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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일본 공항정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칼럼] 일본 공항정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 때론 극단적인 행동이 예기치 못한 손실을 초래하고, 다른 곳에서 생각지 못한 반사적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했는데, 그 이면에 일본이 제공한 요인도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1964년 일본이 아시아 최초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하네다 국제공항으로는 부족해 내륙에 나리타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보잉747 점보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 1본을 건설해 하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국위도 높였다. 국제항공 이용객이 많이 늘어나자 일본은 나리타 공항 제1 활주로와 나란히 제2 활주로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런데 공항 확장을 반대하는 지역단체, 야당 등 7개 집단이 제2 활주로 건설예정부지 중심부에 땅 23㎡(7평)를 공동 등기하고 결사적으로 반대, 공항건설은 30여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많은 외국항공사가 도쿄노선 증편을 원했지만 활주로 능력 한계로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은 ‘투포트’ 정책으로 돌아서 오사카에 국제공항을 건설, 1993년에 개항했다. 문제는 지방공항에서 터졌다. 일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1현(縣)1공항 정책을 표방하며 앞다퉈 공항을 건설했다. 1990년대 초에 센다이, 아오모리, 아키다, 니가타, 후쿠시마 등 지방 공항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지방에서 해외로 나가려면 국제선 전용 나리타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데, 국내선 전용 하네다 공항을 거쳐 기차나 자동차로 나리타까지 이동하는 데 왕복 4~5시간이 더 걸렸다. 그러자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시간상 가까운 우리나라 김포국제공항과의 국제선 노선 개설을 원했다. 우리는 못 이기는 척 일본 운수성과 항공회담을 통해 합의해 줬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국내선은 전일본항공(ANA), 국제선은 일본항공(JAL)이 주로 운항토록 시장분리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단거리인 한국노선은 양사가 운항토록 했다. 하지만 김포와 일본 지방공항 간 여객 수요가 많지 않았고, 일본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우리 항공사보다 비용이 높다 보니 우리 항공사들만 노선을 배분받아 일주일에 2~4회 정도 독점 운항했다. 김포공항은 급속히 포화됐고, 인천공항 건설을 앞당기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일본은 뒤늦게 나리타 공항 제2 활주로 건설 계획을 변경해 건설했다. 우리 항공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나리타 공항 운항횟수를 늘렸다. 국제선을 주로 운항하는 JAL이 최근 파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보면, 극단적인 반대가 결국 상대에게 예기치 않은 반사적 이익을 주고 자국의 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지방공항은 골칫덩어리다. 양양공항에는 국제선은 고사하고 국내선 정기편도 한 편 없다. 무안공항은 국적 항공사는 없고, 중국 항공사가 일주일에 6회 운항할 뿐이다. 그것도 활주로 길이 제약으로 160인승 정도의 항공기만 운항할 수 있다. 지방공항 개항 이후 수요 예측이 빗나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비단 지방공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해·용인·의정부 경전철, 경인 아라뱃길 건설을 강조했던 전문가, 지자체나 관련 부처의 정책 결정자들 가운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자는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이라(過而不改 是謂過矣)”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 많고, 추진 중인 사업도 많다. 하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고, 증세는 반대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 또한 많다. 필요한 사업도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 결정할 수 있도록 협조해 지역 갈등을 막아야 한다. 정치인들과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먼저 바꾸고 솔선수범했으면 한다.
  • 佛기마병 옷 차림 사관생도 그냥 폼 나니까 입힌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에서 영국 국기 하강식이 열렸다. 조금 있으면 사라지게 될 장면. 사진기자들이 스케치성 취재에 나섰다. 그때 찍힌 사진은 바람에 펄럭이는 킬트, 그 사이로 드러난 스코틀랜드 병사의 근엄한 알궁둥이였다. 안 그래도 늘 질문에 시달리던 차에 대체 킬트 안에 뭘 입느냐는 질문에 또 시달리게 됐다. 킬트가 남자의 옷이다보니 마릴린 먼로처럼 몸을 배배 꼬면서 샤넬 넘버 파이브라 답할 수는 없는 노릇.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인정하는 베스트 대답. Q : 킬트 안에 무엇을 입으셨나요? (여자에게 답할 때) A : 신이 주신 은총을 입고 있다오. (아주 무례한 여자에게) A : 커다란 백파이프요! 만져보시겠소? (남자에게 답할 때) A :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을 입고 있다오. (아주 무례한 남자에게) A : 당신 마누라의 립스틱! ‘옷 입은 사람 이야기’(이민정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는 옷에 대한 재밌는 얘기 모음이다. 그렇다고 낄낄거릴 내용만은 아니다. 저 얘기 끝에 저자는 우리나라는 왜 버젓한 전통 내팽개치고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에게 프랑스 기마병 옷을 입히느냐고 되묻는다. 그냥, 폼 나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미친 모자 장수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16~19세기 유럽의 비버털 모자 유행을 읽어낸다. 존 에스터라는 모피사업가가 현재 돈으로 1100억 달러, 그러니까 약 132조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어머어마한 유행이었다. 비버는 멸종위기에 몰렸고, 비버 털을 치대 모자를 만들던 모자장이들은 수은 중독으로 미쳐가고 있었다. 이 비버 광란은 19세기 중반, 딱 멈췄다. 비버 사랑 자연 사랑을 깨달아서? 비천한 노동자들의 수은 중독을 더는 눈뜨고 지켜볼 수 없어서? 이유는 딱 하나. 유행이 바뀌었다. 비버털 모자에서 실크 모자로.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인해 부각됐던 모르몬교의 특이한 속옷 문화, 히잡을 쓴 역도선수 쿨숨 압둘라의 사례,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팬티만큼은 초특급으로 야한 것만 골라 입는 시리아의 희한한 풍속, 모피 반대 운동 등 동물해방을 외치는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 운동의 너무 극단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위 등 옷과 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흥미롭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신화를 해체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16년간 옷 공부를 하면서 모아뒀던 이런저런 자료에서 재밌는 얘기들을 추출해냈다. 1만 28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나들이의 계절 RV시장 ‘불꽃대전’

