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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날개 색깔 다른 희귀 ‘자웅동체 나비’ 발견

    양쪽 날개의 색이 다른 희귀 자웅동체 나비가 발견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9일 보도했다. 호랑나비과의 이 희귀 나비는 영국 하트포드셔에서 열린 나비전시행사인 ‘버터플라이 월드 프로젝트’서 발견됐다. 일명 자웅모자이크(또는 암수모자이크·Gynandromorph)라 불리며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관찰하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비는 번데기 때부터 암수의 형태를 모두 가지고 성장하며, 그 결과 암컷의 몸을 가진 쪽 날개는 흰색, 수컷의 몸을 가진 쪽 날개는 분홍색을 띤다. 전체 나비의 0.01%만이 자웅모자이크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수정될 당시 성염색체가 완전하게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터플라이 월드 행사 관계자인 루이스 호킨스는 “이번 행사에서 이런 희귀한 나비를 발견한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평생 동안 자웅동체 나비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나비류 연구가들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나비는 태어날 때부터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기관이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아 튜브로 생명을 유지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버터플라이 월드 측은 이 나비를 영원히 보존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정약용 탄생 250주년 맞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문이 만난사람] 정약용 탄생 250주년 맞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누구나 출생의 비밀은 있다. 이름을 빛낸 위인의 경우에는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 비밀의 문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다산 정약용은 1762년(영조 3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250년 전인 음력 6월 16일, 아버지 하석 정재원(荷石 丁載遠)과 어머니 해남 윤씨(海南 尹氏) 사이에서 출생했다. 태어난 곳은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이다. 아버지는 대과에 급제하지 않았지만 영조 임금의 특별한 지시로 연천현감, 화순현감, 예천군수 등 고을 수령을 지냈다. 조정에 들어와서는 호조좌랑과 한성서윤을 지내고, 다시 수령으로 나가 울산부사를 거쳐 진주 목사까지 지냈다. 어머니는 고산(孤山) 윤선도의 후손이요,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의 손녀였다. 윤선도의 증손자인 윤두서는 한국 회화사에 유명한 자화상을 남긴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버지는 세 부인 사이에 모두 5남 5녀, 그러니까 10남매가 있었다. 첫 부인은 24세로 요절한 의령 남씨. 소생으로 큰아들 약현(若鉉)이 있다. 둘째 부인 해남 윤씨와 사이에 약전(若銓), 약종(若鍾), 약용(若鏞) 3형제와 딸을 두었다. 딸은 나중에 조선 최초의 영세교인인 만천(蔓川) 이승훈에게 시집간다. 다산 정약용의 나이 9세 때 어머니 해남 윤씨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12살 때 서울에서 20세의 김씨(1754~1813)를 데려왔다. 어린 다산을 친자식처럼 돌봐준 그가 바로 서모(庶母) 김씨다. 서모 김씨는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지낸 김의택(金宜澤)의 딸로 슬하에 3녀 1남(약횡)을 두었다. 다산의 작은형 약종은 형제보다 뒤늦게 천주교를 접했지만 그 믿음이 독실하여 신유사옥 때(1801) 희생됐다. 전도에 힘쓰다가 책롱사건(册籠事件)으로 마흔 둘의 젊은 나이에 순교했다. 형 약전과 막내(다산)가 믿음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형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엄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배교하지 않은 약종의 아들 철상(哲祥), 하상(夏祥), 딸 정혜(貞惠) 역시 천주교로 인해 요절했다. 형 약전은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다산과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의 인연뿐만 아니라 다산의 학문을 알아주는 지기(知己)이기도 했다. 1801년 11월 하순 함께 귀양길에 올라 나주 율정점(栗亭店)에서 눈물로 헤어진 후 16년 동안 서로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약전은 그의 나이 59세인 1816년에 유배지에서 세상을 떴다.(다산연구소 자료 참조) 올해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산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국립박물관과 실학박물관의 전시회, 음악제, 국제학술대회 등이 잇따른다. 지난 3월부터 올 12월까지 계속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다산의 일대기가 처음으로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산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오는 9월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정해석 명창에 의해 1시간 20분동안 진행된다. 창본은 김세종씨. 특히 영문판 CD까지 제작, 세계 각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다산을 기리는 판소리 무대는 있었지만 75년 생애를 오롯이 담기는 처음이다. 이 밖에 다산이 직접 쓴 글씨와 그림을 전시하는 ‘한국 서예사 특별전-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 기념전’이 다음 달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또 다산 기념 음악회가 8월 24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다. 다산연구소의 박석무(69) 이사장. 그는 요즘 이 같은 행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올해로 다산 연구에 몰두한 지 40년째가 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순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장은 연구소 설립 이후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편지를 지금까지 700여회 쓰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서 최근에 쓴 편지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왔다. ‘대군(大君)이다, 멘토다, 실세 중의 실세다라는 사람들의 감옥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딱하고 국가 체면도 구겨질 대로 구겨져 버렸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치면서, 그들을 그런 직위에 임명했던 임명권자의 입장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중략)화려했던 권력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부와 권세를 놓치고 감옥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분들, 그런 기회에 목민심서라도 읽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감옥행을 보면서 다산의 시선으로 글을 썼다. 또 있다. ‘정약전·약용 형제는 세상에 없는 지기지우인 동포 형제였습니다. 두 분이 주고 받은 편지나 학문적 토론의 글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사이였습니다.(중략)오늘의 세상에야 사촌이 남이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고 친형제조차도 재산 싸움에 남보다 더 원수지간이 되고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재벌가의 왕자난이나 쟁송(爭訟)의 보도를 읽다보면 다산 형제의 우애가 세상을 바로잡을 청량제로 여겨집니다. 오늘에도 그런 형제애를 복원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편지의 내용은 전국 35만 4000여명에게 이메일로 보내진다. 일주일에 주말을 제외한 4~5차례 꼬박꼬박 쓴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박 이사장은 목민심서를 몇 번이나 읽었을까. “몇 번 읽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회 현상을 보면서 문득문득 목민심서나 논어를 다산적으로 해석한 글들을 생각날 때마다 다시 뒤적이고 그 뜻을 가슴에 담지요. 수시로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지 쓸 때에도 다산의 눈으로 비판하는 것입니다. 대학이나 단체 등에 강의 나갈 때도 다시 목민심서를 읽고 가지요. 성균관대에서 ‘다산과 21세기’라는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있는데 아주 명품강좌로 소문났다지요(웃음).” 지금도 틈 날 때마다 다산을 연구한다는 그는 대학 시절부터 ‘반계수록’ 등 실학에 관심을 두었으며 1971년 대학원 때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석사 학위논문을 쓴 것을 계기로 다산 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1973년 유신에 항거하다 투옥됐을 때에 다산의 책을 여러 차례 읽었고 이후 8개월 수배 생활 동안에도 다산을 공부했다. 1982년 3월 복권됐을 때 비로소 7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 시작해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편역,발간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50여쇄나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산은 학문의 깊이가 끝이 없는 최고의 학자이자 사상가입니다. 다산은 520여권의 방대한 저술을 통해 정치, 행정, 법학, 경제, 지리, 의학, 공학 등을 아우르면서 인간존중 사상, 개혁정신, 실사구시의 철학 등을 펼쳐 시대정신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학자로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과 방대한 지식을 섭렵하고 있지요. 특히 유배지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인간성과 철학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산이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낱같은 한 줄기의 민중적 의지로 75년동안 치열하게 살다 간 역사적 인물이지요.” 가난에 찌들어 굶어 죽어가는 이웃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공동 경작에 의해 공동분배하도록 하자고 혁명적인 전론(田論)을 주장하기도 했고 부정부패와 착취를 일삼는 관리들을 어떻게 해야 올바른 생각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을까 해서, 관리들의 지침서인 ‘목민심서’를 저술한 것, 그리고 시를 통해서 백성들을 일깨워 보고자 했던 그의 생애는 2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따르고 연구하려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산은 22세때 진사과에 합격했는데 정조임금이 답안지를 직접 읽고 휼륭한 인재임을 알고는 근처에 있도록 하면서 자주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시문행사때마다 항상 1등을 차지하는 다산을 늘 아꼈고 기쁨을 누렸습니다. 정조는 다산을 통해서 사실상 정치를 바로 할 수 있었고 그런 다산은 정책 보고서를 임금에게 직접 올리게 됩니다.” 박 이사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요즘처럼 가족윤리가 무너지고 사제 간의 의리도 깡그리 파괴된 때, 우리는 다산의 사상과 철학을 통해 가족의 중요함과 사제간의 정다운 의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산의 효제(孝悌)사상을 새삼 강조했다. 다산의 탄신일과 관련해서는 “1762년 6월 16일에 태어났는데 그날이 양력으로 8월 5일이어서 생일 기념은 매년 8월 5일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그날에 회혼례, 산신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석무 이사장은 1942년 전남 무안에서 4대째 한학을 공부해온 집안에서 자랐다. 전남대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구속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 4차례 옥고를 치렀다. 19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다산 연구에 집중했다. 1973년 유신반대 유인물인 전남대학교 ‘함성’지 사건에 연루돼 1년 동안 복역하면서 감방 안에서 본격적으로 다산 저술에 대한 연구의 시간을 가졌다. 출옥후에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발간했다. 지금까지 50쇄나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명저가 됐다. 1980년 광주항쟁 때는 관련 주모자로 몰려 오랜 수배생활 끝에 붙잡혀 1년 3개월여를 또다시 복역했다. 1988년 13대 국회에 진출한 후 14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다산사상연구회를 조직, 간사를 맡아 활동을 펼쳤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과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 초빙교수, 전남대학교 초빙교수와 단국대학교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석좌초빙교수이자 (사)다산연구소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다산기행’, ‘우리 교육을 살리자’,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1,2’,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가 있으며, 편역서로는 ‘흠흠신서’, ‘애절양’, ‘다산산문선’, ‘나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및 ‘다산 논설선집’, ‘다산 문학선집’(공편역) 등이 있다.
  • 세종시청사 외곽 방호업무 민간 위탁

