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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어!”는 말을 익힌 유아가 처음 뱉는 몇 가지 단어 중 하나다. ‘엄마’가 관계맺기에 관한 생애 첫 단어라면, 유아에게 ‘싫어’는 주변 위협요소를 차단시킬 가성비 높은 무기다. 강간죄 기본 구성요건인 ‘싫다면 싫은 것(노민스노·No means no) 규칙’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금기를 규정한다. 이민을 모색하는 청춘을 그린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극복할 수 없는 싫음’이 결국 익숙한 터전에서 떠나야 할 숙명으로 작동하는 의식 흐름을 설명한다. ‘싫어’란 말이 ‘집단’이나 ‘낙인’이란 말과 결합해 ‘혐오’란 말로 진화하기도 한다. 20대가 선택한 ‘싫존주의’는 이처럼 복잡한 싫음의 여러 단계 중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놓고 공표되지 않던 단어 ‘싫어’를 커밍아웃시킨 20대에게 ‘싫음의 이유’를 들었다.싫다고 말하기…나를 깨우다 그저 싫어서 싫다고 했을 뿐인데 개설 하루 만에 페이스북 팔로어 3만명을 모으며 ‘싫존주의’를 세상에 알린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싫음은 “싫어!”란 한마디에서 멈추지 않는다. “냉면에 들어간 오이도 참을 수 없다”, “오이향이 싫어 오이 비누도 못쓴다”, “숫자 5와 2도 싫다”, “셜록에 나오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오이 닮았다니 싫더라”며 꼬리를 문다. 그러다 돌연 소비자 취향대로 오이나 피클을 빼 주는 S샌드위치 체인점 예찬으로 빠지거나, 보기도 싫은 오이를 오자이크(오이+모자이크)한 페이스북 관리자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10대 땐 급식에서, 20대 땐 군대에서, 더 커선 직장 상사 앞에서 싫다고 말 못한 ‘오.이.’를 품평하며 이들은 ‘오이와 결별한 나’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식 좀 그만”… 관행을 바꾸다 여전히 관행대로 작동하는 직장에서 회식이 싫다고 공개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큰 맘 먹고 ‘회식이 싫다’고 했다 무위에 그친 직장인 박모(29)씨와 같은 사례는 흔했다. 박씨는 딱 한 번 용기를 내 “원래 술을 싫어하는데다, 오늘은 유독 몸이 좋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상사에게서 돌아온 건 “몸이 안 좋으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셔라”는 지시였다. 그날 술에 취해 상사 등에 업혀 집에 돌아간 이후 박씨는 “싫다”고 말하는 대신 회식에서 요령껏 술을 피한다. 3년차 직장인 임모(27·여)씨는 회식에 앞서 “술을 잘 못 마시고, 마시면 바로 얼굴이 빨개진다”고 돌려 말했다. 상사들은 “그래도 첫 잔은 원샷”이라고 대꾸했다. 그렇다고 ‘회식 싫존주의’ 선언이 꼭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 차민영(23·여)씨는 응답을 받은 경우다. 첫 회식자리에서 용기 내 “구운 고기를 싫어한다”고 하자, 상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차씨는 “첫 회식에서 말하기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 말해야 앞으로가 편할 거란 생각에 그냥 질렀다”면서 “그다음부턴 회식 장소를 정하기 전에 미리 ‘이 메뉴는 어떠냐’고 물어봐 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직장 회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비혼·비출산 선언… 관습을 벗다 결혼이나 육아처럼 때 되면 해야 되는 숙제처럼 치부되는 관습의 영역에서도 ‘싫존주의’가 작동했다. 자의에 의해, 혹은 사회에 떠밀리듯, 자포자기하듯 ‘결혼 싫어’나 ‘출산 안 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자인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최희석(29)씨는 오랜 고민 끝에 비혼을 선택했다. 최씨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늦게 취업을 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서 “책임질 수 없는 미래라면 ‘싫어’ 선언을 하는 게 현실에 대한 예의 같았다”고 했다. 아직 주변에 이 결심을 털어놓지 못했다. 가끔 부모님께 “혼자 살 거야”라는 장난 섞인 진심을 내비치지만 최씨의 어머니는 “그래도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넌지시 결혼을 권한다. 반면 대학생 박도연(21·여)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다. 멋있게 살겠다는 꿈을 결혼이란 제도가 해친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박씨는 “부모님이 제게 했던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비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가 됐다”고 했다. 박씨는 “비혼 선언에 아빠는 ‘네 인생 살아라’고 응원해 주셨지만, 엄마의 반응은 지금도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랑 난 다른 사람이야. 내가 엄마일 필요는 없어’라고 자꾸 말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엄마상(像)과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아직 닮고 싶은 삶의 모델은 찾지 못한 박씨는 일단 싫어하는 것을 추려내는 데 열중한다. 그는 “싫은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적령기도 아닌데) 반복해서 ‘결혼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반복적으로 내 가치관을 말해 말의 무게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도 힘든데”… 내 것을 지킨다 그동안의 진보·보수 이념 구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싫은 감정’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선거나 여론조사 등에서 이주민·난민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이 발현되는 게 대표적이다. 난민 반대 시위를 하는 ‘난민대책 국민행동’ 스태프의 40~50%는 20대로 알려졌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싫음은 ‘이주민 자체’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간 일자리 경쟁’에 초점을 맞춘 양상도 보인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관계자는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부양 등 안 그래도 젊은층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자기들 세금으로 외국인까지 거둬야 하느냐는 식의 본능적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고 청년층의 인식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26·여)씨는 “요즘엔 최저시급이 올라서인지 알바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이 상황에서 난민까지 받아들이는 건 솔직히 싫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나 제 마음이 이기적이란 것을 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보면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남들도 그래”… 익명에 기대다 온라인은 기존 관례를 신경 쓰지 않고 ‘싫음’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다. 오프라인에서 ‘싫음’이나 ‘혐오’를 드러내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면, 온라인 게시판에선 ‘지지’를 드러낼 때 별종 취급을 받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78.5%, 온라인 혐오 표현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5%였다.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1.6%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 혐오 표현을 했다고 대답했다. 표현에 대해 입증·행동 책임을 잘 지우지 않는 온라인 게시판의 속성이 ‘싫음’의 속성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좋음’을 일단 표현하면 그 대상과 계속 관계맺기를 이어가야 하는 반면, ‘싫음’을 일단 선언한 뒤엔 관계를 단절해도 무방하게 여겨진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싫음’이 빈번하게 표현되는 이유에 대해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익명의 지지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내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선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내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는 하나의 객체로서만 간주된다”면서 “소통에 부담이 없으니 ‘싫다’ 혹은 ‘혐오한다’ 등의 감정이 더 잘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늦춰지면서 낙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포함시킨 의료법 시행규칙 시행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룬 뒤 곧 새 재판부를 꾸리게 되는 헌재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여성단체들이 오는 29일 형법 269조 낙태죄를 삭제하자는 의미로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를 예고하는 등 장외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2년 합헌 결정 후 6년 만에 기로에 선 낙태죄 찬반의 주요 논리를 짚어 봤다.■폐지 찬성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낙태율 급증, 근거 없는 우려” 낙태죄를 둘러싼 쟁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간 우선권 문제, 임신 중단율 증가의 문제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 등은 현행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1953년 제정 이래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여성과 의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단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예외를 둬 강간, 준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 임신 24주 내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모자보건법의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좁아 모든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로 인해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본다. ●“태아 생명·여성 자기결정권, 대립 구도로 봐선 안 돼” 낙태죄 폐지 집회를 주최하는 여성단체 비웨이브 측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 임신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권리 침해”라며 “그동안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당연한 의무로 생각한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429명도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서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신체적, 사회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여성은 출산 이후 무겁고 장기적인 책임을 진다”면서 “무엇보다 임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 기본권의 대립 속에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여성계는 두 권리를 대립적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은 “여성이 임신 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라며 “이 대립 구도는 여성이 자신의 삶, 파트너나 가족과의 관계,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한 고려 등 출산 결정 과정에서 겪는 복합적 고민을 단순화한다”고 지적했다. 강명신 강릉원주대 교수(보건학·윤리학)도 “두 가지를 대립된 권리로 보고 한쪽만 고집하면 낙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선진국처럼 임신 주기를 구분해 초기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후반부로 갈수록 생명권을 존중하는 방식도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낙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낙태 허용 국가 낙태율, 금지국보다 낮아” 낙태죄 폐지 찬성 측은 낙태 허용으로 낙태율이 급증하리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 비교에 따르면 낙태 허용 국가의 낙태율이 금지국보다 낮게 나타나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낙태죄로 더욱 위협받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불법 낙태에 노출된 여성들의 생명권”이라고 반박한다. 불법 수술, 불법 낙태약 복용 등 낙태를 위해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고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국 등 전 세계 여성에게 먹는 낙태약을 보내는 국제단체 ‘위민 온 웹’(Women on web)의 레베카 곰퍼츠 대표는 “낙태죄가 있는 한 돈이 있는 여성들만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의 보편적 건강권을 위해 누구나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폐지 반대 “태아 생명권 존중해야” “허용땐 남성들 낙태 강요 늘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 의견도 덩달아 거세지고 있다. 양측 의견은 6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다퉜던 공방 그대로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낙태죄 합헌 유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의료계, 종교단체 등에서는 폐지 측의 주장이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독립적 개체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아, 독립된 개체… 여성 자기결정권의 ‘자기’ 범위 밖”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타협할 수 없는 사안으로 꼽고 있다. 태아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봐야 하며 이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이라면서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자기’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왕재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실 교수는 “주 수에 상관없이 수정되는 순간 생명”이라면서 “수정된 난이나 수정된 지 일주일 됐거나 태어났거나 다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측도 지난 5월 진행된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공개 변론에서 “임신 12주 전까지는 태아가 독자적 생명 능력이 없는 생명체”라는 주장에 대해 “발달의 연속성은 생명의 특징”이라면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낙태법 폐지가 오히려 여권 신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낙태가 당연한 선택지로 마련되면 오히려 남성의 책임이 덜해지는 우려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낙태를 위한 장치로 이미 모자보건법의 예외적 낙태 시술 조항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은 “낙태죄 폐지가 여권 신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남성에게 책임이 덜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낙태를 강요당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측도 “낙태법 변경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헌·개선 문제 구별… 초기 낙태 등 국회서 처리해야” 이에 낙태를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는 낙태법 폐지가 아닌 관련법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측은 공개 변론에서 “낙태죄 위헌 문제와 낙태죄 개선 문제는 구별돼야 한다”면서 “12주 초기 낙태, 사회경제적 이유 허용 여부 등은 입법 영역의 문제로서 국회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은숙 순천향대병원 교수도 “현행 낙태죄로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한 사람은 (무책임하게) 끝나 버리고, 한 사람만 옭아매인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헌재는 합헌 4명, 위헌 4명 의견(1명 공석)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익인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숨바꼭질’ 송창의, 결혼식날 신부 아닌 이유리와 키스 “충격 엔딩”

