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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수정 서울시의원 “김민기 前 서울의료원 원장, 국립중앙의료원장 후보 사퇴해야”

    권수정 서울시의원 “김민기 前 서울의료원 원장, 국립중앙의료원장 후보 사퇴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권수정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5일 서울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의료연대 서울지부와 함께 ‘김민기 전 서울의료원 원장의 국립중앙의료원장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가 중앙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해 12월 6일 병원장 초빙 공고를 했고, 이사회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전 서울의료원장 김민기 씨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전 서울의료원장 김민기 씨는 서울의료원 원장 재임기간 중 직무능력 향상교육 수의계약 법령 위반, 「지방계약법」과 「서울의료원 회계규정」 위반으로 배임 등의 혐의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서울시의 재승인과 별도의 이사회 개최 없이 30억대 사업을 무작정 진행하여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기관 경고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임기 동안 3명의 직원이 사망했고,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의 원인이 ‘업무상 재해’로 산재가 인정되었음에도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뭉그적대다 돌연 사퇴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임 병원장은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올바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며,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도덕성을 고루 갖춘 인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 재해를 방관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은 사람, 자중하고 자성해도 모자랄 사람이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 할 엄중한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김민기 전 서울의료원 원장 스스로 국립중앙의료원장 후보를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 BTS 진이 참여한 잠옷 ‘11만원’… 분노한 아미들 “상술도 정도껏”

    BTS 진이 참여한 잠옷 ‘11만원’… 분노한 아미들 “상술도 정도껏”

    기획 참여 멤버 진도 “무슨 가격이, 나도 놀라” 하이브, 진 참여 ‘메이킹 영상’으로 제품 홍보불쾌한 아미들 “멤버들 상품팔이 시키느냐”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잠옷 가격이 10만원이 넘는 고가로 책정되면서 팬들은 물론 잠옷 기획에 참여한 당사자인 멤버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팬들은 소속사 하이브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팬들을 겨냥한 고가의 가격 책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제품 가격 공개되자 팬들 불쾌감 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 샵을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제작에 참여한 잠옷과 베개 등의 판매를 예고했다.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 잠옷의 가격은 상·하의 세트 한 벌당 11만 9000원으로, 유명 브랜드가 아닌 것으로는 다소 높은 편이다. 함께 출시를 예고한 베개 가격은 6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하이브는 이날 진이 제작에 참여한 ‘메이킹 영상’도 함께 공개하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진은 영상에서 “구상만 했을 뿐인데 좋은, 정말 최고의 능력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너무 좋은 제품이 나온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날 정작 제품 가격이 공개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고가 논란이 분출됐다. 실크나 캐시미어 같은 고급 소재도 아닌 면 잠옷치고는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한 팬은 소속사를 겨냥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을 데려다 음악할 시간도 없이 굴리면서 상품팔이를 시키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팬은 “잠옷 가격이 심하다”면서 “상술도 정도껏 해야지 (잠옷 구성에) 포토카드만 넣으면 다냐”라고 비판했다. 잠옷 제작 기획에 참여한 멤버 진 본인마저도 이날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잠옷 좋은 소재 써 달라 했지만 무슨 가격이…나도 놀랐네”라며 가격 책정에 불만을 표출했다.하이브, 웹툰·웹소설까지 진출선언아미 “멤버·팬, 이 상황 견디는 자체 분노” 하이브는 앞서 음악 외 다양한 사업 진출을 선포하며 한국어 교재, MD(굿즈), 캐릭터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진출까지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팬들은 음악과 무대에 충실해도 모자랄 판에 지나치게 부대사업에 몰입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정식 연재를 앞두고 네이버웹툰에서 게재 중인 콘텐츠 ‘슈퍼캐스팅 : BTS’가 부실한 내용으로 낮은 평점을 받으며 혹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5일 네이버 웹툰은 하이브와 협업해 만든 ‘슈퍼캐스팅’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고 영상 화면을 캡처한 사진으로 작품을 만든 ‘컷툰’ 형식으로 네이버 웹툰 페이지에 올렸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과 엉뚱한 문구가 혹평을 받으며 지난달 말까지 공개된 7개의 작품들 모두 10점 만점에 평점 2~3점대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팬들은 댓글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가지고 이것밖에 만들지 못하느냐”, “멤버들을 협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1년이나 설득시켜서 이런 웹툰을 만들고 싶었나”라며 소속사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방탄소년단 팬은 “잠옷값을 단순히 싸게 하라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멤버들을 어떤 활동으로 소모하고, 팬들을 어떤 목적으로 대하는지가 너무 잘 보이는데도 이 상황을 견뎌야 하는 그 자체에 분노한다”고 소속사를 비판했다. 하이브의 주가는 지난해 1월 14만원대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과와 이를 지지해주는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의 팬심이 합쳐지면서 꾸준히 올라 10개월 만인 11월 3배에 달하는 42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이브의 주가는 이날 현재 35만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 ‘여신 위에 여제’ 김가영, 또 차유람 제쳤다…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 진출