    2012년 말 총리실 이전을 필두로 본격 조성되는 세종시정부청사의 방호 업무가 공무원과 민간 이원 체제로 이뤄진다. ●정부청사 방호업무 외주는 처음 정부청사 방호 업무 민간 위탁은 세종시 청사에서 처음 적용된다. 앞으로 중앙·과천·대전청사로의 확산 가능성도 예상된다. 세종시 중앙행정타운으로 2014년까지 이전하는 기관은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 기관이다. 행정타운에는 24개 동(棟)이 들어서고 이 중 18개 동은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가 설치된다. 세종시청사 보안 업무에 필요한 인력은 400여명으로 추산된다. 8일 행정안전부와 중앙청사관리소 등에 따르면 현재 국가보안목표시설인 3개 정부청사의 방호는 기능직 공무원인 방호원이 담당한다. 청사 외곽 출입구는 경찰이 담당하고 청사 내·외부 순찰과 출입자 관리 등은 방호원이 맡고 있다. ●공무원 증원 어려워 위탁 불가피 세종시 청사는 규모가 크고 중요 시설이 들어서지만 열린청사로 설계돼 보안문제에 민감하다. 인력을 충원하면 되지만 방호원은 공무원 증원과 직결돼 채용 확대가 쉽지 않다. 청사 보안을 맡고 있는 방호원은 기능직 공무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무 분석 및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핵심기능’은 방호원이 맡고 기타 업무는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기능은 사무실 순찰과 국무회의실 및 상황실 경비, 야간 당직업무 등이다. 세종시 청사 핵심기능 담당 방호원은 65명으로 추산되며 현재 3개 청사 방호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모자라는 인원만 충원할 방침이다. 출입자 관리와 외부 순찰, 주차장 및 물품반입통제 업무 등은 민간 업체가 담당한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의 관리 주체를 나눈 형태다. 방호 분야 일자리가 공직은 최소화되고 민간에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올해는 3개청사 방호원 전환 배치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옮기고 문 개방 등 세부 운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명확한 계획을 내놓기는 어렵다.”면서 “우선 올해는 방호원을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방호원은 “보안과 함께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부처의 중요성 및 민원의 접점이라는 상징성도 있기에 용역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외주화가 방호원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열린세상] 5월에는 탱고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5월에는 탱고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반년이 조금 더 지났다.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을 관두고 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는 조깅이나 헬스를 즐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운동하는 습관이 사라져 갔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설을 쓴답시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허리라인도 무너지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에 딸려 있는 상가건물에 탱고, 자이브, 왈츠를 가르쳐 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학원은 수년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데, 왜 그날에서야 눈에 띄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3개월 수강료를 지불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헬스장에 가기는 어려운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생각하면 발길이 저절로 옮겨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춤을 배운 첫날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맡은 역할은 남자였다. 퇴근시간대에 홍대 부근이다 보니 교습생은 대학생·근처 직장인·주부들이 대부분인데, 짝을 맞추다 보니 남자가 모자랐다. 필자가 남자 역을 맡게 된 것은 키가 크다는 이유였다. 남자는 여자를 리드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편이다. 마음에 맞는 남자와 춤을 추지 않을 바에야, 목적이 운동이었던 만큼 불만은 별로 없다. 그동안 왈츠와 자이브를 배웠다. 여자들의 상대역을 해주니 여자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여자 파트너들을 안고 춤을 추다 보니 춤을 배우는 여자들의 애환을 나름으로 들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한 탓에 남녀가 춤을 추는 문화에 익숙한 편이어서 필자로서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던 부분이었다. 즉, 춤을 배운다고 하면 ‘불륜’ 등의 이상한 상상을 할까봐 조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의 가까운 춤 학원을 두고 아는 사람이 없는 먼 곳까지 오기도 하고, 혹여 남편이 싫어해서 말리면 춤을 더 배울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가야 한다며 먼저 나서는 여성도 있었다. 필자처럼 춤 배운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닌 여자는 별로 없었다. 학원에서는 1년에 한번 댄스파티를 개최하는데, 작년 12월에는 연말 댄스파티가 열렸다. 아침 시간대나 낮 시간대에 춤을 배우는 사람들까지 여러 부류가 모였다. 교수·방송인·작가·주부·대학생 외에도, 까치처럼 머리가 하얀 70대의 노인도 관절염을 안고 즐겁게 춤을 추었다. 아파트 길 건너편 작고 허름한 세탁소에서 스팀 다림질에 얼굴을 항상 박고 있던 여주인이 영화배우처럼 아름답게 머리를 틀어 올리고 파티복을 입고 나타났을 때는 구차해 보였던 일상이 영화장면처럼 아름답게 변했다. 그 연말 댄스파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쌍은 은퇴한 노교수 부부였다. 그들은 은퇴 후에 한 가장 훌륭한 선택이 춤이라고 했다. 삶이 즐거워졌으며, 건강도 좋아졌고, 부부관계도 갈수록 낭만적이라 했다. 수년간 단련된 노부부의 춤은 플로어 위에서 물 찬 제비처럼 매끄럽고 아름답고 돌아갔다. 노부인은 남편과 똑같이 양복차림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어 눈길을 더 끌었다. 그 복장으로 남편과 함께 춤을 출 때는 여자 역을 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아 있는 여자들의 남자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남녀 역할을 다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장의 수석 제자도 필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부부이다. 이 부부는 더 이상 교습생이 아니라 스승과 교대로 우리를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학원장은 종종 듣기 좋은 농담을 하곤 한다. “이미 늙어버린 것은 책임지지 못하지만 앞으로 더 늙지 않게 해줄 수는 있다.”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한 차례 땀을 흘리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소나기처럼 씻겨 나간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젊어지는 듯하다. 학원에서는 곧 탱고를 새로 시작한다. 한국은 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혼자 춤을 배우는 데 따르는 주변 시선이나 심리적 부담감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말인데, 남편과 아내들이여! 5월에는 부부의 날도 있는데 아시는가. 어린이날이다 어버이날이다 남들 챙길 생각만 하지 마시고,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고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같이 춤을 배우면 어떨까. 부부들이여, 5월에는 춤바람이 나시라.
  • 대구 지자체 ‘개방형 감사관’ 인물난

