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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씽씽한 음악도시, 빵빵한 음악축제!

    씽씽한 음악도시, 빵빵한 음악축제!

    새달 5일부터 16일 동안 경기도 의정부는 음악도시로 변신한다. ‘씽씽(Ssing-Ssing)한 음악도시, 빵빵(Fun-Fun)한 음악축제’를 내건 제11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세계 음악극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이 대단하다. 음악극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은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설명회를 열고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축제가 자리 잡는 분수령이라는 10년을 넘기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면서 “축제에는 인간이 뿜어내는 사랑, 행복, 활기, 즐거움의 에너지로 가득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6개국, 7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주빈국은 스페인의 북동부 ‘카탈루냐’로 정해 이 지역 작품을 개막일과 폐막일에 공연한다. 카탈루냐는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동화책 등으로 예술적 수준이 뛰어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지역이다. 개막작인 극단 엔필라트의 ‘플렉스’(PLECS)는 5일부터 이틀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 오른다. 천막에서 보는 서양 서커스를 토대로, 일상의 물건을 활용한 장난기 넘치는 상상력에 아크로바틱 댄스를 접목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폐막작으로, 19~20일에 공연하는 다이비나스의 ‘싱!싱!싱!’(Sing!Sing!Sing!)은 1950년대 스윙 초창기 특유의 화려함과 발랄함을 재연했다. 7중주단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여성 보컬 3인의 노래가 매력적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는 사각 링에서 악기와 채소 등으로 음악 배틀을 벌이는 호주 오닉스 프로덕션의 ‘루프 더 루프’(10~11일), 마을 신사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테아트로 네세사리오의 ‘칼로니 이발소’(12~13일)를 올린다. 슬로베니아의 ‘핑크 노이즈’(5~6일), 프랑스의 ‘자전거 피아노’(12~13일), 영국·호주의 ‘파밀리에’(18~20일) 등 독특한 작품들이 의정부역을 비롯한 시내에서 관객을 만난다. 올해 축제는 창작에 탄력을 붙였다. 최 대표는 “축제는 준비 과정에서도 시민이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우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서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대표작으로 ‘합창뮤지컬 의정부 사랑가’(13일)를 꼽았다. 지난해 의정부 시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어 선발한 시민 배우 20여명이 7개월 동안 연습해 만든 작품이다. 서사민요 ‘진주난봉가’를 재해석해 해학과 감동을 녹여냈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발레뮤지컬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10~12일)도 관심을 끈다. 연출을 맡은 서미숙 서발레단 대표는 “피아프의 노래와 발레, 영상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아프 노래의 감동을 살리기 위해 프랑스 배우를 캐스팅하고, 프랑스어로 공연한다. 한국의 대표 발레리노 이원국이 안무했다. 작가 이중섭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그린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18~20일),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각색해 판소리로 만든 ‘현제와 구모텔’(6일)도 준비했다. 이 밖에 이번 축제의 명예위원장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15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스페셜 콘서트를 열고, 의정부시민으로서 명예대사가 된 가수 타이거JK와 윤미래는 20일 대극장 야외무대에서 피날레 콘서트를 올린다. (031)828-5892~7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무간도(KBS1 밤 12시 20분) 홍콩 경찰의 우수한 요원 유건명은 범죄 조직 삼합회를 소탕하기 위한 계획으로 강력계에 발령받게 된다. 사실 유건명은 삼합회가 경찰에 심어 둔 스파이였다. 보스 한침의 명령으로 10년째 경찰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삼합회에서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영인은 벌써 전과 8범의 악당이 되어 있었다.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5분) 연이은 사법고시 낙방으로 좌절하던 정우. 소개팅으로 가연을 만나게 된다. 연애경험이 없고 내성적인 정우는 조건을 보고 접근한 내숭 백단 가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편 가연이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우의 가족들. 그런 이유로 둘의 교제를 반대하지만 정우는 가족들을 믿지 않는다. ●천사의 선택(MBC 오전 7시 50분) 상호는 최 회장의 자리에 앉았다가 그만 최 회장에게 들키고 만다. 최 회장은 그런 사위의 야망이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은설은 착한 가게에서 민재를 또다시 만나게 된다. 더구나 6개월간 민재의 보조로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악연이라 생각한다. 한편 은석은 유란을 걱정해 결혼 후 분가를 권한다. ●궁금한 이야기Y(SBS 밤 8시 50분) 지난해 7월 ‘산낙지 질식사망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방송했다. 여성은 한 모텔방에서 남자친구와 산낙지를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해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 16일 만에 사망했다. 단순 질식사로 덮일 뻔했던 사건에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재수사에 불씨를 댕겼다. 그리고 그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클레이 버드(EBS 밤 12시 5분) 방글라데시의 한 작은 마을에 어린 소년 아누는 엄격한 이슬람교도인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사이에 성장했다. 아누의 아버지는 아들이 알라신의 율법에 따라 살기를 바라며 어린 아누를 이슬람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아누는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삼촌과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이 그립기만 하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OBS 낮 12시 10분) OBS에서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토론회’를 마련한다. 인천 중·동·옹진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상은(왼쪽) 후보와 민주통합당 한광원 후보의 공약을 들어본다. 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한 후보가 출연해 의견을 나누고, 인천지역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게임중독’ 비정한 20대 미혼모