    ‘숨바꼭질’ 송창의, 결혼식날 신부 아닌 이유리와 키스 “충격 엔딩”

    ‘숨바꼭질’이 이유리와 송창의의 파격 키스신 엔딩으로 안방극장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지난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최강의 몰입도,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폭풍 전개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은 MBC 주말특별기획 ‘숨바꼭질’(극본 설경은, 연출 신용휘, 제작 네오엔터테인먼트)이 방송 2주 만에 역대급 레전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캐릭터와 더욱 완벽하게 동화된 배우들의 존재감과 몰입감을 높이는 파격 전개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그 가운데 지난 8일(토)에 방송된 ‘숨바꼭질’은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역대급 파격 키스신 엔딩이 안방극장을 초토화시켰다. 결혼식 당일, 송창의가 신부인 엄현경이 아닌 이유리와 거침없는 키스신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기 때문. 회사를 지키기 위해 태산그룹의 후계자 문재상(김영민)과 어쩔 수 없이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던 민채린(이유리)에게는 고난과 시련의 결혼생활이 시작됐다. 시아버지인 태산그룹의 회장 문태산은 계속해서 메이크퍼시픽을 인수하기 위해 은밀하게 음모를 세워 압박했고, 요리클래스에서는 자신을 따돌리며 막말을 퍼붓는 다른 재벌 며느리들과 격렬한 육탄전을 벌였다. 게다가 나해금(정혜선)은 진짜 손녀딸 수아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채린의 모든 물건을 태운 것도 모자라 문전박대까지 하기도. 이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그녀가 대용품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알게 된 차은혁(송창의)은 채린이 위험에 빠진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해 구해냈고,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던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한편 하연주(엄현경)는 우연히 가게 된 해란(조미령)의 집에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고, 해란 역시 연주에게 왠지 모를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은혁과의 결혼을 손수 준비하면서 설렘에 들떠있던 연주는 결혼식 당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아 끌고 비상구로 향하던 은혁을 발견하고 쫓아간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한 남자 은혁이 누군가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이처럼 채린과 은혁의 예상치 못한 파격 키스신과 이를 발견한 연주의 충격과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끝난 ‘숨바꼭질’은 역대급 엔딩 장면을 완성해내며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켰다. 무엇보다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스토리는 안방극장을 점령하기에 충분했다. 방송 시작 단 2주 만에 2번의 결혼식 장면에 이어 엇갈린 러브라인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박력 넘치는 키스신은 역대급 레전드 드라마의 탄생을 알리며 많은 시청자들을 ‘숨바꼭질’의 매력에 단 숨에 빠지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난 ‘숨바꼭질’이 앞으로는 또 어떤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이유리와 송창의, 엄현경, 그리고 김영민까지 이들에게는 또 어떤 앞날이 펼쳐지게 될지 벌써부터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 단 2주 만에 안방극장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MBC 주말특별기획 ‘숨바꼭질’은 지난 방송에서 3.9%, 7.0%, 6.8%, 8.7%로 첫 방송보다 상승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퀸 이유리의 흥행 마법에 시동을 걸었다. 매주 토요일 밤 8시 45분부터 4회가 연속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유의 행시,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 여기는 문인 많아”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유의 행시,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 여기는 문인 많아”

