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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시아노박테리아, 모래와 섞어 ‘생물콘크리트’로 재탄생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시아노박테리아, 모래와 섞어 ‘생물콘크리트’로 재탄생

    수분·영양분 공급해 박테리아 증식 시멘트 주성분 탄산칼슘 만들어내 한달 지나면 콘크리트 강도와 같아 생물콘크리트 아메바처럼 절단 후햇빛·영양분 주면 두 개 벽돌로 성장 달·화성에 집 지을때 기술 응용 기대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콘크리트’이다. 많은 사람이 콘크리트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답답하고 삭막하고 인간미 없는 도시의 한 단면이다. 콘크리트의 시작은 고대 바빌로니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현대적인 개념의 콘크리트는 19세기 중반에 등장해 1843년 영국 런던 템스강 터널공사에서 처음 쓰이면서 역사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마천루들도 콘크리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토목, 건축 분야에서는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재료이다.콘크리트는 흔히 골재라고 부르는 자갈, 모래 등 물리적, 화학적으로 견고한 재료에 시멘트와 물을 섞어 강도를 높인 것을 말한다. 여기에 철근이나 철골을 쓰면 강도는 더해져 더 높고 더 큰 구조물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문제는 콘크리트 제조과정에서 지구온난화 원인물질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7%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많은 공학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토목환경건축공학과, 재생및지속가능에너지 연구소, 생화학과, 재료공학과, 몬태나주립대 기계산업공학과, 연방 신재생에너지연구소 공동연구팀이 모래와 박테리아만 이용해 시멘트 콘크리트만큼이나 하중강도가 우수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생물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셀 출판그룹에서 발행하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물질’(Matter) 16일 자에 실렸다.연구팀은 ‘synechococcus sp. pcc 7002’라는 학명을 가진 시아노박테리아를 활용했다. ‘남(藍)세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로 특정 조건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시멘트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만든 생물콘크리트는 하이드로겔로 만든 틀에 모래를 채워넣고 박테리아만 주입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하이드로겔은 콘크리트 모양을 만드는 틀이 되는 한편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박테리아는 서서히 탄산칼슘을 만들어 15일 정도가 지나면 녹색을 띤 단단한 콘크리트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30일이 지나면 일반적으로 쓰이는 콘크리트와 똑같은 강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메바처럼 생물콘크리트를 반으로 쪼개놓은 뒤 햇빛과 충분한 영양분만 공급해주면 두 개의 벽돌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개의 콘크리트 벽돌을 8개까지 성장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생물콘크리트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는 박테리아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습도와 온도조건을 맞춰줘야 하지만 원하는 형태가 만들어진 다음 일반 벽돌이나 콘크리트처럼 건조과정을 거치면 단단하게 굳어 최대 강도를 갖게 된다. 윌 스루바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생물재료공학)는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극한 환경에서도 햇빛과 공기, 적당한 수분, 모래만 있으면 만들 수 있고 시멘트를 사용한 콘크리트에 못지않은 강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미래에 달이나 화성에 거주지를 만들 필요가 있을 때 이번 기술을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첨단 기술 무장’ 제네시스 첫 SUV… “벤츠·BMW 붙자”

    ‘최첨단 기술 무장’ 제네시스 첫 SUV… “벤츠·BMW 붙자”

    방향지시등만으로 차선 변경… AR 내비 과속방지턱 넘어도 흔들림 없는 승차감 6580만원부터… “올해 2만4000대 목표”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15일 첫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을 마침내 출시했다. 가격은 6580만원부터다. 제네시스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GV80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GV80은 후륜구동 기반의 대형 SUV 모델이다. 크기는 현대차 SUV 싼타페보다 크고 팰리세이드보단 작다. 제네시스는 이날 3.0 디젤 엔진 모델을 먼저 선보였다. 2.5 터보, 3.5 터보 가솔린 모델은 향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3.0 디젤 모델 무옵션 가격은 6580만원, 풀옵션 가격은 8900만원까지 상승한다. 올해 목표 판매 대수는 2만 4000대로 잡았다. 전면·후면 램프는 두 줄 모양으로 통일성 있게 디자인됐다. 이상엽 제네시스디자인센터장은 “두 줄의 램프가 이제 제네시스만의 강력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외장 색상은 11가지, 내장 색상은 5가지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6기통 3.0 디젤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0㎏·m의 성능을 갖췄다. 변속기는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를 적용했다. 복합연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11.8㎞/ℓ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으로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해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을 최적으로 제어함으로써 탑승객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최초로 적용됐다.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발견되면 바퀴는 방지턱을 넘고 차체는 그대로 수평을 유지해 달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GV80은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이 세계 최초로 적용돼 정숙성이 뛰어나다. 운전석에는 7개의 공기주머니가 최적의 착좌감을 제공하는 인체공학적 시트 시스템인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장착됐다. 첨단 기술로는 방향지시등만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HDA II),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반영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이 처음 탑재됐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눈길을 끈다. 경쟁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E, BMW X5, 아우디 Q7, 볼보 XC90 등이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평택 폐공장에 쌓인 폐기물 2500t…민가 코앞 ‘시한폭탄’

    평택 폐공장에 쌓인 폐기물 2500t…민가 코앞 ‘시한폭탄’

