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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지 ‘문학과‘ 여름호 2000년대 문학 진단

    90년대 문학과 차별되는 2000년대 새로운 문학적 경향의 징후는 무엇일까. 계간지 ‘문학과 사회’ 여름호(통권 70호)가 2000년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 12명의 작품 경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특집 ‘2000년대 문학의 새로운 모험’을 실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혼종적 글쓰기’와 ‘무중력 공간의 탄생’을 2000년대 문학의 특징으로 꼽는다. 그는 먼저 80년대라는 정치적 외상으로부터 어떻게 글쓰기의 주체를 설정하는가에 따라 ‘386’과 ‘포스트 386’을 가름한다. 이런 점에서 김영하, 박민규, 정이현의 최근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80년대의 탈신화화 작업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전형적인 386세대인 두 친구가 등장하는 김영하의 ‘보물선’(2004)은 냉소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386’을 대상화하고 있으며,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은 80년대 패자들의 신화를 재구성하고 있다. ‘포스트 386’, 즉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접어든 세대의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경향은 우선 혼종적 글쓰기다. 역사적 경험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글쓰기가 아니라 대중문화적 상상력과 하위장르적인 문법의 차용이 문학적 상상력의 중요한 질료로 작용한다는 것. 그는 “백민석, 박성원, 김연수 등이 밀고간 탈리얼리즘의 서사는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방식자체에 대한 다양한 모색의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김경욱은 영화적 문법의 차용을 적극화시켜 소설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기호는 성경 말투를 빌려쓰거나 랩의 리듬을 살린 단문체로 소설을 밀고 나가고 있다. 또다른 경향은 이전 세대에 비해 정치적 죄의식 및 역사적 현실의 중력과 무관한 지점에서 글쓰기가 가능해졌다는 것. 리얼리즘 문학의 기본적인 규율과 현실의 중력을 가볍게 무시하는 이들의 서사적 상상력은 새로운 미디어와 과학적 상상력, 그리고 하위장르적 문법을 차용한 극단적인 팬터지와 우화적 요소를 과감히 도입하게 만드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코엘료 신작 ‘오 자히르’ 이란서 판금 조치

    국내에도 ‘연금술사’ ‘11분’ 등이 번역 소개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작품 ‘오 자히르(O Jahir)’가 이란 당국에 의해 판매금지 및 압수 조치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BBC 인터넷판은 지난주 테헤란에서 열린 책 박람회 행사에 비밀요원들이 들이닥쳐 이 책 1000권을 압수했으며,“앞으로 이란에서 코엘료의 작품은 모두 판매금지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이란측 대변인인 캐러밴 출판사의 마라시 헤자지는 “요원들이 판금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다만 이란 문화부가 그 전부터 코엘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종군기자 아내를 둔 유명작가의 환상적 모험을 다룬 소설로,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좇아 세계를떠돌던 작가가 결국 사랑의 본질과 운명의 힘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자히르는 아랍어로 ‘한번 맞닥뜨리면 사고를 점령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의미로 우리말로는 집착으로 번역될 만하다. 코엘료는 프랑스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갑작스러운 압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후세인, 옥중에서 회고록 집필

    재판을 기다리며 이라크의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이 13일 변호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지오바니 디 스테파노 변호사는 후세인이 최근 몇 주 사이에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전하면서 “책에는 상당히 자세한 내용이 담길 것이다. 그를 구금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내용에 대해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일부 번역된 내용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이집트에 망명했던 청년 시절, 그리고 실패한 군사적 모험에 관해 쓰고 있으며 한때 강대국들이 자신을 이란의 종교혁명 확산을 견제할 유용한 존재로 간주했던 일, 프랑스와 영국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양쪽을 모두 지원하는 양다리 걸치기 정책을 폈던 일 등에 관해 집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직에 있을 당시 우화적인 소설을 쓴 것으로도 잘 알려진 후세인은 감방에서 시를 쓰고 있다는 보도가 간혹 있었다. 권좌에서 축출되기 전 국가 선전을 위해 집필됐던 후세인의 책은 기본 아이디어만 그의 것이고 실제 집필은 여러 명의 필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2001년 출간된 ‘자비바와 왕’이란 소설에서 왕은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데 책 속에서 젊은 여성을 향한 왕의 사랑은 국가에 대한 사랑을 은유하는 것으로 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연합
  • 박지성 “프리미어리그 가고 싶다”

    “빅리그 기회온다면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가고 싶다.”‘아시아의 별’ 박지성(24·PSV에인트호벤)이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대한 소망을 털어놨다. 박지성은 11일 네덜란드 축구전문 ‘풋발 인터내셔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빅리그로 진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격 축구를 하며 내 스타일에 맞는 영국을 주저없이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프로는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며 발전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두려울 것이 없다.”면서 “네덜란드에서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을 딛고 올시즌 팀의 네덜란드 프로리그 에레디비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을 진두지휘한 박지성은 2006년 6월 에인트호벤과 계약이 만료된다. 이 때문에 현재 팀과 재계약을 하느냐 아니면 좀더 높은 수준에 있는 유럽 빅리그 진출을 추진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자신감 표현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잊지 않았다. 박지성은 “AC밀란과 올림피크 리옹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많은 찬스를 놓치는 등 아직 유럽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또 “주위의 비판에 신경쓰지 말고 너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격려해줬고 유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 향상에 도움을 준 히딩크 감독은 축구에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그 영화 어때?] 새영화 ‘세컨핸드 라이온스’

    로버트 듀발, 마이클 케인, 할리 조엘 오스먼트. 할리우드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프리즘이라 할 만한 이 신구 스타들의 조합이 대체 어떤 맛의 드라마를 빚어냈을까.19일 개봉하는 이들의 영화는 ‘번지수’를 짚어내기 힘들 만큼 제목부터 엉뚱하다.‘세컨핸드 라이온스’(Secondhand Lions).‘중고 사자’라니?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철부지 엄마에게 속아 어린 소년 월터(오스먼트)는 또 기약도 없이 생면부지의 친척 노인들 손에 맡겨진다. 얼떨결에 월터를 거두게 된 삼촌뻘의 두 할아버지들은 그런데 보통 괴짜가 아니다.TV, 전화기도 하나 없는 시골살이가 가뜩이나 막막한데 허브(로버트 듀발)와 거스(마이클 케인)삼촌은 걸핏하면 엽총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마저 위협해서 쫓아버리기 일쑤다. 이쯤되니 마을사람들도 이들을 ‘별종’취급할 수밖에. 이런 삼촌들과 지내는 시간은 외롭고 따분할 것만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상상도 못했던 즐거움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진다. ‘가정의 달’에 아주 잘 어울릴 모험과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두 노인과 소년의, 어쩐지 불균형해 뵈는 동거는 평면적인 드라마가 아니란 점에서 감상포인트가 배로 커진다. 밤마다 몽유병을 앓는 허브 삼촌에게 거짓말처럼 근사한 젊은 시절의 모험담이 있었다는 사실이 평범한 가족드라마로 주저앉을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족장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허브 삼촌의 무용담이 천일야화처럼 이어지는 사이,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이 세 남자를 쓸어안는다. 우화집처럼 은유가 많은 영화다. 예컨대 집 앞 옥수수 밭을 어슬렁거리는 늙은 사자는, 흘러간 꿈의 기억을 삶의 동인으로 되새김질하는 극중 노인들의 유쾌한 현시(顯示)같다. 9세에 ‘식스센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세계 영화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스먼트가 부쩍 자라있다. 팀 매캔리스 감독.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北, 중·러 지원에 ‘초강수’ 모험

    북한이 기어이 ‘벼랑끝’으로 한 걸음 더 내딛고 말았다.11일 북한의 핵 연료봉 추출 선언은, 생존을 담보로 한 극단적인 방법을 불사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모험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이뤄진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의 연쇄회동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맹방이 미국의 대북 강경조치 시도에 제동을 걸자 상황을 더 끌 수 있다고 판단, 강수를 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몸값 올리기 전략인가, 핵 보유 수순인가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의 이같은 ‘도발’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몸값 올리기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도 영변 원자로 재가동 카드를 던져 상황을 악화시켰고 그 이후 첸치천(錢其琛)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극비방북을 통한 삼지연 담판으로 북핵 위기를 북·중·미 3자회담이라는 협상국면으로 바꾼 바 있다. 하지만 정말로 ‘핵보유국 수순 밟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6자회담보다 더 나은 협상조건을 만들기 위해 핵무장 수순을 진행시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폐연료봉 추출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면서 “아예 핵 보유국의 위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인터넷판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에 걸맞은 조선의 행동계획은 이미 책정돼 있다.”며 은근히 핵실험 강행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지하핵실험까지 진행한다면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렇다고 미국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달 18일 “북한이 원자로를 가동하든 않든, 연료봉을 재처리하든 않든, 북한이 처한 난국의 해법을 북한측에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성향은 1994년 북핵 위기때의 클린턴 행정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엄연하다. ●파국이냐, 극적 해결이냐 이번 북한의 연료봉 추출 선언으로 상황은 점점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6자회담 재개 등 평화적 해결 국면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위기가 깊어진 이후 타협이 뒤따른 전례에 비춰, 극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향후 절차는 어떻게 북한의 이날 발표가 즉각적인 핵보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연료봉 냉각 등 결정적 수순을 거쳐야 된다. 이 기간은 통상 9개월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북한의 이날 발표가 사실이라면, 향후 절차가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초 평양을 찾은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에게 인출작업 기간에 대해 “이달(4월)부터 연료봉 제거작업을 시작,3개월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인출작업이 6월은 돼야 끝날 것으로 예측됐는데, 훨씬 당겨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 강정민 박사는 “북한이 모방한 영국의 칼더홀 원자로는 연료봉 인출 속도가 하루 120개(0.75t) 정도지만 북한의 기술을 감안할 때 그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하루에 120개가 넘는 양을 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도 최근 정세를 감안해 이미 완료를 한 것처럼 발표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최근 눈에 띄게 부쩍 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느 여행사가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고속도로 위를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질주해 보는 일정도 들어 있다.‘현대화’의 구호 밑에서 계속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신흥 갑부들이 드디어 속도가 주는 짜릿한 쾌감을 독일 땅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1989년 이래 줄곧 서독의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게 된 옛 동독사람들은 가끔 ‘동독에 대한 향수(Ostalgie)’에 젖어, 그동안 서독의 소비제품에 밀려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던 상품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사회가 안고 있는 속도의 변화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주지만 불안감이나 불만감도 심어준다. 현대사회에서 속도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대한 고찰을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프랑스의 폴 비릴리오(P Virilio)는 무엇보다도 전쟁이 속도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활-총-대포-미사일-레이저로 발전해온 무기체제가 바로 속도가 지니는 공격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자통신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든지 또 어떤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나 이로 인해 우리의 지각능력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기계의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동성을 높이는 자동차가 자주 교통체증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다. 어떤 때는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목적지에 한시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수단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정체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문학적으로 다룬 독일작가 스텐 나돌니(S Nadolny)의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의 실제인물 존 프랭클린(1786∼1847)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말과 동작이 극도로 느려 주위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보다 더 사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게 만들었으며, 그 때문에 그는 유명한 북극 탐험가가 될 수 있었다. 느림이 곧 삶의 리듬에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이 성장소설이며 해양모험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느림’이라는 소설 속에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델라(M Kundela)도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라고 묻는다. 느림의 내면에 담겨 있는 인간성을 두 소설은 강조하고 있다. 사실 강박적인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오늘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패스트푸드’ 대신에 ‘슬로푸드’를 위한 운동,‘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모임’ 등도 있다. 심지어는 ‘바쁘면 천천히 가라’라는 제목의 책은 게으름의 필요성까지도 역설한다.‘빨리 빨리’ 움직여도 먹고 살기 힘든 판국인데 그렇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어떻게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도 ‘바쁘면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의 압축성장은 300년 넘은 오랜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산업사회에서보다 시간이 곧 사회관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재원(財源)이라는 생각을 더 굳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앞만 보고 ‘빨리 빨리’ 달려 왔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도 ‘천천히’ 걸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그 속에 살고 있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의 의미에 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데 있다고 미하엘 엔데(M Ende)의 소설 ‘모모’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주보다는 느림이 이제는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서 절실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느림의 미학을 강조해 본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성공시대] 삼겹살 장작구이점