    ‘여신 위에 여제’ 김가영, 또 차유람 제쳤다…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 진출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최다 준우승 기록을 가진 ‘당구 여제’ 김가영(39)이 ‘포켓볼 라이벌’인 차유람(35)를 또 돌려세웠다. 7개월 만에 투어 통산 다섯 번째 결승 무대에 올라 생애 두 번째 우승에 다시 도전한다.김가영은 3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LPBA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차유람을 3-0(11-101-10 11-4) 제압했다. LPBA 투어 2020~21시즌 개막전이었던 2020년 7월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전 이후 라이벌 차유람과 18개월 만의 두 번째 맞대결을 또 승리로 이끈 김가영은 상대 전적 2승을 기록하며 ‘여제’의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김가영은 또 세 번째 시즌을 맞은 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에 진출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가영은 투어 첫 시즌인 2019~21시즌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일궈냈지만 이후 세 차례 오른 결승에서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3회나 되는 김가영의 준우승 기록은 LPBA 투어에서 가장 많다. 18개월 전 첫 대결을 1-2역전패로 내주고 “가영 언니는 되게 불편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 차유람은 이번에도 그 ‘스트레스’를 넘지 못했다.출발은 차유람이 좋았다. 3·4·7의 초구 배치에서 선공을 잡아 두 점짜리 3뱅크샷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차유람은 뒤돌리기와 앞돌리기 등을 몰아치며 7점짜리 하이런으로 기세등등하게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차유람이 옆돌리기로 1점을 보탠 뒤 무려 10이닝을 공타에 그치는 사이 김가영은 알토란같은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9-7까지 맹추격한 9-10의 세트포인트에서 역회전이 걸린 회심의 걸어치기 뱅크샷으로 모자란 두 점을 한꺼번에 채워 11-10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사실상 둘의 두 번째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두 번째 세트 10-7로 먼저 만든 세트포인트를 세 차례나 불발시킨 김가영은 차유람의 맹추격에 10-10 동점을 허용했지만 뒤돌리기고 마무리해 세트 2-0을 만든 뒤 3세트에서는 차유람을 4점에 묶고 여유있게 11점을 채워 승부를 매조졌다. 김가영은 또 다른 4강전에서 이우경에 3-2(8-11 8-11 11-4 11-8 9-5) 로 역전승한 강지은을 상대로 4일 오후 9시 30분 시작되는 결승에서 통산 2승에 도전한다. 둘은 이전까지 만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 김종인 ‘윤석열, 연기해달라’ 언급에 민주당 ‘허수아비냐’ 맹폭

    김종인 ‘윤석열, 연기해달라’ 언급에 민주당 ‘허수아비냐’ 맹폭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윤석열 후보를 향해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허수아비 후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결국 윤석열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대본을 써서 연기를 하더라도 대본을 외울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프로프터를 안 켜서 2분동안 말도 못 했던 후보가 선거 때는 연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에 당선돼서 연기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演技)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텅 빈 역량을 자인한 발언”이라며 “연기라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라는 것은 윤 후보의 수준이 그만큼 처참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선대위의 가장 큰 문제는 후보 그 자체”라며 “모자란 후보에게 연기를 시켜 선택받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 우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펼쳐야 할 대선판에서 꼭두각시 쇼나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참담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페이스북에 “배운다더니, 공부한다더니, 배운기는 한건가”며 “아예 배우기를 포기하고 ‘배우’한다고요”라고 올렸다. 박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갑자기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하더니 이제 대놓고 후보에게 시나리오대로 연기만 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내민 비밀병기는 준비 안 되고 정치 경험 없는 윤 후보가 철저하게 연기를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영 기자
  • 아내와 아들 살해 의심 받는 미국 변호사, 아내 유언장에는 이미…

    아내와 아들 살해 의심 받는 미국 변호사, 아내 유언장에는 이미…

    1000만 달러(약 119억원)의 보험금을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자신에게 총을 쏴 죽여달라고 청부한 미국의 50대 변호사가 있었다. 그 석달 전에는 아내와 다른 아들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는데 그의 소행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생전의 아내가 모든 재산을 남편에게 물려주는 유언장을 작성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으며 미심쩍은 정황이 적지 않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새해 첫날(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몰락한 변호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이름난 법조인 집안 출신의 알렉스 머도(54). 증조부를 시작으로 조부와 부친까지 모두 5개 주의 검찰총장을 지낸 명문가의 자제였다. 머도의 가정에 총탄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7일이었다. 부인 마가렛(당시 52)과 아들 폴(당시 22)이 가족의 사냥용 별장 개집 근처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4일 알렉스가 길거리에서 총격을 당했는데 탄환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목숨을 구했다. 그는 나중에 살해를 청부했다고 순순히 유죄를 인정했다. 모자 의문사와 관련해선 일곱 달이 다 돼도록 누구도 체포되거나 기소되지 않았으며 용의자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주 현지 일간 아일랜드 패킷이 입수한 마가렛의 최종 유언장과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그녀는 이미 모든 재산을 남편에게 물려주기로 유언장에 적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언니 마리안 프록터에게 자신이 죽을 경우 유산 상속 과정을 감독하라는 조건이 붙여져 있었다. 2005년 8월 유언장에 서명까지 마쳤는데 언젠가 수정돼 있었다. 프록터의 이름에 줄을 긋고 알렉스의 부친인 랜돌프 머도 3세의 이름을 대신 적어뒀다. 랜돌프 머도 3세는 마가렛과 폴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흘 뒤 세상을 떠났다. 가족 법무법인은 숙환으로 자연사했다고 공표했다. 이쯤되자 모두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마가렛의 유산 관리인으로 알렉스와 아들 버스터, 언니 프록터 모두 배제됐고, 지난달 9일자로 알렉스의 형 존 마빈 머도가 대리인 행세를 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존은 동생이나 조카에 유산을 물려주기 전에 빚부터 갚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왜 마가렛이 유언장에 수정 가필을 했는지 모르며 그녀의 글씨체가 맞는 것으로 보여 생전에 그녀가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스가 길거리에서 총격을 받은 것은 법무법인에서 사직한 다음날이었다. 법인 측은 그가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들통 나 그만 뒀다고 했다. 알렉스의 변호인들은 의뢰인이 20년 동안의 합성마취약(오피오이드) 중독 탓에 회삿돈에 손을 댔다고 변호했다. 남은 아들 버스터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총을 쏴달라고 고객으로 인연을 맺은 커티스 에드워드 스미스(62)에게 청부한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이 집안과 관련해 횡액을 당한 사람도 여럿이었다. 2015년 19세 소년 스티븐 스미스가 교통사고를 가장해 살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됐고, 2019년에도 맬로리 비치란 19세 소년이 보트 사고로 목숨을 잃어 함께 있었던 폴이 법정에 설 예정이었다. 비치 살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폴은 최고 징역 25년형을 받게 된다. 2018년 가정부 클로리아 새터필드(당시 57)도 의문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알렉스는 그녀가 반려견들을 산책시키다 계단에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는데 부검의는 “미끄러져 넘어져 생긴 상처”로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밝혔다. 알렉스는 또 새터필드가 모아둔 돈에 손을 댔다고 그녀 아들들의 의심을 샀다. 지난달에야 그녀의 아들들에게 430만 달러의 법정화해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을 보면 이 의혹 역시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단단한 문장 안, 해석하는 이의 필치… 詩 비평 혜안 봐

