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첨삭해설·성적분석 학원에 맡겨
“대표 강사들이 시범 강의를 했고 학생들이 투표를 했습니다.‘강의 배틀(경연)’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원외고 1학년 논술고사를 맡은 박학천논술연구소 S씨는 28일 이 학교의 학원 선정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원외고는 2008학년도 입시를 본격 준비하기 시작한 올 초 학원과 접촉해 논술 프로그램을 짰다. 박학천논술학원의 관계사인 학천미디어 L씨는 “3학년 진학담당 교사와 전화로 상의했고,3월 초 제안서를 낸뒤 그달 말 학교에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잘하면 몰아줄 수도 있다.’며 학원 경쟁을 부추겼고, 가격 흥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L씨는 “올해 시범적으로 해서 잘하면 내년에는 한 업체에 몰아줄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처음에 1회 1인당 가격을 2만 7000∼2만 8000원으로 제안하니까, 가격을 좀 깎자고 해서 2만 4000원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업체 선정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L씨는 “몇 개 업체가 지원했는지 알 수 없고, 영업 능력에 따라 학년이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출제는 ‘007작전’처럼 비밀리에 진행됐고, 맞춤식 문제의 외부 공개도 철저히 차단했다. 학천미디어 관계자는 “시험 전날 오후 문제지를 밀봉해 1학년 학년부장에게 직접 가져다 줬다.”면서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보고 11시30분쯤 수거해 학원 첨삭팀에 보냈다.”고 말했다.3학년 담당 종로학원 S씨는 “답안지는 박스로 묶어서 학원으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문제 내용과 분량, 시험지 크기 등 세부 사항까지 주문했다.
종로학원 측은 “서울대 논술 시험은 5시간인데 학교에서 2∼3시간 동안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서 ‘세미(간이) 문제’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박학천논술학원도 “처음에 해설지와 답안지를 서울대 시험지 사이즈로, 문제지는 작은 사이즈로 했는데, 문제지를 실전 사이즈로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첨삭과 해설, 성적 분석 등 ‘애프터 서비스’도 철저히 학원에 맡겼다.
박학천논술학원은 “학교에서 꼼꼼하게 첨삭해 달라고 했고, 학원의 대표 강사 논술 동영상을 CD로 전달해 1학년 학생들에게 틀어줬다.”면서 “성적표에는 전체석차, 반석차, 개인석차와 표준편차를 입력해 뭐가 강하고 약한지 알 수 있도록 점수를 내줬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한 학생은 외고 전용 인터넷 카페에 “학교에서 논술을 보면 학원에서 성적표 형식으로 반 등수와 전교 등수를 보여주는데,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학교에서 벤치마킹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논술 부담을 학원에서 덜어 주고, 개인별로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비용도 저렴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재희 황비웅기자 s12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