    나들이의 계절 RV시장 ‘불꽃대전’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나들이 철을 맞아 레저용 차량(RV)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불꽃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수입차의 공세로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업체들이 R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주말 레저 활동인구와 캠핑족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트렁크 공간이 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목적 RV 차량의 수요가 느는 것도 원인이다. 29일 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올 1~2월 SUV 판매량은 3만 7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자동차 내수 판매가 -2.8%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세단이나 대형차를 타야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RV와 SUV 등 자신의 개성에 맞는 차를 선호한다”면서 “앞으로 다목적 차량의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봄 각 업체가 새롭게 선보인 RV 차량을 꼼꼼히 살펴보자. 기아차는 지난 28일 신형 카렌스를 선보이며 내수시장 반전을 꾀하고 있다. 기존 LPI(LPG) 엔진 모델뿐 아니라 디젤 엔진 모델을 추가했고 밴의 공간 활용성 등을 골고루 갖춘 실용성 등이 인기 비결이다. 세단의 고급스러운 감각을 지닌 신형 카렌스는 누우 2.0 LPI를 탑재해 최고출력 154마력, 최대토크 19.8㎏·m의 파워를 자랑한다. 기존 카렌스보다는 출력이 16마력 늘었지만 연비는 평균 9.0㎞/ℓ로 오히려 기존 모델(7.7㎞/ℓ)보다 좋아졌다. 또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비롯, 6개의 에어백,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등 각종 편의사양이 기본 장착됐다. 가격은 1965만~2715만원이다. 현대차도 최근 7인승 SUV 맥스크루즈를 선보였다. 길이가 4915㎜로 국내 SUV 최대 크기다. 휠베이스도 2800㎜로 캠핑이나 레저용 장비를 싣고 다니기에 충분한 실내공간이 매력적이다. 특히 220V 전기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220V 인버터가 장착돼 편의성을 더했다. 3500만~3920만원이다. 또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는 완성차 업계에선 처음 선보이는 캠핑 전용 모델이다. 특장차 전문회사인 성우특장이 4인 가족 캠핑용 차량으로 개조했다. 둘이서 잘 수 있는 침대가 있으며, 차량 조수석의 루프는 캠핑용 천막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와 싱크대, 전기레인지 등 편의시설도 장착됐다. 가격은 4802만원으로 기존 캠핑 전용차량(7000만~8000만원)에 비해 싼 편이다. 쌍용차도 코란도 투리스모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11인승 미니밴으로 사륜구동(4WD) 차다. 2월에만 882대가 판매됐다. 누적 계약 건수는 3200여대에 달한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코란도 투리스모 출시 이후 평택공장에서는 잔업도 모자라 주말 특근까지 한다”고 말했다. 6인 이상 탑승하면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고 세금도 1년에 6만 5000원으로 저렴하다. 가격은 2480만~3564만원이다. 또 국내 유일한 소형 SUV인 한국지엠의 트랙스도 인기몰이 중이다. 트랙스는 예쁜 디자인과 1.4ℓ 터보 엔진 등으로 출시 전부터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예상을 웃도는 높은 가격으로 출시 초기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됐지만 선전하고 있다. 1940만~2289만원. 르노삼성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소형 SUV QM3를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이고 바람몰이에 나섰다. QM3를 디자인한 르노그룹의 디자인 총괄 로런스 반덴애커 부회장은 “새로운 개념의 크로스오버인 QM3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이고 실용적이며 혁신적인 제품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격은 미정이고 올 하반기에 국내 시판 예정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돈이 원수’ 죽은 엄마와 8개월간 한 방 생활

    ‘돈이 원수’ 죽은 엄마와 8개월간 한 방 생활

    돈이 원수였다. 죽은 엄마와 8개월 동안 한 방을 쓴 여자가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 여자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건 경제적으로 궁핍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건은 독일 뮌헨의 모자크 지역에 발생했다. 여자의 엄마가 70세를 일기로 사망한 건 2012년 7월. 엄마는 빚만 남긴 채 숨을 거뒀다. 엄마와 함께 살던 39세 딸도 빈털털이였다. 장례식을 치르고 시신을 매장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딸은 숨을 거둔 엄마와 한 방에서 생활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침대 곁에 침대소파를 놓고 엄마의 시신을 눕혀놓고 잠을 잤다. 이렇게 보낸 시간이 무려 8개월. 끔찍한 사건은 법원이 여자의 집에 가압류를 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집을 찾아간 법원 직원에게 여자는 “(채무자인)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다. 시신을 아직 집에 모셔놓고 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직원이 방으로 들어가 보니 실제로 시신은 침대소파에 누워 있었다. 시신은 이미 상당히 부패해 악취를 내고 있었다. 당국은 직원의 신고를 받고 시신을 수습했다. 한편 여자는 스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해 당국의 도움으로 정신치료센터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장례비용이 최고 3200유로(약 461만원)까지 지원되는 제도가 있다.”며 “무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안타까움이 더하다.”고 말했다. 사진=페트라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사설] 현실과 따로 노는 국가장학금 손봐야 한다

    국가장학금 제도의 빛이 바랬다. 대학생 등록금 부담 등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국가장학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의 대안으로 서둘러 마련한 제도인 만큼 어쩌면 출발부터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른바 국가장학금 1유형은 학생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2유형은 등록금 인하나 장학금 확충 등 대학의 자체 노력과 연계해 장학금을 배정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그런데 1유형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탈락률이 높고 2유형은 대학 측의 자구노력이 미흡한 탓에 혜택을 받은 학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장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유형에 책정된 예산은 6000억원으로 이 중 3349억원(55.8%)을 배정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책정 예산 7500억원의 93.4%를 각 대학이 받아간 것과 대비된다. 국가가 주겠다는 장학금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학으로서도 할 말은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재정구조가 취약한 사립대들은 무턱대고 등록금을 내리고 장학금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학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대학 측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든, 국가장학금 제도의 맹점 때문이든 분명한 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국가장학금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대학이 자구노력을 기울이도록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국가장학금을 배정하는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1유형의 국가장학금도 과연 바른 곳에 쓰여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정작 도움이 절실한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엄격하게 제한된 성적 기준 때문에 장학금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신청자 5명 중 1명꼴로 탈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게 국가장학금 도입 취지 아닌가. 부도 학력도 대물림이 되는 현실이다. ‘학점잣대’가 제일의적인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본다. 국가장학금이 동이 나도 모자랄 판에 절반 가까이 남았다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국가장학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있어야 한다.
  • 폐비닐·폐부직포·농약병… 농촌은 영농폐기물 몸살

