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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권 “철저한 수사 이뤄져야”

    범여권은 11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측과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가 명예훼손 고소 건 취소 문제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검찰은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심부름센터가 아니다.”며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있었던 사건을 소 취하 여부와 관계 없이 철저히 수사해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면 특검제나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중도통합민주당 장경수 대변인은 “실체 규명은 어디로 가고 캠프와 처남간에 서로 유불리만 따지고 있느냐.”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객관적인 범죄행위가 인지될 경우 고소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를 계속해야 하며 이를 통해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 진영 중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캠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 전 의장측 김현미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으므로 고소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해찬 전 총리측 양승조 대변인은 논평에서 “위장전입, 위장 부동산 투기도 부족해서 이제 위장고소에 위장취소까지 하려느냐.”며 “이 후보는 진실의 광장으로 나와 모든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잘못한 일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李친인척 정보 김혁규 캠프로” 한편 KBS는 이날 지난 7일 서울 신공덕동 사무소에서 모 신용정보회사 지점 사무실 여직원 이모씨가 이 후보 부인과 친인척들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았고, 이 서류가 김혁규 의원 측에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는 보도에서 “김 의원 캠프 관계자는 ‘모 일간지 기자에게 부탁해 이 전 시장 친인척들의 초본 사본을 건네 받아 이 전 시장 부인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박노해 시인 “전투병 대신 의료·재건 부대 보내야”

    박노해 시인 “전투병 대신 의료·재건 부대 보내야”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이 중심이다.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나 거기 서 있다’ 중에서) 노동자의 아픔을 대변해온 박노해(50) 시인이 레바논의 고통을 읊었다. 레바논 전쟁 1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박 시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투병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명부대 300여명의 파병이 일주일 남은 시점이다. ●“파병지 수르는 결코 안전하지 않아” 시인은 “전투병 대신 의료·재건 부대를 보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레바논을 찾은 그는 “비극적인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랜 묵언을 깨고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파병지 수르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시인은 현재 레바논에는 무장세력이 속속 몰려들고 있으며 9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로 첨예한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우리 정부는 실정을 모르거나 위험 요인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현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레바논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제게 물었습니다.‘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우리를 학살할 때 코리아는 침묵으로 동조하지 않았느냐.’고요. 저는 한국에 차갑게 등을 돌린 중동의 변화가 무섭게만 느껴졌습니다.” 박씨가 흑백 카메라로 담아온 사진들은 상처난 도시와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생생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말하는 중간중간 잔기침을 뱉어냈다.“평생 마실 잿더미를 다 마셨는데 시간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았네요.” 박씨는 국내 문제에서 해외 분쟁 문제로 고개를 돌린 이유에 대해 “자기 자신이나 나라에 대한 관심은 타고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은 배워야 한다.”면서 “감옥에 있을 때 우리가 세계를 너무 모르고 섬에 갇힌 채 운동을 해왔다는 성찰이 있었다.”고 털어 놨다. 이왕 죽었다 살아난 목숨이니 5년,10년 후를 바라보고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분쟁 지역을 돌며 30,40대의 저항 리더들을 많이 만난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박씨를 부르는 손짓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제가 누구보다 고생을 덜 했다고 할 수 있나요?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는 7년쯤 두문불출했더니 이제 자신을 알아 보는 사람이 없다며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기자회견장에는 전 한국 중동학회 회장인 건국대 최창모(52) 교수와 요르단 대학의 라자이 알 칸지(58) 교수도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최 교수는 ““오늘날 가장 아픈 세계의 중심이 한반도와 레바논인 것 같다.”면서 “외세의 침략 전쟁과 오랜 내전 속에서 막 스스로 일어나려는 레바논 사람들에게 외부의 개입은 모욕감과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칸지 교수는 “남부 레바논은 이스라엘에 오래 점령을 당해 위험한 곳이며 바로 그 점이 헤즈볼라가 저항운동을 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회견을 마친 박씨는 비 내리는 광화문 거리에서 오전 12시 50분부터 1시간 가량 1인 시위를 벌였다. 글 사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정당명 ‘反한나라당’ /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당명 ‘反한나라당’ /진경호 논설위원

    웬만한 중·장년층은 다 알 만한 전직 베테랑 경찰관이 수년 전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수십년 경찰 하면서 보니까 성폭행 사건의 70∼80%는 피해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더라고….” 맞아 죽을 각오를 했는지는 몰라도, 맞아 죽기 딱 좋은 말임에 틀림없다. 옷차림이 야하고, 행동거지가 흐트러졌더라도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그것이 피해자의 귀책사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고 했나. 어느 현자의 말씀인지는 몰라도 이 베테랑 경찰관의 말에다 갖다 붙이면 곧바로 심사가 뒤틀린다. 로봇 태권V도 아니건만 분리와 합체, 변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범여권의 그 현란한 이합집산이 지금 우리 국민의 책임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가. 정말 우리가 대선 문턱에서 벌어지는 정당사 초유의 정당세탁을 군말 없이 지켜봐야 할 수준인가.100년 정당을 다짐한 집권여당이 40전40패라는 굴욕의 재·보선 성적표를 거머쥔 것도, 그런 정당에서 죽을 수는 없다며 뛰쳐나가서는 외려 통합을 외치고 다니는 것도, 다 수준 낮은 우리 국민들의 업인가. 국정운영 좀 잘하라고 선거 때 회초리를 든 죄밖에 없는 국민이다. 멀쩡한 집권여당을 허물고 신장개업에 나서면서 ‘어쩌겠느냐, 이게 다 국민들이 등 돌린 때문 아니냐.’라고 한다면 억울하다. 거의 매일 TV에 비치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다. 저마다 반(反)한나라당 연대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얼굴들이다. 한데 사실 그 사명은 이미 10년 전에 완수됐다.DJP연대라는 ‘반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라는 두번째 ‘반한나라당’으로 재집권도 했다. 정 삼세번 ‘반한나라당’으로 대선을 맞고 싶다면 민주당을 깨지 말았거나, 열린우리당을 놔두고 민주당을 끌어안았으면 될 일이다. 후보중심 통합이라는 어설픈 조령모개의 둔갑술을 펼쳐 보일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천정배씨 등 대선주자 6명이 모여 단일정당·단일후보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코미디에 가깝다. 대체 누구에게 무슨 권한을 받았는가. 지지율 2∼3%에 그런 자격이 들어있는가. 열린우리당원인 이해찬·한명숙·김혁규씨는 당으로부터 권한을 수임받았는가. 기간당원의 정당이 언제부터 이들 후보 중심의 정당이 됐나. 단일정당 운운할 작정이었으면 정동영·천정배씨는 왜 탈당했는가. 노무현 이후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내팽개치는 처지에 민주세력 대연합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을 넘어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시대가 변했고, 한나라당이 변했고, 국민은 한나라당 그 이상을 원한다. 언제까지 ‘반한나라당’만 짓고 허물 셈인가. 국민 수준을 왜 10년 전에 묶어 두려 하는가. 대통합의 불쏘시개를 자임한 김근태 의원은 3년여 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청소년들에게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들려주는, 좋은 책이다. 그의 주술대로 두꺼비는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의 널찍한 새집을 선사했다. 한데 지금 또 두꺼비를 찾는다. 또 새집을 달란다. 구호는 낡았고, 행태는 퇴행적이다. 누가 수구적인가. 한나라당인가. 몇 권이 팔렸든 김 의원께서는 책을 좀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아이들마저 책은 그저 책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인터넷 악플 발 못붙인다

