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모자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625
  • [사설] 4대강 보 누수 문제없다고만 할 일인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건설된 보(洑)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엊그제 국토해양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공사 구간 16개 보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곳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상남도와 국토부가 사업권 회수 다툼을 벌이며 수개월간 공사가 지연된 낙동강 구간은 8개 보에서 모두 누수가 생겨 무리하게 공사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주보의 경우 무려 34군데서 누수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확인된 누수는 물이 스며나와 살짝 비치는 정도로, 양을 측정하기 곤란할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누수가 심한 상주보에 대해서도 콘크리트 내구성 등 안전성엔 전혀 문제가 없단다. 물을 가둬두기도 전에 보에서 물이 새는데 별 문제 아니라는 식이니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을 벌인 만큼 졸속·부실의 병통이 언제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당장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내구성 약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사후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당초 올해 말로 계획한 4대강 본류 구간의 준공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미룬 것은 다행이다. 준공 전까지 곳곳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미비점을 철저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국토부뿐 아니라 야당과 시민단체 등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달 전국 16개 보에 대해 대대적인 개방행사를 가져 ‘전시성’ 홍보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내년 초 ‘4대강 자전거길 종주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최근 밝혔다. 지금이 한가하게 ‘4대강 샴페인’을 터뜨릴 때인가. 자전거 마니아를 위한 정책은 나중에 가다듬어도 늦지 않다.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살피는 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4대강 공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 “보건 유공자를 찾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 분야 숨은 공로자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내년 1월 6일까지 유공자 공개 추천을 받는다고 6일 밝혔다. 복지부는 일단 내년 4월 7일 제40회 보건의 날 포상자 가운데 40여명(전체 유공자의 20%)을 공개 추천 방식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추천 대상은 금연·절주·운동 등 건강생활 실천과 보건교육, 모자보건, 질병 및 전염병 예방, 영양개선, 방문관리 등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했거나 낙도·벽지 주민, 사회복지시설 수용자에 대한 보건의료봉사 및 지역사회 보건사업에 헌신한 사람이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 유공자 추천이 가능하며, 추천서와 공적조서를 등기우편(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75 복지부 8층 건강정책과) 또는 이메일(jakoo@korea.kr)로 제출하면 된다. 작성 양식은 복지부 홈페이지(www.mw.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세련된 니트패션 연출, 코디팁

    세련된 니트패션 연출, 코디팁

    2011 F/W 패션트랜드는 단연 니트패션이다. 특히 한 치수 크게 입은 것처럼 박시하고 내추럴하게 흐르는 오버사이즈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얼핏 남성적인 느낌이 들 수 있는 코디법이지만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당당한 도시여성의 이미지를 어필한다. 특히 루즈핏 니트는 활동하는데 편안하고 넉넉한 사이즈로 몸매 결점을 커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박시한 핏의 풀오버, 조끼, 니트원피스, 박스가디건, 니트목도리, 니트모자 등 니트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오버사이즈룩의 디자인은 스키니한 핏의 하의와 매치해야 더욱 날씬해 보인다. 여성 니트 전문 쇼핑몰 주코라인 강찬수 대표는 “하체가 콤플렉스라면 ‘브런치’ 같은 힙을 덮는 넉넉한 길이감의 루즈핏 니트가 적절하며 스키니한 하의와 매치하고 ‘엘리자베스’ 처럼 맥시한 사이즈의 볼륨 있는 넥워머를 여러 번 둘러주면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모던하고 페미닌한 핏을 원한다면 ‘런던브릿지’와 같은 램스울 니트코트를 이용할 것”을 추천했으며 올해의 니트트랜드에 대해 “니트망토가 대세”라며 ‘차차의 망토’ 같은 케이프스타일의 니트아우터로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어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니트는 한 시즌에도 소비자들의 컬러 성향이 수시로 변하는 트랜드에 민감한 제품이다. 특히 디자인에 맞는 컬러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성공적인 니트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트랜드의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한다고 한다. 이에 주코라인은 “니트 전 생산공정을 가지고 이와 같은 트랜드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저가의 중국제품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또 낙하산?

    낙하산 이사장 선임으로 곤욕을 치렀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공단이 허탈감에 빠졌다. 공단은 어청수 전 이사장이 2개월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후임 이사장을 공모 중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이사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 총 9명이 응모했으며 6일 면접을 거쳐 3~4명으로 압축한 뒤 청와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응모자 중 1차에서 3명을 탈락시키고 6명에 대한 면접을 볼 예정이다. 응모자 수는 전임 이사장 공모 때 16명이 지원했던 것보다는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공단이사장추천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 맞물려 있는 데다 집권 말기로 접어들어 이사장 임기가 짧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면접도 보기 전에 ‘전직 차관급 출신 내정설’이 불거져 공단 노조가 긴급 상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다. 응모자 가운데 차관급 경력을 가진 사람은 정광수 전 산림청장밖에 없다. 나머지 면접 대상자는 김영화 전 환경분쟁조정위원장, 고병준 전 공원공단 감사, 송인순 현 공원공단 탐방이사, 유세한 서원대 교수, 이성재 현 과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전부다. 특히 정 전 산림청장 내정설에 노조가 발끈하는 것은 과거 국립공원 업무에 딴지를 많이 걸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종철 공단 노조위원장은 “국립공원과 대립관계에 있던 인물이 이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직원들의 자존심까지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면서 “면접 원천 봉쇄 등 강력히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산림청장 재임 시절 국립공원이 산림청 조직과 합쳐야 발전한다는 논리를 국회에서도 서슴없이 펼쳤던 사람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공원에 점봉산을 포함시키는 문제와 산악박물관 건립, 북한산 둘레길 조성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반대 입장에서 딴지를 걸어 애를 먹였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어 전 이사장 때도 요란만 떨고 2개월도 안 돼 그만두더니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왜 큰집 격인 환경부는 아무 소리도 못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이란 추가제재에 한국도 동참 기대”