    수백미터 반경에 논밭·주민 거주지 있어 공기·지하수 유출 땐 대형 사고 위험에도 최초 배출자·폐기물 성분 등 파악도 못 해 100t 불법투기 2억 벌고 과태료 2000만원 솜방망이 처벌에 작년 방치량 86만t 달해지난 1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있는 한 공장. 간판이 없고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오랫동안 버려진 듯했다. 6600㎡(약 2000평)가 넘는 면적의 공장 창고에는 200㎏짜리 드럼통 500여개와 정육면체 모양의 1t짜리 플라스틱 용기(IBC탱크) 1300여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찢어진 플라스틱 용기에서 정체 모를 갈색 액체가 흘러나왔고, 다른 용기에서는 검은색 액체가 흘러나와 심한 악취를 풍겼다. 시너 냄새였다.이곳은 김모씨가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확인됐다. 주로 폐유, 폐유기용제 등 액체 상태의 폐기물을 처리하던 곳이다. 이 공장에 불법으로 방치돼 있던 액상 폐기물은 2500t에 달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관내 불법 액상 폐기물 방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환경청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 공장에 대해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매립이나 소각,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는 불법 폐기물은 매년 늘고 있다. 2015년에는 약 8만 7000t이었지만 2017년엔 약 77만 6000t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약 85만 9000t까지 증가했다. 4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셈이다.문제는 폐기물을 배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배출됐는지, 폐기물의 구체적인 성분은 무엇인지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폐기물 배출부터 운반·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업자가 폐기물 보관량을 허위로 적어 내도 허위인지 제대로 감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폐기물 공장주인 김씨를 조사했을 때 현재 보관 중인 액상 폐기물을 어디서 받았는지 물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말했고, 폐기물을 받은 내역이 적힌 서류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업자가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폐기물 유출 경로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들은 방치된 폐기물을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김씨의 공장으로부터 불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논밭이 있었고, 400m 떨어진 곳에는 주민들이 사는 민가가 있다. 한 폐기물 업체 대표는 “액상 폐기물은 고체와 달리 공기 중에 퍼지거나 지하수로 흘러갈 수 있다”며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폐기물 안에 있다면 살상 무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당 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 액상 폐기물을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다음 이를 방치하다가 환경부에 적발돼도 대부분 징역 1년 이내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계속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폐기물 매립시설과 처리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처리 단가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소각 단가도 20만원에서 최근 40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100t을 불법 투기하면 1억~2억원을 버는데 기껏해야 과태료(행정처분) 1000만~2000만원으로 불법행위를 근절시킬 수는 없다”면서 “벌어들인 수익의 1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을 최초로 발생시킨 배출자도 자신이 인계한 폐기물이 잘 처리됐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처리업자뿐 아니라 배출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폐기물 방치에 관여한 배출자와 처리업자, 운반·수집업자에게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해 올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폐기물 관리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사무총장은 “폐기물이 발생한 시점부터 최종 시점까지 투명하게 관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감시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투자심리 살아났나…올해 들어 국내증시 거래 증가(종합)

    투자심리 살아났나…올해 들어 국내증시 거래 증가(종합)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거래 대금이 늘어나면서 꽁꽁 얼었던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해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다소 진정되고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사자’로 전환해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14일은 장 마감 기준)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약 11조 5055억원이다. 지난해 증시의 일평균 거래 대금(9조 3000억원)보다 24%가량 증가한 수준이고, 지난달(9조 1635억원)과 비교해도 26% 늘어났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해 5조원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6조 2175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스닥도 4조 3000억원에서 5조 234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자’에 나섰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765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수액이 6000억원가량에 그쳤는데 올 들어서는 거래일로 따지면 9일 만에 3조원가량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까지는 지지부진한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올 들어 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회복되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국내는 물론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던 미중 무역분쟁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합의 서명을 앞두고 있는 등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도 호재다. 김동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악재보다 호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란 사태 악화에 따른 변동성 상승폭보다, 이란 사태 진정에 따른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른 시장보다 양호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코스피는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지난해 5t 트럭 114대 분량 지폐 폐기

    지난해 5t 트럭 114대 분량 지폐 폐기

    화재로 타거나 장판 아래 보관하다 눌어붙은 지폐4조 3540억원 상당의 화폐가 폐기지난해 불에 타고 찢어져 못 쓰게 된 돈이 4조 3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된 화폐를 위로 쌓으면 백두산 높이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손상화폐 폐기와 교환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이 폐기한 손상 화폐는 모두 6억 4000만장으로 집계됐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폐기된 지폐 6억 1000만장 중 만원권은 3억 3000만장, 천원권은 2억 3000만장, 5000원권은 4000만장, 5만원권은 1000만장이다. 지폐만 해도 5t 트럭 114대 분량에 달한다. 동전은 2590만개(24억원 상당)가 폐기됐다. 10원짜리가 1110만개로 가장 많았고, 100원짜리는 990만개, 50원짜리는 260만개, 500원짜리가 230만개다.화재로 인한 손상이 11억 5000만원 어치로 가장 많았고, 장판 아래 뒀다가 눌어붙거나 습기에 부패하는 등 보관을 잘못한 경우가 10억 7000만원 어치였다. 한국은행은 지폐의 75% 이상이 남아있어야 전액 새 돈으로 바꿔준다. 남아있는 면적이 40~75%면 절반만 바꿔주고, 40%가 안되면 교환할 수 없다. 동전은 모양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 전액을 바꿔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한 번 더, 다시 시작