    법원과 검찰이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등을 통해 대선 예비후보자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범들에 대해 사법처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대검 공안부는 4일 대선 예비후보자를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한 3명을 구속하고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인터넷을 통해 한나라당 박근혜 당내 경선 후보를 비방하는 등 1039회에 걸쳐 특정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전모(상업)씨를 3일 구속했다. 또 진주지청은 이명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343회에 걸쳐 게재한 전모(무직)씨와 역시 이 후보 비방글을 49회에 걸쳐 인터넷에 올린 김모(무직)씨를 구속하고 박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128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한모(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이 후보 비방글을 14회에 걸쳐 인터넷에 올린 치과의사 박모씨와 박 후보의 방북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로 인터넷 언론사 편집국장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3일 현재 이번 대선과 관련해 입건된 선거사범이 92명이고 이 중 흑색선전 사범이 37명(40.2%)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이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해 그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 ‘알거지’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는 점이 인정되고 그 모욕행위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해 피해자의 외적 명예에 손상을 가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모욕죄는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을 공공연하게 표시하는 것으로 성립하고, 또 표시 당시 제3자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다수의 사람들이 보게 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을 게재한 행위도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서씨는 2005년 11∼12월 4차례에 걸쳐 인터넷 한 사이트 게시판에 ‘알거지’란 필명의 글쓴이가 누군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게재한 글에 대해 ‘추잡스러워’ ‘한심스런’ ‘냄새조차 역겨우니까’ 등의 단어를 사용해 댓글을 달다 기소됐다.주병철 홍성규기자 bcjoo@seoul.co.kr
  •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당대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우리 안의 민주주의는 몇 개인가?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우리는 과연 동일한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는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자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했던 이들조차 민주주의 20년을 저마다 평가하는 이때,‘자본의 민주화’로 거액의 투자수익을 누리는 이들과 신용불량자로 몰려 빈곤의 최저점에서 허덕이는 이들의 민주주의는 과연 같은 것일 수 있을까.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당대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승리’와 ‘진보’로 기록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우리는 과연 어떤 민주화에 성공했는가. 그 민주화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이 책은 2년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장기휴간에 들어간 계간 ‘당대비평’ 편집위원들이 모여 엮은 것이다. 저자들이 매기는 한국 민주주의 평가 점수는 후하지 못하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특정 정치제도·세력과 동일시되면서 어느새 ‘물신’이 돼버렸다. 국지적인 맥락 속에서 운동하는 알맹이가 아니라, 반민주와의 대립구도 속에서 ‘무조건적인 선’을 의미하는 껍데기로 변해버렸다. 저자들은 “과거의 민주화운동은 현재의 지배권력이 누리는 도덕적 정당성의 근간이 됐는데, 누가 감히 성공적인 민주주의의 역사에 시비를 걸 수 있겠는가.”라면서도 시비걸기의 역할을 자임한다. 거대기획으로서의 민주화는 진척됐을지 모르나 일상 삶에서의 민주화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문제의식을 책 곳곳에 깔았다. 책 제목 ‘더 작은 민주주의’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동일어다.“민주주의 핵심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 속 요구와 시민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조직하고 풀어나가는 것”이란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 교수의 말이나 ‘동네민주주의’와 ‘작고 느린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은 ‘더 작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곳이 어딘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두 개의 대담과 13개의 짧은 글을 담았다. 김우창-최장집, 박노자-임지현의 대담은 각각 한국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속살을 헤집는다. 소설가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상은 사라지고 추문이 된 386세대’에 대한 모욕감을 토로한다. 서문을 쓴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간결하게 말한다.“정치를 넘어 민주주의를 생각하자, 다른 형식의 민주주의를 상상하자.” 1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무례한 폴란드” 발칵 뒤집힌 獨

