 여배우는 시간 앞에서 말할 수 없이 무기력한 존재”라는 말끝에는 결연함마저 읽힌다. TV든 영화든 장르 따지지 않고 부지런히 쫓아다닐 각오다.‘귀신이 산다’가 개봉되고 나면 조만간 안방극장 미니시리즈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서희의 셀프카메라 #“참 인덕이 많은 배우다.”-함께 일해본 감독들은 꼭 다시 일하자고 제의해온다.촬영장에 거의 늦어본 적이 없는 성실한 태도가 큰 장점인 것같다.‘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 소리를 잘하는,예의바른 연기자라고 감히 자평할 수 있다.(웃음) 방송가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한혜숙 선배님이 ‘인어아가씨’에 함께 출연할 때 손수 보약을 지어주셨을 정도니까.선배 무서운 줄 모르는 신참배우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도덕시간에 배운대로 살자고! #“현실감각은 좀 떨어지는 것같기도…”-연기생활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해 힘들었던 것말고는 그늘이 없었다.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부모님 사랑 듬뿍받고 자란,온실 속의 화초였다고나 할까.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금전관리를 해주신 탓에 지금도 돈관리는 젬병이다.결혼하면 그게 제일 걱정이다. #“말랐다는 소리,정말 괴롭다.”-말랐다는 소릴 듣는 건 스트레스다.아무리 찌우려고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된다.힘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싫다. #“오래 들으면 피곤한 내 목소리”-사실은 목소리 고민이 제일 크다.하이톤이어서 소리지르는 연기를 할 때면 이만저만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소형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녹화전에 미리 목소리 톤을 점검하는 습관이 있다.
  • [씨줄날줄] 대박의 꿈/손성진 논설위원

    일확천금의 의미로 쓰이는 대박(大舶)은 큰 배라는 뜻이다.‘대박이 터졌다.’라는 표현은 박을 금은보화가 들어있는 ‘흥부의 박’과 잘못 연관지어서 만든 말로 여겨진다.물고기나 진귀한 물건을 가득 싣고 항구에 들어오는 배는 옛날 사람들에겐 횡재의 상징이었다.서양에서도 제국주의 시대에 몇년씩 집을 비우고 해외로 나가서 평생 먹고 살 보물들을 배에 싣고 귀국하는 것이 선원들의 꿈이었다.그 시절의 대박은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목숨까지 건 모험의 소산이었다. ‘대박 상품’‘대박 투자’‘대박 영화’‘대박 종목’‘수능 대박’까지 대박은 돈과 관계있는 모든 것의 수식어처럼 쓰이고 있는 지경이다.‘대박 신드롬’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부른 외환위기가 낳은,결코 아름답지 못한 부산물이다.순식간에 많은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재화를 얻으려고 대박을 좇는다.그들은 대박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다른 사람들을 현혹한다. 실직한 뒤 무모하게도 1년 안에 10억원 만들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자 동반 자살을 시도한 부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다.당첨 확률이 814만 5060분의 1,즉 0.000012%밖에 안 되는 로또 복권 1등의 요행수에 자신들을 던져넣은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다.1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의 8분의1만큼이나 낮고,5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그 복권을 사려고 자동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의 3분의1밖에 안 된다고 한다.복권 당첨은 곧 행복일까.나중에 불행해 지더라도 로또에 한번 당첨돼 봤으면 좋겠다고 하겠지만 1000만달러 이상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 가운데 64%가 전보다 더 불행해졌다는 조사가 있다.1993년 당시 미국 복권 사상 최고액인 약 234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던 재미교포가 8년 만에 파산신청을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었다. 물론 대박이 꿈만은 아니다.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한국에서 돈을 굴려서 수년새 10억원을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진정한 대박은 요행이 아니라 성실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열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노력없이 짧은 기간에 손에 쥔 부귀일수록 신기루처럼 쉬 사라질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신예 vs 노장 주전경쟁

    [2006 독일월드컵] 신예 vs 노장 주전경쟁

    ‘계급장 떼고 붙자.’ 노장과 신예가 한판 대결을 준비 중이다.2일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베트남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8일 오후 7시·호치민시)을 위해 맹훈련에 돌입했다.특히 이번 훈련에는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젊은피’가 대거 합류해 열기를 더했다.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세대교체 구상이 실천에 옮겨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본프레레 자유경쟁·적자생존 강조 본프레레 감독도 자유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을 강조했다.“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선발한 것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렇다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그러나 본프레레 감독도 젊은피의 위력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지난 6월 열린 터키와의 두차례 평가전에서 1차전은 패했지만 올림픽대표 6명을 선발 출장시킨 2차전에서 2-1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김동진·이영표 왼쪽 윙백 맞대결 이에 따라 신·구 선수들간 포지션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조재진(23) 이천수(23)가 설기현(25) 이동국(25) 안정환(28) 등이 버티고 있는 공격라인에 도전장을 냈다.수비에서는 조병국(23)이 노장 이민성(31)과 중앙수비수를 놓고 경쟁 중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왼쪽 윙백 이영표(27)와 김동진(22)의 맞대결.김동진(서울)은 지난 1일 K-리그 성남전에서 후반 4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20m짜리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올림픽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화끈한 골 장면을 재현했다. 김동진도 자신감을 보였다.그는 “모든 선수에게 정해진 위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자만이 주전 자리를 쟁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베트남전이 월드컵 본선 티켓과 연관이 있는 만큼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는 지나친 모험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그러나 2년 뒤 월드컵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활발한 테스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소집 첫날 체력테스트에선 ‘신예 거미손’ 김영광이 ‘체력왕’에 올랐다.셔틀런(20m 구간 왕복달리기)에서 75회를 채우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김동진(74회) 김두현(72회)이 뒤를 이어 역시 체력에선 ‘젊은피’가 낫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는 목적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 ‘대한민국 영어특별시’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모든 시스템은 영어권 나라의 상황과 똑같이 구성돼 있다.이곳은 수백만원의 해외연수비용을 댈 정도로 형편이 좋거나 영어를 잘하는 우등생을 위한 ‘소수의 마을’이 아니다.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학생이면 누구나 똑같이 다녀가게 될 ‘혜택의 마을’이다.바람직한 영어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교육의 내실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영어마을에 쏠린 기대와 관심은 대단하다.우리나라 1호 영어마을 첫 수업에 참여한 평택 신한중과 남양주 별내중 207명의 체험교육 현장과 프로그램,규칙,시설 등을 자세히 점검해 봤다. 지난 23일 월요일 오전 10시.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학생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학생들은 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 요구에 따라 도착카드(Arrival card)를 영어로 작성해 입국심사를 받는다.심사대 앞에 두 줄로 선 학생들은 영어마을 전용신분증(English Town ID card)을 보여주고 이름과 출신을 묻는 원어민 강사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며 차례차례 마을로 들어온다. 심사를 마친 학생들은 은행으로 향했다.여기서도 원어민 강사의 질문은 계속 쏟아진다.학생들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출금양식(Withdrawal form)을 작성한 뒤 영어마을에서 사용되는 화폐 30달러씩을 받았다. 그 다음 가야할 곳은 호텔.학생들은 호텔 안내데스크에서 앞으로 지낼 방 호수를 알게 된다.호텔에서 숙소 열쇠를 받은 뒤 편의점(General store)에 들러 수업에 필요한 공책을 산 후에야 비로소 숙소에서 짐을 푼 이재현(14·신한중)군은 “말이 안통하니까 진짜 황당하고 불편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영어 배우며 세계시민의 소양 쌓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경기영어마을의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캐나다 출신 강사인 사라(Sara·27·여)의 음악 수업.음악전공반 학생들이 배울 내용은 라틴댄스의 기초격인 ‘마렝게’다. 사라는 춤을 가르치기에 앞서 세계지도를 그려 남아메리카의 위치와 역사·문화적 특징을 설명한다.리듬을 타면서 걷는 라틴댄스 마렝게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학생들에겐 발 한 걸음 떼기가 부담스럽게만 보였다. 사라는 춤에 이어 노래도 가르쳤다.학생들은 사라의 선창에 따라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부른다는 ‘움바야(Om-bay-a)’를 배우기 시작한다.“움바야∼움바오∼에오∼”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의성어로 이루어진 이국 땅의 노래를 학생들은 사라와 함께 주거니받거니 부르며 금세 흥미를 느껴간다. 수업을 마친 사라는 “아직 학생들이 영어마을에 익숙하지 않아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지만 곧 친숙해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둘째날인 24일 오전 10시 과학반 요리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닉슨(Nixton·26)은 학생들에게 남아메리카의 지도를 보여주며 아이티(Haiti)라는 국가에 대해 설명한다.오늘 만들어볼 음식은 아이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시나몬 가루와 벌꿀로 버무린 열대과일 샐러드다. 하루 전만 해도 한마디도 못했던 이효진(14·신한중)군은 과일을 더 큰 걸로 달라고 닉슨에게 “big, bigest”를 외치며 익살을 떤다.학생들은 싱크대에 모여 멜론,수박,바나나,오렌지 등 과일을 직접 썰어본다.학교 영어 시간이었다면 bowl(그릇), peel(벗기다), skin(껍질), round(둥근), knife(칼) 등 관련 단어를 단어장에 적어가며 외웠을 텐데,학생들은 그런 과정없이 신통하게도 관련 어휘들을 금세 이해했다. 이태규(14·신한중)군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뜻인지는 이해된다.”