    [배민아의 일상공감] 한 번 더, 다시 시작

    새 스마트폰의 뮤직플레이어가 오작동을 한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어폰으로 음악 들을 일이 없었다가 새해 다짐의 단골 리스트인 다이어트 재도전을 위해 오랜만에 걷기에 나서며 이어폰을 꽂았더니 소리가 외부 스피커로만 나온다. 이어폰을 바꾸고 설정을 이리저리 체크해도 도통 소리가 이어폰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 대리점을 찾아 점검을 부탁했더니 개통을 담당했던 직원은 기계사용법이 서툰 사람을 대하듯 처음에는 친절한 웃음으로 살펴보다가 점점 고개를 갸우뚱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결국 대리점에서 알려준 AS센터에 예약을 하고, 다음날 서비스 기사를 만나 증상을 얘기했더니 먼저 전원을 껐다 켜 보았느냐고 묻는다. 그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 버튼을 눌렀더니 역시나 재부팅 후 모든 작동이 정상이다. 컴퓨터나 디지털로 작동되는 기계의 문제들은 의외로 단순하게 재부팅만으로 해결이 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는데도 이틀에 걸쳐 헛고생을 했던 허탈한 경험이었다. 요즘에는 스마트한 손안의 게임으로 애완동물도 키우고, 가게도 차리고, 전투도 치르고, 사이버 머니도 획득하는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초등학교 앞 하굣길 골목이 아날로그 게임의 현장이었다. 달고나에 찍어 준 모양을 부러뜨리지 않고 잘 오려내 하나 더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일명 ‘뺑뺑이’로 불리는 회전판을 돌려 번데기를 담을 종이 고깔의 크기를 고를 수도 있었으며 군것질거리나 엄마는 사 주시지 않는 장난감을 가질 수 있는 뽑기나 주사위, 카드 게임 등이 아이들의 내기 욕구를 자극하며 주머니를 열게 했다. 물론 제 가격을 내고 먹거나 살 수도 있었지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내기에 도전하는 건 가격보다 더 큰 가치의 것을 뽑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이나 내기의 확률이 그렇듯 번번이 실망을 경험하면서도 어쩌다 한 번의 짜릿한 운을 기억하는 아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도전을 부추기거나 그것을 구경하러 모여든 친구들에 의해 하굣길 골목은 언제나 북새통이었다. 성공 확률이 낮은 뽑기나 내기 게임에서 제일 큰 행운인 1등에 버금가는 반가운 카드는 ‘한 번 더’라는 기회다. 게임의 승자가 탄생했을 때보다 ‘한 번 더’ 카드가 뽑혔을 때 주인과 도전자뿐 아니라 구경꾼 모두가 술렁이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이전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험치를 통해 목표 달성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테고, 그 순간 모든 구경꾼들은 응원군으로 바뀌며 저마다의 노하우로 코치하기 바쁘다. 디지털 기계가 ‘다시 시작’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 작동하듯, 이미 주사위를 던졌어도 때로는 ‘한 번 더’ 기회로 희망을 갖듯, 우리에게도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한 번 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기회라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누군가는 금수저를, 누군가는 흙수저를 쥐고 태어나는 것이 현실이지만 해가 바뀌며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이라는 또 한 번의 시간은 똑같이 주어졌다. 지난해 미처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가 있어도, 벌여 놓기만 하고 수습하지 못했던 일이 있어도,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여전히 존재해도, 누군가를 향한 섭섭하고 서운했던 감정을 풀지 못했어도, 다이어트는커녕 체중이 더 늘었어도 괜찮다. 한 번 더, 다시 시작됐으니 지난 시간의 경험치를 교과서로 삼아 이제 하나씩 풀고, 해결하고, 천천히 매듭지으면 된다.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찜찜함으로 엉켜버린 지난 한 해였더라도 새해 첫 달에 다시 한 번 재정비해 보자. 지난 시간의 모든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됐다면, ‘한 번 더’ 주어진 기회는 분명 이전보다 더 나은 카드가 될 것이다.
  • 민주노총, 진보정당과 ‘연결고리’ 구축 행보

    민주노총, 진보정당과 ‘연결고리’ 구축 행보

    ‘제1노총’으로 등극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발걸음이 4·15 총선을 앞두고 바빠지고 있다. 독자적 창당 계획을 접은 이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접촉하며 ‘연결고리’ 구축 작업을 이어 가는 모양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만나 총선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장들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면서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을 심판하고 진보 정치를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총선에 임하는 자세”라고 밝혔다. 이에 심 대표는 “어떤 당이라도 참정권을 적극 행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되셨으면 좋겠다”면서 “그중에 당연히 정의당 당원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정의당은 민주노총이 제안한 ‘전태일법’도 21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태일법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특수고용근로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간 연쇄 간담회 일정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민중당, 지난 3일 녹색당, 8일 노동당, 10일 사회변혁노동자당을 찾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보정당과 어떤 연대를 이룰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마련한 자리”라면서 “과거처럼 배타적 지지를 선언하는 등의 결과물 대신 다른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탄생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2012년 철회한 이후 10년 가까이 총선·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대신 진보정당에 다수 출마자를 내는 방향으로 총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오는 1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선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민주노총당’ 창당 방안 등에 대한 의향도 물어 관심을 끌었으나 독자적인 정당 창당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 사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수·감독 대신 정중앙 차지한 협회 고위관계자들

    이 사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수·감독 대신 정중앙 차지한 협회 고위관계자들

    지난 13일 한국여자배구대표팀 개선 기념 공항사진선수, 감독 보다 협회 고위층이 주인공처럼 정중앙선수, 감독 중심이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기념사진주인공은 선수들인데 어째 풍경이 이상하다. 복근 파열에도 부상투혼을 발휘한 주장 김연경은 구석에 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역시 말단 직원처럼 존재감이 없는 자리로 밀려나있다. 지난 13일 여자배구대표팀 환영행사의 모습이다. 3연속 올림픽 진출의 쾌거를 이룬 여자대표팀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대한배구협회가 된 모양새다. 선수들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배구협회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했다. 올림픽 진출 포상금도 1억원을 준비했고, 고생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여기까진 모두에게 훈훈한 그림이 그려졌다. 기념 촬영이 시작되자 오한남 배구협회 회장이 자연스럽게 가운데 자리로 들어섰다. 그림을 만들기 위해 협회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선구 수석부회장도 급히 선수들 틈을 파고 들었다. 선수들이 옆으로 밀려나면서 충돌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부지런했더라면 사진을 찍기 전 감독이나 주장을 가운데로 불렀을 테지만 그러기에 시간은 부족해보였다. 어떤 단체든 회장이 가운데를 차지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흔한 풍경이다.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다. 배구처럼 쾌거를 이룬 종목들의 환영행사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가운데는 낯선 중년 혹은 노년의 신사가 등장한다. 물론 회장들을 탓할 수는 없다. 회장들도 관계자들이 이끄는대로 자연스럽게 가운데 자리로 움직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여자배구대표팀의 환영행사 역시 오 회장은 관계자들이 이끄는대로 움직인 건 마찬가지였다. 협회 입장에선 본인들이 준비한 행사에 대표자를 모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협회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귀국행사는 더욱 초라했을 것이다. 평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장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마저 존재감이 사라진다면 종목을 이끌 대표자의 부재로 산업 전체가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회장들이 가운데 들어서는 모습이 권위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은 선수들인데 정작 선수들은 밀려났기 때문이다. 선수들로선 본인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이룬 일에 거리감이 먼 인물이 등장해 공을 차지하는 그림은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지원 역할을 하는 협회 관계자들이 선수들을 가운데 세워주고 행사에서도 지원자의 역할에 맞는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본연의 역할에 맞는 그림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종합] 박지민 성희롱 악플에 일침, “친구 같냐?”