    정동희 한국행시문학회장이 말하는 행시의 매력“행시를 사람들이 우습게 아는데, 우리 조상이 썼던 고유의 시이자 문학입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대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내용적으로는 독보적인 장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운이 있는 문학은 행시 밖어 없어 그 가치가 매우 큽니다.”(행시(行詩)는 두 자 이상의 운(韻)을 맞춘 시로, 주로 시구 첫 단어에 운을 맞춘다.) 정동희(68) 한국행시문학회 회장은 “혼탁하고 복잡한 세상을 딱 한 큐에 아우러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행시의 묘미”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유일의 행시문학 계간지이자 행시인들의 등단 통로인 ‘한행문학’ 34권째 냈다. 또 개인적으로는 2010년부터 해마다 1권의 행시집을 냈다. 영어 행시집까지 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 순수에서 그를 만났다. 붉은 조끼에 모자를 걸친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나왔다고 했다. - 행시의 매력은. ☞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언어유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묘한 만족을 주지요. 행시를 쓰는 행시인에겐 운과 행을 멋지게 어울리게 해서 거기에 메시지를 담죠. 쓰고 나면 만족감과 성취감, 행복감을 줍니다. 이게 매력이어서 밤새 쓰고 또 씁니다.- 행시를 쓴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 일반인들은 즉석에서 운을 불러줍니다. 보이는 대로 ‘만. 두. 국.’처럼. 그런데 소위 제도권 문학에서는 ‘그게 뭔데···.’ 하는 식으로 이상하게 봅니다. 10년 전에 저는 한울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만, 행시를 발가락에 때만큼도 안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야, 이것 해보니 어렵더라.’는 시인도 있습니다. - 행시를 접하게 된 계기는. ☞ 행시를 접하기 이전엔 문학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군대에서는 ‘화학 장교’로 약 30년간 생활했습니다. 대령으로 예편하던 2001년, 한일월드컵 개최 1년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행시를 모집하더군요. 거기에 ‘w. o. r. l. d. c. u. p.’이란 알파벳을 이용해 8행시를 응모했는데, 댓글이 굉장하게 달렸습니다. 예편 직후 지방에 있던 회사에 다니면서 인터넷을 배우고 싶어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그때 가입한 인터넷 카페가 ‘인터넷을 즐기는 아름다운 40대’였는데 줄여서 ‘인즐아사’라고 하기에 ‘인.즐.아.사.’와 ‘지.방.서.도. 가.입.되.나.요.’를 두운으로 행시 100여편을 써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카페 회원들이 따라 쓰고 난리 났었지요. 그 뒤 지금까지 행시만 쓰고 있습니다. - 행시를 잘하면 직장에서 인기가 좋았겠다. ☞ 웬걸. 군대생활 잘하고 있던 내게 모 대기업 회장이 ‘우리 회사에 와서 나 좀 도와다오’라고 해서 그 회사에 갔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이 서툴러 에프엠(FM)대로 처신하다 보니 1년 만에 쫓겨났습니다. 군대에서 동시통역도 하고, 화학장교로서 나름대로 스펙이 좋았는데, 그 회사에서 쫓겨나니 오갈 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행시 쓰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 카페 활동도 열심이던데. ☞ 2002년도에 처음으로 행시 전문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행시를 보급하고, 동호인들끼리 소통하자는 취지였죠. 이게 10년이 넘었는데 네티즌이 많이 알고. 여러 행태의 행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하는 삼행시, 가나다라 행시(일명 14행시), 퍼즐행시, 11자 행시, 주먹행시 등등. 카페 활동 초창기에는 겨우 운에 말만 붙이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펄펄 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행시인들 수두룩합니다만 그 밑바탕을 제가 깔았다고 자부합니다. - 우리 선조들은 행시를 얼마나 즐겼나. ☞ 조선실록에도 행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겐 신행시, 관직을 그만두거나 이별할 때 송행시, 행사나 잔치에서는 증행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하륜, 권근, 한명회 등이 행시를 지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선 행시로 말운으로 인재를 뽑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방랑시인 김삿갓도 행시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지요. 물론 서양에서도 소네트(sonnet)라는 행시가 있었지요. 이런 걸 보면 행시가 최근 하늘에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우리 조상이 쭉 해왔던 것입니다.- 주먹 행시는 무엇인가. ☞ 시가 너무 짧아서 한 주먹에 다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주먹시라고 이름 지어졌습니다. 3행시 17글자로 5-7-5조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에 운을 붙여 2009년부터 시를 지으며 ‘주먹 행시’로터 부르고 있습니다. 내가 주먹행시의 효시이지요. 사실 5-7-5조 17글자 단시는 압축과 절제미를 상징하는 일본 하이쿠(俳句)가 연상되지요. 이 하이쿠는 조선시대의 통신사가 일본에 전파한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조선후기 장한종이 편찬한 유머집인 ‘어수신화’에 작시 17자가 등장합니다. - 이런 유서 깊은 행시가 왜 한국문인협회 등록 안 됐나. ☞ 지금은 힘이 없고, 세력이 약해서 ‘행시 분과 하나 주세요.’해도 기득권인 제도권의 그들은 눈도 끔뻑하지 않습니다. 편협한 사고방식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독보적인 장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게 되면 행시분과가 떳떳이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성의 시인이나 시조시인들, 작가들이 행시를 지어보다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행시는 아무나 쓸 수는 있지만 잘 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운이 있으면 감정 표현에 어렵지 않나. ☞ 운이라는 제약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약을 뚫고 나온 작품들 가운데 문학성이 높은 아주 좋은 작품들도 많습니다. 개막한 운에 재치가 번득이는 행시도 많고. 운이 들어 있는데도 일반 시처럼 보이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도 보입니다. - 일반인을 위해 행시 짓기 조언을 한다면. ☞ 혼자서 익히기보다는 가능하면 행시동호인들과 함께하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학 하려고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운은 쉬운 글자로 하는 게 좋습니다. 두음법칙은 허용하지만, 운을 변형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녹색’을 ‘록색’으로 바꿔도 무방하지만 ‘로미오’를 ‘노미오’로 해서는 안됩니다. 한 행은 20자 이내로 함축성과 절제미를 살리면 좋습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애국페이는 현실 ‘내 돈 쓰는 예비군’

    [밀리터리 인사이드] 애국페이는 현실 ‘내 돈 쓰는 예비군’