며 스스로 신기해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그리니 English가 술~술~ 둘째날 24일 화요일 오후 1시 드라마반 방송수업.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프(Geof·36) 강사는 인터뷰 기술을 설명한다.‘5W1H(육하원칙)’에 따라 질문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수업이 어려워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소형카메라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를 쥐어주자 언제 졸았냐는 듯이 촬영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영어마을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감’ 학생들은 2인1조로 서로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5가지 이상 질문을 만들어 묻고 답하는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촬영장소는 보통 오픈스튜디오를 이용하지만 영어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삼아도 상관없다.촬영을 마친 학생들은 간단한 편집을 거쳐 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려둔다.허건(14·신한중)군은 “집에 가면 부모님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방송 수업 강사 조프는 “학생들이 잘 촬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전후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매우 흥미롭다.”며 영어마을 교육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7일 금요일 오전 9시 HR(home room)시간.이 시간은 담임강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운동을 즐긴다.이날 아침 야외 운동장에선 드라마 담당 데이비드(David·27)반과 로보틱스 담당 마크(Mark·26)반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학생들은 닷새 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원어민 강사는 피부색이 다른 낯선 외국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돼 있었다.‘Go!Go!’,‘It’s mine.’,‘pass’ 등등 축구를 하는 학생이나 응원을 하는 학생이나 모두 말이 되든 안되든 씩씩하게 입을 열고 본다.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던 강미현(14·별내중)양은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영어마을을 떠나기가 싫다.”고 아쉬워했다.마크는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은 원어민 강사들에게도 매우 큰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학생·교사 모두 적극적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수업시간에도 나타났다.27일 오전 10시 드라마반 미술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샐리(Sally·29)는 학생들에게 ‘미국’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모두 적어보게 했다.FBI, Status of liberty, Halloween day, Bush, NBA, eagle 등등 3인1조로 팀을 꾸린 학생들은 한 팀당 10∼20개씩 단어를 줄줄 적어내려 간다.철자를 모르는 단어는 샐리에게 물어보며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샐리는 학생들이 적어낸 수많은 단어 중에서 ‘할리우드’를 집어내고 디즈니 만화의 고향이 할리우드라고 설명한다. 오늘 수업의 핵심은 바로 디즈니의 만화를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A4용지 한장을 12조각으로 잘라서 각각의 조각에 사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 넣는다.그림을 빨리 넘겨보면서 학생들은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고웅천(14·신한중)군은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돼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영어권 소도시 옮겨놓은 듯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멀리 대부도가 내려다 보이는 서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경기영어마을은 4년 동안 경기도 공무원수련원으로 사용됐던 연수시설을 8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것이다.6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23일 개원한 경기영어마을은 5만 3890평 대지에 건축면적 4034평 규모로 교육시설,체험시설,휴게·체육시설,업무시설,숙박시설,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모든 시설은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합하도록 꾸며졌다. 경기영어마을에 들어서면 영어권 국가의 소도시를 옮겨 놓은 것처럼 실감나게 꾸며진 체험공간이 눈에 띈다.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은행(Bank),우체국(Post office),진료소(Clinic) 등은 외국의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져서 학생들의 체험교육을 돕는다. 일반 강의실은 ‘우정(Friendship)’,‘꿈(Dream)’,‘희망(Hope)’,‘모험(Adventure)’,‘행복(Happiness)’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정’ 강의실은 책상과 의자 없이 계단형 소파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로보틱스(Robotics),방송(Broadcasting),쿠킹(Cooking) 등 학생들의 실습과 참여가 꼭 필요한 수업은 전공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로보틱스 수업이 진행되는 프리 존(Free-Zone)엔 곳곳에 소파와 다목적 책상이 있어 학생들이 편하게 둘러 앉아 로봇을 조립하고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했다.방송수업은 뉴스·드라마 촬영이 가능한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와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소형 카메라가 비치된 멀티미디어랩(Multi-Media Lab)실에서 진행된다.쿠킹수업은 식재료를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싱크대와 식기류를 구비한 부엌(Kitchen)에서 실시한다. 식사하는 공간 역시 영어를 배우는 곳이다.150여평 규모의 식당 한 편에 20평 정도의 식사예절실(Formal Dining room)을 만들어 실제 요리사 경력이 있는 원어민 강사가 식사예절을 가르친다. 학생과 교사 250여명의 매 끼니는 서울외국인학교,서울국제학교 등과 기업체 40여곳의 급식을 10년간 담당해온 전문업체가 책임진다.담당영양사 2명은 밥 먹는 시간에도 체험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적인 식단짜기에 심혈을 기울인다.아침은 미국 스타일로 토스트와 계란,과일이 주가 되며 점심은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저녁은 한식이다.양식 위주의 식단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녁은 쌀밥과 국,김치가 식탁에 오른다.또한 채식주의자(Vegetarian)인 일부 원어민 교사를 위한 샐러드 코너도 마련돼 있다. 숙소는 콘도 형식으로 5∼6명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17평 규모로 2층 침대 3개와 세면대,샤워실,화장실,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원어민 교사 38명은 경기도영어문화원이 제공한 시흥 일대의 17∼20평 전세 아파트에 나누어 살며 셔틀버스로 출퇴근한다.원어민 교사들은 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폴란드 출신으로 이 중 30%는 사설 영어교육기관에서 2∼3년 간 한국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이들은 지난 7월 말∼8월 초 2주간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경기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았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2006년 3월에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내 8만 4000여평 부지에 파주캠프가 문을 연다.파주캠프는 학생과 원어민 강사 700여명이 항상 거주할 수 있는 정주형 영어마을로 꾸며진다.시청,경찰서,박물관,카페,레스토랑 등 공공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다.2008년 2월에는 양평군 용문면 일대 5만여평 부지에 양평캠프도 개원한다.양평캠프는 용문산 국민관광지와 반딧불이 서식지 등 우수한 자연환경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영어는 목적 아닌 수단’,‘암기식 아닌 체험 중심 교육’,‘세계시민 교육’. 경기영어마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영어교육의 목표다.이 같은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영어문화원은 지난해 7월 한국영어교육학회와 계약을 맺고 1년 동안 경기영어마을 교육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중학교 2학년 대상 5박6일 프로그램은 학교 영어수업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설계됐다.언어를 배우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다 보니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 궁극적으로는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전공을 4가지로 나누었다.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드라마(Drama),음악(Music),미술(Art),과학(Science) 중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전공이 결정되면 전공 10시간,전공관련 수업 14시간을 듣게 된다.모든 학생들은 체육(exercise) 4시간,일(work) 3시간,자유시간(free time) 2시간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드라마 전공생은 드라마 수업 외에 방송(Broadcasting)과 미술(Art)과목을 듣는다.음악 전공생은 문화(Culture)와 방송을,예술 전공생은 문화와 요리(Cooking)를,과학전공생은 로봇만들기(Robotics)와 요리를 추가로 배운다. 드라마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배우가 돼서 영어로 연극을 해보는 수업이다.아프리카,유럽 등에 전해 내려오는 짧은 옛날 이야기를 이해하고 각자 역할을 나누어 연기를 한다.학생들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연극을 하면서 말하기(Speaking)의 자신감을 얻는다. 음악과 요리수업 시간에는 이국 문화를 체험하고 ‘움직임’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을 집중적으로 익힌다.음악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전통 춤과 노래를 배우고 직접 해본다.악기도 실제로 연주한다.요리 수업도 남아메리카,유럽 등의 전통음식을 만들어보고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생각한다.음악과 요리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행동’과 관련된 표현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미술시간에도 역시 다른나라의 감각과 스타일을 배우고 이를 그려보거나 공예품을 만들어 본다.학생들은 자신들이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 이를 영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방송시간에는 2인1조로 팀을 나누고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서로 인터뷰를 하고 답해본다.학생들은 인터뷰 과정을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경기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올려둔다.이 시간에는 질문하기(Asking)와 답하기(Answering)를 집중 연습할 수 있다. 문화는 지구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수업이다.