    “이란 추가제재에 한국도 동참 기대”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한국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6일 열리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제4차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5일 방한한 아인혼 특보는 기자회견을 자청, 최근 미국이 취한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도 우리와 함께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주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인혼 특보는 “전 세계 모든 동맹국들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이란 핵프로그램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우리가 강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긴급히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에 요청한 추가 제재에 대해 “원유 수입 금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란이 원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들기를 원하며, 다른 나라들이 이란으로부터의 대량 원유 수입은 자제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관계부처 간 추가 제재 여부를 협의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인혼 특보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이란 제재 동참을 호소한 것은, 그가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개의 모자’를 쓴 아인혼 특보가 먼저 대이란 제재를 언급한 것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앞서 우리 측에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누구나 비밀 하나씩은 간직하고 사는 법이지만 비밀을 10년간 간직하기란 쉬운 법이 아니다. ‘러브 인 아시아’ 출연을 계기로 큰 결심을 한 리나와티씨. 그건 바로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남편 상열씨의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48번째 생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날 고백하기로 결심하는데…. ●어리이야기(KBS2 오후 4시 30분) 뿔이 솟아 있는 멋진 사슴 모자를 고른 어리는 잉키에게 졸라 뿔을 더 키워 달라고 한다. 잉키가 경고하지만 어리는 고집을 부리고 결국 아주 커다란 뿔이 달린 모자를 쓰고 책 속으로 들어간다. 사슴이 된 어리는 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자 뿔이 더 자랑스럽고 멋지다. 그런데 뿔이 너무 길어선지 새들이 나무인 줄 알고 둥지를 튼다. ●빛과 그림자(MBC 밤 9시 55분) 채영과 성원을 순양극장으로 데려온 상택은 기태를 보자마자 정구에게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버틴다. 수혁이 장철환의 보좌관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만식. 수혁을 불러 재산의 일부를 수혁의 몫으로 남길 테니 장철환 밑에서 일하지 말라고 말한다. 한편 상택은 태성을 잡아 오면 극장 공연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침연속극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효원이 안타까운 은진은 진혁과 만나게 할 계획을 세운다. 강로는 예련이 진혁과 만나는 것을 허락하고 집으로 초대한다. 효원은 진혁과 자신이 마주치게 될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한편 일을 그만두게 된 학규는 효원에게 걱정을 끼칠까 봐 경숙에게 입 단속을 시키지만 경숙은 효원에게 생활비를 요구한다. ●하나뿐인 지구(EBS 밤 11시 20분)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한 도시, 서울. 대부분의 공간에 건축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도심 속 고층빌딩의 위세는 커지고 자연 공간의 위세는 작아졌다. 지금 녹색환경은 도심의 부족한 녹색 지대를 채우기 위해 우리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과연 자연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려는 사람의 노력은 어디까지 지속될까.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10분) 지난해 6월에 방송된 ‘총각 엄마와 6형제’를 시작으로 그 해 8월과 올해 2월 연달아 세 편으로 방영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총각엄마네. 여전히 바람 잘 날 없이 동네 떠나가라 시끌벅적 지내는 총각엄마네에 또 한 명의 가족이 찾아왔다. 바로 중학생 진범이다. 진범이는 집안의 애교쟁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 소방관은 서러워!

    소방관은 서러워!

    지난 3일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가운데 수당·근무 방식 등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위험 노출 정도는 더 높은데도 직무활동비는 경찰관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직인 경찰관에 비해 소방관은 지방직공무원이라 재정자립도가 평균 50%에 불과한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소방관들은 “힘없는 기관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라면서 “꼭 순직 사고가 나야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5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일선 119센터 소속 소방관의 직무활동비는 방호활동비 17만원, 화재진압활동비 8만원 등 월 25만원인 데 비해 지구대 소속 경찰관의 직무활동비는 치안활동비 17만원, 대민활동비 20만원, 방범수당 17만원 등 월 54만원이다. 구조·구급대원인 소방관들에게는 월 10만원이 추가로 지급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119센터 소방관의 직무활동비는 지구대 경찰관의 40~60% 수준에 불과하다. 또 맡은 업무에 따른 활동비도 경찰관은 정보·보안·외사활동비 35만원, 수사·교통·청문감사활동비 20만원, 회계직 자료수집비 10만원 등으로 세분화돼 지급되고 있어 소방관의 2~3배 직무활동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의 별표 11 ‘위험근무수당 등급별 구분표’에 따르면 일부 선상 근무를 하는 해양경찰 등을 제외한 경찰관 대부분은 ‘을종’으로, 소방관은 ‘갑종’으로 구분돼 있다. 또 경찰과 달리 소방서에서는 3교대 근무 방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인원 선발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있어 3교대 확대를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방재청에 따르면 3교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5만 4969명으로, 올 10월 현재 소방관 정원을 기준으로 2만 5236명이 더 필요하다. 2008년 이후 평균 2000여명이 충원된 것을 고려하면 3교대 정착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특히 3교대 근무 형태가 6일 주기로 운영되는 ‘주주야야비비’(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비번)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광주·대전·강원·충남·경북·경남·제주 소방관들의 불만이 높다. 야근 근무 시간은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인데, 오전 9시 퇴근 후 오후 6시 출근을 하려면 야근이 24시간 근무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또 충분한 인원 충원 없이 지자체가 3교대 전환 비율을 높이려 하다 보니 안전센터나 구조대의 하루 출동 인원이 7~8명에서 4~5명으로 줄었다. 서울 도봉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은 “다른 위험 직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근무 시간·수당이 조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남본부의 한 소방관도 “소방관이 지방직에 머물게 되면 인원 충원·장비 확충 등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일이 다른 사업에 밀리게 된다.”면서 “국가직으로 전환해 보다 안정적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국민·소방관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비단뱀 먹이로 새끼고양이를…영상 유포자 징역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영국에서 한 20대 남성이 자신이 키우는 비단뱀에게 살아 있는 새끼고양이를 먹이로 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 선 보도에 따르면 비단뱀에게 새끼고양이를 먹이로 던져준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산타모자 안에 새끼고양이를 집어넣고 자신의 침대 위에 풀어놓는다. 그러자 이 고양이는 모자에서 조심스럽게 나와 침대 위를 몇 걸음 걷는데 이때 주위에 있던 노란색 미얀마산 비단뱀이 달려들어 고양이 몸을 휘감고 만다. 비단뱀은 이내 고양이를 머리부터 통째로 삼키는데 이때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오지만 크리스마스 캐럴 ‘북 치는 소년’ 음악에 묻히고 만다. 7분가량 이어지는 이 끔찍한 영상은 ‘비단뱀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더 많은 비단뱀 먹이 영상을 올리겠다”는 말과 함께 게재됐다. 영국동물보호협회(RSPCA) 측에 따르면 대대적인 추적 끝에 영상을 올린 주인공의 계정이 런던 북부 이즐링턴에서 ‘플릭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당 남성을 체포했다. 영상을 본 수의사 피터 웨더번 역시 “해당 고양이는 생후 4개월 정도로 보인다”며 “그의 행동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비단뱀 주인은 2006년 제정된 동물복지법을 위반해 징역 6개월과 벌금 2만파운드(약 3500만원)를 물게 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봉동 이장’ 최강희 명장 됐네