    게임 중독에 빠져 PC방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화단에 버린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5일 미혼모 정모(26)씨를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9시쯤 송파구 잠실동의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인근 모텔 화단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아이는 다음 날 같은 건물에 위치한 마트 직원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했다. 정씨는 현재 서울 여성보호센터에서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 정씨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가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되자 정씨는 상습적으로 가출했다.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겨우 고교를 졸업했지만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그때부터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 빠졌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초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사귀다 동거를 시작했다. 정씨는 밤새도록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다. 중독이었다. 지난해 12월 동거남은 임신 사실을 이유로 “둘이 먹고살기는 힘들다.”며 정씨를 내쫓았다. 정씨는 만삭인 채로 다시 PC방을 전전하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점점 몸이 불편했지만 게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출산일이 다 돼 양수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게임에만 빠졌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출산했다. 이후 정씨는 피묻은 남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편의점, PC방 등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씨에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 한마디 건네며 도와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게임을 친구라고 생각할 만큼 중독자였다.”면서 “한편으론 비정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마스터스] 우즈, 매킬로이 쫓아야… 매킬로이, 우즈 잡아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 가운데 누가 76번째 그린재킷을 걸칠까.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5일 밤(한국시간) 막을 올리는 마스터스골프대회에는 갤러리로 참가하고 싶어도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고는 어깨너머로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 몇개월 전부터 취재진의 미디어카드 발급 실적까지 깐깐하게 심사하는, 그런 대회다. 4월 둘째 주가 시작되면 오거스타 지역은 물론, 근처 모텔방들까지 모조리 동이 나는 바람에 일대는 캠핑카의 천국이 된다. 왜 그럴까. 역대 챔피언은 물론, 최근 5년간 메이저 우승자를 비롯해 여러 복잡한 기준을 충족시킨 최정상 선수들만 철저히 가려내 초청한다. 올해는 97명이 초대됐다. 따라서 나흘 열전 끝에 그린재킷을 몸에 걸치는 대회 챔피언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인정받는다. ●도박사들은 매킬로이 우승 점쳐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 ‘차세대 황제’로 불리는 매킬로이와 황제 복귀를 꿈꾸는 우즈가 첫 손 꼽히는 우승 후보이자 흥행 카드. 매킬로이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 스포츠북이 지난달 내놓은 마스터스 우승 예상에서 배당률 5분의1로 우승후보 1위에 올랐다. 비슷한 배당률의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4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근 혼다클래식에서 매킬로이에 9타나 뒤지다 최종 라운드에서 공동 2위까지 순위를 올렸던 우즈는 지난주 미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2년 6개월 만에 공식 투어대회를 제패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매킬로이는 지난해 대회 3라운드까지 4타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어이없는 티샷 범실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기억이 있다. 지난해보다 정신적으로 강해졌다고 하지만, 쓰라린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얼마나 마음을 다잡느냐가 관건. 철쭉과 개나리, 목련 등이 흐드러지는 이 계절, 11번홀(파4), 12번홀(파3), 13번홀(파5)을 통칭하는 ‘아멘 코너’에서 누가 주저앉느냐가 최대 변수다. WGC 캐딜락챔피언십이 열린 도랄리조트의 18번홀 ‘블루 몬스터’와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의 ‘베어 트랩’ 15~17번 홀과 함께 가장 어렵기로 손꼽히는 코스다. ●11·12·13번홀 ‘아멘 코스’가 변수 아멘 코너는 아널드 파머가 우승한 1958년에 이름 붙여졌는데, 1930년대 ‘Shouting in That Amen Corner’(아멘 코너에서의 외침)란 재즈곡에서 따왔다. 당시 파머는 밤새 비가 내려 공이 땅 속에 박히자 다른 공으로 무벌타 드롭을 한 뒤 13번홀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는 이글을 기록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산낙지 질식사’ 알고보니 남친이 살해

    2년 전 인천에서 산낙지 네 마리를 먹고 의문사한 사건의 범인은 보험금을 노린 남자 친구로 드러났다. 인천지방검찰청은 A(31)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4월 19일 새벽 인천시내 한 모텔에서 여자 친구 B(당시 22)씨를 질식사 시킨 뒤 B씨의 사망 보험금 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당일 B씨와 함께한 음식점에서 산낙지를 구입해 모텔에 투숙한 뒤 B씨를 살해하고 산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B씨를 질식사시킨 직접 원인이 산낙지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여자 친구가 무언가 먹는 걸 봤다. ‘컥’ 하는 소리가 나 등을 두들겨 주고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뺐다. 그게 (낙지의) 몸통인지 다리인지 확인할 경황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그해 3월 B씨를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4월 8일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A씨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보험사에 제출한 점도 밝혀졌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낙지를 먹다 기도가 막혀 숨진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잠적한 A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B씨 유족들의 요구로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경춘선 뚫렸지만 ‘MT족’ 뚝… 강촌 “아 옛날이여”

    “춘천은 몰라도 강촌은 안다는 시절이 있었는데 다 옛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젊은이들 단합대회(MT)와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누리던 강원 춘천의 강촌이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강촌번영회와 주민들은 28일 경춘선 전철이 개통됐지만 오히려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춘천 관광 1번지’였던 강촌이 잊혀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숙박업소들이 경춘선 전철 개통 1년 3개월 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촌 일대에서 운영 중인 펜션과 모텔, 민박업소 300여개 가운데 30~40%가량이 매물로 나올 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 6~7년 전만 해도 예약을 해야 숙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객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우후죽순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닭갈비업소 등 음식점들도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예년에는 대학이 개강하고 3월 말~4월 중순은 전국 대학생들이 MT 시즌을 맞아 주말이면 수도권의 젊은 대학생들이 주말에 2만여명씩 찾아 북적였지만 요즘에는 썰렁한 모습이다. 김승식 남산면펜션연합회장은 “MT 시즌인 이맘때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이 다 차야 하는데 잘되는 펜션도 절반 정도 방을 채우기에 바쁘다.”면서 “요즘에는 대성리가 꽉 차면 이어 강촌으로 오는 추세로 변했다.”고 한숨지었다. 주민들은 전철 개통으로 거리가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북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풍광 좋던 철길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데다 강촌역사(驛舍)도 북한강변에서 내륙으로 옮긴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찾는 요즘 젊은 대학생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쇠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주민들은 “수도권과 더 가까운 대성리와 비교해 캠프파이어 공간은 물론 족구장이나 주차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젊은이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6월부터 옛 강촌역 철길 구간에 레일바이크 운행이 시작되는 등 철도 관광 자원화 사업이 본격화되지만 강촌 상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을 될지 주민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성낙천 강촌번영회장은 “춘천의 관광 1번지 강촌은 전철 개통이란 외부적 영향으로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춘천시 차원의 획기적인 관심과 정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10대女가 정신지체 동창 성매매시켜

    서울 광진경찰서는 23일 동거남의 빚을 갚기 위해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동창을 성매매시킨 고교 중퇴생 김모(17)양과 김모(29·대리운전 기사)씨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피해자 A(17)양을 성폭행한 김씨의 친구 하모(30)씨와 성매매를 한 오모(28)씨 등 21명과 또 다른 김모(55)씨 등 모텔업주 2명 등 모두 24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김양과 대리운전 기사 김씨는 지난달 12일 정신지체장애(3급)인 A양의 경기 안산시 집 근처에서 A양에게 “맛있는 것 사줄 테니 나오라.”며 꾀어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김씨 집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다음 날부터 5일 동안 A양에게 모텔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불러낸 오씨 등 25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켜 250만원을 챙겼다. 같은 달 18일 A양의 언니는 김씨의 집에서 동생을 찾았다. 그러나 김양 등은 20일 만인 지난 9일 오후 10시쯤 다시 A양을 불러낸 뒤 17일까지 8일 동안 성매매를 시키고 200만원을 가로챘다. 지난달 15일 새벽 4시에는 하씨가 김씨의 집에서 자고 있던 A양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김양은 A양의 비명 소리에도 모른체 했다. 조사 결과 김양은 지난해 7월 고교를 자퇴한 뒤 친구의 소개로 김씨를 만나 동거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양은 김씨가 전 애인에게 3000만원을 빚진 사실을 알고 직접 ‘조건 만남’ 등으로 성매매를 하며 돈을 갚아 나갔다. 그러다 점차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하루에 다섯 차례까지 성매매를 한 A양이 “몸이 아프다.”며 거부했지만 무시했다. 경찰은 “A양은 친구인 김양을 악마처럼 여겼지만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데다 말도 잘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서울 숙박업소 생수병 재사용…위생단속 78곳 중 24곳 적발