    [종합] 박지민 성희롱 악플에 일침, “친구 같냐?”

    가수 박지민이 성희롱 관련 악플러에 일침을 가했다. 가수 박지민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Don’t care what shape, just love the way u are(어떤 모양이든 상관하지 말고 당신을 사랑하라)”는 글과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여성의 신체 일부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있는 박지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앞서 박지민은 일부 네티즌에게 수차례 성적 악플들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9일 박지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러에게 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악플이 계속되자 박지민은 “답장 몇 번 해주니까 이제 친구 같냐? 정신 차려”라며 “나보다 나이 많으면 진짜 답 없는 거고 나보다 어리면 그냥 덜 자란 애새끼라고 생각함. 상대해 주느라 힘들었다. 꺼져라”라고 일갈했다. 이후 박지민은 “제 사진 한 장으로 하지도 않은 성형에 대한 성희롱, 메시지로 본인 몸 사진 보내면서 성관계를 요구하는 분, 특정 과일로 비교하면서 댓글 쓰시는 분들 다 신고하겠습니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박지민은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종료 후 독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아하! 우주] 행성도 시한부 인생?…300만년 후 사라질 WASP-12b

    [아하! 우주] 행성도 시한부 인생?…300만년 후 사라질 WASP-12b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천 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2008년 발견된 'WASP-12b'는 뜨거운 목성형 가스 행성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이 알려져 있다. WASP-12b와 모항성과의 거리는 343만㎞ 정도로 공전 주기도 26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면 온도는 섭씨 2,600도에 달한다. WASP-12b는 모항성에 너무 가까워서 뜨거워진 뜨거운 목성형 행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후속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목성 질량의 1.4배 정도 되는 가스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목성과 달리 매우 어둡다는 것이다. 이는 표면에 풍부한 탄소 때문으로 산소보다 탄소가 훨씬 풍부한 것으로 밝혀진 첫 번째 외계 행성이기도 하다. 이 행성의 알베도(Albedo·행성 등 천체 빛의 반사율)는 0.064로 들어온 빛의 6.4%만을 반사해 아스팔트처럼 어두운 표면을 갖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천체 물리학자들은 WASP-12b의 불안한 미래를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이 모항성과의 중력과 조석 작용에 의한 마찰력으로 점점 가까워져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짧은 시간인 300만 년 이내에 파괴될 것으로 예측했다. 행성이 모항성의 중력에 의해 파괴되는 로슈 한계(Roche limit)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행성에 작용하는 별의 중력은 당연히 가까운 쪽이 더 크고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WASP-12b는 지구와 달처럼 행성의 한쪽 면만 별을 향한다. 별에 가까운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과 반대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가 점점 커지면 결국 행성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된다. 이 힘이 너무 커지면 행성이 산산조각이 나는데, 그 거리가 바로 로슈 한계다. 파괴된 행성의 잔해는 고리 모양으로 별 주변에 존재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행성 혹은 위성이 파괴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비록 태양계에는 가까운 미래에 파괴될 행성은 없지만, 앞으로 파괴될 위성은 존재한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의 경우 3000~5000만 년 후에는 결국 파괴되어 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성의 고리 역시 과거 파괴된 위성의 잔해 중 일부라는 가설이 있다. 생자필멸의 법칙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모항성에서 안전하게 멀리 떨어진 행성이라도 별의 수명이 다해 적색거성이 되어 부풀어 오르는 과정에서 모항성으로 흡수되거나 혹은 본래 궤도에서 밀려나서 떠돌이 행성이 될 수 있다. 우리 지구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행히 300만 년 후가 아닌 50억 년 후의 미래의 일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땅을 잇고, 삶을 짓다