    훈련장 거리 멀어질수록 부담 커져동원훈련 보상금 헐어도 비용 부족“최저임금으로 지급해야” 31% 정부가 ‘동원훈련 보상금’을 올해 1만 6000원에서 내년 3만 2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열악한 예비군 훈련비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럼 실제 우리 예비군들의 훈련 여건은 어떨까. 8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적정 예비군 훈련비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2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 연령대를 통틀어 예비군 훈련비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10명 중 1명에 그쳤습니다. 그럼 ‘내 돈 쓰고 받는 훈련’은 실체가 있을까. 그렇습니다. 교통비를 받고도 많게는 1만원 넘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 훈련장까지 갈 수 있는 예비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비군 훈련비 부족하다 63.9% 연구소는 예비군 훈련비 적정 보상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월 9일부터 20일까지 현역장병 402명, 동원훈련 예비군 653명, 일반훈련 예비군 609명, 민방위대원 189명, 입대 전 청년 176명 등 2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습니다. 육·해·공군을 모두 선별해 연구진이 직접 의견을 물었습니다. 예비군 훈련비에 대해 ‘적정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11.9%에 불과했습니다. 현역을 제외하면 일반예비군(8.8%), 동원예비군(8.3%), 민방위(7.9%), 입대 전 청년(7.9%) 등이 모두 10%에도 못 미쳤습니다. 반면 ‘부족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평균 63.9%나 됐습니다. 민방위(69.8%), 동원예비군(66.2%), 입대 전 청년(64.8%), 일반예비군(62.9%) 등의 순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예비군 일당 적정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인 ‘6만원’(31.4%)과 보통인부 노임단가 수준인 ‘10만원’(31.7%)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교통비, 식비 합해도 훈련장까지 못 가 동원훈련 예비군 635명을 조사했더니 훈련과정에 실제 부담한 비용은 왕복교통비 평균 1만 5270원, 식비 4780원으로 평균 2만 40원이었습니다. 현재 동원훈련 보상금 1만 6000원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군에서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지만 합해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일반훈련 예비군 609명을 조사했더니 하루 지출액은 왕복교통비 9400원, 식비 8840원으로 총액이 1만 8240원이나 됐습니다. 역시 식비 6000원, 기본교통비 7000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예비군들은 동원훈련 교통비와 식비로 평균 3만 8960원, 일반훈련은 2만 5120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는 ‘작계훈련’은 184명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는 교통비로 평균 1만 3872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동원훈련과 일반훈련을 모두 포함한 예비군들의 직업은 회사원(25.9%), 학생(19.0%), 전문직(17.2%), 서비스업(12.7%), 자영업(6.5%), 공무원(1.5%) 등의 순이었습니다. 평균일당은 8~10만원(34.1%), 11만~13만원(18.7%), 5만~7만원(16.8%), 14만원 이상(15.8%) 등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거리별 교통비를 측정해봤더니 도시지역인 ‘52사단 훈련장’은 서울 강서구 방화1동에 사는 예비군이 대중교통만 왕복해도 21㎞ 거리에 교통비 8100원이 필요했습니다. 동원훈련을 예로 들면 입영장소까지 30㎞ 이하일 때 3500원을 주는데 한참 모자란 수준입니다. 일반훈련비인 7000원에도 미달합니다. 결국 1만 6000원인 동원훈련 보상금을 헐거나 일반훈련 식비 6000원을 줄여 감당해야 합니다. 택시는 편도 비용만 2만 1100원이어서 아예 불가능합니다.거리가 멀어지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강원 홍천군 내면에 사는 예비군이 ‘36사단 홍천훈련장’으로 가려면 무려 86㎞를 이동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교통비만 3만 8400원입니다. 1㎞당 116.14원인 동원훈련 교통비 9988원과 훈련 보상금 1만 6000원을 합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일반훈련은 식비 6000원, 동원훈련과 같이 1㎞당 116.14원인 교통비 9988원을 합해도 절반도 충당하지 못합니다. 택시비는 편도만 7만8800원입니다. ●군구조 개편 뒤 교통비 부담 더 커질 듯 앞으로 교통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방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군구조 개편계획’에 따라 여단이나 연대 단위의 예비군훈련대가 창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187개 대대급 훈련장을 2023년까지 40대 연대급 훈련장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인데, 개편이 완료되면 예비군 입·퇴소 거리는 평균 2~5배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동원훈련 보상금이라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열악한 현실을 개선할 방법이 없습니다. 연구소는 “생업을 포기하고 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에게 국가는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실비보상만이 아닌 일당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동원훈련 보상금이라도 올해 1만 6000원, 내년 3만 2000원 수준으로 인상한 뒤 2022년까지 9만 1000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계획일 뿐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열악한 예비군들의 현실에 눈을 감아버릴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예우를 할 지는 국회, 국민이 선택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데이비드 베컴도 피할 수 없는 ‘탈모’의 저주

    데이비드 베컴도 피할 수 없는 ‘탈모’의 저주

    완벽한 외모와 재력, 운동실력을 갖춘 데이비드 베컴(43)의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베컴은 현지시간으로 6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부쩍 적어진 그의 머리숱이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 사이로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였고, 팬들은 베컴에게 극심한 탈모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사진에서는 눈에 띄게 가늘어진 그의 머리카락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더 선은 “모발 이식 수술을 받는 중년 남성이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베컴의 지인에 따르면 그 역시 모발 이식을 받은 사람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베컴은 지난해부터 외출 시 모자를 자주 착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베컴의 갑작스러운 ‘모자사랑’이 가늘어지고 숱이 적어진 머리카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서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은, 혹은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명인은 베컴 하나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웨인 루니(DC 유나이티드)는 3만 파운드(약 5000만원)를 투자해 모발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탈모가 재발돼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한편 베컴은 최근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과 결혼 19년 만에 이혼 루머가 돌면서 곤혹을 치렀다. 빅토리아와 베컴 모두 공식적으로 “이혼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베컴 부부는 아들 브루클린과 로미오, 크루즈 및 딸 하퍼 세븐을 키우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교회가 성범죄 목사 감싸고 목회 방관”... 끝나지 않은 교회 미투

    “교회가 성범죄 목사 감싸고 목회 방관”... 끝나지 않은 교회 미투

    “기장 박 목사 성폭력 유죄에도 2차 가해 계속”피해자, 교단의 조직적 ‘목사 감싸기’ 비판“기하성 성폭력 면직 목사도 아직 지방서 목회”시민단체, 교회 운영 중단 등 적극적 대응 촉구‘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교회 내 성폭력 고발도 계속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교회가 가해자인 목회자들을 감싸거나 징계 이후에도 목회를 지속하게 방관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기독교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피해자지원네트워크는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박모 목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교단의 대처가 피해자에게 극심한 2차 피해를 일으켰다”면서 교단에 추가 피해 조사와 박 목사 면직을 요구했다. 박 목사는 지난해 조카 A씨를 성폭행하려던 혐의로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교단 내 목사, 장로 등 관계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박 목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A씨에 대한 허위 소문을 퍼뜨려 극심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회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오히려 나를 가해자로 몰아붙였다”면서 “박 목사의 죄가 세상에 드러났지만 여전히 난 지옥 같은 삶을 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해당 목사는 구속 직전까지 목회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은 “박 목사는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 하며 지속적으로 압박했다”면서 “피해자 편에 서야 할 노회도 가해자 선처를 호소하는 등 사실상 공모자였다”고 비판했다. 교회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순복음교회 계열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서도 제기됐다. 기하성 소속의 박모 목사는 20년 전 조카에 대한 성폭행 미수가 밝혀지며 지난달 31일 면직 조치됐다. 그러나 박 목사가 아직도 전북 익산에서 목회를 이어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지원네트워크 김성환 목사는 “목사 자격이 박탈된 박 목사가 개척기금을 반납하지 않고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기하성 총회가 개척 지원금을 3개월 안에 회수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성범죄자가 3개월간 목회를 계속하도록 방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지난해 3월 교단으로부터 2억원의 개척기금을 받아 익산에 개척 교회를 설립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목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추사랑, 블랙핑크 ‘뚜두뚜두’ 안무 영상 공개 ‘귀요미 댄서’