    서울시내 호텔과 모텔, 여관 밀집지역 등의 숙박업소에서 제공하는 먹는 물 수질을 검사한 결과 검사 대상의 30%에 이르는 업소의 물이 마시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20일 음용수 수질 및 위생상태 단속 대상 78곳 가운데 대장균이 검출되거나 생수병을 재활용해 사용한 9곳을 형사입건하고, 일반세균이 기준치를 초과해 수질기준을 위반한 15곳은 영업정지하는 등 총 24곳을 행정처분했다. 경찰은 지난달 6~13일 방이동, 신림동, 천호동 등 78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객실 내 음용수의 수질기준 적정 제공 여부, 객실 침대 및 주변의 위생상태 등을 집중 단속했다. 단속 결과 일부 업소는 정수기 물을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냉·온수기 물통을 교체하지 않고 바닥에 놓는 등 불결하게 사용했다. 4곳은 수돗물을 담은 가짜 생수병을 비치했다가 적발됐다. 심지어 손님이 사용한 생수병을 마개만 교체해 진짜 생수인 것처럼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곳도 1곳 있었다. 박중규 시 특별사법경찰과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아프간 난사’ 미군 이라크戰 영웅이었다

    민간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공공의 적’이 된 미군이 이라크에선 무공을 세운 베테랑 참전용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로버트 베일스(38) 하사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날 쿠웨이트를 거쳐 미국 캔자스의 포트 리벤워스 군 교도소로 이송돼 독방에 감금됐다. 2001년 9·11 발생 2개월 뒤 군에 입대한 베일스 하사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총 37개월간 이라크에 3차례, 지난해 12월부터는 아프간에 배치받아 전투에 참여했다.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육군공로훈장만 6차례, 선행훈장을 3차례 받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는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2010년 이라크에 주둔할 때는 여행을 하다 폭탄 테러로 차량이 전복되며 뇌손상을 입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002년에는 여자친구를 모텔에서 성폭행하고 2008년에는 뺑소니를 치는 등 수차례 위법행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 베일스 하사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나 발빠르게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전에 돌입했다. 17일 그의 변호사 에마 스캔런은 성명을 통해 “베일스 하사의 친구들과 가족은 그를 신중하고 노련한 군인으로 여겼다.”면서 “그의 가족들은 이번 비극에 망연자실해 있지만,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군인이었던 그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에 따르면 베일스 하사와 가족들은 그가 아프간에 배치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발령이 나면서 매우 상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캐럴린의 블로그에는 가족들이 그가 중사로 진급하지 못해 실망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이번 민간인 살해는 “스트레스와 술, 국내 문제가 얽힌 결과”라면서 “그는 그냥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난 희생자 유족들은 “그를 아프간에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군이 이번 사건의 진상 확인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과 아프간의 양국관계가 벼랑끝에 이르렀다.”고 맹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막장’가족의 잔혹한 삶과 사랑

    요즘 하도 막장드라마가 많아서 웬만한 상황에는 꿈쩍하지 않을 줄 알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우선멈춤’이라는 말이 읽는 이에게 하는 걸까 생각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다음 장면으로 가기 전에 우선 멈춤. 그리고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 내려가야 할 거라고. 책 속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끝까지 버티면, 작가가 왜 ‘이래야’ 했는지 더 확실히 이해된다. ‘악어떼가 나왔다’,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등 전작에서 잔혹한 사회의 일면을 드러낸 안보윤(31) 작가는 장편소설 ‘우선멈춤’(민음사 펴냄)에서도 여전히 그 표현방식을 유지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 모두 마음 편하게 대할 수가 없다. 자신의 폭력성으로 상대를 상처 입히고, 또 상처 입는다. 고등학생 해정은 첫 시험-비록 쪽지시험이지만-에서 나쁜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거실에서 초등학생 동생 해수는 일본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를 보면서 키득댄다. 평범하다, 여기까지는. 기업 사장 아빠가 찜질방에서 딸만한 여자아이를 더듬다가 지구대에 끌려가고, 사람들에게 ‘변태새끼’라는 말을 듣는 것을 목격한 뒤로 모든 게 꼬였다. 해정은 위로가 필요해 만나기 시작한 30대 회사원 박기영과 모텔을 드나든다. 해수는 ‘변태 아들’이라는 따돌림과 학대에 못 이겨 반년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엄마는 젊은 애인과 여행 중이다. 해정에게 가족은 ‘조건부 임시 동거인’일 뿐이다. 이들뿐인가. 박기영의 모친 순임은 산파인 할머니에게 배운 기술로 불법 낙태를 일삼는다. 해수의 상담교사 선주는 순임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각자, 또 한데 모이는 매순간에 머리가 띵해진다. 과연 이런 것들을 나열하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상세하게 묘사했다가 걷어내는 작업을 몇 번 거쳤다.”는 작가는 자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마치 경험한 듯한 세밀한 표현에 대해서는 “우리는 요즘 매시간 폭력에 노출되면서 간접적 폭력을 경험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묻는다. “우리에게는 자기제어가 필요해요. 해정의 아빠가 여자를 만질 때, 순임이 아이를 꺼낼 때, 기영이 해정을 때릴 때, 우선멈춤을 해야하지만 보통은 끝장이 나서야 멈추게 되죠. ‘잠깐만요!’ 외쳐야할 그 순간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낙태를 돕는 순임 할머니의 일은 결국 아들에게 버림받는 순임을 만들었고, 성추행을 일삼은 해정 아빠는 두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자신의 핏줄조차 성가신 존재이기만 했던 선주 역시 악행이 들통났다. 아이를 가진 해정을 죽도록 팬 박기영도 어느 모텔에서 해정을 기다리다가 경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잠깐만’이나 ‘우선멈춤’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업보’다. “그게 네 업보야.”로 끝난다면 작가는 단지 세상을 팍팍하게 보는 사람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세련된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런 극단적인 장면들 속에서 지켜내야할 가치를 끄집어 보여줄 줄 안다는 데 있다. 경찰서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는 해수와 등 뒤에 닿는 뜨거운 아기 숨결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해정을 만나게 되는 순간, 극도로 잔혹하고 긴장된 세상에서 한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시현 감독 “김기덕 감독은 내겐 넘어야 할 산”

    문시현 감독 “김기덕 감독은 내겐 넘어야 할 산”