    땅을 잇고, 삶을 짓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 주변엔, 건축가의 손에서 비롯된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것은 높이 대결을 벌이며 존재감을 뽐내는 마천루일 수도, 존재를 인지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공간일 수도 있다. 이런 공간들은 어떤 철학으로 태어났을까.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의 중견 건축가들이 세계 건축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그에 맞닿은 자신의 철학을 풀어내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마에스트로와 나의 건축’이 현대의 건축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연재를 시작한다.건축은 땅의 인지를 구축하는 행위이다. 올바른 건축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분명히 인식하게도 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새로이 창조하기도 한다. 또한 땅이 지닌 자연 조건을 좀 더 조직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자연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궁극적으로는 땅이 지닌 자연·환경적 특성을 이용해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데 보다 큰 비전을 두는 것이다. 물의 흐름, 능선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선의 흐름, 바람의 흐름, 빛의 각도 등 자연의 경이로운 요소들을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더욱 잘 인지되고 다양하게 경험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좋은 건축이란 간결하고 창의적 구조물의 틀을 제시함으로써 자연을 존중하고 사람과 땅이 서로를 경험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의 단순한 구조와 자연을 존중하는 건축적 이념은 건축물을 어떻게 보이도록 할 것인가보다는 사람과 땅이 어떻게 서로 경험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 이는 건축에 있어서 기능에 근거한 물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땅에 근거한 환경적·정서적인 측면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건축은 별개의 인위적인 오브제로서가 아니라 땅과의 일치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빛, 바람의 순환, 하늘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 그리고 공간의 경험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을 자연 그리고 인간의 삶 그 자체로 인지할 때, 그 땅은 더이상 멀리서 바라보는 그저 거대하기만 한 대상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일부가 된다. # 지속 가능한 ‘땅의 건축’ ‘땅의 건축’은 땅을 지배하는 건축이 아니라 땅에 순응하는 건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땅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흐름을 잘 읽어내야 한다. 땅이 가지고 있는 기운의 흐름, 경사의 패턴, 바람의 방향, 빛의 흐름, 그리고 때론 식생의 흐름까지, 그 땅에 대해 더욱 많이 알아야 진정한 땅의 건축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땅의 건축’은 피라미드나 그리스 신전처럼 중앙집중적 공간구조를 취하거나 언덕 위 정수리를 장악하는 건축이 아니라, 때론 변형되고 휘어져 정상을 비껴 앉는 모습을 취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덕에 기댄 듯, 물길과 등고를 따라 굽이치듯, 있는 듯, 없는 듯 앉게 된다. 그렇게 바람과 빛이 통하고 시공간이 통하며 주변과 하나로 엮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땅의 건축’은 땅으로부터 출발하고 땅으로 돌아가는, 땅의 일부가 되는 건축이다. ‘땅의 건축’은 또한 담백해야 한다. 땅만큼 담백해야 땅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담백함은 공간 구성과, 재료의 사용, 그리고 그 건축을 만드는 구조나 시공 방법에 있어서까지 일관돼야 한다. 먼저, 공간 구성은 스스로의 형태를 먼저 취하거나 규정하기보다는 가장 단순하고 순수하게 시작돼야 하겠고, 땅과 주변의 흐름에 순응하며 변형돼야 한다. 즉, 작위적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 공간을 위치시킬 땅을 먼저 읽고 그에 맞는 적절한 건축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공간을 만들고 둘러싸는 재료는 가능한 한 적게 해 땅과 주변의 환경에 맞게 절제돼야 한다. 그리고 그 마감은 절제된 재료임에도 상황의 필요에 따라 대응해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구조에 있어서 땅의 건축은 그렇게 땅에 묻히거나 기대거나 하는 여러 복잡한 유기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땅과 더불어 있기 위해서는 그 힘의 방향과 흐름을 잘 파악해 창의적이고 담백한 구조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각각의 모든 자연구조가 가장 합리적이고 유기적인 것처럼 땅의 건축 또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듯 ‘땅의 건축’은 공간과 재료, 그리고 구조의 담백함을 통해 그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지속 가능한 건축이 된다. 땅 그 자체가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것이니만큼, ‘땅의 건축’ 또한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것이다. ‘땅의 건축’은 땅과 더불어서 집을 짓고, 땅과 더불어 살며, 그 땅과 함께 있는 주변의 모든 것을 몸소 체험하며 품고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큰 건축인 것이다.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경험하는 건축조병수건축연구소 작품의 대부분은 ‘땅의 건축’을 지향한다. 현대자동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 생활관은 땅 위로 건물을 들어 올려 주변의 기운이 1층에 섬들처럼 위치한 식당동, 운동시설동의 사이로 스며들어 사시사철 변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풍부한 녹지환경을 가진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건물 내부로 끌여들이고 중정까지 이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도록 했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호텔 리니어스위트는 경사가 비교적 심한 남해의 지형을 이용해 담백한 박스 형태로 앉혀 주변 자연과 경관을 끌어들이도록 했다. 무엇보다 바람길과 물길을 그대로 살리고 그 사이사이로 피하면서 건물을 앉혀 각각의 공간에서 자연의 흐름을 더 잘 느끼게 하고 극적인 언덕과 능선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간단한 구조와 명확한 형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경남 거제도 지평집은 섬의 해안선을 접한 아름다운 구릉을 그대로 살려 땅속으로 스며들며 앉혔다. 그 지형을 틀로 삼아 틈새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방문해 묵을 사람들에게 평온함과 안식을 줄 수 있도록 공간화했다. 그렇게 자연의 지평과 주변을 돋보이도록 해주는 건축적 공간으로서 융화된다. 서울 트윈트리는 도심 한복판 경복궁 앞 코너의 흐름을 따라 유기적 형태를 만들었다. 두 쌍둥이 건물이 땅과 틈새를 갖고 빛과 바람을 끌어들인다. 애매모호한 예각으로 이루어진 대지에 맞춰 그 흐름으로 만들어진 형태는 오랜 풍파에 견디며 구조적으로 단단해진 박달나무 토막의 모양으로 완성됐다. 강원 화천 이외수문학관의 경우 화천의 목가적인 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건축은 지형 속으로 완만하게 사라지며 자연현상의 일부가 된다. 땅속 명상집은 땅속에 파묻혀 있다. 땅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의도적으로 길게 배치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증폭시켰다. 단순히 건물로 내려가는 여정이 아닌 땅을 체험하고 땅을 기억하는 교감의 시간을 선사한다. # 땅을 해부하고 구조화하는 건축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77)는 바로 그 ‘땅의 건축’을 잘 표현한다. 그의 건축은 그 땅의 환경과 재료가 적절히 조화되고 대비되면서 하나의 ‘분위기’로 형성화된다. 즉, 환경으로서의 건축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 곳의 공기, 고유의 색, 보유하고 있는 물질, 느껴지는 질감, 이 모든 것들로부터 인식되는 총체적 형태가 고유한 분위기로 자리잡아 비로소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형태로 발현된다. 춤토르가 말하는 건축의 초기 단계는 그 땅을 해부하고 구조화하는 것이다. 장소가 주어질 때, 우선 장소를 앞서 살펴본 요소들로 세분화하고 그것에 걸맞은 여러 사물을 논리적으로 조립한다.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형태로 장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장소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상호보완적으로 형성되는 형태가 다듬어질 때, 이 형태가 장소에 어울리는지, 논리적으로 자리잡았는지, 원래의 장소와 새로이 구현된 형태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는 않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름다운지를 바라본다. 결과물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에야 비로소 이 과정을 마무리 짓는다. 독일 쾰른 남쪽 메헤르니히에 있는 ‘브루더 클라우스 채플’(클라우스 수사 교회)은 춤토르의 대표 건축 중 하나다. 클라우스 수사를 기리기 위해 지은 이 예배당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넓디 넓은 들판 위로 솟아오른 오브제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콘크리트의 색이 들판의 색과 어울려서 그런지 이색적이지 않다. 그 환경과 어울리는 하나의 오브제가 고유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이미지적으로 어울리는 하나의 형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주의 개인 기도실이기도 한 이 예배당은 기도하기 위한 공간적 요소로서 내부는 매우 어둡다. 본래의 콘크리트색보다 어둡게 만들기 위해 시공 당시에 거푸집으로 사용했던 목재들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목재를 태운 이후에 내부를 확인했는데 처음에는 춤토르가 원하는 정도로 검지 않아서, 다시 불을 피워 일주일 동안 더 태웠다. 건축가가 이끌어내고자 한 분위기에 맞는 모양, 냄새 그리고 질감에 대한 끈기 있는 집착이 보이는 대목이다. 완성된 구조물 사이로 떨어지는 빛은 자연스레 공간 안으로 녹아 든다. 비로소 이 공간은 한 영혼을 위해 독자적으로 형성화되어 땅으로 환원된다.# 자연과 인간의 숨결로 채우는 건축 ‘땅의 건축’은 우리의 땅에 대한 무작정의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땅을 덜 훼손하고 주어진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며 더불어 지내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지혜의 건축이다. 바람길, 물길, 빛 길을 따라 작게 짓고 크게 사는 이야기이며, 멀고 먼 이상향의 건축이 아닌 구체적이고, 경제적이고, 솔직 담백한 건축인 것이다.또 때론 모자람의 건축이기도 한데, 일부러 만든 모자람이 아닌 덜 채워지고 덜 만들어진 채로 함께 살아가며 채워져 가는 모자람이다. 즉 자연의 모든 것들이 그 스스로는 모자람이 있고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함께 할 때 그 모자람이 상호보완적으로 채워지는 것처럼 진정한 총체론적인 지속 가능성의 건축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주변과 통해 있고, 현실을 통해 있으며, 전통과 통해 있어 어느 것 하나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뒤엉켜 살아가는 건축이며 삶에 대한 함축적 이야기이다. 조병수 건축가 이 연재는 서울옥션 ‘문화예찬-건축아카데미’와 함께 합니다.
  • 대만 反中에 다시 불붙는 홍콩… 美는 ‘中 길들이기’ 지렛대로