    “무례한 폴란드” 발칵 뒤집힌 獨

    |파리 이종수특파원|폴란드 주간지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수유 몽타주를 커버 사진으로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주간 위프로스트는 25일자(이하 현지 시간)에서 ‘유럽의 계모’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메르켈 총리가 가슴을 드러내고 폴란드 대통령과 총리인 레흐와 야로슬로브 카친스키에게 모유를 먹이는 합성사진을 실었다. 그러자 독일 일간 빌트지가 26일 사진을 전재하면서 “폴란드가 독일을 적나라하게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또 베를린의 타블로이드신문 BZ도 ‘좌절한 폴란드인, 메르켈 모욕’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사진을 전재했다. 위프로스트의 기사는 지난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미니 조약’ 가운데 최대 쟁점인 이중다수결제 도입을 둘러싸고 벌인 진통을 빗댄 것이다. 애초 폴란드는 이중다수결제에 결사 반대했으나 메르켈 총리를 비롯, 주요 회원국 정상들의 설득으로 당초 안보다 8년 미뤄 2017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총리나 카친스키 형제는 합성사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일 기독민주당연맹의 에두아르트 린트너 의원은 “이런 무례한 짓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이 사진 때문에 독일 국민들의 반감이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민주당의 마르쿠스 메켈 의원도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폴란드는 많은 친구를 잃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중다수결 제도는 EU 27개 회원국 중 15개국(55%) 이상이 찬성하고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사안을 의결토록 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들은 EU의 효율적 의사진행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폴란드는 과거 나치 점령시절의 악연을 지닌 인구 대국 독일의 영향력이 커진다며 반대했다. vielee@seoul.co.kr
  • 美 하원 외교위 ‘위안부 결의안’ 27일 통과 가능성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하원의 외교위원회에서 26일(현지시간) ‘위안부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외교위는 이날 12개 안건 가운데 위안부 결의안을 세 번째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25일 공식 예고했다. 현재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미래 세대에 범죄행위 교육을” 외교위에 상정된 위안부 결의안의 안건 번호는 H.Res.121.10개 단락의 본문과 4개항의 대 일본 촉구안으로 구성돼 있다. 결의안은 본문에서 일본 정부가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말까지 점령지의 젊은 여성들을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 노리개로 뽑아가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 군대가 위안부들을 집단 강간하고, 강제로 낙태수술을 하는가 하면 인간적 모욕을 통해 자살로 몰아넣는 등 유례가 없는 잔인하고 광범위한 군대창녀 체제를 만들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최근 일어나는 위안부 책임 회피 움직임도 지적했다. 결의안은 그러면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명확·명료하게 받아들이고 ▲총리가 일본 정부의 대표로서 공적인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위안부들이 일본군을 위해 성노예가 되고 매매됐던 사실을 부인하는 어떤 주장도 명확하고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현재와 미래의 세대에게 이처럼 끔찍한 범죄행위에 대해 교육하는 한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안들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외교위 공화의원 23명 중 4명만 서명 1월31일 결의안이 외교위원회에 제출될 때 6명이었던 위안부 결의안 서명 의원은 145명으로 늘었다. 미 하원의원 435명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서명한 셈이다. 외교위 소속 의원 50명 가운데 서명한 의원은 22명이다.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 26명 가운데는 톰 랜토스 위원장과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아시아태평양국제환경 소위원장 등 18명이 서명했다. 반면 외교위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 23명 가운데 서명한 의원은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크리스토퍼 스미스(뉴저지)·댄 버튼(인디내나)·마이클 매카울(텍사스) 4명뿐이다.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이 결의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세입위원장 등 이른바 친한파 의원들은 대부분 서명했다. 이 밖에 민주당의 2008년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선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오하이오)과 케네디 가(家)의 패트릭 케네디 의원(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도 서명에 동참했다. ●日, 하원 전체회의 부결 로비 펼 듯 위안부 결의안이 외교위를 통과하게 되면 일본은 하원 전체회의에서 결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아예 상정되지 못하도록 강력한 로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의치 않을 경우 결의안 내용을 완화시키는 로비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일본 정부는 적지않은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된다. 미 의회의 결의안이 일본 정부에 대해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일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의회 소식통은 “미 의회를 통과한 결의안이기 때문에 주미 일본대사관에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오는 7월1일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금융·무역의 허브, 동양의 진주 홍콩의 밤거리는 계속 불야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코스모폴리탄 홍콩인은 과연 중국의 공민(公民)에 머물고 말 것인가. 사회주의 중국에 맞선 민주의 보루는 어찌 될 것인가.1997년 전반 중국 회귀를 앞두고 쏟아진 이런 질문들에 10년이 지난 오늘 몇 개의 답변은 가능할 듯하다. 현지 탐방을 통해 3회에 걸쳐 홍콩 특집을 싣는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한다. 막강 홍콩 경찰의 방어벽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반대에 나선 한국의 원정 시위대에 무너졌다. 예고된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사전답사까지 했던 홍콩경찰이지만, 시위대의 노련한 작전에 맥없이 1차 저지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시위대의 ‘밀기’에만 신경쓰다가 ‘밀었다, 당겨’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도의 원리’에 우르르 앞으로 넘어진 홍콩 경찰들 위로 한국인 시위대의 진격 모습이 TV로 생생하게 전달되자 홍콩 사람들은 경악하고 만다.“한국 사람이야 ‘그 정도 갖고 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홍콩인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그 일 이후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몰라요.” 홍콩 한인회 김구환 부회장의 말은 ‘안정’에 대한 홍콩인들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홍콩인의 안정에 대한 집착은, 곧 ‘혼돈’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다. 홍콩의 최근 역사는 안정희구 성향을 잘 보여준다.1967년 노동 파업으로 시작돼 반식민지 운동으로 번졌던 반영(反英)폭동 때도 노동자 탄압이나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보다는 결국 시위대만이 혼란의 주범으로 각인된다. 사회 질서가 불안해지고, 자본이 홍콩을 빠져나가자 홍콩인 대다수는 시위대를 원망하게 된다. 이는 홍콩인들이 ‘안정’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실제 안정이 흔들리면 홍콩인들도 크게 흔들렸다. 홍콩 반환이 결정된 1984년 중국과 영국의 연합성명 발표 이후 본격화된 홍콩인의 해외 이주는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중국이 혼란에 빠져들자 절정을 이루게 된다.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가 돈 많은 홍콩인들의 집단 이주로 ‘홍쿠버’로 불리게 된 것도 이후의 일이다. 현재는 상황이 변했지만…. 굵직한 사건 때마다 ‘안정’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홍콩인의 중국 본토 자녀 흡수 문제의 분수령이 됐던 2000년 홍콩 입경처 방화사건을 보자. 심사과정 등에서 심하게 모욕을 당한 일부 ‘대륙인(중국본토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홍콩을 혼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대륙인의 폭력’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 결과 대륙인이 홍콩에서 당한 인권모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한 해 전만 해도 ‘홍콩인들이 본토에서 낳은 자녀는 홍콩인이 될 수 있다.’는 종심(終審)법원의 판결로 대륙에 남은 홍콩 자녀들의 입경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위 난동으로 ‘폭도’,‘홍위병’ 등의 단어가 들먹여지자 여론은 험악해져 갔고, 판결은 허망하게 뒤집힌다. 안정이 기준이었다. 2003년 홍콩에서는 50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다. 영국 식민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홍콩 정부가 국가전복행위를 금지한 국가안전법을 입법화하려 하자 회귀 기념일인 7월1일 시민들이 반대시위를 통해 이를 무산시킨다. 많은 이들은 여기서 민주주의의 단초를 찾는다. 행정수반 둥젠화의 하야와 직선제 요구가 본격 제기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4년 국회의원 선거는 예상과 달랐다. 친중파(親中派)의 승리.“시민들이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안정’을 바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언제 홍콩에 자유와 민주가 있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영국 식민시기의 자유도 결국은 민주주의 없는 ‘시장의 자유’ 또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자유일 뿐인데, 보편적 자유인 양 찬양됐다는 얘기다. 주로 중국쪽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997년 반환을 앞두고 영국 식민정부에 의해 진행된 정치개혁을 식민통치의 잔재를 남기려는 술책이었다고 비난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정치전문 대기자 크리스 영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의 민주는 중국과 영국이 홍콩문제를 해결한 80년대 중반 무렵에 싹이 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식민정부는 홍콩 반환이 확정된 1984년부터 반환 직전까지 상당한 자치권과 국제적 자율성을 부여한다. 선거권·피선거권·정치참여권은 중국 반환 결정 이후 부분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명예로운 퇴각을 위한 정치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에서 만난 상당수 홍콩인들은 ‘민주화’에 대한 질문 자체에 민망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대체로 “우리는 안정속의 번영을 원한다.”고 답했다.‘민주’라는 가치에 집착하지 않아 보였다. 진정한 민주와 자유가 없던 영국 식민 시절부터 ‘안정’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번영을 누려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 사진 홍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一國兩制’ 일거양득 효과 |홍콩 이지운특파원|‘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인뿐 아니라 영국 등 서방 세계를 안심시키는 주요 기제로 작용했다. 이는 나아가 대(對) 타이완 통일 원칙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티베트 문제에도 마찬가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당근,‘고도의 자치’도 일국양제의 변형이다. 왕전민(王振民) 칭화대 법학원 부원장은 “일국양제를 통한 통일 구상은 중국인의 통일관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게다가 이는 아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의 성공은 중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치선전이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국양제는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것이다. 그는 19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당초 선전(深) 등 경제특구에서 적용했던 것이다. 일국양제 10년에 대해서는 일단 좋은 평가가 우세하다. 마거릿 베킷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홍콩을 방문,“지난 10년간 정치·경제적으로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당시의 불길한 예언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12년 전 홍콩에 대한 전망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면서 홍콩 반환 10년의 변화상을 전하며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jj@seoul.co.kr
  • [특파원 칼럼] 프랑스에 매맞는 아내 늘고 있다/이종수 파리 특파원