    스태프 대부분이 한 작품 이상을 못 버틴다. 한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감독 김기덕의 현장은 특수부대 훈련 뺨칠 만큼 치열하다는 게 영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김 감독 밑에서 두 작품 이상을 함께 한 스태프들에게만 ‘돌파구’(2010년 사제지간인 김기덕과 장훈의 불화로 해체) 모임의 가입 자격을 줬다. ‘김기덕 사단’으로도 알려진 김 감독의 제자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의 장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아름답다’ ‘풍산개’의 전재홍 등은 최근 충무로 상업영화 시스템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연출자 고유의 색깔을 담아내면서도 주어진 예산과 시간, 인력 범위에서 결과물을 내놓는 김 감독의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 덕분일 터. 15일 개봉한 영화 ‘홈 스위트 홈’이 궁금했던 건 전재홍 감독과 더불어 ‘김기덕 사단’의 막내인 문시현(34)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홈 스위트 홈’은 자본주의의 속성과 현대사회의 불안, 가족의 파괴를 ‘집’이란 매개체로 들여다본다.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까지 넘어갈 처지에 놓인 태수(김영훈)란 사내가 인생 막장들이 몰린 고시원에 숨어 살면서 나락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홈 스위트 홈’의 제작비는 700만원. 15일 동안 10회 차를 찍은 게 전부다. 지난해 한국 장편영화 제작비는 평균 22억원. 저예산영화로 분류되는 ‘풍산개’는 2억원, ‘부러진 화살’은 5억원이 들었다. 문 감독은 “(700만원은) 교통비와 식대, 숙박비 정도로 보면 된다. 가장들이 빈손으로 귀가하게 하는 건 너무 죄송스러워서 30만~40만원씩 드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배우 6명에 스태프는 나를 포함해 8명이 전부였다. 승합차 2대에 장비를 싣고 배우, 스태프도 함께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7월에 찍은 부산 로케이션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고시원을 전부 빌릴 돈이 없어서 방 한 칸만 빌렸다. 낮에 투숙자들이 없는 틈에 옥상과 복도에서 번갯불에 콩을 볶듯 촬영했다. 문 감독은 “근처 모텔에 방 5개를 잡아 놓고 스태프들은 3인 1실, 배우들은 2인 1실로 적당히 잤다. 덕분에 가족처럼 끈끈해졌다.”며 웃었다. 시간과 돈의 압박 탓에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씩 튄다. 이혼한 부인 연주(백설아)를 살해한 태수가 세라(유애경)의 알리바이 증언만으로 석방되고, 연주의 내연남이 진범으로 잡힌다. “집안 곳곳에 내연남의 지문이 있었고, 여자의 몸에서 정액도 발견됐다.”는 경찰의 대화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문 감독은 “시나리오에는 태수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내연남이 세라와 관계를 맺었다. 상업영화라면 그 부분을 보여 주는 게 자연스러울 텐데 여건상 배우 1명을 더 캐스팅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초반부에 연주를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한 장면도 1950~60년대 고딕호러의 한 장면처럼 괴기스럽다. 역시나 사연이 있었다. “두툼한 커튼이 처진 아파트의 실내 장면인데 조명을 칠 돈이 없었다.”는 설명.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부천국제영화제와 오사카 아시안필름페스티벌 등 영화제들이 주목하는 까닭은 묵직한 주제 의식과 독특한 접근법 때문이다. 문 감독은 “극장 개봉은 상상도 못 했는데 나도 놀랐다. 지인들이 ‘어쩌려고 일을 키웠냐’고 농담을 하더라.”면서 “솔직히 영화제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누구도 다루지 않기에 시작했고, 작업실에 지인들을 불러놓고 보여 줄 생각이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중2 2학기 기말고사 무렵 부모님이 TV에서 ‘벤허’를 못 보게 한다고 슬리퍼를 끌고 12시간 동안 가출했단다. 하지만 ‘할리우드 키드’와는 거리가 멀다. 뉴스PD를 꿈꿨던 모범생은 1996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로 건너가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4년에는 보스턴의 에머슨칼리지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다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극영화로 이어졌다. 짬짬이 뉴욕필름아카데미 영화 강좌를 들었는데, 그때 만난 게 전재홍 감독이다. 2005년 단편영화를 들고 프랑스 칸영화제를 찾게 된 전 감독에게 “이번에 김기덕 감독이 ‘활’로 칸에 초대됐더라. 꼭 만나 보라.”고 했던 건 문 감독이다. 인연이 닿으려던 것인지 전 감독은 칸에서 김 감독과 조우했다. 이번에는 2005년 비자 문제로 잠시 귀국을 한 문 감독에게 전 감독의 연락이 왔다. 형의 결혼식 때문에 귀국했던 찰나에 우연히 김기덕 필름의 연출부로 일하게 됐다는 것. 얼떨결에 문 감독도 연출부가 됐다. 운명은 수많은 인연이 겹쳐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김기덕 필름 연출부에 여자를 뽑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 감독님에게는 첫날, 첫 장면에서 혼났다. 연출부 막내인 내가 슬레이트를 쳐야 하는데 한 박자 늦었다. 김 감독님이 ‘너 때문에 아까운 필름을 낭비했다.’며 엄청 꾸짖었다.” 결국 문 감독은 2006년 ‘시간’, 2007년 ‘숨’, 올해 ‘피에타’까지 김 감독과 3편을 작업한 흔치 않은 경우가 됐다. 그는 “처음 접한 장편영화 현장이 김 감독님이기 때문에 작업 방식이 어색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시간과 예산, 공간의 한계에 개의치 않고 뭐든 해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큰 깨달음이다. 감독도 예산 등 프로듀서의 영역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에게 스승 김기덕은 어떤 존재일까.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더니 멋쩍게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늘 ‘너희 앞에 김기덕이 붙는 건 의미 없다. 언젠간 넘어서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먼 훗날 일이다. 현재로서는 언제든 찾아 뵙고 의지할 편안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도 물었다. 그는 “감독이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사회적인 편은 아닌데, 영화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수단”이라며 웃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경북 구미 ‘금오산’… 봄 향해 날갯짓 하는 황금 까마귀

