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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미수출 반사이익 극대화… 장기적으론 수출시장 다변화

    대미수출 반사이익 극대화… 장기적으론 수출시장 다변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칫 양국 중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경우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발성 변수가 아니라 장기적인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물밑에서 실리를 챙기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9일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관세, 환율, 기술 등 경제 전반의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무역갈등의 여파가 신흥국 경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호무역주의,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위기감을 전달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재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G20 등 다자간 국제 공조를 강화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공동 대응하고, 무역·투자 자유화 확대에 기여한다”는 표현을 쓴 점을 감안하면 ‘톤 조절’이 좀더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G20 발언 수위도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갈등은 세계적인 구도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자력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정부 대처로는 당장 무역갈등 심화 국면에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미중 무역분쟁의 수출영향’ 자료를 보면 미국의 중국 제재품목 수입시장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6.1%에서 올 1분기 12.5%로 3.6% 포인트 하락했지만, 한국산 제품은 3.4%에서 4.1%로 0.7% 포인트 상승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구상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무시하기 힘든 만큼 물밑 접촉을 통해 미국 수출 시장에 대한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국제무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쪽을 살리는 것도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환경이 바뀌더라도 최신 트렌드를 갖춘 제품에 대한 수요는 있기 마련”이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국,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남북 평화 거점 양구 펀치볼, 100억짜리 명품정원 만든다

    남북 평화 거점 양구 펀치볼, 100억짜리 명품정원 만든다

    평화(접경)지역인 강원 양구군 펀치볼지역에 숲과 꽃밭이 어우러진 대단위 정원이 들어선다. 강원 양구군은 18일 분지 모양이 화채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펀치볼지역 일대에 테마가 있는 세계적인 명품 정원을 만든다고 밝혔다. 남북 평화교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도비 등 100억원의 지방비를 들여 내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 사업으로 추진된다. 지난해까지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올 들어 정부에서 지방사업으로 정해지면서 강원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투자 심사를 모두 끝냈다. 정원은 해안면 펀치볼지역 4500㏊ 가운데 100㏊에 조성될 전망이다. 넓은 지역에 조성되는 만큼 평화의 화원, 숲의 화원, 농의 화원, 미래의 들판 등 특색 있는 테마로 꾸며진다. 관광객들을 위해 방문자센터와 주차장, 편의시설도 갖춘다. 정원이 들어서면 펀치볼 주변의 DMZ자생식물원, 야생화밭, 둘레길, 을지전망대 등과 연계해 관광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김왕규 양구 부군수는 “펀치볼지역은 해발 1100m 이상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 하나가 1개 면(해안면)을 이루는 곳으로 휴전 이후 60여년간 인위적 힘이 가해지지 않아 각종 희귀생물과 천연 숲이 잘 보존돼 있어 경쟁력을 갖춘 관광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구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딸, 핫팬츠 좀 그만 입을래” 아빠가 말 대신 취한 ‘특단의 조치’

    “딸, 핫팬츠 좀 그만 입을래” 아빠가 말 대신 취한 ‘특단의 조치’

    핫팬츠를 입고 다니는 딸을 걱정하는 한 남성이 입지 말라는 말 대신 유머를 섞은 행동으로 딸을 설득한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 사는 두 아이 아버지 제이슨 힐리는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자신이 어떻게 10대 딸이 핫팬츠를 포기하게 하는지 그 순간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유했다. 지금까지 조회 수가 4050만 회를 넘을 만큼 크게 화제가 된 이 영상은 남성이 막내아들과 함께 큰 딸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켄들, 우리 얘기 좀 하자”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딸은 눈을 가리며 아연실색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은 가랑이 부근까지 짧게 자른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 함께 들어온 그의 아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지만, 남성은 딸에게 “너도 네 반바지를 입어라. 누가 더 잘 맞는지 보자”고 말하며 자신이 준비한 말을 이어간다. “어떤 반바지를 말하는 거야?”라고 되묻는 딸에게 그는 “새로 사준 거, 사실 더 길었던 바지말이야”라고 답한다. 아무래도 그의 딸은 반바지를 직접 잘라 더 짧게 만든 모양이다. 문제의 핫팬츠를 입는 딸에게 그는 “그래, 그거다”고 말한 뒤 자신은 거울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뒤쪽에서 영상을 찍던 아내를 바라보며 “어느 쪽이 더 짧지, 여보?”라고 묻는다. 그러자 아내는 “당신들은 (그런 옷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그의 놀라운 대응이다. 그는 농담조로 “이제 학교로 널 마중 갈 때 이걸 입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털이 수북한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탁탁 두드리며 딸을 웃기고 만다. 그러자 딸은 “아니야, 그렇게 짧지 않다”며 약간의 저항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렇고 말고, 아빠가 입은 바지도 그렇게 짧지 않다”고 응수한다. 이런 모습이 담긴 영상은 공개 직후 금세 퍼져 공유 횟수는 무려 81만 회를 넘겼다. ‘웃겨요’, ‘좋아요’, ‘최고예요’ 같은 긍정적인 반응은 18만 개, 댓글은 11만 개 이상 달렸다. 대다수 댓글은 남성이 유머를 섞어 딸을 설득한 방식을 칭찬하는 것이다. 그중 한 네티즌은 “정말 멋지다. 올해 최고의 아빠”라면서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자 다른 한 네티즌은 “정말 잘했다. 그건 당신 딸이 넓은 관점으로 무언가를 보게 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네티즌은 “그녀는 운이 좋다. 언젠가는 이해할 것”이라면서 “계속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사진=제이슨 힐리/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흥 기폭제 ‘춘향전’ 멜로 이끈 ‘자유부인’… 장르의 신세계 열었다