    ‘봉동 이장’ 최강희 명장 됐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주섬주섬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썼다. ‘봉동이장’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신한 최 감독은 서포터스석 앞에서 큰 팔로 하트를 그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4일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직후 모습이다. 최 감독은 이날 녹색과 짙은 남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2년 전 통합우승 후 전북 골수팬이 선물한 타이란다. 최 감독은 “2년 전 팬이 선물로 주면서 ‘가슴에 별 하나는 너무 외로워 보입니다. 꼭 2개를 달아 주세요’했다. 두 번째 별을 다는 날 약속을 지키는 의미로 매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 감독은 팬을 아끼는, 드라마를 아는 감독이다. 리더십은 물론 따뜻한 인간미에 유머 감각까지 갖췄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지나 이제 전북은 K리그 명문 반열에 올랐다. 전북팬들 소망은 ‘최강희 감독 종신 계약’이다. 인기뿐 아니라 기록에서도 K리그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5년 7월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009년과 2011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K리그 사령탑 중 한 팀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건 최 감독이 7번째다. 지난 9월에는 역대 11번째로 K리그 통산 100승 감독에 올랐다. 224경기 만에 100승 고지를 밟아 최단 기간 100승 타이기록(성남 고 차경복 감독)을 세웠다. ‘최강희 축구’의 본질은 사실 ‘닥공’(닥치고 공격)이 아니라 ‘신뢰’다. 최 감독은 실수가 있어도 끊임없이 믿고 기용해 부활시키고 만다. 이동국·김상식·손승준 등이 다 그랬다. 돈으로 얽힌 프로 세계에서 돈독한 믿음을 준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동국은 “날 믿어 주는 감독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 능력보다 더 많은 걸 보여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6) 역사가 사마천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6) 역사가 사마천