    [성공시대] 삼겹살 장작구이점

    토익(TOEIC)점수에, 학점까지 좋아야만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는 대기업·외국계기업의 좁은 취업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장작구이 전문점 ‘장작개비’를 운영하는 최현범(28)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 어렵사리 취업했으면서도 자신만의 일을 찾겠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온 당찬 젊은이다. ●학벌·업무 스트레스로 자진 퇴사 서울 한 중위권 대학에서 경제학과 무역학을 함께 전공한 최씨는 지난해 6월 외국계 제지회사인 P사에 입사했다. 최씨는 “학점이 좋진 않았지만 필리핀·일본·호주·캐나다 등의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등 1년여 동안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을 인정받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능력을 쌓고 싶었던 최씨의 꿈은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로 2개월 여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상사가 은근슬쩍 ‘학벌’을 거론하거나 매일같이 별다른 이유없이 새벽 2∼3시까지 야근시키는 데 두손 두발 다 들었지요.” 회사를 그만둘 때 최씨의 부모와 친구들이 극구 말렸지만 “나 자신을 속박하며 일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고기맛은 나무의 향·수분 함유량이 좌우” 회사를 그만둔 직후인 지난해 8월 최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하이서울 실전 창업스쿨’ 참가자 모집광고를 접했다. 이후 9∼11월 ‘…창업스쿨’에서 상권분석·세무상식·경영기법 등을 배운 최씨는 이를 바로 실전에 적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창업아이템은 캐나다 여행 때 장작불에 바비큐를 구워먹던 기억을 떠올려 장작구이 전문점으로 정했다. “장작불로 고기를 구웠더니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삼겹살도 장작불에 구워먹으면 맛이 좋을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캐나다에서 보았던 바비큐 기계도 기억을 토대로 직접 만들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과 인터넷을 통해 구한 사진 등을 참고로 직접 도면을 그려 청계천 공구상가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제가 생각한 대로 바비큐 기계를 제작해 주더라고요.” 장작을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최씨는 “고기맛은 나무마다 지닌 특유의 향과 수분함유량 등에 따라 다르다.”면서 “열흘간 시골 한 친척집에서 참나무·상수리나무·소나무 등으로 구운 고기만 먹으며 지금 사용하는 나무를 골랐다.”고 말했다. ●매출, 요일따라 100만~150만원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어디에 가게를 여느냐는 것이었다. 최씨는 지난 3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먹자골목에 가게를 열기 전까지 서울·일산·분당 등 수도권 전역을 3개월 이상 뒤졌다. “음식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맛만 있으면 입지가 좋지 않아도 손님이 몰릴 것이란 생각은 너무 모험적이지요.” 최씨 가게가 있는 선릉역 주변은 사무공간과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어 임대료가 다소 비싼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어린 나이’에 창업하는 최씨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30%정도 낮춰줬다. 임대료가 비싼 만큼 새벽 늦게까지 밤손님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임대료를 포함, 창업비용은 모두 5000만원 정도 들었다. “오후 6∼9시는 보통 직장인들이 많고 오후 10시부터는 1차를 마치고 간단히 2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벽 1시를 넘기면 근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지요.” 최씨는 현재 월∼토요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이 몰리는 월·금요일에는 150만원, 보통때는 100만원 안팎의 매상을 올린다. 주메뉴는 생등갈비와 생오겹살이며 1인분에 8000원이다. “장작에 고기를 굽는 방식이 특이하다며 여성 손님들이 좋아하더군요. 벌써 비슷한 가게를 내고 싶다며 ‘프랜차이즈’를 문의해오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최씨는 일단 지금 가게만 실속있게 꾸려갈 예정이다. “창업한지 겨우 2개월째라 제 자신의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는 없죠. 대신 가게가 안정되면 닭·생선 등 모든 종류의 장작구이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글· 사진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아자! 아자! 시민기자] 아동극 ‘우람이와 황소개구리’

    [아자! 아자! 시민기자] 아동극 ‘우람이와 황소개구리’

    “어린이 여러분! 앞으로 피자, 치킨, 콜라 좋아할 거예요?” “아니요∼.” “그럼 밥하고 김치하고 된장찌개 많이많이 먹을 거죠?” “네∼.” 지난달 26일 성동청소년수련관 무지개 극장에서 열린 어린이 건강 뮤지컬 ‘우람이와 황소개구리’에 나오는 김치돌이, 밥풀요정과 함께한 약속이다. 이번 뮤지컬은 서울시에서 최초로 성동구가 세계보건기구(WHO) 건강도시 프로젝트 시범사업구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만든 아동극이다. 구에서 기획해 교육극단 ‘나, 너, 우리’가 제작,2개월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라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공연은 인스턴트 음식만 좋아하던 우람이가 음식나라에서 겪게 되는 모험을 통해 우리 전통 음식의 유익성과 환경보전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었다. 즐거운 음악이 나올 때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뼉을 치고 자신이 마치 주인공 우람이가 된 것처럼 슬퍼하기도 했다가 깔깔대며 즐거워하는 등 동심의 세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등장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과 재미있는 율동, 손을 이용한 블랙 라이트 쇼 등은 공연시간 내내 눈길을 붙잡았고, 뮤지컬 중간중간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가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 됐다. 우람이와 황소개구리는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음식들이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지,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주는 김치와 된장찌개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동으로 자연이 어떻게 훼손되는지 등 아이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웃고 즐기는 공연을 통해 무의식중에 저절로 깨달을 수 있게 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어떤 작가의 말처럼 어찌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기본은 어렸을 때 모두 배우는지도 모른다. 이번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은 ‘얌얌송’을 부르며 피자, 통닭보다는 김치와 된장찌개를 더 좋아하는 건강한 어린이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착한 어린이로 자랄 것이라 믿게 됐다. 정진영 시민기자
  • ‘대타’가 ‘대박’ 될까

    ‘대타’가 ‘대박’ 될까

    ‘꿩 대신 닭이 될까, 꿩 잡는 매가 될까.’ MBC가 ‘못된 사랑’ 방영 무산의 ‘땜질용’으로 실험적인 제작 방식을 지닌 미니시리즈를 선보이는 강수를 뒀다. 오는 16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5분에 전생을 소재로 한 16부작 미니시리즈 ‘환생-넥스트’를 ‘원더풀 라이프’의 후속으로 내보내는 것. 이 드라마는 애정 관계가 얽혀 있는 이수현(박예진) 강정화(장신영) 민기범(류수영) 민기수(이종수) 등 4명의 주인공이 현재에서 출발해 조선 시대, 고려 대몽 항쟁 시기, 삼국 시대, 고대 등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엮어내는 전생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낸다. 환생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은 시대마다 다른 관계, 다른 신분으로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제작 방식이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를 다룬 부분은 대표 집필을 맡은 주찬옥 작가가 쓰지만, 전생 이야기는 ‘옥탑방 고양이’의 구선경,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은님 작가 등 4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출도 ‘좋은 사람들’의 유정준, 김도훈, 박재범 프로듀서 등 3명이 나누어 맡았다. 기존의 관행을 깬 파격적인 실험이지만, 우려되는 점도 많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나 드라마 ‘천년지애’ 등으로 익숙해진 소재인 환생이 시청자들에게 자칫 진부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역사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대하 사극 못지 않은 규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준비 기간이 무척이나 짧았다. 캐스팅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루어졌고, 배우들은 최근에야 첫 회 대본을 받아들고 5일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등 일정도 촉박하다. 이은규 MBC드라마 국장은 “솔직히 ‘못된 사랑’의 제작 무산으로 실험적인 드라마를 선보일 반사 이익을 얻었다.”면서 “어떻게 보면 모험이지만, 앞으로 베스트극장을 통해 이러한 선진국형 드라마 제작 방식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환생-넥스트’가 ‘한강수 타령’의 후속으로 준비되던 ‘다섯 손가락’의 표절 시비로 긴급 투입됐으나, 호평을 받았던 옴니버스 주말극 ‘떨리는 가슴’의 성공 사례를 다시 한 번 밟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한 실험으로 그칠지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시피]빨면 빨수록 빨려들어가다

    어린이날 선물로 과자종합세트가 인기를 잃은 지는 오래됐지만, 사탕가게는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폴 빌라드의 짧은 소설 ‘이해의 선물’에는 납작한 박하사탕, 조그만 초콜릿 알사탕, 설탕을 입힌 땅콩과 감초 과자가 있는 사탕가게가 등장한다.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리면 구름처럼 하얀 머리의 위그든씨가 나와서 버찌 씨 몇 알만 받고 알록달록한 사탕을 담아준다.‘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도 허니듀크라는 사탕가게가 나온다. 선반에 놓인 유리병마다 기상천외한 사탕, 과자,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해골 젤리가 가득하다. 어린이날에는 그에 맞는 레서피가 필요하다.DVD 중에서도 환상과 모험을 만끽할 수 있는 타이틀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놀이공원에 미처 가지 못했고 그 어떤 외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이런 DVD들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건 어떨까. 몇몇 DVD 안에는 간단한 게임도 들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알라딘’은 마법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고, 램프의 요정 지니와 함께 하는 환상적인 모험을 보여 준다.‘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의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위트와 재치있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늘을 나는 모험이라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빼놓을 수 없다. 더욱 막강해진 해리포터의 적과 한층 더 스릴있는 모험이 전개된다. 마법 양탄자와 램프의 요정 지니, 가난한 청년 알라딘이 신분을 뛰어넘어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소재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흡인하는 짜임새 있는 플롯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으로 오스카를 수상한 앨렌 멘켄이 작곡한 노래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않다.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노래와 음악에 관련된 꼼꼼한 부가영상이 인상적이다. 디스크 2에선 영화에 참여한 성우들의 캐릭터 확립과정과 작화 과정이 맞물려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의 게임도 해볼 만하다. 1,2편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와는 달리, 알폰소 쿠아론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3편은 어두운 영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어두운 사춘기의 감성과 ‘슬리피 할로우’를 연상시키는 팬터지와 모험이 어우러져 한층 더 긴장감 있는 짜임새를 자랑한다. 메뉴는 3D와 동영상으로 세련되게 구성했고 더불어 각 부가영상으로의 접근성도 높였다. 호그와트 둘러보기와 루핀 교수님 방 둘러보기처럼 감상자의 적극성이 요구되는 부가영상과 영화 제작에 대한 세세한 자료들을 총망라했다. 리모컨이나 키보드 조작으로 ‘스캐버스 잡기’ 게임도 즐길 수도 있다.
  • [마니아] 꿍꿍딱, 쿵딱…드럼이 좋아