    단단한 문장 안, 해석하는 이의 필치… 詩 비평 혜안 봐

    응모작들은 예년에 비해 내용과 수준이 다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페미니즘, 청년, 인공지능 등 시의적인 이슈들을 다양하게 다룬 점은 인상적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다양한 작가와 시인, 현상과 담론 등을 저마다 추적해 완미한 비평문을 완성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담론적 추수 경향이나 지나치게 이론 현시를 보이는 비평보다는 작품 내적 논리를 충실하고도 꼼꼼하게 읽어내는 글에 호감을 가지고 응모작들을 읽어 나갔다. 그 결과 스스로의 해석적 언어에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 평론들이 침체기에 있는 한국 평단을 환하게 밝힐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 심사위원들은 그 가운데 세 편의 글을 오래도록 주목했는데, 숙의 끝에 상대적으로 언어적 안정감을 가지고 한 시인의 시 세계를 정치하게 분석한 염선옥씨의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 가는 언어’를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됐다. 이 평론은 신미나 시의 독특한 자리를 개성적으로 파악해 단단한 문장 안에서 그것을 해석하는 이의 시선과 필치를 증명해 주었다. 앞으로 시 비평의 극점을 향해 나아갈 혜안과 역량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함께 경쟁한 ‘포스트모던 러브 기어’는 세 여성 작가의 소설을 통해 남성 중심의 신화적 상상력을 뒤집어 읽는 역량을 보여 주었다. 다만 불필요한 이론 서술이 많아 글의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차오르는 코르푸스의 시학’은 ‘몸’에 착안해 김수영, 문보영 시인을 함께 논의해 본 의욕적인 글이다. 다만 문장이 불안정하고 왜 김수영과 문보영이 연결되는지에 대한 해명이 더 드러났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따랐다. 당선작이 되지 못했으나 문장력과 문제의식을 두루 갖춘 사례들이 많았다는 점을 부기한다. 담론을 좀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해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여럿 있었다. 다음 기회에 더 풍성하고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마음 깊이 당부드린다.
  • 고픔과 아픔 외면하지 않는 시, 질문을 그치지 않는 시

    고픔과 아픔 외면하지 않는 시, 질문을 그치지 않는 시

    올해도 많은 분들이 새봄을 향해 시를 보내 주셨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읽었다. 예년보다 더 오래 숙고했는데, 손에서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단하게 짜인 세계를 횡단하며, 심사자들의 눈과 손이 시종 천천히 움직였다. ‘오픈’이 보여 준 감춤과 들킴의 미덕, ‘물과 풀과 건축의 시’에서 감지한 조용한 폭발, ‘비닐하우스’가 만들어 낸 미묘한 긴장, ‘온몸일으키기’가 일으킨 위트와 블랙 유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같이 머리와 가슴을 두드리는 시편이었다. 당선작과 끝까지 경합한 ‘저기 저 작은 나라’ 외 네 편은 독특한 시적 세계관으로 심사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자기만의 세계가 이미 상당 부분 구축돼 있어 앞으로 그 세계가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갈지 궁금했다. 토씨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문장들은 묘한 리듬감을 자아내 읽을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띤 토론 끝에 ‘반려울음’ 외 두 편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젊음은 젊은 상태, 혹은 젊은 기력을 가리킨다. 젊은 시가 있다면 그 상태를 잊거나 잃지 않고자 기력을 쏟아붓는 시일 것이다. ‘고픔’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시, 질문을 그치지 않는 시일 것이다. 일상의 한 장면에서 지나간 시간을 길어 올리고 작금의 감정을 그 위에 내려놓는 시일 것이다. ‘반려울음’은 쓰면서 고파지는 시, 배가 뱃가죽과 배꼽을 소환하는 시, 마침내 쏟아버리면서 동시에 쏟아지는 시였다. “버썩거리는” 일상을 비집고 다른 존재를 향한 유일한 감정이 솟아오르며 빛나는 시였다. 울음을 껴안으면서 울음과 함께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였다. 시 쓰는 데 있어 이른 시간과 늦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를 쓰는 시간은 모두 제시간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응모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경찰 목 조른 10대들 “인권침해다…우린 촉법소년”(영상)

    경찰 목 조른 10대들 “인권침해다…우린 촉법소년”(영상)

    10대 미성년자들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단속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촉법소년’이고,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1일 서울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2시 40분쯤 10대 청소년 8명이 은평구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의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러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됐다. 채널A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경찰과 미성년자가 몸싸움을 하며 술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일행까지 합세해 경찰관들의 목을 조르고,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경찰은 전기충격기 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한 1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4명 중 3명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며 한 달이 지나도록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으로, 10대 후반인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당시 사건 목격자는 “남자친구들 못 데려가게 (여성들이) 몸으로 막고 ‘인권침해다, 신고한다’고 막 전화기도 꺼내고 그랬다. (10대들이) 욕하니까 경찰이 ‘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계속해서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는 한편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술집 사장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 [여기는 중국] 훔친 개 데려와 학대해 두개골 파열…그런데 무죄?