    “정말로 만일 이 역사서를 완성하여 이것을 명산에 비장해서 영원히 전하고, 또 이것을 사람들에게 전하여 천하의 대도시에 유포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때야말로 내가 받았던 치욕은 보상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이 몸이 여덟으로 찢긴다 하여도 결코 후회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친구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기원전 104년부터 기원전 90년까지 약 14년 동안 집필에 매달려, 130편 52만 6500자에 달하는, 중국 신화시대의 황제 때부터 한나라 무제까지의 약 3000년의 시간을 담아낸 역사서 ‘사기’는 이렇듯 비장하게 탄생했다.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가 사마천은 기원전 91년 친구 임안에게 편지를 보낸 이듬해인 기원전 90년에 역사서 ‘사기’를 완성한다. 놀라운 점은, ‘사기’ 저술이 국가가 명령한 일도 아니요, 여러 사람이 함께한 작업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사마천은 홀로 이 어마어마한 글자와 이 엄청난 시간의 궤적들과 싸우며 방대한 역사서를 완성했던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저술하기 위해 태어났고,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살았다. 그러니 ‘사기’만이 사마천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사마천은 어찌하여 ‘사기’ 저술에 생애 전부를 걸었던 것인가?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중국 섬서성 한성현의 교외인 용문에서 태어났다. 용문의 유력한 지주였던 아버지 사마담은 ‘사관’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으로, 사관이라는 가업을 회복하기 위해 살아갔다. 사마담은 사관이 되기 위해 유가, 묵가, 음양가, 명가, 법가 등 당대에 성행하는 제자백가를 모두 섭렵할 정도로 공부에 매진했다. 사마담은 기원전 138년 사마천이 여덟 살 되던 해 마침내 태사령이 된다. 태사령이 된 후 집안 대대로 사관의 직책을 계승하리라는 사명에 불타올라, 장남 사마천을 역사가로 키우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사마천은 10살 때부터 고대 경전을 암송하고, 열일곱 즈음 대유학자 동중서의 문하생이 되어 ‘춘추’ 등의 역사철학을 배웠고, 20대에는 중국 천하를 주유했다. 사마천은 이렇게 역사가로 키워졌다. ●역사가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사마천의 나이 36살, 아버지 사마담은 태사령으로서 한나라 최초로 황제가 태산에 제를 올리는 봉선대제를 준비했으며, 아들 사마천은 낭중으로 황제의 지방순시를 호위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기구한 운명이랄까, 사마담은 이 봉선의식에 참관할 수가 없었다. 결정적 순간에 제외되는 바람에 번민하다 그만 병이 들어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장안에서 낙양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러 온 사마천에게 사마담은 유훈을 남긴다. “내가 죽은 뒤 너는 반드시 태사가 되어, 내가 쓰고 싶어했던 논저를 잊지 말고 이루어 주기 바란다.” 공자의 ‘춘추’와 같은 역사서를 쓰기를 염원했던 아버지 사마담은 이 사명을 아들에게 넘기고 그렇게 허허롭게 떠났다. 아버지의 유훈은 사마천을 예정된 역사가에서 마침내 역사가가 되게 만들었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위해 굴욕 인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뒤 사마천은 마침내 태사령이 된다. 기원전 104년(42세)에 역법서 ‘태초력’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사기’ 저술에 돌입한다. 적어도 47살까지 사마천은 황제를 존숭하고 한나라의 영광을 예찬하며 황금빛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게 맞는 말일까. 태사령으로 황제에게 신임을 받던 사마천에게 일생일대의 비극적인 사건이 터진다. 기원전 99년 5월 무제는 대대적으로 흉노를 공격했다. 무제는 총애하던 이 부인의 오빠요, 대완(서역의 이족)을 정벌했던 이광리 장군에게 수만 군사를 주어 흉노 공격에 나선다. 그러나 이광리의 군사들은 전멸했고 이광리 혼자만 돌아왔다. 이후 무제는 기도위 이릉에게 보병 5000을 이끌고 흉노를 치게 했다. 이광리의 군사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5000의 보병으로 흉노의 수만 기병을 용감하게 물리쳤으나, 결국 흉노의 군사들에게 포위당한다. 한나라 황실은 이릉이 전사하길 바랐으나 이릉은 흉노에게 투항하고 만다. 화가 난 무제는 사마천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마천은 항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이릉을 두둔했다. 상황이 불운했음을 알았던 사마천은 몸을 사리지 않고 직언을 올렸던 것이다. 무제는 황제 무고의 반역죄로 사마천을 감옥에 유폐시킨다. 1년이 지난 후, 이릉이 흉노에게 병법을 가르친다는 잘못된 보고가 들어와 무제는 또다시 격노하여, 이릉의 일가족은 몰살당하고 사마천은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때 한나라는 국고가 모자라는 상황. 50만전을 내면 사형을 면할 수 있는 법이 생겼다. 그러나 사마천은 가난했고, 사귀던 벗들은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으며, 황제의 측근 중 누구도 사마천을 옹호해주는 이가 없었다. 49세의 사마천은 사형을 당하거나 궁형(거세형벌)을 당할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시대, 궁형을 당하는 것보다는 죽는 게 훨씬 쉽고 떳떳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마천은 떳떳한 죽음보다는 궁형을 당하고 구차하게 목숨을 보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사기’ 저술이라는 엄숙한 과업을 완수하지 않은 채 죽는 것은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해야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감수했고, 굴욕을 참아냈으며,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사마천은 한 글자 한 글자 죽간을 채워 나가며 분노를 풀어냈고, 한 편 한 편의 역사적 사건을 엮어내며 삶의 의미를 확인했다. 사마천은 오직 ‘사기’를 위해 숨을 쉬었고, 오직 ‘사기’ 안에서 생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제 사마천에게 역사 서술은 수많은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절대적인 일이 된 것이다. ●평범한 개인의 삶도 기억하는게 역사가 사마천에게 ‘사기’의 저술은 전투요, 수행이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는 말이 있듯,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집필해서인지 ‘사기’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찾아보기 어려우리만치 ‘독보적’이다. 이후 2000여년 동안 이를 뛰어넘는 역사책은 나오지 않았다. 공자는 ‘춘추’를 통해 역사는 정치사의 잘잘못을 가려 후세를 경계하는 일이라고 보았다. 아버지 사마담, 스승 동중서, 사마천 본인도 그렇게 믿었다. 동아시아 역사는 ‘춘추’를 전범으로 삼아 국가사, 혹은 정치사를 포폄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사기’ 저술에서 이 역사관을 뛰어넘는다. 왕조사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남다른 삶의 가치를 보여준 평범한 개인들의 삶도 기억하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보았다. 사마천은 천자의 일을 기록한 ‘본기’, 제후들의 일을 기록한 ‘세가’, 기억할 만한 개인들의 삶을 기록한 ‘열전’이라는 기전체 형식을 창조하면서, 이것도 부족해 ‘본기’ ‘세가’ ‘열전’ 모두에서 사건이 아니라, 사건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암혈에 숨어 사는 은자는 그 행실이 올바르다. 그렇지만 그들이나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름은 한 마디 칭송도 받지 못한 채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항간의 평민으로 덕행을 연마하고 명성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 청운지사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의 명성을 후세에 전할 수 있겠는가?”(‘백이열전’) 사람들은 저마다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고군분투하며 한 시대를 살아간다. 역사의 사건은 어떤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이런 개개인들의 삶이 모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삶들이 다면체인 만큼 역사도 다면체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전투가 승리했는지 실패했는지,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가는 저마다 역사의 주체인 사람들을 기억하여 전하는 자라는 사실도 새롭게 깨달았다. 그래서 사마천의 역사서술은 경계 짓기가 어렵다. 왕조사와 개인사를 넘나들고, 사실과 상상을 넘나들고, 사료와 구전설화를 넘나든다. 역사이면서 인간탐구의 서사요, 과거의 기록이면서 삶의 기술을 전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사마천은 과거를 기록한 게 아니라 역사를 창조했다! 사마천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기’를 저술했다. 사마천은 ‘사기’를 집필했던 14년 동안 수많은 과거의 인물들이 살고 죽은 이유를 기록하고 전하면서 그 인물들의 원한을 풀어주었고, 동시에 자신도 해원했다.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가 비추어 주고, 같은 종류의 물건은 서로가 감응한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치욕을 알아줄, ‘사기’ 저술의 집념을 알아줄 또 다른 청운지사를 기다렸다. 사마천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사기’와 더불어 지금까지 사마천은 불멸의 존재로서 살아있다. 길진숙 남산강학원Q&? 연구원 ●‘고전 톡톡 다시 읽기’를 연재해온 ‘수유너머 남산’이 보다 강도 높은 질문으로 탐색하고 배워 나가고자 서울 중구 필동에서 새로운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남산강학원 Q&?’라는 이름으로 여러분들과 만나겠습니다.
  • 미운오리새끼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작품?