    추사랑, 블랙핑크 ‘뚜두뚜두’ 안무 영상 공개 ‘귀요미 댄서’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모델 야노시호의 딸 추사랑(8) 근황이 공개돼 화제다. 7일 추사랑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뚜두뚜두추”라는 글과 함께 동영상 한 개가 올라왔다. 영상에는 모자를 쓰고 있는 추사랑이 걸그룹 블랙핑크의 곡 ‘뚜두뚜두’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추사랑은 ‘뚜두뚜두’의 포인트 안무인 총을 쏘는 듯한 포즈를 소화하며 귀여운 매력을 뽐냈다. 특히 엄마인 모델 야노시호를 닮은 남다른 다리 길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추사랑은 과거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어 지난해에는 SBS ‘추블리네가 떴다’를 통해 훌쩍 큰 모습을 보였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죽어가는 어머니 호소에 9년 만에 고향 돌아온 아들

    죽어가는 어머니 호소에 9년 만에 고향 돌아온 아들

    9년 동안 침묵을 지킨 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죽어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결국 이루어졌다. 3일 중국 매체 더페이퍼 보도에 따르면, 장시성 이황현 출신의 양렌룽(32)은 한때는 고향에서 가장 우수한 학교 성적을 받는 가족의 자랑거리였다. 그는 2003년 베이징항공항천대학 항공디자인과에 입학해 대학 재학 중에 부모님을 정기적으로 찾았다. 그러나 5년 뒤 아들 양렌룽을 보러 베이징을 방문한 어머니 류시누는 아들이 대학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은 부모님께 다시 재시험을 치겠다고 약속했지만 몇 달 후 아버지는 은행으로부터 아들의 대출금 3만 위안(약 492만원)을 납부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대출금을 지불한 아버지는 전직이 잦은 아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라고 타일렀다. 시간이 흘러 2009년 3월, 아버지가 아들에게 다시 연락하자 아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자신은 베이징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만 돌아왔다. 걱정이 된 양씨의 부모는 2013년까지 수차례 아들을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어머니 류씨는 그 사이 자궁암에 걸렸고, 죽기 전에 아들을 만나고 싶어 언론을 통해 공개적인 호소에 나섰다. 그녀는 “나는 자궁암 말기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죽기 전 아들을 보고 싶다”면서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하면 치료도 의미가 없다. 화학요법 치료를 계속 받지 않을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공개편지를 본 아들 양씨는 경찰에 연락을 취해 가족의 전화번호를 얻었고, 9년 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대학 졸업에 실패한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매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며 부모님께 용서를 구했다. 현지 언론은 아들의 전화를 받은 후 어머니 류씨는 자궁암 치료를 재개했고, 아들이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상하이 병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모자가 곧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웨이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가수 황치열 팬카페‘치열스’, 단독 팬미팅 기념해 푸드스마일즈 우양에 기부

    가수 황치열 팬카페‘치열스’, 단독 팬미팅 기념해 푸드스마일즈 우양에 기부

    가수 황치열의 팬카페 ‘치열스’가 푸드스마일즈 우양에 쌀을 기부했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황치열 단독 팬미팅 ‘가을밤 with 치여리더’를 기념하여 팬들이 마련한 것이다. ‘치열스’는 황치열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의 숫자만큼인 710kg의 쌀을 푸드스마일즈 우양에 기부하였으며, 푸드스마일즈 우양을 통해 서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가정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푸드스마일즈 우양 후원팀 신용호 팀장은 “가수를 응원하는 마음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선행으로 이어가 주셔서 감사하다. 황치열 씨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과 선행이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지원하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푸드스마일즈 우양은 1999년부터 독거노인 및 모자가정 등을 위해 좋은 먹거리를 지원하고 다양한 정서지원 서비스를 하는 ‘우양 쌀가족’ 사업을 하고 있으며,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돌봄활동과 매해 봄, 가을 나들이 및 명절잔치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파트 주차장이 경찰서 민원인 주차장으로” 공유 상생

    “아파트 주차장이 경찰서 민원인 주차장으로” 공유 상생

    아파트주차장이 비어 있는 낮시간에 경찰서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주차장 공간으로 활용된다. 경기 부천시는 부천원미경찰서·꿈마을 삼환한진아파트와 공동주택 주차장 공유 협약을 맺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서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청사 내 주차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낮에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을 원미경찰서와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주차장 공유 협약 체결로 부천시와 공유하는 아파트 부설 주차장은 10개 단지에 210개면으로 늘었다. 84억원 넘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또 민·관이 협력해 모자란 토지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상생행정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다. 시는 이웃 간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차시설 공유 단지에는 우선적으로 공동주택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덕천 시장은 “이번 원미경찰서와 꿈마을삼환한진아파트의 주차 공유 협약은 서로 도움이 되는 협약”이라며, “인근 아파트에서 낮에 빈 주차장을 공유해 경찰서를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주차 편의를 주고 있어 주변에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섭 부천 원미경찰서장은 “처음 400명이던 경찰관이 지금은 850명으로 늘어 매일 주차전쟁을 겪고 있던 차에 꿈마을삼환한진아파트에서 주차장을 쓸 수 있도록 해줘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뉴올리언스 고담시에서 재즈는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나/리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뉴올리언스 고담시에서 재즈는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나/리산

    뉴올리언스 고담시에서 재즈는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나/리산 사랑스런 원숭이 한 마리와 불 켜진 다락방이 있다면우울한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양털로 짠 슬리퍼와 다락방 하나쯤은 내게도 있지, 비밥바룰라 창밖으로는 영하의 바람이 불고폭설로 뒤덮인 거리를 뒤뚱이며 지나는 사람들지붕위의 풍향계가 얼어붙는 밤이면몇 알의 양파를 머리맡에 걸어놓으며 잠을 기다리기도 했지만잠 안 오는 밤이란 이젠 없지 야훼가 그를 여자의 손으로 죽일 거야, 비밥바룰라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자동차들 나는 새벽 세 시를 날아다니네 머리가 헝크러진 너에겐 빠른 비트로 날아다니는 법을 가르쳐줄게 울음을 그치렴몇 개의 열쇠를 쩔렁이며 커다란 모자 속의 얼굴을 기웃거리며또 다른 이미지를 찾지만 결국은 다 그게 그거지 깊은 밤이면 점령군의 말과 그림으로 가득한 종이를 눈처럼 찢으며외곽으로 가는 사람들 눈 내리는 들판엔 꿈꾸는 난민들너와 나는 사랑하는데 우리는 사랑하지 않네, 비밥바룰라내게도 돌아갈 다락방 하나는 있지 오, 순정한 세상 =========================== 첫 줄을 읽을 때부터 이 시가 좋았다. 사랑하는 이와 알전구 켜진 다락방이 있다면 ‘What a wonderful world!’ 아니겠는가. 시를 읽는 동안 뉴올리언스의 허름한 재즈 카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부두 노동자들의 체취와 맥주 냄새. 삶이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날 한때 재즈가 퇴폐적이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 모든 예술에서 혁명의 냄새가 풍겨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너와 나는 사랑하는데 왜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가. 지상에 시와 재즈가 머무는 이유다. 사랑하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젊은 시인의 눈빛이 사랑스럽다 비밥바룰라. 곽재구 시인
  • 부동산 투기 바람만 넣고… 국토위 떠난다는 신창현