    [여기는 중국] 훔친 개 데려와 학대해 두개골 파열…그런데 무죄?

    중국의 한 남성이 애완견에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뒤 엘리베이터에 태워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청두시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주 모 씨는 무게 25kg 상당의 대형견 시베리안 허스키를 폭행해 두개골 파열과 왼쪽 안구 실명 등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주 씨는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향해 무자비한 폭행을 휘둘렀는데, 이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상으로 피를 흘리던 피해 반려견을 태운 뒤 곧장 1층 버튼을 눌러 방치한 것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현장에 버려진 반려견을 발견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외부에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cctv 영상 속 가해 남성 주 씨가 방치한 애완견이 학대 피해로 이빨의 상당수가 빠진 상태였으며, 부상으로 머리 전체가 피투성이었다”면서 “하지만 영상 속 주 씨는 부상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애완견을 엘리베이터에 방치하면서 어떠한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할 공안국은 문제의 남성이 담긴 cctv를 확보해 수사한 끝에 20대 남성 주 씨를 적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현행법상 동물보호법이 없는 탓에 가해자로 특정된 주 씨를 붙잡고도 별다른 처벌 없이 풀어줘야 하는 위기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그가 폭력을 행사한 애완견이 가해자 주 씨의 소유가 아닌 그가 얼마 전 거리에 묶여 있던 연 모 씨의 반려견을 몰래 데려와 폭행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실상 주 씨가 일면식 없던 이웃 주민의 반려견을 훔쳐 달아난 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자비한 폭행을 휘둘렀던 것.  관할 공안국과 사법부는 무려 16개월에 걸친 지난한 법적 다툼 끝에 최근 피의자 주 씨의 무자비한 행각에 대해 절도죄로 징역 3개월, 벌금 3000위안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주 씨가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에도 줄곧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피의자 주 씨는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에도 연 씨의 반려견을 훔친 것이 아니라 단지 ‘품에 안아서 데리고 갔을 뿐’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이어왔다.  또, 그는 재판부가 제공한 최종 변론에서도 “사건 전날 밤새도록 술을 마셔서 머리가 텅 빈 상태였다”면서 “어떤 흉기로 폭행을 가했는지 여부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가 공개된 직후 피해 반려견주 연 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실형이 선고돼 안심이다”면서도 “다만, 민사상의 손해 배상 부분과 관련해서는 주 씨를 추가로 고소할 계획이다”고 했다.
  • [포토인사이트] 그때는 몰랐던 소중한 일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토인사이트] 그때는 몰랐던 소중한 일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델타와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렸고 지난달 어렵게 시작한 `위드코로나`는 50일이 채 가지 못했다. 위중증환자가 급증했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방역 당국은 지난 22일 상급종합병원과 공공병원에 대해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거점 전담병원도 추가 지정해 중증환자 전담병상 등 약 2만 개를 확보할 계획을 발표했다. 평택 박애병원은 첫 민간 코로나19 거점 전담 병원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첫 환자를 받은 이래로 31일 기준 총 3,381명의 환자가 입원했고, 2,778명의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무사히 퇴원했다.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 조언을 구하러 올 정도로 체계를 갖췄지만, 이곳도 처음부터 매뉴얼이있던것은 아니었다. 한 간호사는 ‘그동안 배웠던 이론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며 ‘이렇게 무사히 1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병원 관계자들과 의료진이 모두 맨몸으로 부딪혀 일궈낸 결과다’라고 지난 1년을 떠올렸다.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의료진들은 더욱 철저해야 했다. 레벨D 방호복과 각종 보호장구를 챙겨 입는 것도 모자라 신발 덮개도 두 겹, 장갑도 두 겹을 겹쳐 쓴다. 틈이 벌어지는 곳은 모두 테이프로 단단히 감싼다. 옷을 입고 벗는 데 만해도 십여 분 걸리지만 오염 존을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코로나19 검사도 필수다. 현장은 늘 급박하게 돌아가고 인력은 충분치 않다. 끼니를 제때 먹기도 쉽지 않아 거르는 간호사들도 많다. 꽁꽁 싸맨 방호복에 테이프까지 붙이고 숨쉬기도 버거운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면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은 칠판이 되고, 동료, 환자와 대화를 하려 목소리를 높여보면 모르는 새에 목이 쉬어있다. 6개월 파견 근무 후 일손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두 달 전 다시 복귀했다는 투석실의 채성인 간호사는 ‘위드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처참했다`고 표현했다. 일반병동과 중환자실이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모든 환자가 중환자나 마찬가지고 `병상이 부족해서 사망한 환자를 옮기지 못한 상태인데 이미 다른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며, ‘모두 위중한 환자들인데 그중에서 그나마 덜 위중한 사람을 가려 일반병동으로 내려야 할 때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고. 병원은 오는 10일 건강검진센터를 리모델링해 60개의 병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의료진의 도움과 희생이 또 필요할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몇 명의 간호사들에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했지만 모두 몸이 힘든 것은 사명감으로 버틸 수 있다는 답을 해왔다. 다만 코로나19를 가볍게 생각하는 세상의 시선과 자신들을 서비스직으로만 보고 쉽게 대하는 부분에 상처받는다고 한다. 7년 차 강태혁 간호사는 `그래도 코로나19 전담 병원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나지막이 소망을 말했다. “많은 환자분이 화가 난 상태로 병원에 오지만, 갈 때는 모든 나쁜 감정은 다 놓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우리는 항상 다 이겨냈잖아요.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신 분들도 다 보상받으면 하고요.”
  •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명의 천문학자가 6개월 후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공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왜곡하고 가공해 각자의 욕망에 이용하려 할 뿐이다.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현실을 풍자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화제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1억 1103만 시간 재생되며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올랐다.블랙코미디인 돈 룩 업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로 실존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현실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인터넷 영화매체 스크린랜트(Screenrant)와 영국 연예매체 덴오브긱(Den of Geek)을 참고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실존 인물과 닮았는지 분석했다. ● 제니퍼 로렌스는 그레타 툰베리를 연기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지구와 충돌할 ‘행성 침략자’ 디비아스키 행성을 처음 발견한 천문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다. 냉소적인 성격의 디비아스키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케 한다. 디비아스키는 다이어트 앱에 지구와 혜성의 충돌 시간을 입력해놓고 6개월 후면 인생이 끝장난다는 사실에 하루 5번씩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한다. 인기 있는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다루는 진행자들에게 화를 내며 “우리 모두 100% 죽고 말 거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를 미치광이, 웃음거리로 소비할 뿐이다.디비아스키는 혜성 충돌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벌인다. 인류를 구원할 수만 있다면 중간선거에 이길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중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툰베리와 닮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금요결석시위’로 주목받은 툰베리는 국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호소하고 탄소 감축에 무신경한 지도자들은 ‘블라 블라’ 떠들기만 한다며 냉소한다.기후위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파이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거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기후 회의론자들은 툰베리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거나 감정에 소구한다며 조롱하고 공격한다. 욕하며 비웃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대중 콘서트와 집회를 열고 연대하는 디비아스키와 툰베리는 상당히 흡사하다. ●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 메릴 스트립메릴 스트립은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인 재니 올린을 맡았다. 언뜻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다 보면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다. 리얼리티 TV쇼의 스타로 떠올라 백악관까지 입성한 올린은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트럼프에 대한 패러디다. 국가수반이지만 과학적 진실을 무시하는 그의 모습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중간선거 캠페인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흔드는 올린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트럼프와 똑 닮았다.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꼬집는 장면도 등장한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구실 삼아 이라크 침공을 준비한다.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이 시작됐고 후세인 정권은 두달 만에 무너진다. 승리에 의기양양해진 부시는 전투기 조종복을 입고 항공모함인 링컨함에 내리는 등 정치 쇼를 벌인다. 그는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는 배너가 걸린 항모에서 종전을 선언한다. 돈 룩 업에서 올린 대통령이 항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혜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며 비장미를 연출하는 장면과 유사하다.맥케이 감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대중 앞에 금연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회의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올린의 모습은 2016년 주요7개국(G7) 회담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듯한 사진이 찍힌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백악관은 오바마가 들고 있던 물건이 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린이 혜성을 최초 관측한 천문학자 두 사람이 미시건주립대 출신이라고 하자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에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이비리그 출신들을 신뢰하고 중용한 오바마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 엄마 대통령 옆에 아들 비서실장=트럼프의 아이들올린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은 트럼프의 자녀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한데 합친듯한 인물이다. 조나 힐이 대통령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 주요 정책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문고리 권력을 밉상스럽게 소화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그림자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를 가깝게 보좌하며 정책 결정을 주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여행에 매료된 억만장자는 머스크? 마크 라이언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은 해마다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배시(Bash)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올린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대는 후원자로 혜성 폭파 계획까지 좌지우지한다. 우주여행에 빠져 민간 우주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위기보다는 돈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의 모습을 보인다. 2026년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우고 우주 탐사에 올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이셔웰이 배시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한 사람의 죽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장면에서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떠올린 관객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이용자 5000여만명의 개인정보 수집해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뉴욕타임스와 아침 토크쇼도 풍자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브리 에반티와 틸러 페리가 연기한 잭 브레머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토크쇼 ‘더 데일리 립’의 진행자로 등장한다. 무겁고 심각한 뉴스라도 무조건 가볍게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미국의 아침 토크쇼들을 흉내낸 것처럼 보인다. 브리 역은 MSNBC ‘모닝 조’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와 흡사하며 브레머 역은 ABC ‘굿모닝 아메리카’의 마이클 스트라한 또는 모닝 조의 조 스카버러를 본뜬 캐릭터에 가깝다.하지만 맥케이 감독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 전반을 풍자한 것이지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천문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하려다 철회한 매체 뉴욕 헤럴드는 뉴욕타임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시인했다. 맥케이 감독은 뉴욕타임스가 기후 회의론자인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을 고용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뉴욕타임스가 그를 고용한 것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며 “당신이 그 신문의 편집국장이라면 ‘우린 (기후변화 때문에) 망했다’라는 제목을 달자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서울광장] ‘비정한’ 정부, 자영업자에 충분히 보상하라/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비정한’ 정부, 자영업자에 충분히 보상하라/문소영 논설위원