    경북 구미 ‘금오산’… 봄 향해 날갯짓 하는 황금 까마귀

    경북 구미의 금오산을 찾는 외지 여행자들은 대개 비슷한 순서로, 비슷한 표정을 짓습니다. 헉헉대다, 흠칫 발을 멈춘 뒤 “와아~”. 특히 금오산의 대표 아이콘인 약사암, 천길 단애 중턱의 도선굴 등과 마주할 때 곧잘 이런 장면이 연출됩니다. 필경 ‘공단 도시’쯤으로만 생각했던 구미에서 이런 풍경과 마주할 줄은 몰랐다는 느낌 때문일 겁니다. 이런 느낌은 구미의 북쪽, 선산 지역을 돌아볼 때도 내내 이어집니다. 신라 불교의 태동지 도리사나 낙산리 고분군 등과 마주할 때도 비슷한 순서를 밟습니다. 악산(岳山)은 주변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구고 있을 때 봐야 제격이지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데다, 겨울의 잔재와 봄의 징후들이 혼재하는 이맘때가 선 굵은 암릉들의 전시장인 금오산을 오르는 적기이지 싶습니다. ●삼족오(三足烏) 닮은 구미의 성지 등산가들은 대개 금오산(976m)을 백두대간의 한 줄기로 본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주변 어떤 산줄기와도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산이라 믿고 있다. 무을면에서 생태사진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한태덕 작가는 금오산을 “땅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나는 산”이라고 표현했다. 구미에서 솟아올라 구미에서 명맥을 다하는 산이란 얘기다. 이는 금오산을 범상치 않게 여기는 주민들의 정서와도 무관치 않다. 강삼구 문화관광해설사는 “세 발 달린 황금빛 까마귀가 저녁노을 속에 금빛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해 금오산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했다. 태양 안에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이른바 ‘삼족오’(三足烏)의 산이란 것이다. 금오산은 구미 어디서든 풍경의 주인이 된다. 인근 지역에선 풍수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금오산을 기준으로 주변 지역의 풍수적 성격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한태덕 작가에 따르면 보는 방향에 따라 금오산이 이름을 달리했는데, 이게 해당 지역의 특성을 좌우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 선산 쪽에서는 금오산을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부른다. 그 영향 때문인지 선산 땅에서 유독 인재가 많이 배출됐다. 김천 쪽에선 노적가리를 쌓은 노적봉(積峰)으로 불렀다. 김천에 천석 갑부가 많았던 이유다. 성주 쪽에서는 처녀봉이라고 부른다. 바람난 여인의 산발한 모습을 닮았다는 것. 성주 기생이 이름난 것도 금오산의 산세 때문이란 얘기다. 억지로 꿰맞춘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 구미와 인근 지역 사람들이 금오산을 각별한 시선으로 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금오산 등산로는 네 코스로 나뉜다. 그 가운데 산불조심기간이 끝나는 5월 중순까지는 공원관리사무소-대혜폭포-금오산성 내성-현월봉-약사암의 원점회귀 코스만 개방되고 나머지는 폐쇄된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약사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애보살입상과 오형돌탑바위를 돌아 금오산성 아래 용샘에서 다시 합류하는 코스를 즐겨 이용한다. 두 지역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거섶 빠진 비빔밥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풍경의 주인이자 풍수의 주인 산행 들머리는 채미정이다. 야은(冶隱) 길재의 충절을 기리는 정자다. 예서 현월봉까지는 3.8㎞ 남짓. 케이블카를 타면 거리는 2.1㎞로 줄어든다. 길지 않다고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등산로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게다가 겨울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어 아이젠과 등산 스틱이 필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곧바로 해운사(海雲寺)다. 칼다봉과 그 아래 도선굴, 대혜폭포 등을 병풍처럼 두른 절집이다. 해운사를 지나면 도선굴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도선선사가 득도했다는 자연굴이다. ‘기도발’이 좋다고 소문 나서 불원천리 멀다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깎아지른 절벽 옆으로 겨우 한 사람 지날 만한 길이 나있다. 요즘에야 철제 난간을 만들어 놨다지만, 길도 없고 안전장치도 없던 옛날에 이 벼랑길을 오르내렸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찔하기 짝이 없다. 도선굴을 돌아나오면 대혜폭포다. 높이가 무려 28m에 달한다. 여태 얼어있어 물길은 볼 수 없었지만, 주변의 기암절벽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대혜폭포를 지나면서부터 완만하던 길은 갑작스레 된비알로 바뀐다. 이른바 ‘할딱고개’다. 할딱고개 끝자락의 바위 전망대까지는 목재 계단을 만들어 뒀다. 위험할 정도의 급경사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딱고개가 끝났다고 안심하진 마시라. 예서 정상까지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줄곧 이어진다. 등산 코스 전 구간이 할딱고개라고 보면 틀림없다. 할딱고개 끝자락의 바위 전망대에서 맞는 풍경이 상쾌하다.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칼다봉이 아래로 내달리고, 그 아래 대혜폭포와 도선굴이 매달려 있다. 산자락 중간 중간 비늘처럼 암봉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꼭 솔방울을 닮았다. 경북 봉화 청량산 암릉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면 알기 쉽다. ●선 굵은 암벽들의 전시장 금오산의 백미는 정상 바로 아래 암봉 사이에 터를 잡은 약사암 풍경이다. 우선 멀리서 약사암의 전경을 음미한 뒤, 천천히 절집 뜨락에 드는 게 순서다. 정상 직전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동국제일문’(東國第一門) 현판을 붙인 약사암 일주문, 오른쪽은 정상인 현월봉 가는 길이다. 현월봉에서 북삼 방향, 그러니까 송신탑 철조망을 끼고 바위 하나를 돌아서면 정말 기막힌 풍경이 숨겨져 있다. 풍경의 명당, 탑바위이다. 누군가 정성들여 쌓은 돌탑 사이에 앉아 기골이 장대한 암봉 아래 매달린 약사암과 멀리 구미 시가지를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약사암에서 마애보살입상(보물 제490호)과 오형(烏亨)돌탑바위를 돌아보는 길은 사람의 정성과 만나는 길이다. 마애보살입상은 약사암 아래 등산로에서 300m 남짓 떨어져 있다. 거대한 바위의 모서리 부분을 돋을새김해 어느쪽에서 보더라도 또렷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 바위를 깎은 옛 석공의 불심도 갸륵하지만, 매일같이 입상 주변을 쓸고 치우는 한 할머니의 정성도 대단하다. 노구를 이끌고 예까지 오르는 일이 여간 고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마애보살입상에서 한 굽이 돌면 오형돌탑바위다. 여러 형태의 돌탑 수십기가 세워진 암봉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할아버지란 설도 있다)가 자식의 명복을 빌며 쌓고 있다고 전해진다. 작은 돌 하나하나에 탑 쌓는 이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하다. 공단도시 구미에서 뜻밖의 풍경을 전하는 또 하나의 지역이 선산이다. 선산의 손꼽히는 여행지는 도리사. 신라 불교의 태동지다.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신라 최초의 절집이자 ‘해동 최초의 가람’으로 불린다. 원래 도리사의 암자가 있던 곳이었으나, 1976년 세존 사리탑이 발견된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 낙산리 고분군도 둘러볼 만하다. 원삼국시대부터 통일삼국까지, 다양한 양식의 무덤 200여기가 남아 있다. 당시 이 일대를 지배하던 토호들의 집단 묘지로 추정된다. 밭 갈던 주인을 덮친 호랑이를 뿔로 들이받아 물리친 황소, 산불이 난 줄도 모르고 술에 취해 쓰러진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강물에 몸을 적신 개 이야기도 이 지역에 전해온다. 의로운 소의 무덤 ‘의우총’은 산동면, 의로운 개의 무덤인 ‘의구총’은 해평면에 있다. 글 사진 구미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나들목으로 나가거나,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김천분기점→경부고속도로→구미 순으로 간다. 금오산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구미나들목, 낙산리고분군 등 선산 쪽 유적들은 선산나들목으로 나가야 편하게 닿는다. 금오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480-4601. >>잘곳: 금오산도립공원 입구에 깔끔한 모텔이 몰려 있다. 3만~4만원 선. >>맛집:‘날마다 좋은 집’은 흑태찜으로 입소문난 집. 흑태는 명태를 반건조한 것을 말한다. 3만 5000~4만 5000원. 남통동에 있다. 453-3560. ‘오리명가’는 오리 1마리를 1만 4000원에 판다. 야채는 1인당 1000원. 도량동에 있다. 454-7575.
  • 車, 욕망을 선물하다