    부동산 투기 바람만 넣고… 국토위 떠난다는 신창현

    국토부, 자료유출 경위 감사 착수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역 명단’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6일 책임을 지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직에서 사임했다. 신 의원은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규 택지로 물망에 오른 경기도 지역의 8개 명단을 공개했다. 안산 2곳을 포함해 과천, 광명, 의정부, 시흥, 의왕, 성남 등을 후보지로 표시했고, 총면적(542만㎡)과 목표 건설 가구 수(3만 9189가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7일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신규 택지 30곳을 조성해 주택 30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공급 대책만 발표했다. 신규 택지 확정 전에 후보지가 알려질 경우 불확실한 정보에 투기수요가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확정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부동산대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모자라서 정부·여당이 한 초선의원의 말을 빌려서 간을 보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경기권까지 요동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신 의원은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추후 상임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즉각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조성할 때는 주민공람 전까지 신규 택지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수면제 40알을 건넸다, 엄마는 죽음을 선택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수면제 40알을 건넸다, 엄마는 죽음을 선택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기에 고인의 진의(眞意)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간병 살인’ 당사자를 만나 벼랑 끝에 서야만 했던 사연을 들었다. 하지만 희생자나 이미 고인이 된 가해자로부터는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살아남은 이들이 시간을 되돌려보는 사회·심리적 부검이다. 고인이 생전 남긴 글이나 지인과의 면담 자료를 수집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이번 회에선 죽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간병 살인’ 희생자와 가해자, 간병에 지쳐 환자를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인 가족 등 모두 4명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모자(母子)는 다정했다. 2013년 7월 중풍으로 쓰러져 몸 하나 쓸 수 없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아들은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굳은 몸을 씻기고, 주먹만 한 욕창을 닦아 내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들은 늘 어머니의 기분을 살폈다. 파마를 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미용실에 가고 염색과 얼굴 팩도 손수 해줬다. 일본 카레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특정 브랜드의 카레를 준비하는 살뜰한 아들이었다. 그렇게 둘은 적어도 남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5년을 보냈다. 아들은 지난 2월 19일 점심때쯤 술을 잔뜩 마신 채 어머니에게 수면제 한 줌을 건넸고, 어머니는 말없이 그것을 삼켰다. 생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어머니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서울신문은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장옥분(72·가명)씨의 죽음에 대해 사회·심리적 부검의 형식을 빌려 분석을 시도했다. 자살의 1차 원인은 질병이지만, 단순히 질병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죽음은 다소 갑작스럽고 복잡했다. 실제 기초자료를 모으고자 법원과 수사기관, 변호사, 친척 등 주변인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했다. 어머니에게 수면제를 건넨 둘째아들 김진규(50·가명)씨와의 인터뷰가 구치소 측의 제한으로 무산돼 분석에 한계도 있었다.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항소심 선고일은 오는 19일이다. 김씨는 “수면제는 건넸지만 자살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과 큰아들의 죽음…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작은아들뿐  국악학원 조교였던 장씨는 1960년대 학원 수강생이던 남편과 만나 아들 둘을 낳았다. 국악 집안에서 태어난 장씨는 판소리에 소질을 보였다. 일본을 오가며 공연을 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 남편은 외항선을 탔는데, 가족은 한때 서울 광진구에 있는 빌딩을 매입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가난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큰아들의 낭비벽과 거듭된 사업실패가 문제였다. 몇 년 사이 재산은 거덜났다. 불행의 서막이었을까. 10년 전쯤 남편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큰아들도 2015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불면에 시달렸던 장씨는 40대부터 수면제를 달고 살았다. 가정의 불화 탓인지 장씨는 거의 일본에서 생활했다. 생활이 힘들어 수면제를 먹고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 병까지 얻었다. 2008년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고생하다가 2013년 7월 중풍으로 쓰러졌다. 병세는 악화해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작은아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했고, 이때부터 경기 수원에서 중장비 관련 일을 하던 작은아들과 함께 살았다. 작은아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장씨를 돌봤다.●깐깐했던 어머니의 성격…작은아들 심리적 부담 컸을 것  장씨는 깐깐했다. 손조차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정신만큼은 또렷했다. 남이 해 온 음식도 꼭 아들의 손을 거쳐야 먹었다. 주문이나 지시도 많았다. 아들은 그런 엄마를 위해 무던히 애썼다. 까다로운 입맛을 고려해 인터넷으로 일본 카레를 사서 손수 만들어 내왔다. 목욕 도우미가 일주일에 두 차례 왔지만, 아들은 깔끔한 엄마를 위해 다시 꼼꼼히 씻겨 줬다. 장씨는 식사 도중 대변이 나오는 줄도 몰랐다. 작은아들은 엄마가 무안하지 않게 농담을 섞어 가며 대변을 치웠다. ‘독박 간병’ 4년차 때 친척들은 작은아들의 스트레스를 걱정했다. 결국 친척들의 권유로 장씨는 2016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작은아들이 해 주는 것만 못했다. 식사도 거부하고 아들을 찾았고, 장씨는 일주일도 안 돼 퇴원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작은아들의 유일한 수입은 소액의 주식뿐이었다. 어머니의 기초생활수급과 주변 친척들이 10만~20만원씩 챙겨 주는 돈을 합치면 월수입은 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작은아들은 보증금 300만 원짜리 임대주택에 살면서 온종일 엄마를 돌봤다. 친구 만날 틈도 없었다. 주 5일 평일에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왔지만, 시장을 보는 게 전부였다.●임박한 장씨의 죽음…명절에 무너진 아들의 희망  병세가 악화했다. 패혈증 증세로 임종 직전까지 갔다. 장씨가 수차례 죽음과 생의 문턱을 오가면서 아들은 장례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탄식과 안도의 시간이 반복했다. 장씨는 아들에게 자주 “내가 죽어야 네가 편하지”라는 말도 했다. 장씨의 수면제 의존도는 점점 더 심해졌다. 지난 2월 설날 연휴에 아들은 집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조카들도 연락이 안 되고 외로웠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 집을 찾아온 외숙모를 붙잡고 울었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던 아들이었는데,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장씨의 호흡곤란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래를 누군가 인위적으로 뽑아 줘야 했다. 같은 달 19일 장씨는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찾았다. 아들은 “수면제를 먹고 돌아가시려고 그러세요”라고 물었고, 장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어머니, 그냥 나랑 같이 죽읍시다. 나도 힘들어서 안 되겠어”라면서 수면제 40알을 건넸다. 아들도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실패했다. 다음날 술에서 깬 아들은 엄마의 죽음을 확인하고 요양보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뉴스 in] 심리부검으로 본 죽은 자의 속내