    고전 동화는 원래 고된 현실과 궂은 집안 일의 지루함을 달래려고 농부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들려주던 것이 어린이를 위한 오락과 인성교육 수단으로 변형·발전한 것이다. 동화를 들으며 어린이들은 꿈과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사고하는 법, 행동규범과 문제해결 방식을 배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그 안에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선과 악, 삶과 죽음, 불안과 공포, 슬픔과 행복, 욕망과 열정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리아 타타르는 이런 동화의 가치와 의의에 주목한 세계적인 동화학자이다. 민속학과 아동문학 분야의 권위자인 타타르는 단순히 어린이 책으로 치부되던 동화를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단편적 구분이 아닌 인간을 비추는 신비롭고 명징한 거울로 호명하고 고전동화를 재조명했다. ‘주석달린 고전동화집’(원유경·설태수 번역, 현대문학 펴냄)은 타타르가 수세기동안 다양한 문화권에서 읽혀 온 동화 26편을 한데 모아 주석과 해석을 달아 엮은 책이다. 동화적 상상력의 원류라고 할 그림형제의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프랑스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 ‘푸른 수염’, 조지프 제이콥스의 ‘잭과 콩나무’ ‘아기 돼지 삼형제’, 덴마크의 이야기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 ‘어린 인어공주’ 등 작가가 알려진 작품은 물론이고 작자 미상의 ‘곰세마리 이야기’와 러시아, 노르웨이, 영국 등의 동화까지 세계 각국 대표 동화를 원전으로 수록했다. 각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 문화적 복합성, 심리적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독자들을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세계로 안내한다. 타타르의 작품별 해석과 주석은 매우 흥미롭다. 예컨대 ‘신데렐라’에서 저세상으로 일찍 떠난 착한 엄마와 사악한 계모를 대비시킨 것은 어린이들이 성숙하면서 일차적인 보호자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메커니즘으로 파악한다. ‘미녀와 야수’에서 예쁘고 착한 미녀가 외모도 흉하고 머리도 좋지 않은 야수와 결혼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에 토대를 둔 사랑을 권장하던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미운오리새끼는 자신감 부족과 소외감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작품으로 읽혀 왔지만 백조와 오리를 대비시킴으로써 도덕적 우월함과 기품 및 가치란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전동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 책에는 전 세계 판본에서 수집한 유명삽화가들의 300점 이상의 그림과 스케치를 수록해 시각적 감성으로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각기 다른 해석방식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3만 9000원.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누적 조회수 6억회의 웹툰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

    누적 조회수 6억회의 웹툰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

    미국 할리우드에 ‘트와일라잇’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노블레스’가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연재 4년 만에 누적 조회 수 6억 회를 기록한 인터넷 연재 만화(웹툰) ‘노블레스’는 한국 웹툰 시장의 현주소다. 손제호(사진 왼쪽·34) 작가가 글을 쓰고 이광수(오른쪽·30)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노블레스’가 지난 9월 소설(드림북스 펴냄)을 내자 예약 판매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10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사인회에는 팬들이 서점부터 광화문 지하철역까지 늘어설 정도로 몰렸다. 사인회는 오후 3시에 시작됐지만 오전 8시부터 줄이 이어졌다. 주인공 라이의 모습이 담긴 등신대가 지나가면 한류 스타가 무색할 정도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노블레스 만화책(재미주의 펴냄) 역시 베스트셀러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요즘 중·고등학생과 직장인들은 등·하교와 출퇴근길에 주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본다.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중독성 있는 매체는 만화임이 입증된 것. 5~6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웹툰 시장은 아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손 작가와 이 작가는 네이버와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새롭게 맺는다. 포털 사이트가 만화의 내용이나 편집에 관여하는 경우는 전혀 없단다. 주 1회 연재되는 ‘노블레스’가 네이버에 올라오는 매주 화요일 0시가 되면 검색어 순위 상위에 항상 ‘노블레스’가 빠지지 않는다. 만화의 인기가 늘어나다 보니 포털 사이트와의 계약 조건도 계속 좋아졌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노트북으로 글을 썼어요.”(손제호) “수업 시간에는 항상 그림을 그렸죠.”(이광수) 두 청년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아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찾아 한 우물을 판 뚝심 있는 사람들이다. 손 작가는 대학 전공이 창작과는 전혀 다른 환경 분야였지만 항상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 27살에 쓴 판타지 소설이 출간됐을 때 창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고 ‘노블레스’로 인기 작가가 되자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이 작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존경하는 만화작가 선배의 문하생으로 일했다. 낙서가 취미였는데 취미가 특기가 되고 특기가 결국 일이 됐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노블레스’는 ‘트와일라잇’처럼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다. 프랑켄슈타인의 마스터 라이는 820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세상으로 나올 때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입는 옷을 골라 변신한다. 그 옷이 하필 사립고등학교 교복이었던 탓에 라이는 자신의 부하 프랑켄슈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란 고등학교의 전학생이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학생이자 주인인 라이와 애매한 관계로 함께 지내며, 라이가 오랜 기간 모습을 감춘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힘을 찾아 연구를 지속해 온 또 다른 인간들과 마주치고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노블레스’ 시리즈는 판타지와 학원물, 액션이 뒤섞인 종합 장르다. 2일 작업실 근처인 경기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 작가는 밤샘 작업 탓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노블레스’의 매력은 한번 보면 빠져들어 놓을 수 없는 라이란 주인공 캐릭터에 있어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주변 인물이나 다른 작품 속의 인물을 참조하진 않았어요. 그러면 현실적인 캐릭터가 될 것 같아서요.” 뱀파이어란 설정도 캐릭터의 매력을 더하고자 넣었을 뿐 그다지 중요하진 않단다. 독자들이 잠깐이라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노블레스’ 작가들의 바람이다. ‘트와일라잇’과 비교되는 건 영광이지만 서양에서는 전형적인 뱀파이어 스타일이 있고, ‘노블레스’는 한국식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 라이가 학교 동급생들이 마늘로 버무린 김치와 라면을 권하자 “독살인가….”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인들이 공감하는 유머다. 하지만 미국의 만화사이트 ‘망가팍스’에서 회당 500만이란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일본 팬도 만만찮을 정도로 ‘노블레스’는 세계적인 만화이기도 하다. 현재 영화 판권 계약이 진행 중인 데다 라이는 이미 노트북 광고에도 출연한 바 있는 인기 스타다. 출판 만화 시장이 고사하고 웹툰 시장은 폭발하는 혼란기에 갈피를 못 잡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공감 가는 캐릭터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두 젊은 작가들이 있기에 만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한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유통플러스]