    서울 광화문 샌드위치집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철회한 후 12월 매출이 전월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정부가 자영업자 360만명에게 준다던 100만원도 수령하지 못한다. 일반음식점이 아니라 ‘매점’으로 등록된 탓이다. 이 와중에 올해 연차를 소진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현금 보상을 해 줘야 한다. LP카페 주인인 B씨는 지난여름 카페문을 닫았다. LP판을 틀어 주고 맥주도 팔던 카페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으면서 손님이 들지 않았다. 사무실도 공실이 됐는데 월 300만원 관리비를 1년 넘게 연체했더니 빌딩관리회사가 살림집에 가압류를 해 왔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은행대출이 막혀 사채로 수천만원의 관리비를 냈다. 경기 행신동 화장품 도매업자인 C씨는 코로나19 첫해에는 정부의 저금리 대출로 버텼지만, 올 4월 자영업자 보상이 거론되던 시기에 폐업했다. 집합금지명령 등으로 영업을 거의 못했지만, 정부는 연매출이 4억원이 넘었다며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세하지 않으니 당신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배제한 것이다. 올 초 서울 시청 인근에 신장개업한 헬스클럽은 한산하다. 대규모 헬스클럽을 유지하려면 이용자가 바글바글해도 모자랄 판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감시간을 앞당기고, 운동 후 샤워 금지 등으로 이용자들이 줄었다. 그나마 최근 이용객이 늘었는데, 종로 쪽 헬스클럽이 파산해 이용객이 넘어온 덕분이다. IMF 사태 때 시작한 서울 신사동 굴밥집은 ‘코로나 횡액’ 첫해를 못 버티고 지난해 연말 문을 닫았다. 영업 종료 전 한 달간 근처 자영업자들이 나서서 마지막 매상을 올려 주는 의리를 보이는 바람에 사장님은 늘 얼큰하게 막걸리에 취해 있었다. 코로나19가 2021년도 휩쓸었고 퍼준다던 정부 지원은 형편없던 것을 생각하면 폐업은 잘한 결정 같다고 생각한단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천일야화처럼 써 내려갈 수 있는 암울한 시대다. 코로나19 방역에 협력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그렇게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아야지’ 하는 사람들은 세상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폐업을 결정하면 은행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빚 청산할 형편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하면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은 대야 하니 빚을 더 내는 악순환에 엮인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 소상공인이 새로 낸 빚이 50조원이고, 누적된 빚은 300조원이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으로 이익을 본 경제 주체는 없는가. 그렇지 않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2일 송년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잘되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제조업이 코로나로 셧다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방역체계가 앞으로 잘 작동한다고 보면 내년도 경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6400억 달러로 연간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것도 사실은 영업권이 제한된 자영업자들과 달리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수출 제조업들이 왕성하게 공장을 가동한 덕분이 아닌가. 이는 정부가 국채를 늘려도 쉽게 외환위기 등의 위기에 몰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자영업자에 정부가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당선 후 자영업자 지원에 50조원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을 거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자영업자를 돕자고 한다. 여야 모두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한다면, 정부가 막을 명분도 근거도 부족하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위험하니 나라 곳간을 지켜야 한다는 기재부 등의 주장은 재고돼야 한다. 2021년 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7.19%로 일본의 241.24%나, 미국 140.51%, 독일 83.80%, OECD 평균 134.46%와 비교하면 아주 낮다. 2019~2022년 부채 증가 속도도 미국 33.4%, 독일 21.3%, OECD 평균 23.5%인데, 한국은 21.4%이다. 그러니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해 자영업자를 도와줄 여력이 충분하다. 교육교부금 축소를 포함해 국가예산안을 전면 구조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300조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부문까지 연쇄 파급력은 심각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빚이 이렇게까지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과 달리 한국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도록 방치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中이 물 독점, 인도·동남아 다 죽어”… 메콩강에 흐르는 ‘反中’