    [뉴스 in] 심리부검으로 본 죽은 자의 속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기에 고인의 진의(眞意)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간병 살인’ 당사자를 만나 벼랑 끝에 서야만 했던 사연을 들었다. 하지만 희생자나 고인이 된 가해자로부터는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살아남은 이들이 시간을 되돌려보는 사회·심리적 부검이다. 고인이 생전 남긴 글이나 지인과의 면담 자료를 수집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이번 회에선 죽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간병 살인’ 희생자와 가해자, 간병에 지쳐 환자를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 등 모두 4명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모자(母子)는 다정했다. 2013년 7월 중풍으로 쓰러져 몸 하나 쓸 수 없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아들은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굳은 몸을 씻기고, 주먹만 한 욕창을 닦아 내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들은 늘 어머니의 기분을 살폈다. 파마를 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미용실에 가고 염색과 얼굴 팩도 손수 해줬다. 그렇게 둘은 적어도 남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5년을 보냈다. 아들은 지난 2월 19일 점심때쯤 술을 잔뜩 마신 채 어머니에게 수면제 한 줌을 건넸고, 어머니는 말없이 그것을 삼켰다. 생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어머니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 있는 그대로… 소박한 일상이 오고갔다

    있는 그대로… 소박한 일상이 오고갔다

    당시에 지어진 프랑스풍의 건물들은 개·보수를 거쳐 호텔과 카페로 재단장했다. 테라스는 백인 백패커들로 넘쳐난다. 거리를 걷다 보면 검은 전통 옷을 입은 흐몽족이 막대기로 등을 긁으면 ‘꾸르륵 꾸르륵’ 하고 소리를 내는 두꺼비 기념품을 팔기 위해 주위를 맴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호하게 거절 표시를 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하루 종일 쫓겨 다녀야 한다. 아마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이 섬싱 포 미’(Buy something for me)일 것이다. 밤에 자려고 호텔 침대에 누우면 두꺼비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다.●새소리·바람소리가 반겨주는 캇캇마을 하지만 이 거리를 벗어나 20분 정도만 계곡을 따라 걸어 ‘캇캇 마을’(Cat Cat Village)에 들어서면 비로소 ‘아, 이곳이 사파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당신 귀를 씻어줄 것이다. 나무등짝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진짜 두꺼비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캇캇 마을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검은 옷을 입는 이들을 검은 고양이처럼 여겨 캣캣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사파 시내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소수민족 마을이자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흐몽족이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논 풍경도 볼 수 있는데, 쌀과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이 논은 세계 3대 다랑논으로 불린다.사파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1시간 정도를 가면 지앙 타 차이 마을이 있다. 레드 자오족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자오족은 흐몽족과 함께 베트남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소수민족 중 하나다. 중국과 라오스 국경 일대에도 넓게 분포하는데, 놈다오라는 독자적인 문자와 의학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지구상의 많은 소수민족이 그렇듯이 이들 역시 관광객들을 상대로 민예품이나 작은 인형, 액세서리를 팔며 생계를 꾸려간다. 예전에는 가끔 성냥갑 속에 아편을 숨긴 채 다가와 판매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매주 일요일 亞 최대 소수민족 재래시장 사파에 간다면 일정에 일요일을 넣는 것이 좋다. 매주 일요일이면 박하에서 아시아 최대의 소수민족 재래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박하 역시 해발 900m의 고원 지대에 자리한 곳으로 플라워(꽃)흐몽족을 비롯해 자오, 자이, 푸라, 투 라오족 등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일요일마다 열리는 시장에는 주로 꽃흐몽족이 모인다. 울긋불긋 화려한 색으로 수놓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몰려든다. 시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버스에서 내리면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줄지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에 닿는다.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다. 노천 이발관에서는 아저씨가 이발을 하고 있고 시장 한 편에서는 흐몽족이 순대와 국수를 먹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빗자루는 하나 사오고 싶을 정도다. 시장 아래쪽에는 우시장도 벌어진다. 커다란 뿔을 단 물소들이 팔려 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노천이발관·우시장… 우리네 5일장 닮아 시장의 모습이 우리네 5일장과 너무나 비슷하다. 여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물건값을 흥정하고 젊은 아가씨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웃음꽃을 활짝 피운다. 남자들은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시장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것 같다. 시장 한 편에는 공산품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제대로 천막 치고 만든 상점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베트남의 주 부족인 킨족이라고 한다. 하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쑥스러워하면서도 거절하는 일은 별로 없다. 일부러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여행수첩 하노이에서 사파에 가려면 하노이B역에서 라오까이 가는 야간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하노이B역에서 밤 10시 전후로 출발해서 라오까이역에 새벽 6시쯤 도착한다. 라오까이역에서 하노이로 가는 열차도 비슷하다. 대부분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출발. 라오까이역 앞에 사파로 가는 미니버스들이 많다. 흥정은 필수. 역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파 가는 노선버스가 운행된다. 미니버스와 가격을 잘 비교해 보자. 라오까이역에서 박하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사파 여행 중 일요일이 낀다면 사파에서 박하시장 당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숙소나 메인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서 예약할 수 있다. 박하시장에서는 시장 분위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에 시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커다란 망원렌즈로 무장한 ‘사진 마니아’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사파의 날씨는 예측불가다. 비 오다 개고 개었다 싶으면 다시 비가 내린다.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사파 여행 최적기는 가을이다. 강수량이 적고 다랑논도 황금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 초겨울 옷이 필요하다. 숙소의 난방도 꼭 확인해야 한다.
  • 처음 그대로… 작은 삶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 그대로… 작은 삶들이 모여 있었다

    해발 1650m 위치한 고원 도시 연평균 기온15℃ 반팔차림 여행객 당황 흐몽·자오 등 다양한 소수민족 거주 다낭·하노이와 다른 매력 즐길수 있어얼마 전 막을 내린 아시안 게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4강에 드는 성적을 거두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가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던 것처럼, 지금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최고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아마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뜻밖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베트남의 여행지는 다낭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인은 강릉 경포대에 다녀온 것 같다는 소감을 농담을 섞어 이렇게 늘어놓기도 했다. “가끔 베트남 사람들이 보이더라구.” 만약 당신이 하노이, 호찌민, 다낭을 이미 다녀왔다면, 그리고 베트남의 매력에 빠져서 베트남에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면 사파(Sapa)를 권해 드린다. 조금 더 베트남다운 베트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파는 베트남 북서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오까이(Lao Cai)에서 약 30㎞ 정도 떨어진 도시다. 하노이에서는 380㎞ 정도 떨어져 있다. 1922년에 만들어진 고원도시로 흐몽족, 자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찾는 여행자들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많이 개선되어 접근하기가 쉬워져 다시 주목받고 있다.사파는 좀 춥다. 해발 1650m의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탓이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대다. 반팔에 슬리퍼 차림으로 사파 버스 정류장에 내린 여행자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오들오들 떨며 어깨를 감싸 쥔다. 샌들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은 오그라든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한 옷가게 들이 정류장 근처에 있다. 짝퉁 ‘노스OOO’ 상표를 단 초록색과 검은색 패딩을 잔뜩 걸어놓은 옷가게 주인들이 여행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진다.여행자들이 사파를 찾는 이유는 다양한 소수민족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사파에는 아직도 진짜 모습을 간직한 소수민족 마을이 있다. 대표적인 소수민족은 흐몽족이다. 19세기 중국에서 내려와 사파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지금도 사파 인구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흐몽족은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태국, 라오스 등 여러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 고산지대에 살며 과일이나 약초 등을 재배하고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기르며 살아간다. 블랙, 화이트, 레드, 그린, 플라워 등으로 명명된 여러 개의 그룹이 있는데 서로 약간씩 다른 관습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블랙 흐몽족은 짙은 남색으로 염색된 의상을 입고 원통 모양의 모자를 쓴다. 각반과 같은 정강이받이를 다리에 착용하고 은장신구로 몸을 많이 치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인 스트리트에는 프랑스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프랑스 식민시대의 유산이다. 프랑스인들은 남쪽에 달랏을, 북쪽에는 사파를 자신들의 휴양지로 개발했다. 프랑스에 저항했던 게릴라들의 주둔지였던 까닭에 한동안 잊혀져 있던 사파는 1990년대 중반부터 마을 주변에 드넓게 형성된 스펙터클한 자연경관이 외국 배낭여행자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 관광지로 인기를 얻게 된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여기는 중국] 말벌 유충 먹으려다 50차례 쏘인 남성 사망