    폐비닐·폐부직포·농약병… 농촌은 영농폐기물 몸살

    전국 농촌 지역이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비닐과 잔류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폐비닐과 생활쓰레기를 노천에서 소각하는 사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폐부직포(보온덮개용)나 비료포대, 쓰다 만 봉지 농약까지도 불에 태워 환경오염은 물론 농민들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폐비닐이나 농약병은 정부가 나서 수거보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발생량 대비 수거율은 절반 수준이다.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은 불법 소각되거나 자연에 방치되고 있다. 기술 영농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영농자재가 나오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농촌 곳곳에 쌓여있다. 폐비닐과 농약병, 폐부직포 등 각종 영농 폐기물의 처리 실태와 지원 정책 등을 알아본다. 폐비닐은 썩지도 않고 땅속에 묻힐 경우 지력을 약화시키고 토양오염 등 환경피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농촌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봄철을 맞아 영농폐기물 수거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농촌의 폐비닐 처리를 위해 1980년부터 수거보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폐비닐을 마을단위 집하장에 모아두면 ㎏당 30~50원을 국고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제도 시행으로 연간 100억원가량이 국고에서 지원됐다. 하지만 1998년 10월 이후부터 국고 지원을 대폭 줄이고(19억 5000만원), 지자체별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4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농촌의 폐비닐 방생량은 연간 32만 4000t에 달하고, 수거되는 양은 17만 7000t으로 수거율이 55%에 그쳤다. 이처럼 수거율이 낮은 것은 예산이 바닥나면 이후부터 수거를 중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는 “마을 공동 집하장에 폐비닐을 모아 놓으면 무게에 따라 지자체에서 보상급을 지급하는데 예산이 모자라면 대부분 조기에 수거 작업을 끝낸다”고 말했다. 현재 농촌에서 수거된 폐비닐은 이물질 등을 제거한 뒤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된다. 한국환경공단은 올해부터 폐비닐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폐비닐 수거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거된 폐비닐의 상태에 따라 보상금을 달리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벌인 뒤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수거보상금은 흙·돌·끈 등 이물질 함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지자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A등급(적정 선별품), B등급(보통 비닐), C등급(이물질 함유)으로 구분해 등급에 따라 ㎏당 120원(A등급), 100원(B등급), 80원(C등급)을 준다. 폐비닐 외에 유독물인 빈농약병도 용기 종류에 따라 개당 50~60원씩 수거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농약 등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혼선을 빚기도 한다. 빈농약병은 한 해 7800만개가 발생해 5000만개를 수거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비닐이나 농약과 달리 인삼 재배나 가축들을 위해 사용하는 차광막, 참외농사 등에 보온용으로 덮는 부직포 등 신소재 폐기물도 넘쳐나지만 수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수명을 다한 차광막·부직포는 농촌 곳곳에 방치돼 흉물로 등장했다. 인삼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이나 대규모 축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방치돼 있는 차광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용이 늘어난 부직포도 마찬가지다. 참외 재배 지역으로 유명한 경북 성주군은 최근 폐부직포 수거에 사활을 걸었다. 수명을 다한 폐부직포가 다량으로 발생해 들판에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매립이 빈번해 심각한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방치된 폐부직포는 장마철에 수로를 막아 거대한 담수호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성주군은 태풍 때 내린 폭우로 주택·상가 900여동이 침수되고 농경지 242㏊가 매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에 성주군은 대대적인 폐부직포 수거에 나서는 한편 실적이 좋은 읍·면에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폐비닐도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보상단가를 대폭 인상했다. 주민 김형수(성주군 성주읍 대황2리)씨는 “흉물로 방치되던 폐부직포를 군에서 수거하고 재활용할 방안을 찾은 것이 기쁘다”면서 “수거 정책이 정착되면 깨끗한 지역 이미지가 부각돼 특산물인 성주참외의 명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5·끝)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5·끝)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인 5회째를 게재합니다. 농업 부문에서 화훼 연구에 매진해 ‘꽃의 달인’으로 선정된 충북 농업기술원 김주형(49) 농업연구사, 오미자를 블루오션 산업으로 키운 경북 문경시 농업기술센터 이우식(53) 지방농촌지도사, 친환경 관련 신농법 20여 가지를 개발한 경북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김진원(54) 지방농촌지도사를 소개합니다. 열정으로 뭉친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18명의 제도개선이나 새로운 업무 발굴 사례가 다른 부문에도 도미노처럼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 김주형 충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논문 103편 써내 농업연구원상 단골, 장미 ‘그린펄’로 화훼 한류 이끌어 농업 부문에서 달인으로 선정된 충북 농업기술원 김주형(49) 농업연구사는 ‘꽃의 달인’으로 불린다. 1990년 농촌진흥 분야 공무원으로 처음 발을 디딘 후 화훼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매진한 그는 연구직 공무원으로는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농업연구원상을 두 차례나 받은 이 분야의 최고 실력자다. 김 연구사가 개발한 신품종은 해외와 겨뤄도 이길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해 개발한 장미 품종 ‘그린펄’은 일본 경매시장에서 본당 170엔으로 최고가에 낙찰됐다. 현지 최상품보다도 50%나 비싼 값이다. 연한 녹색 잎에 가시 없는 줄기가 특징인 그린펄은 ‘화훼 한류’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품종 개발은 그대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국산 품종은 로열티를 외국에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농가에 큰 이득이 됐다. 장미에서 나오는 추출물인 ‘탄닌’을 산업화하자는 그의 발상은 장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는 항산화 작용으로 건강과 미백에 좋다는 탄닌을 활용해 장미오일, 장미차, 장미화장수, 장미음료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이들의 판매액은 연간 3억~5억원에 이른다. 또 장미 케이크와 장미 김밥 등도 개발해 일반인의 식탁에 장미를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그가 이렇게 개발한 신품종은 장미와 난, 백합, 야생화 등 26종에 이른다. 그는 “이른바 ‘종자 전쟁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세계 각국이 종자 산업에 뛰어들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는 품종 개발의 볼모지였다”고 소회했다. 그가 연구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데 있다. 그가 개발한 국화재절화 재배법은 국화 수확을 1년에 1회에서 2회로 늘려 농촌의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소했다. 국화재절화 재배법은 1년에 약 250시간의 노동력 감소 효과를 가져왔고, 특허 출원돼 전국 시범사업으로 채택됐다. 국화 재배 농가에서는 대부분 이 방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김 연구사가 연구한 국화 ‘일시개화법’도 노동력 절감에 큰 도움이 됐다. 국화가 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120일. 이 가운데 30~40일은 국화를 수확하는 데 소요된다. 그가 개발한 방법은 개화 시기를 균일하게 맞춰 수확 횟수를 줄이는 재배법이었다. 8~12회의 수확 횟수를 6~9회로 줄였고, 17일 이내에 모든 수확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여름철 고온이 특징인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국화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농촌의 고민거리였다. 