    [마니아] 꿍꿍딱, 쿵딱…드럼이 좋아

    쿵따닥 쿵딱, 쿵쿵, 쿵따닥 쿵딱…. 남보다 못한 ‘웬수’같은 지아비 때문에, 그것도 모자라 부모 뜻과는 멀어져가는 자식 때문에, 맵기로 치면 고추에 비할까 하는 시집살이 때문에, 쌓인 한숨을 털어낼 길 없어 개울가로 빨래를 싸들고 달려나가 소리친 아낙네들의 방망이질에도 리듬이 있었다.“이렇게 살아야 하나.”면서도 집안을 위해 참아야 했기에, 숙명으로 여기며 짓눌린 가슴을 가라앉히려고 노래를 흥얼거렸을 터이기 때문이다. 흥이 오를라 치면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려 구겨놓는 것도, 술상을 젓가락으로 두드려 ‘곰보자국’을 남기는 버릇도 두드리기 즐기는 모습의 하나다. 우리 민족에 대해 일컫기를, 무슨 물건을 쥐어주기만 하면 두드려댄다고 할 만큼 두드리기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이라고 한다. 전통음악으로는 사물놀이, 바깥에서 받아들인 문화로는 드럼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의 심장을 울리는 악기”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3가 국일관 12층 노래방에 20∼30대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러는 기타를 짊어진 모습이었다. 옷차림이 범상치 않았다. 주위에서 시끄럽다는 소리도 듣지 않고, 모이기도 대체로 쉬워 이곳에 6평 남직한 방 2개를 빌려 연습장으로 쓰고 있다. 그들만의 아지트인 셈이다. 회원 4960여명을 거느린 드럼 동호회 ‘쿵쿵딱’ 식구들이다. 보통 동호회라고 해봐야 회원이 200∼300여명이기 때문에 전국 최대라고 그들은 뽐낸다.2001년 6월1일 발족했으니 곧 4주년을 맞는다. “도대체 드럼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동호회 창설자이자 회장인 문철수(32·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는 “사람의 심장이 뛰는 쿵쿵 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라고 자랑했다. 심장이 박동할 때 들리는 소리와 같은 음파라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나라의 사물놀이처럼 드럼 소리도 들으면 심장이 뛰게 되는 것이고, 음악의 원천인 ‘두드림’을 활용했기 때문에 가장 친근한 소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쿵쿵딱 회원 한장현(15·서울 동대문구 휘경중 3년)군은 “4개월 전 밴드부에 있는 친구의 소개로 가입했다.”면서 함께 실력을 기르기 위해 연습장을 찾은 동급생을 소개했다. 회원 가운데는 유치원생까지 끼었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고, 특히 여성들이 60%로 남성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동호회의 특징이다. 문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농수산물 유통)센터에서 열린 ‘서태지마니아 2004 페스티벌’을 통해 알려진 에피소드를 이렇게 들려줬다. 드럼이 얼마나 큰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일러준 사례다. 쿵쿵딱 회원인 김도윤(8)군이 가수 하늘(본명 김하늘·17·여)의 곡 ‘웃기네’를 드럼으로 연주했는데 워낙 덩치가 작아 웃음꽃이 피었다. 드럼에 파묻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쿵쿵딱 소리가 들려와 관객들이 의아해하자 위에서 찍은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기립박수를 보냈단다. 김군의 경우 어머니 손에 이끌려 회원으로 가입한 경우다.2003년 여름 쿵쿵딱이 YWCA(여자기독교청년회)로부터 ‘청소년 커뮤니티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아들의 심성 발달에 좋다고 여긴 어머니가 이를 알고 가입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드럼 갖춘 노래방도 있죠.” 회원 조성욱(24·경민대 2년)씨는 “드럼이 음악의 속도와 박자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타, 베이스, 보컬을 리드하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낯설어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단 접하고 나면 신명에 휩싸여 헤쳐나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수준을 만들어 나가기란 수월치 않다고 설명한다. 또 노래에 있어서 음치와 같이 ‘박치’(박자를 잘 맞추지 못하는 사람)도 자꾸 하다 보면 음감(音感)을 찾으니 일단 도전해 보라고 권유한다. 6개월 정도면 웬만큼 연주할 수 있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드럼 한 세트 가격이 1억원대나 하지만, 좀 괜찮다 하면 1000만원 한단다. 그러나 잘 해야 회사원인 회원들이 갖기에는 어렵다. 하기는 욕심이 많은 식구들 가운데는 드럼을 집안에 갖춘 경우도 100명 가까이 된다. 아주 고급은 아니고 적당한 100만∼300만원짜리다. 겉보기만 드럼 흉내를 낸 중국산은 80여만원 한다. 4비트를 시작으로 8비트,16비트,32비트 등 수준별로 교본을 따라 연습하고 나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드러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자료를 구해 ‘카피’(Copy=모방)하는 등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이날의 경우처럼 주말이면 연습실에 20여명이 찾아온다. 또 3개월 정도에 한번씩 갖는 정기모임 때에는 전국에서 200∼300명이 모여들어 축제를 벌인다. 초보 경연대회 등 이벤트가 다양하다. 그러나 정도(正道)가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음악 장르에 따라 연주법이 수백가지로 나뉘고, 자신만의 창작도 나올 수 있다는 매력도 맛보게 된다. 스스로 음악에 젖어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드럼을 치던 김유진(25·여·회사원)씨는 “회원 중에는 70대 교수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너무 드럼을 좋아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전념하는 ‘모험파’도 있다고 한다.2002년 어느 날 다른 볼일 때문에 종로에 나왔다가 드럼의 매력에 빠져 가입했다고 경험을 들려줬다. 김미선(20·여)씨도 “연습실에 오면 길게는 3시간씩 방음장치 속에서 비지땀을 흘린다.”며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배워 밴드를 결성하기도 한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오명진(25)씨는 “스틱을 놓치거나 가사를 까먹어 어렵게 오른 무대를 망칠 때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당황하지만 말고 실토를 해서 가볍게 넘기는 게 가장 좋은 위기극복 방법”이라며 따라 웃었다. ●밴드 만들어 음반까지 낸 실력 동호회 쿵쿵딱에는 밴드가 모두 6개 있으며 그 중에는 지하 음악세계에서 꽤 알려진 팀도 끼어 있다. 드럼은 기본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종합적으로 결합해 음악을 선보이는 팀들이다. 허니밴드는 여성 4인조로 지난 3월에는 ‘해피락’(Happy rock)이라는 제목으로 음반도 냈다.‘요들 락’이라는 재미있는 노래와 ‘네잎 클로버’ 등 모두 5곡을 담았다. 기타리스트인 김미선씨와 보컬 차지영(25·회사원)씨, 베이스 인한희(23·방송대 3년)씨 등으로 이뤄졌다. 회장 문씨가 멤버로 활약하는 MM(Metal Monster)도 강력한 비트의 곡이 실린 음반을 취입했다. ‘드롭’이라는 이름의 5인조 밴드에서 뛰고 있는 김상화(20)씨는 “쿵쿵딱 창립멤버인데 드럼을 배운 것이 계기가 돼 대학에 진학하면서 실용음악과를 선택했다.”면서 “뒤지지 않기 위해, 아니 살아 남으려면 손이 부르트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수줍어했다. 회원들은 연습실에서 저마다 맡은 파트의 악기를 연습한 뒤 음악 전용으로 쓰이는 녹음장치를 통해 합성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점검한다. 한자리에 다 모일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말처럼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드롭은 이날 오후 8시까지 서태지의 ‘너에게’와 운도현의 ‘잊을게’, 박진영의 ‘허니’(Honey) 등 5곡을 놓고 호흡을 맞춰봤다. 다음날인 1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였다. 한쪽에 태극기가 내걸려 인상적인 연습실에서 회장 문씨는 “외국에서는 교회와 학교 등 우리가 생각하기 힘든 곳에도 드럼 소리가 울려퍼진다.”면서 “기껏 피아노가 덩그렇게 놓인 우리 현실에서 누구나 두드릴 수 있는 문화를 가꾸는 데 한몫을 해내는 게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사람들이 흔히 시끄러운 악기로 여긴다거나 어렵게 생각하지만 ‘뽕짝’이든 발라드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게 드럼이라는 인식을 심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라고 거들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드럼을 갖춘 노래방이 생겼어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꼭 멀지만은 않다고 봐도 그리 틀리지 않은 게 아닐까요. 쿵쿵딱, 쿵쿵딱 하고 스틱을 칠 때만큼은 아무런 잡념도 용납하지 않는 무아지경의 세계로 한번 들어와보지 않으렵니까.”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쿵쿵딱’이 출발한 사연 쿵쿵딱은 오락실에서 ‘이지(easy) 드럼마니아’라는 게임을 즐기던 학생 10명이 의기투합해 출발했다. 이유는 물론 마냥 ‘그림’으로만 즐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 회장은 “열여덟살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해왔는데 결혼을 위해 스믈여덟살 때 음악을 접었다.”면서 “그러나 이번엔 드럼의 세계에 빠져 서른살부터 동호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중·고교에서도 특별활동으로 드럼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토요일)강의를 다닌다.3시간씩 강의를 한다. 회원 가운데 초등생 200명, 중·고생이 1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학생들의 과외활동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내추럴(natural) 드럼’ 말고도 전자기타처럼 전자드럼도 있다. 전자드럼의 가격은 최소한 300만원대다. “드럼을 배워 실력이 늘면 점점 빨라져 손끝으로만 치게 된다.”는 쿵쿵딱 식구들에게는 가슴 아린 사연도 있다.2003년 여름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공연할 때 일이다. 10차 정모(정기모임) 때였는데 상인들이 몰려와 “시끄러워 장사가 안된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입구에 천막을 치고 회원들이 상인들을 막아가며 공연을 끝냈다고 한다. 관객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문회장은 “스피커 소리도 보통의 절반 정도로 줄여가며 오후 3시부터 3시간 예정된 공연을 2시간 반으로 축소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유쾌·발랄한 고전발레 ‘돈키호테’