    車, 욕망을 선물하다

    포디즘, 그러니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생산물을 올려놓고 시간단위로 제품을 찍어내는 거대 공장은 어떤 이미지인가. 영화팬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릴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해야 하는 포디즘의 비인간성을 풍자했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여기다 한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포디즘을 비판한 채플린도 빨갱이로 몰렸지만, 포디즘을 만든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빨갱이로 몰렸다는 점이다. 노동자 일당이 평균 2.34달러이던 시절, 무려 5달러나 줬기 때문이다. 여기다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고, 기숙사를 제공했다. ‘가장 늦게 채용되고 가장 빨리 해고되는’ 흑인, 장애인, 여성까지 채용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노동할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찮은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퍼주다보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은 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저주가 그때라고 왜 없었겠나.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정작 포드 자신은 철저한 마초스타일의 우파였다는 사실이다. 생산해낸 차도 오직 기계적 단순함이라는 남성적 스타일만 강조했다. 이는 나중에 GM에 역전당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고립주의, 반유대주의를 고집했고 노조를 혐오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격찬받은 미국인은 포드가 유일했고, 1938년 히틀러는 제3제국 최고의 훈장 독일독수리최고대십자장을 수여하기까지했다. 포드는? 감사히 받았다. 다음 해에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런 포드가 왜 노동자들을 후하게 대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차를 사야 시장이 커진다. 그럴려면 주머니에 돈도 좀 찔러주고, 과도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어야 주말 드라이브라도 나갈 것 아니겠나. 포드 차를 타고 말이다. 포디즘은 합리적 생산방식으로 주목받는데, 사실 더 주목 받아야 할 대목은 여기다. 대량생산 제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대중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드 스스로도 빨갱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했다.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기 전에 낮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야 한다. 대중시장은 얻기 쉬운 열매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자동차를 다루되 무엇보다 ‘대중의 욕망’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포디즘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쭉 읊는데, 단순한 산업사라기보다 도시문화사나 미국문화사로 읽힌다. 건축, 도시, 지리학 등을 기초로 문명사를 다루는 루이스 멈포드, 데이비드 하비가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뉴욕의 불도저’ 로버트 모제스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동차산업의 발달이란, 곧 도로의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생태계의 변화, 그 결과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포괄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외곽타운화, 고립, 단절, 보수화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포디즘의 영향은 강력했다. 바우하우스 초대 교장인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1923년 조립식 주택을 만든다. 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린 것이다. 이는 교외의 대단위 주택 건설로 이어진다. 1947년 부동산업자 윌리엄 레빗이 조립식 주택으로 이뤄진 대단위 거주지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오늘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외 풍경이 속속 생겨난다. 이들은 ‘레빗 타운’이라 불린다. 교외사는 사람들의 도심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거대 도시를 장식하는 리본’이라 불리는 복잡한 고가도로들도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와 도로가 팽창하면서 햄버거가게 맥도날드, 실용적 모텔 체인 홀리데이인, 그리고 대형 쇼핑몰, 스타벅스가 흥행에 성공한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자동차란 적혈구를 타고 도로라는 혈관을 따라 미국 전역에 흘러든 것이다. 욕망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급속한 교외화로 인해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슬럼화된다. 슬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기존 거주자들에게 혹독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재개발)은 도시 빈민들을 다시 외곽으로 밀어낸다. 어렵지 않게 뉴타운, 용산사태 같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에도 기여한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랜 시간 차를 몰고 통근해야 하는 백인들에게, 보수적 독설로 가득찬 라디오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독설가 러시 림보와 글렌 벡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처음에는 대중시장을 통한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 자동차가, 오늘날 민주주의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벼운 서술이어서 문화적 논쟁 못지 않게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지식도 재미있다. 가령 GM은 왜 창업자 이름을 본뜨지 않고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General Motors)라는 이름을 택했을까. 최초의 로드무비는? 고급승용차를 뜻하는 세단(Sedan)의 유래는? 히틀러의 아우토반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4년 영화 ‘제임스 본드 - 골든 핑거’에 등장해 최초의 간접광고(PPL)로 꼽히는 차는? 토요타가 내놓은 크라운, 코로나, 코롤라라는 자동차 이름의 공통점은? 책 속에 답이 있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기존 영화 문법으로 보면 거칠고 우악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승전결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활어 같은 그의 영상에 매혹당했다. 스무 살에 만든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2005)은 파격적인 이야기와 실험성을 인정받아 로테르담(네덜란드)·시드니(호주)·밴쿠버(캐나다)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 역시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 오리존티 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했다. 해외영화제의 잇따른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는 새달 1일 개봉한다. 그런데 지난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선정적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서 이대로는 상영할 수 없다. 지난 10일 김 감독은 문제가 된 10여 초 분량을 뿌옇게 처리해 재심의를 요청했다. 직후인 10일 오후 김경묵 감독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돌아오기 직전 전해 들었다. 99% 통과되리라고 믿었다. (심의를 신청한 적은 없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수위가 턱없이 낮은 데다 ‘야한’ 장면도 아니니까 이해될 줄 알았다.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사람들이 왜 심의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줄탁동시’는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소년 현과 종로 인근에서 잡일을 하면서 하루를 버텨내는 탈북 소년 준, 조선족 소녀 등 냉혹한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경계인’의 절망(혹은 희망)을 관찰한다. 문제가 된 장면은 준이 생존을 위해 성인 동성애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이다. 그는 “소년이 몸을 파는 장면을 일부러 거친 톤으로 촬영한 건데 (재심의를 위해) 블러(뿌옇게 흐리는 작업) 처리를 했더니 포르노처럼 보여서 작품 의도에는 더 잘 맞더라. 심의하는 분들의 통찰력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판정 덕분(?)에 오히려 창작 의도가 돋보이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씁쓸함과 맥락에 관계없이 ‘단장취의’(斷章取義) 식으로 선정성을 재단한 영등위원에 대한 조소가 뒤섞여 있었다. 이어 “제한상영가 논란이 되면 홍보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혹시 관객이 야한 영화를 기대하고 올까 봐 걱정도 된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줄탁동시’(?啄同時)란 난해한 제목. 본래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려고 껍질 안에서 쪼는 것(줄)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행위(탁)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감독은 김지하의 시 ‘줄탁’에서 제목을 취했다. 시 ‘줄탁’은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서 자란다/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껍질 깨고 나가리/박차고 나가 우주로 나가 부활하리’란 내용에서 짐작하듯 탄생과 소멸, 부활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즉 줄탁동시는 득도의 과정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가능하다는 걸 담은 불교 용어다. 김 감독은 “제목이 특이한데도 헷갈리는 분들도 많더라. 어떤 분은 ‘신탁통치’ 잘돼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사전적 의미와는 좀 다르다. 단일한 인간이었거나 두 얼굴을 지닌 쌍둥이 같은 두 소년이 성장하려고 본래 하나였던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사회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비(非)가시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밑바닥에서 절망과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단계가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시간을 경험해야 넘어갈 수 있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라고 말했다. ‘통과의례’에 대한 깊은 고민은 평범한 길을 걷지 않은 감독의 이력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 1 여름방학이 끝나고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제도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학교-도서관-집을 오가던 조용한 아이였다. 다만, 중학교 때부터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다. 늘 혼자이고,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면 굳이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래와는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그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그는 “성 정체성 때문에 적응 못 하고 학교를 때려치웠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그땐 레즈비언·게이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쪽으로 고민한 건 훨씬 이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시간을 시네마테크와 영상자료원에서 보내면서 영화에 눈을 떴다. 당시 꽂혔던 건 레오 카락스와 왕자웨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들. 그리고 일반인 대상 단기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게 전부. 19세 때 데뷔작이라고 찍은 작품이 20분짜리 다큐멘터리 ‘나의 인형놀이’. 대뜸 이 작품으로 2004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 특별상을 시작으로 밴쿠버영화제와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영화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의 작업은 살풀이였다.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고민, 기억에 대한 힘겨움이 담겨 있다. ‘줄탁동시’부터 이런 부분들을 버리려고 시도했다. 앞으로는 좀 더 다르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영화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 똑같이 일기를 쓰더라도 앞으로는 3인칭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물방울 렌즈/홍순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물방울 렌즈/홍순영