    대구 지자체 ‘개방형 감사관’ 인물난

    개방형 감사관제도가 지방 기초단체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근무지가 지방인 데다 처우도 낮아 적합한 인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산하 8개 구·군 중 인구 30만명 이상으로 개방형 감사관 직위제를 도입해야 하는 곳은 수성구와 달서구, 북구, 동구 4곳이다. 이 구들은 감사실장에 대해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공모에 들어갔으나 모두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 실패했다. 달서구의 경우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감사실장을 공모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달서구는 김미자 복지정책 팀장을 승진시킨 뒤 감사실장으로 임명했다. 달서구 박성준 인사담당 주무관은 “응모자들은 대부분 공기업이나 기업체에서 퇴직한 사람들로 나이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이었다. 더구나 감사 업무를 그만둔 지 10년 이상 돼 감사실장 업무를 보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내부에서 승진 임명했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감사실장의 임기가 오는 6월에 만료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공모에 들어갔다. 수성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감사실장을 공모했으나 1~2명이 응모했고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감사실장을 공모한 북구의 경우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인 상태로 감사계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태다. 동구도 7일 감사실장 공모에 들어갔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지자체가 감사관을 외부 전문가로 충원하지 못하는 것은 까다로운 자격 요건에다 근무지가 지방이고 대우도 5급이어서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인력이 풍부한 데다 대우도 광역은 4급으로 좋아 개방형 직위로 전문가를 뽑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 기초단체를 위해 응모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사기행각 드러난 김찬경 미래저축銀 회장…첩보영화 같은 ‘횡령·도주·검거’ 4시간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의 ‘크렘린’으로 불리던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회사 돈 200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밀항하려던 일은 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다. 그가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 보고 체계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고, 고객들과 저축은행 직원들은 혼자 도망가려던 그의 행태에 분통을 터트렸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찬경 회장은 지난 3일 은행 영업이 끝난 오후 5시쯤 직접 거래하던 우리은행 서초동 지점에 나타났다. 현금 130억원, 수표 70억원 등 200억원을 인출했다. 저축은행은 다음 날의 영업자금을 은행에서 인출하긴 하지만 평소 영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 더구나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보도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본점에 보고했어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3일 인출을 하겠다고 이날 낮부터 몇번이나 알려와 예우상 마감시간 후에 인출을 해 주었다.”면서 “지점에서 2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어 사전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마감 시간 이후 우리은행에서 인출이 가능했던 점을 포함해 조만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미래저축은행에 나와 있던 금감원 감독관은 김 회장이 아침부터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 금감원에 보고하고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5개월여간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이들의 동향을 줄곧 파악하다 지난 2일 밀항 브로커 박모씨 등 알선책 4명이 서울의 모처에 함께 있는 것을 확인, 3일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해경은 여러 루트를 통해 이들이 밀항 지역으로 택한 곳을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선착장으로 파악하고 3일 오전부터 잠복했다. 검거 당일 저녁 해경은 김 회장과 밀항 알선책들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궁평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 이어 현장에 잠복해 있던 형사팀이 선착장에서 오후 9시쯤 알선책 3명을 체포한 뒤 어선에 승선해 선실에 숨어 있던 김 회장과 알선책 오모씨를 붙잡았다. 김 회장은 검거 당시 간소복 차림에 모자를 쓴 채 가방을 메고 있었다. 해경은 김 회장이 체포되었을 때 밀항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고 전했지만 검찰은 사건 정황상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배를 타려던 궁평항 선착장은 밀항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 아니다. 김 회장은 어선을 타고 나가 공해상에서 화물선으로 옮겨 타고 중국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체포 당시 5만원권 240장(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인출한 200억원 가운데 130억원은 찾아내야 한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지금 패닉 상태로 김 회장이 횡령을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기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경은 김 회장 신병을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인계했으며, 밀항을 알선한 박씨 등 4명에 대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 김학준·서울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엄마, 아들 상대로 ‘580억원 복권 당첨금’ 반환 소송