그는 시설 내 광량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방법으로 국화 퇴색 방지법을 개발해 농촌에 보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 연구사가 20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발표한 논문은 10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관련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34건이다. 그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으로 화훼 연구에 매진했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로 ‘처음부터 다시 출발’을 한 경험이 큰 밑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이우식 경북 문경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한약재에 불과했던 오미자를 문경 블루오션으로 年 1000억대 소득 “한약재에 불과했던 오미자를 문경의 블루오션으로 도약시킨 것에 대해 담당 공무원으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경북 문경시 농업기술센터 이우식(53·지방농촌지도사) 오미자연구담당은 오미자를 문경의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 7년여간 고집스럽게 ‘오미자 연구’라는 한 우물만 팠다. 이 담당은 이번에 농업분야 달인으로 선정됐다. 주변에선 그를 ‘오미자 박사’라고 부른다. 이 담당과 오미자의 인연은 200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경 동로농협이 수매한 생오미자가 잦은 비로 폐기 직전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활용 방안을 궁리하던 끝에 사무실에서 시험 삼아 뭉개진 오미자와 소주, 설탕으로 칵테일을 만들었다. 이 담당은 물론 동료까지 붉은빛에 어우러진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오묘한 맛과 향에 매료됐다. 오미자의 대변신이었다. 이때부터 오미자를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기고 육성에 나섰다. 그는 “고혈압과 뇌졸중 예방 등에 효과 좋은 오미자를 잘 가공하면 ‘제2의 인삼’으로 상품화할 수 있겠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담당은 생산·가공 등 오미자 연구에 밤낮없이 매달렸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행운도 찾아왔다. 2005년 행정자치부가 전국 낙후 지역 대상 신활력사업 공모에서 그의 오미자 육성 방안이 선정된 것이다. 국비 60억원을 확보할 발판도 마련됐다. 문경시는 2006년 전국 최초로 오미자담당 자리를 만들어 이 담당에게 맡겼다. 그는 이때부터 오미자 육성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겼다. 그는 오미자를 산업화하려면 무엇보다 재배 면적 확대가 시급하다고 판단, 농가에 재배 자금을 무이자로 알선해 줬다. 가공과 유통, 판매에도 발벗고 나서 같은 해 오미자산업특구로 지정되도록 앞장섰다. 특히 가공연구소를 설립해 오미자와인, 오미자청, 오미자주스 등 고품질의 제품 생산에도 열정을 쏟았다. 120여종에 이르는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국내외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노력으로 문경의 오미자 재배 면적은 2005년 325농가 178㏊에서 지난해 1050농가 800㏊로 4.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연간 생산량은 600t에서 4800t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문경의 대표 농산물이 됐다. 소득도 껑충 뛰었다. 2005년 41억원에 그쳤던 소득이 현재 1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 등 9개국에 연간 60여억원 어치의 제품이 수출된다. 이뿐만 아니다. 전국의 공무원과 농민들이 매년 문경 오미자 산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50~60여 차례씩 찾는다. 이 담당은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문경 오미자 산업은 매년 20% 이상 성장한다”면서 “10년 내에 연간 소득 5000억원 이상의 효자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진원 경북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농업기술사 자격증 3종 세트 섭렵, 친환경 신농법 20개나 만들어내 농업 분야 달인 김진원(54·지방농촌지도사) 경북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기술개발담당은 화려한 경력의 전문가다.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기술자격시험의 고시라 불리는 농업기술사 자격증을 3개나 취득했다. 종자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농화학기술사 등이다. 이 분야 국내 최초다. 10여년 전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매년 농촌진흥청과 자치단체 등 전국을 무대로 신농법 강의에 나서고 있으며, 매년 60~70차례 현장 교육 및 상담도 빼놓지 않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그를 주위에선 ‘신농법 제조기’라 부른다. 지금까지 개발한 친환경 관련 신농법만도 20여종에 달한다. 2000년 들어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 농업 강의에 나선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웰빙 열풍으로 농가들이 친환경 농업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농법에 어두웠던 데다 관련 제품마저 부실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를 접한 김 담당은 당장 친환경 신농법 개발 및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35년 공직생활 동안 갈고 닦은 지식을 총동원했다. 먼저 같은 해 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개발했다. 우렁이 투입 시기를 논바닥 평탄 후 8~15일에서 3일 이내로 대폭 앞당겼다. 결과는 1석 3조였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잡초가 제거돼 농경비 절감에다 토양 및 수질 오염까지 예방됐기 때문이다. 2002년엔 축산 농가들의 항생제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생균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친환경 고급육 생산과 예천한우 브랜드 육성의 전기를 마련했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2005년 전국 공공기관 최초로 생균제 공장을 준공, 지역 500여 한우 농가에 연간 600t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집요한 연구와 시험을 통해 각종 작물 재배에 유용한 친환경 미생물 8종을 개발했다. 이들 미생물은 모든 작물에 적용이 가능하며 병해충 발병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검증됐다. 화학비료 및 농약에 의존하던 농가에 연간 7만ℓ(7000㏊ 사용량)의 미생물을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바이오센터 건립에 앞장선 것도 그였다. 이 밖에 돼지 분뇨 발효 및 퇴비 추출물을 이용한 액비 개발, 담배나방 방제용 살충제 개발, 유황 오리알 생산 기술 개발, 시설하우스용 백련 기술 개발 등 친환경 농업 기술 개발 및 영농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업 발전을 위한 그의 연구·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도 담배나방 친환경 방제 기술 및 살충 곰팡이를 이용한 방제 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김 담당은 “내 가슴속에 농민과 농촌에 대한 오롯한 애정이 없었다면 그 어느 하나도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민이 잘살고 농촌이 발전하는 일에 열과 성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예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불청객’ 심근경색, 심혈관계 질환 꽃피는 3~4월에 가장 많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이 겨울보다 봄철인 3~4월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2년간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심장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3~4월 환자수가 연평균은 물론 겨울(12~2월) 평균보다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분석 결과, 2011년의 경우 3~4월에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4128명으로 겨울 평균 3976명보다 3.8%가 많았다. 2012년에도 3~4월 환자가 4193명으로 겨울의 4044명보다 3.7%가 많았다. 이처럼 봄철에 심혈관질환자가 많은 것은 심한 일교차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는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좁아진 혈관 부위에 혈전이 엉겨붙어 혈액의 흐름을 막으면서 허혈성 심장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절기에 섣부르게 옷을 가볍게 입으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된다”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흡연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졌거나 고령자는 외출할 때 번거롭더라도 외투나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해 체온 저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체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등산이나 마라톤 등 무리한 활동을 할 경우 몸에 과부하가 걸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미주통신] ‘무인기’ 뉴욕시 거리 밀착 감시 논란