세계 각지의 축제와 행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모두가 함께 보호해야 할 멸종동물,지구촌의 환경문제 등에 관해서 공부한다. 로보틱스 시간에는 학생들이 로봇을 조립해보고 완성된 로봇 작품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시켜 여러 기능을 시연한다.전문분야의 다소 어려운 영어 수업을 듣고 이해하고 직접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봄으로써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과학 과목에서는 마술의 원리,태양 에너지 자동차나 풍력·수력 발전기를 조립해 본다.학생들은 과학에 관한 재미있는 과제를 수행한다. 경기영어마을의 모든 수업은 세계시민의식(Global awareness),협동(co-operation),이벤트(event)의 3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수업 내용은 학생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외국문화 및 세계문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학생들이 세계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또한 팀별로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하거나 로봇을 만들어 봄으로써 함께 협동하며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한다.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공동작업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다.직접 만든 요리의 맛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만든 태양열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어 결과물을 확인하고 우승자에게 포상하는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참가신청은 경기영어마을 참가신청은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만 할 수 있다.다른 지역의 학교나 개인 자격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5박6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영어마을 교육시간을 학교 수업 일수로 인정받는다.참가비용은 1인당 8만원.총 33만원의 참가비 중 경기도가 학생 한 명 당 25만원을 지원한다.2005년 2월 말까지 진행되는 2004년도 하반기 입소대상 25개교 3720여명의 선정이 이미 끝난 상태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은 혜택의 기회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집중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1박2일 가족프로그램과 방학 4주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올 10월부터 시작되는 1박2일 가족 프로그램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경기도민은 1인당 3만원,다른지역 주민은 1인당 6만원을 내야 한다.방학 4주 프로그램은 캐나다 필교육청과 함께 개발 중이며 2004년 겨울방학부터 시작할 예정이다.(031)223-5614. ■경기 영어마을의 룰 경기영어마을에 가면 경기영어마을의 법을 따라야 한다.철저한 체험교육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규칙이다. 경기영어마을에서는 오로지 영어만 사용한다.원어민 강사들은 “오직 영어만,한국어는 안돼!(Only English No Korean)”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수업시간은 물론 친구들 끼리 이야기할 때도, 팀별로 축구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도 오직 영어로 말한다.한국말을 하다가 걸리면 상황에 따라 1∼3달러까지 벌금을 문다. 둘째, 경기영어마을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해외에 어학연수 나왔다는 상황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쉽게 국내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또한 외부에 있는 가족,친구들과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셋째, 오직 경기영어마을 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만 사용한다.학생들은 마을에 들어오는 첫날 모두 똑같이 30달러를 받는다.영어마을 전용화폐로 편의점에서 수업에 필요한 공책도 사고 간식도 사먹을 수 있으며 우체국에서 편지도 보내고 은행에 저금도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들은 자유시간을 이용해 일 또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강의실을 정리정돈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수업에 필요한 준비를 돕는다.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경기영어마을 전용신분증에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도장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우수 학생으로 인정받고 상금도 받는다. 안산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Q채널, 짧은 인생,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Q채널, 짧은 인생,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게 마련.짧은 인생 후회없는 삶을 위해 죽기 전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가봐야 할 곳은 어디일까. 케이블·위성 논픽션 채널 Q채널은 영국 BBC가 제작한 ‘죽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2편을 9월1일부터 이틀 동안(오전 8시,오후 8시) 연속 방영한다. 1일에는 BBC가 영국인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죽기 전에 해야 할 50가지’를 방송한다.대답은 ‘북극 곰 보러가기’‘야생 호랑이 보기’‘우주 탐사’ 등 다양했다.‘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하기’‘롤러코스터 타기’ 등 오락적인 것에서부터 만리장성,마추픽추,피라미드 등의 ‘유적지 방문’,그리고 ‘상어와의 다이빙’ 등 모험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들도 있었다.그러면 영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은 무엇일까.의외로 ‘돌고래와 수영하기’였다. 2일에는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50곳’이 방영된다.영국의 유명 방송 사회자인 크렉 도일의 안내로 세계의 여행 명소 50곳을 발표한다.휴양지로 잘 알려진 폴리네시아 보라보라섬과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진시황제의 무덤,인류의 마지막 생태계 보고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섬 등이 소개된다.죽기전에 가봐야할 곳 1위로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 꼽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SBS 물량공세로 시청률 도박

    SBS가 오는 10월 가을 개편과 함께 KBS뉴스9,MBC뉴스데스크와 정면 대결을 위한 파격적인 편성을 실시한다.다른 방송사의 메인뉴스 방송시간대인 평일 오후 9시대에 걸쳐 방영하고 있는 일일드라마 ‘소풍가는 여자’와 일일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을 모두 폐지한다.대신 그 자리에 여러가지 시사·교양·오락 프로그램 등을 요일별로 ‘블록 편성’하는 물량공세를 통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현재 월화·수목 드라마가 끝난 뒤 11시대에 방영하고 있는 인기 시사프로그램을 이 시간대로 당겨 경쟁사의 뉴스와 맞불작전을 펼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평일 오후 9시대는 SBS가 개국 이후 메인뉴스를 8시로 차별 편성하면서 줄곧 드라마 등 가족 프로그램을 방영해 온 시간대.그러나 KBS1TV와 MBC 메인뉴스의 아성에 밀리고,심지어 KBS2TV 교양프로그램에도 고전하는 등 저조한 시청률(10%내외)을 보이자 회사내에서조차 ‘죽은 시간대’로 불릴 정도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 왔다.지난 97년 한때 ‘8시뉴스’의 방영시간대를 9시로 바꾸는 모험을 시도했지만,오히려 시청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자존심만 구겼다. SBS가 이같은 이례적인 편성을 실시하는 이유는 오후 9시대는 물론 각 방송사 주요 드라마의 각축장인 오후 10시대의 시청률과 광고 수주까지 의식한 포석.SBS 편성기획팀은 “오후 9시대 드라마·시트콤의 시청률과 광고 등 ‘실적’이 좋지 않아 가을 개편과 함께 ‘장르의 다양화’전략으로 타 방송사의 메인뉴스를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이 시간대의 행보에 따라 오후 10시대 월화·수목 드라마의 시청률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SBS의 오후 9시대 시청률 올인 전략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시청률을 의식해 오락성 짙은 프로그램만 집중편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SBS의 한 시사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는 “내용보다는 재미를 의식한 나머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연성화’해 편성하는 것은 오히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문화도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요즘은 이견이 없다.실제 부천이 문화도시로 정착한 과정은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과제로 채택될 만큼 ‘이례적’이었다.연구를 수행한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45) 수석 연구원은 “부천시가 단기간 내에 문화도시로 급부상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시의 문화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투자와 만화·영화·오케스트라 등을 매개로 한 참신한 도전,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산업 집적화에 성공한 결과”라고 진단내렸다. 이를 반영하듯 부천국제영화제는 지자체가 여는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되고,부천시립교향악단은 전국 1∼2위를 다투는 수준 높은 악단으로 성장했다.영화제와 교향악단이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부천이 기초지방단체에 불과하고,90년대까지만 해도 ‘난개발과 공해로 찌든 도시’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책과 민간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시민들의 풍만한 문화욕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난개발,공해도시가 문화도시로 화려하게 변신 부천은 1973년 시 승격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공장 등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공해가 심한 도시라는 ‘원죄적’ 불명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문화재와 관광지가 거의 없는데다 시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마저 부족해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수도권의 그저 그런 위성도시였다.이러던 차에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을 계기로 ‘문화’라는 컨셉트가 도입됐다.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굴뚝없는 공장’인 문화를 특화전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해선 초대 민선시장은 97년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를 개최했다.평소 친분이 있던 이장호 영화감독이 부천의 방향설정을 위해서는 뭔가 대형 기획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당시 시의 규모로 보아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지만 시와 지역예술인들이 힘을 합해 밀어붙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부천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부산·전주·광주보다 질과 호응도 면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올해 8회째 열린 영화제(7월 15∼24일)는 국내·외에서 261편이 출품돼 8만 3413명이 관람하는 성황을 이뤘다. 