    ‘말할 수 없기 전에 말해야 한다.’ 최근 프랑스 병원에 등장한 포스터 문구다. 가정 폭력이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구다. 흔히 프랑스 여성은 강하고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걸어가다가 우연히 싸우는 커플을 보면 여성의 목소리나 제스처가 훨씬 큰 경우를 자주 봤다. 또 기자가 6년 전 연수할 때 다니던 대학 분위기도 비슷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여학생들이 활동적이고 주로 수업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프랑스 내무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매맞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해 동안 3일마다 여성 1명이 가정 폭력으로 사망했다. 물론 정식 결혼뿐 아니라 동거·동성애 커플을 포함해서다. 나아가 프랑스 여성 50만명이 육체적인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 이밖에 정신적·경제적·성적 학대를 감안하면 여성의 가정 폭력 수위는 심각하다. 사회학자 로랑 뮈치리는 “공개된 수치가 이 정도면 실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놀라운 것은 가정 폭력이 다양한 사회 계층에서 자행된다는 점이다.1983년부터 1991년까지 리옹지역에서 가정 폭력으로 숨진 사례를 연구한 사회심리학자 아닌 후엘은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들 가운데 사회에 잘 적응한 계층, 심지어 기업 사장도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가정 폭력은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충격도 문제지만 ‘사회 비용’도 커서 대책이 시급한 문제다. 파리 경제사회경영학연구센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가 가정 폭력 비용으로 쓴 비용이 10억유로에 이른다. 또 가정 폭력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다는 보고서가 많다. 최근 TV에 방영된 ‘가정 폭력 방지 광고’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아내에게 아들이 와서 아버지 흉내를 내며 때리는 섬뜩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그 폐해를 경고하는 방송도 늘어났다. 몇달 전부터는 운영하고 있는 여성폭력 구조 번호인 ‘SOS 여성 폭력’(39-19번)에는 전화량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담당 경찰은 여성들의 민원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특별 교육도 시킨다. 물론 프랑스의 가정 폭력 문제도 다른 나라처럼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1990년부터 가정 폭력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러자 1994년 형법 조항에 가정 폭력 처벌 규정이 처음 포함됐다.2000년에는 법을 개정해 징계 수위를 강화했다.2005년부터는 정식 결혼 관계만이 아니라 동거·동성애 커플 관계에까지 법 적용 범위를 넓혔다. 상황의 심각함을 반영하듯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 찾아간 곳도 파리 7구에 있는 여성 수용소였다. 가정 폭력을 못 견뎌 아이와 함께 집을 나온 여성들의 피난처다. 당시 피용 총리는 “여성 폭력은 용인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런 법적·제도적 장치 외에 여성의 대응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보고서를 보면 가정 폭력은 미리 막을 수 있다. 폭력을 휘두르기 전에 모욕적 언사, 위협 등이 먼저 발생한다. 그러나 대개 쉬쉬하면서 상황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마리-프랑스 이리구엔은 이렇게 말한다.“가정 폭력 초기 단계에 여성은 수치스러워 말을 않거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에 젖는다. 그러나 처음 조짐이 보일 때 남자와 헤어져야 한다.” 소수자 인권 보호의 상징인 프랑스의 가정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한 잔씩 따르세요” 대법 “성희롱 아니다”