    부흥 기폭제 ‘춘향전’ 멜로 이끈 ‘자유부인’… 장르의 신세계 열었다

    지금까지의 연재를 통해, 1900년대 초입 한국에 처음 영화가 들어온 시점부터 6·25 전쟁이 끝나고 재건을 시작한 1954년 시점까지 약 50년 동안의 영화사를 살펴봤다. 1901년 미국인 여행가 버턴 홈스 일행이 대한제국기 서울의 풍경을 촬영해 왕실에서 상영회를 개최한 것과 1903년 동대문활동사진소에서 표를 사고 입장한 대중 관객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한 것이 한국에 영화가 소개된 가장 앞선 기록이었다. 또한 1919년 단성사에서 조선인 신파극단의 제작으로 연극 무대와 영화가 결합한 연쇄극을 상연한 것은 한국영화 100년의 출발로 기록된다. 이후 일제강점하 조선영화계는 무성영화와 발성영화시기를 개척해 가며 조선인 관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고, 일제 말기에는 국책선전영화로 명맥을 이어가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영화 제작을 멈추지 않았던 영화인들의 열정은 1945년 8월 이후 해방 정국과 1950년 6·25 전쟁 시기에도 꾸준히 극영화를 만들고 관객들과 만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는 1950년대 중반 한국영화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게 되는 기반이 되었음에 분명하다. 이제부터의 연재는 1955년 이후 한국영화계가 어떻게 국가 정책 그리고 제작 자본과 협상하며 ‘한국’ 영화를 만들어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번 지면은 우선 1950년대 중후반까지의 상황을 알아볼 것이다. ●195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계 전후 한국 사람들의 깊은 상처를 위로한 것은 역시 영화였다. 전쟁 중에도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던 영화인들은 폐허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곧바로 상업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1954년 18편, 1955년 15편을 기록한 한국영화 제작 편수는 1956년 30편, 1957년 37편으로 늘어나더니, 1958년 74편으로 전 해보다 두 배가 증가했고, 1959년에는 111편으로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편대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영화산업이 휴전 후 불과 6년 만에 이 정도의 급성장을 이룩한 배경은 역시 인력이었다. 영화에 대한 한국영화인들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했던 것일까. 가장 대중적인 예술에 참가한다는 개인 창작자로서의 욕망, 자본을 투여한 것 이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영화 셈법의 확고한 인식, 또 직업으로서 계속 영화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지지하는 관객들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동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 매체는 대중과 만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도한 이승만 정부도 이러한 한국영화의 역할을 인식하고 영화계의 의견을 반영해, 1954년 ‘국산영화 입장세 면세조치’, 1959년 ‘국산영화 장려 및 영화오락 순화를 위한 보상특혜실시’라는 과감한 지원책으로 한국영화 진흥을 도모한다.전후 한국영화 부흥의 기폭제가 된 작품은 이규환이 연출하고 배우 조미령과 이민이 주연한 ‘춘향전’(1955)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고전 소설 ‘춘향전’은 1923년 한국 최초의 상업영화, 1935년 최초의 발성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이후 한국영화산업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영화화되었다(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까지 모두 17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1955년 벽두에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이규환의 ‘춘향전’ 역시 몰려드는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뤘고, 2주간 상영에 1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들며 제작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단 하나의 프린트로 전국 상영을 하던 시절, 서울 상영 이후 지방 각 도시의 상영관에서도 열띤 흥행은 계속되었고, 영화는 2년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관객들과 만났다. 춘향 역의 조미령과 이몽룡 역의 이민이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스타가 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롭게 출발한 한국영화계는 이 영화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영화로는 제작비 회수도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지만, 채산을 맞추는 것을 넘어 큰 수익도 올릴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잘 만든 한국영화라면 언제든 뜨거운 지지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의 존재를 확인한 것도 영화의 효과였다. ‘춘향전’의 성공은 이후 사극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1956년에 제작된 30편 중 무려 16편이 사극 혹은 시대극 장르일 정도로 인기를 구가한다.●사극에서 멜로드라마로 195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의 또 다른 축은 바로 현대극 장르였다. 관객들이 시대극 장르에 싫증을 내기도 전에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가 흥행 전선에 나선 것이다. 이 경향을 주도한 것이 바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이다. 영화는 대학교수와 교수 부인 각각의 연애를 다뤄 전후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원작은 작가 정비석이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해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소설로, 연재 당시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며 중공군 50만명과 맞먹는 국가의 적이다”는 격렬한 비난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195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휘몰아치던 계, 댄스, 사치라는 세 가지 바람을 시의성 있게 소설화한 원작이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한형모는 영화로까지 여세를 몰아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한편 영화에 등장한 “뭐든지 최고급품으로 주십시오, 최고급입니까”라는 극 중 백사장(주선태)의 대사는 당시 “최고급”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자유부인’은 195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이자,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다. 이듬해 1957년에는 홍성기의 ‘애원의 고백’, ‘실락원의 별’, 김성민의 ‘처와 애인’, 김기영의 ‘여성전선’, ‘황혼열차’, 이용민의 ‘산유화’, 한형모의 ‘순애보’, 유현목의 ‘잃어버린 청춘’ 등의 멜로드라마가 전후 사회의 정서와 시대상을 반영하며,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주의적 미장센(화면 구도)이 유려한 유현목 감독의 ‘그대와 영원히’(1958), 박종호의 감독 데뷔작이자 배우 김지미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이는 ‘비오는 날의 오후 세시’(1959), 조긍하 감독의 대표작 ‘육체의 길’(1959)도 빼놓을 수 없다. 1950년대 후반의 멜로드라마 지형은 홍성기·김지미 콤비의 영화가 주도하는 가운데, 신상옥·최은희 콤비의 작품이 경쟁 구도를 그리며, 한국 대중영화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전자는 ‘별아 내 가슴에’(1958), ‘산 넘어 바다 건너’(1958), ‘별은 창 너머로’(1959), ‘자나깨 나’(1959)가 대표적이고, 후자는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1959) ‘동심초’(1959) ‘자매의 화원’(1959) 등을 들 수 있다. 신상옥 감독이 이 영화들의 성공을 발판으로 ‘신필름’을 설립, 1960년대 이후 한국영화계를 주도하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적 증가 넘어 영화 문화·산업 전반으로 성장 195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의 성장은 제작편수로 대변되는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영화문화와 산업 전반이 확장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전후 사회적, 개인적 악조건 속에서 ‘미망인’(1955)을 연출한 박남옥은 한국영화사의 첫 번째 여성감독으로 기록되며, 이병일의 ‘시집가는 날’(1956)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되었다. 이 시기 한국영화의 중요한 특징은 다양한 장르가 시도된 점이다. 멜로드라마와 스릴러를 혼합한 ‘운명의 손’(1954)의 한형모는, 악극 요소를 가미한 코미디 ‘청춘쌍곡선’(1956), 탐정영화 ‘마인’(1957), 가요를 극 속으로 녹여낸 멜로드라마 ‘나 혼자만이’(1958)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는 야심 찬 행보를 보였다. 노필 감독 역시 극 중 등장인물의 노래 장면이 삽입된 멜로드라마 ‘꿈은 사라지고’(1959), ‘사랑은 흘러가도’(1959) 등을 연출했다. 이 영화들은 미리 녹음한 음악을 촬영현장에서 틀면서 입 모양을 맞추는 ‘플레이백’ 녹음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음악영화들이 시도된 이유는,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기재와 기술력이 부족했던 당시 한국영화계가 절충적 제작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화기술에의 도전과 이를 뒷받침한 물적 기반도 검토해 봐야 한다. 해방기 ‘무궁화동산’(안철영, 1948) ‘여성일기’(홍성기, 1949)에서 도전했던 컬러영화 제작도 다시 시도되었다. ‘선화공주’(1957, 최성관)를 시작으로 ‘사랑의 길’(1958, 장황연), ‘춘향전’(1958, 안종화), ‘콩쥐팥쥐’(1958, 윤봉춘)가 컬러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한편 홍콩과 합작한 ‘이국정원’(전창근·도광계·와카스기 미쓰오, 1957)은 해외 기술을 빌어 안정적인 컬러 색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한홍 합작영화로 기록되는 ‘이국정원’은 임화수의 한국연예주식회사와 홍콩 쇼브라더스사가 공동 제작했고, 김화랑 감독의 ‘천지유정’(1957)이 그 뒤를 이었다. 두 영화는 1958년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2.35:1의 시네마스코프 포맷을 통해 넓고 긴 화면 즉 와이드스크린도 선보였다. 그 첫 번째 작품은 수도영화사 대표 홍찬이 건설한 안양촬영소의 창립작 ‘생명’(이강천, 1958)이다. 영화는 미첼 카메라에 비스타라마 렌즈를 달아 촬영했고, 오프닝 크레디트와 포스터에는 수도영화와 시네마스코프를 합친 ‘수도스코프’라는 명칭을 내세웠다. ●정릉·삼성·안양 등 영화 전문 스튜디오 등장 컬러와 와이드스크린 등 1950년대 후반의 기술 시도는 영화촬영소라는 공간과 연동된 것이었다. 한국영화문화협회의 정릉촬영소, 삼성영화사의 삼성스튜디오, 수도영화사의 안양촬영소 등 본격적인 스튜디오 세 곳이 등장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제작 기반이 되었다. 사실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선진 영화제작 시스템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주먹구구식 수공업적 제작을 벗어나 할리우드식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한국영화인들의 오랜 꿈이었다. 스튜디오 시대의 첫 주자는 1957년 1월 개소한 정릉촬영소였다. 120평의 촬영장과 100평 규모의 현상소에 미국의 민간원조기구 아시아재단이 기증한 미첼 카메라, 휴스턴 자동현상기 등이 설비되었다. 촬영소를 건립한 한국영화문화협회는 아시아재단으로부터 기증받은 영화기자재를 관리하기 위해 1956년 7월 설립한 단체다. 한편 ‘자유부인’으로 큰 수익을 거둔 삼성영화사는 1957년 7월 군자동에 삼성스튜디오를 만들어 권영순의 ‘오해마세요’(1957), 유현목의 ‘그대와 영원히’, 한형모의 ‘나 혼자만이’(1958)를 제작했다. 규모나 내용에 있어 가장 주목할 곳은, 평화신문사와 수도영화사 사장 홍찬이 이승만 정권의 특혜를 받아 1958년 6월 개소한 안양촬영소이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본떠 본격적인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했고 자신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안양촬영소는 3만 3500평의 부지에 총건평 1975평으로 9개의 건물이 자리잡은 그야말로 ‘영화공장’이었다. 미첼 카메라 3대, 웨스트렉스 녹음 시설 등 미국의 최신 기재들도 들여왔다.하지만 수도영화사의 홍찬은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 ‘생명’과 두 번째 작품 ‘낭만열차’(1959)의 흥행 실패로 수십억원의 부채를 졌고, 결국 촬영소는 1959년 10월 부도 처리되며 산업은행의 관리로 넘어갔다. 1966년 9월 박정희 정권의 지원하에 신필름에 인수될 때까지 애물단지로 방치되었던 안양촬영소는 영화산업의 근대화가 산업 내부의 동력 없이 국가의 정책적 지원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1950년대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1960년대 한국영화가 중흥기를 맞고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들어서는 기반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소음저감공사, 법적분쟁 가나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소음저감공사, 법적분쟁 가나