차별성 전략이 주효했다.다른 지자체의 국제영화제가 일반 작품을 다루는 영화제인 것과는 달리 부천은 모험·환상·사랑을 주제로 한 ‘판타스틱’으로 특화,영화의 주고객인 젊은층에게 어필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을 영화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등 인적 인프라의 우수성도 강점으로 작용했다.게다가 부천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아 관객 동원이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부천시립교향악단(부천필)이 KBS교향악단 다음가는 악단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휘자인 임헌정(52)씨의 역할이 컸다.부천필이 태동된 이듬해인 89년부터 15년째 지휘를 맡고 있는 임씨는 실력은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로 부천필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부천은 ‘부천필’이 있는 도시”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국의 사이먼 래틀(베를린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불리는 임씨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최초로 말러의 교향곡 10곡을 모두 연주하는 위업을 달성했다.이를 계기로 부천은 클래식애호가와 문화계 인사들에게 ‘부천필이 있는 도시’로 알려지게 됐다. 임씨는 누구의 입김도 통하지 않는 실력 위주의 단원 선발로 유명하다.‘너무 팀워크가 좋은 것이 단점’이라고 엄살을 떠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단원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다.수원이나 성남.·경기도립 교향악단에 견줘 중간 수준이지만 단원들의 ‘짱짱한’ 실력이 알려지면서 개인레슨 등이 밀려들어 부천필은 음대 졸업생들이 선망하는 악단이 됐다. 무엇보다 부천시가 문화도시로 열매를 맺은 데에는 원혜영 전 시장의 공이 컸다. ‘문화가 곧 경쟁력이고 현대는 문화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원 전 시장은 98년부터 지난해 12월 퇴임하기 전까지 문화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만화가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판단 아래 만화정보센터와 만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상동신도시 10만평에 영상문화단지를 설립했다.여기에는 해방 전후 서울 종로거리를 재현한 영화·드라마 세트장과 세계 건축물 미니어처인 ‘아인스월드’ 등을 부천으로 끌어들였다.애견테마파크와 서커스상설공연장이 건립 중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책의지가 원동력으로 작용 또 “박물관이 많은 도시가 진짜 문화도시”라며 종합운동장에 만화박물관,유럽자기박물관,교육박물관,수석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을 입주시켰다.상동 호수공원에는 자연생태박물관,물박물관,활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문화란 한 사람의 역할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부천은 시장의 정책의지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대두되는 것은 이같은 원 전 시장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반면 원 전 시장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진흥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시의 정책의지와 맞물린 데다 일반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역량도 빼놓을 수 없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중앙공원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공연에는 수천명의 관객이 몰려든다.이들은 공연이 끝나도 귀가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인근 시청 잔디광장으로 옮아가 8시부터 열리는 ‘에어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부천필이 연간 30회 가량 개최하는 공연은 유료임에도 항상 관람객이 객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다른 도시 문화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지난해 부천에서 열린 대형 문화공연만 360건을 넘었다는 사실이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한다. 상동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미정(38·여)씨는 “토요일에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중앙공원을 찾는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문화공연이 열리는 도시에 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예술단체들,눈높이문화 뒷받침 이 과정에서 예술단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부천예총은 시 전통축제인 복사골예술제와 시청광장에서의 영화상영을 주관하는 등 시의 문화정책을 뒷받침했다.또 연간 14회에 걸쳐 아파트단지 등 각 동을 순시하면서 연극·국악·합창·무용 등이 어우러진 ‘찾아가는 작은 무대’를 펼쳐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부천예총 최의열(42) 사무국장은 “부천시만큼 문화마인드를 갖춘 지자체는 찾기 힘들다.”면서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영역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밖에 없다.’며 시작된 문화정책에 시민들이 동화된 데에서 더 나아가,이제는 “문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올 만하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1985년 10월4일,제주도 화북의 해신당에서는 도항제(渡航祭)가 열렸다.‘고대 제주항로 테우 조사단’이 화북을 출발했다.원초적인 고기잡이 배 테우를 복원하여 옛 뱃길에 도전함으로써 ‘한반도~제주도’의 고대 항로를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다.탐라와 육지부의 교류경로,해로 변천사와 유배길 조사도 이루어졌으니,배이름도 격에 맞게 ‘물마루’로 명명되었다.노르웨이 탐험가 T 헤위에르달이 남미에서 폴리네시아군도를 향하여 전통배를 타고 떠난 콘티키(Kontiki)호의 대탐험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테우를 활용한 최초의 모험이리라.물마루호는 서귀포시 보목동에 남아 있던 여섯척 중에서 선발되었다.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 보목동 8월 중순 제주도를 찾아,‘서귀포칠십리 바다사랑회’를 이끌면서 수중탐사와 환경보존에 애쓰는 이원석 회장에게 테우와 자리 조사 안내를 부탁하였더니 약속이나 한 듯 보목동으로 이끈다.보목동이야말로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이기 때문.대부분의 제주도 포구에서 테우로 자리를 잡아왔겠지만 보목만큼 그 전통을 이어가려는 곳은 보지 못하였다. 보목에서는 매년 테우로 자리를 잡는 ‘자리돔큰잔치’를 열어왔다.보목의 자리돔큰잔치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도 사라져간 테우가 그리워서라도 몰려든단다.청년들의 보존 움직임도 활발해서 ‘보목섶섬 수중환경보호지킴이’(회장 강대환)를 조직하여 테우도 복원하고 전통어법 재현에도 힘쓰고 있다.덕분에 보목동에 가면 언제든지 테우를 볼 수 있다.그러나 한라산의 귀한 구상나무로 만들던 테우는 사라졌고 일본산 삼나무 테우들로 대체되어 조금은 안타깝다. 몇년 전의 일.제주도민들이 감귤을 들고서 북한을 집단방문한 적이 있었다.일찍이 북에 정착하게 된 제주 출신 노인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말문을 트다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언가를 물었다고 한다.그런데 노인은 허다한 먹을거리를 제치고 ‘자리젓이 그립다.’고 하였다.초년의 입맛은 일생을 간다고 하였으니 자리젓의 아른한 향취가 50년 넘게 이어진 셈이다. 사실 ‘자리강회’,‘자리물회’,‘자리구이’ ‘자리젓갈’ 등 자리 없는 제주도 식단은 왠지 빈자리 같다.활기 넘치는 강진국 마을회장은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좋아한다니 절반은 제주사람으로 인정해 줍세.”라고 너스레를 놓았다.자리를 모르고서 제주도 먹을거리를 논하지 말지어다! ●고향을 지키는 고기, 그래서 이름도 ‘자리’ 오키나와에서 한반도 남해안 일부에까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아열대성 자리는 붙박이로 한군데서 일생을 마친다.서귀포 외돌개에서 보목 앞의 섶섬에 이르는 난류대를 특히 좋아한다.보목에서는 ‘겨울에 눈이 오면 개가 죽는다.’는 속담도 있다.모든 물고기가 자유롭게 먼바다를 나돌고,모든 새가 먼하늘을 나돌 것 같지만 그런 상상은 시나 노래에서나 가능하다.자리에게도 엄연히 따스한 집이 있고 그리운 고향이 있다.자리는 자신이 태어난 따스한 곳에서 가능한 한 떠나질 않는다.그래서 이름도 ‘자리’다. 보목에서는 앞의 섶섬 동쪽에 동군자리,서쪽에 서군자리,서쪽 해변에 리알자리,지귀섬의 자귀자리,쇠소각 냇물이 흘러나오는 쇠소각자리 등의 ‘자리밭’이 유명하다.어민들은 이들 자리밭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테우를 들이밀어 자리를 낚는다.경계없는 바다같지만 엄연히 바다밭이 경계를 가른다.섶섬 주변에서는 섬그늘에 모여든다면,민물이 흘러들어 기수대를 형성하는 쇠소각에서는 감미로운 민물을 마시려고 몰려든다.그래서 똑같은 바다이지만 매양 동일한 바다는 없다.문전옥답만 강조하는 육지중심 사고와 다르게 기름진 바다밭의 해양중심 사고로 바라본다면 바다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연출하며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밭이 다르면 같은 배추종자도 맛이 다르기 마련.보목과 우도의 자리가 같을 수 없으며,고산의 자리는 성산의 자리와 다르다.같은 보목 내에서도 여(암초)의 상태에 따라 자리의 색감과 생김새,심지어 맛까지 다르다.절기에 따라서도 알이 찬 알찬자리,자잘한 쉬자리,산란하고 난 다음에 잡히는 거죽자리 등등 이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조류가 센 곳에서 노는 가파도자리는 뼈가 굵어 물회용에는 어울리지 않아 구이용에 적합하다.뼈가 부드럽고 맛이 고소한 보목의 자리는 구이보다도 물회나 강회에 어울리니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제각각인 셈이다. ●더위 푸는 덴 물회, 술안주엔 구이 얼마전 경남 삼천포에서 자리구이를 맛보았다.횟집 주인 왈,“수온이 높아지니 여기까지 자리가 찾아드네요.”라고 했다.이제 자리는 차츰 북상을 하여 남해 해안가에서도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데 남해안의 자리가 어떤 격식을 갖추고 있는가는 아직 감이 덜 잡힌다. 자리는 먹는 취향과 장소,시간에 따라서 맛도 다르다.복중의 더위풀이에는 시원한 자리물회가 그만인데 자리구이는 술안주로도 맞춤이다.자리젓국은 멸치젓과 더불어 제주민이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젓갈.그런데 제주도 바깥에서는 똑같은 자리물회라도 당최 제맛이 나지 않는다.독특한 향을 내는 제피잎을 잘게 썰어넣어야 국물이 한결 시원해지는데 싱싱한 제피잎을 구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독특한 맛을 내는 제피잎 없는 자리물회는 사실 정통식이 못된다. 한때 구두미포구,서래포구,큰개머리,배개포구 등 전통적인 포구에서 25척에 이르는 테우들이 국자같이 생긴 국자사둘로 자리를 잡았다.자리만으로도 충분히 생계가 유지되었다.1명이 수경으로 물밑을 감시하면 2명이 그물을 드리워 조류에 떠들어오는 자리를 낚았다.배를 타지 않고 갯바다밭의 ‘덕’에서 자리를 잡는 덕자리사둘,동그란 모양의 사둘을 도르래의 힘으로 드리우거나 올리며 낚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어법이었던 동고락사둘도 행해졌다. ●자리잡이·해초 채취… 전천후 다목적 배 그러나 GPS로 바뀌면서 배도 발동선으로 바뀌었으니 전통 테우 자리잡이도 한폭의 사진으로만 남은 셈이다.‘자리 삽서(사세요).’라고 외치며 마을길을 나다니던 아낙들의 외침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전통어법은 사라졌으나 자리잡이의 경제적 이득은 여전히 높아서 지금도 보목의 살림살이를 살찌우게 한다. 테우는 자리잡이에만 쓰였던 배가 아니다.전천후,다목적이었으니 해초 채취에도 요긴했다.