    물방울 렌즈/홍순영 누가 밤새 저 감나무 잎새마다 카메라를 매달아 놓았나 바람 흔들어대도 연방 셔터 눌러대는, 설핏 비친 겹벚꽃 겨드랑이 속살과 ‘피아노 모텔’ 나서는 연인, 재빨리 줌-인해 찍고는 구름의 느릿한 발걸음과 바람의 뒤통수도 한 컷 쓰레기봉투 후벼놓고 지하계단으로 잠적한 고양이 꼬리, 고층 베란다에서 까치발 들고 새를 부르는 여자까지 대롱대롱 담고 있는 물방울 렌즈 새 한 마리 햇살 쪼며 날아오르자 수십 장의 풍경들, 사방으로 흩어지고 배터리 잃어가던 물방울 카메라 서둘러 감나무의 속사정, 연사로 찍어댄다 얼결에 빨려든 하늘 감나무의 배경이 시퍼렇다
  •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 집단폭행·성매매 강요

    자신의 험담을 한다며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0일 박모(15)양 등 3명을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모(15)양 등 9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박양 등은 친구 김모(15)양이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며 집단폭행하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양은 초등학교 동창인 김양이 자신에 대해 “행실이 좋지 않다.”며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김양이 집을 나와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박양은 지난 5일 김모(15)군 등 초등학교 동창 11명을 불러모았다. 이들은 김양을 불러내 약 1시간 동안 발로 차고 빗자루 등으로 마구 때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날이 밝아오자 박양 일행은 오전 7시쯤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모텔로 김양을 끌고 갔다. 김양에게 점심값을 요구한 이들은 김양의 수중에 돈이 없자 “그럼 조건만남을 해서라도 돈을 마련해 와라.”라면서 성매매를 강요했다. 약속장소에 나간 김양은 감시하던 학생이 자리를 뜨자 이씨에게 “친구들이 나를 때리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말해 위기를 모면했고 곧바로 동대문경찰서에 찾아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고교 교사가 친딸 18년간 성추행·폭행

    친딸을 18년 동안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인면수심의 아버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피해자인 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는 16일 성폭력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신상 정보공개 5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고교 교사인 김씨는 딸(28)이 10살 때부터 체벌을 하면서 일주일에 1회 이상 추행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가자 집 근처 모텔로 불러내 강제로 성폭행했다. 김씨는 자녀 모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공부를 못한다. 잠을 많이 잔다. 게으르다. 텔레비전을 본다.’는 이유로 수시로 때렸다. 하지만 자녀들은 김씨를 고교 교사로서 권위 있고 위엄 있는 아버지라고 생각, 저항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기소된 후에도 뻔뻔했다. 오히려 “딸이 외박할 때마다 혼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성관계를 제의하거나 유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는 ‘학대순응증후군’으로 인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뉘우치고 있지 않다.”며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단속 사각’ PC방 딜레마