    ‘어버이날’을 앞두고 씁쓸한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졌다. 한 여성이 지난달 말 아들을 상대로 무려 5,100만 달러(약 580억원)에 달하는 복권 당첨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모자(母子)지간이 돈을 두고 법정 다툼에 들어간 셈. 씁쓸한 이 사연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에타 메이 어커트(76)는 연금 중 일부로 LA인근 주유소에서 복권 몇 장을 샀다. 이후 신문을 통해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1등 당첨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고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아들 로니 올렌도와 함께 캘리포니아 복권 담당자를 찾아갔다.   복권 담당자는 어커트에게 당첨금 수령 사인을 요구했으나 그녀는 너무 떨려하지 못했다. 어커트는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몸은 계속 떨렸다.” 면서 “어쩔수 없이 아들에게 대신 사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결국 엄마의 요청 직후 아들 올렌도는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당첨금 수령 사인을 했다. 이후 아들은 엄마에게 “당첨금으로 인해 주변의 관심과 압력이 커질 것” 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아들을 위해 티켓을 샀다고 말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정한(?) 모자지간은 이때부터 사이가 벌어졌다. 일시불로 3230만 달러(약 370억원)를 받은 아들이 자신의 돈처럼 쓰기 시작한 것. 아들은 230만 달러(약 26억원)짜리 주택을 4채나 구매하고 고급차를 10대나 구입했으며 지인들에게 선물처럼 돈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어커트의 변호인은 “정신적인 보상 외에 아들 올렌도에게 당첨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대해 아들 올렌도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커버스토리] “경찰 실종 전담팀 간판만… 장기실종은 손도 못대”

    [커버스토리] “경찰 실종 전담팀 간판만… 장기실종은 손도 못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이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찰 실종전담팀은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고요.”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지난 2월 실종 아동 보호 및 지원법이 개정되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정부의 법적·정책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종아동찾기협회는 1995년에 설립해 2010년 사단법인이 됐다. 현재 300여명의 실종 아동 부모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서 대표는 “부모들이 처음에 직면하는 어려움은 경찰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뒤 실종전담팀이 꾸려졌지만 간판만 걸어놨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면서 “그나마 2년 전부터 잦은 성범죄에 실종팀 전체가 차출된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종팀도 관리와 수사, 민원으로 나뉘어 있어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경찰의 수사로 실종이 줄어든 건 인정하지만 법 제정 이전의 장기 실종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만만찮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등 민간 기관은 부모들의 회비 이외에 의존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기대할 수도 없다. 민간에서는 별다른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요량으로 부모들은 전단지를 제작해 돌리지만 “전단지는 실종 아동 부모 스스로도 큰 효과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서 대표는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찾는 데에는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보다 경찰의 적극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잃는 순간 경제 활동도 가족 간의 교류도 중단돼 실종 아동 가정의 70~80%가 경제적 문제에 부딪힌다.”면서 “아이를 잃은 슬픔도 모자라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MVNO서비스 제대로 알고 쓰자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T맵’… SKT가입자는 무료, 타통신사는 8만원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MVNO 서비스들의 무선 데이터 월 최대 사용량은 1기가바이트(GB) 정도다.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을 구동하거나 모바일 인터넷 검색 정도만 하는 사용자들이라면 월 1GB는 적지 않다. 하지만 평소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거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테더링(유·무선망 없이도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 등을 적극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랄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묶어두기 위해 다양한 ‘킬러 앱’들을 확보해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MVNO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많지 않아 이런 앱들을 갖고 있지 않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앱을 쓰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T맵’(SK플래닛)의 경우 SK텔레콤 가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MVNO를 비롯한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은 평생 이용료로 8만원을 내야 한다. 통상 스마트폰을 2년 정도 쓰고 바꾼다고 가정하면 앱 하나를 쓰기 위해 1년에 4만원가량을 더 써야 하는 것이다. ●MVNO사업자도 3G보다 비싼 LTE는 ‘부담’ MVNO 사업자를 통해 속도가 빠른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MVNO를 통한 LTE 서비스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이동통신 3사들조차 LTE 서비스가 초기 단계여서 MVNO와의 망 공유에 대한 여력이 없다. MVNO를 통한 3세대(3G) 서비스 활성화도 기간통신사업자(MNO)들의 서비스 개시 이후 5년 정도가 걸렸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는 MVNO 사업자들 역시 3G 서비스보다 매월 1만원 이상 비싼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MVNO 서비스 홍보에 나서는 CJ헬로비전 역시 LTE 서비스 출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고 종류가 많아지면 LTE 사업도 고려해 보겠지만, 과연 MVNO 업체들이 기존 이통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난, 찬호형 응원! 넌, 남일이형하고 슛대결!