바다마을 사람들은 기름진 해초 없이는 푸석푸석한 화산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해초 채취에 테우가 더할나위 없이 요긴했으니 해초를 그득 싣고 돌아오는 풍경 역시 화학비료에 떠밀려서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테우는 물마루호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제주민의 해상교통에 절대적인 수단이었다.탐라의 고대 대외교류도 테우에 의존하였다.삼국지동이전에 이르길,“배를 타고 왕래하면서 물건을 사고판다.”고 하였으니,테우를 이용한 교역이 일찍부터 이루어졌다.독일인 겐테(S.Genthe)는 ‘제주도탐험과 동해 중국에서의 표류’란 표류기에서,테우의 위력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어떤 파도에도 끄떡없는 이음새 영접하기 위해 보낸 배는 이상한 배였다.보트도 아니고,카누나 속을 파낸 통나무도 아니었다.뱃전이나 배의 구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거대한 뗏목이었다.거센 파도라는 어쩔 도리 없는 조건 때문에 적응법칙에 따라,예컨대 동인도의 마드라스 해안의 파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게,기상천외의 물건이 만들어졌음이 이내 밝혀졌다.거칠고 격렬하게 출렁이며 크고 육중하게 굴러오는 사나운 파도가 끊임없이 그 선박을 덮쳤다.막힌 보트라면 금방 물이 가득 차서 뒤집힐 것 같았다. 그러나 튼튼한 이음매의 큼직한 틈새가 있어서 부딪치는 파도의 위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큼직한 통나무들로 엮어 만든 듬성듬성한 이 선대(船臺)는 어떤 경우에도 물이 차서 뒤집힐 리가 없었다. 제주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섬이다.중요 물자는 배로 움직였다.전통시대에 일주도로·관통도로가 없었음은 당연한 일.‘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도 광복 당시의 빈약한 교통로를 이렇게 말했다.“ 섬을 둘러싼 좁은 도로가 있었을 뿐이다.1940년대 당시 제주시에서 섬을 횡단하여 서귀포로 가는 도로는 부설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웠으리라. ●맥 잇는 마을 있어 그나마 위안 테우는 사라졌어도 테우를 복원해서 끝내 이어가겠다는 마을이 있음은 일말의 위안이 된다.신혼여행객도 태우고,문화관광특구도 만들어 당찬 마을로 가꾸겠다는 결의에 가득찬 것을 보니,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연한 길을 모색하는 듯하여 감개무량이다.비록 배는 낡고 덜 효율적이지만 전통을 살려서 미래의 바다로 가꾸어 나간다는 바다살림의 의지는 바로 문화적 종다원성을 지키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해변가로 유별나게 솟구친 가파른 ‘제지기오름’에 오르니 보목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절대보호구역인 섶섬의 자연경관적 가치에 관해서는 무엇을 더 논하랴.관광객에게는 눈요기에 불과한 섶섬이지만 자리돔에게는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붙박이 자리’임을 애써 기록하고 돌아온다.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동분서주하면서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섶섬의 자리들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
  • VJ 닥터 노 인기 GO GO GO

    VJ 닥터 노 인기 GO GO GO

    “좋아!가는거야∼”. 이 말 한마디로 ‘아마추어 놀이 문화계’를 평정하고 케이블 접수에 나선 박사가 있다.바로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새로운 VJ 닥터 노. VJ 경험이 전혀 없는 ‘생초짜’인 그가 자신의 이름까지 내건 로드쇼 프로그램 ‘닥터 노의 즐길거리’(월∼금 오후 4시)를 턱 하니 맡았고,‘슈퍼 바이브 파티’(월∼금 오후 6시)에서도 배꼽이 훤히 보이는 수퍼맨 쫄티를 입고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며 분위기를 한없이 띄우는 보조 MC까지 꿰찼다.“좋아!가는거야∼”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분명 맞다. 본명 노홍철.올해 나이 25살.홍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신나게 놀다가 “m.net의 눈썰미 있는 작가 눈에 띄여 오디션을 보게 됐고” 담당 PD는 한 눈에 그가 ‘물건’임을 알아봤다고 한다.사실 그는 아마추어와 언더그라운드 세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정도로 자랑스런 이름을 떨쳤다. 다이내믹 듀오 등 가수들의 콘서트,가요제 등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아 관객의 배꼽을 괴롭히며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대단한 능력을 뽐내왔다.“군대 갔다와서 친구들이 과외해서 돈버는데 저는 공부를 안해서 머리에서 뺄 게 없더라구요.근데 사회를 보니까 40만원씩 주는 거예요.친구들 25만원씩 벌때.그 것도 놀면서.얼마나 좋아∼(웃음).” ‘놀면서 돈도 버는’,아무리 꿈꿔도 이루지 못할 꿈을 실현시킨 그의 좌우명은 “재미없는데 왜 해?”다.“솔직히 처음에 내가 VJ가 되겠냐 했죠.그냥 제 고객으로 만들어야지 하고 갔는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연락받으니까 너무 기뻤죠.또 이름 걸고 하라니 너무 영광스럽고….그런데 한편으론 고민했어요 지금 대박 난 사업인데 이걸 당분간 접어야 한다니.” 사업?사업이라니? 노는 게 일이요 취미요 특기라는 닥터 노 아닌가.그러나 그는 분명 저가 중국여행전문회사 ‘홍철투어’의 대표이며 파티 용품을 수입,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꿈과 모험의 홍철동산’의 CEO다! 어릴 때부터 잘 놀아본 경험이 그에겐 ‘종자돈’이 된 셈.그는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라는 옛 말을 충실히 지켜온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 아닐까 싶다.어울려 노는 게 좋아 공짜로도 행사 진행을 맡아주던 그는 한 사진 작가의 눈에 띄여 웨딩 모델로도 나섰다.게다가 여자친구와 함께.그의 여자친구는 슈퍼 엘리트 모델 출신이다!흠….이쯤되면 맘을 곱게 쓰며 복을 받는다는 말도 맞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트렌드 따라잡기가 취미인 그는 “현재 200% 만족”이란다.“이렇게 놀면서 하는데 돈까지 주니까 아유∼ 그냥 믿기지가 않아요.(웃음)” 그를 보면 또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그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불운을 불운으로 생각하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낙천주의자’.신체 다른 곳은 불모지인데 오로지 턱에만 수북히 자라나는 수염을 곱게 길러 한 면도기 회사에서 주최한 엽기수염왕 선발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하고 성격 좋다는 말에 용감무쌍하게 ‘닥터 노의 성격 클리닉’을 차린 성격 개조 전문의(?)도 지냈다.“전봇대에다가 전단지를 붙였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박사가 별 건 가요.흰 가운 입으면 다 박사지.우리 부모님 소원도 풀어드리고 돈도 벌고(웃음).” 그의 방송이 전파를 탄지 한달 남짓.쉴 새 없이 눈을 깜빡이며 “아니!아니!”를 추임새처럼 내뱉는 약장수 말투는 이미 장안의 화제다.프라임타임대(오후 5시)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앞설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고 팬클럽 회원수가 하루가 다를 정도로 그의 인기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아이들이 제 말투를 따라하고 사진 찍을 때 입을 벌리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니까요.걱정되고 (부모님한테)미안해 죽겠어요.(웃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엘리펀트 장르/예매율 드라마/1.4%(18세) 감독/배우는 구스 반 산트/존 로빈슨·엘리아스 맥코넬·알렉스 프로스트·에릭 듈렌 어떤 줄거리 총기난사 전후 16분간 그 고교에서는 무슨 일이 이래서 좋아 비판없이 진실에 접근하는 놀라운 통찰력 이래서 별로 일상만 조용히 좇는 카메라가 지루할 수도 홈피 반응은 “잔혹한 사건을 보는 아름다운 영상에 충격” ●프레디 VS 제이슨 장르/예매율공포/2.0%(18세) 감독/배우는로니 우/로버트 잉글런드·커징거·모니카 키나 어떤 줄거리꿈 속에서는 프레디가,현실에서는 제이슨이… 이래서 좋아‘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의 두 캐릭터를 한꺼번에 이래서 별로죽지도 않던데 그렇게 싸워 뭐하나 홈피 반응은“많이 잔인하고 많이 어이없고” ●가필드 장르/예매율가족드라마/2.9%(전체) 감독/배우는피터 휴이트/브레킨 마이어·제니퍼 휴이트 어떤 줄거리말썽꾸러기 가필드의 친구찾기 모험 이래서 좋아3D애니메이션과 실사의 합성으로 탄생한 귀여운 가필드 이래서 별로재미·교훈 있는 전형적인 ‘착한’영화 홈피 반응은“…” ●시실리 2㎞ 장르/예매율코믹공포/6.8%(15세) 감독/배우는신정원/임창정·권오중·임은경 어떤 줄거리산골 외딴집을 무대로 ‘다이아몬드를 찾아라.’ 이래서 좋아임창정의 ‘웃기는’ 카리스마와 조연들의 코믹연기 이래서 별로조악한 화면,만화같이 과장된 캐릭터 홈피 반응은“‘쬐끔’ 무섭고 ‘무쟈게’ 재미있음” ●본 슈프리머시 장르/예매율액션/7.7%(15세) 감독/배우는폴 그린그래스/맷 데이먼·프랑카 포텐테 어떤 줄거리기억을 잃은 스파이를 둘러싼 음모 이래서 좋아보통의 액션영화와 다른 생생한 리얼리티 이래서 별로잦은 핸드 헬드로 정신없는 화면 홈피 반응은“올해 최고의 자동차 추격신” ●바람의 파이터 장르/예매율휴먼드라마/12.9%(12세) 감독/배우는양윤호/양동근·히라야마 아야 어떤 줄거리최배달,그는 왜 강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이래서 좋아리얼 액션과 가슴 찡한 인간승리의 휴머니즘 이래서 별로압축과 생략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 다소 지루함 홈피 반응은“양동근이 맡아서 더 가까이 느껴지는 최배달” ●터미널 장르/예매율휴먼드라마/50.9%(전체) 감독/배우는스티븐 스필버그/톰 행크스·캐서린 제타 존스 어떤 줄거리입국심사대를 통과못한 한 이방인의 공항 생활 정착기 이래서 좋아사회의 축소판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희로애락 이래서 별로스필버그의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은 여전하네 홈피 반응은“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 ●알 포인트 장르/예매율 전쟁공포/14.4%(15세) 감독/배우는 공수창/감우성·손병호·오태경 어떤 줄거리실종된 전우를 찾아나선 베트남전 병사들의 ‘공포체험’ 이래서 좋아밀림서 군인들이 귀신에 휘둘리는,독특한 공포 이래서 별로화끈한 반전없이 밋밋하기만 한 드라마 홈피 반응은“감우성 연기,카리스마가 조금 부족한 듯”
  • [논술비타민] 인간과 동물

    제시문은 웃음의 유발과 관계된 것이다.각각의 경우 웃게 되는 이유와 그 의미를 분석하고,적절한 예를 통해 그와 같은 웃음의 사회적 기능을 논술하시오.(1700자 안팎으로 쓰시오.) -2004 연세대 논술고사 문제(인문계) (가) 소크라테스:(등장하며)숨결과 혼돈과 대기에 맹세코 나는 아직도 저렇게 무능하고 어리석은 멍텅구리는 본 적이 없어.까마귀 고길 먹었나.한두 마디도 못 외우고 금세 잊어버리니…….어쨌든 저 자를 여기 해가 쬐는 곳으로 불러내자.스트레프시아데스,이불을 가지고 나와! 스트레프시아데스:벼룩 놈들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요.(스트레프시아데스,집에서 이불을 들고 등장) (…) 스트레프시아데스:소크라테스 선생! 소크라테스:뭐야? 스트레프시아데스:이자(利子)를 안 낼 방법이 떠올랐어요. 소크라테스:말해봐. 스트레프시아데스:이건 어떻습니까? 소크라테스:뭐가? 스트레프시아데스:테살리아의 무당을 불러서 밤중에 달을 끌어내려요.그러고는 달님을 둥근 투구함에 넣어 두는 거죠.거울처럼. 소크라테스:그게 무슨 소용이야? 스트레프시아데스:무슨 소용이냐고?나 참,달님이 아무 데도 뜨지 않으면 이자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거든요. 소크라테스:왜지? 스트레프시아데스:왜라니,이자는 달로 계산하니까. 소크라테스:근사하군.또 하나 문제를 내지.(…)증인이 없어 불리할 때는 어떻게 상대의 고소를 걷어치우지? 스트레프시아데스:식은 죽 먹기죠. 소크라테스:말해 봐. 스트레프시아데스:이렇게 하는 거예요.내가 불려가기 전,다른 재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달려가서 목을 매지요. 소크라테스:바보 같은 소리. 스트레프시아데스:천만에,그게 아녜요.내가 죽으면 아무도 기소하지 못 한다 이겁니다. 소크라테스:잠꼬대 같은 소리.꺼져!이제 가르치는 것도 진저리난다! (아리스토파네스,(구름)) (나) 가르가멜이 어린애를 낳게 된 상황과 방식은 다음과 같다.만일 여러분이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항문이 빠져버릴 일이다. 2월 3일 저녁,고드비요(gaudebillaux)를 너무 먹은 나머지 가르가멜의 항문이 빠져버리고 있을 때였다.고드비요란 쿠아로(coiraux)의 기름기 있는 내장 요리를 말한다.쿠아로란 여물통과 프레 기모(prez guimaulx)에서 살찌운 소의 고기를 말한다.