    “中이 물 독점, 인도·동남아 다 죽어”… 메콩강에 흐르는 ‘反中’

    메콩강과 야루짱부강 등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쓰는 하천이 반중 정서의 새로운 소재로 떠올랐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이 강 상류에 댐을 너무 많이 지어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이 충분한 수자원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 하천이 ‘제2의 남중국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수자원이 빠르게 고갈돼 아시아 각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담수량은 7%에 불과하다. 1인당 수자원도 세계 평균의 4분의1 수준이다. 폐수 재처리 시설도 턱없이 모자라 물 낭비를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강마다 닥치는 대로 댐을 지어 수자원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해당 하천을 중국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콩강(4350㎞)이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가는 동남아 최대 하천이다. 이 강에 의존해 사는 사람만 7000만명에 달한다. 주변국들은 10여년 전부터 인도차이나반도에 가뭄이 빈번해진 이유로 중국의 무분별한 댐 건설을 지목했다. 지난해 미국의 컨설팅 업체 아이스온어스는 메콩강 수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우기(5~10월)에 상류의 수위는 평균을 넘었지만 하류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중국이 물을 가둬 놓고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칭화대는 “중국의 댐들이 우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방류해 메콩강 유량 확보에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국경 분쟁을 계기로 전방위로 충돌 중인 인도와도 ‘티베트의 젖줄’ 야루짱부강(2840㎞)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 강에 여러 개의 수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히면서다. 총발전 규모만 6000만㎾다. 세계 최대 규모인 후베이성 싼샤댐의 전력 용량이 2250만㎾인 점을 고려하면 새로 지을 댐들이 상당한 크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야루짱부강은 히말라야 기슭에서 시작해 방글라데시, 인도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간다. 인도에서는 ‘브라마푸트라’로 부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 분쟁지역에서 유혈 충돌을 벌인 직후 야루짱부강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 안 그래도 중국에 화가 나 있는 인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中이 물 독점, 인도·동남아 다 죽어”… 메콩강에 흐르는 ‘反中’

    “中이 물 독점, 인도·동남아 다 죽어”… 메콩강에 흐르는 ‘反中’