    회식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발언은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북 안동 M초등학교 교감 김모(57)씨는 2002년 9월 한 횟집에서 교장과 함께 최모(33)씨 등 여교사 3명과 남교사 3명이 참석한 회식자리에 동석했다. 교장이 교사 6명의 소주잔에 각각 맥주와 소주 등을 따르고 함께 술을 마셨다. 김씨가 여교사들에게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말했지만 여교사들은 답하지 않았다. 남교사들이 교장과 김씨 등에게 잔을 권했고 김씨는 한 차례 더 “여선생님들 빨리 잔을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 따라 드리지 않고.”라고 채근했다. 결국 2명의 여교사가 마지못해 교장에게 술을 따랐지만 최씨는 끝까지 거부의사를 표시하다 자리를 마칠 무렵 교장으로부터 술을 한 잔 더 받은 뒤에야 맥주를 따라줬다. 최씨는 결국 성적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진정했고 여성부는 김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5일 “김씨에게 성적의도가 있었다기보단 직장 상사인 교장에게 술을 받았으면 답례해야 한다는 차원이었고 다른 여교사 2명이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 점에 미뤄 성희롱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배현태 공보판사는 “신체적인 접촉이나 성적인 언어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술만 따르라고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씨가 성희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되지 못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김복희 여성위원장은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하는 행위 자체가 성희롱이라고 무조건 규정할 순 없지만 김씨가 재차 따르라고 했음에도 최씨 스스로 성적 굴욕감 등을 느껴 거부했다면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노대통령 ‘孫’ 치고 김근태는 ‘孫’ 잡고

    노대통령 ‘孫’ 치고 김근태는 ‘孫’ 잡고

    “김근태는 ‘손(孫)’잡고, 노무현은 ‘손’(孫)차고” 노무현 대통령이 또다시 “손씨는 빼라.”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4일 ‘대통합 밀알’행보를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조찬 회동으로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손학규 때리기’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제4의 낙마’대상으로 정조준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한겨레신문과 가진 6월항쟁 2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서 “‘범여권’이란 용어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의도적 모욕”이라면서 “손학규씨는 (‘범여권’에서)빼달라고 신문에 좀 크게 써달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 (나와)관계있던 사람이라고 해서 (‘범여권’에서 빼는 게)정 안되면, 다 빼고 손학규씨라도 ‘범여권’에 넣지 말아 달라.”면서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반(反)한나라당’이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남녀가 사랑을 해도 애정표현은 갖가지”라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좀더 편안하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서는 “회사가 부도나서 어렵다고 나가서 떠들고 다니고, 사장을 흔들고 그러면, 안날 부도도 진짜 나는 것”이라면서 “제발 그런 어리석은 짓, 자충수 같은 일을 하지 말라.”고 ‘무소신’행보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에 대해서도 “차별화도 어지간히 해야지, 당을 해체시킴으로써 대통령을 고립시키겠다는 그런 차별화까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통합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열린우리당 비노(非盧)그룹이 15일 집단 탈당키로 하는 등 대통합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근태, 손 전지사와 회동…범여권 통합 본격 행보 손 전 지사와 김 전 의장은 14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범여권 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김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복판에 손학규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 손 전 지사가 대통합에 앞장서고 이제 시간이 없는 국민경선의 선두에 서서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뜨거운 가슴 같이 불타오르고 있고 꽃 피울거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가 당장 합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는 17일 선진평화연대 발족 후에도 일정 기간 독자세력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은 오후에는 천정배 의원을 만나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여를 요청했다. 박찬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경찰에 멍든 가슴 법원서 ‘피멍’

    “4년 만에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좋아했는데…, 앞으로 재판 과정이 더 두렵습니다.” 경찰이 묵살했던 4년 전 폭행사건을 ‘네티즌의 힘’으로 재수사(서울신문 3월12일 9면 보도)하도록 이끌어낸 사건 당사자 신모(26·여)씨가 또다시 재판 과정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신씨는 14일 “지난 1일 서울 동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피고인(가해자) 측에서 자신을 ‘과대 망상증 환자’로 몰아붙여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2003년 5월쯤 지하철에서 자신의 외모에 모욕적인 말을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나 경찰은 수사를 묵살했고, 이로 인해 지난 4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신씨는 지난 3월 인터넷에 사연을 올렸고, 네티즌들이 이를 이슈화하면서 경찰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가해자는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혀 불구속 기소됐고, 현재 서울 동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재판기록 보고 싶으면 민사소송해라” 무엇보다 신씨는 재판 기록을 볼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규에 따라 재판 기록은 검사와 피고인, 피고인의 변호사 등이 볼 수 있다. 따라서 가해자는 변호사를 통해 재판 기록을 확인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검사가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인적 사항은 열람에서 제외되지만 관례적으로 재판 기록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신씨는 가해자 측과 합의 문제 등으로 연락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신씨가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으나 법원 관계자는 “보여줄 수 없다. 보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하라.”고 잘라 말했다. 민들레 법률사무소 김인숙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 쪽의 변론을 알아야 의견을 내고 방어할 텐데, 법원에서는 피해자에게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통해 가해자는 피해자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피해자는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집팔아 변호사 선임 준비도 결국 신씨는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변호사 선임을 준비 중이다. 변호사비를 댈 만한 형편이 못 돼 집까지 내놨다. 신씨는 “재판중 가해자 변호사가 나를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규정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면서 “스스로를 변호할 상황이 안 되니 변호사를 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또 처음 법원을 찾았을 때 법원 관계자로부터 “그것도 모르고 법원에 왔느냐.”는 등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신씨는 “처음에는 경찰의 무성의와 싸웠는데, 이제는 법원의 불친절과 싸워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신씨는 재판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불면증도 심해졌고, 이젠 몸에 마비 증상까지 왔다. 신씨는 “네티즌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와 잘사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는데 면목이 없다.”면서 “그러나 경찰, 검찰, 법원을 거치면서 약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언론서 손학규 범여권 표기 대통령에 대한 의도적 모욕”