    경기 성남시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소음저감시설 공사가 4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발주처인 성남시가 결국 계약해지를 결정해 시공사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공사는 분당∼수서간 도로 벌말지하차도 인근 498m 구간에 아치 형태의 파형(물결모양)강판 구조물을 씌우는 것으로 2015년 7월 기공식을 가졌지만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시는 시공사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 전문건설공제조합, 건설공제조합(CG)에 12일 공사계약 보증이행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계약대로 오는 9월 7일까지 공사를 마치든지 아니면 계약금(해당 공사를 포함해 950억원)의 40%를 시에 지급하라는 취지다. 9월 7일까지 완공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계약금의 40% 납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증기관은 시에 해당 금액을 낸 뒤 시공사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돼 사실상 공사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도로 소음저감시설 설치공사는 성남 분당구 아름삼거리~벌말지하차도 왕복 6차로 구간(1.59㎞)을 복개 구조물로 씌우고, 그 위에 흙을 덮어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 구간 1.59㎞ 가운데 801m 구간에는 교량 형태의 구조물을 만드는 거더 공법이, 498m 구간은 아치 형태의 철근콘크리트 보강 파형강판 공법이 적용된다. 시는 인근 주민들이 겪는 교통소음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의 소음저감 대책을 수립, 총사업비 1800억원 중에서 950억원을 시공사에 지급해 계약 체결했다. 시 관계자는 “파형강판 공법에 대해 시공사 측이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계약과 달리 공법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 단가를 맞춰나가려고 신기술 공법을 트집 잡는다는 일각의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입찰 당시 진흥기업 등 3사는 성남시 공사예정가격의 72% 수준의 최저가 비용을 제시해 낙찰됐다. 이 관계자는 “대한토목학회에 파형강판 공법의 안전성 검증을 받은 뒤 설계에 반영했고 시공사 측의 문제 제기에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성남시의회 행정사무조사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2017년 같은 시기에 이뤄진 검증에서도 파형강판 공법의 안전성을 재차 확인했다. 시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9년 5월에는 성남시, 시공사, 서영엔지니어링 등 설계사, 신기술보유사인 픽슨,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안전성 검토회의’를 개최해 파형강판 공법의 안전성을 재검증했다. 시는 계약 해지와 함께 관련법에 따라 시공사들에 벌점을 부과하고 부정당업체로 지정해 공공기관 공사의 입찰참여를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계 법령에 따라 공사 지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시공사에 강력히 물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 관계자는 “건설법은 계약 체결한 뒤 3개월 이내에 설계도서 검토를 하게 돼 있어 법규에 따라 신기술인 파형강판 공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설계도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공사를 했다가 과징금과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회삿돈을 들여 파형강판 공법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차례 발주했고 상당수 기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할 경우 추가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시에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 측은 보증기관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시가 계약해지를 하면 무효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성남을바꾸는시민연대 관계자는 “4년간 허송세월한 데 대해 시공사뿐 아니라 성남시도 분명히 책임이 있는 것 같다”며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잘잘못을 가려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어린 독재자’ 김정은, 프랑스 혁명 잘못 배워 이렇게 됐다?

    ‘어린 독재자’ 김정은, 프랑스 혁명 잘못 배워 이렇게 됐다?

    ‘자신보다 똑똑한 급우를 못 견뎌하던 어린 독재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 애나 파이필드가 집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어린 시절과 스위스 유학 시절 얘기를 담은 책 ‘위대한 승계자-김정은의 비밀스런 성장과 통치‘가 곧 발간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7일 전했다.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핵무장 국가(핵 보유를 인정한 것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지도자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눈길을 끈다고 지적했다. 먼저 김 위원장의 어린 시절은 한없이 외로웠다. 수도 평양의 4.5m 높이 철제 대문들이 딸린 저택 안에 갇혀 지냈다. 여름이면 보내던 원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보살핌 덕에 그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슈퍼마리오 비디오 게임도 갖고 놀았고, 핀볼 머신, 유럽의 어느 장난감 가게보다 많은 장난감이 집안에 있었다. ‘벤허’, ‘드라큘라’, 007 시리즈 등은 방음 장치까지 갖춘 개인 영화관에서 즐겨 보던 작품들이다.어린 김정은은 자동차와 배 장난감에 탐닉했지만 벌써 그 때부터 진짜 자동차, 진짜 총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가 일곱 살의 그가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해준 차를 몰았고, 열한 살에 이미 엉덩이에 콜트 45구경 권총을 차고 다녔다. 파이필드 기자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는 지도자로 떠받들어졌으며 “그 소년은 자랄수록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겼다”고 적었다. 여덟 번째 생일부터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 않았다. 대신 검은 정장에 나비 넥타이를 맨 채로 당 고위 간부들로부터 꽃다발을 증정받았다. 한참 위의 이복형 김정남이나 터울은 차이 나지 않지만 훨씬 내향적이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했던 김정철을 누르고 아버지의 환심을 샀던 것은 그의 강인한 성격이었다. 김씨 일가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켄지 후지모토의 회상에 따르면 김정은은 배신자를 가차 없이 대했다. 후지모토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여섯 살이었다. 군복 유니폼 비슷한 옷을 입은 그 꼬마는 후지모토가 악수를 청하자 거절했다. 날카롭게 노려보며 ‘이 상종 못할 일본 놈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열두 살 때인 1996년 스위스 베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른바 ‘푸딩 접시’ 모양으로 머리를 잘랐고, 특유의 트레이닝복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가짜 이름 ‘박 운’으로 불렸고, 처음에는 그와 용 철이란 친구가 유모와 함께 살다가 나중에 고모 고용숙과 그녀의 남편 리강이 부모 행세를 하며 지냈다. 고용숙 부부는 2년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급우였던 이들에 따르면 성질머리가 고약했다. 친구들에게 손찌검을 곧잘 했고 발로 차고 침도 뱉었다. 독일어 실력이 딸린 탓이 컸다. 널리 알려진 대로 농구에 빠져들어 늘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번이 새겨진 시카고 불스 유니폼을 걸쳤고 경기를 하다 입씨름도 곧잘 했다. 요제프 팍(Josef Pwag)이란 가명으로 만든 브라질 여권을 들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으며 가족앨범 안에는 프랑스령 리비에라섬에서 수영하고 이탈리아에서 저녁을 들고 파리의 유로디즈니 놀이시설을 즐긴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파이필드 기자는 폴리티코 잡지에 기고한 기사를 통해 유럽 유학 생활을 통해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게 될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더 공고히 할 수 있는지 배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구 커리큘럼을 통해 마틴 루터 킹과 넬슨 만델라를 배운 것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을 통해 어떻게 사회가 바뀌는지 배웠다. 그런데 그가 스위스 학교에서 배운 프랑스 혁명의 교훈은 “만약 내가 이 전체주의 국가를 조금 더 확실히 장악하면 인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단언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2010년 권력을 승계한 뒤 3년 만에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함으로써 인민과 엘리트 계급의 공포를 키우고 핵무장 프로그램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진들] 풀을 꼬아 잇는 다리, 매년 이맘때 새 다리로 교체 ‘볼거리’

    [사진들] 풀을 꼬아 잇는 다리, 매년 이맘때 새 다리로 교체 ‘볼거리’

    페루 쿠스코 근처 아푸리막 강물 위에는 해마다 이맘때면 헌 다리를 해체하고 새로운 다리가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어떻게 해마다 한 번씩 새로운 다리로 교체하느냐고? 퀘스와차카 다리는 풀을 손으로 꼬아 로프를 만들어 다리를 잇기 때문에 해마다 한 번씩 새 풀을 손으로 꼬아 만든 로프들을 이어 새로운 다리로 짓는다. 과거 잉카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들과 마을들을 잇는 이 독톡한 다리 건설 방법은 적어도 60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2013년에 지정됐다. 영국 BBC는 17일 새로운 다리로 대체하는 과정을 모두 11장의 사진으로 소개해 눈길을 끈다. 호르디 부스케가 촬영한 사진들이다.우선 기존 다리를 늘어뜨린 뒤 새로운 로프를 양쪽 계곡 사이에 묶어둔다.세대에서 세대를 이어 계곡 양쪽의 마을들에 사는 모든 성인들은 작업에 총 동원된다.전통을 좇아 다리를 직접 만드는 것은 남자들의 일로 국한된다. 여성들은 협곡의 높은 쪽에 앉아 작은 로프를 꼬는 일에만 집중한다.보통 나흘에 걸쳐 작업하는데 첫날은 남자들이 낡은 다리 주위에 모여들어 작은 로프들로 굵은 로프를 친친 감는다. 다리의 주 힘을 받는 로프는 여섯 가지로 지탱되는데 모두 세 겹으로 꼬아 굵기가 30㎝ 정도 되게 마련이다. 하나마다 120가닥 가량의 로프가 들어간다.‘고야 이추’로 알려진 질긴 풀을 손으로 꼬아 모든 가문은 두 겹 짜리 로프를 만들어낸다. 풀들은 조금 더 부드럽게 꼴 수 있도록 둥근 돌로 때리거나 물 속에 담가둔다.모두가 바삐 손을 놀리는 가운데 몇몇 마을 사람은 다양한 모양이나 색깔의 감자는 물론이고 닭이나 꾸이(cuy, 기니 피그), 강에서 잡히는 송어 등으로 요리를 해 일하는 이들의 끼니를 책임진다. 낡은 다리는 잘려져 강물에 따라 흘러가게 내버려둔다. 그렇게 하면 썩어 다시 풀이 된다고 믿는다.굵은 로프들을 바위에 묶어 고정시킨다. 네 굵은 로프는 다리의 바닥이 되고 둘은 난간이 된다. 협곡 양쪽에서 가져온 돌들에 로프들을 고정시킨다. 남자들이 줄을 당겨 튼튼히 붙들어 매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사흘째에야 10명 정도가 로프 위에 올라가 작은 로프들로 난간과 바닥 사이를 줄로 엮어 담장을 만든다. 이렇게 해야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된다.현대의 물질이나 도구, 기계 등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오직 풀과 인력만이 들어간다. 퀘스와차카 다리의 재건설은 해마다 한 번씩 이뤄지며 마지막 나흘째에는 풍성한 음식과 음악으로 마을 축제가 벌어진다. 6월 둘째주 일요일에 다리가 완성되도록 일정을 조율한다. 따라서 올해 다리 건설은 지난 8일 끝났을 것으로 보인다.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먹이 주지 마세요” 무지한 사람들 탓 사살된 야생 흑곰의 사연