    메콩강과 야루짱부강 등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쓰는 하천이 반중 정서의 새로운 소재로 떠올랐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이 강 상류에 댐을 너무 많이 지어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이 충분한 수자원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 하천이 ‘제2의 남중국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수자원이 빠르게 고갈돼 아시아 각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담수량은 7%에 불과하다. 1인당 수자원도 세계 평균의 4분의1 수준이다. 폐수 재처리 시설도 턱없이 모자라 물 낭비를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강마다 닥치는 대로 댐을 지어 수자원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해당 하천을 중국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콩강(4350㎞)이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가는 동남아 최대 하천이다. 이 강에 의존해 사는 사람만 7000만명에 달한다. 주변국들은 10여년 전부터 인도차이나반도에 가뭄이 빈번해진 이유로 중국의 무분별한 댐 건설을 지목했다. 지난해 미국의 컨설팅 업체 아이스온어스는 메콩강 수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우기(5~10월)에 상류의 수위는 평균을 넘었지만 하류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중국이 물을 가둬 놓고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칭화대는 “중국의 댐들이 우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방류해 메콩강 유량 확보에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국경 분쟁을 계기로 전방위로 충돌 중인 인도와도 ‘티베트의 젖줄’ 야루짱부강(2840㎞)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 강에 여러 개의 수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히면서다. 총발전 규모만 6000만㎾다. 세계 최대 규모인 후베이성 싼샤댐의 전력 용량이 2250만㎾인 점을 고려하면 새로 지을 댐들이 상당한 크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야루짱부강은 히말라야 기슭에서 시작해 방글라데시, 인도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간다. 인도에서는 ‘브라마푸트라’로 부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 분쟁지역에서 유혈 충돌을 벌인 직후 야루짱부강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 안 그래도 중국에 화가 나 있는 인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1명당 100만원, 총 126명” 차명진, ‘세월호 막말’ 판결에 항소

    “1명당 100만원, 총 126명” 차명진, ‘세월호 막말’ 판결에 항소

    ‘세월호 막말’로 유가족을 모욕해 손해배상 명령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30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따르면 차 전 의원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126명이 자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받은 일부 패소 판결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항소장에 특별한 항소 이유를 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부장 이정희)는 지난 22일 선고공판에서 “원고인 세월호 유가족 126명에게 1명당 1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차 전 의원에게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사용한 어휘 등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의도가 엿보이고 이는 모멸적·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볼 수 있다”며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는 전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의 게시물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다는 사실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방 목적이 없는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도 “피고가 게시물을 올린 지 1시간 만에 스스로 삭제하고 다음 날 사과문을 올린 점 등을 고려해 원고 1인당 100만원을 위자료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2019년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썼다. 또 지난해 4·15 총선을 아푿고 열린 선거 토론회와 유세에서 ‘세월호 ××× 사건이라고 아세요’라거나 ‘세월호 텐트의 검은 진실, ××× 여부를 밝혀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차 전 의원은 이번 민사소송과 별도로 모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차 전 의원은 “다소 거칠거나 과장된 표현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野 공수처 논란 맹공...李 “尹검찰도 수십만건…야당만 했다면 문제”

    野 공수처 논란 맹공...李 “尹검찰도 수십만건…야당만 했다면 문제”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조회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하게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소속 의원 105명 가운데 최소 78명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30일 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1960~70년대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형태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누차 이야기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조회 문제에 대해 정부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을 향해서도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이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며 “공수처를 이런 식으로 운영했을 때 국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그때를 상상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김기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 원내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이런 심각한 불법 사안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단을 요구하거나 수사를 지시해도 모자랄 판에 정반대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검사를 공수처에 파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박범계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교체하란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오히려 관권선거를 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박·전 장관 교체 및 공정한 대선 관리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광범위한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라 공수처가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 건을 했으나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사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통신자료 조회가 야당 인사들에 집중된 것에 대해서는 “야당만 했다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일이고 문제제기 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은 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 아먀 야당에서 물어봐서 야당 것만 대답했을 텐데, 여당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여당을 빼고 야당만 했다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국가권력 행사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진실을 찾아내는 것보다 공정성”이라며 “만약 야당만 했다면 정말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검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아랫목 같은 연극 찾아서 독한 왕비님 행차하셨네

    아랫목 같은 연극 찾아서 독한 왕비님 행차하셨네

    카리스마 가득한 얼굴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장영남(48)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과 마주한다. 2018년 ‘엘렉트라’ 이후 4년 만. 내년 1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리차드3세’ 연습에 한창인 그를 지난 28일 화상으로 만났다. “늘 마음속으로 ‘연극을 해야 할 텐데, 연극하고 싶다’고 갈망하면서도 기왕이면 다른 매체랑 병행하고 싶지 않은 욕심 아닌 욕심 때문에 미뤄 왔던 작업이었어요.” 1995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해 극단 목화에서 활동한 장영남에게 연극 무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맹목적으로 무대를 사랑했고 정말 좋아했다”던 20, 30대를 지나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며 간혹 만나는 무대가 “큰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했다. “스스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따뜻하게 채워 주고, 훈훈하게 내 몸을 녹여 주는 아랫목 같다”는 게 바로 그가 느끼는 연극의 품이다. “20대 땐 공연 5분 전 연출이 즉석에서 준 대사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며 뛰어난 암기력을 자랑하면서도 “요즘엔 자다가도 문득 새벽 3시에 눈이 떠져서 ‘대사 까먹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어 혼자 중얼거리다 다시 잔다”고 했다. 2018년 초연한 ‘리차드3세’의 재연에 새로 합류했지만 셰익스피어가 영국 장미전쟁 시대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장영남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2004년 한태숙 연출의 ‘꼽추 리차드3세’에서 앤을 연기한 뒤 17년 만에 엘리자베스 왕비로 다시 이야기를 꾸민다. 온갖 음모와 술수로 왕위에 오르는 리차드3세는 앤의 시아버지와 남편을 살해한 뒤 앤을 왕비로 들이고, 형수인 엘리자베스의 자녀들을 죽인다. 세월의 흐름은 물론이고 결혼과 육아 경험까지 더해 감정이 더욱 깊어졌다. “극 중 엘리자베스의 자녀들에게 극단적 상황이 닥치는데 벌써 연습실에서 아역 친구들만 봐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진다”면서 “예전엔 마음껏 상상하며 연기했는데 요즘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생겼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앤과 달리 아이들의 죽음에도 꿋꿋이 일어서는 엘리자베스의 강인함 속에 ‘엄마’의 마음을 한껏 담을 예정이다. 명대사로도 ‘파괴여, 죽음이여, 학살이여!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갈 것이라면 차라리 어서 다가와라. 나 어머니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버텨 낼 테니’를 꼽았다. 엘리자베스와 팽팽한 권력 쟁탈전을 벌여야 할 희대의 악인 리차드3세는 계원예고·서울예대 선배인 황정민이 맡는다. 영화 ‘국제시장’(2014)에서 모자로 호흡을 맞췄고 연극 무대선 처음이다. “이 작품 초연에서 큰 극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멋있었는데, 연습실에서 보니 잘하실 수밖에 없었구나 느꼈어요. 재공연인데도 오전 10시에 나와 연습을 하세요. 너무 열정적이셔서 저희가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죠.” “오뚝이처럼 열심히 산다”는 걸 스스로의 강점이라 말하면서도 연습실에서 배우들의 발성을 듣고 ‘내가 너무 뒤처져 있구나’ 자책하게 됐다는 27년 차 배우. 그가 얻은 새로운 자극과 에너지를 곧 무대에서 풀어낸다. 공연은 내년 2월 13일까지 13명 배우가 원캐스트로 이어 간다.
  • 국민의힘 “공수처, 윤석열 3회·김건희 1회·野의원 78명 불법 조회”