    [여기는 중국] 말벌 유충 먹으려다 50차례 쏘인 남성 사망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으려다 결국 귀중한 목숨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4일 중국 매체 첸장완바오(钱江晚报)는 말벌 집에 있는 유충을 채취하려고 나선 두 남성이 말벌들에게 쏘여 한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각각 52세와 30세인 두 사람은 퇴근 후, 저장성 항저우 외곽에 있는 산으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은 가장 많이 성장한 유충들을 꺼내기 위해 막대기로 벌집 내부를 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말벌 집을 때리는 동안 이들은 긴 바지와 모자를 착용하고 보호조치를 했는데도 말벌에 50차례 이상 쏘였다. 처음에는 말벌에 쏘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더 큰 말벌 무리의 습격을 받은 후에야 그 곳을 떠났다. 다음날 아침 몸이 편치 않은 것을 느낀 두 사람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30세 남성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이후 복합장기부전(multiple organ failure)으로 사망했다. 1일 아침, 병원 의료진은 “성이 ‘시’로 밝혀진 52세 남성이 위급한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이송됐는데 시씨도 장기 부전 증세를 보였다”며 “다행히 이틀 후 그의 건강 상태가 안정되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 피부과 원장 왕 샤오용은 “말벌 침에 쏘여 독소가 축적되면 몸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독소는 신경 손상을 비롯해 혈액순환과 장기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일부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말벌 유충을 사냥하거나 말벌에 가까이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나 매년 여름 말벌에 심각하게 쏘인 사람들을 여러 번 치료했다”면서 “말벌 유충에 든 단백질 성분이 높다고 해서 날 것으로 먹지 말고 반드시 먼저 가공 처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여전히 중국 본토와 대만 일부 지역에서는 벌 유충이 음식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벌침을 이용한 치료가 인기 침술 요법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123rf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해찬 새만금공항 반대 발언에 “사과하라” 전북 정계 부글부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을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북 지역 정치계가 들끓고 있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과 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종회·김광수·박주현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표는 망언에 대해 전북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새만금공항 건설에 적극 찬성하며 조속한 착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력을 모을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당은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이 대표의 천박한 인식과 대통령과 당 대표의 엇박자를 여과 없이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도 “집권여당 대표가 새만금공항 사업에 대해 이토록 무지몽매할 수 있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새만금사업도 좌초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정운천 의원도 지난 4일 “새만금 개발사업 속도를 높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응원하고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여당 대표가 무슨 막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전북지역 민주당원과의 간담회에서 새만금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새만금공항 건설에 대한 질문에 “가까운 전남 무안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새만금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반이 약해 파일항타(파일박음) 공정 등으로 공사비가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안공항 이용 발언은 새만금공항은 화물수송 기능을 먼저 수행하고 여객 수송은 무안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강남 입시 명문 여고의 배신…‘내신 불신’ 촛불로 번지다

    강남 입시 명문 여고의 배신…‘내신 불신’ 촛불로 번지다

    전국 여고 중 서울대 최다 합격 ‘내신 지옥’ “전교 100등→1등? 이곳선 사실상 불가능”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여고 앞 집회 참석 “입시 치열한데 출발선부터 부정 의혹 화나 아이들 최대 피해… 내신 믿으라 말하겠나”‘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한복판의 숙명여고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성적이 급상승해 문·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서울 교육청이 감사를 벌인 데 이어 5일에는 경찰이 학교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정문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있다. 학부모들은 숙명여고에서 불거진 의혹에 왜 이토록 민감해하고, 분노할까. 숙명여고 의혹이 더욱 회자된 건 학교의 상징성 때문이다. 숙명여고는 일반고다. 하지만 ‘영재고-자율형사립고·외고-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지형에서 다른 일반고와는 위상이 다르다. 2018학년도 대입 때 서울대에 17명(재학생 기준)을 합격시켰다. 전국 여고 중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냈다. 학부모들은 ‘숙명외고’라고 부른다. 또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하다. 내신 등급을 따기 어려운데도 선호하는 이유다. 대치동 입시 컨설팅 업체 대표인 김은실씨는 “숙명여고 내신시험은 출제범위가 넓고 어려워 선행학습 없이는 못 따라간다”면서 “이런 학교에서 성적이 급상승했으니 전국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곡동, 대치동, 역삼동 등 부자 동네의 아이들이 모이는 만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예전의 경기여고 같은 위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3일 숙명여고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분노는 매우 컸다. 이 학교 1학년생의 어머니는 “내신지옥으로 알려진 학교라 아이를 보낼지 많이 고민했었다”면서 “아이들이 모두 피 토하게 공부하기 때문에 100등 이하에서 1등으로 오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 아이가 재학 중인 학부모도 집회에 합류하고 있다. 특정학교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교과·비교과 등 내신 성적으로 대학 가는 수시 전형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가운데 내신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주는 단면이다. 이모(43)씨는 “아이들의 모든 활동이 대학 입시, 성적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부정한 행위 때문에) 출발선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화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딸이 숙명여중에 다니는 또 다른 이모(53)씨는 “주변에서는 ‘애가 찍힐 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집회에 3번째 나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시위에 나온다. 이번 사태가 알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강남 학부모 정보 커뮤니티인 A사이트에는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30여개의 관련 글이 올라왔다. 글에 많이 쓰인 단어를 분석한 결과 ‘내신,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비리, 입시, 공정, 수시, 대학, 분노, 억울하다’ 등이 많았다. 키워드를 연결해 보면 “학종 등 수시가 중요해진 시대에 내신 비리 가능성 탓에 입시가 불공정해져 억울하고 분노한다”는 생각이 읽힌다. 이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교장실과 교무실,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A씨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시험지·정답지 결재 서류 등을 확보해 시험지 유출 여부에 대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문제 유출 개연성은 발견했으나 물증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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