    어린이날은 놀이공원만 붐비는 게 아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다양한 이벤트와 풍성한 선물로 어린이 팬들에게 손짓한다. 아빠 엄마 손 잡고 푸른 그라운드로 떠나 보자. 어린이날 ‘대박 아이템’은 역시 프로야구다. 2009년부터 어린이날엔 전 구장이 매진 사례였다. 올해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SK는 문학 롯데전에서 대형 배턴릴레이(24명), 어린이 티볼왕 선발대회(10명), 행운의 룰렛 등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와이번스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리고, 오전 11시부터는 1루 매표소 앞 광장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다양한 게임이 진행된다. 솜사탕과 막대사탕은 기본이다. ‘잠실라이벌’ LG-두산전이 끝나면 어린이들이 직접 그라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키즈런’이 진행된다. 선착순 어린이 5000명은 야구모자와 풍선을 선물 받는다. KIA는 광주 넥센전에서 ‘다이아몬드 미션 계주’, 어린이 스피드왕, ‘엄마 아빠와 함께 캐치볼을’ 등의 행사를 준비한다. 삼성은 대구 한화전에 선수들과 함께하는 복불복 OX게임, 패밀리 명랑경기, 4륜 자전거 릴레이 등에 100가족씩 참여한다. 즉석에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라이온즈 슈팅스타 2대와 투구 및 타격 연습을 할 수 있는 야구체험 에어바운스도 설치된다.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함께 즐기는 게임과 포토타임도 기다린다. 들뜨는 건 ‘국민투수’ 박찬호(한화)와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맞대결. 삼성과 한화는 4일부터 대구구장 3연전을 치르는데 로테이션상 박찬호가 5일 선발로 등판한다. 축구장도 뒤질 수 없다. 어린이는 무료로 입장한다. 2년 전 어린이날 프로스포츠 한 경기 최다관중 신기록(6만 747명)을 세웠던 FC서울은 포항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새 기록에 도전한다. 아트사커존, 에어슬라이딩, 트램블린, 포켓몬스터 포토존 등을 준비했다. 어린이 2000명은 선착순으로 세븐스프링스 무료식사권을 받는다. 성남은 제주전 후 베스트11과 잔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디지털카메라·리조트숙박권 등 짭짤한 선물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 선수 11명은 어린이 100명과 축구대결을 펼치고, 경기장 투어도 진행한다. 부산은 어린이 캐넌슛 대회와 팬사인회를 치른다. 어린이 100명과 보호자 100명이 공을 차는 ‘100대100 축구특별전’도 펼쳐진다. 아이패드·로봇청소기·항공권 등이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노무현 차명계좌 실체 드러나나

    노무현 차명계좌 실체 드러나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오는 9일 검찰에 출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대해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4일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를 둘러싸고 또 한 차례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유족 등 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도 “내가 형사처벌받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검찰 조사받을 때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으로부터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만큼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준으로 자신이 아는 선에서 진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사자 명예훼손 혐의는 주장한 내용이 허위 사실일 경우 대부분 형사처벌된다. 조 전 청장이 이날 ‘형사처벌’을 언급한 것은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의 진실성을 검찰에서 주장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3월 31일 경찰 기동부대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같은 해 8월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은 조 전 청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조 전 청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조 전 청장이 허위 사실로 노 전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도 모자라 특정 매체를 통한 언론플레이로 패륜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얼마 전에는 ‘유족이 소를 취하해 주지 않는다면 할 얘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망언을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공갈·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의 조 전 청장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조 전 청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오는 9일 오후 2시 소환조사한다고 밝혔다. 백민경·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씨줄날줄] GPS의 명암/구본영 논설위원

    언젠가 수안보 부근 월악산 자락에서 밤길 운전 중 진땀을 흘려야 했다. 길눈도 어두운 편인데,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휘발유가 모자란다는 경고등까지 켜졌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효자였다. 가까운 주유소를 정확히 안내해줘 가까스로 낭패는 면했다. 이처럼 요긴한 내비게이션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란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GPS는 본래 군사용이었다. 미국 국방부가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1983년 KAL(대한항공)기가 항로를 잃고 사할린 상공으로 들어갔다가 구소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민수용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민간에도 GPS 신호 수신을 허용하는 결단을 내리면서다. 승용차 내비게이션이나 항공기 위성항법장치로 원용되는 GPS는 미 공군이 쏘아올린 24개 측위위성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6개 우주궤도에 4개씩 배치된 이 위성들은 하루에 지구를 두번 공전한다. 그동안 GPS 수신기는 지구상의 어느 위치에 있든 최소한 4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10m 오차범위에서 고도값과 위치를 파악하는 원리다. 미국이 GPS 신호를 부분적으로 무료 공개한 이후 쓰임새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대형구조물의 안전진단에서부터 위치확인 기능을 이용해 노인복지나 레저용으로까지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부터 유럽국가들이 ‘갈릴레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유럽식 GPS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21세기 핵심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는 방증인 셈이다. 한반도 상공의 민항기를 겨냥한 GPS 교란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교란 전파의 진원지를 추적한 결과 북한의 소행이 의심된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 북한은 인민군 특별작전행동소조 명의로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대남 도발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으로 초토화하겠다.”고 호언할 때부터 GPS 교란을 염두에 두었던 게 아닌지 섬뜩한 느낌이다. 관성항법장비나 전방향표지시설 등 이중삼중의 다른 항법시설이 있기에 망정이지 자칫 대형참사를 부를 뻔하지 않았는가. GPS 교란은 문명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야만적 행태다. 전세계가 GPS를 이제 ‘활인’(活人)을 위해 쓰려는 추세가 아닌가. 우리가 북한의 전자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만 안게 된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마사지방 덮친 ‘짝퉁 경찰’, 업소女에게 갑자기…