    유쾌·발랄한 고전발레 ‘돈키호테’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스페인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고전발레 ‘돈키호테’를 13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소설 ‘돈키호테’의 출판 400주년을 기념하는 이 무대는 고전발레 중에서도 가장 경쾌하기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장기인 화려함까지 보태져 이번 무대는 한결 더 재기발랄하고 유쾌해질 듯하다. ‘돈키호테’는 말괄량이 여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과 모험을 그린 발레. 잇따라 터지는 흥미진진한 사건도 그렇거니와 정열적인 스페인 민속춤이 어우러진 덕분에 어떤 발레무대보다 볼거리가 다양하기로도 유명하다. 중세 스페인 광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무대도 특징으로 꼽힌다. 발레 ‘돈키호테’만의 매력은 이 말고도 많다. 몇몇 주역들의 춤만을 부각시키는 여느 무대들과는 달리 군무(群舞)가 돋보인다는 것. 강렬한 남성미를 풍기는 투우사와 집시의 춤, 판당고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내로라하는 발레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한다. 황혜민·엄재용(13일 오후 7시30분), 강예나·황재원(14일 오후 3시), 임혜경·이원국(14일 오후 7시30분), 이민정·시묜 추진(15일 오후 4시) 등 네 커플이 각각 한 차례씩 최고의 기량을 뽑아낼 예정이다. 1997년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의 개정안무로 국내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이 세 차례 재공연했다. 연출 나탈리아 스피치나. 협연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1만∼7만원.1588-789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⑧-현대산업개발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⑧-현대산업개발