    “언론서 손학규 범여권 표기 대통령에 대한 의도적 모욕”

    노무현(얼굴) 대통령의 정치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당적을 버린 임기말 대통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리낌없이 대선 가도에 직설 화법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3일 한겨레신문과 가진 6월항쟁 2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서도 ‘비토 발언’의 강도는 높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같은 당 탈당파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직격탄에 그대로 노출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를 겨냥,“언론이 내가 몇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는데 ‘범여권’이라는 용어를 그냥 쓴다.”면서 “그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의도적 모욕”이라고 밝혔다.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 강력한 불만을 피력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손학규 비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월20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보따리 장수론’을 들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강력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도 최근 기자에게 “그럼 우리가 손학규와 함께 하란 말이냐.”며 거부감을 보였다.“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경기지사를 지내는 등 한나라당의 단물을 다 빼먹은 정치인인데 이제 와서 진보진영과 같이 하잔 말이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노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번 대선에서 노심(盧心)의 범주에 손 전 지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정체성을 이어받을 후보로 친노(親盧)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과 탈당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배짱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옳은 가치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치를 붙들고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해 정·김 두 전직 의장을 함께 비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盧의 전쟁’ 누구를 위한 것인가/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盧의 전쟁’ 누구를 위한 것인가/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요즘 정치권의 주인공은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 주자도 진흙탕 공방으로 조명을 받고 있지만, 노 대통령에게는 못 미친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이·박 두 주자에게 독설을 퍼부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범여권 주자들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정동영·김근태씨에 대해서도 “내 지지율이 낮다고 대선 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이라면서 “이제 내 지지율이 조금 올랐으니까 다시 와서 줄서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노 대통령은 기왕에도 고건 전 국무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가도에서 하차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대선 주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이 그들과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범여권 주자들에게는 올해 말 대선과 내년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자신과 다른 데 대한 섭섭함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지도자건 후계자가 자신이 이룬 업적과 지향하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독재자들이 측근에게 정권을 물려주려 하는 것은 여기에 더해 정권 교체 후 보신(保身)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측근들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든 것도 야당과 언론의 참여정부 실패론과 모함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이해시키기보다 자신만이 옳다는 오만에 빠져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 주자들에게도 막말을 해댔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생각과 믿음을 가진 사람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6개월여 남기고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며 언론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인터넷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에 등을 돌렸다. 이제 유력 신문들이 사실상 노 대통령이 지명하는 대선 주자를 지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 길은 좌파 신자유주의이든, 실용적 진보든, 진보를 표방한 대통령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가진 대선 주자를 돕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범여권 주자가 이·박 주자와 싸우려면 노 대통령에게 비토를 당하지 않으면서 노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인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더이상 이슈의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 이슈는 범여권 주자들이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범여권과 여권 주자들이 지리멸렬인 것은 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노의 전쟁’이 오히려 한나라당의 집권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친노파의 지분 확보나 보신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제 노 대통령은 자신이 믿는 가치들이 덜 훼손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범여권 주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언론과의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범여권 후보 누구라도 자신을 밟고 넘어가 정권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지지해준 서민 대중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시론] ‘6·10항쟁’ 성찰과 실천/김명인 인하대 교수·황해문화 주간