    배스킨라빈스 ‘크크 모자’ 판매 배스킨라빈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와추원’ 등 아이스크림 케이크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크크 모자’를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크크 모자’는 니트 소재로 귀여운 디자인에 보온 기능까지 갖춰 선물용으로 좋다. BC카드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구매하면 크크 모자 하나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행사도 동시에 진행한다. 삼광유리 주방용품 ‘셰프토프’ 삼광유리가 주방용품 브랜드 ‘셰프토프’를 출시하고 첫 제품으로 세라믹코팅 냄비 ‘라 로제’ 4종을 선보였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공법으로 제조한 이 제품은 열보전율과 열전도율이 높아 음식물 속까지 골고루 익혀 준다. ‘트와일라잇 브러쉬 세트’ 국내 헤어기기 유통업체 리빙스타가 영화 ‘트와일라잇’ 속 주인공들의 멋진 헤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트와일라잇 스파클 이온 브러쉬 세트’를 출시했다. 총 4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머리 모양에 따라 선택, 사용할 수 있다. 알루미늄 모판에 이온세라믹으로 코팅처리를 해 모발의 정전기와 엉킴 방지는 물론 윤기까지 더해 준다. 강강술래 갈비맛 쇠고기육포 외식업체 강강술래는 ‘강강술래 갈비맛 쇠고기육포’를 출시했다. 100% 소고기를 사용했고 방부제, 조미료, 변색방지제를 일체 넣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갓 조리한 듯 육질이 더욱 쫄깃하다. 50g 기준 6000원. 출시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30% 할인 판매한다. 삼양사 ‘큐원 BDlab’ 삼양사가 뷰티와 다이어트를 통합한 브랜드 ‘큐원 BDlab’을 출시하고 다이어트 제품인 ‘BDlab 1주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몸이 가볍게 채워지는 곡물시리얼’, ‘속이 든든한 곡물쉐이크믹스’, ‘속이 든든한 녹차쉐이크믹스’, ‘입이 즐거운 과일바’ 등 4종으로 구성돼 질리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출시를 기념해 25일까지 체험단을 모집한다. 홈페이지(www.qonebdlab.co.kr)와 큐원블로그(www.qone.co.kr) 참조.
  • 수원 결식아동 절반 김밥집서 끼니

    경기 수원시 결식아동 2명 중 1명은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수원시의회 전애리(문화복지위원회) 의원에 따르면 시로부터 급식비를 지원받아 방학이나 휴일 점심을 해결하는 결식아동 3464명의 식사 장소를 분석한 결과 52%가 김밥집이었다. 나머지 48%는 중국집 등 일반음식점을 찾았다. 이처럼 김밥집을 주로 이용한 이유는 급식체크카드의 한 끼 식사비에 모자라는 지원금 탓으로 풀이된다. 한 끼 해결에 지원되는 금액은 35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 줄에 1500원인 김밥 2줄로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영암군수 선거법 위반혐의 조사 왜?

    전남 영암군의 특별교부세를 두고 현직 군수와 국회의원 사이에 선거법 위반 공방이 검찰 수사로 이어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방은 특별교부세를 누가 가져왔는지 하는 문제로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일태(66) 영암군수와 유선호(58) 국회의원의 사전선거운동 성격이 강하다. 논란의 핵심은 특별교부세를 가져오는 데 국회의원의 협조와 노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유 의원은 당원들에게 배부된 의정보고서에 특별교부세 확보를 업적으로 내세웠고, 김 군수는 발로 뛴 공무원들의 공이지 국회의원의 지원은 없었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민주당 장흥·강진·영암 지역위원회 윤모(50) 국장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 25일 김일태 영암군수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영암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김 군수의 비방 혐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낙선 목적으로 비방이 이뤄지고 있고, 김 군수가 지역과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등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군수가 특정 국회의원 낙선을 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에 반해 김 군수는 공무원들의 노력을 가로채 자신의 업적으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유 의원이 허위사실로 몰고 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 군수는 지난 9월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발언했다. 선관위는 양측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를 했지만,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조사에 한계가 있어 검찰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교부세 확보에 국회의원의 도움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보다는 낙선을 목적으로 한 의도가 있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으로, 법적 검토 등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종로서장 폭행’ 영장 기각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는 집회 현장을 찾은 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54)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까지 밝힌 사안이다. 이에 따라 박 서장 폭행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9일 “(김씨가) 시위 가담 사실이 있으나 피의자의 행위가 공무집행 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 26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의 한·미 FTA 비준 반대 집회 현장을 방문, 야당 의원을 만나러 시위대를 헤치고 들어가던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서장의 모자를 빼앗은 것은 사실이지만 때리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 법원이 기각한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시위대 안에서 서장이 폭행을 당한 것은 명백하다. 또 심각한 공권력 침해이기 때문에 본보기로라도 반드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거로 제출된 채증 자료의 폭행 장면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사를 보강해 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외에 다른 시위 참가자 2명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일부 누리꾼 등은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시위대의 서장 폭행 당시 장면이라고 배포한 사진을 놓고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이 실은 서장을 수행하며 시위대로부터 보호하려던 경찰관의 손’이라며 의문을 제기해 왔던 터다. 안석·이영준기자 ccto@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2)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거 ‘글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2)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거 ‘글씨’