    올해는 현대산업개발 정세영(77) 명예회장과 정몽규(43) 회장이 자동차에서 건설로 배를 갈아탄 지 6년째 되는 해다. 자동차를 운영하던 경영인이 과연 건설을 잘 이끌겠느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은 빠르게 새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형제들은 일찌감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으나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에 인생의 32년을 묶어두는 바람에 뒤늦게 독립했다. 정주영가의 다른 형제들이 현대건설에서 땀 흘리며 가꾸던 회사를 발판으로 분가한 것과 달리 정 명예회장의 ‘왕회장’ 독립은 2세 경영체계 구축과 함께 갑자기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부자는 “아파트도 자동차처럼 만들어야 팔린다.”면서 ‘현대자동차 신화’를 건설에 접목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교수하면 배고파”, 현대와 인연 정 명예회장이 현대와 인연을 맺은 때가 1951년 부산 피란 시절이다. 고려대 정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정 명예회장은 왕회장 밑에서 잡역부 아르바이트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왕회장 사무실에서 일손을 도왔다. 이미 두 형님(정인영 전 한라그룹 회장, 정순영 현대시멘트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 유학을 떠난 것은 큰형의 메시지가 작용했다.57년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했으나 당리당략에 빠진 현실 정치에 빠져들기 싫어 정치 지망생의 꿈을 접고 대신 대학 교수의 길을 찾았다. 욕망은 모교 강단에 서고 싶었으나 우선 한 대학으로부터 교수 채용 사실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왕회장은 “나랑 같이 일하자.”고 소매를 잡았다. 늘 그랬지만 그에게 맏형의 말은 제의나 권유가 아닌 명령이나 다름없었고 한번도 거역한 적이 없었다. 내 사업으로 생각하고 32년 동안 일궜던 현대자동차도 왕회장이 사실상의 장조카 MK(정몽구)에게 넘겨주라는 한마디에 순순히 따랐을 정도다. 첫 직책은 신입사원 채용위원장. 동시에 신규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일도 겸했다. 왕회장이 처음 맡긴 프로젝트는 시멘트 공장 건설에 필요한 국제개발국차관(AID)을 빌려오는 일이었다. 둘째형(인영·85)과 함께 충북 단양의 광산을 사들이는 한편 미국과 국내에서 공장 건설을 위한 교섭을 벌여 어렵사리 성사시켰다. 하지만 그에게 가난보다 더 무서운 시련이 찾아왔다.30대 초반인데도 건강에 이상이 감지됐다. 간경변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마와 씨름하느라 회사를 나가지 못했다. 아내의 정성어린 간병과 용기로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 일에 뛰어들었다. 새로 부임한 곳이 단양 시멘트공장 공장장이었다. 사선을 넘나들던 건강을 되찾으면서 일에 미쳤다. 65년 대한건설협회 해외시찰단 일원으로 동남아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를 얻는다. 마침 태국에 세계은행 자금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정보를 캐낸 그는 이 사실을 서울 큰형님에게 보고한다. 정 회장은 왕회장으로부터 “태국에 그대로 눌러앉아 공사 진행상황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방문단에서 빠져 관련 정보 입수에 본격 나선다. 이렇게 해서 현대건설 방콕지점장이 됐고 파타니∼나리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고속도로건설 경험도 없었던 현대였고, 국내 최초의 해외건설 공사 수주로 기록됐다. ●‘포니 정’,32년의 자동차 인생 시작 1967년 시멘트 공장 기계를 사기 위해 미국에 있던 중 본사로부터 포드자동차와 접촉하라는 전보를 받는다. 포드 자동차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조사단이 방문했는데 서울에서 그들을 만나지 못했으니 미국에서 포드측에 관심있다는 뜻을 전하라는 메시지였다. 즉각 움직여 자동차 산업에 대한 현대의 관심을 전달하고, 포드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둘째형의 적극적인 협상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같은 해 말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는 현대자동차 회사가 설립됐고, 초대 사장으로 임명돼 있었다. 이렇게 해서 ‘포니 정’의 32년 자동차 인생이 시작됐다. 자동차 진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포드와의 조립계약을 맺은 뒤 68년 3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자동차 공장 구경도 못하고 자동차 공장을 지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갔다. 본격적인 공장 건설과 함께 인재 사냥에 나섰다. 급한 대로 현대건설에서 유능한 사람을 빼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양섭 부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 이 부장은 20년 넘게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사장까지 역임했다. 윤주원씨도 현대건설에서 스카우트해 사장까지 지냈다. 신동원씨는 당시 상공부로부터 추천받은 경우다. 신입사원도 뽑기 시작했다. 이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달리는 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일꾼들이었다. 마침내 68년 11월 제1호 ‘코티나’가 나왔다.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하기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음해 5월부터는 중형 승용차 포드 20M도 생산했고,8월에는 자체 설계한 첫 버스를 출고하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쾌속질주를 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현대차의 질주를 시기하고 배 아파하는 소리도 들렸다. 경쟁사인 신진자동차와 정치권의 압박으로 숱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70년초 1차 석유파동에 휩싸이면서 판매도 급감했다. 할부로 판매한 자동차의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 때 막내 동생 상영(KCC명예회장·69)씨가 잠시 금강슬레이트 경영을 접고 부사장으로 와서 채권회수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 한 마디에 자동차 인생 종지부 언제까지 단순 조립생산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포드와 50대50 합작회사를 만들어 엔진 공장을 짓고 기술을 이전받아 자립의 길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포드가 약속한 지분 50%에 대한 자본 납입을 미루고 협상이 결렬되면서 ‘마이웨이’를 외쳤다. 산고의 고통을 겪으면서 74년 국산 1호차 조랑말 ‘포니’가 탄생했고 이를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모터쇼에 내놓는 기염을 토했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76년 2월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고 중남미를 중심으로 수출까지 이끌어냈다. 이 때부터 현대자동차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세계 기업으로 커갔다. 아울러 96년 MK(정몽구 현대차 회장)가 그룹 회장을 맡을 때까지 9년 동안 왕회장을 대신해 현대호를 이끌었다. 이즈음 현대가의 2세 경영체제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회장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았다. 정 회장은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8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이 때부터 현대자동차를 몰고가는 드라이버는 몽규 회장이었다. 하지만 삼성자동차 허가, 외환위기라는 거센 풍랑과 맞서 싸워야 했다. 여기에 노사분규 시련도 덮쳤다. 젊은 정 회장에게는 경영자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정 회장은 의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방주, 김수중, 김판곤 등의 임원이 정 회장의 훌륭한 참모 역할을 했다. 하지만 98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뒤 경영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MK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새 회장으로 오면서 몽규 회장은 부회장으로 내려앉는다. 장차 밀어닥칠 일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마침내 99년 3월3일 왕회장은 명예회장을 부른다. 왕회장은 “MK한테 자동차 회사를 넘겨주는 게 잘못됐어.”라는 말로 자동차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잘못된 것 없다.”는 대답이 나오기 무섭게 “그렇게 해.”라는 왕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이끌었던 사업이었지만 거역하지 않고 “예”라는 한마디로 32년 자동차 인생을 접었다. 아울러 왕회장의 생각과 달리 아들 몽규도 함께 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파트도 자동차처럼 지어야 한다 새 사업을 가꾸고 키우는 일은 몽규 회장과 전문 경영인이 맡았다. 명예회장은 경영 자문만 할 정도다. 정 회장은 아파트에 자동차 제조업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사소한 하자가 나와도 불량품이 완전히 고쳐질 때까지 모든 공정을 멈추는 것이다. 현장 중시와 품질경영 기치를 내세웠다. 체면 따위는 내팽개쳤다. 경쟁사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삼성래미안 아파트 강남 일원동 주택전시관을 찾은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용산 시티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아 경쟁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파트 이름을 ‘I-PARK’로 바꾸는 등 변신도 꾀했다.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지 않는 것도 다른 건설사와 다르다. 안정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수주·매출 목표를 줄이는 것도 그에게는 창피한 일이 아니다. 자동차에서 건설로 배를 갈아탄 지 6년 만에 부동산 박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 강남 역삼동 스타타워(아이타워)사옥 매각도 그의 판단이었다. 부채를 갚아 정상적인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로는 최고의 조건으로 넘겼고, 부동산 개발회사가 특정 사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돈이 된다 싶으면 정든 사옥도 팔 수 있고, 부동산 회사가 개발 이익을 남기고 사옥을 옮기는 것은 결코 흉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업자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낭만적인 ‘포니 정家’혼맥 ‘포니 정’과 정 회장은 결혼 과정이 비슷하다. 낭만적이다. 처음부터 명문가를 골라 배필을 정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소개해준 여성과 사랑을 싹 틔우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정 명예회장은 대학 시절 왕회장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한때 사무실 여직원에게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유학길에 오르는 바람에 첫사랑의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유학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연애 한번 못해봤고 현대건설 입사 이후에는 일에 파묻혀 서른이 넘도록 노총각으로 지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뉴욕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의 소개로 박영자(69) 여사를 만난다. 박 여사는 부산에서 올라와 이화여대 3학년에 다니던 귀여운 단발머리 학생이었다. 첫눈에 사로잡혀 매일 데이트를 할 정도였고 세 번째 만나던 날 프러포즈를 했다. 아버지와 다름없었던 큰형님과 형수에게 인사를 시켰는데 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 명문대가를 따지지 않는 현대가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으로 내려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은 뒤 만난 지 100일이 안돼 약혼하고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정 명예회장은 큰딸을 결혼시키면서 노신영 전 총리와 사돈 관계를 맺었다. 사위 경수(51)씨가 노 전 총리의 장남이다. 노씨는 서울대 교수로 국제정치 전문가다. 노 전 총리 차남은 중앙일보 고 홍진기 회장 딸 홍라영씨와 결혼했다. 이로 인해 노신영가는 국내 굴지의 그룹인 현대, 삼성가와 동시에 사돈 관계를 맺었다. 정 회장의 결혼도 명예회장과 마찬가지로 순수함 그대로였다. 역시 반 중매 반 연애로 이뤄졌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김나영(39) 여사를 만났다. 결혼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 몽규 회장이지만 몇몇 절친한 친구한테는 결혼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나영씨는 연대 수학과를 나온 재원. 키도 크고 미인이었다. 첫 만남에서 정 회장은 상당한 호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정 회장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키도 크고 집안도 좋고 미인인 데다 마음까지 곱다.(아까운데)친구 중 누구 소개 시켜주면 안 될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오히려 격려해 줬다.“너보다 키 작은 여성을 만나면 어떻게 하느냐. 천생배필이다.”며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영씨는 당시 대한화재보험 김성두 사장의 딸이다. 하지만 당시 대한화재는 기울어가는 회사였다. 정략적 결혼이었다면 잘나가는 집안과 결혼했을 터이지만 현대 집안에서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정씨 일가의 결혼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계기로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시절 사돈인 대한화재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위장계열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회사는 뒤에 대한생명으로 인수된다. 범 현대가의 경영 특징이지만 현대산업개발에도 처가쪽 사람이 없다. 정 회장 처남이 잠깐 현대자동차와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했으나 지금은 독립,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막내 딸 유경(35)씨는 김석성 전 전방회장의 1남4녀중 막내인 종엽씨와 결혼했다. 몽규 회장에 이어 재계 인맥을 형성한다. 유경씨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한 뒤 현대산업개발에서 잠시 근무했다. 종엽씨는 미국 벨뷰대학 출신으로 전방 계열의 내의류 생산업체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역시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 1년 동안 사귀다가 결혼하게 됐다. ●다재다능한 전문 경영인 포진 현대산업개발 전문 경영인은 삼각편대로 구성됐다. 자동차에서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키웠던 전문 경영인과 현대산업개발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통이 주력부대다. 여기에 금융기관 등에서 스카우트한 전문가 그룹이 한 축을 버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이방주 사장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핵심 브레인. 전형적인 재무통.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과 사장을 거쳤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로 옮길 때 함께 배를 갈아탔으며 현대차·현대산업개발을 키운 1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너의 신임이 남달리 두터워 자동차에 이어 건설회사에서도 대표이사 사장을 6년째 맡고 있다.ROTC 포병장교 출신. 연극계 대부 고 이해랑씨가 부친이며 문화계에도 아는 사람이 많다. 건설업계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주택협회회장을 맡을 정도로 부동산과 건설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보성고,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정 명예회장과는 고교·대학 동문인 셈이다. 김정중 사장은 77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 국내외 현장을 누빈 건설업계 산증인. 기술연구소장, 건축본부장,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과거 현대아파트는 물론 I’PARK까지 그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다. 마케팅팀 및 영업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전고와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김택 현대역사 사장은 현대산업개발 에 입사해 관리본부장, 리모델링 사장을 거쳐 2003년부터 현대역사 사장을 맡고 있다. 고속철도 용산역에 8만 2000평 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페이스9’를 운영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다. 소탈한 성격에 정확한 판단과 추진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용산고, 고려대를 나와 정 회장과 고교·대학 동문이다. 인텔리전트 빌딩, 첨단 홈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업체인 아이콘트롤스는 김대철 사장이 맡고 있다. 주거 공간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 주거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현대산업개발 자재담당 임원과 기획실장을 지냈다. 서라벌고와 고려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출신이다. 장동열 아이앤이 사장은 음악·시·영화 등에 관심이 깊다. 따뜻한 카리스마로 감성경영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의사결정까지는 심사숙고하지만 일단 정해진 일은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을 지녔다.2년전 현대산업개발의 기계·전기팀에서 떨어져 나간 회사다. 광주고와 전남대 건축공학과를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 이건원 사장은 현대차 부품개발분야에서 27년 동안 몸담으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및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로 출발,2000년 분사한 회사. 충남 당진에 공장을 갖고 있으며 자동차 내외장재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품 사용 범위를 밥솥, 김치 냉장고 등 생활가전으로 넓혀가는 중이다. 아이앤콘스는 부산 아이파크 프로축구단장과 현대산업개발 영업기획 임원을 역임한 곽동원 사장이 이끌고 있다. 경남고, 성균대를 나왔다. 중·소규모 아파트와 빌라를 짓고 건물 리모델링, 개발사업 등 부동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다. 유일한 금융관련 회사인 아이투자신탁운용도 있다. 유가증권 투자·운용과 투자자문 업무를 하면서 신뢰받는 금융서비스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는 글로벌에셋운용 총괄본부장을 역임한 우경정 사장이다. 프로축구단 아이파크스포츠는 이준하 사장이 책임진다. 정 회장과 용산고 동문이자 오랜 친구다. 어려서부터 양쪽 집안끼리 가까웠다. 연대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를 받았다. 현대차와 현대산업개발에서 영업·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모험적이고 개척정신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경영 목표를 ‘한국형 클럽스포츠의 성공적 사업 모델 구축’으로 정했다. 우승과 동시에 스포츠단에도 사업 마인드를 접목시키기 위해 사업다각화와 경영합리화를 꾀하고 있다. chani@seoul.co.kr ■ ‘만능 스포츠맨’ 정몽규 회장 현대산업개발 CEO들은 유난히 스포츠에 애착을 갖는다. 스포츠로 뭉친 인맥경영을 보는 듯하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스포츠광이다.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다. 선수 수준인 종목만 5개나 된다. 그 중에서도 수영은 프로급이다. 승마, 수상스키, 스키(요즘은 보드를 탄다)도 수준급이다. 수상 경력이 있는 종목도 있다. 그는 격한 운동을 좋아한다. 철인3종경기,MTB(산악 자전거타기) 마니아다. 기업인 중심으로 구성된 철인3종경기 동호인이다. 얼마전에는 스키장에서 보드로 스피드를 즐기다가 안전 펜스를 뛰어넘으면서 어깨를 다친 적도 있다. 기계 위에서 하는 운동은 별로다. 가끔 한강변이나 남산에서 뛰기도 한다. 정 회장은 “콧구멍이 시커머지더라도 밖에서 운동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한다. 골프는 할 줄은 알지만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다. 운동할 때는 운동에 전념해야 하는데 골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도 싫다. 정 명예회장도 30년 이상 수상스키를 즐겼다. 바쁜 일정 중에도 양수리에서 물 위를 활주하곤 했다. 이런 인연으로 수상스키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선수 육성과 보급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이방주 사장도 스포츠를 즐기는 CEO다.1년에 3∼4회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다. 최근 10㎞를 1시간 안에 뛰었다. 시간이 나면 등산을 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프로축구 아이파크 스포츠단을 운영한다. 회사 차원의 지원도 대단하다.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10여곳의 재개발단지를 수주하는데 상당한 보탬이 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스포츠단이 그렇듯이 아이파크 축구단도 해마다 적자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적극 밀어준다. 스포츠단 이준하 사장은 재미있는 스포츠에 사업성을 가미한 경영을 한다. 올해 적자폭을 줄이고 돈을 벌 수 있는 별도 사업을 추진, 스포츠단을 모회사에 손을 내밀지 않을 정도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chani@seoul.co.kr ■ 정세영·몽규 父子 ‘막노동 경영수업’ 정세영 명예회장과 몽규 회장은 경영 수업의 첫 출발도 비슷하다. 이 때 형성된 인맥은 건설이나 자동차 회사의 초석을 다지는 주역이 됐다. 정 명예회장은 부친이 부산 피란시절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막 벌여놓은 현대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큰형(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둘째형(정인영 전 한라그룹 회장)이 미군 공사를 수주해 오면 시장에 나가 현장에 투입할 인부를 모아오고 자재를 사들이는 일이었다. 이 때 만난 이춘림씨는 훗날 현대건설 회장에 오른다. 이 전 회장은 그래도 건축도(당시 서울대 건축학과 3학년생)라서 설계를 하고 공사 감독도 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그야말로 잡역부이자 막노동꾼이었다. 막노동판에서 만난 인맥은 현대건설을 떠날 때까지 끈끈하게 유지된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외아들 몽규에게 혹독하게 경영 훈련을 시켰다. 대학생이었던 정 회장은 방학 때면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고된 잡일을 해야 했다. 임직원들도 모르게 했다. 땡볕 아래서 리어카를 끌고 숙식도 독신자 기숙사에서 해결하는 생활이었다. 정 회장은 울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것을 가장 기억이 남는 과거로 떠올린다. 자식뿐 아니라 전문 경영인에게도 가혹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강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게 훈련시켰고 인맥을 관리했다. 자동차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영인들을 잘 관리했고, 그 뒤에 현대산업개발로 모셔와(?) 중역을 맡겼다. 이방주 사장을 비롯해 김판곤 전 현대역사 사장 등이 자동차에서 날리던 선수들이다. 이들은 정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키운 베테랑 경영자들이다. 정 회장 역시 자녀 교육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생인 큰아들 준선(13)이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영국으로 홀로 유학보냈다. 준선이는 재능을 인정받아 당당히 이튼스쿨에 자력으로 입학했다. 따로 돌봐주는 사람 없이 기숙사에서 생활토록 하고 있다. 호랑이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바위에서 떨어뜨리는 식이다. chan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어린이날·어버이날 서울모터쇼 가서 즐겨봐?