    대만 反中에 다시 불붙는 홍콩… 美는 ‘中 길들이기’ 지렛대로

    지난 11일 치러진 제15대 중화민국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선거에서 대만 유권자는 자신들을 이끌어 갈 지도자로 차이잉원 총통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은 첫 번째 임기(2016~2020) 내내 정치력 미숙 등으로 부정적 평가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압박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이고 대만의 수교국들도 속속 단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대만 문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 길들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13일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재집권하자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차이 총통이 재선 일성으로 “(중국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전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못 박았다. 겅 대변인은 “대만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차이 총통의 당선을 축하한 것과 관련해 “이들 국가의 행동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명하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적 경로로 항의할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사평(사설)에서 “차이 총통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고 대선 경쟁자였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모함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면서 “대만 독립이라는 급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차이 총통이 대선 역사상 최다득표로 당선되면서 대만 독립 추구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을 차단하려는 베이징의 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당장 홍콩 정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홍콩 시민 3만여명이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다. 올해 9월 치러질 입법회(한국의 국회 격) 선거에 대만처럼 완전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홍콩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맞서 홍콩 정부는 12일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대표의 홍콩 입국을 금지했다. 그가 홍콩 시위 사태 확산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조만간 중국이 대만에 대해 직간접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린잉위 대만 국립중정대 교수는 중국 군용기가 대만을 위협 비행하는 등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안 관계는 2016년 차이 총통이 집권하면서 크게 나빠졌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1기 때부터 군사,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만을 압박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인들의 대만 자유 여행도 제한해 연간 1조원이 넘는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전투기와 대치하고 중국 군함과 군용기들이 대만을 포위한 형태로 훈련하는 일도 잦아졌다. 앞으로 이런 ‘전통적 방식의 위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만 전문가인 리모시 리치 미 웨스턴켄터키대 교수는 “얼마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들이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새로 수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뒤로 ‘차이나 머니’를 내세워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 지역에 있는 대만의 오랜 우호국들을 잇따라 단교시켜 자신의 편으로 돌려놨다. 중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군이 지배하는 태평양 지역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차이 총통이 취임한 뒤 엘살바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등 7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는 15개국으로 줄었다. 대부분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나라들이다.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2020~2024)에도 중국발 ‘단교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만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상이 커지면서 미국이 수교에 나서려 하자 1971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엔에서 탈퇴했다. 시간이 갈수록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비공식적 동맹을 지켜 주고자 노력하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다. 미중 관계도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차이 총통 재집권 뒤 직면할 중국의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그는 대만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군사적 지원책을 펴고 있어 중국의 ‘마지노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스 교수는 “중국의 가장 큰 어려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호주와 일본, 인도 등이 연대해 중국 견제) 요충지에 대만을 포함하고자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사실상의 국가로 인정하고 대만에 첨단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차이 총통에게 힘을 실어 줬다. SCMP는 “차이 총통 재선 승리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만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지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지금도 긴장 상태인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과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매개로 초유의 갈등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 대선과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이 대만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린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지금의 대만 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양안 관계가 얼어붙을수록 대만인들의 마음도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은 (대국적 차원에서) 양안 교류를 일정 부분 복원해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차이 총통이 급진적 노선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일국양제 수용 요구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인내의 한계’로 여기는 독립 선언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냉엄한 국제사회 질서 속에서 대만의 처지를 이해하고 ‘현상 유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은 학자 출신으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상대방을 설득하는 차이 총통 특유의 기질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많다. 같은 당 천수이볜 전 총통의 과오에 대한 학습효과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진보당 소속 첫 총통이 된 천수이볜은 자신의 임기(2000~2008)에 대만 독립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해 중국의 분노를 샀다. 그는 미국에서조차 ‘골칫덩이’라는 평가를 받아 고립을 자초했다. 민진당에는 ‘비현실적’, ‘급진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결국 천수이볜은 2008년 대선에서 국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민진당도 해체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를 겪었다. 현재 차이 총통은 중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차이 총통의 ‘전략적 인내’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표정 감춘 윤석열 “국회 결정 존중”… 안도한 경찰 “책임수사 원년으로”