    [미주통신] ‘무인기’ 뉴욕시 거리 밀착 감시 논란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조만간에 정밀 무인기 등을 동원하여 뉴욕시의 범죄 예방을 위한 거리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뉴욕경찰(NYPD)의 감시 카메라를 모든 거리를 감시할 수 있도록 강화할 것이며 정밀 무인기를 동원한 감시를 강화해 범인은 이제 도망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5년만 기다리면 좋든 싫든 어느 곳이나 감시 가능한 기술이 실현될 것” 이라며 “감시 카메라가 빌딩에 있든 하늘에 있든 큰 차이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블룸버그 시장의 이러한 언급이 알려지자 다수의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뉴욕시가 빅 애플(Big Apple : 뉴욕시의 별칭)이 아니라 빅 브라더(Big Brother :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을 지칭)가 되려고 한다며 블룸버그 시장의 계획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 시민은 “사회 연금에 들어가는 돈도 모자라 무인기에 돈을 써야 하느냐?”며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단순히 비난할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범죄 예방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무인기의 시민 감시를 풍자한 SNS의 캐리커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단 음료 vs 짠 음식, 몸에 더 해로운 것은?

    단 음료 vs 짠 음식, 몸에 더 해로운 것은?

    당분 많은 음료와 염분 강한 식품, 어떤 것이 몸에 더 해로울까? 최근 하버드대 공중위생 연구팀이 매년 전 세계에서 18만 3000명이 탐산음료 및 당분이 과다 첨가된 주스, 스포츠 에너지 음료 등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충격을 준 가운데, 패스트푸드 등 염분이 강한 음식의 위험성은 이보다 10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공개한 하버드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0~2010년까지 나이와 성별, 사는 지역, 국가 등을 구별해 총 50여 개국 24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량을 관찰한 결과 2010년에 1인당 하루 평균 약 4000㎎의 나트륨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000㎎ 이하의 2배에 달하는 양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사망한 사람 중 15%에 달하는 230만 명이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들 중 70세 이하가 거의 100만명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평소 과다하게 나트륨을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하버드의과대학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가 다 함께 염분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 방법이야말로 잠재적으로 수 백 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나트륨 섭취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집트 순이었으며, 카타르, 케냐, 아랍에미리트 등은 반대로 나트륨 섭취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국가로 조사됐다. 미국심장협회는 식빵이나 롤케이크 등의 제과류와 햄, 소시지 등의 가공육류, 치즈 토핑의 피자, 통닭 등 튀김 음식,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등을 건강에 해로운 짠 음식으로 선정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가출한 ‘낭만 고양이’ 옹이의 꿈과 모험

    가출한 ‘낭만 고양이’ 옹이의 꿈과 모험

    동화 속 고양이가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까마귀 못지않게 늘 어두운 분위기를 띠었고, 악역을 도맡았다. 아니면 모자란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에 발표한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야 할까. 동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청개구리 펴냄)의 주인공도 고양이다. 주인공 ‘옹이’는 아파트에 사는 선희네의 애완 고양이로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지냈다. 재롱을 떨고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는 배부르고 등 따뜻한 평범한 고양이였다. 어느 날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와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변화가 시작된다.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싶어하던 카나리아는 소원을 이룬다. 홀로 남은 옹이는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한다. 옹이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영리하고 용감한 고양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늘 톰을 괴롭히는 ‘제리’와 같은 고양이 무서운 줄 모르는 생쥐를 혼내 주고, 고양이의 명예를 되찾는 것이다. 옹이는 과감히 선희네 집을 탈출한다.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다. 죽을 뻔한 고비도 넘기고, 혼내줘야 할 쥐에게도 속는다. 그러다 결국 아이들의 축구공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다행히 재활용품을 주워 파는 인숙이 아빠가 구해준다. 그리고 달 밝은 산동네에 살게 된다. 옹이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마음씨 따뜻한 인숙이네 식구들이 좋다. 하지만 인숙이 아빠가 몸을 크게 다치면서 집안이 어려워진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인숙이 남동생 일남이가 옹이의 재주넘기 실력을 이용해 길거리에서 아빠의 치료비를 모금한다. 급기야 방송까지 출연한 옹이. 이 일로 유명세를 치른 옹이를 옛 주인 선희가 다시 찾아오는데…. 모험을 떠나기 전과 다녀온 뒤 옹이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에 등장하는 부도리와 비슷하다. 여러 안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가인 박상재는 꿈을 지닌 고양이 옹이를 통해 소망하는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이들에게 일깨운다. 옹이는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아이들에게 ‘이 모든 게 다 모험이야!’라며 응원한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위한 그림책. 98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프로농구] 인삼公, 4강행 ‘9부능선’ 선점

    KGC인삼공사가 4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섰다. 인삼공사는 22일 안양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오리온스를 60-56으로 눌렀다. 첫 승을 따낸 인삼공사는 4강 진출의 중대 교두보를 확보했다. 6강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무려 93.8%에 이른다. 두 팀은 24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인삼공사 김태술(12점·2어시스트)과 오리온스 전태풍(6점·8어시스트)의 포인트가드 맞대결에서는 김태술이 승리했다. 후안 파틸로(12점·7리바운드)는 3쿼터에서 10점을 몰아쳐 승리에 힘을 보탰다. 1쿼터에서 탐색전을 펼치던 인삼공사는 19-20으로 뒤지던 2쿼터부터 적극 공세로 나섰다. 김태술과 정휘량이 정확한 슛으로 공격을 선도하며 30-22로 달아났다. 오리온스는 주포 리온 윌리엄스가 3쿼터 종료 8분 55초를 남기고 4반칙으로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악재를 만났다. 조셉 테일러가 교체 투입됐지만 파틸로를 막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파틸로가 3쿼터 막판 네 차례 연속 미들슛을 터뜨리는 ‘쇼 타임’을 펼쳐 인삼공사는 47-40으로 3쿼터를 마쳤다. 열기가 고조된 4쿼터에서는 보기 드문 ‘벤치 클리어링’이 불거졌다. 전태풍이 속공하던 김태술을 막아 쓰러뜨리자 파틸로가 전태풍을 밀쳤다. 그 뒤 윌리엄스가 파틸로를 밀치면서 두 팀 선수들이 코트로 쏟아져 나왔다. 전태풍에게 언스포츠맨 라이크 파울, 윌리엄스와 파틸로에게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되면서 사태는 수습됐다. 오리온스는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종료 1분 27초를 남기고 56-59까지 따라붙은 뒤 종료 1분을 남기고 공격권을 얻었으나 전정규가 공격자 파울을 저질러 땅을 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식물 憲裁’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오늘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한다. 60일째 공석 중인 중요 보직을 취임 25일 만에 채우겠다니 만시지탄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강국 전 소장이 지난 1월 21일 퇴임한 뒤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온 송두환 재판관이 22일 퇴임하면 헌재는 사상 초유의 7인 재판관 체제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파행적인 운영 상황에 적잖이 부담을 느꼈을 법하다. 헌법상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헌재는 7인 체제가 되면 사실상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법조계의 얘기다. 7인 이상이면 심리를 열 수 있고, 6인 이상이 찬성하면 위헌결정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런 만큼 아예 결정을 미루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관 2명이 모자라면 헌법 소원 사건에 대해 제1, 제2 지정 재판부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식물 헌재’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후보가 지명되더라도 국회인사청문회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파행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등 자격 논란이 불거진 이동흡 후보자가 상당 기간 버티는 바람에 소장 공석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후임 지명마저 차일피일 미뤄 ‘비상한’ 상황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와 조각 문제 등을 우선 해결하느라 헌재 문제는 공식회의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헌재는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막중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처럼 표류하고 있으니 이보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따로 없다. 헌재에는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 관련 위헌법률 사건과 투표시간 연장 관련 헌법소원, 휴대전화번호 010 통합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계류돼 있다. 정상 운영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중요 사건에 대한 결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파행으로 애먼 국민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국회는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 동의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하면 그만큼 동의절차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만큼은 인선 과정부터 철저히 검증해 더는 국민을 낙담케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바로 선 헌재의 모습을 보고 싶다.
  • ‘미지의 거대산’ 화성 ‘샤프산’ 전경 사진 공개