    “먹이 주지 마세요” 무지한 사람들 탓 사살된 야생 흑곰의 사연

    아직 어린 흑곰 한 마리가 먹이를 준 사람들 탓에 목숨을 잃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USA투데이 등 현지언론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한 야생동물 관리당국이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것으로 파악된 흑곰 한 마리를 사살했다고 전했다. 사살된 흑곰은 생후 2, 3년쯤 된 어린 개체로, 최근 오리건주(州) 워싱턴 카운티에 있는 관광명소 스코긴스밸리 공원에서 나타났다는 제보가 이어져 지난 4일부터 워싱턴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와 오리건 어류·야생동물 보호국의 감시 및 추적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 보안관 사무소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해당 곰을 보더라도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게시글을 올렸지만, 이는 뜻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섭씨 32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가 계속돼 공원 옆 헨리해그 호수에서 배를 타려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문제의 곰은 일주일 내내 이들이 던진 음식을 받아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야생동물 전문 생물학자 커트 라이선스와 더그 키친은 스코긴스밸리 도로와 헤르 도로의 교차로 근처 고속도로에서 해당 곰이 출몰했다는 제보 전화를 받고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거기서 두 생물학자는 곰이 먹다 남긴 견과류와 해바라기씨 그리고 튀긴 옥수수 알갱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도로 옆에는 이 곰을 위해 사람들이 준 먹이가 몇 무더기씩 쌓여 있었다. 심지어 근처에 있던 곰은 이들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커트 라이선스는 “이미 곰은 사람들에게 너무 길들여진 것이 매우 명백했다. 이 정보만으로 사람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기에 사살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몇 년 전 한 공원에서 관광객이 준 먹이에 길들여진 흑곰 한 마리가 한 소년의 배낭을 뒤져 먹이를 찾기 위해 그 소년을 해친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오리건주에서도 지난 2000년 이후로 흑곰이 사람을 습격한 사건이 세 차례나 있기에 관리 당국은 사람에게 길들여졌다고 판단되는 야생 곰을 포획해 안락사하거나 사살해 사건을 예방해 왔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사살된 흑곰은 몸무게가 45㎏ 정도 나가며 생후 2, 3년 정도된 수컷이었다. 이에 대해 오리건 어류 야생동물 보호국의 릭 스워트 담당자는 만일 해당 곰이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있지 않았더라면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호국 소속 현지 생물학자 더그 코텀 박사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야생 곰에게 먹이를 주지 말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데도 매년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야생 곰들이 생겨 안락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워싱턴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전·현직 승무원들이 공개한 기내 꼴불견 행동 5가지

    전·현직 승무원들이 공개한 기내 꼴불견 행동 5가지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데일리메일 호주판은 16일(현지시간) 최근 세계적인 커뮤니티 게시판인 레딧에서 전·현직 승무원들이 비행 중 겪었던 끔찍한 일을 공유하며 기내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몇 가지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승무원은 몇몇 승객이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좌석에서 어떤 메스꺼운 행동을 했는지 공유했다. 거기서 한 승무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더럽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들 승무원은 종종 몇몇 승객은 자신의 트레이 테이블에서 지저분한 짓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중에는 아기의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갈거나 손·발톱을 깎고 심지어 코딱지나 귀지를 묻혀 놓는 승객들도 있지만, 이런 것은 좌석 밑으로 흐른 배설물에 비하면 하찮아 보인다고 이들은 밝혔다. 또 이들 승무원은 근무 중에 겪은 수많은 끔찍했던 일을 이 게시판에 나열했다. 그중에서 많은 승무원은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객실까지 가져온 승객들이 기내 수화물칸에 짐을 올리는 것을 승무원이 도와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승무원은 무거운 캐리어를 들다가 다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승무원은 “만일 당신이 그걸 챙겼다면 당신이 직접 집어넣어라”고 말했다. 또다른 승무원은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사건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승무원은 “내 마지막 비행에서 한 노인 남성이 실수로 바닥에 설사를 하고 그걸 밟고 나서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걸어갔다”고 회상했다. 또 이들 승무원은 기내에서는 화장실 바닥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승객들에게 화장실에 갈 때 반드시 신발을 신고 가라고 조언했다. 한 승무원은 “제발 맨발로 화장실 안에 들어가지 마라. 10번 중 9번은 바닥에 있는 액체는 물이 아니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무원은 “바닥은 대개 매우 더럽고 보이는 곳만 청소한다. 우리에게 이곳은 12시간 비행 동안 200명의 승객이 사용한 공간이 어떨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은 일부 진상 커플이 현장 좌석 업그레이드 요구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진상 커플은 비행기를 단돈 몇 달러를 아끼기 위해 예매할 때 한 사람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나머지 한 사람은 일반 이코노미석을 잡고나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한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노리고 좌석 변경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하츠, 기말고사 맞이 자녀 공부 집중력 높이는 팁 공개

    하츠, 기말고사 맞이 자녀 공부 집중력 높이는 팁 공개

    기말고사를 앞둔 6월은 중·고등학생들의 집중력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학기 중에 쌓인 피로와 때이른 더위가 겹치면서 공부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가 곁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실내 공기질 관리 전문 기업 ㈜하츠가 우리 아이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활 속 노하우를 한 데 모아 소개했다. ◆ 산소 농도·조명 등 제대로 된 공부 환경 조성해야 우리 뇌는 공부 중 많은 칼로리와 산소를 소모하는데, 밀폐된 공부방에 오래 있으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져 피로가 쉽게 쌓이고 암기력이 떨어지거나 졸음이 밀려올 수 있다. 이 경우 자녀가 언제나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도록 창문 근처에 책상을 비치하고 수시로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창문을 여는 것조차 번거롭다면 기계식 환기 장치를 활용해보자. 하츠의 청공조기 ‘에어프레셔(AIR FRESHER)’는 환기와 공기청정을 동시에 해결, 대기오염 등으로 창문을 직접 열 수 없을 때에도 자연의 건강 산소를 깨끗하게 걸러 실내로 공급해 준다. 또한 색 온도(K·캘빈) 조절이 가능한 LED 조명으로 공부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푸른빛인 7600~8000K에선 수리력을 높이는 중간 베타파(Mid-β)가 30% 더 강해지고, 일반 조명의 밝기인 4200~4600K의 빛은 언어적 측면의 사고력을 돕는 베타파 생성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음악, 미술, 창작 등 상상력을 발휘하는 예술 부문의 과목엔 2200~2600K 정도의 붉은빛이 좋다. ◆ 시력과 체력 두 마리 토끼 잡아주는 건강 식단 챙기기 학생에게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력이다. 체력과 시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블루베리, 자색고구마 등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진한 보라색 또는 검은색을 띈 음식을 활용해 보자. 안토시아닌은 눈의 모세혈관 속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모양체근의 긴장을 풀어주어 시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 작용 덕에 기억력 및 집중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고단백·고지방에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견과류도 수험생에게 제격이다. 땅콩, 호두, 잣, 아몬드 등 견과류의 무기질에는 지방 분해를 도와 장을 가볍게 하고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레시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슷한 효능을 가진 음식으로는 콩류와 곡물류가 있는데, 특히 렌틸콩과 볶은 귀리를 넣은 요거트나 볶은 검은콩을 간식 대용으로 섭취하면 저작근이 활발히 움직이며 뇌를 자극, 공부 중 졸음을 예방할 수 있다. ◆ 공부의 적 ‘휴식 부족’… 최소 7시간 이상 수면 필수 청소년기의 휴식 부족은 주의력과 신체 수행능력을 떨어트리는 ‘공부의 적’이다. 미국 수면의학회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권장 수면 시간은 8~9시간, 최소 수면시간은 7시간이다. 뇌는 수면 중에도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낮에 배운 수업 내용을 복습해 장기 기억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스트레스 해소법은 상이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체·정신적인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랫동안 경직된 자세로 공부를 하다 보니 신체에 피로감이 자주 몰려오거나 근육이 쉽게 뭉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30분씩 걷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휴대폰 게임이나 웹 서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시간을 정해두고 적당히 즐기는 편이 바람직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주를 보다] 화성 표면에 스타트렉과 팩맨?…모래언덕 포착