    적은 비용으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여러 묘안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의 서울국제모터쇼에 가는 것이다. 올챙이춤을 추는 ‘아시모’ 로봇,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TV에서나 볼 수 있는 패션쇼 등 부대행사가 풍성하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에 맞춰 자동차 회사별로 공짜 선물도 준다. 발품만 부지런히 팔면 어린 자녀들의 선물을 제법 쏠쏠히 챙길 수 있다. 단, 혼잡은 각오해야 한다. 특별 이벤트 시간과 선물 수량이 제한돼 있어 참가업체별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어린이날 공짜선물 어떤 게 있나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회사인 현대차는 부스를 찾은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나눠준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어린이들에게 ‘요요’ 놀이기구 5000개와 아이스크림 3000개를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즉석에서 ‘요요경연대회’를 열어 요요짱(우승자)에게는 기념품을 준다. 아우디는 곰인형 3000개를, 폴크스바겐은 노란색 비옷 1000벌을 역시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GM은 자동차 모양의 풍선과 크레파스를 주고, 어린이들이 직접 색칠을 해보도록 했다.BMW는 스티커와 팔찌를, 포드는 스포츠카 머스탱 포스터를 준다. 도요타(렉서스)는 카레이서 황진우 선수가 어린이들과 즉석 사진촬영을 해준다. 푸조는 사자복장을 한 피에로가 즉석에서 만든 미니 피자와 함께 강아지 모양의 풍선을 나눠준다. 벤츠는 4일과 5일 아이스크림 3000개와 미아 방지용 어린이 팔찌를 나눠주고, 자동차를 배경으로 즉석 사진도 찍어준다. 볼보는 모터쇼 기간 내내 자사가 판매하는 6개 차종을 종이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공작세트 5만개를 나눠준다. 기아차는 중앙무대에서 뮤지컬 ‘큐빅스 대모험’을 공연한다. ●어른들을 위한 선물 쌍용차는 퀴즈행사를 통해 등받이, 쿠션, 범퍼가드, 바,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품을 준다. 르노삼성차는 자사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직접 미래의 신차 모델을 스케치한 뒤 액자에 끼워 선물해 준다. 포드는 커플 관람객들에게 머스탱의 상징인 ‘말’ 모양 휴대폰 액세서리를 준다. 재규어, 랜드로버,BMW도 로고가 박힌 스티커와 휴대폰 액세서리를 나눠준다. 매일 오후 5시에 추첨을 통해 공짜로 주는 자동차 경품도 빼놓을 수 없다. 경품차는 매일 달라진다. 3일에는 쌍용 로디우스,4일 폴크스바겐 파사트,5일 GM대우 마티즈,6일 푸조 206CC,7일 기아 프라이드,8일 현대 뉴베르나이다. 입장권에 붙은 응모권을 작성해 추첨함에 넣어야 한다. ●마이바흐 시승권을 어버이날 선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7억여원짜리 마이바흐 시승권을 어버이날 선물로 내놓았다. 부모님께 마이바흐를 태워드리고 싶은 사연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심사를 통해 호텔 식사권과 함께 마이바흐를 하루동안 빌려준다. 한 명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점이 아쉽다. 폴크스바겐은 방문객 가운데 5명을 추첨, 이 회사의 유명한 자동차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 등을 둘러볼 수 있는 3박4일 여행권을 준다. 먼저 ‘알자(ALZA) 로또’ 퀴즈를 풀어야 한다.‘알자’는 ‘자동차에 대한 사랑’(Aus Liebe zum Automobile)이라는 뜻이다. ●4륜구동차 오프로드 체험 킨텍스 제2옥외주차장에 가면 4륜 구동차를 가족들과 함께 직접 타볼 수 있다. 쌍용 렉스턴과 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체로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의 4륜구동 오프로드 차량이 시승차로 나와 있다. 바위, 경사로, 통나무, 시소 등 인공 장애물도 설치돼 있다. 체험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희망자는 자신이 타고 싶은 차량의 탑승 위치에 줄을 서면 된다. 직접 운전해볼 수 없다는 점과 체험시간(5분)이 짧다는 게 흠이다. 운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승차감을 느껴야 한다. ●아시모 로봇이 올챙이춤을? 눈요깃거리도 많다. 현대차는 매일 세차례씩 패션쇼를 연다.GM대우는 매직댄스와 뮤지컬 하이라이트 공연을, 기아차는 서프라이징 매직쇼와 인라인쇼를 준비했다. 프라이드 전시차량에 독도사랑 메시지를 담게 한 뒤 독도수비대에 기증키로 한 ‘발상’도 재미있다. 쌍용차는 하루 네차례씩 여성 3인조 밴드 ‘일렉쿠키’ 공연을 연다. 보고, 듣고, 만지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감 만족’ 행사다. 혼다코리아는 자사의 로봇 아시모를 서울모터쇼에 데려와 올챙이 송에 맞춰 춤을 추게 한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폭발이다. 볼보관에 가면 클래식카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올디스 구디스’(Oldies but Goodies)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60년대 복고풍 의상을 갖춰 입은 모델들이 이 회사의 클래식카 ‘아마존’ 앞에서 찬조 출연을 해준다. 또 5일부터 8일까지 GM관을 찾으면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 유명인의 이미테이션쇼와 마임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인피니티는 호주의 퍼포먼스팀 ‘래그즈 온 더 월’을 초청, 실크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오는 공연을 보여준다. 푸조는 매일 정시에 ‘푸조 레이저쇼’를 5분 동안 펼친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스케이트 보드와 인라인 스케이트 전문가들을 초청해 묘기를 보여주는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를,BMW는 공중곡예를, 폴크스바겐은 관현악 공연을 준비했다. 렉서스는 하루 세번씩 재즈 연주를 들려준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선사예술기행/요코야마 유지 지음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고고학자들은 그 그림이 완벽한 조작이라고 확신했다. 쓰고 지우는 과정도 없이 한 획으로 그어나가야 하는 힘찬 선들은 일생을 연마한 거장이 아니고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팬지를 갓 벗어난 ‘미개한 원시인’들은 파카소와 같은 다시점(多視點) 기법을 사용했으며, 연속 동작으로 애니메이션을 효과를 내는가 하면 암컷을 두고 싸우기 직전 수사슴의 동작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세계 동굴벽화 찾아나선 연대측정 전문가의 모험 이런 그들이 과연 미개인이었을까? 그렇다면 현대 거장들의 작품과 맞먹을 걸작들이 왜 하필이면 한 줄기 빛도 스미지 않는 지하 깊숙한 동굴 속에 숨겨져 있었을까? 1만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남긴 삶의 편린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며, 또한 무수한 수수께끼를 던진다. 연대 측정 전문가인 요코야마 유지가 지은 ‘선사예술기행-동굴속 미술관과 그 작가들을 찾아서’(장석호 옮김, 사계절 펴냄)는 이같은 선사시대 동굴 깊숙한 곳에 대한 모험의 기록이다.‘아폴로 11호의 달나라 탐험과도 비견되는 20세기의 모험’이라는 지은이의 말이 다소 과장돼 보이기도 하지만 동굴 구석구석 책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촉각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새삼 선사예술의 위대성에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책에 따르면 선사예술의 걸작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스페인 칸타브리아 지방 산티아나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바이슨’(선사시대 생존하다가 멸종된 들소) 벽화를 보자. 힘찬 터치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 바이슨 형상은 동굴내 가는 곳마다 그려져 있어 동굴 자체가 거대한 갤러리를 이룬다. 의식적으로 크게 부각시킨 어깨와 등, 거친 듯하면서 세밀하게 표현한 동작은 마치 소가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중섭의 걸작인 황소 그림들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라스코 동굴에도 수많은 수소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동굴 입구로부터 17m 지점에 있는 타원형의 넓은 방, 이른바 ‘수소의 방’엔 수소 5마리를 중심으로 말과 사슴들이 웅대한 구성을 보여준다. 라스코의 벽화들은 선사예술의 정점에 있다. 어느 시대건 융성하는 시기의 예술이 보여주는, 발랄한 생기가 넘치고 빛이 나며 역동적이다. 그런 면서도 단정한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크로마뇽인들이 전성기 이뤄…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책은 이밖에도 피레네산맥 지방의 니오동굴과 베데이야크동굴, 도르도뉴 지방의 퐁드곰동굴, 레콩바렐 동굴 등 프랑스와 스페인, 유럽 여러곳의 동굴 벽화들을 소개한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로라와 요크곶의 바위그림,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후곳페 동굴벽화, 남아프리카 안트로포모르프의 바위그림 등 여러 대륙의 벽화와 바위그림들을 쫓아간다. 특히 안트로포모르프 그림은 순록의 머리를 한 사람 등 기묘한 모양의 사람들 모습을 그려놓았는데, 분석 결과 인위적인 트랜스 상태에서 본 형상을 그린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같은 선사예술을 창조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예술이 형성된 기간은 매우 길지만 그 전성기를 이룬 사람들은 크로마뇽인들이다. 이들은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동굴 벽에 단번에 선을 그어 달려가는 들소의 힘찬 근육을 표현했는가 하면 안료와 나뭇재를 입에 넣고 씹어 침과 섞은 후 벽에 뿜어내는 방식으로 네가티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저자는 선사예술의 주인공, 즉 크로마뇽인의 발견과 기원, 생활을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분석한다. 그림을 이렇게 어둡고 깊숙한 동굴속에 그린 까닭은 무엇일까? 발굴 초기에는 그림속의 들소와 사슴이 사냥의 성공을 비는 주술적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선사인들의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림의 주제와 사냥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평상시 주거의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동굴벽화는 그 아름다움을 위해 그려졌으며, 동굴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전시하는 선사인들의 갤러리였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저자는 이에 더해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이 동굴속 매력에 빠져 이런 장소를 일종의 성역으로 삼았으며, 그곳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신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벽화는 그들의 책이자 서사시였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같은 걸작을 남긴 선사예술이 왜 갑자기 단절되었는가이다. 동굴속 작품 하나하나는 그 훨씬 후의 문명인 이집트나 황허문명의 예술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 최고의 회화에 필적할 만큼 자연스럽다. 벽화에선 20세기 초기 입체파가 발견한 ‘비틀림 화법’도 발견된다. 과학적 연대 측정 이전에 동굴벽화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집트·황허문명 예술 뛰어넘어 현대회화에 필적 이에 대해 지은이는 나름대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추정한다. 예술의 주인공인 크로마뇽인이 순록 사냥꾼으로 전문화했고, 빙하와 함께 순록이 사라지면서 이들도 함께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지나친 전문화로 순록 사냥 이외의 다른 생존능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이며, 아직 풀리지 않은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선사예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설서다. 저자의 부지런한 발과 세밀한 눈, 감각적인 손끝을 쫓아가다 보면, 인류역사에서 예술이 걸어온 길과 시간이 얼마나 더디고 장구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400살 ‘돈키호테’ 유쾌한 한국나들이