    ‘미지의 거대산’ 화성 ‘샤프산’ 전경 사진 공개

    화성에 있는 미지의 산 ‘이올리스 몬스’(Aeolis Mons) 일명 ‘샤프산’(Mount Sharp)의 전경이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촬영한 이 사진은 메인 카메라인 마스트캠이 찍은 사진들을 모자이크해 만든 것이다. 이번에 나사 측이 공개한 사진은 실제 샤프산의 모습과 지구와 같이 태양광 아래 있는 듯한 색보정을 한 두 가지 버전.   현재 큐리오시티가 탐사 중인 게일 크레이터 중앙에 우뚝 선 샤프산은 침전물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높이가 땅바닥을 기준으로 1만 8000피트(5.486m)에 달해 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해수면 기준 8,848m)보다 실제로는 더 높다. 나사 측은 “큐리오시티는 과거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충분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옐로나이프 베이’(Yellowknife Bay)를 주무대로 탐사할 계획”이라면서 “최종적으로 샤프산의 낮은 경사면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큐리오시티가 샤프산의 지질 분석에 성공하면 화성의 지층 형성 역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화성 토양에 대한 조사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있는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 1년(지구기준 687일)간 활동하며 탐사 결과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30년 전 훔친 돈 갚습니다” 회개한 익명의 도둑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산 도둑이 잘못을 뉘우치며 경찰에 편지를 보내왔다. 도둑은 피해자를 찾아 전해 달라며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현찰을 봉투에 넣어 보냈다. 미국 미시간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직(?) 도둑이 보낸 한 장의 편지가 하스팅즈 바리 카운티의 경찰에 전달됐다. 도둑은 “30년 전 ‘미들 마트’라는 상점에 들어가 800달러를 훔쳤다.”며 “돈을 갚을 수 있도록 피해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편지에는 철자법 오류가 많았지만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마음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도둑은 “(이유야 어쨌든) 나쁜 짓을 하고 말았다. 내가 저지른 짓에 창피함을 느낀다. 그간 이런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았다.”고 적었다. 그는 “(피해를 본 주인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피해자를 찾는다면 도둑질을 했을 때 나는 바보였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편지에는 발신자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다. 도둑은 편지와 함께 현금 1200달러(약 133만원)을 경찰에 보냈다. 원금(?) 800달러에 나름 이자를 보탠 금액이다. 하지만 30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도둑이 보낸 돈은 원금을 갚기에도 모자라는 돈이다. 현지 언론은 “인플레이션에 맞춰 피해액을 환산하면 지금 도둑이 갚아야 하는 돈은 (원금만) 1800달러(약 2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현지 지방방송 우드-TV는 “1980년대 절도피해를 입은 상점이 1988년 팔려 지금은 ‘그레그스 겟-엔-고’로 개명됐다.”며 “실제로 당시 절도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또 제한상영가 논란… ‘홀리 모터스’ 볼 수 있을까