    국민의힘 “공수처, 윤석열 3회·김건희 1회·野의원 78명 불법 조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소속 의원 105명 가운데 최소 78명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국민의힘이 밝혔다. 임태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정부를 가장한 엽기적 행각”이라며 “(국민의힘) 국회의원, 윤석열 후보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의 횟수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공수처장을 사퇴시키고 관련 기관 주모자를 밝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올해 4~11월 공수처 3회를 비롯해 검·경을 포함하면 총 10회, 김씨는 5~11월 사이 공수처 1회를 비롯해 모두 7회의 통신조회가 있었다고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 도산서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공수처를 만들려고 (여당이) 그렇게 무리를 했나. 국민에 대한 입법사기”라면서 “자신들이 맨날 비판하던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절 있던 짓을 하는 것을 보니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자명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배현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윤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이 포함됐다. 공수처 외 검찰 기록 조회까지 합하면 모두 79명인데 통신사에서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한 의원들도 남아 있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30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석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집중적으로 야당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보이며, 명백한 사찰”이라며 “법사위서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 野 “공수처, 윤석열 부부 17회 통신 조회…불법 사찰”(종합)

    野 “공수처, 윤석열 부부 17회 통신 조회…불법 사찰”(종합)

    국민의힘 “공수처장 사퇴시켜야…탄핵 추진”“윤석열 10회, 김건희 7회 불법사찰 정황”통신자료 조회 확인된 의원 78명…공수처 조회 77명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통신 자료를 여러 차례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한 국민의힘 의원 수는 77명, 공수처 외 수사기관 조회까지 합하면 78명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10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74% 수준이다. 국민의힘 임태희 중앙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과 김기현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공수처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 본부장은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국민의힘) 국회의원 78명, 윤석열 후보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의 횟수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윤 후보에 대해서는 10회, 후보자 배우자(김건희)에 대해선 7회의 불법사찰의 정황이 드러났다. 공수처와 검찰을 합한 것”이라며 “아마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 가족 불법사찰…조회 숫자 늘 것” 임 본부장은 처음 김씨의 조회 횟수를 9회라고 했지만, 다시 7회가 맞다고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정정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 3회, 서울중앙지검 4회, 인천지검 1회, 서울지방경찰청 1회, 관악경찰서 1회였고, 부인 김씨는 공수처 1회, 서울중앙지검 5회, 인천지검 1회였다.윤 후보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수사기관에 제공된 내역은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이었고, 조회 시기는 공수처는 9~10월, 중앙지검은 5~6월, 10~11월이었다. 부인 김씨의 조회 시기는 공수처는 10월, 중앙지검은 5~6월과 8월이었다. 그는 “이런 행각들은 공수처와 인천지검, 그 외에도 여러군데서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관련 기관 주모자들에 대해서도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또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입장 견지해 온 한 청년단체가 통신정보 조회를 당했다고 방금 전 기자회견 전에 제보를 받았다. 탈북단체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금융계좌가 조회당했는데, 후원자를 주로 조사하는 것 같다”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임 본부장은 ‘윤 후보와 김씨가 수사를 받는 상황인데 그 외 시기에 통신조회가 이뤄졌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간은 자료를 입수하는 중이라 정리해서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단순 인적사항을 확인한 ‘통신자료 조회’인지, 통화내역을 들여다 본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인지 묻는 질문에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정확한 문서 제목은 ‘통신자료 제공 내역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확인된 국민의힘 의원은 78명으로 집계됐다. 김 원내대표는 “전체의 80%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데, 거의 야당 의원 전원에 대해 한 것으로 보여지고, 78명 중 77명은 (조회 기관에) 공수처가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가 야당수사처인 ‘야수처’가 될 거라는 예견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野 ‘불법사찰 신고센터’ 설치…“공수처장 탄핵할 것” 국민의힘은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불법사찰 국민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며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국민 상대로 모든 수사기관을 총동원해서 야당 후보를 사찰하고 민간인을 사찰하는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것은 현 정권의 민주정부를 가장한 현정권의 엽기적인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반인권적, 반민주적 행위를 일삼는 이 정부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드시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며 “선대위에서 국민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반인권적, 반민주적 행위의 전모를 국민과 함께 밝히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에 대해선 ‘탄핵’을 거론했다. 그는 “해야 할 수사는 안 하고 야당 뒷조사만 하는 공수처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구속돼야 마땅하고 당장 감옥보내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김 처장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고 모든 조치를 통해 즉각 탄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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