    마사지방 덮친 ‘짝퉁 경찰’, 업소女에게 갑자기…

    지난해 8월 2일 오후 9시 40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번화가. 열대야를 뚫고 한 남자가 한 빌딩 지하로 향했다. 남자가 도착한 곳은 ‘H’ 발마사지 업소였다. 이곳에서는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선 남자는 평소 기자라고 떠들고 다니던 문모(53)씨. 그는 업소 여주인 임모(59)씨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한창 마사지를 받던 문씨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꼼짝마. 경찰이다.” 곧 다른 남자가 들이닥치며 업소는 아수라장이 됐다. 남자는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문씨와 한패거리인 이모(60)씨였다. 이씨도 문씨처럼 평소 자신이 기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실제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문씨와 이씨가 경찰이라고 속이며 불법 영업장 단속에 나선 것은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었다. ● “고향이 어디야?”…단속반의 이상한 질문 두 사람은 임씨를 붙잡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전화번호, 방의 갯수와 배치, 종업원 수까지 꼬치꼬치 묻는 폼이 영락 없는 경찰 단속반이었다. 임씨는 이들이 진짜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임씨는 결국 ‘손님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한 뒤 9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자술서까지 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씨는 업소 내 숙소까지 들어가 “사업자등록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또 임씨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목에 걸린 건 뭐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씨가 가짜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임씨는 “한번 만 봐달라.”며 사업자등록증 사본은 물론 백금 목걸이까지 순순히 건넸다. “우리는 처음 보지? 뒤를 봐주는 경찰이 누구야? 이름 대봐.”(이씨) 임씨가 알고 지내는 경찰이 없다고 하자 임씨는 “고향이 어디냐.”고 뜬금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바탕 활극을 벌인 진짜 목적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대전인데요. 서울 올라온지는 얼마 안됐어요.”(임씨) “그래? 나 당진 사람이야. 이런데서 동향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 (이씨) 은근슬쩍 화제를 돌린 이씨는 “112로 지원 요청을 하면 번거롭고 골치 아픈 일이 생기니 조용히 해결하자. 고향 사람이니 오늘은 그냥 봐줄게.”라고 운을 뗐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임씨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 했다. 하지만 이씨는 실제 있지도 않은 ‘과장님’까지 들먹이며 돈을 요구했다. 입막음을 하려면 ‘3장’(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장 현금은 없고 은행에 160만원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임씨의 말에 이씨 등은 은행까지 동행해 돈을 인출했다. 10만원권 수표 16장을 받아 챙긴 이씨는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찢으며 “영업 잘하라.”는 덕담까지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백금 목걸이도 이씨의 주머니로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 ‘가짜 경찰’이 남긴 결정적 증거는 이씨 일당이 덜미를 잡힌 것은 ‘입소문’ 때문이었다. 마사지업소 주인이 ‘가짜 경찰’에게 돈을 뜯겼다는 이야기가 경찰 귀에까지 들어간 것. 지난해 10월 경찰이 임씨를 상대로 조사했지만 제대로 된 단서를 확보할 수 없었다. 실마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가지고 있는 돈이 없다고 하니까 은행에서 돈을 뽑아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같이 있었는데….”(임씨) 경찰은 은행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두 사람의 신원을 파악한 뒤 그들이 숙소로 삼고 있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고시원을 덮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기자로 몇년간 근무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고시원을 전전하는 등 주거지가 일정하지도 않고 특수강도 29범 등 전과도 많았다.”고 말했다. 사이비 기자도 모자라 경찰까지 사칭해가며 돈을 갈취하던 이씨 등은 결국 공동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1월 30일 “동종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뒤에도 자숙하지 않고 죄를 저질렀고, 재범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유인책을 맡았던 문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사건 가담 정도가 비교적 약하고 이씨로부터 받은 범죄 수익도 많지 않다는 이유였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설] 진보당 당권파 어디까지 추락할 건가

    통합진보당이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정희 공동대표는 어제 “지도부 즉각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며 “부풀리기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관리 부실했던 곳이 전체에 비춰 보면 10%도 안 되는데 어떻게 총체적 부실이라고 딱지를 붙일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마당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식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당권파가 진상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비당권파 측에 당권을 줄 테니 지분을 보장하라는 거래를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 거래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당 대변인이 서둘러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런 말이 나도는 것 자체가 얼마나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언필칭 ‘도덕’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는 공분을 넘어 서글픔마저 갖게 한다. 진보당의 최대 조직기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조차 당의 쇄신을 촉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당은 지금 존망지추(存亡之秋)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며 큰소리다. 이 대표는 “폐쇄적인 조직논리, 내부 상황논리가 우리의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는 심상정 공동대표의 말부터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 대표는 진보의 가치를 잘못 알아도 너무 잘못 알고 있다. 국민은 이제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별 관심이 없다. 더 이상 진보의 이름을 팔며 민주주의를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당권파가 한줌의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억지논리를 되뇐다면 진보당의 추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시론] 추락하는 원전 신뢰 되찾아야 할 때/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시론] 추락하는 원전 신뢰 되찾아야 할 때/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최근 원전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중고부품에 이어 모조부품 사용, 한국수력원자력 고위간부의 납품비리 연루 등 각종 비리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잦은 고장과 은폐 등으로 불안하게 해왔던 터라 이번 비리는 원전 안전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게다가 사업자는 대국민 사과는커녕 원전 안전과 무관하다느니, 국내제품이 싸고 좋다느니 동문서답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감독자는 이번에도 어디 있는지 찾을 길이 없다. 누구 하나 초연하게 나서 문제의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사이 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고리 1호기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일어났던 인적 오류, 절차 무시, 기기 고장, 늑장보고 등. 그도 모자라 이젠 고리, 영광, 월성 원전 납품비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울진은 괜찮을까, 신고리, 신월성, 신울진은 온전할까? 이젠 우리 상상의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 원전 부품은 심사를 거쳐 부품 공급업체로 등록된 경우에만 납품자격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특정업체가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게 돼 유착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따라서 이번 울산지검의 수사로 고구마 줄기처럼 원전 비리가 줄줄이 뽑혀져 나오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사업자와 규제자는 얼마나 많은 다짐과 약속을 해왔던가. 그들의 설익은 탁상공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전 뒤안길에선 뿌리가 썩어가고 있었다. 뿌리가 썩으면 약한 바람에도 나무가 쓰러질 건 명약관화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무엇보다 30년 넘게 닫힌 조직문화와 솜방망이 규제문화, 유아독존 원전 당국의 합작품이다. 더욱이 세계 최고 운영실적, 세계 최저 고장사례 등의 숫자와 달콤한 원전 수출 등이 대한민국 원자력의 울타리를 높이는 사이 정부와 당국은 그들만의 동아리에서 안주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교훈은 자연재해보다 인재(人災)가 훨씬 더 무섭다는 거다. 대형지진과 지진해일이 뒤따랐지만 정작 후쿠시마 원전을 망가뜨린 건 사람들이었다. 원천적 설계 오류, 전문가 경고 무시, 사업자 늑장대응, 감독자 우왕좌왕. 근데 이런 인간재해보다 더 자주 원전을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각종 ‘부품 고장’이다. 그런데도 우리 원전 관계자는 별거 아니라는 투다. 녹슨 기기를 몰래 하청업자에게 건네주고 새것으로 둔갑시킨 다음 웃돈 주고 사도 미안하지 않고, 외제 밀봉 단품을 빼내어 베껴놓고도 국내특허 받고 성능실험까지 국산화에 한몫했다고 오히려 자랑이다. 만약에 이 사실이 외국 정품업체에 알려지면 지적재산권 분쟁은 물론 우리나라 원자력 위상은 말이 아니다. 이쯤 되면 납품비리를 넘어 사업윤리 문제요 상업도덕 문제이다. 하루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더 터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원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후쿠시마에 이어 국내원전 사고 은폐, 납품비리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와 당국이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슬기롭게 대화하지 못한다면 해외 수출은커녕 국내사업도 앞날이 암울하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신성장동력, 2030년 세계 3대 원전수출강국 등으로 원자력이 자리매김하려면 설비투자가 능사가 아니다. 조직과 사람과 문화가 모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구태의연한 수직적·폐쇄적 낡은 조직을 뜯어고쳐야 한다. 무사 만능주의가 팽배한 공기업의 틀을 깨고 나와 거대 국제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무한경쟁체제를 들여와야 한다. 처절한 세계 원전 장터에서 공기업이 설 자리는 아무 데도 없다. 원전의 국민 신뢰회복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추상적이고 애매한 약속보다는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원전이 내 집 마당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눈앞의 해외 수출을 걱정할 게 아니라 발등의 국민과 환경부터 돌봐야 한다.
  • [프로야구] 7억팔 유창식, 몸값 해냈다