프레 기모란 일년에 두 번 풀이 나는 곳을 말한다.이들 중 367,014마리를 잡아,사육제 마지막 날 소금에 절인다.봄이 왔을 때,소금기 있는 고기를 기림으로써 술판을 더 잘 벌이기 위해서이다.(…) 선량한 그랑구지에는 이것을 너무 즐긴 나머지 모든 음식마다 한 국자 가득 청했다.그러면서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는 이 모든 내장 요리가 그다지 권할 만하지 못한 만큼,조금만 먹으라고 했다.“똥자루를 먹는다는 건,그만큼 똥을 먹고 싶다는 거지.”라고 그는 말했다.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열여섯 가마 두 말 여섯 되를 먹었다.오,그 얼마나 사랑스러운 배설물이 그녀 몸 안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던가!(…) 얼마 후 가르가멜은 숨을 몰아쉬며 울고 소리 지르기 시작하였다.그러자 갑자기 사방에서 산파들이 몰려와 아래에 손을 대보았는데,맛없고 더러운 오물 덩어리가 나온 것을 보고는 어린애인 줄만 알았다.하나 그것은 위에 말한 바와 같이 내장 요리를 너무 많이 먹은 까닭에 여러분이 ‘직장(直腸)’이라 부르는 곧은창자가 늘어나면서 빠져나온 항문이었다.(…) 이 불행한 사건 때문에 자궁의 태반엽이 늘어나 버렸고,그래서 태아는 대신 공정맥(空靜脈) 안에 파고들어 횡경막을 따라 올라가 어깨 근처까지 이르게 되었다.정맥이 두 가닥으로 나뉘는 그 부분에서 왼쪽 길을 택한 태아는 급기야 왼쪽 귀를 통해 나오고야 말았다. 애는 태어나기가 무섭게 보통 애처럼 “앙!앙!” 하고 울지 않고,목청껏 “술!술!술!” 하며 모든 사람에게 한 잔 하라는 듯 부르짖었으니,심지어 뵈스(Beusse)나 비바루아(Bibarois) 지방에서조차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여러분은 이처럼 괴이한 출생을 그다지 믿지 않을 것이다.믿지 않아도 걱정될 건 없지만,선량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면 들은 말이나 책에서 읽은 말을 믿는 것이 당연하다.그것이 우리의 법규나 신앙이나 이성이나 성서에 어긋나기라도 한단 말인가? 나로서는 성서에서 그런 일에 반대되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다.가령 하느님의 뜻이 그러했다 할진대,여러분은 하느님이 그렇게 하실 리가 없다고 하겠는가? 제발,그런 헛된 생각으로 정신이 흐리멍텅어리둥절해지는(emburelucocquez) 일 없기 바란다.여러분에게 고하노니,하느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그러므로 만일 하느님이 원하기만 하신다면,여자들은 이제부터 그처럼 귀로 애를 낳게 될 것이다. (라블레,(팡타그뤼엘의 아버지인 위대한 가르강튀아의 소름끼치는 이야기)) (다) 언젠가 어느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그림과 소설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라.” 그의 말에 비춰 보면,우리는 우스개라는,‘웃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달팽이가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는 뭐라고 했을까? “이랴!” 거북이가 한 무리의 달팽이 갱들에게 습격을 당해,가지고 있던 것들을 몽땅 털렸다.신고를 받고 나타난 경찰이 악당들의 인상착의를 묻자 거북이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느 날 저녁,한 남자가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듯한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문을 열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바닥에 달팽이 한 마리만 꼬물거리고 있었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집어서는 정원의 잔디밭 저편으로 멀리 던져 버렸다.일 년 후,그는 대문 두드리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다.문을 열자,이번에도 사람은 없고 달팽이 한 마리만이 바닥에 붙은 채 이렇게 씩씩대고 있었다. “이봐요,좀 아까 왜 그런 거지? 제길,이유나 알고 갑시다.” (T.코헨,(조크: 조크에 대한 철학적 사고)) 1.사오정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삼장 선생 집에 일찍 도착한 사오정과 저팔계는 낄낄대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야! 어떤 아빠가 아들이 받아온 성적표를 봤는데 거의 모든 과목 성적이 ‘가’이고 미술 한 과목만 ‘양’이더래.그 성적표를 받아든 아빠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너는 너무 한 과목에만 너무 치중하는구나.’하고 말했대.”“하하하!” 사오정의 말에 저팔계는 박장대소했다.“나도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어떤 학생이 ‘삼장법사가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을 만나면서 겪은 모험담을 쓴 책의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날아라 슈퍼보드’라고 대답했대.이 학생이 국어 시간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여럿이 힘을 합하면 못할 것이 없다.’라고 대답했대.웃기지?”“하하하! 정말 재미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니?” 삼장 선생이 들어오며 물었다.“재미있는 얘기하며 놀고 있었어요.” “그랬구나.무슨 일인가 했다.많이 웃는 모습을 보니 참 좋구나.웃음은 참 좋은 거란다.오하이오 주립대의 낸시 레커 교수는 ‘웃음은 참으로 좋은 약이다.’라면서 웃음은 힘을 주고 극복할 능력을 주며,상호간에 대화와 마음의 통로를 열어주기도 하고 긴장감을 완화시켜 주기도 한다고 했다.또한 웃음은 분노를 몰아내고 공격성을 없애줄 뿐 아니라 학습효과를 높여주고 기억력을 증진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하루에 한 번만 신나게 웃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니 웃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 수 있다.어쨌거나 오늘 문제를 한번 풀어 보자.공교롭게도 오늘 논제가 웃음에 관한 것이니 그 의미나 효능을 한번 잘 정리해 놓기 바란다.” 사오정과 저팔계는 열심히 답안을 작성하였다. 2.논달 선생 칭찬하다 “모두 잘 썼구나.요즘은 너희들이 일정한 수준에 올라선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삼장 선생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두기로 하자구나.이 문제는 웃음과 연관된 제시문의 내용을 통하여 각 제시문에 나타난 웃음의 이유와 그 의미를 분석하고 적절한 예를 통하여 웃음의 사회적 기능을 논술하라는 것이다.논제를 잘 읽으면 답안에 포함되어야 내용을 알 수가 있지? 웃게 되는 이유 서술,그 의미 분석,웃음의 사회적 기능을 논술하면 된단다. 서론은 웃음에 관한 정의나 사례 제시,웃음과 관련된 속담 등을 실마리로 하여 웃음의 효능이나 사회적 기능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하는 내용으로 꾸미면 좋을 듯하구나.본론에서는 주어진 논제,곧 각 제시문에 나타난 웃음의 이유,그 의미 분석,사회적 기능을 서술해 나가면 된다. 따라서 본론 1에서는 제시문 (가),본론 2에서는 제시문 (나),본론 3에서는 제시문 (다)에 나타난 웃음의 이유와 그 의미 분석을 하고,본론 4에서는 적절한 예를 통해 그와 같은 웃음의 사회적 기능을 논술하는 정도의 구성으로 체계화하면 무난한 답안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3.삼장 가르쳐주다 “참! 너희들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는 거 알고 있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웃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한단다.이 때문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웃는 동물’이라고도 말한 바도 있단다.웃음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단다.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란다.인간과 동물의 대비 분석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이나 특성을 잘 정리해 놓으면 다양한 논술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단다. 현대 산업 사회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에게 편리한 생활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그러나 동시에 고도로 기계화된 산업 사회 체제 속에서 인간은 그 윤리적 삶의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를 안게 되었다.인간 소외 현상,사치 향락 풍조의 만연,반성적 지혜의 결여,인구 및 공해 문제 등이 그것이다.그리고 이런 문제는 산업 사회 자체에 대한 회의나,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바르게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것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올바른 전망을 갖는 것은 이제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결국 현대를 사는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피할 수 없다.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 출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은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이어진다.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정리해 놓아야 한다.인간을 규정하고 특징지을 수 있는 개념이나 현상들을 꼼꼼히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가령 언어의 관점에서 보면 흔히 인간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그런데 어떤 침팬지는 50여 어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가능했다는 연구 결과 보고가 있단다.오리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인간의 언어는 동물의 언어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 등을 세부적으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단다.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지.이런 점들을 세밀하게 정리해 놓지 않으면 인간의 특성을 서술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하느니라.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4.사오정,썰렁해지다 “예,잘 알겠습니다.” 둘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수고들 많았다.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기 전에 저녁 식사라도 하겠느냐?”“아니오.”“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냐?” 삼장 선생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오정과 저팔계는 일순 말을 잃고 서로를 쳐다보다가 박장대소했다.“선생님! 썰렁하게 뭐예요! 아이고 추워라! 얼른 가자!” “허허! 이 녀석들이 웃자고 간만에 한 마디했는데,호응을 안해 주는구나.그래 미안하다.앞으로는 썰렁한 얘기 안 하마.허허허!” 다음 주에는 ‘미디어가 폭력이라니?’라는 제목의 강좌가 진행됩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국제플러스] 후진타오 “공산당 집권력 강화할것”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후진타오(胡錦濤) 중국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2일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공산당의 집권력을 강화하고 자주·평화 외교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후 주석은 이날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된 기념식 연설에서 “국내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는 관건은 공산당에 달려있다.”고 전제,“당은 장악력을 강화하고 부패와의 전쟁,모험주의 경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외 정책에 대해 후 주석은 중국은 평화·자주 외교정책을 고수하고 평화와 상호 이익 원칙 아래 교류·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후진타오 주석의 이날 연설은 오는 9월말 열리는 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전체회의(16期 4中全會)를 약 한달 앞두고 행해져 당의 새로운 정책 방향과 관련,주목되고 있다.