    [우주를 보다] 화성 표면에 스타트렉과 팩맨?…모래언덕 포착

    인류의 주요 탐사 대상이 된 화성에서 특이한 모습의 사구(砂丘)가 발견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정찰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MRO)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HiRISE)를 운영하는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은 "유명한 로고와 뚜렷하게 닮은 것을 발견했다"면서 흥미로운 사진 한장을 공개했다. 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은 분명 영화 '스타트렉'의 로고처럼 보인다. 물론 이 모습은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 현상에 의해 우연이 만들어진 것이다.사진 속 스타트렉 로고의 정체는 모래언덕인 사구다. 화성의 남반구에 위치한 원형의 충돌 분지인 헬라스 분지(Hellas Planitia)에 위치한 이 사구는 용암이 흘러나와 초승달 모양의 사구를 형성하고 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쌓여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3월에도 HiRIS에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게임인 식충캐릭터 ‘팩맨’(Pac-Man)을 연상시키는 크레이터가 촬영된 바 있다. 이 사진을 보면 게임에서처럼 마치 주위 물질를 잡아먹는 모습처럼 보일 정도.운석 등 천체가 충돌해 생기는 크레이터가 이처럼 특이한 모습을 하고있는 이유는 있다. 일반적으로 크레이터는 둥근 원형에 가까운 것이 많다. 그러나 이 크레이터의 경우 오랜 세월 동안 그 주위에 모래로 된 사구가 쌓여 팩맨 같은 외양을 갖췄다. 애리조나 대학 HiRISE팀은 "스타트렉처럼 생긴 사구는 우연히 생긴 것이지만 MRO가 13년 동안이나 화성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내는 것은 노력의 결과물"이라면서 "MRO는 현재 큐리오시티와 인사이트 착륙선의 중요한 통신 중계 역할도 맡고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동성 홍학 커플도 새끼 기를 수 있을까?…美 동물원 특별 실험

    동성 홍학 커플도 새끼 기를 수 있을까?…美 동물원 특별 실험

    프레디 머큐리와 랜스 배스가 사는 동물원이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덴버동물원은 성소수자(LGBTQ) 축제를 앞두고 동물원의 동성 커플인 프레디와 랜스를 소개했다. 1978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온 수컷 홍학 프레디는 덴버동물원에서 부화한 또 다른 수컷 홍학 랜스와 사랑에 빠졌다. 동물원 관계자는 “49년령의 수컷 쿠바홍학과 19년령의 수컷 칠레홍학이 짝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성 소수자인 프레디 머큐리와 랜스 배스의 이름을 각각 붙여줬다”고 밝혔다. 그룹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는 성소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룹 엔씽크의 멤버 랜스 배스는 지난 2006년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했다. 12일(현지시간) CNN은 이 수컷 홍학 두 마리가 지난 2014년부터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홍학은 특유의 긴 목을 이용해 머리를 맞대거나 서로의 부리를 부딪치는 방식으로 구애를 한다. 이때 자연스럽게 하트 모양이 연출돼 가장 낭만적인 구애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프레디와 랜스 역시 서로 머리를 맞대는 등 구애 의식을 행하며 같은 둥지에서 살고 있다. 덴버동물원은 이 수컷 홍학을 상대로 특별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덴버동물원의 조류 전문가 메리 조 윌리스 박사는 “프레디와 랜스의 둥지에 다른 홍학의 알을 넣어주고 동성 홍학들이 새끼를 기를 수 있는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학은 한배에 한 개의 알을 잉태하며 암수가 번갈아 알을 품어 부화시키며 양육도 암수가 함께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원 측은 프레디와 랜스가 새끼 부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모형 알을 둥지에 넣어 품게 하는 등 ‘육아 실습’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덴버동물원은 “비록 이 동성 커플이 알을 낳을 수는 없지만 다른 새끼를 양육하는 대리 부모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윌리스 박사는 “동성의 조류가 새끼를 기르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사에 따르면 장수앵무아과의 로리와 로리킷이나 아프리카펭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관측된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 시드니에서도 수컷 젠투펭귄 한 쌍이 다른 펭귄이 낳은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기른 사례가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문 대통령이 ‘6월 정상회담 승부수’ 던진 까닭은

    문 대통령이 ‘6월 정상회담 승부수’ 던진 까닭은

    6월 남북회담 ‘회의론’도… 북미 비핵화 이견 여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만날지 여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입니다.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가능하다면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12일 오슬로포럼).” “6월 중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한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남북 간 아주 짧은 기간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이 이뤄진 경험도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시기와 장소, 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시기를 선택할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13일 한·노르웨이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지난 4월 4차 남북정상회담 공개 제안 이후 ‘시기’만큼은 열어뒀던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 순방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달 남북정상회담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사흘째 촉구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면서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각적 응답’이란 표현을 썼지만,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핵 담판’ 결렬 당시 미국 측에 제시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추가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대화 재개는 요원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측으로선 문 대통령의 노르웨이 의회연설 내용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대신 북측에 ‘체제 보장’ 카드를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하며,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며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사흘 연속 북한과 김 위원장을 향한 대화에 복귀하도록 손짓을 한 배경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석 달이 넘도록 이어지는 교착국면이 길어지면 자칫 대화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슬로포럼에서 “비록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다 하더라도, 대화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면 대화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 촉구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부터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고, 한국도 총선정국에 빠져드는 만큼 올해 안에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지난해 이뤄놓은 ‘한반도의 봄’이 자칫 물거품이 되거나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한 것 또한 비핵화 대화의 복원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근거로 거론된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방문 및 29~30일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까지 톱다운 방식의 남북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6월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거나, 나아가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빅이벤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지난해 12월 초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실제 성사 직전까지 갔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6월 4차 남북정상회담’ 촉구 이면에 적어도 북측과의 물밑 접촉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의 결단이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가 극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6월 남북정상회담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단순한 ‘희망’이라기 보다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결국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남북대화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북한으로부터 어떤 답도 없는 상황이며 북한 체제 속성상 가능성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면서도 “1~3차와는 전혀 다른 상황인 만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려면 미국의 보상도 더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월내 남북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하노이 핵담판 결렬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는 않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시사한 점 역시 ‘밀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잘 될 것”이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스톡홀름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법서라] 박상기 법무장관이 질의응답을 죽기보다 싫어한 이유는