    ‘단속 사각’ PC방 딜레마

    #1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모텔에서 가출 여중생 A(14)양이 성폭행을 피해 창문을 열고 달아나다 6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인근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A양을 김모(20)씨 등 대학 휴학생 2명이 성폭행하려다 발생한 사건이었다. #2 지난해 8월에는 인천의 중학생 B(16)양 등 2명이 자신을 째려본다는 이유로 C(16)양을 PC방과 노래방 등지로 16시간이나 끌고 다니며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PC방이 청소년 폭력의 온상지로 변질하고 있으나 정부 관리는 미비한 수준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PC방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업소 대상이 아니어서 단속이 불가능하다. PC방은 개방된 공간이라 청소년들이 딴짓을 할 수 없다는 게 여성가족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우려해 오후 10시 이후 PC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박종훈 경기특별사법경찰은 “단속을 나가도 PC방의 경우 청소년 유해 업소로는 지정돼 있지 않아 미성년자 고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출 청소년들에게 PC방은 일탈 행위를 하기 쉬운 곳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조건만남’ 등 청소년 일탈이 PC방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만나 술집으로, 모텔 등지로 이어진다. 지난 4일 경기 여주에서 발생한 중학생 일진회 사건 당시 가해 학생들은 경찰에서 “PC방에 가는 등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피해 학생들로부터 상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다만 게임진흥법 등 다른 규정에 의해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촌스럽긴 합니다. 용의 해가 됐다 해서 용과 관련된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옛 경남 마산의 팔용산과 용두산은 꼭 한 번 가볼 만합니다. 팔용산은 960개의 돌탑이 장관이고, 용두산은 해양 트레킹로 ‘비치 로드’를 따라 바닷가를 걷는 맛이 각별하지요. 돌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풍경을 보러가는 발걸음과는 다릅니다. 누군가의 바람이 켜켜이 쌓인 곳이니, 새해 스스로의 소망을 다지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마산에서 옛 진해까지 이어진 해양관광로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도해 너머로 때론 소박하고, 때론 장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960개 돌탑 통일을 꿈꾸다 내 나라 안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돌탑군(群)을 꼽자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이 가장 앞줄에 설 게다. 강원 강릉의 노추산 돌탑길도 명성으로는 마이산 돌탑에 뒤질 망정,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탑돌이 할머니’가 26년째 3000개 가까운 돌탑을 쌓고 있다. 경북 문경 새재의 ‘꽃밭서덜’은 오래 전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하나하나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인들의 소망이 축적된 곳인 만큼, 풍겨나오는 기운도 범상치 않다. 이들에 견줘 팔용산(328m) 돌탑군은 쌓아 온 연륜만큼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어법에 맞는 이름은 ‘팔룡산’(八龍山)이지만, 현지에선 팔용산으로 통용된다. 돌탑을 쌓은 이는 이삼용(63)씨다. 전직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1993년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리는 실향민을 TV를 통해 본 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자신의 정성으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통일기원탑’ 쌓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쯤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 생활’이 19년 동안 이어졌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탑을 쌓다 보니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한번도 휴가를 못 가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 뜻을 이해하는 건 물론, 힘을 북돋워 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여느 돌탑들이 자신의 기복(祈福)을 위해 세워졌다면, 팔용산 돌탑은 다른 이들의 바람을 위해 세워진 셈이다. 돌탑은 현재 960개가 세워져 있다. 1m짜리 소형탑부터 8m짜리까지 다양하다. 목표는 1000개다. 이씨는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다.”고 했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돌탑군은 미완의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찌나 정교하게 쌓았던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했을 때도 끄덕없었다고. 돌탑을 품고 있는 팔용산은 일제 강점기엔 반룡산이라 불렸다. 그러다 광복이 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산정에서 보면 아래로 뻗어내려간 여덟 줄기가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예전엔 마산과 창원의 경계가 됐던 산으로, 시민들이 휴식처 겸 등산로로 즐겨 이용한다. 팔용산 산행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인데 돌탑군이 있는 먼등골 코스가 일반적이다. 까마득한 절벽 ‘상사바위’가 절묘하고, 정상에서 보는 마산 시내와 마산만(灣) 풍경도 빼어나다. 정상엔 커다란 무덤 한 기가 남아있다. 성주이씨 문중에서 적어 둔 사연을 읽자니 조선 숙종 때 북면 고암 출신의 선조가 사망하자 운구 비용 2만냥을 들여 묘를 조성했단다. 팔용산 중턱의 봉암수원지 주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이 제법 넓고 웅숭깊어 자분자분 걷기 좋다. ‘연인의 다리’ 건너엔 용두산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저도 연륙교가 있다. 마산 사람들이 첫손 꼽는 관광 명소다.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 다른 하나는 2004년 세워졌다. 바로 옆에 새 연륙교가 놓여지면서 옛 철교는 사실상 ‘은퇴’했다. 차량통행은 금지됐고, 요즘엔 사람들만 걸어서 오간다. 빨간색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연인의 다리’로 불린다. 사랑도 이음이 중요하니, 별칭으로 제법 그럴싸 하다. 생김새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속의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지고,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주며 프러포즈하면 사랑이 맺어진다고도 한다. 다리 철제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매달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다리는 연중 최고의 주가를 올린다. 용두산(龍頭山, 203m)은 ‘연인의 다리’ 너머에 있다. 용두산 산행은 다리 왼편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용두산 정상과 지난해 조성된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의 제1·2·3바다구경길 등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코스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먼저 용두산 정상에 오른 뒤, 섬을 에두른 ‘저도 비치로드’를 걷다가 다시 용두산 능선을 넘는다. 산행 거리는 약 8㎞.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경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용두산 정상에 서면 저도 연륙교 주변과 멀리 옛 마산, 진해 인근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나비섬, 곰섬, 닭섬, 자라섬, 고래머리 등 모양에서 이름을 딴 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작은 산에서 보는 풍경치고는 참으로 넓다. 남해 쪽 풍경은 비치로드의 사각정자나 제1·2전망대에서 보는 게 좋다. 거제와 고성 앞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명불허전’ 해양관광로 저도 연륙교를 뒤로 하고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해양관광로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 시내까지 연결된다.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 했다. 최근 해안선 굽이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정취가 적잖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시인들이 보기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한 걸음에 작은 시골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또 한 걸음엔 너른 남해의 장쾌한 풍경이 폐부를 씻어낸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해넘이는 해 지기 전 10분, 지고난 뒤 10분이 하이라이트다. 해가 넘어갔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말라는 얘기다.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며 색의 축제를 벌이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14번 국도 통영 방면→덕동·가포 방면→덕동삼거리→ 저도 연륙교 방면 좌회전→저도 순으로 간다. 관광 명소인 만큼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다. 팔용산은 동마산 나들목을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마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마산역 앞에서 좌회전, 양덕광장 오거리를 지나 봉양로로 갈아타면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맛집:저도 연륙교 주변에 굴구이 집이 여럿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귀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라면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월남동 신마산 주변과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에 있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가족들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팔용산 가기 전 마산 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호텔 사보이 뒤편엔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3만~4만원 선.
  • 조폭 40여명 ‘양은이파’ 재건 기도

    조폭 40여명 ‘양은이파’ 재건 기도

    1970~1980년대 전국 3대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로 활동한 ‘양은이파’의 재건을 노리던 조직폭력배들이 일망타진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2일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폭행과 금품 갈취, 성매매 알선 등을 일삼은, 조양은(61)의 후계자 김모(50)씨 등 양은이파 간부와 조직원 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1980년대 유명 음악그룹 멤버로 활동한 가수 박모(51)씨 등 양은이파 추종 세력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조직원 2명을 수배했다. 1996년 영화 ‘보스’에 출연했던 조양은은 1970년대 양은이파를 조직해 김태촌의 ‘서방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국내 폭력계를 삼분했다. 조직 두목급인 김씨는 1978년 광주에서 상경해 양은이파에 가입한 뒤 2009년 조양은으로부터 공식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또 1989년 조양은과 특별면회한 뒤 조직 후배와 함께 서울의 한 술집에서 조양은에게 반기를 든 부두목 박모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전치 11주의 중상을 입혀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4년 5개월간 복역한 뒤 2005년 출소했다. ●출소후 부두목 등과 조직원 규합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다른 부두목 정모(46)씨 등과 함께 조직 재건을 목적으로 폭력배 40여명을 규합해 룸살롱 4곳과 모텔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에 룸살롱을 차려 33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78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룸살롱 실내장식 업자들에게 공사비를 부풀렸다고 트집을 잡아 미지급 공사금 1억 4500만원을 포기토록 한 데다 이미 지급한 공사금 2억 4000만원도 되돌려받았다. 게다가 2억 4000만원을 빌린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자 조직원을 시켜 둔기로 폭행하고 보름 동안 모텔 등지에 감금해 8억원 상당의 양식장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룸살롱 4곳 가운데 3곳은 현재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2004년 교도소 수감 중 작성한 ‘보스의 전설은 없다’라는 제목의 자서전 초본을 입수했다. 제목대로 조양은의 전설을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초본에는 1989년 9월 순천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조양은을 특별면회해 “부두목 박씨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조양은 살인지시’ 자서전 초본 압수 조양은은 1996년 박씨에 대한 살인미수 공범으로 구속 기소됐으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을 저질렀을 뿐 조양은과는 무관하다.”는 김씨의 증언 번복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자서전을 통해 조양은의 살해 지시가 있었음이 확인됐으나 조양은의 살인미수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뿐 아니라 현행법상 무죄판결은 재심 사유가 되지 않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서전 내용과 관련, “조양은과 사이가 어긋났을 때 그냥 끄적거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은은 현재 출소한 상태지만 조직의 원로일 뿐 왕성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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