  • [아테네 2004] “편파판정보단 2%정도 부족”男체조 이주형코치

    |아테네 특별취재단|편파 판정인가,2% 부족인가.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한국의 김대은이나 양태영의 몫이 될 것 같던 금메달이 미국 폴 햄에게 돌아가자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 “제2의 오노사태다.”라는 등의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햄이 뜀틀에서 착지하다 심하게 중심을 잃었으나 9.137점을 받았고,마지막 철봉 연기에서도 고득점한 데 따른 것. 김대은은 올림픽 공식사이트 코멘트에서 “마지막 경기를 끝냈을 때 내가 금이라고 생각했다.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많이 실망했고,화가 났다.”고 밝혔다.4위를 한 루마니아의 로안 수시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국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얻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CNNSI 닷컴은 “김대은의 연기는 무난했으나 훌륭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으며,로이터통신은 “햄의 우승은 올림픽 역사상 최대의 역전극”이라고 전했다.전문가들은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며 “금메달을 따기에는 2% 정도 부족했으며 그 가운데 1%는 실력이고,나머지 1%는 애매한 판정”이라고 지적했다.두 선수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 이주형 대표팀 코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태영이 본인의 연기를 100% 쏟아내지 못한 것”이라며 “양태영이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태영은 철봉에서 회전때 봉을 잡는 방식을 두 가지로 달리 해야 신청한 난이도를 인정받을 수 있으나 같은 방식을 써 ‘반복’이 선언돼 스타트 점수가 10점에서 9.8점으로 깎였다.체조 점수 산정은 스타트 점수에서 감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양태영도 “그게 문제였다.”고 말했다.이 코치는 또 “햄이나 양태영이나 모두 실수를 했다.”며 “결과는 경기의 내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이 코치는 햄의 뜀틀 연기는 ‘스카라 900도’로 양태영과 같은 스타트 점수 9.9점짜리라며 착지 불안으로 매트에서 굴러떨어진 것에 대한 감점은 라인 밖으로 나간 것 0.2점,넘어진 것 0.3점을 합쳐 0.5점이라고 설명했다.9.4점에서 잡다한 감점이 반영돼 9.137점을 받았다는 것.“기술적으로는 그 정도 점수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양태영은 9.7점을 받았다. 결국 양태영이 마지막 철봉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해 빈틈을 허용했고,햄은 막판 모험적이고 창조적인 연기로 실수를 만회한 셈이다. window2@seoul.co.kr
  • [이영화 어때요]스크린 할퀸 ‘가필드’

    1978년 짐 데이비스가 신문에 연재한 이래 23개국어로 번역돼 60여개국 2570개 신문에서 2억6000만 독자를 거느린,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가필드.뚱뚱하고 게을러터졌지만,사고를 친 뒤 동그래지는 눈과 무안한 듯 씩 웃는 귀여운 모습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오렌지색 가필드가 스크린 속으로 껑충 뛰어들어왔다. 영화 ‘가필드’(Garfield·19일 개봉)는 실사영화지만 가필드만은 CG의 산물.3D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합성해 바람에 날리는 털과 콧수염의 움직임까지 잡아냈다.‘인어공주’‘라이언 킹’의 CG감독 크리스 베일리의 지휘 하에 ‘닥터 두리틀’의 시각효과팀이 1년동안 컴퓨터에 앉아 가필드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가상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될 정도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는 재미와 교훈이 적절히 배합돼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주인인 존(브레킨 마이어)의 사랑을 듬뿍받는 가필드는 푹신한 쇼파에서 TV를 보거나 동네 고양이들을 괴롭히면서 보내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하지만 존이 동물병원 의사 리즈(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부탁으로 강아지 오디를 데려오는 순간,가필드의 ‘상팔자’는 하루아침에 추락한다.존의 사랑을 오디가 뺏어갔다고 생각하는 가필드는 급기야 오디를 한밤중에 쫓아낸다. 말썽꾸러기 가필드는 동생이 생겼다고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았다.평소 집 밖으로 한 발자국 걸어나가는 것도 싫어했던 가필드가 오디를 찾겠다며 도시를 헤멘 뒤 결국 큰 일을 해내는 과정은,그런 아이들에게 가족의 사랑과 성장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될 듯 싶다. 그렇다고 ‘애들용 영화’만은 아니다.존과 리즈의 따뜻한 사랑과,가필드의 흥미진진한 모험은 성인 관객에게도 재미를 준다.“고양이가 개를 구한다구?”라며 본능에 어긋나는 행동에 감동한 동물들이 가필드를 돕는 장면,돈만 밝히며 오디를 학대하는 TV진행자의 우스꽝스런 모습 등도 어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바로워즈’의 피터 휴이트 감독.가필드의 목소리는 ‘사랑에도 통역이 되나요?’의 빌 머레이가,한국어 더빙판에서는 개그맨 김용만이 연기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네마 천국]SF블록버스터 ‘헬보이’

    ‘미이라’의 어드벤처를 씨줄로 ‘엑스맨’의 다양한 캐릭터와 SF적 상상력을 날줄로 엮은 영화 ‘헬보이’(Hellboy·20일 개봉).그렇다고 두 영화의 장점만 섞었다는 뜻은 아니다.정교하지 못한 모험극은 다소 맥이 빠지고,돌연변이 캐릭터로 소수에 대한 차별을 통찰해낼 만한 깊이도 지니지 못했다.그래도 여름용 액션 블록버스터로 무난한 수준은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1944년 나치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고용해 지옥의 악마를 불러내려는 나치 일당.연합군이 간신히 막아내지만,간발의 차로 빨간 원숭이를 닮은 헬보이(론 펄만)가 지옥으로부터 불려나온다.현장에 있던 브룸교수는 헬보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리고 현재.헬보이는 초자연현상 조사 방어국에서 어둠의 세력에 맞서는 임무를 맡고 있다.예지력을 지닌 양서인간 아베 사피엔과,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리즈도 그를 돕는다. 한편 악명높은 여의사 일사와 태엽장치로 작동하는 모래인간 크뢰넨은 어둠 속으로 추방됐던 라스푸틴을 다시 부활시키고,지옥의 사냥개 삼마엘을 불러낸다. 영화의 큰 뼈대는 헬보이와 라스푸틴 일당의 대결이지만,중간중간 리즈에게 사랑을 느끼는 헬보이의 모습을 첨가해 드라마적 요소를 살렸다.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음침한 지하성곽은 어드벤처 영화의 느낌을 잘 살려냈고,어둠에서 깨어나는 삼마엘을 그려낸 컴퓨터그래픽도 볼 만하다. 하지만 삼마엘과의 대결은 너무 잦아 지루하고,삼마엘보다 더 강해야 할 라스푸틴 속의 악마는 오히려 어이없게 죽어 김이 빠진다.악마의 운명을 스스로 거부한 헬보이의 고뇌도 잘 살아나지 않는다.그래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인간의 선택’이라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지었을까.원작은 마이크 미뇰라의 만화.감독과 각본은 ‘블레이드2’의 길레르모 델 토로가 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비행기에서 내려서자 후끈 습한 열기가 숨을 막는다.무더위 속에 박제된 듯한 육지와 달리 선들거리는 해풍이 불긴 불었으나 여름이 제주도라고 피해가지는 않는 모양이다.덥다.그러나 제주의 신화 속에 발을 담그면 어느새 더위를 잊게 된다.우선 구전되는 신화에 귀를 열자. 오래 전,북제주 김녕에서의 일이다.이곳에 사는 어부 윤동지가 고기를 낚으려고 물 깊이 천근수를 내렸더니 커다란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이상하다싶어 돌을 내던지고 다시 그물을 내렸지만 똑같이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장소를 바꿔서 그물을 내려도 마찬가지였다.사흘째도 돌이 올라오더니 드디어 그날 밤 꿈에 현몽하였다.“나를 곱게 모셔주면 자식 귀한 사람들이 자식을 얻도록 해주겠다.” 윤동지는 ‘조상이 내게 오셨구나.’