    [법서라] 박상기 법무장관이 질의응답을 죽기보다 싫어한 이유는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지난 12일, 수요일이었습니다. 법무부는 검찰과거사위원회 후속조치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말, 과거사위가 활동을 마무리하고 ‘김학의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예견된 기자간담회였습니다. 그러나 예정과는 달리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기자 없이 진행됐습니다. 법무부와 기자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법무부는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시간을 되돌려 봤습니다.11일 오후 5시 24분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관련 브리핑’이 법조기자단에 공지됐습니다. 박 장관이 발표하겠다고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미정이었습니다. 사실 기자간담회는 이때부터 삐걱댔습니다. 법무부가 기자단에 “내일 기자간담회를 실시한다는 소식 자체를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중지)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단 항의로 엠바고는 30분쯤 뒤에 풀렸습니다. 이미 박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실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수차례 나왔는데 엠바고를 지킬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12일 오후 1시 13분 법무부에서 장관발표 후 별도의 질의응답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와 기자단 단톡방에서 갑자기 공지된 내용입니다. 기자간담회를 1시간여 앞둔 시간이었습니다. 기자들이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2시 10분 법조기자단 회의를 통해 기자간담회를 보이콧하고 법무부 자료를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간담회를 기존 계획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15분 법무부는 장관이 질의응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30분 결국 박 장관은 홀로 기자간담회를 강행했습니다. 국정방송인 KTV에서만 박 장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문에는 텅 빈 브리핑실에 서 있는 박 장관의 모습이 실렸습니다. 도대체 왜, 박 장관과 법무부는 ‘무리수’ 기자간담회를 계획한 걸까요. 법무부의 속내는 복잡했습니다. 1. 과거사위를 둘러싼 갈등 과거사위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조사 대상 사건이 김근태 고문치사,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등 민주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신한금융 남산 3억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장자연 리스트 등으로 확대되면서 ‘과거사위원회’가 아닌 ‘현대사위원회’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성격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검찰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도 있었겠죠.과거사위 연장, 조사 대상 선정, 조사단과 과거사위 갈등을 딛고 마무리를 지었지만 수사 결과를 듣고 논란이 커졌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성폭행이 아닌 뇌물로 기소했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김학의, 장자연 등 주요 사건 결과에 촉각을 세우던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부족한 증거와 진술, 공소시효 등과 싸워서 수사 결과를 내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부인사’인 박 장관은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죠. 과거사위원들도 기대가 컸습니다. 과거사위원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가 진행되면서 과거사위도 어떠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거든요. 박 장관은 이렇게 자신의 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어떤 말을 해도 또다른 논쟁을 낳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긴 합니다. 한쪽에서는 ‘수사 결과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다른쪽에서는 ‘처음부터 무책임하게 조사를 시작했다’고 비판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박 장관은 처음부터 기자간담회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법무부 간부 회의에서도 일부는 ‘자료만 발표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관을 포함한 법무부 내부 사람들 모두 질의응답이 없는 기자간담회를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기자들이 질의응답 없는 기자간담회에 대해 항의하기 시작하자, 간부들이 장관에게 질의응답을 해야한다고 권유했지만 장관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법무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장관이 죽어도 안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나. 방법이 없었다.” “솔직히 질의응답 안 한다고 욕 먹는게 괜히 말 잘못해서 욕 먹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2. 비트코인 트라우마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박 장관의 트라우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7년 7월 취임한 박 장관은 이듬해인 2018년 1월 1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엽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휘몰아치던 시기입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폐쇄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 장관의 발언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당시 박 장관 발언 때문에 금전적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청와대 청원으로 몰려가면서 박 장관은 마음 고생을 크게 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이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질타했을 정도니까요. 지난해 블록체인 전문매체가 뽑는 ‘올해의 인물’에 박 장관이 뽑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이지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법무부에서는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금지어였다고도 합니다. 이후 박 장관은 직접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법무부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할 때도 박 장관은 모두 발언만 읽고 퇴장했습니다. 질의응답은 황희석 인권국장과 문홍성 대변인이 대신 했습니다. 3. 언론 불신 가상화폐 발언 이후 박 장관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걸까요. 이 부분은 의견이 나뉩니다. 박 장관의 언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박 장관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예방하러 갔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이 대화 주제였습니다. 박 장관은 이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에 대해 언론 탓을 했습니다. 박 장관은 “항상 소통하고 있고, 언론에서 검찰이 실제보다도 크게 반발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대놓고 드러낸 겁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박 장관 발언 사흘 후, 문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박 장관과 함께 법무부에서 일해본 관계자들의 말은 좀 다릅니다. 박 장관이 특별히 언론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감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가상화폐 발언 이후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는 합니다. 올 초에는 법조 기자단 말진(막내)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발언에 대한 비판과 추궁이 따라오고,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관이라면 자리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장관보다 낮은 직급인 차장검사, 검사장들도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땐 직접 나와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합니다. 장관의 메시지 없는 기자회견에 과거사위원들도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장관의 발언을 듣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려고 했는데 맥빠지게 된거죠. 과거사위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사조사단원 선정이 불합리했다는 폭로가 나오고, 윤갑근 전 고검장은 형사 고소에 이어 5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코끼리처럼 생기고 아기처럼 우는’, 中 돌연변이 새끼돼지 ‘충격’

    ‘코끼리처럼 생기고 아기처럼 우는’, 中 돌연변이 새끼돼지 ‘충격’

    코끼리처럼 생긴 얼굴에 아기처럼 우는 소리를 내는 돌연변이 새끼돼지가 태어났다. 중국 남부 윈난성 시야커우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걸로 전해진 이 새끼돼지는 다소 흉측스런 턱을 가졌고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얼굴 뿐만 아니라 갓난아이처럼 울부짖는다고 12일 외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녀석이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소문이 나자 주변 마을사람들이 이 돌연변이 돼지새끼를 보러 몰려들었다. 영상 속, 다소 흉측스럽게 생긴 얼굴에 선명하지는 않지만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매우 흡사한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을 촌장인 시야코우는 인터넷매체 Btime.com을 통해 “이 돼지새끼는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징징거리고 울었다. 놀라운 건 녀석이 내는 울음소리가 어린 아이의 그것과 비슷했다는 점이다“라며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울어댔는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마을 촌장은 아직까지 새끼돼지가 살아있으며, 당장 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 가두어 두고 있는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2014년엔 이와 비슷한 돌연변이 새끼돼지가 역시 중국에서 태어난 적이 있다. 당시 태어난 돼지는 코끼리 코와 귀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으며, 입이 없었기 때문에 두 시간 밖에 생존하지 못했다. 결국 돼지 주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진짜 돼지’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죽은 후 냉동했다. 지난해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도 사람 얼굴에 닭입 모양을 가진 또다른 돌연변이 새끼돼지가 태어나 많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새끼돼지는 단 이틀만 살았고, 뇌기형 중 하나인 전전뇌증(holoprosencephaly) 혹은 하나의 눈만 가지고 태어난 선천성 기형형태인 단안증(cyclops syndrome)의 병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영상=The AIO Entertainment 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미국의 열연강판 관세율 인하로 철강업계 ‘화색’

    美 상무부 상계관세율 0.55%로 낮춰 미국 상무부가 국내 철강기업의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부진, 지방자치단체의 ‘10일 조업정지’ 조치 등으로 울상이던 철강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1차 연례재심에서 포스코 열연 제품에 적용할 상계관세(CVD)율을 기존 41.57%에서 0.55%로 낮췄다. 앞서 미국 산업부는 2016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원심에서 포스코 제품에 대해 58.68%의 상계관세를 물렸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상무부가 고율 관세 산정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며 해당 관세를 약 1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1차 연례재심 최종판정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결정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와 적극적으로 공조해 이번에 상계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추후 반덤핑 관세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대(對)미국 수출을 재개할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예비판정 당시 0.65%의 상계관세를 받았지만 이번에 0.58%로 내려갔다. 나머지 한국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중간 수준인 0.56%의 상계관세를 적용받는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나온 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半)제품인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누르고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강판이다. 자동차용 강판, 강관재, 건축자재 등으로 주로 쓰인다. 지난해 열연강판의 대미 수출량은 47만 7000t이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미국, 포스코 등 한국산 열연강판 상계관세 대폭 인하

    미국, 포스코 등 한국산 열연강판 상계관세 대폭 인하

    미국 정부가 포스코 등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상계관세를 대폭 인하했다 미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1차 연례 재심을 열고 포스코 열연 제품에 적용할 상계관세(CVD)율을 기존 41.57%에서 0.55%로 크게 낮췄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상무부는 앞서 2016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원심에서 포스코 제품에 대해 58.86%의 상계관세를 물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상무부가 고율관세 산정의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며 해당 관세를 1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1차 연례재심 최종판정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결정이었다. 현대제철은 예비판정 당시 3.95%의 상계관세를 받았지만 이번에 0.58%으로 인하됐다. 이밖에 다른 한국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중간 수준인 0.56%의 상계관세를 적용받는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나온 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半)제품인 슬래브를 고온 가열한 뒤 만든 강판이다. 자동차용 강판과 강관재, 건축자재 등으로 주로 쓰인다. 지난해 열연강판의 대미 수출량은 47만 7000t이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당구공 치기 - 공짜로 중력을 ‘슬쩍’하는 방법​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당구공 치기 - 공짜로 중력을 ‘슬쩍’하는 방법​