    [프로야구] 7억팔 유창식, 몸값 해냈다

    ‘7억팔’ 유창식(한화)이 마침내 몸값을 해냈다. 시즌 첫 선발승으로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했다. 유창식은 3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와3분의2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내줬지만 삼진 7개를 솎아내며 단 1안타 1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과시했다. 유창식의 선발승은 지난해 8월 7일 잠실 LG전 이후 처음이며 자신의 통산 두 번째다. 앞서 중간계투로 6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한 유창식은 양훈과 박찬호의 5일 휴식을 위한 ‘연결고리’로 시즌 첫 선발 등판해 한대화 감독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유창식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7억원이라는 뭉칫돈(계약금)을 풀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6경기에 나서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9로 부진했다. 유창식은 전날 믿었던 류현진이 무너지는 등 망가진 한화 선발진에 구세주로 떠올랐다. 꼴찌 한화는 3연승을 노리던 LG를 4-1로 꺾고 2연패를 끊었다. LG는 1-4로 뒤지던 9회 말 무사 만루의 황금 같은 역전 찬스를 잡았으나 역전을 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롯데는 목동에서 9회 전준우의 극적인 2타점 결승타로 넥센을 4-2로 꺾고 하루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롯데는 2-2로 팽팽히 맞선 9회 선두타자 황재균의 2루타와 연속 볼넷으로 얻은 무사 만루 찬스에서 전준우가 짜릿한 적시타를 터뜨렸다. 전준우는 5타수 2안타 3타점, 황재균은 4타수 4안타로 공격에 앞장섰다. 2-2이던 8회 2사 후 등판한 롯데 최대성은 단 한 개의 공으로 김민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1구 승리는 올시즌 처음이며 통산 열 번째. 삼성은 대구에서 두산 선발 임태훈을 마구 두들기며 10-0으로 압승했다. 삼성은 0-0이던 5회 12명의 타자가 줄지어 나서며 4안타 4볼넷으로 대거 6점을 뽑는 응집력으로 승부를 갈랐다. 개막 3연승으로 토종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임태훈은 4와3분의1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낚았지만 3안타 4볼넷 5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로 첫 패배를 맛봤다. 평균자책점도 0.53에서 2.53으로 떨어졌다. 삼성 이승엽은 왼쪽 어깨의 미세한 통증으로 결장했다. SK-KIA의 광주 경기는 올시즌 최장인 4시간 40분 동안의 사투 끝에 연장 12회 6-6으로 비겼다. 두 팀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SK는 4-4로 맞선 연장 12회 초 안치용의 통렬한 2타점 3루타로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KIA는 12회 말 선두타자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과 안치홍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김원섭의 안타와 최희섭의 볼넷으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김상훈의 볼넷으로 극적인 동점을 일궜다. 역전도 가능했지만 차일목의 유격수 강습 타구가 병살로 처리돼 땅을 쳤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대구야구장 공사 유찰