싶어 그 돌을 가져다 미륵으로 모셨다.그러나 애기가 울어대고,강아지가 짖어대는 바람에 미륵을 편히 모실 수가 없게 되자 지금의 미륵당으로 옮겨 따로 모셨다고 한다.말하자면 ‘바다에서 온 미륵’인 셈이다. 이렇듯 ‘바다 미륵’에 관한 전설은 북제주군 곳곳에 남아있다.김녕의 미륵당은 서문 하르방당,윤동지 하르방,미륵보살 하르방으로도 불린다.옛날 김녕에 동·서문이 따로 있었는데,서문 밖으로 미륵당을 옮기면서 서문하르방당이 되었다.윤씨하르방이란 윤씨가 바다에서 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 ●북제주군 곳곳에 하르방 남아 있어 김녕미륵은 일주도로변 아름다운 해변에 좌정하고 있다.바닷가로 흘러내린 용암과 백색의 모래사장이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파란 바닷물과 조화를 이룬 곳.바람막이 돌담을 거느린 미륵이 바다를 향해 정좌해 있고,작은 나무 두어 그루가 해풍을 막아서 있다.제주도에는 널린 용암 자연석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를 굳게 미륵이라고 믿고 신봉한다.이 서문하르방은 기자와 미륵신앙이 하나로 결부된 산육신(産育神)인 셈이다. 북제주 삼양에도 비슷한 전설이 남아 있다.김첨지라는 이가 어느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화들짝 잠을 깼다.미륵먹돌이 선몽한 꿈을 꾼 것.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서둘러 꿈에 보인 곳을 찾아가 낚싯줄을 던지니 먹돌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김첨지는 먹돌을 품고 집으로 돌아와 알가름의 팽나무 아래에다 미륵으로 모시고 서물날(음력 11일과 26일)마다 제를 올렸다. 그 후 첨지 집안은 우환이 사라지고 복이 넘쳤는데,이를 전해들은 동민들도 그를 따라 미륵먹돌을 모셨다.서물날 이 미륵돌을 건져 서물당이 되었으며,이 때문에 서물 물때에 맞춰 제례를 올렸다.지금도 나무가 우거진 돌담 안에는 제단이 놓여져 있고,미륵먹돌은 제단 밑에 묻혀 있다. 북제주 화북의 미륵 역시 바다에서 태어났으나 약간 다른 점이 있다.바다에서 건져 ‘나에게 태인 조상’이라고 믿고 조상신으로 모셨더니 동지벼슬도 얻고 부자가 된 것까지는 같다.그러나 마을 청년들이 소용없는 짓이라며 미륵을 당 밖에 내버리고 불을 지르려고 했다.그러자 돌미륵이 제 발로 걸어 나왔으며,이 와중에 미륵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났다.이 상처는 동민들에게 피부병으로 나타나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뛰늦게 이를 깨달은 동민들이 다시 미륵을 정중하게 모시자 피부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전한다.피부병을 다스리는 미륵불인 셈이다. 필자는 10여년 전,작은 책 한권을 준비하면서 민중의 삶에 유전되는 미륵을 ‘마을미륵’으로,특히 제주도 마을미륵을 ‘바다미륵’으로 규정했었다.바다미륵의 출현은 확실히 ‘제주도적’이어서,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육지미륵의 원조는 역시 백제 무왕이 건설한 익산 미륵사.미륵사 미륵은 삼존불이 솟구치면서 현현하였다.이렇듯 육지의 미륵은 거개가 땅에서 솟구쳤다.미륵출현의 기이(奇異)는 대단히 비의(秘儀)적이라 꿈에 현몽하여 당신의 존재를 알린다.그런데 제주 미륵은 땅이 아닌 바다에서 올라왔다. 알다시피 미륵은 ‘미래불’이다.석가모니 불타가 2500년 전에 중생을 제도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열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도솔천 용화수 아래에서 중생제도를 행할 삼회를 기다리는 ‘마스터 플랜’이 그것이다.불교가 개창된 이래 미륵신앙은 하나의 운동,즉 미래불을 향한 기다림이었다.그 미륵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이 땅의 민중이 미륵신앙을 대하는 모습은 포괄적이었다.목잘린 불상,목만 남은 불상,내력도 모른 채 밭을 갈다가 얻은 불상,더 나아가 단순한 돌덩이일 뿐인 바위,그것을 민중은 미륵이라고 믿어 왔다.미륵불의 현신이 이처럼 다양한 나라가 또 있을까.제주도 미륵은 이 다양성에다 ‘바다’를 보탰다. 땅과 달리 바다에서 미륵이 출현하는 방식은 해양문화사나 불교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녀 가히 ‘물마루의 세계관’이라 이름할 만하다.물마루는 수평선을 뜻한다.수평과 수직의 세계관은 다르다.한국문화의 기본 신앙 격인 산신신앙의 산은 수직적이다.단군 할아버지가 신단수로 ‘내려온다.’고 했을 때,당수나무에 빌면서 ‘설설이 내리소서.’ 했을 때도 수직적 강신은 금방 확인된다.제주도에도 한라산에 오르면 이런 산신이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제주미륵 신화 그러나 바닷가는 다르다.바다의 민중은 물마루를 보며 산다.물마루는 희망이자 절망이다.외지 물화를 가득 실은 배도 물마루에 오를 때는 돛대 끝자락부터 모습을 드러낸다.벌떼처럼 들이닥치는 왜구의 선단이 이 물마루에 돛대를 들이밀면 이곳 사람들은 서둘러 산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바다 위에 뜬 섬은 물마루에 홀연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이내 망망대해로 변하곤 한다.거기에 섬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있다.이처럼 제주도의 바다미륵에는 평생동안 물마루를 지켜보면서 일상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섬 사람들의 수평적 세계관이 층층이 잠복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확인한 재미있는 점은 제주도의 바다미륵이 모두 북제주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생각컨대,이는 육지로부터 전래된 불교가 북쪽에 먼저 선을 보인 결과이리라.바닷가에 흔한 해수관음 신앙보다 바다미륵을 받아들임으로써 독자적인 민중적 신앙체계를 구축한 제주사람들의 면모가 새삼 돋보인다.당래하생(當來下生)을 서원했던 제주사람들의 꿈이 바다미륵으로 구현된 셈이다. 살펴 보면,제주 불교는 민간적 토속신앙과 결탁하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절 가듯 당(堂)에 가고,당 가듯 절에 가는’ 식이었으니 가히 비승비속(非僧非俗)이요,무불융합(巫佛融合)의 전형인 것이다.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만이 유일무이하게 신당(神堂)과 결부돼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물마루의 수평적 질서는 우리나라만의 내림이 아니다.음력 7월14일,올해로 따져 8월29일 일본 오키나와의 하테루마지마(波照間島) 주민들도 어김없이 미륵제를 지낼 것이다.이들은 해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미륵보살을 앞세워 축제를 벌인다.미륵신앙이 멀리 바다를 건너 머나먼 섬까지 파급된 것이다.일본 본토의 이토(伊豆)반도 같은 해안가에도 미륵신앙이 전래돼 풍요와 다산의 주술을 담당한다.오키나와의 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그 미륵은 엄숙하게 사찰에 모셔지지 않고 마을민의 축제에 불려다니고 있는 중이다.이런 마당에 해상교류 강국이었던 옛 유구국 사람들의 물마루적 세계관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 오끼나와까지 파급된 제주 미륵신앙 이런 바다미륵을 말하자면 제주읍성의 동·서문 밖에 1기씩 남아 있는 미륵을 빼놓을 수 없다.바로 지금의 제주시 동편 건입동과 용담동 한두기(大甕浦口)가 그곳이다.마을에서는 이 미륵을 일러 미륵돌미륵,미륵부처,혹은 서자복미륵,동자복미륵 등으로 부른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해륜사(海輪寺)를 일명 서자복사,만수사(萬壽寺)를 일명 동자복사라고 부르고 있는데,여기에서 미륵명칭이 유래됐음직하다.지금은 민가에 둘러싸여 있지만 제주시 한두기포구와 제주항이 굽어보이는 건입동 쪽에 위치해 지금까지 거친 제주 바다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망망대해를 오가면서 배를 기다리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물마루에 모인다.물마루에 배가 떠올라야 그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기 때문이다.누구나 미술시간에 수직과 수평의 구도를 배웠으리라.바다에서는 물마루의 수평선 하나가 다른 모든 구도를 압도한다.그 수평은 평온한 것 같지만,태풍이라도 거느리면 노도로,해일로 거칠 게 없는 ‘파문’을 일구기도 한다. 이런 ‘물마루의 철학’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바다를 이해하는 첩경이다.세계의 수많은 모험가와 항해자들이 목을 매면서 지켜보았을 그 물마루를 바라보면서 제주민중은 바다미륵을 건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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