    표정 감춘 윤석열 “국회 결정 존중”… 안도한 경찰 “책임수사 원년으로”

    檢 겉으론 담담… 警 “통제장치 강화할 것”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검찰과 경찰의 반응은 엇갈렸다. 두 기관 모두 공식 입장을 통해선 표정을 감추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9일 대검찰청은 대변인실을 통해 “그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겉으론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 지휘라인의 반발이 크다. 수사권 조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처음 예고됐던 지난 6일 김우현 전 수원고검장(53·사법연수원 22기)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올해를 ‘책임수사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사오류에 대한 일부 우려를 고려한 듯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서 통제장치를 촘촘하게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사라졌지만 통제 장치는 여전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의 최종 목적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이르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과 검찰과 협력적 관계로 변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 제정 66년 만에 선진 형사 사법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구조에서 수사주체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秋가 영전시킨 이성윤 “검찰권 절제 필요”, 檢 “찍어내기 인사… 尹 허수아비 만들어”

    秋가 영전시킨 이성윤 “검찰권 절제 필요”, 檢 “찍어내기 인사… 尹 허수아비 만들어”

    李 “사회 이슈만큼 민생범죄 수사 중요” 기존 ‘윤석열 라인’의 수사와 마찰 예고 尹 신임 검사장 첫 회의 “업무 신속파악” 차질 없이 수사 진행·공판 지휘 주문 의도지난 8일 검찰 고위직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게 된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이 13일 취임 첫 메시지로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며 직접수사의 축소를 예고했다. ‘검찰이 과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청와대의 인식에 화답한 셈이다. 다만 새 지휘부로 교체된 이날부터 검찰 내부에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찍어내기 인사”라는 공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검찰 내부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에서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추미애 장관이 “인권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유념해 달라”며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당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지검장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직접수사 부서 축소와 형사·공판부 역량 강화를 뼈대로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직제개편안을 앞서 뒷받침하는 취지였다. 검찰 후속 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공개적으로 불만이 터졌다. 정희도(54·31기) 대검 감찰2과장(부장검사)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 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고위 간부 인사 직후 대검 간부가 공개적으로 인사에 대해 비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장검사는 “향후 중간간부 인사에서 불공정 인사를 한다면 (추미애) 장관이 이야기하는 검찰개혁이 검찰을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하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의 게시글에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도 댓글을 달아 “추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민주적 통제’가 수사에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고자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민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고민해달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관련 수사를 이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집행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와 협의를 했지만 압수수색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영장 재집행을 이 지검장에게 따로 승인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이날은 송병기(58)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임 검사장들과의 첫 간부회의에서 “업무 파악을 신속하게 해달라”,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수사나 공판 지휘는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윤석열 “국회 결정 존중”…안도한 경찰 “검경 간 굴종의 사슬 떼어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검찰과 경찰의 반응은 엇갈렸다. 두 기관 모두 공식 입장을 통해선 표정을 감추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검찰은 반발했고, 경찰은 안도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 2건이 통과되면서 당사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대검찰청은 대변인실을 통해 “그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겉으론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수사권 조정안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검찰 지휘라인의 반발이 컸다. 수사권 조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처음 예고됐던 지난 6일 김우현 수원고검장(53·사법연수원 22기)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거라는 확신이 없어 경찰 지휘라인은 막판까지 마음을 졸였다. 특히 경찰은 1963년 이후 처음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이른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사라졌지만 통제 장치는 여전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의 최종 목적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이르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과 검찰과 협력적 관계로 변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수사권 조정안은 법 통과 뒤 6개월 이후부터 1년 내에 시행돼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선 환호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는 시작됐다는 점에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십년간 이어진 검찰과 경찰의 굴종의 사슬도 떼어낼 때가 된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조국 잠잠하니… 문희상 아들 ‘지역구 세습’ 논란

    조국 잠잠하니… 문희상 아들 ‘지역구 세습’ 논란

    문석균 북콘서트 후 진중권 “세습 정치” 문 상임부위원장 “공당·의정부시민 모욕” 민주, 총선 공천관리위 18명 구성 완료 “조국 사태가 겨우 잠잠해졌는데, 총선까지 세습 논란이 계속될까 우려됩니다.”(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49)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최근 의정부에서 총선용 북콘서트를 연 직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를 ‘세습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다시 ‘공정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문씨) 국회의원 출정식에 지지자가 3000명이 왔대잖아요. 아버지가 쓰던 조직 그대로 물려받았을 테니, 제아무리 능력 있고 성실한 정치신인이라도 경선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썼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저는 이것이 조국 사태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며 “조국 사태 이후 비리를 비리라 부르지 못하게 됐다면 이번 사태 이후에는 세습을 세습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세습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은 세습이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은 지역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만 될 수 있는데 세습이라는 프레임으로 덧씌우는 것은 공당과 의정부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쳤다. 지역구 세습은 정치권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정진석, 장제원, 정우택,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민주당 노웅래 의원 등도 아버지의 지역구 또는 인근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청년 세대의 공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 지역구 세습이 이뤄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념적으로 세습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버지와 관련된 당원들과 조직도 자연스레 물려받는 것이니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세습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4·15 총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당내 인사로는 윤호중 사무총장 등 8명, 외부인사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 10명이 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호르무즈 파병’ 한일 상반된 결정 왜