    대구 새 야구장 건립에 차질이 생겼다. 공사를 맡을 건설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2일까지 입찰참가업체 선정을 위한 사전심사 신청을 받은 결과 응찰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3일 밝혔다. 새 야구장 건립에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500억원을 부담키로 해 삼성그룹 건설업체인 삼성물산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신청하지 않은 것은 시가 산정한 공사비로는 적자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물산도 야구장 건립공사까지 수주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와 낮은 공사비 부담 등으로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 1500억원 중 공사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1014억원뿐이며 이마저도 토목공사에 200억원을 쓸 경우 실제 공사비는 81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경우 건설업계의 예상 건축비보다 200억~300억원이 모자란다. 시는 이번 대구야구장 입찰에 지역 업체의 참여 비율을 49%로 못 박았지만 낮은 공사비 때문에 지역 업체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주요 대형 건설사들과 협의를 통해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고 이르면 이달 중순쯤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응찰할 건설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설업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사업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시는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을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음 입찰에서도 적격자를 선정하지 못한다면 10월 착공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새 야구장은 대구 수성구 연호동 일대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인근 15만㎡에 최대 수용 인원 3만명, 좌석수 2만 5000석 규모의 개방형으로 건설된다, 구장 건립비는 국비 300억원, 시비 700억원에 삼성 측이 500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조달될 예정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무상급식 지역별 편차 심각 전북은 90% 대구는 5%뿐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취지에 따라 도입된 초·중·고교 무상급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가 불과 3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무상급식을 아예 외면하는 등 시·도교육감과 단체장의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지역별 편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예산이 모자라 무상급식을 확대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별 무상급식 학교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전국 1만 1373개 초·중·고교 중 68.5%인 7785개 학교가 전체 또는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9월 1만 1196개교 중 16.2%인 1812개교만이 무상급식을 실시한 것에 비해 4.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5921개교 중 4770개교가 전체 학년, 622개교가 일부 학년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해 참여율이 91.0%에 달했다. 중학교의 경우는 전체 3161개교 가운데 전체 학년 1134개교, 일부 학년 1027개교로 참여율이 68.4%로 나타났다. 서울시 등 주요 도시의 무상급식 조례에 포함되지 않은 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2291개교 중 10.1%인 232개교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었다. 무상급식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역별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3월 현재 전북은 전체 학교의 89.6%가 무상급식을 실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시율을 보였다. 이어 전남 87.6%, 제주 83.6%, 경기 81.0% 등의 순이었다. 반면 대구는 전체 431개 학교 중 초등학교 21곳에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해 실시율이 겨우 5.1%에 그쳤다. 이 같은 지역별 격차는 무상급식에 대한 해당 지역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전북, 전남, 경기 등은 무상급식 참여율이 다른 시도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대구, 울산, 경북 등의 경우 참여율이 극히 낮게 나타났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접한 경남(77.2%)과 부산(48.0%)이 참여율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면 무상급식이 결국 이념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북은 고립과 피폐 자초할 핵실험 포기하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징후가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유엔 산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24시간 감시체제 돌입 사실을 밝힌 가운데 미국·중국이 연이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제는커녕 엇나가고만 있다. 한반도 상공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의 발신 주체로 의심을 받으면서 성동격서 식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태도야말로 근본적인 전략적 오판이라고 본다.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보가 체제 유지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믿음 자체가 미망(迷妄)이라는 뜻이다. 구소련이 미사일이나 핵탄두 수가 모자라 무너진 게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지난달 ‘광명성 3호’라는 이름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발사 1분 만에 산산조각이 났지만, 설령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한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는 주민들 중 누가 이를 ‘강성대국’ 진입의 징표로 믿겠는가. 북한은 지난 20년간 플루토늄과 우라늄, 그리고 미사일이라는 카드를 번갈아 흔드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즉,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미끼로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면서 뒤로는 핵개발 능력을 축적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전술의 약발이 다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보상이 반복되는 패턴은 무너졌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북한의 과거 혈맹 격인 중국조차 3차 핵실험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엊그제 방한한 칭화대 추수룽 교수의 입을 통해 전해진 추정이다. 원유 공급 중단이나 원조를 끊는다는 중국의 강경 방침이 사실이라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순간 북한은 ‘국제적 왕따’가 되는 사태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GPS 교란으로 인천공항을 오가는 세계 각국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해 뭘 얻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을 위해 7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기진 주민들을 8년간 먹일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 아닌가. 북한 지도부는 무모한 도발을 저지르면 세습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립을 자초해 굶주린 주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임을 깨닫기 바란다.
  • [포토 다큐 줌인] 외국인 혐오증 위험수위…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르포

    [포토 다큐 줌인] 외국인 혐오증 위험수위…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르포

    지난달 수원에서 조선족 오원춘의 여대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조선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사건의 여파는 오씨 개인을 넘어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전체로 퍼져 나갔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이 된 이들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확인하러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을 찾아가 봤다. 근처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외국인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조성된 이 마을에는 안산시 단원구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3만 6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공단이 쉬는 일요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원곡동에서는 한국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자와 알 수 없는 외국어가 적힌 간판들 사이에서 오히려 한글 간판이 이국적으로 보였다.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로 붐비는 거리에서는 두려움 섞인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이방인으로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봤다. 방글라데시의 설맞이 문화행사가 열린 안산시 화랑공원. 2000여명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파 속에서 녹색 조끼와 모자 차림의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올해 3월 발족한 외국인자원순찰대다. 범죄예방과 외국인 정착지원 등 지역 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순수한 자원봉사 활동이다. 나이지리아인 아군마두 마이클 오(46)에게 ‘순찰대 참여동기’를 묻자 “한국으로부터 많이 받았다. 다시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며 서툰 한국말로 대답했다. 빙순호 안산단원경찰서 외사계장은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휴일인데 열성적으로 순찰대에 참여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체류심사 때 가산점 부여 같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취재 중 알게 되어 방문한 인도네시아인 수코초(37)의 집. 그의 책상 위 달력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국어 수업 일정과 자원봉사 일정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방 한쪽에 놓인 아동복에 호기심을 보이자 “우리 아기 선물”이라면서 가족에게 보낼 선물꾸러미를 풀어놓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박지성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와 축구화를, 아내에겐 멋스러운 한국 스타일의 구두를 준비했단다. 수초코는 밝은 표정으로 선물 자랑을 하면서도 연신 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서 예전 중동에서 일하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며칠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 타지에서 외롭게 돈을 벌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 이들의 진짜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꿈이 있는 한국 사회에 동화되고 한국인을 닮아가고 싶어 했다. 2011년 안산 단원구의 범죄 발생 건수 총 1만 3670건 중 외국인 범죄는 458건으로 전체의 3.36%에 불과했다. 외국인 인구비율이 10%임을 감안하면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사건 발생률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항상 의심과 두려움 섞인 눈총에 시달리고 있다. 안디옥 교회의 정상엽 목사는 “공단의 중소기업들은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절대 가동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과거 우리 해외파견 노동자들과 비슷한 이들에게 포용과 자비를 베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목의 문화공원 중앙에 놓인 커다란 돌 위에 ‘We are the One’(우리는 하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짧은 단 한 줄의 이 글이야말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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