    [시론] ‘6·10항쟁’ 성찰과 실천/김명인 인하대 교수·황해문화 주간

    6월 민주항쟁이 벌써 스무돌이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4·13 호헌발언을 거쳐 6·10 대투쟁,6·29선언,7∼8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가 12월16일 대통령선거에서 예기치 못한 결말로 일단락된 6월 민주항쟁. 그후 20년동안 한국사회는 ‘1987년 체제’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이 6월 민주항쟁이 이룬 것과 남긴 것들을 축으로 하여 움직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민주화라고 부르든 분단체제의 변동이라고 부르든 한국사회가 이를 계기로 결정적인 질적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질적 변화를 ‘시민민주혁명의 성취’라고 불러도 좋다. 식민지와 분단이라는 악조건에서도 남한의 시민계급은 비약적 경제성장으로 독자적인 물적 토대를 구축해 왔고 마침내 6월 민주항쟁과 그후 ‘민주정권’들의 실천을 통해 상부구조로서의 민주적 정치제도를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분단체제의 탈냉전화와 연성화에도 영향을 미쳐 이제는 통일, 혹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오랜 과제 역시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표면적 성취에 눈이 어두워 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역사의 흐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군사독재의 오랜 사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에 도취하고 만족해 질적 변화의 본질을 올바로 꿰뚫어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었던 시민민주혁명은 우리의 오랜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세계사적 변화의 한반도적 부산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1970년대를 휩쓴 오일쇼크에 의해 순조로운 확장을 저지당한 세계자본주의가 마련한 돌파구는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국가중심적 경제체제를 붕괴시키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무한대로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지구적 관철이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의 ‘민족주의적’ 보호경제는 연쇄적으로 붕괴되었으며 보호경제를 지탱했던 정치적 권위주의 역시 전세계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그것이 중남미의 민주화 도미노이고,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군사독재체제의 붕괴와 민주화 역시 그러한 세계사적 외압의 작용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높은 파고 앞에서 심각한 동요를 겪고 있다. 문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역대 민주정부는 한편으로는 시민민주혁명을 추진해온 ‘민주화권력’이었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신자유주의 권력’이기도 했다.20년 전 우리가 그토록 갈망했던 민주주의가 단지 대통령 직선제나 하는 형식적 민주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연대와 사랑을 실천하는 본질적이고 전면적인 민주주의였다면 지금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승자독식의 개인주의와 경쟁주의, 야만적 시장주의의 무한한 확장과 사회적 양극화는 우리가 갈망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배반이자 모욕이 아닐 수 없다. 6월 민주항쟁 20년, 올해는 기념식에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국가기념일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혁명기념일은 곧 혁명의 무덤이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흥청망청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어긋난 혁명의 행로를 다시 돌이키는 전면적 성찰과 실천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일이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황해문화 주간
  • 노대통령 참여정부평가포럼 발언 요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은 격정적인 정치연설로 4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나라당 ‘빅2’ 후보를 비롯, 참여정부의 정책코드에 어긋나는 대선 주자와 정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강연의 키워드는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시민에 의한 시민주권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운동을 펼쳐나가자.”는 대목이라고 천호선 대변인이 3일 전했다. 다음은 분야별 강연 요지. ●“한나라 공약은 한마디로 부실” 한나라당은 계속 참여정부를 흔들고 있는데 참으로 무책임한 집단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과 행동이 너무 많아 종잡을 수 없다. 토론이 본격화되면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 저도 하고 싶다. 그런데 헌법상으로 토론을 못하게 돼 있으니까 단념해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약은 한마디로 부실하다. 대운하, 열차 페리 두 사업의 사업비를 다 보태도 참여정부 균형발전 투자의 5분의1도 안 된다. 대운하는 민자유치를 한다고 하나, 참여할 기업이 있을 리 없다. 열차 페리는 제가 2000년 해수부장관 시절에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업이다. 서울시장이 공무원 퇴출 얘기 하니까 아주 좋은 정책인 것처럼 했는데 그거 보면서 바로 정부는 하지 말라고 메모를 보냈다. 반드시 법적 절차에 의해서 해야 하고, 객관적 사실을 조사하고,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징계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반재벌, 반시장주의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지만 복지나 사회 투자라는 측면을 보면 쓸 만한 정책이 별로 없다. ●“언론에 영합하면 정권 잡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언론에도 적용돼야 한다. 세계언론인협회의 성명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유감스럽다. 언론에 영합해서 정권을 잡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정홍보처가 설사 불법을 했다 치더라도 국가기관을 폐지할 일은 아니다. 차떼기하고 공천헌금 받은 정당도 문을 닫지는 않았다. 민생 경제는 2004년부터 회복되고 있다. 온갖 저주와 악담을 이기고 그렇게 극복했다. 참여정부는 안보를 잘하고 있다. 자화자찬한다. 국방개혁은 돌이킬 수 없도록 제도화해 놨다. 요즘 한나라당은, 기자들 앞에서 하는 짓을 보면 절대로 국방 개혁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산 기지에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다. 돈은 좀 들지만 대운하 같은 데다 돈 쓰지 말고 이런 데 돈을 써야 된다. 참여정부 대통령은 혁신 대통령이다. 설거지 대통령이다. 행정수도, 용산기지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국방개혁, 방폐장 부지 선정, 사법개혁 등 묵은 과제들을 해결했다. 대단히 치밀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 저는 스스로를 과장급 대통령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민생과 복지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정체성이다. 국민의 정부도 좋은 정부다. ●“손학규가 범여권? 정부 모독” 대선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당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 해 온 사람들, 탈당한 사람들,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려는 사람들의 전략은 외통수 전략이다.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손학규씨가 왜 범여권인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장관을 지내고 나가서 감정 상한 일도 없는데 대선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내가 어리석은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과 대통합/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열린세상] 대통령과 대통합/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대선을 앞두고 온통 난리다.‘잘되는 집’ 한나라당은 잘돼서 싸우지만,‘안되는 집’이라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원칙없는 지역주의 회귀는 안 된다.’며 일갈하고, 구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뽑아준 국민을 모욕하지 말고 대선판에서 빠지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얼핏 보면 난투극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합’이라는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갈등이기도 하다. 대통합을 추진하는 이들의 주장이 만만치 않다. 탈당한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 정치개입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옛날이든 외국이든 최고지도자가 임기 말에 목소리를 낮추는 것은 자신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다음 사람에게 새로운 정치를 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로 여겨진다. 게다가 책임정치라는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가능케 한 지지기반, 즉 호남과 충청의 유권자를 무시하지 말라는 논리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또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 여론조사(KSOI,5월8일 조사)에서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고,‘열린우리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응답도 수개월 전보다 높아지고 있어 차기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대통합의 당위성에 수긍하는 여론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통령이 저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정치인 노무현’의 삶 자체가 망국병이라던 지역주의 타파였기 때문이다. 그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에 감행한 3당 합당에 반대해 외톨이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종로를 버리고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 출마해 떨어진 것 역시 지역주의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소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지금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비(非)한나라당 진영에서 추진하는 대통합이라는 것은 노무현만 배제한 호남신당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 노무현’의 한국 정치에 대한 피끓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한 여론은 별로 좋지 않다.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지난 5월8일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이던 지지도가 다시 내리막으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유를 분석하자면 복잡할 것 같지 않다.‘국정운영 안 하고 왜 또 저러냐.’는 것이다. 그동안 ‘싸우면 이긴다.’며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노 대통령이지만 지금까지의 여론흐름만을 보자면 판정패인 셈이다. 다만 국민 입장에서는 범여권이든 구여권이든 그들이 추진하는 대통합이라는 것이 어정쩡한 것만은 분명하다.‘우리가 이기려면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들만의 명분일 뿐이다. 또 기껏 모을 수 있는 세력도 예전에 뿌리치고 나온 민주당뿐이어서 ‘서부연합 정당’ 복원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선 때도 민주당 없이 과반을 얻어 풍성한 의석수를 자랑하던 열린우리당이 이제 와서 ‘호남이 하나되어야 한다.’는 논리 역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소리이다. 지난 3년 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여주었던 무능과 혼란의 ‘잡탕’ 이미지는 정당정치의 근간인 노선과 정책의 모호함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은 새로 만드는 대통합 신당이 ‘이기기 위해 노무현을 배제하는 것’ 말고 어떤 원칙, 어떤 노선, 어떤 비전으로 만들어지는지를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 만일 서로 견주어 봐서 노선과 이념이 다르다면 일단 각자의 길을 가는 것도 정상의 정치이다. 원칙 없이 합쳐 놓고, 안 뜨면 또 싸워서 갈라서는 모습만은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 푸틴 “美는 나치 제3제국”