    400살 ‘돈키호테’ 유쾌한 한국나들이

    올해는 스페인문학의 거장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명작 ‘돈키호테’가 세상에 나온 지 400년이 되는 해.‘재치발랄한 향사(鄕士)돈키호테 데 라 만차’라는 긴 원제의 이 소설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자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이를 기념해 스페인어권 국가는 물론 전세계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린다. 주한 스페인대사관도 5·6월 두달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전시회, 발레, 연극, 음악회 등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 먼저 새달 4일 로댕갤러리에서는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관습처럼 내려오는 ‘돈키호테 줄이어 읽기 행사’가 열린다. 이어 5∼8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와 청담동 유시어터에서는 발렌시아의 ‘밤발리나 콤파니극단’이 인형극 ‘돈키호테’를 공연한다. 또 13∼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희극발레 ‘돈키호테’가 무대에 오른다. 한편 이번 400주년을 맞아 ‘돈키호테’ 완역본이 국내에서 새롭게 출간됐다.1부 52장,2부 74장의 방대한 양으로 구성된 원작은 그동안 국내에서 스페인어판 직역이 아닌 영문, 일본어판의 중역본이 출간돼왔으나 이번에 한국외국어대 박철 교수가 원작 중 1부를 완역했다. ‘돈키호테’는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농부 알론소 키하노가 기사소설을 탐닉하다 스스로 세상의 부정과 싸우겠다며 모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풍자소설로, 무모하지만 용기있는 인간 성향을 대변하는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드로잉을 통해본 한국현대 미술 60년사 5월15일까지 그로리치화랑(02)395-5907. 이쾌대, 이응노, 김환기, 송영수 화백 등 대가들의 인물군상, 산천, 점, 선, 누드 등을 스케치한 경쾌한 작품들. 완성작품에 비해서는 가벼운 느낌이나 작가의 순수한 마음의 세계가 포착돼 매력적. ■ 성곡미술관 개관 10주년전 6월5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7650. 한국 현대미술에서의 ‘이성’과 ‘감성’을 주제로 한 김범, 김수자, 김영진 등 젊은 작가 19명의 작품. ■ 김준 개인전 5월29일까지 사바나미술관(02)736-4371. 사회적 ‘금기’인 문신을 예술로, 문화적으로 해석한 작품들. ■ 이상원 개인전 6월6일까지 갤러리 상(02)730-0030. 러시아에서 전시한 ‘영원의 초상’등 인물화 미발표작. 클래식 ■ 영감과 열정 챔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5월3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02)586-0945 ■ 바리톤 윤호문 독창회 5월3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586-0945. ■ 김나영 피아노 독주회 5월4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02)3436-5222. ■ 정예창 오보에 독주회 30일 오후 3시(02)6303-1919. ■ 세계음악축제 30일 오후 5시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내 아트 스페이스(02)3774-2500. ■ 나수경 피아노 독주회 5월5일 오후 7시 30분(02)399-1111. ■ 금관악기 실내악단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 30일 오후 8시 DS홀(02)3774-2500. ■ 라이브 모차르트 5월1일 오후 7시 덕양 어울림누리 별모래 극장(02)3774-2500. 콘서트 ■ 사월의 봄 이야기(뱅크·포지션·최재훈)콘서트 30일부터 새달 1일까지 토 오후 4·8시, 일 오후 3·7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02)1544-1555. ■ 변진섭 뮤직 환타지 29일부터 새달 1일까지 29일 오후 7시30분 30일 오후 4·7시30분 1일 오후3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 (02)322-9555. ■ GOD 콘서트 30일 오후 7시 강릉 빙상 경기장 (033)645-9600. 어린이 ■ 제로공주 실종사건-5월31일까지 웅진씽크빅 아트홀 어려운 수학을 놀이처럼 즐기며 배울 수 있다고? 수학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지우개 마왕에게 붙잡힌 제로공주를 구출하러 떠난다. 구출기를 통해 멀게만 느껴지는 수학과의 거리를 좁히는 교육 뮤지컬.(02)569-0696. ■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5월15일까지 정동극장(02)751-1500. 박정자 주연의 첫 아동극. ■ 넌 특별하단다 5월8일까지 인켈아트홀2관(02)745-0308. 맥스 루카도의 세계적인 그림동화를 각색. ■ 헤라클레스 5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68-1515. 제우스신을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찾아 떠나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모험을 그린 뮤지컬. ■ 개구리 왕자 5월1일까지 하늘땅 소극장(02)3672-8276. 그림형제의 동화 ‘개구리왕자’를 아이들 상상력에 맞게 풀어낸 뮤지컬.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시어터(02)741-2323.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뮤지컬. ■ 하륵이야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25-6929.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 악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연극 ■ 아가멤논-5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아이스킬로스 작·미하일 마르마리노스 각색·연출, 남명렬 손진환 안순동 박정한 박지아 출연. 아가멤논은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주제가 되는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그리스 비극의 세계적 권위자 미하일 마르마리노스가 선보이는 그리스비극의 정수.(02)580-1300. ■ 안녕, 모스크바 5월8일까지 아룽구지극장(02)762-0810. 김태훈 번역·연출, 이원희 신서진 백향수 김선영 신지훈 출연.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린 198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암울한 인권상황을 그린 작품. ■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5월22일까지 소극장축제(02)741-3934. 위성신 작·연출, 오주석 김재환 민충석 전형숙 출연. 은밀한 공간인 여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가지 사랑이야기. ■ 관객모독 6월19일까지 창조콘서트홀(02)764-3076. 페터 한트케 작·기국서 연출, 전수환 윤상화 서은경 양동근 출연. 힙합과 욕, 환상의 결합. 양동근도 관객도 그래서 더 신난다. ■ 부부 쿨하게 살기 5월22일까지 세우아트센터(02)762-9190. 손기호 작·연출, 임학순 우미화 출연.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한 지침서. 뮤지컬 ■ 인당수 사랑가-무기한 대학로 발렌타인극장 박새봄 작·최성신 연출, 서정금 강은경 김준원 김도현 장재용 출연. 우리 가락에 전통의 소리를 접목해 창작한 한국형 뮤지컬. 심청이와 춘향이의 만남을 다룬 독특한 소재에 꼭두각시놀음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 돋보인다.(02)741-9120. ■ 틱틱붐 5월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02)577-1987. 조나단 라슨 작·심재찬 연출, 이석준 배해선 문혜영 성기윤 출연. 뉴욕에 사는 젊은 예술가의 사랑과 희망. ■ 달고나 5월31일까지 PMC자유극장(02)739-8288. 오은희 작·이현규 연출, 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 추억의 가요로 엮은 옛이야기. ■ 더플레이엑스 6월26일까지 발렌타인극장2관(02)741-9120. 박재민 작·연출, 김영민 이동수 조은별 출연. 세상을 향한 개들의 유쾌한 풍자. ■ 아이 러브 유 6월19일까지 연강홀(02)501-7888.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 이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난센스 아멘 5월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556-8556. 고선웅 연출, 김성기 서영주 김수용 출연. 여장 남자수녀들의 신나는 버라이어티쇼.
  • 어린이날 테마파크 어디가 좋을까

    어린이날 테마파크 어디가 좋을까

    초등학교 1학년과 6살짜리 아들을 둔 정원 실장(37·MMA 건축사사무소)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쁜 회사일을 핑계로 변변하게 놀아주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놀이동산에 데려가 화끈하게 놀아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놀이동산을 갈까, 어떻게 하면 고생을 덜하고 재미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등이 남겨진 과제.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지난 정보뿐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군요. 그래서 저희 주말매거진 We팀이 나섰습니다. 수도권 3대 놀이동산인 에버랜드와 서울랜드, 롯데월드의 모든 정보를 비교·분석해서 여러분의 나들이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제 선택만 남았습니다. 골라골라 떠나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드세요. ●아는 것이 ‘돈’이다∼ 아이 셋에 어른 둘. 입장료만 3만원씩 12만원이다.“우∼와, 이것 저것하면 한 20만원은 들겠네.” 만만찮은 비용이 정 실장의 첫번째 고민이다. 그렇다고 걱정은 금물. 놀이동산마다 다양한 할인제도가 숨어 있다. 미리미리 발품, 손품을 팔면 절반값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BC·신한·하나은행 카드와 KTF·SKT 등 통신사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자유이용권을 50% 할인(1만 5000원)해 준다. 홈페이지에서는 자유이용권 할인쿠폰뿐 아니라 공원 내 빅토리아 극장 할인권, 상품 할인권 등도 있으니 빼놓지 말 것. 서울랜드는 삼성·BC·신한·LG·외환,KB카드 등을 제시하면 자유이용권 구입시 본인에 한해 50%(1만3000원)까지 할인해 준다. 입장만 원한다면 무료입장 혜택이 있는 BC카드를 이용하면 본인에 한해 무료입장할 수 있다. 또한 서울랜드 홈페이지 회원에 가입하면 본인을 포함한 4명까지 25%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권을 이메일로 보내준다. 롯데월드는 홈페이지 회원에 가입하면 자유이용권을 15% 할인해 준다. 롯데·BC카드 소지자는 무료입장이나 자유이용권 50%(1만5000원)할인을 선택할 수 있고 LG·삼성·현대·하나·외환·신한카드도 자유이용권 50% 할인해 준다. 또한 생일을 맞은 사람은 생일을 포함해 전후 3일까지 동반 4인 자유이용권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팁:삼성카드라고 하더라도 모두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니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정확하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인지 확인해야하며 카드사마다 사용실적을 따라 혜택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따져봐야한다.‘무턱대고 갔다가 생돈 날릴 뻔했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정 실장. 요즘은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돈’이다. ●넌 줄서서 타니, 난 ‘퀵’ 패스로 탄다 놀이기구 줄서기 악몽은 정 실장의 두번째 고민. 지난해 꼬마기차를 타려는 아이들을 위해 5월의 땡볕에서 1시간이 넘게 줄 서 있고, 아내와 아이들은 30분이 넘게 기다려 회전목마를 탔던 기억으로 머리속이 어지럽다. 이는 놀이기구도 미리 예약해서 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 각 놀이동산마다 사람들이 몰리는 놀이기구를 사전에 예약받는다. 롯데월드는 토·일·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스페인 해적선 출구 앞쪽에 위치한 탑승예약 부스에서 놀이기구와 시간대를 한번에 선택할 수 있다. 예약 놀이시설은 정글탐험보트, 후룸나이드, 스페인 해적선, 혜성특급, 신밧드의 모험, 자이로 스윙으로 다양하다. 에버랜드는 독수리요새, 아마존 익스프레스, 사파리, 수퍼봄스레이, 서울랜드는 급류타기와 박치기차를 매표소 앞에서 예약을 받아 정해진 시간에 가면 줄을 서지않고 바로 탈 수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제도인가. 시간도 절약하고 기다리는 지루함도 없으니 말이다. 가장들이여 눈섭이 바람에 휘날리도록 달려가 놀이시설을 먼저 예약하는 편이 아이들과 자신을 위해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 ●아이들 취향따라 골라골라∼ 놀이동산들은 각각 특색있는 행사를 마련, 어린이를 유혹하고 있다. 마술쇼와 특별 공연, 퍼레이드,100만송이 장미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행사내용을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해주고 ‘어느 놀이공원으로 갈래’라며 선택권을 주면 자상한 아빠로 인기짱. 에버랜드는 ‘유로페스티벌’도 한창이다. 낮 12시 30분에 유럽 각국의 복장을 한 무희들이 춤을 추는 베르사유파티, 오후 3시 30분 유로 카니발,9시 올림프스 환타지는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퍼레이드로 놓치면 않된다. 스페인 축제가 한창인 롯데월드는 예쁜 꽃마차를 앞세우고 화려한 옷차림의 스페인 무희들이 기타반주에 맞춰 정열의 플라멩고를 추는 꽃마차 퍼레이드는 오후 4시, 솔레아·세비리아 등 스페인 전통춤이 선보이는 세비야의 춤은 오후 3시, 이밖에 공중곡예와 서커스를 결합한 뮤지컬인 타잔은 낮 12시30분과 오후 5시30분에. 또한 나무 물고기 호랑이 등 동화속 캐릭터인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헝겊 인형전시,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북아트전은 아이들과 꼭 한번 들러야할 곳이다. 두 전시 모두 오는 8일까지 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울랜드에 가면 제일 먼저 보아야 할 것이 ‘헤라리의 메가매직쇼’ 공중부양, 관통마술 등 초특급 환상 마술이 공짜.12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한다. 매직뮤직컬인 탈출쇼는 서울랜드의 자랑.25m 높이에서 잠수함이 해체되면 타고 있던 마술사가 사라지는 묘기. 낮 12시와 오후 3시30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우리 가족만의 기념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세계광장 체험학습장에서는 도자기 공예, 자동차만들기 등 20 여가지의 다양한 체험공간이 있다. 가격도 싸다.3000원∼5000원이다. ●디카 여기서 찍어봐! 가족나들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진.“항상 눈으로 보면 멋진데 사진을 찍으면 별로야.”라는 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을 추천한다. 에버랜드는 형형색색의 100만송이 튤립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밭인 포시즌가든이 명소. 롯데월드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주무대였던 ‘천국의 벽화’가 가족들과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서울랜드는 빨간풍차가 있는 분수. 네델란드를 연상시키는 빨간풍차와 대포처럼 쏘아 오르는 분수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한때를 찰칵. ●어린이날만 열리는 어린이 행사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놀이동산마다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낮 12시부터 삼천리극장에서 열리는 서울랜드 ‘만화 축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만화 캐릭터 7명이 가두 행진을 펼치며 ‘마루코는 아홉살’ 등 인기만화 2편이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무료 상영된다. 롯데월드는 은빛 갑옷을 입고, 시속 100㎞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 세계 유일의 버기롤링 기술 보유자인 장이브의 버기롤링쇼가 펼쳐진다. 어드벤처 퍼레이드 코스에서 오후 2시 30분.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뚝딱이 아저씨 김종석씨가 진행하는 어린이세상에서는 장기자랑과 퀴즈 등으로 푸짐한 선물을 나누어준다. 가족끼리 나무를 이용해 간단한 소품을 만들어 보는 가족 소품만들기도 좋다. 에버랜드는 오후 3시 30분 포시즌 가든에서 나비 5000마리를 날리는 행사를 갖는다. 나비 생태 체험관, 나비 부화관, 나비 모양의 화분 증정 등 이벤트가 준비돼 있어 아이들 자연공부에 그만이다. ■ 여기도 가보세요 ●‘자녀와 함께 신나는 프랑스 축제에 빠져 봅시다∼’ 국내 최대 미니어처 테마파크인 부천 아인스월드(www.aiinsworld.com)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 세계여행을 떠나보자. 세계 25개국의 상징적 건물과 유네스코지정 문화유산 등을 실제크기의 25분의 1로 축소해 실감나게 재현됐다. 특히 밤에는 환상적인 조명과 어우러진 미니어처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또한 오는 6월 19일까지 프랑스 문화축제 ‘봉쥬르 파리지엥 페스티발’이 열린다. 에펠탑과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르박물관 등 정교하게 만들어진 건축물 사이로 거리악사의 샹송연주, 프랑스 원어연극, 인형극, 마술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몽마르뜨 언덕의 분위기를 재현한 노천카페에서는 샹송과 와인, 크레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린이날에는 피자 밀가루 반죽으로 꾸미는 미스터피자의 ‘도쇼’가 열린다.(032)320-6000. ●“유럽카니발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내일 인천 송도에 문을 여는 ‘월드카니발 코리아’는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인정 받는 전통유럽 카니발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 1만 5000여 평 규모의 월드카니발에는 36개의 스릴과 재미가 가득한 놀이기구들이 있으며 총쏘기, 공 던지기, 깡통 쓰러뜨리기 등 51종의 게임을 통해 수 십만개의 예쁜 인형을 상품을 나누어준다. 월드카니발은 기존의 놀이동산과는 다르게 축제를 하는 마을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과 즐거운 환호소리, 춤, 노래 그리고 화려한 조명으로 유럽의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 동안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럽의 마을에서 가족들간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까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놀이기구와 게임은 현장에서 2000원에 판매하는 토큰을 구입해 즐긴다. www.world-carnival.co.kr
  • [20&30] “우리는 21세기 노마드(유목민)”