    또 제한상영가 논란… ‘홀리 모터스’ 볼 수 있을까

    해묵은 영화등급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홀리 모터스’의 탁월한 작품성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 ‘퐁네프의 연인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등으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홀리 모터스’는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올해(2012)의 영화’ 1위로 뽑혔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지만, 국내엔 제한상영관이 없다. 영화를 틀지 말라는 얘기다. 수입사 오드(AUD)의 김시내 대표는 “영등위에서 문제 삼은 장면은 뿌옇게 블러 처리를 해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새달 4일 극장 개봉을 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프랑스 제작사 측과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논란에 대해 곤혹스러운 눈치다. ‘영화 ‘홀리 모터스’ 제한상영가 결정 보도 관련 영상물등급위원회 정정보도 요청’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등급분류 제도는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표현에서 주제 및 내용의 이해도, 폭력성, 공포 등의 수위가 높고 특히 선정적 장면 묘사의 수위가 매우 높다. 신체 노출과 관련, ‘성기 등을 구체적·지속적으로 노출하거나 실제 성행위 장면이 있을 경우’ 제한상영가로 결정한다는 등급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등위는 또한 “문제가 된 장면은 남성의 성기가 발기된 채 지속적으로 노출된 장면으로, 일부 언론에서 이 영화의 성기 노출을 4초, 30초 등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는 1분 55초로 매우 길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위는 지난해 11월에도 베니스영화제 퀴어라이온상 수상작인 전규환 감독의 ‘무게’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선정성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11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 역시 지난해 성기 노출 장면이 문제가 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모자이크 처리한 뒤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폭력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도 있다.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마네킹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문제가 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는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적 탄압 논란마저 일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ISRAEL 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강해 보이기만 했던 이스라엘을 옆에서 바라보니 곳곳에 흉터가 선명했다. 이스라엘이 낸 ‘민족과 종교’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면, ‘사해·사막·지중해’가 들어있는 3종 선물 세트가 기다린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Masada마사다 & Qumran쿰란 강자 앞에서 당당하고 약자 앞에선 따뜻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편향된 마음을 들킨 것인지, 이스라엘 여행은 처음부터 꼬였다. 출국을 코앞에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신문 국제면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격화…전면전 가능’, ‘하마스 군 수장 사망’ 등 살벌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전한 나라가 그 어디 있는가. 내 나라만 하더라도 서로 남과 북으로 찢어져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출국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현지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휴전에 합의했으니 안심하고 와도 좋다.” 100여 명을 일주일 만에 죽이고 1,000명을 다치게 했다는 이번 전쟁은 시작도 끝도 문을 여닫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짧은 말다툼으로도 마음이 들들들 끓는데, 총과 칼을 내젓는 싸움이 쉬울 리 없다. 이스라엘을 여행한다는 건 피고름이 철철철 흐르는 그들의 과거사를 훑는 과정이다. 이스라엘의 조상은 신에게 아들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아브라함1). 아브라함이 신으로부터 받은 땅은 바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이다. 신의 간택을 받았을지언정 아브라함의 자손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 광야를 헤맸다. 그들의 수난사를 읊자면 끝도 없다. 유대인에게 행복한 과거란 노역생활을 하던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을 되찾았던 순간, 지혜로운 다윗과 솔로몬을 왕으로 삼았던 시절 정도였을 테다. 여기에 십자군전쟁의 박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삶까지 더하면 ‘신은 정말 있습니까’ 하고 저절로 묻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로마제국의 발길질은 악명 높았다. 이탈리아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지중해에 발을 담근 구두 한 짝과 같은 모양새다. 신발의 높다란 굽으로 로마군은 유대인을 마구잡이로 밟아댔다. 척박한 사막을 비집고 자리한 기괴한 마사다Masada 는 로마군과 유대인의 처절한 싸움을 그 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450m의 높이에 들어선 이 요새는 길이 600m, 너비 320m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AD70년, 로마에서 온 디도 장군의 박해를 피하고자 유대인 960여 명이 마사다로 몰려들었다. 도망자들을 가만히 손 놓고 봐 줄 로마군이 아니다. 1만5,000여 명의 로마군은 마사다를 정복하고자 수를 쓴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마사다에 오르지 못해 쩔쩔매던 로마군은 요새로 들어가기 위한 경사로를 3년에 걸쳐 만들었다. 경사로가 마사다에 닿았을 때, 그곳에서 로마군을 기다린 것은 유대인의 시체 960구. 유대인들은 로마군에게 능멸을 당하는 대신 죽음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죽음을 도울 사람을 제비뽑기로 뽑고 최후의 1인은 자살하는 식으로 그들은 끝까지 ‘절개’를 지켰다. 마사다 정상에 오르면 900명이 넘는 유대인이 어떻게 3년간 마사다 꼭대기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풀린다. 이곳엔 목욕탕, 창고, 채석장, 교회, 수영장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사다의 본래 용도는 왕의 피난처였다. BC40년경 헤롯왕2)은 본인이 도망갈 곳으로 마사다를 지었고 온갖 시설을 갖추었다. 헤롯왕이 만든 시설을 이용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유대인은 빗방울을 모으려 도랑을 만들고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비둘기까지 길렀다고 한다. 마사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금방이건만 많은 유대인은 가파른 마사다를 직접 두 발로 오르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사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쿰란 동굴Cave of Qumran이 있다. 쿰란 동굴 역시 마사다와 마찬가지로 로마에 굴하지 않은 유대인의 삶을 증명한다. 유대교의 한 종파인 에세네파는 쿰란 동굴에 숨어 살던 은둔주의자들이었다. 에세네파는 성경사본을 항아리에 담아 숨겨놓았는데 2,000년이 지난 1947년, 목동이 염소를 찾던 중 항아리를 발견한다. 그 속에서 사해본Dead Sea Scroll으로 불리는 양피지 두루마리 7개가 나왔다. 1)아브라함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다. 그는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올리거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려 했을 정도로 신에게 충성했다. 현재 물과 기름 같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사실 알고 보면 아브라함을 한 조상으로 삼고 있다. 2)헤롯왕 이스라엘 일대를 다니다 보면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헤롯왕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헤롯왕은 아기 예수가 두려워 ‘어린아이를 모조리 죽이라’고 지시했던 왕으로 유명하다. 악덕한 왕이긴 했지만 그는 건축에 조예가 깊었다. 무너진 예루살렘의 성전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했으며 자신의 피난처로 철옹성 같은 마사다를 축조했다. 1 로마의 발길질을 피하고자 발버둥친 유대인의 흔적을 이스라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국기에 새겨진 별은 ‘다윗의 별’로 불린다 2 검은 양복을 고수하는 정통 유대교인 3 ‘머리 위에 신이 있다’는 의미의 작은 모자, 키파 4 유대인은 예수의 이야기를 닮은 신약성서를 부정하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그것은 누구의 사원인가 Temple Mount성전산 & Western Wall통곡의 벽 마사다와 쿰란을 돌아보던 중 고개를 들었다. 모래바람이 풀풀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보이는 것이라곤 너른 하늘과 뜨거운 태양뿐. 왜 유대인이 ‘하나의 신’만을 숭배하는지 퍼뜩 이해가 됐다. 그들에겐 이리저리 떠돌며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잡아 줄 강력한 절대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대로 불교는 ‘숲의 종교’라 불린다. 울창한 숲은 사막과 달리 풍요로워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간다. 유일신이 필요 없다. 인간이 곧 신이 될 수 있으며 그저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 된다. ‘하늘에 계신 신’을 아버지로 삼는 건 유대교뿐만이 아니다. 유대교에서 뻗어 나온 기독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세 종교가 하나로 겹쳐져 보였다.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왔을지언정 결코 세 종교를 같다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종교의 각축장인 예루살렘에 입성하면 세 종교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을 조망할 수 있는 감람산에 올랐다. 공동묘지 너머로 성전산Temple Mount이 보였다. 성전산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모두 ‘성지’라 여기는 곳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산인 동시에 예수의 발길이 닿은 곳이며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곳에 서니 세 개의 종교가 동시에 “우리가 진짜”라 외치는 것만 같아 현기증이 났다. 지금 성전산에는 황금색 모자를 쓴 황금사원Dome of Rock이 서 있다. 이슬람교도가 예루살렘을 점령하며 지은 이 사원은 오마르 모스크Mosque of Omar로도 불리며 메카와 메디나만큼이나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유대인은 이슬람교도가 축조한 황금사원을 보며 칼을 간다. 그들은 성전을 두 번이나 지었으나 두 번 모두 잃었다. 솔로몬왕 시절 지어진 첫 번째 성전은 전란 중 부서지고 말았고 두 번째 성전은 로마 디도 장군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디도 장군은 과시용으로 성전의 서쪽 부분 일부를 남겨 두었는데 그 흔적이 통곡의 벽Western Wall이다. 땅을 잃은 백성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벽 앞에 선다. 세우면 무너지고, 찾으면 또 뺏기고…. 약자의 역사를 이해한다. 우리의 조상도 그랬을 것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유대인은 성전을 다시 세울 ‘그날’을 기다리며 통곡의 벽에 머리를 조아렸다. 키파1)를 쓰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토라2)를 읽는 그들의 모습은 생경하다. 구레나룻을 돌돌 말고 검은 양복을 입은 정통 유대교도도 여기선 흔하게 보인다. 1) 키파 유대인이 쓰는 테두리 없는 모자. ‘하느님이 내 머리 위에 있다’는 뜻으로 크기는 손바닥 크기 정도. 이스라엘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으니 기념품으로 사 와도 좋다. 2) 토라Torah 유대인은 예수의 행적을 담은 신약성서를 인정하지 않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토라는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을 일컫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광장] 軍 골프 이유 있다/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軍 골프 이유 있다/박정현 논설위원