    ‘미국은 제3의 나치?’ 블라디미르 푸틴(얼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제3제국(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시기의 독일)’에 비교하는 등 미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푸틴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나치독일 격퇴 62주년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고 10일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푸틴은 “전쟁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다. 모습만을 달리할 뿐”이라면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 때처럼 이러한 새로운 위협들은 동일하게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있으며 예외적임을 주장하고, 세계에 대한 독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을 향해 퍼부어 온 일련의 독설 시리즈 최신판인 셈이다. 푸틴은 이라크전, 동유럽 등에 대한 미사일방위시스템 구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역 확대 등과 관련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면서 미국에 적개심과 대결 자세를 드러내 왔다. 이날 푸틴은 “평화시기의 실수와 잘못에서 전쟁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전쟁을 잊을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한 어조로 미국에 대한 경계심과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크렘린 당국은 구체적인 의미 부여와 설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크렘린 업무에 깊이 관여해 온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연구소 소장은 “푸틴의 발언은 미국과 NATO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역 확대를 반대한 서방 국가들에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 등 옛 소련과 동유럽 지역에 미국이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있는 것에 ‘생존공간이 줄어들었다.’며 격분하고 있다. 전통적인 러시아의 영향권을 미국이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고 있다는 데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NATO가 러시아 국경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압박하자 러시아의 자존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반발해 왔다. 한편 푸틴은 이날 “나치를 물리친 2차 세계대전의 숭고한 경험을 파괴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친미적인 에스토니아 정부가 옛 소련군 동상을 이전한 것을 간접 비난했다. 전승기념식을 마친 푸틴은 이날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 참여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미국·중국 견제를 위한 주변국가 다독거리기용으로 알려졌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아직도 이런 일이…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아직도 이런 허무맹랑한 ‘민간요법’을 믿다고 있다니!” 중국 대륙에 한 부부가 조카의 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만 믿고 어린 아이의 무덤을 몰래 도굴해 꺼낸 시신으로 탕으로 끓여 조카에게 먹이려다가 붙잡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난하이(南海)법원은 ‘인육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안되는 민간요법을 믿고 조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내아이의 시신을 꺼내 탕으로 끓여 먹이려한 혐의로 붙잡힌 뤄웨링(羅月玲·여·가명)·천중광(陳忠光·가명)씨 부부와 동생 뤄젠(羅娟·가명)에게 시신 모욕죄를 적용,징역 6개월형을 선고했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최근 보도했다. 난하이법원에 따르면 ‘인육 사건’은 지난해 12월11일 발생했다.이날 오전 8시30분쯤 스산(獅山)진의 한 마을.이 마을의 북쪽 버덩 위에 조그마한 집 한채가 살풍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이 집의 뒤란에 조그마한 방에 세들어 살던 임신 9개월째인 멍샤오루(蒙小茹)씨는 갑자기 극심한 산통을 느끼며 배를 잡고 쓰러졌다. 구급차가 집에 닿기도 전에 멍씨는 늠름하고 씩씩한 목소리의 사내 아이를 낳았다.조금 뒤 구급차가 도착해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산모와 사내아이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 그날 오후 3시쯤 퇴원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그날 오후 5시가 되자 사내아이의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더니 7시쯤 숨을 거뒀다.옆집에 살던 뤄씨는 멍씨로부터 “사내아이의 온 몸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얼마 있지 않아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이에 그녀는 그냥 안타까운 생각에서 자신의 남편과 함께 멍씨의 죽은 사내아이를 묻어주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자청했다. 이 얘기를 들은 멍씨도 고맙다며 이들 부부에게 사내아이의 시신을 맡겼다.이들 부부는 자신의 집 뒤쪽 산중턱에 땅을 판 뒤 자루에 담긴 아이의 시신을 묻은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밤 10시쯤,뤄씨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이리저리 뒤척이던 그녀는 갑자기 뇌종류(腦腫瘤)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조카가 떠오른 것과 동시에 이 병에는 죽은 아이의 시신을 탕을 끓여 먹이면 탁효가 있다는 민간요법도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뤄씨는 고대 동생 뤄젠씨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뤄젠씨와 친융(秦勇)씨 부부에게 조카의 병에는 아이 시신으로 끓인 탕이 특효가 있다며 그 처방을 해보자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동생 부부는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으나,자신의 아들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 크게 믿을 것은 못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아이 시신탕’을 끓여 먹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뤄웨링씨 부부와 동생 뤄젠씨 부부는 함께 멍씨의 아들이 묻힌 무덤으로 가 아이의 시신을 꺼내 정성스레 자루에 담은 뒤 인근 한적한 스산(獅山) 삼림공원으로 갔다. 이곳에서 아이의 시신을 꺼내 탕을 끓이기 위해 시신을 토막내려다가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삼림보호 요원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18세기에나 있을 법한 얘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교민안전 뒷전인 러 한국영사

    1998년 국군포로 장무환씨는 탈북한 뒤 주중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한 여직원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며 거절당했다. 이 장면이 지난해 11월 한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면서 ‘대사관녀’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9일 새벽 3시30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성희(22)씨는 아파트 부근에서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병의 일종인 ‘심근부전’으로 인한 돌연사. 유족들은 시신에 마르지 않은 핏자국과 멍자국이 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영사 당국은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오후 11시15분 SBS ‘뉴스추적’에서는 ‘모스크바 여대생 의문의 죽음’ 편을 통해 이씨의 죽기 전 행적과 재외 국민의 사건·사고에 직무태만으로 일관하는 영사업무 실태를 살펴본다.‘뉴스추적’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씨는 지난 1월부터 사망 전까지 수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사망 한 달 전에는 대사관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1년 넘게 함께 생활했다는 룸메이트의 사망 당일 진술이 계속 번복되는 등 의심되는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은 사망 현장에서 이씨의 가방을 분실하는 등 증거물 확보에 허점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씨의 친구가 담당 영사에게 시신의 상처를 언급하자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당한 사건·사고는 4500여건에 이른다. 영사 업무의 직무태만을 질타하는 사례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은 언제나 제대로 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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