    [20&30] “우리는 21세기 노마드(유목민)”

    “구속은 그만, 소유도 그만.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유목민들이 비옥한 목초지를 찾아 떠돌았던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도전과 방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마드(nomad)족’ 3명을 만나봤다. ●세계 누비며 삶의 의미 찾는 21세기 유목민 ‘원조 노마드족’은 뭐니뭐니해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한 곳에 뿌리박고 살기를 거부하는 이들은 과거 유목민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 곳곳을 누빈다. 박동식(39·프리랜서 여행가)씨는 10년 경력의 여행 전문가다. 그는 마음이 동하면 언제나 배낭에 옷 한 벌, 필기도구와 세면도구만 챙겨넣고 훌쩍 길을 나선다. 길에서 배운 경험과 느낌을 글로 옮기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이를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여행 자금을 번다. 그는 현재 월간지 페이퍼와 행복한 세상, 농협사보 등 3개 매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하며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벌고 있다. 박씨는 1995년 다니던 전자회사를 그만두고 인도 여행을 떠나면서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약 2년 주기로 한번에 3∼6개월씩 여행을 다녔다. 중국, 홍콩,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티베트 등 아시아 국가를 대부분 섭렵했다. 박씨는 “10년이 지나도 항상 똑같은 유럽과 달리 아시아 나라들은 한 달이 다르고 1년이 다를 만큼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 아시아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여행의 정의는 ‘일상을 포기하는 것’. 훌쩍 인도로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책임져야 하는 가정도, 포기하기 힘들 만큼 절실하게 원했던 직장도 없었기 때문이란다. “광고카피 중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정말로 절실하다면 열심히 일하지 않았어도 떠나야 하는 거죠.” 열심히 일하지 않았어도 떠나고 싶을 때 떠난 뒤 돌아와서 다시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절실함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충분히 허락을 구할 수 있는데, 용기가 부족할 뿐이라는 것이다. 박씨는 오는 6월 다시 티베트로 떠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여행다닐 때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걸 보니 이제 방랑이 천성으로 굳어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직업도 맞춤형 “그때그때 달라요.” 평생 직장을 거부하고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개척하거나 아예 직업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수시로 맡겨진 일에 대한 대가만 받는 ‘잡 노마드(job nomad)족’도 늘고 있다. 김병문(36·벤처기업 운영)씨는 홈페이지 제작 전문가. 그는 97년 대학졸업 이후 홈페이지 제작 벤처기업을 전전해 왔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직장을 옮겨 지난해 3월 창업을 하기까지 4∼5곳의 직장을 옮겨다녔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따라간 적도 있었고,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어 직장을 옮긴 적도 있었다. 김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런 ‘잡 노마드족’들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누구나 거대한 조직에서 안정된 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이미 나이가 들면 독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제환경이 찾아왔다.”면서 “직업이 아니라 일을 좇아 그 일을 수행하고 대가를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마음의 준비와 함께 전문적인 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1주일에 2∼3권씩 모두 135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는 ‘잡 노마드족’으로 살면 일할 때에는 일에 몰두하고 남는 시간에는 다른 데 신경을 끈 채 자기계발에만 매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6개월 정도 서울시청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공무원 생활을 옆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안정적인 생활에 자부심이 높아 보였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은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조직에 속해 있으면 조직을 위한 것밖에 보이지 않아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적다.”면서 “지금 일하고 있는 홈페이지 제작회사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게 되면 구인구직 전문회사라는 새로운 일로 또다른 모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온·오프라인 상점서 ‘알짜’만 골라내는 쇼핑 9단 치밀한 사전정보 수집으로 온·오프라인의 상점들을 찾아다니며 값싸고 질좋은 상품만을 낚아채는 ‘쇼핑 노마드족’도 늘고 있다. 김민지(25·여·방송작가 교육원)씨의 쇼핑 실력은 웬만한 상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품별로 애용하는 상점은 따로 있고, 수시로 정보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필드’를 개척한다. 김씨는 화장품을 살 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온라인 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온라인 구입은 직접 향을 맡아보거나 자기 피부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없는 게 맹점. 김씨는 “자신의 피부 특성을 정확히 점검하고, 이미 상품을 써본 소비자들이 올리는 제품사용 후기를 ‘간접 테스트’로 이용해야 한다.”면서 “후기를 통해 더욱 저렴한 쇼핑몰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자들이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최저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경매전문 인터넷사이트 ‘옥션’이나 매일 제한된 시간 동안만 저렴한 상품을 내놓는 인터넷 쇼핑몰의 ‘타임 세일’도 자주 이용한다. 회원 공지메일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 꼼꼼히 챙겨뒀다가 세일 시간대에 접속, 실속있는 쇼핑을 한다. 동대문이나 남대문 재래시장에 가더라도 소매상부터 먼저 찾지 않는다. 오후 10시 이후 도매상에 가면 소매업자들이 물건을 구입하러 많이 오기 때문에 거기서 오가는 대화 속에 물건 값을 파악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옷을 입어보지 못해 구입하기 꺼려진다면 소매상으로 간다.”면서 “이미 도매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흥정에 훨씬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노마드족도 가지가지 ‘노마드족’이 확산되면서 그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노마드족의 대명사격이었던 ‘디지털 노마드족’은 ‘유비 노마드(ubi nomad)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선랜 노트북과 PDA(개인휴대단말기)폰, 외장형 하드디스크 등 최신 전자제품으로 무장하고 공간 제약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노마드족의 개념이 컴퓨터 접속 네트워크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맞게 더욱 정교화된 것. 유비 노마드족은 텔레매틱스가 장착된 자동차로 처음 가는 곳도 지름길로 척척 찾아가고, 무선전파식별(FRID)장치가 내장된 휴대전화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아본다. 밖에서도 휴대전화로 집 안의 가스밸브를 잠글 수 있고, 목욕물도 미리 데워 놓는다. 유비 노마드족에게는 멀리 있는 친구에게 자기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겉치레 문화를 거부하고 경험을 존중하는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족’도 각광받고 있다. 명품, 골동품 등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여행, 레저, 공연 관람 등 무형의 경험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자층이다. 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을 재산으로 삼는 ‘귀족형 유목민’이다. 이들은 더 많이 보고, 느끼는 체험적인 삶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만든 슬픈 신조어도 있다. 이른바 ‘강의 노마드족’으로 불리는 취업 준비생들. 취업 경쟁에서 자격증과 영어 점수 등이 중요해지자 전공 과목 외에 ‘실용형’ 강의를 들으러 이곳저곳 유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토익, 취업 강좌, 경영학 강좌 등에 가 보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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