    ‘호르무즈 파병’ 한일 상반된 결정 왜

    日, 이란과 사전 정지작업… 국제사회 기여 노려 韓, 파견 최대 미뤄… “日 참고 조만간 결론 낼 것”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한국은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반면 일본은 해상자위대 파견을 실행에 옮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민간 선박 안전 항행을 위해 우방국에 호위연합체 동참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각료회의에서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2척으로 구성된 총 260명 규모의 해상자위대 독자 파병을 결정한 일본은 지난 11일 해상자위대를 파견했다. 일본의 신속한 결정은 이란과의 관계를 위한 사전 외교적 노력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6월과 같은 해 12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났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파병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도 이란과의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한 독자 파병 방안이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의 정치적 의도도 영향을 미쳤다. 군 관계자는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보통국가 군대를 보유하기 위해 자신들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3일에도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절실한 데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 동맹에 대한 기여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참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파병이 이뤄지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중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과 기업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일본이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고 ‘조사·연구’ 목적 호위함 1척만 파견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과반 넘은 FA 계약… 설날 전에 마무리될까

    과반 넘은 FA 계약… 설날 전에 마무리될까

    설 연휴까지 열흘… 명절 이후 스프링캠프 모드김강민 계약으로 19명 중 10명 확정 과반 넘어김선빈 등 9명 남아… 한화 김태균 등 3명 최다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 김강민이 지난 13일 원 소속 구단 SK와 1+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하면서 19명의 FA 선수 중 10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더디게 흐른 FA 시장도 과반이 계약을 마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SK는 이날 김강민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자신의 2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김강민은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무리짓는 계약을 SK와 체결하면서 데뷔 때부터 은퇴 때까지 SK 소속 선수로만 뛰게 됐다. 통산 타율 0.277, 1259안타, 111홈런, 196도루를 기록한 김강민은 이날 “FA 계약을 마무리해 홀가분하다. SK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역대급 한파로 평가받는 이번 FA 시장은 이제 9명의 선수가 남았다. 한화가 김태균, 이성열, 윤규진 3명이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가장 많은 인원이 남았다. 롯데는 고효준과 FA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손승락과의 계약도 난항이다. 두산이 오재원, 키움이 오주원, NC가 김태군이 아직 계약에 도달하지 못했고 남은 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받는 김선빈이 KIA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30일 호주로 떠나는 두산을 필두로 구단들은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마련한다. 게다가 설날도 끼어 있다. 명절 이후에 구단들이 사실상 스프링캠프 모드에 돌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선수들에겐 사실상 다음주가 계약 마지노선이다. FA 광풍이 잦아들며 과거와 같은 규모의 대형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구단들의 평가는 냉정해졌고 팬들의 시선 또한 차갑다. 선수들로서는 1~2년 전만 해도 받았을 금액을 이제 와서 깎아야 하다보니 아쉬운 입장이다. FA를 처음 맞는 선수들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미친집값 풍자 여성장관 나체 현수막 논란

    광주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에 등록한 총선 예비후보가 정부 부동산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선정적인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13일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 서구 풍암동 호수공원 인근 한 5층짜리 건물에 선정적인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는 민원이 시에 접수됐다. 세로형 현수막에는 ‘미친 분양가 미친 집값’ ‘너도 장관이라고!’ 등 원색적인 비난 글과 함께 장관 실명을 적었다. 가로형 현수막에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해 논란이 됐던 나체 그림에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현직 장관의 얼굴을 합성했다. 주요 부위를 문어 모양으로 가린 합성물에는 이용섭 광주시장의 얼굴도 넣었다. 이 현수막은 해당 건물을 선거사무소로 두고 4·15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A(41)씨가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3일 광주시선관위에 직업을 ‘일용직’으로 예비후보 등록했다. 신고를 받은 광주시와 서구는 해당 현수막이 예비후보의 선거 홍보물이라기보다 원색적인 불법 광고물이라고 보고 당일 오후 3시쯤 철거했다. A씨는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홍보물을 마음대로 부착할 수 있다”며 “상식적이지 않은 집값과 분양가를 표현한 정당한 홍보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표창원 의원 주도로 박 전 대통령 풍자 나체 사진을 전시한 것은 괜찮고, 왜 나는 안되는 것이냐”며 “아무런 권고도 없이 현수막을 철거한 행정기관의 조치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시 선관위는 A씨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고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또 A씨가 신고 없이 현수막을 게시한 데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이 시장의 얼굴이 합성된 것을 근거로 A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 조치할 지 검토 중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상반된 결정 보이는 한일…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상반된 결정 보이는 한일…이유는?

    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한국은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반면 일본은 해상자위대 파견을 실행에 옮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민간 선박 안전 항행을 위해 우방국에 호위연합체 동참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각료회의에서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2척으로 구성된 총 260명 규모의 해상자위대 독자 파병을 결정한 일본은 지난 11일 해상자위대를 파견했다. 일본의 신속한 결정은 이란과의 관계를 위한 사전 외교적 노력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6월과 같은 해 12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났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파병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도 이란과의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한 독자 파병 방안이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의 정치적 의도도 영향을 미쳤다. 군 관계자는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보통국가 군대를 보유하기 위해 자신들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3일에도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절실한 데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 동맹에 대한 기여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참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파병이 이뤄지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중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과 기업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일본이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고 ‘조사·연구’ 목적 호위함 1척만 파견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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