    ‘내 엉덩이를 걷어차 다오’ 2015년 7월, 역사적인 명왕성 근접 비행을 성공한 뉴호라이즌스호의 비행속도는 초속 20㎞(시속 7만 5200㎞)였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속도 중 최고 속도로, 총알 속도의 20배에 달하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가진 자원과 로켓으로 태양의 중력을 뿌리치고 나아갈 수 있는 한계는 목성 정도까지다. 그럼 무슨 힘으로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까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을까? 답은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었다. 중력 보조라고도 하는 이 중력 도움은 영어로는 스윙바이(swing-by), 또는 플라이바이(fly-by)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행성궤도 근접 통과’로 중력을 슬쩍 훔쳐내는 일이다. ​ 그랜드피아노만 한 크기에 무게는 478㎏인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될 때의 탈출속도는 지구 탈출속도인 11.2㎞를 훨씬 넘는 초속 16.26 km로,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물체 중 가장 빠르게 지구를 탈출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탐사선이 1년을 날아가 목성에 근접해서는 이 중력 도움 항법으로 초속 4㎞의 속도를 공짜로 얻었다. 이로 인해 명왕성으로 가는 시간을 약 3년 단축할 수 있었다. 중력 도움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천체의 중력을 이용한 슬링 숏(slingshot·새총쏘기) 기법으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가속을 얻는 기법이다.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을 받아 미끄러지듯 가속을 얻으며 낙하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적절히 진행각도를 바꾸면 그 가속을 보유한 채 새총알처럼 튕기듯이 탈출하게 된다. 행성의 각운동량을 훔쳐서 달아나는 셈이다. 말하자면 우주의 당구공 치기쯤 되는 기술이다. 행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선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가속시키는 셈으로, 이론상으로는 행성 궤도속도의 2배에 이르는 속도까지 얻을 수 있다. ​중력 도움을 받기 위해 우주선은 대상 천체에 대해 쌍곡선 궤적을 그릴 수 있는 조건으로 접근해야 한다. 쌍곡선 궤적은 우주선이 어떤 행성(쌍곡선 궤적의 초점이 된다)의 중력권 내를 잠깐 비행하더라도 그 행성의 중력권에 잡히지 않는 궤도가 된다. 태양을 초점으로 공전하는 혜성들의 궤도가 대개 이 쌍곡선 궤적이다. 혜성들은 거의 태양을 향해 쌍곡선을 그리며 가까이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는 형태의 궤적을 그린다. 중력 도움을 받으려는 우주선의 상대속도가 행성의 중력에 포획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빠를 때 이런 식의 근접비행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로켓의 힘으로는 겨우 목성까지 날아가는 게 한계이지만, 이 스윙바이 항법으로 우리는 전 태양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력 도움으로 목숨 구한 이야기 중력 도움이란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떠올린 사람은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이론물리학자 ​유리 콘드라트유크였고, 뒤에 미국의 수학자 마이클 미노비치가 더욱 섬세하게 가다듬었다. 중력 도움을 최초로 활용한 우주선은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 3호였다. 1959년 달의 뒷면을 촬영하기 위해 발사된 루나 3호는 중력 도움으로 달의 뒷면을 돌면서 찍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인류에게 달의 뒷면을 최초로 볼 수 있게 해준 루나 3호는 그후 달에 추락하여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중력 도움으로 사람의 목숨을 건진 사례도 있다. 바로 아폴로 13호의 얘기다. 1970년 4월 달 착륙을 목적으로 발사되었던 이 우주선은 지구로부터 32만㎞ 떨어진 달의 중력권에서 선체의 이상 진동으로 산소 탱크가 폭발해 사령선이 심각하게 파손되었다. 세 승무원은 사령선을 버리고 달 착륙선으로 옮겨 탔다. 당연히 달 착륙 미션은 중단되었고, 미 항공우주국(NASA) 관제본부의 비행감독 진 크렌즈는 세 승무원의 귀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달의 중력 도움으로 달 착륙선을 귀환궤도에 올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령선의 엔진을 이용해 우주선을 지구로 돌리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폭발로 인해 엔진의 정상 가동을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3명의 승무원은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말 판이었다. 달의 중력 도움도 결코 만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달 착륙선의 엔진을 이용해 달의 뒤편으로 돌아간 다음 정확한 침로를 잡으면 지구로의 귀환궤도에 오를 수 있지만, 약간의 오차만 나더라도 궤도 수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참으로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었다. 관제센터는 우주선의 궤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우주선 바깥으로 소변을 투기하는 것까지 금지시켰다.(이 명령이 소변 금지인 줄 착각하는 바람에 소변을 참았던 한 승무원은 요로 감염에 걸렸다.) 승무원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동으로 달의 중력 도움을 받은 끝에 귀환 궤도에 올랐다. 그들이 지구 상공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세계는 숨을 죽이고 사태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착륙선 아쿠아리우스를 떼어낸 후, 사령선 오디세이가 무사히 태평양에 착수했을 때 세계는 환호성을 올렸다.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지극히 낮았음에도 달의 중력 도움을 받은 끝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폭발이 착륙선을 떼어낸 후에 일어났으면 승무원들이 생환했을 확률은 제로였다. 아폴로 13호의 사고에 관한 내용은 1995년 '아폴로 13'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태양계를 누비는 힘 ‘스윙바이’​ 중력 도움이라는 아이디어가 없었더라면 목성 너머의 태양계는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목성에 갈릴레오호를, 토성에 카시니호를, 그리고 해왕성과 그 너머까지 보이저 1,2호를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중력 도움 덕분이었다. 연료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거의 모든 탐사선이 다른 행성 궤도에 진입하는 스윙바이 항법을 선택한다. 스윙바이를 활용해 처음으로 토성에 다다른 탐사선은 1973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였고, 태양계 바깥쪽의 거대 행성들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보이저 1,2호는 처음부터 당시 최신 기술이던 중력 도움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탐사선이다. ​ 1989년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는 자체 추진력으로만으로는 목성까지 갈 수가 없어 ‘여비’를 금성과 지구로부터 훔쳐왔다. 갈릴레오는 발사 4개월 정도 후에 금성으로부터 2.2㎞/s, 다시 10개월 후 지구로부터 5.2㎞/s, 다시 2년 후 지구로부터 3.7㎞/s의 속도를 각각 훔쳐냈는데, 세 차례에 걸쳐 훔쳐낸 속도 증가분은 무려 11.1㎞/s나 되었다. 갈릴레오가 지구로부터 두 차례 훔쳐낸 속도 증가분의 합은 8.9㎞/s나 된다. 지구는 그만큼 갈릴레오에게 각속도량을 빼앗긴 셈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갈릴레오의 질량 2,380kg은 지구 질량에 비하면 거의 0에 가깝다. 그래서 지구는 1억 년 동안 1.2cm쯤 늦춰지는 데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중력 도움의 힘으로 6년 여 만인 1995년 12월 목성 궤도에 도착한 갈릴레오는 목성의 대기권과 그 주변, 특히 목성의 네 위성인 에우로파, 칼리스토, 이오, 가니메데의 탐사를 비롯해, 싣고 간 원추 모양의 탐사선을 목성의 구름 사이로 투하해 목성 대기의 온도, 기압, 화학 조성 등을 보고하는 등, 8년 동안 목성 궤도를 돌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후, 2003년 9월 21일에 최후를 맞았다. 인공물로 가장 멀리 날아간 보이저 1호​​사람이 만든 물건으로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간 기록을 세운 것은 보이저 1호다.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속 17㎞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 역시 중력 도움을 받은 탐사선이다. 본래 태양계 바깥쪽의 거대 행성들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올해로 꼬박 42년을 날아가는 셈이다.​ 일명 ‘행성간 대여행’이라 불리는 행성의 배치가 행성간 탐사선의 개발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 행성간 대여행은 연속적인 중력 도움을 활용함으로써, 한 탐사선이 궤도 수정을 위한 최소한의 연료만으로 화성 바깥쪽의 모든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항법을 활용하기 위해 보이저는 행성들이 직선상 배열을 이루는 드문 기회(몇백 년에 한 번꼴)를 이용했는데, 목성의 중력이 보이저를 토성으로 내던지고, 토성은 천왕성으로, 천왕성은 해왕성으로, 그 다음은 태양계 밖으로 차례로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주의 당구치기를 하면서 날아갈 보이저 1호와 2호는 발사 시점도 대여행이 가능하도록 맞춰졌다. 현재 보이저 1호가 있는 곳은 태양계를 벗어난 성간공간으로 거리는 약 220억㎞쯤 된다. 이 거리는 초속 30만㎞인 빛이 달리더라도 20간이 넘게 걸리며, 지구-태양 간 거리의 145배(145AU)가 넘는 거리다. 거기에서 보이는 태양은 여느 별과 다름없는 흐릿한 별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보이저 1,2호가 지구를 떠날 때 공급받은 연료는 목성까지 갈 수 있는 분량이었다. 목성 너머 가는 에너지는 목성의 중력 도움으로 조달하라는 뜻이었다. 만약 목성이 탐사선의 엉덩이를 걷어차주지 않는다면, 보이저는 태양 기준으로 지구보다 더 가까워지지 않고 목성보다 더 멀어지지도 않는 타원형 궤도에 갇혀 영원히 뺑뺑이 도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최신 기술이던 중력 도움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보이저 1호는 스윙바이 기법을 이용해 목성 중력에서 시속 6만㎞의 속도증가를 공짜로 얻었다. 보이저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을 때, 목성은 그만큼 에너지를 빼앗기는 셈이지만, 그것은 50억 년에 공전 속도가 1mm 정도 뒤처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이저 1호는 목성의 중력 도움을 받은 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용맹정진하고 있다. 2025년이면 전력이 바닥나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지고 보이저는 침묵의 척후병이 되겠지만, 앞으로 4만 년 정도 더 날아가면 1.5광년, 15조㎞를 주파해 기린자리의 어느 이름없는 별 옆을 지날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최초로 태양계 너머 심우주 속으로 보이저라는 척후병을 보내 ​탐색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물리학자의 상상력이 떠올린 중력 도움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위대하다. 아인슈타인의 말마따나 상상력은 지식보다 위대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혼자일 때 몰랐던 너희들 ‘하나’ 되니 일품이구나