    “도와주세요. 여, 여기…사람이 죽어 있어요.” 1993년 1월 말 대구 중구의 한 4층 건물. 집주인 모자(母子)가 방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선 장판 밑에 숨겨놓은 비상금 12만원이 사라졌다. 범인이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후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딸. 그녀도 인질로 잡혔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딸은 “셋방을 구한다.”며 집으로 들어온 젊은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셋방에 대해 꼼꼼히 묻더니 그냥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돈을 요구하며 칼을 휘둘렀다. 여자 2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작은 방 에서 잠을 자던 아들과 마주 하면서 범행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었어요. 장갑은 물론이고 상하의 모두 검정 가죽이었어요.” 범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 이불을 덮어쓰게 했지만 딸은 간간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게 전부였다. 현장에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이나 족적, 흉기 등 쓸 만한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반장님, 이거 오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수사팀이 답답한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방안에 떨어진 노란색 메모지가 보였다. ‘이철동 956-OOOO’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쪽지를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이 한 장의 쪽지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쇄 살인 강도가 남긴 메모 한장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3월 중순, 대구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달서구의 한 회사 사무실에서 20대 여직원이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여성의 가슴과 배를 20여 차례나 공격했다. 그는 처음부터 여성을 살해할 작정을 한 듯 심장 쪽을 집중적으로 찔렀다. 사무실에서는 현금 55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이 사라졌다. 사무실 통화기록과 여직원의 직장(直腸) 온도 등을 통해 추정한 범행시간은 오후 2시쯤. 사무실 사람들은 평일 오후에 흉기를 든 채 회사로 들이닥친 범인의 대담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간 큰 강도라 해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평일 오후 2시에 사무실을 털러 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정기적으로 이 사무실에 여직원만 있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문도 머리카락도 찾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꼬리가 밟힌 것은 며칠 뒤였다. 돈이 궁했던 탓인지 범인은 사무실에서 훔친 10만원권 수표 2장에 이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꿔 갔다. 지금처럼 폐쇄회로(CC)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돈을 바꿔 간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필적만은 정확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OO2동 ×××-× 이철동’ “이철동? 잠깐, 1월에 있었던 중구 모자 살해 현장에서도 이철동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메모지와 수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같은 시간 경찰들은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뒤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여직원이 피살된 사무실을 드나든 적이 있었던 사람들을 추려 나갔다. 이모(당시 28세)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전과 3범인 그는 여자만 있는 집을 골라 강도를 하는 수법으로 이미 7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고, 약 1년 전 출소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때 그가 여직원이 살해된 회사에 업무 때문에 수시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물증이 없다고 자신한 이씨는 자기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필적 감정. 경찰은 이씨에게 글씨를 쓰게 했다. 고의적으로 필체를 숨길 가능성을 대비해 평소 그가 남긴 낙서와 메모 등도 수거했다. ●자외선 쬐면 잉크 차이도 확연히 드러나 사람의 글씨체에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고유한 습성이 반영된다. 어릴 때에는 남의 글자를 흉내내고 베끼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필체가 고정된다. 필적은 자획의 기울어지는 각도와 글씨를 쓰는 속도, 글자의 간격과 크기, 자간 연결방법, 펜의 이동방법, 문자의 여백, 오자, 심지어 글씨를 쓰는 압력 등 무수한 습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미국의 우편연구소는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필적을 지닐 수 있는지 연구했다. 6명의 문서감정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은 ‘비슷한 쌍둥이라도 같은 글씨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정교하게 베끼거나 가필(加筆)을 한다고 해도 현대과학은 이를 충분히 가려낸다. 입체 현미경, 적외선 현미경, 고정밀 비교분석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잡아낼 수 있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똑같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면 문서를 쓴 잉크가 서로 다른 것인지, 가필한 부분이나 덧칠한 부분은 없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과수는 셋 다 같은 사람의 글씨라고 판정했다. 자획의 위치와 각도, 글씨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접필 상태, 필순과 특이한 습성까지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판결나는 등 반전을 겪기도 했다. 2년에 걸쳐 상고와 재상고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법원은 국과수 문서감정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사형이 확정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기사 내 ‘이철동’이라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둡니다.
  •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도와주세요. 여, 여기…사람이 죽어 있어요.” 1993년 1월 말 대구시 중구의 한 4층 건물. 집주인 모자(母子)가 방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선 장판 밑에 숨겨놓은 비상금 12만원이 사라졌다. 범인이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후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딸. 그녀도 인질로 잡혔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딸은 “셋방을 구한다.”며 집으로 들어온 젊은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셋방에 대해 꼼꼼히 묻더니 그냥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돈을 요구하며 칼을 휘둘렀다. 여자 2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되돌아온 듯 했다. 하지만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아들과 마주하면서 범행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었어요. 장갑은 물론이고 상하의 모두 검정 가죽이었어요.” 범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 이불을 덮어쓰게 했지만 딸은 간간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게 전부였다. 현장에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이나 족적, 흉기 등 쓸만한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반장님, 이거 오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수사팀이 답답한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방안에 떨어진 노란색 메모지가 보였다. ‘이철동 956-OOOO’ 경찰은 대수롭지않게 쪽지를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이 한장의 쪽지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쇄 살인 강도가 남긴 메모 한장 그로부터 한달 반 정도가 지난 3월 17일, 대구에서 또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전자회사 사무실에서 여직원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여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더니 가슴과 복부 등을 20차례 이상 공격했다. 그는 쓰러진 피해자를 소파로 옮겨놓은 뒤 책상 위에 있던 그녀의 지갑에서 현금 55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을 훔쳐 달아났다. 사무실 통화기록과 여직원의 직장(直腸)온도 등을 통해 추정한 범행시간은 오후 2시쯤. 사무실 사람들은 평일 오후에 흉기를 든 채 회사로 들이닥친 범인의 대담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간 큰 강도라 해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평일 오후 2시에 사무실을 털러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정기적으로 이 사무실에 여직원만 있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문도 머리카락도 찾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꼬리가 밟힌 것은 몇일 뒤였다. 돈이 궁했던 탓인지 범인은 사무실에서 훔친 10만원권 수표 2장에 이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꿔갔다. 지금처럼 CC(폐쇄회로)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돈을 바꿔 간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필적만은 정확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OO2동 XXX-X 이철동’ “이철동? 잠깐, 1월에 있었던 중구 모자살해 현장에서도 이철동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위해 메모지와 수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같은 시간 경찰들은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뒤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여직원이 피살된 사무실을 드나든 적이 있었던 사람들을 추려나갔다. 이모(당시 28세)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전과 3범인 그는 여자만 있는 집을 골라 강도를 하는 수법으로 이미 7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고, 약 1년 전 출소한 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때 그가 여직원이 살해된 회사를 업무 때문에 수시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물증이 없다고 자신한 이씨는 자기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필적 감정. 경찰은 이씨에게 글씨를 쓰게 했다. 고의적으로 필체를 숨길 가능성을 대비해 평소가 그가 남긴 낙서와 메모 등도 수거했다.   자외선을 쬐면 잉크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나 사람의 글씨체에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고유한 습성이 반영된다. 어릴 때에는 남의 글자를 흉내내고 베끼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필체가 고정된다. 필적은 자획의 기울어지는 각도와 글씨를 쓰는 속도, 글자의 간격과 크기, 자간 연결방법, 펜의 이동방법, 문자의 여백, 오자, 심지어 글씨를 쓰는 압력 등 무수한 습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물리적 요소 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미국의 우편연구소는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필적을 지닐 수 있는지 연구했다. 6명의 문서감정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은 ‘비슷한 쌍둥이라도 같은 글씨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정교하게 베끼거나 가필(加筆)을 한다고 해도 현대과학은 이를 충분히 가려낸다. 입체 현미경, 적외선 현미경, 고정밀 비교분석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잡아낼수 있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똑같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들어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면 문서를 쓴 잉크가 서로 다른 것인지, 가필한 부분은 없는지, 덧칠한 부분은 없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과원은 둘다 같은 사람의 글씨라고 판정했다. 자획의 위치와 각도, 글씨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접필상태, 필순과 특이한 습성까지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판결나는 등 반전을 겪기도 했다. 2년에 걸쳐 상고와 재상고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법원은 국과원 문서감정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사형이 확정됐다. ※기사 내 ‘이철동’이라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둡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데스크 시각] 소통과 사람다움의 기원/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소통과 사람다움의 기원/박찬구 국제부 차장