    대한민국처럼 유명 골프 인사를 풍성하게 배출한 나라도 없다. 박세리가 15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평정한 이후 LPGA 우승컵을 손에 쥔 한국 여성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자 골퍼로는 최경주와 양용은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이쯤 되면 ‘골프강국’이라고 할 만하다. 골프 하나로 한순간에 ‘지명도’를 끌어올린 공직자는 숱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산불 때도, 수재 때도 골프를 즐겼다. 결국 3·1절 골프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곡절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권력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긴박한 상황에서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단체 골프행사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공직자 골프 파문이라니…. 이번에는 ‘별들의 골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주말 북한의 대남 위협이 극에 달한 가운데 군 장성들이 태릉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고, 계룡대 골프장에서는 해·공군 참모총장이 운동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준(準)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즈음해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듯 광포한 모습을 보여줬다. TV에 비친 숨죽인 연평도와 북한 장사포 진지의 모습은 한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긴장 그 자체였다. 이런 비상시국에 장성들이 골프장을 찾을 생각을 했다니 국민은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북한이 서해에 포 사격이라도 해왔더라면 어쩔 뻔했나. 군은 아무리 자숙해도 부족하다.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론 걸리는 대목도 없지 않다. “모든 군 골프장은 체력단련장 개념으로 부대 바로 옆에 있어 군 관계자들이 운동 중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복귀할 수 있다”는 군의 설명을 듣고 보면 일거에 내칠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예비역 대령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비상이 걸리면 몇 시간이 지나야 부대 복귀가 가능한 등산을 갔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군인들에게는 골프가 비상대기이자 체력단련, 생활문화라는 얘기다. 주말에 비상이 걸리면 부대에 늘 남아 있어야 했다는 그는 중령 때 간신히 골프채를 잡았고, 이를 통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외로움을 달래야 했다고 한다. 군인 골프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든다. 태릉 골프장 이용금액은 캐디피를 합해 3만 9000원, 계룡대 골프장은 1만 8000원이다. 일반인들의 평균 골프 비용 34만원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이다. 접대와 향응의 자리인 일반인들의 골프와 군인의 골프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면 그 다름도 수용해 달라는 주문이다.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오적’에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도둑의 행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혁명공약 모자 쓰고, 혁명공약 배지 차고/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우매한 국민 저리 멀찍 비켜서랏/골프 좀 쳐야것다’ 당시에는 끼리끼리 모여 골프를 치는 그들은 귀족이었다. 음습한 비리와 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골프는 이제 더 이상 귀족스포츠가 아니다. 전국에 골프장이 410개나 있다. 골프 인구는 336만명,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인구는 2690만명에 이른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삼이사 운동’이 된 것이다. 골프뿐이랴. 승마도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라남도는 도내에 있는 회원제 승마클럽인 나주의 ‘위너스’와 ‘광개토’를 개방,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코스를 개발하겠다는 ‘승마입도(立道)’를 선언했다. 김지하의 ‘오적’이 나온 지 43년, 하지만 골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요지부동인 것 같다. 세상은 변했다. 유독 골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닌가.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많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반을 생활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겉으론 입주 초기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을 뿐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들 한다. 주거형태도 가족까지 몽땅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출퇴근자와 나홀로 둥지족들이 많다 보니 근무 형태나 여가문화 트렌드는 많이 달라졌다. 세종청사 출범 6개월, 이주 공무원들의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들만의 애환을 소개한다. 세종청사 입주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이동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청사주변에 먹거리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조치원이나 공주, 유성까지 가고오는 데만 40분~1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은 ‘원정 점심’까지 감안 하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원거리 출퇴근이나 원룸생활 등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회식이나 근무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천·인천·안양 등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셔틀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완전히 꼬인다. 출근 셔틀버스는 지역에 따라 출발 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 신도림이나 인천 등 수도권 한복판에서는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울 목동에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사무관은 “셔틀버스 출발지인 신도림까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버스에서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10~20분 전부터 하던 일을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와 과천시 인덕원 등 일부 노선은 오후 8시와 9시에도 출발하는 차량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번 떠나면 끝이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목 베개도 필수품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목 베개를 꺼내 두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만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KTX나 승용차 이용자를 제외하고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거리 출퇴근자들에게는 ‘야근’이나 ‘연장근무’란 말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그냥 남녀 휴게실에서 잔다. 휴게실은 부처별로 마련돼 있는데 이층침대 형태로 24명(남녀 각 12명)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 없어 휴게실을 이용하는 빈도는 사실상 매우 낮다. 나홀로 둥지족들도 많다. 가족이 내려오지 않은 공무원은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2~3명씩 공동생활을 한다. 이런 공무원들을 지칭해 ‘세종총각’ ‘세종댁’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거리 출퇴근자들 때문에 부서별 회식도 주로 점심으로 돌린다.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가는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면서 대신 여가 활동에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나홀로 둥지족들은 썰렁한 집에 일찍들어가기보다 처지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헬스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청사 체력단련실은 운동 마니아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가장 번거롭고 심란해 하는 게 국회 출장이다. 그런데도 부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행을 하게 하는 분위기다. 정책이나 법안을 충분히 이해시켜 각 부처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번거로운데 자료만 보내달라”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올라가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15일 출근길에 만난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국회에 가서 협의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는 중”이라며 “10분 설명하기 위해 오가며 하루 일과를 다 허비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이틀 전 10명의 본부 과장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가 설명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요즘 ‘취미’가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예약하기’”라며 웃었다. 그는 세종시에 숙소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회의가 있다 보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정부서울청사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렇다고 세종청사에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하루만 빠져도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가 된다. 얼마 전에는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 회의를 하고 저녁 때 약속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왔다가 다시 막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서 있는 조찬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종시에 내려온 지 이제 넉 달인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에 벌써 지쳐간다”면서 “국감 시즌이면 아예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를 담당하는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서울 출장이 너무 잦다 보니 연말까지 사용해야 할 출장비가 다음 달이면 바닥날 것 같다”며 “어떻게 예산을 전용해야 모자란 출장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안부와 조직·인원 협의나 청와대 보고, 타 부처와의 회의 등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을 오르내리는 ‘셔틀근무’가 피곤하다고들 하소연한다. 특히 조직·인사와 공무원들의 처우관리를 하는 행안부가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이래라저래라’한다며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국회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분원이나 서울출장소를 마련하고 화상회의 등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부처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선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사를 벗어나면 세종시는 대도시로서의 기본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청사 주변에서 의료시설이라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 소아과와 내과 딱 두 곳뿐이다. 종합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월요일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세종시에는 치과가 드물다고 하더라”면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생고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또 다른 여성 사무관은 최근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한밤중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해 난감했다”면서 “인근에 병원이 없어 아이를 싣고 무작정 대전시내 큰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급성 장염이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여러 날 오가느라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사에서는 이런 불편해소를 위해 청사 내 간이 진료실을 마련했다. 또 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순회 진료도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불만을 해소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청사 부처 노조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세종시 이전계획 원안 고수’를 고집했는데 요즘은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점이 부각될 때마다 ‘문제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세종시와 행안부 말만 믿고 언제까지 인내하며 생활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서남대 설립자, 3개 대학서 또 567억 횡령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가 자신이 세운 다른 대학 3곳에서도 56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4년제 일반대인 한려대와 신경대, 전문대학인 광양보건대 등 3개 대학에 대한 특정감사를 한 결과 설립자 이씨가 교비 567억원을 횡령하고 3개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137억원을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전남 광양에 있는 한려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회의록을 허위 작성하는 수법으로 교비 148억여원을 횡령했다. 한려대는 2009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할 당시 전임강사를 거짓으로 임용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풀려 보고해 실제로는 전환요건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광양보건대에서도 교비 403억여원을 횡령해 개인 용도나 다른 대학 설립비용으로 사용했다. 광양보건대는 현장 실습시간이 모자란 학생 172명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등 학사관리의 부실도 드러냈다. 경기도 화성시의 신경대는 교지확보 조건으로 교과부로부터 입학정원 209명을 증원받은 뒤 이씨가 횡령한 교비로 마련한 토지를 무상으로 증여받아 부당하게 증원 조건을 충족했다. 교과부는 3개 대학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장 등을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고 횡령한 교비 및 부정하게 사용된 자금을 모두 회수하도록 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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