    혼자일 때 몰랐던 너희들 ‘하나’ 되니 일품이구나

    비빔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식이다. 조화롭게 비비고 함께 나누어 먹는 한민족의 전통 먹거리로 천년의 혼이 담겨 있다. 비빔밥에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식재료가 듬뿍 들어 있어 진한 향토 내음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나물과 해초, 육류, 해물, 양념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안겨주면서도 재료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 독특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과 결을 함께한다. 한식의 결정체로 불리는 이유다. 눈, 코, 입을 모두 즐겁게 하는 비빔밥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비빔밥을 경험한 외국인들은 첫 숟갈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최근 들어서는 전통음식의 틀을 벗어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유 음식을 지향하면서도 현대인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각종 식재료를 한 그릇에 넣고 ‘쓰~윽 쓱’ 비벼본 향수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극도로 시장기를 느낄 때,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을 때, 많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식사를 제공해야 할 때 비빔밥은 ‘궁극의 고민 해결사’로 등장한다. 한 그릇으로 한 끼 식사가 되는 비빔밥은 편리성과 다양성이 뛰어나 간편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우리의 정서와도 맞다. 재료와 양념은 물론 밥의 양까지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해 지위고하,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식물성과 동물성 식재료가 골고루 들어가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잡힌 식단이다. 비빔밥의 역사는 고려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민족의 밥상이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시기가 그 즈음이어서 함께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빔밥은 1890년대 양반가 음식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처음 등장한다. 이 문헌에는 한자로 골동반(骨董飯)이라 쓰고 한글로 ‘부빔밥’이라고 적었다. 골동반은 이미 지어 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비빈 것을 의미한다. 비빔밥의 유래는 학자마다 설이 매우 다양하다. 제사나 차례를 마치고 상에 오른 삼색나물을 가족끼리 모여 비벼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음복설’, 바쁜 농번기에 많은 밥과 반찬, 채소를 큰 그릇에 넣고 비벼 나누어 먹던 풍습에서 나왔다는 ‘농번기 음식설’, 조선시대 임금이 점심때나 종친이 입궐하였을 때 먹는 식사였다는 ‘궁중음식설’ 등이다. 하지만 모두 근거가 확실하지 않아 ‘통설’이나 ‘다수설’이 없는 실정이다. 비빔밥은 지역에 따라, 넣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많다. 전주, 안동, 진주 등 지명이 붙은 비빔밥은 각 지역의 특색과 맛을 자랑한다. 산채비빔밥, 육회비빔밥, 야채비빔밥 등은 제철 농수축산물을 다양하게 이용한 차림으로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전주, 15가지 오방색 나물에 담은 호남 인심 대한민국 비빔밥의 대표 선수는 ‘전주비빔밥’이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에 색스럽게 올려진 오방색 나물,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붉은 육회와 계란 노른자, 이를 단아하게 품은 정갈한 유기그릇은 ‘맛의 고장 전주’의 상징이다. 호남평야 너른 들에서 생산된 풍성한 식자재를 아낌없이 한 그릇에 담아내 넉넉한 전라도 인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밥은 소 양지머리 고기를 푹 곤 물로 짓는다. 구수하면서 차지고 밥알이 서로 달라붙지 않아 비벼도 식감이 살아 있다. 제철 나물은 애호박, 당근, 오이, 버섯,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무, 숙주, 미나리, 쑥갓 등 15가지 이상이 들어간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게 가늘게 썬 노란 황포묵이다. 황포묵은 녹두묵에 노란 치자물을 들인 것이다. 나물이 많은 전주비빔밥은 수저 대신 젓가락으로 비벼야 엉겨붙지 않는다. 볶음고추장, 조선간장, 참기름, 깨소금 등이 갖은 나물과 어우러져 알싸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키가 작고 아삭아삭한 맑은 콩나물국을 곁들여 먹는 게 특징이다. 전주에는 성미당, 가족회관, 고궁담, 한국관 등 내로라하는 비빔밥 집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답사코스로 장사진을 이룬다.●진주, 일곱 가지 꽃처럼 다채로운 고명 얹어 경남 진주비빔밥은 비빔밥의 다양한 고명 모양이 일곱 가지 색깔의 꽃처럼 화려하다고 하여 칠보화반(七寶花盤)이라 부른다. 나물을 무칠 때 손가락에서 뽀얀 물이 나올 때까지 오래 무치고 선지로 끓인 보탕국을 함께 올린다.●안동, 제사 음식과 깨소금 한데 섞여 고소해 안동비빔밥은 헛제삿밥으로 불린다. 영남지역 유생들이 주로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사를 지내고 나온 나물, 전, 탕 등을 한데 섞어서 비벼 먹은 데서 유래했다. 제사음식을 만들 때처럼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무친다. 고추장 대신 간장, 깨소금, 참기름으로 맛을 낸다. 말린 해삼, 문어, 다시마, 무 등을 잘게 썰어 넣고 맑게 끓인 장국을 곁들여 먹는다.●통영, 미역·톳 등 해조류 내음에 입맛 솔솔 통영비빔밥은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인 만큼 바다의 향을 담았다. 밥 위에 생미역과 톳나물, 방풍나물 등 10여 가지를 얹어 비빈다. 조갯살을 넣어 만든 두부탕국이 입맛을 돋운다. 이 밖에도 거제멍게젓갈비빔밥, 밥 위에 나물과 조개 볶은 것을 얹어 겨자와 참기름으로 비벼 먹는 제주 지름밥, 함경도 닭비빔밥, 해주비빔밥 등이 전해 내려온다. 비빔밥은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변신과 진화를 하고 있다. 전주시 지원을 받는 비빔밥세계화사업단은 샌드위치나 햄버거처럼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는 테이크 아웃형 비빔밥을 개발했다. 나아가 기능성 비빔밥, 퓨전형 비빔밥, 맞춤형 비빔밥, 해외 현지용 비빔밥 등을 선보였다. 노인들을 위한 백세비빔밥, 비빔밥을 만두피로 감싼 오곡만두비빔밥, 빵 속에 비빔밥을 넣은 바게트 비빔밥, 성장에 도움을 주는 어린이용 비빔밥 등도 눈길을 끈다. 사회적기업이 비빔밥을 응용해 만든 ‘전주비빔빵’은 갈수록 인지도와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무능·오만 드러낸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기자회견’

    어떻게 그런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제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와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브리핑실에는 출입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 법무부 대변인과 기자단에 등록되지 않은 기자 3명만 달랑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박 장관은 8분간 혼자 인사하고, 보도자료를 읽고 자리를 떠났다. ‘기자 없는 기자회견’의 사진이 마치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같아서 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다. 박 장관은 과거사위가 검찰의 정치적 외압에 따른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을 밝혀낸 성과를 정리하고 미흡한 점에는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그 자리를 마무리하려 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불편한 질문을 받기가 내키지 않으니 질의응답 시간을 없애겠다고 했고, 출입기자들은 그런 조건의 기자회견이라면 응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했던 것이다. 장관이 기자회견을 요청하면서 질의응답을 건너 뛰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과거사위의 존재와 활동이 현 정부에서 보통 각별한 의미였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장자연 리스트 등 먼지를 뒤집어쓴 의혹들을 지금이라도 규명하자고 갖은 논란 속에 1년 6개월을 공들였던 작업이다. 조사 과정에서의 사회적 반향은 또 얼마나 컸나. 검찰의 부실 수사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당사자들은 과거사위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또 한쪽에서는 특검 도입까지 요구하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거사위는 박 장관이 직접 주도한 핵심 업무다. 개운찮은 마무리에 여러 비판이 부담스럽더라도 그럴수록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책무가 그에게는 있다. 정부 취향에 맞는 보도자료나 받아 쓰라며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오만불손한 작태다. 과거사위의 조사 내용을 다 알지 못해서 그랬다는 해명은 더 한심하다. 오만에 무능까지 겹쳤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과거사위 운영도, 검찰개혁도, 법무행정개혁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서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있나 박 장관 스스로 심각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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