    이집트 시민혁명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할 논쟁이 일었다. 구글의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임원이었던 와엘 고님이 시위 도중 경찰에 붙잡혔다 풀려난 직후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이집트의 혁명 열기를 고조시킨 고님이 반(反)무바라크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자, SNS도 덩달아 재스민 혁명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종이 신문’ 기자들은 반문했다. “SNS는 혁명의 수단(tool)일 뿐, 진정한 주역은 시민의 의지가 아닌가.”라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SNS가 시민혁명의 수단이냐, 주역이냐라는 논쟁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수단이면 어떻고 주역이면 어떠냐, 어쨌든 시민에 의한 역사의 진보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라는 결과적 명제에서다. 사실 지나온 역사의 변혁에는 종종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가 수반됐다. 19세기 말 조선에서는 동학혁명 주역들이 사발통문(沙鉢通文)을 돌려 거사 결의와 계획을 전파했다. 1893년 전라도 고부에서 전봉준 등 주역 20여명이 주모자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사발을 대고 서명한 통문이 그것이다. 사발통문은 보안 유지를 위해 혁명 가담자들만 수신자로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로 일시에 전파되는 SNS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당시로서는 변혁 의지를 담은 소통의 도구였다. 1966년 중국 문화혁명의 시발을 알린 베이징대의 대자보(大字報)는 10년 남짓 지난 뒤 서울의 대학가에도 등장한다. 1980년대 우리 대학가에서는 대자보와 유인물이 운동권 지도부와 ‘학우’를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 역할을 했다. SNS에 비한다면 공간성과 속보성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 ‘종이’의 속성이긴 하지만, ‘학우’를 결집시키기에 그만한 도구가 없었던 게 30년 전의 현실이다. 시대 변화와 기술 발달에 따라 효과와 파급력에는 차이가 뚜렷하지만 중동의 SNS와 조선의 사발통문, 서울의 대자보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은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가치 욕구가 그것이다. 모반의 역사는 종종 실패의 전철로 남지만, 적어도 21세기의 중동과 19세기의 조선, 20세기의 서울에서는 SNS와 사발통문·대자보가 독재권력과 탐관오리를 몰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다름 아닌 ‘사람’으로 집약된다. 선사시대 각석(刻石·그림이 새겨진 돌)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울주군 천전리와 반구대 암각화(岩刻畵) 등에는 자연과 조화하고, 안정된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삶의 방식과 체계를 후손에게 알리겠다는 당시 사람의 염원이 담겨 있다. 21세기도 10분의1이 지난 지금, 지구촌의 주인을 자임해온 인간은 묵은 중병을 앓고 있다. 이념의 동서, 빈부의 남북이라는 종전의 이분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빈부 격차, 양극화, 부의 불균등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신자유주의 심장부인 월가에서부터, 유러피안 드림을 주창하던 유럽대륙, 제국주의 희생양이던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국제 금융자본을 끌어들이던 선진국의 논이 메말라가자, 그 독소가 먹이사슬의 역순으로 줄줄이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중동의 시민혁명도 시작은 ‘빵’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현재로선 누구도 위기의 종착점을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지성계 일부에서는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절박한 물음이 나오기도 한다. 해법을 찾긴 쉽지 않겠지만, 논의의 출발점을 ‘사람’으로 대체하기엔 늦지 않아 보인다. 금융과 자본, 정치와 기업이 차지한 중심부를 그동안 소외된 ‘사람’에게 내주지 않고는 탐욕과 이윤의 사슬에서 지구촌이 살아남기 힘들지 모른다. 대표적으로 지구촌 차원의 금융규제 강화와 이윤의 독식 방지가 사람 사는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의 단초일 수 있다. 어쨌든, 다시 시작은 ‘사람’이어야 한다. ckpark@seoul.co.kr
  • [사설] 민주당 반FTA 집회 접고 예산심의 응하라

    민주당은 어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투쟁에 몰두하면서 새해 예산안은 외면했다. 민주당에는 FTA만 있고, 내년도 나라살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경찰서장까지 폭행하는 시위에 참여하고도 반성은커녕 서장이 맞을 짓을 했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민주당이 폭력시위를 정당화하는 반민주적 행태마저 서슴지 않을 정도로 FTA 반대투쟁에 올인하는 탓에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안 본회의 표결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가 민주당 불참으로 파행되고 있다. 예산안이 FTA 반대투쟁에 더 이상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계수조정소위에 즉각 동참해야 한다. 새해 예산안은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을 배려하기 위해 민생·복지 항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 관련 예산을 늘리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한나라당은 민생 예산을 3조원 정도 추가하면서 세출 예산을 1조~2조원 정도 늘릴 것을 요구한다. 정치권이 정부 측과 밀고 당기기를 하려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국에 아예 등을 돌리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갑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 시한이 오늘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 투쟁에 집착하느라 내부 등원론을 외면하고 있다. FTA 반대투쟁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면, 그 문제와는 별도로 예산안 심의에는 응하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어제 계수조정소위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지만 예산 심의를 유보했다. 민주당에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나 앞으로는 달리 방도가 없다.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계수조정소위는 가동돼야 한다. 민주당을 압박하자는 게 아니라 예산안의 촘촘한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 시한 임박으로 졸속 심의가 우려된다. 시한을 넘기는 것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